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OECD는 미래사회에 필수적인 핵심역량으로 글로벌 역량을 강조해왔고(OECD, 2016;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6), 2018년부터 국제학업성취도평가(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PISA)에 글로벌 역량을 새로운 평가영역으로 포함시키고 평가체계 수립과 설문조사 등을 수행하고 있다(OECD, 2018a). 또한 전지구적 사회화(global socialization)와 세계화에 따라 2010년대 이후 문화다양성1) 제고 및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촉진된 민주시민교육, 국제이해교육, 인권교육, 다문화교육,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이하 ESD),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 이하 GCED) 등 유사개념의 글로벌 교육목표는 최근 몇 년간 급증하고 있는 이주 배경 학생의 비중과 관련하여 각국의 교육과정 보완의 필요성 등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GCED는 2012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글로벌교육우선구상(Global Education First Initiatives, 이하 GEFI)’을 통해 채택한 글로벌 교육목표 중 하나로, 2015년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세계교육포럼(World Education Forum)에서 ‘한국발 글로벌 의제(교육부, 2016)’가 ‘교육 2030’에 포함되면서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글로벌 교육목표로 설정된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교사 관점의 GCED 실천으로 인한 어려움, 단위학교 차원에서의 수업효과 연구 등은 있었으나(고아라, 2015; 이성회, 2016; 박애경, 2018; 박순용, 강보라, 2017; 박환보, 임진영, 2021; 정성경 외, 2021), 전국 단위의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하여 학교에서의 GCED 실천이 실질적으로 학생의 세계시민의식 및 비인지적 영역에 미친 효과성에 대한 실증연구는 매우 드문 실정이다(정성경, 박환보, 2022). 2023년은 GEFI를 채택한 지 만 10년, 그리고 GCED를 도입한 지 9년차가 되는 해인만큼 절반 정도 남은 SDG 4.7의 달성 기간 동안 GCED 이행현황의 분석과 효과성 평가를 기반으로 한국 GCED 교육과정의 질적 제고와 충분한 공론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2022년 12월에 고시된 한국의 2022 개정 국가교육과정기준에서도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며(교육부 고시 제2022-33호), GCED 관련한 글로벌 교육목표 실천을 부분 반영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2022) GCED를 선택 교과(군)으로 편성 운영(2018)하여 이주 배경 학생을 포함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글로벌 역량 제고를 위한 교육을 적극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전지구적 상호연결성을 생생히 경험하고 있는 지금 다문화주의 기조를 넘어서 상생을 위한 관용과 타협,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는 GCED를 학교 교육에서 확대하고자 하는 현 교육과정의 방향성은 지속되어야 한다(김유아, 2021). 그러나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2015 개정에는 포함되었던 ‘세계시민’이라는 용어가 삭제되고 대신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시민’이라는 모호한 용어로 대체되는가 하면 GCED는 선택 과목으로도, 범교과 학습주제로 반영되지 않은 채 고시되었다. 물론 유사개념의 ESD와 GCED의 연계, 국제교육지표 통합 등 중첩된 내용의 정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인간상과 핵심역량, 교육목표 등 총론 전체에서 글로벌 역량의 개념은 축소되고 보다 국내적·미시적 관점에 머물렀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졌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학교 교육을 통한 GCED 실천은 청소년층이 글로벌 역량을 배양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는 스스로의 삶과 크게는 전 세계 차원에서 중요한 지속가능발전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디지털 정보와 SNS 등을 책임감 있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인식 제고와 상호문화적 감수성, 글로벌 역량 등 비인지적 영역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Bennett, 1993; Sinicrope et al., 2007). 현행 같은 일회성의 GCED 워크숍이나 연수가 아닌 학교 교육을 통한 GCED가 지역 및 국제사회 맥락에서 학습자의 위치를 이해하고 그들의 능력과 판단력, 실천력 등을 개선하는 데 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다(Hanvey, 1975; OECD, 2018c). 그러나 한국의 GCED 수행도는 이와 거리가 있다.
PISA 2018 글로벌 역량 평가에서 한국 학생(총 6,650명)의 경우 10개 항목의 GCED를 모두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경험=1)한 비중이 21.5%(1,427명)에 불과했다. 서울시교육청(2022)의 경우, 교과수업에 GCED 요소를 반영하여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글로벌 교육목표 이행을 정책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세계시민교육 기본업무계획’ 기준, 세계시민교육 특별지원학교(2020) 30개교, 세계시민교육 실천학교(2021) 97개교, 세계시민혁신학교(2022) 2개교, UNESCO 학교(2022) 76개교 정도가 각 지정되어, 서울시 전체 초·중·고등학교 1,364개교 중 205개교(약 15.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서울시교육청, 2022; 2021). OECD가 주관하는 교원국제비교연구인 TALIS(Teaching and Learning International Survey) 2018 자료에서도 교원양성기관에서 다문화 및 다언어 환경에서의 교수법 등 글로벌 교육역량 관련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예비교사의 비율은 28.8%에 그친 수준이었다(이동엽 외, 2019; 김유아, 2022). 학생도 교사도 관련 교육에 대한 높은 요구도에 비해 낮은 수행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GCED는 일부 교과에서 배우는 지식이 아닌 보편교육이 되어야 한다(임연장 외, 2020). 국제 경제의 연결성에 대한 이해, 분쟁의 해결, 문화다양성,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 환경, 생태, 평화, 노동, ESG(환경·사회·거버넌스)2) 등의 내용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GCED를 국가교육과정기준에 포함하고 이를 가르치는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 효과성을 점검하기에 지금이 적기라고 할 수 있다(김동택 외, 2020).
글로벌 역량 하위영역으로 포함된 정의적 태도는 학습에 대한 참여와 동기뿐만 아니라 학업 성취도와도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김경희 외, 2009; 박선화, 상경아, 2011; Fryer et al., 2016; Mullis & Martin, 2017), PISA의 평가영역 및 평가틀을 참고하여 비인지적 효과성을 분석하고 국가교육과정 차원에서 글로벌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김경희 외, 2022).
본 연구에서는 PISA 2018 글로벌 역량 평가의 한국 학생의 자기보고식 설문 자료를 활용하여 GCED가 글로벌 역량의 비인지적 영역에 미치는 효과성을 확인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 제공되는 글로벌 역량을 주제로 한 수업 10개 항목을 GCED로 포괄하여 독립변인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선행연구 결과를 토대로 GCED 실천이 교육맥락이나 학생의 글로벌 역량에 미치는 효과성을 예측하는 데 주요 변수인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을 매개로 선정했다. 이에 학교에서의 GCED 실천이 필연적으로 효과성을 나타내는 학생의 글로벌 이슈에 대한 지식 및 인식 같은 인지적 영역이나 상호문화 감수성 및 의사소통 등의 문화다양성 관련 변인뿐만 아니라, 적응능력과 협력적 학교풍토 등 정의적 영역에 미치는 효과와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이 매개하는 간접효과에 대해 차별화하여 연구하였다. 이를 통해 글로벌 역량에서 학생의 보편적인 회복탄력성과 적응력, 학생 간 협력적 관계에 대한 가치 등에 GCED 실천이 미치는 비인지적 영향력을 분석하여 학교 교육에서의 GCED 확대와 교육과정화 노력이 계속 필요한지 당위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GCED의 효과성이 학생의 글로벌 역량 평가에서 한국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이 미치는 영향을 구조방정식 모형을 통해 분석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주요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II. 이론적 배경
글로벌 역량은 글로벌 이슈를 다양한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관점에 따른 여러 해석의 차이가 자신과 타인의 인식, 판단, 생각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이해하며, 인간 존엄성 다문화적 개방성, 타인과의 효율적인 상호작용과 소통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OECD, 2016; 정성경, 박환보, 2022).3) PISA 글로벌 역량 평가에 포함된 비인지적 성취 지표들은 인지적 영역도 중요하지만 학습에 대한 헌신, 타인에 대한 존중과 이해, 학습동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조절 등 인지적 성취 이외의 성과에 대한 평가가 교육의 질 관리를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PISA의 최근 경향성과 맥락을 같이 한다(OECD, 2019c). 그리고 배경이 다른 개인이 성공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갖는 형평성 또한 주요한 시스템 수준 성과(system-level outcome)로 반영하고 있다(Gonski et al., 2011; Lee et al., 2020, OECD, 2019c, UNICEF Office of Research, 2018; OECD, 2020b).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에서 GCED 기반의 교과교육 사례를 PISA 글로벌 역량 모형에 근거하여 평가하거나(오은주, 2019), 구조방정식 모형을 적용하여 교사 역량이 수업 효과성에 미치는 매개효과의 분석(박정주, 2011; 박주호 외, 2015a), PISA 교육과정 평가 자료를 활용하여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친 변인 간 관계와 간접효과를 검증한 사례(이은진 외, 2021), 교사의 GCED 실천 요인(정성경 외, 2021) 및 학생의 세계시민성 요인(정성경, 박환보, 2022)을 분석한 의 연구 등에서 제시된 변인과 용어의 정의를 함께 고려하여 변인을 선정하였다.
PISA는 OECD가 주관하는 국제 수준의 학생평가 프로그램으로, 의무교육이 종료되는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3년 주기로 읽기, 수학, 과학 역량 수준을 맥락 변인과 함께 파악하여 조사 참여국의 교육정책 수립 및 국제비교 연구 기초자료로 활용토록 하고 있다(정성경, 박환보, 2022). OECD(2016)는 글로벌 역량을 인지적·비인지적 요소를 포괄하는 ‘지식 및 이해(knowledge and understanding)’, ‘기술(skills)’, ‘태도(attitudes)’, ‘가치(value)’, 이상 4가지 측면의 복합적 역량으로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 능력은 글로벌 이슈를 다양한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관점에 따른 여러 해석의 차이가 자신과 타인의 인식, 판단, 생각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이해하며, 인간 존엄성 상호문화적 개방성, 타인과의 효율적인 상호작용과 소통하는 것으로 정의된다(OECD, 2016; 정성경, 박환보, 2022). OECD는 기술된 분석을 근거로 글로벌 역량 배양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PISA 2018에서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읽기, 과학, 수학 등 교과목 외 혁신 부문(innovative domains)4)에 글로벌 역량 평가를 추가로 실시했다. 한국의 글로벌 역량 전체 평균 점수는 509점, 평균 정답률은 46.7%로, 참여한 27개국의 전체 평균(474점) 및 정답률(38%)을 상회했으나 상대적 성취도는 최하점을 기록했다(OECD, 2020d; 최인선 외, 2021).
OECD는 교육을 통한 태도와 가치 개발의 중요성에 대한 국제 수준의 논의가 증가하고 있고, 보다 포괄적이고 공정(fair)하며 지속가능한 경제 및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시민의 공유적 가치(존중, 공정성, 개인 및 사회적 책임, 성실성 및 자기 인식)를 개발하기 위한 더 강력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OECD, 2019b, p. 104).
출처: OECD(2019: 104)
PISA 2018에 포함된 글로벌 역량의 평가영역 및 방식은 다음과 같다. 평가영역은 ‘지식, 기술, 태도, 가치’의 네 영역으로 구성되며, 평가 방식은 인지적 평가와 자기보고식 설문 두 가지 유형으로 구성되었다. 글로벌 이해(global understanding) 정도를 한 시간 동안 평가하는 인지적 평가 69문항과 글로벌 역량 증진을 위한 학교 활동과 교사 관련 정보 등에 관한 사회적 기술과 태도를 포함한 학생의 자기보고식 설문 96문항으로 구성된다(오은주, 2019; 신효정, 2023). 가치는 글로벌 역량의 구성요소에 포함되나 PISA 평가에서는 제외되었다(OECD, 2018c; 박지숙 외, 2020). 동 인지적 평가의 목적이 학생 개개인의 윤리(ethics)와 의견(opinions)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례의 복잡성과 가능한 입장의 다양성을 인식하고 설명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OECD, 2018c). 동 평가 프레임워크에서 ‘가치가 글로벌 및 상호문화적 이해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은 가장 복잡한 문제(OECD, 2018c, p. 34)’였다.
본 연구에서 활용한 학생 자기보고식 설문은 글로벌 역량과 관련한 요인과 교육적 맥락 변인으로 항목을 구성하고 있으며, 지식, 기술, 태도에 관한 46개 문항과 학생의 배경 정보, 교수·학습, 학교 수준의 교육 맥락적 변인을 묻는 50문항의 설문으로 구성되어 있다(박지숙, 김상미, 2020). 동 글로벌 역량 지표 중 학생 수준의 ‘적응능력’과 교육맥락 변인의 ‘협력적 학교풍토’를 종속변인으로 선정하여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을 매개로 GCED가 이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하고자 했다.
교사의 GCED 실천 요인을 분석한 정성경 외(2021)의 연구에 따르면, 교사 개인의 글로벌 교육역량과 상호문화 교수 효능감이 교사의 GCED 실천에 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교사의 개인적 특성에서는 연령, 국어, 사회, 외국어 교과 담당 그리고 유학을 포함한 해외 경험이 있는 경우 GCED 실천에 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으며 예비교사 및 현직교사의 GCED 연수, 자격 과정, 훈련 경험이 GCED 실천에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정성경 외, 2021; Ladson-Billings, 1995; Paine et al., 2017; 이동엽 외, 2019). 이는 교사의 이해도와 인식, 기술, 태도 등 글로벌 교육역량이 관련 수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인이기 때문이다(모경환, 임정수, 2011; 조영달 외, 2010; Ramsey et al., 1990; Banks, 2018). 교육부도 GCED 확산에 현직교사를 중요한 촉진자로 보고, 주 사업도 교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정성경, 박환보, 2022).
강정진(2019)의 연구에 따르면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은 글로벌 역량을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교사의 지도 능력을 의미한다. 글로벌 교육역량의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글로벌 교육 수용역량(global education acceptability competence)으로 국내외 교육제도 및 방법, 문화다양성 등을 존중하고 타 교육자에 대한 유연한 태도를 의미한다. 둘째, 글로벌 교육 이해역량(global education understanding competence)은 국내외 교육제도 및 방법, 문화 등에 대한 지식이다. 셋째, 글로벌 교육 기술역량은 국내외 다양한 이슈를 효과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교수 능력(global teaching ability), 외국어 효능감(foreign language efficacy), 글로벌 교육을 위해 타인과 의사소통하거나 타 문화권 교사들과 협업할 수 있는 상호문화적 의사소통능력(intercultural communication skills)을 말한다(강정진, 2019).
OECD가 주관하는 TALIS 또한 2013년에 교사의 전문성 개발 효과 영역에 ‘다양성을 위한 교수 전문성 개발(professional development for teaching for diversity)’ 분야를 포함하여 평가했고(박주호, 송인발, 2015b), 2018년부터는 ‘다양성과 형평성(equity and diversity)’ 및 ‘혁신(innovation)’ 영역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상호문화 교육과 관련된 교원과 학교 수준의 다양한 항목별 조사가 가능하도록 했다(이동엽 외, 2019). 그 기준을 학급 내 학생 구성의 다양성, 상호문화 친화적 교수활동, 상호문화 친화적 교사 효능감, 상호문화 친화적 교수 실천(교사, 교장) 등의 지표로 설정하고 평가한 바 있다(OECD, 2020a; 김유아, 2022).
이러한 선행연구 결과를 토대로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이 교육맥락이나 학생의 글로벌 역량에 미치는 효과성을 예측하는 데 중요 변수임을 확인하고 분석 지표로 활용했다. 본 연구에서도 선행연구의 정의와 기준을 따르며 교사가 특정 민족 집단 역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misconceptions about the history of some cultural groups)이 있는지, 그들에 대한 부정적 언급을 하는지, 국내 현안의 문제를 그들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지, 그들에 대한 학업성취 기대를 낮게 갖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한 학생 응답을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의 척도로 활용했다.
상호연결성이 증가함에 따라 환경, 인권, 분쟁, 불평등 등의 이슈가 다각화되고 유기적인 협력과 해결이 필요해졌으며, 이에 평화와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 배양을 위한 국제사회 차원의 교육적 대응으로 GCED가 도입되었다. 이는 학습자에게 창의성, 혁신, 평화, 인권 및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헌신 등을 포함하는 책임 있는 세계시민 의식을 배양하는 가치, 태도 및 행동을 주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5)
현재 학교 내 GCED는 범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모든 학교급에서 다양한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교육부와 교육청도 학교의 GCED 접근성 확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여 지원하고 있다(이긍연, 2017). 그러나 현재로서는 공교육의 정규 수업 시수로 편성하거나 증대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범교과 학습으로 GCED를 다룰 수 있도록 교과교육의 교과서 개정이나 수업자료 개발하는 단기적 제고 방안만 고려할 수 있는 현실이다(김동택 외, 2020). 서울시 중학교의 경우 1학년에서 3학년 간 34시간을 배정하고 GCED를 교과로 선택하도록 하는 등 일부 교육청에서 선택 교과(군) 편성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서울시교육청, 2022). 향후 궁극적으로 국가교육과정기준에 선택 교과로 포함하여 일회성 교육이 아닌 정규 수업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전체로 확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ESD와 연관성 및 중첩성이 있어 연계한 교육과정 활성화와 정규교육과정을 통한 공동의 학습 전략이 필요하다(김영순, 윤현희, 2018). UNESCO 또한 SDG 세부목표 4.7을 추진을 위한 ESD와 GCED 간의 중첩성6)을 인식하고 학습영역과 교육단계 및 국가별 특성 등을 연구한 바 있다[UNESCO(유네스코한국위원회 역), 2020; 윤종혁 외, 2022]. ESD는 보다 환경적인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GCED는 국가경제 간 상호연결성을 인식하고 글로벌 이슈에 대한 적극적인 역할을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윤종혁 외(2022)의 연구에서 제시된 ‘지속가능발전역량’의 개념은 국제적인 공통개념으로 보기 어렵고 개도국에 국한한 의제로 오해될 소지가 있으므로 글로벌 역량으로 묶어서 개념정리를 하는 것이 혼동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학교에서 학습하는 국제경제의 연결성, 분쟁 해결, 상호문화의 이해, 미디어를 활용한 국제뉴스 학습, 교사와의 토론, 문화다양성 축제 참여, 글로벌 현안 토론, 소그룹 토의, 이문화 민족집단의 인식 이해와 의사소통방식 습득 등의 항목을 포괄적인 GCED로 지칭한다.
학생의 학교 적응능력은 학교라는 사회적 집단 안에서 청소년들이 스스로 집단의 목적을 달성하고 주어진 여러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만족스럽게 하고 있는 상태이다(Bierman, 1994; 윤미리 외, 2020). 즉 학교에 적응한 학생은 학교의 규칙 및 질서를 잘 따르며, 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친구 및 교사와의 관계가 원활하여 자신도 학교생활에 만족하는 것(이정윤, 이경아, 2004)으로 이해할 수 있다(윤미리 외, 2020).
동 역량 평가에서 정의하는 적응능력(adaptability)은 지배적인 문화적 환경, 또는 새로운 요구나 도전과제에 당면할 수 있는 새로운 상황과 맥락(novel situations and contexts)에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적응시키는 능력을 의미한다. 동 기술을 갖춘 개인은 새로운 환경으로 야기된 모호한 상황에서 좌절, 스트레스, 소외와 같은 ‘문화충격’의 감정을 다룰 수 있다. 또한 적응능력이 있는 학습자는 타 문화권의 사람들과 보다 쉽게 장기적인 대인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으며 변화하는 환경에서 회복탄력성을 유지(remain resilient)할 수 있다(OECD, 2018c). 다만 평가지표의 6개 문항 중 2개만 문화적 적응능력에 국한된 것으로 보다 보편적이고 광범위한 개념을 포괄한다고 할 수 있다(OECD, 2018b).
학교풍토는 학교가 갖는 특성과 분위기로 학교가 지향하고 추구하는 사회문화적 가치와 규범에 대해 학생이 인지하고 있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Glickman et al., 2001; 정성경, 박환보, 2022). PISA가 평가한 학생 간 협력적 관계에 기반한 학교풍토는 학생 간 협력에 가치를 두고, 실제로 협력하며, 공동체 의식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학교가 이를 독려하는지로 구성되었다(OECD, 2018b). 글로벌 역량을 갖춘 학생의 행동(globally competent behaviour)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는 태도, 글로벌 마인드(global mindedness) 등으로 구성되며, 공정한 실행(fair practices) 및 우호적인 학교풍토(welcoming school climate) 기반의 교육과정’을 통해 촉진된다(OECD, 2018c, p. 17).
상호연결성과 공동체 의식을 주요 주제로 하는 GCED가 학생 간 협력적 관계와 학교 분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필연적일 수 있으나, 평가지표 4개 문항 모두 학교의 일반적인 협력적 풍토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된 점을 주목할 만하다(OECD, 2018b). GCED가 상호문화적 학교풍토뿐만 아니라 학생 간 협력적 관계에 기반한 일반적인 협력적 학교풍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III. 연구 방법
본 연구는 OECD PISA 20187) 글로벌 역량 평가의 한국 188개교 6,650명 학생의 자기보고식 설문 결과를 활용했다. PISA는 OECD가 주관하는 국제 수준의 학생평가 프로그램으로, 의무교육이 종료되는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3년 주기로 읽기, 수학, 과학 역량 수준을 맥락 변인과 함께 파악하여 조사 참여국의 교육정책 수립 및 국제비교 연구 기초 자료로 활용토록 하고 있다(정성경, 박환보, 2022). 그 중 글로벌 역량의 인지적 영역은 행렬표집8) 설계를 활용하여 전체 학생 중 88%가 네 영역 중 두 영역 평가를, 12%의 학생은 세 영역의 평가를 치렀으며, 22%의 학생이 1시간 읽기와 1시간 글로벌 역량(검사형 37~48) 검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이어 조사된 글로벌 역량 자기보고식 설문 결과를 본 연구에 활용했다(최인선 외, 2021).
총 학생 6,650명 중 중학생은 886명(13.3%), 고등학생은 5,759명(86.6%), 기타학교 5명(0.1%)이었으며 여학생 3,191명(48%), 남학생 3,459(52%)였다. 데이터 결측치 비율은 1.1%로 크지 않았으며, 결측값 대체와 FIML(Full Information Maximum Likelihood) 방법을 사용했다. 이는 단층 자료뿐만 아니라 다층 자료의 결측값 대체에도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Enders & Bandalos, 2001; Larsen, 2011; 이은진, 홍세희, 2021). 구조방정식 분석에 앞서, 본 연구에서 활용한 변인의 기술통계량과 각 변인 간 상관계수를 계산하였다. 분석 결과는 다음 표와 같다.
세계시민교육 |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 부재 | 학생의 적응능력 부재 | 협력적 학교풍토 | |
---|---|---|---|---|
세계시민교육 | 1 | |||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 부재 | 0.050 | 1 | ||
학생의 적응능력 부재 | -0.239 | 0.053 | 1 | |
협력적 학교풍토 | 0.300 | -0.090 | -0.079 | 1 |
평균 | 0.57 | 1.35 | 2.78 | 2.40 |
표준편차 | 0.479 | 0.619 | 0.817 | 0.958 |
본 연구에서는 학교에서의 GCED, 협력적 학교풍토, 학생의 적응능력,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을 변인으로 사용하였다. 학생의 적응능력의 경우 점수가 높을수록 적응능력이 낮음을 나타낸다는 점을 유의하여 이후의 분석 결과를 살펴보아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PISA 2018 글로벌 역량평가의 학생 수준 자기보고식 설문의 한국 데이터를 활용하여 학교에서 제공되는 GCED에 미치는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 매개효과를 학생 수준에서 탐색하기 위해 구조방정식 모형을 적용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학교 수준에서의 교사의 GCED 실천과 학생의 글로벌 이슈 인식, 상호문화교육에 대한 관심(interest)과 개방성 등이 상호작용하여 세계시민의식 배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되었다(정성경, 박환보, 2022). 실제로 구조방정식 모형을 활용하여 학교에서의 GCED 실천이 학생의 글로벌 이슈에 대한 지식(ST196)과 인식(ST197)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한 결과, 각각 0.679(표준화계수 .349, p≤.001), 0.889(표준화계수 1.000, p≤.001)로 나타나 모두 강한 정적인 효과를 나타냈다.
본 연구에서는 학교에서의 GCED 실천이 이러한 직접적인 인지적 요인 외에 학생의 적응능력이나 협력적 학교풍토와 같이 비인지적 요인에 미치는 영향력과 이에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이 어떠한 매개효과를 갖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따라서 학교에서의 GCED 실천 10개 항목,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 4개 항목, 그리고 기술적 요인에서 학생 수준의 적응능력 6개 항목과 교육맥락 변인에서 협력적 학교풍토 4개 항목을 변인으로 설정했다. 종속변인은 모두 학생 수준의 조사 변인으로 학교특성에 따라 변화되는 변인이 아닌 만 15세 학생 수준의 일반적인 인식을 기준으로 분석했다. 참고로 학생의 성별, 이주 배경 등 개인 인적 사항들을 통제해보았으나 계수가 같거나 .02 이내의 격차를 보여 통제변수가 매개변수와 종속변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모델에서는 제외했다. 각 변인은 다음과 같다.
독립변인은 학교에서의 GCED 실천 여부로 학교에서 국제 경제의 연결성이나 분쟁 해결, 문화다양성의 이해, 미디어를 활용한 국제뉴스 학습, 교사와의 토론, 문화다양성 연중 축제 참여, 글로벌 현안에 대한 토론, 소그룹 토의, 타 민족집단 인식의 이해와 의사소통 방식 습득 등의 항목을 포함한다. 동 변인에는 이분형 척도(1=경험, 0=미경험)를 채택했다. GCED 교육과정 학습 여부에 대한 세부 질문내용은 다음과 같다.
매개변인은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 부재로, 특정 민족집단에 대한 역사적 사실에 오류가 있거나, 부정적 언급 여부, 국내 현안의 문제 원인을 그들 탓으로 돌리지 않는지, 그들에 대한 학업성취 기대치를 낮게 갖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한 학생 응답을 활용했다. 4점 리커트 척도를 활용했으며 ‘전혀 없거나 거의 없다(1)’, ‘일부가 있다(2)’, ‘대부분 그렇다(3)’, ‘전부 또는 거의 모두가 그렇다(4)’를 의미한다. 즉, 점수가 낮을수록 교사의 인식이 긍정적인 것을 나타낸다. 세부 질문내용은 다음과 같다.
종속변인은 첫째, 적응능력에 대한 문항으로, 스스로 낯선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 또는 행동 변화나 스트레스를 받는 압박적인 상황에서의 적응,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적응능력 등에 대한 학생 응답을 활용했다. 5점 리커트 척도를 채택했으며, ‘매우 나와 같다(1)’, ‘대부분 나와 같다(2)’, ‘대체로 나와 같다(3)’, ‘나와 같지 않다(4)’, ‘전혀 나와 같지 않다(5)’를 의미한다. 즉, 점수가 높을수록 적응능력이 낮음을 나타낸다. 아래 세부 질문내용을 살펴보면 글로벌 역량 지표에서 문화적 적응능력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문제해결능력과 자기효능감에 대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종속변인은 협력적 학교풍토로, 학생 간 협력적 관계에 가치를 두고 타인과 파트너십 구축, 공동체의식에 대한 학습 등 학생 간 협력적이고 포용적 분위기와 가치를 가졌다고 생각하는지 평가했다. 4점 리커트 척도를 채택했으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1)’, ‘일부 사실이다(2)’, ‘사실이다(3)’, ‘매우 사실이다(4)’를 의미한다. 각 세부지표는 다음과 같다.
본 연구의 가설검증을 위해 구조방정식 모형(Structural Equation Modeling)을 채택했으며 기술통계량 계산 및 전처리를 위해 SPSS 26.0을, 확인적 요인분석(Confirmatory Factor Analysis, CFA), 구조방정식 모형 분석에는 AMOS 28.0을 사용했다.
먼저 CFA를 통하여 측정모형의 적합도와 모형 내 잠재변수들에 대한 수렴 및 판별타당성을 검토하였다. 측정모형에 대한 타당성 검증 후, 연구모형의 적합도 및 변수 간 설정된 경로의 통계적 유의성에 대한 검증과 각 경로계수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 확인하기 위해 구조방정식 모형 분석을 실시했다(박찬호, 황명환, 2019). CFA 결과 모든 요인의 표준화된 요인적재값(standardized regression Weights)이 .5 이상이었고 모형적합도지수(RMSEA, CFI, TLI)를 함께 확인한 결과 타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모형의 적합도를 판단하기 위해서 AMOS 28을 활용하여 적합도 지수인 SRMR(Standardized Root Mean Square Residual)가 .0491임을 확인했다. SRMR은 좋은 모형의 기준을 .08 이하로 보고 있어 본 연구에서도 해당 기준을 활용했다(이은진 외, 2021). 전통적인 모형적합도인 NFI(.961), RFI(.957), IFI(.964), TLI(.959), CFI(.964) 등도 모두 .95 이상이었고 RMSEA도 .047로 모형이 적합한 것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종속 및 매개변인의 문항 신뢰도 검증을 위해 내적일관성(internal consistency)을 측정하는 도구인 Cronbach Alpha를 산출한 결과, 협력적 학교풍토에 대한 4개 문항은 .936, 학생 적응능력 6개 문항은 .919, 교사 인식 4개 문항은 .934로 모두 .900 이상으로 높게 측정되었다. 학교 내 10개 항목의 GCED 수학 여부는 이분형으로 측정되어 신뢰도가 산출되지 않았다. 또한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에 대한 매개효과를 검증하기 위하여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 방식을 이용한 95% 신뢰구간을 활용했다. 분석 모형은 다음과 같다.
IV. 연구 결과
구조방정식 모형을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모든 경로계수가 유의했으며, 학교에서 학생들이 국제경제 연결성, 분쟁 해결, 문화다양성의 이해, 문화다양성 축제 참여, 토론 등을 포괄하는 GCED를 이수한 경우,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을 매개로 학생의 적응능력과 협력적 학교풍토에는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력적 학교풍토(4점 리커트 척도)에 대한 간접효과는 -.017(신뢰구간 최저 -.031, 최고 -.007), 학생의 적응능력 부재(5점 리커트 척도)에는 .011(신뢰구간 최저 .005, 최고 .023)로 유의했다. 직접효과는 협력적 학교풍토가 .998, 학생의 적응능력 부재는 -.845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나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 부재가 부분매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협력적 학교풍토에 미치는 총 효과는 1.015이었으나 매개효과가 –.017로 직접효과가 .998로 조정된 것으로, 학교에서의 GCED가 협력적 학교풍토를 구축하는데 긍정적인데 교사의 부정적 인식이 매개효과로 작용하여 그 효과를 저해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교사의 긍정적 인식은 GCED의 긍정적 효과를 높인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의 경우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GCED를 양적으로 증대한다고 해서 교사의 역량 제고에 정적 효과가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조사대상 학생 중 교사의 타 민족 집단 관련한 부정적 인식이 ‘전혀 또는 거의 없다(To none or almost none of them=1)’고 응답한 비율이 약 70%를 차지했기 때문에 교사 인식의 매개효과 계수 폭이 넓지 않았다.
분석 결과 학교에서의 GCED 실천은 문화다양성 측면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고 공동체 의식을 학습하는데 명확한 효과성이 확인되며 이를 가르치는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이 정적 매개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은 학생의 협동심과 연대적 관계 구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협력적인 학교풍토를 조성하는 데 유의한 긍정적 영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학교에서의 GCED는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을 매개로 학생의 상호문화 감수성뿐만 아니라 낯선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 또는 행동변화, 스트레스를 받는 압박적인 상황에서의 적응,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적응능력 등 보편적인 적응능력에도 정적 효과를 나타내고 있어, 전인적 차원의 학습 성과를 보이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 학습자들이 더 포용적이고 형평성이 제고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식, 기능, 가치, 태도를 길러주는 GCED가 유연한 사고와 회복탄력성, 효능감 등을 포괄하는 적응능력에도 긍정적인 학습효과를 가지는 것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V. 결론
다문화가족지원법제5조제6항(2018.6 시행)을 근거로 교육공동체의 모든 주체가 GCED 실천과 상호문화 감수성을 제고하는 목적으로 글로벌 역량 배양을 위한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서울특별시교육청, 2022). 또한 2022 개정 국가교육과정기준 총론에서 ‘포용사회’와 ‘모두를 위한 교육’,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미래교육’ 등을 주요사항으로 표방함에 따라(교육부, 2022) 학교현장에서 이를 실현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 강화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본 연구는 구조방정식 모형을 활용하여 한국 학교에서의 GCED 실천과 학생의 적응능력과 협력적 학교풍토간의 관계에서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첫째,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은 학교에서의 GCED 실천과 협력적 학교풍토, 그리고 학생의 적응능력 간의 모든 관계에 부분매개 효과를 나타냈다. 즉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이 높을수록 협력적 학교풍토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았고 학생의 적응능력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협력적 학교풍토에 미치는 직접 효과가 1.0에 가까운 높은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학교에서의 GCED 실천은 협력적 학교풍토를 구축하고 공동체 의식을 학습하는데 명확한 효과성이 확인됐으며, 이에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도 유의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낯선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 또는 행동변화, 스트레스를 받는 압박적인 상황에서의 적응,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적응능력 등 학생의 적응능력에도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을 매개로 정적인 영향력이 확인되는 바, GCED가 학습자의 적응능력 향상을 기반으로 전인적 성장에 보다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학교에서 10개 항목의 GCED를 모두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경험=1)한 학생 비중이 21.5%(1,427명) 정도로 높지 않아 모수 불균형이 존재하고, 교사의 부정적 인식은 학생들의 생각을 취합한 것으로 객관적인 평가지표라고 보기 어렵다.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에 대한 질문 문항이 특정 민족집단에 대한 역사적 왜곡을 했는지, 그들에 대한 부정적 언급을 직접적으로 하고 국내 현안에 대한 그들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등 다소 극단적으로 구성된 경향이 있어 한국 학생들의 특성상 부정적 인식이 있는 교사라고 하더라도 최하위로 평가하기는 어려운 내용일 수 있다. 게다가 한국 교사들의 경우 상호문화 친화적 교수활동 등 글로벌 교육역량을 교원양성과정에서 의무역량으로 습득하지 않고 입직 후 개별적인 전문성 개발활동 등을 통해 획득하는 경향이 있어(이동엽 외, 2019; 김유아, 2022), 관련 교육을 받은 교사와 받지 않은 교사 간 역량 격차가 효과성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학교 내 GCED 실천의 양적 증대가 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을 자연적으로 향상시키지 않는다는 분석 결과를 참고하여 교원양성과정 등 별도의 교육을 통해 교육역량 진작이 필요하다는 시사점도 참고할 만하다. 예비교사의 글로벌 교육역량 강화를 위해 교원양성단계에서부터 기초소양으로 학습하도록 교원양성 교육과정을 보강하는 데 필요한 근거로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PISA 2018 자료를 활용한 선행연구를 기반으로 활용 변인을 선정하였으나 본 연구의 결과가 엄격한 인과관계를 증명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 교사, 학교, 학부모 수준의 다양한 통제변인을 모두 고려한 실험 설계를 기반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글로벌 교육목표로서 GCED의 이행 현황과 효과성을 평가하고 남은 기간의 이니셔티브에 환류하여 21.5%에 그친 이행 수준을 양적으로 확대하는 정책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학생이란 정체성을 갖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가 학생의 세계시민의식을 함양하는 주요한 장으로 기능하는 바(김현정, 김신영, 2015; 이성희, 윤지영, 2017), 학교 교육에 이를 효과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이전 교육과정에 대한 국가수준의 종단평가 없이 정치적 공약에 의해 국가교육과정기준을 전면적으로 개정하는 현 교육정책의 한계를 고려할 때, 수행도 및 효과성에 대한 점검과 요구분석 등 다각적인 평가를 실시하여 GCED 교육과정에 대한 구체적 동기와 연구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향후 순차적으로라도 2022 개정 국가교육과정기준 총론 전체에서 누락된 세계시민의식과 글로벌 역량의 개념을 인간상과 핵심역량, 교육목표 등에 반영하고, GCED를 중학교 선택 교과(군)에 우선 포함하여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에서 이를 교수·학습할 수 있는 근거와 계기를 마련해나가야 한다.
GCED는 외국의 교육과정이 아닌 글로벌 교육목표이다. 2030년까지의 달성을 이미 약정하고 국제시회가 공동이행의 노력을 하고 있는 이니셔티브일 뿐만 아니라 한국이 주도적으로 수립한 한국발 글로벌 의제(교육부, 2016)이다. 절반 정도 남은 SDG 4.7의 달성 기간 동안 기존 GCED 교육과정을 평가 및 환류하고 이를 근거로 GCED를 국가교육과정기준에 반영하여 글로벌 역량 성과 수준을 진작하는 과정이 현재 당면한 이행절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