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즐거운 생활은 초등학교 저학년과 통합교육과정 역사의 발자취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칭이다. 즐거운 생활은 제4차 교육과정에서 처음으로 통합 교과용 도서로 등장하였다. 당시 교육과정에 따르면, 1, 2학년은 음악, 미술, 체육 교과를 합쳐서 시간을 배당하고 통합 교과용 도서 및 자료를 활용하여 해당 교과를 통합 운영하도록 하였다(문교부, 1981, p. 4). 이후 즐거운 생활은 제5차 교육과정에서 정식 교과 및 통합교육과정으로 신설·구성되면서(문교부, 1987, p. 50)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즐거운 생활이 여러 교육과정 개정 속에서 살아남으면서 언제나 거론된 쟁점이 있다. 즐거운 생활, 즉, 통합교과의 존재 여부이다. 통합교과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초등학교 학생들의 발달 수준 및 단계, 흥미와 욕구, 배움의 방식을 고려할 때 통합교과가 필요하고 더 나아가 초등학교 모든 학년에서는 분과에서 배운 교과에 기초하여 분절된 경험을 횡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교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김영수, 강충열, 2008; 이종원, 이경진, 2017; 정광순, 2023b). 이러한 주장과 이론을 근거로 하여 박채형(2012, p. 210)은 즐거운 생활이 체육, 음악, 미술의 교과 간 통합교과에서 주제를 중심으로 한 탈학문적 통합교과로 독자적 지위를 확립하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통합교과는 탈학문적 통합 접근 방식을 유지하면서 개정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즐거운 생활은 네 개의 탈학문적 질문 형식으로 이루어진 영역에 따라 ‘지금-여기-우리 삶’을 즐기며 놀이하는 힘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에 마음껏 상상하고 창작하는 놀이, 문화, 예술 활동을 즐기면서 감정, 정서, 생각, 느낌을 풍부하게 하고, 이 과정에서 즐거운 생활과에서 추구하는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를 형성하도록 안내하였다(교육부, 2022, p. 36). 이는 저학년 음악교육 방식으로서 통합적 접근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반면, 즐거운 생활을 반대하는, 그중 음악의 독립 교과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즐거운 생활이 저학년에 이루어져야 할 음악성 발달을 저해하고 음악 본연의 목적이 반영되지 않았으며, 학년군 간의 연계를 만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김은주, 2019; 임은정, 김성지, 송정주, 2024; 주대창, 2024). 이경언(2021, p. 140)은 즐거운 생활이 통합교과로서 정체성 확립을 위해 계속 노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체육과, 음악과, 미술과의 물리적 통합이 아니라 화학적 통합으로서 독립적인 성격을 가진 교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한계를 보인다고 하였다.
이러한 학계 논의는 저학년 음악교육이라는 저울에 통합과 분리라는 추를 양 끝에 매달아 놓은 형국이다. 지난 40년 동안 통합교과에서 이루어진 저학년 음악교육과 독립 교과를 통한 저학년 음악교육이 각각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어 현행 즐거운 생활에서의 저학년 음악교육 체제를 바꾸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저학년 발달 수준에 맞는 음악성 발달 방향과 방법이 무엇인지를 중심에 놓고 현행 저학년 음악교육 방식을 비판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모든 나라는 나름의 방식으로 저학년 음악교육의 본질과 목적을 추구하므로 각자의 교육 체제에 따라 저학년 음악교육을 행한다. 여러 나라의 저학년 음악교육 방식 및 체제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나라 저학년 음악교육의 현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해외 저학년 음악과 교육과정 분석을 통해 저학년 음악교육을 유형화하고 이를 토대로 2022 개정 즐거운 생활과 교육과정을 고찰하고자 한다. 그래서 더 나은 저학년 음악교육을 위해 저학년 음악교육 관점에 따라 개선해야 할 것을 향후 과제로 제시할 것이다.
II. 저학년 음악교육의 의의
우리나라 초등학교는 통상적으로 저·중·고학년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저학년은 1~2학년군, 중학년은 3~4학년군, 고학년은 5~6학년군으로 나뉜다. 피아제(J. J. Piaget)의 인지 이론에 따르면 만 7세~8세에 해당하는 저학년 학생들은 전조작기(만2세~7세) 말기와 구체적 조작기(만7세~11세) 초기에 해당한다. 전조작기의 아동은 형상이나 언어 등과 같은 상징에 의해 지각하며 자기중심적인 특성을 가진다. 그 시기의 아동은 지각상(知覺上)의 변화와 논리 간의 갈등 시 전자에 의존하는 사고를 하며 비가역성, 자기중심성을 띠고 보존의 개념을 갖고 있지 않다. 구체적 조작기의 아동은 논리-수학적인 사고구조를 가지게 되며 보존과 가역성의 개념이 생긴다. 이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자료에 의해서 조작이 일어나고 집중성에서 탈피하여 상보성이 발달하는 시기이다(장상호, 1992, pp. 37-38). 이를 바탕으로 초등 1~2학년은 상상력과 상징화를 통한 감각형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구체적인 자료를 통한 조작형 논리적 사고로 전환되는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다.
학자마다 제시한 음악 발달 구분 및 기준의 연령대가 다소 차이가 있으나 음악학자들은 연령대별로 음악적 발달 단계를 제시하며 저학년 시기에 음악교육이 이루어져야 함을 주장하였다. 대표적으로 짐머만(M. Zimmerman), 가드너(H. Gardner), 하그리브스(D. Hargreaves), 스와닉(K. Swanwick)과 틸만(J. Tillman)이 있다. 음악학자들의 음악 발달 단계를 피아제의 인지 발달 단계에 비교하면 <표 1>과 같다. 그중 초등 1~2학년 시기에 해당하는 음악 발달 단계는 음영으로 표시하였다.
짐머만은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을 바탕으로 음악 발달 단계를 제시하였다. 짐머만의 음악 발달 단계에 따르면, 초등 1~2학년은 전조작기와 구체적 조작기로 음악 감각이 발달하는 핵심적인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청각 지각 능력, 선율 지각 능력, 음정 구별 능력의 중요한 발달이 이루어진다(탁유진, 2021, p. 9). 전조작기에는 집중성의 경향 즉, 특징적 측면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특성이 있어 노래하며 리듬반주를 동시에 하는 활동은 매우 어렵다고 하였다. 이 시기에는 악보 읽기 활동이 가능하며 짧은 노래를 끝까지 부를 수 있는 가창 능력이 확장된다고 하였다. 만5~6세에 일정박 유지, 만6~7세에 청각적 지각 능력의 발달, 만6~8세에 선율 지각 능력 향상, 만6~9세에 음정 구별 능력이 향상된다고 하였다(승윤희, 정진원, 2021, p. 134; 양소영 외, 2024, p. 122). 구체적 조작기에는 음악의 다양한 특징을 다룰 수 있고 전조를 구별할 수 있다. 가락에 대한 보전 개념이 형성되며 가창 능력과 악보 읽기 능력이 발달한다고 하였다. 음악 적성의 기초 능력인 조성감 및 박자감이 확립되고 중창이 가능한 시기이므로 개념 중심의 학습을 시작하는 시기라고 하였다. 음악 선호가 결정되는 시기이므로 다양한 매체와 다양한 특징의 음악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하였다(석문주 외, 2017, p. 53).
가드너는 음악적 지능을 독립적 지능으로 보고 연령에 따른 음악적 발달 단계를 제시하였다. 초등 1~2학년은 그의 음악 발달 단계 중 관습적 단계에 해당하는데, 소속 문화권 음악의 관습적 어법을 습득하고, 장2도, 장3도, 단3도, 완전 4도의 음정이 있는 짧은 가락 패턴을 인지하여 익숙한 짧은 노래와 간단한 즉흥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하였다. 구체적 조작기에 해당하는 만 7~11세에는 소속 문화권의 음악적 관습 어법에 대해 안정적 도식(schema)이 형성되고 이에 대한 음악적 법칙의 숙달에 관심이 생겨 문화권의 친숙한 노래를 완벽히 재생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 이 시기에는 음악적 기능을 습득하고 기능의 숙달도 가능하므로 체계적 교육을 통해 음악적 표현 및 지식, 기능을 확대할 필요성을 제시하였다(석문주 외, 2017, p. 54).
하그리브스는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이 논리·수리적인 인지 과정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어 음악 발달 단계를 설명하는 데 적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민경훈 외, 2017, p. 125). 그가 제시한 음악 발달 단계에 따르면, 초등 1~2학년은 도식적 단계로 청감각의 민감성이 급속도로 발달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의 아동은 가락의 특징을 인식하고 기억하여 부를 수 있으며 관습적 음악 어법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승윤희, 정진원, 2021, pp. 152-153; 양소영 외, 2024, p. 122). 따라서 초등 1~2학년은 이러한 발달 특성을 잘 이해하여 음악 감각을 인지적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음악 감각 활동과 구체적 음악 자료를 활용한 표현 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스와닉과 틸만(1986)의 음악 발달 단계에 따르면, 초등 1~2학년은 모방기에 해당한다. 모방기는 개성적 모방 단계와 규칙적인 모방 단계로 세분화하는데, 이 시기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표현하는 개성적 모방 단계를 벗어나 음악적 표현에 관심을 두게 되어 타인의 음악적 표현에 관심을 기울여 타인의 표현을 모방하는 규칙적인 모방 단계로 성장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초등 1~2학년은 관습적인 표현 속에서 스스로 음악의 강세나 빠르기를 변화시키는 등 음악을 만들어간다.
음악학자들의 주장은 음악적 능력이 연령대별로 다르게 계발되고, 단계적이며 계속적,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궤를 같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초등 저학년 시기에는 청각적 지각 능력이 발달하며 음악의 기초 능력 즉, 리듬, 가락, 조성감, 박자감 등이 확립되기 시작한다. 또한 아동이 사는 문화권의 관습적 음악 어법에 관해 관심을 두고 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능력도 생성된다.
한편, 국악 교육학계에서는 아동의 우리 문화의 관습적 음악 어법에 관한 관심 및 이해 능력과 관련하여 초등 1~2학년 시기에 꼭 배워야 할 아이들의 노래가 있고 이를 지도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이동희, 박지영, 2024, p. 163).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초등 1~2학년은 감각형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조작형 논리적 사고로 전환되는 시기로 다양한 음악 감각 활동과 표현 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더욱이, 서양음악에만 익숙한 귀를 가진 아이들이 국악의 맛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 음악교육을 시작하면서 소리(국악)를 받아들이는 음악적 감각을 다시 일깨워주어야 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성기련, 2008, p. 8).
그래서 여러 국악교육학자들은 초등 저학년 시기에 적합한 장르로 전래동요와 민요를 주장하고 있다. 전래동요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어린이의 노래로 아이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이것은 우리말의 어법과 함께 우리 음악의 어법을 몸에 익히는 단계의 소산물(김혜정, 2010, p. 59)로 우리 문화의 관습적 음악 어법을 체득하는 데 중요한 음악 장르이자 감각적이고 흥미로운 표현 활동에 적합한 음악 교수 자료이다. 전래동요의 음악적 특징을 보면, 노랫말은 우리말의 어순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장단과 가락은 노랫말에 맞게 이루어져 아이들의 생각과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다. 전래동요에 수반된 놀이는 아이의 몸동작에 맞추어 있어서 다양한 말붙임새와 장단꼴이 만들어지고, 누군가를 이기는 경쟁을 조장하기보다 화합 지향적 요소를 갖고 유쾌하게 놀게 되어 있다(강혜인, 2007, p. 36). 또한, 전이가 높은 음악교육을 해야 한다는 필연성을 염두에 두면, 초기의 음악성 교육은 기층 음악인 민요의 음악 어법 터득에 집중해야 한다(주태원, 1997, p14). 따라서 전래동요와 민요는 저학년 음악 발달 단계에 있어서 꼭 가르쳐야 할 음악 요소가 포함된 제재곡이므로 이를 통해 저학년 음악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종합하면, 저학년 음악교육의 의의와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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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2학년은 감각형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조작형 논리적 사고로 전환되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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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는 음악교육에서도 음악적 감각 및 표현력이 생성되는 중요한 시기로 초등 1~2학년의 음악 발달 단계에 적합한 음악학습과 그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음악학습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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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2학년은 청각적 지각 능력이 발달하므로 동물 흉내를 내며 리듬에 맞춰 걷기와 같은 리듬, 가락, 장단 등 음악의 기초 능력 향상을 위한 음악 감각 활동과 표현 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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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의 아동의 발달 단계에 맞는 음악적 경험 및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짧은 길이의 악곡과 초등 1~2학년에게 친근한 내용 즉, 그들의 직접적인 삶과 관련된 내용인 가족, 학교, 장난감 등과 같은 것으로 음악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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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에는 우리 문화의 관습적 음악 어법에 관한 관심과 이해 능력이 확립되어야 하는데, 전래동요와 민요는 우리 문화의 관습적 음악 어법을 체득하는 데 중요한 음악 장르이자 감각적이고 흥미로운 표현 활동에 적합한 음악 교수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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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의 관습적 음악 어법을 바탕으로 점차 규칙적이며 사회적으로 공유되는 다양한 음악 어법으로 표현하여 음악적 선호도 및 능력을 생성하도록 한다.
III. 해외 저학년 음악과 교육과정 현황 및 유형
우리나라의 즐거운 생활과 교육과정은 음악, 미술, 체육의 통합교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주제 중심으로 통합하여 운영되고 있다. 최근 통합교과 운영에 따른 쟁점이 대두한바, 초등 저학년 음악교육이 이루어지는 현황을 통해 저학년 음악교육을 유형화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분석 대상은 4대륙 10개국이다. 구체적으로, 아시아는 일본, 싱가포르, 대만 3개국, 유럽은 영국, 독일, 핀란드 3개국, 북아메리카는 미국, 캐나다 2개국, 오세아니아는 호주, 뉴질랜드 2개국이다. 분석 방법은 국가별 홈페이지에 게시된 음악과 관련 교육과정과 함희주 외(2012)의 ‘세계의 학교 음악 교육과정’, 승윤회 외(2019)의 ‘세계 여러 나라 학교 음악 교육과정’을 활용한 문헌 연구이다.
10개국의 저학년에 해당하는 초등 1~2년 음악 교과명과 과목명을 살펴본 결과를 제시하면 <표 3>과 같다.
먼저, 초등 1~2년을 지칭하는 용어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초등 1~2년으로 제시하는 나라에는 일본, 핀란드, 캐나다 온타리오주, 뉴질랜드가 있었다. 그중 뉴질랜드의 1학년은 우리나라의 유치원에 해당하고, 그 나라의 2~3학년이 우리나라의 1~2학년에 해당한다. 초등 1~2년에 해당하는 단계를 제시하는 나라에는 싱가포르, 대만, 영국, 미국이 있는데, 싱가포르는 stage 1, 대만은 1단계, 영국은 KS 1 또는 핵심 단계 1, 미국은 K1~K2으로 표기하고 있었다. 독일 베를린 주와 호주는 학년 구분이 있으나 독일 베를린 주는 1~4학년군, 호주는 F~2학년군 등 교육과정 운영 시 학년군을 적용하고 있었다.
교과명은 세 가지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음악 교과명으로 제시한 나라는 일본, 영국, 독일 베를린 주 등 세 나라이고, 예술로 제시한 나라는 싱가포르, 핀란드, 미국, 캐나다 온타리오주, 호주, 뉴질랜드 등 여섯 나라이다. 이들은 교과명 내에 하위 과목을 구성하고 있었는데, 뉴질랜드를 제외한 나라는 하위 과목으로 음악을 제시하였다. 뉴질랜드의 음악 관련 과목명은 음악-소리예술이다. 대만은 저학년 음악 관련 교과명이 생활 교육과정인데, 이는 상위 학년에 제시된 교과 중 사회, 예술과 인문, 과학기술을 통합한 명칭이다.
교과목명에 따른 저학년 음악과 교육과정 운영 방식을 제시하면 <표 4>와 같다.
음악과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나라는 일본, 싱가포르, 영국, 독일 베를린 주, 핀란드, 미국, 캐나다 온타리오주, 호주, 뉴질랜드 등 총 9개국이다. 이중 예술 교육과정을 동시에 운영하는 나라는 핀란드, 미국, 캐나다 온타리오주, 호주, 뉴질랜드 등 5개국이다. 이들은 예술 교육과정 내 음악과 교육과정을 제시하여 예술이라는 테두리에서 음악을 이해하고,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음악의 본질에 접근하도록 설계하였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핀란드는 기초예술교육과정을 제정하여 예술교육을 강조하였으나 예술기본교육과정에 예술교과별 구체적인 교육 내용 지침을 별도로 마련하여 제시하고 있어(승윤희 외, 2019, p. 251) 사실상 독립적인 음악과 교육과정을 운영한다고 볼 수 있다.
통합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나라에는 대만이 있다. 대만은 통합적인 교과교육을 지향한다. 학교 교육에서 음악 내용을 포함한 교과명은 초등 1~2학년의 ‘생활 교육과정’과 초등 3~중3학년(9학년)의 ‘예술과 인문’이 있다. ‘예술과 인문’ 교과안에는 시각예술(미술), 청각예술(음악), 그리고 동각예술(무용, 연극)이 포함된 통합예술 교과로 통합예술 교육과정에 기초하고 있다(함희주 외, 2012, p. 52). 초등 1~2학년의 ‘생활 교육과정’은 이미 통합된 교과목 3가지를 다시 통합한 교과로 통합교육과정의 성격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저학년 음악교육은 크게 음악 관련 내용을 포함하는 통합교과로서 통합 운영형, 음악 관련 내용을 포함하는 예술 교과군으로서 예술 교육과정 내 음악 분리 운영형, 독립 교과로서 독립 운영형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 본 절에서는 유형별 특징을 살펴보고 이에 따른 시사점을 모색하고자 한다.
통합 운영형은 3가지의 통합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형태는 다학문적 통합이다. 이는 하나의 주제를 여러 학문의 관점에서 다루도록 하는 것으로, 각 학문 즉 교과의 특성이 유지되는 것이다. 두 번째 형태는 간학문적 통합이다. 간학문적 통합은 여러 학문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주제 등을 추출하여 이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조직하는 것이다. 이는 학문 간의 경계가 무너져 교과의 독립성이 약해지는 특성이 있다. 세 번째 형태는 탈학문적 통합으로 특정 학문을 초월하여 특정 주제나 문제 등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조직하는 것으로 각 학문의 독립성이 사라져 특정 교과의 지식이나 기능 등을 학습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
본 연구에서 살펴본 저학년 통합 운영 국가는 우리나라와 대만이 있다. 추가적으로 2024년 현재 우리나라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IB 교육과정이 있다.
먼저 대만의 교육과정은 다학문적, 간학문적 통합 형태를 띤다. 대만의 통합교과에는 ‘생활 교육과정’과 ‘예술과 인문’이 있다. 그중 ‘생활 교육과정’은 초등 1~2학년 통합교과로 사회, 예술과 인문, 과학기술이 통합되어 다학문적, 간학문적 통합의 특징이 보인다. 이 교과에서 음악 관련 내용은 ‘생활 교육과정’에 통합된 ‘예술과 인문’에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함희주 외(2012, p. 52)는 ‘예술과 인문’ 교과를 청각예술(음악), 그리고 동각예술(무용, 연극)이 포함된 통합예술 교과로 설명하였다. 이 교과도 마찬가지로 시각, 청각, 동각 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제시하고 있어 음악과만의 특색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목표 영역에 따른 분단 능력 지표에는 예술 영역을 포함하여 기술함으로써 통합 예술적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내용 체계와 관련하여 눈여겨볼 점이 있다. 내용 요소를 표현 탐색, 기본 개념, 예술과 역사 문화, 예술과 생활로 나누고 교육활동 내용에 시각, 청각, 동각 예술의 내용을 각각 나누어 제시하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표현 탐색 교육활동에는 ‘음악 표현과 탐색’을 제시하여 신체로 음악 표현하기, 동요 부르기, 노래 부르며 악기 또는 신체로 박자 맞추기, 간단한 리듬 창작하기(4분음표와 8분음표 포함하는 다양한 리듬 만들기)가 제시되어 있다. 기본 개념에는 ‘음악 소재와 개념’ 항을 제시하며 다양한 소리를 활용하여 자신의 소리 만들어 표현하기, 선율의 특징 파악하기(음의 높낮이, 음의 길이, 가락 진행 형태 등을 이해), 악보에 사용되는 다양한 기호 이해하기 등이 제시되어 있었다(함희주 외, 2012, pp. 67-68). 이는 통합 운영형에서 1~2학년이 성취해야 할 내용 제시 방식으로 참고할 만하다고 본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우리나라와 IB 교육과정은 탈학문적 통합 운영 형태를 띤다. 우리나라 통합교과 교육과정은 ‘우리는 누구로 살아갈까, 우리는 어디서 살아갈까,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아갈까, 우리는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의 탈학문적 주제로 제시되어 있다. 음악 교과가 포함된 즐거운 생활도 이 주제로 구성되어 있어 음악 교과만의 특징적인 지식이나 기능 등에 관한 내용이 교육과정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IB는 국제 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으로 유·초등학교 과정인 PYP는 개념 기반 탐구 중심 교육의 구현으로 개별교과를 초월한 언어, 사회, 수학, 예술, 과학, 체육·사회성·인성의 6개 교과를 통해 세계 공통의 관심사가 될 수 있는 6개의 초학문적 주제 중심 교수·학습을 지원한다(박진, 2023, p. 148). 이 교육과정은 초등학생의 발달 단계와 학생의 경험과 삶을 강조하는 ‘과정으로서의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IB는 음악, 댄스, 드라마, 시각예술이 포함된 예술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각 예술 교과에 대한 관점(perspective)이 제시되어 있다. IB는 초학문적 주제에 따라 핵심 개념을 탐구하도록 단원을 설계하기 때문에, 이에 도움이 되는 교사/학생의 예시 질문을 ‘합주 공연에서 왜 일정한 박자가 중요한가? 이 악기로 어떤 소리를 낼 수 있는가?’ 등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IB, 2009, pp. 134-136). 이러한 주제 제시는 탐구 단원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나 음악 교과가 가진 특정적 지식이나 기능 등을 습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예술 교과군으로서 예술 교육과정 내 음악 분리 운영형은 예술 교육과정뿐 아니라 한 과목으로서 음악 또는 음악 관련 교육과정이 존재하고 이를 통해 저학년 음악교육이 이루어지는 유형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나라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미국, 호주, 뉴질랜드가 있다. 예술 교육과정 내 음악 분리 운영형의 특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예술 교육과정, 예술 영역에서 예술의 목표 및 내용을 제시함으로써 보편적인 예술교육 관점에서 음악을 이해하도록 하였다. 이 유형은 예술과 음악의 관계 속에서 음악교육을 바라보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예술 교육적 관점을 바탕으로 예술에서의 통합학습을 강조하기 위해 댄스, 드라마, 음악, 시각예술 과목을 함께 묶어서 하나의 예술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Ontario Ministry of Education, 2009, p. 13). 미국은 무용, 미디어아트, 음악, 연극, 미술 등 5개 예술 교과목에서 학습해야 하는 교육 내용을 위한 핵심예술기준을 마련하였는데, 이것은 예술 교과목에 공통으로 적용하는 4개 영역에 따른 11개의 주요 기준(anchor standards)을 말한다(승윤희 외, 2019, p. 119). 호주는 무용, 드라마, 미디어아트, 음악, 비주얼 아트 등 5개 분야를 예술 학습 영역으로 구성하고, 유치원 과정부터 6학년까지 새로운 아이디어 탐색 및 즉흥 표현, 실천적 지식, 연주, 발표, 전시를 통한 예술작품 공유, 예술작품 반응 및 해석 등 4개의 주제를 제시하였다(승윤희 외, 2019, p. 356). 마지막으로 뉴질랜드는 댄스, 드라마, 음악-소리예술, 시각예술 등 4개 분야를 예술 영역으로 제시하고, 맥락 속 예술 이해, 예술의 실용적 지식 개발, 예술의 아이디어 개발, 예술의 소통 및 해석 등 네 가지 상호 공통 요소를 중심으로 구성하였다(https://nzcurriculum.tki.org.nz/The-New-Zealand-Curriculum/The-arts/Learning-area-structure).
둘째, 이 유형은 예술의 공통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음악의 특징을 반영한 목표 및 내용, 성취기준을 별도로 제시함으로써 음악교육의 독립성을 확보하면서 저학년 음악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즉, 예술-음악 혼합 운영형이라는 점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음악 과목에 따른 세 개의 전반적 기대수준(overall expectation)을 제시한 후, 1~3학년군 학습 내용 및 활동, 기초 개념, 학년별 구체적인 기대수준(specific expectation)을 상세히 제시하였다(승윤희 외, 2019, pp. 203-210). 미국은 창작하기, 연주하기, 반응하기, 연계하기 등 4개 영역별로 학년에 해당하는 수행기준을 제시하였는데, 예를 들면 2학년에는 ‘선택한 음악을 분석할 때 그림악보나 기보법을 사용하여 리듬과 가락 패턴을 독보하고 연주하기’와 같은 음악 활동을 제시하였다(오지향 외, 2024, p. 201). 호주와 뉴질랜드도 마찬가지로 기술에 차이는 있으나 목표, 성취목표 등을 기술하였다.
셋째, 이 유형에서 눈여겨볼 점은 예술에서의 음악교육을 위해 예술 교과 간의 통합학습을 지향하면서도 <표 5>와 같이 저학년부터 음악의 기초 개념 및 요소를 제시하였다는 점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Ontario Ministry of Education, 2009, p.18)와 호주(https://www.australiancurriculum.edu.au/f-10-curriculum/the-arts/music/example-of-knowledge-and-skills/)는 음악 요소, 음악 지식으로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고, 미국과 뉴질랜드는 성취기준 및 내용에 포함하여 제시하고 있었다(승윤희 외, 2019, p. 27; 오지향 외, 2024, pp. 199-201). 이는 저학년부터 음악의 고유성을 반복·심화 학습하여 음악교육의 체계성을 마련하기 위한 장치였다고 여겨진다.
나라 | 기초 개념 및 요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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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온타리오주 | 길이, 음높이, 셈여림과 다른 표현적 요소, 음색, 조직/화성. 형식 |
미국 | 박, 음높이, 리듬, 가락, 조성, 박자, 강약, 템포 |
호주 | 리듬, 음높이, 셈여림과 표현, 형식과 구조, 음색 |
뉴질랜드 | 박, 리듬, 음높이, 빠르기, 셈여림, 음색 |
독립 교과로서 독립 운영형은 저학년부터 음악 교과를 독립된 교육과정으로 운영하는 유형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나라에는 독일 베를린주, 영국, 일본, 핀란드, 싱가포르가 있다. 이 유형은 저학년의 필수교과이자 기본 교과로 음악 교과를 제시하였다. 이는 저학년을 포함한 모든 학년에서 음악교육의 중요성 및 음악 교과의 확고한 입지를 보여주고 있다. 초등 1~2학년에 해당하는 교과의 편제를 보면, 독일 베를린주는 음악 교과를 필수교과 중 하나로 주당 2시간씩 운영하고 있고, 영국은 기초교과 중 하나로, 일본은 개별교과 중 하나로 편성하였다. 핀란드는 음악, 미술, 공예 과목을 예술교과군으로, 싱가포르는 미술, 음악을 예술교육 과목으로 구성하여 표면적으로 예술 교육과정 내 음악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형식을 보이나 과목끼리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립 교과 체제로 음악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유형은 독립 교과의 위상에 맞게 저학년부터 학년의 위계를 고려하여 학습 내용을 제시하였다. 그래서 음악 교과의 성격을 반영한 영역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음악의 본질과 학년에서 배워야 할 핵심 내용을 영역 및 주제에 따라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주의 경우, 학습 내용을 ‘음악의 기초, 형식과 구성, 종류와 장르, 효과와 기능, 문화적 맥락 속에서의 음악’ 등 다섯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고, 각 영역의 학습 내용을 학년군별로 단계적, 위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승윤희 외(2019)는 영역에 따른 학년군별 학습 내용을 제시하였는데, <표 6>은 ‘음악의 기초’에 해당하는 1~4학년군의 학습 내용이다. 이를 보면, 영역 내 소주제를 제시하고, 소주제별 학습 내용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학습 내용은 기초적인 음악 개념에 따른 위계가 아니라 영역에 해당하는 음악 개념과 음악 활동을 결합하여 학습 내용을 제시하고 있었다.
영역 | 관련 주제 |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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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기초 | 음 재료와 인지 | • 음, 소리, 소음, 큰소리와 무음(쉼)을 소재로 한 실험 • 인지 훈련과 리듬놀이 |
음의 생성과 악기 | • 음 생성원으로서의 목소리와 신체 • 음 발생의 원리 • 간단한 소리 만들어 보기 • 악기의 기본 주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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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보 | • 음, 소리, 소음 기보, 간단한 그래픽 악보 • 음표, 쉼표, 마디 • 높은음자리표의 기보 |
영국의 초등 1~2학년에 해당하는 Key stage 1의 학습 내용은 노래 부르기, 악기 연주하기, 감상하기, 창작하기 등 음악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고, 일본은 초등 1~2학년군에 해당하는 학습 내용으로 구체적인 가창, 기악, 창작, 감상 활동과 해당 학년군을 위한 공통 악곡 및 악곡 선정 기준, 가락악기 예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마찬가지로 싱가포르, 핀란드에서도 학년군에 따라 음악 교과를 통해서 배워야 할 내용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러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학습 내용 제시 방식은 학습자들에게 기본 음악 활동에 충실할 수 있는 음악교육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저학년 학습자는 어릴 때부터 음악 요소 및 음악 활동을 반복·심화하는 음악 경험을 통해 음악의 본질을 체득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음악교육이 다른 예술로의 전이 및 심화 예술교육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본다.
지금까지 교육과정 유형별로 특징을 살펴보았다. 이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통합교과로서 통합 운영은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탐구하도록 하기 때문에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저학년 학습자에게 유기적이고 상호보완적인 음악적 통합학습의 기회를 제공하여,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중 간학문적·탈학문적 통합 운영은 음악 교과의 특성에 따른 지식이나 기능 등을 체계적으로 학습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음악 관련 주제 중심의 단원 설계를 통해 학생들이 저학년 수준에 맞는 음악을 탐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저학년의 발달 수준에 맞는 음악적 능력 함양과 다음 학년군의 음악 학습 연계성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예술 교과군 내 음악 분리 운영형은 예술적 통합 속에서 음악적 특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음악이 예술 교과의 한 분야로 통합되었지만, 그 고유한 성격과 학습 내용이 독립적으로 명확히 설정되어 음악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예술 영역과의 연계성을 효과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예술 교과군 내 음악을 분리하여 운영할 시에는 음악의 특성을 살려 지도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것이 요구된다. 또, 예술 교과군 내 음악 분리 운영형은 보편적 예술교육을 통한 다각적 이해 관점을 제시해 준다. 예술 교육과정을 통해 음악을 포함한 예술의 목표와 내용을 보편적 관점에서 제시하는 것은 저학년에게 폭넓은 예술적 소양을 제공하고 음악을 포함한 다각적 예술 활동의 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따라서 음악 교과 지도 시, 예술적 관점에서 음악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과 호주의 경우처럼 예술 교과 내에서 음악 교육의 세부적 기준과 학습 목표를 설정하여 단계별 학습을 지원하고, 예술 영역 전반에 걸친 연계된 학습 경험을 제공하면 체계적이고 연속적인 음악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다.
셋째, 영국, 싱가포르, 일본 등과 같이 독립 교과로서 독립 운영형은 음악교육의 심층적 이해와 전통 계승 강화에 이점이 있다. 독립 교과로 운영되면서 각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반영한 음악 학습을 통해 전통 음악을 이해하고 계승할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저학년부터 체계적인 국악 교육을 통해 일본처럼 지역 전통 악곡을 포함한 전통 음악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독립 운영형은 음악 활동에 대한 체계적 성취 기준을 제시하므로 저학년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연주, 감상, 창작 활동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싱가포르와 일본의 경우처럼 학년별 성취기준에 따른 음악적 활동을 제시하여 저학년부터 음악 요소를 체계적으로 학습하도록 하여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음악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요구된다. 또한, 독립 운영형은 음악적 개념과 창의적 표현을 연계하는 데 이점이 있다. 독립 운영형은 연주, 감상, 창작 등 다양한 음악 활동을 통해 저학년 학습자들이 음악의 개념을 이해하고 창의적 표현 능력을 기르는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저학년 때부터 다양한 음악 활동을 통한 음악 개념 지도를 통해 학생들이 음악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IV. 저학년 음악교육 관점에 따른 2022 개정 즐거운 생활 고찰
앞장에서는 저학년 음악교육을 통합 운영형, 예술 교육과정 내 음악 분리형, 독립 운영형으로 나누어 유형화하였다. 그중 예술 교육과정 내 음악 분리형과 독립 운영형은 음악 교과의 성격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다. 이에 본 장에서는 저학년 음악교육의 성격을 다른 교과와 음악과를 통합하여 바라보는 통합적 관점과 음악과를 독립 운영체제로 바라보는 분리적 관점으로 나누어 2022 개정 즐거운 생활을 고찰하고자 한다.
저학년 음악교육의 통합적 관점은 표면적으로 여러 교과를 통합한 형태를 띠고 실제적으로 주제 중심으로 교과를 통합하여 운영한다. 또한 통합된 교과가 다음 학년군의 해당 교과와의 연계를 위해 통합교과에 포함된 각 교과의 특성이 통합교육과정에 반영되어 있다. 특히 예술통합인 경우에는 이 특징이 드러나게 예술 교육적 관점에서 활동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통합적 관점에서 2022 개정 즐거운 생활 고찰은 첫째, 주제 중심으로 교과가 통합되어 있는지, 둘째, 저학년 수준에 맞는 음악을 탐구할 기회가 반영되어 있는지, 셋째, 음악이 예술의 한 분야이므로 예술통합 교육적 관점에서 활동이 제시되는지이다.
먼저, 주제 중심으로 교과 통합 여부이다. 2022 개정 즐거운 생활과는 지금-여기-우리 삶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음악, 미술, 체육교과가 통합되어 있다. 더욱이, 영역은 ‘우리는 누구로 살아갈까, 우리는 어디서 살아갈까,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아갈까, 우리는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라는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에 대해 정광순(2023a, p. 134)은 학생들이 주제를 통해서 삶을 탐구할 때 할 수 있는 4가지 기본 질문을 영역으로 개발하였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교과용 도서도 여러 활동들을 주제 중심으로 선정 및 구성하여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주제 중심 통합은 아동이 삶 속에서 가지고 있는 흥미와 요구를 출발점으로 여러 교과의 내용을 학문 간 경계에 연연해하지 않고 재구성하여 아동 주도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김영수, 강충열, 2008, p. 22). 이러한 점에서 주제 중심으로 교과를 통합한 저학년 음악교육의 통합적 관점에 부합한다.
다음으로, 저학년 수준에 맞는 음악을 탐구할 기회가 반영되어 통합교육과정에 반영되어 있는지다. 본 연구와 관련하여 즐거운 생활과에 통합된 음악 부분에 한정하여 살펴보았다. 2022 개정 즐거운 생활의 교수·학습 및 평가 중 교수·학습의 방향은 ‘(자) 즐거운 생활과의 교수·학습에서는 특히 누리과정의 신체운동·건강, 예술경험 등 내용 영역과 초등학교 3학년 이후 체육과, 음악과, 미술과 교육과정 등과의 연계를 고려한다.’라고 제시하였다(교육부, 2022, p. 45). 그러나 2022 개정 즐거운 생활과의 내용 체계, 성취기준, 교수·학습 및 평가 등 어느 항목에서도 음악과와 관련된 교육활동의 제시가 전혀 없으며 음악과 관련된 용어조차도 발견하기 어려웠다. 이는 2022 개정 즐거운 생활과 교육과정이 저학년 때 다루어야 할 기초적인 음악교육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저학년 수준에 맞는 음악 탐구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하며, 통합적 관점에도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예술통합 교육적 관점에서 활동 제시 여부이다. 2022 개정 즐거운 생활에서 예술과 관련된 부분을 추출하면 <표 7>과 같다.
<표 7>을 보면, 2022 개정 즐거운 생활과는 예술교육을 추구하는 교과임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어디서 살아갈까’ 영역은 예술과의 관련성이 높은 영역이었다. 특히 내용 체계 및 성취기준을 보면, 지식·이해에는 ‘우리나라/다른 나라의 문화 예술, 전통문화’가 있고, 과정·기능에는 ‘소통하기, 표현하기, 상상하기, 전시하기, 공연하기’를 제시하였다. 가치·태도에는 ‘전통의 소중함, 문화예술 향유’가 있다. 이는 2022 개정 즐거운 생활이 학습자에게 예술 관련 구체적인 내용을 지도하고 예술 활동을 통해 학습자에게 기대하는 결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2022 개정 즐거운 생활과는 예술통합 교육적 관점에서 활동을 제시하는 저학년 음악교육의 통합적 관점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저학년 음악교육의 분리적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음악 교과의 성격을 유지하느냐이다. 해외 저학년 음악교육에서 살펴봤듯이, 음악 교과의 성격을 유지하는 방법은 예술과 음악의 관계 속에서 갖는 예술의 보편성과 함께 음악 교과를 별도로 운영하는 방법과 처음부터 음악 교과의 독립성을 인정하여 독립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방법이 있다. 따라서 저학년 음악교육의 분리적 관점에서는 이 두 가지 방법을 수용하여 다음과 같은 관점으로 2022 개정 즐거운 생활을 고찰하였다.
첫째, 예술의 보편성 속에서 음악 이해 여부이다. 앞서 <표 7>은 2022 개정 즐거운 생활과의 내용 체계 및 성취기준, 교수·학습 방향 항목에서 예술과 관련성이 있음을 제시하였다. 이는 학습자가 예술적 맥락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지식을 배우는 데 중점을 두었음을 의미한다. 다만, 다음 성취기준과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 사항을 통해 2022 개정 즐거운 생활에서 음악교육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성취기준
· [2즐02-02] 우리나라의 문화 예술을 즐긴다.
· [2즐02-03] 다른 나라의 문화 예술을 체험한다.
· [2즐04-03] 생각이나 느낌을 살려 전시나 공연 활동을 한다.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 사항
· [2즐02-03] 여러 나라의 놀이, 노래, 축제 등을 접하는 과정에서 다문화 교육과 연계할 수 있다.
· [2즐04-03] 여럿이 생각을 모아서 전시나 공연 및 놀이에 참여할 기회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
[2즐02-03]의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 사항에서는 문화 예술 체험으로 놀이, 노래, 축제 등을 접하는 방법을 언급하였다. 또한 [2즐04-03]의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 사항에서는 전시나 공연 및 놀이에 참여하기를 언급하였다. 이는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문화 예술 중 한 분야에 놀이, 노래, 축제가 있고, 학습자에게 공연 및 놀이에 참여하며 즐기는 생활화를 강조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예술의 보편성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데 적합하나 예술에서의 음악의 역할 및 지향점과 같은 음악의 고유성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따라서 예술의 맥락 안에서 학습자의 생활과 관련된 저학년 음악교육을 이룰 수 있는 운영 형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음악 교과의 성격 제시 여부이다. 교육과정에서 교과의 정체성은 성격, 목표, 영역, 내용 체계 및 성취기준, 교수·학습 및 평가 항목에 일관되게 나타난다. 2022 개정 즐거운 생활은 교과의 성격을 “학생이 놀이를 통해 ‘지금-여기-우리 삶’의 즐거움을 누리는 ‘놀이 경험 중심 교과’이다”라고 교육과정의 성격 항에 제시하였다. 이는 교육과정의 모든 항에 여실히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음악 교과의 성격을 제시하는 저학년 음악교육의 분리점 관점에서 볼 때, 2022 개정 즐거운 생활은 완벽히 부합하지 않는다.
셋째, 음악 요소 및 개념과 관련된 내용 제시와 음악 활동 여부이다. 이는 두 번째 관점과 연결선 상에 놓여 있다. 2022 개정 즐거운 생활에는 예술이 아닌 음악 요소 및 개념 제시, 음악 활동을 직접적으로 찾기는 어렵다.
넷째, 음악 학습의 위계성이다. 앞서 고찰한 바와 같이 즐거운 생활과의 교육과정에는 음악과와 관련된 내용 및 활동이 제시되어 있지 않아 학습의 위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22 개정 즐거운 생활의 교수·학습 및 평가의 교수·학습 방향 (자) 항목에서 “…(중략) 초등학교 3학년 이후 체육과, 음악과, 미술과 교육과정 등과의 연계를 고려한다.”를 명시했듯이, 저학년 음악교육에서는 상위 학년의 음악교육과의 위계성을 고려하여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통합적 관점과 분리적 관점에서 2022 개정 즐거운 생활을 고찰하였다. 이를 도식화하면 [그림 1]과 같다. 이때, 관점 일치도에서 ○는 일치를, △는 일부만 일치, ×는 일치되지 않음을 뜻한다.
종합하면, 2022 개정 즐거운 생활은 주제 중심의 통합 운영형으로 음악, 미술 등 예술교육에 해당하는 교과목이 통합되어 있다. 영역, 내용 체계 및 성취기준에서는 예술과의 관련성이 있고, 이에 따라 학습자가 예술적 맥락을 이해하고 지식을 배우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2022 개정 즐거운 생활은 예술 교육과정 내 음악의 역할 및 지향점, 음악 교과의 특성, 음악 요소 및 개념, 음악 활동, 음악 학습의 위계성 등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2022 개정 즐거운 생활은 상위 학년의 음악과의 연계를 고려하여 교수·학습이 이루어지도록 요구하고 있다.
V.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해외 저학년 음악과 교육과정 분석을 통해 저학년 음악교육을 유형화하고 이를 토대로 2022 개정 즐거운 생활과 교육과정을 고찰함으로써 향후 더 나은 저학년 음악교육을 위한 개선 과제를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먼저, 해외 10개국을 대상으로 저학년 음악과 교육과정을 음악 교과명, 음악 관련 교육과정 운영 방식으로 구분하여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저학년 음악교육을 세 가지 운영 형태로 유형화하였다. 첫째, 통합교과로서 통합 운영형은 여러 개의 교과가 하나의 주제로 통합되어 교과의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유형으로 대만과 IB 교육과정이 해당한다. 이 유형은 여러 원천 교과가 통합하여 다른 성격의 통합교과가 만들어져 주제 중심의 통합을 강조하였고, 음악과만의 특색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나 내용 영역에 음악 탐구 기회와 통합예술적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예술 교과군으로서 예술 교육과정 내 음악 분리 운영형은 예술 교육과정뿐 아니라 한 과목으로서 음악 또는 음악 관련 교육과정이 존재하고 이를 통해 저학년 음악교육이 이루어지는 유형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나라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미국, 호주, 뉴질랜드가 있다. 이 유형은 예술 관련 과목을 묶어 예술 교육과정, 예술 영역에서 예술의 목표 및 내용을 제시함으로써 보편적인 예술교육 관점에서 음악을 이해하도록 하는 동시에 음악의 특징을 반영한 목표 및 내용, 성취기준을 별도로 제시함으로써 음악교육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예술-음악 혼합 운영형이다. 이 유형에서 눈여겨볼 점은 예술에서의 음악교육을 위해 예술 교과 간의 통합학습을 지향하면서도 저학년부터 음악의 기초 개념 및 요소를 제시하였다는 점이다. 셋째, 독립 교과로서 독립 운영형은 저학년부터 음악 교과를 독립된 교육과정으로 운영하는 유형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나라에는 독일 베를린주, 영국, 일본, 핀란드, 싱가포르가 있다. 이 유형은 저학년의 필수교과이자 기본 교과로 음악 교과를 제시하여 학년을 포함한 모든 학년에서 음악교육의 중요성 및 음악 교과의 확고한 입지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유형은 독립 교과의 위상에 맞게 저학년부터 학년의 위계를 고려하여 학습 내용을 제시함으로써 음악 학습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교육과정 운영 유형에 따라 저학년 음악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을 통합적 관점과 분리적 관점으로 나누어 2022 개정 즐거운 생활과 교육과정을 고찰하였다. 통합적 관점의 세부 항목은 주제 중심의 교과 통합 여부, 저학년 수준의 음악 탐구 기회 여부, 예술통합 교육적 관점에서 활동 제시 여부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2022 개정 즐거운 생활은 주제 중심의 통합을 기반으로 음악, 미술 등 예술교육에 해당하는 교과목을 통합하여 영역, 내용 체계 및 성취기준에서 예술과의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교육과정 항목 어디에서도 음악 탐구 기회 관련 내용이 제시되지 않았다. 다음으로, 분리적 관점의 세부 항목은 예술의 보편성 속 음악 이해 여부, 음악 교과의 성격 제시 여부, 음악 관련 요소 및 개념과 음악 관련 활동 여부, 음악학습의 위계성 여부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2022 개정 즐거운 생활은 학습자가 예술적 맥락을 이해하고 지식을 배우도록 설계되었으나 예술 교육과정 내 음악의 역할 및 지향점, 음악 교과의 특성, 음악 요소 및 개념, 음악 활동, 음악학습의 위계성 등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2022 개정 즐거운 생활은 상위 학년 음악과의 연계를 고려하여 교수·학습이 이루어지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위의 고찰 내용을 바탕으로 더 나은 저학년 음악교육을 위해 통합적 관점과 분리적 관점에 따라 개선할 점을 향후 과제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저학년 음악교육을 통합적 관점에서 운영할 경우, 첫째, 통합적 관점을 유지하면서 교육과정의 구성 항목에 저학년 수준의 음악 탐구 기회를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둘째, 예술 내용 및 예술통합 활동에서 음악의 특성이 드러나는 주제와 활동 제시 방법이 있어야 한다.
저학년 음악교육을 분리적 관점에서 운영할 경우, 첫째, 예술교육과의 관계 속에서 음악의 역할 및 지향점을 무엇으로 볼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초등 1~2학년은 감각형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조작형 논리적 사고로 전환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그들의 발달 단계를 무시한 음악교육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요구된다. 둘째, 저학년 수준의 음악 요소 및 개념에 대한 제시가 필요하다. 4차 교육과정부터 저학년 음악교육이 통합으로 이루어지면서 교육과정이라는 공식 문서에 1~2학년 수준의 음악 요소 및 개념을 제시한 적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위 학년 음악과의 연계, 음악 활동의 위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주형미 외(2021, p.255)의 연구보고서에는 초등 1~2학년부터 중학교 1~3학년까지 학년군별 음악 요소와 개념 체계표를 연계성 있게 제안하였다. 이 연구보고서에서는 1~2학년 수준의 음악 요소 및 개념으로 박, 음의 길고 짧음, 말붙임새, 음의 높고 낮음, 올라가는 가락과 내려가는 가락, 소리의 어울림, 가락의 같고 다름, 셈여림, 빠르고 느림, 여러 가지 소리(목소리, 주변의 소리, 물체 소리 등)으로 제시하여 향후 저학년 관련 음악 요소 및 개념 연구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
저학년 음악교육은 오랜 기간 학계의 화두였다. 다양한 관점에서 학년 수준과 발달 단계에 맞는 저학년 음악교육 연구를 통해 더 나은 저학년 음악교육이 정착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