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우리나라 국가 교육과정에서 통합에 대한 논의는 국가 교육에서 목적하는 창의성 계발과 관련하여 이루어져 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초・중등 융합인재교육(STEAM 교육) 강화를 통해 융합적 사고와 문제해결능력 함양을 꾀하였고(교육과학기술부, 2010),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함양하여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교육부, 2015, p. 3)”이 비전으로 설정되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역시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교육부, 2022, p. 4)”에 중점을 둠으로써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국가 교육의 창의성 계발이 ‘통합’과 함께 논의되는 이유는 교과별 교육이 아닌 교과가 통합된 교육으로 창의적 인재 양성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김희정, 오헌석, 김도연, 2013; 최유현 외, 2013). 달리 말하면, “여러 학문의 지식을 융합하여 학문 간 경계를 허물어뜨리는(김희정, 오헌석, 김도연, 2013, p. 79)” 방식으로 교육과정이 설계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은 ‘통합’이라는 용어가 교육과정에서 융합, 통섭 등의 용어와 혼용되고 있는 현상으로 나타난다(교육부, 2015; 권점례 외, 2017; 허경철, 2016).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제시된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개념을 분석한 최욱(2020)은 융합과 창의성이 지닌 불가분의 관계를 통섭(consilience)으로 설명한다. 통섭은 분절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융합된 지식으로, 학생이 융합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현재와 미래의 삶을 성공적으로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 보는 것이다(Wilson, 1998). 허경철(2016)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인재상에서 공식적으로 등장한 ‘융합’, 과학계 혹은 과학교육계에서 빈번히 사용되고 있는 ‘통섭’이라는 용어가 교육학계에서 사용되는 ‘통합’이라는 용어와 유사한 의미임을 설명하며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이 통합에 있음을 밝힌다. 그리고 이러한 통합은 ‘학문의 통합, 교과의 통합, 교육과정의 통합’임을 설명한다.
그러나 교육과정에서 다루고 있는 통합의 의미는 통합을 이끄는 주체, 통합의 대상, 통합의 방법 등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된다. 가령 교육과정에서 통합은 기능에 따라 인식론적, 심리적, 사회적 측면에서 제시되기도 하고(Ingram, 1979), 교육과정의 역사적 측면과 학문적 측면에서 논의된 통합의 의미가 ‘왜, 무엇을, 누가, 언제/어디서/어떻게’의 측면에서 설명되기도 한다(이림, 2022). 교육과정이 지니는 이론적이면서 동시에 실천적인 성격을 고려했을 때 통합은 이처럼 다차원적 특성을 지닌다(김대현, 2021).
또한 교과 통합에 기반한 교육이 학생의 창의성 계발과 관련이 있다면, 이것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으며 그러한 관련성이 모든 학생의 창의성 계발을 강조하는 국가 교육과정에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 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국가 교육과정이 이를 가능하게 돕는 지침과 교육과정 내용 체계를 마련하여 교사의 교육과정 설계와 실천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융합인재교육(STEAM 교육)에 대한 메타분석 연구(신문승, 2018; 이석진 외, 2017)는 초・중등학교에서 실시된 융합인재교육(STEAM 교육) 프로그램이 학생의 창의성 향상에 유의한 영향을 주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또 다른 연구는 이 교육이 학생의 성장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가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함형인, 2020). 2015와 2022 개정 교육과정 역시 교육과정 구성의 중점과 교수・학습 지침으로 교과 간 통합을 제시하고 있으나(교육부, 2015, 2022), 교과를 통합한 교육과정이 어떻게 학생의 창의적인 사고 능력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교과를 통합한 교육과정 방식이 교과 교육과정에 적용된 구체적인 사항은 찾아보기 어렵다(윤지영, 2024).
본 연구는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통합의 의미를 살펴 창의성과 관계를 탐색하고, 이를 함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과 교육과정 구성 방안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국가 교육과정에 등장하는 통합은 창의적 사고를 의미하면서도 학생이 경험하는 통합이 무엇인지 교육과정에 구체화 되지 않은 채, 지식이 통합된 상태 혹은 앞으로 교과에서 단원을 구성할 때 지식을 통합적으로 조직해야 한다는 선언적 방식으로만 제시되어 있다. 이에 교육과정에서 통합의 여러 측면과 그 관계를 보여주는 Beane(1997)의 교육과정 통합 이론을 중심으로 국가 교육과정에서 학습자가 계발하기를 기대하는 통합의 의미를 명료화하고, 이를 계발할 수 있는 교육방식을 고찰하여 통합을 위한 교과 교육과정 구성 방안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다.
II. 교육과정에서 통합과 창의성
교육과정에서 이루어진 통합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정리한 James Beane은 교육과정 통합이 단순히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교과의 내용과 기능을 서로 연결 짓는 것만이 아님을 주장한다. 그리고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통합의 여러 가지 측면과 그들의 관계를 고찰하였다. Beane(1995)에 따르면 교육과정의 통합이란 학교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교육과정은 어디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지, 지식은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특유의 관점을 내포하는 것이다. 그는 교육과정 통합을 “교과 영역의 경계를 고려하지 않고 교육자와 학생들이 함께 확인한 중요한 문제와 이슈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조직하고, 이를 통하여 개인적 및 사회적 통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정 설계 이론”이라고 정의한다(Beane, 1997, pp. ⅹ-ⅺ). 그리고 교육과정의 통합에 포함된 네 가지 측면을 ‘경험의 통합(integration of experiences), 사회적 통합(social integration), 지식의 통합(integration of knowledge), 교육과정 설계로서 통합(integration as a curriculum design)’으로 설명한다(Beane, 1997, pp. 4-9).
첫째, 경험의 통합이란 인간이 자신과 그들의 세계에 대해 지닌 생각(인식, 믿음, 가치 등)을 경험으로부터 구성한다는 것을 뜻한다(Beane, 1997, pp. 4-5). 경험에 대한 성찰로부터 학습한 것은 인간이 앞으로 겪게 될 문제나 다른 상황을 다루는 자원이 된다. 이러한 학습은 자신과 세계에 대한 현재의 이해를 넓히고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학습되는 구성적이고 성찰적인 경험이 포함된다. 즉, 새로운 경험이 우리의 의미 체계(schemes of meaning)로 통합되는 것과 새로운 문제 상황의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과거의 경험을 조직하거나 통합하는 것이다.
둘째, 사회적 통합은 민주 사회 속 학교 교육이 지닌 중요한 목적에 대한 것으로, 공동의 가치나 공동선(common good)을 고취하는 교육과정을 강조하며 통합의 개념과 관련되어 있다(Beane, 1997, p. 6). 다양한 특성과 배경을 지닌 학생에게 공통의 교육 경험인 일반 교육(general education)은 개인적이며 사회적인 이슈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조직하고 교사와 학생이 함께 협력하여 계획하고 수행하며, 지식의 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과정은 민주주의 개념에 기반하여 학생이 교육과정의 계획과 실천에 참여하고 결정하게 한다. 곧 학생은 사회적 통합을 이끄는 민주적인 환경에 있으며 공동의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게 된다.
셋째, 지식의 통합은 지식의 조직과 사용에 관한 것이다(Beane, 1997, pp. 7-8). 문제 상황에 놓이게 되면, 우리는 구분된 교과의 지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문제의 맥락에서 통합된 지식을 이해하고 사용한다. 이에 지식은 힘을 지닌다. 즉, 문제는 맥락에 따라 정의되고 우리는 이를 다루기 위해 광범위한 지식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지식을 교과나 학문 분야 내 낱낱의 정보와 단순한 기술의 집합으로 간주한다면, 특정한 학문이나 교과에 한정되어 지식이 지닌 용도와 힘은 제한되고 줄어든다.
넷째, 교육과정 설계로서 통합은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접근법을 말한다(Beane, 1997, pp. 8-9). 통합이 있는 교육과정은 실제 세계에서 개인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와 이슈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학습 경험은 교육과정을 조직하는 중심(organizing centers)의 맥락 안에서 관련 지식을 통합할 수 있도록 계획된다. 그리고 지식은 이후 시험이나 다음 학년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 탐구하는 교육과정 조직의 중심을 다룰 수 있도록 개발되고 사용되며, 지식이 실제로 적용될 수 있는 프로젝트와 활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Beane은 교육과정에서 논의되어 온 네 가지 측면의 통합 중 특정한 측면만을 지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네 가지 측면의 관계를 해석함으로써 교육과정 통합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즉, 교육과정 통합을 왜 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준다(Beane, 1997). 그는 교육과정 통합이 교육과정을 개별 교과 영역 내의 단편적인 정보 습득이 아닌 삶 자체에 중심을 두며, 학습은 우리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심화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지속하여 통합하는 과정이라 말한다. 또한 다른 사람이 형성한 의미를 단순히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구성하는 데 초점을 둔다. 교육과정 통합에서 이루어지는 문제 중심 접근, 지식의 활용, 참여를 통해 학생은 자기 삶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게 된다.
이와 같은 교육과정 통합의 네 가지 측면과 관계성은 우리나라 국가 교육과정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통합이 교육과정 설계에만 함몰되지 않고 교육에 관련된 여러 측면을 고루 살펴볼 수 있게 돕는다. 국가 교육과정은 교과 내・간 연계와 같은 교육과정 설계 방식뿐 아니라 교육 내용으로서 학생이 학습해야 할 중요한 지식과 이러한 지식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교사의 의미 있는 학습 경험 설계로 어떻게 구체화 될 수 있는지 교사에게 안내해야 함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 교육과정에서 교사에게 경험의 통합과 지식의 통합에 관한 보다 실제적이며 유용한 안내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네 가지 측면 중 경험의 통합과 지식의 통합을 깊이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Beane의 정의에서 볼 수 있듯이 경험과 지식의 통합은, 교사의 교육과정 설계 방식을 논의하는 사회적 통합이나 교육과정 설계로서 통합과 달리 학습자 개인 내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으로서 통합을 의미한다. 즉, 새로운 경험이 우리의 스키마로 형성되는 것과 새로운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이전 경험을 조직하는 것 모두 의미한다. 이는 학습자를,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고 적절한 자극을 선택하며 자극에서 의미를 구성하고 경험에서 지식을 구성하는 주체로 바라보고 있음을 뜻한다.
학습에 대한 인지적 관점은 학습이 정신적인 표상이나 연합의 형성을 포함한 내적인 변화를 수반하며, 학습 과정은 인간의 지식을 조직하는 과정이라 설명한다(Ormrod, 2016). 특히 인간의 학습을 이해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준 정보처리모델은 학습의 결과로 저장되는 기억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감각을 수용하는 것에서부터 환경이나 사건을 인지하는 것까지 인간의 지식이 저장되는 과정이 여러 단계로 구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Woolfolk, 2013). 인간이 환경 안에서 자극을 인식할 때, 기억 속에 있는 정보가 아래로 내려가서 사고의 과정에 영향을 주는 하향 처리(top-down process) 방식은 인간의 내부에 형성된 방대한 지식이 우리의 학습과 문제 해결 과정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설명한다(Weisberg, 2006). 이처럼 학습자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통합은 의미를 형성하고 그것을 자신의 기존의 지식과 연결해 나가는, 세상에 대한 지식 체계가 인간 정신에 형성되는 사고 과정과 그 결과에 기반하여 이해될 필요가 있다.
학습자의 사고에서 이루어지는 통합, 즉 학습자가 여러 정보나 지식의 관계성을 파악하여 자신의 것으로 확립하고 기존의 것과 연결하여 구조적 틀을 확장하는 과정으로서 통합은 시대의 흐름과 사회 변화(Trilling & Fadel, 2009), 학습과학과 같은 연구의 발전(Sawyer, 2014)에 따라 더 넓은 의미를 띠게 된다. 20세기 중・후반부터 시작된 3차 산업혁명 시대부터 지금까지 인간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발명으로 해결되고 있으며 이와 같은 문제 해결 과정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혹은 집단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요소를 결합하거나 연결하는 창의적인 사고 과정이다(홍성욱, 2019; 황농문, 2018).
이처럼 인간의 삶에 새로우면서 유용한 산출물 혹은 결과물을 만들거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의 답을 찾아내는 창의성은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부상하였고(Glăveanu & Kaufman, 2019) 교육 관련 연구기관들은 창의적 사고 또는 창의성을 21세기 교육에서 다루어야 할 핵심적인 사고 기술로 설정하였다(류태호, 2020; Greenstein, 2012). 우리나라 국가 교육과정에서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교육부, 2015),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교육부, 2022)을 개정의 비전으로 삼은 것처럼 외국 여러 국가(Australian Curriculum Assessment and Reporting Authority[ACARA], 2022; Ontario Ministry of Education, 2022)에서도 창의성 계발을 교육 비전이나 목표로 설정하였다.
창의적 산출은 다차원적 요인과 사회적 특성에 영향을 받지만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에 기반하고, 상호 연결된 영역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특정 지식을 다른 영역의 문제에 적용하는 융통성 있는 사고가 필수적이다(Plucker & Beghetto, 2004). 새로우면서 유용한 아이디어가 어떻게 생성되고 함께 연결되는가에 초점을 두는 연합과정,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이나 지식을 이용하는 유추 추론, 지식이 만드는 고착(fixation)을 최소화하는 방안, 문제를 새롭게 구조화하는 문제발견, 창의적 문제 해결 모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된 창의적 사고의 기제(Weisberg, 2006)는 관련 지식이 연결되어 구조를 이루는 것뿐만 아니라 구조화된 지식이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되어 재구조화되는 과정이다. 창의적 사고에 대한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지식의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학습자 내부에 존재하는 여러 분야의 지식을 연결하는 시도와 사용을 의미한다. 즉, 교육과정의 통합에서 경험과 지식의 통합은 인간의 사고 활동에 기반하여 이루어지는 사고의 통합으로, 의미를 형성하여 기존 지식의 틀에 결합하고 여러 가지 문제 해결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자신의 지식을 새롭게 연결하는 사고 과정이자 그 결과이다.
III. 탐구를 통한 사고의 통합 가능성 모색
개인 내 지식의 구축과 적용, 그리고 구축된 지식의 새로운 연결까지 포함하는 사고의 통합은 경험과 지식의 통합 측면에서 학습자 스스로 이루는 깊이 있는 개념적 이해와 관련된다. 인간의 학습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밝힌 학습과학 연구는 학습자가 피상적인 지식보다는 심층적인 지식을 학습하고 실제 환경에서 지식의 활용을 학습할 때, 학습한 내용을 잘 기억하고 광범위한 맥락에 적용할 수 있음을 밝힌다(Sawyer, 2014). 선지식과 학습을 통해 개념이나 지식의 의미와 관계를 파악하고 이를 이용하여 자신이 지닌 지식의 폭과 깊이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은 인간의 지식이 구축되는 사고 과정인 Dewey의 탐구(inquiry)로 설명될 수 있다.
학습자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사고와 교육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 Dewey(Sternberg & Sternberg, 2016)는 인간이 하는 사고에는 공상, 사소한 기억과 같이 일정한 규칙 없이 대상에 대해 우연히 발생하고 불연속적인 것, 허구적인 상상, 맹목적인 믿음과 같이 여러 유형이 존재하지만, 어떤 믿음의 근거나 이유, 논리적 결과를 적극적이고 지속적이며 세심하게 살펴보는 반성적 사고가 인간의 경험을 의미 있게 만든다고 밝힌다(Dewey, 1916). 이러한 사고는 불확실하고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비롯되며, 인간은 가설을 형성하고 그에 따라 탐색 활동을 하고 가설을 확인하거나 수정, 폐기하는 과정을 거친다. 즉, 우리의 활동과 결과 사이의 관련을 세밀히 파악하여 이들의 관계를 연속적으로 만드는 의도적 노력이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불확실한 현재 상태가 하나의 통합된 새로운 상태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Dewey, 1916).
탐구하는 인간은 주어진 상황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해 면밀하게 관찰하고 조사하여 결론을 도출하거나 결과를 예상하는 체계적이며 목적적인 사고 과정을 수행한다(Dewey, 1910). 이러한 사고 과정에 능숙해지면 다른 상황에서 더욱 발전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고 지속적이며 지적인 탐구가 가능해진다(심승환, 2012). 이처럼 탐구란 경험으로부터 사고를 통해 의미를 도출하는 활동이므로, 국가 교육과정에서 경험의 통합과 지식의 통합을 계획하고자 할 때 학습자의 사고를 교육 내용과 연결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Ⅱ장에서 논의한 경험과 지식의 통합은 자신이 알게 된 것을 기존 지식의 틀에 결합하고, 여러 가지 문제 해결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자신의 지식을 새롭게 연결하는 사고 과정이자 그 결과로 볼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사고를 통해 지식을 구축하면서 사고를 계발하는 과정인 탐구 과정으로 교육과정에서 구체화 될 수 있다.
Dewey의 반성적 사고에 근거한 탐구학습은 학생이 직접 정보를 관찰・탐색하고 분석・해석하며, 복잡한 실제 세계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을 취한다(변영계, 2005; Prince & Felder, 2006). ‘문제의 인식, 문제의 정의, 가설의 설정, 논증, 검증’ 단계는 과학이나 사회 교과의 학습 모형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과에 적용이 가능한 모형으로 오래전부터 발전되어 왔으며(김수천, 1979), 최근에는 단편적인 학습 방법을 넘어서서 학습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학습 이론으로서 탐구 기반 학습(inquiry based learning)이 주목받고 있다(Coffman, 2017).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탐구 기반 학습은 [그림 1]과 같이 공통적인 단계로 묶이지만,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는 양상을 띤다(Pedaste et al., 2015). 먼저 탐구 기반 학습의 시작인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은 두 분류에서 공통적인 속성을 띠는 단계로 당면한 문제와 관련하여 학생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 단계에서 학습할 주제는 교사가 상황을 제시하거나 직접 제시하기도 하고, 학생이 정의하기도 한다. 다양한 변수들을 파악한 결과가 바로 문제 진술이다. 탐구 기반 학습은 학생이 탐구 주제에 관심을 가지며 시작되지만, 두 번째 단계인 개념화(conceptualization)는 질문하기와 가설 설정이라는 두 개의 하위 단계로 구분된다. 이는 명시된 문제에 속하는 개념들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질문하기는 연구 질문을, 가설 설정은 검증 가능한 가설을 만든다. 둘 다 이론적 정당성을 기반으로 하며 독립 및 종속 변수를 포함하지만, 가설 설정은 가설에 주어진 변수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방향을 다룬다면, 연구 질문은 조사 가능한 질문을 공식화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세 번째 단계인 조사(investigation)는 명시된 연구 질문이나 가설을 해결하기 위해 호기심이 행동으로 바뀌는 단계이다. 질문하기에 이어지는 조사 방식은 탐색(exploration)이지만 가설 설정에 이어지는 조사 방식은 실험(experimentation)이다. 일반적으로 탐색은 관련된 변수들 사이의 관계를 찾을 의도로 조사를 수행하는 체계적인 방법이다. 가설이 필요한 것은 아니나 자원(예: 시간, 재료,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신중한 계획이 요구된다. 실험은 특정한 타임라인에 따라 실험을 위한 전략적 계획을 세우고 적용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가설 생성 단계부터 이어진다. 이 경우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하고 실험을 계획하고 수행할 때 일정하게 유지하거나 변경해야 할 변수를 정의해야 한다. 탐색 및 실험 중 자료가 수집되며, 수집된 자료는 자료 해석 단계에서 의미를 띠고 새로운 지식으로 종합되는데 활용된다. 조사 단계의 최종 결과는 연구 질문 또는 가설에 대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자료 해석 즉, 변수 간 관계의 공식화이다.
네 번째 단계인 결론(conclusion)은 연구의 결론이 진술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 학생은 원래의 연구 질문이나 가설에 대한 답을 정리하게 되며 이는 새로운 이론적 통찰로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 단계인 논의(discussion)는 의사소통과 성찰이라는 하위 단계로 구성된다. 의사소통은 학생들이 자신의 발견과 결론을 다른 사람에게 제시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피드백과 의견을 받아 자신의 이해를 표현하는 외적인 과정이다. 반면 성찰은 ‘내가 무엇을 했는가? 왜 그랬는가? 유사한 상황에서 다른 선택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자신에게 하는 것으로, 탐구 과정 자체와 탐구의 결과를 점검하고 되돌아보는 학생 내부에서 이루어진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물론 두 가지 탐구 기반 학습의 단계가 반드시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질문과 탐색이 순환될 수 있고, 가설 생성과 실험, 데이터 해석이 여러 번 반복될 수 있다. 또한 의사소통과 성찰은 모든 단계에서 일어날 수 있다.
Dewey의 반성적 사고가 문제를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이며,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잠정적인 답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이 개념 안에서 두 가지 방식은 모두 의미에 부합해 보인다. 하지만 탐구 방법이 유사한 구조를 띤다고 하더라도, 가설을 설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근거를 수집하고 타당성을 판단하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적절한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목적하는 바는 다르다.
첫 번째 유형의 탐구 기반 학습은 Bruner를 중심으로 한 학문중심 교육과정에서 학습 목표이자 내용으로 간주되었다(김경자, 2000; 이홍우, 2017). 학문중심 교육과정을 주도한 연구자들은 학생이 자신의 학습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오랫동안 기억하며, 생활 속에서 접하는 여러 사태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기 위해 교과의 성격은 무엇이며, 잘 가르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 논의하였다. Bruner에 따르면 영역을 막론하고 대상에 대한 궁극적인 이해, 이에 따른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같은 상태에 도달하게 되는 것은 그것을 하는 사람들이 하는 지적 활동에 달려있으며, 교과의 학습 과정은 학생들이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읽거나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지식이 나오게 되기까지의 과정 그 자체의 경험이어야 한다(Bruner, 1960). 그는 교사에 의해 제시된 몇 가지 사실로부터 그 속에 함의된 원리를 학생들이 직접 찾아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수업 사례를 제시한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 교육의 형태와 달리 학생이 원리를 발견해 내도록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발견학습(discovering learning)이라 불린다. 발견학습은 탐구 문제를 제기하고, 현상을 설명하는 가설을 설정하며, 가설을 검증하고 탐구 결과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진영은, 2003).
지식 창출 과정은 심리학 분야에서 과학적 탐구(Marzano et al., 1988) 혹은 과학적 문제 해결로 불린다. 과학적 탐구란 현상을 설명하고 가설을 세우고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으로, 어떤 것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이를 사용하여 현상을 예측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둔다. 과학적 탐구에서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연구자가 관찰 대상의 특성을 확인한 후 이미 알려진 것과 비교함으로써, 조사하고 있는 현상이 기존 지식의 어디에 위치하는지 결정하는 사고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이어서 현상에 대한 관찰과 학문 지식을 바탕으로 가설을 설정하거나 예측, 질문을 제시하고, 연구 성격과 목적에 따라 실험 연구, 상관 연구, 사례 연구 등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자료를 분석한 후 가설의 채택과 기각을 선택하게 된다. 자료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분석 방식은 여러 가지이지만, 과학적 탐구의 전체 과정으로서 문제를 인식하고 가설을 설정, 검증하며 결론을 진술하는 일련의 과정은 공통된 구조를 지닌 일반적인 사고 과정이다(Marzano et al., 1988).
두 번째 유형의 탐구 기반 학습은 문제 해결 과정으로서 탐구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 상황을 많이 마주한다. Dewey에 따르면, 탐구의 시작은 불확정적인 상황에서 문제를 느끼는 것에서 비롯한다. 문제는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황이며 해결을 위한 계획과 여러 가지 선택이 이루어지는 개방적이며 모호한 상황이다(Treffinger, Isaksen, & Dorval, 1994). 문제 해결은 상황 속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명확하게 하며, 다양한 해결책을 설정하고 검증하며, 최선의 해결책을 선택하고 해결책을 실행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Beyer, 1984). 불만족스러운 현재 상황을 문제 상태(problem state)로 정의하고 해결하기를 원하는 목표 상태(goal state)로 향해가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탐구이므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Dewey의 반성적 사고에 기반한다(Lipman, 2003).
Dewey의 반성적 사고와 문제 해결 과정의 관계를 분석한 이진남(2015)은 반성적 사고의 각 단계와 문제 해결 과정이 대응되는 방식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반성적 사고의 첫 단계인 ‘문제의 인식’은 문제 해결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며, 두 번째 단계인 ‘문제의 정의’는 문제의 핵심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어 세 번째 단계인 ‘가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만드는 단계이며, 네 번째 단계인 ‘논증’은 아이디어를 실제 적용했을 때 결과를 예측하고 대안을 개발함으로써 해결책을 개발하는 단계와 대응된다. 다섯 번째 단계인 ‘검증’은 계획을 실행하고 그 효과를 확인하는 단계이다.
각 탐구에는 지식과 사고가 모두 긴밀히 관여하지만, 탐구의 목적에 따라 지식과 사고가 사용되는 방식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첫 번째 유형인 지식 창출 과정으로서 탐구는 학습자의 지식 구성 및 사고 기능 습득에 목적을 두고, 학습자의 선지식과 다양한 정보를 이용한 사고 과정과 그 결과인 학습자의 지식에 초점을 둔다. 두 번째 유형인 문제 해결 과정으로서 탐구는 학습자가 지식 창출 과정에서 갖추게 된 깊이 있는 지식과 사고 기능을 적용하여 다른 맥락에서 접하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광범위한 탐구의 형태를 띤다. 표면적으로 유사한 탐구 형태로 진행되나, 탐구 목적이 다르며 서로 다른 사고력을 다루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가지 탐구는 지식과 기능의 형성 및 습득, 이의 확장이라는 점에서 연속성을 띤다. 지식 창출 탐구에서 귀납적인 과정으로 정보를 다루고 일반화 지식을 형성한 후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이를 새로운 상황에 적용해 보는 연역적 과정은 한 학습에서 학습한 정보를 이와 유사한 맥락에 비자발적으로 시도하는 전이라 볼 수 있다. 전이란 어떤 행동이 새로운 상황에서 반복될 수 있는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특정한 행동이 발생하는 두 상황이 거의 동일한 경우에는 학습이, 두 상황이 명백히 여러 가지 방식에서 다른 경우에는 전이가 발생한 것이다(Sternberg & French, 1993). 한 맥락에서 이해한 것을 다른 맥락으로 적용하거나 응용하는 전이는 자발적으로 발생하기 어려우며 몇 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전이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학습 상황 사이의 유사성, 이전 학습에서 이해의 깊이, 사례의 질적 수준과 다양성, 학습 맥락, 메타인지 등으로 학습자의 전이는 인간의 학습이 이루어지는 원리와 사고의 기제와 밀접히 관련된다. 학습이 이루어지는 유의미한 방식이 장기기억의 저장과 인출을 효과적으로 이끌고, 학습자가 지각하는 두 가지 상황의 유사성에 따라 관련 정보의 인출이 용이하며, 다양한 사례를 다양한 맥락에서 학습하는 것은 장기기억 내 여러 지식과 연결될 수 있다. 또한 상세한 사실과 정보보다는 일반적인 원리가 더 잘 전이되는 데 일반적이고 다소 추상적인 원리는 새로운 상황과 기존 상황의 표면적 유사성뿐만 아니라 구조적 유사성까지 고려하게 하기 때문이다.
탐구를 통해 형성된 개인의 지식은 문제 해결 탐구에서 문제 해결의 방향을 설정하고 해결책 탐색을 주도하는 문제 표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전이가 이루어진다. 문제의 도식이 기존에 해결했던 문제와 유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파악하면, 새로운 문제의 해결은 알고 있는 방법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문제 도식이라고 하더라도 문제에서 주목해야 할 조건, 장애물, 목표를 고려하여 일반적인 문제 해결 전략을 사용하며 해결 방법을 탐색하는 과정에서도 지식의 전이는 일어난다.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으로 가져오는 풍부한 영역 기반 지식 덕분에 우리는 문제 해결에 결정적인 요소에 도달할 수 있다. 만약 문제 해결에 실패하는 경우 이를 이용하여 문제를 구성하는 요소를 다른 방식으로 표상하는 문제의 재구조화가 발생하는데, 여기에서 지식은 문제의 재구조화와 새로운 방법의 생성에 영향을 준다(Weisberg, 2006).
창의적 산출 혹은 창의성이 발현되는 창의적 문제 해결 역시 일반적인 문제 해결 과정이다. Weisberg(2006)는 창의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창의적 문제 해결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일반적인 문제 해결과 같은 과정임을 설명한다. 그는 창의적 문제 해결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지식의 적극적인 전이 과정으로 시도되며, 문제 해결에 실패하더라도 이 과정에서 얻는 문제 관련 정보를 통해 지식의 적용이 계속 이루어진 결과라고 해석한다. 이는 창의적 사고 과정이 새롭고 다양하면서 동시에 적절성을 담보하는 아이디어로 이어지는 확산과 수렴의 연속적인 과정으로 보이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의 창의성은 다양한 수준으로 나타난다. 창의성의 4-c 모형이라고도 불리는 창의성의 수준은 전설적 창의성(Big-C creativity), 전문적 창의성(Pro-c creativity), 일상적 창의성(little-c creativity), 해석적 창의성(mini-c creativity)으로 구분된다(Kaufman & Beghetto, 2009). 이는 전설적 창의성과 일상적 창의성의 이분법적 구분이 주는 문제점과 산출 혹은 성취에만 초점을 둔 창의성 개념이 학교 교육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창의적인 표현과 이에 녹아있는 학생의 창의적 잠재력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한계를 보완한 이론이다. Beghetto와 Kaufman(2007)은 창의성을 분류하는 두 가지 개념 수준―베토벤, 모네, 에디슨과 같이 기념비적이고 위대한 전설적 창의성(Big-C) 수준과 일상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일상적 창의성(little-c) 수준―을 확장하여 해석적 창의성(mini-c) 수준을 제시하였다. 이들은 해석적 창의성을 창의적인 삶의 지속적인 진화 과정, 즉 창의성의 발달 과정으로 간주한다. 해석적 창의성은 학습과 문제 해결 과정에서 경험, 행동, 사건에 관한 참신하고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해석으로(Beghetto & Kaufman, 2010) 학생이나 어떤 분야의 초보자가 지식을 구성하고 새로운 이해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예를 들면, 국어의 시 수업에서 학생들이 하는 새로운 결정(언제, 어떻게, 왜 학생들이 특정한 단어를 선택하는지), 예술 수업에서 보이는 학생들의 역량(그림을 구성하는 동안 새로운 붓 놀림을 사용하거나 새로운 기술과 스타일을 개발하는 것), 과학 수업에서 학생들이 하는 설명 및 과학 현상에 대한 이해(학생들이 새로운 개념, 관찰, 자신이 구성하는 새로운 관계, 과학적 추론과 이해의 진보를 해석하는 방식)와 같다. 이처럼 학교의 교과 학습 과정의 한 부분으로서 해석적 창의성을 경험하는 것은 특정한 사회문화적 맥락 내에서 개인적인 지식과 이해를 구성하는 역동적이고 해석적인 과정으로(Kaufman & Beghetto, 2009) 학생이 교과의 성취기준,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동시에 모든 학생이 잠재적으로 지닌 창의성을 인식하게 해준다.
전문적 창의성은 전문가 수준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를 수 있는 창의적인 상태로, 일상적 창의성이 아직 전설적 창의성에 이르지 못한 발달적이고 노력이 필요한 진전을 뜻한다. 가령, 과학교육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을 때, 이 사람의 창의성은 일상적 창의성 범주 혹은 전설적 창의성 범주 그 어디에도 포함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전문 분야에서 창의성을 인정받았으나 역사에 길이 남을 기여는 하지 못했으며, 일상적인 창의성이라고 보기에는 해당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 지식과 이에 대한 창의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영역에서든 전문가 수준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전문적 창의성에 도달할 수 있는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Beghetto & Kaufman, 2010). 전문적 창의성의 개념은 창의성에 대한 전문성 습득 접근 방식과 일치하는데, 이는 특정한 영역에서 창의적인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은 해당 분야의 10년 혹은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시간은 단순히 표준화된 절차를 배우고 따르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탐색하는 시간이다.
정리하면 지식 창출 탐구는 교육 내용에 관한 여러 사례에 대한 분석, 일반화 형성과 적용이 이루어지는 사고 과정으로 학생은 낱낱의 정보에서 의미 있는 상호 관련성을 포함한 통합된 전체를 구성한다. 이것은 학생들이 정보를 유의미하고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하여 문제 해결로서 탐구에 선행 조건을 충족시키는 과정이다. 학생들의 사고에 구조화된 지식과 이들이 습득한 사고 기능은 다양한 상황에서 접하게 되는 일반적이며 창의적인 문제 해결 과정에서 문제를 이해하고 표상하며 문제 해결에 사용되는 배경과 도구가 되며, 문제 해결의 전 과정에 영향을 준다. 이처럼 지식 창출의 탐구는 문제 해결에 이용되는 지식의 기반을 쌓고 사고 기능을 습득하는 과정이다.
문제 해결 탐구는 지식과 사고 기능을 적용하여 다양한 수준의 문제 해결책을 산출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지식 창출의 탐구학습에서 사고 기능을 적절히 이용하며 문제의 종류에 따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관련 지식을 적용하게 된다. 문제의 내용과 산출되는 결과에 따라 일상적인 문제 해결부터 전설적인 창의적 산출까지 창의적인 수준이 다양해지지만, 문제 해결의 과정에는 특별한 창의적 사고가 관여하는 것이 아닌 교과 내용을 학습하며 갖추게 된 지식과 기능이 이용된다. 지식 창출로서 탐구와 문제 해결로서 탐구는 학생의 사고력을 계발하고 깊이 있는 지식을 형성하여 새로운 문제 상황으로 전이할 수 있게 만드는 학습 과정이며, 참신한 아이디어나 해석, 창의적인 표현, 특정 영역이나 과제 관련 기술을 계발하는 등의 탐구 경험은 전문적 창의성과 전설적 창의성의 발전 기반이 되는 해석적 창의성과 일상적 창의성의 계발 과정이다.
IV. 통합을 위한 교과 교육과정 구성 방안
탐구가 사고의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교육방식이고 탐구 기반 학습을 통해 지식의 습득과 적용뿐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의 생산을 꾀할 수 있다면, 탐구할 수 있는 사고 역량은 국가 교육의 목표로 설정・계발될 필요가 있다. Dewey의 탐구 즉, 반성적 사고는 문제 인식, 문제 정의, 가능한 해결책 가정, 논증, 검증 단계로 진행된다. 이는 문제해결(problem solving),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창의적 사고(creative thinking)와 같은 고차적 사고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윤지영, 2024). 고차적 사고 과정은 여러 가지 기본적인 사고 기능을 포함하며, 복합적인 사고 전략을 통해 생산적인 결과를 추구하는 인간의 인지 조작이다.
앞서 논의했듯이, Dewey의 탐구는 탐구 기반 학습에서 ‘오리엔테이션, 개념화, 조사, 결론, 논의’의 단계로 구성되어 있고, 사고의 통합과 관련지어 탐구 기반 학습은 ‘지식 창출’과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 교과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학교 교육에서 학생의 지식 창출 탐구는 자료, 정보를 이용하여 학생의 적극적인 사고가 일어나 학생의 내부에 교과의 원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학생의 탐구 과정은 교과 지식 체계가 이루어진 사고의 과정을 밟아 가는 그 자체이며 탐구의 결과는 학생의 지식으로 형성된다. 문제 해결 탐구는 지식 창출 과정에서 얻게 된 지식과 할 수 있게 된 사고 기술을 이용하여 학생이 겪는 다양한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과정으로 탐구의 결과는 학생의 지식이 새롭게 연결된 형태 혹은 새로운 산출물의 형성으로 나타난다. <표 1>은 탐구의 공통 단계를 중심으로 지식 창출 탐구(Beyer, 1979; National Research Council, 2000)와 문제 해결 탐구(박주용, 2016; Bransford & Stein, 1993; Pretz, Naples, & Sternberg, 2003) 단계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탐구에 기반한 사고 역량을 국가 교육과정의 역량으로 설정하고, 역량의 하위요소로 탐구의 각 단계를 설정할 수 있다. 학생의 사고 역량 계발을 위해 하위요소를 설정하고 교육 내용 및 교수・학습에 구체화 한 사례(예: 호주,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참고할 수 있듯이(윤지영, 2024), 국가 교육과정에서 탐구의 하위요소가 다루어질 때 이에 따른 사고 역량의 발달 과정이 명세화될 수 있으며, 학교 교육을 통한 역량의 계발을 가시화하여 교사의 교과별 교수・학습 및 평가의 설계와 실천에 연결될 수 있다.
교과별 교육 활동을 설계하고 실천할 때 학생들이 학습해야 할 교육 내용 선정의 기준이 되는 내용 체계는 학습 내용의 범위와 수준을 나타낸다(교육부, 2022). 2015 개정 교과 교육과정은 학생이 학습해야 할 필수 학습 내용을 ‘지식’과 ‘기능’으로, 2022 개정 교과 교육과정은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 범주로 제시하였다. 2015 개정 교과 교육과정의 지식 범주 내용 요소는 교과의 세부적인 개념을 주로 다룬다. 그러나 역량 기반 교육을 위한 교육의 틀, 깊이 있는 학습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지식 범주의 내용 요소는 교과의 세부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교과의 정체성 및 특성을 고려한 간학문적 매크로 개념, 이와 관련한 일반화, 원리까지 고려할 것을 제안하는 연구가 이어졌다.
2015 개정 교과 교육과정에서 역량의 구체화 방법으로 교육과정 내용 체계에 처음 등장했던 ‘기능’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받았다. 2022 개정 교과 교육과정에서는 ‘과정・기능’ 범주로 개선을 꾀하며 학생의 교과 지식의 습득과 높은 수준의 사고 능력 계발에 목적을 두고 제시되었다. 그러나 과정・기능의 내용은 교과의 영역 특수적인 절차로 그 자체가 교육 내용으로서 지식에 해당한다. 이에 학생의 교과 지식의 습득과 높은 수준의 사고 능력 계발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는 교과별 내용 체계에 있는 지식・이해 범주의 지식(서술적 지식)과 과정・기능 범주의 지식(절차적 지식)이 어떤 사고를 통해 학습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안내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목적을 위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 체계의 틀은 역량에서의 ‘지식, 기능, 태도와 가치’를 제시한 OECD의 개념이다. OECD(2018)는 학생의 역량은 지식(학문적 지식, 간학문적 지식, 인식론적 지식, 절차적 지식), 기능(인지적・메타인지적 기능, 사회적・정서적 기능, 신체적・실천적 기능), 태도와 가치(개인적 가치, 사회적인 가치, 사회의 가치, 인간의 가치)에 기반하여 발휘됨을 제시하였다. 이를 고려하여 사고 역량의 계발을 위한 내용 체계를 지식, 기능, 가치 및 태도 범주로 구성하되 지식에는 교과 교육과정 내용 체계의 ‘지식・이해’ 및 ‘과정・기능’ 범주에 해당하는 지식을, 기능 범주에는 사고 역량에 기반이 되는 탐구 단계와 사고 기능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 체계는 학생이 알고 이해해야 할 지식 범주의 내용이 탐구에 기반한 사고 역량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학생이 교과 지식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 정보, 사례를 귀납적으로 다루는 과정을 교수・학습 및 평가로 설계할 수 있게 교사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을 경험하는 학생은 사고하는 학습을 통해 자신의 교과 지식을 창출해 나가고 이를 문제 해결에 적용함으로써 전 교과를 통한 사고 역량 계발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2022 개정 교과 교육과정 문서에서 성취기준은 “영역별 내용 요소(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를 학습한 결과 학생이 궁극적으로 할 수 있거나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도달점”이다(교육부, 2022, 일러두기). 2015 개정 및 2022 개정 교과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은 내용 체계에 근거하여 교과 내용 체계(지식, 기능, 가치 및 태도)의 범주 중 두 가지 이상이 범주를 정합하는 방식으로 개발되어 교과 역량을 나타낸다(온정덕 외, 2021). 이 방식은 2022 개정 교과 교육과정 개발 시 교과 내용 체계의 지식의 수준에 따라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설정되고, 내용 체계에 제시된 지식의 수에 따라 성취기준의 수가 많아지기도 하여 개선이 필요한 점으로 지적받았다. 하지만 내용 체계와 일관성을 확보하고 성취기준을 통해 학생의 교과 역량 성취를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22 개정 교과 교육과정에서도 기존의 개발 기준을 보완・유지하는 방식으로 성취기준 개발이 이루어졌다.
교과 교육과정에서 성취기준이 지닌 중요성으로 인해 성취기준은 교사가 수업과 평가를 설계할 때 이해하고 고려해야 할 첫 번째 대상이 되지만(김경자, 온정덕, 이경진, 2019). 성취기준에 담긴 정보만으로 역량 계발을 위한 수업과 평가를 설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나라 교과 교육과정 내용 체계의 기능은 절차적 지식을 다루고 있고, 성취기준은 학생이 알고 이해해야 할 내용인 지식(지식・이해에 해당하는 서술적 지식과 과정・기능에 해당하는 절차적 지식), 교과 활동을 통해 기를 수 있는 고유 가치와 태도를 결합한 방식으로 진술되어 있다. 학생의 도달점이면서 교과 역량을 드러내고자 한 성취기준은 학생이 알고 할 수 있게 될 ‘수행’으로서 역량을 온전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진술하여 역량 계발을 위한 수업과 평가의 시작점을 안내하는 것이다.
한혜정(2023) 역시 2015 개정 및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분석하여, 현행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은 역량 중심 교육과정에서 말하는 학생의 수행 능력이 드러나는 성취기준에 충분하지 않음을 지적하였다. 이어 성취기준 개발 방식을 분석하여 현재의 성취기준은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담은 내용 기준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2015 개정 및 2022 개정 교육과정 성취기준은 수행기준을 지향하며 지식・이해와 과정・기능이 조합된 형태로 진술되어 있으므로, 엄밀히 보자면 이는 내용 기준이라고도 볼 수 없다.
결국 현재의 성취기준은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내용기준도, 교과의 내용을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수행 능력 혹은 도달점인 수행기준도 아닌 상태이다. 따라서 어떤 수업과 평가로 학생의 기대하는 기준이나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할 것인가는 교수 내용 지식을 포함한 교사 개인의 전문성에 달려있다. 지식, 기능, 태도 등의 여러 영역이 복합적으로 발현되어 나타나는 역량의 총체성, 학생이 무엇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수행성은 국가 수준 문서인 교과 교육과정 성취기준에서 파악할 수 없으며, 이는 학생의 수업과 평가를 계획하고 실천하는 교사의 역량에 따라 교실에 존재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학생이 학습해야 할 ‘지식’인 2022 개정 내용 체계의 지식・이해, 과정・기능을, 내용 기준인 학습기준으로 제시하고, 각 기준이 어떤 교수・학습 과정을 통해 구현될 수 있는지, 즉 교과 내용이 교수・학습 상황에서 어떻게 다루어질 수 있는지 교육자의 이해를 돕는 구체적인 사례를 함께 나타내는 방법을 제안한다. 지식・이해와 과정・기능 범주에서 반드시 다루어야 할 내용을 학습기준으로 제시하여 교사가 자신의 교육과정을 설계할 때 학생의 학습 내용을 선정하는 기준으로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역량의 하위요소를 반영한 학습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교과 내용인 학습기준이 학년군별로 계발되어야 할 사고 역량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으며 학생의 역량 계발로 이어질 수 있는지 교사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학습기준과 하위요소별 발달 수준은 교과 교육과정의 성취기준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이들은 교과 교육 내용을 통한 학생의 역량 발달을 가시화하여 학습이 끝났을 때 학생이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도달점을 진술하는 수행기준 중심의 성취기준을 개발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호주는 교과 교육과정에서 학습해야 할 내용을 ‘내용 기술’로 제시하면서 이를 어떤 교수・학습으로 다룰 수 있는지 몇 가지 사례로 구체화하여 안내한다(ACARA, 2023). 구체화에 제시된 교수・학습 사례는 역량의 하위요소가 반영되어 있어 교과 내용과 역량의 연계성을 함께 보여준다. 구체화는 모두 다루어야 하는 필수적인 것이 아니며 교사는 이를 통해 역량을 계발하고자 하는 수업과 평가의 방향을 이해하게 된다. <표 3>은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의 내용 요소와 성취기준을 고려하여 사고 역량 계발을 위한 학습기준과 학습 사례를 예시로 나타낸 것이다.
지식・이해와 과정・기능이 결합된 현재의 성취기준에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의 변화는 사고 역량의 하위요소와 관련지어 학생이 학습해야 할 내용이 어떤 사고 기능을 바탕으로 학습에서 ‘수행’될 수 있는지 교사가 교육과정을 해석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학습 사례는 교사가 반드시 따라야 할 내용이 아니며 교사의 교실 수준 교육과정 개발에서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V. 결론 및 제언
창의적인 산출은 관련된 분야의 전문 지식과 함께 문제 해결에 적절한 정보를 한데 모아 연결할 수 있는 지식의 자유로운 사용에서 나온다(Weisberg, 2006).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학생을 길러내는 것은 국가 교육과정이 가르쳐야 할 교과의 지식만을 제시하는 교육 내용 체계를 넘어서서 지식을 어떻게 습득하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다루는 사고 과정을 내용 체계에 반영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현재 국가 교육과정 총론에 제시된 ‘교과 간 연계와 통합’ 지침이 교사에게 교과를 연계, 통합하는 방식을 알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실제로 의미 있게 작동하려면, 학생의 지식이 어떻게 형성되며 통합된 형태로 나아가는지 교과 내용에 함께 다뤄져야 한다.
이에 본 연구는 국가 교육과정에서 목적하는 학생의 창의성 계발을 위해 국가 교육과정에 포함되어야 할 통합의 의미를 Beane의 이론을 바탕으로 탐색하였다. 그리고 교과 간 경계를 허물며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통합의 한 측면에 더하여 경험과 지식의 통합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학습자의 ‘사고’로 해석하고, Dewey의 탐구 및 탐구 기반 학습과 연결 지어 설명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의 경험과 지식의 통합이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과 교육과정 구성 방안을 논의하였다.
연구 결과, Beane(1997)의 교육과정 통합 이론에서 경험과 지식의 통합은 학습자의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통합의 측면으로서 인간의 사고 활동에 기반하고 있기에 학습자의 사고가 통합을 고려한 교육과정 개발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부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2 개정 교과 교육과정은 경험과 지식의 통합을 위해 학생이 학습해야 할 중요한 지식을 범주별 내용 요소로 제시하고 학습을 통해 일반화할 수 있는 내용을 핵심 아이디어로 제시하였고, 교수・학습 및 평가 지침에 학습 경험 설계 사항을 안내하였다. 그러나 지침을 교사의 교육과정 설계와 실천으로 연결하고자 한다면 수업 혹은 평가 방법을 설명하는 것 이전에 교과의 교육 내용을 구조화하는 단계에서 학습자가 경험의 통합과 지식의 통합을 할 수 있게 교사의 이해를 지원하는 방식이 마련되어야 한다.
경험의 통합은 인지과정을 통해 자신의 이해를 구성하는 사고의 과정이자 그 결과이며, 지식의 통합은 학생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되어 재구조화되는 과정이자 그 결과이다. 경험과 지식의 통합이 학습자의 사고에 기반하여 구성되는 만큼 교사는 학생이 해당 교과의 지식을 구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교과를 연결하여 사고할 수 있도록, 이를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고 결과를 산출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지식을 형성하는 경험의 통합과 새로운 지식을 산출하는 지식의 통합은 탐구 과정으로 가능할 수 있으므로, 탐구 과정을 반영한 사고 역량의 설정, 교과 교육과정 내용 체계 내 절차적 지식과 사고 기능의 구분, 학습기준과 학습 사례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교과 교육과정을 구성함으로써 국가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통합’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경험과 지식의 통합, 즉 학습자의 사고에서 이루어지는 통합은 학교 수업에서 암묵적으로, 혹은 우연에 기대어 온 학생의 ‘사고’에 대한 학습을 명시함으로써 교과의 지식과 사고가 함께 계발되어야 할 교육 내용임을 밝혀준다. 창의적 사고, 비판적 사고, 반성적 사고와 같은 고차적 사고를 학생이 할 수 있어야 할 역량으로 설정한 외국 국가 교육과정은 사고 역량의 하위 요소와 함께 사고 역량의 발달 수준까지 명시함으로써 교사의 수업과 평가 설계의 명료화를 돕는다(ACARA, 2022). 그러나 사고 역량을 중심으로 한 지식과 사고의 교육이 원활히 현장에서 설계・실천되려면, 다음 두 가지 사항에 대한 고려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탐구에 활용되는 기본적 사고 기능에 대한 교육자의 충분한 이해가 요구된다. 기본적 사고 기능은 기초적 사고 기능, 저차원적이며 필수적인 사고 기능 등으로 불리며 인간이 오감을 통해 얻게 된 정보를 선택하고 의미를 부여 하는 데 관여한다(Marzano et al., 1988; Presseisen, 2001). 감각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주어진 정보를 기초로 논리적인 관계를 구성해 나가는 데 사용되는 사고인 것이다. 기본적 사고 기능은 고차적인 사고 과정에 활용되며 하나의 고차적 사고 과정에 여러 기능이 포함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개정된 Bloom의 교육목표분류학(Anderson et al., 2001), 신교육목표분류학(Marzano & Kendall, 2007)은 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이 성취하기를 기대하는 지식과 함께 사고를 제시하고 있다. 기본적 사고 기능은 입력된 정보를 학생 자신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다루는 것이므로, 이를 교육의 한 부분으로 명료화하는 것은 복잡한 사고 과정에서 학생들이 정보를 처리하는 자신의 사고를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하여 지식을 구성하는 과정에 대한 지식과 자신의 사고에 대한 지식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둘째, 탐구에 기반하여 개발된 교과 교육과정을 학교 현장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교사의 교육과정 설계 방안이 연구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사고의 통합을 위해 탐구를 중심으로 한 사고 역량과 교과 교육 내용 제시 방식을 제안하였다. 지식 창출 탐구와 문제 해결 탐구의 관계를 바탕으로 교사가 학습을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교과 교육과정의 내용 체계와 기준에서 단원 설계를 위해 중요한 정보를 도출하는 방법, 단원 설계 절차와 각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기본적 사고 기능 활동, 단원 예시 자료 등을 마련하여 교사의 수업 및 평가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과정에서 통합을 바라보는 관점의 확장과 통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통해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교과 교육의 틀이 마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