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2022년 12월 22일 교육부에서 2015년 이후 칠년 만에 새로운 교육과정을 발표하였다. 이 중 영어과에서 지향하는 궁극적 교육의 목표는 “영어 의사소통 역량”으로, 지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일상생활 및 다양한 상황에서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교육부, 2015, p. 3) 큰 틀에서 유지하며 시대적 요구에 맞춰 “학생이 삶과 연계한 실생활 맥락에서 영어를 습득하고 사용”하며(p. 2) “다변하는 미래 사회를 대비하여 언어와 문화의 배경이 다른 세계인과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역량을 기르는 것”으로 정의하였다(교육부, 2022, p. 5). 이는 영어로 스스로를 표현하고 적절한 맥락과 목적에 따라 의사소통하는 언어적인 측면을 넘어서 영어를 수단으로 다양한 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태도를 기르는 것에 더해 공동체의 문제를 협력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상위 능력을 강조하는 관점이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급변하는 시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핵심 역량으로 영어과 교육과정에도 반영되었다. 이러한 목표는 다양한 “영어 사용 공동체의 일원”들의(p. 2) 서로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강조한다.
한국의 교육과정은 1992년의 6차 교육과정에서부터 영어를 특정 국가의 언어가 아닌 국제어로서 기술하였다. 이후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용자와의 의사소통을 전제로 하는 등, 영어의 제한적인 사용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최근의 영어 사용 환경을 반영하고 있다(심영숙, 2020). 이와 같은 전제는 교육과정에서 제안하는 교수 학습법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말하기, 발음과 관련하여 특정 국가의 원어민과 같은 발음이나 억양의 영어를 구사하는 것보다 자유롭게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는 유창성을 강조하는 의사소통 중심 교수법, 정확하고 오류 없는 발화보다 문제 해결 능력을 강조하고, 교사의 즉각적인 오류 수정을 지양할 것을 제안하는 점 등으로 이어졌다.
기존의 표준 영어, 원어민 기준, 영어의 소유권, 넓은 범위로는 특정 영어 변이형이 우월하다는 식민주의적 사관이나 언어 제국주의 등을 재생산하지 않도록 ELF(English as a Lingua Franca)를 반영하는 교육과정의 변화는 긍정적이나, 20년이 넘는 지속적인 논의에도 실제 교실에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예: Galloway, 2018). 대표적인 문제로 국제어로서 영어는 너무 다양한 변이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학습자에게 모델이나 예시로서 제시할 특정 변이형을 결정하기가 어렵고, 무엇보다 목표로 제시하는 이해 가능한 의사소통이나 유창성과 같은 개념이 개개인에게 상대적일 수 있다는 점이 있다(Tavakoli, 2023; Tsang, 2019). 이처럼 핵심 개념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으며 이에 대한 실무자들의 이해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예를 들어 교사가 제공해야 할 의사소통의 맥락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Butler, 2011), 다양한 발음을 제시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혹은 명확한 교수 관련 지침을 받지 못하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Tsang, 2019). 이외에도 목적에 맞게 자료를 변경하고 개발하기 위해 교사의 노력이 지나치게 많이 요구되는 측면 또한 주요 요인으로 언급되었다(Chan, 2021, pp. 143-144).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여전히 많은 교수 자료에서 ELF의 반영은 극히 제한적이며(Galloway, 2018), 특히 한국, 홍콩 등의 교실에서 쓰이는 듣기 교수, 평가 자료에서는 특정 국가의 원어민 발음이 많이 제시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심영숙, 2020; Chan, 2014; Sung, 2016).
특히 ELF가 직접적으로 연관된 말하기, 듣기, 발음 교수에서 기존과 다른 활동을 적용하기가 어렵고, 관련 지원이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었다(Tavakoli, 2023; Tsang, 2019). 이는 지난 2015 개정 교육과정부터 언급된 ELF 특징의 실현 가능성과도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반복되는 “이해 가능한 발음”을 가르치고, 유창하게 말하고 글을 쓰도록 지도하며 즉각적인 오류 수정을 지양할 것 등의 제언이 ELF를 반영하고 있으나 해당 목표의 달성을 위해 적절한 설명과 자료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나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필요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한국의 새로운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영어 교육의 목표와 교수법, 특히 다양성에 대한 포용적 태도와 다양한 발음, 억양, 이해 가능한 의사소통 역량 등을 성취하는 방법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ELF와 이해 가능 정도에 관한 관련 연구를 바탕으로 첫째, 정확한 용어의 정의와 적용을 위한 예시가 제시되어 있는지를 분석하고, 둘째, 최근 문헌에서 언급하는 화자와 청자(학습자)의 요인, 평가 관련 요소를 바탕으로 적용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사안들을 보고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바탕으로 추후 교육과정 개발과정에서 고려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 답하고자 하는 두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II. 이론적 배경
영어는 국제 사회 공용어로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의사소통 혹은 상호작용의 수단이며(Seidlhofer, 2011), 많은 경우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는 2000년대 이후 한국의 교육과정에서도 지속해 언급되는 영어의 특징으로, 영어를 영어권 국가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세계인”과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매개로서 영어를 보는 관점은 World Englishes나 English as an International Language와 같은 관련 논의 중에서도 영어를 다양한 언어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용자들 간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정의하는 ELF, 즉 영어를 국제 공용어로 보는 관점의(Jenkins, 2006, 2012)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ELF에 따르면, 영어의 사용자가 국제적으로 크게 늘면서 영어 사용자의 모국어 배경이 다양해져 그 변이형을 단일화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2억 영어 사용자 중 3~4백만만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한다고 보는 등 비원어민 사용자의 수가 많아졌고(Jenkins, 2012), 그에 따라 원어민보다 비원어민 화자들 간의 상호작용이 더 흔해지면서 이제는 언어적인 변이와 문화적 다양성이 국제 의사소통에서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고 보기도 한다(Jenkins, 2006; Seidlhofer, 2011). ELF에서는 심지어 영어 모국어 화자들도 다양한 화자들과의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 기존에 사용하던 방법을 변경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Jenkins, 2012, p. 487), 이러한 적응성이 모든 영어 사용자에게 필요한 역량 중 하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ELF는 다른 언어 문화적 배경을 가진 영어 사용자들의 변이형을 인정하는 동시에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며 상황에 알맞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LF 관련 담화에서 자연스럽게 원어민 중심의 규범이나, 언어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특정 변이형의 우월성, 권위성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일찍부터 있었다(예: Jenkins, 2006; Widdowson, 2003). 같은 맥락에서 특정 국가 원어민의, 혹은 원어민과 같은 발음이나 악센트를 영어 학습자들이 성취해야 하는 목표로 제시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이어지며 “상호 이해 가능한” 말하기와 의사소통이 원어민처럼 말하기의 대안으로 제시되었는데(예: Derwing & Munro, 1997; Munro & Derwing, 1995, 1999), 이는 ELF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예: Jenkins et al., 2011). ELF에 따르면, 영어 학습자가 언어의 형태가 다양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변화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그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다 언어적이며 다중중심적인 태도(multilingual and pluricentric perspectives)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재정의된 영어 학습의 목표는 원어민처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화자와 다양한 맥락에서 적절하게 의사소통하는 것이다. 영어 사용자의 비중을 볼 때, 많은 학습자가 의사소통하게 될 상대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닐 가능성이 크며, 사용 맥락 또한 다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실 상황이나 실제 교수 자료에 ELF가 정의하는 새로운 영어의 역할과 학습 목표의 적용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예: Seidlhofer, 2011; Tsang, 2019). 교육과정에 도입하는 것은 첫째로 교과서 등의 교육 자료에 문화적, 언어적 모델로 제시하거나 평가와 학습의 기준으로 삼는 변이형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박혜순, 2010). 특히 다양한 변이형과 수많은 사용 맥락이 존재하여 교사 개인이 수업에서 제시할 예시를 선정하고 의사소통에 영향을 미치는 언어적 측면에 대해 판단하는 것의 어려움 등이 관련 문제로 언급되고 있다(Widdowson, 2018, p. 104). 또한 Seidlhofer에 따르면 이미 확립된 규범적 문법 규칙, 사전이나 교재와 같은 교육 자료들이 변화하고 있지 않고(p. 9), 특히 평가와 관련하여 적용의 어려움이 많아(예: Harding & McNamara, 2018; Shohamy, 2018) 지속적인 관련 연구가 요구된다.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원어민과 같은 발음이 예시로 사용되고(Chan, 2014; Sung, 2016), 교재, 교육과정, 평가에서도 빈번히 주요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는 점들을 참고하여(Tsang, 2019), 한국 상황에서의 적절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효과적인 적용 방안을 논의하기 전에 주요 용어의 의미, 특히 비원어민 화자의 이해 가능 정도나, 이해력, 악센트를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성취 목표로서 이해 가능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교수법의 실현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발음은 화자의 이해 가능 정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여겨지는데(Jenkins, 2000), 발음 연구에서 설명하는, 규범 영어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성취 가능한 목표로서 intelligibility와 comprehensibility의 의미와,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accentedness와 이를 인식하는 청자의 요인에 대한 내용을 제시한다.
일찍이 Munro & Derwing(1999)는 intelligibility는 청자가 화자의 말을 듣고 실제 이해하는 정도를, comprehensibility는 청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기가 쉽거나 어려움을, accentedness는 발화가 음운론적으로 원어민과 다른 정도를 의미한다고 정의하였다. 이후 fluency를 추가하여 용어를 재정의한 연구에서는 intelligibility는 화자의 의도대로 청자가 이해하는지를, fluency는 발화의 유창성을 의미한다고 하였다(Munro & Derwing, 2015). 이에 따르면 엄밀히 intelligibility와 comprehensibility는 다른 의미지만 이후 발음 교수나 ELF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두 용어가 엄격히 구분해서 사용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러한 혼용은 용어의 정의뿐만 아니라 측정 방법이나 관련 요소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의의가 크다.
예를 들어 Saito(2021)의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이해하기 쉬운 정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서 accentedness와 관련하여 comprehensibility를 사용하였는데, 리듬, 강세와 intelligibility의 연관성에 관한 Hahn(2004), 다양한 영어 변이형의 intelligibility를 측정하는 방법을 정리한 Kang, Thomson & Moran(2018)은 intelligibility를 주로 사용하였다. 또 다른 메타 분석에서 Saito & Plonsky(2019)도 원어민과 같은 발음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intelligibility를 사용하였다. 이후 Munro & Derwing의 다른 연구에서는 intelligibility를 원어민과 같은 발음과 비교하거나, 발음 교수의 목적으로 언급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comprehensibility를 포괄하는 의미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2011). 좀 더 최근의 논문에서 Munro & Derwing(2015)은 intelligibility와 comprehensibility가 모두 중요하고, intelligibility는 상호작용의 결과물로, comprehensibility는 청자가 이해하는 과정과 더 연관이 있다고 설명하며 연구자들이 용어를 통일해 사용할 것을 주장하였다(p. 15). 이와 같은 용어의 혼용은 많은 연구에서 명확한 설명 없이 이해 가능한 발화나 이해 가능 정도를 단어의 의미대로 해석하여 발음 교수의 목적으로서 언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의할 만한 내용은 많은 연구자가 개념으로서 intelligibility를 구체화하기 어렵다고 언급하면서도 해당 용어의 명확한 이해와 성취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이는 학습 목표로서 용어를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특히 평가의 측면에서도 명확하지 않은 용어의 사용은 평가 대상과 기준이 불분명하여 근본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Shohamy, 2018).
한국 상황에서 실시된 ELF 관련 연구가 많지 않으나, intelligibility를 “영어 발음 이해도”로 번역하고 관련 연구를 정리한 서진아와 윤여범(2018)에서 “청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발화하는 것을 강조하는 점을 볼 때 comprehensibility를 내포하는 의미로써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연구에서 언급한 아홉 가지의 관련 국내 연구에서도 intelligibility와 comprehensibility의 사용이 혼재되어 있음이 나타났다(p. 66). 이외 한국인 청자의 다양한 영어 억양 이해도에 대해 연구한 박소영(2018)도 용어의 개념에 관해서는 기존 연구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으며, 논문 전반적으로 intelligibility를 주로 사용하였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말하기 평가와 관련하여 언급한 맥락, “발음 평가 시에는 원어민과 같은 발음보다는 이해 가능한(intelligible) 발음을 추구하는 채점 기준을 적용하도록 한다.”에서(p. 31), 명확한 정의 없이 원어민과 같은 발음의 대안으로, 포괄적인 의미로 쓰인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이해 가능 정도”라는 개념은 한국 상황에서 원어민과 비교하여 학습자의 모국어 특성이 반영된 억양이나 악센트가 있더라도 청자의 이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초기의 ELF 연구는 다양한 맥락에서 효과적인 의사소통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언어적 요소를 찾고자 하는 시도로 이어졌다. 관련 예시로는 Jenkins(2000)의 Lingua Franca Core(LFC)나 Seidlhofer(2004, 2007)의 의미 전달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치지 않는 특정문법 요소와 어휘의 종류를 코퍼스 분석을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하려는 시도 등이 있었다. 예를 들어 3인칭 단수나 관사, 전치사 등은 비원어민 화자가 정확히 활용하지 않더라도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다. 이는 교육적 의미가 큰데, 해당 오류가 비원어민 화자로서의 특징을 드러낼 수는 있으나 의사소통에 영향을 미치는, 반드시 교정이 필요한 종류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한 비규범적인 언어의 사용은 오류가 아니라 국제화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합당한 변화의 일부이다(Seidlhofer, 2011, p. 24). 이후 ELF 연구는 특정 형식이나 언어의 형식을 정리하는 것보다 다양한 환경과 맥락에 따라 유동적으로 발생하는 상호작용의 특성을 인정하며(Baker & Jenkins, 2015; Jenkins et al., 2011) 효과적인 의사소통 능력 함양에 집중하는 것으로 자리 잡았다(Jenkins et al., 2011, p. 296). 최근의 연구자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일관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예시나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연구의 목표가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Jenkins et al., 2011; Seidlhofer, 2011). 이는 서로 다른 맥락에 적절한 ELF 교수법에 대한 지역 연구의 필요성과 연관이 있는 부분이다.
비원어민 영어 사용자의 이해 가능 정도에 관한 연구는 특히 accentedness, 즉 모국어의 영향을 받은 악센트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밝혀내고자 하는 다수의 시도로 이어졌다. 많은 연구에서 일찍부터 모국어의 영향을 받은 악센트를 가지고 있더라도 비원어민 화자의 이해 가능 정도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Derwing & Munro, 1997; Hahn, 2004; Munro & Derwing, 1995). 이는 악센트가 강한 것과 관계없이 학습자가 다른 요소를 개선해 이해 가능 정도를 향상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후 연구는 발화의 언어적 특징뿐만 아니라 청자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이해 가능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로 이어졌다(Munro & Derwring, 2015). Saito(2021)의 메타 분석에 따르면 음운론적 요소부터, 단어 강세와 억양, 말의 빠르기, 정적의 빈도, 길이, 위치 등이, accentedness에는 음운론적, 운율적 요소, 혹은 두드러지는 정도(degree of saliency) 등의 영향이 보고되었다(pp. 869-870). 이러한 발화의 특징 이외에도 청자들의 배경, 특히 비원어민 청자나 영어 학습자들의 특정 변이형에 대한 편견이나 부정적인 태도가 이해 가능 정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청자가 특정 발음이나 억양을 사회적 지위나 인종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 발화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Kang & Rubin, 2009). 예를 들어 Kang & Yaw(2021)는 여러 배경 요소 중에서도 청자의 다양한 억양에 대한 노출 경험, 해외 학습 경험, 외국어 학습이나 교수 경험 등이 발화를 이해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였다(also Saito, Tromfimovich, Isaacs & Webb, 2016; Saito & Shintani, 2016; Shintani, Saito & Koizumi, 2019). 청자 연관 요소를 조절할 수 있는 요인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으나, Kang, Rubin & Kermad(2019)가 보고한 평가자들의 부정적인 태도를 조절하는 짧은 교육의 효과를 참고할 수 있다. 해당 문제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학습자들의 편견이나 사회적으로 확립된 특정 영어 변이형에 대한 통념을 이해하고, 이러한 요소의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억양과 악센트에 대해 비원어민 청자가 원어민 청자보다 더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을 보였는데(Kang, 2012; Kang, Rubin & Kermad, 2019), 이는 교실 상황에서 발음을 기준으로 교사의 자질을 판단하는 문제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미 기존의 연구에서 ESL 학습자들이 미국식 혹은 영국식 억양의 교사를 좋은 교사 혹은 더 교육받은 교사라고 인식하는 태도가 종종 관찰되었다(Kang, 2015; Llurda, 2009; Scales et al., 2006). 이러한 학습자 경향은 홍콩 등에서 실시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Tsang(2017)에 따르면 몇몇 학생들은 비원어민 교사의 악센트를 “ugly”라고 묘사하거나 심지어 교사의 자격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등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also Butler, 2007; Chun, 2014; Llurda, 2009; Tsang, 2020). 학생들이 ELF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경우에도 다양한 영어 변이형을 수업에서 예시로 제시하거나 교사가 미국식, 영국식 이외의 변이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모델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보고도 있었다(Sung, 2014). 이처럼 학습자가 특정 발음이나 변이형을 선호하는 경우, 교사가 사용하는 영어의 이해 가능 정도나 수업에서 제시하는 변이형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언급되고 있다(Lindemann, 2005; Lindemann & Subtirelu, 2013).
이러한 학습자 경향은 한국 상황에서도 비슷했는데, 제한적인 연구에 따르면 여전히 북미식 영어가 이상적인 학습 목표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효정(2021)은 77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학생들이 전공에 상관없이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영어를 문화권을 불문하고 사용되는 ELF로서 인지하고 있음을 보고하였다. 그러나 이상적인 학습 환경에 대한 답변에서 다수의 학생이 여전히 미국과 영국으로 대표되는 영미권 국가를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영어가 특정 국가에 한정되는 것으로 여기는 편견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영어 소유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한국의 트위터와 기사 등 미디어에서 “원어민”과 “네이티브” 두 단어를 언급하는 맥락을 분석하는 연구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Ahn, Choi & Kiaer, 2020). 한국 학습자의 특성에 대해 더 연구가 필요하나, 학생들의 인식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경우 영미식 영어를 우월하다고 여겨지고, 성취해야 할 목표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학습자 경향이 한국어 악센트를 가진 교수자나 다양한 언어 변이형을 제시하는 수업 자료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Tsang, 2017, 2020) 한국 상황을 고려한 교수 학습법에 대한 제언이 필요하다.
III. 연구 방법
2022 영어과 교육과정에서 언급된 ELF 관련 요소들을 찾고 분석하기 위해 한국어 텍스트 분석을 지원하는 오픈 소스 프로그램인 KH Coder 3(Higuchi, 2017)을 사용하였다. 먼저 단어가 언급된 빈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ELF와 연관된 명사들을 분류하고 각각의 빈도수를 확인하여 문서 내 중요도를 구분하였다(예: “학습”(2,548), “다양”(848), “활용”(594), “문화”(506), “의사소통”(329) 등). 이후 빈도수가 높지 않았으나 문헌에서 주요 단어로 분류된 “발음”(13), “유창”(15), “정확”(42), “오류”(71), “이해 가능”(23), “다양성”(38), “세계 영어”(World Englishes)(24) 등을 분석 대상에 추가하였다.
다음으로 교육과정 전체에서 언급 빈도 상위 100개 단어를 동시 발생 관계(co-occurrence network)를 활용하여 단어 간 연관성을 분석하였다. 동시 발생 관계는 내용 분석에서 일찍부터 활용된 방법이다(Osgood, 1959). 첫 번째 실행 후 의미가 없으나 포함된 단어나 특수 문자들을(예: 및) 제거하고, 한 단어처럼 쓰인 단어들을 복합어 처리하며(예: 성취 기준, 고려 사항 등) 단어 간의 유의미한 연관성을 볼 수 있도록 분석을 반복 진행하였다 ([그림 1] 참고).
[그림 1]에서 2022 영어과 교육과정의 핵심 내용 중 ELF와 연관된 단어 간의 관계를 파악하였다. 빈도수를 기준으로 “학습”, “제공”, “목적”이 중심이 되는 관계망에서 관찰된 것들로, 예를 들어 “학습-대하다-문화-태도, 문화-의사소통-방식,” “목적-전달-(정보),” 전달-의견 -교환,” “목적-글-(파악)-말-(쓰다)” 등을 포함한다. 이는 의사소통 수단 이상으로 문화적인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기르는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영어를 사용하는 역량을 기르고자 하는 ELF의 특징을 반영한다. 단어의 적합성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각각의 단어가 사용된 맥락을 확인하였다. 예를 들어 학습과 연관된 “활동”과 같은 단어는 맥락을 살펴보면 “표현 활동,” “듣기와 읽기를 연계한 활동,” “유의미하고 다양한 학습 활동,” “의사소통 활동,” “교수 학습 활동” 등으로 일관성 없이 다양한 교실 내 학습 활동을 묘사하기 위해 쓰이고 있어 연관 단어로 선택되지 않았다. 반면 “목적”은 “목적/수준/맥락에 맞게/는” 등과 더불어 “정보 전달”이나 자신의 “의견 교환”을 영어 사용의 목적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연관 단어로 분류하였다 ([그림 2]).
위와 같은 빈도, 동시 발생 관계 분석을 고등학교의 선택 중심 교육과정을 제외한 공통 교육과정의 전반부에(p. 80까지) 대해 반복 실시하였다. 이는 전체 306쪽 중 반 이상을 차지하는 열한 개의 고등 수준 선택과목에 대한 설명에서 동일한 문장이 유의미한 추가 내용 없이 단순 반복되는 경우가 있어 단어 빈도를 기준으로 분석하는 해당 연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등 선택과목 영어 I의 교수, 학습 및 평가에서 첫 번째 항목인 “깊이 있는 학습을 통해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함양하도록 지도한다. 학교급 및 전체 교육과정을 고려하여 내용 관련 배경지식과 맥락을 최대한 제시하고, 사회적인 목적과 실생활에의 적용 가능성이 잘 드러나는 의미 중심 의사소통 과업을 제공하여 학습 몰입감과 흥미를 높인다.”는 이하 모든 고등 선택과목에서 10회 반복되었는데, 이러한 반복은 다른 유의미한 반복이 드러나지 않게 하는 등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교육과정 마지막에 제시하는 60쪽에 달하는 별표도 주로 어휘, 예시문, 언어형식의 예시 등을 영어 원문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이와 같은 고등 선택 과목에서의 반복을 제거한 후 실시한 동시 발생 관계 분석의 결과는 [그림 3]에서 제시하였다(Jaccard coefficient > .241).
[그림 3]에서는 단어 간의 관계가 다소 산발적이나, [그림 1]과 다른 세 가지 유의미한 관계가 관찰되었다. 첫째, 상단의 “문장”을 중심으로 “문장-단어-어구,” “단어-소리-철자”와 둘째, “다양”과 연결된 “사용-상호-작용“과 “사용-언어-문화-의사소통”, 셋째, “일상생활-주제- 친숙-접하다”를 포함한다. 첫 번째는 이전의 분석에서 드러나지 않았지만, 영어과에서 다루어야 하는 핵심 목표 요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해 가능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강세나 리듬, 억양을 가르치는 것에 더불어 다양한 영어 변이형, 즉 다양한 발음과 억양을 제시하도록 하는 ELF의 특징과도 연관이 있어 관련 교수법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맥락에서 연관이 있을 수 있는 “언어-형식-어휘- 따르다”가 ([그림 1]에서는 학습-영어의 연관 요소로 포함됨) [그림 3]에서는 “관련-어휘”로 단독으로 발생하는 것은 교육과정 내에서 요소 간의 연계성에 대해 의미하는 바가 있을 수 있다. 다양을 중심으로 하는 두 번째 관계에서는 다양한 영어 사용자들과의 의사소통, 상호작용을 목적으로 하는 영어의 기능을, 세 번째는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교육과정이 제시하는 교수법에 대한 이해를 돕는 부분으로 분석하였다. 반면 [그림 1]에서 “글,” “전달,” “맞다”를 연결하는 중심 단어였던 “목적”은 [그림 3]에서는 “글,” “담화,” “상황,” “사회”같이 새로운 단어들을 연결하거나, [그림 1]에서 “학습”의 하위 요소였던 “활동,” “지도”는 [그림 3]에서는 단독으로 발생하는 등 몇몇은 교육과정의 일부만 분석하였을 때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두 번의 빈도분석과 동시 발생 결과를 상호보완적으로 분석하였다.
[그림 1]에서 분석에 포함된 단어는 학습을 중심으로 파생된 관계 중 이해(534), 사용(350), 활용(594)으로 이어지는 다양(848)에 더해, 태도(248) 와 의사소통(329)-방식(194)으로 이어지는 문화(506)를 중심으로 하는 관계, 이외에 평가(1,082), 교사의 역할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328)와 제공(325)으로 이어지는 관계 등이다. 단독으로 발생한 관계 중 정보(377)-전달(216)-의견(165)- 교환(97), 글(623)-파악(259)으로 이어지는 목적(405)도 포함한다. [그림 3]에서 드러난 교육과정 부분 분석에서는 활용-다양, 사용, 언어(515), 문화, 담화(110), 상황(213)으로 이어지는 목적, 그리고 단독으로 발생하는 철자(33)-소리(35)-단어(159)-문장(142)과 하위 요소인 강세(22), 억양(25), 리듬(22), 그리고 태도-가치(81)를 포함하였다. 이외 언급 빈도가 낮지만, 문헌 연구를 통해 높은 연관성을 가지는 단어는 세계영어(24), 정확(42), 오류(71), 이해 가능(23), 발음(13), 운율(6), 유창(15), 다양성(38), 전략(255)이 있었으며, 사용 맥락을 직접 검토하였다.
IV. 결과 및 논의
내용 분석에 따라 영어과 교육과정에서 드러난 ELF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습과 연관된 관계망에서 교과 목표는 다양한 문화를 대하는 포용적인 태도를 기르며, 다양한 영어 사용자들과의 의사소통 방식을 이해하는 능력을 포함하는 등 도구로서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학습에서 능력으로 이어지는 관계망에 따르면 목적에 따라 영어를 활용, 이해, 사용하여 적절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영어 능력은 둘째, 목적을 중심으로 하는 관계망에서 글의 의미를 파악하거나 글을 쓰는 능력에 더해 정보나 의견을 제시, 교환하는 능력으로 묘사되었다. 구체적으로 언어의 형식, 어휘를 알아야 하고, 특히 말하기의 측면에서 철자와 소리의 관계를 이해하고, 단어, 어구, 문장의 억양, 강세, 리듬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강조되었다. 후자의 음운론적 요소는 이해 가능 정도에 대한 연구 결과와 일치하였으나 언어의 형식, 어휘의 ELF와의 연관성은 명확하지 않았다. 셋째로 교육과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대되는 교사의 역할은 적절한 자료나 기회, 피드백을 충분히 제공해 학습자가 적극 참여하며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복 강조되는 교수법으로는 친숙한 주제를 사용하고,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하는 활동을 활용할 것 등이 있었으나 언급 맥락을 보았을 때 이는 의사소통 중심이나 과업 중심 교수법의 영향을 받은 내용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예: 실제적인 자료, 실제성). 결과적으로 교육과정에 따르면 영어과에서는 학습자의 실제 맥락을 이해하고, 다양한 영어 사용자들의 문화적인 배경을 고려하여 목적에 맞게 의사소통하고, 적극적인 학습 활동에의 참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등을 기를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적용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 즉 이해 가능 정도나 정확성, 유창성 등 관련 용어에 대한 정의와 설명의 부재가 관찰되었다. 이에 더해 강조하는 다양한 의사소통의 상황을 제시하거나 긍정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기르기 위한 교수학습 방법에 관한 정보는 부족하였다. 정확한 발음이나 사용에 대한 대안으로서 이해 가능 정도와 관련된 교수법을 이해하기 위해 발음, 강세, 리듬, 운율 등의 사용 맥락을 살펴보았으나 목표 변이형 선정이나 실제 수업에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나 정보를 찾지는 못했다. 반면 이해 가능, 유창성, 정확성 등이 함께 사용된 평가와 관련하여 [그림 1], [그림 3]에서 높은 언급 빈도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관계의 단어가 관찰되지 않는 것은 평가와 관련한 제언의 해석이나 적용에 있어서 일관적으로 참고할 만한 정보가 없음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그림 1]에서 관련 내용은 “학생들의 다양한 수준을 고려하여 평가한다.” 가 유일하나,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으며 ELF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 않다. 마찬가지로 모든 오류를 교정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은 ELF와 일치하였으나, 오류를 판단하는 기준이나 변별력이 요구되는 실제 평가에의 적용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국 상황의 특수성이나 한국 학습자들의 특정 변이형에 대한 인식과 같은 청자의 요소 등을 고려하지 않은 일반적인 조언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점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
교육과정 초반의 영어 교수 목표, 각 학교급, 고등 수준의 과목에서 세부 목표를 기술하는 부분이나 성취기준을 해설하는 부분에서 공통으로 매개로서의 영어의 기능이 강조되었다. 이러한 관점은 영어-다양-(사용, 이해)나 영어-활용, 영어-대하다-(문화-태도)-의사소통- 방식과 같은 관계망에서도 드러난다. 초등, 고등 수준의 예시를 아래에서 제시하였다.
예시 1. 초등 수준 관련 예시
1.1. …존중과 배려의 태도로 상대방의 말을 수용하거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듣기의 태도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초등 3~4학년 이해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사항 중, p. 12)
1.2. [6영01-10] 이 성취기준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가치, 태도와 관련된 것으로, 일상생활 주제나 문화에 관한 담화나 글을 듣거나 읽으면서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나라와 다른 문화권의 다양한 의사소통 방식과 생활양식을 수용하는 것을 포함한다.(초등 5~6 이해 성취기준 해설 중, p. 15)
예시 2. 고등과정 기본영어 세부 목표(pp. 60-61)
2.1. 영어 교과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래 사회를 대비하여 언어와 문화의 배경이 다른 세계인과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본영어’는 다음과 같은 세부 목표를 설정한다.
2.2. 첫째, 실생활 중심의 친숙한 주제에 대하여 영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한다.
2.3. 둘째 , 기본적인 영어 학습에 대한 지속적인 동기를 가지고 효과적인 학습 전략을 활용하여 자신의 진로에 적합한 영어 학습을 수행하고 이를 스스로 성찰한다.
2.4. 셋째, 지역⋅국가⋅세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공감, 배려와 관용, 문화 정체성, 언어 및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포용 능력을 갖추고 영어를 통해 공동체의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 한다.
2.5. 넷째, 다양한 매체 정보를 수집하고 정보 윤리를 준수하여 목적에 맞게 활용한다.
2.6. 다섯째, 영어로 표현된 다양한 자료와 작품 등을 통해 인간에 대한 공감적 이해와 심미적 감수성을 기르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사회인으로서의 필요한 자질을 키운다.
예시 1의 초등 수준 성취기준 해설은 두 가지의 교과 목표를 반영하고 있다. 첫째는 영어를 사용하여 영미권 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다양한 언어,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고, 둘째는 다양성에 대해 포용적인 태도를 기르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공통 교육 목표, 즉 공동체 일원으로서 갖춰야 할 중요한 부분으로 강조되고 있다. 이 중 첫 번째 항목이 영어 사용자가 지니는 다양성, 즉 그들의 문화적인 특성과 서로 다른 형태의 영어의 활용을 이해하는 ELF의 특징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동일한 내용을 예시 2.1, 고등과정의 세부 목표에서도 반복하고 있으며, “의사소통하는 역량”이 (의사소통의 329번 발생 중) 14회 언급되었다.
예시 2를 통해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언어적인 내용을 습득한 후 영어를 활용하여 상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어 사용 능력을 일차적인 목표로써 직접 언급하는 부분은 2.2의 의사소통 역량이며, 2.4에서는 협력적인 태도를 기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발전하였다. 이외 자기 주도적 학습과 그에 관한 성찰(2.3), 목적에 따라 영어로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2.5), 나아가 영어를 통해 다양한 (외국의) 작품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상위 가치 실현을 가능하게 하는(2.6) 매개로서 영어의 활용이 다양하게 언급되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러한 영어 능력의 활용은 특히 고등 수준에서 반복 언급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2.6에서의 공감적 이해와 심미적 감수성은 예시에서처럼 다양한 문화 혹은 다양한 작품, 그리고 포용적인 태도와 연관해 고등 과정 과목에서 12회 언급되었다.
원어민과 같은 발음의 대체 목표로 언급되었던 이해 가능 정도, 유창성, 정확성의 발생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며, 용어의 정의나 추가적인 설명은 관찰되지 않았다. 해당 단어들은 서로 연관지어 사용되었는데, 예를 들어 전체에서 534번 발생한 “이해” 중 “이해 가능”은 고등 수준 과목의 해설에서 23번 관찰되었으며 대체로 다음의 네 가지 형태로 반복되었다.
3.1. 정확성보다는 이해 가능한 정도의 말하기나 쓰기를 강조하고, 적절한 내용을 자신감을 가지고 말하거나 쓸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어 평가한다.(pp. 45, 52, 59, 67, 73, 79, 106, 132, 146, 148, 173)
3.2. 방송, 웹 기반 동영상, 사회 관계망 서비스 등 다양하고 익숙한 매체를 통해 제공되는 이해 가능한 듣기 및 읽기 자료를 활용함으로써 학습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높이고 동기를 강화한다.(pp. 64, 70)
3.3. 학습자가 유의미한 의사소통 중심의 쉽고 이해 가능한 활동을 통해 점진적으로 유창성을 기를 수 있도록 지도하고, 실제적인 상황에서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의미를 전달하거나 교환할 수 있는 능력을 단계적으로 기를 수 있도록 지도한다.(pp. 136, 152, 165, 177)
3.4. 학습자에게 정확성보다는 이해 가능한 정도의 발화를 강조한다. 의사소통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발화 시 오류에 대한 즉각적인 수정을 피하고, 상황에 따라 이해 가능한 수준의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교사, 동료, 학습 자료 등의 도움을 받아 학습자가 오류를 수정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pp. 162, 202)
예시 3은 이해 가능이 쓰인 두 맥락을 보여준다. 첫째는 평가와, 둘째는 학습을 위해 교수 자료나 활동,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해 가능한 말하기와 쓰기를 정확한 발화(3.1, 3.4), 유창성(3.3)과 비교 언급하는 점에서 교육과정에서 해당 용어를 “(완벽하거나 정확하지 않더라도) 청자가 이해하기 쉬운”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정확성이 첫 번째 평가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하는 부분인데, 해당 내용이 평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적용을 위해 먼저 교육과정에서 의미하는 정확성에 대한 의미와 범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유창성, 이해 가능 정도와 대조적으로 쓰이는 맥락에서(총 26번 발생 중 23번) 정확성을 어휘나 표현, 문법의 규범적인 사용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림 1]에서 관찰된 구체적인 언어학적인 목표, 예를 들어 소리와 철자의 관계에 대한 이해나 단어, 어구의 사용하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 오류까지 유창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이후 추가적으로 문헌에서 제시하는 유창한 영어의 사용이나 이해 가능 정도가 평가 기준이 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은 언급되지 않았다. 첫째로, 이해 가능 정도의 상대성, 즉 청자에 따라 발화를 이해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 있다. 그뿐 아니라 한국어 사용자들 간의 이해 가능 정도가 다른 변이형을 사용하는 화자와도 상호 이해 가능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예: Saito, Tromfimovich, Isaacs & Webb, 2016; Shintani, Saito & Koizumi, 2019)도 고려되지 않았다. 둘째, 평가의 지표로 활용될 수 있는 관련 요소에 대한 연구 결과, 즉 음운론적 요소, 강세, 억양, 발화의 속도나 정적의 빈도, 정적의 길이 등의(Suzuki, Kormos & Uchihara, 2021) 언급은 없었다. 평가의 대상과 목적이 기존과 많이 다른 ELF의 특성을 고려하였을 때(Shohamy, 2018)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의 제시가 필요하다. 이는 이해 가능 정도와 연관 요소에 대한 기존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논의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두 번째 평가와 관련한 부분은 3.4에서 언급하는 발화에서 오류 판단 기준과 오류 발생 시 교사의 대처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규범적으로 어휘, 언어 형식 등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의사소통을 달성할 수 있다면 수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ELF의 관점을 고수하고 있으나, 이는 위에서 언급한 상대적인 개념으로서 이해 가능 정도에 대한 정의를 확립 후 논의해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경우라는 전제는 “전략적 역량, 적응성, 과제 성취의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는 ELF의 흐름과도 일치하지만(Brown, 2014; Elder & Davies, 2006), Jenkins & Leung가(2013) 언급한 각기 다른 맥락에서 학습자에게 “효과적이고 성공적인 의사소통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고찰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p. 4).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학습자가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의사소통 맥락에 대해 이해하고 관련 변이형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접근법을 예시와 함께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ELF에서의 평가와 관련해서 현재 참고할 수 있는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며 일관적이지 않으므로 한국의 학습자와 교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예를 들어 Harding & McNamara가(2018) 지적하였듯 결과물로써 유창성을 평가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전략 활용 능력, 즉 자기 수정, 재구성, 반복이나 바꿔 말하기 등을 평가하는 것도 평가 기준을 확립하기 위한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으며(p. 574) 이 외 학습자들을 짝이나 그룹을 지어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Taylor & Wigglesworth, 2009). 이러한 평가 방법이 한국의 초, 중, 고등 상황에서 적용이 가능할지에 대한 연구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현상으로서 ELF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교실 상황에서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관련 연구, 특히 언어학적 다양성, 오류 수정과 같은 측면에서 명확한 논의가 필요하나(Galloway, 2018) 교육과정에서 필요한 내용이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다. 아래에서 교육 현장에서 평가의 중요성을 기반으로 평가 관련 내용을 살펴보고 ELF와의 연관성, 실현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였다.
예시4. 중학교 1~3학년 나. 평가(p. 27)
4.1. (다) 학습 성과에 대한 평가는 학습한 내용을 새로운 상황과 맥락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둔다. 배운 내용의 단순 확인에서 탈피하여 학생이 학습한 영어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상황에서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는지를 평가 한다. 이를 위하여 성취기준을 기반으로 학습 내용을 적용할 수 있는 실제적이고 새로운 맥락과 상황을 제시하여 학생의 영어 수행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4.2. (마) 학습자의 다양한 특성 및 영어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평가를 시행한다. 학생의 학습 스타일, 정의적 특성, 영어 수준 등을 고려한 다양한 평가 방식을 마련하여 학생 맞춤형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특히 학습 부진을 겪고 있거나 성장 속도가 느린 학생이 단일 평가 방식으로 인해 학습 의욕 저하 및 이탈을 경험하지 않도록 평가 방안을 마련한다.
4.3. (사)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개별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한다. 교사는 평가 결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하고 교수⋅학습에 환류하여 수업을 개선한다. 또한 상세한 맞춤형 피드백을 학습자에게 제공하여 학습 성장을 돕는다.
예시 4는 중학 수준에서 평가 방향에 대한 일곱 가지 중 실제 평가와 관련하여 교사가 참고할 수 있을 세 가지 항목을 선택 제시 하였다. 이중 ELF의 전략적 역량을 반영하는 내용은 4.1(다)의 배운 내용을 새로운 상황에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라는 부분이 유일하다. 이하 4.2(마)와 4.3(사)에서 언급된 학생 맞춤형 평가와 피드백 제공, 학습자의 흥미 유발에 관한 내용도 강조되고 있으나, ELF와 직접 연관이 있는 평가 요소로 보기는 어렵다. 해당 목록 이하 “평가 방법”에서 부가적으로 열네 가지의 제언을 하고 있는데(p. 28), 예시 4에서와 유사하게 “... 영어 능력을 다각도로 평가할 수 있도록 다양한 평가 방법을 활용”하거나 “목표, 내용, 과제 유형, 채점 기준 등을 명확히 한 후에 실시한다.” 등과 같은 포괄적인 수준에 그쳤다. 구체적인 평가 목표, 도구, 방법 등에 관한 언급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각종 보충 자료 및 디지털 프로그램,” “실제적인 의사소통 맥락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음성 녹음, 음성 인식, 챗봇, 화상 회의 등)을 활용”이 있었다. 이는 AI나 LLM(Large Language Model)과 같은 최신 기술의 활용을 적극 권장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나 “실제 맥락”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능을 제외하면 평가에 활용 가능한 방법으로 보기 어려워 보인다.
기타 평가 방법으로는 지필, 수행 평가 이외에도 자기 평가와 동료 평가, (말하기와 쓰기의) 통합 평가, 수행 평가, 혹은 면접이나 과업(역할 놀이, 조사 활동 등), 서답형 문항이나 포트폴리오 등이 제시되었으나(초등 5~6 표현 성취기준, p. 18) 즉각적으로 수업에 활용이 가능한 수준의 예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채점”과 관련해서는 분석적, 총괄적 채점을 적절히 사용한 평가나 명확한 채점 기준을 성립한 후 실시하기 등의 조언이 반복되었다. “채점 척도”는 초등 5~6 수준의 표현 관련 고려사항 중 단 한 번 언급되었는데, 그 맥락은 다음과 같다: “말하기 쓰기 평가를 위한 채점 척도는 일반 평가 원리에 의한 척도를 응용하거나 과업에 적합한 척도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고, 표현 능력을 발현시키고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할 수도 있다. 말하기는 발음, 어휘, 내용 등에 대하여, 쓰기는 철자와 구두점, 어휘, 내용, 언어 형식 등에 대하여 세부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학습자에게 충분히 안내한 후에 평가를 실시한다”(p. 19). 해당 항목에서 첫째, 평가 요소 즉 발음, 어휘나 철자, 구두점, 어휘, 언어 형식 등이 이해 가능한 의사소통이나 과업 수행 능력을 측정하는 것과 일치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둘째, 명확하고 학생들이 납득할 수 있는 채점 기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관련 지침이 부족한 점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른 발음이나 비규범적인 언어 사용을 다양한 언어 활용으로 보는 ELF의 관점에서(Jenkins, 2012; Seidlhofer, 2011) 목표 언어 요소나 목표 역량의 세부 평가 기준의 예시를 제공하는 방식을 통해 명확한 개념의 타당도를 기반으로 객관적인 평가 지표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Harding & McNamara, 2018; Shohamy, 2018). 오류와 관련된 평가 내용 확인을 위해 단어 사용 맥락을 추가로 확인하였다. 세 가지 맥락은 예시 3, 4에서도 관찰된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피드백을 제공할 것, 학습자가 스스로 오류를 수정할 수 있도록 도울 것, 의사소통에 영향을 주지 않는 한 즉각적인 수정을 피할 것 등이 있었다. 201쪽에서 고등 선택 과목인 실생활 영어 회화에 관한 내용에서 수정이 필요한 종류의 오류에 대해 설명하였는데, 마찬가지로 의사소통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명확하지는 않더라도 이러한 설명을 제공하는 점은 고무적이나, 고등 수준의 선택과목에서만 언급하는 점과 명확한 기준의 부재는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교수 방법론적 접근법에 대한 분석 내용을 제시하고자 한다. ELF에서 강조하는 “의사소통을 위한 전략적 능력,” “실제 자료 제시,” “지식 활용 기회,” “청자/학습자 요소”와 관련된 내용을 분석하여 교사의 기대 역할을 설명하였다.
예시 5.
5.1. 말하기 전략은 의사소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으므로 다양한 비언어적, 언어적 전략을 익혀 활용하도록 지도한다. 글쓰기 과정에서도 교사와 동료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고쳐 쓰거나 사전 앱이나 번역기 등의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는 것은 중요한 쓰기 전략 중의 하나이며 자기주도적인 학습자로 성장하는데 있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초등 5~6의 표현 성취기준 해설 중, p. 18)
5.2. (라) 학습 내용을 현실에 적용할 기회를 제공한다. 학습 목적에 부합하는 현실 사회의 영어 의사소통 환경(사회 관계망 서비스 등 사회적 상호 작용), 또는 실생활 맥락을 담은 자료에 노출되도록 하고, 학습한 언어 문화 지식과 언어 기능을 실제 맥락에서 적용하고 체험해 보도록 지도한다.(중학교 1~3학년의 교수 학습 및 평가 중, p. 23)
5.3. (가) 깊이 있는 학습을 통해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함양하도록 지도한다. 학교급 및 전체 교육 과정을 고려하여 내용 관련 배경지식과 맥락을 최대한 제시하고, 사회적인 목적과 실생활에의 적용 가능성이 잘 드러나는 의미 중심 의사소통 과업을 제공하여 학습 몰입감과 흥미를 높인다.(고등 기본영어 2의 교수 학습 방향 중, p. 73)
교육과정에서 전략은 255번 언급되었으나, 주로 적절한 전략, 듣기와 읽기 전략, 혹은 철자를 기억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과 같이 학습과 연관하여 사용되는 등 문헌에서 강조하는 평가 대상으로서의 의사소통 전략과는 거리가 있었다. 가장 연관 있는 성취 목표의 예로 5.1의 말하기 전략이 있었는데, 이는 의사소통이 주로 말하기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는 관점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양한 비언어적, 언어적 전략” 이상의 구체적인 예시나 설명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하 26쪽에서도 “…검색 능력, 비판적 평가 능력, 필요한 기술 및 전략을 길러 준다.” 와 “영어 이해 및 표현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언어적, 비언어적 전략의 종류를 제시하고…”와 같이 언급하는 데 그쳤다. 언어적인 요소를 포함하는 교육과정의 목표를 고려하였을 때 다음에 언급된 언어적 전략의 종류와 연관지어 활용 가능성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학교급별, 과목별로 각각 제공하는 이해와 표현을 설명하기 위한 표의 과정, 기능의 항목에서도 “실물, 그림, 사진, 도표 등을 활용하여 묘사하거나 설명하기,” “경험이나 계획 말하거나 기술하기,” “적절한 말하기 또는 쓰기 전략 적용하기” 등으로, 이후 고등 공통 영어 과목에 관한 44~45쪽에서의 “핵심 단어 반복하기, 재구성하기,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쉬운 말로 대체하기, 질문하거나 환기하기” 등이 가장 구체적인 예시로 보인다. 이는 문헌에서 언급하는 전략적 역량의 요소들을 적절히 반영하는 부분이므로 교육과정에서는 한국 상황에 적합한 예시와 지침을 제공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5.2, 5.3, 동시 발생 관계에서 높은 빈도로 관찰된 교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로 실제 자료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지식을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 있다. 해당 내용은 일관적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먼저 상위 목표, 즉 다양한 문화권의 화자와의 상호작용 능력을 기르고자 하는 ELF 영어 학습과의 연관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등장한 AI, LLM과 같은 기술을 활용하여 상호작용 맥락이나 다양한 문화권에 관한 자료를 개발하는 예시를 제공하면 관련 교수 자료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예: 신동광 외, 2023; Gozalo-Brizuela & Garrido-Merchan, 2023).
마지막으로 교사가 고려할 수 있는 청자(학습자) 요소가 언급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태도”의 사용 맥락을 확인하였으나 해당 단어는 목표로서 다양성에 대한 포용적인 태도 함양과 주로 쓰였다. 이 외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나 태도에 연관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특정 변이형에 대한 선호도나 원어민, 표준 발음 등과 관련된 학습 목표에 대한 내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위에서 언급하였듯 해당 요소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다양성에 대한 포용적 태도 함양을 위한 수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청자들이 인식하는 악센트에 대한 연구(예: Kang, Rubin & Kermad, 2019), 가능하면 한국어 청자,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참고한 교수법에 대한 제언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 드러난 것처럼, 포괄적인 목표로서 ELF를 언급하면서도 실제 적용을 위한 지침이 부족한 것은 많은 교육 자료에서 관찰되는 전형적인 문제이다. Galloway(2018)에서 지적하였듯 아직도 많은 교재에서 원어민의 발음을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ELF의 반영이 아직 몇몇 어휘적 다양성이나 다양한 억양의 발화를 녹음 자료를 통해 제공하는 등의 피상적인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여전히 언어적 형태나 구조에 집중한 접근을 하거나, 서구 문화중심이며 학습자의 문화를 고려하지 않는 점 등이 지적되었다(Barrot, 2015). 이러한 주장과 분석을 참고하면, 다음 교육과정이나 교재 개발 과정에서 고려할 수 있는 것은 목표로 하는 언어적 형태, 구조의 다양성에 대한 기대를 명확히 제시하고, 한국 상황에서 발생 가능한 영어 사용 맥락 등을 예시로 제시하는 것이다.
다양한 변이형의 제시와 관련해 Sung(2016)에서 관찰된 학습자들의 거부감에 대한 고려도 필수적이다. 학습자들이 다양한 발음과 악센트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여기더라도 교실 상황에서 표준 발음 이외의 악센트를 배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어려운 종류의 악센트일 경우 그 효용에 대해 의구심을 표현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 상황에서 학습자들의 다양한 악센트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연구 결과가 더 필요하나(예: 신효정, 2021), 이는 무조건 다양한 악센트나 문화를 제시하는 것보다 선택적으로 학습자들이 관련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종류를 제시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교육과정이나 교과서 등의 개발 시 한국 상황에서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상황과 영어 변이형을 구체적으로 선별하는 것이 필요한데(Chan, 2014; Kirkpatrick, 2018; Tsang, 2019), Galloway(2018)가 제시한 세 가지 코퍼스, the Vienna-Oxford International Corpus of English(VOICE), the English as a lingua franca in academic settings(ELFA) corpus와 the Asian Corpus of English(ACE)(p. 471) 중 ACE가 관련 예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학습자가 경험할 수 있는 언어 사용의 형태를 이해하고, 이를 고려한 효과적인 의사소통 전략을 지도하는 교사의 역할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예: Matsuda, 2006; Sung, 2014).
V. 결론 및 제언
2022 영어과 교육과정 분석을 통해 본 연구는 ELF의 특성이 원활한 의사소통과 다양한 영어 사용자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등, 상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매개로서 영어 기능을 강조하는 것에 반영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이해 가능 정도나 유창성, 오류와 같은 용어의 명확한 정의와 구체적인 적용 방안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내용의 부재는 한국 상황에 적합한 목표 제시와 관련 내용의 상대적인 이해를 방지하기 위해 개선되어야 한다. 세부 학습 요소에 음운론적 요인에 더해 억양, 강세, 리듬을 언급하여 최근의 연구 동향을 반영하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그러나 ELF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변이형을 자료로 활용하여 관용적인 태도를 기르고, 다양한 맥락에서 이해 가능한 의사소통 역량을 기르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은 부족했다. 학습 활동, 교수법, 교육적 제언에 관한 내용에서는 기존의 의사소통, 과업 중심 교수법의 특징을 유지하고 있어 ELF와의 연관성이 약한 경향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교육과정 내 연관성과 일관성을 개선하며 목표 달성을 위한 교수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명확한 설명, 기준, 혹은 예시가 요구되는 다른 측면으로 평가가 있었다. 교육과정에서 유창성을 강조하며 의사소통에 영향을 주지 않는 오류는 즉각적인 교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언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어느 정도 수준의 오류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 이해 가능한 오류를 판단하는 객관적인 평가 지표를 마련하는 것 등이다. 마지막으로 관련 연구에서 최근 자주 언급되는 학습자의 태도는 교육과정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학습자의 변이형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교실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해당 주제 즉 한국 학습자에 관한 연구가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 학습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관 있는 교수 자료와 교수법을 제안하였을 때 ELF의 원활한 적용을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의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상황에서 추가적인 연구와 교육 과정에서 논의가 필요한 측면은 다음 세 가지로 보인다. 첫째, 교육과정 수준에서 용어의 명확한 설명과 관련 예시, 활용 가능한 교수법 등에 대하여 연구를 바탕으로 한 제시가 필요하다. 이후 교육과정의 목표, 교사의 기대 역할 등에 대하여 실제 교사를 대상으로 교사 인식이나 실제 교실 상황에서의 적용과 함께 측정하여 구체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분석하는 연구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이해 가능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한 교수법의 제시가 필요하다. 화자로서 발화의 언어적 특징 뿐 아니라 청자의 태도 또한 중요하다는 관련 연구를 참고하였을 때, 교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이형을 대하는 태도 문제 등을 선제적으로 고려하여 교사의 적절한 대처를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ELF에서 오류를 바라보는 관점이 기존의 규범 중심, 특정 변이형 중심의 평가와는 다르므로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를 개발, 제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교육과정에서 모든 관련 요소나 발생 가능한 실무적인 어려움에 관해서 언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래야 할 필요는 없겠으나, 기존과 다른 교육 목표를 설정하였을 때 명확한 목표의 제시와 더불어 실제 교수 학습을 위한 실무적인 지침의 유무가 적용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