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과학을 배우는 것은 결국 과학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Halliday, 2004; Lemke, 1990)’라는 주장은 과학의 고유한 언어 체득의 관점에서 과학 학습을 이해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과학은 “자연 세계의 현상들을 묘사, 설명, 분석, 분류, 비교, 일반화하고, 가설을 세우고, 이론화하고, 논증하기 위한 목적을 지니는 학문”(Fang, 2007, p. 501)이며,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동원되는 도구인 과학의 언어는 다른 학문 분야의 언어와 변별되는 특징적인 언어 사용 방식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선경(2009a)은 이론 구성적 측면에서 새로운 개념을 명명하고 분류하는 동사의 명사화, 현상에 대해 수식화 또는 수량화, 행위와 작용을 중시하는 조작적 정의, 동작을 나타내는 서술어의 빈번한 사용, 비유 대상 사이의 구조적 유사성에 입각한 은유와 유추의 사용 등을 과학 언어의 특성으로 제시한 바 있다. 과학 공동체에서 사용되는 이러한 고유한 언어적 속성과 관습을 익히는 일은 그 자체로 과학 학습의 경로 역할을 할 수 있다.
과학의 언어를 과학 학습의 중요한 매개체(송윤미, 2012)로 인식한다면, 과학 교과서에 쓰인 언어 표현에 대한 이해는 학교 과학교육 연구에서 중요하게 제기된다. 학교 과학에서 학습자들이 과학의 언어를 경험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 중 하나가 과학 교과서(맹승호 외, 2007)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사고 활동의 매개이자 사고를 형성하는 도구라는 점에서 과학 교과서의 언어는 학습을 위한 읽기 자료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학 지식을 구성하고 전달하고 과학적 탐구 과정을 유도하는 역할(소지영, 주세형, 2017)을 해야 한다. 학습자가 텍스트를 통해 교과 지식을 구성할 수 있으려면, 하나의 의미 단위로 결합되어 추상화된 교과 개념들을 풀어내고(unpacking) 다시 결합하는(repacking) 과정이 요구되는데(Martin, 2013), 이 과정에서 교과서의 언어 표현이 과연 학습자들의 교과 지식 구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박진희 외(2017)는 교과 지식과 관련된 텍스트의 구성에 관하여 교과 전문가의 견해로는 전달하려는 바가 분명하다고 판명되는 문장이라도 학습자에게는 모호하고 중의적이어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문장으로 이해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실제로 과학 교과서 집필자들은 한정된 지면 내에서 과학 지식의 구성 방식 및 결과를 가능한 압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매우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문장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언어 표현이 과학적 오류는 없더라도 학습자의 과학 지식 구성을 추동할 수 있는 언어 표현인지는 또 다른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
이 연구는 현행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에 쓰인 언어 표현이 학습을 돕는 도구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고 있는지를 국어 문법의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과학 교과서 텍스트가 학습자의 지식 구성을 도모할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과학 교과서의 언어 표현을 다룬 연구는 과학교육학 연구는 과학 교과서 텍스트에 제시된 과학 용어에 주목한 연구들이 먼저 보고되었다(예: 오강호 외, 2004; 정화숙 외, 2005; 최행임 외, 2008). 이들의 연구는 주로 교과서에서 제시되는 과학 용어의 수와 곤란도가 학습자들에게 과학의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함을 밝혔다. 이러한 접근은 과학 교과서의 텍스트에 대한 이해를 어휘의 측면으로 좁혀서 접근한다는 점에서 과학 학습의 과정을 제한적으로 다루는 한계를 보인다.
또한, 과학 교과서의 언어 특성을 체계기능언어학(systemic functional linguistics)의 관점에서 접근한 사례들도 있었다. 맹승호 외(2007)는 지구과학 교과서 텍스트의 설명 구조에서 논리적 연결 관계의 양상을 과학자들의 논문과 비교하여 단순성 및 정보 축약의 한계를 논의하였다. 이정아 외(2007)는 교육과정 변천에 따라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 텍스트에 제시되는 과학 정보의 양이 줄어들고 정보 전달 방식이 변화하였음을 밝히고,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 텍스트에서 문장의 의미상의 주어와 문장 첫 구가 일치하지 않아 학습자에게 인식론적 괴리를 유발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신명환 외(2010)는 교과서 텍스트의 구조적 특징을 어휘 밀도, 서법, 양태성, 논리 관계 등의 측면에서 계량화하여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학교급 변화에 따른 과학 교과서 텍스트의 특징을 비교하였다. 이들의 연구는 과학 교과서의 언어 표현에 대한 현재 상태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으나 그 속에 어떠한 언어적 문제점이 있는지를 포착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 밖에 전통적인 텍스트 언어학 이론을 바탕으로 정교한 계량화를 통해 과학 교과서 텍스트의 언어 특성을 밝힌 연구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Gasparinatou & Grigoriadou(2011), Ozuru et al.(2009), McNamara(2001) 등의 연구는 과학의 설명 텍스트에서 대명사를 쓰는 대신 같은 명사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적절한 연결 어구를 사용할 경우 배경지식이 부족한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끼쳤음을 실험 연구를 통해 밝혔다. 또한, Dufty et al.(2006)은 텍스트의 정합성을 준거로 하여 학습자의 발달 수준에 따른 과학 교과서의 텍스트 구성이 중요함을 주장하였다. 류지수, 전문기(2021)도 Auto-Kohesion 시스템을 통해 중학교 1~3학년 과학 교과서의 텍스트를 분석하고, 그에 따라 학년별로 상이한 언어적 속성을 보이는 요소를 확인하였다.
국어교육학계에서 과학 교과서의 언어를 조사한 연구 중 이성영(2011)은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가 다른 교과에 비해 내용 어휘가 많아서 이독성(readability)이 상대적으로 취약함을 밝혔다. 또한, 신선경(2009b)는 앞서 언급한 과학 언어의 특징 중 유추와 은유가 과학에서 다루는 자연 현상을 특정한 이론으로 체계적으로 구성하는 데 특히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과학의 언어가 가진 문법적 특징으로서 명사화(nominalization)에 주목하여 과학 교과서를 조사한 연구도 보고되었다. 명사화는 체계기능언어학에서 영어권의 과학 언어 특성을 규명할 때 주요한 개념으로 사용했던 문법적 은유(grammatical metaphor)의 대표적 형태이다. 문법적 은유는 동사와 서술 어구를 활용하여 길게 풀어서 표현하는 명제를 명사구 또는 명사에 상당하는 표현으로 압축함으로써(Martin, 2013) 명사를 활용하여 동사의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를 말한다. Halliday(2004)는 과학의 언어는 명사화에 의한 문법적 은유를 가진 문장 구조가 많음을 밝힌 바 있다. 소지영, 주세형(2017)은 명사화에 의한 문법적 은유의 양상을 기준으로 초등학교 3~4학년군 과학 교과서와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의 설명 텍스트의 문법적 구조를 비교하였는데, 초등 과학 교과서는 중등 과학 교과서와 달리 명사화 양상이 뚜렷하게 발견되지 않았다. 추가로 소지영, 주세형(2021)은 과학 교과서에서 특정 개념을 정의하는 문장에 내포된 문법적 구조의 기능을 유형화하고, 교과서의 정의문을 ‘선행 내용을 압축적으로 요약하여 핵심을 제시하는 경우’, ‘실험이나 관찰 결과와 같은 구체적인 사례를 과학적 용어 및 개념으로 일반화하는 경우’, ‘선행 내용 중 일부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부가하거나 관련된 여러 현상이나 개념을 분류 체계에 따라 제시하는 경우’ 등으로 분류하였다.
과학 교과서 텍스트를 조사했던 선행연구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교과서 텍스트의 언어 표현 양식을 분석하였으나, 그 결과로 교과서의 언어 특성이 학습자의 과학 지식 구성을 촉진하는 도구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는지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 과학 교과서 텍스트가 학습을 위한 언어(language for learning)의 관점에서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지 파악하려면, 텍스트의 문법적 구조가 텍스트에 내포된 과학 내용을 학습하는데 어떤 역할을 갖는지 해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II. 연구 방법
이 연구는 초등 과학 교과서의 설명 텍스트에 내포된 언어 표현에 관한 문법적 분석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교과서 텍스트의 문법적 정확성 여부 및 오류를 찾아내어 수정하는 것이 주요 연구 내용은 아니다. 분석 대상인 과학 교과서는 문법적 표현과 표기 사항에 대한 감수를 이미 거친 국정 교과서이므로 문법적 오류가 있는 문장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문법적 오류에 대한 분석은 교과서에 대한 일회적인 교정을 제안하는 것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특정한 과학 지식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교과서의 언어 표현들이 학습자의 지식 구성을 적극적으로 이끌 수 있는지, 그리고 학습자의 의미 구성에 장애가 될 여지는 없는지를 판단하는 측면에서 검토하고자 했다.
이 연구의 분석 대상은 2015 교육과정에 따라 개발된 초등학교 5학년 과학 교과서에서 연구자의 전공 분야인 지구과학 관련 단원으로서 5학년 1학기의 “태양계와 별” 단원과 5학년 2학기의 “날씨와 우리 생활” 단원을 선정하였다. 서로 다른 학년의 교과서는 학년 차이가 변수가 될 수 있으므로, 같은 학년에서 지구과학의 서로 다른 분야(천문학, 대기과학)를 포함하는 단원으로서 5학년 과학의 두 단원을 선정하게 되었다.
선정한 5학년 과학의 두 단원에 제시된 문장 중에서 설명 텍스트를 연구 자료로 선정하였다. 천경록(2017)에 의하면, 과학 교과서에 제시된 텍스트는 그 목적과 기능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
▪ 안내 텍스트: 학습 안내 기능을 하며, 제목, 삽화, 문제 제기와 흥미 유발에 해당함
-
▪ 설명 텍스트: 과학 지식을 설명하고 정리하는 기능을 하며 주로 설명체 글이 많음
-
▪ 자료 텍스트: 과학 지식에 대한 심화와 보충 학습이 목적이며, 글과 그래픽이 상호보완적으로 제시됨.
-
▪ 활동 텍스트: 학습활동 절차를 제시하는 목적으로 번호를 사용하여 순서가 제시됨.
교육적 맥락에서 “설명은 어떤 현상이나 대상 및 개념, 또는 지식의 구조나 지식의 체계를 학습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언어활동”(소지영, 주세형, 2021, p. 49)에 해당한다. 이런 의미에서 설명은 해설과 유사한 관점에서 사용될 수 있으며, 국어교육학계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 상술과도 유사하게 해석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에서 탐구 활동의 전후에 배치되는 설명 텍스트에 포함된 문장들을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과학 교과서의 텍스트 분석은 국어교육학자(제1저자)와 과학교육학자(제2저자)의 협업을 통해 수행되었다. 먼저,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초등학생의 일반적인 언어 이해 능력을 전제로 국어교육학자가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의 언어 표현 중에서 학습자의 지식 구성에 인지적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는 부분을 탐색하였다. 국어교육학자가 발견한 각 문장의 문법적 요소들에 대하여 과학교육학자는 해당 언어 표현에 담긴 과학적 사실의 적합성 여부, 해당 단원 및 차시의 학습 목표와 정합성 여부, 과학 학습 과정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였다. 전공이 서로 다른 두 연구자가 문법적 분석 결과, 과학 내용 및 교육학적 분석 결과를 교차 검토하여 서로 해석이 상충하는 문장들은 재차 분석하고 상호 협의를 거쳐 분석 결과의 타당도를 높일 수 있게 하였다.
학습자의 과학 지식 구성을 위한 언어 표현의 문법적 분석이라는 목적을 공유하면서도 분석 대상으로 삼은 두 단원에 대해 다소 다른 접근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첫째, 날씨와 우리 생활 단원의 텍스트에 대해서는 해당 단원에서 제시하는 내용 요소와 직접 연계되지 않더라도 과학 학습의 전체적 맥락 내에서 보편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는 언어 표현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예를 들어, 논리적 인과관계가 드러나는 언어 표현을 사용해야 하는 맥락에서 정보 단위의 명제들을 병렬적으로 배치하는 언어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둘째, 태양계와 별 단원의 텍스트에 대해서는 특정한 과학 지식을 설명할 때 필연적으로 동원되는 언어 표현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였다. 예를 들면, ‘겉보기 운동’을 설명하는 데 쓰인 ‘~하는 것처럼 보이다’라는 언어 표현이 있는데, 이 표현은 다른 단원에서는 등장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변별적 언어 표현에 해당한다. 이렇게 두 방향의 접근을 통해 두 단원의 과학 교과서 텍스트를 문법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단순히 개별 사례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학 학습 전반에 해당하는 범용적 관점과 특정 과학 개념에 한정되는 변별적 관점 모두에서 과학 교과서의 언어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III. 연구 결과
이 단원은 실험을 통해 날씨 현상의 원리를 이해하고, 날씨와 우리 생활의 관계를 탐구하려는 태도를 지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단원 중에서 “이슬과 안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라는 제목의 소단원에서 다음과 같은 설명 텍스트가 제시된다.
㉠ 공기 중 수증기가 물방울로 변하는 현상을 응결이라고 합니다. 물과 조각 얼음이 들어 있는 집기병 표면에 ㉡ 물방울이 맺히는 것은 공기 중 수증기가 응결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 이슬은 밤에 차가워진 나뭇가지나 풀잎 표면 등에 수증기가 응결해 물방울로 맺히는 것입니다. ㉣ 안개는 밤에 지표면 근처의 공기가 차가워지면 공기 중 수증기가 응결해 작은 물방울로 떠 있는 것입니다. (5학년 2학기 과학 교과서, p. 53).
이 텍스트에서 ㉠은 이후 상술(詳述)의 상위 개념에 해당하는데, 이때 ‘~하는 현상’을 ‘응결’이라고 지칭함으로써 응결은 현상의 일종으로 대응되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에서는 ‘물방울이 맺히는 것’은 ‘응결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기술함으로써 ‘응결’을 어떤 현상이 일어나게 하는 과정에 해당하는 용어로 사용하였다. 또한, ㉢과 ㉣에서도 각각 이슬과 안개를 정의하면서 ‘응결해 물방울로 맺히는(떠 있는) 것’으로 표현하여 개체의 속성을 형성하는 과정을 표현하는 술어로서 ‘응결해’로 사용되었다. 네 문장으로 구성된 짧은 설명 텍스트 내에서 해당 차시의 가장 핵심 개념인 ‘응결’을 서로 다른 층위에서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은 학습자로 하여금 ‘응결’이라는 비가시적이고 추상적인 과학 개념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또한, 이 설명 텍스트에서 확인되는 언어적 특징 중 하나는 ㉢, ㉣과 같은 정의문 구성에서 특정한 종류를 지칭하는 개념어(국문법에서는 이를 유개념이라 함)를 설정하고 있는 점이다. 명확한 비교를 위해 후속 차시인 “구름, 비, 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소단원에 제시된 설명 텍스트에서 ‘구름’에 대한 정의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 ㉣, ㉤의 정의문을 함께 다루는 것은 이 소단원들의 탐구를 수행한 후에 ‘더 생각해 볼까요?’라는 섹션에서 ‘이슬, 안개, 구름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요?’가 제시되어 있으며, 이는 이 단원의 주요한 학습 목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의문은 ‘정의항 – 피정의항’으로 구성되며, 피정의항은 종차(differentia)와 유개념(genus)으로 세분화된다. 예를 들어,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라는 정의문에서 ‘인간’은 정의항이고, ‘생각하는 동물이다’는 피정의항이다. 그리고 피정의항에서 ‘생각하는’은 종차에 해당하고, ‘동물’은 유개념에 해당한다. 그런데 정의문에서 유개념을 어떻게 상정하는가에 따라 정의항의 개념 영역이 달라지는데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와 ‘인간은 생각하는 생물이다.’에서 ‘인간’의 개념 영역은 같을 수 없다. 이를 고려하여 ㉢, ㉣, ㉤의 정의문을 분석해 보면 아래와 같다.
㉢ 이슬은 밤에 차가워진 나뭇가지나 풀잎 표면 등에 수증기가 응결해 물방울로 맺히는 것입니다.
(정의항) (종차) (유개념)
㉣ 안개는 ~~~ 공기 중 수증기가 응결해 작은 물방울로 떠 있는 것입니다
(정의항) (종차) (유개념)
㉤ 공기 중 수증기가 응결해 물방울이 되거나 얼음 알갱이 상태로 변해 하늘에 떠 있는 것을
(종차) (유개념)
구름이라고 합니다.
(정의항)
정의문을 통해 서로 관련된 개념들 사이의 공통점을 파악할 때 유개념이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 그러나 ㉢, ㉣, ㉤은 추상성이 높은 의존 명사 ‘것’이라는 유개념을 상정하였다. 설명의 대상이 되는 핵심 개념이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문장이 정의문이라는 언어 형식임을 감안하면, 완벽한 과학 개념을 담지는 않더라도 ㉢, ㉣, ㉤의 유개념을 ‘물방울’로 통일한다면, 학습자들이 세 개념 사이의 공통점을 파악하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이슬, 안개, 구름’의 차이점을 ‘만들어지는 과정’과 ‘만들어지는 위치’ 면에서 부각하고자 하였다면, ㉢, ㉣, ㉤의 종차에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텍스트 구성이 요구된다. 과학 교과서는 학습자의 과학 지식에 대한 구성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끄는 방식으로 기술되어야 하는데, 위 텍스트에서는 이런 점이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감안하여 학습자들이 이슬, 안개, 구름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다 명시적으로 구성하게 하기 위한 정의문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이슬은 밤에 차가워진 나뭇가지나 풀잎 등의 표면에 공기 중 수증기가 응결한 물방울입니다.
(정의항) (종차) (유개념)
안개는 밤에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지표면 근처에 공기 중 수증기가 응결하여 떠 있는 물방울입니다.
(정의항) (종차) (유개념)
구름은 공기가 위로 올라가 차가워지면서 공기 중 수증기가 응결하거나 얼음 알갱이로 변한 물방울입니다.
(정의항) (종차) (유개념)
이어지는 차시의 학습 주제로서 “구름, 비, 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소단원에 제시된 설명 텍스트가 ‘구름, 비, 눈의 생성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는 학습 목표를 성취하는 데 적합한지는 아래와 같은 분석을 통해 논의하였다.
비는 구름 속 작은 물방울이 ㉥ 합쳐지면서 무거워져 떨어지거나, 크기가 커진 얼음 알갱이가 ㉦ 무거워져 떨어지면서 녹은 것입니다. 한편 눈은 얼음 알갱이의 크기가 ㉧ 커지면서 무거워져 떨어질 때 녹지 않은 채로 떨어지는 것입니다. (5학년 2학기 과학 교과서, p. 55)
Martin & Rose(2003)는 텍스트의 논리 관계를 크게 부가적 관계(addition relation), 비교적 관계(comparison relation), 시간적 관계(time relation), 귀결적 관계(consequence relation)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과학 학습의 맥락에서 학습자들이 주목해야 하는 논리 관계는 인접한 절 사이의 관계가 인과적, 수단적, 목적적, 조건적인 경우에 해당하는 귀결적 관계이다. 비와 눈의 생성 과정에 대해 학습자들이 지식을 구성하려면 자연 현상 사이의 귀결적 관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비는 구름 속 ‘물방울이 합쳐짐 → 무거워짐 → 떨어지면서 녹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내포된 인과관계를 이해해야 생성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눈의 생성 과정 역시 ‘얼음 알갱이가 커짐 → 무거워짐 → 녹지 않은 채 떨어짐’의 과정에 내포된 인과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위의 설명 텍스트에서 ㉥과 ㉧의 연결 어미 ‘~면서’는 인과관계를 나타내기에 적합한 언어 표현이 아니다. ‘~면서’는 두 가지 이상의 움직임이나 사태 따위가 동시에 겸하여 발생함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로서 ‘신문을 보면서 밥을 먹는다’와 같이 동시성을 전제하기 때문에 두 현상 사이의 관계가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에서 물방울이 합쳐지는 현상과 물방울이 무거워지는 현상은 동시에 일어난다는 의미만 가질 뿐이며, ㉧에서도 얼음 알갱이의 크기가 커지는 현상과 얼음 알갱이가 무거워지는 현상은 동시에 발생한다는 의미만 제시될 뿐, ‘~면서’로 연결된 두 현상 간의 인과관계는 언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에 ㉦에서는 얼음 알갱이가 ‘무거워짐’과 ‘떨어짐’은 서로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나타내며, 얼음 알갱이가 ‘떨어짐’과 ‘녹음’은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임을 드러낸다. 물방울이 합쳐지면 더 무겁다거나 얼음 알갱이가 크면 더 무겁다는 것이 직관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두 현상 간의 논리 관계가 인과성이 아니라 동시성으로 인식되는 표현이 사용될 경우 학습자가 두 현상 간의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인식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동일한 표현을 사용하여 동시성 관계를 나타내는 문장이 같은 단락에 함께 있으므로 이 텍스트에서 학습자가 비와 눈의 생성 과정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위의 설명 텍스트는 다음과 같이 개선해 볼 수 있다.
구름 속 작은 물방울들이 합쳐져서 무거워지면 떨어져서 비가 되거나, 구름 안에서 크기가 커진 얼음 알갱이가 무거워져서 떨어지다가 녹아서 비가 됩니다. 한편, 구름 속 얼음 알갱이의 크기가 커지고 무거워져서 떨어질 때 녹지 않고 내려오면 눈이 됩니다.
같은 단원의 다른 소단원, “지면과 수면의 온도는 하루 동안 어떻게 변할까요?”에서는 다음과 같은 짧은 설명 텍스트를 통해 지면과 수면의 온도 변화 차이를 설명한다.
㉨ 지면과 수면은 하루 동안 온도 변화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 낮에는 지면이 수면보다 빠르게 데워지기 때문에 지면의 온도가 수면의 온도보다 높습니다. ㉪ 밤에는 지면이 수면보다 빠르게 식기 때문에 지면의 온도가 수면의 온도보다 낮습니다. (5학년 2학기 과학 교과서, p. 59)
이 텍스트는 학습자들로 하여금 비교 대상 사이의 혼동을 일으키게 하는 기술 방식을 택하고 있다. 연역식 구성에 해당하는 ㉨에서는 지면과 수면의 온도 변화가 다름을 서술한 후에, 후속 문장인 ㉩과 ㉪에서는 ‘지면의 온도’와 ‘수면의 온도’를 비교 대상으로 삼는 상술을 보이기 때문이다. 해당 문장에서 ‘빠르게 데워지다, 빠르게 식다’를 포함하는 원인을 나타내는 선행절이 제시되기는 했지만, 일반적으로 접속절로 구성된 문장에서 의미의 초점은 후행절에 놓인다는 것을 고려하면, 학습자들은 ‘온도 변화 차이’가 아니라 ‘지면과 수면의 온도 차이’에 더 많이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반영하여 위 설명 텍스트는 아래와 같이 개선될 수 있다.
이 단원에서는 ‘겉보기 운동’이라는 특정한 과학 개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동원되는 언어 표현인 ‘것처럼 보이다’가 교과서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분석하였다. 이 단원에서 천체의 겉보기 운동을 다룬 “행성과 별은 어떤 점이 다를까요?” 라는 소단원은 두 쪽에 걸쳐 다음과 같이 설명 텍스트를 제시한다.
밤하늘을 보면 수많은 별이 있습니다. 밤하늘에 빛나는 천체가 모두 별일까요? 금성이나 화성과 같은 행성도 별과 같이 빛을 내는 ㉠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이 아니라 태양 빛을 반사하는 것입니다. 또한 행성은 태양 주위를 돌기 때문에 여러 날 동안 지구에서 보면 위치가 변하는 ㉡ 것처럼 보입니다. 행성과 별은 어떤 점이 다른지 알아봅시다. (5학년 1학기 과학 교과서, p. 64)
별은 행성에 비해 지구에서 매우 먼 거리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날 동안 같은 밤하늘을 관측하면 별은 움직이지 않는 ㉢ 것처럼 보입니다. 반면에 행성은 별보다 지구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별자리 사이에서 위치가 서서히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금성, 화성, 목성, 토성과 같은 행성은 별보다 더 밝고 뚜렷하게 보입니다. (5학년 1학기 과학 교과서, p. 65)
이 텍스트에서는 ㉠, ㉡, ㉢에서 ‘것처럼 보이다’라는 언어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해당 표현을 문법적으로 세밀하게 따져 보면, 먼저, 부사격 조사 ‘처럼’은 ‘모양이 서로 비슷하거나 같음’을 의미한다. 즉, 아래 예문 (1)과 같이 ‘처럼’은 선행하는 체언인 “아이”의 속성 중 일부를 공유하는 서술어 “순수하다”와 함께 쓰여 비교 구문을 형성한다.
그러나 다음 예문 (2)의 경우는 ‘처럼’이 ‘~는 것’에 결합하고 이질적인 의미를 지니는 서술어가 뒤에 제시되어 예문 (1)과 같은 비교 구문과 달리 ‘처럼’의 역할이 다르다.
예문 (2)에서는 ‘먹은 것’과 ‘속이다’가 일부 속성을 공유하는 등의 의미적 연관성이 없으므로 ‘속이다’의 자리에 어떠한 서술어가 오는가에 따라 ‘그가 실제로 밥을 먹었는지’의 여부가 달라진다. 5학년 1학기 과학 교과서 p. 64와 p. 65의 ㉠, ㉡, ㉢ 역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 ㉡, ㉢은 ‘것처럼’과 “보이다”가 함께 작용하여 하나의 의미 단위를 이루는 연어(連語, collocation) 관계를 형성한다. 둘 이상의 단어가 함께 쓰인 연어 관계를 분석한 이정현(2017)은 ‘보이다’가 빈도가 높은 피동형 동사이며, ‘것으로 보이다, 것처럼 보이다, 것같이 보이다’의 형식으로 자주 쓰임을 밝혔다. 또한, ‘보이다’는 아래 예문 (3)과 같이 평가의 성격을 띠는 동사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평가 동사 ‘보이다’는 어디까지나 짐작이나 추측의 의미를 지닐 뿐 해당 명제에 대한 사실 여부는 판단을 유보한다. 아래 예문 (3)에서 그 회사가 실제로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처럼’과 ‘보이다’에 대한 이러한 분석을 통해 볼 때, ㉠, ㉡, ㉢은 학습자에게 제시된 명제에 대한 사실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게 한다. ‘것처럼 보이다’를 중심으로 교과서 문장을 명제 간의 관계가 단순하게 드러나도록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 [행성도 별과 같이 빛을 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 [후속 문장] 하지만 아니다.
㉡ [행성은 (중략) 위치가 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 [후속 문장] 미제시
㉢ [별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 [후속 문장] 행성은 위치가 변한다.
적어도 교과서의 한정된 설명 텍스트를 통해 볼 때, ‘것처럼 보이다’라는 동일한 언어 표현을 함께 사용하면서도 ‘처럼’에 선행하는 명제와 관련하여 ㉠은 후속 문장에 의하면 사실이 아니고, ㉡과 ㉢은 사실에 해당한다. 특히, 후속 문장이 곧바로 이어지는 ㉠과 ㉢에 비해 ㉡의 사실성 여부는 텍스트 구성상 거리가 먼 ㉢의 후속 문장으로 판단해야 한다. ㉡에서 행성은 위치가 변하는 것처럼 보이고 p. 65의 후속 문장도 행성은 위치가 서서히 변한다고 설명함에 비해, ㉢에서는 별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후 후속 문장에서 행성에 대한 설명만 제시되어 별이 움직이는지는 간접적으로만 추정할 뿐 명확하게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
교수학습의 관점에서 볼 때 ㉠은 학생들에게 예상되는 ‘행성도 별처럼 반짝인다’는 오개념을 반박하기 위해 ‘것처럼 보이다’를 사용한 것이고, ㉡과 ㉢은 ‘겉보기 운동’이라는 과학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5학년 1학기 과학 교사용 지도서에서는 ‘별은 움직이지 않는다’를 예상되는 오개념으로 제시하면서도 5학년 수준에서는 ‘별의 위치 변화는 사람이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므로 고정된 것처럼 보인다’고 지도할 것을 안내한다(p. 177, p. 179). 그러나 이 텍스트를 읽는 학습자들은 ㉢의 ‘것처럼 보이다’를 ㉠과 같은 방식으로 인식하여 ‘별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움직인다 ’고 이해해야 할지, 아니면 ㉡과 같은 방식으로 인식하여 별은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교사용 지도서의 내용을 감안하더라도, 과학 교과서 p. 65의 “것처럼 보이다”와 관련된 서술은 과학 내용의 측면에서 모호한 부분이 존재한다. 교과서에 제시된 여러 날(15일) 동안 같은 밤하늘을 관측한 사진을 비교하는 탐구 활동에 의하면, 그 기간에 지구가 서에서 동 방향으로 공전하기 때문에 별과 별자리의 위치는 동에서 서 방향으로 변하게 된다. 즉, 별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탐구 활동의 결과와 교과서 설명 텍스트가 서로 배리되는 것이다.
IV. 논의 및 결론
과학 학습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습자들이 과학 지식 자체의 난도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언어화된 방식과 과학 특유의 의미화 방식이 일상의 언어와 다르기 때문(소지영, 주세형, 2017)임을 고려한다면, 과학 교과서 텍스트의 언어는 학생들이 과학의 언어를 접하는 일차적인 과학 텍스트로서, 단순히 과학 지식을 해설하고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 학습자가 과학 지식을 구성하는 도구로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 과학은 어려운 과학 지식을 습득하기보다는 중학교 이후의 과학 학습에 토대가 되는 기초적인 탐구의 습득과 개념 이해를 강조한다. 그러므로 과학 교과서의 설명 텍스트는 제한된 분량으로 제시될 수밖에 없으며, 그만큼 더 한정된 설명을 통해 학습자들의 과학 학습을 추동할 수 있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 연구에서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 텍스트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비교적 적은 분량의 설명 텍스트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문법적 요인으로 인해 초등학생들이 텍스트에 내포된 과학적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게 하는 언어 표현들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결과들은 과학 교과서의 언어 표현을 문법적으로 비판하여 단순히 교정 방향을 제안하는 것을 넘어서, 교과서 집필자의 시각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언어 표현이 학습자에게 다르게 읽힐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박진희 외(2017)는 이에 대해 교과 전문가들에게는 당연시되어 기본 전제라고 판단되는 내용도 교육적 맥락에서는 학습자들에게 명시적으로 노출할 필요가 있으며, 궁극적으로 설명 텍스트의 언어 표현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학습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을 더욱 정교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해당 학문 분야의 지식의 구조를 내재화한 교과 전문가는 많은 정보를 맥락화하여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가 주어져도 기존의 지식 체계 내에서 그것이 어떠한 위상을 차지하는지를 빠르게 파악하는 일이 가능하다. 반면, 학습자는 해당 학문 분야의 지식의 구조를 충분히 내면화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기존 정보와의 관련 속에서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차이는 교과서, 더 구체적으로는 교과서의 문장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지는 교과 전문가와 학습자 간의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교과 전문가에 의해 생산된 문장을 학습자들이 정보가 부족하거나 모호하다고 느끼는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박진희 외, 2017, p. 294).
위와 같은 주장은 과학 교과서를 집필하는 과학교육학자와 교사들은 물론, 과학 교과서를 이용하여 초등학생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초등 교사들에게도 교과서 텍스트의 언어에 대한 중요한 관점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 연구의 결과는 현재 초등학교에서 사용 중인 국정 교과서 중 과학 교과서 텍스트를 대상으로 분석한 것으로서 단지 현재 교과서의 일부 언어 표현에 대한 교정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2015 과학 교육과정에 따른 검인정 과학 교과서의 현장 적용을 앞둔 시점에서 과학 교과서 텍스트의 언어 표현을 더욱 신중하게 고민하고 작성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와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또한, 이 연구의 결과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과학교육학자의 직관에 의존한 분석이 아니라, 국어교육학자의 문법적 분석에 근거한 해석을 토대로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차후 과학 교과서 및 과학교육의 언어 사용과 관련하여 도구 교과로서 국어(문법) 교과와 언어의 정교한 사용을 고민해야 하는 과학 교과 사이의 융합적 방향성 정립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는 현행 초등학교 5학년 과학 교과서에 쓰인 언어의 문법적 특성이 학습자의 지식 구성 및 이해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였다. 연구 결과, 날씨와 우리 생활 단원의 텍스트에서는 응결이라는 동일한 용어가 특정한 현상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거나 다른 현상을 발생하는 과정을 나타내는 술어로 사용되는 등 서로 다른 층위의 범주를 갖는 문법적 혼용이 있었다. 또한, 이슬, 안개, 구름의 정의를 나타내는 정의문 구조에서 피정의항을 구성하는 종차와 유개념 설정의 한계, 이슬, 안개, 구름의 생성 과정에 대하여 현상 간 인과관계 및 동시성 관계가 혼재된 언어 표현, 지면과 수면의 온도 변화에 관한 연역적 서술에서 비교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언어 표현 등이 제한점으로 발견되었다. 날씨와 우리 생활 단원의 텍스트 분석 결과는 과학 학습 전반에 걸쳐서 범용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법적 특성으로서 학교 과학교육의 언어 사용에서 신중하게 고려하여 텍스트를 구성하고 제시해야 함을 보여 주었다.
태양계와 별 단원에서는 별과 행성의 겉보기 운동에 관한 설명 텍스트에 사용된 ‘~것처럼 보이다’라는 언어 표현이 후속 문장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거나 명확하지 않게 제시되는 문법적 제한점을 보였다. 겉보기 운동이라는 특정한 과학 개념을 다루는 교과서 텍스트의 언어 표현은 문법적으로 명료하게 제시하여 학생들의 의미를 구성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작성되어야 한다.
2015 교육과정에서 과학 교과의 핵심역량으로 강조하는 과학적 의사소통 능력은 과학 텍스트의 언어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습득될 수 있다. 언어가 학습의 도구일 뿐 아니라 사고를 조장하는 매개적 도구(노명완, 2004)라는 점에서, 이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과학적 사고가 명시적․묵시적으로 드러나는 설명 텍스트의 실체를 구체화하는 후속 연구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 과학교육의 핵심 목표 중 하나인 과학적 사고의 함양은 긴 시간 동안 많은 양의 연습과 실천을 요구하는 능력들의 복합체이며, 과학 텍스트는 이를 담아내기 위한 그릇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 텍스트가 갖추어야 할 객관성과 일관성, 그리고 교과서 언어에서 갖추어야 할 문법적 정합성을 함께 고려하여 설명 텍스트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 연구에서 분석한 교과서 텍스트의 언어 특성은 ‘날씨와 우리 생활’과 ‘태양계와 별’ 단원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의 다른 단원에 대해서도 추가로 조사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에서 제시한 결과는 두 단원에서 선정된 일부 설명 텍스트에 국한된 것이지만, 서로 다른 단원의 과학 내용의 특징에 따라 언어 표현의 문법적 특징이 어떤 차이가 나타날 수 있는지를 비교하는 후속 연구를 고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