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에서는 1997년에 고시된 제7차 교육과정부터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교육과정 실행의 주체로 교육청, 학교, 교원, 학생, 학부모를 제시하여 왔다(교육과학기술부, 2008; 2009; 교육부, 1997; 2015; 2022). 그런데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교육과정 실행의 주체로서의 학습자상의 정립과 더불어 ‘주도성’의 개념을 도입하였다는 점에서 이전 교육과정과의 차별성이 있다. 구체적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해설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주도성’의 개념을 규정하고 있다.
주도성은 자주성, 자기관리 역량, 자율성 등의 개념에 더하여 공적인 책임 의식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서, 교육의 개인적 측면과 공공성 측면을 포괄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주도적인 사람은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성찰하며 개척하는 사람이자,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세계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능력과 의지를 가진 사람으로서, 이에 필요한 역량과 자질을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며 성장해가는 사람이다.
출처: 교육부(2024, p. 26)
이 주도성의 개념은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해설서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최근 OECD의 두 번째 역량 버전에 해당하는 학습 나침반에서 학습자의 역할을 규정하면서 사용한 학습자 주도성(student agency)과 협력적 주도성(co-agency)을 연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관련하여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교육과정 구성의 중점’에서 학습자의 주도성을 제시한 두 항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첫 번째 항목에서는 기본적인 교육의 방향으로서의 주도성 함양을 지향하는 한편, 두 번째 항목에서는 학생의 진로와 학습에 대한 주도적인 설계와 더불어 그것이 학교 교육과정의 체제를 구축해 나가는 기반이 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 디지털 전환, 기후·생태환경 변화 등에 따른 미래 사회의 불확실성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의 삶과 학습을 스스로 이끌어가는 주도성을 함양한다.
∘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학습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적절한 시기에 학습할 수 있도록 학습자 맞춤형 교육과정 체제를 구축한다.
출처: 교육부(2022, pp. 4-5)
이 중에서 두 번째 항목에 대해 총론 해설서에서는 ‘모든 학생이 공통으로 익혀야 하는 학습 경험의 바탕 위에서 적성과 진로 등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여 학습자에게 더욱 적합한 풍부한 학습 경험을 갖도록 하는 것은 그동안 꾸준하게 추구해 온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이라고 밝히는 한편 특히 선택 중심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고등학교에서 제7차 교육과정의 이수 과정 다양화에서부터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고교학점제 전면 실시에 이르기까지 학습자 맞춤형 교육과정 체제를 어떻게 구축해 왔는가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교육부, 2024: 27). 그러나 공통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초·중학교에 대해서는 이 방향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설명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학습자 맞춤형 교육과정 체제의 구축이 선택 중심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학습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방식으로 학교 교육과정 설계·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고교학점제의 전면 실시로 구체화된 것과 상응하게 공통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초·중학교에서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적합한 학교 교육과정의 설계·운영에의 참여 방안이 탐색될 필요가 있다.
이때 ‘학교 교육과정의 설계·운영’은 기존에 사용하였던 ‘학교 교육과정의 편성·운영’을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발전시켜 제시한 용어이다. ‘학교 교육과정의 설계·운영’은 ‘국가 및 지역 교육과정에 근거한 교과 편제 및 시수, 성취기준, 교수·학습 및 평가 등의 교육과정 재구성’을 의미하는 (표면적인 의미의) 교육과정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가 및 지역 교육과정에 근거한 교원, 학생, 학부모의 참여와 협업에 근거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교육과정 개발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제도(규정, 인사, 재정, 시설·설비 등)’ 및 ‘문화(역사, 전통 관행 등)’를 포함한 ‘학교 교육과정의 설계’와 그 ‘설계가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활동 전반을 의미한다(이승미, 2023, p. 133; 이승미, 2024, pp. 171-172). 따라서 초·중학교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적합한 학교 교육과정의 설계·운영에의 ‘참여’는 교원이 수행해 온 교과 편제 및 시수, 성취기준, 교수·학습 및 평가 등의 교육과정 재구성을 학생이 대신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을 의미하거나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주된 삶의 장소인 학교에서 학생 자신과 또래 학생들의 학습 활동에 대하여 반성하고, 더 나은 학습 활동을 탐색하여 관련 의견을 제시하는 한편, 그에 따라 다 함께 결정한 방안을 스스로 그리고 또래 학생들과 더불어 실천하는 방식을 반복하면서 주도성을 성장시켜 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OECD의 학습 나침반에서 Dewey의 반성적 사고 등을 기반으로 개발한 학습자가 자신의 사고를 향상시키고 의도적이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제시한 반복적인 학습 과정인 ‘예측-행동-반성의 사이클(the Anticipation-Action-Reflection Cycle)’에 해당한다(OECD, 2019). 따라서 학생의 학교 교육과정의 설계·운영에의 참여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교육과정 구성의 중점’으로 제시한 바와 같이, 학생이 “자신의 삶과 학습을 스스로 이끌어가는 주도성을 함양”(교육부, 2022, p. 4)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한편, 그 과정과 결과로써 학교 교육과정 설계·운영의 발전도 함께 지향한다.
이상을 종합하여 본 연구는 공통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초·중학교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적합한 학교 교육과정의 설계·운영에의 참여 방안을 탐색하는 데 연구의 목적을 두고, 이를 실현하고자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연구 문제를 설정하였다.
첫째, 초·중학교의 교육과정 설계·운영의 특성에 따라 학생들의 학교 교육과정의 설계·운영에의 참여 특성은 어떻게 나타나며 더 나은 참여를 위하여 어떠한 지원이 요구되는가?
둘째, 사례 수집 및 유형화 결과에서 도출된 학생 참여의 특성과 그에 따른 지원 요구를 전국의 초·중학교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체계화할 수 있는가?
이상의 연구 목적 및 연구 주제를 실현하고자 본 연구의 Ⅱ장에서는 학습자 주도성의 개념을 특히 학생의 학교 교육과정 설계·운영에의 참여에 기반하여 구체화하는 한편, 학생 참여2)의 발전 단계를 제시한 기존 모형을 분석하여 그 의의와 한계를 명료화하고 본 연구에서 탐색하고자 하는 학생 참여의 특성과 그에 따른 지원 방안의 분석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에 근거하여 Ⅲ장에서는 ‘학생 참여의 특성과 그에 따른 지원 요구의 사례 수집’과 ‘학생 참여의 특성과 그에 따른 지원 요구의 체계화’로 구분하여 각각의 연구 주제에 따른 연구 방법과 연구 대상 및 연구 일정을 제시하고, Ⅳ장에서는 연구 설계에서 제시한 연구 주제별 연구 방법을 적용하여 도출된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V장에서는 본 연구 결과를 요약하여 제시하는 한편, 본 연구의 제한점을 밝히고 후속 연구를 제안하고자 한다.
II. 이론적 탐색: 학습자 주도성의 개념과 관련 모형 탐색
OECD의 학습 나침반에서 제시하는 학습자 주도성(student agency) 또는 협력적 주도성(co-agency)에서 ‘agency’의 개념을 우리말로 이미 널리 번역되어 활용되고 있는 주도성의 사전적 정의3)에 경도되어, 학생이 교과나 활동을 선택하는 행위나 자신이 선택한 교과나 활동을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행위 자체로 해석하는 경우, agency가 가진 본래적인 의미와 교육과정에서의 적용 방안을 적절히 탐색하기 어려울 수 있다(이상은, 2022;, 최진, 2023; 최진, 이진호, 2023). 최진과 이진호(2023)의 연구에 따르면, 기독교의 맥락에서 자유 의지의 발현과 연결된 개념이었던 agency는 근대에 들어서면서 Kant에 의해 이성에 근거한 주도적이고 자율적인 행위 주체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Kant의 자율적인 행위 주체로서의 agency의 의미는 Piaget와 Kohlberg의 인지적, 도덕적 발달 단계에서 가장 높은 단계인 ‘합리적 자율성’으로 이어져 윤리학, 교육학 등과 연결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교육과정에서 agency는 학습에서 위부에서 주어지는 학습 내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벗어나 학습자의 능동적인 인식 과정과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역설한 Piaget와 Vygotsky, 학습자의 반성적 사고를 강조한 Dewey(1938), 과학적 교육과정 개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학생 개인의 관점에서 교육과정이 개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한 Pinar(1975) 등의 이론과의 연결성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즉, 교육과정에서 agency는 학습하는 존재로서의 학습자가 학습의 과정에서 외부적으로 주입되는 지식을 수동적, 피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또는 타인과의 협력을 통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해 나가는 능력을 발전시켜 나가는 존재이며, 그 발전의 과정 자체가 학생의 성장 또는 학습의 과정이며 궁극적인 교육의 지향점에 해당한다는 점을 포괄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주도성은 학생이 과목이나 활동을 선택하는 행위를 통해서만 또는 학생 자신이 주도하는 학습 활동을 통해서만 성장,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이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에서 그리고 더 나아가 학습자가 성장하는 가정, 학교, 사회 전반의 일상생활을 통해 학습자가 사고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모든 장면에서 성장,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이 중에서 학교는 학생의 성장과 발전을 위하여 의도적으로 계획하여 이루어지는 교육의 주요 장소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서, 학교는 가정이나 사회에서와는 달리 학생의 성장과 발전을 위하여 교육과정을 의도적으로 계획하고 이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의 장이다. 따라서 학교 교육과정은 학습자 주도성 또는 협력적 주도성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학습자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해 나가는 능력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참고로 이와 같은 학교 교육과정을 통한 주도성의 지원 방향은 1960년대에 Bruner가 주장한 탐구학습의 원리와도 일맥상통하는 학교 교육과정의 기본 철학 또는 기본적인 교육의 방향이자 교육의 과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관련하여 OECD(2019)에서는 OECD의 학습나침반 2030 맥락에서 학습자 주도성에 대하여 해당하는 것과 해당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학습자 주도성은 “사회에 참여하고 사람, 사건 및 상황에 더 나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책임감을 의미”하는 것으로 학습 목표이자 학습 과정으로서 궁극적으로 협력적 주도성의 개념과 통합되는 것으로 교사 또는 성인이 학습자의 주장, 선택을 수용하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다(<표 1> 참고).
출처: OECD(2019, p. 4)
즉, 학습자 주도성은 본래 학습자에게 내재되어 있지만 그것을 발현하는 방법을 적절히 배울 수 있도록 학습자의 발달 단계별로 적절한 방식의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때 이루어지는 교육은 교사, 학부모, 동료 학습자, 커뮤니티 등을 포괄하는 협력적 주도성의 참여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 결과 발현되는 학습자 주도성은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사회에 참여하고 사람, 사건 및 상황에 더 나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책임감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학습자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책무성으로 발현된다고 할 수 있다(OECD, 2019, p. 4). 따라서 학습자 주도성은 그 출발 단계뿐 아니라 삶의 각 발현 장면에서 협력적 주도성의 지원을 받거나, 협력적 주도성과 상호작용하거나, 협력적 주도성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다.
이때, 주도성의 개념이 교육적 의의를 갖추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첫째, 협력적 주도성이라는 명목으로 학습자의 고유성이나 소수의 관점이 무시되지 않을 수 있도록, 더 나아가 집단주의나 전체주의로 귀결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학습자 주도성의 발현을 위해 메타인지에 해당하는 반성적인 사고가 지속적으로 강조될 필요가 있다. 둘째, 학습자 주도성과 협력적 주도성을 서로 대립되거나 경쟁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관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셋째, 더 나아가 협력적 주도성의 범위를 학생이 소속된 가정-학교-지역 사회를 거쳐 다른 지역 및 국가, 세계, 자연과 환경 등으로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관련하여 최진과 이진호의 연구(2023)에서는 OECD에서 제시한 student agency를 ‘학습자 주도성’으로 번역하는 경우, 위에서 제시한 학습자 주도성 개념이 교육적 의의를 갖추기 위하여 갖추어야 하는 세 가지 유의 사항 가운데 특히 두 번째로 제시한 사항에 대하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제기하고, 이의 극복 방안으로 Archer의 사회적 조건화에 따른 agency 형성과 정교화 단계를 제시하였다([그림 1] 참고).
이 중에서 첫 번째 단계는 독립된 존재로서의 ‘나’ 또는 ‘객관적으로 자기를 의식하는 상태’로서의 학습자 주도성을 형성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서양 철학의 관점에서는 근대 이후 현대 철학에 이르면서 행위주체로서의 ‘나’가 다른 존재들과의 구분되는 개별적 존재에 한정되지 않고 ‘우리’라는 맥락으로 확장되어 이해되어 왔다는 점에서(최진, 2023, p. 47), 초·중등 교육의 현장에서 첫 번째 단계로 독립된 존재로서의 ‘나’ 또는 ‘객관적으로 자기를 의식하는 상태’로 상정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발생한다. 즉, 초·중등 교육에서 학습자는 발달 단계상 ‘객관적으로 자기를 의식하는 상태’에 도달한 이후에 우리를 향해 나가는 과정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밟기보다는 객관적으로 자기를 의식하는 상태를 형성해 나가는 동시에 ‘우리를 향해가는 과정’을 밟으면서 ‘자기 변화의 발생’ 과정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초·중등 교육 현장에서 객관적으로 자기를 의식하는 상태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가 아니면 우리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결정보다는, 궁극적으로 이 두 가지를 종합하여 학생들이 어떻게 주도성을 발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하여 Fullan(2016, p. 138)은 “성인은 학생을 변화 과정과 조직 생활에서의 참여자로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연구의 측면에서는 1980년부터 학생을 교육의 참여자로 인식하기 시작했지만, 실제 학생에게 그 역할을 지원하는 일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관련하여 OECD(2019)에서는 사회에서 초·중학교 학생들(young people)이 행동의 주체로서 적절히 인정되지 못하였다는 점을 지적하는 한편, Arnstein(1969)이 제시한 사다리 비유에 착안하여 Hart(1992)가 도출한 ‘참여의 사다리 모형(학생 참여의 여덟 가지 수준)’과, 이를 OECD Student Focus Group이 빛이 밝아지는 아홉 단계로 재구성한 ‘협력적 주도성에 대한 태양 모형(우리가 함께 빛날 때 빛은 가장 밝아진다)’ 을 제시하였다. 이 두 가지 모형을 본 연구에서 종합하여 제시하면 <표 2> ‘참여의 단계’와 같다. 이에 따르면, 학생의 참여와 결정이 전혀 신뢰받지 않는 단계에서 출발하여, 형식적인 참여의 단계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점차 학생이 프로젝트를 주도하여 결정·운영하는 단계를 거쳐서, 궁극적으로 학생이 성인과 동등한 참여자로 인정받는 단계에 이른다. 이때, 각 단계는 단순히 학생의 연령이나 학교급, 학년(군)에 따라 기계적으로 구분되지 않으며, 지역, 학교, 학생 등의 실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에 교육 현장에서는 <표 2>를 현재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습자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혹은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앞으로 어떠한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지 확인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Arnstein(1969)의 사다리 비유, Hart(1992)의 학생 참여 수준. OECD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에서 제시한 Student Focus Group의 협력적 주도성에 대한 태양 모형(OECD, 2019, pp. 9-10)을 종합함.
위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기존의 모형을 학습자 주도성 및 협력적 주도성의 단계를 여덟 또는 아홉 단계로 세분화하는 것은 교육 현장에서 행해지는 프로젝트의 의사결정 및 실행과 관련된 학생의 참여 정도를 면밀히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그러나 이들 모형에서는 학교 교육과정과 관련지어 볼 때, 학생의 참여를 높은 단계로 향상시키기 위하여 실제 학교 교육과정 설계·운영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더욱이 학교 교육과정 설계·운영에서의 학생 참여의 특성과 그에 따른 지원 요구를 <표 2>와 같이 많은 단계로 제시하는 경우, 낮은 단계의 학교일수록 상위 단계로의 지향 자체를 쉽게 포기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기존의 모형에서 최종 단계는 학생과 성인의 협업이지만, 전반적으로 프로젝트에 대한 의사결정과 실행에서 학생의 선택, 결정, 주도적인 실행을 지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주도성의 개념을 <표 1>에서 제시한 학습자 주도성에 해당하는 것과 해당하지 않는 것 가운데 후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 물론 주도성을 갖춘 학생은 궁극적으로 공동체에서 성인과 함께 선택, 결정, 실행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에서 고등학교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 진로와 학습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적절한 시기에 학습할 수 있도록 학습자 맞춤형 교육과정 체제를 구축한 것과도 연결된다. 그러나 이와 같이 기존 모형은 초·중학교에서 학생의 교육과정 설계에의 참여가 지향해야 할 바에 대한 함의를 제시해주고 있지는 못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교육 현장에서 직관적으로 이해, 적용할 수 있도록 단계를 단순화하여 개발하고, 각 단계에서의 학생 참여의 지향점과 그에 따른 지원 방안을 초·중학교 학생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여 구체화하며, 서론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학교 교육과정 설계·운영의 범위를 교과 편제 및 시수, 성취기준, 교수·학습 및 평가 등에 국한하지 않고 국가 및 지역 교육과정에 근거한 교원, 학생, 학부모의 참여와 협업을 통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교육과정 개발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제도(규정, 인사, 재정, 시설·설비 등), 문화(역사, 전통 관행 등)의 계획 수립을 포괄하여 탐색하고자 한다.
III. 연구 설계
본 연구에서는 초·중학교의 교육과정 설계·운영에서 학생의 참여 특성을 단계별로 구분하고, 현 실태에 근거하여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지원 방안을 개발하고자, 서론에서 제시한 두 가지 연구 문제를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연구 주제로 구체화하여 설계하였다(<표 3> 참고).
첫째, [연구 주제1: 학생 참여의 특성과 그에 따른 지원 요구의 사례 수집] 초·중학교의 교육과정 설계·운영에서 학생의 참여 특성과 그에 따른 지원 요구를 초·중 교원 대상 면담 조사①을 통해 구체적인 사례를 탐색하여 유형화하고, 이를 학교 교육과정 자율성을 실현하고 있거나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초·중 교원, 교육 전문직, 교육과정 전공 교수 19명 대상으로 전문가 의견 조사를 실시하여 보완하였다.
둘째, [연구 주제2: 학생 참여의 특성과 그에 따른 지원 요구의 체계화] 첫째에서 도출한 초·중학교의 교육과정 설계·운영에서 학생의 참여 특성과 그에 따른 지원 요구 유형의 일반화 가능성을 전국의 초·중학교 교원, 학생, 학부모 및 교육과정 업무 담당 교육 전문직 대상의 설문 조사를 통해 검토하고 그 결과를 초·중 교원 및 교육전문직을 대상으로 논의하였다. 그리고 초·중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 면담 조사②를 통하여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생 참여의 특성과 그에 따른 지원 요구의 유형을 체계적으로 구체화하였다.
이상의 연구 설계에서 연구 방법별 참여 대상자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하였다.
첫째, 학생 참여의 특성과 그에 따른 지원 요구의 사례를 수집하고 이를 유형화하기 위한 면담 조사①의 면담 대상 학교를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학생 참여의 특성과 그에 따른 지원 요구가 학교의 교육과정 자율성 발현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였다. 관련하여 본 연구가 수행된 2021년은 학교 교육과정 자율성과 관련하여 전국적으로 자율학교 및 혁신학교 정책이 활발히 적용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자율학교나 혁신학교의 지정 여부 자체가 학교 교육과정 자율성의 발현 정도의 차이를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먼저 17개 시·도 교육청의 교육과정 업무 담당자에게 학교 교육과정 자율성에서 우수한 성과를 나타낸 자율학교, 혁신학교, 일반학교를 각각 초등학교와 중학교 1개교씩을 추천받았다. 그리고 본 연구에서 수집·유형화한 사례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도록 추천받은 학교들을 전국 4개 권역으로 구분하고 학교 유형에 따라 초등학교와 중학교로 구분하여 학교 교육과정 업무 담당 교사 또는 교감 선생님을 대상으로 3번씩 총 6번의 면담을 실시하였다.
둘째, 본 연구가 초·중학교의 교육과정 설계·운영에서 학생의 참여 특성의 단계별 구분과 그에 따른 지원 방안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연구의 대상에 학생을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포함할 것인가를 고민하였다. 그런데 본 연구에서는 연구가 출발하는 지점에서 면담을 통해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본 연구의 의도에 근거하여 학생 참여의 특성과 그에 따른 지원 요구의 사례를 요청하는 것이 연구진의 학생 소통 경험과 관련 전문성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면담 조사①은 교원을 대상으로 수행하고, 그 결과를 보완하기 위해 전문가 의견 조사는 학교 교육과정 자율성 관련 연구 또는 교육 현장에서의 실천을 수행해 온 교원, 교육전문직, 교육과정 전공 교수를 대상으로 하였다. 이후 설문 조사에서는 교원, 교육전문직, 학부모와 더불어 학생을 포함하였는데, 초등학교 교사 및 교육전문직의 설문 문항 검토 결과, 문항을 쉬운 어휘로 수정한다고 해도 문항의 의미를 초등학생들이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에 근거하여 초등학생을 제외한 중학생만을 설문 조사 대상에 포함하였다. 그리고 면담 조사②의 경우, 앞에서 수행한 면담 조사①, 전문가 의견 조사, 설문 조사의 결과에서 도출된 자료에 근거하여 연구진이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학생 참여의 특성과 그에 따른 지원 요구를 면담으로 확인,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에 면담 조사②의 참여 학생은 면담 조사①의 참여 대상 교원의 추천을 받고 추천받은 학생들 중에서 본 연구의 면담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학생(초등학생 5명, 중학생 7명, 총 12명)을 선정하였다.
이상과 같이 선정된 연구 대상자를 대상으로 본 연구에서 수행한 각 연구 방법별 연구 설계의 과정과 결과 분석 방법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의 면담 조사①과 ②는 면담 대상자의 동의하에 녹음하여 전사하였다. 그리고 전사된 내용을 분석하여 1차적으로 유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학교 교육과정 설계·운영에서 학생 참여의 실태와 그에 따른 지원 요구를 유형화하였고, 2차적으로 유형화된 내용의 적절성을 검토하기 위하여 전사된 내용을 다시 확인하였다.
둘째, 본 연구의 전문가 의견 조사는 델파이 조사의 형식을 활용하여 서면으로 이루어졌다. 이때, 전문가 의견 조사의 문항은 면담 조사①의 결과 유형화된 방식과 내용의 타당성을 5척도로 응답하고 수정 또는 추가되어야 할 내용을 자유롭게 작성하도록 개발하였다. 응답 결과는 5척도로 질문한 문항에 대하여 평균, 표준편차, 내용 타당도(CVR)를 도출하였다. 이에 따라 참여자 수에 따른 최소 CVR 미만 도출 항목을 선별하고, 해당 문항에서 도출된 자유 의견을 반영하여 그 결과를 보완하였다(Lawshe, 1975, p. 568).
셋째, 본 연구의 설문 조사는 전문가 의견 조사 결과 보완된 유형화에 근거하여 교원과 교육전문직을 대상으로는 소속 기관의 ‘학생의 참여 특성’과 ‘학생 참여를 위한 지원 요구’에 해당하는 항목을 각각 선택하게 하는 문항으로 구성하고,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도 ‘본인 또는 자녀의 참여 특성’과 ‘본인 또는 자녀의 참여 지원 요구’를 각각 선택하게 하는 문항으로 구성하였다. 설문 결과는 각 문항에 대한 응답율을 도출하고 두 집단 간 차이를 분석하고자 t-test를, 3집단 이상 차이를 분석하고자 일원배치분산분석(ANOVA)를 실시하고 사후 분석으로 Scheffe 분석을 실시하였다. 또한 ‘학생 참여 특성’에 대한 응답 결과와 ‘학생 참여 지원 요구’에 대한 응답 결과 간에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위하여 cramer’s V를 활용하였다.
IV. 연구 결과
본 연구에서 일반학교, 자율학교, 혁신학교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면담을 실시한 결과, 학생의 학교 교육과정 참여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유형의 학교에서는 학생 대상 요구 조사는 실시하고 있으나 학생들의 요구나 선택을 반영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학생들 역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드물고 오히려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교사들이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항상 신입생들에게 선택 교과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고요. 그 다음에 자유학기제 주제 선택에서도 어떤 프로그램이 들어가면 좋을지에 대한 희망조사 같은 정도는 하고 있어요. [하지만] 교육과정에 어떤 편재에서의 희망이나 이런 건 거의 조사를 못하고 있고요. 왜냐하면 조사해도 반영하는 게 너무 쉽지 않다 보니까. 솔직히 선택 교과도 그래요. 선택 교과도 조사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우리 학교에서 편성할 수 있는 선택 교과는 한정적이다 보니까 형식적으로 안할 수 없어서 하는 겁니다(중학교 교사B, 교원 면담, 2021. 4. 16.).
∘ 학생들 같은 경우에도 학생들을 저희는 계속 교육과정 협의회에 1학기, 2학기 할 때 참여시키려고 노력했었어요. 근데 문제는 학생들 참여시키는 게 지도교사나 자치 담당 교사나 학급 담당 선생님들이 끌고 오려고 노력했었는데 연속성이 전혀 없어요. 학생들이 나름대로 자신들의 의견을 조리 있게 발표하고 하는 것들이 담당자가 바뀌거나 애들이 졸업해 버리면 리셋되고 하니까 교사들이 오히려 소진되더라구요(초등학교 교사E, 교원 면담, 2021. 4. 14.).
두 번째 유형의 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교육과정 자율화를 하기 위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을 참여시키기에는 한계가 있고 모든 의견을 반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수업과 학생 자치 활동을 연관되게 운영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학교에서는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 저희 학교 같은 경우는 …(중략)… 교원, 학생, 학부모님들 다 설문 조사를 통해서 평가를 하고 진단을 하고 좀 더 어떻게 나아갈지 살펴본 다음에 전체적으로 업무부 회의를 하고 학년별로 회의를 하고 이렇게 해서 전체 구성원들이 모여서 안건을 모아서 회의를 하고 여러 단계를 거쳐서 3달 정도 거치면서 교육과정 운영을 하고 있구요. …(중략)… 아무래도 학부모님들이 적극적으로 해 주시기보다는 설문 조사에 참여하는 분들만 해 주시고 계시고 학생들은 4, 5학년 정도의 학년들만 하고 있습니다(초등학교 교사D, 교원 면담, 2021. 4. 22.).
세 번째 유형의 학교가 다른 유형의 학교와 가장 큰 차이점은 학교의 문화적인 측면이라고 볼 수 있었다. 세 번째 유형의 학교에서는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도 큰 편이었고, 교육과정 설계에도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필수적으로 갖고 있으며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 민주적인 학교 운영으로 보면 …(중략)… 학생은 저희도 대의원제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그것도 TF팀 식으로 학교에 어떤 일이 생겼을 때 해결하고자 하는 아이들끼리 스스로 모이고 그걸 해결해 나가고 그때그때마다 TF팀 아이들이 바뀌면서 모두가 학교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문화로 만들어 가고자 하고 있고요. …(중략)… 학급수도 많고 학생 수도 많기 때문에 저희 학교도 스몰스쿨제로 운영하고 있어요. 그래서 각 학년부장을 중심으로 학년에서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그렇게 되어 있구요(초등학교 교사A, 교원 면담, 2021. 4. 8.).
∘ 교육과정 운영이나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저희는 일단 어느 학교나 다 그러겠습니다만,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거칩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님들과 자리를 갖기도 하구요. 5~6학년 같은 경우는 20개 학급이지만 전체 학생들이 모여서 본인들의 의사와 요구를 갖고 선생님들이 반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고, 그리고 우리가 마을공동체를 하고 있어서 마을의 요구도 반영하고 있습니다(초등학교 교사C, 교원 면담, 2021. 4. 8.).
참고로 본 연구에서 수행한 전문가 협의회 또는 면담 결과에서 일반학교의 사례는 대체로 첫 번째 유형의 학교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자율학교나 혁신학교의 사례에서도 첫 번째 유형의 학교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났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율학교의 사례는 대체로 두 번째 유형의 학교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일반학교나 혁신학교의 사례도 두 번째 유형의 학교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자율학교나 혁신학교의 사례 가운데 소수의 경우 세 번째 유형의 학교에 해당되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만 일반학교의 사례의 경우 세 번째 유형의 학교에 해당하는 경우는 발견하지 못하였다.
이상과 같이 각 유형 내에서 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생 참여의 실태 특성과 그에 따른 지원 방안에의 요구가 나타났으며, 첫 번째 유형보다는 두 번째 유형에서, 두 번째 유형보다는 세 번째 유형에서 학생들의 참여 정도가 더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면담 조사①의 결과에 따라 도출된 학생의 참여 실태(특성)과 실태에 따른 지원 방안의 세 유형을 세 단계로 변형하여 <표 4>와 같이 제시하였다. 그런데 그 결과에는 학생의 참여 태도는 제시되어 있지만, 그 이면에 학생들이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는지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다음에 제시할 전문가 의견 조사에서 <표 4>의 타당성과 더불어 학생의 가치관에 대한 사항이 포함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탐색하고자 하였다.
전문가 의견 조사에서는 <표 4>에서 학생 참여의 특성과 지원 방안을 3개의 단계로 구분하여 제시한 것에 대한 타당성, 학생 참여의 특성과 지원 요구를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에의 학생의 참여 태도’의 측면에서만 제시하고,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대한 학생의 가치관’을 제시하지 않은 것에 대한 타당성, 학생의 참여 태도의 단계별 특성의 타당성, 학생의 참여 실태에 대한 단계별 지원 요구에 대한 타당성 등 총 4개 문항을 설문하였다. 그 결과, 첫 번째와 세 번째 문항에 대해서는 참여 패널 수 19명에 따른 최저 CVR값 0.49를 상회하였으나, 두 번째와 네 번째 문항은 그에 도달하지 못하였다(<표 5> 참고).
최저 CVR에 도달하지 못한 두 번째 문항에 대한 자유 의견으로 “학생이 교육과정 구성의 한 주체”라는 점에서 가치관의 제시가 필요하다는 의견(패널 2)”, 학생의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대한 가치관에 대하여 학생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면 충분히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패널 5, 패널 17) 등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네 번째 문항에 대한 자유 의견으로 “지원 요구가 단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인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것인지가 혼재되어 있는 듯함. 이에 대한 의미를 정리하여 제시할 필요가 있음(패널 2)”과 “학생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교육과정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교육과정의 운영에서 학생 참여형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요구 역시 할 수 있는 구조가 체계화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패널 13).” 등이 제시되었다. 이상의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학생 참여의 단계별 특성 및 지원 방안(2안)’을 <표 6>과 같이 도출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표 6>에 제시된 단계별 학생의 참여 특성(실태)과 그에 따른 지원 요구를 바탕으로 교원과 교육전문직을 대상으로는 소속 기관의 ‘학생의 참여 특성’과 ‘학생 참여를 위한 지원 요구’에 해당하는 항목을 각각 선택하게 하는 문항으로 구성하고,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도 ‘본인 또는 자녀의 참여 특성’과 ‘본인 또는 자녀의 참여 지원 요구’를 각각 선택하게 하는 문항으로 구성하였다. 이때, 설문 문항에는 정체기, 변화도입기, 도약기 등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표 6>의 내용을 요약하여 제시하였음을 밝힌다. 설문 조사는 <표 3>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전국 17개 시·도의 초·중 교원 773명, 교육전문직 211명, 초·중 학부모 5,473명, 중학생 2,110명 등 총 8,567명이 참여하였다.
설문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의 학교 교육과정 참여 특성의 실태에 대해 설문한 결과, ‘② 변화도입기(65.5%)’, ‘③ 도약기(21.3%)’, ‘① 정체기(13.1%)’의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구분에 따른 집단 간 차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카이검증을 실시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x2=1141.89, p<.001)를 보였다. 즉, ‘교원(44.1%)’과 ‘교육전문직(50.2%)’는 ‘① 정체기’에 대한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학부모(72.5%)’와 ‘학생(61.9%)’은 ‘② 변화도입기’에 대한 응답이 가장 높았다(<표 7> 참고).
둘째, 교원과 교육전문직, 학부모, 학생을 대상으로 학생의 학교 교육과정 참여에 대한 지원 요구에 대해 설문한 결과, ‘③ 도약기(55.5%)’, ‘② 변화도입기(22.5%)’, ‘① 정체기(22.0%)’의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구분에 따른 집단 간 차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카이검증을 실시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x2=688.36, p<.001)를 보였다. 즉, ‘교원(41.5%)’은 ‘① 정체기’를, ‘교육전문직(40.8%)’는 ‘② 변화도입기’를, ‘학부모(64.7%)’와 ‘학생(46.7%)’은 ‘③ 도약기’에 대한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표 8> 참고).
셋째, 응답자 구분에 따른 집단 간 차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x2=644.10, p<.001)가 나타났다. 즉, 학생의 참여 특성(실태)에 대해 ‘① 정체기’를 응답한 설문 대상자는 지원 요구에 대해 ‘① 정체기(41.9%)’를 가장 많이 응답하였고, 학생의 참여 특성(실태)에 대해 ‘② 변화도입기’를 응답한 설문 대상자는 지원 요구에 대하여 ‘③ 도약기(52.8%)’를 가장 많이 응답하였으며, 학생의 참여 특성(실태)에 대해 ‘③ 도약기’의 응답자는 ‘③ 도약기(76.4%)’를 가장 많이 응답하였다. 또한 관련 주체의 참여 및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해 실태와 지원 간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cramer’s V를 활용한 결과, .194(p<.001)로 낮은 상관성을 보였다(<표 9> 참고). 즉, 본 연구에서 도출한 학생의 참여 특성(실태)과 그에 따른 지원 요구 간의 상관관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앞에서 제시한 두 설문 결과(<표 7>, <표 8> 참고)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학생의 참여 특성(실태)에 대하여 교원과 교육전문직은 정체기를, 학부모와 학생은 변화도입기를 가장 많이 응답하였으며, 학생의 참여 지원 요구에 대하여 교원과 교육전문직은 정체기를, 학부모는 변화도입기를, 학생은 도약기를 가장 많이 선택하였다.
이와 같은 집단 간 응답 결과의 차이에 대하여 교원과 교육전문직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학교 구성원들은 각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다양한 가치 판단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즉, 교원과 교육전문직은 일반적으로 민원과 관련된 상황에서 학생을 만난다는 점에서 학생의 참여 실태와 지원 요구를 낮은 단계로 인식하고 있는 경향이 나타난 것에 비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 인식과 그에 따른 참여 실태 자체가 교원과 교육전문직들과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더 개선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 교육과정 담당자들은 …(중략)… 교육과정 편성에 대해서 불만 제기, 민원으로 만나죠. 평가 문항, 수업에 대한 불만, 이런 게 되게 높아요. 그래서 그거에 굉장히 많이 시달리거든요. …(중략)… 우리 선생님이 평가를 되게 잘해 주세요, 우리는 어떻게 뭐 프로젝트 수업을 하면서 이런 걸 해서 좋았어요, 이런 소통을 할 리는 없어요. 불공정해요,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어요, 내 아이가 이 과목을 배우고 싶어서 희망을 했는데 선택이 안됐어요, 무슨 활동을 하는데 선생님이 제대로 지도해 주지 않았어요, …(후략)…(전문가 협의회, 2021. 8. 6.).
∘ 학생이 변화도입기 및 도약기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게 도출된] 것이 다소 의아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이는 자신들이 부족하거나 늘 수동적인 존재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일종의 반대 심리가 어느 정도는 반영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르게는 우리는 교사나 교육전문직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학교의 주체이거나 생각의 진보적인 생각이 있음을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전히 본인들은 교육과정 참여에 있어서 소외되고 있다고 많이들 느끼고 있을 것 같습니다(전문가 협의회, 2021. 8. 6.).
본 연구에서는 설문 조사 결과에 기반하여 학생의 학교 교육과정 참여의 특성과 지원 요구를 보완하기 위하여 2021년 8월 4일과 8월 5일 두 차례에 거쳐 초·중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면담을 실시하였다. 면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가치관과 실행 측면, 의사소통과 학생 자치 활동 측면, 학생 참여의 문화 측면으로 유형화할 수 있었다.
첫째,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가치관과 실행] 이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나 선택의 기회가 부족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 경우에도 교과 외 활동에 국한된 경우가 많았다. 또한 이 시기에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에 대해 학생들은 자신들의 참여가 필요함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계에서 학생을 변화도입기로 이끌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스스로를 교육의 주체로서 인식할 수 있도록 교과 외 활동만이 아니라 교과 수업에서도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음을 안내하고 학생들이 선택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제기되었다.
∘ [수업에서 현재 이렇게 하고 있는데 이것도 했으면 좋겠다 혹은 바꾸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는지 이야기해 주면 좋겠어요.] 저는 참여한 경험은 없는데 현재 지금 하는 교육과정 구성이 좋아요. [지금 교육과정 구성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어요? 선생님들이 짜서 진행하고 있는 건가요?] 네. [선생님들이 짜서 진행하는 와중에 학생들의 의견을 묻거나 참여를 많이 하도록 하거나 이런 부분이 있나요?]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초등학생C, 학생 면담, 2021. 8. 4.).
∘ 수업할 때 수업하기 전에 선생님이 수업을 준비해 오셔서 수업을 하니까 어떤 친구들은 그런 수업을 하기 싫을 수도 있는데, 그래서 미리 선생님이 이제 다음 시간에 국어를 할 건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말해서 그걸 말해 가지고 의견을 해서 하면 좋겠어요(초등학생E, 학생 면담, 2021. 8. 4.).
둘째, [의사소통과 학생 자치 활동] 이 단계에서는 학급회의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지 않고 학급회의 등을 통해 학생들이 의견을 내도 반영되지 않거나 반영 여부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학생들도 학생 자치 활동에서 무엇이 논의되고 학교에 어떤 변화들이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부족하거나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 단계의 학생들을 변화도입기로 이끌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의견 반영 여부에 대해 함께 논의함으로써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반 학생들도 학생 자치 활동이나 학교의 변화에 관심을 갖도록 논의 사항들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제기되었다.
∘ [이번에는 자치 활동 얘기를 해 볼 건데요. 여기에서 학생들이 참여를 적극적으로 하는지, 선생님들이 자치 활동을 활성화하도록 지원해 주시는지 이런 의견 얘기해 주면 되겠어요.] 지금 참여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중략)… 5학년 때인가 그때 학교 안에 비어 있는 공간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한 번 토론하고 그 다음에 아이디어를 내고 했었는데 이제 6학년 때 되어가지고 비어 있는 공간이 이제 쉼터나 그런 걸로 다 바뀌어 있었어요. [어떤 식으로 의견을 냈어요? 투표를 했어요? 회의를 했어요?] 그냥 반에서 조를 짜서 학교 안에 돌아다니면서 이쪽은 이렇게 바꾸면 좋겠다고 아이들에게 해서 거기서 아이디어를 다 말해 주고 선생님이 그 아이디어를 다른 반 선생님들이랑 이야기를 나누셨어요(초등학생E, 학생 면담, 2021. 8. 4.).
셋째, [학생 참여의 문화] 이 단계에서는 학교의 전체적인 문화가 학생들의 의견이나 참여를 통해 이루어지기보다는 교사들에 의해 결정되고, 학생들은 수업이나 활동, 학교생활 등에 수동적으로 임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하는 학생들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참여하지 않는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계의 학생들을 변화도입기로 이끌기 위해서는 일부 학생들의 참여만이 아니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며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첫째,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가치관과 실행] 이 단계에서는 학교에서 예체능 수업 등 일부 수업에서 설문지 등을 통해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묻고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그에 따라 학생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활동을 이야기하고자 하였고 이에 대한 반영 여부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 단계의 학생들을 위해서는 정기적, 공식적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묻고 이를 반영하여 수업을 개선해 나가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 주요 과목에서는 그러는 경우가 별로 없었고요, 예체능 쪽에서 선생님들이 새 학기 때 설문지를 주셔서 어떤 내용을 더 배우고 싶은지를 조사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중략)… [이렇게 학생들의 의견을 물은 다음에 그 의견 반영이 됐거나 그런 적이 있나요?] 예체능은 자주 반영이 되긴 하는데 주요 과목에서 반영된 적은 별로 없었어요. [예체능 쪽에서 반영된 예를 얘기해 줄 수 있을까요?] 미술에서 ‘○○○’을 배우고 싶다고 하면 선생님께서 계획하신 일이 다 끝나시면 저희에게 더 배우고 싶은 게 있냐고 물어보신 다음에 한 번에 몰아서 시험이 끝나거나 그럴 때 (시간이) 빌 때 같이 다 해 주세요. 그리고 체육 시간에도 야구나 피구나 배구나 더 배우고 싶은 거 있냐고 물어보시면 끝나고 바로 하는 경우도 많았어요(중학생I, 학생 면담, 2021. 8. 5b.).
둘째, [의사소통과 학생 자치 활동] 이 단계에서는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학급회의 시간을 제공하여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며 반영 여부에 대해 학생들에게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계의 학생들을 위해서는 학생회 임원뿐 아니라 일반 학생들도 더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수업이나 학교생활에서 학생들의 의견 반영 비율을 높이고 참여 기회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기회 제공과 의견 공유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되었다.
∘ 반영 여부 같은 건 그렇게 막 게시판 이런 데에는 잘 안 붙여져 있던 걸로 알고 있고 그냥 학급회의 전에 가끔씩 회장이 이런 건 어떻게 됐다고 결과를 말해 주거나 선생님들께서 가끔씩 와서 말씀을 종종 해 주시거나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학급회의는 언제 언제 열리고 있어요?] 한 달에 한 세 번 정도. 금요일 맨 마지막 시간 6, 7교시쯤에 열립니다. …(중략)… 뭐 조금 초반에는 학기 초에는 조금 부끄러워하는 애들도 많았는데 이제 점점 가면서 친구들과 약간 그런 게 생겨 가지고 가면서 의견을 많이 말하는 것 같습니다(중학생A, 학생 면담, 2021. 8. 4.).
∘ 관심도 학생들도, 선생님도 많이 가지고 활발하게 운영도 되는데 의견 나온 게 올라가도 결국 바뀌는 내용이 그렇게 많지 않은 점이 좀 아쉬운 것 같아요. …(중략)… 조금 더 반영이 많이 되려면 반영된 사례가 좀 더 많아야 친구들이 ‘아 이렇게 의견을 말하면 바뀔 수 있구나’를 알고 좀 더 많은 의견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중학생B, 학생 면담, 2021. 8. 4.).
셋째, [학생 참여의 문화] 이 단계에서는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하는 학교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더 많은 학생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도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소수 학생들의 의견만 반영되는 문제나 서로의 의견이 다를 때 합의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여러 방안들을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단계의 학생들을 위해서는 더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학생들의 참여를 통해 수업과 학교가 변화한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고, 학생들 모두가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하고 학생들 주도로 이끌어 나가는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의견함, 과목별 단톡방, 오픈채팅방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 저희 반에서 온라인과 홈페이지 투표 다 해 봤거든요. 그런데 온라인이나 홈페이지 게시판 이런 경우는 친구들이 잘 안 보는 경우가 되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되면 소수의 아이들, 친구들의 의견만 반영이 되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을 안 하고 있는 친구들이 억울할 수 있고 깜빡해서 못 본, 핸드폰이 없거나 그럴 때는 못 보는 경우가 많으니까 차라리 대면할 때 모든 아이들이 의견을 낼 수 있고 다 같이 볼 수 있는 장소에서 학급회의를 더 많이 해서 의견을 합의하는 과정이 더 좋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의견이 더 반영되기 위해서는 의견함을 학교 곳곳에 층마다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저희 학교 친구들만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공적인 자리에서 의견을 내는 걸 좀 불편해 하는 친구들이 꽤 많은 것 같아서. 차라리 그렇게 불편해하는 친구들이 더 많아질 바에는 개인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의견함을 만들어서 학생들의 의견이 더 잘 반영되게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중학생I, 학생 면담, 2021. 8. 5b.).
첫째,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가치관과 실행] 이 단계에서는 학교에서 일부 수업만이 아니라 교과목을 포함한 대부분의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의견을 묻고 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서는 학기 시작이나 학기가 마칠 때 학생들에게 수업의 만족도, 수업에 바라는 점, 교사에게 바라는 점 등에 대한 학생의 의견을 파악하고 현재 학기의 수업이나 다음 학기의 수업에 반영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학생들이 주도하여 동아리를 만들거나 학교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학생들 주도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회들을 학교 차원에서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단계의 학생은 주도적이고 자발적으로 수업 관련 자료를 교사에게 송부하고 교사가 이를 수업에 활용하기도 하는 등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할 뿐 아니라 학생이 자발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학생 주도로 수업이 변화되는 특징을 보였다. 이 단계의 학생들은 수업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마련하거나 수행평가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등 학교 교육과정 설계에 더 많이 참여하기를 희망하였다(중학생G, 중학생H, 학생 면담, 2021. 8. 4.).
둘째, [의사소통과 학생 자치 활동] 이 단계의 학생들은 학급회의에서 학급이나 학교에서 불편한 점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이를 전교 학생회를 통해 각반 임원들과 논의하여 반영하고 있으며 의견 반영 여부에도 관심이 높았다. 이에 학생회장이나 부회장이 학생들에게 의견 반영 여부에 대해 알려주기도 하고, 교사가 학생들에게 의견 반영 여부와 그 이유를 알려주기도 하였다.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었는지, 반영되지 않았는지에 대해 알고자 하였고, 이를 알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하기도 하였다(초등학생D, 학생 면담, 2021. 8. 4.). 또한 이 단계에서는 학생들의 자치 활동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정기적인 시간 외에도 논의가 필요한 경우는 더 자주 열리기도 하였으며 교사들도 학생들의 자치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지원하였다. 학생들은 주체적으로 학생회 활동에 참여하고 학교를 변화시키는 데 앞장섰고 필요하면 교사를 설득하기도 하는 등 학생 중심의 자치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 단계의 학생들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더 자주 마련하여 이와 같은 참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 저희 교장 선생님께서 특히 학생 자치 활동에 정말 관심을 많이 가지셔서 자치 활동을 열심히 하게 되는 그런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저희랑 소통도 되게 자주 하시고 필요한 물품을 정말 많이 지원해 주시거나 저희 의견에도 적극적으로 귀 기울여 주시는 것 같아요. …(중략)… [그러면 이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건 어떻게 의견을 받았어요?] 구글에 설문 조사 의견을 적는 그런 투표하는 게 있어요. 거기다가 애들이 의견을 다 적어서 보내줬고 저는 그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제 메일로. [이게 다 학생들이 논의하고 결정하고 진행하는 그런 활동인 건가요?] 네 전부 다. 저희가 전부 다 기획을 했어요(중학생H, 학생 면담, 2021. 8. 4.).
둘째, [학생 참여의 문화] 이 단계의 학생들은 수업이나 회의 때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더 많은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학생회 임원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들도 더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의견함을 더 많이 설치하고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활용하거나 전교생이 참여하는 열린 토론회를 여는 등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기회들을 제공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단계의 학생들을 위하여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의견 소통 창구를 더 많이 제공하고 학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지속적인 교사와 학부모의 태도가 요구된다.
∘ 저희 학생 자치회는 회의를 통해 나온 의견을 선생님께 직접 말씀드리거나 운영위원회에 직접 참석하여 이 의견을 제시합니다. 이때 선생님들께서 타당하다고 생각하시면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시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저희 의견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러면 운영위원회나 학생 자치회 말고 다른 일반 학생들의 의견도 반영이 되거나 반영되는 경로가 있거나 이런가요?] 네, 저희는 따로 단톡방이 있거나 건의함이라고 학교 곳곳에 학생들이 학교 시설이 불편하거나 아니면 어떤 점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건의함이 있습니다. 그 건의함을 통해서 의견을 보내주거나 혹은 각 반 반장에게 보내게 되면 각 반 반장들이 학생 자치의 단톡방에 그 의견을 제시하면 저희가 다음에 학생 자치회별로 회의할 때 그 의견을 검토해 보고 타당하다 여겨지면 선생님께 말씀드립니다(중학생F, 학생 면담, 2021. 8. 4.).
본 연구의 서론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본 연구에서 제시한 ‘학생 참여’는 ‘학교 교육과정의 설계·운영에의 학생 참여’를 의미하며, 학교 교육과정의 설계·운영은 (표면적 의미의) 교육과정뿐 아니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 문화의 측면을 모두 포괄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이상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학생 참여의 특성(실태)와 그에 따른 지원 방안을 (표면적) 교육과정, 제도, 문화의 세 측면을 포괄하는 가치관, 실행, 의사소통, 학생자치활동, 학생 참여의 문화의 다섯 가지 하위 영역으로 구체화하여 <표 10>과 같이 도출하였다.
V. 요약 및 제언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OECD의 학습자 주도성과 협력적 주도성을 수용하여 기본적인 교육의 방향과 그 실행 방안으로서 주도성을 제시하였으며, 이 중에서 후자는 특히 선택 중심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학습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방식으로 학교 교육과정 설계·운영에 참여하는 고교학점제의 전면 실시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때, ‘학교 교육과정 설계·운영’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기존의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을 대체하는 발전적인 용어로 등장한 것으로, 학교 교육과정이 표면적 또는 문서로서의 교육과정에 해당되는 편제 및 시간 배당 기준 등의 재구성에 국한되지 않고 교원, 학생, 학부모의 참여와 협업에 근거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교육과정 개발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제도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의 계획과 실현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에 해당한다. 따라서 ‘학생의 학교 교육과정 설계·운영 참여’는 교원이 수행해 온 교과 편제 및 시수, 성취기준, 교수·학습 및 평가 등의 교육과정 재구성을 학생이 대신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을 의미하거나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주된 삶의 장소인 학교에서 자신과 동료 학생들의 학습 활동에 대하여 반성하고 더 나은 학습 활동을 탐색하여 관련 의견을 제시하는 한편 그에 따라 동료 학생들과 함께 결정한 방안을 스스로 그리고 동료 학생들과 더불어 실천하는 방식을 반복하면서 주도성을 성장시켜 나가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경험하기 위한 주요 방안에 해당한다.
이에 본 연구는 공통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초·중학교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적합한 학교 교육과정의 설계·운영에의 참여 방안을 탐색하는 데 연구의 목적을 두고, 우리나라 초·중학교 학생들의 학교 교육과정 설계·운영에의 참여 특성을 분석하고 그 특성에 기반한 학생 참여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자 면담 조사①과 전문가 의견 조사를 활용하여 학생 참여의 특성과 그에 따른 지원 요구의 사례를 수집하고, 설문 조사와 학생의 의견 수렴을 위한 면담 조사②를 활용하여 학생 참여의 특성과 그에 따른 지원 요구를 체계화하였다. 그 결과 본 연구에서는 교육과정, 제도, 문화를 포괄하는 다섯 가지 하위 영역에 대하여 학생의 참여 단계를 정체기, 변화도입기, 도약기의 세 단계로 구분한 ‘학생 참여의 실태(특성) 및 지원 방안’을 개발하였다(<표 10> 참고).
본 연구에서 도출한 ‘학생 참여의 실태(특성) 및 지원 방안(<표 10>)’은 교육 현장에서 학교 교육과정 설계·운영에서 나타난 학생 참여 특성의 실태를 진단하고 그에 따른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데 도구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구체적으로 ‘학생 참여의 실태와 지원 방안’은 다음과 같이 활용될 수 있다.
첫째, [실태 진단] 학교나 학급 또는 교육청 단위에서 소속 기관 학생의 학교 교육과정 참여의 ‘실태’를 ‘가치관’, ‘실행’, ‘의사소통’, ‘학생 자치 활동’, ‘학생 참여의 문화’라는 다섯 가지 하위 영역 각각에 대하여 정체기, 변화도입기, 도약기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지 진단한다.
둘째, [지원 활용] 다섯 가지 하위 영역 각각에 대하여 진단한 학생 참여의 실태에 따라 그 하단에 제시된 ‘지원’ 항목을 확인하여 해당 지원 항목을 학교 또는 교육청 단위에서의 학생의 학교 교육과정 참여의 지원 방안으로 활용한다.
본 연구의 결과로는 명시하지 못하였지만 연구 과정에서 도출된 교육 현장의 실태와 요구를 고려하여, ‘학생 참여의 실태(특성) 및 지원 방안’의 활용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나 학급 또는 교육청 단위에서도 학생 참여의 ‘실태’가 ‘가치관’, ‘실행’, ‘의사소통’, ‘학생 자치 활동’, ‘학생 참여의 문화’라는 다섯 가지 하위 영역에서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어느 하위 영역에서는 ‘정체기’인데 어느 하위 영역에서는 ‘변화도입기’에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나 학급 또는 교육청 단위에서는 학생이 모든 하위 영역에 대하여 고르게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학생 참여의 실태에 대한 진단 결과는 그 실태를 누가 진단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표 6>, <표 7>에 나타난 설문 조사 결과와 그에 따른 논의 참고). 따라서 학생 참여의 실태 진단 과정에 학생과 교원이 모두 참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학생 참여의 실태(특성) 및 지원 방안’은 진단의 결과 해당 학교나 학급 또는 교육청, 더 나아가 학생 개개인을 비교 또는 서열화하려는 시도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 참여의 실태와 지원 방안’은 공교육을 통하여 학생이 학습자 주도성을 성장,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지원 방안의 하나로 활용되어야 한다.
넷째, ‘학생 참여의 실태(특성) 및 지원 방안’에서 제시한 정체기에서 변화도입기로 변화, 변화도입기에서 도약기로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기간을 몇 개 학기나 몇 년으로 특정하기는 어렵다. 참고로 본 연구의 면담 조사①에서는 학교에 따라서는 다음 단계로의 이행이 1, 2년 정도로 비교적 짧게 이루어지는 사례가 도출되기도 하였지만, 길게는 정체기에서 변화도입기를 거쳐 도약기로의 변화가 10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사례도 제시되었다. 그리고 어렵게 변화도입기 또는 도약기에 이르렀으나 학교 관리자 또는 주요 업무 담당 교사의 전근 등이 이루어지는 경우 다음 학기나 다음 해에 바로 정체기로 후퇴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다음 단계로의 개선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미리 짧은 기간을 상정하기보다는 진단 결과에 따라 충분한 개선 기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변화도입기부터는 다음 단계로의 진입뿐 아니라 현재에 이르기까지 조성한 학생의 참여 관련 학교의 문화를 어떻게 유지, 발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하여 단위 학교에 국한하지 않고 인근 학교를 포함하는 지역 사회의 범위 내에서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한계를 밝히고 그에 따른 후속 연구를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공통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초·중학교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연구 결과를 학교급으로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추후 연구에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교육 연한이 9년에 달한다는 점에서 실태의 진단과 그에 따른 지원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초등학교 학생과 중학교 학생의 발달 단계 각각을 구분하는 한편, 초등학교 학생도 발달 단계를 구분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는 학교 교육과정 설계·운영에서의 학생 참여를 통해 학생의 주도성을 성장,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가정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학생의 참여가 학생의 교과 관련 학력을 포함하여 학생의 성장,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객관적인 지표가 충분히 도출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런 점에서 학교 교육과정 설계·운영에서 학생의 참여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관점도 존재한다. 한 학교에서도 학생 참여의 정도가 향상되기 위해서는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학생 참여 정책의 지속성 하에, 학생 참여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서 다각도로 탐색하는 연구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본 연구에서 수행한 설문 조사 및 전문가 협의회의 결과, 교원, 교육 전문직, 학생, 학부모 등 각 집단이 처한 환경에 따라 학생 참여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나타났다. 특히 OECD의 학습 나침반에 근거하여 ‘학습자 주도성’이 강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와 같은 실태는 학습자 주도성의 의미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데 있어서 합의된 관점이 필요하다는 점을 나타낸다. 따라서 학생 참여에 대한 다양한 집단의 인식과 그 원인을 탐색하고, 그에 적합한 학습자 주도성에 대한 각 집단의 접근 방법과 집단 간의 소통을 모색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