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주지하다시피 역량 중심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는 OECD의 DeSeCo(Definition and Selection of Key Competencies) 프로젝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Salganik et al, 1999). 오늘날 교육적으로 회자하는 역량은 지식과 기능, 나아가 태도 및 가치까지를 아우르는 개념이다(OECD, 2001, p. 2; DeSeCo, 2016, p. 2). 이 역량이라는 단어가 음악교과 안으로 들어오면 그 포괄적 성격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의 내용으로 압축하여 지칭해야 하는지가 모호해지기 쉽다. 여러 가지 학습 요소를 포괄하려는 역량 개념이 자칫 추상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제한하는 작업은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특히 필요하다.
음악 교과교육의 개별적 학습 내용이 복합적 교육 가치와 어떻게 연계되어야 할지는 학교 현장의 음악수업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그런데 음악과 교육과정의 체계가 효율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전통적으로 음악적 기능 우위의 활동 관행 때문에 역량 중심 교육과정의 취지가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살아나기 어렵다. 이를테면 한국의 2015 음악과 교육과정처럼 교과 성격을 안내하는 상위 단계에서 역량을 종합적으로 언급하더라도, 그것이 하위 내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서 가시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실제 음악수업은 단편적 기능이나 지식 위주로 흐르기 쉽다.
본 연구는 역량 중심의 새로운 음악과 교육과정을 개발함에 있어서 역량의 선정과 배치의 구조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이 문제의 단면을 최근 개정을 완료한 독일의 음악과 교육과정을 통해 들춰내보려고 한다. 독일은 한국의 음악교과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16개 주가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사용한다(주대창, 2019). 그 가운데 2015년 이후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5개 주의 교육과정이 본 연구의 고찰 대상이다. 개정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이 교육과정들을 선별함에 있어서, 한국의 음악과 교육과정 역시 2015년 이후 역량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바덴-뷰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 주는 2016/17학년도부터 모든 학년이 새 교육과정을 사용하고 있다. 바이에른(Bayern) 주는 2014/15학년도 1~2학년부터 새 교육과정을 적용하기 시작하였고, 이후 순차적으로 대상 학년을 확대하고 있다. 중등 김나지움 11학년의 경우 2023/24학년도부터 새 교육과정의 적용을 받는다. 베를린(Berlin) 주와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 주는 수도권의 인접 주로서 2017/18학년도부터 같은 음악과 교육과정을 쓰고 있다. 작센(Sachsen) 주는 초등과 중등 모두 2019/20학년도부터 개정된 음악과 교육과정을 사용한다. 슐레스비히-홀스타인(Schleswig-Holstein) 주는 2015/16학년도부터 새 중등 교육과정을 사용하고 있으며, 초등의 경우 이보다 늦은 2019/20학년도부터 새 교육과정이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이 5개 주의 음악과 교육과정에 나타난 범교과 역량과 음악교과 역량의 현황을 살펴보고, 그 종류 및 제시 방식의 비교를 통해 음악과 교육과정의 역량 설계 방안에 대한 함의를 도출하고자 한다.
II. 주별 역량 설정 현황
바덴-뷰르템베르크 주의 교육과정에서는 전체 교과를 겨냥한 공통적 교육 이정표에 “주도관점”(Leitperspektiven)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Baden-Württemberg Ministerium für Kultus, Jugend und Sport, 2016, p. 6). 핵심 역량 또는 중심 역량 등의 용어 대신 전체 학교교육을 이끄는 내용을 ‘관점’이라는 단어로 구분한 것은 다분히 문서 활용의 기능성을 우선한 것으로 보인다. 즉, 역량이라는 용어의 과잉 사용을 자제함으로써 역량의 추상적 성격을 줄이고 그 대신 그것의 구체적 활용을 견인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개별 교과를 살펴보면, 음악과 교육과정의 제1장의 제목이 “역량지향의 주도사고”로 나타나며, 그 안에서 음악교과의 가치를 언급할 때 “주도관점에 대한 음악교과의 기여”의 표현이 쓰인다. 그리고 이어서 “역량”이라는 절이 이어진다. 따라서 이 교육과정에서 역량이라고 하면 바로 교과역량을 지칭하는 셈이다.
이 주도관점들은 모두 6개이며 초등 및 중등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역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표제 글귀 구성에서 학생 성취의 입장이 아닌 교육 방향의 성격이 드러난다. 각 관점의 지칭에서 알파벳의 첫 글자를 따 약어를 만들고, 학년별 세부내용을 제시할 때 그것을 연계하여 파악하게 한다. 그 실제를 보면 다음과 같다.
이 교육과정의 역량 제시는 초등․중등 모두에서 이원분류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음의 그림에서 보듯이 하나는 과정관련역량(prozessbezogene Kompetenzen)이며, 다른 하나는 내용관련역량(inhaltsbezogene Kompetenzen)이다([그림 1]). 과정관련역량은 음악 내적 사항을 바로 노출시키지 않고 그것을 포괄하는 활동 종류로 안내된다. 내용관련역량은 음악교과에서 음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방식에 초점을 두고 서술되며, ‘음악’이라는 단어가 조합된 형태로 나타난다.
개별 교과의 역량 제시에서 해당 교과와 학교교육 전체를 잇는 과정관련역량의 설정은 상위 단계에서 공통 역량이 설정되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다. 범교과적인 역량이 제시되었다면 음악교과 안의 지도사항을 반영하는 역량을 바로 대응시켜도 그 취지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별 교과의 특성이 거의 반영되어 있지 않은 공통적 교육지침은 교과활동의 입장에서 자칫 공허하게 들리거나 지나치기 쉽다. 앞의 ‘가. 범교과 공통 역량’에서 살펴보았듯이 이 교육과정에서 내놓은 ‘주도관점’들 역시 그러하다. 그러므로 음악교과의 중심적 역량을 안내하는 데 있어서 그것이 어떻게 교과 밖의 교육적 가이드라인과 연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과정관련역량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 방식은 초등뿐만 아니라 중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역량의 표시는 그 내용이 유사하더라도 학교급에 따라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 중등에서의 역량 모델은 [그림 2]와 같이 제시된다. 초등에서 동사 기준으로 안내된 과정관련역량이 중등에서는 보다 추상적인 명사로 바뀌었다. 내용관련역량은 기본적으로 같은 사항을 담고 있으며 좀 더 심화된 용어인 ‘반향하기’가 쓰이고 있다.
이 교육과정에서는 범교과적 교육지표를 두 범주로 나눠 제시한다. 하나는 “일상역량과 생활경제”(Alltagskompetenz und Lebensökonomie)이다. 여기에는 학교급에 따라 5개(초등) 또는 6개(중등)의 활동분야가 제시되는데, 중등(김나지움)의 경우 각 분야의 기본역량이 부가적으로 명시된다(Bayerisches Staatsministerium für Bildung und Kultus, Wissenschaft und Kunst, 2014c, pp. 2-4). 다른 하나는 범교과 활동주제의 형태로 제시되는 교육목표이다. 이것은 학교급에 따라 공통적인 것과 차별적인 것이 섞여 나타난다.
주목할 만한 점은 디지털 분야를 중등(5학년부터)에 이르러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등에서는 매체교육과 통합하여 다룬다. 또한 일상역량과 생활경제가 초등에서는 키워드 수준으로 언급되고, 중등에서 더 자세히 설명된다. 이것은 발달단계를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초등 교육과정에서 그 세부사항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학교급간의 연계에서 효율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러한 교육주제들은 교과교육과정에서 다루는 사항을 포괄하는 공통 역량이 아니다. 개별 교과에서 추구하는 목표와 더불어 학교교육에서 범교과적으로 다루어주어야 할 사항을 모은 것으로서 일종의 생활 기본 역량으로 여겨진다.
바이에른 주의 음악과 교육과정은 초등과 중등 모두 같은 역량구조 모델을 사용한다. 그런데 역량이라는 키워드가 과정관련역량에만 쓰이고 교과내용의 안내에서는 언급되지 않는다. 이것은 교과내용을 표현하는 단어 형태와 관련이 있다. 교과내용은 과정역량이 표방하는 활동 형태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자유롭게 접목되는 명사 형태의 대상 영역으로 설정된다([그림 4]). 즉, 역량이라는 용어는 활동 지칭 위주의 과정관련역량에서 노출시키고, 그것과 연결되는 내용은 굳이 활동 표시가 아닌 명사 조합으로 제시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것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어떤 활동으로 가르칠 것인가와 연계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역량이라는 단어의 혼용을 우회하여 음악교과의 역량교육에서 지향해야 할 바를 내용과 밀착시켜 제시한다. 과정관련역량들이 대상영역을 감싸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수업에서 다룰 지도내용이 대상영역에서 추출됨으로써 음악교과의 기대역량이 결국 그 아래에 놓인다. 그래서 과정관련역량이 개별 지도내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실제 학습 영역은 대상영역을 다소 구체적으로 풀어서 제시한다(아래 ⇦ 부분 참조). 그리고 그 아래에 역량 기대치를 제시한다(Bayerisches Staatsministerium für Bildung und Kultus, Wissenschaft und Kunst, 2014a, p. 115; 2014c, p. 6). 결국 음악교과의 역량은 교육과정 지침의 세부 단계에서 구체적 활동안내로 진술된다.
이 교육과정에서는 전체 교과에서 기본적으로 함양시켜야 할 역량을 두 가지 층위로 나눠 제시한다. 하나는 기본교육과정(Basiscurriculum)이라는 명칭으로 묶은 분야인데, 언어교육과 매체교육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공통 주제(Übergreifende Themen)로 불리는데, 아래와 같이 모두 13개가 제시되어 있다(Bildungsserver Berlin-Brandenburg 2015b, p. 2). 이것들은 개별 교과의 역량과 병행하여 전체 교육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사항을 미리 소개하는 성격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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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및 학업진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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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Diversity) 수용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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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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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의 유럽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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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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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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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및 성평등권(젠더 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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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문화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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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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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교육 및 교통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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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발전/글로벌 관련의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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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성자기결정권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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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교육
이 두 층위를 포괄하는 명칭은 범교과 역량계발(fachübergreifende Kompetenzentwicklung)이지만, 교육과정 문서는 첫째 것인 기본교육과정, 즉 언어교육과 매체교육에 대해서 더 자세한 소개를 한다([그림 4]). 그것들의 성취 정도에 대하여 기본(G)과 심화(D)를 나눠 제시한 점도 특징적이다. 이에 비하여 공통 주제들은 각각 개괄적 설명으로 갈음하고 관련 교과들을 예시한다. 그것들이 교과의 역량 및 내용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는 따로 언급하지 않는다.
베를린 주 및 브란덴부르크 주의 음악과 교육과정은 과정관련역량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수업목표”라는 제목으로 그러한 사항을 소화한다. 수업목표는 교과역량을 포괄하는 관점에서 3가지로 제시된다. 즉, 수업목표 분야와 역량 분야는 일대일의 형태로 대응하지 않으나, 전체 맥락에서 서로 연계되어 있다. 수업목표는 [그림 5]와 같이 능력(Fähigkeit)을 중심으로, 교과 역량은 [그림 6]에서 보듯이 활동(~하기)을 열거하는 방식으로 진술된다(Bildungsserver Berlin-Brandenburg 2015c, p. 3).
음악교과의 역량은 음악을 다루는 방식을 6가지로 분류한 후, 그것을 2개씩 묶어 다시 3가지로 유목화한 형태로 제시된다. 모두 음악을 목적어로 하여, ‘음악을 ~하다’라고 서술하고 있다(Bildungsserver Berlin-Brandenburg 2015c, p. 4). 이것은 음악교과의 역량이라는 것이 음악적 그리고 음악관련적 사항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능력임을 말한다. 이어서 각 역량 분야별로 5가지씩 활동 종류를 설정하고, 그것에 따라 성취수준을 각각 8단계(A~H)로 나누어 제시한다. 이 구조는 초등 및 중등 모두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며, A 쪽이 기초 수준(초등 저학년), H쪽이 심화 수준(중등 고학년)이다. 이를테면, “지각하기 및 의미짓기” 분야에 “집중하여 지속적으로 청취하기”, “음향적 특징 구별하기”, “구조 파악하기”, “언어적으로 음악 의미짓기”, “예술적으로 음악 의미짓기”가 안내된다. 첫째 단계인 “집중하여 지속적으로 청취하기”와 마지막 단계인 “예술적으로 음악 의미짓기”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의 <표 1>과 같다.
그런데 이 구조를 그대로 내용영역으로 가져와 사용하지 않고 새롭게 “음악수업의 주제와 내용”이라는 제목으로 제시한다. 그 결과 수업목표와 역량영역이 같은 층위의 포괄적 안내를 하고, 내용영역은 수업주제에 따라 “음악의 기초”, “형식과 형성”, “양식과 장르”, “작용과 기능”, “문화적 맥락에서의 음악”이라는 5가지로 분류된다. 그리고 학년별 학습내용은 이 5분야를 기준으로 나선형 구조에 의해 점차 심화된다. 바이에른 주와 비교해보면, 전자가 교과내용을 먼저 언급하고 그것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에 대하여 역량 기대 형태로 최종 세부 지침을 제공하고 있는 반면, 후자는 기대 역량을 구체적으로 먼저 서술하고 그것을 형성할 활동 소재로서 세부 내용을 지침의 마지막 단계에서 안내한다.
이 교육과정은 전체 교과를 포괄하는 교육 방향을 3가지 층위로 제시한다. 먼저, 목표라는 제목으로 다수의 성취능력이 예시되는데, 대부분 학교급 및 학교유형에 공통으로 해당되며, 일부는 특정 학교급이나 학교유형(중등)에만 나타난다(<표 1>). 전반적으로 보면, 중등-김나지움에 사고의 강도가 큰 사항이 들어 있고, 초등에 개인 생활 범주의 기본적 것이 제시되어 있다(Sächsisches Staatsministerium für Kultus, 2019a, 2019b, 2019c).
공통 교육목표의 제시에 이어 관점(Perspektiven)이라는 제목으로 “공간과 시간”, “언어와 사고”, “개별성과 사회성”, “자연과 문화”의 4가지를 언급한다. 다음으로 범교과 주제 분야가 언급되는데, 13개의 주제에 추가로 3가지를 덧붙여 모두 16가지가 제시되어 있다.
음악교과가 이 공통 교육목표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밝히는 대목에서 이 주제영역은 선택적으로 가공하여 활용된다. 예를 들면 초등의 경우 “예술가적-미적 교육”, “개별성과 사회적 관계”, “문화적 개방성과 관용”, “의사소통능력”, “매체역량”, “여가선용 및 긴장과 이완”, “정치에 대한 학생 관심”의 형태로 언급된다(Sächsisches Staatsministerium für Kultus, 2019a, p. 2).
이 교육과정은 역량이라는 단어를 교과의 핵심 성취수준을 나타내는 용어로 쓰지 않는다. 공통 교육목표나 수업주제에서와 마찬가지로, 역량은 용어적으로 특별한 위상을 부여받음 없이 일반명사의 하나로 나타난다. 음악교과의 목표를 안내하는 단계를 살펴보면 위에서 언급한 3종류의 학교에 각각 조금씩 다른 목표 진술이 이루어진다. 초등에서만 이중 층위를 사용하며(Sächsisches Staatsministerium für Kultus, 2019a, p. 2), 중등은 단일 층위로 음악교과의 목표를 서술한다(Sächsisches Staatsministerium für Kultus, 2019b, p. 2; 2019c, p. 1).
김나지움의 두 번째 목표에 나타난 “다차원적”(mehrdimensional)의 의미는 이후 4가지로 나뉘어 안내된다. 즉, 역사적 차원으로서 “어제와 오늘”, 주관적 차원으로서 “고유한 것과 낯선 것”, 기능적 차원으로서 “의도와 활용”, 미적 차원으로서 “형태와 내용”이 이에 해당한다(Sächsisches Staatsministerium für Kultus, 2019c, p. 3).
이러한 교과목표에 이어 학습내용을 학생의 음악활동 방식에 따라 안내한다. 이 부분에서는 초등과 중등(공통)이 기본적으로 접근을 보이나 결과적으로 최종 교과내용 분야는 다르게 나타난다. 우선, 음악교과의 내용은 3가지 활동방식을 기준으로 나뉘고, 각각 다시 3가지의 하위 활동을 포괄한다([그림 10]).
초등은 이 틀에서 바로 교과내용 분야를 도출시켜 사용한다. 다만, 목소리(성악) 활용 부분과 악기(기악) 활용 부분을 나눠 제시하며, “음악 공연하기”가 별도로 언급되어 있다. 그래서 “목소리로 음악 발견하기, 재구현하기, 형성하기”, “ 악기로 음악 발견하기, 재구현하기, 형성하기”, “음악 전이하기, 연결하기, 관련짓기”, “음악 지각하기, 이해하기, 의미짓기”, “음악 공연하기”가 주요 학습영역이 된다. 그런데 중등 상급학교는 음악활동 방식을 따르지 않고 교과목표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음악적으로 표현하기”와 “문화적으로 살기”이라는 제목을 끌어내고 그것을 전체 학년(5학년~10학년)의 공통 필수 학습 분야로 제시하며, 10학년에 이르러 “복합적 형성과제”가 추가된다. 중등 김나지움에서는 “음악 실제”와 “음악듣기 및 관계 확장하기”가 주요 학습 분야이다. 이 교육과정은 중등의 이러한 접근에 대하여 “활동 방식은 서로 교차되면서 음악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넓은 시야를 갖게 하고 학습 분야의 선정에서 지속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라고 밝히지만(Sächsisches Staatsministerium für Kultus, 2019b, p. 2), 초등과 중등의 구조 차이가 전체 음악과 교육과정의 가독성을 약화시킨다.
교육목표에 연동된 공통 필수 학습 분야와 더불어 선택 학습 분야가 학년마다 4~6개로 제시되는데 시수가 특정되어 있지는 않다. 전체 학년에 다양하게 배치된 선택 분야들은 프로젝트 형태의 수업을 안내한다. 예컨대 초등의 경우, 1학년~6학년에 걸쳐 “주제적 프로그램”, “녹음을 위한 연주하기”, “연극적 놀이의 음악적 표현”이 공통 선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더하여 1~2학년에 “노래연극”이, 3학년에 “청취연극”과 “어린이 뮤지컬”이, 4학년에는 3학년의 것들에 추가되어 “춤 비디오”가 옵션으로 안내된다.
중등의 선택 분야들은 보다 다양하게 제시되는데 그 현황은 <표 3>과 같다.
이 교육과정은 전체 교육과정의 구조를 역량 중심으로 일관성 있게 유지한다. 교육과정의 얼개 및 내용 편성에서 초등과 중등의 연계가 일목요연하게 드러나는 면도 특징적이다. 교육과정의 구성 순서를 보면, 먼저 범교과적인 안내 사항으로서 교육과정의 위상과 역할을 언급하고, 이어서 학습과 수업의 관계를 다루는데, 그 안에서 공통 역량의 설정 의도와 실제를 다룬다. 그 다음 성취도 평가의 기본 원칙들을 소개한다. 모든 교과에게 요구되는 공통 역량은 “자기 역량”. “사회 역량”, “매체 역량”의 3가지로 제시된다(Schleswig-Holstein Ministerium für Bildung, Wissenschaft und Kultur, 2015a p. 5; 2015b, p. 8).
이어서 이것들이 사회적 삶에서 만나는 문제들과 어떤 관련성을 지니는지를 안내한다. 학교교육을 통해 증진시키려는 역량은 궁극적으로 개별 인격체의 삶에 기여해야 하고, 그 삶은 사회라는 조직체 안에서 전개되므로 공통 역량의 현실적 기여도를 점검해보게 하는 일은 당연하다. 이 교육과정에서 들추어내는 사회적 삶의 핵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이에 더하여 특별히 함께 챙겨야 할 교육지표들을 “특별한 의미의 과업분야”로 소개한다. 이것은 일종의 공통 관심사를 모은 것으로 보이는데, 초등에서는 “통합교육”, “특수교육적 지원”, “지속적 언어교육”, “문화교육”, “지역 언어”가 제시된다. 공통사항 안내의 말미에는 “디지털 세계에서의 학습”이 놓여 있다. 이 부분에서는 모든 교과를 통틀어 적용되어야 할 매체역량을 1-6단계에 이르는 수준으로 예시한다(Schleswig-Holstein Ministerium für Bildung, Wissenschaft und Kultur, 2015a, p. 7). 중등에서는 이 부분이 없고, 대신 관련 내용을 앞의 “특별한 의미의 과업분야”에 배치시켜 “매체교육”이라는 제목으로 통합한다. 중등에는 “직업과 학업진로교육”이 추가되어 있다(Schleswig-Holstein Ministerium für Bildung, Wissenschaft und Kultur, 2015b, p. 10).
앞의 공통 역량의 안내에서와 마찬가지로 슐레스비히-홀스타인 주의 음악과 교육과정은 학교급에 따른 조망이 상대적으로 쉽고, 내용 체계 역시 일관성을 유지한다. 초등과 중등에서 동일하게 교과의 핵심적 역량을 2가지의 축으로 설정하고, 그 아래에 각각 2개의 활동분야를 배정하며, 또 다시 그 아래에 3개씩의 활동종류를 제시한다. 음악교과의 큰 역량 분야는 [그림 11]에서 보듯이 “음악 형성하기”와 “음악 관계 확장하기”이다. 전자에는 활동 영역으로 “해보기”와 “전이하기”가, 후자에는 “수용하기”와 “반향하기”가 들어 있다. 즉, 음악을 직접 실행해보고, 음악을 다른 방법으로 다양하게 바꿔 표현해보며, 음악을 듣고 그 의미를 파악하고, 나아가 음악을 다른 사항과 관계지어 탐구하고 활용하게 한다(Schleswig-Holstein Ministerium für Bildung, Wissenschaft und Kultur, 2015b, p. 14).
슐레스비히-홀스타인 주의 음악교과 역량에서 교과의 지향점을 유추해보면, 학생들이 음악으로 실제 무엇인가를 해보는 것(“음악 형성하기”), 그리고 음악에서 무엇인가 의미를 찾아내 활용해보는 것(“음악 관계 확장하기”)으로 집약된다. 물론 그 하위 것들을 역량으로 표기할 수는 있지만, 이 교육과정은 역량과 활동분야 및 활동종류를 구별하고 있어서 용어 체계에 의한 가독성을 높인다. 다시 말하면 역량이라는 단어를 세부적 성취능력과 중첩시키지 않음으로써 용어적 혼란을 줄인다.
이 교육과정은 통상적 단어로서의 역량이 아닌, 교육적 화두로서의 역량을 중심에 놓고 있다. 따라서 개별 기능이나 지식 또는 단일 관점을 역량으로 지칭하는 혼란을 피해간다. 이를테면 음악교과에서 개별적 접근으로 나타날 수 있는 악기연주역량, 가창역량, 창조성역량, 감성역량 등의 표현이 원천적으로 예방된다. 그 대신 앞에서 언급한 “역량분야” → “활동영역” → “활동종류”의 흐름에 따라 세부지침이 제공된다. 이때 역량과 내용을 분리하여 제시하고 그것을 엮어 쓰는 방식을 쓰고 있다. 그 실례를 보면 <표 4>와 같다(Schleswig-Holstein Ministerium für Bildung, Wissenschaft und Kultur, 2015b, p. 16).
이러한 역량 안내 이후에 음악수업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수업주제가 추가로 예시된다(Schleswig-Holstein Ministerium für Bildung, Wissenschaft und Kultur, 2015b, p. 21). 이것은 역량이 전체 학년을 아울러 달성되어야 하는 교육성과를 지향하므로, 학년에 따른 단계적 접근에서 혼란을 줄이기 위한 방책의 하나로 보인다. 활동 종류가 동일할 경우 학생의 발달 단계에 따라 수업 소재나 활동 난이도의 분산 배치가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을 음악교과서 저자에게 일임할 수도 있지만, 의무적 공교육에서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주지 않으면 그 편차가 커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역량 함양의 공통적 점검이 어려워진다. 이 교육과정에서는 수업주제 분류의 기준으로 “음악과 그 원리”, “음악과 그 발달”, “음악과 그 의미”를 내세운다. 역량과 관련된 사항은 전체 학년 공통으로 안내되지만, 수업주제는 <표 5>처럼 학년별로 예시(제안)된다.
III. 제시 방식의 비교
모든 교과에 해당하는 공통의 교육 지향점은 각 주의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다양하게 불린다. 이것은 소위 핵심 역량이라고 불리는 공통적 목표와, 그것을 향한 내용 분야로서 범교과적 역량 주제를 혼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량이라는 단어를 바로 노출한 예는 바이에른 주와 슐레스비히-홀스타인 주이다. 바이에른 주는 그것을 “일상역량”이라는 복합어 형태로 쓰며, “생활경제”와 묶어 제시한다. 그래서 이 용어는 학교교육 전체를 아우르는 의미가 아니라 교육 방향의 일부분을 보여주는 방편으로 사용된다. 슐레스비히-홀스타인 주는 교육지표의 전체를 포괄하는 성격으로 역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그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공통 역량”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다시 말하면, 바이에른 주는 범교과적 관심사의 한 축으로서 “일상역량과 생활경제”를, 슐레스비히-홀스타인 주는 교과 공통의 포괄적 교육내용으로서 “공통 역량”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물론, 역량이라는 단어에 의지하지 않은 교육과정에서도 개별 교과관련 내용의 제시에 앞서서 범교과적인 교육내용을 밝히고 있다. 그것의 지칭은 다음의 조망 표에 나타나는 바와 같다(<표 6>). 바덴-뷰르템베르크 주는 “주도관점”(Leitperspektiven)을, 바이에른 주는 “교육목표”(Bildungs- und Erziehungsziele)를, 베를린 및 브란덴부르크 주는 “기본 교육과정”(Basiscurriculum)과 “공통주제”(Übergreifende Themen)를, 작센 주는 “교육목표”와 “범교과 수업”(Fächerverbindender Unterricht)으로 나타난다. 역량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바이에른 주에서도 앞에서 언급한 “일상역량과 생활경제”에 추가하여 수업주제 형태로 다양한 교육목표들이 제시된다. “공통 역량”을 최상위의 범교과 성취내용으로 설정하고 있는 슐레스비히-홀스타인 주에서는 그것에 덧붙여 “사회적 삶의 핵심 문제”와 “특별한 의미의 과업 분야”를 덧붙이고 있다.
종합해 보면, 역량이라는 단어 또는 상응하는 다른 용어로 제시되는 범교과적 교육 내용은 직접적으로 음악과 교육과정의 역량에 포함되지 않는다. 어느 교과이든 교과의 세부적 사항을 언급하기에 앞서서 그것들을 전제하지만, 그것들과의 관계는 학교교육의 궁극적 목적에 기여하는 맥락을 문장으로 풀어서 설명한다. 이것은 범교과 공통 역량을 그대로 음악교과에 들여와 쓰는 한국의 2015 교육과정과 대비된다. 특히 역량이라는 용어가 학교교육 또는 교과의 목적이나 목표를 언급하는 층위에서만 통용되는 것처럼 비춰지는 면은, 상위 단계에서 제시한 역량 종류에 하위 내용을 단순히 연결하는 것을 역량 중심 교육의 실체인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 역량 도입의 본래 취지를 고려하면, 독일의 예에서 보듯이 교육내용을 포괄하는 상위 단계나 그것을 구체화 하는 하위 단계의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역량’의 사용이 가능하다.
예컨대 역량이라는 단어의 사용에 소극적인 작센 주에서는 이 용어가 중하위 단계에서 “도구역량”(Medienkomtenz), “사회역량”(Sozialkompetenz), “학습역량”(Lernkompetenz) 등으로 필요할 때 복합명사의 형태로 나타난다(Sächsisches Staatsministerium für Kultus 2019a, p. VII-VIII; 2019c, p. VIII). 베를린 및 브란덴부르크 주에서도 “역량 구비”(Kompetenzerwerb)처럼 교육목표 및 내용을 설명할 때 특별한 위계에 얽매임 없이 나타난다. 이러한 경향은 이후 살펴보려는 음악교과 역량에서 마찬가지이다. 즉, 역량이라는 용어 하나로 교육 방향이나 내용 및 방법을 총체적으로 다 가늠하게 하지는 않는다. 교과의 최하위 세부 내용을 밝히는 단계에서도 부분역량(바덴-뷰르템베르크), 역량기대(바이에른), 분야별 역량(베를린 & 브란덴부르크, 슐레스비히-홀스타인)의 표현 구조가 쓰이며, 해당 치침은 모두 ‘~한다,’ 또는 ‘할 수 있다.’ 등으로 진술된다.
교육적 화두로서의 역량이 해당 언어권의 어의(語義)에 준하여 쓰이거나 필요에 따라 교육적으로 보충되거나 선별되어 나타나는 현상은 음악과 교육과정에 이 용어를 쓸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역량, 능력, 소양, 품성, 자질 등 다양한 용어들이 유사한 의미로 나나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음악교과의 입장에서 범교과 역량과 음악교과 역량이 같은 방향에서 설정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별개로 제시되고 상호 연계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음악적 능력과 음악적 역량의 차이, 음악교과 목표와 음악교과 역량의 관계가 집중적으로 조명되어야 한다.
앞에서 살펴본 5개주의 음악과 교육과정은 역량과 관련하여 다양한 서술체계를 보여준다(<표 7>). 역량이라는 용어 사용의 층위가 다를 뿐만 아니라 그 단어의 사용 의도도 동일하지 않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역량을 내용 분류의 주된 축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바덴-뷰르템베르크 주와 슐레스비히-홀스타인 주이다. 바덴-뷰르템베르크 주는 범교과적 역량 조망의 차원에서 과정관련역량을 제시하는데, 음악적 사항을 넘어선 일반 행동 방식으로 진술된다. 이와 엮이는 내용관련역량은, 학습내용이 되는 음악 관련 사항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에 초점이 있다. 이에 비하여 슐레스비히-홀스타인 주는 핵심 역량분야를 2가지로 압축하고, 그 아래에 음악학습 활동을 점차 구체화 하여 역량 체계의 일관성을 유지한다.
바이에른 주와 베를린 주 및 브란덴부르크 주는 음악교과 내용을 언급하는 상위의 단계에서 역량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만 그것을 음악교과 안의 실제적 내용과 바로 연결 짓지 않고 그 앞에 매개적 단계를 설정한다. 바덴-뷰르템베르크 주의 과정관련역량을 같은 성격의 것으로 본다면 이 교육과정 역시 같은 과정으로 교과내용을 도출하고 있는 셈이다. 작센 주는 그러한 과정관련 기준을 가시화하지 않고 바로 학교급별 교과목표에 따라 학습활동을 안내한다. 이 교육과정의 중등에서 특이하게 중간에 “음악 활동 방식”(<표 7>의 ▹ 표시 부분)이 예시된다. 이 부분을 매개 역할의 과정관련역량으로 본다면 이중적 교차접근의 하나에 해당한다. 작센 주의 초등은 교과 목표의 앞에 높인 3가지 “자신의 음악적 표현욕구”, “음향세계의 발견”, “음악적 기본 역량 육성”의 키워드가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각 주의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음악교과의 전체 역량을 제시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역량이라는 표현을 자제한, 그리고 위계의 정합성에 다소 혼란이 있는 작센 주를 제외하고, 각 교육과정에 나타난 역량 체계를 살펴보면 ‘포함형’, ‘연계형’, ‘엮기형’, ‘일체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그림 12]). 이 분류는 역량의 층위와 종류에 따른 상호 관계를 고려하여 필자가 시도해본 것이다. 각 방식은 나름의 장단점을 지닌다. 포함형, 연계형, 엮기형은 교과 내적 명확성이 흐려지는 범교과적 접근의 안내에 바로 기대어 지도내용을 짜는 불편함을 덜 수 있으나, 역량과 실제 지도내용의 유기적 관계를 설명해내기 어렵다. 반대로, 일체형은 역량과 지도내용의 논리적 관계를 상대적으로 쉽게 가시화 할 수 있으나, 전제된 사항 안에서 지도내용을 구체화하므로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체계성의 관점에서 보면 일체형이, 자율성의 입장에서 보면 포함형, 연계형, 엮기형이 편리하다.
음악교과 역량을 최종적으로 구체화 하는 마지막 단계의 진술(<표 7의> ∙ 표시 부분)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표 7>에서 보듯이, 바이에른 주와 베를린 주 및 브란덴부르크 주는 역량 유목화에서 활동 중심의 진술 기준을 사용하고, 실제 내용 제시는 음악적 사항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때 베를린 주 및 브란덴부르크 주는 개념 제시(주제 키워드) 방식을 사용하고, 바이에른 주는 역량기대의 진술문과 개념이 묶여서 나타난다. 이에 비하여 바덴-뷰르템베르크 주와 슐레스비히-홀스타인 주는 역량 분야에 따른 활동종류가 최종 내용 지침의 분류 기준이 된다. 전자는 ‘과정관련역량 + 내용관련역량 = 활동 종류’의 접근이며, 후자는 ‘학교교육에 대한 음악교과의 기여 → 음악교과의 주요 역량 분야 → 활동의 세분화’로 진행된다. 전자는 세부 내용으로서 개념 제시를 최대한 감추는 방식을 취하며, 후자는 바이에른 주처럼 최하위 지침을 ‘역량 + 내용’으로 제시한다.
IV. 결론 및 제언
음악교과의 교육과정을 역량 중심으로 구성하는 일은 실제 삶에서 효용 가치가 있는 음악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의미이다. 음악과 교육과정의 구조적 설계는 이러한 면을 담아내는 장치이다. 한국의 2015 교육과정은 역량 중심 교육을 표방하고 있으나, 음악교과의 경우 범교과 역량과 음악교과 역량의 연계 및 활용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음악교과 내용을 역량의 형태로 제시하는 일이 중요하다.
본 연구에서 살펴본 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독일의 최근 음악과 교육과정은 음악 내적 사항을 단순 지식이나 기능의 형태로 바로 노출시켜 제시하는 방식을 피한다. 비록 층위는 주에 따라 다르지만, 세부 내용 진술에 앞서 음악적 사항을 활용하는 방식을 범주화하여 역량 구체화의 기준으로 활용한다. 즉, 내용 영역이 기능이나 지식의 안내에 치우치지 않고 그것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밝힌다. 이러한 접근은 지식, 기능, 태도, 가치가 분절적으로 다루어지지 않게 하며, 학교 안의 음악교육과 학교 밖의 음악생활의 간극을 메우게 한다.
둘째, 대부분의 독일 음악과 교육과정은 범교과 공통 역량과 음악교과 역량의 상호 관련성을 높이는 나름의 구조적 체계를 강구한다. 이것은 음악교과 역량의 개방적 성격을 강화하는 방편으로서 크게 두 가지 접근이 관찰된다. 첫째, 포함형, 연계형, 엮기형에 나타나는 대전제(大前提) 방식이 있다([그림 12] 참조). 이 접근은 음악 내적 사항만으로 역량이 도출되지 않도록 포괄적 성격의 역량을 ‘과정관련역량’(바덴-뷰르템베르크 주, 바이에른 주) 또는 ‘수업목표’(베를린 주 & 브란덴부르크)라고 미리 내세운 후 교과 내의 역량이 그것과 연계하여 설정되게 한다. 둘째, 일체형에 나타나는 블렌딩(blending) 방식이 있다. 이 접근은 처음부터 음악 외적 사항과 음악 내적 사항을 미리 섞어서 역량 분야를 나누고, 그 기준에 따라 관련 사항을 활동 중심으로 점차 세분화 한다(슐레스비히-홀스타인).
음악과 교육과정의 구조 설계에서 어느 방식을 택하든 ‘음악적’ 사항만으로 음악교과 역량을 구성할 수는 없다. 음악적 사항과 그것의 실제 활용이 성공적 삶을 위해 만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편으로 사회의 음악수용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는 일과, 다른 한편으로 음악의 활용 가치에 부합하는 수업 아이디어들을 모으는 일이 필요하다. 이것은 OECD 2030 프로젝트의 지향점과 합치한다. 음악교과교육의 역량이 지식, 기능, 태도 및 가치로 분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웰빙의 삶을 위하여 그 반대 방향으로 연대하여야 한다(OECD, 2018, 4). 즉, 역량 함양은 “해보기”(action), “참여하기”(anticipation), “반향하기”(reflection) 등의 활동 과정을 융화시켜야 하므로(OECD, 2018, p. 6), 음악교과의 내용이 과정적 활동 종류를 기준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다.
본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음악과 교육과정을 역량 중심으로 개편할 때 현실적으로 고려하기를 바라는 사항을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음악교과에서는 모든 음악적 역량을 다 담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실제적 이익과 파급력이 있는 고부가가치의 역량을 선별하여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음악교과의 역량 설정은 두 방향의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하나는 범교과 역량 또는 최상위의 교육목적을 음악교과 역량과 어떻게 결부시켜야 하는가의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음악교과 역량의 하위 내용들을 어떻게 역량 도입의 취지대로 선별하여 제시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음악적 사항 중에서 가르쳐서 나쁠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학교교육이라는 제한된 학습 시간과 공간을 고려하여 차고 넘치는 지엽적 사항에서 교육적 가치가 있는 역량을 선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의적(arbitrary) 접근을 지양하고, 성공적인 삶과 적합한 사회적 기능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래 사회를 염두에 두고,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목적에 비추어 측정 가능한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지, 삶의 다양한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지, 지엽적인 역량과 차별화할 수 있는지를 점검해보아야 한다(DeSeCo, 2005, p. 6-7). 즉, 음악교과에서 내세울 역량은 결과적으로 음악역량이 아니라 음악활용역량인 셈이다.
둘째, 음악교과의 세부 역량을 지엽적 사항에 묶지 말고 음악 수용 및 음악 활용 관점의 수업주제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음악교과를 향한 정합성의 질문, 다시 말하면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이 질문을 찾는 구도에서 어떤 역량을 기대할지가 정해지고, 그것에 따라 세부 내용이 예시될 수 있다. 예컨대 리코더나 단소 연주, 또는 음계(토리)나 박자(장단) 등을 필수적인 것으로 먼저 설정해버리면, 그것이 음악교과의 주요 역량, 가칭 ‘음악형성 역량’(‘음악하기 역량’)으로 발전하기가 어려워진다. 설령 그러한 지엽적 사항들이 교육적 기여 측면에서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해도, 교과 밖으로 넓혀서 보았을 때 그것이 필수적 사항인지를 해명하기가 쉽지 않다. 이것은 ‘리코더 역량’, ‘단소 역량’, ‘음계 역량’, ‘장단 역량’ 등이 음악교과가 지향하는 미래지향적 역량이 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종합해 보면 역량은 실효적인 활동 형태로 제시하고 그것을 획득하는 수단(소재)은 열어두어야 한다. 수업주제로 음악교과 역량을 제안하면 목표를 향해 다양한 방법을 창의적으로 강구할 수 있으므로 굳이 특정 수단에 무게중심을 놓을 필요가 없어진다.
셋째, 학급 단위의 음악활동에서 개인에 따라 역량 획득이 지체되는 경우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밝혀야 한다. 역량 도입의 본래 취지를 고려하면, 성취 기대 수준에 미달인 경우 그 부분에 대한 소위 유급제(留級制)가 있어야 한다. 역량 중심으로 음악과 교육과정을 제시해놓고, 그 역량을 갖추지 않은 학생에게 학교교육을 성공적으로 이수하였다고 증명할 수는 없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운영 가능한 학교교과 제도에서 음악교과의 역량이 어떤 내용 및 수준으로 설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이때 음악교과의 역량을 학년군 또는 학교급을 포괄하여 단일하게 제시하고 성취 기대 수준에 차이를 주는 방안을 떠올려 볼 수 있다. 또는 처음부터 음악교과의 역량을 단계에 따라 다양한 형태(분야)로 설정하고 각 역량에 대한 성취 기대 수준을 세부적으로 제시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