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우리 사회에서 학습부진학생의 문제는 상존하였으나, 시대별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씩 변화하였다. 가령, 1980, 90년대에 학습부진의 문제는 학습부진학생 개인의 문제로 간주되었으나,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학습부진에 대한 관점은 단순히 개인의 의지와 노력의 부족으로 인한 결과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에 의해 발생될 수 있는 것으로 전환되기 시작하였다(이화진 외, 2009).
학습부진을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는 관점은 최근의 기초학력 보장법(법률 제18458호, 2021.9.24. 제정)으로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시도교육청 차원의 다양한 노력을 이끌어 오기도 하였다. 그 일환으로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읽기와 쓰기가 느린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학력반 교육지원단’을 운영하고 있으며(서울특별시교육청, 2020), 전라북도교육청에서는 읽기 지도 동아리 지원을 통해 기초 문해력 지도와 난독 학생의 진단 및 판별을 지원(전라북도교육청, 2020)하고 있다.
다만, 현재 이와 같은 정책 지원은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읽기 및 쓰기 영역에 한정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한계를 노정한다. 이와 같이 편향된 정책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데에는 국어 학습부진학생 지원을 위한 정책이 초기 한글 교육 강화에 방점을 두는 것으로 시작됐다는 점, 그리고 국어 학습부진에 관한 전체적인 기초 자료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물론, 2000년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수행되어 온 국어 학습부진에 관한 연구(김도남, 2011; 김성희, 김혜숙, 2013; 송현정, 2000; 이경화, 2009, 2012; 임천택, 2011; 최숙기, 2017; 최영미, 박영민, 2018)는 국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주로 수월성 교육에 편향되어 있던 상황에서 국어 학습부진에 관한 이해를 넓혀 준 의의를 지닌다. 다만, 이들 연구는 주로 특정 국어 학습부진의 특성과 지도 방안의 규명에 초점을 두고 있어,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체감하는 국어 학습부진학생 지도에 관한 전반적인 어려움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들이 요구하는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하에 국어 학습부진학생의 지도에 관한 어려움과 주요 국어 학습부진 문제의 지원 방안에 관한 인식을 초등학교 및 중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초·중학교 국어 학습부진학생의 지원 방안에 관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II. 연구 방법
본 연구에서는 초·중학교 국어 학습부진학생의 지원 방안에 관한 교사의 인식을 살펴보기 위해 초등학교 및 중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조사는 2020년 10월 6일에서 13일까지 8일간 실시하였으며, 서베이몽키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설문 대상의 표집은 KEDI의 교육통계서비스를 활용하여 지역(17개 시도), 학교급(초‧중학교)의 층위를 고려하여 층화표집 하되, 학생 수 5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는 표집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표집 학교에는 공문을 발송하여 협조를 요청하였다.
이와 같은 표집을 통해 설문에 참여하게 된 교사는 초등학교 교사 2,068명과 중학교 국어 교사 1,117명, 총 3,185명이었다. 교직 경력으로는 15년에서 25년 사이에 가장 많은 분포를 이루고 있었고, 성별은 여성이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지역 규모는 대도시, 중소도시, 읍면지역 순의 분포를 이루고 있었다. 학습부진 지도 경험은 초등학교 및 중학교 모두에서 경험을 해 본 교사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고, 기초학력 업무 경험은 초등학교에서는 경험을 해 보지 않은 교사가, 중학교에서는 경험을 해 본 교사가 조금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범주별 응답자의 분포 현황은 <표 1>과 같다.
국어 학습부진의 범주는 관련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어휘, 듣기·말하기, 읽기 영역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즉 ‘어휘력의 부족’, ‘초등학교 입학 전 열악한 문해 환경으로 인한 읽기 능력 발달의 미숙’, ‘낮은 읽기 유창성’, ‘중심 내용 파악의 미숙’, ‘발표 불안’, ‘대화 능력의 부족’의 여섯 가지로 설정하였다.2) 이들 범주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초등교사 9인, 중등교사 4인, 교육연구사 1인, 교수 4인으로 구성된 초․중등 국어교육 전문가 협의회를 구성하여 4차례의 협의회3)를 통해 각 영역별 지원 방안을 작성하고, 이후 초․중등 교사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 문항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논의된바, 설문 조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해당 학습부진 양상이 얼마나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것인지(학급당 해당 부진을 겪는 학생 수)를 알아보고, 양상별 지원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집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학습부진 양상을 대표적인 양상으로 간결하게 제시하고, 양상별 지원 방안을 ‘교수․학습-평가’의 체계하에서 제시하는 방식으로 설문을 구성하였다.4) ‘교수․학습-평가’의 틀에 들어갈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앞서 언급한 전문가 협의회를 거쳐 다음과 같이 도출하였다.
첫째, 지도법 연수, 학생 수준별 자료 제공, 진단 도구의 제공을 대부분의 국어 학습부진에 대한 공통 지원 방안으로 제시하기로 하였다. 먼저 국어 학습부진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수ㆍ학습에 대해 교사가 전문성을 지니고 있어야 학습부진의 개선을 더욱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의견에서 지도법 연수를 지원 방안으로 제시하였다. 다음으로, 다인수 학급에서 다양한 수준의 학습부진학생에 알맞은 교수ㆍ학습을 하기 위해서는 수준별 자료 제공이 필요하다는 의견, 부진의 정도와 양상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어야 그에 맞는 교육적 처치를 할 수 있다는 의견 등을 통해 수준별 자료 제공과 진단 도구의 제공을 지원 방안으로 설정하였다.
둘째, 위의 세 가지 지원 방안 외에 개별 학습부진의 특성에 따른 지원 방안이 있을 경우 이를 추가로 제시하기로 하였다. 예를 들어, 어휘력 부족 문제의 가장 보편적인 개선 방안은 독서를 통한 어휘 습득이기 때문에, 지도법 연수, 수준별 자료 및 진단 도구 제공 외에 개별 학생의 어휘 수준에 맞는 체계적 도서 선정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또한, 낮은 읽기 유창성의 경우에는 읽기 연습 시간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꾸준한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정과의 연계 지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한편, 대화 능력의 부족과 관련하여서는 그 원인이 공감 능력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공감 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과 후 수업 개설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셋째, 발표 불안 및 대화 능력 부족과 같이 그 원인이 심리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에 학교 밖 기관과의 연계 지도를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학습부진이 발생하게 되는 원인이 복합적인 성격을 띠는 만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자는 의도였다.
넷째, ‘초등학교 입학 전 열악한 문해 환경으로 인한 읽기 능력 발달의 미숙’과 같이 인프라 측면의 지원 방안이 우선시 될 필요가 있는 학습부진에서는 교육 자료-교육 프로그램-교육 환경의 체계하에서 지원 방안을 제시하기로 하였다. 많은 학습부진학생이 가정에서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환경에 있는 만큼, 가령 직접 집에 찾아가 책을 읽어 주는 프로그램과 같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충분한 교육적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다섯째, 그간의 연구를 통해 확인된 학습부진에 따른 지원 방안 외에 국어 학습부진학생의 지도를 어렵게 하는 요인을 특정 학습부진 영역 내의 양상과 따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물론 이와 같은 문항은 지원 방안에 관한 직접적인 조사 문항은 아니나, 특정 학습부진 영역 내에서만 지원 방안을 탐색하는 방식으로는 지원 방안에 대한 전반적인 시각을 얻기 어려워, 거시적 차원에서 지원 방안에 관한 시사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대부분의 설문 문항은 특정 학습부진 영역 내의 지원 방안을 ‘교수․학습-평가’ 혹은 ‘교육 자료-교육 프로그램-교육 환경’ 체계로 묻는 방식을 취하였다. 이는 특정 학습부진 영역 내의 지원 방안을 체계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나, 이 틀을 벗어난 차원의 지원 방안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데에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이에 특정 학습부진 영역으로 범주를 좁혀 설문을 진행하기에 앞서, 보다 거시적 차원에서 국어 학습부진학생의 지도를 어렵게 하는 요인5)을 먼저 살펴보는 구성을 취하였다.
이상의 의견을 바탕으로 연구진이 다시 내부 협의회를 거쳐 설문지에 제시될 지원 방안을 최종적으로 정련하였다. 그 결과, 국어 학습부진학생의 지도를 어렵게 하는 요인별 인식과, 국어 학습부진학생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된 총 6가지 문제(‘어휘력의 부족’, ‘초등학교 입학 전 열악한 문해 환경으로 인한 읽기 능력 발달의 미숙’, ‘낮은 읽기 유창성’, ‘중심 내용 파악의 미숙’, ‘발표 불안’, ‘대화 능력의 부족’)를 개선하기 위한 지원 방안별 필요성에 대한 인식 등 총 7가지 범주로 설문 문항을 구성하였다. 구체적인 설문 문항은 Ⅲ장의 연구 결과와 함께 제시하였다.
III. 연구 결과
국어 학습부진학생의 지도를 어렵게 하는 요인에 관한 교사들의 영향력 인식은 <표 2>와 같다. 먼저, 초등학교 교사의 응답에서는 ‘이미 오랜 기간 누적되어 심화된 학습부진의 정도’가 국어 학습부진학생의 지도를 가장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나왔으며, 그 뒤로는 ‘다인수 학급에서의 개별 지도 시간 확보의 어려움’, ‘학습부진학생과 일반 학생들과의 수준 차이에 따른 수업 운영의 어려움’, ‘학습부진학생의 낮은 동기와 의지’ 등의 순이었다.
중학교 교사의 응답에서도 ‘이미 오랜 기간 누적되어 심화된 학습부진의 정도’가 가장 높게 나왔으나, ‘학습부진학생의 낮은 동기와 의지’와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고, 그 뒤로는 ‘다인수 학급에서의 개별 지도 시간 확보의 어려움’, ‘정규 수업 외 별도 시간을 통한 지도 시의 낮은 참여율’ 등의 순이었다.
이상의 결과를 통해, 국어 학습부진학생의 교수ㆍ학습 지원에서 학습부진이 심화되기 이전에 진단과 처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학급당 학생 수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기는 하였으나, 보다 세심한 지도가 요구되는 학습부진학생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학생 수가 더 줄어들 필요가 있다는 교사들의 인식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학습 동기와 의지가 낮은 학습부진학생들도 흥미를 느끼며 참여할 수 있도록 수준별로 다양한 교육 내용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한편, 낙인효과를 우려한 학생과 학부모의 거부는 학교급에 관계없이 가장 낮은 응답 결과를 보였으나, 다른 요인들에 비해 표준편차가 비교적 크게 나온 점이 눈에 띈다. 이는,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낙인효과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은 아니나, 이것에 크게 민감해 하는 학생과 학부모도 존재한다는 의미로, 여전히 이 부분에 대한 세심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함을 시사한다.
어휘력 부족 문제를 보이는 학급당 학생 수는 학년별로 <표 3>과 같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에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휘력 부족 문제를 보이는 학생 수의 비율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는데,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 시기에 18.59%로 가장 높았으며, 이 비율은 점점 줄어 6학년 시기에는 10.28%로 가장 낮았다. 중학교에서는 1학년 시기에 15.65%로 가장 높았으며, 이 비율은 2학년 13.61%, 3학년 13.14%로 점점 낮아졌다.
이상의 결과를 통해, 학교급에 관계없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어휘력 부족 문제는 다소간 개선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달리 보면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저학년 시기에 어휘력 부족 문제가 상존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저학년 시기에 어휘력을 강조하는 교수ㆍ학습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어휘력이 부족한 학생의 비율이 고학년이 되어도 여전히 두 자릿수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학년이 올라가도 어휘력 문제가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므로, 보다 적극적인 교수ㆍ학습상의 지원이 마련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 준다.
어휘력 부족 문제 개선을 위한 지원 방안별 교사의 필요성 인식은 <표 4>와 같다. 먼저, 초등학교 교사의 응답에서는 ‘어휘 지도 시 활용할 수 있는 학생 수준별 자료 제공’이 어휘력 부족 문제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 방안으로 나왔으며, 다음으로는 ‘학생 스스로 어휘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자료 제공’, ‘학년별 적정 어휘량을 진단할 수 있는 도구의 제공’ 등의 순이었다.
중학교 교사의 응답에서도 ‘어휘 지도 시 활용할 수 있는 학생 수준별 자료 제공’이 가장 필요한 지원 방안으로 꼽혔으며, 다음으로는 ‘학년별 적정 어휘량을 진단할 수 있는 도구의 제공’, ‘학생 스스로 어휘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자료 제공’ 등의 순이었다.
이상의 결과를 통해, 어휘 지도 시 교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 방안은 어휘 지도에 관한 연수보다는 다인수 학급에서 수준별로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나 어휘 진단 도구임을 알 수 있다. 또한, ‘학생 스스로 어휘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자료 제공’에 대한 응답이 높게 나온 것에서는 수업만으로는 충분한 어휘 학습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인식을 엿볼 수 있다. 다만, 이 지원 방안에 관한 주관식 응답에서는 학생 스스로 어휘 학습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많았으며, 이 자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에서도 가정과의 연계 지도를 전제로 삼고 있는 경우가 많아, 자료를 제공하되 가정에서 어휘 학습이 실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열악한 문해 환경으로 인해 읽기 능력의 발달이 뒤처지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수는 <표 5>와 같이 학급당 2.76명이었으며, 비율로는 13.08%였다. 즉, 문해 환경의 차이로 인해 13.08%의 학생들이 읽기 능력에서 불리함을 안고 학교생활을 시작하고 있었다.
학교급 | 학년 | 응답 교사 수 | 평균 학급당 학생 수(표준편차) | 평균 학급당 읽기 능력 미숙 학생 수(표준편차) | 비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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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 1학년 | 1,144 | 21.10(7.89) | 2.76(2.84) | 13.08 |
초등학교 입학 전 열악한 문해 환경으로 인해 읽기 능력의 발달이 뒤처지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지원 방안별 교사의 필요성 인식은 <표 6>과 같다.6) 먼저, ‘공공 도서관 확충을 통한 접근성 확대’가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 방안으로 나왔으며, 그 다음으로는 ‘지역 내 유관 기관에서 집에 찾아가서 책을 읽어 주는 프로그램을 초등학교 입학 전 시기에 시행’, ‘지역 내 유관 기관에서 공동 육아의 성격을 지닌 책 읽기 마을 모임 시행’, ‘책에 갖다 대면 내용을 오디오로 재생시켜 주는 펜이나 오디오북을 초등학교 입학 전 시기에 각 가정에 지원’의 순이었다.
이상의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지원 방안에 대한 응답 평균이 4.0을 넘지 않았으며, 표준편차 역시 공공 도서관을 제외하고 1.0을 상회할 정도로 다른 학습부진에 대한 지원 방안과 비교하였을 때 견해의 편차가 존재하였다. 이 문항에 관한 서술형 의견을 참고할 때, 응답 평균이 4.0을 넘지 않은 데에는 이들 지원 방안이 모두 중요하기는 하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즉, 교사들은 학부모의 관심과 지원 없이는 아무리 좋은 환경과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강하게 나타내며, 이른 시기의 문해 환경 중요성에 대한 학부모 교육이 먼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개별 지원 방안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과 지원 역시 강조하였는데, 가령, 오디오북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의 사용 방법을 알려주고 오래 쓸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은 학부모의 몫이기 때문에 단순히 매체 자료를 제공하는 것으로는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었다. 집에 찾아가서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매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으나, 동시에 그 주체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와 집에 찾아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공공 도서관을 확충하는 것에는 대다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였으나, 공공 도서관을 홍보하고 시설 이용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절차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함께 제시되었다. 마지막으로 공동 육아의 성격을 지닌 책 읽기 마을 모임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인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는 의견과 함께, 지역의 상황에 따라 이것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도 많을 것이라는 의견도 다수 존재하였다.
낮은 읽기 유창성 문제를 보이는 학급당 학생 수는 학년별로 <표 7>과 같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에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낮은 읽기 유창성을 보이는 학생의 비율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는데,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 시기에 18.38%로 가장 높았으며, 이 비율은 점점 줄어 6학년에서 8.61%로 가장 낮았다. 중학교에서는 1학년 시기에 15.31%로 가장 높았으며, 이 비율은 2학년 13.08%, 3학년 12.40%로 점점 낮아졌다.
한글은 음운과 문자의 대응이 규칙적이기 때문에 읽기가 쉬운 편이며(김슬옹, 2012), 그에 따라 읽기 유창성이 우리나라의 자국어교육에서는 큰 관심거리가 아니었으나(윤준채, 송영복, 2010), 이와 같은 결과를 볼 때, 상당수의 학생이 실제로는 읽기 유창성에서 문제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중학교에서의 비율도 낮지 않다는 점은, 이것이 자연적인 성장을 통해 쉽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며, 이를 강조하는 교수ㆍ학습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낮은 읽기 유창성 개선을 위한 지원 방안별 교사의 필요성 인식은 <표 8>과 같다. 먼저, 초등학교 교사의 응답에서는 ‘읽기 유창성 지도 시 활용할 수 있는 학생 수준별 자료 제공’이 낮은 읽기 유창성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 방안으로 나왔고, 다음으로는 ‘읽기 유창성 학습 시간 확보를 위한 가정과의 연계 지도 지원’, ‘읽기 유창성 진단 도구의 종류 및 활용 방안 안내 제공’, ‘학습부진학생의 수준에 따른 체계적인 읽기 유창성 지도법 연수’의 순이었다.
중학교 교사의 응답에도 ‘읽기 유창성 지도 시 활용할 수 있는 학생 수준별 자료 제공’이 가장 필요한 지원 방안으로 꼽혔으며, 다음으로는 ‘읽기 유창성 진단 도구의 종류 및 활용 방안 안내 제공’, ‘읽기 유창성 학습 시간 확보를 위한 가정과의 연계 지도 지원’, ‘학습부진학생의 수준에 따른 체계적인 읽기 유창성 지도법 연수’의 순이었다.
이상의 결과를 통해, 낮은 읽기 유창성 문제 역시 지도법 연수보다는 학생 수준별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지원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초등학교에서는 가정과의 연계 지도, 중학교에서는 진단 도구가 그에 못지않게 필요하다는 점도 알 수 있다. 다만, 가정과의 연계 지도에 대해서는 서술형 응답을 통해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한 다수의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즉, 가정과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전담 인력이 배치되거나 교사의 업무 경감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며, 이것이 선결되지 않는 한 명확한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중심 내용 파악 미숙 문제를 보이는 학급당 학생 수는 학년별로 <표 9>와 같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에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중심 내용 파악 미숙 문제를 보이는 학생의 비율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는데,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 시기에 24.63%로 가장 높았으며, 이 비율은 점점 줄어 6학년 시기에 16.36%로 가장 낮았다. 중학교에서는 1학년 시기에 25.21%로 가장 높았으며, 이 비율은 2학년 23.12%, 3학년 21.38%로 점점 낮아졌으나, 여전히 20%대의 학생이 중심 내용 파악 미숙 문제를 보이고 있었다.
이상의 결과를 통해, 초등학교까지는 중심 내용 파악 문제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느 정도 해결이 되나, 중학교에서는 1~3학년 모두 부진 학생의 비율이 20%를 넘길 만큼 이 문제의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학습하는 글의 수준이 올라가고, 장르가 다양해질수록 중심 내용 파악에 대한 진단과 처치가 강조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심 내용 파악 미숙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지원 방안별 교사의 필요성 인식은 <표 10>과 같다. 먼저, 초등학교 교사의 응답에서는 ‘중심 내용 파악 지도 시 활용할 수 있는 학생 수준별 자료 제공’이 중심 내용 파악 미숙 문제의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 방안으로 나왔고, 다음으로는 ‘중심 내용 파악 능력을 진단할 수 있는 도구 제공’, ‘학습부진학생의 수준에 따른 체계적인 중심 내용 파악 지도법 연수’의 순이었다. 이와 같은 순서는 중학교 교사의 응답에서도 동일하였다.
이와 같은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중심 내용 파악에 관해서도 교사들은 지도법 연수보다는 학생 수준별 자료 제공이나 진단 도구 등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인수 학급에서 학생들의 수준은 다양한데 교과서 하나로만 수업을 하다 보니, 특히 학습부진학생에게 적합한 교수ㆍ학습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준별 자료를 적용하여 수업을 한다는 것은 집단별로 교수ㆍ학습을 한다는 것이기에 협력 수업과 같은 제도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그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되었다.
발표 불안을 보이는 학급당 학생 수는 학년별로 <표 11>과 같다.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과 2학년 시기에 각각 16.48%와 16.06%로 가장 높았으며, 3학년 시기에 13.65%로 가장 낮았다. 중학교에서는 1학년 시기에 20.35%로 가장 높았으며, 2, 3학년 시기에는 각각 18.26%와 18.43%로 비슷하였다.
발표 불안의 경우 학습부진의 여부와 관계없이도 나타날 수 있는 양상이기에 일반 학생 대비 학습부진학생 중 발표 불안을 보이는 학생이 더 많은지를 조사하였다.7) 그 결과, <표 12>에서와 같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보통이다(3점)’를 조금 상회하는 3.24와 3.46의 응답 결과가 나왔다.
일반 학생 대비 학습부진학생 중 발표 불안 양상 비율 | 학교급 | 교사 수 | 평균 | 표준편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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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불안이 심한 학생은 상대적으로 일반 학생보다 학습부진학생 중에 더 많다는 인식 | 초등학교 | 2,068 | 3.24 | 1.09 |
중학교 | 1,117 | 3.46 | 0.99 |
이상의 결과를 통해 볼 때, 발표 불안은 학년이 올라간다고 하여 개선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발표 불안은 일반 학생에 비해 학습부진학생에게서 좀 더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나, 일반 학생 중에서도 발표 불안을 겪는 학생이 충분히 있을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불안의 유형 중 특정한 상황으로 인해 불안을 느끼게 되는 상황적 불안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특정한 발표 상황에서는 일반 학생들도 충분히 발표 불안을 겪을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8)
발표 불안 개선을 위한 지원 방안별 교사의 필요성 인식은 <표 13>과 같다. 먼저, 초등학교 교사의 응답에서는 ‘학교와 학교 밖 심리 상담 기관과의 연계 지도’가 발표 불안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 방안으로 나왔으며, 다음으로는 ‘발표 불안에 관해 체계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도구 제공’, ‘학습부진학생의 수준에 따른 체계적인 발표 불안 대처 지도법 연수’의 순이었다. 이와 같은 순서는 중학교 교사의 응답에서도 동일하였다.
이상의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많은 교사는 발표 불안이 단순히 학습에 관한 문제가 아니며 심리적인 부분이 많은 영향을 미치기에 학교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교사들은 상담 기관과의 연계 지도가 가장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이면서도, 서술형 의견을 통해 현실적으로 이러한 연계 지도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즉, 발표 불안 중 심리적 부분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의 학생이더라도, 학부모나 학생이 상담 기관의 처치에 대해 거부한다면 연계 지도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연계 지도에 대한 지원 정책을 세울 때,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발표 불안의 원인이 심리적인 측면보다 학습부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는 교사들은 세심한 개별 지도를 통해 발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에 이들은 학교 밖 기관과의 연계보다는 교육 내용 감축 등을 통해 해당 내용에 대한 보다 충실한 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환경 조성이 더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대화 능력 부족 문제를 보이는 학급당 학생 수는 학년별로 <표 14>와 같다.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과 2학년 시기에 각각 12.08%와 11.88%로 가장 높았으며, 3학년과 6학년 시기에 10.63%와 10.64%로 가장 낮았다. 중학교에서는 1학년 시기에 14.30%로 가장 높았으며, 이 비율은 2학년 13.43%, 3학년 12.65%로 점점 낮아졌다.
대화 능력 부족의 경우 학습부진의 여부와 관계없이도 나타날 수 있는 양상이기에 일반 학생 대비 학습부진학생 중 대화 능력 부족을 보이는 학생이 더 많은지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표 15>에서와 같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보통이다(3점)’를 조금 상회하는 3.15와 3.32의 응답 결과가 나왔다.
일반 학생 대비 학습부진학생 중 대화 능력 부족 비율 | 학교급 | 교사 수 | 평균 | 표준편차 |
---|---|---|---|---|
대화 능력이 부족한 학생은 상대적으로 일반 학생보다 학습부진학생 중에 더 많다는 인식 | 초등학교 | 2,068 | 3.15 | 1.06 |
중학교 | 1,117 | 3.32 | 1.00 |
이상의 결과를 통해 볼 때, 대화 능력 부족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저학년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나, 초등학교의 경우 학년이 올라간다고 대화 능력이 개선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대화 능력의 부족은 학습부진학생에게서 좀 더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나, 일반 학생 중에서도 대화 능력의 부족을 겪는 학생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대화 능력 부족 문제의 개선을 위한 지원 방안별 교사의 필요성 인식은 <표 16>과 같다. 먼저, 초등학교 교사의 응답에서는 ‘학교와 학교 밖 심리 상담 기관과의 연계 지도’가 대화 능력 부족 문제의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 방안으로 나왔으며, 그 다음으로는 ‘공감 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과 후 수업 개설 지원’, ‘학습부진학생의 수준에 따른 체계적인 대화 지도법 연수’의 순이었다. 이와 같은 순서는 중학교 교사의 응답에서도 동일하였다.
이상의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교사들은 대화 능력 부족 문제 역시 발표 불안과 마찬가지로 심리적인 부분이 영향을 미치기에 학교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서술형 의견을 통해, 대화 능력 부족은 가정환경의 영향도 크기에 가정과의 연계 지도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하였다.
한편, 지도법 연수에 관한 응답이 낮게 나온 것은 교사들이 대화 능력의 부족 원인을 국어 교과의 학습 문제보다는 일상생활이나 가정환경에서 찾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는 국어과 교육과정이 대화 능력 개선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전제되어 이와 같은 응답이 나온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점은 대화에 관한 보다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교육 내용이 마련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IV. 논의
지금까지 국어 학습부진학생의 지원 방안에 관한 교사의 인식을 7가지 범주로 분류하여 각각 살펴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국어 학습부진학생을 위해 필요한 보다 공통적이고 근원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국어 학습부진학생의 지도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 모두 ‘이미 오랜 기간 누적되어 심화된 학습부진의 정도’를 꼽을 정도로 학습부진은 별다른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어휘력 부족 문제와 중심 내용 파악 미숙 문제에 관한 설문 결과에서도 잘 나타나듯이, 학교급이 올라가면 학습 내용의 난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그에 따라 부진 비율의 낙폭이 작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보다 이른 시기에 학습부진을 예방하지 않는 이상, 학습부진은 점점 누적되어 고착화되기 때문에 학습부진에서 벗어나는 일은 요원한 일이 되기 쉽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국어 학습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무엇보다 학습부진 상태에 놓이기 전에 이를 예방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학습부진을 예방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 학습부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느 영역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지, 겪고 있다면 어떠한 부진 양상을 보이는지를 진단할 수 있어야 하나, 앞서 제시한 설문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국어 학습부진의 양상을 진단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진단 도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령, 학년별 적정 어휘량을 진단할 수 있는 도구는 사설 교육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도구 정도가 있을 뿐이며, 주로 연구용으로 사용되는 진단도구9)는 학교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당 진단도구 사용 방법에 대한 연수가 없어 현장에서 쉽게 활용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학습부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학교 현장에서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진단도구(가령, 학년별 적정 어휘량 진단 도구 및 중심 내용 파악 능력 진단 도구 등)부터 개발하여 제공할 필요가 있고, 그 사용 방법(연령별 적정 수준 대비 현재 수준 판별 및 그에 따른 수준별 교수ㆍ학습 자료 활용 방안)에 대한 상세한 연수도 실시할 필요가 있다.
학습부진에 대한 진단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라 추가적인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학습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특히 학습부진이 얼마나 누적되었는지에 따라 별도의 학습 지도 기간은 길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설문 결과에서 살펴보았듯이 개별 혹은 기초반을 통한 지도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의 거부감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이다. 물론 추가적인 학습은 학생 스스로 할 수도 있으며, 정규 수업 시간에 개별 맞춤형 수업을 통해서도 실시할 수 있으나 이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우선, 학습부진학생이 자기 주도적으로 추가 학습을 하도록 하는 방안은, 학습 전략이 부족하고 학습 습관도 형성되어 있지 못한 학습부진학생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한계가 있다.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을 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그 학생은 이미 학습부진학생이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정규 수업 시간에 개별 맞춤형 수업을 실시하는 방안 역시 다인수 학급에서 별다른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는 교사에게 너무 큰 부담을 부여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이 낮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방과후 기초반 수업을 통해 학습부진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하고 있으나, 이 역시 학부모와 학생 자신의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로 인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와 같이 학습부진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지도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문제에 대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도록 교육부 및 교육청 차원의 여론 조성이 필요하다. 마치 운동선수가 체력검사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추가적인 관리 및 훈련을 받아 더 뛰어난 선수가 되는 것처럼, 학습부진 해결을 위한 별도의 지도를 학습부진학생이 더 나은 성과를 얻기 위해 거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자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누리는 하나의 권리로 인식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국어 학습부진학생의 지도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다인수 학급에서의 개별 지도 시간 확보의 어려움’과 ‘학습부진학생과 일반 학생들과의 수준 차이에 따른 수업 운영의 어려움’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에게서 모두 가장 높게 인식되고 있었다. 또한, 어휘, 읽기 유창성, 중심 내용 파악에 관한 지원 방안에서도 수준별 교수ㆍ학습 자료에 대한 필요성이 가장 높게 인식되고 있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여전히 다인수 학급에서 개별 학습부진학생의 수준에 맞는 지도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물론 학교 현장에서 수준별 교수ㆍ학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많은 교사들은 학습부진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수업 자료를 직접 제작하여 제공함으로써, 진도를 전혀 따라오지 못하는 학습부진학생들이 적어도 수업 시간에 무언가 하나라도 배워가도록 노력을 기울인다(김태은 외, 2019). 그러나 이는 다인수 학급 상황에서 수업 이외에 여러 가지 행정 업무까지 처리해야 하는 현재의 교육 상황에서 교사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기에 한시적인 방안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준별 교수ㆍ학습이 학교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교사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물론 지금보다 학급당 학생 수가 훨씬 줄어든다면 수준별 교수ㆍ학습이 보다 실질적으로 가능해지겠으나 이는 거시적 차원에서 오랜 기간의 정책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상황이기에, 지금의 조건에서 교사의 수고를 경감해 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를 위해 교사 개인별로 이미 제작하여 활용하고 있는 수준별 교수ㆍ학습 자료를 공유 및 관리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 개별 교사들이 개별적으로 제작해 놓은 수준별 교수ㆍ학습 자료가 이미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공유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된다면, 개별 차원에서 제작한 자료의 활용 가능성을 높이고, 질적 제고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에도 온라인상의 교사 모임을 통해 수준별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교수ㆍ학습 자료가 일정 정도 공유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들 자료는 개별 교사의 노력으로 제작된 자료라는 점에서 질적인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한 경우가 많으며, 여러 온라인 게시판에 산재(散在)돼 있기 때문에 이를 교육과정에 맞게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거나 체계적으로 검색이 되도록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기존 자료를 한데 모아 관리할 뿐만 아니라 이를 여러 전문가들의 협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완ㆍ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체제를 구축하여 이와 같은 자료가 보다 쉽게 활용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학습부진의 상당 부분은 초등학교 입학 전의 문해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정규교육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가정에서의 문해 환경에 따라 아이들은 서로 다른 문해력을 지니게 되며, 이로 인해 초등학교 1학년 시기에 상대적으로 문해력이 낮은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문해 능력 사이에는 점점 더 많은 격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엄훈, 2017).
물론 학교에서의 학습을 통해 이와 같은 입학 전 능력 차이에 기인하는 학습부진은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다. 다만, 초기 문해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구들에 따르면, 초기 문해력의 영향력이 이후의 문해력 발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 전에 발생하는 문해력의 차이를 간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Juel(1998)에서는 음소 인식이 거의 되지 않는 상태로 1학년에 들어가는 아이들은, 읽기 수준이 높은 아이가 2학년 초에 달성하는 해독(decoding) 수준을 4학년 말이 되어서도 달성하지 못한다는 점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유치원부터 9학년까지의 읽기 능력 발달을 살펴본 Francis et al.(1996)에서도 평균적으로 3학년 때 읽기 학습이 부진한 학생은 동료 학습자의 읽기 능력을 따라 잡을 수 없으며, 이들 중 74%가 9학년에서도 여전히 읽기 부진을 겪는다는 점을 제시한다(Foorman et al., 1998: 37에서 재인용). 즉, 이상의 연구들은 실증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초기 문해력 함양이 이후의 문해력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설문조사에 응한 교사들 역시 이와 같은 초기 문해력 함양의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동시에 초기 문해력 함양을 위해서는 학부모의 역할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즉, 설문 항목으로 제시된 문해력 지원 방안들이 모두 중요하기는 하나, 이른 시기 문해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학부모가 인지하지 못하는 한,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더라도 그것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것이다.10)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학습부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차원을 넘어 가정과 연계하려는 접근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학습부진의 해결을 위해 비단 가정과 학교의 연계만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발표 불안 및 대화 미숙 문제에 관한 지원 방안에서 ‘학교와 학교 밖 심리 상담 기관과의 연계 지도’가 가장 필요하다고 한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의 인식은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와 학교 밖 기관과의 연계까지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을 잘 보여준다. 학습부진의 문제 중에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부분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점들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학교 밖 전문기관과의 적극적인 연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11)
이상의 논의를 종합할 때, 학습부진의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가정-학교의 연계를 통한 지도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는 학부모 연수나 설명회 등을 통해 가정과 학교의 소통 창구가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해당 학생의 학습부진이 가정과 학교의 지도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경우에는, 교사의 전문적인 판단하에 학생이 전문기관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게 하는, 즉 가정-학교-학교 밖 기관의 연계 지도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체제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V. 결론
지금까지 국어 학습부진학생의 지원 방안에 관한 교사의 인식을 크게 7가지 범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국어 학습부진학생의 지도를 어렵게 하는 요인별 인식과, 국어 학습부진학생이 어려움을 겪는 총 6가지 문제(‘어휘력의 부족’, ‘초등학교 입학 전 열악한 문해 환경으로 인한 읽기 능력 발달의 미숙’, ‘낮은 읽기 유창성’, ‘중심 내용 파악의 미숙’, ‘발표 불안’, ‘대화 능력의 부족’)를 개선하기 위한 지원 방안별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그것이었다.
이후에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어 학습부진학생을 위해 필요한 보다 공통적이고 근원적인 지원 방안을 ‘학습부진 예방을 위한 진단도구 제공 지원’, ‘낙인효과에 관한 인식 전환 지원’, ‘자료의 공유 및 관리 체제 구축을 통한 수준별 교수ㆍ학습 지원’, ‘가정-학교-학교 밖 기관의 연계 지도 지원’의 네 가지로 제시하였다.
지금까지 국어 학습부진에 관한 연구는 주로 국어 학습부진학생의 특성과 원인을 규명하고, 읽기나 쓰기와 같은 특정 영역에 한해 지도 방안을 제언하는 연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로 인해 국어 학습부진학생의 지원 방안에 관한 현장 교사들의 인식과 요구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국어 학습부진의 문제 해결 방향을 설정하는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국어 학습부진에 관한 현장 교사들의 요구와 인식을 살펴보고 그 결과에 대한 교육적 시사점을 논의한 본 연구는, 학습부진학생 지원을 위한 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데 유용한 기초 자료로서의 의의를 지닐 수 있다.
다만, 본 연구는 다음의 세 가지 지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첫째, 본 연구는 학습부진학생 지원 방안에 관한 교사들의 인식을 국어과의 전체 하위 영역에서 살펴보지는 못하였다. 어휘와 읽기 영역뿐만 아니라, 발표 불안과 대화 능력의 부족과 같은 화법 영역에서의 학습부진 문제도 포괄하였으나, 쓰기, 문법, 문학 영역에서의 학습부진에 대해서는 다루지 못한 한계를 지닌다.
둘째, 본 연구는 초등학교 3, 5학년 및 중학교 1학년 학생의 성장 과정에 대한 선행연구(김태은 외, 2019; 김태은 외, 2020) 결과를 중심으로 설문 범위를 도출하였기 때문에, 초등학교 1, 2학년에서 주요 학습 문제로 나타나는 한글 학습에 관한 문제는 다루지 못하였다. 한글 학습은 기초 문해력과 직결되는 만큼 한글 학습에 부진을 겪고 있는 학생에 대한 지원 방안 연구가 후속될 필요가 있다.
셋째, 교사 특성별로 학습부진학생 지원 방안에 관해 어떠한 인식의 차이를 보이는지에 대해 다루지 못하였다. 교직 경력이나 지역 규모별로 교사의 요구와 인식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분석은 보다 풍부한 논의를 이끌어 낼 수 있겠으나, 기초 통계 결과를 통해 국어 학습부진의 전반적인 양상과 경향을 보여주는 데에만도 상당한 분량의 논의가 필요하여 이에 대해서는 미처 다루지 못하였다.
이에 추후 연구에서 이러한 점들이 보완된다면 국어 학습부진학생의 지도 방안에 관한 보다 진전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