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교과서

IB PYP 학교 탐구 단원의 국가정체성 교육 구현 양상 분석1)

임유나 1 , *
Yoo-Na Lim 1 ,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대구교육대학교 부교수
1Associate Professor, Daegu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 Copyright 2024, Korea Institute for Curriculum and Evaluation.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ShareAlike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sa/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Apr 05, 2024; Revised: May 03, 2024; Accepted: May 16, 2024

Published Online: May 31, 2024

요약

본 연구의 목적은 ‘국제적 소양(international mindedness)’의 함양을 강조하는 IB 학교에서 국가정체성 교육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국내의 7개 IB 초등학교가 설계·운영한 252개의 탐구 단원을 분석하여 어떠한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에 따른 교육내용이 다루어지고 있는지, 세계화에 따라 새롭게 강조된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는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파악하였다. 분석 결과, 학교에 따라 탐구 단원에 반영된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의 종류와 반영 정도에 차이가 나타났으며, 본래 성취기준에 포함된 개수 자체가 적은 ‘가치 체계, 감성적 애착, 글로벌 리더십’의 구성 요소는 탐구 단원을 통해 다루어지는 비율이 높았고, 요소 반영 횟수를 보았을 때는 ‘글로벌 시민성’과 ‘국가 유산’ 요소가 상대적으로 자주 다루어진 요소로 파악되었다. 또한, IB 학교의 탐구 단원에는 세계적, 국제적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었으며, 지구촌 갈등 문제, 다양성과 다문화에 대한 존중 관련 내용은 꽤 자주 등장하는 주제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국가 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세계시민으로서의 위치와 관점으로 바라보게 하는 형태의 단원 설계가 많이 나타났고, 국제 사회의 문제를 다루거나 가치 판단을 하는 데 있어 세계의 보편성과 공공성, 포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게 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향후 IB 학교에서 어떠한 형태의 국가정체성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며, 국가에 대한 정체성 교육은 오늘날의 국가를 존재하게 한 역사적·문화적 성취나 사건에 의한 본질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국내외적 상황과 세계의 보편적 가치를 두루 고려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전향적 경험을 통해 형성할 수 있도록 접근할 필요를 제언하였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analyze the implementation of national identity education in IB schools that emphasize cultivating ‘international mindedness.’ By analyzing 252 Units of Inquiry designed and operated by 7 IB PYP schools, this study identified which national identity components were covered in educational content and how the newly emphasized national identity components due to globalization were reflected. As a result, the type and proportion of national identity components reflected in the Units of Inquiry differed depending on the school. In addition, the IB schools’ Units of Inquiry sufficiently reflected the global and international context, and topics related to global conflict issues and respect for diversity and multiculturalism appeared quite frequently. In solving problems between countries, there were many unit designs that allowed students to have a position and perspective as global citizens, and there was a tendency to approach them from the perspectives of universality, publicness, and inclusiveness. Finally, this study suggested that national identity education should be approached to be cultivated through forward-looking experiences as a “citizen of the Republic of Korea” that take into account both domestic and international situations and world universal values based on essential identity.

Keywords: 국가정체성; 국제 바칼로레아(IB); 탐구 단원; 글로벌 시민성; 로벌 리더십
Keywords: National Identity; 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 Unit of Inquiry (UOI); Global Citizenship; Global Leadership

I. 서 론

국가라는 공동체는 국가에 속하는 인간적 존재에 의해 형성되고 유지된다. 국가에 대한 구성원들의 이해와 국가적 미래 비전은 국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기반이 되기 때문에 국가정체성은 고정적인 어떤 존재가 아니라 구성되는 특징을 지닌다. 그렇다고 하여 국가의 정체성이 임의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며, 한 나라가 구성하는 국가정체성은 그 국가가 형성해 온 유형, 무형의 자산과 역사, 제도, 경험 등을 바탕으로 하게 된다(김유경 외, 2010). 국가가 지닌 본질적 특성과 구성적 특성을 모두 내재하고 있는 국가정체성은 국가 구성원에게 개인의 정체성 형성을 위한 틀을 부여하고, 공동체 안에서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규범을 제공하기 때문에 개인이 형성하는 국가정체성은 국가·사회적,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세계화, 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개방성, 이동성, 다양성, 다원성, 분화 정도가 확대 강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국가·사회적 정체성이나 개인적 정체성 등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힘이 약화하거나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오늘날 세계와 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위기도 단지 경제적인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정체성의 혼란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국가 간 경계가 분명했던 시대에는 국가 고유의 삶의 방식이 계승되고 유지되면서 개별 국민의 정체성도 안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었으나,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해진 현대의 사회구조 속에서는 개인적, 사회적 정체성의 준거가 되는 여러 특성의 힘이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최안복, 이윤옥, 2010). 국가 발전 측면에서도 물리적 영토, 천연자원, 인구수 등에 기반하는 경성 국가의 시대에서 문화력, 외교력, 정치력, 변화 대처력 등이 국가 발전으로 연결되는 연성 국가의 시대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국가정체성 형성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김유경 외, 2012). 따라서 개인적, 국가·사회적인 정체성의 형성은 오늘날의 중요한 교육적 과제 중 하나가 된다.

단순히 전통적 가치관이나 정체성을 묵시적으로 계승하는 태도를 고수해서는 국가 경제력을 확보하여 발전해 나가기 어렵게 된다. 우리나라 경우 서구의 산업과 기술, 사회 문화적 제도를 단기간에 빠르게 흡수하면서 사회 발전을 이루어 왔지만, 서구 문명의 표면적 결과만을 수용한 경우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하였고, 국가정체성을 기반으로 하는 장기적 비전이 결여된 실정이라는 비판도 받아 왔다(김유경 외, 2010, 2012). 특히, 학교 교육에는 세계화로 인한 세계시민교육이 대두되면서 현재는 국가를 넘어 세계 평화, 인권, 문화 다양성 등의 가치를 강조하는 세계시민으로서의 공동체 정체성 교육이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최근의 국제이해교육이나 세계시민교육, 그리고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 등이 내재하고 있는 국제인, 세계인으로서의 감정(international sentiments)이 강조되는 것은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지녀야 할 국가 구성원으로서의 감정과 배치되거나 국가정체성 형성에 혼란을 일으킬 여지도 있는 것이다.

현재 미래지향적 학교 교육의 프레임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IB 프로그램은 본래 국제학교의 교육과정 설계·운영을 지원하고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임유나, 2023). 초기 목적을 반영하듯, IB의 초등학교(PYP) 프레임워크에서는 세계인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나 주제와 연관되는 것으로 도출된 6가지 초학문주제의 맥락 안에서 교과 통합적인 탐구 단원(Unit of Inquiry: UOI)2)을 설계, 운영하도록 하고 있으며, 중학교(MYP) 프레임워크에서도 6개의 글로벌 맥락(global contexts)을 제시한다. 즉, 세계 공통으로 적용 가능한 주제의 맥락 안에서 학생 탐구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관점의 프레임워크 속에서 학생들을 자신과 타인, 주변 세계를 존중하는 국제적 소양(international-mindedness)을 갖춘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IB 교육의 비전으로 작동한다(IBO, 2020). 이러한 IB의 교육 철학과 프레임워크를 도입하는 IB 학교가 학생들을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게 하는 방향과 맥락을 잘 형성하고 있을 것으로 예측되나, 다른 한편으로는 IB의 프레임워크 속에서 구현되는 학교 교육이 학생들의 국가정체성 형성을 위한 내용을 무리 없이 다루어내고 있는지, 국제적 맥락과 이슈, 국제적 소양의 함양에 치우치거나 국가정체성 형성에 혼란을 줄 우려는 없을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한 나라의 공교육은 개인적 정체성뿐만 아니라 국가에 대한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는 중요한 과정이 되기 때문에 국제적 소양의 함양이 비전으로 작동하는 IB 교육 방향과 틀을 도입하여 국가 교육과정에 접목한다고 할지라도 본래 국가 교육과정이 담고 있는 국가정체성 교육 관련 내용과 취기가 약화되거나 포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국가정체성의 형성에 있어서는 아동기에 이루어지는 교육이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 국가의 유지, 발전과 직결되는 국가정체성은 일순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고, 아동기부터 국가를 상징하거나 대표하는 대상과의 동일시 과정으로부터 시작하여 일생에 거쳐 형성된다. 학생들은 성장하면서 국가정체성을 더욱 또렷하게 형성해가며, 국가정체성을 통해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강화해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때, 국가정체성 형성의 가장 중요한 시기는 9~13세의 시기이며, 그 전의 아동 전기에는 지적 내용이 미진한 상태이고, 아동기 이후의 청소년기에는 지적 내용이 주로 보충된다(정세구, 1983; 이경한, 2007). 즉, 초등학생 시기에 형성된 국가정체성은 성인이 된 시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국가정체성 교육은 국가에 대한 개념이 형성되는 초등학생 시기부터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초등학교급을 대상으로, 국내 IB PYP 학교가 설계, 운영하는 탐구 단원(UOI)에 대한 분석을 통해 IB 초등학교 현장에서 국가정체성 교육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연구의 목적을 두었다.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IB PYP 학교가 설계·운영하는 탐구 단원에는 어떠한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에 따른 교육내용이 다루어지고 있는가? 둘째, IB PYP 학교의 탐구 단원에서 세계화에 따라 새롭게 강조된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글로벌 시민성, 글로벌 리더십)는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가?

II. 이론적 배경: 국가정체성의 개념과 구성 요소

‘국가정체성(national identity)’은 한 개인이 국가와 민족이라는 집단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sense of belonging)으로, 역사적 영토, 공통의 신화, 역사적 기억, 공통의 대중문화, 공통의 언어 등을 기반으로 하여 하나의 집단과의 감정적 연대를 통해 개인이 국가에 대해 가지는 심리적, 내적 조건을 말한다(정세구, 1983: 53; Smith, 1993). 국가정체성은 국가의 체제가 존속하는 데 필요한 기본 요소로, 국가의 체제적 특성과 관계없이 개인이 심리적으로 국민의 일원으로서 유대감과 연대 의식 및 자각을 지닐 때 형성된다(최안복, 이윤옥, 2010).

한 개인의 신념과 행동 양식이 개인이 형성한 자아정체성에서 비롯된다면, 한 국가가 나아가는 방향과 그 국민의 생각은 국가 구성원이 형성한 국가정체성에서 시작된다. 자아정체성이 개인과 사회와의 소통 과정이라면, 국가정체성은 사회 구성원과 국가라는 집단, 그리고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까지 아우르는 보다 넓은 범주를 포함하게 된다(홍은수, 2017). 국가정체성은 단순히 국가의 구성원이 국가에 대해 가지는 의식이나 마음가짐이 아니라, 국가가 지향하는 신념과 방향에 따라 국민의 행동을 바꾸기도 하고 국제적 관계 속에서 국가 발전의 기반으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국가정체성은 사회 전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매개로 작동하기 때문에 국가를 온전히 유지하기 위한 전제가 되기도 한다(변강주, 2018; 은지용, 정필운, 2014). 국가라는 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나 방향, 운영 등에 대해 공동체 구성원 간 견해 차이가 심각할 경우 사회 갈등이나 분열이 발생하므로, 국가가 유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국가정체성 정립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는 한 국가가 형성해 온 신화, 영토, 언어, 사건(역사), 문화 등에 따라 여러 차원을 지니며(Smith, 1993), 그 속성은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정체성도 연속성 속에서 변화하는 경향이 있다(김유경 외, 2010). 즉, 국가정체성은 ‘변화 속의 영속성’과 ‘다양성 속의 단일성’의 서로 다른 특성을 모두 지니는 것이다(양승태, 2006). 이러한 특성에 따라 김유경 등(2010: 11)은 국가정체성의 성격을 크게 ‘본질적 정체성’과 ‘구성적 정체성’의 두 개의 측면으로 구분하여 개념화하였다. ‘본질적 정체성’은 지속적이고 영속적인 정체성으로, 한 국가가 형성해 온 역사, 문화, 전통 등의 해석에 기반하며, 비교적 안정적이고 느리게 변화하는 정체성이다. 본질적 정체성은 국가정체성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기준을 제공하고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구성적 정체성’은 시대 상황에 따라 변화를 시도하고, 새로운 목표를 위해 구성되는 정체성이다. 보편적 가치와 본질적 정체성에 기반을 둔 미래지향적 목표를 가지며, 비전과 미래에 대한 역동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국가정체성의 특성을 바탕으로 보면, 국가정체성 형성 교육은 오늘날의 국가를 있게 만든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성취나 사건을 바탕으로 한 본질적 정체성 형성을 기초로, 현실에 대한 경험적 파악과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미래 지향적인 정체성 형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국가정체성 관련 선행연구에서는 국가정체성을 구성하는 하위 요소들을 <표 1>과 같이 다양한 요소로 제시하였다.

표 1. 조사 대상별 설문 내용선행연구가 제시한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
선행연구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
Keillor & Hult(1999) 신념 구조, 국가 유산, 문화 동질성, 자민족 중심주의
Devos & Banaji(2005) 국가에 대한 소속감, 국가에 부여하는 가치, 타 국민이 보는 국가의 가치, 개인의 정체성
Kunovich(2009) 국가에서 출생, 국가 시민권 소유, 생애 대부분 국가에 거주, 국가 언어 구사 능력, 국가의 지배적 종교를 믿음, 국가의 정치 제도와 법률 존중, 국가의 국민 의식(감정), 국가 조상 동일성
Pronina(2012) 법률 준수, 선거 참여, 역사 이해, 국가에 사는 것, 국가를 자랑스러워함. 이웃 사랑 마음, 국가 이익을 위한 정직한 노력, 국방의 의무 이행
김현자(2000) 국가적 충성심, 상징의식, 민족적 긍지, 국가와의 일체감, 통일안보, 미래상
김유경 외(2012) 문화적 특이성, 국가 유산, 가치 체계, 감성적 애착, 글로벌 시민성, 글로벌 리더십
김명정 외(2013) 애국심, 역사 및 사회구조, 국민으로서의 법적 권리와 의무
최영은, 남상문(2014) 국민의 국가에 대한 자부심, 국가에 대한 개인의 기여 의식, 국가에 대한 존중감, 개인 정체성과 자긍심의 기반으로서의 국적, 세계화 시대의 호혜 협력
안지현(2015) 국토애, 일체감, 민족·역사 의식, 민주시민 의식, 상징의식, 통일·안보 의식, 국제관계
변강주(2018) 헌법적 가치, 애국심, 국제적 상호의존성, 인류애

출처: 해외 문헌은 김국현(2014)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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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연구가 제시한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에는 영토, 문화나 상징, 언어, 국가 유산과 같은 유물과 유적, 유형과 무형의 문화재와 역사뿐만 아니라 역사의식, 가치, 애착, 동질성, 긍지, 종교 등의 정신적 요소들, 그리고 근대화에 따라 국가가 형성해 온 법적 권리와 의무, 민주시민 및 통일, 안보 의식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수행된 2000년대 이후의 선행연구에서는 세계화 시대의 국제관계, 미래상 등을 고려한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을 반영한 요소들(글로벌 시민성, 글로벌 리더십, 세계화 시대의 호혜 협력, 국제적 상호의존성, 인류애 등)까지도 국가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로 제시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국가정체성에 대한 관점과 분석 틀을 설정하기 위한 기반으로, 몇몇 선행연구가 제시한 국가정체성의 구성 요소를 통해 주요 요소의 정의를 살펴보았다. 김유경 등(2012: 141)의 연구에서는 국가정체성의 요소를 ‘문화적 특이성, 글로벌 시민성, 글로벌 리더십, 국가 유산, 가치 체계, 감성적 애착’의 6가지 차원으로 제안한 바 있다. 이들 요소들은 국가정체성 요소를 문화 양식(sense of culture)을 바탕으로 하여 ‘신념 구조, 국가적 유산, 문화적 동질성, 자민족 중심주의’로 파악한 Keillor와 Hult(1999)의 연구, 그리고 ‘국가에 대한 소속감, 개인이 국가에 부여하는 가치, 타 국민이 보는 국가의 가치, 개인의 정체성’으로 제시한 Devos와 Babaji(2005)의 논의를 근거로 하여, 전문가 12인과의 협의를 통해 설정한 것이다. 여기서 ‘문화적 특이성’은 한 국가가 타 국가와 구별되는 독특한 양식의 전통이나 문화, 역사, 언어에 대한 자국민의 애착심과 관련된 것이며, ‘국가 유산’은 해당 국가가 가지는 독특한 역사적 사건을 반영하는 것으로 국가가 가진 특정 위인이나 사건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심의 정도와 관련된다. ‘가치 체계’는 유교 사상이나 이념과 같이 해당 국가가 지니는 특정한 가치 체계 혹은 종교를 포괄하며, ‘감성적 애착’은 타 문화를 평가할 때 자국 문화가 중심이 되는 자민족, 자문화 중심 성향과 관련되는 요소이다. 그리고 ‘글로벌 시민성’과 ‘글로벌 리더십’은 사회가 세계화되면서 부각한 것으로, 현대 사회에서는 국가의 역할로 자국민의 안녕과 이익 충족뿐만 아니라 글로벌 사회에서의 공적 역할도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김유경 외, 2012). 이를 국가정체성의 성격(김유경 외, 2010: 11)에 비추어 보면 ‘문화적 특이성, 국가 유산, 가치 체계, 감성적 애착’은 본질적 정체성의 요소로 볼 수 있고, ‘글로벌 시민성, 글로벌 리더십’은 구성적 정체성의 요소로 연계할 수 있다.

이렇듯 특정 지역이나 개별 국가의 정체성은 문화적 유사성과 역사적 공통성에 기반한 하나의 고정불변한 것이라기보다는 역동적으로 변화 가능한 성격의 것이 된다. 특히, 변화하는 사회에서는 유연성과 개방성, 미래성이 매우 중요한 국가적 자원이 되기 때문에 선행연구에서 국가정체성은 미래 지향적 특성을 반영한 내용을 강화하는 교육을 통해 형성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박찬석, 2011). 또한, 오늘날 논의되는 국가정체성의 형성은 다른 민족이나 국가에 대한 배타적이고 우열적인 정체성 확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세계화 시대에 국가정체성에 대한 접근 방식은 전통적인 배타적 타자화를 넘어서 재개념화와 적응이라는 개념을 통해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서태열, 2004). 한국인이면서도 아시아인이고, 아시아인이면서도 세계인이라는 인식은 정체성의 혼란이 아닌 국가와 민족이라는 생득적인 정체성을 기본으로 한 올바른 정체성의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최안복, 이윤옥, 2010).

이러한 방향은 국제기구를 통해 ‘인권, 환경, 세계주의, 지속가능성, 다문화·다양성, 세계시민 의식’ 등의 내용을 포괄하는 세계시민교육이 부각하고, 일종의 국제교육 표준으로 설정됨에 따라 더욱 강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가정체성과 세계시민 정체성은 보완적 성격과 상충적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기에 이들의 개념과 양자의 절충에 혼란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급격한 경제발전과 사회 변화를 경험한 우리나라는 반공·애국에 기반한 국가정체성과, 반공·애국에 대한 반성 및 거부감에 의해 대체재 없이 붕괴해버린 국가적 이념, 세계시민 정체성에 대한 지나친 옹호나 수용 등 성격이 다른 다양한 공동체 정체성이 혼재하며 혼란을 겪고 있다(김형렬 외, 2020; 변강주, 2018).

이렇듯 세계시민교육의 필요와 세계 시민성 함양이 강조되며 기존의 국가정체성과 개념적 혼란을 겪기도 하는 상황에서, 자국 문화에 대한 애착심이 부재한 국민보다는 소속 공동체의 문화, 언어, 가치 등에 사려 깊은 애착심을 지닌 국민이 국가에 대한 반성적 정체성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고, 세계 공동체에서도 유능한 세계시민으로서 제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Banks(2004)Kymlicka(2004)의 주장도 함께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김유경 등(2012)이 제시한 ‘글로벌 시민성’과 ‘글로벌 리더십’의 요소를 세계 시민성과 온전히 동일하게 접근하지 않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글로벌 시민성과 글로벌 리더십을 한국의 역사와 문화유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 자부심, 자존감에 기반한 국가정체성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와의 연결로 이해하고자 한다.

다른 한편으로, 최근에 나타나는 국가정체성의 개념과 요소에는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 비추어지는 국가정체성뿐만 아니라 국가에 소속된 국민으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이해하고 충실히 실행하는 ‘국가 시민성’이 포함되고 있다. 김국현(2014)변강주(2018)의 연구에서는 시민성을 국가정체성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보았다. 시민성은 관계적이고 정치적 성격의 개념으로 볼 수 있는데, 국가정체성 관련 선행연구에서는 국가정체성을 정치적 성격에서부터 국가에 대한 긍정적 감정까지를 광범위하게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주의는 인종적 국가정체성의 핵심이 되지만, 책무성 있고, 효과적이며 개방적인 특성의 시민적 인성에 기반한 강한 민주주의 사회가 공고화될수록 시민적 국가정체성으로의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Kunovich, 2009). 따라서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국가정체성 논의는 민족공동체로서의 국가정체성(ethnic national identity)을 형성하는 교육에서 시민공동체로서의 국가정체성(civic national identity)을 함양하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본다(김국현, 2014). 이에 본 연구에서는 김국현(2014)변강주(2018)의 국가정체성 논의를 반영하여 국가정체성의 요소로 ‘국가 시민성’의 개념을 포함함으로써 분석의 틀을 풍부하게 하고자 한다.

III. 연구 방법

1. 분석 대상 및 절차

본 연구에서는 IB PYP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국가정체성 교육 구현 양상을 분석하기 위해 2018년부터 교육청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IB 프로그램 도입을 준비, 운영해 온 H광역시 소재 IB PYP 인증학교(IB World School)가 설계, 운영한 탐구 단원(UOI)을 분석 대상으로 설정하였다. 사례 학교는 본 연구 수행이 시작된 2023학년도 1학기를 기준으로 IB PYP 인증학교에 해당하는 7개교(A~G교로 명명)이다. 이중 A, B, C교는 IB PYP를 상대적으로 일찍 도입하여 운영한 리더 그룹의 학교에 해당한다. 2018년 9월부터 IB 관심학교를 시작한 A교는 2019년 5월에 후보학교 단계로 진입하였고, 2021년 1월에 전국 국공립 초등학교 중 최초로 IB PYP 인증학교로 승인되었다. B교는 2018년 10월부터 IB 관심학교로 운영되었고, 2020년 1월부터 후보학교 단계를 거쳐, 2021년 8월에 전국 공립 초등학교 중 최초로 IB PYP 인증학교로 승인된 학교이다. C교는 2019년에 관심학교로 시작하여 2019년 12월부터 후보학교로 운영하다가 2022년 1월에 IB PYP 인증학교로 전환되었다. 한편, D, E, F, G교는 2020년 하반기에 IB PYP 후보학교로 승인되고, 2022년 하반기에 인증학교로 전환된 학교들이다.

본 연구에서는 일 년간 운영된 전체 자료의 수집이 가능했던 2022학년도 탐구 단원을 분석 대상으로 설정하고, 각 교의 동의와 협조를 통해 7개교가 2022학년도에 운영했던 탐구 단원 자료들을 모두 수집하였다. 탐구 단원의 경우에는 단원 설계(계획) 내용뿐만 아니라 단원 수업의 실행 내용, 단원 수업 전·중·후의 교사, 학생 성찰이 모두 포함된 완성본으로 수집하였다. IB PYP의 탐구 단원은 6개 학년 및 6개 초학문주제별 단원으로 개발, 구성되기 때문에 학교마다 36개의 탐구 단원이 존재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총 252개의 탐구 단원을 분석하였다. 이때, 학년마다 탐구 단원으로 구성되는 6개 초학문주제는 ‘우리는 누구인가(Who We Are: WWA), 우리가 속한 시간과 공간(Where We are in Place and Time: WWPT), 우리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 (How We Express Ourselves: HWEO), 세계가 돌아가는 방식 (How the World Works: HWW), 우리 자신을 조직하는 방법 (How We Organize Ourselves: HWOO), 우리가 사는 지구(Sharing The Planet: STP)’이다. 이들 주제는 세계인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주제와 이슈들을 바탕으로 설정된 것이다(IBO, 2018). IB 학교의 수업은 성취기준을 초학문주제에 따른 교과 통합적 탐구 단원으로 재구성하거나, 또는 단일교과 수업으로도 운영될 수 있다.

분석 절차와 방법에서는 먼저, 문헌 분석을 통해 국가정체성의 개념을 명료화하고, 국가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추출하여 국가정체성 관련 교육과정 성취기준 선별 및 탐구 단원 분석 시 기준으로 삼을 분석 틀을 설정하였다. 다음으로, 2022학년도에 단위학교에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었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전 교과의 2015 개정 교육과정 문서 분석을 통해 국가정체성 관련 성취기준을 추출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때 성취기준의 내용을 중심으로 추출하되,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성취기준 해설과 교수·학습 및 평가 지침을 참고하였고, 국가정체성 요소들과의 연계에 대한 판단에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교육과정 전문가와의 논의를 두 차례 진행하여 국가정체성 관련 성취기준 추출 및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와의 매칭을 확정하였다. 이렇게 분석을 위한 기반 작업을 바탕으로, 7개교에서 수집한 252개 탐구 단원 설계에서 국가정체성 관련 성취기준 포함 여부를 확인하여 분석 대상 범위를 초점화하였다. 마지막으로, 연구 문제에 따른 탐구 단원 분석을 실시하였다.

2. 분석 틀

본 연구에서는 이론적 배경에서 탐색한 김유경 등(2010, 2012), 김국현(2014), 변강주(2018) 등의 논의와 선행연구가 제안한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를 바탕으로, 성취기준 추출 및 IB PYP 학교의 탐구 단원 분석을 위한 관점(분석 틀)을 <표 2>와 같이 구성하였다. 이때 김유경 등(2012)의 연구가 제시한 6개 요소는 문헌 분석뿐만 아니라 전문가 12인의 협의 과정을 통해 제안된 점, 이들 요소가 <표 1>의 여러 선행연구들이 제시한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들을 적절히 포괄하여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점, 그리고 최근에 강조되고 있는 글로벌 관련 요소를 범주로 구성하고 있는 점 등을 크게 고려하였다. 연구자 외에 교육과정 전문가 1인 및 IB 학교 교사 2인과의 검토와 협의를 통해 확정한 국가정체성의 구성 요소는 ‘문화적 특이성, 국가 유산, 가치 체계, 감성적 애착, 국가 시민성, 글로벌 시민성, 글로벌 리더십’의 7가지이며, 앞의 4개 요소는 본질적 정체성의 성격을, 뒤의 3개 요소는 구성적 정체성의 성격 으로 구분하였다. 이때 김유경 등(2012)이 제시한 6개 요소에 추가적으로 포함한 ‘국가 시민성’ 요소(김국현, 2014; 변강주, 2018)는 국가의 상황(정치적, 사회적, 시대적 변화 등)에 따라 새롭게 구성되거나 변화할 수 있는 요소로 보아 구성적 정체성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범주화하였다.

표 2. 분석 틀
성격 구성 요소 특징
1 본질적 정체성 문화적 특이성 (cultural uniqueness) 한 국가가 다른 국가와 구별되는 독특한 양식의 전통, 문화, 역사, 언어 등에 대한 자국민의 애착심과 관련 국가상징, 전통문화 상징의식, 문화동질성
2 국가 유산 (national heritage) 해당 국가가 가지는 독특한 역사적 사건을 반영. 국가가 가진 특정 위인이나 사건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심과 관련 역사, 위인, 공간적 소속감, 국토애
3 가치 체계 (value system) 해당 국가가 지니는 특정한 가치 체계 가치, 사상, 이념, 종교 등의 동질감, 헌법적 가치, 신념 구조
4 감성적 애착 (emotional attachment) 자민족, 자문화 중심 성향과 관련. 타 문화를 평가할 때 자국 문화와 민족이 중심이 되는 정도 국가에 대한 일체감, 국가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 애국심, 국가적 충성심, 민족적 긍지
5 구성적 정체성 국가 시민성 (national citizenship) 정치공동체에 속한 시민의 지위, 권리와 의무의 총체 제도(헌법), 국민으로서의 법적 권리와 의무, 민주시민 의식, 통일·안보 의식, 국가 미래상
6 글로벌 시민성 (global citizenship), 현대사회가 세계화되면서 나타난 글로벌 사회에서의 공적인 국가 역할 및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세계 속의 시민성, 세계 공동체성, 국제 관계
7 글로벌 리더십 (global leadership) 세계에서의 리더십, 전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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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국가정체성 관련 교육과정 성취기준 추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국가정체성 관련 성취기준 추출은 네 차례의 반복 검토 및 수정 작업을 거쳐 확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관련성이 모호한 성취기준에 대한 판단 및 최종적으로 추출된 성취기준이 어떠한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와 연계되는지의 판단은 연구자와 교육과정 전문가 1인, IB PYP 학교 교사 2인과의 두 차례 협의를 통해 확정되었다. 국가정체성 요소는 특히 사회과 성취기준에 많이 나타나는데, 성취기준 추출 시 우리나라 역사나 전통문화에 대해 아는 것과 같은 성취기준은 포함하였지만, 경제나 법과 같이 우리나라와 관련되기는 하지만 지식적인 측면만을 내용 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제외하였다. 예컨대, ‘[6사06-01] 다양한 경제활동 사례를 통해 가계와 기업의 경제적 역할을 파악하고, 가계와 기업의 합리적 선택 방법을 탐색한다.’의 성취기준은 제외하였다. 또한, ‘[6사07-03] 세계 주요 기후의 분포와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기후 환경과 인간 생활 간의 관계를 탐색한다.’와 같이 단지 세계(다른 나라)에 대해 다루는 것이 초점으로 나타나는 기준은 제외하였고, ‘[6사07-05] 우리나라와 관계 깊은 나라들의 기초적인 지리 정보를 조사하고, 정치·경제·문화면에서 맺고 있는 상호 의존 관계를 탐구한다.’나 ‘[6사07-06] 이웃 나라들(중국, 일본, 러시아)의 자연적, 인문적 특성과 교류 현황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상호 이해와 협력의 태도를 기른다.’와 같이 세계 속에서 다른 나라와의 관계 측면을 명시한 성취기준은 채택하였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성취기준 분석 결과(<표 3 참고>), 1~2학년군 교과 중 국어와 수학과 교육과정에서는 관련 성취기준을 찾을 수 없었고,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과 성취기준 중 6개가 관련 성취기준으로 추출되었다. 3~4학년군에서는 국어, 사회, 도덕, 음악 교과에서 총 9개의 국가정체성 관련 성취기준이 추출되었다. 1~2학년군과 3~4학년군의 경우 국가 교육과정 자체로 국가정체성과 관련된 교육 목표와 내용은 빈약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5~6학년군은 사회, 도덕, 체육, 음악, 미술 교과에서 총 39개의 관련 성취기준이 추출되었는데, 주로 사회과 성취기준이 다수로 포함되었다. 이는 공동체 정체성 형성 교육이 사회과의 주요 교육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며 전통적으로 사회과에서 담당해 온 것(변강주, 2018)과도 관련된다.

표 3.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별 관련 성취기준
비고 구성 요소 관련 성취기준
1~2학년군 3~4학년군 5~6학년군
1 본질적 정체성 (종족형) 문화적 특이성 [2슬07-01]
[2즐07-02]*
[2즐07-01] [4국04-05]
[4사03-03]
[4사01-04]*
[4음03-03]
[6사03-02]
[6사04-01]*
[6미03-01]
[6사03-04]
[6음03-03]
12
2 국가 유산 [4사01-03]
[4사03-04]
[4사01-04]* [6사01-01]
[6사03-03]
[6사03-06]
[6사04-02]
[6사04-04]*
[6사04-06]*
[6사03-01]
[6사03-05]
[6사04-01]*
[6사04-03]
[6사04-05]*
[6사05-01]*
15
3 가치 체계 [2슬07-02] [6사06-02]
[6사06-04]*
[6사06-03] 4
4 감성적 애착 [4사04-06]* [6사04-04]*
[6사04-06]*
[6사04-05]*
[6사08-01]
5
5 구성적 정체성 (시민형) 국가 시민성 [2바07-01] [2즐07-02]* [4도03-03] [6사02-04]
[6사05-01]*
[6사05-03]
[6사05-05]
[6사06-04]*
[6도03-03]
[6사02-06]
[6사05-02]
[6사05-04]
[6사05-06]
[6사08-02]*
14
6 글로벌 시민성 [2바07-02] [4사04-06]* [4도03-02] [6사06-05]
[6사07-05]
[6사08-02]*
[6사08-04]
[6사08-06]*
[6체04-04]
[6사06-06]*
[6사07-06]
[6사08-03]*
[6사08-05]*
[6도03-04]*
14
7 글로벌 리더십 [6사06-06]*
[6사08-05]*
[6도03-04]*
[6사08-02]*
[6사08-06]*
5

* 참고: 별 표시는 2개의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가 포함되는 성취기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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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표 3>은 학년군별로 추출된 성취기준이 국가정체성의 7개 요소 중 어떤 요소를 반영하고 있는지를 연계한 결과이다. 각 성취기준 옆으로 표시한 번호는 ‘① 문화적 특이성, ② 국가 유산, ③ 가치 체계, ④ 감성적 애착, ⑤ 국가 시민성, ⑥ 글로벌 시민성, ⑦ 글로벌 리더십’ 요소를 의미한다. 성취기준의 내용에 따라서는 2개의 국가정체성 요소가 포함되기도 하였다.

학년군별 교육내용의 특성에 따라 성취기준은 여러 요소와 연계되었는데,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은 국가 유산(15개), 국가 시민성(14개), 글로벌 시민성(14개), 문화적 특이성(12개), 감성적 애착(5개)과 글로벌 리더십(5개), 가치 체계(4개)의 순으로 국가정체성 요소를 반영하고 있었다. 각 요소 간 비중에는 차이가 있지만, 본질적 정체성(36개)과 구성적 정체성(33개)은 비교적 균형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학년군별로 보았을 때, 1~2학년군 성취기준은 ‘문화적 특이성, 가치 체계, 국가 시민성, 글로벌 시민성’의 4개 요소를, 3~4학년군 성취기준은 ‘문화적 특이성, 국가 유산, 감성적 애착, 국가 시민성, 글로벌 시민성’의 5개 요소를 반영하고 있었다. 5~6학년군의 성취기준은 7개 요소를 고르게 다루고 있었다. 국가정체성 관련 성취기준 자체만을 보았을 때 세계 속에서의 국가정체성 요소가 적절히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고학년에서는 ‘글로벌 리더십’의 요소까지 교육내용이 확장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IV. 연구 결과

1. 탐구 단원(UOI)의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 반영 양상

본 연구에서는 탐구 단원을 통해 국가정체성의 어떤 측면이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가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성취기준과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 간 연계 결과(<표 3>)를 바탕으로 IB PYP 학교에서 초학문주제(WWA, WWPT, HWEO, HWW, HWOO, STP)와 학년(1~6학년)에 따라 어떠한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들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가를 분석하였다. 초학문주제별 국가정체성 반영 정도는 국가 교육과정 문서에서 국가정체성 관련 성취기준이 제시되는 학년 및 내용 자체와도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본 절에서는 각 교의 탐구 단원이 국가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들 각각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가를 중심으로 분석 결과를 기술하였다. 이때, 초학문주제와 학년에 따른 국가정체성 요소의 반영 양상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분석 사항은 그림(●)으로 표기하였다.

jce-27-2-25-g1
그림 1. A교 탐구 단원의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 반영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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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의 탐구 단원이 가장 많이 반영하고 있는 국가정체성 요소는 ‘국가 유산’이다(23회, 성취기준 수 대비 153%). ‘국가 유산’ 요소가 5학년에서 가장 많이 반영된 것은 5학년 역사 수업이 탐구 단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 연계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 ‘문화적 특이성, 국가 유산, 감성적 애착’ 요소의 반영이 100% 이상의 비율로 나타나는 것은 A교가 초학문주제 간에 성취기준을 중복해서 다룬 것과 관련된다. 적지 않은 성취기준이 각 단원 간 중복해서 다루어지는 상황은 학습 내용 중복에 의한 학생의 학습 부담을 가중할 수 있기 때문에 검토가 필요하다. 한편, ‘가치 체계’와 ‘글로벌 리더십’ 요소는 상대적으로 적게 다루어지고 있었으나, 국가 교육과정 성취기준에서 ‘가치 체계’ 요소 관련 성취기준(4개)과 ‘글로벌 리더십’ 요소 관련 성취기준(5개)의 수 자체를 고려한다면 A교에서는 이들 요소를 충실히 반영한 편으로 판단할 수 있다.

jce-27-2-25-g2
그림 2. B교 탐구 단원의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 반영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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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교의 탐구 단원에는 문화적 특이성(11회, 해당 요소를 반영한 성취기준 수 대비 91.7%)과 국가 유산(11회, 73.3%), 글로벌 시민성(11회, 78.6%)의 요소가 여러 차례 반영되고 있었다. 국가정체성 관련 성취기준 대비 비율로 보면, 100%가 탐구 단원으로 적용된 ‘감성적 애착’ 요소를 제외하고, 그 외의 다른 요소들은 탐구 단원이 아닌 단일교과를 통해 학습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국가 시민성’ 요소는 전체 관련 성취기준의 57.1%(8회)만이 탐구 단원을 통해 반영되었고, 나머지 42.9%의 관련 성취기준은 단일교과에서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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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C교 탐구 단원의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 반영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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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교의 탐구 단원에는 ‘글로벌 리더십’ 요소의 반영 비율(200%)이 높게 나타났고, ‘글로벌 시민성’ 관련 요소도 성취기준 대비 92.9%로 반영되었다. 하지만, 국가에 대한 ‘감성적 애착’ 요소(1회, 25%)와 ‘가치 체계’ 요소(2회, 50%)가 탐구 단원에 반영된 비율이 높지 않아, 이들 요소를 반영한 성취기준은 단일교과를 통해 다루어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가 유산’ 요소의 경우 횟수로는 8회 나타났지만, 비율로 보았을 때는 관련 요소를 반영한 성취기준의 53.3%에 해당하여 탐구 단원에 높은 정도로 반영되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jce-27-2-25-g4
그림 4. D교 탐구 단원의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 반영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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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교에서 ‘가치 체계, 감성적 애착, 글로벌 리더십’ 요소는 모두 탐구 단원을 통해 다루어지고 있었고, 이 외의 요소들은 탐구 단원 뿐만 아니라 단일교과 수업을 통해서도 구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C교와 마찬가지로 ‘국가 유산’ 요소는 53.3%만이 탐구 단원을 통해 반영되고 있었는데, C교의 경우 3~6학년 기간 동안 여러 주제에 걸쳐 ‘국가 유산’ 요소를 제시한 것과 다르게 D교에서는 5학년 WWPT 주제를 통해 집중적으로 다루는 경향이 나타났다. 한편, ‘문화적 특이성’ 요소는 전체의 25%(3회)만이 탐구 단원을 통해 반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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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E교 탐구 단원의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 반영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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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교의 경우 ‘가치 체계’ 요소는 모두가 탐구 단원을 통해 반영되었지만, 그 외의 요소들은 일부만이 탐구 단원을 통해 다루어졌다. 다른 요소들에 비해 전체 국가정체성 관련 성취기준 중 탐구 단원에 반영된 ‘국가 시민성’ 요소 비율(64.3%)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고, 이 외에는 80%가량이 탐구 단원을 통해 구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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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F교 탐구 단원의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 반영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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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교에서는 성취기준으로 제시된 ‘감성적 애착’ 요소의 100%, ‘글로벌 리더십’ 요소의 80%가 탐구 단원을 통해 다루어졌으나, ‘국가 유산’과 ‘가치 체계’ 요소는 각각 40%, 50% 정도만 탐구 단원에 반영되었다. 특히 ‘문화적 특이성’ 요소는 16.7%(1학년에서 2회)만이 탐구 단원을 통해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요소에 따른 차이는 있으나 F교 전반적으로 탐구 단원을 통한 국가정체성 요소 반영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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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G교 탐구 단원의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 반영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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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G교의 경우 ‘국가 유산, 가치 체계, 감성적 애착’ 요소는 모두 탐구 단원으로 반영되었으며, ‘국가 유산’ 요소는 5학년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외의 요소들도 75~85% 정도는 탐구 단원 내에서 소화하고 있어 타교와 비교해 요소 간 반영의 균형성은 양호한 편으로 볼 수 있었다.

각 교의 국가정체성 요소별 반영 정도를 종합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표 4. 학교별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 반영 정도 종합
국가정체성 요소 A교 B교 C교 D교 E교 F교 G교 합계(비율)
1 문화적 특이성 16 (133.3) 11 (91.7) 9 (75) 3 (25) 10 (83.3) 2 (16.7) 9 (75) 60 (71.4) 201 (79.8)
2 국가 유산 23 (153) 11 (73.3) 8 (53.3) 8 (53.3) 12 (80) 6 (40) 16 (106.7) 84 (80)
3 가치 체계 4 (100) 3 (75) 2 (50) 4 (100) 4 (100) 2 (50) 4 (100) 23 (82.1)
4 감성적 애착 10 (200) 4 (100) 1 (25) 5 (100) 4 (80) 5 (100) 5 (100) 34 (97.1)
5 국가 시민성 13 (92.6) 8 (57.1) 10 (71.4) 11 (78.6) 9 (64.3) 8 (57.1) 11 (78.6) 70 (71.4) 186 (80.5)
6 글로벌 시민성 12 (85.7) 11 (78.6) 13 (92.9) 12 (85.7) 11 (78.6) 10 (71.4) 12 (85.7) 81 (82.7)
7 글로벌 리더십 4 (80) 4 (80) 10 (200) 5 (100) 4 (80) 4 (80) 4 (80) 35 (100)

참고: 100% 이상의 비율로 다루어진 요소는 빗금 처리, 10회 이상 제시된 요소는 음영 처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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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별 결과를 비교해 보면, A교는 국가정체성의 각 요소를 탐구 단원을 통해 다루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중복해서 다룬 성취기준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과도 연관이 있다. 반면, F교의 탐구 단원에는 전반적으로 국가정체성 반영 비율이 낮은 편이었다. 학교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성취기준에 포함된 개수 자체가 적은 ‘가치 체계, 감성적 애착, 글로벌 리더십’ 요소는 탐구 단원에 반영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으며(빗금 참고), 각 요소가 다루어진 횟수를 보았을 때는 ‘글로벌 시민성’과 ‘국가 유산’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난 요소로 파악되었다(음영 참고). 또한, IB 학교의 탐구 단원이 반영하고 있는 본질적 정체성 요소(79.8%)와 구성적 정체성 요소(80.5%)의 반영 비율은 일정 부분 균형적인 것으로 볼 수 있었다.

2. 탐구 단원(UOI)에서 새롭게 강조된 국가정체성 요소의 반영 양상

본 연구에서는 세계화에 따라 새롭게 강조된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 즉 ‘글로벌 시민성’과 ‘글로벌 리더십’ 요소가 탐구 단원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는 분석 내용의 특징을 반영한 항목으로 범주화하였고, 범주별 사례를 중심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이때, 실제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진 탐구 단원의 설계와 운영을 이해하기 위해 IB 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탐구 단원의 교수·학습 과정과 후에 작성한 성찰 내용도 적극적으로 파악하였다.3)

가. 지구촌 갈등 문제에 대한 세계시민으로서의 접근

여러 학교에서 ‘글로벌 시민성’ 및 ‘글로벌 리더십’ 요소 관련 성취기준은 STP(우리가 사는 지구) 초학문주제의 맥락과 연결하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주로 6학년 탐구 단원에서 비중 있게 다루는 모습이 보인다. F교에서는 ‘글로벌 시민성’과 ‘글로벌 리더십’ 관련된 성취기준([6사08-03], [6사08-04], [6사08-05], [6사08-06], [6도03-04])과 미술, 국어 교과의 성취기준을 통합하여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사람들은 서로 의존하고 협력한다.”는 중심 아이디어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둔 STP 탐구 단원을 설계, 운영하였다. 이 탐구 단원은 사회과 ‘통일 한국의 미래와 지구촌의 평화’ 단원의 지구촌 갈등과 해결, 지구촌 평화와 발전 내용을 중심으로 도덕과의 ‘함께 살아가는 지구촌’ 단원의 내용, 미술과의 ‘컴퓨터와 미술’ 단원의 캐릭터 표현 활동, 국어과의 ‘정보와 표현 판단하기’ 단원의 뉴스 영상 만들기 활동을 연계하여, 학생들이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문제를 파악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지구촌의 노력을 탐구하도록 구성되었다.

표 5. F교 6학년 STP 탐구 단원 개요
초학문주제 우리가 사는 지구(Sharing the planet): 지구촌 지킴이
중심 아이디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사람들은 서로 의존하고 협력한다.
핵심 개념 관점, 기능, 책임
관련 개념 지구촌 평화, 인권, 지구촌 갈등, 국제기구, 비정부 기구, 지속 가능한 성장
탐구 목록 (관점) 세계는 지금: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문제
(기능) 살기 좋은 지구촌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
(책임) 우리는 지구촌 지킴이: 비정부 기구 설립 및 활동
성취기준 [6사08-03], [6사08-04], [6사08-05], [6사08-06], [6도03-04], [6미02-03], [6국01-05], [6실04-08] (밑줄 표기한 성취기준은 국가정체성 관련 성취기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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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상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 성찰하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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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원에서 학생들은 지구촌의 평화와 발전을 위협하는 다양한 갈등 사례를 조사하고, 그 해결 방안을 탐색하는 활동과 지구촌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다양한 행위 주체(개인, 국가, 국제기구, 비정부 기구 등)의 활동 사례를 설명하는 활동을 하게 되는데, 이는 사회과 교육과정 성취기준이 제시하고 있는 내용과 거의 같다. 다만, 이 탐구 단원의 설계와 운영 방향은 학생들이 세계의 여러 어려움이나 갈등 사례를 세계시민으로서의 관점에서 해결하기 위한 역할을 실천하는데 중점이 놓였다. 이는 다음의 교사 성찰 내용을 통해서 잘 드러난다.

“지구촌의 다양한 문제를 알아보고 세계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본 탐구 단원에서 무엇보다 학생들로 하여금 지구촌 문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중략>… 비정부 기구에 참여하여 가난한 지역의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인물들을 조사하며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지면서도 기회가 된다면 참여해보고 싶다고 말한 학생의 소감이 인상적이었다. …<중략>… 지구촌의 다른 지역의 갈등 사례가 우리의 생활과 매우 밀접하고 지구촌 환경 문제는 우리가 당면한 시급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다소 막연한 문제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문제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행동으로 실천하기는 어려우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탐구 활동의 가장 큰 의의는 지구촌 문제가 우리가 당면한 문제이고 늦출 수 없는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F교 수업 후 교사 성찰 내용)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갈등의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한 나라의 문제뿐만 아니라 주변국들의 이해 관계가 얽혀 있다는 사실에서 해결 방법에 대한 질문에서 나아가 해결의 주체에 대한 질문과 토론이 오갔다.” (F교 수업 후 교사 성찰 내용)

수업에서 다룰 수 있는 지구촌의 문제에는 우리나라와의 연관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거나 밀접하게 연계되는 국제적 문제나 갈등 사례, 또한 기후 위기 대응과 같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문제도 있고, 우리나라가 아닌 타국과 타국 간 관계에서 발생한 갈등 문제 등 그 범위는 광범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구촌의 갈등 문제는 국가 간 이해 관계의 문제와 얽혀 있는데, 학생들이 어떠한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의 노력을 기울이느냐는 학생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즉, 국제적 문제에 대해 국가라는 기반 위에서 세계와의 상호 협력의 관점과 접근을 취할 것이냐, 아니면 국가라는 경계를 무너뜨리고 세계시민으로서의 관점과 접근을 취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F교의 탐구 단원은 우리나라 구성원으로서의 관점보다는 세계시민으로서의 관점을 채택하는 방식으로 접근되고 있었다. 지구촌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학생들이 경험하는 활동은 국제기구, 비정부 기구 구성원이 되어 보는 것으로 접근되었다. 이는 ‘[6사08-04] 지구촌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다양한 행위 주체(개인, 국가, 국제기구, 비정부 기구 등)의 활동 사례를 조사한다.’는 성취기준에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되나, 단원 설계 시 개인, 국가가 아닌 국제기구나 비정부 기구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 보도록 하는 것으로 설계되었다.

F교 STP 탐구 단원과 동일한 국가정체성 관련 성취기준을 포함하고 있는 D교의 6학년 STP 단원에서, 학생들은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은 관련된 주체들의 행동과 반응에 영향을 받는다.”는 중심 아이디어를 이해하기 위해 ‘지역적, 세계적 갈등의 양상(우리가 해결해야 할 지구촌 문제), 갈등의 원인이 되는 주체 간 이해 관계, 갈등 해결을 위해 활용될 수 있는 자원과 조건’의 목록에 대한 탐구 학습을 경험하였다. 마찬가지로 동일 성취기준을 반영한 E교의 6학년 STP 단원에서도 학생들이 지구촌 갈등을 세계시민의 관점에서 탐색하고, 지구촌 공동체 일원으로서 지구촌 갈등 문제를 해결해 봄으로써 “지구촌 갈등 해결은 우리 모두에 대한 존중과 이해와 관련 있다.”는 중심 아이디어를 이해하도록 하였다.

전반적으로 IB 학교에서는 지구촌에서 나타나는 갈등 문제를 세계시민이라는 관점에서 해결하도록 하는 접근은 충분히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성취기준이 지구촌 문제라는 주제를 명확하게 안내하기도 하지만, IB 교육이 지향하는 국제적 소양의 함양 및 국제적 맥락과 관련한 주제로의 연계가 수월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 차원으로 광범하게 확장된 주제나 사례는 학생 입장에서 당장에 자신의 이익과 먼 경우가 많기 때문에 F교 교사의 성찰에서도 드러나듯이 막연하거나 와닿지 않는 문제가 될 수 있고, 관대한 사고가 가능한 제3자의 입장에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험은 학생이 성인이 되었을 때 지구촌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다룰 것인가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에 기반한 글로벌 시민성과 리더십을 함양할 수 있는 형태의 수업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나. 탐구 단원 안에서 더욱 확대되는 국제적 맥락과 다문화, 다양성에 대한 고려

지구촌 갈등 문제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시민성’ 및 ‘글로벌 리더십’ 요소와 관련하여 다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탐구 단원의 단골 주제로 제시되고 있다. 예컨대, E교의 4학년 HWEO 단원에서는 “가치와 존중은 변화하는 삶 속에서 문화적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된다.”에 초점을 두고 ‘다문화, 다양성, 갈등, 편견, 차별, 존중’의 관련 개념을 다루는 탐구 단원을 설계하였다. 학생들은 ‘세계 속 다양한 문화적 관점, 문화에 대한 이해와 갈등, 다양한 문화가 함께하는 사회에서의 가치와 존중’을 탐구 목록으로 하여 학습한다.

표 6. E교 4학년 HWEO 탐구 단원 개요
초학문주제 우리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How we express ourselves): 문화의 존중과 이해
중심 아이디어 가치와 존중은 변화하는 삶 속에서 문화적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된다.
핵심 개념 관점, 원인, 변화
관련 개념 다문화, 다양성, 갈등, 편견, 차별, 존중
탐구 목록 세계 속 다양한 문화적 관점(관점)
문화에 대한 이해와 갈등(원인)
다양한 문화가 함께하는 사회에서의 가치와 존중(변화)
성취기준 (총 45차시로 설계) [4사04-05], [4사04-06], [4도03-02], [4국03-04], [4국03-05], [4국02-04], [4국05-02], [4음01-01], [4체04-05], [4체04-06], [4체04-07], [4체04-08]
(밑줄 표기한 성취기준은 국가정체성 관련 성취기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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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상 배려하는 사람,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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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탐구 단원에서는 국가정체성과 관련하여 ‘[4사04-06] 우리 사회에 다양한 문화가 확산되면서 생기는 문제(편견, 차별 등) 및 해결 방안을 탐구하고,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를 기른다.’와 ‘[4도03-02] 다문화 사회에서 다양성을 수용해야 하는 이유를 탐구하고, 올바른 의사 결정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과 문화를 공정하게 대하는 태도를 지닌다.’의 2개 성취기준을 다룬다. 이들 성취기준은 그 자체로 다문화 사회에서 다양성은 수용해야 할 가치로 제시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나 다양성이 존중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편견과 차별의 문제와 연계되며, 편견과 차별이 없는 사회, 즉 다문화 사회, 여러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수용이라는 세계시민으로서의 관점과 태도를 전제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A교의 4학년 학생들은 WWA 단원에서 “더불어 사는 삶은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중심 아이디어에 초점을 둔 탐구 학습을 하였다. A교 학생의 성찰 내용을 보면, 학생들은 학습의 결과로 ‘다문화 학생에 대한 차별의 부당성’과 ‘다문화가 한국 사회를 더 발전시킬 것’이라는 인식을 형성하였다.

“우리나라에 다문화 가정이 얼마나 많은지 결혼 이민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었고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차별로 인해 큰 상처를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음. 우리는 다문화 학생을 차별하지 않아야 하고 다문화를 통해 한국은 더 발전할 수 있음.” (A교 학습 후 학생 성찰 내용)

글로벌 사회에 세계시민으로서의 태도를 함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4사04-06], [4도03-02]의 성취기준에 따라서는 우리 사회(우리나라)에 나타나는 다양한 문화 확산에 따른 문제, 우리 사회에서 확대되고 있는 다문화, 다양성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이해와 정체성을 형성하는 수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국가적 상황과 맥락에서의 접근도 필요할 것이다. 2015 개정 사회과 성취기준의 해설에서도 ‘자신이 속한 집단의 문화’가 고려된 내용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2015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에서는 해당 영역의 학습 대상으로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와 공동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 다양성에 대한 접근은 국제사회의 맥락에서 다루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E교 4학년 HWEO 단원 수업에 대한 교사와 학생 성찰 내용을 보면, 이 단원에서는 911 테러 후 미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편견과 차별의 갈등, 흑인 민권 운동, 미국 노예제도,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등이 다루어졌다.

“탐구 목록 2인 문화적 ‘갈등’과 ‘편견’, ‘차별’에 대하여 조사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다소 많았다. 교사가 예를 들어준 소재(911 테러 후 미국 사회에서 갈등 등)를 그대로 조사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E교 수업 후 교사 성찰)

“탐구 목록 2는 어려웠지만 훨씬 깊은 배움이 된 것 같다. ‘세계의 문화적 갈등, 차별’ 등 이렇게 검색하니 내게 딱 필요한 자료가 많이 나오지 않아 그것부터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친구들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BLM 운동(주: 흑인 민권 운동) 같은 최신의 갈등부터 미국 노예제도,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문제들도 탐구하여 알려주었는데 대단하다.” (E교 수업 후 학생 성찰)

이는 IB 교육의 철학과 학습자상(배려하는 사람,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 지역 및 국제적 맥락에서의 학습을 강조하는 것과 함께, IBO가 제공하는 탐구 단원 플래너의 영향도 큰 것으로 판단된다. E교의 탐구 단원 플래너에는 탐구 단원을 설계하는 교사가 지역 및 글로벌 과제와 맥락을 제공하게 하는 항목이 제시되고 있으며, B교의 경우에도 단원에서 국제적 소양 함양을 고려하게 하는 항목이 제시된다. 또한, 거의 모든 학교의 탐구 단원 플래너가 제시하고 있는 ‘학생 주도성’ 고려 항목의 내용을 보면, 교사가 학생들에게 주도성을 부여하기 위해 학습 주제나 활동을 선택하게 할 때에 다양한 나라의 사례 중 선택하게 하는 등 학습 맥락을 해외 사례로 확장하는 내용이 왕왕 발견되었다. 즉, 탐구 단원 플래너에는 학생이 국제적 문제에 관심을 두게 할 요소들이 적지 않게 배치되어 있다. 탐구 단원 설계 시 교사가 국제적 맥락, 세계 시민적 요소에 따른 접근을 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다. 세계시민으로의 역할과 본질적 정체성에 기반한 국민으로의 역할 접근의 문제

A교의 6학년 HWOO 단원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 과정, 우리나라와 세계의 경제 교류, 세계 공동 번영을 위한 경제 교류 방향 모색’에 대한 탐구 학습을 통해 “국가는 필요와 요구에 따라 경제활동을 한다.”는 이해를 형성하게 하는 단원으로 설계되었다. 관련 개념으로는 ‘경제 활동, 경제 주체(가계, 기업), 자유 경쟁, 경제 정의, 경제 교류(무역)’을 제시하였다. 다음의 <표 7>은 탐구 단계에 따른 활동 내용이다.

표 7. A교 6학년 HWOO 탐구 단원의 탐구 단계별 활동
탐구 단계 활동
Tuning in <‘세계 경제 네트워크’ 탐구 계획 세우기>
- 경제 관련 도서 탐독을 통해 경제 용어 살펴보고 경제 용어 사전 만들기
- 대한무역진흥공사 검색을 통해 통계 자료와 시각적 자료 탐색하고 다양한 기업들의 경제 활동 모습과 노력 살펴보기
- ‘세계 경제 네트워크’ 탐구 계획 세우기
Finding out <우리나라 국가 경제 파악하기>
- 우리나라의 경제 체제의 특징 알아보기
- 국가 경제 성장 과정 탐색하기
<국가 간 경제적 교류>
- 나라와 나라 사이에 경제 교류를 하는 까닭 알아보기
Sorting out <국가 간 경제적 교류와 우리 삶의 관계 탐구하기>
- 경제 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해결을 위한 노력을 알아보기
<세계 공동의 번영을 위한 경제 교류 방향 모색하기>
- 다른 나라와의 경제 교류가 우리 경제 생활과 우리 삶에 미친 영향 알아보기
- 세계 여러 나라들의 공동 번영을 위한 경제 교류 노력 살펴보기
Going further & Making conclusions <‘세계 경제 네트워크’ 제안서 만들고 발표하기>
- 세계 공동 번영을 고려하여 세계 경제 네트워크 방안 논의하기
- 세계 경제 네트워크 제안서 만들기
- 모둠별 제안서 발표하기
- 상호 피드백 주며 평가하기
- 바람직한 경제 교류의 의미 다지기
Taking action <바람직한 경제 교류의 의미 시각화하기>
- KOTRA 또는 SNS에 세계 경제 네트워크 제안서 올리기
- 세계 여러 나라와 함께 발전하기 위한 바람직한 경제 교류의 의미 담은 캘리그라피 표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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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탐구 단원으로 통합된 국가정체성 관련 성취기준([6사06-02], [6사06-03], [6사06-04], [6사06-05], [6사06-06], [6음03-03])에는 ‘글로벌 시민성’과 ‘글로벌 리더십’을 포함한 여러 국가정체성 관련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성취기준이 제시한 우리나라 경제 체제와 변화, 성장 등에 대한 탐구 수업은 진행되는 것으로 보이며, 그것이 다른 나라와의 경제 교류로 확장된다. 그중 다른 나라와의 경제 교류와 관련해서 위 표의 탐구 단계가 제시하고 있는 내용은 자유 경쟁보다는 국가 간 상호 교류, 공동 번영을 위한 경제 활동으로 귀결된다. 성찰 내용을 보았을 때도 ‘바람직한 경제 교류’의 개념을 상호 의존과 교류, 세계의 공동 번영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나타난다.

“총괄평가의 방향을 국제적인 기업의 입장에서 국제사회의 번영을 위한 교류 방법을 제안해보는 방향으로 제시하면 학생들이 어떤 방향으로 작성해야 하는지 명확히 이해할 수 있고, 기업 중 관심 있는 기업을 선택하게 되어 몰입된 탐구가 이루어질 수 있다.” (A교 수업 운영 중 교사 성찰 내용)

“우리나라와 교류를 하는 나라들 중에서 갈등 사례를 찾아보고 정리해 봄으로써 국가 간의 경제 교류가 자국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닌 세계 전체를 위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느끼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음.” (A교 평가 성찰 내용)

한편, A교 학생의 성찰 내용을 보면, 학생들은 탐구 활동의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적 이익을 함께 고려하는 학습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이익만이 아닌, 글로벌 사회에서의 공적인 경제 활동에 대한 학습 경험을 통해 학생들의 글로벌 시민성 및 리더십과 관련한 국가정체성을 함양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와 경제 교류를 하면 좋은 점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탐구를 하면서 경제 교류를 하면서 생기는 문제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해결책에 대해서도 탐구할 수 있어 좋았음.” (A교 수업 후 학생 성찰 내용)

“다른 나라와의 교류 제안서를 만들 때 나의 제안이 우리나라 경제에 이바지하는지 모둠 친구들과 소통하며 검토해보는 과정에서 올바른 경제 교류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음.” (A교 수업 후 학생 성찰 내용)

“학생들은 경제 교류 제안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경제 교류는 우리나라와 교류하는 국가 두 나라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제안서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하는지, 인류문화의 발전에 기여하는지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 (A교 평가 성찰 내용)

A교와 동일한 사회과 성취기준을 포함하여 HWOO 단원을 설계, 운영한 G교의 경우에도 A교와 유사하게 학생들이 글로벌 시민으로서 경제적 상호 관계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는 관점에서 경제 교류를 학습하게 하였다. 학생 성찰 내용을 보았을 때도 학생들은 다른 나라와의 경제적 관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글로벌 시민의 관점으로 접근한 것을 알 수 있다.

“친구들과 무역으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시간이 재미있었다. 해결방안을 신문으로 만들고 글로벌 시민으로서 생각하는 활동이 좋았다.” (G교 학생 성찰 내용)

“무역의 필요성과 다른 나라와의 상호작용이 인류문화를 발전시키는 것 같다.” (G교 학생 성찰 내용)

한편, A교, G교에 반영된 동일한 성취기준을 가지고도 자유 경쟁의 개념을 강조하여 단원을 설계, 운영한 사례도 있었다. D교 6학년 HWOO 단원의 중심 아이디어는 “사람들은 자유 경쟁을 통해 경제 활동 및 상호작용을 한다.”이며, ‘경제 활동, 선택, 시장, 자유 경쟁, 국가 경제, 세계 경제’의 관련 개념이 제시되었다.

표 8. D교 6학년 HWOO 탐구 단원 개요
초학문주제 우리 자신을 조직하는 방법(How we organize ourselves): 경제적 활동과 그것이 인류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중심 아이디어 사람들은 자유 경쟁을 통해 경제 활동 및 상호작용을 한다.
핵심 개념 기능, 연결, 변화
관련 개념 경제 활동, 선택, 시장, 자유 경쟁, 국가 경제, 세계 경제
탐구 목록 경제 활동의 원리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경제 관계
위드코로나 상황에서의 경제 활동의 변화
성취기준 (총 60차시로 설계) [6사06-01], [6사06-02], [6사06-03]. [6사06-04], [6사06-05], [6사06-06], [6수05-02], [6수05-03], [6수05-04], [6국01-04], [6국01-05], [6국05-01], [6국02-04], [6국03-04], [6국01-06], [6도03-01], [6체02-05], [6체02-06], [6체02-07], [6체02-08], [6미02-05], [6영04-04], [6영04-05]
(밑줄 표기한 성취기준은 국가정체성 관련 성취기준임.)
ATL 사고 기능, 의사소통 기능, 조사 기능
학습자상 탐구하는 사람, 사고하는 사람, 소통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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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교 탐구 단원에서는 학생들이 나라 간 경제 교류를 탐구하는 데 있어서 나라와 나라 간 경제 교류를 하는 까닭과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와의 경제 교류 사례를 탐구함으로써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 사이에 경제적으로 경쟁 관계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하였다. 또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무역을 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알아보고, 무역으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하며, 적절한 근거를 활용하여 타당하게 주장하는 글쓰기와 모둠 토의, 최선의 해결 방안 발표하기를 진행하였다. 이에 더하여 공정 무역을 다룸으로써 경제생활에 대한 책임도 생각하게 하였다. 이 탐구 단원에서는 학생들이 탐구 학습을 통해 형성한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는 원리 및 무역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위드코로나 상황에서의 여행 상품을 개발하여 홍보 활동을 하는 총괄평가 과제를 제시하였고, 교실에서는 최고의 아이디어를 선정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단원 수업에서 학생들은 시장 경제 체제에서 개인, 기업, 국가적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고민, 개인과 국가의 입장에서 무역 갈등 문제를 해결할 방안의 고민, 그리고 글로벌 시민으로서 공정한 무역에 대한 생각을 형성하는 학습 등을 고르게 경험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탐구 단원을 통해 기업은 이윤을 어떻게 높일지 고민해야 하고 가게는 어떻게 돈을 효율성 있게 사용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것을 알았다.” (D교 학생 성찰 내용)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무역할 때 갈등이 일어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D교 학생 성찰 내용)

사례 학교들의 탐구 단원을 보며, 교사가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관점과 렌즈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같은 성취기준을 가지고도 단원에 접근하는 양상과 학생의 학습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세계화 시대에 새롭게 강조된 ‘글로벌 시민성’, ‘글로벌 리더십’ 요소의 반영 역시 교사의 교육과정 재구성에 따라 세계시민으로서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는 단원으로 설계될 것인지, 아니면 본질적 정체성에 기반한 국민으로서의 역할과 국제 관계를 고려한 전향적 역할을 두루 반영한 단원으로 설계될 것인지가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학생들의 국가정체성 형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V. 결론

본 연구에서는 H시의 7개 IB PYP 학교가 운영한 2022학년도 탐구 단원(UOI)의 분석을 통해 IB 초등학교에서의 이루어지는 국가정체성 교육의 구현 양상을 분석하였다. 학교가 설계, 운영한 탐구 단원 수업 관련 문서를 통한 분석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IB PYP 수업의 실제를 통해 관찰될 수 있는 양상은 파악하지 못한 한계는 있다. 그럼에도 분석 대상으로 수집된 252개의 탐구 단원 자료에는 단원의 설계와 운영에 대한 사항뿐만 아니라 단원 수업의 계획, 운영, 마무리 단계에서 이루어진 교사 성찰과 학생의 학습 성찰 내용이 모두 기록되어 있었기에, 이를 통해 국가정체성 교육이 구현되고 있는 경향성은 파악할 수 있었다. 연구 문제에 따른 결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탐구 단원을 통해 국가정체성을 구성하는 각 요소들이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가를 분석한 결과, 학교에 따라 초학문주제별 탐구 단원에 반영된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의 종류와 비중에 차이가 있었다. A교는 국가정체성의 각 요소를 탐구 단원을 통해 다루는 비율이 가장 높았던 반면, F교의 반영 비율은 가장 낮게 나타났다. 학교별로 반영되는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의 종류와 반영 정도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은 공통의 IB 프레임워크를 공유한다고 할지라도 학교마다 IB 프로그램과 IB 수업의 내용과 구현 양상이 다르게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본래 성취기준에 녹여진 개수 자체가 적은 ‘가치 체계, 감성적 애착, 글로벌 리더십’ 요소는 탐구 단원을 통해 다루어지는 비율이 높았고, 각 요소가 반영된 횟수를 보았을 때는 ‘글로벌 시민성’과 ‘국가 유산’ 요소가 상대적으로 자주 다루어진 요소로 파악되었다.

탐구 단원별로 반영되는 국가정체성 요소의 수와 유형은 단위학교에서 얼마나 많은 성취기준을 연계·통합하여 탐구 단원을 설계하는가에 영향을 받게 된다. 단위학교에서 탐구 단원으로 통합하는 성취기준의 수 자체가 적은 경우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의 반영 정도도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또한, 어떤 학년에서 국가정체성의 특정한 요소를 얼마나 다룰 것인가는, 국가 교육과정 성취기준 자체가 어떠한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들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가와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에 조정하기는 어려운 문제이나, 얼마나 많은 구성 요소들을 탐구 단원 수업을 통해서 다룰 것인가는 교사의 단원 설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IB 학교에서 국가정체성 관련 성취기준을 탐구 단원을 통해 도달하도록 할지 아니면 단일교과 수업을 통해 도달하게 하는 것이 적절할지에 대해서도 정답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IB PYP 교육이 탐구 단원을 통한 교과 통합적 탐구중심 수업과 학습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면 탐구 단원 내로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반영하는 정도를 높여가는 설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학생들이 탐구 단원으로 형성되는 학습의 맥락 안에서 깊이 있는 학습을 통해 국가정체성을 함양해 나갈 수 있게 하는 수업의 강점을 잘 살릴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 세계화에 따라 강조되는 국가정체성 구성 요소인 ‘글로벌 시민성’과 ‘글로벌 리더십’ 요소 관련 성취기준의 탐구 단원 구현 양상을 분석한 결과, IB 학교의 탐구 단원에는 세계적, 국제적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지구촌 갈등 문제, 다양성과 다문화에 대한 존중 관련 내용은 꽤 자주 등장하는 주제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IB 교육에서 국제적 소양의 함양을 강조하기도 하고 탐구 단원 플래너에도 교사가 국제적인 맥락을 고려하게 하는 장치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프레임워크는 우리나라 교육과정 성취기준에서 다루는 국제적 맥락 이상으로 제시 비율을 확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하여 학생들이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 다른 나라 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세계시민으로서의 위치와 관점으로 바라보게 하는 형태의 단원 설계가 많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제 사회의 문제를 다루거나 가치 판단을 하는 데 있어 세계의 보편성과 공공성, 포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게 하는 경향도 있었다.

IB 수업에서 다양한 국제 사례를 다루는 것은 학생들이 해외에 더욱 친숙하게 하고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함양하도록 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시민으로서의 역할과 책임감이 반드시 우리나라 국민으로서의 역할 및 책임감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적 맥락, 세계시민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에서 구현되는 학습은 국가 간 경계와 모국이라는 경계는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동시에 국가의 정체성과 국가 의식 결여를 가져올 수 있다는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탐구 단원 설계에서 세계시민으로서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는 단원으로 설계할 것인지, 아니면 본질적 정체성에 기반한 국민으로서의 역할과 국제 관계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진취적 역할을 두루 반영한 단원으로 설계할 것인지는 교육과정 재구성 및 단원 설계 관점과 의도에 따라 달라지게 되고, 이는 학생들이 어떠한 형태와 정도로 국가정체성을 형성할 것인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향후 IB 학교에서 어떠한 형태의 국가정체성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개인의 경험과 가치관에 따른 논쟁이 있을 것이나, 국가에 대한 정체성 교육은 오늘날의 국가를 존재하게 한 역사적·문화적 성취나 사건에 의한 본질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국내외적 상황과 세계의 보편적 가치를 두루 고려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전향적 경험을 통해 형성할 수 있도록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다문화 학생 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수업 시 다문화 학생의 모국 문화와 정체성, 한국 문화와 국가정체성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한국 문화로의 통합과 다문화의 존중 간 균형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IB 교육의 특성상 다문화에 대한 존중과 배려, 관용과 포용의 가치는 충분히 강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자칫 하나의 전통과 가치로 통합하는 정신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Notes

1) 이 논문은 최윤경 등(2024)의 연구보고서(대구미래교육연구원 공동연구)에서 연구자가 집필한 Ⅴ장의 내용을 수정·보완하여 작성한 것임을 밝힘.

2) IBO는 6개의 초학문주제(우리는 누구인가, 우리가 속한 시간과 공간, 우리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 세계가 돌아가는 방식, 우리 자신을 조직하는 방법, 우리가 사는 지구), 7개의 핵심 개념(형태, 기능, 원인, 변화, 연결, 관점, 책임), 10개의 학습자상(탐구하는 사람, 지식이 풍부한 사람, 사고하는 사람, 소통하는 사람, 원칙을 지키는 사람,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 배려하는 사람, 도전하는 사람, 균형 잡힌 사람, 성찰하는 사람), 그리고 ‘학습하는 방법에 대한 학습(learning to learn)’과 관련되는 5가지 학습 접근 방식(Approaches to Learning: ATL)(사고 기능, 조사 기능, 의사소통 기능, 사회적 기능, 자기관리 기능) 등을 IB PYP의 프레임워크로 제시한다. IB를 도입한 초등학교의 교사들은 IBO가 제시한 프레임워크와 우리나라 국가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연계 및 재구성하여 초학문주제별 탐구 단원(UOI)을 설계하여 운영해야 한다.

3) IB PYP 학교에서 활용하는 UOI 플래너는 ① Reflecting and planning, ② Designing and implemetating, ③ Reflecting 파트로 제시된다. ‘Reflecting and planning’에는 탐구 단원의 교수·학습 설계를 위한 기반이 되는 초기 성찰(Initial reflections that could inform learning and teaching in this unit of inquiry) 항목을, ‘Designing and implemetating’에는 교수·학습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교사 성찰(Ongoing reflections for all teachers)과 교과목에 중점을 둔 추가 성찰(Additional subject specific reflections) 항목을 포함한다. 그리고 ‘Reflecting’에는 교수·학습 후의 교사 성찰(Teacher reflections), 학생 성찰(Student reflections), 평가 성찰(Assessment reflections)의 항목이 제시된다. IB PYP 학교 교사들은 탐구 단원 운영 전, 중, 후(학생 성찰 포함)에 UOI 플래너가 제시하는 성찰지를 작성하고 있으며, 본 연구에서는 해당 탐구 단원의 운영을 이해하는 데 있어 교사와 학생이 작성한 성찰 내용을 활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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