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교육을 통한 세계시민성(global citizenship)의 함양, 이른바 세계시민교육이 국제 사회의 주요한 교육 의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2015년 유엔 총회에서는 전 세계 모든 나라가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를 선포하였는데, 교육과 관련된 목표 중 하나로 세계시민성이 명시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유엔 회원국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개별 국가가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관해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보고할 의무를 가지게 되었다(이성회 외, 2015, p. 147).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도 세계시민교육 관련 내용들이 포함되어 왔다. 제7차 교육과정에서 범교과 학습 주제로 ‘국제이해교육’이 등장하여 2009 개정 교육과정까지 지속되어 오다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다문화교육’으로 통합되어 관련 교육이 강조되어 왔다(이성회 외, 2015, p. 38). 2021년 12월에 고시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총론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으로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다양성을 이해하고 서로 존중하며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 협력을 실천하는 더불어 사는 사람(교육부, 2022b, p. 3)”을 제시함으로써 세계시민성 함양이 교육 전반에서 추구하여야 할 핵심 목표 중 하나임을 밝히고 있다.
시민성 함양을 목표로 하며, 사회 현상 탐구를 교과 내용으로 하는 사회과는 세계시민교육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사회과의 성격에서는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도록 구성되어(교육부, 2022a, p. 6)” 있음을, 역사과 교육과정 설계의 개요 부분에서는 “세계시민 의식의 기초가 되는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는 태도(교육부, 2022a, p. 73)”를 명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과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세계시민성 함양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조지민 외(2016, p. 5)는 UNESCO(2014)의 연구를 빌어 우리나라가 비교 대상 국가들에 비해 국가 교육과정에서 세계시민교육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으며,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교수·학습되고 있는가에 대한 이해가 미흡하다고 주장하였다. 교육과정은 학교 교육에 대한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지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교육과정에 나타난 세계시민교육의 내용 요소를 통해 세계시민교육의 현황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에 대한 시사점을 모색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현재 학교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2015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과 2025학년도부터 적용 될 예정인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을 분석하여, 사회과에서 세계시민교육이 어떤 내용을 중심으로, 어떠한 관점에서 다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으로 넘어오면서 세계시민교육의 내용 및 관점 변화 양상도 분석할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과 교육에서 세계시민교육의 성공적인 실행을 위해 어떤 점을 보완 혹은 개선할 수 있을지에 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II. 이론적 배경
이성회 외(2015)는 국제기구 및 국제 비정부기구, 국내외 학계에서 제시한 세계시민교육의 개념을 분석하여 세계시민교육의 특징을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세계시민교육은 세계화로 상호의존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서 전 지구적인 문제를 이해하고, 교육을 통해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등장하였다. 둘째, 세계시민교육의 개념에서 사용되고 있는 세계시민성은 세계시민으로서의 법적 권리나 지위라기보다는 세계 차원의 집단적인 책임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가지는 국제사회와 인류에 대한 소속감과 깊은 관련이 있다. 셋째, 세계시민이라는 개념의 가상적(imaginary) 혹은 염원적(aspirational) 특성으로 인해 세계시민교육에 관한 합의된 정의를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세계시민교육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어떤 내용으로 달성될 수 있느냐에 대한 관점의 스펙트럼 역시 매우 넓을 수 있다(이성회 외, 2015, pp. 22-23).
이러한 세계시민교육의 추상성과 모호성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세계시민교육을 선도하는 여러 기관에서는 세계시민교육의 학습 영역, 학습 목표, 학습 주제 등을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본 절에서는 유네스코(2014, 2015), 영국의 옥스팜(2015), OECD(2016, 2018)에서 제시한 세계시민교육의 학습 영역과 주요 학습 주제들을 검토하도록 한다.
유네스코(2014, p. 16)는 세계시민교육을 “더 정의롭고, 평화로우며, 관용적이고, 포용적이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지식, 기능, 가치와 태도 함양을 목표로 하는 교육적 패러다임”이라고 정의하였다. 이에 유네스코(2015)는 추상적 개념인 세계시민교육을 각국의 교육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세 가지 학습 영역(인지적, 사회·정서적, 행동적 영역)으로 구분하고, 이에 기초하여 반드시 다루어야 할 학습 주제를 <표 1>과 같이 제시하였다.
출처: 유네스코(2015, p. 29)
영국의 옥스팜(2015, p. 5)은 세계시민교육을 “학생들이 세계화된 사회와 경제에 온전히 참여하고, 그들이 물려받은 것보다 더 정의롭고 안전하며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지식 및 이해, 기능, 가치 및 태도를 기르는 변혁적인 교육”으로 정의하였다. 이에 따라,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세계시민을 기르기 위하여 교육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세계시민교육의 세 가지 핵심 요소(지식 및 이해, 기능, 가치 및 태도)와 주제를 <표 2>와 같이 제시하였다.
OECD(2018)는 미래 사회에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으로 ‘글로벌 역량(global competence)’을 강조하고,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연구(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PISA) 2018에 글로벌 역량을 추가하였다(OECD, 2018). 글로벌 역량은 “지역, 세계 및 상호문화적 사안을 비판적이고 다중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과 세계관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개방적이고 적절하며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공동체의 웰빙(well-being)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능력(OECD, 2018, p. 7)”으로 정의된다. OECD(2016)는 이러한 글로벌 역량을 지식 및 이해, 기능, 태도, 가치 등 4가지 측면의 복합적 역량으로 제시하였다.
지식 및 이해 | 기능 | 태도 | 가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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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이슈에 관한 지식 및 이해 • 상호문화적 지식과 이해 |
• 비판적 사고력 및 분석력 • 정중하며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능력 • 공감 • 유연성 |
•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 대한 개방성 • 문화적 차이에 대한 존중 • 글로벌 마인드 •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 |
• 인간의 존엄성 존중 • 문화 다양성 존중 |
출처: OECD(2016, p. 6)
각 기관마다 제안하는 세계시민교육의 세부적인 학습 영역과 내용 요소는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인지적, 정의적, 행동적 영역 또는 지식, 기능, 가치 및 태도로 나누어 접근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특히 세계시민성 함양은 세계와 그 복잡성을 보다 명확히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같은 인지적 요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상호작용하는 데 필요한 가치 및 태도 등의 정의적 측면, 그리고 실제 삶의 맥락에서 적용할 수 있는 능력(기능)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동이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의선 외(2015, pp. 26-27)의 연구에서는 Davies 외(2005, pp. 75-76)와 Tawil(2013, pp. 3-4)의 연구 결과 및 논의를 빌어, 세계화의 진전에 따른 시민성 교육의 역할을 보수적인 접근(국가주의 모델)과 진보적인 접근(탈국가주의 모델)으로 대비하여 소개하고 있다. 전자는 국가 정체성, 국가에서의 합법적 지위에 수반되는 권리와 의무, 공민 교육(civics)을 강조하는 접근이며, 후자는 국가나 지역 간 상호의존성, 보편적 인권과 정치적 리터러시, 시민성 교육(citizenship education)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이 중 세계시민교육의 가치 지향에 보다 적합한 교육 접근은 후자라고 볼 수 있으나, 최근의 연구에서는 국가 정체성 또는 국지적 시민성(local citizenship)과 글로벌 정체성 또는 세계시민성에 대한 이분법적인 접근을 경계하면서 ‘지역성’과 ‘세계성’을 연속체로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다중시민성(multiple citizenship)을 함양하는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장의선 외, 2015, pp. 27, 39). 이에 장의선 외(2015)의 연구에서도 세계시민성을 지역·국가 정체성과 대립적인 것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지역적 수준부터 국가적 수준, 전 지구적 수준을 아우르는 시민으로서의 의식이며, 다중정체성에 기반하여 탄력적, 역동적으로 작동하는 글로벌 정체성이라고 규정하였다.
한편, 여러 학자들은 세계화 또는 현 세계 체제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갖느냐, 비판적 입장을 보이느냐에 따라 세계시민성 및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관점을 다각도로 구분하였는데, <표 4>는 대표적인 관점 구분으로 Andreotti(2006), Shultz(2007), Oxley & Morris(2013)의 논의를 정리한 것이다.
학자 | 범주 | 내용 | |
---|---|---|---|
Andreotti (2006, pp. 46-50) | 연성적 교육 | • 빈곤과 무력감이 세계 문제이며, 이는 당사자의 개발·교육·자원·기술·문화 등의 결핍에서 비롯됨. •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편적인 인류애, 나눔과 배려, 책임감을 지닌 개인이 문제를 겪고 있는 상대에게 자신의 시간과 전문성, 자원을 나누는 방식이 필요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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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교육 | • 불평등과 부정의가 세계 문제이며, 이는 서로 다른 상황과 차이를 무시하고 착취하고 권한을 빼앗는 복잡한 구조와 체제, 권력 관계 및 태도에서 비롯됨. •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 시스템과 구조에 대한 우리 모두의 비판적 성찰과 문제 해결에 책임감을 지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개인이 중요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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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ltz (2007, pp. 250-256) | 신자유 주의적 접근 | • 세계시민을 여행자로 상정하고 국경에 국한되지 않는 경제적・사회적 관계의 자유로운 형성을 강조함. • 세계시민성 교육의 중점을 지식과 기능의 초국가적 유동성에 둠. • 교육의 목적은 외국어 습득 능력,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이동에의 참여 촉진에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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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 접근 | • 글로벌 구조가 불평등을 야기함을 이해하고 불평등에 도전하는 행동가 양성에 초점을 둠. • 전 지구를 가로지르는 자유주의적 관계나 지구적 유대 의식을 경제적 세계화에 대한 헤게모니의 부산물로 간주함. • 북반구와 남반구 간의 불균등한 관계를 급진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글로벌 경제 자유주의적 기구’의 경제적 행위와 사회적 압제 및 경제적 파괴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시민의 이해가 중요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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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적 접근 | • 경제・사회적 정의, 지구 보호, 평화에 헌신하는 세계시민 양성에 초점을 둠. • 단일 시장을 상정하는 신자유주의적 접근, 세계화를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로 상정하는 급진적 입장을 모두 거부함. • 전통적인 북반구/남반구 구분이 아니라, 새로운 포함과 배제를 만들어내는 국제적・국가적・지방적 관계의 역동적 집합을 구성하는 것으로 세계화를 이해함. • 다양성을 포용하고 지역적 경험과 공유되는 전 지구적 경험 사이의 연계를 통해 지역적, 국가적 경계를 가로지르는 협력 관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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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xley & Morris (2013, pp. 305-319) | 코스모 폴리탄 유형 | 정치적 | • 국가나 다른 통치 형태에 대한 개인의 관계에 초점을 두며, 코스모폴리탄 민주주의의 형태에 관심을 가짐. |
도덕적 | • 개인의 윤리적 입장과 집단 간 상호관계에 초점을 두며, 주로 인권, 책임, 인류애, 보편적 도덕 규범, 도덕적 감수성 등에 초점을 둠. | ||
경제적 | • 권력, 자본 형태, 노동, 자원과 인간의 조건 간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두며, 국제 개발의 담론으로 제시됨. • 세계무역의 이익과 국제 개발을 위한 기술에 초점을 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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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 • 사회 구성원을 결속, 구분하는 상징에 초점을 두며, 특히 예술, 미디어, 언어, 과학, 기술의 세계화를 강조함. • 다문화주의에 긍정적이며, 다문화적 인식과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인식 제고를 강조함. |
||
옹호 론적 유형 | 사회적 | • 개인과 집단 간의 연결, 흔히 글로벌 시민사회로 일컬어지는 ‘민중’의 목소리를 지지함. • 지구 공동체라는 아이디어와 소통, 협력의 강화에 초점을 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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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 • 탈식민주의 의제를 통해 빈곤층이나 하층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행동을 옹호하기 위해 사회적 규범에 대한 비판을 활용함으로써, 불평등과 억압에 대항하는 도전에 초점을 둠. | ||
환경적 | • 자연 환경과 관련된 인간 활동의 변화를 지지하는 데 초점을 두며, 일반적으로 ‘지속가능한 발달’이라는 의제로 불림. | ||
정신적 | • 보살핌, 사랑, 정신적이고 정서적인 연관에 관련된 원칙에 대한 헌신을 지지하며, 인간관계의 비과학적이고 측정 불가한 측면에 초점을 둠. |
출처: 윤노아(2022, pp. 50-51), 이성회 외(2015, p. 24), 이정우(2017, pp. 61-62), 장의선 외(2015, pp. 20-23), 한비야 외(2021, pp. 18-19) 재인용, 발췌 및 수정
윤노아(2022), 이성회 외(2015), 이정우(2017), 장의선 외(2015), 한비야 외(2021)의 정리를 빌어, <표 4>에 제시된 세 가지 관점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Andreotti(2006)는 세계시민교육이 서구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에 편향되어 있다고 문제 제기하면서, 세계시민성 담론을 연성적(soft) 관점과 비판적(critical) 관점으로 범주화하고 세계시민교육 유형의 특징을 대별하였다. 연성적 관점은 서구 중심의 보편성을 강조하고, 교육의 목적이 이상적인 삶과 세상의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 개인을 양성하는 것에 있다. 반면, 비판적 관점은 탈식민주의와 탈제국주의 이론에 기반하고 있으며, 교육의 목적이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자신의 결정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개인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에 있다. 따라서 Andreotti(2006)는 복잡하고 불확실한 국제 시스템 안에서 힘과 부의 불평등과 불공평한 근원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세계시민교육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며, 세계시민교육에서 ‘비판적 문해력(critical literacy)’의 중요성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그는 연성적 관점을 완전히 부정하고 비판적 관점만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연성적인 코스모폴리탄 관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만 균형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윤노아, 2022, p. 50; 한비야 외, 2021, p. 19).
다음으로 Shultz(2007)의 세 가지 관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신자유주의적 접근은 자본주의와 경쟁 기반의 신자유주의에 기반하므로, 자본과 노동의 이동, 글로벌 표준의 확산 등의 경제적·문화적 세계화에 대응하여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개인의 능력을 제고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급진적 접근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서 북반구와 남반구의 불균등한 발전을 야기하는 글로벌 체계와 헤게모니, 이에 따른 빈곤, 환경, 아동노동 등의 문제를 정의와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해 고민한다. 변혁적 접근은 단일 시장을 가정하는 신자유주의적 접근, 세계화를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로 바라보는 급진적 입장 모두를 거부한다. 이 접근은 전통적인 북반구/남반구 구분이 아니라, 새로운 포함과 배제를 만들어내는 국제적·국가적·지방적 관계의 역동적인 집합체를 구성하는 것으로 세계화를 이해하고, 경제·사회적 정의, 지구 보호, 평화에 헌신하는 세계시민을 상정한다(이정우, 2017, pp. 61-62; 장의선 외, 2015, pp. 20-21). 전술한 바와 같이, 장의선 외(2015)의 연구에서는 지역, 국가, 세계 차원의 시민성을 분절적, 대립적으로 보지 않고 중첩적이거나 다중적인 시민성으로 보는데, 이러한 접근은 Shultz(2007)가 제시한 세계시민성에 대한 관점 중 변혁적 접근(transformational approach)이라 볼 수 있다. 장의선 외(2015)에서도 변혁적 접근은 “세계시민성을 국가 정체성과의 대립항으로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과 특수, 글로벌과 로컬의 차원에서 조망하는 것이 가능하게(장의선 외, 2015, p. 21)” 한다고 평가하였다.
Oxley & Morris(2013)는 영국 국가 교육과정 시민교육 관련 문서에 나타난 세계시민성의 입장을 분석하는 데 <표 4>에 제시된 개념적 유형 분류를 적용하였다. 정치적, 도덕적, 경제적, 문화적 세계시민성이 서양 중심의 신자유주의 이론에 입각한 코스모폴리탄에 기초한 주류를 이루는 범주라면, 옹호론적(advocacy) 유형은 코스모폴리탄 유형에 대한 대안적 모형으로 상대주의 및 포스트식민주의에 입각하여 민중, 환경, 불평등 등에 관심을 둔다(이성회 외, 2015, p. 23; 장의선 외, 2015, p. 22; 한비야 외, 2021, p. 18). Oxley & Morris(2013, pp. 318-319)의 분석에 따르면, 영국 국가 교육과정 시민교육 관련 문서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개념은 문화적 세계시민성, 사회적 세계시민성이었다. 한편, 장의선 외(2015, p. 24)는 현재 국내외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담론은 코스모폴리탄 범주의 도덕적 세계시민성과 대안적 범주의 환경적 세계시민성이라고 이해하였다.
이와 같은 Oxley & Morris(2013)의 개념적 유형 분류는 이념 및 담론 차원의 규범적(normative)인 개념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과정 등과 같은 특정 맥락에서의 경험적(empirical)인 세계시민성 개념을 모두 포괄하기 때문에,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 철학 등을 검토하는 데 유용한 분석틀로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세계시민교육과 관련하여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데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이성회 외, 2015, p. 23; 장의선 외, 2015, pp. 22-24). 이에 본 연구에서도 우리나라 교육과정에 나타난 세계시민교육의 주요 개념적 유형을 확인하기 위해 Oxley & Morris(2013)의 개념적 유형 분류를 참고하고자 한다. 더불어, 본 연구에서는 세계시민성에 대한 Andreotti(2006)와 Shultz(2007)의 관점 구분을 참조하여 우리나라 교육과정에 나타난 세계시민교육의 주요 관점 또는 입장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국가 수준 교육과정은 학교 교육 전반을 규정하는 공식적인 문서이므로, 교육과정 분석을 통해 학교 현장에서 세계시민교육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세계시민교육 관련 교육과정 분석은 주로 사회과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사회과 교육과정에 세계시민교육이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를 분석한 연구는 크게 교육과정 시기별 세계시민교육의 변화 양상을 살펴본 연구, 특정 시기의 사회과 교육과정에 반영되어 있는 세계시민교육의 내용을 분석한 연구, 사회과와 도덕과의 세계시민교육 내용을 비교 분석한 연구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사회과 교육과정의 변천에 따른 세계시민교육의 변화 양상을 살펴본 연구로, 모경환, 임정수(2014)는 Merryfield(1998)가 제시한 세계시민성 교육의 범주를 준거로 교수요목기부터 2009 개정 교육과정까지의 변화를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전 지구적 쟁점 이해하기를 시작으로 제3차 교육과정부터 세계시민성 관련 내용이 등장했고, 제5차 교육과정부터는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 상호의존적인 체계로서의 지구 사회 파악, 지역적·전 지구적 의사결정 함양이 명시화되었으며, 제7차 교육과정 이후부터는 인류의 역사적 상호의존성을 이해하고, 상호문화적 이해와 의사소통 능력을 함양하며, 편견을 해소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도덕 교육적 접근이 시도되었다. 이정우(2017)는 유네스코(2015)의 세계시민교육 개념틀과 Gaudelli(2009)의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관점을 준거로 제6차 교육과정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까지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회과 교육과정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학교급별로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인지, 정서, 행동 영역 중 인지적 영역이 강조되어 왔으며,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관점에서는 국가주의적 관점이 지배적이었다. 이소연, 성경희, 이정우(2017)와 성경희, 이소연(2019)은 조지민 외(2016)가 개발한 세계시민교육 지표를 활용하여 초등학교 사회과와 중학교 ‘사회’ 과목에 나타난 세계시민교육 내용 요소를 비교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초등학교에서는 2009 개정 대비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세계시민교육과 관련된 내용 요소의 비중이 증가 또는 강화되는 모습이 발견되었으나, 중학교급에서는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영역별로 살펴보면,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사회·정서적, 행동적 영역에 비해 인지적 영역의 내용 요소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특정 시기의 사회과 교육과정에 반영된 세계시민교육 관련 내용 분석 연구가 있다. 이들 연구는 주로 2009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 이후에 활발히 이루어졌다. 이승연, 차조일, 설규주(2015)는 세계시민성의 요소를 인류애, 글로벌 정체성, 글로벌 사회 참여로 규정하고, 2009 개정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회과 교육과정에 나타난 세계시민성 관련 내용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학년 및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인류애보다는 글로벌 정체성과 관련된 요소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민(2014), 이동민, 고아라(2015)는 2009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의 지리 영역에서 세계시민교육 관련 요소를 텍스트 내용 분석 방법을 통해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초등 사회과는 ‘국가’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세계와 관련된 주요 개념들과는 밀접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등 사회과에서는 ‘세계’를 중심으로 하여, ‘세계화’, ‘갈등’ 등 세계시민교육 관련 개념이 구조화되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분석한 연구로는 초등 사회과 교육과정을 분석한 모경환, 김선아(2018)의 연구가 있다. Merryfield(1998)가 제시한 세계시민성 교육의 범주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2015 개정 초등 사회과 교육과정 총 58개의 성취기준 중 33개의 성취기준이 7가지 범주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었고, 지역적·전 지구적 의사 결정 함양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2015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과 도덕과 교육과정의 세계시민교육 내용을 비교 분석한 연구가 있다. 김종훈(2019)은 유네스코(2015)의 세계시민교육 개념틀을 준거로 초등학교 도덕 및 사회과 교육과정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사회과 교육과정이 도덕과에 비해 관련 성취기준이 많고, 인지적, 사회·정서적, 행동적 영역이 비교적 균형있게 제시되고 있었다. 박가나(2022)는 옥스팜(2015)이 제시한 세계시민교육 관련 구성요소를 분석틀로 하여 중학교 사회과와 도덕과 교육과정에 반영된 세계시민교육 내용을 영역별로 분석하였다. 사회과 세 영역 중 지리 영역에서 세계시민교육 관련 내용이 전체 단원에서 고르게, 그리고 가장 많이 적용되어 있었고, 일반사회의 경우 특정 단원에서 관련 내용이 집중적으로 등장하고 있었다. 도덕과는 지식 및 이해 영역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사회과와 달리, 가치 및 태도의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선행연구들은 세계시민교육 관련 내용이 우리나라 사회과 교육과정에 반영되고 있음을 확인해 줌과 동시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교급 간 반영 모습과 양상이 다르다는 것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서는 초·중·고 전체 학교급을 대상으로 현재 학교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2015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과 2025학년도부터 적용될 예정인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의 세계시민교육 내용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현재 사회과 교육과정에서의 세계시민교육 현황을 조망하고자 한다.
III. 연구 방법
본 연구는 2015 개정 및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 문서 중 초등학교 3∼4학년군부터 중학교 1∼3학년군까지에 해당하는 공통 교육과정과 고등학교 공통 과목인 통합사회의 교육과정을 분석하였다(<표 5> 참조). 이는 교육과정에 반영된 세계시민교육 내용을 분석하는 데에 있어 특정 학생들만 학습하는 선택 과목보다는 초·중·고에서 모든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학습하는 교과(목)을 중심으로 분석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표 6>은 2015 개정과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의 초·중·고 ‘사회’, ‘역사’, ‘통합사회’ 교과(목)의 성취기준 수를 정리한 것이다. <표 6>에서 보듯이,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초등학교 ‘사회’의 성취기준 수는 2015 개정 교육과정 대비 23개가 줄었다. 이는 2015 개정 초등 사회과 교육과정 성취기준의 약 32%에 달하는 비중이며, 특히 5-6학년군의 성취기준 수가 대폭 감소되었다.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 시안(최종안) 개발 연구」에 의하면, 초등학교급 성취기준의 대폭 감소는 초등학교급에서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성취기준별 심화 또는 심층 학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문제해결력, 비판적 사고력 등의 역량을 함양케 하기 위함이다(은지용 외, 2022, pp. 37-38).
구분 | 2015 개정 성취기준 | 2022 개정 성취기준 | |
---|---|---|---|
초등학교 | 3-4학년 | 24 | 22 |
5-6학년 | 48 | 27 | |
계 | 72 | 49 | |
중학교 | 지리 | 38 | 38 |
일반사회 | 36 | 36 | |
역사 | 45 | 40 | |
계 | 119 | 114 | |
고등학교 | 통합사회 1, 2 | 29 | 30 |
두 교육과정 모두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분석을 수행하였으나, 비교적 간결하고 포괄적으로 진술되는 성취기준의 특성 상, “해당 성취기준의 설정 취지 및 의미, 학습 의도 등(교육부, 2022a: 일러두기)”을 설명한 ‘성취기준 해설’과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 사항’까지 함께 분석함으로써 성취기준 이해의 맥락성과 교육과정 분석의 타당성을 제고하고자 하였다. 또한 두 교육과정의 교과(목) 성격, 목표, 내용 체계(핵심개념 또는 핵심 아이디어, 내용 요소 등)를 추가로 검토하여 전체 교육과정에 걸쳐 세계시민교육에 관해 주목할 만한 입장 표명이 있거나 입장의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사회과 교육과정을 양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유네스코(2015)의 세계시민교육 개념틀 참고하였다. 앞서 <표 1>에서 살펴본 대로, 이 개념틀에서는 세계시민교육에서 다루어야 할 세 가지 학습 영역(인지적, 사회·정서적, 행동적 영역)과 각 영역별 학습자 특성을 기술하고, 학습자 특성별로 세 가지씩 총 9개의 학습 주제를 제시하고 있다. 유네스코(2015)의 개념틀은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유네스코의 첫 교수·학습 지침서로서, 전 세계 전문가들의 연구와 협의의 결과물이다(유네스코, 2015, p. 11). 이에 여러 선행 연구(김종훈, 2019; 성경희, 이소연, 2019; 이정우, 2017; 이소연, 성경희, 이정우, 2017 등)에서 교육과정 문서 등에 나타난 세계시민교육의 양상을 분석하기 위한 분석틀로 활용되었다.
또한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최근의 세계시민교육 연구나 실행의 흐름은 국지적 시민성과 세계시민성 간의 분절적 인식보다는 중첩적 혹은 다중적으로 인식하고자 하며, 이는 세계화에 대한 이분법적인 관점(신자유주의 대 급진주의)을 극복하고자 하는 변혁적 접근과 조응한다. 유네스코(2014)는 국가 수준의 시민성과 세계시민성에 대한 교육이 대립적인 긴장 관계에 놓일 수 있는 문제에 대해 탈중심화(de-centering) 접근법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지역과 세계를 연속체로 보고, 간극을 채우기 위해 개인, 지역, 국가, 세계 정체성을 동시에 가르치며 인정하는 것이다(유네스코, 2014, p. 34). 따라서 유네스코의 세계시민교육 입장이 최근의 세계시민교육 흐름과 본 연구의 입장에도 부응한다고 판단하여, 본 연구에서는 유네스코(2015)의 학습 영역별 학습 주제를 분석틀로 선정하였다.
더불어, 양적 분석 결과 자주 집계되는 성취기준과 세계시민성을 명시적으로 드러낸 성취기준을 대상으로, 두 교육과정이 견지하고 있는 세계시민교육의 관점을 질적으로 분석하였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에 나타난 세계시민교육의 주요 관점 또는 입장은 Andreotti(2006)와 Shultz(2007)의 범주를 부수적으로 참조하고, Oxley & Morris(2013)의 개념적 유형 분류를 주로 활용하였다(<표 4> 참고).
본 연구에서는 2015 개정과 2022 개정의 두 사회과 교육과정 문서에 담긴 세계시민교육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양적, 질적 내용 분석 방법을 활용하였다. 양적 내용 분석은 세계시민교육의 주요 학습 주제와 관련된 키워드의 출현 여부와 빈도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수행되었으며, 질적 분석은 양적 분석 결과에 기반하여 우리나라 교육과정에 나타난 세계시민교육의 주요 관점을 확인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본 연구에서 수행한 내용 분석의 단계 및 절차는 [그림 1]과 같다.
1단계는 양적 분석의 단계로, 전술한 바와 같이 유네스코(2015)의 세계시민교육 학습 영역 및 주제를 분석 준거로 활용하여 각 교육과정의 성취기준 내용과 성취기준 이외의 제시 내용에 나타난 세계시민교육 관련 주요 키워드를 분석하였다. 연구진 각자가 개별 분석을 실시한 후, 차이가 나는 분석 결과에 대해 상호 재검토하여 이를 조정하였다. 1단계의 양적 분석을 통해서는, 세계시민교육의 학습 영역 및 주제별 비중을 파악하여 각 교육과정이 상대적으로 어느 영역 및 주제를 더 다루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세계시민교육 학습 영역 및 주제 관련 내용이 교육과정 문서에 어떻게 담겨 있는지를 판정한 세부 방법은 <표 7>과 같다.
반영 정도 | 판정 기준 |
---|---|
A | <표 1>의 세계시민교육의 학습 주제 관련 키워드가 ‘성취기준’과 성취기준 이외 내용*에 모두 제시된 경우 |
B | <표 1>의 세계시민교육의 학습 주제 관련 키워드가 ‘성취기준’에만 제시된 경우 (성취기준 이외 내용*이 ‘성취기준’ 이상의 구체화된 진술이 없는 경우 포함) |
C | <표 1>의 세계시민교육의 학습 주제 관련 키워드가 성취기준 이외 내용*에만 제시된 경우 |
세계시민교육의 학습 주제 관련 키워드가 성취기준과 성취기준 이외의 해당 성취기준 관련 진술에서 모두 나타나는 경우(A), 성취기준에만 나타나는 경우(B), 성취기준 이외의 다른 교육과정 문서의 내용에만 나타나는 경우(C)로 구분하였다. 이때, 하나의 성취기준이나 관련 내용이 1개 이상의 세계시민교육 학습 주제에 중복 판정되기도 하였다. 판정을 집계한 수치는 각 교육과정에 반영된 세계시민교육의 학습 주제별 비중을 파악하는 데 활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성취기준에 반영된 경우를 포함하여(즉, A 또는 B가 최소 1회 정도 집계된 경우를 포함하여), 3회 이상의 주제에서 중복 집계된 성취기준은 2단계의 질적 분석의 대상으로 선정하는 데 활용하기도 하였다.
2단계에서는 양적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세계시민교육의 학습 주제와 연관되었다고 3회 이상 집계된 성취기준 내용을 질적으로 분석하였다. 또한 ‘세계시민 (의식)’을 명시적으로 다루고 있는 성취기준과 그 외 제시 내용도 함께 분석하였다. 전자는 두 교육과정에서 중점적으로 또는 자주 다루는 세계시민교육의 주제가 담긴 성취기준 및 관련 진술을, 후자는 세계시민성을 보다 분명하게 다루는 성취기준 및 관련 진술을 질적으로 분석하고자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두 교육과정이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견지하고 있는 세계시민교육의 관점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2단계의 질적 분석은 개별적으로 진행한 양적 분석 결과를 공유하고 그 차이를 조정하는 과정과 함께 수행하였으며, 질적 분석의 과정에서 양적 분석 결과가 조정되기도 하고 이에 따라 질적 분석의 대상 텍스트가 변경되기도 하였다.
이후 3단계에서는 양적 분석 결과와 질적 분석 결과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두 분석의 내용이 맥락적으로 적절한 이해 또는 해석인지 최종적으로 검토하여 확정하였다. 또한 종합 분석의 결과는 양적 분석 결과를 집계·비교한 표와 다각형 그래프로 도식화하고, 질적 분석 결과를 발견 주제별로 유목화하여 한눈에 파악하기 쉽도록 나타냈다.
IV. 연구 결과
<표 8>은 세계시민교육 학습 주제가 반영된 2015 개정과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집계한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연구 방법에서 전술한 바와 같이, 포괄적으로 진술되는 성취기준의 특성상 하나의 성취기준이나 관련 내용이 1개 이상의 세계시민교육 학습 주제에 중복 판정되기도 하여, <표 8>의 각 교육과정의 학교급별 성취기준의 총 수와 전체 성취기준의 총 수는 <표 6>에 제시된 각 교육과정의 성취기준 총 수보다 많다.
* <표 7>에 따른 A, B, C 판정 결과 합산 수치이며, 하나의 성취기준 또는 성취기준 이외 내용이 1개 이상의 학습 주제에 중복 판정 및 집계된 결과를 포함함.
<표 9>는 <표 8>의 집계 결과에 기반하여, 각 교육과정의 학교급별로 세계시민교육의 학습 영역 및 주제의 상대적 비중을 제시한 것이다.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2015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과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의 성취기준 수가 다를 뿐만 아니라, 중복 판정 및 집계로 인해 교육과정 전체나 학교급 전체에 걸쳐 비중을 산출하는 것은 무의미하므로, 각 교육과정 내에서 학교급별로 세계시민교육의 각 학습 주제가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았다.
* <표 8>에 따라 중복 판정 및 집계된 성취기준의 총 수 대비 각 교육과정에서 학교급별로 비율을 산출함.
학교급에 따른 세계시민교육의 학습 주제별 비중을 한눈에 파악하기 위해 <표 9>의 결과를 도식화하였다([그림 2], [그림 3], [그림 4] 참조). 이를 통해 각 교육과정과 학교급에서 세계시민교육의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표 9>에 나타난 바와 같이, 두 교육과정 모두 인지적 영역이 다른 두 영역보다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 학교급 측면에서 살펴보면, 인지적 영역이 전체 영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51%,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54%로 절반 이상이다(<표 9>, [그림 2] 참조). 이는 교육과정에서의 세계시민교육 내용을 분석한 기존 연구들과도 부합한 결과이며, 인지적 측면이 가장 많이 포함될 수밖에 없는 교육과정 문서의 특성을 반영한다.
그런데 학교급별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으로의 변화 양상을 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나타난다. 먼저, 초등학교급에서의 비중 변화로, [그림 2]에 나타난 바와 같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인지적, 사회·정서적, 행동적 영역의 비중이 각각 37%, 37%, 26%로 비교적 균형을 이루다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각각 53%, 24%, 24%로 인지적 영역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사회·정서적 영역의 비중이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표 9> 참조). 반면, 중등학교급에서는 2015 개정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세 영역 간 불균형성이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등학교급에서 인지적 영역이 2015 개정 63%에서 2022 개정 51%로 그 비중이 줄고, 대신 사회·정서적 영역과 행동적 영역이 각각 27%에서 29%로, 10%에서 20%로 증가하였다(<표 9>, [그림 3] 참조).
[그림 4]는 세계시민교육의 학습 주제가 2015 개정 및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에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는지 분석한 결과이다. 전체 학교급 측면에서 살펴보면, 두 교육과정이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데, 인지적 영역 중 ‘지역·국가·세계 차원에서 공동체 간의 상호작용과 연계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 주제가 26%(2015 개정), 28%(2022 개정)로 가장 높은 비중을, 행동적 영역 중 ‘윤리적으로 책임감 있는 행동’, ‘참여하고 행동하기’ 주제가 2%~6%로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9>, [그림 4] 참조).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그림 2], [그림 3]의 영역별 결과에서 일부 알 수 있듯이, 교육과정 변화에 따라 초등학교급과 고등학교급의 양상이 대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표 9>, [그림 4]를 참조하여 학교급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초등학교급에서는 인지적 영역의 ‘지역·국가·세계 차원에서 공동체 간의 상호작용과 연계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 주제가 2015 개정 대비 2022 개정에서 19%에서 32%로 그 비중이 크게 증가하였으며, 사회·정서적 영역의 ‘차이와 다양성의 존중(11% → 6%)’, ‘다양한 차원의 정체성(14% → 6%)’, 행동적 영역의 ‘개인적·집단적으로 취할 수 있는 행동(19% → 15%)’ 주제는 그 비중이 감소하였다. 중학교급에서의 특징적인 점은 인지적 영역의 ‘지역·국가·세계의 체계와 구조(14% → 18%)’, 사회·정서적 영역의 ‘다양한 차원의 정체성(11% → 15%)’ 주제의 비중이 2015 개정 대비 2022 개정에서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고등학교급에서는 초등학교급과 달리, ‘지역·국가·세계 차원에서 공동체 간의 상호작용과 연계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 주제가 2015 개정 대비 2022 개정에서 37%에서 29%로 그 비중이 감소하였으며, 사회·정서적 영역의 ‘다양한 차원의 정체성(10% → 14%)’과 행동적 영역의 ‘개인적·집단적으로 취할 수 있는 행동(7% → 14%)’ 주제는 그 비중이 증가하였다.
요컨대, 2015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으로 넘어오면서, 초등학교급에서는 세계시민교육 측면에서 인지적 영역의 주제 비중이 상대적으로 강화되고 나머지 두 영역의 주제 비중이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고등학교급에서는 인지적 영역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사회·정서적 영역과 행동적 영역의 비중이 개선되면서 세계시민교육의 영역별, 주제별 학습에서 불균형성이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양적 분석 결과 자주 집계되는 성취기준과 세계시민성을 명시적으로 드러낸 성취기준을 대상으로, 두 교육과정이 견지하고 있는 세계시민교육의 관점을 질적으로 분석하였다. <표 10>, <표 11>은 양적 분석 결과, 세계시민교육의 학습 주제와 연관되었다고 3회 이상 집계된 2015 개정 및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의 성취기준 정보이며, <표 12>, <표 13>은 <표 10>과 <표 11>에 제시된 성취기준 이외에 ‘세계시민 (의식)’을 명시적으로 다루고 있는 성취기준과 그 외 제시 내용을 두 교육과정에서 각각 발췌하여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 A. B. C: <표 7>의 내용을 참조 바라며, 3회 이상 집계된 성취기준 정보를 정리한 것임.
※ A. B. C: <표 7>의 내용을 참조 바라며, 3회 이상 집계된 성취기준 정보를 정리한 것임.
※ <표 10>에 제시된, 세계시민교육의 학습 주제가 반영된 것으로 3회 이상 집계된 성취기준과 성취기준 해설을 제외하고 ‘세계시민 (의식)’이 직접적으로 언급된 부분을 정리한 것임.
※ <표 11>에 제시된, 세계시민교육의 학습 주제가 반영된 것으로 3회 이상 집계된 성취기준과 성취기준 해설을 제외하고 ‘세계시민 (의식)’이 직접적으로 언급된 부분을 정리한 것임.
<표 10>과 <표 11>에 나타난 바와 같이, 2015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에 비해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세계시민교육 특성이 강하게 반영된 성취기준의 수가 더 많았다. 세계시민성과 관련해서도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더 다양한 표현(세계시민, 세계의 시민, 다중적인 시민, 지구촌 구성원 등)이 등장하고, 더 자주 언급되었다. 또한 세계시민교육의 학습 주제 관련 키워드가 ‘성취기준’과 성취기준 이외 내용(예: 성취기준 해설)에 모두 제시된 경우(A)가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이 33개로 2015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의 15개보다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에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세계시민교육이 더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표 10>~<표 13>에 제시된 성취기준과 관련 진술을 바탕으로, 사회과의 영역별로 나타난 세계시민교육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지리 영역에서는 세계시민이 갖춰야 할 태도 및 자질로 지리적·환경적 차이로 인한 지역이나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수용할 것을 강조한다. 이는 Oxley & Morris(2013)의 개념적 유형 중 ‘문화적 세계시민성’에 기반하는 것으로, 세계화를 공간 스케일의 확장과 그에 따른 시민의 활동과 인식의 확장으로 보고, 과거와 달리 더욱 빈번히 직면하게 되는 국지적, 국제적 차원의 다양성을 다루는 자세에 주목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음으로 일반사회 영역에서는 세계화의 이면, 편견과 차별 문제, 사회 계층의 양극화, 빈곤, 사회적 소수자, 인권 문제 등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환기함으로써 ‘비판적 세계시민성’의 관점이 일부 드러난다. 다만 이를 다룰 때 체제나 구조적 측면보다는 개인이나 집단의 윤리적 상호관계를 강조하는 측면도 함께 나타나 ‘도덕적 세계시민성’의 모습과 혼재된 보습을 보인다.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의 자발적 참여나 협력, 거버넌스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사회적 세계시민성’의 입장을 견지하고자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역사 영역에서도 세계화의 성과와 과제,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확산과 경제 통합 등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과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강구하도록 함으로써 ‘비판적 세계시민성’의 관점이 엿보인다.
지리와 일반사회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세계시민성에 대한 관점은 Oxley & Morris(2013)의 ‘환경적 세계시민성’이다. 환경 문제와 지속가능발전, 지속가능성 의제가 인지적 영역, 사회·정서적 영역, 행동적 영역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언급되면서 세계시민교육과 지속가능발전교육의 강한 연계성이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성은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더욱 강화되었다. 유네스코는 지속가능발전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이 모두 SDGs의 세부목표 4.7에 포함된다고 밝히고, 양자 간의 유기적 연결성과 중첩성을 제시한 바 있는데 (유네스코한국위원회, 2018, p. 13; 2020, p. 12),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도 지속가능발전교육과 세계시민교육 관련 내용 간의 상호 연계성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세계시민성을 둘러싸고 지리와 일반사회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관심은 다중시민성 혹은 다중정체성을 상정하고, 한 개인의 정체성 내에서 이를 조화롭게 발현하는 데 있다. 일반사회 영역에서는 직면한 사회 또는 글로벌 문제에 대한 시민의 주체적 역할과 정체성을 직접적으로 다루면서 지역, 국가, 세계의 시민으로서의 자질과 역할을 강구하도록 한다. 지리 영역에서는 공간 스케일에 따른 시민의 다양한 역할에 관심을 두며 글로컬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정립하고자 하는 특징을 보인다.
한편 <표 12>, <표 13>의 ‘사회’ 과목 성격에서 알 수 있듯이, 두 교육과정 모두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을 대립적으로 보지 않고 연속적으로든 중첩적으로든 한 개인의 정체성 내에 양립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진술은 세계시민성을 지역·국가의 국지적 정체성과 대립적인 것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다중정체성에 기반하여 탄력적·역동적으로 작동하는 정체성이라고 주장한 장의선 외(2015)의 연구 결과에 부응하는 것이라고도 이해될 수 있다. 다만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으로 넘어오면서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보다 탈피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우리 민족의 역사, 우리 국토와 환경’이라는 표현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우리나라의 역사, 국토와 환경’으로 변경되어 민족 정체성 내지는 국가 시민성이 다소 약화된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다중시민성의 관점에서 세계시민성을 인식하고자 하는 경향성이 더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두 교육과정 모두 신자유주의적(혹은 연성적) 입장과 급진적(혹은 비판적) 입장 사이에서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자 중립적 표현을 견지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이는데, 이는 Shultz(2007)의 변혁적 접근을 강조하는 입장에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판적 세계시민성’ 관점에서 접근하면서도 해결 방안 강구에 있어서 ‘사회적 시민성’에 근거한다든지, 국제 경쟁력 확보 방안이나 세계화의 이점을 ‘경제적 세계시민성’ 관점에서 접근하면서도 그 이면에 잠재한 여러 국제 문제나 사회 문제를 경시하지 않도록 균형성을 추구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V. 결론 및 제언
2015 개정 및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에 나타난 세계시민교육 관련 내용 분석 결과를 요약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과에서의 세계시민교육 실행을 위한 과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세계시민교육의 학습 영역별로 비교 분석을 수행한 결과, 2015 및 2022 개정 교육과정 모두 초·중·고 전체 학교급에서 사회·정서적, 행동적 영역에 비해 인지적 영역이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변화를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초등학교급에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인지적, 사회·정서적, 행동적 영역이 비교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인지적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사회·정서적 영역의 비중이 감소하였다. 중등학교급에서는 2015 개정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으로 가면서 인지적 영역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사회·정서적 영역과 행동적 영역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세계시민교육의 영역별, 주제별 학습에서 불균형성이 개선되었다. 초등학교급에서 인지적 영역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급의 성취기준의 수가 대폭 감소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때 사회·정서적 영역으로 연계될 만한 학습 요소가 많이 소거된 것으로 이해된다. 초등학생들은 가치관과 태도 형성에 있어 중요한 시기이며, 세계시민성 함양을 위해서는 학습자들의 사회적·정서적 발달 초기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유네스코(2014, p. 39)의 권고에 비추어 볼 때 영역별 불균형성이 보완 및 개선될 필요가 있다.
둘째, 세계시민교육의 학습 주제별로 비교 분석을 수행한 결과, 두 교육과정 모두 ‘지역·국가·세계 차원에서 공동체 간의 상호작용과 연계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와 관련한 주제가 가장 높은 비중으로 다루어지고 있었다. 반면에 행동적 영역 중 ‘윤리적으로 책임감 있는 행동’, ‘참여하고 행동하기’ 주제가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세계시민교육이 여전히 지식 중심의 학습 활동에만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학생들이 세계시민으로서 자신의 선택과 행동이 어떻게 타인과 지구에 영향을 끼치는지 이해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세계시민성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과정 문서의 교수·학습 방법 관련 진술을 통해서라도 지적 소양 획득 측면에서 한 발짝 나아가 세계시민으로 행동하고 실천하는 측면을 강조하는 방안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셋째, 2015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에 비해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세계시민교육 특성이 강하게 반영된 성취기준의 수가 더 많이 나타났다. 또한 ‘세계시민’, ‘세계의 시민’, ‘다중적인 시민’, ‘지구촌 구성원’ 등 세계시민성과 관련된 표현이 보다 다양하게 등장하고 더 자주 언급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시민교육이 국제 사회의 주요한 교육 의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넷째, Oxley & Morris(2013)의 개념적 유형을 적용하여 사회과의 영역별로 세계시민교육의 특징을 살펴보면, 지리 영역에서는 ‘문화적 세계시민성’에 주목하며, 역사 영역에서는 ‘비판적 세계시민성’의 관점이 나타났다. 일반사회 영역에서는 전 세계적 이슈와 관련하여서는 ‘비판적 세계시민성’과 ‘도덕적 세계시민성’의 모습이 혼재되어 나타나며, 해결 방안 모색에서는 ‘사회적 세계시민성’의 입장도 나타났다. 지리와 일반사회 영역에서는 ‘환경적 세계시민성’의 관점이 공통적으로 드러나며, 세계시민교육과 지속가능발전교육 간의 강한 연계성이 나타났다.
다섯째,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으로 넘어오면서 국가주의적 관점을 탈피하고, 다중시민성의 관점에 입각하여 세계시민성을 인식하는 경향성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관점은 유네스코(2014)가 제안한 ‘탈중심화(de-centring)’ 접근법과 맞닿아 있다. 이 접근법은 지역과 세계를 연속체로 보고,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개인·지역·국가 및 세계 정체성을 동시에 가르치며, 다중정체성을 인정한다. 또한 학생들이 지역의 현안과 세계 문제를 관련지어 사고하고, 시·공간, 문화를 아우르는 공통점을 발견해 내며, 세계 공동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식과 기능을 갖추도록 한다(유네스코, 2014, p. 34).
마지막으로, 두 교육과정 모두 신자유주의적(혹은 연성적) 입장과 급진적(혹은 비판적) 입장 사이에서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 표현을 견지하고자 하는 노력이 나타났다. 이는 현실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세계화의 추세와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그 부작용을 극복하고 더 나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균형성 속에서 상정한 세계시민의 상이 모호하고 세계시민 의식을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 구체화되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즉 개인의 윤리와 태도, 시민 의식을 강조하거나 교류와 거버넌스를 통한 국제 협력을 말하고 있지만, 현실적 문제나 한계를 지적하지 않고 이상적인 모습만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 세계시민의 구체적인 상을 제시하고, 세계시민 의식을 실제로 어떻게 구현할지에 관한 보다 명확하고 구체화된 방안 제시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세계화의 흐름에 따라, 사회과 교육에서 세계시민성이나 이를 포함하는 다중정체성은 지속적으로 강조되어 왔으며, 이러한 노력은 교육과정 문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학교 현장에 현재 적용 중인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앞으로 적용될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살펴본 본 연구의 연구 결과에서도 두 교육과정에서 세계시민성은 사회과의 세 영역에서 모두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세 영역 모두 세계시민성이나 세계시민교육의 시대적 중요성과 필요성, 이에 대한 평가나 관심 이상의 그 무엇을 고찰한 결과를 교육과정에 담았는지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 즉,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함양해야 할 세계시민성의 지향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세계시민교육의 이론적 담론과 사회과 교육의 목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각 영역에서 산발적으로 관련 내용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세계시민성이라는 큰 개념을 중심으로 사회과 교육의 성격, 목표, 내용까지 유기적으로 세부 내용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사회과 교육의 곳곳에서 실행하고 있는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이 가능하고, 시대적·사회적 요구 및 합의에 따라 세계시민교육의 관점이나 실행이 상호 충돌하지 않으면서 스펙트럼의 양쪽 사이에서 적절한 지점으로 이동하거나 제3의 관점으로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