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교과서

교사의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 이해 지원 방안 탐색1)

윤기준 1 , *
Keejoon Yoon 1 ,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인천대학교 부교수
1Associate Professor, Incheon National University
*제1저자 및 교신저자, k.yoon@inu.ac.kr

© Copyright 2023, Korea Institute for Curriculum and Evaluation.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ShareAlike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sa/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Apr 05, 2023; Revised: Apr 28, 2023; Accepted: May 10, 2023

Published Online: May 31, 2023

요약

본 연구의 목적은 교사가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을 효과적으로 이해하도록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탐색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교사가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체육수업을 설계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세 가지 어려움을 도출했다. 첫째, 세 가지 신체활동 역량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둘째, 새롭게 제시한 개념 및 용어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이 부족하다. 셋째,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내용 요소 및 성취기준에서 차이점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상의 세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역량의 하위 구성 요소 추출과 역량, 개념, 내용 요소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예시 제공을 제안하였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explore support plans for teachers to understand the 2022 revised physical education curriculum. The 2022 revised physical education curriculum was analysed by using content analysis. Three difficulties emerged: i) three different subject competencies were difficult to understand, ii) there were a range of new concepts which were difficult and had no proper relationships among them, and iii) no distinct differences between middle school and high school in terms of both learning content and standard achievement. Developing elements of the three subject competencies, offering a range of examples that are helpful to understand the subject competencies, new concepts and differences between learning contents of middle school and high school were suggested.

Keywords: 교육과정 재구성; 역량 이해; 내용 요소; 위계 설정; 성취기준
Keywords: Curriculum redesign; understanding competency; learning content; hierarchy establishment; standard achievement

I. 서 론

교육과정 문서는 해당 교과에서 추구하는 목적, 반드시 가르쳐야 하는 내용, 적절한 교수·학습 방법, 학생의 성취를 확인할 수 있는 평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안내하는 자료이다. 법령에 의해서 교육과정이 고시되는 우리나라에서 국가수준 교육과정 문서는 지침서로서의 성격도 지닌다. 교육과정의 성격 또는 특정 용어가 높은 관심을 받는 이유이다.2)

많은 관심 속에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3)이 고시되었다. 2015 교육과정과 비교하면 ‘신체활동 형식’ 기반의 내용 영역 선정(운동, 스포츠, 표현), 신체활동 역량 함양을 체육교육의 목표로 설정하기, 성취기준 해설 제공 등과 같은 굵직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교육부, 2022). 행정예고본 공개 이후 반기는 점과 아쉬운 점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스포츠를 내용 체계의 한 영역으로 구성한 점이 대표적으로 환영받은 점이라고 한다면(정현우, 2022), 교사가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운 구조와 일부 개념도 제기된다(채창목, 2022; 허창혁, 2022).

본 연구의 목적은 (체육)교사가 2022 교육과정 문서를 이해하고 수업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을 것인지를 진단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몇 가지 실천 방안을 제시하는 데 있다. 이와 같이 목적을 설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과정 개정의 목적은 ‘연구’가 아니라 ‘사용’에 있다. 사용하지 않을 교육과정이라면 개발할 이유가 없다. 최근 들어 세 차례(2007년, 2011년, 2015년) 개정된 국가수준 체육과 교육과정에 대한 날선 학술적 논의가 진행되었다(정현우, 2019; 이규일, 2020; 유정애, 2022; 윤주석, 유지은, 2022). 2015 교육과정으로 범위를 좁히면 2015년 9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총 37편의 교육과정 비판 연구가 발표되었다(하혁, 박대원, 2020). 지난 15년간의 흐름을 고려하면 학술대회 또는 학술논문 발표를 통해 2022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방향, 새로운 개념이 덧대어지는 방식의 적절성, 내용요소 선정 과정 등에 대해서 치열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국가수준 교육과정을 둘러싼 치밀한 학술적 논의 자체는 생산적인 일이다. 정반합(正反合) 과정인 건설적인 논의는 우리나라 학교체육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국내에서 발표된 체육과 교육과정 관련 연구의 공통점 중 하나는 동일한 개념이 다르게 해석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국가수준 체육과 교육과정 개발 경험이 있는 유정애(2022)의 표현에 따르면 ‘내용 이해가 아닌 오개념’으로부터 생성된 담론이 적지 않다. 교육과정 개발진, 스포츠교육학 연구자, 초등학교 교사, 중등학교 체육교사가 교육과정 문서의 내용을 다르게 이해한다면 해당 교육과정은 ‘사용’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고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와 같은 형국에서는 건설적이지 못한 형태의 ‘연구’가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새롭게 개정된 2022 교육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비판하는 것보다(연구) 개발된 교육과정이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방안(사용)을 탐색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다.

둘째, 교육과정의 최종 사용자(end-user)는 교사다.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분석하는 일에 이토록 많은 에너지를 쏟는 목적이 최종적으로 학생들의 성장을 이끌어낸다는 데 있다는 주장은 조금의 틀림도 없다. 그럼에도 교육과정 재구성(curriculum redesign)의 중요성이 앞으로도 강조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체육)교사의 수업 설계가 가장 중요하다.4) 교사가 활용하기 어렵다면 아무리 잘 만든 교육과정이라고 하더라고 반쪽의 성공일 수밖에 없다.

바꿔 말하면 2022 교육과정의 성공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체육)교사의 교육과정 해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체육수업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체육과 교육과정 문서는 체육을 전공하지 않은 초등학교 교사가 해석하는 데도 전혀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이상의 두 가지 이유를 바탕으로 본 연구의 목적은 (체육)교사가 2022 교육과정 문서를 이해하고 수업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파악하고 이를 지원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데 있다.

II. 연구방법

본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2022 교육과정 문서 분석이 수행되어야 한다. 본 연구에서 주요 분석 내용으로 설정한 문서는 2022 교육과정(교육부, 2022b)이며, 자료수집 및 분석 절차는 다음과 같다.

첫째, 2022 교육과정에서 분석해야 할 ‘영역’을 설정하기 위해 국가수준 체육과 교육과정 선행연구를 수집 및 분석했다. 수집 및 분석의 대상 연구물은 2015 교육과정의 구조 및 내용을 비판한 학술지 논문 및 기관 보고서로 제한했다. 달리 말하면 2007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교육인적자원부, 2007)과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체육과 교육과정(교육과학기술부, 2011)은 제외한 것이다. 이렇게 설정한 이유는 2015 교육과정이 2022 교육과정의 구조와 가장 유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성격과 목표를 구분한 점(추구하는 인간상 부재), 내용 체계의 유사성(2015 교육과정의 ‘일반화된 지식’은 2022 교육과정의 ‘핵심 아이디어’와 대응됨), 교사가 성취기준을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 방법 관련 내용을 제시하는 점(2015 교육과정의 ‘교수·학습 방법 및 유의사항’과 2022 교육과정의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사항’), 두 교육과정 모두 교과 역량을 설정한 점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2015 교육과정 발표 이후 국가수준 체육과 교육과정에 대한 학술적 비판이 활발하게 진행된 학술적 상황(하혁, 박대원, 2022) 역시 반영되었다.

둘째, 선행연구에서 제시하는 결과를 정리했다. 이는 교사가 교육과정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파악하는 데 공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적절한 분석틀이 개발되지 않은 학술적 여건을 고려한 것이다. 예를 들면, 박대원과 박종률(2012)이 개발한 교육과정의 연구 ‘주제’를 바탕으로 분류한 ‘교육과정모형 개발’, ‘교육과정 분석’, ‘교육과정 실행 및 실태’, ‘교육과정 국제 비교’의 네 가지는 실제 교육과정에서 쟁점이 되는 핵심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분석틀이다. 두 번째 단계를 통해 2015 교육과정에서 활발하게 논의된 쟁점 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도출된 내용은 체육과 교육과정 내 핵심 개념 간의(예: 신체활동 가치와 교과 역량) 뚜렷한 관계 설정 미흡(윤기준, 2019), 교과 역량 이해에 대한 어려움(유창완, 윤기준, 전세명, 2017; 유창완, 2018; 정현철, 2018), 중복되는 수업 내용(윤주석, 유지은, 2022), 내용 요소 위계 설정 미흡(주형미 등, 2021), 내용 요소의 추상성(윤기준, 서지영, 2020), 구체적인 학교급별 목표 진술 부재(주형미 등, 2021), 지나치게 많은 전문교과의 내용 요소(윤기준, 이주연, 2022), 적절하지 않게 구분된 대영역(윤주석, 유지은, 류태호, 2020), 특정 영역(예: 경쟁)에 치우치는 평가 비중(오중근, 2020) 등이다.

셋째, 두 번째 단계에서 도출된 내용을 바탕으로 2022 교육과정의 내용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이상의 결과가 결합되는 경우도 있었다. 역량과 관련된 내용을 예로 들면, 교과 역량 이해에 대한 어려움은 2022 교육과정에서도 확인이 되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교사의 체육수업 설계 및 실천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되었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연구결과 및 논의의 초점화를 위해서 함께 논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최종 연구결과 및 논의에서 제외된 영역도 있었다. 예를 들면, 교육과정 고시 이후 단위학교의 평가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는 ‘교과별 성취기준 및 평가기준’이 현재까지 발표되지 않은 여건을 고려하여 평가와 관련된 내용은 제외했다.

III. 연구결과 및 논의

본 장에서는 자료 분석을 통해 도출된 네 가지 쟁점사항과 지원 방향을 제안하는 형태로 논의를 전개한다. 1절과 2절에서는 교과 역량 이해 및 적용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서의 역량 설정 방식에 대해 논의한다. 3절에서는 2022 교육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는 용어 및 개념에 대해 논의한다. 4절에서는 수업내용의 위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해 설명한다.

1. 역량과 내용 및 교수·학습 방법과의 연결

2022 교육과정의 목표는 세 가지 신체활동 역량(움직임 수행 역량, 건강 관리 역량, 신체활동 문화 향유 역량)을 기르는 데 있다. 다음과 같이 체육교육의 목표를 역량 함양으로 뚜렷하게 설정한 것이다.

체육과는 활동적이고 창의적인 삶, 건강하고 주도적인 삶, 신체활동 문화를 향유하며 사회 속에서 바람직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신체활동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교육부, 2022b, p. 6, 강조는 이 글에서 추가됨)

이와 같은 측면에서 2022 교육과정도 역량 중심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총론에서도 ‘교과 교육과 창의적 체험활동을 포함한 학교교육 전 과정을 통해 중점적으로 기르고자 하는 핵심역량’(교육부, 2022a, p. 6)이라는 표현을 활용하여 역량 함양을 주요 목적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명시한다. 이는 2015 교육과정의 목표를 역량 함양으로 설정한 것과 동일하다(윤기준, 2019). 정리하면, 2015 교육과정과 2022 교육과정 모두 역량 함양을 일종의 교육적 결과(learning outcome)로 제시하는 것이다. OECD에서 역량 함양을 강조한 이래로 최근까지 내용(요소)과 역량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많은 학술적 노력을 기울이는 점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서지영 등, 2019).

창의성 교육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개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창의성의 개념 또는 관련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창의성의 구성 요소를 도출하고 효과적으로 창의성을 가르치는 방법을 탐색하는 것은 전공 연구자가 할 일이다. 물론 이와 같은 주장이 (체육)교사에게 최소한의 교육과정 재구성 책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국가수준 교육과정 문서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안내할 책임이 있다. 역량 함양 교육 역시 마찬가지이다. ‘신체활동 문화 향유 역량은 다양한 신체활동에 직·간접적인 참여를 통해 기를 수 있습니다’라는 것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 교육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2022 교육과정 문서는 학생들이 세 가지 신체활동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 ‘반드시 가르쳐야 하는 내용’과 적확한 ‘교수·학습 방법’을 안내해야 한다. 위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2022 교육과정에서는 역량을 학생들이 길러야 할 결과로 설정하였다. 결국 ‘무엇(내용)’을 가르쳐서 ‘어떻게(방법)’ 해당 역량을 길러낼 것인가에 대한 정보가 친절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단순히 ‘체육과 학습을 통해’(교육부, 2022b, p. 5)와 같이 내용과 교수·학습 방법을 묶어서 기술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2022 교육과정 문서를 해석하고 역량 함양을 위한 체육수업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과 관련된 추가적인 논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구체적이지 못한 내용 요소와 성취기준이다.5) (체육)교사는 국가수준 교육과정 내용체계(표)에 제시되어 있는 내용요소(교과내용)를 바탕으로 수업에서 가르칠 거리(수업내용)를 재구성한다. 2022 교육과정의 ‘기술형·전략형·생태형 스포츠의 역사와 특성’(교육부, 2022b, p. 8)을 예로 들어보자. A 교사는 현대 축구가 영국에서 태동했으며 전 세계인이 즐긴다는 다소 일반적인 특성을 가르쳤다. 반면 B교사는 청소년이 추운 겨울에도 실내에서 격렬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고민하는 과정에서 농구가 태동했다는 점과 이와 같은 특성으로 인해 몸싸움이 치열한 점을 설명했다. 실내 스포츠로서 한정된 공간에서 보다 넓은 영역을 선점하기 위해 ‘패스하고 빈자리 차지하기(give and go)’ 전략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했다. 움직임 수행 역량 함양 관점에서 보면 A교사는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6)

이상의 논의는 내용 요소와 역량의 연결고리는 생각보다 헐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A교사와 B교사는 똑같이 교육과정 문서에 있는 내용요소(교과내용)를 바탕으로 수업내용을 선정했다. 이 예시는 동일한 내용요소로 교육했음에도 움직임 수행 역량 함양에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현재와 같이 다소 포괄적인 수준의 교과 역량(신체활동 문화 항유 역량)과 내용 요소(기술형·전략형·생태형 스포츠의 역사와 특성)로 제시된다면 기댈 수 있는 것은 개별 교사의 교육과정 재구성 능력밖에 없다.

둘째, 신체활동 역량 함양을 위한 교수·학습 방법 관련 내용의 구체성 확보다. 2022 교육과정에서는 역량 함양을 위한 주요 방법으로 ‘신체활동을 위한 학습(움직임 기술 및 방법 습득)’, ‘신체활동에 관한 학습(이론적·경험적 지식)’, ‘신체활동을 통한 학습(의미 있는 가치 및 태도 함양)’을 제시한다(교육부, 2022, p. 38). 이상의 세 가지 방법은 심동적 영역, 인지적 영역, 정의적 영역과 일맥상통한다.7)

문제는 이상과 같이 역량 함양을 위해 반드시 숙지해야 하는 교수·학습 방법 관련 내용이 다소 일반적인 수준에서 제시된다면 역량이 함양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교육과정 해석에 관심이 많은 (체육)교사의 ‘신체활동 역량은 전통적으로 다루어지던 세 가지 영역을 가르치면 자동적으로 길러지는 개념인가’, ‘세 가지가 어떤 상태일 때 기존 체육과 학습 목표와 달리 역량 함양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근거로 학생의 역량이 길러졌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와 같은 추가적인 질문에 답을 제공할 수 없는 것이다. 이상의 질문은 윤주석과 유지은(2022)이 2021년(2015 교육과정 고시 6년이 흐른 시점) 1급 정교사 자격연수에서 들었던 다양한 체육교사의 의견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2022 교육과정 역시 이상의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을 제시하기 어렵다.

2. 뚜렷하지 않은 신체활동 역량

‘교과 역량’은 2015 교육과정에서 처음으로 제시된 개념이다(교육부, 2015). 2015 교육과정 문서를 읽으며 의아했던 점이 두 가지가 있었다. 총론에서는 ‘핵심역량’으로 표기하고 각론에서는 ‘교과 역량’으로 표기한 셈이다. 띄어쓰기가 차이인 것이다. 개발진에게 띄어쓰기를 한 이유가 있는지를 물어봤지만 뚜렷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다른 한 가지는 네 가지 교과 역량의 명칭에 ‘능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예: 신체 수련 능력). 마찬가지로 뚜렷한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이는 ‘신체활동 역량은 지식, 기능, 태도를 포괄하는 총체적 능력’(교육부, 2022b, p. 43)으로 기술한 바와 같이 2022 교육과정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역량’과 ‘능력’은 어떤 차이인가? 차이가 있다면 교육과정 문서에서는 어떻게 구분하고 있는가?

사전적 의미부터 살펴보면 능력은 ‘일을 감당해 낼 수 있는 힘’이고 역량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이다. 결정적인 차이를 찾기 어렵다. Oxford languages에 따르면 역량(competency)은 ‘무엇을 효과적으로 또는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the ability to do something successfully or efficiently)’이고, 유의어로는 능력/역량(capability), 능력(ability), 능력(capacity) 등이 있다. 능력은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수단 또는 기술을 보유한 상태(possession of the means of skill to do something)’이며, 유의어로 능력/역량 또는 능력 등이 있다. 유의어를 한 번 더 찾아보면, 능력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 또는 힘(the power or ability to do something)’이고, 유의어로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사전적 정의에서는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다. 순환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리하면 사전적 정의와 교육과정 문서 모두 능력과 역량을 같은 개념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최초로 역량을 개념화하고 교육과정에 역량 함양을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한 OECD의 조작적 정의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DeSeCo (definition and selection of key competency) 에서는 역량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역량은 단순한 지식 또는 기술 자체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 상황에서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술 및 태도와 같은 심리사회적(psycho-social)인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복잡한 요구를 충족하는 능력(ability)을 말한다. 의사소통 역량을 예로 들면, 평소 개인이 가지고 있는 언어 지식, 실질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IT 기술, 의사소통하는 대상에 대한 태도 등이 작용한 것이다. (OECD, 2003, p. 4)

위의 정의에서 두 가지 특징을 포착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지식, 기술, 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하나의 역량으로 발휘되고 행동을 통해 확인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와 같은 개념 설정 방식은 최근 10년 동안 국내에서 수행된 연구에서 활용되었다. 역량을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학습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능력, 인성(태도), 기술 등을 포함하는 다차원적 개념으로, 향후 직업세계를 포함한 미래의 삶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능력’으로 이해하는 것이다(이근호 등, 2012, p. 70).

두 번째는 역량은 전이(transfer)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설명에서 제시된 것과 같이 의사소통 역량을 기르기 위해 언어 교환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일 역시 일종의 기술 또는 세부 능력8)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상의 어플리케이션 검색 및 설치 기술은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외국인과의 대화에서 상대방을 끝까지 들어주는 배려는 다른 스포츠 참여 장면에서도 발휘될 수 있다.

지금까지 OECD에서 발표한 연구 보고서가 회원국에 미친 큰 영향력을 감안하면9) 앞으로도 역량 기반 교육과정의 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체육)교사가 역량을 개념화하는 데 추가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역량은 다양한 상황에서 관찰될 수 있는 행동’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2022 교육과정에 적용하면, 신체활동 문화 향유 역량을 위해 어떤 지식, 기술, 태도를 형성해야 하는지와 이것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무엇인지를 제공해야 한다. 전이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세 가지 신체활동 역량이 스포츠 참여 장면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정에서 발현될 수 있다는 점 역시 함께 명시해야 한다.

둘째, 역량을 수량화할 수 있는(quantifiable) 개념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1절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역량은 교육적 결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10) 역량(力量)에는 이미 ‘헤아릴 수 있다’ 또는 ‘잴 수 있다’와 같은 측정 가능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11) 체육과 교육과정 문서에서 교과 역량 함양을 목표로 설정한 것은 교육의 달성 여부를 평가하겠다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량은 ‘행동’으로 발휘되고 관찰 가능해야 한다. 이와 같은 역량의 속성을 고려하여 교육의 성패를 확인하는 데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개념으로 설정해야 한다.

3. 개념 이해의 어려움

2015 교육과정에 대한 잦은 비판 중의 하나는 뚜렷하지 않은 개념 또는 이해하기에 난해한 개념이 많다는 것이다(유창완, 2018; 정현철, 2018). 이 비판은 2022 교육과정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성취기준 해설’과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사항’은 성취기준을 보다 잘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체육)교사의 교육과정 해석을 지원하는 환영할 만한 조처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은 교육과정을 이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줄 수밖에 없다.

첫째, 새롭게 제시된 개념이 많다. 문제는 해당 개념을 적확하게 이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교육과정 문서 말미에 「체육과 교육과정 용어」(교육부, 2022b, pp. 115-119)를 독립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친절한 설명이라고 보기 어렵다.12) 이 점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은 교육과정 개발진으로 참여한 체육교사의 표현을 직접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연구 참여자들이 생각하는 내용을 적절하게 개념화할 수 있는 우리의 용어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허창혁, 2022, p. 114).

개발진의 생각을 적절하게 담을 수 있는 개념(용어)을 찾기 어려웠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종사용자인 교사들이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하게 제시되는 개념을 (체육)교사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방향을 담은 체육수업 설계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신체활동 문화 항유 역량’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해석하기에 따라 신체활동 문화 향유라는 개념은 ‘경쟁’ 또는 ‘도전’과 같이 높은 수준의 개념으로 이해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유사하지만 차이를 확보해야만 하는 개념이 적지 않다. ‘문화’가 다양한 층위에서 제시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2022 교육과정의 ‘성격’ 항에서 설명하는 신체활동 문화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신체활동 문화는 신체적 수월성을 겨루는 경기 문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놀이 및 여가 문화, 신체적 움직임이 미적으로 승화한 표현 문화, 제도화된 신체활동13)에 내재한 정신문화, 건강한 생활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건강 문화 다양한 문화 양식으로 발전해왔다. (교육부, 2022b, p. 5, 강조는 이 글에서 추가됨).

이상의 설명에 따르면 신체활동 문화는 그 그물에 걸리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굉장히 큰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14) 즉, ‘성격’ 항에서 제시하는 문화는 굉장히 높은 층위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진로선택과목 <스포츠 문화>의 성취기준 해설에 따르면 스포츠 인문 문화와 스포츠 경기 문화를 다음과 같이 일종의 ‘형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스포츠를 매개로 하는 다양한 인문 문화(시, 소설, 수필, 희곡, 영화, 음악, 미술, 건축, 종교, 역사, 철학 등)에 대해 이해하고 창작·비평하며, 스포츠 경기를 수행하도록 한다. (교육부, 2022b, p. 83)

운동 기능이 발전하여 성립한 스포츠 경기 문화(장비, 기술체계, 규범, 사상과 이념, 제도와 조직 등)에 대해 이해하고, 형식을 갖춘 스포츠 대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태도와 스포츠 경기를 수행하도록 한다. (교육부, 2022b, p. 83)

스포츠 인문 문화와 스포츠 경기 문화는 모두 ‘내용 요소’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분명하게 구분이 되어야 한다.15) 문제는 <스포츠 문화>의 ‘성격’ 항에서는 다음과 같이 문학, 예술, 역사, 철학을 문화의 한 종류로 설정하고 있다.

스포츠 관련 문학, 예술, 역사, 철학 등의 문화 속에는 스포츠의 정신과 바람직한 삶의 가치가 깃들여져 있으며, 이러한 스포츠 서사를 탐구하는 것은 스포츠 문화를 더욱 폭넓게 이해하고 교양 있는 시민으로서 문화적 소양을 갖추도록 해준다. (교육부, 2022b, p. 81)

전체 ‘성격’항에서 제시하는 문화의 높은 층위와 다른 설정 방식인 것이다. <스포츠 문화> 과목에서 문학과 철학을 문화의 한 형식으로 설정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사상과 이념’을 경기 문화의 한 가지 유형으로 설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교육부, 2022b, p. 84).16) <체육 1> 교과서에서는 시설과 장비는 ‘물질문화’이며 규범과 기술체계는 ‘제도문화’이다. 문화의 층위가 제각각 다르며, 문화 앞에 붙는 수식어에 따라 지시하는 실체가 또 달라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체육)교사뿐만 아니라 교과서 집필진은 인문 문화, 경기 문화, 물질문화, 제도문화를 구분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내용 요소 중의 하나인 ‘스포츠 문화에 대한 확산적 사고’(교육부, 2022b, p. 82) 역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4. 모호한 의미로 인해 중복될 수 있는 수업내용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따르면 고등학교 교육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고등학교 교육은 중학교 교육의 성과를 바탕으로, 학생의 적성과 소질에 맞게 진로를 개척하며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둔다. (교육부, 2022a, p. 7).

위의 기술에서 두 가지 특징이 확인된다. 첫째, 교육내용의 위계성이다. 쉽게 표현하면 고등학교에서는 중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바탕으로 심화학습을 제공해야 한다. 둘째, 학생의 진로를 설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진학 또는 취업의 기초를 제공하는 교육기관으로서의 고등학교는 「초중등교육법」 제45조에서도 확인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체계적인 심화학습 및 학생 진로 지원을 위해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선택과목을 구성했다. 일반선택(학문 영역 내 주요학습 내용 이해), 진로선택(심화학습 제공 및 진로 설정 지원), 융합선택(교과 내 또는 교과 간 주제 융합)의 세 가지로 구분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2022 교육과정에서는 세 가지 선택과목(군)(총 일곱 가지 과목)의 목적이 중학교 <체육>의 특정 영역의 심화학습에 있다고 언급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이 융합선택 과목인 <스포츠 생활 1>의 목적은 전략형 스포츠와 생태형 스포츠를 보다 깊은 수준으로 배우는 데 있다.

<스포츠 생활 1>은 중학교 <체육>의 전략형 스포츠의 영역형 스포츠와 생태형 스포츠의 생활·자연환경형 스포츠를 심화하여 학습함으로써, 스포츠 경기 유형에 적합한 체력을 강화하고 더욱 고도화된 스포츠 경기 수행 능력을 발휘하여 스포츠를 생활화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과목이다.17) (교육부, 2022b, p. 99).

이상의 2022 교육과정 선택과목의 목적을 고려하면 교사가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수업내용 및 평가 방안을 선정할 때 반드시 반영해야 하는 두 가지인 ‘내용 요소’와 ‘성취기준’이 중학교의 그것과 달라야 한다. 이 두 가지 요소에서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중학교의 체육수업과 고등학교의 체육수업이 비슷해지고(또는 같아지고) 이는 심화학습으로 이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2022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중학교 <체육>과 고등학교 선택과목의 내용 요소 및 성취기준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일부 표현에서의 차이점은 발견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중학교 <체육>과 고등학교 <체육 1>의 내용 요소 및 성취기준은 매우 유사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표 1>과 같이 <체육>의 첫 번째 내용 요소에서 제시하는 ‘스포츠 유형별 역사와 특성18)’는 고등학교 ‘스포츠의 문화’와 그 차이점을 확인하기 어렵다. 3절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문화’가 다양한 층위에서 활용되고 있는 점과 역사를 문화의 한 유형으로 설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중학교 <체육>의 ‘수행 원리를 적용하여 경기 기능을 수행하고 향상한다’와 고등학교 <체육 1>의 ‘과학적 원리에 따라 분석하고, 적극적으로 개선한다’와의 차이점 역시 파악하기 힘들다. ‘문제점을 발견하고 향상하도록 한다’와 ‘적극적으로 개선한다’를 수준의 차이라고 이해하기 어렵다. ‘수행 원리’가 경기 기능을 향상하기 위한 전반적인 내용이라면 ‘과학적 원리’를 포함하는 보다 큰 개념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방법과 전략을 응용하는 것 역시 <표 1>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과 같이 일반적인 내용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가르치는 내용 및 방법의 위계성을 확보했다고 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학생들이 중학교 <체육>에서 배우는 내용과 고등학교 <체육 1>에서 배우는 내용이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교과서 집필 시 성취기준과 신체활동 예시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점을 고려하면 교과서 구성 역시 달라지기 어렵다.19)

표 1. 내용요소 및 성취기준 비교
구분 중학교 <체육> 고등학교 <체육 1>
전략형 스포츠
내용요소 • 기술형·전략형·생태형 스포츠 유형별 역사와 특성 비교하기
• 기술형·전략형·생태형 스포츠 유형별 수행 원리를 경기 기능에 적용하기
• 기술형·전략형·생태형 스포츠 유형별 경기 방법과 전략을 경기에 활용하기
• 안전하게 경기하기
• 전략형 스포츠의 문화
• 전략형 스포츠의 경기 기능과 과학적 원리
• 전략형 스포츠의 경기 방법 및 전략
성취기준 • 전략형20) 스포츠의 역사와 특성을 탐색하고 비교한다
• 전략형 스포츠의 수행 원리를 적용하여 경기 기능을 수행하고 향상한다
• 전략형 스포츠의 경기 방법을 이해하고 경기 전략을 활용하며 안전하게 경기한다
• 전략형 스포츠 문화의 개념과 특성을 탐색한다
• 전략형 스포츠의 경기 기능을 과학적 원리21)에 따라 분석하고, 적극적으로 개선한다
• 전략형 스포츠의 경기 방법 및 전략을 이해하고, 경기 상황에 맞게 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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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문제는 2015 교육과정에서도 지적되었던 문제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도 2015 교육과정이 학교급별로 배워야하는 지식(내용 요소)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으며 성취기준에서의 차이점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제기한 것이다(박정준, 유창완, 이규일, 2022). 체육교사의 인식 역시 다르지 않았다. 결국 중학생이 배우는 내용과 고등학생이 배우는 내용에 차이가 없다는 문제점이 최근까지도 제기되고 있다(윤주석, 유지은, 2022).

가르치는 내용(요소)을 유사하게 편성한다면 교수·학습 방법의 차이를 확보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쉽게도 2022 교육과정에서도 초·중학교급과 고등학교급의 교수·학습 방법의 뚜렷한 차이점은 확인할 수 없다. 2015 교육과정의 교수·학습 방법 관련 내용이 지나치게 일반적이고 모든 학교급에서 반복적으로 기술되고 있다는 비판(윤기준, 2019)은 2022 교육과정에서도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22)

IV. 결 론

연구결과 및 논의에서는 (체육)교사가 2022 교육과정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해 살펴봤다. 세 가지 신체활동 역량 개념에 대한 이해 및 활용에서의 어려움, 새롭게 제시된 개념 이해 과정에서의 어려움, 분명하지 못한 학교급별(중학교와 고등학교) 내용 요소로 인한 체육수업 설계의 어려움이 도출되었다.

본 연구의 목적을 재진술하면 2022 교육과정의 현장 적용 지원을 위한 방안을 도출하는 데 있다.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고시된 교육과정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비판만 하는 것은 결국 또 다른 연구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 장에서는 (체육)교사가 2022 교육과정에 근거한 체육수업 설계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두 가지 측면에서 제안한다.

1. 신체활동 역량 이해 지원

2022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세 가지 신체활동 역량은 움직임 수행 역량, 건강 관리 역량, 신체활동 문화 향유 역량이다. 앞의 두 가지 역량에 비해 신체활동 문화 향유 역량은 개념의 층위가 매우 높고 두 가지 이상의 새로운 개념(신체활동 문화 + 향유)이 포함되어 있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2015 교육과정에서 제기된 것과 같이 (체육)교사들에게는 와 닿지 않는 역량일 가능성이 높다(유창완, 윤기준, 전세명, 2017; 윤주석, 유지은, 2022). 이에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 번째는 하위 구성 요소 추출이다. 윤주석과 유지은(2022)의 연구에 참여한 교사가 지적한 바와 같이, (체육)교사들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학생들의 역량이 함양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의 부재이다. 연구결과 및 논의 1절과 2절에서 언급한 것처럼 역량은 ‘관찰할 수 있는 행동’으로 발현되어야 한다. 이에 신체활동 문화 향유 역량의 하위 구성 요소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역량이 다양한 영역에서 발현되는 행동 양상에 대한 예시를 제시해야 한다. ‘도전’이라는 신체활동 가치를 지도하는 장면을 가정해보자. ‘정면으로 맞서 싸움을 걸다’라는 사전적 의미만을 전달하는 활동으로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기 종료까지 20초 남은 시점에서 5점 차이를 따라잡기 위해 공격 및 수비 작전을 펼치는 장면 또는 체급 경기에서 몸무게 조절을 위해서 극단적으로 식단을 조절하는 모습 등과 같은 예시를 통해 지도할 때 보다 효과적이고 전이 가능성이 높다.23) 이와 같은 측면에서 일상생활에서 역량(덕목, 기술, 가치 차원으로 이해될 수 있는)을 함양하고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양상을 제공할 때 교사와 학생 모두 해당 역량을 이해할 가능성이 높다(Yoon & Armour, 2017).

이상의 두 가지를 통해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의 기초자료가 생성될 수 있다. 2015 교육과정 실천의 난점을 논의할 때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것은 ‘역량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평가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이다(유창완, 윤기준, 전세명, 2017). 각 신체활동 역량의 구성 요소가 추출되고 역량이 발현되는 다양한 양상이 제공된다면 궁극적으로는 척도 개발 연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유소년 스포츠 맥락에서 라이프 스킬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가 개발된 것과 같이(Cronin & Allen, 2017) 장기적으로는 2022 교육과정 기반 체육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신체활동 역량 평가 척도가 개발되길 기대한다.

2. 중요 개념 간의 관계 설정 및 예시 제공

앞에서 2022 교육과정에서 새로운 개념과 용어가 다수 추가된 점과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내용 요소 및 성취기준 상의 차이가 부족하다는 점을 논의했다. 문제는 – 교육과정 개발진이 겪은 바와 같이 - (체육)교사가 동일한 어려움을 보다 깊은 수준으로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다음의 두 가지 과제가 선결되어야 한다.

첫째, 유사 개념 간의 관계도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용어가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특히 그렇다. 연구결과 및 논의의 3절에서 예시로 제시한 ‘문화’가 대표적이다. 2015 교육과정과 2022 교육과정의 공통점 중 하나는 굉장히 추상적인 개념 및 용어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체육)교사가 유사한(그러나 구분이 어려운) 용어에 대한 교통정리를 원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이다(윤주석, 유지은, 2022).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용어 간의 위계성 또는 차이점 등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관계도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가나다’ 순서로 개념을 나열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하나의 용어 앞에 수식어가 다양하게 붙는 개념인 경우에는 보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다음과 같은 방식을 예로 들 수 있다.

신체활동 문화는 스포츠 문화를 포함하는 더 큰 개념이다. 스포츠 문화라는 개념에서의 스포츠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a game)가 아니다. 음악, 미술, 연극과 같이 인류가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든 하나의 상징적 문화활동으로서의 스포츠를 뜻한다. 스포츠 문화는 인문 문화(적절한 예시 제공) 경기 문화(적절한 예시 제공)로 구성된다.

둘째, 해당 개념을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예시를 제공하는 것이다. 개념은 예시로서의 실체 또는 현상을 적확하게 지시해야 한다. 경기를 잘 하는 데 필요한 ‘사회과학적 원리’의 예시를 제시하지 못하면 결국 체육교사들에게 뜬구름 잡는 소리가 되거나 ‘표면적으로만 존재하는 느낌’만 줄 수밖에 없다(윤주석, 유지은, 2022, p. 57). 이에 중요 개념에 대한 적절한 예시를 최대한 많이 제공해야 할 것이다.

학교급에 따른 내용 요소의 차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실체’보다 ‘차이’를 중심으로 예시를 제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하나의 특정 개념을 설명하는 것이 어렵다면 유사 개념 간의 차이를 예시로 제공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개념은 분류와 배제의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내용 요소와 성취기준은 다소 일반적인 내용으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로 가르쳐야 하는 내용(즉, 실체)을 지시하기 어렵다. 이에 내용 요소 간의 ‘차이’를 제시할 수 있는 형태의 자료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중학교 <체육>의 수행 원리와 고등학교 <체육 1>의 과학적 원리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중학생(예: 톱스핀 발생 방법 및 효과)과 고등학생(예: 운동 시 체온이 역학적 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의 발달 단계를 고려한 차이를 제시하는 것이다.24)

Notes

1) 이 논문은 학술대회 발표 원고(윤기준, 2022)의 일부를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음.

2) ‘노동’이라는 용어를 교육과정에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한 첨예한 갈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3) 지면의 효율적 활용과 가독성을 위해 2015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과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을 각각 ‘2015 교육과정’과 ‘2022 교육과정’으로 명시한다.

4) 2022 교육과정 역시 교사들의 교육과정 재구성을 한껏 보장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의무조항은 학년군 내에서 내용 요소와 성취기준을 반드시 지도한다는 내용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수준 교육과정 문서에 적절한 재구성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윤기준, 서지영, 2020)은 여전히 유효하다.

5) 내용 요소의 추상성으로 인해 체육교사가 가르쳐야 할 수업내용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여건상 동일한 수업 내용을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반복할 수밖에 없는 구조(윤주석, 유지은, 2022)는 이번 교육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지적될 것으로 예상된다.

6) 2절에서 논의할 역량의 ‘전이 가능성’의 특징을 고려한 주장이다.

7) 2022 교육과정에 세 가지 방법에 대한 추가 설명은 없다. 이와 같은 연결짓기는 연구자의 해석이다.

8) 개별 역량의 하위 구성 요소 중의 하나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9)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 제시한 학생주도성(student agency) 역시 최근 OECD에서 강조되고 있는 개념이다.

10) OECD에서 교과(군) 역량을 매핑(mapping)하는 것 역시 역량을 교육의 결과로 이해하고 있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결국 성취기준과 역량은 긴밀하게 관련되어야 한다. 아쉽게도 이와 관련한 학술적 논의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11) 역량의 유의어인 ‘capacity’가 메모리와 같은 저장장치의 용량 또는 수용력을 의미하는 점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12) 예를 들면, ‘표현(expression)’과 ‘표현(dance)’이라는 두 가지 개념이 모두 신체활동 형식으로 제시되어 있어 혼란을 준다. 신체활동 문화를 ‘제도화된 신체활동의 역사와 정신, 지식과 수행 방법 등 신체활동과 관련된 생활 양식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용어’로 설명하는데 스포츠 문화로 이해되기 쉽다. 반면 스포츠 문화에 대한 설명은 없다.

13) 앞 각주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도화된’ 신체활동은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보통 스포츠를 정의할 때 많이 쓰이는 수식어이다.

14) 그밖에도 같은 종류의 것이 더 있을 수 있음을 나타내는 의존명사인 ‘등’이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신체활동을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위한 필수적인 활동’(교육부, 2022b, p. 5)으로 설정한 점과 신체가 동반되지 않는 활동(activity)이라는 것이 전제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신체활동 문화는 인류 문화와 크게 다르지 않게 해석될 수 있다. 정신문화가 포함된 점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15) 반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문화’가 포함되어 있는 내용 요소가 없다. 스포츠 이외의 신체활동 문화의 실체(예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이다.

16) 2022 교육과정에서는 스포츠를 하나의 종목(a game)이 아닌 하나의 상징적 문화활동으로 설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교육과정을 관통하는 몇 가지 용어인 ‘향유’, ‘안목’, ‘입문’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인문 문화와 경기 문화를 구분하는 일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미 인문(人文)이라는 용어에 문화(文化)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점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17) 융합선택 과목인 <스포츠 생활 1>과 <스포츠 생활 2>에서 ‘융합’과 관련된 내용을 찾을 수 없다. 두 교과서 모두 중학교 <체육>의 심화학습을 위한 내용으로만 구성된 점이 아쉽다.

18) 성취기준 해설에 따르면 ‘역사’는 “유래와 변천 과정, 인물, 기록, 사건”이며 ‘특성’은 “경기 방법과 전략 등”이다(교육부, 2022b, p. 31). 특성은 경기 기능에 해당하는 내용인 것이다.

19) 이 문제는 학년(군)별 내용 요소를 신체활동 종류(예: 줄넘기)와 스포츠 종목(예: 킨볼)으로 구분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제기될 수 있는 문제이다. 물론 내용 요소의 추상성을 낮추는 방안 역시 고려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 유정애(2022)의 주장처럼 국가수준 체육과 교육과정의 ‘대표성’이 교사수준 체육과 교육과정에서 ‘개별성’으로 전환된다고 한다면, 학생들이 보편적으로 배워야하는 필수내용 선정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향후 체육과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대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20) 교육과정 문서에는 영역형, 필드형, 네트형에 따라 성취기준이 따로 제시하지만, 이상의 세 가지 유형을 전략형으로 묶어서 제시하는 점과 비교의 용이성을 위해 ‘전략형’으로 수정하여 제시했다.

21) 성취기준 해설에 따르면 과학적 원리는 사회과학적 원리와 자연과학적 원리로 구성된다. ‘스포츠 경기 기능 수행에 작용하는 사회과학적 원리’(교육부, 2022b, p. 56)의 개념을 이해하고 예시를 찾아내는 일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2) 초·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교수·학습 방법 내용이 같다면 굳이 반복적으로 제시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차이를 확보하려면 ‘예시’를 제공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2022 교육과정의 시·공간적 확장 관련 내용을 예로 들면, 고등학교는 지역의 스포츠클럽과의 연계를 제시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미국 텍사스 주(state)와 같이 자체 편성한 선택과목 지도 시 지역 관련 기관과의 연계를 의무로 제시하는 정도의 방안(김영은 등, 2021)은 어렵겠지만 예시를 제공하는 것은 독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23) 이와 같은 측면에서 온타리오 주(state)에서 수업시간에 교사가 발문해야 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자료를 추가하는 형태를 고려할 수 있다(윤기준, 정현우, 2022).

24) 궁극적으로는 이와 같이 교사가 재구성 할 수 있는 영역 및 방법을 종합적으로 안내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개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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