I. 서 론
최근 ‘생태전환교육’을 강조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 문서가 고시된 이후(교육부, 2022a) 다양한 교과 분야 및 교수법 등에 대한 ‘교육’ 분야의 연구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초등학교 현장에서는 2024년부터 서서히 변화가 시작되었고, 2025년부터 중등학교 급에서도 연차적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을 앞두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생태전환교육의 방향은 ‘초등’에서 공동체 의식과 지속가능한 삶의 태도를 강조하고, ‘중등’에서는 환경과 인간의 공존 및 지속가능한 삶을 살기 위한 역량에 초점을 두며 생태적, 사회적 상황으로의 확장을 고려하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교육부, 2021).
어느 교과에서 어떠한 내용으로 수업을 운영하더라도 ‘생태’ 교육에 관한 방향은 그 접근과 방법에 관한 옳고 그름을 명확히 판단하기보다, 실천과 과정 그 자체의 의미가 더 중요할 것이다. 또한,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꼭 필요한 교육과정 내용이라도 ‘학생’ 스스로 어떻게 교육 목표와 취지를 이해하고 수업을 통해 스스로 느끼고 체득하며 미래에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하는 인간으로 성장하느냐가 더 비중 있게 다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장 교사는 최대한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통한 나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전된 여러 유형의 ‘생태’ 교육을 실행하고 노하우를 축적함으로써 지역사회에서 공유하고 확산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체육’에서 볼 수 있는 ‘생태 체육교육’은 어떠한 모습일까? ‘생태형 스포츠’에서 언급된 신체활동을 다양하게 고루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가, 한 가지 활동을 하더라도 생태 인식이나 생태적 감수성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장기간 깊게 체험하도록 해야 하는가? 또한, 기존의 야외 활동이나 모험 활동으로 간주하여 그와 비슷하게 수업하면 되는 것일까? 제도화가 어려워도 움직임 형식과 계열화를 고려하여 체계적으로 수업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가?
‘생태적 감수성’(ecological sensibility)의 기본적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을 객체가 아닌 주체로 간주하고 ‘자연이 가진 내재적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Rodman, 1983). 문학에서는 생명과 환경에 대한 정서적 민감성이나 가치·태도 맥락에서 이해되기도 하고(이혜원, 2022), 교육적으로는 윤리적, 정서적 측면을 반드시 강조하거나(노희정, 2013) 생태적 감수성을 ‘생태 소양’의 구성 요소로 보기도 한다(우석훈, 2009; 윤지현, 2022). 또한, ‘생태적 감수성’을 증진하기 위한 교육 방법을 논한 논문들은 공통적으로 ‘자연 체험’에 관한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갈등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중시하고 있고(노희정, 2013; 주은정, 2022), 자연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나 자연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 및 경이로움 등을 강조한다.
‘생태감수성’ 또는 ‘생태적 감수성’에 관한 국내 학술 연구 동향을 살펴보면(학술지 125편, 학위논문 95편 기준: riss 검색 엔진 등), 대부분 2000년대 이전에는 거의 보이지 않다가 2000년대가 넘어서 서서히 증가하였는데, 특히 2020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하면서 연구의 반 정도가 이 시기에 수행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전체적으로 ‘교육’과 관련된 연구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한 생태전환교육의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되며, ‘교육’ 이외의 분야에서는 환경, 문학, 건축, 산림, 철학, 기독교 분야 등에서 소수 이루어졌고, 학위논문의 연구 동향에서는 박사보다는 석사 논문에 다수 편중되어 있었다.
체육이나 스포츠 분야에서 생태나 생태학, 생태 교육, 스포츠생태학 출현 등 관련 분야에 관한 연구는 아직은 극소수 존재하며(김원정, 2023; 2024), 생태 인식이나 생태적 감수성(또는 생태감수성)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학생 삶의 변화나 사고를 다룬 연구는 매우 드물다.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에서 체육과에 ‘생태형 스포츠’가 처음으로 신설되는 시기에(교육부, 2022b), 이러한 영역 생성 및 출현의 의미는 다학문적 관점에서 거시적으로 ‘생태’ 관점을 다루며 교육적 논의를 포함한 연구(김원정, 2023)에서 이해할 수 있으며, 그 이후 생태전환교육을 고려한 체육 수업의 실천 방향이나 사례를 다룬 연구(최상은, 박상봉, 2023; 박혜연, 2024)가 출현하였다. 특히,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의 성취기준 내용을 고려하여 초등 현장에서 고학년을 중심으로 3개 영역의 생태전환교육 내용요소를 반영해 수업 프로그램을 개발한 연구는(최상은, 박상봉, 2023) 교육과정의 적용 시기를 고려할 때 매우 시의적절한 연구로 사료된다.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에서 제시된 ‘생태형 스포츠’의 성취기준에 따라서 초등학교 5~6학년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학교 밖 여가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천 방법을 안내하고 주변 환경을 ‘보호’하는 활동(플로킹, 플로깅 등)을 병행하여 생태적 감수성을 높일 수 있고(교육부, 2022b), 중학교에서는 ‘생태형 스포츠’의 수행 원리를 적용하여 활동 기능을 환경의 조건에 적합하게 수행할 것을 강조한다. 단지, 교육과정에 근거하여 ‘생태형 스포츠’를 실천하는 과정에서는 생태적 감수성, 자연환경으로의 적응, 생태 문화 이해, 환경의 변수와 불안정성에 대비한 안전 등에 대한 부분을 철저하게 고려하고 교육적 의미를 그 취지와 목적에 접목해야 한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선행 연구와 관련하여 청소년의 전인교육 문제에 대한 위기 극복의 대안으로 생태주의에 기초한 신체활동 프로그램 중심의 사례연구가 수행된 바 있으나(박지영, 2015), 무용과 차별화된 ‘체육’ 특성에 적합한 신체활동의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았고, 초등학교와 차별화된 ‘중등’ 체육 수업의 계열화 수준 등에 대한 의미를 찾기에도 아쉬움이 있었다.
‘생태형 스포츠’의 생활환경형 스포츠의 ‘신체활동 예시’로 제시된 초등에서의 ‘자전거타기형’ 활동은 중학교급에서는 ‘사이클링’으로 제시되었고(교육부, 2022b), ‘생태형 스포츠’의 수행 원리를 이해하는 동시에 가정, 집 주변, 지역사회 등 생활환경에서 활동하는 공간이 실제로 자연환경과 맞닿아 있거나 상호 공존하며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생태나 환경의 맥락에서 생활환경형과 자연환경형은 엄격하게 분리하기보다 ‘생태형 스포츠’의 맥락 내에서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내용을 설계하거나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며 취지에 더 적합할 수 있다. 즉,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의 ‘스포츠’ 영역 중 기술형, 전략형에 비하여 ‘생태형 스포츠’는 생태 공간의 유연성, 포괄성, 자율성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고 본다(김원정, 2023).
WHO(2018)는 일상에서 ‘활동적 환경’에 적합한 적극적인 신체활동으로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들었으며, 국내에서 ‘자전거타기’의 긍정적 효과나 교육적 의미를 강조하거나 실천한 사례는 소수 존재한다(고덕주, 김경래, 2017; 이민규, 2024; 이창규, 권홍철, 조건상, 2023; 조필환, 김중형, 2014). 특히, 유·청소년들의 건강 체력, 안전 의식, 사회성 등을 향상시키고 건강한 여가생활 문화 정착 및 평생 스포츠 차원에서도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야외 환경에서의 수업 운영 변수나 학생 안전, 관리 및 재정 등으로 교육과정에서 신체활동 예시로 제시되어도 직접 체험을 충분히 실천하기에 쉽지 않은 측면이 있으나, 활동 자체의 교육적 의미로 볼 때에는 ‘체육과’에서 생태형 스포츠의 취지와 역량을 연계시켜 발달시킬 충분한 가치와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편, 교사를 대상으로 ‘가상’ 라이딩을 수행한 연구(이창규 외, 2023)는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며 다양한 도전 및 흥미 유발의 가능성 등을 강조했다.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 설계의 개요에서도 언급되듯이 학년군별 내용요소를 고려할 때 ‘사이클링’은 기초 기술을 배우기 위한 ‘입문’ 단계에서 자전거를 즐겁게 체험하고, 더 높은 수준의 참여를 위한 복합 기술을 배우며, 제도화된 활동을 위한 응용 기술로 점차 계열화된 활동으로의 점진적 발달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데(교육부, 2022b), 이 부분이 쉽지 않아도 새롭게 신설된 영역인 만큼 새로운 도전과 시도가 꾸준히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지식·이해’ 요소 면에서는 ‘중학교’ 수준에 맞는 원리적 수준의 ‘명제적’ 지식과 움직임 기술 수준에 따른 ‘방법적’ 지식의 발달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학생들이 한 가지 신체활동을 배우더라도 입문과 참여를 통한 ‘제도화’로의 자연스러운 수준 향상을 도모하고 발달시키기 위하여, 기초 기술과 복합 기술을 탄탄하게 학습하는 과정을 통하여 ‘사이클링’에 관한 움직임 기술을 응용하거나 전문화할 수 있는 역량도 함께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가치·태도’라는 요소 면에서는 개인적 수준을 넘어 타인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경험을 통하여(대인적 수준), 비로소 보편적 사회 규범으로의 확장을 위한 지역사회에서의 실현 가능성(사회적 수준)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 보인다.
본 연구의 가장 차별화된 특성은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에서의 ‘움직임’ 형식 및 계열화된 기술의 발달 과정과 ‘생태형 스포츠’의 의미를 중등 수준에서 균형 있게 반영하여 실천하고자 한 장기간의 노력 및 해석을 보여주고자 한 점이다. 특히, 생태 체육교육에 대한 청소년 시기의 인식과 신체활동 경험의 중요성, 감각적 자료에 근거한 질적 접근 및 포토보이스 활용 등을 통해 실행연구 절차 자체보다 ‘참여적’ 의미와 ‘학생’ 관점에서의 교육적 반추에 비중을 두었다.
이에 본 연구의 목적은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의 ‘스포츠’ 영역 중 중학교 ‘생태형 스포츠’ 신체활동의 하나로 제시된 ‘사이클링’의 체육 수업 적용과 장기간의 생태 체육교육의 실천 과정 맥락을 ‘학생’의 학습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중학교’ 수준에 적합한 설계와 수행 원리를 고려한 움직임 기술의 계열화 과정, 학생의 생태 인식 및 오감을 통한 생태적 감수성 발달 과정, 학생 삶의 변화와 생태 교육적 성찰 등의 교육적 함의를 학술적으로 밝히고자 하였다. 궁극적으로, 생태 체육교육의 실천이 향후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의 공동체, 국내의 여러 스포츠교육 현장 등에서 폭넓게 확산하며 공유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II. 연구 방법
본 연구는 ‘생태 교육’이라는 사회 문제에 대한 공동체 중심의 이해와 행위를 ‘체육’ 수업을 통해 지역사회로 확장하며 실천을 지향해온 점, 포토보이스 단계(Latz, 2018; Wang & Burris, 1997)를 복합적으로 활용하여 적용했다는 점에서 연구방법의 이론적 틀을 ‘참여적 실행’을 기반에 두었다고 볼 수 있다(Bogdan & Biklen, 2007; Kemmis & McTaggart, 2005). 또한, 연구참여자의 오감을 통하여 연구참여자의 신체활동 과정과 환경 속에서 생태 및 환경과의 구체적인 상호작용을 드러내기 위한 감각적 질적 연구 방법을 부분 적용하였다. 국내 교육학 분야의 포토보이스 연구에서도 경험을 분석하고 인식이나 의미를 탐색하는 연구의 목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만큼(오영범, 2023), 본 연구에서 학생의 ‘생태형 스포츠’의 직접 체험을 통한 생태 인식의 변화나 사이클링 활동 자체의 의미 등을 스스로 탐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Wang(2006)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공동체의 장점과 문제를 기록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집단 토론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적 지식 향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으며, 면담에서 사진이 함께 활용되면 언어로만 진행되는 면담에서 연구참여자의 피로도를 해소하며 변화를 줄 수 있다(김도헌, 2016).
‘체육학’의 질적 연구 방법론 측면에서 신체활동 중인 ‘사진’에 대한 반응이 사물이나 주변 환경과의 구체적이고 감각적 상호작용을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고(Orr & Phoenix, 2015), 자신과 타인의 경험을 함께 형성하는 과정에서 감각 지능과 상상력을 일깨우고 향상하는데 이미지를 담은 사진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Sparks, 2017). 또한, 감각과 관련된 연구에서 어떠한 현상을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를 맡는 것 등이 중요하며 면담 수행 시 시각적 방법과 조합하여 일상생활 속의 감각을 이해할 수 있다(Mason & Davies, 2009).
무엇보다도, 본 연구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할 때 중학생인 연구참여자의 ‘생태형 스포츠’의 장기적 경험을 이해하고 개인 및 집단면담을 통한 의미의 도출에 ‘사진’이 매우 유용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시각적 자료의 부분적 활용은 연구참여자들이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감각 및 생태적 감수성 등에 대한 이해를 돕고 해석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C지역의 한 중학교 학생들 대상으로 생태 체육교육을 위하여 ‘사이클링’ 활동을 중심으로 진행된 체육 수업에 참여한 남녀학생 중(2023년 110명, 2024년 103명), 2년간 연속으로 사이클링 활동을 해왔고 체육 및 야외 활동에도 우호적이며 적극적인 태도를 갖춘 학생을 선정하였다. 특히, 소통 면에서 교사와 원활한 라포가 형성되어 있고 개방형 설문을 통하여 생태 교육에 대한 인식과 사고를 어느 정도 갖추었다고 판단된 총 6명의 학생을 최종 선정하였다.
김생태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할아버지로부터 자전거를 배운 남학생으로 이미 능숙하게 자전거를 탈 줄 알고 수업 시간에도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던 멘토였다. 생태환경의 인식 면에서 자연환경이 저절로 좋아질 것이라고 막연한 생각을 하다가 자전거 수업에 참여하며 자연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겠다는 의식을 갖게 되었다. 특히 ‘큰 잘못 없는 우리 세대’이지만 현실을 직면하며 불편함과 억울함을 감내하더라도 다음 세대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생태적 감수성 측면에서는 거의 매일 집과 학교 주변을 자전거로 돌아보며 풍경 사진을 찍고 SNS에 공유하며, 지역사회의 환경에 대한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곽자연은 자전거를 중학교에 들어와 거의 처음 배웠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실패와 도전 끝에 비교적 최근에 자전거 타기를 온전히 체득한 여학생이다. 생태환경의 인식 면에서 평소 ‘환경동아리’ 활동을 하며 반려 식물을 키우는 등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생태적 감수성 측면에서 꽃, 나무, 풀 등 식물들을 보면 직접 한 번씩 천천히 만져보고 관찰하는 습관이 있다.
김보호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아버지로부터 자전거 타기를 배운 여학생이며 수업 시간에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생태환경의 인식 면에서 생태계의 자정작용으로 인간이 의식적으로 자연을 소중하게 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가, 자전거를 타며 생명체들이 상호 연결되어 있고 인간도 함께 생태계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일상에서 전기와 물을 절약하고 자동차 대신 ‘걷기’나 ‘자전거타기’를 하며 삶을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생태적 감수성 면에서는 나무나 꽃의 섬세한 모양과 꽃봉오리들의 오밀조밀한 구조를 보면 아름답다고 느끼며, 반려 식물을 키우는 동안 자연의 생명체들을 자신처럼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김환경은 자전거를 처음 배우려고 한 여학생으로, 어려서부터 집 근처에서 인라인스케이트 타는 것을 즐겼고 부모님과 등산하거나, 산과 호수가 보이는 숲에서 산책하던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학교 입학 시기에 놀다가 생긴 발목 부상으로 이번 자전거 수업은 직접 체험 대신에 주로 동료를 관찰하거나 참관하게 되었다. 생태환경의 인식 면에서 호수 근처의 쓰레기를 보면 염려하여 줍고 일상에서 ‘물’ 아껴 쓰기 등을 꾸준히 실천해 왔다. 생태적 감수성 측면에서는 물가의 새들을 보며 동물의 서식지를 궁금해하거나 논밭을 보면서 농사짓는 외조부모의 삶을 떠올렸다.
김아름은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아버지가 가르쳐 주어 자전거를 능숙하게 탈 줄 알고 수업 때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던 멘토 학생이다. 생태환경의 인식 면에서는 평소 학업에만 관심이 높아 생태환경에 대한 사고 기회가 없다고 했으나, 자전거를 타며 생태계가 주는 신비로움과 심리적 치유 능력을 경험하였고 자연과 더 친해지고 싶은 의지를 강하게 표현했다. 생태적 감수성 측면에서는 자전거를 탈 때 공기를 가르며 느끼는 상쾌함에 매료되었고, 자신의 마음도 대자연만큼 넓어지는 것 같아서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이생명은 전혀 자전거를 타보지 못하다가 1학년 자전거 수업을 통하여 처음 자전거를 접하며 배우게 된 여학생이다. 생태환경의 인식 면에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가 수업을 통해 자전거를 체득하며 자연과 인간이 상호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느꼈다. 이 과정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고마움을 인식하고, 자연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줍거나 반려 식물을 키우는 등 생태환경 보호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와 변화된 삶을 보여주었다. 생태적 감수성 측면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알록달록한 색깔의 예쁜 꽃들을 볼 때 스스로 동화되며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자신의 그 감정을 타인과 공유하거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본 연구를 위하여 위에서 언급한 총 6명의 중학생 연구참여자와의 1:1 개별 심층 면담 및 추가 핵심 집단 면담을 약 3개월 정도(2024년 6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진행하였다. 또한, 이와 별도로 수집해 온 사진, 학생 과제, 교사 일지 등의 선별을 추가로 진행하였고 자료 분석과 해석, 사진의 맥락화 등의 과정은 12월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교사의 장기간 참여적 실행연구를 통한 변화와 교육적 의미, 의식의 발견을 위하여 관찰 일지 및 반성 등 보조적 질적 자료는 분석 과정과 해석에 부분적으로 반영하였다. 본 연구 과정에서 사진 수집은 약 2년간 이루어졌으나 학술적 의미를 부여하여 공식화하기 위한 맥락화 과정을 위한 자료는 최근 1년 이내의 사진 속 학생 경험과 회상, 의미 부여 등을 통해 연구참여자 및 연구자 간 논의를 거쳐 선별하였다.
본 연구는 주로 Wang & Burris(1997)가 제시한 3단계 중심의 주제와 비교 분석을 중심으로 진행하되, Latz(2018)가 언급한 포토보이스 8단계(파악, 모집, 교육, 기록, 서술, 관념화, 발표, 확증)를 고려하였다. 연구참여자인 중학생이 직접 사진을 촬영한 것은 아니지만 ‘교육’ 단계에서 필요한 동의를 거쳤고, 면담을 통해 ‘서술’ 단계에서 단순 선형성을 벗어나 감각적 질적 자료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다양한 정서와 오감을 이해한 후, 6단계 관념화 단계에서 긴밀하게 그 의미를 해석적으로 도출하는 과정을 거쳤다. 사진 선별에 있어서 Wang & Burris(1997)의 3단계에 근거하여 1차로 연구 목적 및 주제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사진을 범주화하여 폭넓게 18장 정도를 선별한 후, 연구참여자들이 직접 체험한 사이클링 수업 과정에서 강조한 의미와 최종 면담 자료의 코딩을 근거로 2차에서 연구와 직결되는 9장의 사진으로 압축하여 추렸다. 또한, 맥락화(contextualizing)를 위해 연구참여자 및 연구자가 선정한 일부 사진들에 대하여 핵심집단면담을 활용하고, 각 사진이 담고 있는 다각적 의미를 심층적으로 다루며 연구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와 해석적 범주화를 고려하여 6장 정도로 사진을 선택하였다. 마지막으로, 연구의 해석과 글쓰기 과정에서 면담 및 텍스트로 제시하는 것이 맥락상 독자에게 잘 전달된다고 판단되는 내용이나 원자료와 중첩되는 2장을 제외하고, 생태 인식이나 감수성 및 연구참여자의 오감 등을 잘 드러내는 사진으로만 최종 선별하였다.
본 연구의 자료의 진실성 확보를 위해 삼각검증법 및 전문가 협의회를 거쳤다. 연구자가 심층면담을 중심으로 수집한 자료의 전사 내용과 범주화 과정에서 경력 체육 교사의 검토 과정을 거쳤으며, 결과에 대한 타당성과 진실성 확보를 위해 박사급 스포츠교육학 전공자 2명과 전문가 협의회를 통하여 결과 및 학생 관점에 대한 추가 논의를 거쳤다. 또한, ‘사진’ 자체의 타당성과 관련하여 ‘현실성’과 ‘진실성’이 중요하므로(Latz, 2018; Wang, 2006; Wang & Burris, 1997), 연구참여자인 학생들의 생태형 스포츠 수업 체험과 생태적 감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였는지, ‘맥락성’ 고려를 위하여 사진 선정과 포착에 관한 내용이 연구문제와 연계되는지, ‘관련성’과 관련하여 연구참여자의 일상적 삶과 사진 장면이 연결되고 연구자의 해석적 흐름에 부합하는지 등을 고려하였다. 무엇보다도, 수업과 활동 중의 직접 촬영 여부를 고려한 진실성과 직접성, 있는 그대로의 사실성을 비롯하여, 연구참여자의 윤리적 허용 및 초상권을 고려하여 6인의 동의서를 별도로 제공받았다.
III. 왜, 어떻게 ‘사이클링’을 배워 왔는가?
생태나 환경의 문제는 교육적, 사회적, 경제적 맥락과 직결되고 문화적 다양성과도 관련되며, 인간이 현재 누리는 제도화된 ‘스포츠’의 다양한 활동 역시 자연에서 유래된 ‘놀이’ 형식이 점차 문명화된 형태로 발달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김원정, 2023). 모든 ‘문화’는 세월의 흐름을 견뎌낸 삶의 지혜의 저장고라고 언급하듯(Litfin, 2014), ‘지속가능한’ 삶을 산다는 것은 ‘삶을 지속가능하도록’ 만드는 문화를 창조하는 일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 시민운동이나 자전거 메신저 직업과 관련된 대회(Cycle Messenger World Championships) 등을 통해, 탄소중립의 실천이나 기후 운동이 거창한 것이 아니며 인간의 생활과 일상에서 작은 실천을 통해 시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전거 도로 확충이나 이와 관련된 문구 등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되었고, 2021년에 시작된 ‘기후정의 대행진’과 같은 행사에서도 시민들과 사회단체들이 동참하며 “탄소중립 자전거가 답이다”, “자전거면 충분하다”,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등 다양한 메시지를 선보였다.
일상생활 속에서 기후 위기를 극복하며 지구 건강과 자신의 건강을 함께 지키는 활동은 학생 개인별로 다를 수 있지만, 연구참여자인 학생들 중에서도 각자 자신의 삶에서 이를 위한 소소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그중에서 신체활동과 가장 깊게 연계된 것은 바로 걷기, 플로킹, 자전거타기 등이었다.
학원에서 보통 집까지 걸어가는데 다리에서 내릴 때가 있거든요. 집 앞 다리에서 길에 쓰레기 같은 거 먹고 버린 봉지 같은 것들 있으면 그냥 주워서 들고 다니게 되고요. 그리고 해안가에서 쓰레기 줍기를 해봤다는 제 친구가 있어서, 주말에는 부모님과 놀러 가서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2024년 7월 18일, 김환경) 차를 타고 갈 수도 있는데 건강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자전거’를 타고 갑니다. 물도 쓰지 않을 때는 잠그고 안 쓰는 전깃불도 끄고, 에어컨도 제가 끄고 있습니다. 급식을 먹을 때 최대한 안 남기려고 하고, 잘 안 먹는 음식은 달라고도 하지 않고 있어요. (2024년 7월 18일, 김보호)
중학교 3학년인 김보호 이외에도 생태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평상시에 ‘에너지 절약’과 함께 ‘걷기’나 ‘자전거 타기’ 등의 신체활동을 실천하는 학생들은 생각보다 꽤 많았다. 부모님의 차를 이왕이면 하이브리드로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던 김생태라는 남학생도 스스로 ‘자전거를 타는 것’은 인간의 건강과 지구 환경의 안녕을 동시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실현할 수 있는 보람된 일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김보호는 자전거 수업에 참여하기 전부터 이미 자전거를 탈 줄 알아서, 체육 수업 때 이 학생에게 멘토 역할을 부여하여 입문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도록 지도했다. 스스로 자전거를 배울 당시의 경험을 떠올리며 ‘쉽게 타인에게 알려주고 가르쳐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못 타는 친구도 금방 배울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생각보다 멘티의 실력은 향상되지 못하였고 간혹 진도를 잘 나가지 못하여 가르치는 역할의 입장에서 매우 난감하고 답답했다. 자신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지만 처음 타는 친구를 잘 탈 수 있게 가르치는 과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고, 초보자였던 자신을 돌아보며 ‘타인에 대한 인내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러한 공동체 내에서의 학습 과정은 사회생태주의 관점에서 강조했던 사회적 일원성 및 연속성(Bookchin, 1988; 1996)과 관련이 있으며, 타인과 협동하며 책임감 있게 생태를 보호하고 판단할 수 있는 존재로(노상우, 이강님, 2004) 인간을 점차 인식하게 되는 과정으로 보였다.
사람의 기본은 ‘협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혼자 하는 게 없어요. 다 같이 해야지요. 다 같이 자전거를 타면 서로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의지할 수도 있어요...(중략)...다 같이 가면 기다려줘야 하면서 답답함도 느껴지지만, 그런 친구들을 기다려주면서 또 앞으로 잘 따라갈 수 있게 도와주면서, ‘책임감’도 느끼고 지도력 그런 것도 배울 수 있었어요. (2024년 7월 18일, 김보호)
김보호와 달리 이생명은 자전거를 타본 경험이 없어서 수업을 통해 자전거 타는 것을 새롭게 습득해야 했다. 무엇인가를 꾸준하게 노력하여 배우려는 의지가 대체로 많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고백했지만, 자전거 수업을 통해 ‘빨리 포기하는 습관을 고치자!’라는 생각을 하였고, 동료들의 응원 덕분에 희망과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결국, 나중에는 자전거를 서서히 ‘함께’ 체득하며 자신감이나 끈기를 배우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기분과 느낌에 집중하는 법과 자기 스스로 이해하는 방법을 깨달았다고 생각하였다.
홍대용 과학관으로 가기 직전에 오르막길을 보며 잠깐 다리에서 쉬었을 때, 엄청 막막한 표정이 얼굴에 다들 보이는 거예요. ‘저걸 어떻게 올라가지?’라는 생각이 (표정에) 보이기도 했는데, 그 장면에서 각자 여기를 올라갈 수 있고 그렇다면 각자 스스로 더 ‘성장’하지 않았나, 힘들어도 오히려 행복해 보였던 것 같습니다..(중략)...자전거는 친구들과 ‘함께 타는 활동’이라 그런 협동심을 느낀 것 같고, 잘 타지 못한 친구들도 열심히 노력해서 끈기 있게 같이 연습하며 가는 모습이 인내심과 노력을 또 배운 것 같아 좋았습니다. (2024년 7월 17일, 이생명)
추후 집단 면담에서도 이생명은 ‘체육’을 통해 두 차례에 걸친 사이클링 수업 경험을 통하여 다른 분야까지 자신감이 확장되거나 전이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생명이 언급한 ‘성장’은 자전거를 타면서 처음으로 여럿이 함께 겪어보는 어려움, 그러한 난관 속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극복과 도전의 과정을 통해 강해지는 의지와 자신감으로 끝까지 해내는 것이었다.
자전거에 대한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도움을 주고받으며, 정해진 코스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협동과 상호작용, 끈기, 노력을 ‘함께’ 배운다는 점에서 수업의 의미가 크게 작용하였다. 자전거를 ‘함께’ 탈 때에는 ‘기다려주는’ 답답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서로 ‘도와주는’ 마음으로 목적지까지 어울려 가며 공동체 의식이나 협동심을 통해 무엇인가를 더 잘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앞서 김보호가 언급한 ‘지도력’도 책임감 있는 리더로서 역할을 의미하였고, 자전거 타는 신체활동을 통하여 협동을 직접 느끼며 체득했다는 점에서 다른 교과와 차별화된 ‘체육’의 가치를 체험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 문서 중 설계 개요에서 학년군별 내용요소의 선정 원리의 계열화에 제시되어 있듯이(교육부, 2022b), ‘가치·태도’라는 요소 면에서도, 사이클링의 학습 과정에서 ‘개인적’ 수준을 넘어 바람직한 성품과 ‘대인적’ 관계에서의 긍정적 성향을 갖추게 되고, 더 나아가 보편적 사회 규범으로의 ‘사회적’ 태도로의 확장을 지향하며 지역사회에서의 실현 가능성과 발전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동료교수를 통한 멘토 역할 학생들의 도움을 통한 체득 과정과 상호 공감 속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끼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던 만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교육부, 2022a)의 역량과 연계하더라도 학습자의 ‘공동체 역량’이나 ‘협력적 소통 역량’을 체육과에서 ‘자전거타기’를 통하여 함양할 수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엄밀하게 말하면 모든 학생은 ‘학교형 인간’으로만 간주될 수 없으며 ‘청소년’이라는 고유의 가치를 가진 존재이므로(조용환, 2021), 연구참여자의 일상과 학교생활뿐 아니라 학교 안팎의 학습과 지역사회에서 가능한 문화교육 및 사회교육에도 포괄적 관심을 가지도록 연계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체육과 교육과정에서 언급되는 ‘생태(적) 감수성’(교육부, 2022b; 김원정, 2023; 우석훈, 2009)이나 보다 높은 수준으로 간주되는 ‘생태 지혜’도 학교 교육이나 학교체육의 맥락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사회’를 이루고 ‘문화공동체’를 형성하는 존재로서 한 인간의 지속적인 삶의 과정과 체험적 성장의 측면에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사이클링은 학생들에게 동료와 함께하는 ‘여행 같은 체육 수업’을 통해 추억을 쌓고 소속감을 가지며 ‘함께’ 무엇을 해낼 수 있다는 점 이외에도, 학생 개인의 심신 건강 및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한 생태전환교육의 맥락을 고려한 ‘생태형 스포츠’의 실천을 통한 생태 체육 교육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자전거 타기는 신체의 생리적 건강뿐 아니라, 인간이 지구 생태계에 가져야 할 인식과 친화적 정서를 토대로 한 ‘생태적 감수성’ 및 자연의 소중함을 몸소 느끼며 신체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생태형 스포츠는 단순히 ‘야외’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신체활동을 모두 칭하는 것과 구별되어야 함을 재차 강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학년군별 내용요소의 선정 원리 중 ‘지식·이해’ 요소 면에서(교육부, 2022b), ‘중학교’ 수준에 맞게 개념적 수준을 넘어 ‘원리적’ 수준의 ‘명제적’ 지식 및 움직임 기술 수준에 따른 ‘방법적’ 지식의 발달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사이클링’에 관한 기본 움직임 기술을 기반으로 복합적으로 응용하고 제도화된 수준을 거쳐 전문화가 가능한 역량까지 발달시키려면, 점차 환경의 변수를 극복할 수 있는 학습 기회를 단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했다. ‘스포츠’ 영역 내의 ‘생태형 스포츠’의 실천과 그 결실은 Naess(1993)가 강조한 ‘아름다운 행동’과 같이, ‘자연 속’에서 신체활동을 체험하는 과정을 통해 더 잘 성취될 수 있으며 생태적 감수성에서 생태적 지혜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자전거’ 타는 신체활동을 일생에서 처음 접하며 배우는 학생들도 있는 만큼, 교사는 눈높이를 잘 맞추는 노력을 하며 점차 안정적 자세로 자전거를 다루고 신체 전반의 익숙한 동작으로 연결되기까지 단계별로 계획하여 학생의 학습을 위한 안내자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처음으로 접하는 것이 낯설고 무서울 수 있는 학생 입장과 안전에 대한 염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로 공감하고 수업을 설계하며, 수업 전반의 성공과 학생 성취를 위해 최선의 준비를 갖추도록 충분한 연습 시간을 제공하였다. 또한,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서로 의지하고 모둠 구성을 통해 팀워크를 잘 발휘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함으로써 자전거타기에 입문하는 과정이 무난하게 진행되도록 하였다.
교사도 간혹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이며 학생의 공감을 이끄는 것이 필요했다. 조금씩 타다가 무서워서 멈추고, 조금 더 타다가 무서워서 멈추다가 넘어질 듯한 모습도 보여주며, 뻔한 공감이지만 ‘누구나 처음에는 이렇게 어리숙하고 넘어지며 배웠겠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처음 배우는 학생들에게도 자신감을 가지도록 단초를 제공하면서 동료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면, 성공적인 간접 체험으로 스스로 직접 체험을 하려는 도전 의지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2023. 5. 24. 교사 일지 중)
실제로 자전거를 처음 입문하는 학생에게 기초 기술을 가르치는 과정에서도 학생별 수준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입문을 위한 ‘기초 기술’에서 요구되는 움직임 단계에 대하여 보다 체계적으로 고민하게 된 시기는 고시된 체육과 교육과정 문서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최근에 비로소 가능하였다. 처음에는 학생이 안장에 올라가서 바닥을 두 발로 버티는 비이동에서 시작하여 발로 바닥을 밀며 서서히 앞으로 이동하기 등 기본적인 움직임을 수행하였고, 핸들과 브레이크를 조작하거나 이동하다 멈추기, 균형 잡기에서 페달을 돌리며 균형 유지하기 등 시간 차이나 방식을 달리하며 점차 계열과 수준을 고려한 복합적 내용을 구상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생의 자전거 핸들을 잡아주거나 뒤에서 안장을 살짝 잡아주는 등의 교사 지원은 점차 줄여 나갔고, 학생 스스로 자전거를 타고 점차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자연스러운 수업 분위기를 만들고자 하였다. 특히, 기초 기술의 ‘수행 원리’는 동작 수행 자체에 초점을 두는 것이므로(교육부, 2022b), 자전거타기의 동작을 구체화하고 구분하여 정확하게 단계별로 핵심이 되는 움직임을 제시하고, 수준에 맞추어 조금씩 내용을 습득하며 충분히 심화 연습을 수행한 학생이 스스로 적극적인 태도를 갖추도록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였다.
어느 정도 기초 기술을 통하여 자전거를 타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체득하게 되면, 방향을 자유자재로 전환하거나 속도를 조절하며 앞으로 나아가거나 더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여 상체를 들어 올린 채 서서 페달링을 하는 등 여러 가지 기초 기술의 움직임을 결합하며 복합 기술을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생태형 스포츠’는 학교 밖으로 나가서 자전거를 타며 예상치 못한 급경사의 오르막길을 가야 하고, 기어 조절로 어느 정도 해결하더라도 그 이상의 힘든 경사를 만나면 일어서서 강하게 페달을 굴려야만 도중에 내리지 않고 끝까지 오를 수 있다. 이 기술이 숙달되지 못하면 경사의 오르막길에서 결국 멈추고 내리게 되는데, 뒤에서 오는 학생들과 충돌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러 가지 복합 기술을 반드시 숙달할 필요가 있으며 개인별, 모둠별 연습도 충분히 요구된다고 판단하였다. 아래 <표 3>에서는 복합 기술을 6단계로 구분하여 ‘수행 원리’에 맞추어 위에서 언급한 기초 기술을 2가지 이상 상호 연결하거나 결합하는 방식으로 구성하였으며, 특히 학생의 연습 시간을 확보하여 충분하게 학습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10단계에 이르기 전에 ‘학교 밖’의 개방적 환경의 특성상 야외 환경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충분한 연습을 해왔고 체계적 과정을 거치며 학습을 단단히 다지는 것이 방법적 지식 측면에서 ‘제도화’된 사이클링 활동에 보다 근접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학생들 역시 학교 밖 야외로 나가는 것에 대한 자신감과 긍정적 정서를 가지게 되면서 ‘가치·태도’ 측면의 학습 과정 및 결과에서도 한층 성숙한 사고로 연결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실내에서) 공부만 할 때는 대체로 자기만 ‘혼자’ 열심히 하면 되니까 ‘협동’이라는 걸 그렇게 잘 찾아볼 수 없었거든요? 근데 ‘몸’으로 하는 것은 (그 과정에서) 서로 협동이 정말 잘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2024년 7월 18일, 김보호)
여름에 실내에서 운동하면 에어컨 틀어서 많이 좀 시원하게 즐길 수는 있지만, 탁 트여있는 공간에서 운동하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야외’에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뱉으면 실내에 서 크게 들이마셨다 내뱉는 것보다 훨씬 더 기분도 좋고 상쾌하고요. 제 마음도 전보다 넓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야외) 자연 속에서 하는 게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2024년 7월 17일, 김아름)
‘생태형 스포츠’는 경쟁이나 공정성 측면보다는 ‘학교 밖’의 환경에서 수행할 때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상황적 맥락에 초점’(교육부, 2022b)을 두고 자전거를 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전거 ‘복합 기술’을 체득하기 위해, 단계별로 적합한 학습을 거치며 배워도 예상 밖의 변수를 통제하며 안전사고를 예방하려면 앞뒤 거리를 유지하며 연습하는 습관과 훈련이 필요했다. 이를테면, 트랙 라인을 벗어나지 않고 여러 차례 돌며 연습하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거리 유지하기, 앞뒤 간격을 일정하게 1열로 유지하며 주행하기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앞 사람의 궤적과 속도를 예의주시하며 마치 한 몸처럼 움직임을 조율해 나가는 훈련 등이 필요했다. 다수의 자전거 행렬에서는 앞 사람의 신체 움직임에 자신을 맞추고, 조화롭게 간격을 조율하며 전진하는 동안 상대에 대한 배려도 충분히 강조해야 한다. 실제로 매년 백여 명의 중학생들이 자전거로 달렸던 거리의 특성은 성장 시기에 따른 학년별 편차도 크고 마냥 평탄하거나 쉽지만은 않은 길이라서, 타인의 자전거와의 안전거리 확보도 중요하였다. 1학년은 일반 도로라도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고려해야 했고, 2학년은 거리가 제일 길며 산을 올라야 하는 난이도 있는 거리가 예상되었으며, 3학년은 평탄한 길이지만 숲속 오솔길을 지나야 해서 좁고 구불구불한 거리도 꽤 차지했다.
마침내, 학생들은 다양한 길의 변수와 불안정성으로 인하여 넘어질 수 있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전거타기를 자연스럽게 체득하였고, 자전거가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자유로움과 편리성, 효율성, 즐거움 등 그대로 만끽하는 여유를 맛볼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좀처럼 차량도 없는 한적한 시골길에서, 학생들은 자동차 클락션 소리보다 조용히 페달을 돌리는 움직임을 수행하며 앞으로 함께 나아가는 공동의 체험을 통해 자신감과 웃음을 잃지 않았고 환희와 행복감으로 충만해 보였다. 자전거 타는 동료들을 관찰해 온 김환경도 사뭇 진지하면서도 행복한 학생들 모습 속에서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졸업 전에 자전거를 다시 타고 싶다고 했다.
뒤에서 보면 친구들이 파란색 인성 조끼 입고 안전거리를 딱 유지하며 가는데 한 마리의 뱀처럼 긴 줄이 보이는 거예요. 평소에 약간 질서가 없던 아이들도 집중해서 잘 따라가서 신기했어요. 서로 승부욕은 있어도 웃으며 따라가는 것도 밝고 즐거워 보였구요.(2024년 8월 18일, 김환경)
함께 하니 지치지도 않고 오히려 힘이 샘솟는 기분이 들었으며, 자전거 실력이 향상되어 쾌감을 느끼고 서로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쁨의 웃음소리 속에서 시원한 바람 소리와 서로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대화 소리가 뒤섞이며 한층 더 재미를 증폭시켰고, 나란히 속도를 맞추며 자전거를 타는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2024년 4월 27일, 교사 일지 중)
해외에서 수행된 연구 중에서도 1976년부터 2018년까지 수행된 학령기 학생들의 ‘모험교육’에 관한 문헌 분석에서는 학습 성취 및 또래 관계와 같은 정서적 측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여주며(Lee & Zhang, 2019), 2000년대 이후 수행된 유·청소년 중심의 ‘야외교육’에 관한 논문들은 개인적, 사회적 측면에서 자신감 향상뿐 아니라, 의사결정 및 대인관계 능력 등 사회성 발달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이종호, 이옥선, 2023).
IV. ‘생태형 스포츠’, 사이클링 체험 과정의 교육적 의미
학생들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은 자연환경에서의 ‘사이클링’ 활동은 자유로움과 오감을 통하여 생태적 감수성을 깨운다는 점에 있었다. 실내에서 하는 전통 스포츠 종목만큼은 체계성이 높지 않지만 행동이 제한되지 않고 보다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특성이 중요하다. 특히, 이생명은 야외에서 자전거를 타본 경험이 없었고 실내에서 즐기는 스포츠만 접해본 학생이었는데, 상대적으로 비좁은 인위적 공간에서 일정한 규칙과 이동 경로만 따라 움직이는 스포츠 활동만 해보다가, 드넓은 자연이 보이는 곳에서의 ‘생태형 스포츠’ 활동은 그동안 쉽게 느껴보지 못했던 어떤 자유로움을 선사했으며, 자연스럽게 생태형 스포츠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걸어가기 힘들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가기 어렵던 곳도 ‘자전거’로 큰 힘을 들이지 않으면서 심신의 여유를 가지고 비교적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고 행복이었다. 김보호 역시 자전거를 타면서 ‘자유로움을 느꼈던 순간’을 의미 있게 언급하며, 유연하고 구속감을 주지 않는 야외 자연 풍경을 오감으로 접하는 동안 신체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삶에서 큰 활력이 되는 에너지를 얻은 것 같다고 했다.
밖에 나가면 그 넓은 공간에서 자연의 공기를 마시면서 뇌가 시원해지고 초록색이 보이는데, 알록달록하거나 초록색 식물들이 많아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실내는 공간이 제한되어 있고 제약이 있는데, 야외로 나가게 되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렇게 많이 갈 수도 있고, 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풍경을 볼 수도 있으니 활발해진다고 생각합니다. (2024년 7월 18일, 김보호)
대자연의 신선한 공기, 초록색 식물들, 하얀 구름 등 심신의 안정과 자유를 느끼게 해준 ‘생태형 스포츠’의 장점과 매력은 학생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향을 미쳤다. 숲속 오솔길에서는 5월의 초록을 띤 나뭇잎들이 생명력을 힘껏 뿜어내고 있었고, 아이들은 이러한 자연의 풍경을 ‘눈’으로 보거나 나뭇잎을 스치고 ‘피부’로 느끼며 숲속의 공기를 마시고 내뿜을 수 있었다. 꽉 막힌 교실과 시멘트로 된 사방의 벽, 울타리로 제한된 학교 담벼락 등 인위적 환경과 비교할 수 없는 공기와 자연의 냄새, 탁 트인 공간 속 자연의 색깔, 뺨과 얼굴을 스치는 나뭇잎과 바람 등 모든 것이 잠재적으로 내재하던 청소년 개인의 ‘오감’을 자극하는데 충분했다.
이 길은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것과는 다른 스릴감이 있어서 더 기억에 남아요. “갑자기 보이는 나뭇가지를 피하며 숲속 오솔길을 모두 헤치고 나왔을 때, 뻥 뚫린 평지와 파란 하늘이 문득 눈앞에 보이게 되는데, 그때 기분이 너무 상쾌했고 마치 난이도 있는 게임을 통과한 기분이 들어서 뿌듯했어요! (2024년 7월 18일, 곽자연, 시각적 감각 중심)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자전거를 무척 잘 타는 남학생들은 대체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달리며 짜릿함과 속도감을 항상 갈망하곤 하였다. 긴 코스를 주행하는 동안 실력 차이가 나는 학생들이 모두 같이 이동하다 보면, 속도를 빠르게 낼 수 없게 되거나 간혹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리막길에서는 남학생들부터 출발하여 순서를 조정하고 안전한 시간차를 고려하면, 그나마 마음껏 속도를 낼 수 있고 느린 속도에 지루함과 답답함을 다소 느꼈던 아이들에게 큰 만족감을 안겨줄 수 있다. 속도가 빠를수록 더 세찬 바람과 부딪혀 시원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고, 땀 냄새가 나도 바람이 귀를 스치며 내는 소리, 옷이 펄럭펄럭 휘날리는 소리 등을 ‘청각’으로 느끼며 자전거를 타고 기나긴 내리막길을 내려오면서 짧지만 강렬한 기분 전환과 스트레스 해소 효과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피부에 닿을 때도 되게 인상이 깊었는데요. 자전거 타면서 스치는 바람이 그날따라 유독 상쾌하고 시원했고 중간중간 쉬면서 먹는 음료의 맛이 더욱 달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2024년 7월 18일, 곽자연, 촉각과 미각적 감각 중심)
자전거 타고 올라갈 때 되게 힘들잖아요? 오르막길이 있을 때, 그런 경우 땀도 많이 나고 내리막길이 있는 경우도 많아요. 내리막길로 내려갈 때 바람이 이렇게 딱 들어오면서 땀이 식을 때 되게 시원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많이 들었고요. 초록색 식물들 같은 걸 보면서 ‘자연환경이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구나!’라고 감탄하게 돼요. (2024년 7월 17일, 김아름, 촉각적 감각 중심)
자연환경을 한 번 훑어주고 나무들 냄새를 맡는 동안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음료수를 먹는 순간에도 입안이 시원해지고, 텁텁하던 것이 싹 날아가서 기분도 좋고, 그때 먹는 음료수는 고기 맛보다 맛있고 진짜 세계 제일의 맛입니다! (2024년 7월 19일, 김생태, 후각과 미각적 감각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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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사이클링 활동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감각을 독립적으로 또는 복합적으로 느끼며 오감을 스스로 깨웠고, [그림 2]가 말해주듯이 오색이 찬란한 나무와 꽃 속에서 땀을 식히고 바람을 느끼며 달콤한 휴식을 취하는 행복을 맛볼 수 있었으며,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함께 어우러지는 경관 속에서 자전거마저도 달리던 길을 잠시 멈추고 바퀴의 열을 식히는 것 같았다. 좁고 답답했던 인위적인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마음껏 자유를 만끽하며 자연환경을 통한 정서 순화와 치유, 생태적 감수성이 한껏 풍만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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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자전거를 타는 동안 가장 아름답고 좋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던 경로는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동시에, 탁 트인 시야와 들판이 보이며 메타세콰이어 나무를 따라 황금빛으로 물든 수레국화와 양귀비꽃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며 피어 있는 길이었다. 학생들 누구 하나 주저하지 않고 멈추어 그 순간을 느끼고 싶어 했다. 자전거를 힘들게 타고 나서 얻은 노력의 결실처럼, 학생들은 각자 이 길에서 평온함과 심리적 안정감을 찾으며 자신만의 여유 있는 시간 속에서 잠들어 있던 감각들을 깨웠다. 바람 소리와 함께 풀냄새, 햇살을 느끼며 새와 매미 소리,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개구리 소리 등 다양한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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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링을 경험한 연구참여자의 ‘오감’ 중 가장 많이 언급된 감각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시각’이 많았으나, 2가지 이상의 공감각이나 복합적 감각 차원에서도 조화를 이루며 자연환경 속 움직임을 통해 타인과 함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상호작용 등을 경험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Spencer(2014)가 언급했듯이 ‘오감’은 동시에 다중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며, 각 감각이 완전히 독립적이거나 상호 분리될 수는 없다고 볼 수도 있다(Pink, 2009).
한편, 동양 철학적 관점에서 볼 때에도 학생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과 동료, 꽃과 나무, 개구리, 매미 등 왕양명이 언급했던 ‘대인’과 같이 천지만물을 바르고 어진 마음으로 대하면서 느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고, 자신만의 생태적 감수성을 느끼며 스스로 돌아보는 마음과 겸손한 태도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학생의 생태학적 감수성을 높이기 위하여 교사는 학생에게 생태학적 상상력, 생태학적 공감, 심미적 감수성, 생명 존중의 태도를 길러줄 정보를 제공하고, 동시에 학생의 체험 학습에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노희정, 2013).
연구참여자들은 사이클링을 직접 체험하고 수업을 통하여 깊이 있게 배우며, 매우 다양한 것을 서서히 깨닫거나 적지 않은 ‘삶’의 변화를 함께 느끼고 있었는데 크게 두 가지의 방향으로 구분하여 해석할 수 있었다. 첫째는 ‘생태 인식의 변화’와 그에 따른 삶의 변화이고, 다른 하나는 자연 속 생태형 스포츠 체험을 통하여 ‘생태적 감수성’을 느끼고 발현하며 궁극적으로 생태적 지혜를 알게 되고 배워 나가면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단계에 이르는 것이다.
우선, 가장 먼저 사이클링 수업을 통해 자연을 ‘즐기면서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일상적 삶의 변화에 대해 스스로 언급한 연구참여자가 많았다. 처음에는 자신이 속한 세대가 환경을 이렇게 파괴한 것이 아니므로, 현재의 기후 위기로 인한 지구 환경의 재앙과 심각성에 대하여 윗세대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점차 미래에 존재할 다음 세대에게 더 편안함과 깨끗한 지구 환경을 안겨주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자신이 속한 세대도 다른 세대와 함께 협력하여 ‘생태적 책임 의식’을 함께 가져야 한다고 보았다. 그런 측면에서 이 학생이 경험한 사이클링 수업은 자신에게 생태 인식이나 사고의 전환 계기를 마련해 준 특별한 경험으로 이어진 것 같았다.
다음 세대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어서, 솔직하게 저희 (세대)가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다음 세대에게 더 편안함을 안겨주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니까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자연 속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환경을 즐기고 보호하는 동기부여를 더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생태적 책임’을 더 높이고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을 채택하게 만들기에는 실내 운동보다 좋다고 생각합니다...(중략)...경쟁을 전제로 하는 실내 구기 종목도 좋지만, 사이클링 수업을 하며 자연과의 접촉을 통해서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더욱 이해하게 됐어요. 전깃불 켜고 학교 다녀오거나 컴퓨터 게임을 켜놓고 다닌 평소 습관의 경우에는 지구에 좋지 않은 행동들도 조금 있었던 것 같거든요. 근데 제가 이 수업 활동을 하고 난 이후로, 지구 환경이 엄청 많이 파괴되고 있다는 걸 알고 조금씩 생활방식도 더 고쳐가고 있고, 요즘에 자전거도 일주일에 5시간 정도는 타는 것 같습니다. (2024년 7월 19일, 김생태)
김생태는 사이클링 체육 수업을 통한 자전거 타기 활동으로도 ‘지구 생태계 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공익 실천’이 가능하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었고, 과거에는 에너지 절약이나 생태전환 의식 및 생태 교육에 큰 관심이 없거나 안일한 사고를 했지만, 일상 속 자전거 타기의 생활화가 자신의 건강과 지구의 온전함을 함께 지켜나갈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며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실천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무엇보다도, 평소에 운동을 그리 많이 하지 않다가 최근에는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자전거를 타며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지역사회의 새로운 곳을 자전거로 가보고, 아름다운 경치를 사진으로 찍어 SNS에 공유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실제로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들에게도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다고 했고 SNS를 통하여 공감하는 친구들도 여러 명 생겼다고 한다.
둘째로, 대부분 연구참여자들이 ‘생태적 감수성’을 오감이나 감각과 연계하여 긍정적으로 느꼈던 경험과 사례를 언급했는데, 특히 김아름은 자연 속에서 했던 사이클링의 경험을 통하여 온전하게 ‘생태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과 느낌에 스스로 집중할 수 있다.’라는 점을 들며 ‘생태적 감수성’을 새롭게 깨닫고 느낀 것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
대자연들과 내 마음이 좀 이어지는 느낌, 뭔가 하나가 된다는 느낌이 잘 납니다. 하늘을 보면 일단 뻥 뚫려있는 그러니까, 내 마음에 답답한 일이 있어도 하늘처럼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느낌이 자주 들곤 해서, 그런 마음의 경험이 ‘나와 자연이 하나가 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연결된 것 같아요. 그때 만큼은 학업 스트레스나 걱정 하나도 없이 자연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2024년 7월 17일, 김아름)
김아름은 생태형 스포츠의 장점에 대해 ‘대자연과 내 마음이 하나’가 된다는 느낌을 언급했는데 이러한 경지는 나름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현재 빡빡한 교육 일정과 제도 안에서 느꼈던 학업 스트레스나 근심, 걱정 등이 해소되는 것 같은 마음 정화로 이해되었고 도가의 노장사상을 떠올리게 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언급한 ‘생태 감수성’의 고도화된 수준으로 장자의 ‘물아일체(物我一體)’를 경험한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고(장자, 오강남 풀이, 1999), 노자가 말한 ‘도(道)’의 속성처럼 ‘인간-자연 간 상생 또는 쌍방향적 소통’을 체험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였다(노자, 오강남 풀이, 1995). ‘자연과 내가 하나’라는 느낌 또는 인식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수준 높은 경지로 이해할 수 있으며, 철학·사상적 면에서 이러한 경지는 동양의 선조들에 의해 가장 높은 인격적 수준으로 간주되기도 하였다. 요컨대, ‘물아일체’가 된다는 것은 대자연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자신의 몸처럼 소중하게 여길 수 있고 타자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할 수 있으며 스스로 본성을 함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감의 넓이가 대자연으로까지 확장되는 그런 사람을 주자는 성인(聖人)이라고 칭한 바 있으며, 주자를 비롯한 동양의 선조들은 자연을 착취나 정복의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았다(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2018). ‘생태형 스포츠’를 폭넓게 즐기며 대자연과 하나가 되는 느낌을 갖는 체험과 기회를 많이 만들어 준다면, 학생들이 더 긍정적인 감수성을 높이며 지혜로운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생태적 감수성이 생태 지혜로 확장되는 사례는 또 다른 연구참여자에게도 나타났다. 곽자연은 사이클링 수업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접했던 대자연의 포용성과 형언할 수 없는 그 깊이를 여러 차례 느꼈고, 자신의 인생에서 목표를 향해 발전해 가는 방식에 대하여 숙고하고 반성하며 일종의 ‘생태적 지혜’를 알게 되었다고 하였다.
저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법에 대해 배웠던 것 같아요. 꽃들이 바람에 흩날릴 때, 강한 바람이나 비가 내려도 꼿꼿이 서 있고 버티고 있는 모습들이 저에겐 좀 많이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목표 의식을 가지고 마음가짐을 바로잡을 수 있는 그런 변화의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중략)...자전거를 타며 힘든 오르막길을 오르고, 그 노력의 결실이 내리막길로 나타난 거잖아요? 그 내리막길 내려갈 때 해냈다는 그런 감정이 들면서 뿌듯하고, 또 앞으로 더 많이 타고 싶다는 느낌이 더 들었거든요. 자전거를 타며 제일 뜻깊었던 건 일단 (잘 몰랐던) 생태 감수성을 스스로 배웠고 그렇게 느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24년 7월 18일, 곽자연)
곽자연은 꽃들이나 풀들과 같은 ‘자연 속 생명’을 통하여 강한 바람이 불고 많은 비가 내려도 꼿꼿이 서서 버티고 그 자리에 항상 있는 모습을 보며,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본인도 저들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자아 성찰’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꽃이나 나무, 풀들을 한 번 더 유심히 관찰하게 되고 한 번이라도 더 소중한 마음을 가지고 만져보며, 감각적으로도 느끼는 과정에서 관심을 가지는 태도로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다시 말해, 생태적 감수성의 향상으로 인해 마음가짐을 근본적으로 가다듬고 새롭게 바로잡을 수 있는 변화의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생태’ 관련 인식과 감수성을 증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과 자연이 상호 의존적인 존재이며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점을 깨닫는 것, 그리고 이를 확실하게 느끼도록 해주는 경험과 그 기회를 만들어 주는 ‘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체육’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신체활동과 연계하여 자연 및 생태에 대한 소중함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 구상 등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김보호는 본인이 교육을 받으면서 생태적 감수성이 증가했듯이, 자신처럼 생태 교육에 대한 신체활동을 연계하여 이른 시기부터 경험하고 인식하면 장기적으로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는 데 더 효과가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점에서는 부모나 예비 체육 교사, 체육 지도자 등 성인들도 교육적 맥락에서 반드시 생태 교육을 이해하고, 구체적 내용을 계획하며 구상할 수 있는 열정도 필요할 것이라 보인다.
‘교육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식물과 자연의 소중함! 자연과 내가 연결돼 있음을 알게 하는 ‘자연을 사랑하는 태도’를 교육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선생님들도 생태 감수성을 기르는 교육을 받으면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유아 시기부터 생태 감수성 교육을 해주면 좋겠어요. 가정에서도 중요한 것 같고요......학교는 가정통신문을 통해서나 교사들이 영상을 찍어서 학부모님들한테 자녀들을 통해 전달하도록 하면서 교육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한 환경 캠페인을 할 수도 있죠! 자녀랑 함께하는 부모의 활동이나 교사 활동, 학교 내에서 그런 취지의 ‘운동회’ 같은 것도 열 수 있고요. (2024년 7월 18일, 김보호)
기후 위기나 지구 환경의 변화에 대한 극복은 모두 함께 노력해야 가능한 것이고 모든 교과에서도 고려해야 하지만, 공식적 수준의 지역사회 캠페인이나 행사 등을 통한 활성화 역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모두가 함께, 어느 곳에서든 이러한 의식을 더욱 강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생태전환교육을 고려한 생태 ‘체육’ 교육을 실천하고 싶다면 교사와 학생은 어떠한 내용을 학교라는 제도 안, 교육과정의 틀 안에서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것일까? 학생들이 생각하는 생태 체육 수업에 대한 아이디어와 사고는 생각보다 매우 다채롭고 창의적이었다. 특히, 생태전환교육의 흐름을 ‘체육’ 수업 맥락에서 고려하고 ‘생태전환 체육대회’ 성격에 맞는 체육 대회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김보호의 아이디어는 매우 신선했다. 이와 관련하여, 곽자연도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산소를 많이 생산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설명하며, 그런 의미에서 ‘나무를 심는 일’이 중요하므로 ‘나무 심기 경쟁을 신체활동과 결부’시키는 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아니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고시 전 시기에 즈음하여 이미 환경부(2022)에서 발행된 자료에서는 학교생활에서의 ‘나무심기’를 강조한 바 있으며 가정, 사회, 단체 등 사회적 수준에서도 실천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단지, 신체활동 및 구체적인 움직임 기술과의 연계 가능성 등은 스포츠교육학적 모색이 좀 더 요구된다.
체육 대회니까 ‘경쟁’이 빠질 수 없잖아요? 그래서 이를테면 ‘자연 보존’을 목표로 한다고 하면, 학급에 줄을 서서 계주처럼 순서를 정해서 일단 필요한 흙을 먼저 나르고, 식물을 빨리 옮겨 심고, 물까지 날라 주는 그 과정까지...얼마나 빨리 식물을 안전하고 예쁘게 심었는가에 대해 평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해 보았어요. (2024년 7월 18일, 곽자연)
학급별로 흙과 나무와 물을 나르는 신체활동으로, 정해진 시간 안에 어느 학급이 가장 안전하고 예쁘게 많은 나무를 옮겨 심었는지로 ‘경쟁’을 해보고 평가도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지구 온난화는 다량의 탄소 배출로 인한 것인데, 그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생산하는 일은 나무와 바다에서 이루어지고, 바다를 깨끗하게 살리고 나무를 더 풍족하게 심어 숲과 산을 잘 유지하여 살려낼 수 있는 것도 기후 위기 대응 방법 중 하나로 간주될 수 있다.
한편, 다른 학생들도 퀴즈와 미션을 ‘자연환경 속 오리엔티어링’이라는 활동과 연계하여 운영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우리 학교 옆에 매봉산 있잖아요. 학교랑 가까우니까 그만큼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거기에 저희만 알 수 있는 보물을 숨겨 놓는다거나, 미션 카드를 주거나, 그 산에 올라가서 어떤 식물이나 자연의 장면 등 사진을 찍어 오는 활동을 하거나, 그것에 대한 의식 등 평가를 통해 자연스럽게 경쟁하는 것도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2024년 7월 18일, 곽자연)
우리(학생) 수가 적으니까요, ‘방 탈출’처럼 세팅해 놓고 친구들과 협동하여서 그 자연과 관련된 퀴즈를 풀고 또 그걸 탈출해서 빨리 나오는 학급이 이기는 그런 프로그램은 어떠할지 생각해 봤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더 심각해지고 있으니 그 방의 온도를 높여서 학생들이 그 심각성을 스스로 느끼고 알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2024년 7월 18일, 김보호)
지구는 이제 온난화(warming)의 시기를 넘어 열탕화(global boiling)의 시기에 도래하였다고 하였다(UN, 2023). 이대로라면 빙하의 융해, 동식물의 멸종, 식량난 등을 초래하여 인류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생물들이 제대로 생존하기 어렵다는 경고 메시지를 직면하고 있으나, 막상 우리는 그 심각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해결을 위한 대안도 찾기 어려워하는 상황이다.
김보호 학생은 몇 해 전부터 유행하고 있던 ‘방 탈출 게임’을 온난화, 열탕화 등과 연계함으로써 간접 체험을 통한 심각성을 학생이 직접 체험하자는 취지에서 체육대회 또는 게임 형태의 수업을 제안해 보기도 하였다. 즉,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과학적 지식을 간략히 단계별 퀴즈로 구성하고, 정답을 늦게 맞출수록 시간 지체에 따른 ‘방’의 온도가 지구처럼 올라가는 경험을 하도록 하는 창의적 발상을 반영한 것이었다. 물론, ‘안전’의 문제를 사전에 고려해야 하고, 실현이 가능한 물리적 환경에서 진행해야 하며,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의 요소에 따른 ‘적절한 수준의 신체활동’ 관련 내용 및 생태 교육을 연계한 목표와 평가도 일관성 있게 계획되어야 한다.
V.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의 ‘스포츠’ 영역 중 중학교 ‘생태형 스포츠’ 신체활동 중 하나인 ‘사이클링’ 수업을 장기적으로 실천 및 적용하는 과정에서, 중학생들의 관점과 사고 및 오감을 통한 ‘생태 인식’과 ‘생태적 감수성 발달’ 등에 관한 교육적 함의를 밝히고자 하였다. 특히, 그 과정에서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 취지에 적합하도록 내용요소 선정 원리 및 계열화를 고려하여 ‘중등’ 수준에 적합한 생태 체육교육의 실행 과정을 보여주고자, 포토보이스를 활용한 ‘참여적’ 의미와 ‘학생’ 관점의 교육적 반추에 비중을 두고 해석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의 ‘생태형 스포츠’는 2025년부터 중등 학교급 현장에서도 적용되어야 하는데, 학교체육 현장에서도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충분한 시간 속에서 시행착오를 전제로 한 다양한 실천 사례가 이루어지고 교사 수준에서 함께 공유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바람직하고 구체적 수준의 생태 교육의 적용은 학교 ‘체육’ 수업 외에도 다양한 ‘스포츠 교육’ 현장을 통해 확산이 가능하며, ‘생태 체육교육’의 중요성과 장기적 학습의 결실이 점차 지역사회를 비롯한 사회적 수준까지 파급되고 공유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생태적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현장 맞춤형 실천 방향을 구체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인간의 자연에 대한 존중, 자연과의 관계 속 인간의 역할과 책임, 생태와의 상호작용과 조화, 생명에 대한 인간의 관심과 사랑 등 선한 의도와 출발이 학습 목표에 반영되고 내용요소 및 평가로 일관성 있게 연결되도록 하되, 신체활동 형식이나 수준과 연계하여 계열성을 반영할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특히, 학교체육에서는 교육과정 수준별(국가수준, 지역수준, 학교수준, 교사수준)로 구체화된 가이드라인과 핵심 내용을 제시하되, 학교급을 고려하여 교사와 학생에 맞추어 설계되도록 하고, ‘체육’ 수업을 통해 ‘생태 의식’이나 ‘생태 소양’(생태 리터러시)이 ‘스포츠 소양’과도 잘 어우러지며(김원정, 2023), 자연스럽게 생태적 감수성을 발달시키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육’이라는 것이 무릇 학교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생태 교육’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공간과 장소에 대한 제한을 받지 않고 문화공동체의 맥락에서도 충분한 공유와 확산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생활체육에서 사이클링 외에도 플리킹, 플로깅, 플로킹, 스윔픽, 비치코밍 등 일반인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함께 언제든지 동참할 수 있는 활동을 신체활동과 연계하고, 남녀노소를 막론한 동호회 수준, 지역사회 소규모 모임, 교사 공동체 등의 차원에서 구성원이 모두 경험하고 실천하며 생태적 감수성을 자연스럽게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과 풍토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Orr(2014)도 언급했듯 아이들이 ‘생태적 감수성’을 증진하는데는 훌륭한 공동체와 그 안에 함께 존재하는 성인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요컨대, 인류세를 직면한 인류의 바람직한 대안은 인간의 가치와 신념, 문화, 제도 등의 변화를 통한 사회적 혁신도 수반될 때 비로소 가능하며, 자연과 공존이 가능한 환경은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존재로 거듭날 때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구방법론적 제언과 관련하여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포토보이스를 단계별로 적용해 보면서 8단계를 제시한 Latz(2018)의 방법론을 따라, 1단계부터 전시 또는 확증 단계(8단계)까지 모두 적용하여 교육이나 생태 체육교육의 실천 사례를 적극적으로 수행해 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특히, 포토보이스를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인 연구, 참여, 행동, 사회변화는 비판적 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유용한 교육적 요소(Liebenberg,2018)이며, 연구참여자의 주체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진’을 매개로 연구참여자의 실천적 지식 생산 및 전이를 촉진시킬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둘째, 생태 교육이나 생태 감수성, 자연 및 신체와 관련된 체육 활동 등 교육 분야나 스포츠 분야의 연구에서 적극적인 ‘감각’이나 ‘오감’의 활용이 질적 연구 방법으로 매우 유용하였다. 해외에서도 다이버들의 수중 행동을 연구한 Merchant(2011)도 ‘감각 체계’를 개인의 환경 해석에 대한 인식의 총합으로 간주하며 세상을 해석하고 판단하는데 ‘감각’이 중요하다고 했던 만큼, 연구 환경이 제한되어도 적극적 질적 자료 수집과 분석, 재해석 등을 통한 다양한 적용과 다각적인 시도가 더욱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향후 ‘학생’의 사고와 학습 과정에 초점을 둔 체육 수업 및 스포츠교육 현장, 장애인 대상의 특수 체육과 교육, 의사소통이나 타당한 질적 자료수집이 어려운 유·청소년 또는 노인 대상의 신체활동 및 장기간 학습에 관한 연구에서 특히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