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선택중심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을 기반으로 학생 스스로 원하는 과목과 수준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성장을 지원하는(강창동, 2004; 교육부, 2017) 능동적 교육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미래 교육 개혁 동향의 일환 중 ‘학습자(학생) 주체성’(Learner Agency)(OECD, 2019)이 강조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종래 주입식 교육, 입시 위주의 교육, 양적 성장 중심의 학교 교육(김재웅, 2011)의 패러다임에 벗어나 학생이 ‘배움의 주체’로서 학교 교육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인식(이상은, 2022: 81)을 공유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교육부는 정부 주도하에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미래 지향적인 제도이자 정책으로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7차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수준별 교육과정 도입 이후,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선택교육과정 확대 편성,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고 학교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시도하였다.
이러한 개혁 조치가 실행되었음에도 학교에서 실제로 운영된 선택중심 교육과정은 ‘학생의 선택’이기보다는 ‘학교의 선택’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었다(소경희, 2002). 또한 선택중심 교육과정에는 ‘선택’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부족하고, 선택의 ‘주체’를 강조하면서 교육과정이 왜곡되기도 하였으며(홍후조, 2002), 정책 집행 과정에서 적용의 어려움이 있는 등(김재웅, 2011)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단위 학교에서는 의도된 교육과정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김재웅, 2011). 선택중심 교육과정의 제도와 운영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체제 안에서 고교 교육과정 운영 전반의 변화를 촉발하는 기제로서 고교학점제를 추진하였다. 고교학점제 정책에서 선택중심 교육과정은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고 실질적인 선택과목 확대가 가능하도록 고교교육을 개편하고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을 실현하고자 하였다(교육부, 2017). 고교학점제를 도입한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진로 선택과 학습 능력에 따라 원하는 과목과 수준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형 교육과정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후 개정된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생 개별 맞춤형 교육과정을 지향하고, 고교학점제 기반의 교육과정 체제를 마련하는 등의 주요 변화가 이루어졌다(김종훈, 2023: 158).
특히, 고졸 기능·기술 인력양성에 초점을 둔 특성화고는 경직된 학과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인해 미래산업·직업 세계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으며(나승일 외, 2010; 박동열, 2017),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증가(임언 외, 2019), 직업계고 입학 정원감소(김종우 외, 2021) 등 기존 학교 교육의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하나의 대안으로 학생이 자신의 능력과 진로에 따라 학습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맞춰 전공을 이수하는 장치가 마련될 필요성이 있었다. 이에 따라 특성화고에서도 고교학점제 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하였으나 직업계고의 고유한 교육목표와 인재상, 지향점이 다르므로 교육부(2021:1)는 이를 고려한 「직업계고 학점제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직업계고 고교학점제는 “학교 체제 및 교육과정 운영 시스템의 유연화”를 통해 “학점을 기준으로 학습의 질과 양을 관리하고 다양한 학습 경험의 누적이 학력·자격과 연계되도록 함으로써 직업교육 혁신”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교육부, 2017). 직업계고 고교학점제에서의 선택중심 교육과정 또한, “외부 연계 교육과정 활성화”, “학교밖 학습경험 인정 방안”, “융합형 전문 인력 양성” 등 유연하고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자 하였다(교육부, 2017).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특성화고에서 고교학점제 정책을 통한 선택중심 교육과정에 관한 선행연구와 논의는 극히 드물다. 학점제 선택중심 교육과정 정책에 대한 교사들의 부정적인 인식(김수민, 2023), 학생 선택중심 교육과정의 운영상의 어려움과 문제점(안재영·임해경, 2021)에 대한 선행연구가 있으나 대부분의 연구는 직업계고 선택 교육과정 운영상의 어려움과 교사들의 인식(우원재, 2019; 송낙현, 2021; 장영훈, 2022; 한주희, 2020)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일반계고의 선택중심 교육과정 선행연구(이상은, 장덕호, 2019; 이주연, 우라미, 2021; 임유나, 2023; 장봉석, 2017; 황재운, 임종헌, 안영은, 2023)와 비교해서 연구의 넓이와 폭이 지극히 부족한 편이다.
특성화고는 학생 모집 미달과 고졸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지속적인 학과 개편과 NCS 교육과정, 고교학점제 선택중심 교육과정, 도제학교, 중앙부처 및 지자체의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을 통해 자체적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성화고는 일반고와는 다른 독특한 상황과 변화 속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선택 중심 교육과정의 개편이 단위 학교와 학교 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특성화고 학점제 정책과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를 다룬 연구로는 류지은 외(2021)의 연구가 있으며, 이 연구는 직업계고를 중심으로 고교학점제의 성과관리 모델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해당 연구는 고교학점제 정책에 초점을 맞춘 탓에, 특성화고의 선택 중심 교육과정 자체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거나 그 효과성을 심층적으로 평가하지는 못하였다. 특성화고 선택중심 교육과정에 대한 정보는 비체계적으로 수집되고 있고(박동열 외, 2019) 성과 또한 취업률과 같은 단순하고 정량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교육과정에 대한 대내외적 여건, 학생과 교사의 요구사항, 운영, 성과 등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는 평가지표는 부재한 상황이다. 따라서, 특성화고 선택 중심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내용과 수준을 파악하고 이를 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체계는 단위학교의 운영 현황을 진단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학생들이 선택 중심 교육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육적 효과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나아가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선택 중심 교육과정의 평가지표를 개발하여, 특성화고에서 선택 중심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환경과 지원, 운영의 충실도를 진단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자 한다. 교육과정 평가지표 개발은 교육과정과 관련된 중요한 환경적 요소나 단계들을 밝혀낼 수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관계가 확립되어 있는 평가모형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신연주 외, 2018). 이를 위해 교육과정의 결과뿐만 아니라 상황과 맥락을 가장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CIPP 평가 모형을 사용하였다. CIPP 평가 모형은 교육과정의 전 과정(process)을 평가하는 장점이 있고 더불어 평가 결과에 대한 의사결정권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며 평가와 책무성 간의 관계를 정립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Lien, Hung, & McLean, 2007).
본 연구는 특성화고 선택 중심 교육과정의 성과를 단순히 평가하는 것을 넘어, 교육과정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과정 중심 평가를 통해 의사결정에 필요한 체계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고자 한다. 또한, 학교 구성원의 요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는지를 판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특성화고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CIPP 모형을 기반으로 평가지표를 개발하고자 하며, 이에 따른 주요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II. 이론적 배경
특성화고의 선택중심 교육과정은 7차 개정 교육과정부터 도입되었다. 이 당시 실업계 고등학교에서는 개별 학생의 관심과 진로에 따라 과목 선택권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으며 지역 교육청과 학교에서 계열과 전문교과목의 신설과 운영, 이수 단위 증배 등을 조정할 수 있다고 고시하였다(교육부, 1997). 하지만, 실제로는 학교가 선택한 과목에서 학생이 선택하는 형태로 진행되어 학생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이병욱, 2005; 이용순 외, 2005).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실업계 고등학교의 공통 교육과정 기간을 줄이고 선택 교육과정의 기간을 늘려 학습자의 부담을 경감하고자 하였다(조진호, 2021). 또한, ‘학교자율과정’이라는 새로운 단위 배당 기준이 신설되어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맞춘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하였지만, 학교의 선택권이 늘어났기에 학생의 선택권은 이전보다 축소되었다고 볼 수 있다. 표면적으로 선택중심 교육과정은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춘 과목 선택을 목표로 하지만, 여전히 학교의 주도로 진행되어 학생의 진정한 선택권이 제한된 상황이었다.
이어서 2015 개정 교육과정 편제는 보통 교과와 전문 교과로 구분되고, 보통 교과는 다시 공통 과목과 선택 과목으로 구성되며, 선택 과목은 일반 선택과 진로 선택으로 구성되었다. 선택 과목을 이렇게 구성한 것은 ‘공통 과목’을 통해 기초 소양을 함양한 후 학생 각자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맞춤형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전문교과의 경우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부터 NCS 기반 교육과정이 직업계고에 도입되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전문교과 체제에서 전문공통과목, 기초과목, 실무과목 3개의 과목체계구조로 변경되었으며(교육부, 2015) 실무과목은 NCS 기반에 근거하여 운영계획과 교수·학습이 이루어졌다(교육부, 2015). NCS 기반 교육과정은 기존 직업계고의 직업교육에 비해 현장성을 강화할 수 있었으며 교육과정과 자격 간 연계가 강화되었다는(이병욱, 안재영, 강철민, 2015) 장점을 갖고 있으나, ‘직업을 위한 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온전히 학생의 진로에 따른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기 보단 노동시장 진입을 수월하게 하는 현장형 인재 양성을 지향하고 두고 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전영욱, 류지은, 2018; 조진호, 2021).
이외에도 특성화고 선택중심 교육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제도와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일부 특성화고에서는 과정평가형 자격제도와 도제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과정평가형 자격제도는 학생들이 과정평가형 자격과 연계된 전공과정을 선택하여 이를 이수하는 형태로 교과선택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교육부, 2017). 이는 학생들이 단위 과목이 아니라 단위 과목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특정 전공 과정을 선택하는 것으로 과정평가형 자격제도 등이 교육훈련 시수 과중, 교과가 아닌 특정 전공 과정을 선택하는 방식, 자격취득 과정과 별개로 자신의 흥미에 맞는 교과 선택권이 사실상 제한되고 있다(전영욱, 류지은, 2018). 도제 학교 프로그램에서도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있지만 OJT(기업에서의 현장 실습)가 전체 프로그램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학생선택능력단위’2)를 편성·운영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안재영, 2018) 학교에서 선택중심 교육과정의 취지를 온전히 이행하기는 어렵다. 즉,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특성화고는 NCS 기반 교육과정, 과정평가형 자격제도,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현장학습, 정부부처 연계 사업 등은 복잡하고 이질적인 영역의 공공과 민간기관에서 운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김지영, 2023) 단위학교에서도 교육과정 편성·운영시 혼란을 느끼고 있으며 각각 정책과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과도한 수업시수는 학생의 교과 선택권이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작금의 현실에서 직업계고 학점제에서의 선택중심 교육과정은 ‘과목 선택권 확대’를 중심으로 교육과정 다양화로서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교육부(2021)가 발표한 직업계고 학점제의 교육과정 운영모형은 “학교가 인력양성 유형과 학생의 진로 및 취업 경로에 따라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모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직업계고 학점제 교육과정 운영모형으로 명명되었지만 교육과정 모형 내용은 학교가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과정을 우선적으로 제시하고 학생들이 해당 교육과정 모형안에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이 교육과정 운영모형은 연구·선도학교의 사례를 바탕으로 연구하여 정립된 상태이기 때문에 학교는 8가지의 교육과정 운영 모형(교육부, 2021)(<표 1> 참고)에서 학교의 특성, 환경과 중장기 발전계획을 고려하여 선택할 수 있다.
출처: 교육부(2021.3.16.) 직업계고 학점제 추진계획.p 17, 박동열 외(2020). 2020학년도 직업계고 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안내서, p61-69를 중심으로 재구성
직업계고 학점제 교육과정 운영 모형의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23학년도를 기준으로 세부전공 코스형을 계획한 직업계고 학교가 89.2%, 타학과 융합형의 경우 73.6%인 반면, 블렌디드 학습형은 1.9%, 1:1 매칭형은 3.7%, 후학습 지원형은 9.9%만 계획하고 있다(이상훈 외, 2023). 이는 8개의 세부모형이 구조적 완결성 속에서 동등한 위상을 갖는 모형으로 구성되었으나, 실제로는 학교 및 학과에 따라 운영 비율이 다르며 몇몇 세부모형의 경우 해당 모형의 도입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이상훈 외, 2023). 예를 들어 후학습 지원형의 경우 기초학력 보완과 보통교과 선택권 확대를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었지만 전체적인 편성 비율이 낮고(9.9%), 특성화고(10.4%)보다 마이스터고(13.0%)의 편성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이상훈 외, 2023).
운영 모형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직업계고 학점제의 선택중심 교육과정은 특성화고가 학교의 특성과 인력양성 유형에 따라 교육과정을 편성한 후에 학생이 과목을 선택하는 구조로, 완전한 유연성을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선택중심 교육과정은 기존의 학과 체제로 정해진 교육과정보다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며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체제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선택중심 교육과정보다 더욱 구체적이고 발전된 형태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수정 외(2021)의 연구는 학생의 진로와 적성을 반영한 선택중심 교육과정 모형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와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였다. 특히, 직업계고 학점제의 선택중심 교육과정에서 강조되는 타학과 융합 및 부전공 이수형은 특성화고 학생의 융복합 역량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강점으로 평가되지만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한 명확한 정의의 부재는 운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고, 학교 현장의 변화가 소극적으로 진행될 위험을 갖고 있다. 또한 직업계고 학점제의 선택중심 교육과정 정책은 교육과정의 양적 다양화를 이루었으나, 질적 의미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연구·선도학교가 아닌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할 것인지, 양상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구체적인 현상도 탐구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 평가의 목적은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필요한 정보를 종합하고, 명료하게 이해하여 교육과정의 실천 자체를 개선하고, 교육과정의 영향력과 결과를 점검하기 위함이다(Owen, 2020). 이를 위해 배호순(2000:45)은 교육과정 평가를 교육과정 자체(개발, 개선 정당화), 교육과정의 운영 및 실천(합리화 및 정당화, 개선, 책무성, 자율성 등), 교육과정의 성과 및 영향(교육목표 달성도, 의사결정 등)의 세 가지 측면을 중심으로 판단하였으며 이성호(2004:443)는 교육과정 평가의 측면을 교육과정 목표의 확인과 정당성, 교육과정 계획과 운영의 일치성, 교육내용의 범위, 교수학습 자료의 적절성, 교육과정의 사회공헌도, 비용 대비 효과성 등으로 구분 지었다. 본 연구에서는 학교 교육과정 질 제고를 위해 교육목표, 교육과정 계획 및 운영, 교수·학습 과정 및 실행, 성과 및 영향과 같은 결과를 포함한 교육과정 제 요소에 대한 체계적인 절차와 평가(박일수, 2010; 배호순, 2000; 이성호, 2004)를 교육과정 평가로 개념화하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 맥락에서 교육과정 평가는 국가 주도로 개발 및 고시된 교육과정이 지역 교육청을 거쳐 학교와 교실 수준에서 잘 시행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체계적이고 총괄적인 활동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주로 국가 교육과정의 질 관리(김재춘, 1998)를 목적으로 ‘교육과정 모니터링’이라는 이름 아래에 시행되었다(김혜숙 외, 2018; 배주경 외, 2019;). 교육과정 모니터링은 국가, 시·도 교육청, 학교 수준에서 자기 점검, 면담 조사, 설문조사, 수업 관찰 및 수업 성찰을 통해 교과 교육과정이 실행되는 양상을 점검하는 방식으로(배주경 외, 2019) 실행되었는데 이는 교육과정의 질 관리를 위해 단계별 절차와 목적의 적합성과 정당성을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평가하는 과정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의 중등단계 직업교육 관련 교육과정 평가는 이병욱(2002), 신연주 외(2018), 허희옥 외(2017)의 연구로 소수의 연구만이 이루어져 왔으며 특히, 직업계고 대상 고교학점제 정책이 목표로 한 교육과정의 다양화와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평가하는 연구는 부재하다고 볼 수 있다. 특성화고에 선택중심 교육과정이 2022년에 전면도입 되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교육과정 운영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과정의 장점과 가치를 판단하여 교육과정의 효과에 대해 체계적으로 사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의사결정 지향평가 중 대표적인 Stufflebeam의 CIPP 평가모형을 활용하고자 한다. CIPP 평가모형은 의사결정자인 학교관리자와 교사가 특정 기준에 따라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각 의사결정 대안의 상대적 장단점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며 합리적이고 질서 있는 방식(Walberg & Haertel, 1990)으로 평가된다. CIPP의 평가의 주된 목적은 “증명”(to prove)보다는 “개선(to imporve)”이며, 의사결정을 위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으로서의 개념을 강조한다(Stufflebeam, 2000:31).
구체적으로 CIPP 평가모형은 상황평가(Context evaluation), 투입평가(Input evaluation), 과정평가(Process evaluation), 결과평가(Product evaluation)로 나누어진다. 상황평가는 “학교라는 그룹의 요구를 명확히 파악한 후, 목적을 설정하고 성과를 판단하는 지표를 제공”한다(Stufflebeam, 2000:39). 따라서 대상자(그룹)의 정의, 대상자의 요구, 방해요인, 자원, 개선 지향적인 목표설정을 위한 기준, 개선의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으며, 상황평가를 통해서는 목표 확인을 위한 요구, 문제, 기회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투입평가의 주요 지향점은 “필요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 행동의 과정들을 묘사”하는데 있다(Stufflebeam, 2000:44). 이 모형은 구성원들이 대안을 평가하고 찾을 때 “최선의 것을 구매(best buy)”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투입평가를 통해서는 주어진 목표달성을 위한 대안적 전략들의 장단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세 번째 과정평가는 “실행되고 있는 계획에 대한 계속적인 점검”을 하는 것이다(Stufflebeam, 2000:47). 학교 구성원들에게 교육과정이 계획에 따라 효율적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한 사항을 비롯한 효과적인 가용자원의 활용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이 목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과정평가를 통해서 프로그램의 일정과 계획준수 사항, 효과적인 가용자원의 활용성, 진행의 원활성 등에 대한 정보와 더불어 계획이 필요하였으나 계획되지 못했던 부분이나 계획의 수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네 번째 산출평가는 “해당 교육과정의 성취도를 측정하고 해석하며, 판단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Stufflebeam, 2000:51). 성취 업적들이 목표와 일치하는 정도를 비롯하여 해당 교육과정의 성공 여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게 되며, 다른 대안 교육과정의 성과와 비교할 수도 있다. 또한, 산출평가는 의도된 효과와 의도되지 않은 효과,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 등 모두를 포함한 교육과정 전반의 효과를 점검할 수 있다(Stufflebeam, 2000). 이 연구는 특성화고 선택중심 교육과정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 전반을 포괄적인 과정 중심 평가를 통해 의사결정에 체계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고 학교 구성원의 요구사항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판단함으로써 궁극적인 특성화고 교육을 개선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기에 CIPP 모형에 근거한 평가지표를 개발하고자 한다.
III. 연구방법
본 연구는 CIPP 모형을 활용한 교육과정 평가지표 개발에 대한 문헌 고찰, 그리고 전문가로 구성된 집단의 전문적 판단에 근거하여 특성화고 선택중심 교육과정 평가지표를 개발하였으며, 특성화고 고교학점제 기반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운영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활용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단계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첫 번째로 교육과정 및 교육프로그램 평가요소를 탐색하기 위해 CIPP 평가모형을 적용한 교육과정 또는 교육프로그램의 평가도구 및 평가지표에 대한 선행연구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교육과정 및 교육프로그램의 각 평가단계에서 공통적으로 주요하게 나타나는 평가요소를 추출하였다. 이를 위해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에서 ‘교육과정 평가’, ‘교육프로그램 평가’로 검색한 후, 총 40개의 연구(KCI 등재지는 23건 학위논문은 16건, 보고서 1건)를 살펴보았으며 이중 CIPP 모형을 적용하고 평가요소 및 평가지표의 설명까지 나와 있는 10개의 문헌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두 번째로 선행연구를 통해 도출된 평가요소를 바탕으로 특성화고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한 교사 6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면담과 선행연구를 통해 평가지표를 추가 개발하거나 수정하였다. 이 단계에서는 델파이 조사지를 구성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특성화고 선택중심 교육과정에 대한 예비 평가지표까지 개발하였으며 4개의 평가단계와 17개의 평가요소를 추출하였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델파이 조사를 활용하여 선택중심 교육과정 평가지표의 타당성을 갖추고자 하였다. 델파이 조사에서 전문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지식, 경험, 영향력, 동일집단 혹은 이질적인 집단 등을 고려하여(Baker, Lovell, & Harris, 2006) 선택중심 교육과정에 대해 전문적인 의견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총 13명의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였다. 델파이 조사 방법은 선행연구 분석을 통해 구안한 평가요소와 지표 초안을 제시하고, 전문가 패널들에게 응답을 요청하는 형태로 진행되었으며 자유응답식 문항구조가 아닌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제공하여 평가영역의 타당성을 검증받고, 새로운 의견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는 수정 델파이 방법(Modified Delphi Technique)을 사용하였다.
델파이 조사는 총 3차에 걸쳐 진행하였는데 1차 조사의 경우 전문가 그룹 13명 전원이 참여하였고, 2·3차 조사에서는 12명이 참여하였다. 1차 조사는 2022.11.9부터 11.18까지, 2차 조사는 2022.12.1.부터 12.6까지 3차 조사는 2022.12.12.부터 12.15까지 실시 되었으며 델파이 설문지는 전문가들에게 질문지를 이메일로 발송 및 회수하였다. 설문지는 평가지표의 적절성을 Likert 5점 척도(1: 매우 타당하지 않음, 5: 매우 타당함)로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고, 문항마다 부적절하거나 수정이 필요한 사항, 보완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기술할 수 있는 의견란을 포함하여 제작하였다. 이상의 절차를 요약하면 다음 <표 2>와 같다.
특성화고 선택중심 교육과정 평가지표 타당성을 위해 델파이 조사를 실시하였다. 전문가 그룹의 크기와 관련해서 Baker 외(2006)는 초창기 델파이 연구에서 7명 이내의 전문가 집단으로 선정하였으나 신뢰성 있는 연구를 위해 20명 이내로 구성하는 것이 오차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노승용(2006)도 델파이 조사에서의 전문가는 최소 10명 이상을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참여하는 전문가의 시각을 다양하게 선발함으로써 시각의 편향에 따른 왜곡현상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선택중심 교육과정 정책에 대해 전문적이고 학교현장의 의견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을 교사 집단, 연구자 집단으로 나누었고 총 13명의 전문가를 선정하였다. 구체적으로 전문가 그룹은 <표 3>과 같이 대학원에서 교육학, 직업교육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선택중심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있는 연구자 7명과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주도적으로 운영했던 교사 6명을 대상으로 구성하였다. 연구자 그룹 7명 중 4명은 직업계고 대상의 고교학점제가 초창기 도입되었을 때부터 참여한 연구자로 선택중심 교육과정이 학교현장에서 어떻게 운영될 수 있을지 정책에 참여한 연구자이며 그 외 연구자 2명은 직업계고 교육정책 및 교육과정 전문가이다. 마지막 1명은 고교학점제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학술지 및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자이다. 교사 집단은 학교의 교육과정 전문가로서 평가지표의 적절성과 현실성을 조언해 줄 수 있는 특성화고 대상 고교학점제 선택중심 교육과정 운영 경험을 주도적으로 해본 4명의 교사와 직업계고 교육과정 컨설턴트 경험이 있는 2명의 교사를 선정하여 진행하였다.
본 연구는 문헌연구와 델파이 조사 결과의 타당도를 분석하기 위해 변동계수(CV), 내용타당도 비율(CVR), 합의도, 수렴도를 구하였다. 먼저 안정도 검증은 반복되는 설문 과정에서 패널들의 설문 응답의 차이가 적어서 응답의 일치성이 높은 경우 안정도가 확보되었다고 본다. 변동계수가 05. 이상인 경우 추가적인 설문이 필요 없으며 0.5∼0.8인 경우 비교적 안정적이라 할 수 있다(노승용, 2006).
다음으로 내용타당도는 해당 검사를 구성하는 문항들이 측정하고자 하는 내용이 전체의 문항을 대표할 수 있도록 문항들이 표집이 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내용타당도 비율은 전체 응답한 패널의 비율이 50% 이상일 때 해당 문항의 내용이 타당하다고 보고 있으며 타당하다고 응답한 패널의 비율이 50-100% 사이일 때, 내용타당도는 0과 1 사이에 있게 된다. CVR 값은 Laswhe(1975)가 제시한 데이터에 의해 델파이 조사에 참여한 패널 수에 따라 최소값이 결정되며 유의도 .05 수준에서 CVR의 최소값 이상을 가진 문항만이 내용타당도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Laswhe, 1975:568). 본 연구의 전문가 패널을 13명이므로 CVR 값이 .54이상인 지표만이 내용타당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 다른 델파이 패널들의 의견 타당도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전문가 패널의 의견수렴과 합의정도를 분석함으로써 제시할 수 있다(이종성, 2001). 합의도와 수렴도를 나타내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Mdn은 중앙값이며 Q, Q3은 각각 1사분위와 3사분위의 계수로 전체 사례 수의 누적값 중 25%, 75%를 의미한다. 이 연구에서는 델파이 1,2,3차 조사결과 합의도가 .75이상, 수렴도가 .50이하이면 전문가들의 의견이 합의점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하였다(이종성, 2001). 이 외에 전문가의 주관적인 의견을 제시한 경우 전문가 두 명 이상 공통으로 지적하였거나 한 명의 의견이라도 연구자가 의미 있다고 판단될 때 그 의견을 채택하였다.
IV. 연구결과
본 연구는 문헌고찰을 통해서 특성화고 고교학점제 기반 선택중심 교육과정의 평가요소, 항목과 지표를 탐색하였다. 이를 위해 CIPP 평가모형을 적용한 연구 중 평가요소 및 지표가 제시된 문헌을 중심으로 분석하였고 CIPP 평가모형을 적용하지 않은 선행연구 중 특성화고의 특성과 환경을 반영한 경우 평가지표 개발시에만 참고하였다.
직업교육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는 취업률, 자격증 취득 수, 직무 역량 증진과 같은 실제적이고 측정 가능한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일반고의 교육과정 평가와는 다르게 진행되어야 한다. 특성화고를 포함한 직업계고 교육과정 평가지표에 관한 연구는 이병욱(2002)의 연구가 유일하며 직업계고와 관련된 다양한 평가 연구로 허희옥 외(2017)는 직업교육의 성과 분석 모형을, 신연주 외(2018)는 특성화고의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지표를 개발하였다. 이 세 연구는 모두 CIPP 평가 모형을 활용하였으며 이 연구를 중심으로 평가지표를 구안하였다. 그 외 중등 및 고등교육단계에서 CIPP 평가 모형을 활용한 이화진(2011), 강진아(2013), 서상완(2018), 구경호, 남수미(2019), 강지혜, 손복은(2021), 김수란, 이선경(2021), 이소영(2021), 차봉은(2021)의 선행연구들을 참고하여 CIPP 모형의 각 영역벌 프로그램 평가지표를 도출하여 내용분석법과 빈도 수를 적용한 후 각 차원별로 분류하여 공통부분을 추출하였다. 그 결과 <표 4>와 같은 평가요소가 추출되었다.
본 연구에서 선행연구 고찰과 전문가 면담을 통하여 추출된 17개의 평가요소는 다음과 같다. 상황평가에서는 ‘요구분석’, ‘교육목표’, ‘환경분석’ 순으로 주요한 평가요소가 추출되었고, 투입평가에서는 ‘교육과정 설계’, ‘교수자 지원’, ‘물적지원’, ‘지원체제’, ‘교육내용’이 추출되었으며 물적지원은 학교 교육의 특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학습환경 지원으로 평가요소 명명을 변경하였다. 과정평가에서는 ‘교육과정 운영’, ‘평가과정’이 선행연구로 도출되었고, 고교학점제 선택중심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진로지도가 강조되면서 전문가 면담에서 강조된 진로지도 평가요소가 추가되었다. 산출평가의 주요 평가요소는 ‘만족도’, ‘학생변화’, ‘환류’, ‘목표달성’, ‘성취도’가 주요 평가요소로 추출되었는데 ‘성취도’ 평가요소는 ‘학생변화’의 평가요소에 포함된 관계로 요소를 합하였다. 아울러 ‘현업 활용도’, ‘취업(진학)률’의 평가요소는 직업계고 목적과 연관된 성과이기에 평가요소로 선정하였다.
CIPP 평가 모형을 지표로 각 평가영역을 평가요소와 지표(문항)로 구분하였고 이를 개발하기 위해 관련 선행연구를 참고하였다. 상황평가의 평가항목와 이에 근거한 평가지표는 다음과 같다. 요구분석은 국가 수준 요구분석, 학생 요구분석, 학교 구성원 요구분석(이병욱, 2002; 이화진, 2011; 차봉은 2021)으로 추출되었고 교육목표는 교육과정 목표 개발, 목표와 교육과정과의 연계(신연주, 2018; 이병욱, 2002)로 구성되었다. 환경분석은 학교 내·외여건 분석의 충실성(김수란, 이선경, 2021; 신연주, 2018)이 평가항목 및 지표로 구성되었다.
투입평가의 평가항목과 지표 역시 기존 선행연구와 전문가 면담을 바탕으로 추출되었다. 교육과정 설계에서는 교육과정(수업) 개발 및 체계화(구경호, 남수미, 2019; 김수란, 이선경, 2021; 이병욱, 2002; 이화진, 2011), 학습자 중심 교육과정은 선행연구(구경호·남수미, 2019; 김수란·이선경, 2021)와 전문가 면담을 중심으로 평가항목 및 지표를 제시하였다. 교수자 지원에서는 부서 권한과 역할 부여의 명확성(이소영, 2021), 교수능력 개발 지원의 적절성(이병욱, 2002; 이소영, 2021), 교원 수급 및 배치는 전문가 면담과 이병욱(2002)의 연구로 평가항목과 지표가 도출되었다. 학습환경 지원은 시설·예산지원(신연주, 2018; 차봉은, 2021)이 지원 체제는 고교학점제 선택중심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현 단계의 지원체제를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여 전문가 면담을 통하여 교육과정 운영 지원 조직 및 외부 협력이라는 평가 항목과 지표를 개발하였다. 마지막으로 교육내용 구성은 강진아(2013), 이화진(2011)의 연구를 바탕으로 평가항목과 지표를 구성하였다.
과정평가의 평가항목 및 지표는 교육과정 운영과 평가과정으로 나뉜다. 교육과정 운영은 강지혜, 손복은(2021), 차봉은(2021)의 선행연구와 전문가 면담에 의해 교육과정 운영이 원활성, 교육과정 운영의 충실도, 학교 구성원 요구분석으로 평가항목과 지표가 구성되었다. 평가과정은 평가 계획 이행의 충실성(이소영, 2021), 학생 평가 운영(차봉은, 2021), 만족도 조사(구경호, 남수미, 2019)는 선행연구를 통해 도출되었으며 최소 성취수준 미도달자에 대한 보충학습 과정운영과 과정중심 평가의 항목은 고교학점제 정책에서 나온 특징적인 내용으로 전문가 면담을 통해 도출되었다. 과정평가의 진로지도 항목 역시 고교학점제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서 전제되어야 할 내용으로 각 단위학교에서 진로지도와 과목 선택의 연계가 각 단위학교에서 운영되는 방식을 평가할 필요성에 대해 전문가 면담에서 도출되어 대학 진로서비스 평가지표를 개발한 고재성(2006)의 논문을 참고하여 평가항목과 지표를 구성하였다.
산출평가의 평가항목 및 지표는 첫째, 학생변화는 정성적 변화, 역량 및 인식 변화, 학업성취는 구경호, 남수미(2019), 신연주(2018), 차봉은(2021)의 연구와 사전면담을 중심으로 구성하였으며 만족도는 구경호, 남수미(2019)의 연구를 통해 도출되었다. 목표달성은 강지혜, 손복은(2021), 김수란, 이선경(2021), 서상완(2018)의 문헌을 통해 교육과정 성과평가와 목표달성도로 구분하였으며 현업활용도 평가요소는 현업활용도에 대한 교사 인식(이소영, 2021; 이화진, 2011)으로 도출되었다. 취업/진학률은 전문가 면담과 이화진(2011)에서, 환류는 차봉은(2021)의 연구를 통해 환류체제 관련 평가항목과 지표가 개발되었다. 문헌연구와 면담을 통해 개발된 특성화고 선택중심 교육과정 평가 요소와 지표는 CIPP 평가 모형에 따라 상황평가에서 요구분석, 교육목표, 환경분석으로 평가지표 20개이며 투입평가에서 교육과정 설계, 교수자 지원, 물적지원, 지원체제, 교육내용으로 평가지표 38개로 도출되었다. 과정평가에서 교육과정 운영, 평가과정, 진로지도로 평가지표 21개, 산출평가에서는 학생변화, 만족도, 환류, 목표달성, 취업(진학)률, 현업활용도로 평가지표 38개가 개발되었다.
문헌연구와 면담 분석을 통하여 도출한 평가요소, 항목 및 지표의 내용타당도, 수렴도, 합의도를 살펴보기 위하여 델파이 연구를 수행하였다. “델파이 조사는 지식을 공유하는 전문가들이 지식을 구축하는 건설적인 노력의 과정”(Kennedy, 2004:505)으로 델파이 조사 기법을 교육연구의 다양한 분야 중 평가지표를 개발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이종성, 2001). 본 연구에서는 반구조화된 문항의 형태 즉, 수정 델파이 방법(Modified Delphi Technique)을 사용하였으며 총 3회의 델파이 조사 중 1차 델파이 설문지는 평가영역과 지표에 대한 각각의 타당성에 대해 리커트 5점 척도로 응답하도록 구성하였다. 평가지표 초안은 전문가 패널이 응답한 결과를 평균, 표준편차, 긍정률(%)과 같은 기술통계와 최빈값, 중앙값, 사분범위 등의 집중 경향치, CVR을 바탕으로 정리하여 수정하고 보완하였다.
1-3차 델파이 조사 결과 평가요소에 대한 타당성 정도는 모든 평가 단계에 있는 모든 평가요소의 평균 점수가 5점 척도에서 1차 4.0, 2차 4.3, 3차 4.3 이상이었으며, 표준편차는 1차 0.5-1.09, 2차 0.51-0.77, 3차는 0.38-0.52로 점차 높게 나타났다. 중앙값은 모두 5점으로 평가요소에 대한 타당도는 매우 높게 나타났다. 변이계수가 모두 0.5 이하로 모두 안정적인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CVR은 0.57∼1.00으로 Lawshe(1975)이 제시한 전문가 패널 13명일 때 타당한 수준인 0.54를 넘어서는 것으로 델파이 조사시 평가요소에 제시된 사항은 모두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1차 조사 시 전문가 패널의 공통된 제안사항에 따라 과정평가에서 “진로지도“를 ”진로지도 및 상담“로 변경하였다. 산출평가의 ”현업활용도“와 ”취업/진학률”은 졸업생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해야 하며, 현재 선택중심 교육과정이 운영이 현업활용도와 취업/진학률의 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반영하여 삭제하였다. 2차 조사 시 패널 중 교육내용 구성은 교육과정 설계와 중복된다는 의견을 반영하여 평가요소에서 삭제하였다.
평가지표의 경우 1차 델파이 조사에서 변이계수가 모두 0.5 이하로 모두 안정적인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각 평가지표 중 CVR이 0.54보다 작은 경우 문항을 삭제하거나 전문가 패널의 의견을 바탕으로 지표를 명확히 수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였다. 예를 들어 투입평가에서 패널의 의견을 반영하여 수강신청 기간과 과목에 대한 안내 및 상담에 대한 문항을 추가하였으며, 교육내용 구성에서 각론내용을 선택중심 교육과정으로 편성하였는지에 대한 여부, 교사역량 개발에 대한 지원 문항을 학습공동체와 정보전달에 대한 지표로 나누어 추가하였으며 교육과정지원 조직에 대한 ‘교육과정 지원팀’ 문항과 교사간의 협력적 조직문화에 대한 지표를 추가하였다. 특히 선택중심 교육과정의 목표 달성과 성과에 대한 지표가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을 수용하여 학습목표 달성, 교과목 선택 기회 확대, 교사 교육과정 편성·운영 자율권 확대, 맞춤형 교육, 융복합 인재 양성, 자기주도적 학업 설계 지원 여부에 대한 평가지표를 추가하였다.
2차 델파이 조사의 평가지표에서 하나의 지표를 제외한 모든 지표의 평균이 4.0 이상이었으며 변이계수도 모두 안정적이고 CVR 값 역시 타당성 기준에 부합했다. 합의도와 수렴도 역시 각각 0.7이상, 0.5이하의 기준에 부합하였다. 지표중 CVR값이 0.54보다 작은 지표를 삭제하였으며 투입평가의 지표 중 “학생 선택중심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교과교실(강의실)은 마련되어 있다”는 직업계고의 경우 전문교과 관련 실습실은 비교적 여유가 있는 반면, 보통교과(과학, 영어 및 수학 등)에 관한 교과교실제 운영 계획은 미흡하기에, 이에 관한 내용으로 보통교과와 전문교과로 나뉘어 문항을 수정하였다.
3차 델파이 조사로 도출된 각각의 평가지표 분석 결과는 총 71개의 평가지표 모두 평균 4.0이상을 나타냈었으며 변이계수 또한 모두 0.5이하로 안정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었다. 내용타당도, 합의도, 수렴도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평가 문항은 없었다. 네 문항을 제외한 67개의 내용타당도는 모두 1로 높은 수준의 타당성을 확보하여 최종적으로 평가요소와 지표가 결정되었다.
V. 결론 및 논의
이 연구는 고교학점제 정책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특성화고 선택중심 교육과정의 질 관리, 지속성, 개선점 등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평가지표를 개발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선택중심 교육과정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할 수 있고 의사결정을 강조하는 CIPP 평가모형을 활용하였다. 평가지표 개발을 위해서 CIPP 평가모형을 적용한 교육과정 또는 교육프로그램의 평가도구 및 지표 문헌을 고찰하고 전문가 의견을 참고하였으며, 델파이 조사를 통해 타당성을 확보한 후, 이를 토대로 CIPP 평가모형을 적용하여 평가요소 및 지표를 개발하였다. 본 연구에서 최종적으로 도출된 특성화고 선택중심 교육과정의 평가요소는 15개, 평가지표는 총 71개이다. CIPP 평가모형의 영역별로 도출된 평가요소와 지표를 토대로 본 연구결과에 대한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의 평가요소와 지표는 기존 CIPP 평가 모형을 활용한 선행연구를 기반으로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정책적으로 운영해 온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단위학교의 이해관계자와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고려하여 개발되었다. 예를 들어 상황평가의 요구분석은 선택중심 교육과정의 목적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학교의 이해관계자의 요구분석 단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였으며 투입평가의 교육과정 설계에서는 선택중심 교육과정이 운영되기 전 필요한 수강신청 시기와 방법, 정보 전달, 학업계획서 작성 등 필요한 단계를 학교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실제적인 평가지표를 담고자 하였다. 교육과정 운영에서도 정책에서 지향하는 교육과정 운영 모형과 진로지도 및 상담을 제시하여 학교마다 현황을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지표를 개발하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 성과평가에서는 성과를 과목별 이수율, 성취수준, 취업성과, 취득 자격 수와 같이 정량적인 지표로 개발한 류지은 외(2021)의 연구와 달리 선택중심 교육과정의 목표와 학생들의 학습동기, 자기주도적 학습 방식, 진로역량 등 정성적인 방식의 성과평가로 개발하였다. 이는 선행연구를 통해 개발된 ”현업활용도“와 ”취업/진학률”은 졸업생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해야 하며, 현재 선택중심 교육과정이 운영이 현업활용도와 취업/진학률의 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반영하였으며 허희옥(2017)등 연구의 성과지표와 결이 같다. 정성적 평가의 경우 교사의 보고식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선택 중심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진로와 학습 동기 등 정서적 측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교실에서 직접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가 이러한 변화를 가장 빠르게 감지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둘째, 개발된 평가 준거와 지표의 모든 문항은 전문가 패널의 검증 과정을 거쳐, 내용 타당도인 CVR 값과 합의도, 수렴도를 통해 의견 일치 정도를 확보하였다. 이를 통해 이 연구에서 개발한 특성화고 선택 중심 교육과정 평가 요소와 지표는 타당성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연구 결과는 특성화고 상황에 맞는 선택 중심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현 상황에서 평가지표를 개발함으로써 교육과정 평가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셋째, 고교학점제를 기반으로 하는 특성화고 선택 중심 교육과정의 정책적 관점에서, 본 연구는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질 관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평가 요소와 지표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직업계 고등학교는 고교학점제를 우선 도입하였으며, 2024년도에는 특성화고가 일반고보다 먼저 전면 시행하였다. 따라서 특성화고의 선택 중심 교육과정에 대한 진단은 앞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 기존 직업계고 교육과정 평가지표에 관한 연구는 이병욱(2002)의 연구가 유일하며 허희옥 외(2017)은 직업교육의 성과 분석 모형을, 신연주 외(2018)는 특성화고의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지표를 개발하였기 특성화고 선택중심 교육과정에 대한 직접적으로 연계된 연구가 부재한다. 본 연구의 평가지표는 우선적으로 전면 시행되고 있는 특성화고의 선택중심 교육과정이 학교현장에서 체크리스트 혹은 Likert 척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리할 수 있으며 이에 기반한 정보를 바탕으로 관리자 혹은 정책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특히 본 연구결과에서 제안된 평가요소와 지표는 구체적으로 특성화고의 환경과 운영상의 맥락을 담고 있기 때문에 학교가 한 학년을 기준으로 정기적인 평가 일정을 수립하여 해당 기간 동안 선택중심 교육과정 운영 상태와 과정 및 성과를 점검하거나, 학기 초에 교사들과 협의체를 만들어 선택중심 교육과정이 평가지표에 맞춰 일관되게 운영되도록 하는 방식 등으로 특성화고 선택중심 교육과정의 질적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 결과를 통해 도출된 제언과 후속 연구 제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의 평가지표는 실질적으로 학교 관리자와 교사들이 교육과정의 질을 평가하고 개선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학교 관리자와 교사들이 주기적인 교육과정 평가 및 개선을 통해 특성화고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학교 현장 적용을 위해 교사와 학교 관리자의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 프로그램 및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실시하여, 선택중심 교육과정의 질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할 것이다.
둘째, 성과 평가에서 학습자의 동기, 자기주도 학습 능력, 진로 역량 등 정성적 지표를 도입한 것은 기존의 정량적 성과 평가에서 벗어나 학생 개인의 성장과 교육의 질적 향상에 더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이러한 정성적 평가 결과를 활용하여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 맞춤형 학습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학생 개개인의 학습 동기와 진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연구에서는 정성적 평가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방법론 연구가 필요하며, 선택중심 교육과정의 운영 실태와 결과에 대한 장기적인 추적 연구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일반고에서의 교육과정 평가를 상호 비교하여 더 나은 평가지표 개발도 필요할 것이다.
셋째, 본 연구의 평가지표는 특성화고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관리하고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였으나, 이는 정책적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과 연계될 때 더욱더 효과적이라고 여겨진다. 예를 들어 교내 협의회를 통해 연도별로 평가 결과를 분석하여 과정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도출하고 향후 교육과정 계획 수립에 반영하거나, 평가지표에 따라 측정된 선택중심 교육과정 데이터를 중앙 및 교육청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정책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필요하다면 선택중심 교육과정 운영상의 개선을 위한 컨설팅을 중앙 및 교육청 단위에서 실시하여 선택중심 교육과정의 질적 수준을 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및 피드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개발된 평가지표를 실질적으로 운영 중인 교육과정에 적용하는 검증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평가지표가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는 점은 현장에서의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할 수 있기에 향후 후속 연구에서 평가지표의 추가적인 문제점들을 보완할 수 있다면 학교 현장에서 더욱 활용도 높은 지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선택중심 교육과정 전반에 걸친 개선점이나 유효한 피드백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평가지표도 개발되어야 함에 따라 본 연구에서 학생 및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일부 평가지표는 후속연구에서 개선하여 활용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