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학습·교사교육

예비 초등교사의 국어 학습 경험 연구1):

진가연1,*, 박종관2,**
Kayeon Jin1,*, Jongkwan Park2,**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서울교육대학교 강사
2충남대학교 교수
1Lecturer,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2Professor, Chungnam National University
*제1저자, destin05@snu.ac.kr
**교신저자, fernwehjk@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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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Jul 05, 2022; Revised: Jul 29, 2022; Accepted: Aug 10, 2022

Published Online: Aug 31, 2022

요약

개인의 학습 경험은 이후의 학습에 영향을 준다. 이 점을 고려하면, 교육대학교 학습자들의 국어 학습 경험은 국어를 가르치는 초등교사로서 성장하는 데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착안하여 본 연구에서는 두 교육대학교의 학습자들에게 자신의 문법 및 문학 학습 경험에 대해 생각쪽지를 쓰게 하여, 예비 초등교사로서 교육대학교 학습자들이 가지고 있는 문법 및 문학 학습 경험을 수집하고 유형화였다.

문법 및 문학 영역의 특성상 생각쪽지의 내용에는 주로 문법 지식 및 문학 지식에 대한 인식이 드러났다. 또한 부정적인 인식보다는 긍정적인 인식에 주목할 때, 좀 더 다양한 인식 양상을 포착할 수 있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문법 지식 및 문학 지식에 대해 학습자들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인식을 유형화하였다.

최종적으로 유형화된 인식 간의 관련성을 추정함으로써 문법 학습 경험과 문학 학습 경험을 이론적으로 구성하고 비교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부정적 학습 경험의 가능성을 검토하여 교육적 시사점을 논의하였다. 예비 초등교사는 교육대학의 학생이자 앞으로 교수 행위를 실천할 교육 주체이기도 하다. 이러한 예비 초등교사를 전제로 한 연구라는 점에서 본 연구의 결과는 교육대학에서 초등 국어교육 관련 과목을 설계 및 시행할 때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ABSTRACT

In this study, learners from two educational universities were asked to write a note about their own grammar and literature learning experiences, and the grammar and literature learning experiences of the learners of the educational universities were collected from the notes and categorized. Due to the characteristics of grammar and literature, the content of the notes mainly showed recognition about knowledge. Also, when having focused on positive recognitions rather than negative ones, more diverse aspects of recognition could be captured. Therefore, this study categorizes the positive recognitions that learners have on grammar and literature knowledge.

Finally, by estimating the relationship between categorized recognition, learning experiences were theoretically constructed and compared. In addition, the possibility of negative learning experiences in response was discussed, and educational implications to preparatory elementary school teachers were discussed.

Keywords: 초등 국어교육; 예비 초등교사; 문법 지식; 문학 지식; 문법 학습 경험; 문학 학습 경험
Keywords: Elementary korean language education; preparatory elementary school teachers; grammar knowledge; literature knowledge; experience of learning grammar; experinece of learning literature

I. 서 론

개인의 학습 경험은 이후의 학습에 영향을 준다. 특히 교육대학 학생들은 예비 초등교사로서, 이들이 겪은 국어 학습 경험은 이후의 학습뿐만 아니라 교사로서 수행할 교수 행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학습 경험이라고 해서 개인의 다른 여러 경험들로부터 구분되어 존재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학습자와 교수자 사이에서 일종의 정체성 혼종기에 놓여 있는 교육대학 학습자에게 자신의 과거의 학습 경험에 대한 메타적 인식의 계기를 제공하는 일은, 자신의 학습 경험을 명료하게 재구성하여 교수 행위를 개선하는 데 명시적으로 활용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본 연구에서는 두 곳의 교육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국어 수업 경험 및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국어 수업’을 주제로 한 에세이를 수집하고 분석하였다.

자신의 국어 학습 경험에 대해 성찰하도록 하는 활동은 소위 ‘생각쪽지’라는 명칭으로 대학의 국어교육과 수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학습자의 특성을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학습 동기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활동이지만, 이 활동이 좀 더 수업과 밀착하여 실제 수업을 개선하는 데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활동의 결과물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이를 위하여 본 연구는 학습 경험에 대한 성찰적 진술을 범주화하여 체계적으로 기술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학습자의 학습 경험은 학습자의 수만큼 개별적이면서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국어과의 교육 내용을 기반으로 하여 형성된 학습 경험으로 제한하면, 국어과의 세부 영역별로 범주화할 수 있는 양상이 존재하리라 예상할 수 있다. 또한 범주화된 양상을 국어 교과 내 세부 영역별로 비교함으로써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성장하는 데에 교사 양성 기관에서 어떠한 점에 유의해야 하는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특히 모든 교과의 개론 강의를 이수해야 하는 교육대학의 특성상 국어교육 심화 전공 외의 다른 학생들은 국어과 교육론과 같은 기초적인 과목 외에는 국어 교과 내 세부 영역별로 설정된 과목을 수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예비 초등교사들에게 국어과 내 세부 영역과 관계된 학습 경험을 상기시키고 이를 교수 행위와 연결해 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본 연구를 통해 도출하게 되는 시사점은 미시적으로는 교육대학의 국어과 교육론과 같은 기초 과목의 운용에, 거시적으로는 학습자의 학습 경험에 초점을 둔 여러 교육적 설계와 기획에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본 연구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선행 연구에서도 공유되는 바이다. 좋은 수업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있어 왔으며, 학습자의 인식을 살핌으로써 좋은 수업을 구성하는 요인을 규명하고자 하는 연구가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먼저 대학 교육을 중심으로 한 연구로는 최석현(2014), 고현(2019)이 있다.

최석현(2014)의 연구는 학습자가 경험한 훌륭한 강의에 대한 에세이를 분석한 연구이고, 고현(2019)의 연구는 선행 연구를 분석하여 좋은 수업을 특징 짓는 요인을 변인으로 하여 양적으로 조사한 연구이다. 학습 경험을 다루는 이들 연구의 다양한 접근 방식이 초등 국어교육 연구에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연구 방법의 단순한 적용에 그쳐서는 안 되고, 예비 초등교사라는 연구 대상의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하고 구체적인 학습 경험이 확보되어야 한다.

국어교육학계에서도 유사한 연구를 찾아볼 수 있다. 먼저 김은성(2012)의 연구는 회고록과 경험 기술지를 활용하여 문법 학습을 촉진하는 보편적 요인과 특수적 요인을 도출하였다. 우신영(2016)의 연구는 중등학교 문학교육을 경험한 예비 고등학교 3학년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문학교육 경험기술지를 수합, 분석하여 향후 문학교육이 학습자와 맺어야 할 바람직한 관계의 방향을 모색하였다. 진술된 경험을 질적으로 분석하여 범주화하는 이들 연구의 방식을 참조하면, 본 연구에서 수집한 에세이를 질적으로 분석하여 학습 경험을 유형화하고 그들 간의 관계를 분석하는 연구 방법의 타당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김승현(2021)의 연구는 그중에서도 예비 교사들의 인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주요한 선행 연구이다. 이 연구에서는 연구 대상을 ‘예비 중등 국어 교사’로 초점화하고 교육 실습 전후 ‘좋은 수업’에 대한 이들의 인식 변화를 고찰하였다. 이 연구는 ‘좋은 수업’의 요소를 결정하는 데 수업의 주체 중 하나인 교사의 인식이 주요하게 반영됨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문법 또는 문학 수업에 대한 예비 교사의 인식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 본 연구와도 관련성이 있다. 다만,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예비 초등교사의 경우, 여러 과목을 담당하는 까닭에 ‘국어 교사’, ‘문법/문학 교사’와 같이 특정 과목이나 영역의 교사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아 예비 중등교사와는 변별점을 지닌 대상(김태호·방은수, 2015)이라는 점에서 별도의 연구를 필요로 한다. 이런 점에서 예비 초등교사의 국어 학습 경험 연구는 연구사적 의의를 지닌다.

이상 살펴보았듯이 학습자의 경험을 유의미한 변인으로 보고, ‘좋은 수업’에 대한 학습자의 인식을 조사하는 연구가 일군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국어교육학계 내부에서도 학습자의 수업 경험이 갖는 교육적 의의를 인식하고, 학습자의 수업 경험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 왔다. 본 연구는 이러한 선행 연구의 흐름을 참조하면서, 국어 교과 내부에서 학습자에게 이질적으로 여겨지지만 공통적으로 ‘지식’으로 분류되는 교육 내용을 상당히 포함하고 있는 ‘문법’과 ‘문학’ 두 영역에 대한 에세이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II. 연구 방법

1. 연구 대상

본 연구에서 수집한 에세이는 총 197편으로서, 문법 영역 99편, 문학 영역 98편이다. 두 교육대학교에서 2021년 1학기에 수집하였다. A 대학교에서는 ‘초등 국어과 교육론’을 수강하는 3학년 학습자에게서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B 대학교에서는 ‘국어과 교수·학습 방법론’을 수강하는 3학년 학습자에게서 자료를 수집하였다. B 대학교 학습자는 A 대학교의 ‘초등 국어과 교육론’에 해당하는 수업을 이전 학기에 이미 수강한 상태였기 때문에 국어과 교육에 대한 이해 수준은 A 대학교와 B 대학교 학습자 간 차이가 있으리라 예상되었다. 그러나 집단 간 비교가 아니라 학창 시절의 수업 경험 및 그에 대한 인식을 다양하게 수집하여 범주화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표이므로, 두 집단 간 수준 차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오히려 집단 간 차이로 인해 더욱 다양한 사고의 양상을 수집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였고, 실제로 사고의 다양한 양상을 확인하기 위하여 자료를 질적으로 분석하였다.

2. 쓰기 과제의 설계

학습자에게 자신의 수업 경험을 되돌아보도록 하는 것은 교과 교육 영역의 강의에서 학습 동기 유발이나 진단 평가 등을 위해서 널리 쓰이고 있는 기법이다. 이는 주로 ‘생각쪽지’라는 이름으로 학습자에게 제시된다. 교수자가 ‘쪽지’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글쓰기에 대한 학습자의 부담감을 낮출 수 있고, 글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도록 학습자를 안내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생각쪽지 활동의 형태로 쓰기 과제를 제시하였다. 해당 과제는 연구 자료로 쓰일 수 있음을 강의 안내 시에 공지하였고, 연구 자료로 쓰이길 원치 않는 사람은 학기 말에 성적을 확인한 후 교수자에게 알리면 된다고 안내하였다.

‘생각쪽지’라는 활동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학습자가 사고 과정을 연구 목적에 부합하게 전개할 수 있도록 쓰기 과제를 정교화하는 것이 요구되었다. 따라서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고 이상적인 수업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적도록 하여 2단 구성의 글이 나오도록 과제를 제시하였다. 이로써 자신의 학습 경험을 기술할 때 예비 초등교사로서의 인식이 영향을 미치도록 했다. 쓰기 과제의 최종 발문은 다음과 같다.

  1. 학교 또는 학교 밖에서 문법교육을 받아 본 경험을 소개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문법 수업에 대해서 쓰시오.

  2. 학교 또는 학교 밖에서 문학교육을 받아 본 경험을 소개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문학 수업에 대해서 쓰시오.

3. 내용 분석 과정 및 방법

본 연구에서는 예비 초등교사이면서 학습자이기도 한 연구 대상의 특수성을 고려해, 자신의 학습 경험에 대한 메타적 인식이 앞으로의 교수 행위에 대한 인식과 기대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점을 중시하였다. 따라서 자신의 학습 경험을 ‘이상적인’ 수업의 상으로 연결하도록 과제를 제시하였다. 이로써 내용의 구조적인 측면을 제한할 수 있었다.2)

수집한 생각쪽지에 대해 질적 내용 분석을 실시하였다. 두 연구자의 개별적인 분석 및 협의회를 통해 가장 먼저, 문법 및 문학 영역을 막론하고, 과제의 특성상 생각쪽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내용을 범주화하여 기본 분석 범주를 설정하였다. 예컨대, 수업 경험을 기술할 때 공통적으로 수업의 내용이나 방법을 설명하기만 하는 경우와 해당 수업 경험에 대한 평가적인 진술이 덧붙는 경우를 구분할 수 있었다.

기본 분석 범주를 도출한 후, 기본 분석 범주별로 내용 분석을 실시하였다. 두 연구자가 기본 분석 범주를 공유한 상태에서 각 영역별 세부 인식 양상을 개별적으로 분석한 후 분석 결과를 대조하였다. 예컨대, 문법과 문학 수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진술을 대조해 보면서 각 영역에 대한 학습자의 인식이 어떠한지 살펴보았다. 이 과정에서 학습자의 인식이 문법 및 문학에서 다루는 지식과 긴밀하게 관련된다는 점을 파악하였고, 지식을 중심으로 인식 양상을 기술하며 세부 범주를 도출하였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범주화된 인식 양상 간의 관계성을 고찰하였다. 이상 본 연구에서 수행한 질적 내용 분석의 과정을 도식화하면 <표 1>과 같다.

표 1. 내용 분석의 과정
개별 분석 협의회 연구 내용 비고
1차 문장 이상 단위에 대한 중심 내용 분석 각자 수집한 자료를 분석함.
1차 기본 분석 범주 도출
2차 기본 분석 범주에 따른 내용 분석 각자 수집한 자료를 분석함.
3차 기본 분석 범주에 따른 내용 분석 자료 통합 후 각 연구자가 자신의 전공 영역 자료를 분석함.
2차 문법 영역에 대한 세부 범주 도출
3차 문학 영역에 대한 세부 범주 도출
4차 기술 결과에 대한 종합적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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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인식 양상의 체계적 기술 과정 및 결과

학습 경험을 체계적으로 기술하기 위하여 먼저 연구자 간 공유할 수 있는 기본 분석 범주를 도출하고 이에 기초하여 문법과 문학 영역별 인식 양상을 범주화하였다. 그리고 문법 및 문학 지식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중심으로 학습 경험 양상을 기술하였다. 인식 양상의 기본 분석 범주, 문법 영역의 인식 양상, 문학 영역의 인식 양상 순으로 분석 결과를 제시한다.

1. 기본 분석 범주의 설정 및 기술의 초점화
가. 기본 분석 범주의 설정

이상적인 수업의 상과 관련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 범주로 구분할 수 있었다. 먼저 문법이나 문학 영역의 목적 수준에 해당하는 내용을 기술한 경우가 있었다. 문법 영역의 경우, 문법 지식을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게 한다거나 학습 동기를 유발해야 한다는 진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문학 영역의 경우,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거나 학습자가 자유롭게 감상하도록 해야 한다는 진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례는 ‘이상적인 수업의 지향점’으로 범주화하였다.

이런 사례와 달리 구체적인 교수·학습 활동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었다. 문법의 경우, 뉴스를 활용하여 발음 교육하기, 일기 쓰면서 문법 개념 활용하게 하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문학의 경우, 작중 인물에게 공감하고 나에게 대입해서 상상해 보기, 스스로 작품에 대한 질문 만들어 보고 읽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내용은 ‘이상적인 수업 활동 제시’로 범주화하였다.

쓰기 과제의 출제 의도와는 다른 기술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기술은 수업 경험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문법이나 문학 영역에 대하여 호오를 드러내거나 각 영역의 교육적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러한 내용을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으로 나누어 각각 ‘해당 영역에 대한 긍정적 인식’, ‘해당 영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범주화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상적인 수업의 상과 별개로 교사가 힘써야 하는 부분에 대해 강조하는 기술도 나타났다. 이는 ‘교사의 교수 역량’으로 범주화하였다. 이상의 기본 분석 범주를 정리하면 <표 2>와 같다.

표 2. 기본 분석 범주 및 설정 근거
범주명 설정 근거
긍정적인 수업/수업 외 경험 교육 내용, 방법 측면에서 수업 또는 수업 외 시간에 겪은 경험 중 긍정적인 면을 서술함.
부정적인 수업/수업 외 경험 교육 내용, 방법 측면에서 수업 또는 수업 외 시간에 겪은 경험 중 부정적인 면을 서술함.
수업/수업 외 경험의 단순 기술 긍정/부정 평가가 드러나지 않게 수업 또는 수업 외 경험을 기술함.
해당 영역에 대한 긍정적 인식 해당 영역에 대해 좋음, 잘함, 필요하다는 인식 등의 직접적인 호감을 표현한 내용을 서술함.
해당 영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해당 영역에 대해 싫음, 못함, 불필요하다는 인식 등의 직접적인 불호를 표현한 내용을 서술함.
이상적인 수업의 지향점 해당 영역에서 추구해야 할 상위의 목표 또는 목적에 가까운 내용을 서술함.
이상적인 수업 활동 제시 교사나 학습자가 수행하는 활동을 구체적으로 서술함.
교사의 교수 역량 교사가 갖추어야 할 능력에 대해서 서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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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문법 및 문학 지식에 대한 긍정적 인식으로의 초점화

기본 분석 범주에 따라 생각쪽지의 내용을 분류했을 때 학습자의 인식 양상은 지식의 양이나 지식의 효용성 및 규범성 등과 관련하여 자신의 학습 경험을 기술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본 연구에서 말하는 ‘지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선언적 지식과 절차적 지식의 구분만 고려해 보더라도, 지식의 범위는 광범위하여 ‘지식’이라는 용어가 환기하는 양상이 매우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본 연구에서의 지식은 기능, 태도와 대를 이루는 요소로서의 지식을 말한다.3)

교육 내용을 지식, 기능, 태도로 구분하는 관점은 기술된 학습 경험을 분석하는 데에 좋은 틀을 제공한다. 학생들이 문법 및 문학 수업을 떠올렸을 때 교육 내용의 측면에서 교과서의 텍스트나 교사의 발화 등으로 제공되는 선언적 지식이 존재했음을 기억하여, 이러한 지식을 학습한 경험에 대해 주관적인 평가를 내리는 구도가 생각쪽지에서 나타났다. 이러한 지식이 기능과 결합하여, 문법 탐구 활동이나 문학 감상 활동 등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러한 활동은 학습자로 하여금 특정한 태도를 형성케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지식, 기능, 태도의 위상과 관련하여 이홍우(2006)의 논의가 참고된다. 이홍우(2006: 30-37)에서는 교육 내용을 규정하는 용어인 ‘교과’와 ‘경험’의 관계를 고찰하면서, 교과와 경험은 서로 대척점에 놓인 무관한 개념이 아니라, 동일한 실체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파악한 개념이라고 보았다. 학습자는 교과를 경험하는데, 학습자가 경험하기 전 상태의 교육 내용은 교과이며, 학습자가 경험하는 상태에서의 교육 내용은 경험이라는 것이다(이홍우, 2006: 34). 이러한 해석에 비추어 보면, 문법 및 문학교육의 학습 ‘경험’은 교과 내용의 주를 이루고 있는 지식에 대해 학습자의 반응이 결합한 양상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생각쪽지는 과거 문법 및 문학 학습 경험에 대한 학습자의 해석이 드러난 결과물이다. 과거 경험을 해석하는 데에는 특정한 관점이 투영되는데, 본 연구에서 분석해 내려는 문법 및 문학 지식에 대한 학습자들의 ‘인식’이 곧 이러한 해석의 관점에 해당한다.

본 연구에서 지식을 강조하는 까닭은 생각쪽지에 지식에 대한 언급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문법과 문학은 국어교육의 세부 영역 가운데에서도 가장 이질적인 영역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학문 중심 교육과정이라 불리는 제4차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문법교육과 문학교육은 소위 모학문(母學問) 즉, 국어학과 국문학의 연구 성과에 기초한 지식을 국어교육의 내용으로 대거 끌어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4) 국어학과 국문학의 지식이 교육 내용의 근간이 되었다는 점은 현재의 교육 내용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5) 교육 내용을 범박하게 ‘지식, 기능, 태도’로 삼분할 때, 문법교육과 문학교육에서 지식은 기능이나 태도에 비하여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문법교육에서는 ‘탐구’를, 문학교육에서는 ‘수용’과 ‘생산’을 논의하면서 학습자가 갖추어야 할 기능 차원에 대해서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지만, 생각쪽지의 내용 분석 결과는 학습자가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수업 변화가 아직 현장에서 일어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따라서 학습 경험에 대한 인식 양상을 체계화할 때 지식에 대한 반응 양상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지식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부정적 인식 중에서 본 연구에서는 긍정적 인식에 더 주목하였다. 긍정적 인식 양상에 대한 분석에 집중함으로써 긍정적 인식을 형성한 요인을 살필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하여 교육 목표 설정이나 학습 동기 유발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시사점을 제안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였기 때문이다. 예컨대, 문법 수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는 문법 지식을 암기해야 한다는 점, 외웠던 문법 지식이 현재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 입시를 위한 공부에 불과했다는 점 등이 수집되었다. 결국 이 같은 인식은 문법 지식을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문법 지식의 효용성을 어떻게 학습자가 체감할 수 있게 할 것인지를 모색해야 할 것인데, 문법 수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에서 이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2. 문법 영역의 인식 양상

문법 영역에 대해서 학습자들은 암기해야 하는 지식이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암기 대상으로서의 문법 지식에 대하여 구체적인 인식 양상은 조금씩 달랐는데, 학습자들의 긍정적 인식 양상은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다. 각 인식 양상의 특징 및 대표적인 사례를 예시한다.

가. 자신의 언어적 직관에 부합하는 지식

문법 지식은 자신이 자연스럽게 습득한 국어 능력으로서 파악할 수 있는 지식이라고 인식하는 양상이 수집되었다. 이러한 인식을 보이는 학습자들은 자신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음에도 문법 지식을 이미 습득해 있음을 깨닫고 문법 학습이 마냥 어렵지만은 않다는 긍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이 유형에 해당하는 사례는 다음과 같다.

[A-A-G-11] 중학교까지는 문법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회화에서 습득한 규칙들로 충분히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A-M-G-8] 그렇지만 국어 문법을 배울 때에는 다른 언어의 문법을 배울 때에 비해, 제가 실생활에서 말하고 쓰며 사고하는 데 사용하는 언어라는 이점이 확실히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배움에 있어 오롯이 지식적 측면에서만 접근해야 하는 익숙하지 않은 언어의 문법과는 달리, 모국어의 문법은 직관적으로 이것이 어색한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직관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며, 직관의 영역을 벗어나는 규칙도 있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국문법을 공부하는 데 있어서는 확실히 문턱이 하나 줄어든다는 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B-S-G-5] 사실 이 과정을 통해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은 현재 공교육에서 시행되는 문법 교육이 나쁘지 않다는 것입니다. 제가 그것을 느낀 부분은 바로 현역에서 재수하는 친구들이 문법 문제를 풀 때 느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았을 때 ‘그냥요’ 또는 ‘당연히 이거죠’라는 답변이 많았습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문법적인 문제를 풀어내는 모습을 보며 초중고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교육에서 받은 문법 교육을 통해 알게 모르게 문법을 체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의 사례에서는 공통적으로 문법 문제를 푸는 상황이 전제되어 있다. 초·중등학교에서의 문법교육이 표준어를 기반으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습자들이 마주하는 문법 문제는 표준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학습자들이 자신에게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다고 믿는 ‘언어적 직관’은 일정 부분 공식적인 교육의 영향을 받은 결과로서 존재한다. 즉, 학습자들이 학습 내용으로 제시되는 문법 지식과 대조하고 있는 자신의 ‘언어적 직관’이란, 생물학적 언어 능력을 바탕으로 하여 일상생활에서 형성되는 언어적 직관보다 외연이 넓다.6)

이러한 넓은 의미로서의 ‘언어적 직관’은 학습자들의 기억에 문법교육의 경험이 또렷하게 남아 있지 않더라도, 표준어를 기반으로 한 국어교육을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모어 화자로서 가지게 되는 일차적인 언어적 직관이 공식적 교육과정 이전에 형성된다고 보면, 넓은 의미에서의 언어적 직관은 일차적인 언어적 직관과 학교에서의 공식적 교육의 경험이 결합하면서 발전하는 이차적인 성질의 것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언어적 직관은 여전히 ‘직관’의 영역에 있을 뿐이어서, 당면하게 되는 문법 지식의 낱낱에 대조될 뿐 체계화되지는 못함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언어적 직관에 부합하는 지식이라는 인식은 문법 학습을 쉽게 만들어 주는 동기가 될 수는 있겠지만, 문법 학습으로써 도달해야 할 최종적인 상태로 보기는 어렵다.

나. 특정 방식으로 정리되어 있는 지식

문법 지식은 잘 정리되어 있는 지식이라고 인식하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문법 지식을 한번에 정리해 주는 수업을 통해 학습자들은 문법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경험을 학습자들은 긍정적으로 인식하였다.

[A-A-G-29] 인터넷 강의에서는 문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들어가기 전에 배우게 될 문법들의 큰 틀, 주제를 머릿속에 잘 그릴 수 있도록 반복해서 말해 주었다. 매주 인터넷 강의 시작 부분에서 반복되었다. 이 부분은 문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 주고 이 큰 틀을 조금만 채우면 전부 알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또 지금까지 배워왔던 조각조각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던 문법 수업의 내용이 자리에 맞게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A-M-G-18] 그리고 기억나는 문법 수업은 한참 시간이 흐른 중학교 3학년 때, 자음과 모음부터 시작해서 모든 문법의 체계를 쭉 훑었던 수업이다. 정말 재밌고 유익한, 그리고 내가 잘했던 영역이라 열심히 수업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내용이 고등학교 1학년 때 그대로 다시 나와서 중학교 3학년 때 수업 열심히 들었던 덕을 톡톡히 보고 수능까지도 잘 써먹었다.

[B-C-G-19] 먼저 제가 기억하는 첫 문법 수업은 중학교 2학년 때 받았던 문법 수업입니다. 그 때에는 국어 문법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모든 용어가 새로웠습니다. 어간, 어근, 접사 등 기초적인 용어의 정의부터 배워 나가며 국어 선생님의 가르침 아래 국어 문법의 뼈대를 잡았습니다. 다만 이 때에는 아주 기초적인 것들만 배웠던 터라 몇몇 오개념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학습자에게 문법 학습의 경험은 누적되지만 문법 지식은 파편으로 존재하고 종합되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문법 문제를 풀어야 하는 학습자 입장에서 어려움을 초래하는데, 중등학교 수준에서 다루는 문법 지식을 한번에 정리해 주는 수업은 학습자에게 일종의 메타텍스트로서 작용하며 긍정적인 문법 수업으로 인식된다. 그리고 문법 지식이 정리될 수 있음은 문법 지식의 체계적인 속성을 인식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언어 자체에 대한 체계성을 인식한 것이라기보다는 문법 학습을 쉽게 만드는 요인으로 인식한 것에 가깝다. 따라서 다음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중등학교에서 다루는 문법 지식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어 학습이 수월하다는 인식과 궤를 같이하는데, 이들 인식은 공통적으로 문법 지식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잘 정리될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A-A-G-9] 문법 교육은 내가 지금껏 받아 온 국어 수업 중 가장 좋아했던 시간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문법 공부는 다른 공부보다 학년이 계속 높아지더라도 연계성이 확실히 있어 이에 대한 이해도가 더욱 더 쉽다고 생각한다.

[B-C-G-12] 이후 고등학교 때 문법을 배우게 되었다. 이때는 중학교 때 배운 문법내용과 거의 유사했고, 추가되는 부분이 조금 있었지만 중학교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중학교 때 재미있게 배워서 기억이 많이 났기 때문에 조금만 더 공부하면 곧바로 익힐 수 있었고 특히 담임선생님께서 국어 선생님이셨던 영향이 학습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았다.

[B-S-G-20] 학교 수업에서 부족하거나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은 인터넷 강의를 보며 개념을 확실하게 정리했다. 처음 문법을 배울 때 기초를 정확하게 이해하며 공부하니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문법 영역은 크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고 좋아하는 영역 중 하나로 남았다.

입시라는 현실적인 면을 고려할 때, 문법 학습은 학습자들이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때 문법 지식이 특정한 방식으로 정리될 수 있음을 발견한 학습자들은 문법 지식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졌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문제 풀이라는 목적에서 비롯되었다는 한계를 지닌다. 결국 문법 학습이 학습자의 삶과 궁극적으로 어떠한 관련성을 가지게 만들지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 노정된다.

다. 국어의 체계성을 드러내 주는 지식

국어 문법에 대한 학습 경험은 국어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다음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인식은 문법 지식을 학습함으로써 국어가 체계적임을 깨닫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A-A-G-27] 문법 수업을 하면서 꼭 들어가는 내용 중에 하나는 세종의 한글 창제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한글의 위대함과 바른말 고운 말을 써야 하는 이유, 한글이 만들어진 원리 등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한글에 대한 가치와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B-C-G-8] 처음에는 문법이 영어 문법처럼 마냥 복잡하고 어려운 것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우리말을 구성하는 문법에 대해서 공부하다 보니 다 나름의 체계가 있고, 한글말이 모국어인 우리에겐 그것이 체화되어 쓰이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고등학교 수준의 문법이라 모든 내용을 다 담을 순 없지만, 어절과 구의 차이, 안은 문장과 이어진 문장 등의 기본적인 문장구성은 외국어에도 어느 정도 적용되는 문법이기에 다른 나라 말과 비교하면서 배우는 재미도 있었다. 또한, 같은 어근으로 여러 단어가 합성되고 파생되는 것을 배우며 우리말이 참 효율적인 체계를 갖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B-S-G-6] 특별히 어떤 수업이 기억에 남고, 어떤 교육적 방법으로 배웠었는지는 사실 크게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문법이 신선하고 흥미롭게 다가왔던 이유는 실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우리말과 글이 사실은 어떤 체계 안에서, 이유와 근거를 가지고 표현되고 있음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인식은 앞서 논의하였던,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지식으로서 문법 지식을 인식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른 인식 양상이다. 국어에 대한 문법적 앎을 경유하여 ‘국어는 체계적’이라는 인식에 도달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학습자들은 문법 학습 후에 자신이 사용하는 국어에 대해서 특정한 태도를 형성하였다. 이런 점에서 문법교육으로써 학습자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인식의 하나로 손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국어로 국한되어 언어 일반에 대한 인식으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한다. 따라서 이러한 인식은 음운, 형태, 통사적 측면에서도 국어가 다른 언어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교육적으로 문제시된다.7)

라. 정오 판단이 분명한 규범적인 지식

문법 지식은 정오 판단이 분명한 규범적인 지식이라고 인식하는 양상이 수집되었다. 이러한 인식을 보이는 학습자들은 문법 학습을 통해 자신의 언어를 바르게 교정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인식하였다. 다음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이 유형의 학습자들은 문법을 어문 규범으로 한정하여 협소하게 인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A-A-G-12] 문법공부가 삶에 도움이 된다고 느꼈던 것은 ‘소리’에 관련된 공부였다. 유음과 양모음 등이 부드럽게 들리고 어떤 소리는 딱딱하게 들리는 것을 배웠던 것이 살면서 꽤 도움됐던 적이 많다. 또 발음에 관련된 공부도 많이 도움됐다. 어떤 단어가 어떻게 읽히는지, 어떻게 읽어야 바른 소리인지를 배우는 것도 꽤 재밌고 유익했다.

[A-M-G-1] 중학교 때는 문법 공부가 재밌었다. 시나 소설 같은 문학을 주로 국어의 전부로 생각했던 나는 수학과 다르게 정답이 없는 과목처럼 느껴져서 오히려 어려워했는데 문법은 달랐다. 정확한 답이 정해져 있는 영역이었다. 처음 배우는 내용이 많았는데 지루하지 않고 흥미로웠다. 내 생각에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적용이 바로 가능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일상에서 잘 사용하던 것이 잘못된 거였다는 깨달음과 새로운 것을 배울 때의 기분은 짜릿했다.

[B-C-G-12] 문법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국어 영역이다. 문법을 통해 발음하는 방법도 알게 되고, 높임말 등을 통해 예의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맞춤법을 제대로 쓰며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준다. 문법 교육은 한글을 보다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중요하다고할 수 있다.

[B-S-G-21] 고등학교 당시에 내가 문법에 가장 혈안이 돼있었던 부분은 이것이 실생활과 연관되었을 때 어떻게 쓰일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아무 흥미도 관심도 없던 시절에 선생님께서 문법 수업을 하시다가 ‘자장면/짜장면 이슈’에 대해 이야기해준 적이 있다. 그걸 듣고 나는 언어의 단어 하나 가지고도 저렇게 논란이 이는구나 하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가 점점 곱씹을수록 이게 바로 ‘문법의 필요성’이 아닌가 라고 생각이 들었다.

규범에 비추어 언어를 바르게 쓰는 것을 기본 소양으로서 인식하는 양상도 수집되었다. 이 역시 문법 지식을 정오 판단이 분명한 지식으로 본다는 점에서 위의 사례와 공통점을 보인다.

[A-A-G-19] 나의 경험을 예로 들자면, 고등학생 때 국어 선생님께서 ‘하루’라는 단어를 칠판에 ‘1루’라고 적으셔서 한참을 이해 못했던 경험이 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깨았을 때 선생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최근에 희화되는 맞춤법 유머 글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성품을 가진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맞춤법 오류만으로 굉장히 신뢰도가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A-M-G-24] ‘되’와 ‘돼’가 들어갈 자리에 ‘하’와 ‘해’를 넣었을 때, ‘하’가 자연스러우면 ‘되’가 올바른 표기이고, ‘해’가 자연스러우면 ‘돼’가 올바른 표기가 되는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음에도 그 둘의 표기를 구분하지 않고 표기하는 이유는 올바르게 표기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이전에는 몰랐지만, 그 수업을 들으면서 교사의 언어를 보고 따라 할 아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올바른 표기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B-S-G-1] 가끔은 주위에서 재미있는 경험을 하곤한다. 바로 ‘맞춤법 빌런’이라는 친구들인데, 영상의 댓글이나 대댓글에 의도적으로 틀린 맞춤법을 구사하거나 정말로 기본적이라고 생각하는 맞춤법(어의가 없네, 뭐가 낳냐? 등)을 잘못 알고 사용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면 ‘문법’이라는 지식은 기본적인 정도는 필수적인 것 같다.

자신의 언어적 직관에 부합하는 지식으로서 문법 지식을 인식하는 학습자와 달리 문법 지식을 정오 판단이 분명한 지식으로 인식하는 학습자는 자신의 언어가 잘못되어 있음을 깨닫는 데에서 출발한다. 규범 교육이 문법교육에서 담당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은 주지하는 바이다. 그러나 국어 정책이 점차 언중의 다양한 언어생활을 반영하여 개방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유형의 학습자에게는 어문 규범을 중심으로 한 문법 지식뿐만 아니라 기술 문법 관점에서 가공된 교육 문법 지식을 제공하여 국어 및 언어에 대해 유연한 관점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요구된다.

마. 언어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원리적인 지식

문법을 읽기와 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지식이라고 인식하는 양상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의 사례에서 문장이나 글에 대한 문법적 앎이 읽기와 쓰기에 도움이 되었다고 인식한 학습자를 확인할 수 있다.

[A-A-G-15] 하지만 문법 교육은 분명한 장점이 있었다. 비록 내용이 낯설고 방법이 반강제적이었지만 이렇게 문법을 배우고 난 후로 국어를 좀 더 체계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 유의어와 반의어를 학습하며 어휘력을 높일 수 있었고, 문장형식을 공부하며 좀 더 유연한 작문이 가능해졌다.

[A-M-G-9] 그 후 중, 고등학교에서, 많은 문법 개념들을 자세히 배웠다. 글을 읽을 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안긴 문장과 이어진 문장이었다. 영어 문장을 읽을 때도 주어와 동사를 찾으면 웬만한 문장의 의미를 쉽게 알 수 있는 것처럼 어디까지가 수식어이고 필수 성분인지를 찾으면 긴 문장이라도 이해하기 쉬웠다. 문법을 알수록 글의 구조를 파악하기 쉬웠고 중심 키워드, 문장을 찾기 수월해졌다.

[B-C-G-13] 그러나 국어 문법을 배운 것은 이후 나의 언어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전보다는 글의 호응에 신경을 쓰게 됐으며, 또한 영어 문법과의 차이를 고민하면서 국어의 특징을 좀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인식은 정오 판단이 분명한 규범적인 지식으로서 문법 지식을 인식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 경우에 학습자는 결국 정답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크고, 이러한 관심은 표준어의 형태에 대한 앎으로 귀결되기 쉽다. 반면에 읽기나 쓰기를 수행할 때 문장 단위에 대한 문법 지식은 이제껏 본 적 없는 문장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문법 지식을 다양한 상황에 적용하는 과정이 부각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주목하면 언어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원리적 지식으로서 문법 지식을 인식하는 양상을 구분할 수 있다.

3. 문학 영역의 인식 양상

문학 영역에 대해서 학습자들은 문학 작품을 매개로 지식이 적용, 구성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때 학습자의 수행이 걸쳐 있는 범위 및 경로에 따라 지식의 적용, 구성과 관련된 학습자들의 인식 양상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다. 각 인식 양상의 대표적인 사례에 대한 분석을 통해 그 특징을 살펴보도록 한다.

가. 작품 단위의 해석으로 수렴되는 텍스트에 대한 지식

문학 영역에서는 기본적으로 문학 텍스트를 매개로 교육 활동이 수행되므로, 지식의 범주 또한 텍스트적 지식, 콘텍스트적 지식, 메타텍스트적 지식과 같이 문학 텍스트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구분(류수열, 2006)하기도 한다.8) 이는 학습자들의 문학 경험이 종종 특정 작가의 작품에 대한 기억과 맞물려 기술되는 점과도 관련된다. 학습자에게 문학 수업 경험은 이른바 최승호의 <북어>를 배웠던 수업, 또는 황진이의 시조를 배웠던 수업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때 학습자의 경험에서 ‘배운 내용’은 해당 작품 단위로 수렴되어 서술되지만, 기술 내용에서 이는 작품 그 자체에 대한 내용이나 작가의 시대 배경이나 일화, 작품의 사건 구성과 같이 문학교육 논의에서 설정하듯 범주화될 수 있는 지식의 단위별로 언급된다. 즉 용어 차원으로 추상화된 지식이 작품의 해석을 도출하는 데 활용되고, 이러한 과정은 다시 작품에 대한 앎으로서의 지식으로 포괄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 [A-A-L-6] 먼저 황진이의 ‘동지(冬至)ㅅ 달 기나긴 밤을’이라는 시조와 관련한 수업 경험이다. 이 시조를 배울 때, 선생님께서는 ㉠그냥 시조에 대한 내용을 학습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시대 배경이나 일화 등을 함께 이야기해 주셨다. 황진이와 그와 연관된 사대부인 서경덕과 벽계수에 대한 내용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서경덕에 대한 황진이의 사랑과 서경덕의 사대부스러운 면모와 관련한 일화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고 난 뒤 시조를 읽으니 시조가 더 생동감 있게 다가왔고, ㉢애끓는 감정을 글로 써 내려가기 위해 사용된 여러 표현들이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벽계수와 황진이의 일화는 심화 학습을 위해 제시된 것이었는데, 황진이에 대한 마음을 떨쳐내지 못한, 벽계수의 사대부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 [A-A-L-29] 담임 선생님은 문학 수업을 할 때 모든 작품을 칠판에 판서와 함께 수업하셨다. 칠판 판서에는 ㉣등장인물 관계도나 시간 순서에 따른 사건 구성 등이 있었다. 선생님의 설명과 함께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선생님의 설명은 ㉤작품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대부분이었다. 너무 재미있게 말씀하셔서 지금도 그때 배운 문학 작품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그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최승호의 ‘북어’이다. ㉥‘북어’는 현대인의 삶을 비판하는 내용인데 비판의 대상인 객관적인 관찰의 대상이 화자로 동일시된다. 이 시를 수업에서 앞의 내용을 조용하게 읽어주시다가 대상이 바뀌는 부분에서 큰 목소리로 읽어주셨다. 지루하게 수업을 듣다가 선생님의 목소리에 소름이 돋는 경험을 했다.

인용한 기술 내용 중 ㈎에서 시조에 대한 내용의 학습(㉠)과 작가의 시대 배경이나 일화(㉡)는 해당 작품을 배울 때 함께 다룬 내용이긴 하지만 지식의 단위별로 구분해 언급된다. 이후의 언급을 고려할 때, 특히 ㉠에서 ‘그냥’은 작품에 대해 추가적으로 제시된다고 여기는 콘텍스트적 지식인 ㉡과 비교해 텍스트 문면의 의미를 파악하여 구성하는 작품의 의미와 구분하기 위해 사용된 표현임을 알 수 있다. 이때 ㉠과 ㉡은 서로 분별되긴 하지만 서로 연관 없는 지식이 아니라 작품을 매개로 해석 과정에 투입되어 화자의 정서를 ‘애끓는 감정(㉢)’으로 이해하는, 작품에 대한 학습자의 앎의 내용을 산출하는 데 적용된다.

이러한 양상은 ㈏에서도 확인되는데, 등장인물 관계도나 시간 순서에 따른 사건 구성(㉣) 등을 적용해 정리해내는 작품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곧 작품 단위의 해석이라 할 수 있다. <북어>라는 구체적인 시 텍스트에서 ㉣과 같은 메타텍스트적 지식은 ‘현대인의 삶’에 대한 비판(㉥)으로 수렴되는 해석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살펴야 하는 객관적인 관찰의 대상으로 이해된다. 이렇듯 메타텍스트적 지식 또한 앞서 살펴본 콘텍스트적 지식과 마찬가지로 개별적인 지식으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해석의 차원으로 통합되어 개별 작품의 주제 의식과 같은 작품에 대한 지식을 형성하는 데 활용된다.

이상으로 볼 때, 문학 영역의 학습 경험에서 지식은 낱낱의 개념 단위로서의 앎이기도 하지만, 문학 텍스트 해석 과정에 적용되어 새롭게 형성되는 텍스트에 대한 새로운 지식 차원과 같이 중층적으로 언급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문학 작품이 곧 이론’9)이라는 언급에서처럼 여러 차원의 지식들이 층위를 달리하여 체계화되어 있지만, 문학 작품이라는 중심축을 바탕으로 지식을 적용하고 구성하는 과정을 지속한 결과물로서 작품에 대한 지식으로 수렴되는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 다른 작품에도 전이 가능한 방법으로서의 지식

앞서 살펴본 인식 양상이 개별 작품 단위로 수렴되는 지식에 관한 것이었다면, 여기에서는 ‘문학’이나 ‘시’와 같이 총칭적이고 추상적인 단위에서 지식이 수렴되는 양상을 다룬다. 즉 특정 작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작품을 접할 때도 적용할 수 있는 전이 가능한 지식으로 서술된다. 이는 개념적 지식이나 방법적 지식과 같이 범주화된 지식이 일반화된 층위에서 제시되어 그 정의를 아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각 범주의 지식을 의미화 또는 재구성을 거쳐 도달해야 하는 상태이다(윤여탁 외, 2011). 인용한 사례는 독자이자 학습자로서 자신의 문학 경험을 기반으로 형성된 개념 또는 방식을 지칭한다는 점에서 개별 문학 작품을 매개로 지식을 적용하고 구성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양상을 다룬 가 항의 내용과는 변별된다.

㈐ [A-A-L-9] 문학 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은 ㉦‘유기성’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시나 소설에서 다른 단어, 다른 사람이라도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이 존재한다. 이를 깨닫고 난 후, ㉧새로운 작품을 접할 때 이를 적용하여 문제를 훨씬 쉽게 풀 수 있었고, 흥미로웠던 경험이 생각난다.

㈑ [A-M-L-5] 문학 교육은 교과 담당 선생님들마다 교수 학습 방법이 상이했던 기억이 난다. 같은 시를 가르친다고 해도 어떤 선생님께서는 계속해서 그 시상을 떠올리며 글을 읽어 내려가라고 강조하셨다. 예를 들어 ㉨[시 ‘초혼’ 중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라는 구절이 있다면 이 구절을 읽을 때는 정말 머릿속에서 붉은 해가 산마루에 걸린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해야 하는 것이이다.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라는 구절에서는 산에서 화자가 그리워하는 사람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는 모습을 감각적으로 상상]한다. 그러면 시의 의미가 더 와 닿고, 시적 상황이 어떠한지 쉽게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의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시험을 볼 때 빠르게 시를 읽고 내용을 파악해야 할 경우엔 이렇게 자세하게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문제를 풀다가도 ㉩상상 속의 시적 상황을 그림을 그려 보면 어떻게 시에 접근해야 할지 방향성이 잡히기도 했던 고마운 시 감상 방식이었다.

㈒ [A-A-L-21] 제가 생각하는 문학은 작품을 쓴 작가의 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의도와 조금 멀거나 혹은 그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였을지라도 ㉪문학 작품이 주는 근거를 통해 상황이나 감정 및 생각, 즉 정서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수능 국어의 문학 선지에서 명확히 그 능력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수능 국어의 문학 선지는 암기력으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지문을 읽고 근거를 찾아 선지의 옳고 그름을 찾아야 풀 수 있는데, 그를 위해 필요한 능력이 제가 앞서 말한 작품을 근거를 가지고 해석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와 ㈑에서 기술되는 지식은 문학 작품 일반에 적용되는 ‘유기성’(㉦)에 대한 인식이나 ‘장면을 떠올려 시를 읽는 방식’(㉩)과 같이, 특정 작품에 귀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작품’을 접하거나 시험에 나온 작품을 빠르게 파악해야 할 때 적용할 수 있는, 문학 작품을 읽는 자기 나름의 방법에 해당한다.

해당 지식은 수업 경험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특정한 계기와 함께 소환된 단편적인 경험일 수도 있다. 다만 시 구절의 내용을 빠짐없이 투여해 장면으로 상상하고 화자의 발화 내용을 상황으로 맥락화해 이해하는 구체적인 활용 양상(㉨)을 보면, 이 지식이 일반화된 차원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지식의 적용 과정을 반복해 거치면서 습득된 것임을 가늠하게 한다. 또한 이 지식은 위와 같이 경험으로 기술되기 전까지는 정리되지 못한 상태였을 수 있으나, 학습 경험을 반추해보는 과정에서 메타적으로 재구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와 ㈑에서 이들은 ‘문제를 훨씬 쉽게 풀 수 있’게 하고 어떻게 ‘시에 접근’할지에 관한 나름의 방식을 터득한 것이다.

이는 ㈒에서 보듯 ‘작품에 드러난 내용을 근거로 작품 속 상황이나 감정 및 생각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작품을 근거로 해석하는 능력’과 같이 능력의 차원으로 연결되어 서술되는 것과도 상통한다. 어떤 작품이 시험에 나올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유용한 방법은 어떤 작품이 나오더라도 발휘될 수 있는 주체의 능력을 기르는 일이며, 지금까지의 학습은 이를 위한 일종의 ‘훈련이자 연습’10)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여기서 이러한 방법과 능력으로서의 지식 습득이 수업 시간이나 시험과 같이 문학 작품을 일종의 ‘과제’로서 맞닥뜨리게 될 때, 분석의 방식이나 문제의 답을 찾는 방법을 스스로 적용해 해결해가는 능력 차원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전제할 필요가 있다. 이는 문학 수업의 경험이나 수능 국어의 문항 풀이 경험과 같이 스스로 과제의 성격을 분석하고 그에 알맞은 방식을 적용해보는 일련의 연습을 거쳐 해결 방법으로 체화한 상태인 것이다. 이때의 지식은 나에게 체화된 것으로서 필요에 따라 즉각적으로 발휘되는 능력이기는 하지만 다음에서 살펴볼 양상과 같이 인식 주체로서의 ‘나’의 성장을 반드시 전제하지만은 않는다는 점에서 변별된다.

다. 나를 성장시키는 경험을 추동하는 반성적 지식

학교 교육에서 다루어지는 지식 논의가 표준화 및 고정화 경향을 띠는 것은 평가 결과로부터 성취 정도를 측정하고 이를 질적으로 분류하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그렇지만 구성주의의 전제에 따르면 지식은 앎의 과정에서 적용되고 구성되는 것이기에, 학습자는 문학 작품을 매개로 한 감상 활동을 거치면서 새롭게 지식을 생성했다고 여기거나 특정한 능력을 획득한 것으로 인식한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의 방향이 학습자에게로 향하게 되면 이때의 지식 구성은 자기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의 지점, 즉 학습자가 스스로 질적 성장을 감지하는 쪽으로 나아간다. 이는 객관적으로 표준화하거나 고정화하기 어려운 까닭에 학습 경험의 메타적 진술을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하게 되는 한계가 있지만, 학습자에게서 지식이 어떻게 인식되고 활용될 수 있는지에 관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 특히 이러한 과정은 다음의 인용 사례에서 보듯 활동을 수행하는 가운데 알고 있는 지식을 적용해 해석으로 수렴해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메타적으로 인식하는 데서 나타난다.

㈓ [A-A-L-10] 사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문학 교육은,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나에게 추천하신 책을 읽었던 경험이다. 그 책은 한강 – 채식주의자 라는 작품인데, 내용이 불쾌하고 무거운 편이라 읽으면서 충격을 많이 받았었다. 또 내가 스스로 생각해 볼 주제들도 많은 내용이었다. ㉫[그 책을 다 읽고 다음날 교무실로 찾아가 선생님께 내가 느낀 점이나, 이해되지 않는 점들을 얘기하고, 나는 이 부분은 이렇게 생각하는데 선생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여쭤보고, 선생님의 질문에 답해보고 하는 시간을 가졌다. 17살의 시각과 어른의 시각은 매우 달랐기에 책에 대한 그 토론이 매우 흥미로웠고, 서로의 가치관을 공유하며 질문을 통해 책에서 생각해볼 내용도 곱씹어볼 수 있었다.] ㉬문학 작품을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작품에서 느낀점이 무엇이며 더 생각해 볼 주제가 있는가’를 사고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부분에서는 불쾌감을 느꼈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그 부분에서 작가는 무엇을 의도하려고 한 것인지를 파악하는 과정이 선생님의 질문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었다. 후에 선생님께서는 이런 대화를 독서토론이라고 하셨다.

인용한 사례에서 학습자는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읽고 자신의 감상을 선생님과 함께 나누면서 작품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았던 학습 경험에 대해 언급한다. 선생님과 나눈 대화는 <채식주의자>를 매개로 한 것이지만, ㉫에서 보듯 17세였던 학습자와 어른인 선생님의 관점을 서로 비교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 즉 독서토론의 경험이었다. 여기서 학습자는 문학 작품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느낀 점이 무엇인지, 앞으로 더 생각할 주제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서술한다. 이는 학습자가 자신의 인식 체계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지식, 즉 반성적 지식(유영희, 2012b)에 가깝다. 특정 작품으로 수렴되거나 활용 가능한 수행 능력을 터득한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학습자에게 앎의 과정이 일어난 것이다. 다음 사례에서는 이러한 측면이 주체의 ‘성장’과 연관되어 서술된다.

㈔ [A-A-L-24] 문학 작품은 그저 ‘눈으로만’ 읽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작품의 내용과 형식에 대해 분석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이 어색했다. 문득, 문학 작품을 분석하며 공부하면서 의문이 들었던 적이 있다. “문학은 독자마다 작품을 받아들이는 양상이 제각각 다를 텐데, 왜 굳이 문학을 정해진 형식으로만 배우는 거지?” 이런 의문을 품었던 내게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답변을 해주셨던 적이 있다. 문학 작품을 단순히 ‘읽기’만 하면 이면에 있는 지식과 시대적 연관성을 파악하며 체계적으로 문학을 마주할 기회가 사라진다고. 체계적으로 문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바로 작품을 해석하고 수용하는 성숙한 태도를 길러 독자 개인마다 삶의 교훈을 얻는 것이었다. 국어 선생님의 말씀을 통해 문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단지 내용과 형식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알기는 어려운 지식과 작품을 해석하는 능력을 기름으로써 주체성을 기르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인용한 사례에서 학습자는 체계적으로 문학을 공부하는 이유에 관해 품었던 의문과 그에 대한 국어 선생님의 답변을 떠올려, ‘작품을 해석하고 수용하는 성숙한 태도’, ‘개인마다 삶의 교훈을 얻는 것’, ‘주체성을 기르기 위한 것’이라는 자신의 응답으로 정리한다. 여기에는 그저 ‘눈으로만’ 읽을 때와 달리 텍스트 문면 아래에 있는 지식과 시대적 연관성을 파악하며 체계적으로 문학을 마주할 때, 학습자가 도달하는 앎의 양상이 질적으로 다르다는 전제가 놓여 있다. 문학을 읽기 전과 비교해 태도의 성숙이나 주체성, 교훈을 얻는 것은 학습자의 성장과 대응한다. 이는 개인의 성장이나 주체적인 태도와 같이 문학교육을 통해 길러내고자 하는 학습자 상과 같은 목표 차원의 진술(김대행 외, 2000)과 연결되어, 학습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문학 수업’의 상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지는 매개항이 될 수 있다.

IV. 기술 결과에 대한 종합적 논의

이 장에서는 Ⅲ장의 기술을 토대로 하여 문법 및 문학 학습 경험을 재구성하고 비교한다. 그리고 문법 및 문학 지식에 대한 긍정적 인식에 대응하여 어떠한 부정적 인식이 나타날 수 있는지 논리적으로 예측하고 교육적 과제를 제안한다.

1. 문법 및 문학 학습 경험의 재구성과 비교

문법 지식에 대한 인식을 중심으로 살폈을 때, 학습자에게 성찰되어 존재하는 문법 학습 경험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어떠한 학습자는 현실적으로 당면한 문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학습 방법을 찾아낸 경험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학습자는 문법 지식을 자신의 언어적 직관에 부합하는 지식, 특정 방식으로 정리되어 있는 지식 등으로 인식할 수 있다.

다음으로 어떠한 학습자는 문법 지식을 자신의 언어생활에 적용한 경험을 가질 수 있다. 이때 자신의 언어를 어문 규범에 맞게 교정하는 경험인지, 읽기나 쓰기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구성하는 데에 문법 지식을 적용한 경험인지에 따라 학습자는 문법 지식을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 즉, 정오 판단이 분명한 규범적인 지식 또는 언어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원리적인 지식으로 인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어떠한 학습자는 문법 학습을 통해 자신이 사용하는 국어가 사실은 규칙과 체계로 작동하는 점을 알게 됨으로써 특정한 태도를 형성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문법 지식은 국어의 체계성을 드러내 주는 지식으로 인식된다.

한편, 문학 지식에 대한 인식을 중심으로 초점화하면 학습자에게 성찰되어 존재하는 문학 학습 경험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학습자는 자신 앞에 놓인 문학 작품에 대한 해석 내용을 구성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학습자는 작품에 대한 해석을 도출하는 데 적용되는 지식, 개별 작품의 해석으로서의 지식이라는 두 층위에서 지식을 인식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학습자는 해석 과정에서 개별 작품뿐 아니라 다른 작품으로 전이하여 문학 지식을 여러 작품에 적용한 경험을 가질 수 있다. 이때의 경험은 학습자가 작품을 해석하는 나름의 방식을 마련하거나 문학 개념 지식을 적용하는 능력을 키웠음을 스스로 감지하는 것으로,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학습자는 문학 지식을 해석의 절차나 방법으로서의 지식, 과제 수행력으로서의 지식 등으로 인식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학습자는 문학 학습을 통해 감상을 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의 가치관이나 관점을 되짚어봄으로써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의 폭이나 깊이에 대한 사고력이나 주체적인 태도 면에서 학습자 스스로 질적인 성장을 이루었음을 감지하기도 한다. 다만 이는 개별 작품에 대한 지식의 적용을 거치고 자신만의 해석 방법을 갖추거나 해석 능력을 습득했다고 여기는 과정을 거쳐 순차적으로 도달하게 되는 경험일 수도 있고, 개별 작품에 대해 충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기 경험의 질적 성장을 인식함으로써 도달하게 되는 경험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문학 지식은 학습자를 성장시키는 경험을 추동하는 반성적 지식으로 인식된다.

이상의 기술한 두 영역 간 경험의 양상을 두 가지 관점에서 비교해 볼 수 있다. 먼저 문법과 문학 영역의 지식이 언어 활동과 어떠한 관계를 맺는지 비교해 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보면, 학습한 문법 지식을 읽기나 쓰기 상황에 적용하여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법 영역과 언어 활동의 접점이 발생한다. 반면에 문학 영역에서는 문학 텍스트의 의미를 해석하고 구성해 나가는 과정에 문학 지식이 적용되고, 그 결과가 언어 활동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보면 문법에서는 언어 활동에 비추어 문법교육 내용을 조정하는 방식이 두드러지는 반면에, 문학 영역에서는 텍스트의 해석 및 감상을 촉진하고 그 결과의 확인 및 평가를 위해 언어 활동을 수행하게 한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수집된 자료의 한계 때문에 발생한 점이겠으나, 문법 영역에서는 문법교육에서 설정될 수 있는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언어 활동을 활발하게 수행한 경험을 보고한 사례는 드물었다.11) 그러나 문법교육에서도 문법교육 고유의 목표가 달성되었는지 확인하고 평가하기 위하여 언어 활동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 예컨대,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바른 국어 사용과 관련하여 친구들끼리의 SNS 활동에서도 어문 규범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서 토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어떠한 상황에서 더욱 바른 국어 사용이 요구되는지를 조사하고 발표해 보는 활동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초등학교 중학년에서는 낱말 확장 방법과 관련하여 미래에 개발될 것 같은 제품을 떠올려 보고 이름을 붙여 본 후 그렇게 이름을 지은 까닭을 발표하는 활동도 가능하다.

초등학교급에서의 문법교육은 문법 용어의 노출이나 개념 정의의 명시적인 설명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문법 수업에서 학습자에게 언어 활동을 수행하도록 하는 방법을 예비 초등교사에게 더욱 고민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예비 초등교사들이 문법 수업과 문학 수업을 비교해 보면서, 문학 수업에서 언어 활동이 어떻게 도입되고 운용되는지를 살피고, 문법 수업에서는 어떻게 언어 활동을 계획할 수 있는지 모색할 필요가 있다.

반면 문학 영역에서는 학습 경험의 결과가 언어 활동을 통해 확인됨에도 불구하고 문학 감상 활동의 결과로서만 간주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감상 능력의 수준과 언어 활동 능력의 수준은 다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습자들이 주로 언급한 중등학교급에서의 문학 경험에서는 언어 활동 능력 수준이 변인으로 작용하는 사례는 드물게 나타난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급에서 이러한 상황이 빈번하게 나타난다는 점12)을 고려하면, 언어 활동 능력의 발달 수준을 고려하여 문학교육 내용을 선정하고 조직하는 과정을 명시적으로 고민하게 할 필요가 있다. 국어 교과 내 영역 간 통합이 활성화되어 있는 초등학교급에서 문학 영역이라 하더라도 이미 교과서나 교육과정상 언어 활동 능력의 발달 수준이 고려되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예비 초등교사들이 앞으로 교육 행위를 실행해 갈 주체임을 고려할 때, 통합된 교육 내용의 원리와 그 관계에 대해 교사 스스로 분석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의 함양은 주요한 교사교육의 내용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상의 논의를 고려할 때, 문법과 문학 영역에서는 언어 활동을 고려하여 학습의 지향점을 두 가지 방향으로 설계할 수 있음을 예비 초등교사들이 명시적으로 알게 할 필요가 있다. 즉, 예비 초등교사들로 하여금 언어 활동을 촉진하거나 언어 활동의 수준을 증진하기 위하여 문법 및 문학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과 문법 및 문학 지식을 학습한 상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언어 활동을 활용하는 방안을 명시적으로 고민하게 하여야 하는 것이다.

2. 문법 및 문학 지식의 부정적 인식13)에 대한 예측과 과제

문법 및 문학 영역은 소위 내용 영역이라는 점에서 교육 내용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학습자에게 교육 내용은 항상 교수․학습의 맥락과 결합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법 및 문학 지식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살핌으로써 수업에서 지식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그러한 긍정적 인식을 가정하고 실시하는 교수․학습 또한 부정적 인식과 맞닿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교육 목표에 따라 교수․학습을 계획 및 실행하지만, 그러한 교수․학습이 항상 의도된 결과를 가져오진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Ⅲ장과 Ⅳ장 1절에서 다룬 긍정적 인식을 교수․학습에 활용하고자 할 때 당면하게 될 부정적 인식 양상을 논리적 차원에서 다음과 같이 예측해 볼 필요가 있다.

문법 영역에서 예측되는 부정적 인식을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자신의 언어적 직관에 부합하는 지식으로서 문법 지식을 인식하도록 하여 문법 학습을 연성(軟性)화하고자 할 때, 학습자의 기층 방언의 영향으로 인해 자신의 언어적 직관에 부합하지 않는 문법 지식이 존재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문법 지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정오 판단이 분명한 지식으로서 문법 지식을 인식하는 것과도 관련된다. 학습자의 언어적 직관을 존중하면서도 규범 언어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문제가 문법 수업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예비 초등교사에게 생각해 보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문법 지식을 특정 방식으로 정리되어 있는 지식으로 볼 때, 문법 학습의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다고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도 있지만, 결국 이 내용의 쓸모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습자도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을 고려하여 국어의 체계성을 드러내 주는 지식, 언어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원리적인 지식이라는 긍정적 인식을 고려하여 문법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를 예비 초등교사가 생각해 보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문학 영역에서 예측되는 부정적 인식을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문학 작품에 지식을 적용하여 도출된 부분적인 해석 내용을 대할 때 콘텍스트적 지식, 메타텍스트적 지식 등 적용된 지식 범주 간의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구조화되지 못하고 개별적인 내용으로만 남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작품별로 전이 가능한 개념적 지식의 경우 해당 지식의 적용 조건이나 텍스트상의 맥락적 이해가 수반되지 않는 경우 자신의 감상 내용이 수용 가능한지를 스스로 점검할 수 없게 된다. 이상으로 볼 때 문학 지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학습자가 감상 내용을 스스로 구체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학 작품에 대해 이미 부여된 해석을 접하는 경우에 발생한다고 예측해 볼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해 지식의 범주에 따라 교수․학습 상황을 조정하거나 맥락적 이해를 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해 예비 초등교사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문학 작품에 대한 지식이 학습자와 유리된 채 제시된다면, 학습자는 이를 자신의 삶 속에서 의미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하면 작품과 학습자가 상호 관여할 수 있는 맥락을 제공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도록 함으로써 문학교육의 궁극적인 목표에 관해 예비 초등교사가 스스로 생각해 보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상 논의한 바를 토대로 하면, 문법 및 문학 영역에서의 공통적인 시사점을 두 가지 도출해 볼 수 있다. 먼저 학습자 중심의 관점에서 볼 때, 문법 영역에서는 학습자의 언어적 직관이, 문학 영역에서는 학습자의 자유로운 감상이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학습자에게 규범 문법 지식이나 문학 작품에 이미 부여된 해석이 정답처럼 여기도록 제시될 때 문법 및 문학 수업은 학습자의 개성을 제한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지점에 대해 초등 국어교육에서 저학년, 중학년, 고학년 학습자의 특성과 관련지으며 적극적으로 다루어 줄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의 교육적 효용에 대해 확신을 가져야 수업의 실행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여러 과목을 담당하게 될 예비 초등교사에게 국어 과목을 가르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 보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만족한 학습 경험의 수준에 의해 미래의 교수 행위가 제약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법 및 문학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만으로는 예비 초등교사에게 충분한 학습 경험이 제공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렇게 정리된 지식에 대하여 다시 한번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교육 목적에 상응하는 지식의 효용성을 고민해야 해결되는 문제이다. 따라서 초등 국어교육에서는 본 연구에서 구성해 낸 문법 및 문학 지식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비계로 삼아 가장 상위의 국어교육의 목적에서 초등학교에서의 문법 및 문학교육의 의의를 조망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바, 후속 연구를 기약한다.

Notes

1) 이 논문은 제75회 국어교육학회 전국학술대회(2021. 12. 11)에서 발표한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임. 이 연구는 충남대학교 학술연구비에 의해 지원되었음.

2) 그러나 여전히 과제의 주제가 포괄적이기 때문에 생각쪽지에는 교육 목표, 내용, 방법이 혼재할 수밖에 없었고, 내용 분석의 과정이 지난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본 연구가 가지는 한계점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공동 연구의 이점을 살려, 내용 분석을 충실하게 하는 데에 주력하였다.

3) 실제 문법교육 및 문학교육의 논의를 살펴보면 각 영역에서 지식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 것인지의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 지식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교육의 설계와 실행의 양상이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문법교육과 관련하여 고경재(2018)에서는 지식을 탐구 활동의 내용이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지식과 탐구 활동을 구분하였다. 그리고 언어 사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국어 구조에 대한 지식도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음을 역설하였다. 반면에 조진수(2018: 185-189)에서는 문법 문식성과 관련하여, 교육 내용이 절차적 지식의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음을 설명하고 있다. 문학교육과 관련해서도 지식은 교육 내용을 이루는 기반이 된다. 다만, 문학교육 분야에서는 신비평의 영향으로 교수·학습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한 지식이 그대로 교육의 장에 들어오기도 하고 지식의 고정성을 강조하는 왜곡된 교육(유영희, 2012b: 352)의 반작용으로 인해,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강조하고 ‘지식 위주의 교육’을 그와 양립할 수 없는 대립항으로 설정하고 지식의 중요성과 역할 자체를 부정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염은열, 2009: 196). 그로 인해 지식 논의 또한 학습자와의 연관을 강조하는 구성주의적 관점(김미혜, 2006)이나 문학 텍스트를 해석하는 주체로서의 학습자의 활동을 강조하는 차원(김정우, 1999) 등에서 보듯 학습자를 그 중심에 두고자 한다. 지면 관계상 모든 논의를 일별할 순 없겠으나 최근까지도 문학교육에서 다루어야 할 지식에 대한 논의가 교육적 관점에서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반성적 인식(박기범, 2022)이 나타나는데, 이는 문학교육에서 문학 지식 논의가 중요하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해 왔다는 인식에 터해 있다고 보는 것에 가깝다고 하겠다. 이처럼 문법교육 및 문학교육에서 지식에 대한 논의는 복잡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분석의 편의를 위하여 국가 교육과정에서 채택하고 있는 지식 개념을 활용하였다. 이는 지식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수행, 태도와 구별되는 개념으로서의 지식의 위상을 활용하여 지식에 대한 학습자의 평가적 인식을 살펴보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식에 대해 정치하게 다루지 못한 점은 본 연구의 한계이다.

4) 최미숙 외(2016: 47)에서는 문법이나 문학 영역에 비하여 국내에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기능과 이들의 교육에 관한 학문적 연구가 제대로 없었던 시대적 상황이 제4차 교육과정의 영역 구분에 반영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기능교육과 달리 문법교육과 문학교육은 국어학과 문학에 기초한 학문적 지식을 교육 내용으로 가공하는 문제를 일찍이 떠안고 있었다. 학문적 지식을 국어교육에서 어느 수준으로 얼마나 가르칠지를 논의하는 데에 천착할수록 교육 내용의 중심은 ‘지식’이 될 수밖에 없다.

5) 구본관(2016)에서는 문법교육이 문법 연구의 영향을 받아 왔음을 고찰하고, 탈문법학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탈문법학’이라는 명명은 문법학의 영향력에서 문법교육이 완전히 벗어났다기보다는, 특정한 문법 이론이 문법교육에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지나갔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진단이 학계의 논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졌음을 볼 때, 학교 현장에서의 변화는 이보다 더딜 것이다.

6) 물론 해당 학습자의 기층 방언이 표준어에 가까워 일상의 언어생활로써 형성된 언어적 직관에 부합한다고 여긴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표준어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언어이면서 보수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떠한 방언권의 학습자에게든 표준어는 공식적으로 교육되어야 하는 성격을 지닌다.

7) 표기 체계는 음성 언어에 대한 인간의 발명품으로 여러 기준을 가지고 우월을 따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어 유형론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음성 언어는 우열을 따질 수 없다. 한글과 한국어가 동일시되면서 한글뿐만 아니라 한국어가 우수하다는 인식이 초래할 문제점을 문법교육에서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8) 지식의 분류나 개념으로부터 곧바로 지식의 활용을 기대할 수 없듯 개념상으로 전제되는 메타텍스트적 지식이 방법적 차원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며 이에 대한 지적은 유영희(2012a)의 논의 참조.

9) [A-M-L-27] ‘문학’이라고 하면 지금까지 받은 국어 교육을 떠올리면 가장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분야 중 하나이다. 나는 평범한 다른 아이들처럼,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동화책을 접하여 읽게 되고, 자연스레 좋아하는 책도 생기게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대까지, 교과서에 실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통하여 문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문학교육은 기본적으로 문학 작품이 곧 이론이 된다. 문학에 대한 개념을 공부할 때에도 반드시 문학 작품이 등장하여 예시가 되고, 문학을 읽고 감정을 느끼는 것이 문학교육의 기초가 된다.

10) [A-M-L-20]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수능에는 우리가 배웠던 작품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었고, 모르는 작품이 나올 확률이 더 높았다. 또한 이렇게 계속 새로운 작품을 접하고 심지어 내신에서도 수능과 같이 처음 보는 지문이 나왔는데 이 모든 것이 훈련이자 연습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11) 다음과 같은 사례가 수집되었고, 어문 규범과 관련된 사례에 국한되었다. 문법 수업에서도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언어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요청된다.

11) [A-A-G-1] 중학생 문법 수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몇 몇 과제들의 특징은 일상생활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문법적인 오류가 있는 간판이나 전단지 등을 찾아오고 이를 수업 시간에 친구들과 같이 수정해본다거나 수업 시간에 배운 로마자 표기법을 직접 지하철역 이름에 도입해서 써보았던 과제들은 문법이 우리 일상생활에서 활용된다는 것을 배우고 직접 활용도 해보는 수업을 보다 흥미롭게 만들어주었다.

11) [A-A-G-2] 추가적으로는 고등학교 1학년 언어와 매체 시간에 진행했던 문법 수업 또한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국어선생님께서는 우선적으로 바른 문법에 대한 이론적 수업을 진행하셨고 이후 실제로 저희가 사용하고 실수를 범할 법한 자료들을 가지고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학생들과 스마트폰 유저들이 사용하고 있는 SNS 매체인 ‘카카오톡’에서의 문법적 오류들과 맞춤법에 관련된 수업이었습니다. 이 수업은 일주일 즉, 4시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첫 시간에는 선생님께서 자료들을 준비해오셨습니다. (중략) 이후 진행된 3번의 수업에서는 모둠별로 가장 헷갈리는 문법과 오류들을 찾아보고 퀴즈를 내며 조금은 복잡하고 어려운 문법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1) [A-M-G-22] 부수적으로 강의식 수업 외 ‘줄임말 사용 줄이기’ 캠페인 활동을 했었다. 나의 중학 시절에 줄임말이 점점 많아지는 시기였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안습’, ‘킹왕짱’ 등 우리말의 어법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용어 사용이 많아진 것이다. (중략) 학교에 있는 동안에 서로 줄임말을 사용하는 사람을 체크하여 가장 적게 쓴 사람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식이었다. 아무래도 상품이 걸려있으니 다들 줄임말 사용이 줄어들었다. 일시적인 변화이긴 했지만 나처럼 의외로 실제로도 줄임말 사용빈도를 줄인 친구들도 몇몇 있었다. 이런 종류의 캠페인은 좀 더 발전시켜 내가 교사가 되었을 때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2) 다음과 같은 사례에서 감상 능력의 수준과 언어 활동 능력 수준과의 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저학년과 고학년의 차이, 작품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점, ‘글자’를 정확히 읽어내는 해독(解讀)과 내용에 대한 이해를 분리하여 서술하고 있다는 점 등은 언어 활동 능력 수준이 감상 능력이 발휘되는 데 밀접하게 연관됨을 알 수 있게 한다. 다만 연구 방법의 한계상 해당 학습자에게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으나, 통합적으로 수행되는 언어 활동에 대해 예비 초등교사가 이를 변별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12) [A-A-L-2] 내가 초등학교에서 받은 교육을 되돌아보면 저학년 때는 문학작품을 혼자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다. 모든 글자에 집중해서 정확하게 읽으려하다보니 다 읽고 난뒤에도 아마 정확하게 이해는 하지 못하고 그저 그림에 의존해서 그 내용을 유추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독후감을 쓰거나 글쓴이에게 편지쓰기 혹은 독서골든벨과 같이 다양한 활동을 하며 문학작품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기회를 가졌고, 그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이었다.

13) 이 절에서 다루는 내용은 Ⅲ장 1절에서 소개된 기본 분석 범주로서의 부정적 인식 양상을 유형화한 결과가 아니라, 긍정적 인식에 대해서 예상 가능한 부정적 인식 양상을 기술한 것이다. 실제로 학습자에게 나타나는 부정적 인식 양상의 유형화는 별도의 연구가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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