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최근 정책적으로 학교 소비자교육의 활성화 및 체계화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비자주권 확립을 위한 정책을 수립·운영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소비자 권익 증진 관련 정책 연구와 소비자교육 및 연수를 실시하는 한국소비자원은 공교육 체계 내에서 소비자교육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하여 특히 관심을 두고 있다. 먼저 공정거래위원회는 제4차 소비자정책 기본계획(2018년~2020년)을 통해, ‘학교교육과 연계하여 청소년의 …… 소비자역량을 강화’할 것과 ‘초등학교, 중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소비자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할 것을 제안하였다(소비자정책위원회, 2018). 이러한 기조를 이어받아, 제5차 소비자정책 기본계획(2021년~2023년)에서는 중점 과제인 ‘소비자교육 체계화 및 맞춤형 정보 제공 강화’의 추진과제로 ‘학교 소비자교육 등 전국민 소비자교육 강화’를 밝히고, ‘학교교육에서의 소비자교육 활성화’, ‘학교 소비자교육 체계화 방향 모색’을 세부 전략으로 제시하였다. 특히 디지털화에 따른 비대면 거래 증대 등 급변하는 소비 환경에 대응하여 ‘학교 전자상거래 소비자교육 강화 방안 마련’에 주목하고, 이를 위해 학교교육의 교과 과정 및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한 소비자교육 강화를 모색하였다(소비자정책위원회, 2020).
한편 한국소비자원에서는 그간 소비자교육 내용체계 및 학교 소비자교육과 관련된 연구를 다수 수행한 바 있다(배순영, 2005, 2006; 손지연, 2019; 오수진, 2015; 이득연, 1995 등). 그런데 한국소비자원이 수행한 최근 연구는 일반 소비자교육의 내용체계에 관한 것이며, 2015 개정 교육과정 체제하에서의 학교 소비자교육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또한 이전 교육과정 체제하에 수행된 학교 소비자교육 표준안 관련 연구는 초등학교급을 중심으로 수행되었으며, 2009 개정 교육과정이나 2015 개정 교육과정 체제하에서 중등학교급을 포괄하여 내용체계를 구성하지는 못하였다. 또한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스마트컨슈머」 웹사이트2)를 통해 다양한 소비자교육 자료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학교교육 차원에서 학교급별로 각종 자료가 어떻게 연관되는지 명확히 밝히는 데 다소 한계를 지닌다.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교육은 가정, 학교, 사회를 통해 상호보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지만(오수진, 2015, p. 9), 그중에서도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소비자교육은 교육 대상 및 내용의 보편성과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데에 큰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를 의무교육으로 규정하고 있어, 학교교육은 모든 학생들이 소비자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를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된다. 물론 가정과 사회를 통한 소비자교육도 중요하지만, 이 둘에만 의존할 경우 교육 기회의 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가정에서의 소비자교육은 부모의 높은 소비자역량이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하므로, 모든 가정의 소비자교육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학교 소비자교육의 또 다른 장점은 교육의 체계성과 지속성을 꼽을 수 있다. 학교교육은 학습자의 발달 수준을 고려하여 학습 내용의 범위와 수준을 결정하고, 내용 요소의 중요도에 따라 학교급을 달리하여 학습 내용을 심화하여 반복한다. 초등학교 소비자교육 표준안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오수진, 2015, pp. 9-10)에서도 학교 소비자교육은 특정 대상에 국한되지 않고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며, 교육 대상인 학생들에게 체계적이며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이점에 주목하였다. 이와 같이 학교 소비자교육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 전문가인 교사가, 필수적으로 학습되어야 할 내용 요소를, 효과적인 교수·학습 방법을 활용하여,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의 질과 효과까지 담보될 수 있다.
따라서 학교 소비자교육의 중요성 및 변화된 소비 환경 등을 고려하고, 기존의 학교 소비자교육 연구가 가진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초·중·고 학교교육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차원의 소비자교육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특히 학교 소비자교육이 여러 학교급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떠한 내용을 다루어야 할 것인지를 구체화한 ‘내용체계안’부터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본 연구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먼저 국가 교육과정에서 밝히고 있는 우리나라 초·중등 학교교육의 목적 및 목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과 각론을 고려하여 학교 소비자교육의 목표를 정립하고 학교급별 적정 학습 영역과 범주를 설정한 내용체계안을 마련하여, 학교 소비자교육의 체계화를 도모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마련된 내용체계안의 활용 방안을 제안함으로써 학교 소비자교육의 활성화 및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II. 학교 소비자교육을 둘러싼 소비 환경 및 교육 환경의 변화
본 장에서는 학교 소비자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오늘날 소비 환경과 교육 환경의 변화하는 모습을 살펴본 후 학교교육에서 소비자교육의 의미와 중요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또한 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 관련 연구 동향을 검토하여, 학교 소비자교육의 내용체계안 마련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할 것이다.3)
오늘날 가장 주목할 만한 소비 환경의 변화는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라 할 수 있으며, 디지털 경제 환경은 소비 환경 및 소비생활의 많은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인터넷 및 스마트폰의 이용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온라인 쇼핑 총 거래액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이 중 2020년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24.5% 증가한 109조원으로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현상을 살펴볼 수 있다(임은정, 배순영, 2021, p. 4). 또한 2015년 3월부터 실시된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폐지 이후 간편결제 서비스가 사회 전반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2021년에는 일평균 1,981만 건, 6,065억 원이나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 2020년 대비 이용 건수는 36.3%, 이용 금액은 35.0%나 증가하였다(한국은행, 2022, p. 6). 뿐만 아니라 디지털 화폐의 급격한 성장 역시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에 따라 지난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통화체계는 전자 지갑에 탑재된 현금의 디지털화 버전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한국금융연구원, 2019, p. 24).
이러한 급변하는 디지털 경제 환경의 흐름 속에서, 맞춤형 광고와 초개인화 추천 서비스 등의 고도화된 마케팅 전략은 개인정보 보호 이슈를 제기하고 있으며 소비자로 하여금 광고와 정보의 판별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 기업은 소비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거래 과정에서 다양한 개인 정보를 수집하여 활용하기도 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따라 제공하는 소비 관련 정보에 왜곡이나 조작을 가하기도 한다(이금노, 2018, pp. 54-56). 따라서 소비자는 기술과 미디어에 대한 지식은 물론 디지털 미디어 활용에 대한 자신의 권리와 책임을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자신과 타인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고 온라인 사기 및 원치 않는 마케팅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OECD, 2009, p. 12). 이와 같이 급변하는 경제 사회 및 소비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소비자의 역량 강화가 더욱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으며, 역량의 특성상 단시간에 성취하기 어려우므로 성인 대상의 소비자교육뿐만 아니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소비자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청소년들은 일정 부분 소비의 자유를 누리지만 소비자가 빠질 수 있는 함정에 취약하고, 소비자의 권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지출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인 부정적 결과에 대해 거의 고려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Consumer Affairs Victoria, 2003, p. 1). 이러한 경향은 우리나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권미화, 이기춘(2000, p. 187)의 연구에 의하면, 청소년들은 합리적 소비행동의 결과와 비합리적 소비행동의 결과가 어떤 차이를 가져오는지 체험을 통해 학습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행동의 합리성 수준도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심미영(2006, pp. 458-459)의 연구 역시 청소년의 비합리적 소비 성향에 대해 주목하였는데, 청소년들은 일반적으로 가치관이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아 소비를 조장하는 환경에 쉽게 노출되고 또래집단의 영향력이 강해 충동적인 동조 소비를 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Z세대로 대변되는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으로,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의 발전과 함께 유년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 세대답게 신기술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이를 소비 활동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최인영, 2015, p. 679). 실제로 학생들이 디지털 기술에 노출된 시간의 변화를 살펴보면, PISA4) 2012에서 만15세 학생들의 평균 인터넷 이용 시간이 1주에 21시간이었는데, PISA 2015에서는 주당 29시간, PISA 2018에서는 주당 35시간으로 나타나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OECD, 2021, p. 20). 이처럼 ‘완전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Z세대는 개인적이고 독립적이며 경제적 가치를 우선시하여 이전 세대와는 차별화된 소비 패턴을 보인다(박혜숙, 2016, p. 763). Z세대는 부모, 친구, 대중매체 등 다양한 요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소비하고 있으며, 특히 인터넷이나 SNS와 같은 매체와의 상호작용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다른 세대와 차별화된 특징을 보인다(채희주, 이진숙, 2020, p. 2).
이와 같이 청소년들이 디지털 환경에 친숙한 상황에서, 최근 디지털 리터러시와 연계된 청소년의 소비 관념 및 소비자 능력 미흡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서 디지털 환경의 소비 활동과 연계된 디지털 리터러시 저하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PISA 2018 읽기 영역에서 만 15세 청소년들은 사기성 전자우편(피싱 메일)을 식별하는 문항에서 OECD 국가 중 하위 집단 수준을 기록하였다(OECD, 2021, pp. 108, 188). 해당 문항은 유명 이동통신사 명의를 사칭한 피싱 메일을 보낸 뒤 이용자 정보를 입력하면 스마트폰을 받을 수 있다는 링크에 반응하는 태도를 조사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OECD, 2021, p. 107). 물론 이는 실제 소비 활동 상황에서 학생들의 소비자역량을 평가한 것은 아니지만, 상품의 구매 과정에서도 정보의 신뢰성을 식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에 비추어 청소년들의 반응이 유사한 결을 보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처럼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부모 세대에 비해 디지털 환경에 더 익숙하지만, 여전히 성인에 비해 실생활에서의 경험과 위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제대로 된 소비 관념을 정립하기 이전에 모바일 디바이스 등 익숙한 디지털 기기를 통해 소비 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익 문제와 관련하여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청소년 대상 소비자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사회 및 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학교교육의 흐름도 변화하고 있는데, 디지털화, 인공지능 발달 등의 국제 동향, 이에 따른 미래사회의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하여 전 세계 학교교육은 지식 습득 중심에서 역량 개발 중심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이에 현재 전 세계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학교교육의 지향은 무엇이며, 소비자교육의 목표인 소비자역량 함양은 학교교육의 지향과 어떻게 관계맺음 할 수 있는지를 역량 중심의 교육 실행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997년~2003년 OECD DeSeCo (Definition and Selection of Key Competencies) 프로젝트를 계기로, 세계 각국은 학교교육의 목표를 역량의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최근 전 세계 교육 동향은 급변하는 미래사회의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자기주도성 및 디지털 기반 삶과 연계한 미래 역량을 함양하는 것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학교급별, 교과별 학습 경험을 재구조화하는 추세이다. 이와 같이 최근 많은 나라에서 역량을 새로운 교육 목표로 설정하고 이에 따라 교육과정을 재설계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바(최수진 외, 2019), 미래 역량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OECD의 역량 사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OECD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핵심적인 역량이 무엇인지를 탐색하고, 이를 위한 교육 체제를 마련하고자 「OECD 교육 2030: 미래 교육과 역량(이하 OECD 2030)」 프로젝트(1주기: 2015년~2019년, 2주기: 2019년~현재)를 착수하였다(김종윤 외, 2021, p. 23).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는 새로운 역량 교육을 제시함에 있어, 사회 변화와 학교교육 간의 관계에 주목한다.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 과학 기술의 발전과 이에 대한 대응 등 최근에 이루어진 급격한 사회적 변화를 고려할 때,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무렵 성립된 학교교육의 전통적인 산업화 모형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최수진 외, 2019, pp. 50-51). 즉, 급변하는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을 위해 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육의 목적과 방향이 변화하여야 한다(김종윤 외, 2021, p. 22). 이에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는 2018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 2030년에 성인이 될 것으로 가정하고, 2030년을 살아갈 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교육의 목적을 ‘웰빙(well-being)’으로 설정하였다(최수진 외, 2019, p. 50; 김종윤 외, 2021, pp. 33-34). 이는 이전 DeSeCo 프로젝트에서의 교육적 목적을 ‘성공(success)’으로 제시한 것과 매우 대비된다(최수진 외, 2019, p. 50). 특히 OECD에서 제시한 교육 목표로서의 웰빙은 직업이나 소득 등 물질적·경제적 차원도 중요하지만, 삶에 대한 만족이나 건강, 환경, 시민적 참여 등의 삶의 질 차원이 더욱 중요함을 강조한다(이상은 외, 2018, p. 86).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에서는 역량을 지식, 기능, 가치 및 태도를 포괄하는 총체적인 개념으로 정의하는데, 특히 역량이 단순한 ‘기능’ 이상의 것이며 기능까지 포괄하는 보다 광범위한 개념이고 지식과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OECD, 2019b, p. 7). 학생들은 기본적인 이해를 위해 핵심적인 지식을 익혀야 하며, 그러한 지식이 토대를 이루고 있어야 역량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최수진 외, 2019, p. 51).
OECD는 교육 2030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역량 등을 ‘학습나침반(learning compass)’으로 표현하였다(김종윤 외, 2021, p. 33). 학습나침반은 지식, 기능, 가치 및 태도를 활용하여, 학생 스스로 자신의 비전을 설정하여 삶의 궁극적인 목표인 웰빙을 향해 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김종윤 외, 2021, pp. 33-35).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미래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변혁적 역량(새로운 가치 창출하기, 갈등과 딜레마 조정하기, 책임감 갖기)을 발휘함으로써 불확실성이 높은 사회 속에서 적응하며 살아간다(OECD, 2019b, pp. 6-7). 또한 학생들은 이러한 과정 전반을 스스로 계획하고 성찰하며 주체적으로 행위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즉, 학습의 방향 설정에서부터, 학습의 과정 전반에 주도권을 갖고, 스스로 성장해 나아갈 수 있는 ‘학생 주도성(student agency)’이 필요하다(김종윤 외, 2021, p. 35). 또한 교육과정 실행에서 교사, 또래, 학부모 및 지역사회 등 다양한 주체들과 상호 협력하여야 하며, 이러한 측면에서 ‘협력적 주도성(co-agency)’도 강조되고 있다(OECD, 2019b, pp. 6-7).
종합하면,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교육의 필요성으로 제시한 기후 변화 및 자원 문제는 지속가능한 소비나 소비 활동에의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조하고, 디지털 기술 발달에 따른 각종 경제적, 사회적 문제는 새로운 경제 환경에서의 소비자 권익 실현 및 교육 방안 마련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는 측면에서 소비자교육에도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정책의 패러다임 역시 소비자를 수동적인 역할로 바라보는 보호의 관점에서 능동적으로 소비자주권을 실현하는 소비자역량 강화의 관점으로 전환되어 왔다는 점을 볼 때, 역량을 중심으로 하는 소비자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불확정적인 미래사회를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최근 학교교육의 방향과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역량과 지식이 상호 배타적이지는 않지만 급변하는 현대 사회나 예측 불가능한 미래사회에서 소비 활동에 필요한 지식을 모두 전수하거나 선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므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찾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교육에서 길러야 할 것으로 상정하는 소비자역량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학교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이전 교육과정에서의 소비자교육과 관련된 주요 변화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이미경 외, 2016). 2007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경제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과 교육과정 중 관련 내용이 재조정되었으며(이미경 외, 2016, p. 30),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 적합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고등학교급에 ‘실용 경제’ 과목이 신설되었다(이미경 외, 2016, p. 31). 가정 교과에서는 5차 교육과정에서 소비자의 의의와 역할, 합리적인 소비생활 등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면서 ‘소비’라는 용어가 강조되기 시작하였으며, 6차 교육과정에서는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7차 교육과정에서는 기술·가정 교과로 통합되어 현재까지 소비자교육의 내용체계가 이어지고 있다(윤소희 외, 2020, p. 85).
학교교육이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한 국제적 흐름에 따라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역량 중심의 교육을 표방하고 있으며, 2015 개정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자유학기제, 고교학점제 등의 최근 교육 정책은 역량 함양을 위한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개정 사항 중 하나는 핵심역량을 국가 교육과정에 처음으로 도입·제시하였다는 것이다. 이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을 구현하기 위해 교과 교육을 포함한 학교교육 전 과정을 통해 중점적으로 기르고자 하는 핵심역량을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으로 제시하였다(교육부, 2015a, p. 2).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식, 기능, 태도, 가치, 동기 등의 구성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내적 구조를 이루는 총체적 구성체 측면으로 핵심역량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각 교과의 교육 내용을 적절성과 엄격성의 관점에서 선정 및 조직하도록 하였다(이미경 외, 2016, p. 54). 이는 그간의 국가 교육과정 개정에서 교육 내용 및 수준의 적정화에 대한 노력을 계승하는 의미도 있겠으나, 역량이나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교육 내용을 재조직하여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학습을 도모하여 미래사회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고 역량을 보다 효과적으로 함양하고자 한 측면도 존재한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2015 개정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통합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문과와 이과의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배우는 공통 과목을 도입하여 ‘통합사회’ 및 ‘통합과학’ 과목이 신설되었다(이미경 외, 2016, pp. 23, 82).
한편,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는 범교과 학습에 대한 안내가 제시되어 있다(교육부, 2015a). 범교과 학습 주제는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하여 국가·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요청되는 학습 내용이면서 여러 교과에 걸친 통합적인 학습 주제로서, 제7차 교육과정에서 도입된 이래로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주제의 수가 39개로 증가하였다(교육부, 2016, p. 31). 그러나 과도한 범교과 학습 주제로 인해 발생하는 단위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운영 부담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39개로 나열되어 있던 범교과 학습 주제를 10개의 대주제로 범주화하였다(교육부, 2016, p. 31). 10개의 범교과 학습 주제는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 등 교육 활동 전반에 걸쳐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으며 지역사회에서의 교육과도 연계할 수 있다. 소비자교육은 10개의 범교과 학습 주제 중 하나인 ‘경제·금융 교육’에 포함되어 있다. 경제·금융 교육은 소비자의 책임과 권리, 창업(기업가)정신, 복지와 세금·금융생활·지적 재산권 등을 학습하여 합리적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교육부, 2016, p. 61). 한편, 2019년에 발간된 경제·금융 교육의 교수·학습 자료(교육부, 2019, pp. 8-9)에는 소비자의 책임과 권리(소비자교육)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소비는 시민생활을 구성하는 주요 영역으로써 선택이 아닌 필수 교육 내용이다. 이에 소비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고 건전한 소비자에 필요한 소비자의 책임과 권리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여야 한다. 따라서 소비자의 경제생활과 소비생활에 필요한 실천적 내용(정보, 문제해결 등)을 중심으로 건강하고 윤리적인 소비자로 성장하기 위해 소비자의 책임과 권리를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출처: 교육부(2019, p. 8)
경제·금융 교육의 교수·학습 자료에 나타난 주요 내용 요소는 <표 1>과 같다. <표 1>에서 ‘소비자의 책임과 권리’로 표현된 소비자교육의 주요 학습 내용으로 소비자의 경제생활 이해하기, 합리적 소비와 윤리적 소비의 의미 이해하기, 소비자 정보 파악하기, 소비자의 책임과 권리 이해하기, 소비자 문제 인식하고 해결 방안 탐색하기, 친환경 소비 세상 만들기, 지속가능한 소비생활 실천하기가 제시되어 있다(교육부, 2019, p. 9).
* 이탤릭체로 표시된 부분은 연구진이 소비자교육과 관련성이 크다고 판단한 요소임. 출처: 교육부(2019, p. 9)
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안을 효과적으로 마련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반 소비자교육이나 학교 소비자교육의 범위 및 내용체계와 관련하여 기존에 수행된 선행연구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소비자원(2021)에서는 기존에 한국소비자원에서 수행한 소비자교육 관련 연구들과 학계에서 진행된 내용체계 관련 선행연구들을 비교·정리하여 「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 방향 및 기초(안)」을 마련하였다. 해당 문서에 의하면, 한국소비자원에서는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로 대변되는 10년 정도의 주기로 일반 소비자교육 내용체계 및 학교 소비자교육과 관련된 연구를 다수 수행하였다. 또한 이 문서에서는 그간 학술연구에서 나타난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와 한국소비자원 발간 연구물 등에서 도출된 영역 구성이 상호 유사하다고 평가하였다.
한국소비자원이 수행한 최근 연구들은 일반 소비자교육의 내용체계에 관한 것이며, 2015 개정 교육과정 체제하에서는 학교 소비자교육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전 교육과정 체제하에 수행된 학교 소비자교육 표준안 관련 연구도 초등학교급을 중심으로 수행되었으며(오수진, 2015), 당시 마련된 초등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안은 <표 2>와 같다.
출처: 오수진(2015, p. 95)
한국소비자원이 가장 최근에 수행한 연구는 디지털 경제사회의 확장에 발맞춘 새로운 소비자교육의 내용 방향과 관련되며(임은정, 배순영, 2021), 이 연구에서는 <표 3>과 같이 내용체계안을 제안하였다.
출처: 임은정, 배순영(2021, p. 16)
오수진(2015)의 초등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안)은 소비자교육 관련 선행연구와 더불어 학교 교육과정 및 학교 소비자교육 실제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내용 요소를 도출하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한편, 임은정, 배순영(2021)의 내용체계(안)은 그간의 축적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 환경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내용체계의 사회적 적합성을 높였다는 측면에서 시의적절한 연구 결과라 할 것이다. 그러나 두 내용체계안에서는 어느 학교급에서 어떤 내용을 다루고, 해당 내용이 학교급별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이에 초·중·고에 걸쳐 학교 소비자교육의 내용체계의 현장 적합성과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범위와 계열을 고려한 내용 요소의 선정과 구조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일반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와 이전 교육과정 체제하에 수행된 초등학교 소비자교육 표준안을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구성 및 편성·운영 기준 내에서 총체적으로 재검토한 후, 학교급 간 위계성을 갖추고 학교급별로 세분화된 학교 소비자교육의 내용체계안을 새롭게 마련하고자 한다.
III. 학교 소비자교육 목표 설정 및 내용체계안 개발 과정
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안을 개발하기 위해 본 연구는 크게 두 단계로 수행되었다. [그림 1]에서 보듯이, 먼저 학교 소비자교육의 목표와 전체 내용체계안을 마련하기 위해 델파이 조사를 실행하였다. 그 후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 협의를 거쳐 내용체계안에 따른 초․중․고 학교급별 세부 내용 요소를 개발하였다. 이때 내용체계안에 따른 세부 내용 요소 개발은 초·중·고의 연계와 위계를 고려하여 전체 학교급을 총괄하며 진행되어야 하므로, 학교급에 따른 구분 없이 연구를 진행하였다.
목표와 내용체계안을 마련하기 위한 델파이 조사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본 연구에서는 소비 환경과 교육 환경의 변화를 살펴보고, 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 관련 연구 동향을 확인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학교 소비자교육의 목표 및 내용체계 개발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였으며, 이후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델파이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림 2]는 학교 소비자교육의 목표를 설정하고 학교 소비자교육의 내용체계안을 도출하기 위한 절차를 도식화한 것이다.
학교 소비자교육 목표 설정 및 내용체계안 도출을 위해 20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친 델파이 조사를 실시하였다. 1차 델파이 조사는 2021년 8월 5일(목)부터 8월 13일(금)까지 9일간 진행되었으며, 학교 소비자교육의 전체 목표와 학교급별 목표, 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안의 영역 및 영역별 주요 내용 요소의 적절성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졌다. 2차 델파이 조사는 2021년 9월 2일(목)부터 9월 9일(목)까지 8일간 진행되었으며, 수정된 목표와 내용체계안의 적절성을 검토하였다.
델파이 조사 대상은 크게 세 집단으로 분류되며, 소비자교육 관련 전문성을 고려하여 가정과 전문가 8명, 사회과 전문가 9명, 공공기관 연구원 3명으로 구성되었다. <표 4>는 델파이 조사 대상 정보를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다.
학교 소비자교육의 목표 및 내용체계안 각 항목의 적절성에 대한 응답 분석을 위해, 항목별 평균, 표준편차, 내용타당도 비율(Content Validity Ratio: 이하 CVR), 합의도(Degree of consensus) 등을 산출하였다(<표 5>, <표 6> 참조). CVR은 전체 응답자 수 대비 타당하다고 판단한 응답자 수의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모든 응답자가 타당하다고 응답하면 1.00, 절반 이상이 타당하다고 응답하면 0.00~1.00 사이의 값이 나타나게 된다(Lawshe, 1975). Lawshe(1975)는 응답자의 수에 따라 내용타당도가 확보되는 CVR의 최솟값을 제시하였는데, 20명일 경우 내용타당도가 확보되는 최솟값은 0.42이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델파이 조사 응답자들의 합의 정도를 판단하기 위해 합의도도 함께 산출하였는데, 합의도의 범위는 0에서 1이며 1에 가까울수록 높은 합의도를 의미한다(이종성, 2006, p. 60).
<표 5>에서 보듯이, 1차 델파이 조사 응답 결과 모든 하위 항목의 평균이 5점 척도에서 3점을 넘었으며, 18개 항목 중 4점 이상이 13개로 나타나 응답자들은 연구진이 제시한 학교 소비자교육의 목표 및 내용체계안을 대체로 적절한 것으로 인식하였다. 또한 CVR 값이 0.42 미만으로 나타나 내용타당도가 낮은 항목을 살펴보면, ‘중학교 목표’의 적절성, ‘고등학교 목표’의 적절성, ‘II-1. 소비자의 재무 관리’ 영역의 3개 항목에서 타당도가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후 수정 방향을 탐색하기 위해 개방형 문항에 제시된 추가 의견 역시 함께 검토하였으며, 연구진 논의와 전문가와의 협의(2021.08.26./09.01./09.08.)를 통해 개방형 문항 응답 중 2차 델파이 구성에 반영할 내용을 선별하였다.
2차 델파이 조사에서는 1차 델파이 조사 결과와 전문가들과 협의를 거쳐 수정된 ‘학교 소비자교육 목표(수정안)’과 ‘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수정안)’을 폐쇄형 문항으로 구성하여 이에 대한 적절성을 확인하였다. 수정된 학교 소비자교육 목표 및 내용체계안에 대한 2차 델파이 조사 결과는 <표 6>과 같다. 2차 델파이 조사의 응답 결과 분석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항목별 척도 평균은 3.90~4.90으로 나타나 모든 조사 항목의 적절성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또한 모든 항목에서 CVR 값이 0.42 이상(최솟값 0.5)으로 나타나 내용타당도를 확보하였으며, 합의도 역시 ‘Ⅲ-3’ 영역의 0.69를 제외하고 모두 0.75 이상으로 나타나 안정적인 값을 보였다. 이에 따라 1차, 2차 델파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 소비자교육의 목표와 내용체계안을 도출하였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Ⅳ장에 제시하고자 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본 연구에서는 델파이 조사를 통해 마련한 학교 소비자교육의 목표 및 내용체계안을 바탕으로 학교급별 세부 내용 요소를 개발하였다. 학교급별 세부 내용 요소의 개발은 우선 1차 델파이 조사(20명 대상)에서 16명 이상 찬성한 내용 요소를 추출한 다음, 초·중·고 교사, 교수 등 교과교육 전문가 10인의 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되었다. 구체적으로 델파이 조사에 참여하였던 전문가를 중심으로 교수 3명, 초·중·고 교사 7명을 대상으로 한 세부 내용 요소 선정 및 검토 관련 협의회를 총 2차례 실시하였다(2021.9.8./9.12.).
또한 기개발된 대영역, 중영역, 주요 내용 요소를 토대로 소비자교육을 위한 학교급별 세부 내용 요소를 마련하고자, 본 연구에서는 부가적으로 2015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교육부, 2018)과 실과(기술·가정) 교육과정(교육부, 2015b) 분석 결과를 참고하였으며, 세부 내용 요소 개발 과정에서는 초·중·고의 학교급별 연계성과 위계성을 충분히 확보하고자 하였다.
IV. 학교 소비자교육 목표 및 내용체계 개발 결과 및 활용 방안
본 연구에서 마련한 학교 소비자교육의 목표는 <표 7>과 같다. 학교 소비자교육은 ‘소비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소비생활을 주체적으로 영위하기 위한 소비자역량을 길러 소비자시민성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전체 학교교육 목표에 부합하면서도 소비자교육의 정체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목표를 구체화한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교육의 전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통합성과 계열성을 염두에 두면서 학교급별 목표 역시 구체화하였는데, 초등학교에서는 ‘소비생활에 필요한 기초 능력 및 기본 습관을 기르고 바람직한 소비가치를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둔다. 중학교에서는 초등학교 교육의 성과를 바탕으로 ‘합리적 소비에 필요한 기본 능력을 기르고 책임 있는 소비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소비자역량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둔다. 고등학교에서는 중학교 교육의 성과를 바탕으로 ‘소비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주체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며 지속가능한 소비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소비자역량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둔다.
본 연구에서 마련한 학교 소비자교육의 내용체계안은 <표 8>과 같다. 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안은 모두 4개의 대영역으로 구분되며, ‘Ⅰ. 시장 환경의 변화와 소비문화’, ‘II. 합리적 구매의사결정과 재무 관리’, ‘Ⅲ. 소비자 문제의 유형과 해결’, ‘Ⅳ. 소비자 권리와 소비자시민성’으로 구성하였다.
대영역에 따른 중영역과 중영역별 주요 내용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Ⅰ. 시장 환경의 변화와 소비문화’는 시장 환경의 변화와 소비문화와 관련된 2개의 중영역과 4개의 내용 요소를, ‘II. 합리적 구매의사결정과 재무 관리’는 구매의사결정과 소비자 정보, 재무 관리와 관련된 2개의 중영역과 6개의 내용 요소를, ‘Ⅲ. 소비자 문제의 유형과 해결’은 소비자 문제·안전과 피해의 대응과 관련된 2개의 중영역과 5개의 내용 요소를, ‘Ⅳ. 소비자 권리와 소비자시민성’은 소비자 권리·책임과 지속가능한 소비 등과 관련된 2개의 중영역과 6개의 내용 요소를 포함한다.
본 연구에서는 델파이 조사 및 전문가 검토 등을 거쳐 마련된 학교 소비자교육 목표 및 내용체계안을 바탕으로 세부 내용 요소를 마련하여, 학교 소비자교육을 위한 학습 내용체계안을 보다 구체화하였다. 연구진은 초·중·고 학교 소비자교육을 위한 세부 내용 요소의 위계 및 연계를 고려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기준을 적용하였다. 첫째, 내용 요소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판단된 경우에는 해당 내용 요소를 심화·반복하는 나선형 교육과정의 형태로 구성한다. 둘째, 내용 요소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학습 내용의 양이 적다고 판단된 경우에는 학교급별로 내용 요소를 중복하지 않도록 하고, 해당 학교급에 적합한 내용 요소를 선별하여 제시하는 형태로 구성한다.
아울러 본 연구에서는 중학교급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자유학기제의 범교과 주제 학습 활동의 활용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초등학교나 고등학교보다 비교적 많은 요소를 다룰 수 있도록 내용체계안을 구성하였다. 이상의 과정을 통해 개발된 학교 소비자교육을 위한 세부 내용 요소는 초·중·고 성취기준 개발의 기본 틀로 활용되었으며, 성취기준 개발 과정에서 일부 요소의 조정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학교 소비자교육의 학교급별 내용체계안은 <표 9>와 같다.
아동과 청소년이 소비 활동의 주요한 주체로 등장하고, 소비 환경의 변화에 따라 소비자가 처하는 문제의 유형 및 대응 방안이 기존과 차별화되면서 공교육 제도하에서의 학교 소비자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교육 정책 역시 이러한 시대적 요청을 반영하고 있는바, 전술한 바와 같이 제5차 소비자정책 기본계획(2021년~2023년)에서는 ‘디지털 시대 새로운 소비자가 이끄는 공정한 시장경제’를 비전으로 설정하고, 5대 정책목표 중 하나인 ‘디지털 전환기 소비자역량 제고’를 실현하기 위한 중점 과제로 ‘(학교교육에서) 소비자교육의 체계화’를 강조하였다.
학교 소비자교육은 학교교육이라는 제도권 내에서 체계적·지속적인 교육이 가능하고, 모든 학생에게 평등한 교육의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학교교육은 교육과정을 토대로 운영되며, 교육과정은 학교교육을 통해 교사가 가르치고 학생이 학습해야 할 구체적인 교육 내용을 의미한다. 따라서 체계적인 학교 소비자교육을 위해서는 소비자교육의 목표 및 내용체계에 관한 국가 표준(national standards)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에 본 연구에서는 그 출발점으로 초·중·고 전체 학교급을 아우르는 내용체계안을 개발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개발된 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안은 교과 교육 측면에서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다. 먼저 소극적 활용 방안으로, 소비자교육과 가장 큰 연관성을 지닌 사회과, 기술·가정(실과) 등의 교과에서 소비자교육 관련 성취기준과 연계하여 교수·학습 활동을 구성하는 것이다. 다음은 적극적 활용 방안으로, 2022년 국가 교육과정 개정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본 연구의 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안을 일종으로 기준으로 삼아 관련 교과의 성취기준 및 평가기준을 개선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교과 교육과정 중 성취기준은 교과 수업에서 가르쳐야 할 학습 내용을 핵심적으로 담고 있으며, 평가기준은 학생들이 성취기준을 어느 정도 달성하였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일종의 척도를 제공한다. 본 연구에서 개발한 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안은 소비자교육의 관점에서 관련 내용에만 초점화하여 학교급별로 계열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현재 교육과정 체제나 학교 현장에서 소비자교육은 여러 교과에 걸쳐 그 내용이 흩어져서 다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교과 간의 연계성·중복성 문제를 점검할 수 없으며, 소비자교육 차원에서만 해당 교과가 구성되는 것이 아니므로 교과 내 학교급별 계열성 역시 점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오로지 소비자교육 차원에서만 접근하여 총체적 관점에서 마련된 본 연구의 내용체계안을 일종의 분석틀로 활용한다면, 교과 간 연계성·중복성 문제를 검토하여 각각의 교과에서 차별화된 소비자교육 내용을 마련하고 상호 충돌되는 학습 내용의 교수를 예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개별 교과 내 성취기준 및 계열의 적절성을 검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안을 통한 성취기준 및 평가기준 점검은 최종적으로 학습자에게 적절한 소비자교육의 학습 내용 및 경험을 조직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본 연구의 내용체계안 개발은 전체 학교급을 아우르는 소비자교육의 전체 틀 마련을 위한 일종의 시금석이라 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타당화 및 안정화 작업이 요구된다. 향후 전체 학교급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교육과정 표준이 마련된다면, 전체 학교 소비자교육의 내용에 대한 분석틀로서 국가 표준의 실효성이 더욱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학교급별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기준에 따르면, ‘창의적 체험활동은 학생의 소질과 잠재력을 계발하고 공동체 의식을 기르는 데에 중점’을 두며, 민주 시민 교육, 경제·금융 교육, 환경·지속가능발전 교육 등의 범교과 학습 주제는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 등 교육 활동 전반에 걸쳐 통합적으로 다룰 것을 제시하고 있다(교육부, 2015a, pp. 7-8). 이처럼 교육부가 고시한 교육과정 지침에 따라 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안은 자율 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진로 활동으로 구성되는 창의적 체험활동(교육부, 2015a, p. 9)을 운영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자율 활동을 살펴보면, 학교폭력 예방교육, 가정폭력 예방교육, 성폭력 예방교육, 통일교육, 양성평등교육, 독도교육 등과 같은 시대적·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계기 교육 성격의 교육 활동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창의적 체험활동의 목적을 고려할 때, 급변하는 경제 사회 및 소비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소비자교육’이야말로 새로운 창의적 체험활동의 주제로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본 연구에서 제안한 학교 소비자교육의 내용체계안은 창의적 체험활동에 필요한 교수·학습 활동 자료를 제작하고 보급하는 데에 기초적인 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므로 학교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각 학년도의 학기말, 특히 중학교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이후나 고등학교 3학년 대학수학 능력시험 이후와 같은 학년 및 학교급 전환기에는 교과 수업 외에 학생들의 관심과 진로를 반영한 창의적 체험활동과 같은 다양하고 유용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학교의 수요가 많다. 특히 졸업 후 근로에 참여하여 소득이 발생하고 주체적인 소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고등학생들의 재무 관리에 대한 관심과 학습 요구는 남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교육의 체계적이고 유용한 수업 설계를 위해서는 다양한 교수·학습 자료 및 도구의 마련과 지역사회 또는 전문가 집단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안을 토대로 하여 소비자교육 프로그램이나 워크북을 제작하거나 전문가 양성교육을 통해 학교 교육활동을 지원한다면 프로그램의 질적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범교과 학습 활동으로 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안을 활용할 수 있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프로젝트 수업을 다양한 형태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형태는 다양하겠지만 한 가지 핵심 개념이나 주제를 정하고 다양한 교과의 관점에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융합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기르기 위한 프로젝트형 교수·학습 활동으로 학교 소비자교육이 실행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국제 사회가 동시에 직면하고 있는 과제 중 하나로 기후위기 문제를 들 수 있는데, 친환경 제품 구매와 공공자원에 대한 책임 의식을 내용 요소로 포함하는 소비자시민성을 다루는 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안의 내용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유의미한 범교과 학습 주제를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2016년부터 전면 시행된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2017년 11월에 발표된 「중학교 자유학기제 확대·발전 계획」(교육부, 2017)에 기반하여, 2018년부터 희망학교 또는 교육청의 여건을 고려하여 자유학년제나 연계학기 등을 선택적으로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자유학기제 및 자유학년제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각급 시·도교육청별로 특색을 살린 다양한 과제를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주제 중심의 교과 간 융합 수업을 통해 융합적인 사고를 개발하며, 학생들의 미래 핵심역량을 길러주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과와 연계한 프로젝트 수업, 창의적 체험활동 중 자율 활동의 주제 활동 활성화 및 다양한 범교과 학습 주제 활동을 교과 또는 직업 체험 활동 등과 연계하여 운영하는 것 등이 요청된다(교육부, 2017, pp. 4-12). 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안은 이와 같은 자유학기제 및 자유학년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관심 분야를 발굴하고, 진로 탐색 활동을 제공하는 데 있어 교육 활동 주제 영역 및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육부는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을 추진하면서 행정기관, 대학, 민간 등과 협력하여 체험 자원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는데, 현장직업 체험형, 직업실무 체험형, 강연·대화형, 학과 체험형, 현장 견학형, 캠프형 등의 다양하며 양질의 체험처와 체험 프로그램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교육부, 2017, p. 18). 이에 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안은 내용 영역과 하위 내용 요소에 관련된 공공기관, 기업, 소비자단체, 환경단체, 대학 등의 협력을 통한 체험처와 체험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데 기준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2025년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학생들의 진로 탐색을 위한 교육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를 위해 학교 현장에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미래사회의 변화에 주목하여 학생들의 관심과 선호가 높은 미래 직업을 소개하고, 관련 직업인을 초청하여 학생들에게 진로 탐색과 자신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자기 주도적인 진로 학습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때, 학생들의 생활 영역으로써 소비생활을 합리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소비자역량 함양에 더하여 소비자학이나 소비자 권익 증진, 재무 설계 관련 전문가를 발굴하여 소개함으로써 학생들이 미래 직업 분야의 하나로 소비자 분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이는 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안이 직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으로 보기는 어려우나, 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직업 및 사회생활 준비 측면과 학교 소비자교육의 체계화 및 활성화 차원에서 그 궤를 같이할 수 있다.
학교교육에서 소비자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시간을 확보해야 하고, 교사의 수업 부담 가중 및 내용 전문성 부족 등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초·중·고 교육과정 및 교과서는 이론과 개념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구체적인 실생활 사례 적용에 한계가 있다. 학교 안에서의 경제교육이나 소비자교육 등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2000년대에 들어서 학교 외에 정부기관, 경제단체, 언론기관 등을 중심으로 경제교육, 소비자교육, 금융소비자교육 등 다양한 이름으로 관련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기 시작하였다(한경동, 2006). 학교 외 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소비자교육 프로그램 내용을 분석한 고순화, 차경욱(2008)의 연구에 따르면, 교육을 시행하는 각 기관의 설립 취지, 각 프로그램의 운영 목적에 따라 온·오프라인을 통해 다양하고 차별화된 소비자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온라인을 통해 기초 지식을 제공하고, 퀴즈, 게임 등을 이용한 학습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며, 오프라인을 통해 캠프, 학교방문교육, 경시대회 등의 행사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각 기관별로 특화된 교육 콘텐츠는 학생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고,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교육에 관한 체계적인 내용체계안 없이 실적 채우기용으로 제공되는 소비자교육 프로그램들은 내용의 중복성, 학교의 교육과정과의 연계성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의 인지적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제공되는 소비자교육 프로그램의 효과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안을 활용할 수 있다. 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안에서 제시하는 내용 영역과 하위 내용 요소에 따라 각 기관은 특화된 소비자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교에서는 교육과정과 적절하게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목받고 있는 블렌디드 러닝, 플립 러닝과 같은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접목하여 소비자교육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학교 외 기관에서 개발한 온라인 소비자교육 콘텐츠를 학생들이 가정에서 학습하고, 학교에서는 이를 교과 수업에 활용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온·오프라인 학습, 학교와 학교 밖 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체계적인 소비자교육을 통해 소비자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소비자역량은 그 정의가 다양하나, 급변하는 소비 환경에서 직면하게 되는 소비자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소비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소비자가 갖추어야 할 지식, 기능, 태도의 총체 혹은 잠재적, 실천적 능력의 총체라고 볼 수 있다(배순영, 천현진, 2010, p. 18; 손지연, 이경아, 2014, p. 37; 오수진, 배순영, 2018, pp. 31-32). 학교 소비자교육을 통해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소비자역량을 함양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갖추고 있는 소비자역량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하는 것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정은 학습의 전·중·후 과정에서의 진단평가, 형성평가, 총괄평가의 차원을 모두 포괄한다. 학생들의 전반적인 소비자역량 수준을 측정하고, 특히 부족한 영역을 규명함으로써 체계적인 소비자교육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생들의 소비자역량 측정은 측정 결과를 토대로 여러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체계적인 소비자교육을 위한 중요한 요소의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 소비자역량을 측정하려는 대표적인 시도는 한국소비자원에 의해 이루어졌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역량을 개념화하고, 측정 가능한 소비자역량의 내용 요소를 체계화하였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주요 내용체계는 유지하면서 세부 영역을 수정· 정교화하여 왔다(배순영, 천현진, 2010; 손지연, 이경아, 2014; 오수진, 배순영, 2018). 그러나 이들 연구에서의 소비자역량 지표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측정 도구로, 학생의 인지적 발달 특성을 고려한 소비자역량 측정 도구는 여전히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표준화된 소비자역량 측정 도구를 개발하여 이들의 소비자역량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교육의 목표 설정 및 내용체계안에 대한 수정·보완이 필요하다. 이러한 학생 소비자역량 측정 도구를 개발하는 데 학교 소비자교육의 목표와 내용체계안에서 제시한 내용 영역 및 하위 내용 요소는 중요한 기준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소비자교육 목표에서는 소비자역량의 최종 지향점으로 ‘소비자시민성’을 설정하고, 내용체계안에서는 ‘소비자시민성’의 내용을 구체화하여 학교급별로 필수적인 내용 요소를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 소비자교육 목표 및 내용체계안을 바탕으로 소비자역량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표준 측정 도구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하여 측정한 결과를 토대로 개별 학생의 역량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과 학습 자료를 개발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V. 결론 및 제언
본 연구의 내용체계안 개발은 학교 소비자교육의 체계화를 통해 그 실효성을 높이고자 하는 첫 시도이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를 출발점으로 삼아 향후 지속적으로 관련 연구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 우선, 내용체계안과 세부 내용 요소를 개선하여 타당성 및 현장 적합성을 제고하는 후속 연구가 요구된다. 특히 전체 학교급의 성취기준과 교수·학습 및 유의 사항을 모두 개발한 후에 이에 대한 현장 적합성 연구가 수반되어야 내용체계안이 학교 현장에 안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차기 교과 교육과정 개정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교육과정 변화를 반영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과정의 변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내용체계안 개선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학교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안을 기준으로 각 교과 교육과정의 개별 성취기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즉, 소비자교육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하는 교과의 성취기준과 내용체계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는 Ⅳ장의 교과 교육 측면에서 내용체계안의 활용 방안과도 연관된 것으로, 소비자교육 관련 성취기준의 개선에 기여할 수 있으며, 역으로 내용체계안의 타당성 및 실효성을 제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소비자교육 범주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부재하였으므로 현재 학교에서의 소비자교육 실행에 대해 과대 혹은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개선 연구를 통해 학교급 간 연계성과 위계성을 갖추고 학교급별로 세분화된 내용체계안이 정립된다면, 이는 학교 소비자교육에 대한 총체적인 가이드라인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소비자교육에 관한 교육 목표의 정립, 교육 내용의 범위와 수준, 위계에 대한 설정, 효과적인 교수·학습 방법의 발굴 등에 대해 논의와 연구가 부족하여 학교 소비자교육의 체계화·활성화 요구에 대해 적절한 대응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본 연구를 출발점으로 하여 소비자교육의 기본틀이 심화·확장됨으로써 소비자교육 내용체계안이 정교화되고, 정교화된 내용체계안에 부합하는 교수·학습 내용 및 방법을 발굴하는 연구도 제안해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OECD의 ‘교육 2030 프로젝트’ 또한 세계화의 진전과 예상을 뛰어넘는 기술 발전이 누적됨에 따라 인류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경제적 측면의 도전을 하나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다. 미래사회에서는 국가, 지역 수준을 넘어서는 상호의존성이 더욱 심화될 것이고, 이는 경제적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경제 및 경영 분야에 걸쳐 교육이 광범위하게 재조직되어 시행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OECD, 2018, 2019b).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서 수행된 관련 교육과정 내용 요소 맵핑(Curriculum Content Mapping) 연구(OECD, 2019a)에서도 기존의 경제학 기반의 경제교육뿐 아니라, 실생활에서의 경제적 차원의 문해력 함양을 미래사회 대비를 위한 중요한 과업으로 제안하고 있다. 일례로 가정교육 분야에서도 직접적으로 금융문해력과 소비자문해력에 관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OECD, 2019a, pp. 63-64). 이상의 내용을 볼 때, 미래교육과 관련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경제교육이 중요한 한 축으로 그 영향력이 더욱 증대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실생활 체험과 활용을 중시하는 금융교육, 소비자교육 등이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세계적 흐름이자 추세인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미래사회의 주역으로서 경제 환경의 급변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가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소비자역량과 소비자시민성을 함양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