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빅 아이디어로서의 핵심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부터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개발 과정에서부터 모든 교과에 적용되는 교육과정 내용 체계 구성 방식을 영역, 핵심 개념, 일반화된 지식, 내용 요소, 기능의 다섯 가지로 제시하였고, 그것의 하나로 핵심 개념이 포함된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빅 아이디어는 핵심 아이디어로 표현되었는데,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영역, 핵심 아이디어와 범주별 내용 요소로 구성되는 내용 체계에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이 2015 개정 교육과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빅 아이디어는 핵심 개념과 핵심 아이디어로 명칭은 다르지만 영역별로 제시되어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핵심 개념과 그것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서의 일반화된 지식이 제시되었을 때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 교과에서의 핵심 개념이 빅 아이디어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의견, 총론의 일방적인 형식 제시로 인해 교과의 특성을 살린 내용을 담아내기 어려웠다는 의견 등 많은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었다(권덕원·박주만, 2016; 민용성 외, 2018; 박희경, 2016; 이광우, 정영근, 2017; 임유나, 홍후조, 2016; 정혜승, 2016).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검토를 거쳐 2022 개정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서는 내용 체계의 전체적인 통일성을 갖추면서도 교과 및 교과 영역별 특성을 고려하겠다는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핵심 아이디어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핵심 개념, 일반화된 지식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그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교육부, 2021: 26, 31).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육과정에서 핵심 아이디어를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그것과는 어떻게 다른 것인지 명확하지 않아 학계와 교육현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강현석, 2023; 김동창, 2023; 이경원 외, 2022; 이영아, 2023; 임유나, 2023).
따라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핵심 개념뿐만 아니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아이디어의 의미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특히 이들이 음악 교과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음악과 교육과정의 빅 아이디어에 관련된 선행 연구로는 미국,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이하 B. C.) 주와 온타리오 주의 음악과 교육과정을 분석하여 시사점을 제시한 석문주, 최미영(2022)의 연구와 캐나다 B. C. 주와 국제 바칼로레아 음악 교육과정을 분석하여 시사점을 제시한 정윤정(2022)의 연구를 들 수 있다. 두 연구 모두 외국의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빅 아이디어를 긍정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만 정윤정(2022)의 연구에서는 빅 아이디어의 의미에 대해 고찰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소략하여 빅 아이디어의 의미 고찰로는 충분하지 않은 점이 있다.
이와 같이 음악 교과에서의 빅 아이디어에 대한 연구는 그 양도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 또한 외국 교육과정에서의 빅 아이디어에 대한 수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다양하지 않다. 따라서 빅 아이디어의 의미와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고찰을 토대로 음악 교과에서 빅 아이디어가 갖는 의미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의 필요성에 따라 이 연구의 목적은 빅 아이디어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2015 개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와 외국(호주, 캐나다 B. C. 주, 온타리오 주) 음악과 교육과정에서의 빅 아이디어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빅 아이디어 개발을 위한 개선 방향을 제안하는 것이다.
II. ‘빅 아이디어’의 의미와 역할
빅 아이디어는 Wiggins & McTighe(2005)가 『Understanding by Design(이해중심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big idea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해중심 교육과정이라는 교육과정 설계 모형은 1990년대 말 미국에서 교육의 수월성이 강조되던 시기에 Wiggins & McTighe(1998)에 의하여 단원 수준에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제안하는 틀로 제시되었는데, 설계 방식이 기존의 과정과는 반대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백워드 설계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즉, 바라는 결과의 확인하기-수용 가능한 증거 결정하기-학습 경험 계획하기의 단계로 교육과정 설계가 이루어진다(강현석, 이지은, 2017: 41; 김경자, 온정덕, 2014: 13).
빅 아이디어는 별개의 사실과 기능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들을 연결해주는 개념, 주제 또는 이슈로, 단어, 구, 문장 또는 질문과 같은 다양한 형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이때 ‘빅’은 많은 내용을 포괄하는 것처럼 보이는 ‘방대함’이나 지적 범위에서 ‘큰’ 또는 기초를 암시하는 것 같은 ‘기본’의 의미가 아닌 ‘핵심’을 의미한다. 따라서 핵심(core) 개념, 본질적인 질문, 형식적 이론은 모두 빅 아이디어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Wiggins & Mctighe, 2005: 67~70).
빅 아이디어는 추상적이기 때문에 학습자에게 그 의미가 불분명하고 교과서를 통해 피상적으로 학습하는 것은 학생들의 이해를 끌어내지 못한다. 따라서 심층적인 학습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잘 설계된 학습 경험과 교사의 도움으로 그 의미가 발견되고 학습자에 의해 추론되거나 구성되어야 한다(강현석, 2023: 16).
이와 같이 이해중심 교육과정 설계에서는 사실, 개념, 빅 아이디어, 기능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데,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핵심 개념, 일반화된 지식, 기능 등의 내용 체계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핵심 아이디어 중심의 내용 체계가 이러한 이해중심 교육과정에 근거한 것이다. 그리고 이해중심 교육과정에서 핵심 개념이나 일반화된 지식을 중심으로 교육 내용을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는 것은 [그림 1]의 지식의 구조와 과정의 구조 모델이다.
먼저, 지식의 구조 모델은 ‘사실(facts)-주제(topic)-개념(concepts)-원리나 일반화(principle, generalization)-이론(theory)’의 순서를 지닌 지식의 위계와 함께 이들 사이의 관계, 즉 주제와 사실, 주제와 사실에서 도출된 개념, 시간, 장소, 상황을 초월한 개념적 관계를 나타내는 문장인 일반화와 원리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Erickson, Lanning, 2014: 35). 이 모델은 사회, 과학과 같이 내용 지식이 많은 교과에 적합하다.
구체적으로 ‘사실’은 사람, 장소, 상황, 물건의 구체적인 사례를 말하며, 시간, 장소, 상황에 고정되어 전이되지 않는다. ‘주제’는 구체적인 사람, 장소, 상황, 물건과 관련된 사실들로 구성된다. ‘개념’은 주제에서 도출된 정신적 구성체로, 한 두 단어나 짧은 구로 나타낸다. ‘일반화’는 두 개 이상의 개념 간의 관계를 하나의 문장으로 진술한 것으로, ‘개념’과 함께 시간의 제약이 없으며, 보편적이고 추상적이다. 영속적 또는 본질적 이해, 빅 아이디어로 알려진 개념적 이해이다. ‘원리’는 수학의 정의나 과학의 법칙과 같이 학문의 근본적인 진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편적인 일반화와 원리처럼 영속적이거나 본질적인 이해 또는 빅 아이디어로 불린다. ‘이론’은 현상이나 실행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가정 또는 개념적 아이디어의 집합으로, 증거에 의해 뒷받침된다(Erickson, Lanning, French, 2017: 33~34).
개념적 이해가 중요한 것은 지식이 기하급수적으로 확장하는 시대에 다양한 학문 분야와 복잡한 문제에서 가장 본질적인 이해에 집중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이는 개념적 이해의 수준에서만 일어나며, 일반화와 원리는 학생들이 개인적인 의미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때 교사가 촉진하는 구조화된 탐구를 통해 학생들은 일반화에 도달하게 된다(Erickson, Lanning, 2014: 36).
다음으로, 과정의 구조 모델은 언어, 예술과 같은 과정중심 교과에서 과정, 전략, 기능을 개념, 일반화, 원리와 어떻게 연관시키는지 보여준다. ‘과정, 전략, 기능’에서 과정은 가장 광범위하고 복잡하며, 다음이 전략, 마지막이 기술의 순이다. ‘과정’은 학습자가 수행하고 결과를 만들어 내기를 바라는 연속적이고 단계적인 행동이며, 과정의 수행에는 전략과 기능이 필요하다. ‘전략’은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 수행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의식적으로 적용하고 점검하는 체계적인 계획으로, 전략 안에는 많은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 복잡하다. ‘기능’은 전략에 포함되는 더 작은 조작이나 행동들이다 ‘개념’은 학습 과정에서의 복잡한 과정, 전략, 기능에서의 개념과 내용(주제)으로부터 도출된 정신적 구성체나 아이디어를 모두 포함한다. 개념은 단위 학습이 끝날 때 학생들이 도달하기 원하는 이해의 진술문(일반화)을 작성하는데 활용된다. ‘일반화’는 두 개나 그 이상의 개념들의 관계를 하나의 문장으로 진술한 것이다. ‘원리’는 근본적인 규칙이나 진리로 간주되는 일반화이다. 음악을 예로 들면 ‘시간 속에서 소리와 침묵의 패턴이 리듬을 만든다.’를 들 수 있다(Erickson, Lanning, French, 2017: 39~41).
과정의 구조 모델은 음악 교과와 같은 과정중심 교과에서 지식의 위계와 관계뿐만 아니라 일반화(빅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특히 이 두 모델은 지식의 구조와 과정의 구조에서 일반화가 도출되는 과정의 차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음악 교과와 같은 과정 중심 교과에게 의미가 있다. 과정의 구조 모델을 적용한 음악과 사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음악 교과의 과정의 구조는 과정의 구조 모델에 제시된 지식의 위계와 정의를 그대로 따라 개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지식의 구조 모델에서 일반화(빅 아이디어)가 사실과 주제에서 도출된 개념을 토대로 만들어진다면 과정의 구조에서는 과정을 통해 도출된 개념을 통해 빅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과정(음악적 수행)에서 도출된 수행, 음악 요소 등의 개념을 문장으로 만드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모델은 과정중심 교과에서 만연해 있던 인식-중요하고 전이 가능한 개념은 복잡한 과정 안에 내재되어 있다-을 과정, 전략, 기능은 단순히 ‘수행하는 것’이 아닌 왜,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라는 인식으로 전환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Erickson, Lanning, 2014: 49).
따라서 지금까지 살펴본 이해중심 교육과정에서 빅 아이디어의 의미는 개념적인 이해, 영속적인 이해로서의 일반화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것이 두 개나 그 이상의 개념의 관계를 단어나 구로 나타낸 것은 빅 아이디어, 문장으로 나타낸 것은 일반화, 질문으로 표현된 것은 핵심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빅 아이디어는 다른 맥락(주제, 학문, 삶 등)으로 전이시킴으로써 영속적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음악 교과에서는 과정, 전략, 기능을 단순히 ‘수행’으로서가 아니라 왜,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게 함으로써 수행을 통해서도 전이 가능하며, 영속적이고 개념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III. 외국의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빅 아이디어’의 의미와 내용 분석
본 장에서는 호주와 캐나다 B. C. 주, 온타리오 주의 음악과 교육과정에 제시된 빅 아이디어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이들 국가나 주의 교육과정은 교육 내용을 빅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구조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2015 개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서도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었기 때문이다(박희경, 2016: 44; 백남진, 온정덕, 2021: 95).
호주는 2022년 2학기부터 개정 교육과정을 새로운 호주 교육과정 웹 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으며, 예술 영역 교육과정은 version 9.0을 제공하고 있다(ACARA, 2023a; 2023b). 호주 교육과정 웹 사이트에서 음악과 교육과정은 다음과 같이 ‘학습 영역에 대해 이해하기’와 ‘교육과정 내용’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습 영역 이해하기(ACARA, 2023d) | 교육과정 내용(ACARA, 2023f) | ||
---|---|---|---|
제목 | 내용 | 제목 | 내용 |
성격 | 음악의 특성, 음악 교과의 교육적 의의 등 | 수준 설명 | 영역별 학습 경험 개요 |
목표 | 학생들이 해당 학습 내용을 배운 결과 보여주어야 하는 것 | 성취기준 | 학습 후 기대되는 수준 제시 |
구조 | 음악과의 영역(탐색 및 반응, 실습 및 기술 개발, 창작 및 제작, 발표 및 공연) ※ 예술 영역에 속한 교과들에 적용 |
내용 설명 | 영역별로 교수학습의 내용이 되는 필수 지식, 이해, 기능 제시 |
주요 고려사항 | 교사가 음악 교과를 더 깊이 이해하고 교수학습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음악 요소, 음악 활동(감상, 창작, 연주), 반응으로 나누어 제시) | ※ 내용 상세화 | ‘내용 설명’에서 ‘Detailed view’ 버튼을 클릭하면 나타나는 내용(내용을 가르치는 방법 제시, 선택 가능한 예시 자료일 뿐 의무적인 것이 아님) |
그런데 위의 음악과 교육과정에서는 빅 아이디어를 찾아볼 수 없다. 빅 아이디어는 예술 영역(무용, 연극, 미디어 아트, 음악, 미술 교과로 구성)에 대한 ‘학습 영역 이해하기’의 ‘주요 고려사항’에서 찾을 수 있다(ACARA, 2023c). 따라서 호주 음악과 교육과정은 예술 영역에 속하는 다른 교과들과 빅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지만 위의 빅 아이디어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예술 영역에 속하는 각 교과들은 이것과 어떤 관계를 갖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캐나다 B. C. 주의 교육과정 개정은 개념기반과 역량 중심 학습에 초점을 맞추어 이루어졌다. 개념기반과 역량 중심 학습은 ‘알다(Know)-행하다(Do)-이해하다(Understand)’라는 학습 모델을 통해 효과적으로 습득될 수 있다. 각 교과 교육과정은 이 학습 모델에 따라 학년별로 핵심 역량, 빅 아이디어, 학습 기준(교과 역량,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알다’는 학습 기준 중 내용에 해당하며, 주제 등 학습자가 아는 것을 말하며, ‘행하다’는 학습 기준 중 교과 역량에 해당하며, 기능, 전략, 과정 등 학습자가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해하다’는 빅 아이디어에 해당하며, 빅 아이디어는 특정 학습 영역에서 중요한 핵심 개념이자 원리이며 일반화로서 학생들이 해당 학년의 학습을 마쳤을 때 이해하게 될 내용을 나타낸다(B. C. Ministry of Education, 2024a). 따라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욱 심화된 내용을 제시하게 된다.
이러한 학습 모델에 따른 예술 교육 교육과정 5학년과 음악과 교육과정 9학년을 예시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2)
핵심 역량 | ||
---|---|---|
의사소통 | 사고력 | 개인적/사회적 |
빅 아이디어 | |||
---|---|---|---|
창의적인 표현과 경험은 정체성과 소속감을 확장시킨다. | 예술가는 새로운 가능성과 관점을 발견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한다. | 무용, 연극, 음악, 미술은 각각 창조하고 소통하기 위한 고유한 언어들이다. | 예술 작품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영향을 받는다. |
예술 교육 교육과정에서의 빅 아이디어는 교수·학습을 형성하는 일반적인 진술과 원리로, 학생들이 교육과정으로부터 이해하고 학습하도록 기대되는 것, 즉 더 깊은 학습을 말한다. 빅 아이디어는 무용, 연극, 음악, 미술의 네 분야 중 하나 이상을 학습함으로써 습득될 수 있다(B. C. Ministry of Education, 2024b). 구체적으로 1학년부터 8학년까지 예술 교육 교육과정에서의 빅 아이디어에서는 예술 창작과 창의적 경험의 역할, 창의적/예술적 경험의 의미와 역할, 무용, 연극, 음악, 미술의 특성, 예술 작품/참여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B. C. Ministry of Education, 2024d).
음악 교육과정이 독립적으로 제시되는 것은 9학년부터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음악 교육과정의 내용 체계는 예술 교육 교육과정과 동일하며, 영역명 또한 동일하다. 음악 교육과정의 빅 아이디어는 예술 교육 교육과정의 것과 연계와 위계를 가지고 조직되어 있으며, 음악 경험의 역할, 음악의 역할, 음악의 특성, 협력적 음악 경험의 역할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내용들은 <표 4>에 나타난 바와 같이 음악의 특성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가 아니라 예술 교육 일반의 내용에 ‘음악’을 대입시킨 방식으로 제시된 것이다. 따라서 예술 교육과 음악 교육에서 빅 아이디어의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정체성의 습득과 확장이나 예술가가 예술을 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는 굳이 음악이 아니어도 예술 교육 내의 다른 교과를 통해서도 획득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음악 교육을 포함해 예술 교육을 통해 예술 교육이 얼마나 중요하며 가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인식을 갖는 것과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핵심 역량 | ||
---|---|---|
의사소통 | 사고력 | 개인적/사회적 |
빅 아이디어 | |||
---|---|---|---|
정체성은 음악 경험을 통해 탐구되고, 표현되고, 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 음악은 다양한 시대, 장소, 문화권의 사람들의 관점과 경험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공동의 음악 경험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구축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육성할 수 있다. | 음악은 창작과 의사소통을 위해 독특한 감각적 언어를 사용한다. |
또한 형식적으로는 개념기반 교육과정의 3차원 모델인 ‘알다-행하다-이해하다’에 따라 내용, 교과 역량, 빅 아이디어를 제시했지만 본질적으로는 빅 아이디어의 개념을 제대로 드러내주지 못하고 있다.3) 우선, 빅 아이디어가 예술 교육의 가치, 중요성, 역할 등의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수준에서 제시됨에도 불구하고 학습기준은 구체적인 음악과의 수행과 내용으로 제시되어 양자의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 또한, 사실, 주제로서의 ‘알다’(내용)와 수행으로서의 ‘행하다’(교과 역량)를 병렬적으로 제시했지만 교과 역량에서는 성취기준을, ‘내용’에서는 음악 요소와 표기법 등 극히 부분적인 내용만을 제시하여 음악 교과에서 알아야 하는 사실이나 주제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고, 교과 역량과 내용의 관계를 적절하게 보여주지 못하게 되었다. 이는 기본적으로는 개념기반 교육과정을 표방했지만 개념기반 교육과정에서의 개념적 사고와 이해를 강조하는 방식이 아닌 역량과 연계를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4)
온타리오 주에서는 교과별로 개정 시기가 다르며, 예술 교육과정의 경우 2009년에 개정된 교육과정이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온타리오 주 예술 교육과정의 구성 체계를 살펴보면 다음 <표 5>와 같다.
위의 표에 나타난 바와 같이 음악과 교육과정은 예술 교육과정에 속해 있으며, 전반적인 교육과정에 대한 설명은 ‘도입부(Introduction)’에서 다루어진다. 음악과의 학년별 교육과정에서는 교육 내용을 제시하고 있으며, 전반적 기대(overall expectations), 근본 개념(fundamental concepts), 구체적 기대(specific expectations)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기대(expectation)’는 성취기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학년 말에 학생들이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지식과 기술을 전반적 기대와 구체적 기대로 구분하여 영역별로 제시하고 있다. 근본 개념은 음악과의 요소와 원리를 나타낸다. 기대와 근본 개념을 제시하고 있는 음악과 교육과정의 5학년 교육 내용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위의 <표 6>에 제시한 바와 같이 학년별 교육 내용은 ‘창작하기와 연주하기’, ‘반성하기, 반응하기, 분석하기‘, ’형식과 문화적 맥락 탐색하기’의 세 영역에 대한 학년별 ‘기대’와 ‘근본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기대’를 제시하는 영역은 예술 과목 공통의 구분 범주이다. ‘근본 개념’에서는 음악 요소를 제시하고 있는데, 학년별로 해당하는 요소에 제시되어 있는 내용이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내용이 확대, 심화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2007 개정 교육과정까지 학년별로 음악 요소를 다르게 제시해주었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구체적 기대’에는 ‘전반적 기대’에서 포괄적으로 제시되어 있던 성취기준을 세분화하여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와 함께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활동 예시(e.g.)와 교사가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질문(teacher prompts)도 포함하고 있다.
한편 음악과의 빅 아이디어는 창의성 개발하기, 소통하기, 문화 이해하기, 연결하기의 네 가지로, 예술과목에 속하는 교과들과 공통으로 적용된다. 교육과정에서는 ‘도입부’의 ‘예술에서 교육적 접근’에 제시되어 있으며(<표 5> 참조), 중심 아이디어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표 7>과 같다.
따라서 온타리오 주의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근본 개념은 <표 6>에 제시되어 있는 바와 같이 구체적인 음악 요소와 음악 경험을 통한 음악 요소의 개념적 이해라는 음악 요소의 학습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 그것이 음악 교과의 개념이나 원리를 나타내주지 못한다. 중심 아이디어 또한 그 의미를 제시하고 있지 않으며, 다른 예술 교과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목표나 성취기준의 형태로 제시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을 통해 음악 교과의 개념과 중심 아이디어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또한 음악과의 ‘기대’와 예술의 중심 아이디어를 어떻게 연결하여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교육과정에 나타나 있지 않다. “예술 교육과정은 위의 네 가지 중심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Ontario Ministry of Education, 2009: 6)는 내용만 제시되어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외국 음악과 교육과정에서의 빅 아이디어의 의미와 내용에 대해 분석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 <표 8>과 같다.
분석 대상 교육과정 중 빅 아이디어의 의미를 제시한 곳은 캐나다 B. C. 주가 유일하다. 하지만 예술 교과 차원에서 제시하고 있어 음악 교과의 빅 아이디어를 알기는 힘들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영역 차원에서 빅 아이디어를 제시한 곳은 없다. 예술 교과 차원에서의 빅 아이디어와 음악과의 내용이나 성취기준과의 관련성을 제시한 곳은 없으며, 빅 아이디어의 역할이나 개발 원리를 제시한 곳도 없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는 중심 아이디어를 목표나 성취기준의 형식으로 제시하여 다른 국가나 주의 그것과 다르다.
하지만 호주 교육과정에서 ‘내용 상세화’를 통해 구체적인 교수 방법과 예시 자료를 제시하여 교수를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점, 캐나다 B. C. 주에서 빅 아이디어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점, 온타리오 주에서 수업에서 활용 가능한 활동 예시와 핵심 질문들을 제시하여 학생들의 이해를 촉진시키기 위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 등은 향후 핵심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데 좋은 시사가 될 수 있다.
IV. 2015 개정,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빅 아이디어’의 의미와 내용 분석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핵심 개념은 교과별 핵심 개념과 원리를 중심으로 학습 내용을 적정화하고, 교과를 통하여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개념의 학습을 통해 교과(목) 간의 연결·관련성을 볼 수 있고, 궁극적으로 교과(목) 간 융합·연계 학습을 유도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교육부, 2015a: 4). 또한 ‘일반화된 지식’을 도입하게 된 이유는 교과가 기반하는 학문의 가장 기초적인 개념이나 원리인 ‘핵심 개념’과 함께 해당 교과 지식을 배워야 하는 근거를 명료화해주기 위해서다(교육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과학창의재단, 2015: 13). 하지만 핵심 개념과 일반화된 지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그 정의를 제시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왔음을 교육과정 개정 관련 문서를 통해 알 수 있다.
‘핵심 개념’의 경우 ‘빅 아이디어’, ‘핵심 원리’ 등이 논의되었으나 빅 아이디어나 핵심 원리를 중심으로 내용을 제시하게 되면 우리나라 각 교과가 유지해왔던 구조 및 체계를 재편해야 하는 점 및 모든 교과·영역에서 이를 도출하기 용이하지 않다는 점 등의 우려에 따라 배제되고, 어떤 교과든 그 교과 및 영역의 기저를 이루는 ‘개념’은 없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핵심 개념을 사용하게 된다. ‘일반화된 지식’의 경우 1차 국가교육과정 각론 조정 연구 초기에는 ‘내용’으로 표기하였으나 이 경우 ‘내용 요소’와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일반화’라는 용어가 거론되었고, 이것이 논리적 사고체계상 개념보다 상위에 있어 ‘핵심 개념’과 ‘내용 요소’ 사이에 두는 것은 혼동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에 따라 ‘지식’이라는 용어를 검토하게 된다. 하지만 이 또한 연구진들 사이에 합의가 되지 않자 그 대안으로 ‘내용’으로 하고 ‘일반화’의 의미를 담아 ‘내용(일반화된 지식)’으로 하는 것으로 잠정적으로 정하게 된다(교육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과학창의재단, 2015: 11~13; 이광우, 정영근, 2017: 608). 하지만 2차 국가교육과정 각론 조정 연구 과정에서 ‘내용(일반화된 지식)’으로 표현할 것인지 ‘일반화된 지식’으로 표현할 것인지 총론 연구진과 각론 연구진의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일반화된 지식’으로 결정하게 된다(이광우 외, 2015b: 18; 이광우, 정영근, 2017: 608).
구체적으로 1차 조정 연구에서 제시한 ‘핵심 개념’과 ‘내용(일반화된 지식)’의 성격과 의미는 다음 <표 9>, <표 10>과 같다.
그런데 위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발견된다.
첫째, 핵심 개념의 의미가 네 가지(①~④)로 제시되어 불분명하다. 기초적인 개념이면서 상위 개념이라고 제시하고 있는데 기초와 상위는 다른 층위의 개념이므로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특히 빅 아이디어, 큰 개념, 핵심 아이디어라고도 칭할 수 있다고 했지만 결국 핵심 개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그 의미가 더욱 불분명해졌다.
둘째, 핵심 개념과 빅 아이디어의 관계가 모호하다. 핵심 개념을 빅 아이디어 또는 큰 개념이라 칭하면서 빅 아이디어를 기본으로 영역 및 학년(군)별 내용 요소의 중심 개념의 의미도 포괄한다는 표현은 핵심 개념이 빅 아이디어보다 더 큰 무엇인 것으로 인식하게 한다.
셋째, 일반화된 지식이 핵심 개념 도입의 취지를 담고 있지 못하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내용 선정과 조직의 주안점은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지식의 나열이 아닌 교과의 핵심적인 개념과 원리를 통해 학생들에게 영속적인 이해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데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내용 체계에 핵심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일반화된 지식은 ‘사실·정보 지식, 개념 지식, 원리·법칙 지식’을 포함한다고 하여 개념과 원리만이 아닌 사실과 정보 지식 또한 포함할 수 있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표 10> 참조).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개념과 원리가 강조된 것은 지식의 위계에 따라 가르쳐야 할 우선순위가 다르다고 보는 관점을 반영한다([그림 1] 참조). 즉 개념이나 원리가 사실적 지식보다 강력한 설명력과 전이력을 지니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교육 내용을 선정하고 조직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일반화는 개념과 개념 간의 관계를 나타낸 것으로 이때의 원리는 개념보다 추상성과 보편성이 높은 상위의 지식에 해당한다(박희경, 2016: 77, 107). 그렇다면 사실과 정보 지식까지 포함하고 있는 일반화된 지식은 빅 아이디어로서의 핵심 개념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가?
이와 같이 핵심 개념과 일반화된 지식, 빅 아이디어의 의미와 관계가 불명확하게 된 이유는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이광우 외, 2015b: 51).
교과에서 영역별 핵심 개념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고민과 논란이 존재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중략- 일부 교과에서는 하위 영역의 제목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핵심 개념을 기재하거나 주제 및 소재의 형태로 제시하는 등 기존 교육과정 문서의 형식을 답습하기도 하였다. 이는 연구진이 핵심 개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데 기인하기도 하였으나 다른 한편으로 교과의 성격에 따라 핵심 개념을 추출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경우도 있는 것으로 논의되었다. 예컨대 – 중략- 국어나 영어처럼 ‘기능’을 강조하는 교과의 경우에는 교과 내용을 구성하는 중심적 개념으로서의 핵심 개념 추출이 쉽지 않은 것으로 논의됨에 따라 각론 조정팀은 본래 핵심 개념이 가지는 의미를 확대·적용하여 일부 주제나 소재의 표현도 수락하는 방식으로 핵심 개념을 확정하였다.
위와 같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핵심 개념의 의미가 확대되는 방식으로 조정되면서 교과에서 제시한 핵심 개념이 전부 수용되게 된다. 이로써 교과에서 제시하고 있는 핵심 개념이 핵심 개념 본래의 역할과 기능을 하는 것인지는 부차적인 검토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교육과정 개발팀은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개발하기 위한 과도기로서의 의미를 부여하였으며, 향후 교과별로 핵심 개념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과제를 남기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이광우 외, 2015b: 52).
따라서 이제 핵심 개념은 기초 개념, 상위 개념, 하위 영역, 주제, 소재 등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어 교과마다 다른 핵심 개념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렇게 확대된 핵심 개념에 대한 진술인 일반화된 지식의 범위 또한 정당화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서의 논란, 핵심 개념이 중의적 의미를 갖게 된 배경과 상관없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핵심 개념은 ‘교과의 기초 개념이나 원리’로, 일반화된 지식은 ‘학생들이 해당 영역에서 알아야 할 보편적인 지식’으로 제시되어 있다(교육부, 2015b: 일러두기). 그리고 교과의 핵심 개념과 일반화된 지식을 분석할 때의 기준은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바의 의미에 따른다. 여기에서 교과에서의 핵심 개념, 일반화된 지식의 의미와 교육과정 문서에서의 핵심 개념, 일반화된 지식의 의미와의 괴리가 생기게 된다.
2015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의 핵심 개념과 일반화된 지식은 다음 <표 3>과 같다.
위에서 제시한 음악과 교육과정의 핵심 개념과 일반화된 지식의 문제로 지적된 것은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다.
첫째, 핵심 개념으로 제시된 항목들은 하위 ‘내용 요소’를 포괄하는 상위 내용들로, 핵심 개념이 아닌 핵심 내용이라는 명칭이 더 적절하다(정혜승, 2016: 39). 둘째, 일반화된 지식이 일반화된 지식이라기보다는 성취기준 진술의 형태로 볼 수 있다(이광우, 정영근, 2017: 609). 셋째, 음악과의 핵심 개념과 일반화된 지식은 교과의 기초 개념이나 원리, 보편적 지식이 아니라 표현, 감상, 생활화 영역 측면에서 갖추어야 할 능력과 태도이다. 이는 오히려 교과 목표에 가깝다. 실제로 이들 영역의 일반화된 지식은 음악과 교육 목표를 조금 더 상세화하고 있는 형태이다(임유나, 홍후조, 2016: 291). 넷째, 음악과 교육과정의 핵심 개념은 영역 및 주제의 수준으로 선정되어 있어 음악과 내용의 구조의 큰 그림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음악과 영역을 가로지르는 핵심 개념을 선정하지 못함으로써 음악 교과 내용을 구조화하고자 했던 도입 당시의 의도와 달리 음악 교과 내의 지식 간, 영역 간의 관련성을 드러내지 못할 뿐 아니라 타 교과 간 통합을 위한 조직자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석문주, 최미영, 2022: 33). 이러한 지적들의 공통점은 음악과 교육과정의 핵심 개념은 내용, 영역, 주제에 가까우며, 일반화된 지식은 성취기준, 목표로 볼 수 있어 핵심 개념과 일반화된 지식 모두 그 본래의 내용과 기능을 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내용 체계 형식을 모든 교과에 획일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음악과의 개념이 핵심 개념으로 재구화되지 못하고 총론의 요구에 따라 형식만 갖추었거나 내용 체계 형식이 음악과에 적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되었다(임유나, 홍후조, 2016: 291; 한혜정, 2017: 45). 그리고 음악 교과의 개념이 핵심 개념으로 재구조화되지 못한 사례로 내용 체계와 별개로 학년군별 ‘음악 요소 및 개념 체계표’를 제시하여 음악 교과의 개념이 내용 체계상이 아닌 그것과 별개로 제시된 문제 또한 제기하고 있다(임유나, 홍후조, 2016: 291). 하지만 음악 교과의 개념이 ‘음악 요소 및 개념 체계표’에 제시되어 있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 이 체계표는 음악 교과의 핵심 개념이나 원리를 제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음악 요소와 그와 관련된 개념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이경언, 2023: 160).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 체계 형식이 음악과에 적합하지 못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는 왜 발생한 것인가?
이 이유에 대해서는 음악 교과가 지식보다는 기능을 비중 있게 다루는 교과이기 때문이라는 점이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지식, 기능, 태도가 통합되어 있는 교육 내용을 가지고 있는 음악 교과에서 지식만이 강조되는 핵심 개념과 일반화된 지식의 내용 체계가 적합한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장 많았다(권점례 외, 2018: 661; 임유나, 홍후조, 2016: 286 재인용; 정혜승, 2016: 40).
실제로 2015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의 핵심 개념과 일반화된 지식은 ‘지식’을 단순히 개념이나 요소를 이해하는 것으로 해석하지 않고 그것을 음악 활동으로 나타내고 적용하는 데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권점례, 2018: 623). 그렇다면 음악 교과에서는 애초에 교육과정 문서에서 제시한 바의 핵심 개념과 일반화된 지식의 의미에 따라 개념과 지식을 다루려고 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즉,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서 확장된 핵심 개념과 일반화된 지식의 의미에 따라 음악과의 핵심 개념과 일반화된 지식을 개발한 것이다. 그렇다면 음악과에서 핵심 개념과 일반화된 지식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에서의 핵심 아이디어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핵심 개념이 아닌 핵심 아이디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은 핵심 개념과 일반화된 지식이 일부 교과에서 교과의 얼개나 구조를 잘 드러내지 못하는 점, 핵심 개념, 일반화된 지식, 내용 요소, 기능의 연계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어 핵심 개념과 일반화된 지식을 통합하여 핵심 아이디어를 설정하였다고 밝히고 있다(한혜정 외, 2022: 42).
이와 같은 배경에서 도입된 핵심 아이디어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표 12>는 교과 교육과정 개발을 위해 핵심 아이디어 진술 지침으로 제시한 것으로, 볼드체로 표시된 부분의 내용이 교과 교육과정의 일러두기에서 핵심 아이디어의 의미로 최종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표 13>은 교과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서 교과별로 개발한 핵심 아이디어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제시한 검토 기준이다.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핵심 아이디어가 목표처럼 진술된 경우, 세 범주(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의 내용 요소를 단순하게 조합하여 제시한 경우, 용어의 정의로 제시된 경우, 지나치게 많이 제시된 경우, 질문으로 제시된 경우 등의 부적합 사례를 제시하면서 핵심 아이디어를 잘 설정하기 위한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한혜정 외, 2022: 85).
◦ 영역의 핵심 아이디어를 문장으로 기술하였는가? ◦ 설정된 핵심 아이디어가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 차원을 유기적으로 포함하여 진술하였는가? (※하나의 핵심 아이디어에 세 범주를 모두 포함해야 하는 것은 아님.) ◦ 교과의 ‘핵심’이면서 학생들이 교실 밖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아이디어인가? |
핵심 아이디어는 교과에서 배운 내용이나 능력이 다양한 삶의 맥락에서 발휘되도록 한다는 기대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취지를 살려 핵심 아이디어를 잘 설정하려면 내용 체계의 내용 체계의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를 단순히 조합하여 진술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보다 층위를 높여 진술할 필요가 있다. 즉, 핵심 아이디어는 내용 체계표에 제시된 내용 요소를 모두 학습하였을 때 학습자의 마음에 영속적으로 남는 그 무엇이다.그 무엇이 교과의 구체적인 맥락을 떠나 일반적인 성격을 띠면 띨수록 삶의 맥락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진다.
위에서 제시한 핵심 아이디어의 의미와 검토 기준, 설정 방법에 대한 내용에서는 교과에서의 핵심 아이디어의 의미와 개발 방향을 명확하게 알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우선, 빅 아이디어를 ‘모든 내용 요소를 포괄하면서 내용 요소 간의 연계를 보여주는 상위 조직자’라고 했을 때 이는 핵심 아이디어가 개념들 간의 관계가 아닌 내용 요소에서 도출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게 할 수 있다.
둘째, 빅 아이디어는 교과 내 영역이나 단원 수준, 교과 수준, 몇 개 교과 간 수준, 전체 교과 수준 등 여러 층위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하면서 왜 교과 교육과정에서는 영역 수준으로 한정하였는지 그 배경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교육과정 개정 초기의 교과 교육과정 개발 지침에는 영역을 핵심 아이디어나 개념적 주제로 설정할 수도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온정덕 외, 2021: 65). 그렇다면 핵심 아이디어가 곧 영역명이 되는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핵심 아이디어의 의미가 더욱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셋째, ‘교과의 구체적인 맥락을 떠나 일반적인 성격을 띠면 띨수록 삶의 맥락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설명은 ‘핵심 아이디어’를 영역 수준에서 개발해야 하는 지침과 맞지 않는다. 핵심 아이디어가 일반적인 성격을 강하게 띠려면 교과 내가 아닌 몇 개 교과 간 또는 전체 교과 수준으로 층위를 높여야 한다. 따라서 교과 영역 수준에서 일반적인 성격을 띨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넷째, 핵심 아이디어가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 차원을 두 범주 이상 포함하여 진술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빅 아이디어의 의미와 맞지 않는 것이다. 빅 아이디어는 개념들 간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며, 개발 지침에 의하면 이러한 개념들은 교과의 영역 단위에서 도출된다. 이 영역에서의 개념들이 두 가지 이상의 범주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전제하는 것은 빅 아이디어 생성 과정과 맞지 않는 것이다.
다섯째, 교과의 특성을 반영한 ‘핵심 아이디어’ 개발 지침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서 여러 지면을 통해 전체적인 통일성을 갖추면서도 교과 및 교과 영역별 특성을 고려한 내용 체계를 구성하겠다고 했지만(교육부, 2022a: 40; 한혜정 외, 2022: 42)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이와 같이 2022 개정 교육과정 문서와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서 생성된 문헌들에서 핵심 아이디어의 의미와 개발 지침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거나 교과의 특성을 반영한 개발 지침이 마련되지 않은 점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에서는 핵심 아이디어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러한 핵심 아이디어를 어떠한 방법으로 설정했는지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교육부, 광주교육대학교, 2022: 102).5)
❶핵심 아이디어는 음악 교과의 가장 핵심이 될 빅 아이디어이다. 따라서 앞서 음악과 교육과정의 내용 구성 원리에서 제시한 ❷가장 근본적인 진술문(‘인간은 생활 속 다양한 맥락에 기반하여 음악의 고유한 특성을 활용한 음악 활동을 한다.’)을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핵심 아이디어를 구성하였다. -중략- 핵심 아이디어를 세 가지 형식의 진술문으로 구성하고자 하는데, 이는 ❸위 진술문을 ① ‘음악의 고유한 특성’(=원리), ②‘다양한 맥락’(=맥락), ③‘생활 속... 활용하여 음악 활동’(=활용)으로 세분화한 것이다. 그리고 진술문 ①~③에 들어갈 내용은 음악과 역량(목표)에서 도출하였다. 즉 음악과 역량에서 주요 사항을 단어 수준의 ‘요소’로 추출하였는데, 이는 앞서 이론적 배경에서 살펴본 ❹ IB 교육과정 중 중학교의 관련 개념 방식과 유사한 형태이다. 이렇게 추출된 요소들을 엮어서 문장 수준으로 진술한 것이 바로 “핵심 아이디어”이다. ❺핵심 아이디어는 음악 교과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므로 도출된 핵심 아이디어 요소는 음악 교과 내 모든 과목(초중 공통 및 고교 선택 과목)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과목 성격이나 학교급의 수준에 따라 요소의 결합 방식, 진술문의 깊이와 수준 등에서 차이가 있다.
<표 14>에서 제시한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의 핵심 아이디어에서 가장 크게 드러나는 문제는 핵심 아이디어로 제시되어 있는 내용들의 대부분이 영역이 아닌 음악 교과 전체를 포괄하거나 두 개 이상의 영역에 걸쳐 있는 내용들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그 이유는 음악과 핵심 아이디어 설정 방법을 설명한 내용에서 찾을 수 있다. ‘❺’의 내용을 보면 핵심 아이디어가 영역이 아닌 음악 교과 전체를 아우르는 것으로 제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영역을 단위로 핵심 아이디어를 개발하도록 한 개발 지침과 맞지 않게 개발한 것이 된다. <표 15>의 미술과 교육과정 사례를 보면 영역 단위에서의 빅 아이디어와 분명한 차이가 나타난다.
위와 같이 미적 체험, 표현, 감상 영역의 특성이 나타나도록 제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둘째는 핵심 아이디어가 빅 아이디어의 도출 방법과 맞지 않게 개발되었다는 점이다. 우선, ‘❷’의 내용에 따르면 ‘가장 근본적인 진술문’이 나오고, 핵심 아이디어는 이것을 구체화했다고 했는데, 이때의 ‘가장 근본적인 진술문’의 위상이 불분명하다. 핵심 아이디어의 상위에 위치하고, 가장 근본적인 것이라면 지식이나 과정의 구조에서 ‘이론’에 해당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개념적 렌즈(conceptual lens)나 거시적 개념(micro concepts)에 해당한다는 것인지 불명확하다. 다음으로, 핵심 아이디어는 이론이나 원리처럼 핵심 아이디어보다 더 추상적인 것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실이나 개념 또는 과정이나 개념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근본적인 것에서 구체화했다는 것은 가장 추상적인 것으로부터 빅 아이디어를 도출했다는 의미가 되어 맞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원리, 맥락, 활용으로 핵심 아이디어를 세분했다고 했는데, 원리는 빅 아이디어의 상위 지식의 개념이므로 핵심 아이디어를 원리로 세분화했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 또한 빅 아이디어는 개념들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맥락이나 활용으로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셋째,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핵심 아이디어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모든 교과에 ‘교육과정 설계의 개요’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해외 교육과정 문서 체제에서 제시되어 있는 이론적 근거(rationale) 항목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 항목에서는 구체적으로 교육과정 구성 요소(예, 내용 체계의 구성 요소들)의 의미, 교과 핵심 아이디어(빅 아이디어), 교육과정 구성의 연결 세 가지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온정덕 외, 2021: 62). 하지만 음악과 교육과정의 ‘교육과정 설계의 개요’에서는 음악과에서의 핵심 아이디어의 정의는 제시되어 있지 않으며, ‘❶’의 ‘핵심 아이디어는 빅 아이디어이다.’라는 정의가 핵심 아이디어에 대한 유일한 정의이다.
반면 미술과 교육과정의 ‘교육과정 설계의 개요’에서는 “핵심 아이디어는 각 영역에서 학습을 통해 일반화할 수 있는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영역의 정의와 의미, 역할 등을 포괄하여 세 문장으로 제시하였다.”고 밝히고 있어 총론에서 제시한 핵심 아이디어의 의미와 함께 미술과에서 영역별 핵심 아이디어를 개발한 방식 또한 제시하고 있다(교육부, 2022c: 3).
이와 같이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핵심 아이디어는 영역별이 아닌 음악 교과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고 도출 방법 또한 빅 아이디어의 그것과는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2015 개정과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빅 아이디어의 의미와 내용에 대해 분석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 <표 16>과 같다.
위와 같이 총론의 빅 아이디어가 아닌 음악과 교육과정 내에서의 빅 아이디어의 의미는 2015 개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모두 제시하고 있지 않다. 2015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에서는 핵심 개념을 도출하고, 그를 문장으로 진술하여 일반화된 지식으로 만드는 방식은 제대로 보여주고 있지만 핵심 개념과 일반화된 지식의 본래 의미와 맞지 않게 개발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빅 아이디어를 진술 형식에 맞게 진술한 것처럼 보이나 영역이 아닌 음악과 전체에 대한 핵심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으며, 개발 원리 또한 빅 아이디어의 개발 원리가 아닌 음악 교과 자체적인 개발 원리를 만들어 제시하여 두 교육과정에서 빅 아이디어의 기능과 역할을 찾아보기 힘들다.
V. 결론 및 제언
지금까지 빅 아이디어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그에 터하여 외국의 음악과 교육과정과 우리나라의 2015 개정과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에서의 빅 아이디어의 의미와 내용에 대해 분석하였다. 그 결과 빅 아이디어의 의미를 제시하고 있는 곳은 캐나다 B. C. 주 한 곳뿐인데 여기에서도 음악과의 빅 아이디어가 아닌 예술 교과의 빅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어 분석 대상이 된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빅 아이디어의 의미를 제시하고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 아이디어의 내용은 외국의 경우 예술 교과 차원에서 제시되어 있어 음악 교과의 빅 아이디어를 확인할 수는 없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빅 아이디어의 취지에 맞지 않게 제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 원리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으나 그 또한 빅 아이디어의 그것과 맞지 않았다. 따라서 외국과 우리나라의 음악과 교육과정 모두에서 빅 아이디어의 의미는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으며, 개발 원리 또한 빅 아이디어의 도출 방식과 달라 개발된 내용이 음악 교과의 빅 아이디어가 맞는 것인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외국의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내용 상세화, 핵심 질문, 빅 아이디어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구체적 진술 등 향후 빅 아이디어 개발에서 본보기가 될 수 있는 내용들이 있다는 점도 확인하였다.
그렇다면 2015 개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빅 아이디어의 모범 사례로 제시되었던 외국의 음악과 교육과정에서조차 빅 아이디어의 의미와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빅 아이디어의 의미가 음악 교과의 특성과 맞지 않아서다. 빅 아이디어는 개념들 간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기 때문에 빅 아이디어를 만들려면 개념이 먼저 도출되어야 한다. 음악 교과와 같은 과정중심 교과에서도 ‘과정’([그림 1] 참조)에서 개념들이 도출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분석 대상이 된 외국과 우리나라 교육과정 어디에서도 빅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는 개념을 도출하지 않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과정’에서 개념들이 도출될 수 있다고 하나 그것이 실제에서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림 2]에서 제시한 음악 교과의 빅 아이디어 개발 사례를 보면 ‘전통 민속 음악’이라는 단원에서 ‘과정’을 ‘음악적 수행’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도출된 개념은 수행, 음악 요소, 질 등이다. 그리고 이것들을 동사를 활용해 문장으로 진술하면 빅 아이디어(일반화)가 된다. 방법은 간단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과 개념은 ‘전통 민속 음악’이 아닌 어떤 단원에서도 도출 가능한 ‘과정’이며, 개념이고 빅 아이디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우리나라와 같이 영역 차원의 빅 아이디어를 만든다면 영역 차원의 ‘과정’에서 개념들을 도출해내야 한다. 연주나 감상, 창작에서 어떤 수행들이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그것들에서 개념들을 도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과정’에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데, ‘기능’을 포함한 ‘과정’에서 개념을 도출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주, 감상, 창작 활동에서는 도출이 가능한 개념도 있지만 ‘기능’ 그 자체인 것도 있다. ‘기능’을 개념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개념을 이해한다고 해서 ‘기능’이 개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능’은 이해뿐만 아니라 무단한 연습을 통해 개발되며 이를 통해서만 영속적 기능으로 남는다. 음악 교과에서 이해만을 강조하는 것은 음악 수업을 통해 기능에 대한 이해만 남기고 기능 자체는 이해를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음악 교과에서 기능은 이해를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음악성을 계발하며 상상력과 창의성을 표출하는 직접적인 수단이 되기도 한다. ‘기능’의 원리를 이해하면 ‘기능’을 더 잘 할 수 있게 되겠지만 그것이 ‘기능’을 학습하는 유일한 목적은 아니다.
또 다른 이유는 첫 번째 이유와도 연계되는 것으로, ‘과정’에서 도출된 핵심 아이디어만으로 음악 교과에서 기대하는 학습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림 2]에서 제시한 ‘수행의 질은 작품의 음악 요소에 대한 적절한 해석과 활동에 좌우된다.’나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표현 영역의 핵심 아이디어에서 ‘음악은 고유한 방식과 원리에 따라 인간의 느낌, 생각, 경험을 다양한 소리의 어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가 ‘전통 민속 음악’ 단원이나 가창, 기악의 연주 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영속적 이해로 남아야 할 내용인가 하는 것이다. 또는 제시된 빅 아이디어가 영속적 이해로 남으면 그것으로 음악 수업의 목표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나타난 결과가 외국이나 우리나라에서 모두 예술교육이나 음악의 정의, 역할, 의의 차원에서 빅 아이디어를 제시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미술과 교육과정에서도 영역별 빅 아이디어를 영역의 정의와 의미, 역할 등을 포괄하여 문장으로 제시하였다고 밝힌 바와 같이 이는 음악뿐만 아니라 예술 교과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과정에서 정의, 역할, 의의는 ‘성격’에 제시되는 것이다. 그만큼 일반적이고 추상적이며, 보편적이다. 이러한 특징만 보면 빅 아이디어의 정의- 넓고 추상적인, 적용에 보편적인, 모든 시대에 적용되며 전이를 가능하게 하는-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빅 아이디어는 모호한 추상화(abstraction)가 아닌 예리한 사실, 서로 모순되는 지식 조각들을 연결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Wiggins & Mctighe, 2005: 70). 즉 추상적이고 보편적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 지식들의 연결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영역의 빅 아이디어라면 영역 차원에서의 사실과 지식들의 연결이, 교과의 빅 아이디어라면 교과 차원에서의, 또 그 이상의 범위에서라면 그것을 포괄하는 사실과 지식들의 연결, 즉 개념의 도출과 개념들 간의 연결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들 간의 연결, 빅 아이디어는 핵심 질문들로 표현되고, 이것은 교사 수준에서 구체적인 주제와 관련한 핵심 질문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상 외국과 우리나라 음악과 교육과정에서의 빅 아이디어의 의미와 내용을 분석한 결과 그리고 그 결과의 원인에 대한 고찰을 토대로 향후 빅 아이디어 개발을 위한 개선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교과에 따라 빅 아이디어 중심의 내용 체계를 적용하는 방식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 호주의 경우 빅 아이디어가 위치한 곳과 명칭이 교과마다 조금씩 다르다. 과학 교과의 경우 ‘학습 영역 이해하기’의 구성 체계는 예술 교육과정과 마찬가지로 도입부, 성격, 목표, 구조, 주요 고려사항, 주요 연결, 자원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예술 교육과정에서와 달리 과학 교과의 빅 아이디어는 ‘구조’에서 제시하고 있으며, 용어 또한 빅 아이디어가 아닌 ‘핵심 아이디어(Key ideas)’이다(ACARA, 2023g). 또한 예술 영역과 같이 HASS, 시민과 시민성, 경제와 경영, 지리, 역사 교과를 포함하고 있는 인문·사회과학 영역에서는 ‘학습 영역 이해하기’에서 핵심 개념이나 빅 아이디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으며, 개별 교과의 ‘학습 영역 이해하기’의 ‘구조’ 부분에서 ‘개념(concepts)’이라는 명칭으로 제시되어 있다(ACARA, 2023h; 2023i). 따라서 개별 교과가 하나의 영역으로 제시되어 있거나 여러 교과가 묶여 하나의 영역으로 제시되어 있는 것과 상관없이 빅 아이디어가 제시되어 있는 위치는 영역별로 차이가 있으며, 그 용어 또한 다름을 알 수 있다.
온타리오 주의 경우에는 음악, 사회, 과학 교과에서 빅 아이디어의 의미와 그것을 제시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다. 음악과 교육과정에서는 학년별 교육과정 내용 안에서 빅 아이디어를 함께 제시하고 있다. 사회과 교육과정에서는 전반적 기대 하나(A1)에 사고 개념과 빅 아이디어를 한 개씩 배치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사고 개념을 구체화한 것으로서의 빅 아이디어 그리고 빅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전반적 기대와 탐구 질문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표 아래에 구체적 기대에 대한 내용을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다음은 온타리오 주 사회과 ‘A. 유산과 정체성’ 영역의 5학년 ‘1713년 이전 캐나다 원주민과 유럽인의 상호작용’에 대한 교육과정 내용이다.
또한 온타리오 주 과학과 기술 교육과정에서는 빅 아이디어를 교육과정 내용에 포함하여 제시하고 있지 않지만 교육과정의 ‘과학과 기술 교과에서 근본 개념과 “빅 아이디어”’라는 항목에서 물질, 에너지, 시스템과 상호작용 등의 근본 개념은 모든 과학과 기술 지식 습득의 틀을 제공하며 다른 교과의 과학과 기술 지식을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 그리고 각각의 근본 개념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 빅 아이디어임을 제시하고 있다(Ontario Ministry of Education, 2022: 200).
이와 같이 교과의 내용 특성 그리고 교과에서 빅 아이디어의 의미와 위상을 규정하는 방식에 따라 빅 아이디어 중심 내용 체계의 구성 요소뿐만 아니라 용어와 의미, 제시 방식이 다르게 적용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음악 교과의 내용 특성 그리고 음악 교과에서 빅 아이디어의 의미와 위상에 대한 탐구가 먼저 이루어지고 이에 터하여 내용 체계 구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음악 교과에서 빅 아이디어 도출은 단원이나 주제 차원에서 먼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개념기반 또는 이해 중심 교육과정에서는 개념을 포함하고 있지 않은 교과는 없기 때문에 모든 교과에서 개념이 도출될 수 있고, 도출해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이는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개념을 포함하고 있는 정도 특히 그것을 교과 전체의 빅 아이디어로 조직할 수 있는 교과와 그렇지 못한 교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음악 교과의 경우에도 개념과 빅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음악 교과 전체를 아우르는 빅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개념’이라고 하면서 음악의 요소만을 제시하거나 사실과 개념에서 도출된 빅 아이디어가 아닌 음악의 정의와 의의, 예술가나 음악가의 역할을 빅 아이디어로 제시하게 된다. 이러한 빅 아이디어는 어떤 내용이나 성취기준을 제시한다고 해도 그것을 포괄할 수 있을 정도의 추상성과 보편성 그리고 일반성을 띠고 있지만 그렇게 개발된 빅 아이디어를 음악 교과의 빅 아이디어로, 그래서 음악 경험과 활동을 통해 다다를 수 있는 영속적 이해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명제적 지식으로서의 빅 아이디어가 음악 교과에서 ‘깊은 이해’ 또는 ‘영속적 이해’를 가져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빅 아이디어 도출이 비교적 수월한 작은 단위부터 시작하여 영역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
셋째, 음악 교과에서 빅 아이디어 도출이 가능한 부분에서 그것을 개발하려고 할 경우 음악 교과에서의 사실, 지식, 기능, 개념을 무엇으로 볼 것인지가 먼저 규명되어야 한다. 외국이나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에서 빅 아이디어의 의미와 개발 원리가 불명확하게 제시된 가장 큰 이유는 빅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 먼저 규명되어야 할 사실, 지식, 기능 등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며, 이들을 통해서 도출되어야 하는 개념 또한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준비하면서부터 빅 아이디어 중심의 내용 체계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는 계속 제시되었지만 음악과에서는 주로 외국 교육과정에서의 빅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여기에서 시사를 얻으려는 연구가 주를 이루어졌다. 하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과 음악과 교육과정에서도 빅 아이디어의 의미와 개발 원리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제시는 없었고, 이번에도 일부 교과에서는 빅 아이디어와 내용 체계를 분리해서 개발하는 방식을 그대로 이어가게 되었다. 따라서 음악 교과에서의 빅 아이디어가 중요하고 학생들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음악 교과에서의 빅 아이디어를 개발하기 위한 원리에 대해 연구해야 하며, 이것을 위해서는 음악 교과에서의 사실, 지식, 기능, 개념을 규명하는 연구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넷째, 빅 아이디어 중심의 수업 설계에 대한 교사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국가교육과정에서 제시된 빅 아이디어는 수업에서 실현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빅 아이디어 중심, 이해중심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는 수업 설계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이해중심 교육과정이 애초에 의도했던 백워드 설계에 따라 수업이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교사 수준에서 차시나 단원 차원의 개념, 일반화, 기능을 추출하고 구조화하며, 이를 핵심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수행 과제로 개발하고, 개별 차시에서 수행해야 할 활동들에 대해 계획하는 일련의 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수업들이 쌓여 음악을 학습한 결과로서 학생들이 깊은 이해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국가교육과정을 해설하고 설명하는 연수가 아닌 수업 설계를 위한 체계적인 연수가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