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한국의 학교 현장에서 세계사 교육은 ‘위기’나 ‘고사’ 등의 용어로 설명되어 왔고, 이에 대한 여러 진단과 함께 극복 논의가 있었다(구난희, 2005, p. 109; 신유아, 2015, p. 111; 양호환, 2016, 1-2; 정재훈, 2005, p. 1). 학생들이 세계사 과목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망라적 지식의 나열(구난희, 2005; 남한호, 2005; 윤세병, 2014)과 학습량의 과다(김칠성, 2017; 남한호, 2005), 학생의 현실과 유리된 학습 내용(김칠성, 2017;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9) 등이 논의되었다.
문제 해결 방안으로, 김육훈(2012, p. 70)은 입시의 강요라는 원인도 있지만 교사 스스로가 학생들에게 역사 사실을 많이 알게 하는 것 이상으로 역사란 무엇이며 역사 수업이 지향해야할 바는 무엇인지 ‘역사교육의 상’에 대한 숙고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최상훈(2016, p. 217)은 세계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알아야 한다는 강박에 따른 방대한 분량과 나열적 서술의 개선을 위해 세계사 교육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하며, 현재의 우리와 관련이 높은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는 것으로 범위를 한정하고, 내용의 구성은 주제에 따른 맥락을 갖추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양호환(2016, p. 35)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세계사 교과서 서술의 한계를 지적하고, 세계사 내용 선정의 기준으로 21세기 세계의 변화를 담아내는 동시에 한국의 현실 인식을 반영하는 주제로 내용을 선정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들 연구는 공통적으로 세계사 교육의 목적에 대한 합의와 이에 따른 내용의 선별을 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보았다.
이와 관련하여, 본 연구는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중등학교 역사교과서에 제시된 중국사의 내용을 분석하였다. 독일 서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인구는 약 1,100 만 명으로, 독일의 전체 인구의 약 13%가 거주하며, 16개 주 중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Statistisches Bundesamt, 2022a). 독일은 각 주가 교육과정의 개발 및 운영 권한을 갖는 연방주의 국가이다. 각 주의 교육부는 지역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개발한다. 따라서 특정한 주의 교육과정이 독일 전체의 대표성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고, 각 주의 교육과정은 해당 지역의 고유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만 독일 내 역사교육 학계의 논의와 지역 간의 정보 교류로 각 주의 교육과정은 일정한 유사성을 갖는다.
세계사 내용 중에서 중국사를 분석의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는 한국과 독일의 세계사 교육에서 공통분모가 큰 영역으로서 비교를 통한 시사점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경제와 인구 규모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과 독일 모두 사회·경제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다만 한국과 독일의 역사교과서가 모두 중국사를 비중있게 다룬다 하더라도 중국사에 접근하는 입장이나 맥락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세계사 교과서의 중국사 내용에 대한 선행 연구는 내용 체계와 서술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룬다. 1992년 한·중 국교 수립 직후의 초기 연구로 양호환(1993, p. 182)은 내용 선정에 있어 “쏟아지는 전문연구의 성과를 모두 수용할 수는 없으며, (...) 연구 결과를 교육목적에 따라 선정하고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고, 국제 관계와 정치 상황에 종속되어 교과서를 국민 교화의 수단으로 왜곡하지 않고 상호이해와 평화공존의 가치 아래, 양심적이고 성실하게 집필할 것을 강조하였다. 손준식(2016)과 종만정(2020)은 교과서의 시기별 서술 변화를 분석하고, 중국사 서술이 한·중 국교 수립 이후의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하였다. 중국사의 내용 구성에 대한 연구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간 학습내용의 계열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유사한 내용이 반복되는 문제점, 일관된 중국사 용어 사용의 필요성 등을 제기하였다(홍성구, 2006; 윤세병, 2018). 시대별 서술을 분석한 연구는 전근대사 전반(김창규, 2005), 선사시대부터 당대까지의 고중세사(최재영, 2017), 명·청사(이평수, 김택경, 2021), 근현대사(이병인, 2017; 김기효 2016; 이승현 2007; 김창규 2004)가 있다. 이들 연구는 교과서가 중국 역대 왕조의 등장과 소멸을 압축적으로 기술하고 있어 오류와 비약이 생기고, 학습자가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한편, 역사교과서의 탐구활동에 대한 연구는 공통적으로 지식의 확인과 이해보다는 비판적인 역사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탐구활동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방지원(2007)은 7차 교육과정의 교과서에 사료와 탐구가 공식적 구성 요소로 도입된 것을 반기는 한편, 학생들의 사고와 활동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제시된 사료와 밀접하게 연관된 질문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지모선(2012)은 2009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실린 탐구활동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자료의 처리와 분석에 해당하는 ‘탐구력 신장형’ 활동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평가와 관련된 ‘가치 판단형’ 활동은 5%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의 학생활동을 분석한 김정분(2020)은 기존의 교과서에 비해 학생의 능동적 참여를 장려하는 다양한 학생 활동이 증가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사료의 관점과 의도를 비판적으로 파악하는 탐구활동을 늘릴 것을 제안했다. 초등 역사교과서의 탐구활동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사회 탐구 교과서의 역사 내용에 제시된 쓰기 활동을 분석한 전제웅(2013)은 본문의 내용을 찾아 옮겨 쓰는 사실 이해의 활동이 대부분이며, 텍스트의 의미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쓰는 활동이 부재함을 지적하였다. 김정분(2019)은 초등 역사교과서의 발문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정보의 확인에 해당하는 1단계 유형이 대부분이고, 개념의 이해와 추론에 해당하는 2-3단계 유형은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체계성이 부족하며, 학생의 판단을 요구하는 4단계 유형은 그 비중이 가장 적다는 점을 밝혔다. 그는 이러한 발문 분석을 통해 학생이 교과서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서술된 내용을 사실로 인식할 것을 우려하였다. 이미미(2019)는 2015 교육과정 사회 교과서의 역사 영역 질문에 대한 초등학생의 반응을 분석하여, 학생이 답변을 위해 주어진 자료를 면밀하게 관찰하는 경우는 있지만, 비판적으로 사고하여 답하는 경우는 드문 현실을 조명하였다.
이상의 연구는 학생의 활동 과제를 지칭하는 용어로 ‘질문’,‘ 발문’, ‘탐구활동’, ‘학생활동’, ‘쓰기활동’ 등을 사용하였다. 본 연구는 지모선(2012)을 비롯한 다수의 연구에서 사용된 ‘탐구활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2015 교육과정을 반영하여 개발한 현행 세계사 교과서는 선행 연구의 비판과 제안에도 불구하고 학습 내용의 과다, 맥락을 살리지 못한 사실의 나열, 지식의 확인과 이해 중심의 탐구활동이라는 기존의 문제점을 충분히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김아리, 2020; 김정분, 2020; 박중현, 2020). 본 연구는 비교교육의 관점에서 다음의 두 가지 연구 문제를 중심으로 독일의 사례를 분석한다.
첫째, 독일 역사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세계사 및 중국사 내용 구성의 원리는 무엇인가?
둘째, 독일 역사교과서의 탐구활동이 요구하는 인지적 활동은 무엇인가?
II. 역사 교육과정의 내용구성
김나지움은 학생의 대학 수학을 준비하는 인문계 중등학교로 5-12학년의 8년제 또는 5-13학년의 9년제로 운영된다. 김나지움의 교육과정은 5-10학년의 중등 I 과정과 11, 12학년의 상급과정인 중등 II 과정으로 나뉜다.
본 장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김나지움 중등 I 과정인 5-10학년을 대상으로 한 역사 교육과정의 내용 구성을 개관한다. 역사 교과는 자국사와 세계사를 구분하지 않는 하나의 과목이며, 시간 배당은 5, 6학년에 주당 1시간, 7-10학년에 주당 2시간이다. 중등 I 과정의 역사 교과는 대체로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역사를 연대순으로 1회 학습하며, 5-9학년의 학습 주제는 <표 1>과 같다.
5-9학년에서는 각 주제별로 ‘세계로의 창’을 두어 동시대의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비유럽 지역의 역사를 연결 지어 학습하도록 하고 있지만 고대 이집트를 제외하면 주로 서유럽의 역사를 다룬다.
이어서 10학년에서는 ‘낯선 공간’으로서의 세계사 내용으로 러시아, 중국, 터키의 역사를 다룬다. 구체적으로는 <표 2>와 같이 과거에 제국의 역사를 갖는 이들 국가의 현재 사회 문제와 관련된 역사적 배경을 학습한다. 교육과정 문서는 10학년의 학습내용에 대해 “9학년의 현대사 학습의 성격을 이어서 세계화 시대의 현재적 문제에서 출발하여, 기존에는 역사 교육의 주요 내용이 아니었던 중국, 러시아, 터키의 세 지역으로 (주제를) 전환한다.”고 진술하고 있다. 러시아와 터키의 선정 이유로는 “(...) 학생들은 러시아와 오스만 제국의 역사를 통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 이민자 사회의 역사를 상세히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라고 설명하고 있다.1) 중국의 선정 근거는 “지구화된 세계(globalisierten Welt)의 반영”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이 독일을 포함한 유럽 사회에도 적지 않게 미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Ministerium für Kultus, Jugend und Sport Baden-Württemberg, 2016, p. 12).
이러한 세계사의 내용구성은 독일 사회에 대한 진단에서 출발한다. 즉 독일을 다양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이주민 사회’로 정의하고 있다. 이주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터키의 역사·문화적 배경을 이해한다는 사회 통합의 인식을 제도로서의 교육과정에 반영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특히 기존에는 주요하게 다루지 않던 서유럽 이외 지역의 역사를 10학년 역사에 비중 있게 배정한 것은 상호문화, 다문화, 횡문화적(inter-, multi-, transkulturell) 역사 교육의 요구(Alavi, 1998; Georgi, 2003; Kőrber, 2018)를 반영한 변혁적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독일의 다문화 인구, 즉 이민 배경을 가진 인구는 약 2,200만 명으로 전체 인구 약 8,200만 명의 약 27%를 차지한다. 이 중 이민 배경의 독일인은 약 1,16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4.1%에, 외국인은 약 1,030만명으로 약 12.6%에 해당한다(Statistisches Bundesamt, 2022b, p. 160). 이민 배경을 가진 독일인의 출신국별 비중은 터키 출신이 13.3%로 가장 많고, 2위인 폴란드 출신의 10.8%에 이어, 러시아 출신이 6.6%로 세 번째로 비중이 크다(bib, 2019).
이와 같이 독일을 이민자 사회로 규정하고 이민자의 역사를 학습 내용으로 포함시키는 한편, 해당 사회를 구성하는 이민자 또는 이민 배경 학생의 부모의 고향인 터키와 러시아의 역사를 다루는 것은 일면 이들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중국과 함께 낯선 공간인 非서유럽으로 구분하여 타자화하는 우려도 있다. 또한 미국에서 흑인 노예의 역사를 다루지만 오히려 아프리카계 미국인 학생들은 그것을 기피하는 경우가 있다. 이해와 공존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한편 러시아, 중국, 터키를 제외한 서유럽 이외 지역의 역사의 대해서는 여전히 무관심하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는데, 이를 통해 독일의 역사교육 학계에서 문제점으로 논의되는 서유럽 중심의 역사 이해가 여전히 미해결의 과제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10학년 내용의 성취 기준을 살펴보면, 도입 부분은 학생 자신과의 관련 속에서 현재 러시아, 중국, 터키의 사회의 문제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한다. 또한 팽창의 속성을 갖는 제국과 국민국가를 구분하여 제시하고 이와 관련하여 세 국가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지어생각해보도록 안내한다. 각 국가별 내용의 상위 목표는 공통적으로 “○○의 역사와 서유럽과의 관계를 통해 ○○ 사회의 구조와 당면 과제를 설명할 수 있다”이다. 즉, 10학년 역사 학습의 목적은 단순히 세 국가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 현재 해당 사회의 구조와 당면 과제를 서유럽과의 관련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학습 목표는 독일 역사 교수-학습의 원칙인 현재관련성(Gegenwartsbezug 또는 Gegenwartsbezogenheit)에 기인한다. 독일의 역사교육자 베르크만은 현재관련성을 “과거 인간의 행위와 고뇌의 재현으로서의 역사는, 해당 정보에 대한 현재의 관심과 요구가 있을 때에만 그 의미가 생겨난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현재관련성이 1990년대 말에 이미 “독일의 역사학계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는 몇 안되는 주요 학습 원칙의 하나로 정착되었다”고 설명하였다(Bergmann, 1997, p. 266). 현재관련성은 여전히 독일의 중요한 역사교수법의 원칙 중 하나로 통용되며, 역사 학습의 목적이자 임무로 “우리의 과거에 대한 학습은 항시 현재와 관련된 것”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Sauer, 2015, pp. 90-92).
현재와의 관련성은 학생에게 학습을 권하는 즉, 역사학습 내용의 선정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적 기준이자 전제 조건이다. 베르크만에 따르면 현재관련성의 원리에 따른 내용 선정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현재 사회 문제의 원인이 되는 과거 지식을 선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 선정은 잘못된 의사 결정과 행동의 위험을 줄이는 데에 기여한다. 둘째, “현재의 사회 문제와 같거나, 상응하거나, 반대되는 과거의 사례로서 과거와 현재 사이의 상통하는 의미를 갖는 내용을 선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 선정은 현재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청사진을 제공한다(Bergmann, 1997, pp. 266-267). 이러한 현재관련성은 <표 2>의 교육과정 성취기준의 비중에서도 드러나는데, 예를 들어 성취기준 중 전근대사는 (1)과 (2), 근현대사는 (3)-(6)으로 현재의 사회 문제와 관련된 근현대사를 더 비중있게 다룬다.
요약하면, 10학년 역사 교육과정에 나타난 세계사 내용구성의 원리는 세계화, 이주민 사회의 상호문화적 역사학습, 그리고 현재관련성이다. 다만 이러한 내용 구성은 여전히 서유럽 중심의 역사 이해라는 인식의 한계와 독일 사회 구성원 중 서유럽 이외 지역의 이민자에 대한 타자화의 과제를 지닌다.
III. 연구 방법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는 인정제 방식으로 교과서를 발행하고 있으며, <표 3>과 같이 2022년 현재 김나지움 중등 I 과정의 10학년 역사교과서로 전체 6종을 인정하고 있다. 이 중에서 다섯 종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2016 교육과정에 따라 집필되었고, 에듀베줌(Eduversum) 출판사의 「유럽 – 우리의 역사 4」는 독일-폴란드 공동 교과서로 주 교육과정을 반영하지 않았으나 독일의 모든 주에서 사용을 인정한다. 참고로 독일-프랑스 공동 교과서는 11학년 이상의 중등 II 과정에서 사용한다. 본 연구는 10학년 역사교과서 3종 즉, 체.체. 부흐너(C.C. Buchner, 이하 부흐너), 코넬젠(Cornelsen), 클렛(Klett) 출판사의 중국사 단원을 분석하였다. 코넬젠과 클렛은 역사교과서의 대표적인 출판사이며, 부흐너는 전체 쪽수가 가장 적어 내용 구성에 다양성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어 분석 대상으로 선정했다.
독일의 역사교과서는 다른 교과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으로 책을 펼쳤을 때 한 눈에 보이는 좌우의 두 페이지를 단위로 하나의 주제를 학습하도록 구성하며, 이를 ‘두 페이지 원칙 (Doppelseitenprinzip)’이라고 부른다(Brauch, 2015, p. 110). 두 페이지는 본문에 해당하는 설명글, 자료, 탐구활동으로 구성된다. 첫째, 설명글(Verfassertex)은 교과서의 저자가 학생의 역사 이해를 위해 쓴 설명하는 글이다. 둘째, 자료(Materialien)는 설명글 이외의 텍스트와 이미지 형태의 사료를 포함한 표, 그래프, 지도 등의 학습 자료를 의미하며, 주로 탐구활동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다. 당대에 만들어진 증거로서의 사료에 비해, 자료는 사료를 포함한 당대의 증거와 후대에 작성된 역사적 견해, 역사 지도, 도표, 설명 그림 등의 역사 매체를 모두 포함한다. 셋째, 탐구활동(Lernaufgabe)은 학생의 학습 과제를 의미하며, 평균적으로 6-8개의 질문이 오른쪽 페이지의 하단에 제시된다.
교과서의 외형을 살펴보면, 제목의 경우 베스터만 출판사와 같이 「역사」의 교과 명을 그대로 활용하거나 「그런 시절이었지」, 「역사 포럼」, 「역사와 사건」, 「역사를 위한 시간」 등의 다양한 제목을 사용한다. 제목의 책 번호는 출판사 마다 다른 체계로 부여하고 있다. 부흐너 교과서의 경우 5/6학년 책을 1권, 7-9학년 책을 2-4권으로 하여 10학년 책은 5권으로 표기하였다. 지면의 분량은 적게는 부흐너의 176쪽에서 많게는 코넬젠의 280쪽까지 100쪽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가격은 모든 교과서가 25유로, 한화 약 34,000원으로 비슷하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학교법 94조의 교재 무상제공의 원칙에 따라 기초자치단체는 수업에 필요한 교재를 대여한다. 교과서는 두꺼운 표지의 양장본으로 다년간의 사용이 가능하다.
분석은 두 단계로 진행하였다. 우선, 교과서의 중국사 내용구성은 시대별 서술을 양적으로 분석했다. 이를 위해 앞서 언급한 3종 교과서의 중국사 단원의 내용을 소제목과 주제를 중심으로 표로 정리하고, 각 시대별 내용을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나타난 다음의 시대 구분에 따라 분류하였다. 교육과정의 중국사 성취기준에 따른 중국사의 시대구분은 전근대사의 ① 중국 제국, ② 명의 무역(정화의 원정), 근현대사의 ③ 아편전쟁과 개항, ④ 중화인민공화국과 마오쩌둥, ⑤ 덩샤오핑의 개혁 정책, ⑥ 현재 중국의 사회 문제와 그 역사적 배경이다. 그밖에 중국에 대한 상식과 지리적 배경을 통해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단원 도입 내용은 ⓪으로, 역량 확인 등의 단원 정리 내용은 ⑦로 분류하였다. ①-⑥으로 분류한 각 시대별 내용의 페이지 수를 기준으로 비중을 확인하였다. 이때 ⓪ 도입과 ⑦ 정리는 비중의 계산에서 제외하였다. 분석은 3종 교과서 간의 차이보다는 전반적인 시대별 내용구성의 비중을 확인하는 데에 의미를 두었다.
둘째, 교과서 탐구활동의 문장에 사용된 수행지시동사(Operator)의 빈도를 확인하고, 인지적 활동의 수준별 구분에 따른 비율을 분석하였다. 동사의 분석 기준은 교육과정에 제시된 수행지시동사를 요구 수준에 따라 분류하였다. 수행지시동사는 학생들이 수행해야 하는 활동을 지시하는 용어이다(이미영, 2020).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2016 역량중심 교육과정은 각론, 즉 교과별 교육과정에서 교과서의 탐구활동 및 교사의 수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행지시동사의 목록을 제시한다. 교과서의 저자가 목록의 수행지시동사를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다만, 각 교과의 특성 및 교과 역량의 구현을 위해 개발된 수행지시동사는 교과서의 탐구활동 및 수업의 학생 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 분석의 과정에서 교육과정에 제시된 수행지시동사 이외의 다양한 동사가 추가로 사용되는 것도 확인하였다. <표 4>는 2016 교육과정의 역사, 지리, 정치의 사회과 교육과정서 공통적으로 제시된 19가지 수행지시동사이며, ① 확인, ② 재구성, ③ 성찰 및 제안의 세 가지 요구 수준, 즉 인지적 활동으로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다.
각각의 동사는 학습활동에서 의미하는 바를 조작적으로 정의하는 설명과 함께 제시된다. 일부 동사의 경우 일상에서는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동의어인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1번의 기술하다 ‘beschreiben’과 7번의 서술하다 ‘darstellen’은 일상적으로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다. 9, 10번의 설명하다 I ‘erklären’과 설명하다 II ‘erläutern’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수행지시동사의 목록은 각각의 동사가 역사 수업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조작적으로 정의함으로써 다양한 학습활동의 구현을 가능하게 한다. 교과서의 저자와 교사는 저술과 수업에서 이들 동사를 의도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이 학습 활동에서 이를 참고할 수 있도록 각 교과서의 표지 내면 또는 두꺼운 별지에 수행지시동사의 목록과 그 설명을 제시한다.
IV. 연구 결과
독일 역사교과서에 나타난 세계사로서의 중국사 내용 구성은 분석 대상의 3종 교과서 모두 교육과정이 제시하는 학습 목표와 하위 학습내용에 대체로 부합하였다. 시기별 내용의 서술 분량 비중은 <표 5>와 같이 전근대사의 ‘제국의 역사’, ‘명의 대외정책’이 전체의 28.4%, 아편전쟁 이후의 근현대사가 71.6%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전근대사에 비해 근현대사의 비중이 크고, 그 중에서도 1949년의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인 현대사의 비중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사의 서술 분량은 전체의 48.3%로 거의 절반에 이른다. 이는 중국사의 학습 목표가 중국의 전근대사보다는 학생의 삶과 관련 있는 현재 중국 사회의 구조와 문제점을 이해하기 위한 현대사 학습에 보다 더 방점을 두기 때문이다.
<표 6-8>은 각 교과서의 중국 관련 단원의 소주제와 페이지를 정리하고 각각의 소주제를 교육과정의 ①-⑦의 내용으로 표기한 내용이다. 3종 모두 단원의 도입 부분에 학생의 학습 동기유발을 위해 현재의 중국에 대한 정보와 지리 상식 등을 제시하였다. 소주제의 제목은 의문형으로 제시하여 학습 목표를 분명히 하거나, 호기심을 자극하고, 기존의 역사 담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형식을 취한다.
10학년 역사 학습의 상위 주제가 ‘제국과 국민국가’인 만큼 전근대사는 중국의 제국으로서의 특징인 진시황 이래의 황제 지배체제, 중화주의적 세계관, 유교 정치 철학 등을 다루고, 이어서 명 대 정화의 항해와 해금 정책을 다루었다. 근대사는 외세의 중국 간섭 그리고 중국의 저항을 다루었다. 특히 영국의 조지 3세와 청 건륭제 간의 서신 자료와 매카트니 사절단(1792/93)의 동등한 교역 요구의 결렬을 소재로 당시 중국의 세계관을 조명하고, 유럽의 중국 분할 통치를 저지한 미국의 개방 정책을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다.
근대사를 살펴보면, ③ 아편전쟁과 개항은 아편전쟁을 계기로 개항이 이뤄지는 1840년대의 사건이라기보다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전의 근대사를 포괄하는 단원이다. 교과서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태평천국운동, 의화단 운동, 양무운동, 변법자강운동, 신해혁명, 5.4운동 등을 다룬데 이어.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의 前史라 할 수 있는 국민당과 공산당의 대립, 대장정, 국공합작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부흐너의 경우에는 1898년 독일에 의한 산둥 칭다오 점령의 내용을 다룸으로써, 독일과의 관련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현대사를 살펴보면, 부흐너와 코넬젠의 경우 현대사의 출발점인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립(1949)으로 단원을 시작하고 있는 반면, 클렛은 ‘중국은 왜 공산주의 사회가 되었나?’ 라는 설정 아래 중화민국의 수립(1912)부터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립을 경유해 문화대혁명이 종료되는 시점이자 마오쩌둥이 사망하는 시점(1976) 까지를 하나의 시기로 묶음으로써 다른 두 교과서와 차별성을 두고 있다. 토지 국유화,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 홍위병 등의 주제를 공통으로 다루는 한편, 마오쩌둥에 대한 개인숭배 현상을 상세히 조명하였다. 이어지는 덩샤오핑의 개혁에 따른 시장경제 도입과 경제 성장은 통계 자료의 표와 그래프를 통해 살피고, 이와 함께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운동은 원인, 전개, 결과를 서술하면서 탱크맨 사진 및 자유의 여신상 주변으로 모인 대학생의 사진과 함께 비중 있게 다루었다. 클렛의 경우 ‘톈안먼 사건’이 아닌 ‘톈안먼 학살’이란 용어를 사용하였으며, 희생자의 숫자를 “알려지지 않았으나 200명에서 많게는 수천명 (코넬젠)” 또는 “2,000에서 3,000명으로 추측된다 (부흐너)”라고 명기하였다. 현재의 중국에 대해서는 시진핑의 ‘중국몽(中國夢)’, ‘일대일로(一带一路)’ 정책, 정치 제도, 빈부 격차, 사상개조와 인권 탄압, 홍콩의 민주화 시위, 타이완과의 갈등, 한자녀 정책의 부작용의 사회적 문제를 다루었다.
이어서 탐구활동의 분석 결과를 살펴본다. 탐구활동에 사용된 동사의 빈도는 <표 9>와 같다. 3종 교과서의 중국사 단원에 제시된 탐구활동 415개 중 ① 정보의 확인은 62개로 전체의 15%, ② 정보의 재구성은 가장 많은 213개로 51%, ③ 성찰 및 제안은 116개로 28%를 차지하였다. 가장 높은 빈도로 사용된 개별 수행지시동사는 ‘설명하다’, ‘판단하다’, ‘기술하다’로 각각 42회, 40회, 33회 사용되었다. 전체 수행지시동사의 빈도는 [별첨]에 표로 제시하였다.
끝으로, 탐구활동의 질문을 예를 들어 살펴본다. 하나의 주제 학습에서 제시되는 탐구활동의 수는 6-8 개 내외이다. 초반에는 요구 수준이 낮은 내용 확인의 탐구활동이, 후반에는 요구 수준을 높여 역사적 평가나 판단과 같은 탐구활동이 제시되는 경향을 보인다. <표 10>은 시대별 서술 비중이 높은 주제 ③의 아편전쟁과 개항 및 주제 ④의 중화인민공화국과 마오쩌둥 부분에 제시된 14개 탐구활동의 사례이다. 요구수준 I의 확인에 해당하는 탐구활동은 주제 ③의 1번이 유일하다. ‘열거하시오(nennen)’는 교과서의 저자가 작성한 본문, 즉 설명글과 자료의 내용을 읽고 기준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모두 찾아 간결하게 제시하는 활동이다.
④ | 중화인민공화국과 마오쩌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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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진에 보이는 새로운 권력자의 행위를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설명하시오 (자료 1). | |
2. 공산당이 어떻게 국민당을 타도할 수 있었는지 근거를 제시하시오. | |
3. 1950년대 초반 중국 사회의 변화를 특징지으시오 (설명글, 자료 2). | |
4. 쌍백운동(雙百運動)2)이 의미 있는 일이었는지 근거를 들어 자신의 입장을 밝히시오 (설명글, 자료 3). | |
5. 대약진 운동의 목적과 결과를 찾아 정리하고, 이를 다른 학생과 서로에게 소개하시오 (설명글, 자료 4, 5). | |
6. 중국에서 마오쩌둥의 정치는 “70%는 좋았고, 30%는 나빴다”고 회자된다. 이러한 평가의 시비를 근거를 들어 판단하시오. (부흐너, p.79) | |
자료 1. 1952년 인민재판의 장면 사진, 한 죄인이 밧줄에 묶여 돌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고, 50여명의 군중이 이를 바라봄 | |
자료 2. 1949년 9월 21일 인민대표회의(Volksdelegierten Kongress), 마오쩌둥의 연설문 중에서 | |
자료 3. 1957년 6월 10일 선양대학교의 교수 2인이 KPC의 쌍백운동 개혁을 비판한 글 중에서 | |
자료 4. 1958-1961의 사진, 대약진 운동 기간에 제작된 소형 용광로와 다소 간단한 도구로 이를 조작하는 사람들의 광경 | |
자료 5. 1991년 뉴욕에서 기록된 대약진 운동 경험자의 증언, ‘새로운 기록?’ 2인이 겨우 드는 토마토 등의 보고가 이어짐 |
요구수준 II의 재구성은 주제 ③의 2, 3, 5, 8 및 주제 ④의 1, 2, 3, 5의 탐구활동으로, 질문에 사용된 동사는 각각 ‘증거를 들어 설명하시오 (erläutern)’, ‘비교하시오 (vergleichen)’, ‘분석하시오 (analysieren)’, ‘용어사전을 만드시오 (Lexikoneintrag verfassen)’, ‘근거를 제시하시오(begründen)’, ‘특징지으시오 (charakterisieren)’, ’정보를 찾아내시오 (herausarbeiten)’ 등이다. 내용을 파악하여 이를 설명하는 beschreiben 활동은 요구수준 I의 확인인데 비해, 역사적 증거를 들어 설명하는 erläutern 활동은 자료를 읽고 학생이 상황에 대한 설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역사적 근거를 제시하기 때문에 요구수준 II의 재구성에 해당한다. 정보를 찾아내는 herausarbeiten 활동은 목적에 부합하는 정보를 자료에서 모두 찾는 재구성이고, 이와 비슷하지만 요구수준 I의 열거하다 nennen은 기준에 따른 선별을 통해 결과를 간결하게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수행지시동사의 조작적 정의와 그 활용은 탐구활동을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학생의 탐구활동 해결에 지침이 되는 반면, 요구수준 I과 II의 수행지시동사 간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있다. 개별 동사의 원래 의미를 엄격히 따지기 보다는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조작적 정의에 따른 학습의 길잡이로 활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요구수준 III의 성찰·제안에 해당하는 탐구활동은 주제 ③의 4, 6, 7 및 주제 ④의 4, 6이다. ‘평가하시오 (bewerten)’, ‘찬반 토론 하시오 (Pro - und Kontra Diskussion führen)’, ‘판단하시오 (beurteilen),’ 및 ‘입장을 밝히시오 또는 논하시오 (erörtern)’의 동사가 사용되었다. 성찰과 제안의 활동은 역사 학습에서 학생의 다양한 관점을 장려한다. 다시 말해, 요구수준 III의 탐구활동은 한국에서 최근까지 활발하게 논의되어 온 다원적 관점(이병련, 2015; 고유경, 2019), 다중시각(강선주, 2020), 다양한 관점으로 역사보기(김한종, 2021)를 구현하는 학습 문제로 평가할 수 있다.
V. 논의 및 결론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인문계 중등학교에서 학생은 5-10학년의 6년간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를 연대순으로 배운다. 한국과 달리 역사를 자국사와 세계사의 과목으로 분리하지 않지만, 5-9학년은 독일과 서유럽의 역사를 주로 배우고, 9학년에서 배운 현대에 초점을 맞추되 공간을 이동하여 10학년에서 러시아, 중국, 터키의 역사를 현대사를 위주로 학습한다. 10학년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의 국가들이 민주적인 정치 체제를 갖는 데에 비해, 낯선 세계로서의 러시아, 중국, 터키가 독재적인 정치 체제를 갖는다’는 점을 과거 국민국가와 제국의 그것에 빗대어 강조한다. 교육과정은 러시아와 터키의 선정 근거를 독일 사회의 이민자 구성 현황이라고, 중국의 선정 근거를 세계화라고 설명한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의 역사를 거의 다루지 않는 가운데, 러시아와 터키를 학습 내용으로 선정한 것은 이민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사람들과 관련된 역사를 체계적으로 다루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다만 전체적으로는 서유럽 중심의 세계사 이해라는 인식의 한계를 보인다.
중국사 단원의 내용 구성은 학생이 현재 중국 사회의 구조와 문제점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전근대사 보다는 근현대사의 비중이 높았다. 전근대사의 특징은 과거가 아닌 현재의 중국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몇 개의 대표적인 코드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현재의 China라는 명칭이 진(秦)에서 유래한다는 점, 제국 지배와 관련하여 진시황제의 지배 체제, 중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만리장성, 중국은 물론 동아시아 공통의 문화 요소인 한자와 유교 등을 다룬다, 또한 정화의 항해 그리고 전통의 왕조 중 가장 넓은 판도를 구축한 청의 사회와 문화 등 중국의 근현대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중심으로 전근대를 간략히 다룬다. 굳이 복잡한 전근대의 여러 왕조 및 그와 관련된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모두 학습할 필요는 없다고 본 것이다.
근대는 아편전쟁 전후 중국과 서양의 만남과 개항 그리고 외세의 간섭에 맞선 중국인의 대응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구성하였다. 현대는 현재의 중국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주제를 큰 비중으로 다룬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마오쩌둥 개인 숭배,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덩샤오핑의 개혁 정치, 톈안먼 사건, 시진핑의 정책, 인권 문제, 홍콩 및 타이완과의 관계 등 현재 중국의 사회적 현안을 다룬다. 이러한 내용구성은 독일 역사교수법의 ‘현재관련성’의 원칙, 즉 학생의 현재 삶에서 의미를 지니는가를 기준으로 학습 내용을 선정하는 원칙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학생이 살아가는 현재 그리고 미래와 관련을 염두에 두는 현재관련성은 역사 학습의 내용 선정에 유용한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사 학습의 내용이 현재와의 관련성이나 학생의 현실과 유리되었다는 비판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구난희, 2005; 김칠성, 2017; 남한호, 2005;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9). 예를 들면 동남아시아사를 보면 사이렌드라, 스리비자야, 마자파히트 등의 왕조를 맥락없이 나열하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 구성이 현재의 동남아시아 사회를 이해하는 데에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가를 질문해 볼 수 있다. 바다라는 열린 공간을 통해 중국이나 인도, 이슬람, 서양 등과 관계를 맺으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해 온 동남아시아의 모습을 그려낼 필요가 있다. 중국사의 경우, 하-상-주-춘추·전국-진-한-위·진·남북조-수-당-송으로 이어지는 왕조의 나열보다는 제국성(帝國性)이나 중화주의적 세계관 등 특징적인 양상을 이해함으로써, 현재 전개되는 시진핑의 ‘중국몽’이나 ‘일대일로’ 그리고 주변국과의 영토 갈등 문제를 연관시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은 자신이 살아가는 현재 세계의 사회 문제를 이해하고, 나아가 자신의 삶과 어떻게 연결시킬지 구체적으로 생각할 지점들을 포착할 수 있다. 중국사를 통해서 갈등과 폭력의 양태를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학생의 시각에서 내 삶의 문제로 인식하면서 극복의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한편, 교과서의 탐구활동은 자료의 비교, 분석, 해석 등 정보의 재구성이 51%, 평가, 판단, 문제해결 방안 제시 등의 성찰과 제안의 비중이 28%로, 정보의 확인 15%에 비해 더 많았다. 이는 교육과정이 제시한 수행지시동사를 활용한 결과이다. 한국에서 진행된 다수의 선행연구는 역사교과서의 탐구활동이 역사 지식의 확인에 그치고 있어, 사료의 분석과 해석, 역사적 판단력과 문제 해결 능력의 향상을 위한 질문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2015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사회과 역량 및 성취기준의 서술어 또는 술어가 논의된 바 있다(김경은, 이승연, 정영선, 2018; 배화순 외, 2021; 차조일, 강대현, 2019). 이러한 논의의 연장으로, 교과서의 탐구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서술어의 목록을 교육과정에 제시함으로써, 교수·학습 과정에서 분석, 종합, 평가의 활동 비중을 높일 수 있다.
끝으로 교과서의 외연적 특성으로, 지면의 효율적 활용이 눈에 띄인다. 3종 교과서의 지면은 각각 176, 280, 208쪽으로 차이를 보이는 반면 가격은 25유로 내외로 일정하다. 독일 교과서의 글자크기를 살펴보면, 2단 편집을 기본으로 한 페이지에 교과서 저자의 글은 약 45줄, 문서 사료는 약 50줄을 수록한다. 한국에서 다수의 선행연구가 사료학습의 중요성과 충분한 자료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김성자, 2015; 남한호, 2005; 방지원, 2007; 이미미, 2017; 최상훈, 2016;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9). 교과서에 사료가 빈약하게 제시되어 있거나 사료가 설명글을 지지하는 내용으로 부분적으로 짧게 제시되어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글자 크기를 작게 하고 줄 간격을 줄임으로써 지면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여주는 권위있는 신문과 잡지의 기사, 정치인 연설문 등의 자료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