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학문·산업·예술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성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는 가운데, 상호 간 원활한 의사소통과 협력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능력인 사회·정서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된다. 우리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목표인 6개의 핵심 역량 중 3개(심미적 감성 역량2), 의사소통 역량3), 공동체 역량4))가 사회·정서 역량에 해당되는 것 역시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다(교육부, 2015). 따라서 현대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의 사회·정서 역량 수준의 진단 및 관련 교육활동의 모니터링을 위한 효과적인 평가 방안의 모색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사회·정서 역량의 기초라고 볼 수 있는 ‘타인에 대한 관대함’의 평가 방안을 탐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타인에 대한 관대함’은 의사소통능력, 공동체 역량, 대인관계능력 등을 포함하는 사회·정서 역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회·정서 역량은 주변의 타인들과 우호적인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한 협력을 위해 요구되는 능력을 의미한다(OECD, 2002). 공존과 협력의 사회적 필요가 증대될수록 한 인간이 타인과 수많은 이해(利害) 관계에 놓여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거나 이해와 무관한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는 관대하기 쉽다. 관대함의 개인차가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타인의 행동이 자신에게 손해를 야기한 경우이다. 고로 타인에 대한 관대함은 자신에게 손해를 입힌 행동의 주체에 대한 긍정적이고 수용적인 자세로 읽힌다.
일반적으로 타인의 행동의 정확한 원인이나 이유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타인에 대한 수용적 자세는 타인의 행동의 원인이나 이유에 대해 긍정적 가정(假定)을 갖는 것으로부터 가능하다. 타인에게 관대한 개인은 타인이 자신에게 손해를 야기한 경우에도, 적어도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그 행동을 일부러 의도했다거나 또는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추정하지 않는다(인지적 측면). 한편, 감정에 관한 심리학적 이론에 따르면, 화(anger)의 감정은 타인이 통제 가능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행동을 통해 자신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생각될 때 발생한다(Berkowitz & Harmon-Jones, 2004). 따라서 타인의 행동이 자신에게 손해를 야기한 경우에도 그것을 통제 불가능했다(‘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고 가정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화의 감정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정서측면).
이와 같은 타인에 대한 관대함은 원활한 의사소통, 원만한 대인관계, 공동의 이익을 위한 협력을 위해 요구되는 주요 심리적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여러 연구들이 의사소통 역량, 대인관계 능력, 갈등해소 능력의 개념에 타인에 대한 신뢰와 우호적인 태도를 포함하고 있다(김창환 외, 2013; 강영혜 외, 2014; 김기헌 외, 2010; 이근호 외, 2013). 무엇보다 사회·정서 역량의 기본 조건으로 알려져 있는 공감(共感)은 개념적으로 타인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포함한다. 타인의 행동에 대한 편견 등과 같은 부정적 가정을 가지고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타인에 대한 관대함 수준을 측정함으로써 다양한 관련 역량(예, 협동심, 대인관계 역량, 갈등해소 능력)에 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본 연구는 타인에 대한 관대함의 평가 방안으로 시나리오 기반 평가를 제안하고자 한다. 현재까지 사회·정서 역량을 측정하는 데 가장 널리 사용된 방법은 자기보고식 검사이다. 자기보고식 검사가 취하고 있는 추상적인 진술(예, 나는 친구의 실수에 관대하다)에 대한 자신의 견해(예, 그렇다)를 보고하도록 하는 방식에 대해, 검사의 활용에 있어서 문항 해석의 개인차, 부정확한 자아개념 등에 의한 반응왜곡(response bias) 등 적지 않은 우려가 존재한다(권희경 외, 2018; Hui & Triandis, 1985; 손은영, 차정은, 김아영, 2007, p. 71에서 재인용). 반면, 시나리오 기반 평가는 구체적인 상황(예, 친구가 내 옷을 더럽힘)을 제시하고, 해당 상황에서의 인지적·정서반응(예, 화가 난다)을 수집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연구자가 의도하는 심리적 특성을 파악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시나리오 기반 평가를 통해 문장 또는 용어 해석의 개인차,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 등에 의한 반응왜곡과 같은 자기보고식 평가의 제한점을 보완하고, 측정의 타당도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요약하자면 본 연구는 타인에 대한 관대함에 대한 시나리오 기반 평가 방안을 제안함으로써 학생들의 사회·정서 역량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본 연구에서는 (1) 자신에게 손해를 야기하는 타인의 행동에 대해 그 행동이 통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경우, 그리고 (2) 화가 나지 않는 경우에 타인에 대한 관대함 수준이 높다고 정의한다. 이와 같은 심리적 특성의 개인차를 변별하기 위해 학생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는 시나리오 기반 평가도구를 개발하고, 학생들의 인지적·정서적 반응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기존에 사회·정서 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방법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자기보고식 평가의 제한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II. 이론적 배경
타인과 공존하며 공동의 목적을 위해 협력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사전적으로 이해(理解)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5). 하나는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이며, 이는 ‘번개가 치는 원리를 이해하다’와 같은 맥락에서 사용된다. 다른 하나는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임’ 이며, 이것이 사회적 공존과 협력을 위한 기초로서 요구되는 ‘이해’라고 할 수 있다. 주변의 친구들에 대해 ‘나는 그 친구를 이해해’라고 생각하는 A와 빈번히 ‘나는 그 친구가 이해가 되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B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때, ‘이해’는 전자, 즉 친구의 행동의 원인에 대한 논리적 해석(‘불안정 애착이 원인이야’)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친구의 행동에 대해 너그러운, 즉 관대한 태도(‘그럴 수도 있지’)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다양성이 요구되는 사회에서 타인의 행동에 대해 폭이 좁은 이해를 가진 B에 비해 관대한 A가 높은 수준의 사회·정서 역량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이 ‘관대함’은 ‘마음이 넓다’ 즉, 수용할 수 있는 타인의 행동의 범위가 넓음을 의미한다6). 타인의 행위를 분류하는 기준, 즉, 관대함의 대상을 유형화 방식은 다양할 수 있으며, 그 중 하나는 자신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자신의 손익(損益)과 무관한 일에 대해서는 수용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자신에게 물질적·심리적 손실을 야기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관대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상호 이해충돌은 불가피하며, 따라서 어느 때보다 사회적 관계에서 상대방에 대한 관대함이 요구되는 경우는 이해충돌이 발생하였을 때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이유로 빈번히 타인에게 물질적·정신적 손해를 입히고 또한 타인으로부터 손실을 입는다. 따라서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며 효과적으로 협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호 간 이익을 침해하는 행동에 대한 관대한 태도가 요구된다. 본 연구에서는 타인에 대한 관대함을 이와 같이 자신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위’에 대한 관대함으로 정의하였다. 손해를 입히는 행위에는 실질적·물리적 손실을 야기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무례한 행동과 같이 정서적 손실을 야기하는 것을 광범위하게 포괄한다.
자신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관대함의 개인차가 나타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행동의 원인에 대한 귀인 방식의 차이이다(Allred, 2000). 자신의 이익을 침해한 행동을 타인이 ‘의도’했다고 가정(‘일부러 그랬을 거야’)하는 ‘타인 도식(other schema)’ 은 타인의 행위에 대한 관대함을 낮추고 화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다(전겸구, 김교현, 1997). 의도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행동의 발생을 통제할 수 있었다고 생각(‘노력하지 않았잖아’)하는 경우 관대함의 수준이 낮아진다. 반면, 통제 불가능한 원인에 의해 그러한 행동이 발생하였다고 가정(‘어쩔 수 없었겠지’)한다면, 그에 대해서는 관대함이 발생하기 쉽다(Lazarus, 1991). 문제는 많은 경우, 행동의 원인을 직접 관찰하거나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행동이 발생하였을 때, 특히 그것이 자신의 이익을 침해한 것일 경우, 행동에 대한 통제력의 수준이 어느 정도였다고 간주 또는 추정하는가, 즉 일반적 타인과 행동에 대해 어떤 도식을 가지고 있는가가 타인에 대한 관대함 정도의 개인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김영혜, 2005).
타인의 피해를 야기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앞서 논의한 ‘의도’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손실을 목적으로 행위 한 타인에게까지 관대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한편, 타인의 손실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손실을 야기하는 행동의 원인에는 주의부족, 능력부족, 조건(환경)의 차이, 선호(견해)의 차이 등이 존재할 수 있다. 흔히 ‘실수’로 분류하는 행동은 주의(attention)부족을 원인으로 한다. 능력(ability)의 한계 또한 타인에게 손해를 야기한다. 예를 들어, 공동의 작업에서 능력의 부족은 의지와 무관하게 구성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경제적 조건 등의 차이는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의 개인차를 초래하고, 조건적 우위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열위에 있는 사람에게 마음의 상처, 즉 심리적인 손실을 입힐 수 있다(Bourdieu, 1979). 또한 주의, 능력, 조건 등과 같이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것은 아닌, 개인적 선호(選好) 또는 의견의 차이가 타인이 원하지 않는 상황 등을 초래함으로써 물질적·정신적 손실을 초래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러한 각 유형별 행동의 통제 가능성에 대한 개인의 이론에 차이가 존재할 수 있으며, 이는 타인의 행동에 대한 해석과 그에 따라 발생하는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Lazarus, 1991; Smith, Haynes, Lazarus, & Pope, 1993). 주의의 조절은 개인의 노력으로 가능한 것인가? 능력은 어떠한가? 흔히, 능력에 비해 주의를 통제 가능하다고 보는 경향(‘조심 했어야지’)이 있다. 이에 손실의 크기가 유사하다고 가정할 때, 주의부족 보다는 능력부족에 의한 행동에 더 관대할 가능성이 있다. 마찬가지로 경제적 조건의 차이 또는 선호와 견해의 차이에 근거한 태도, 말, 행위 등의 통제 가능성에 대한 개인 이론의 차이가 관련 행동에 대한 관대함의 차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타인의 행동에 대한 관대함은 이와 같이 행동의 원인에 관한 추론을 동반하는 인지적 작용(‘어쩔 수 없었겠지’)과 함께 정서적 반응을 동반한다(Smith et al., 1993). 일반적으로 관대함의 차이는 ‘화(anger)’의 차이를 야기한다. 대표적인 기본 감정인 ‘화’는 어떤 대상에게 해를 끼치고자 하는 욕구와 관련된 정서적·인지적·생리적 반응의 총체로 정의된다(Berkowitz & Harmon-Jones, 2004). 타인에게 해를 끼치고자 하는 욕구는 흔히 상대로부터 손해를 입었다고 생각할 때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화’의 발생 요건은 (1)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목적을, (2) 외부의 행위 주체가, (3) 불가피하지 않은 이유로 방해했다는 해석이 가능할 때(Scherer, 2001; Smith & Lazarus, 1993; Stein & Levine, 1989; Roseman & Smith, 2001)이다. 이는 앞서 논의한 관대함이 발휘되기 어려운 조건과 일치한다. 즉, 타인이 통제 가능한 이유로 자신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가정하는 경우 그의 행동에 대해 관대하기 어렵고, 따라서 화의 감정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 상대적으로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고 따라서 화가 동반되지 않는다. 즉, 관대함의 수준과 ‘화’의 정도는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마땅히 화를 내야 할 상황’에서 ‘화’가 난다고 해서 그것을 관대함이 낮다고 볼 수 있는가? 예를 들어, 타인의 불공정한 대우에 대해 화를 내는 것이 관대함이 낮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화’는 단순히 타인의 행동이 초래한 결과에 따라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행동의 통제 가능성에 대한 해석이 ‘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Roseman & Smith, 2001; Weiner, 1985). 따라서 그것이 자신에게 불공정하였다고 하더라도, 타인이 그것을 의도하지 않았다고 가정하거나, 통제가 불가능했다고 믿는 정도에 따라 당사자에 대해서는 ‘화’가 나지 않을 수 있다7). 선행연구에서도 피해자 공정 민감성(defender justice sensitivity)이 높은 경우, 즉 자신에게 불공정한 상황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 공격성, 적대감 등이 높다고 보고된다 (최소영, 이승연, 이유미, 2019; Gollwitzer et al., 2009; Bondü, 2018; Strauß, Bondü, & Roth, 2021). 자신에게 불공정한 행동에 대한 민감도 역시 타인에 대한 관대함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타인에 대한 관대함은 다양한 유형의 사회·정서 역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러 연구들이 미래 사회의 핵심역량으로 사회·정서 역량을 꼽고 있으며, 여기에는 의사소통역량, 시민의식, 공동체의식, 대인관계 능력 등이 포함된다(이광우 외, 2009; 김창환 외, 2013; 강영혜 외, 2014; 김기헌 외, 2010; 이근호 외, 2013)(<표 1> 참고). 원만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다양한 능력(예, 언어적 이해)과 태도(예, 개방적 자세)가 요구되며,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 수용적인 태도가 필수적이다(이근호 외, 2012). 민주사회에서 공동체의 일환으로서 요구되는 시민의식과 공동체 의식은 타인을 자신과 동등한 권리 주체로 존중하는 자세를 기초로 발전하며(모경환, 김명정, 송성민, 2010), 타인에 대한 존중은 타인의 행동과 의도에 대한 긍정적 가정을 포함한다(Ehrilich, 2000). 타인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대하거나 배타적인 태도를 취할수록 사회적 갈등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대인관계 능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이은혜, 고윤주, 오원정, 2000). 이밖에 개방성, 배려심, 협동심 등은 타인의 행동에 대한 관대함과 개념적·실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차이 또는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라는 측면에서 관대함과 개방성은 일면 유사한 의미를 가진다(Pulakos et al., 2000).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 전제를 가지고 그들에 대해 배려심이나 협동심을 발휘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개인의 타인에 대한 관대함 수준은 그의 사회·정서 역량에 대한 적지 않은 설명력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자기관리 역량 | 사회·정서 역량 | 지적 역량 | 창의적·종합적 역량 | 기타 역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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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혁신 위원회 (2007) | 의사소통능력 갈등관리 적극적 시민성 협동과 봉사 | 자기주도적 학습력 | 창의력 문제해결력 | 예술·문화적 관점 | |
이광우 외 (2008) | 자기관리능력 진로개발능력 | 의사소통능력 대인관계능력 시민의식 | 기초학습능력 정보처리능력 | 창의력 문제해결력 | 국제사회 문화이해 |
이광우 외 (2009) | 자기관리능력 진로개발능력 | 의사소통능력 대인관계 시민의식 | 기초학습능력 정보처리능력 | 창의력 문제해결력 | 국제사회 문화이해 |
김기헌 외 (2010) | 자율적 행동 | 사회적 상호작용 | 지적도구활용 비판적 사고력 | ||
이근호 외 (2012) | 자아정체성 자기인식 자존감 | 사회생활능력 도덕적 역량 개방성,이해심, 배려의식 | 학습역량 | 창의적 사고 능력 직무수행능력 | |
김창환 외 (2013) | 정신역량 진로역량 | 대인관계역량 시민역량 | 정보역량 학습역량 | 창조적 역량 | 신체적 역량 |
이근호 외 (2013) | 자기관리역량 | 의사소통능력 시민의식 대인관계능력 | 정보처리 및 활용능력 | 창의적 사고 능력 문제해결능력 | |
박순경 외 (2014) | 자기관리능력 | 의사소통능력 시민의식 대인관계능력 | 정보처리능력 | 창의적 사고 능력 문제해결능력 | |
2015 교육과정 (교육부, 2015) | 자기관리역량 | 의사소통역량 공동체역량 | 지식정보처리역량 | 창의적 사고 역량 | 심미적감성역량8) |
Goldman(1995)에 따르면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 사회적 역량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원만한 사회적 관계를 위해서는 부정적 감정을 조절하고,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요구된다(Salovery & Mayner, 1990). 그런데 부정적 감정의 조절 이전에 부정적 감정의 발생 빈도가 낮다면,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와 협력을 통한 생산적 활용에 유리할 수 있다. 특히, 타인의 행동에 대한 해석에서 기인하는 정서 상태가 대인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할 때, 타인의 행동의 원인에 대한 긍정적 도식에 근거한 관대함은 사회적 역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공감(Empathy)은 사회·정서 역량의 기초로서 논의되는 대표적인 심리적 구인이다. 공감의 인지적 측면은 타인의 태도와 행동에 대한 이해를 의미하고, 정서적 측면은 타인이 경험하는 것과 일치하는 감정을 느끼는 것을 가리킨다(김윤희,김진숙, 2017; Gribble & Olover, 1973). 인지적 측면에서 공감은 타인의 행동의 의도와 원인 등을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그런데, 단지 타인의 행동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만으로는 정서적 공감에 이르기 어렵다. 타인과 동일한 정서 상태를 경험하고, 나아가 타인의 복지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정서적 반응을 체험(김태훈, 2015)하기 위해서는 다른 수준의 이해인 조망 수용(perspective-taking) 능력이 요구된다(Underwood & Moore, 1982). 즉, 상대방의 입장에서 현상을 바라봄으로써, 같은 조건이라면 자신도 동일하게 행동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의 이해에 이르러야 정서적 공감이 가능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타인의 행동에 대해 공감한다는 것은 그에 대한 관대함을 전제로 한다. 타인의 일을 자신의 것처럼 이해하고, 타인이 느끼는 것과 일치하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에는 단순히 ‘그럴 수도 있지’를 넘어서는 높은 수준의 관대함(예, 안타까움)이 발현된다. 당연히 공감의 발현과 동시에 화의 감정이 발생하기 어렵다. 즉, 공감 능력이 우수한 사람은 타인에 대해 관대한 경향을 보인다. 반대로 타인의 행동에 대해 무관용적 태도(예, 좀 더 노력을 했어야 해)를 보이며, 빈번히 ‘화’가 나는 사람은 타인의 행동에 대해 공감하기 어렵다. 이러한 측면에서, 타인에 대한 관대함은 공존과 협력적 삶을 위한 기초로 이해되는 공감 능력에 대한 설명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자기보고식 평가도구는 개발·시행·채점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의 측면에서 경제적이며, 점수의 해석이 용이하다는 측면에서 인간의 심리 및 행동 특성에 관한 대규모 조사에서 널리 활용되어 왔다(Fulmer & Frijcers, 2009). 특히, 교육 분야에서 사회·정서 역량에 주목한 역사가 오래지 않은 가운데(OECD, 2002), 인지적 역량(수리적 사고 능력 등)의 평가에서는 정답이 있는 성취도 검사(achievement test)가 주로 활용되어 온 반면, 사회·정서 역량(협동심 등)에 대한 정보 수집에는 자기보고식 검사가 활용되어 온 것이 일반적이다(남궁지영 외, 2015; OECD, 2019). 그러나 문항에 대한 이해, 자신의 역량 평가를 위한 메타인지, 역량 평가에 활용하는 규준 집단,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보이고자 하는 욕구 등 자기보고에 따르는 심리적 기제 및 영향요인의 개인차를 근거로 자기보고식 측정의 타당도에 대한 적지 않은 논란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권희경 외, 2018; 함은혜 & Roberts, 2015; Lievens, De Corte, & Schollaert, 2008).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다양한 심리적 특성의 측정에 있어서 자기보고식 검사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있어왔다. 구체적으로, 가교 이야기(anchoring vignettes) 방법(함은혜 & Roberts, 2015; He, Buchholz, & Klieme, 2017),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social desirability bias) 통제(조기현, 2013; Robie, Tuzinski, & Bly, 2006), 리커르트 척도 활용에 있어서 편향 교정(임언, 정윤경, 2000; Chyung et al., 2020; Lozano, García-Cueto, & Muñiz, 2008) 등이 있다. 또한, 최근에는 시나리오 기반 평가도구의 활용가능성에 주목한 연구가 수행된 바 있다. 예를 들어, 함은혜, 심우정(2021)은 글로벌 역량의 하위요인인 문화민감성(intercultural sensitivity) 평가를 위한 시나리오 기반 평가도구를 개발하였으며, 김수진 등(2020)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에 활용할 목적으로 사회·정서 역량의 시나리오 기반 문항 개발을 시도하였다.
일반적인 자기보고식 평가와는 달리 시나리오 기반 평가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함으로써, 자기보고식 평가가 요구하는 지식과 경험에 따른 문항 해석(예, 나는 타인의 실수에 관대하다)의 개인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림 1]에 제시된 바와 같은 상황에 대해서는 ‘나는 타인의 실수에 관대하다’와 같은 자기보고식 문항에 비해 해석의 개인차의 여지가 크지 않다. 또한, 각 시나리오에서의 인지적·정서적 반응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직접적으로 자기 역량 수준에 대한 주관적 평가(예, 나는 얼마나 관대한가?)를 요구하지 않음으로써, 상대적으로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의 영향을 감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반면, 자기보고식에서 ‘단어’(예, 관대하다)의 의미에 있어서 해석의 개인차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감정적 반응을 요구하는 시나리오 기반 평가의 경우 기본적인 감정의 발생 및 표현 정도의 개인차가 존재하고, 이에 ‘화’의 의미의 해석에 있어서 개인차로 인한 측정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일반적인 자기보고식 평가도구에 비해 평가 목적에 적합한 시나리오와 문항의 개발이 어렵고, 제한된 수의 상황을 검사에 활용하기 때문에 주어진 시나리오의 대표성에 따라 평가 결과의 일반화에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 또한 시나리오의 길이와 문항 유형(예, 서술식)에 따라 검사의 실시와 채점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III. 연구방법
총 37개교의 학교별 2개 학급의 1,294명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였다(<표 2> 참조). 이 중 남학생이 609명(47.1%), 여학생이 685명(52.9%)이었으며, 학교급에 따른 분포를 보면 1,294명 중 초등학교 6학년이 442명(34.2%), 중학교 3학년이 417명(32.2%), 고등학교 2학년이 435명(33.6%)이었다. 각 학교급 별로 성별 분포를 보면,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전체에 비해서 남학생의 비율이 약간 높았고, 중학교에서는 여학생의 비율이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 | 전체 | |||
---|---|---|---|---|
남 | 여 | |||
학교급 | 초6 | 224 (50.7%) | 218 (49.3%) | 442 (34.2%) |
중3 | 171 (41.0%) | 246 (59.0%) | 417 (32.2%) | |
고2 | 214 (49.2%) | 221 (50.8%) | 435 (33.6%) | |
전체 | 609 (47.1%) | 685 (52.9%) | 1,294 (100%) |
본 연구에서 개발한 타인에 대한 관대함 척도는 자신에게 실질적·정신적 손실을 야기하는 타인의 행위에 대한 너그러움 정도를 측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타인에게 손실을 야기하는 행위는 그 원인을 기준으로 (1) 주의부족, (2) 능력부족, (3) 조건우위, (4) 선호차이의 4영역으로 구성하였다. 각각 ‘친구A’가 주의부족, 능력부족, 조건(환경, 능력)적 우위, 또는 취향의 차이 때문에 ‘나’에게 손해를 입히는 3개의 서로 다른 상황으로 구성된다(<표 3> 참조). (1)과 (2)는 각각 주의와 능력의 부족 때문에 타인에게 비교적 실질적 피해(예, 가방에 얼룩을 묻힘)를 입히는 경우이며, (3)은 조건의 상대적 우월함이 타인에게 감정적 피해(예, 자존심 훼손)를 미칠 수 있는 상황으로 구성된다. 마지막으로 (4)는 취향 등의 차이가 타인의 욕구충족을 방해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모든 상황은 배경설명-나의 욕구-친구A의 행동과 그 결과의 동일한 구조로 구성하였다. <표 3>에서 제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가급적 학생들에게 익숙한 상황을 선정하고, 쉬운 단어와 간결한 문장을 사용하며, 상황 묘사를 위한 문장의 길이를 유사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 결과, 총 12개 상황의 평균 단어수는 48.75개 이며, 표준편차는 10.24이었다.
각 시나리오에서 손해를 야기하는 행위의 주체는 ‘친구A’, 방해받는 객체는 ‘나’로 통일하였다. 이를 통해, 양자 간의 관계의 유형(예, 부모-자녀 관계 vs. 친구관계)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응답자가 최대한 개별 상황에 감정이입 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 개별 상황에서 ‘나’의 욕구 수준은 상당히 높은 것(예, 축구경기 우승을 고대함)으로 묘사하여, 욕구 수준, 즉 손해의 크기에 따른 응답의 차이를 통제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또한, ‘친구A’와 ‘나’의 감정과 사고에 관한 직접적 언급을 배재함으로써 그것이 응답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였다. 따라서 상황이 초래된 원인, 상황에서의 두 인물의 감정 등은 모두 응답자의 추측의 영역으로 남겨두었다. 무엇보다, 개별 상황이 그것이 속한 유형에 부합하는지, 응답자가 다른 요인으로 귀인 할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검토하여 문장을 여러 차례 수정하였다. 상황 구성을 위해 연구진 회의 및 서면 검토(5회), 현장 교사 검토(2회), 학계 전문가 검토(2회)를 거쳤다.
응답자는 상황이 초래된 각각의 원인에 대한 반응을 나타내는 공통된 2개 유형의 질문에 응답하였다. 첫 번째 유형의 질문은 ‘친구A’의 행동에 대한 정서적 반응인 ‘화(anger)가 나는 정도’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다(<표 4>의 [유형1] 참조).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화’는 타인이 자신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인지할 때 발생하는 감정이다(Scherer, 2001 등). 타인의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인식할수록 높은 수준의 화가 발생한다. 따라서 ‘화’의 정도가 낮을수록 관대함이 높다고 볼 수 있다. 5점 척도를 활용하여 수집된 조사 결과를 역채점하여 활용하였다.
유형 | 문항 | ||||
---|---|---|---|---|---|
[유형1] | 나는 친구A에게 ( ) | ||||
① 전혀 화가 나지 않는다 | ② 화가 나지 않는다 | ③ 보통이다 | ④ 화가 난다 | ⑤ 매우 화가 난다 | |
[유형2] | 친구A가 노력했더라도 그 행동(밑줄)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났을 것이다. | ||||
① 전혀 그렇지 않다 | ② 그렇지 않다 | ③ 보통이다 | ④ 그렇다 | ⑤ 매우 그렇다 |
두 번째, [유형2]의 질문은 응답자의 ‘친구A’의 행동에 대한 인지적 이해 정도를 가늠하기 위한 것이다(<표 4>의 [유형2] 참조).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는 타인의 행동에 관대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행동이 의도적인 것이 아니며(예,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또한 개인의 통제범위 벗어난 것(예, 그도 어쩔 수 없었어)이라고 가정해야 한다. 이러한 논리에 근거하여 본 연구에서는 응답자가 ‘친구A’의 행동을 얼마나 통제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유형2]와 같이 질문하였다. 친구A의 노력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행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고할수록 상대의 행동에 관대한 것으로 가정하였다.
시나리오 기반 평가와의 비교를 위해서 일반적인 자기보고식 평가도구를 개발·활용하였다. 시나리오 기반 평가도구와 마찬가지로, 상황이 초래된 원인에 따라서 (1) 주의부족, (2) 능력부족, (3) 조건우위, (4) 선호차이로 상황의 내용을 구분하고, 각각의 상황에 대한 반응을 나타내는 [유형1] ‘화가 난다’라는 진술문과 [유형2] ‘노력하면 피할 수 있다’를 나타내는 진술문을 제시하였으며, 각각의 진술문에 대하여 ‘전혀 그렇지 않다’에서부터 ‘매우 그렇다’까지 5점 척도로 응답하도록 하였다. 여기에서 ‘노력하면 피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 기반 검사도구의 ‘어쩔 수 없었다’와 동일한 유형의 문항으로 보았다.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은 ‘노력으로 통제 가능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두 문항은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유형1] ‘화가난다’와 [유형2] ‘노력하면 피할 수 있다’ 문항을 모두 역채점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
학생들은 학급 단위로 학교 컴퓨터실에서 온라인으로 본 조사에 참여하거나, 학급 담임 선생님이 안내한 온라인 주소에 접속하여 가정에서 개별적으로 온라인 조사에 참여하였다9). 시나리오 기반 검사도구의 서로 다른 유형(주의부족, 능력부족, 조건우위, 선호차이)에 속하는 1개씩의 시나리오를 하나의 세트(총 4문항)로 묶어서 제시하였으며, 자기보고식 문항들은 <표 6>의 순서로 제시하였다.
구분 | 문항번호 | 요인1 | 요인2 | |
---|---|---|---|---|
어쩔 수 없었다 | 주의 | Q07103 | 0.594 | |
Q09103 | 0.665 | |||
Q11103 | 0.712 | |||
능력 | Q07203 | 0.462 | ||
Q09203 | 0.528 | |||
Q11203 | 0.613 | |||
조건 | Q07303 | 0.366 | ||
Q09303 | 0.500 | |||
Q11303 | 0.583 | |||
선호 | Q07403 | 0.481 | ||
Q09403 | 0.555 | |||
Q11403 | 0.359 | |||
화가 난다 | 주의 | Q07101 | 0.548 | |
Q09101 | 0.503 | |||
Q11101 | 0.541 | |||
능력 | Q07201 | 0.609 | ||
Q09201 | 0.633 | |||
Q11201 | 0.634 | |||
조건 | Q07301 | 0.482 | ||
Q09301 | 0.573 | |||
Q11301 | 0.546 | |||
선호 | Q07401 | 0.546 | ||
Q09401 | 0.543 | |||
Q11401 | 0.504 | |||
요인분산 요인분산 누적% | 4.231 56.51 | 4.300 57.4312) | ||
문항 수 신뢰도 | 12 0.836 | 12 0.843 |
본 연구에서는 ‘타인에 대한 관대함’을 측정하기 위한 두 가지 검사도구를 새롭게 개발하였다. 이론적으로 가정한 ‘타인에 대한 관대함’을 구성하는 하위요인이 학생들이 응답한 자료를 통해서도 경험적으로 확인이 되는지를 검토하기 위해서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우선 탐색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여 몇 개의 요인이 추출되는지를 살펴보았다. 구체적으로 최대우도(maximum likelihood) 방법을 적용하였고, 하위척도 간 상관을 고려하여 사교회전 방법을 적용하였다. 요인이 확인된 하위 영역에 대해서는 Cronbach α 계수를 통해서 신뢰도를 확인10)하였다. 또한 확인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여 탐색적 요인분석을 통해서 확인된 측정모형의 적합도를 판단하였고, 판단기준으로서 χ2, RMSEA, TLI, CFI 값을 산출하여 검토11)하였다.
요인분석을 통해서 시나리오 기반 평가도구와 자기보고식 평가도구의 최종 하위요인과 문항을 선정한 후, 하위요인별 평균을 산출하였다. 학생들의 사회․정서 역량을 측정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시나리오 기반 펑가의 활용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하여, 시나리오 기반 평가 점수와 자기보고식 평가 점수를 비교하였다. 구체적으로, 시나리오 기반 평가와 자기보고식 평가의 점수가 서로 관련이 있을 것으로 가정하였고, 타인에 대한 관대함의 감정적 요인을 나타내는 ‘화가 난다’ 유형의 두 검사 점수의 상관이 인지적 요인을 나타내는 ‘어쩔 수 없었다’ 유형의 상관보다 더 높을 것으로 가정하였고, 상관계수를 산출해 확인하였다. 또한 시나리오 기반 평가의 하위요인별 점수를 비교하여, 상황에 따라서 점수가 달라지는지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학교급, 성별에 따라서 시나리오 기반 평가의 결과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지 탐색하였다.
IV. 연구결과
시나리오 기반 평가도구에 대하여 탐색적 요인분석을 실시한 결과, <표 6>에 제시된 것처럼, ‘어쩔 수 없었다’와 ‘화가 난다’의 두 가지 요인이 추출되었고, 각 요인별로 12개 문항이 가정한 대로 해당 요인을 측정하는 문항으로 나타났다. ‘어쩔 수 없었다’ 문항의 요인부하량을 보면 0.359~0.712의 범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고, ‘화가 난다’ 문항의 요인부하량은 0.482~0.634의 범위를 갖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두 요인의 누적분산은 57.43%이었고, 12개 문항으로 구성된 두 요인의 신뢰도는 각각 0.836, 0.843으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화가 난다’와 ‘어쩔 수 없었다’의 대응방식에 따른 두 가지 요인을 확인한 후, 각각의 요인 안에서 상황이 초래된 원인에 따라서 (1) 주의부족, (2) 능력부족, (3) 조건차이, (4) 선호차이의 네 가지 요인으로 구분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화가 난다’와 ‘어쩔 수 없었다’ 척도 각각에 대하여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우선 ‘화가 난다’에 포함된 12개 문항에 대하여 4개의 요인을 가정하여 탐색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표 7>에 제시된 것처럼, 다른 세 유형과는 달리, (4) 선호차이의 경우 첫 번째, 두 번째 문항은 첫 번째 요인을, 마지막 문항은 두 번째 요인을 측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분 | 문항코드 | 요인1 | 요인2 | 요인3 | 요인4 | |
---|---|---|---|---|---|---|
화가 난다 | 주의 | Q07101 | 0.623 | |||
Q09101 | 0.815 | |||||
Q11101 | 0.611 | |||||
능력 | Q07201 | 0.545 | ||||
Q09201 | 0.773 | |||||
Q11201 | 0.604 | |||||
조건 | Q07301 | 0.501 | ||||
Q09301 | 0.727 | |||||
Q11301 | 0.554 | |||||
선호 | Q07401 | 0.730 | ||||
Q09401 | 0.471 | |||||
Q11401 | 0.325 |
따라서, (4) 선호차이에 포함된 문항이 (3) 조건차이에 포함된 문항과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4) 선호차이의 세 문항을 삭제하고 9개 문항에 대하여 3개의 요인을 가정한 탐색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표 8>에 제시된 것처럼, 가정한 대로 (1) 주의부족, (2) 능력부족, (3) 조건차이의 세 가지 요인이 추출되었다. (3) 조건차이에 포함된 문항의 요인부하량은 0.474~0.758의 값을 갖고, (2) 능력부족은 0.650~0.700, (1) 주의부족은 0.596~0.850의 값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문항으로 구성된 각각의 요인의 신뢰도는 0.772, 0.733, 0.843으로 모두 양호한 수준이었다.
탐색적 요인분석을 통해 추출한 요인구조를 확인하기 위하여 확인적 요인분석을 실시한 결과, RMSEA가 0.055, CFI와 TLI가 각각 0.972, 0.958로 측정모형의 적합도가 양호한 수준이었다(<표 9> 참고).
‘화가 난다’와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었다’ 문항에 대하여 상황의 유형에 따라서 (1) 주의부족, (2) 능력부족, (3) 조건차이, (4) 선호차이의 네 가지 요인으로 구분되는지 파악하기 위하여 탐색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표 10>에 제시된 결과를 보면, (1) 주의부족만 가정한 대로 요인이 추출되었고, (2) 능력부족의 경우에는 세 문항이 모두 세 번째 요인으로 묶였지만, 마지막 문항의 첫 번째 요인에 대한 요인부하량 역시 0.3 이상이었다. (3) 조건차이와 (4) 선호차이의 문항은 모두 네 번째 요인을 측정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4) 선호차이의 마지막 문항은 세 번째 요인에 대한 요인부하량이 0.3 이상의 값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화가 난다’에서와 마찬가지로 (4) 선호차이의 세 문항을 삭제하고 9개 문항에 대하여 3개의 요인을 가정한 탐색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표 11>에 제시된 것처럼, ‘어쩔 수 없었다’ 척도에서도 가정한 대로 (3) 조건차이, (2) 능력부족, (1) 주의부족의 세 가지 요인이 추출되었다. (3) 조건차이에 포함된 문항의 요인부하량은 0.360~0.679의 값을 갖고, (2) 능력부족은 0.556~0.726, (1) 주의부족은 0.634~0.663의 값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3) 조건차이, (2) 능력부족의 신뢰도는 0.740, 0.700으로 0.7 이상의 신뢰도를 갖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1) 주의부족의 신뢰도는 0.612로 다른 두 하위 영역에 비해서 약간 낮은 수준이었지만, 3개 문항으로 구성된 척도이기 때문에 0.6 이상의 기준을 적용하여 신뢰도가 양호하다고 판단하였다.
탐색적 요인분석을 통해 추출한 요인구조를 확인하기 위하여 확인적 요인분석을 실시한 결과, RMSEA가 0.074, CFI와 TLI가 각각 0.942, 0.913으로 측정모형의 적합도가 양호한 수준이었다(<표 12> 참고).
이상의 시나리오 기반 검사 도구에 대한 요인분석 결과를 종합해보면, 본 연구에서 개발한 타인에 대한 관대함을 평가하는 검사도구는 대응방식에 따라서 감정적 측면을 나타내는 ‘화가 난다’와 인지적 측면을 나타내는 ‘어쩔 수 없었다’의 두 차원으로 구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각각의 차원에 대하여 (1) 주의부족, (2) 능력부족, (3) 조건차이의 세 가지 상황으로 구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1) 주의부족, (2) 능력부족, (3) 조건차이의 세 가지 상황 유형 각각에 대하여 3개의 에피소드를 포함하고, 각각의 에피소드별로 ‘화가 난다’, ‘어쩔 수 없었다’에 해당하는 문항을 포함하는 총 18개 문항(=3*3*2)으로 구성된 평가도구를 최종안으로 제시하였다.
시나리오 기반 평가도구와 유사하게 자기보고식 평가도구에서도 원인과 반응 유형에 따른 요인구조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시나리오 기반 평가도구에서 네 가지 원인 유형 중 (4) 선호차이에 대한 문항을 포함하지 않았으므로, 자기보고식 평가도구에서도 해당 문항을 제외한 6개 문항을 대상으로, ‘화가 난다’와 ‘노력하면 피할 수 있다’의 두 가지 차원이 구분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탐색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표 13>에 제시된 바와 같이, 가정한 바와 같이 두 요인이 추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력하면 피할 수 있다’ 와 ‘화가 난다’ 문항의 요인부하량은 각각 0.394~0.850, 0.360~0.779의 값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2개 요인의 요인분산 누적은 64.21%였다. ‘노력하면 피할 수 있다’ 척도의 신뢰도는 0.649, ‘화가 난다’의 신뢰도는 0.571로, ‘화가 난다’ 척도의 신뢰도가 기준 0.6에 비해 다소 낮은 수준13)이었다.
구분 | 문항코드 | 요인1 | 요인2 | |
---|---|---|---|---|
노력하면 피할 수 있다 | 주의 | Q1405 | 0.850 | |
능력 | Q1402 | 0.394 | ||
조건 | Q1411 | 0.428 | ||
화가 난다 | 주의 | Q1401 | 0.773 | |
능력 | Q1410 | 0.779 | ||
조건 | Q1407 | 0.360 | ||
요인분산 요인분산 누적% | 1.290 53.72 | 1.54 64.21 | ||
문항 수 신뢰도 | 3 0.649 | 3 0.571 |
탐색적 요인분석을 통해 추출한 요인구조를 가정하고 확인적 요인분석을 실시한 결과, RMSEA가 0.105로 설정한 기준 값보다 약간 컸고, CFI는 0.9 이상으로 양호한 수준이었지만 TLI는 0.825로 측정모형의 적합도가 양호하다고 볼 수 없었다. 그러나 RMSEA나 TLI 값이 기준으로 설정한 값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고, 총 6개의 적은 숫자의 문항으로 구성된 척도라는 점을 감안하여, 본 연구의 시나리오 기반 평가의 타당도 검증에는 본 검사를 활용하였다. 그러나 동일한 목적의 자기보고식 평가도구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문항을 추가하는 한편, 요인부하량이 상대적으로 낮게 추정된 문항을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
시나리오 기반 평가 결과 전체 문항 평균과 ‘화가 난다’와 ‘어쩔 수 없었다’ 각각의 반응 유형에 따른 평균 점수를 산출하고, 자기보고식 평가에서도 전체 평균과 ‘화가 난다’, ‘노력하면 피할 수 있다’의 평균을 산출하여, 각각의 상관계수를 비교하였다. <표 15>에 제시된 결과를 보면, 시나리오 기반 평가에서 산출된 전체 평균 점수와 자기보고식 검사에서 산출된 평균 점수의 상관계수는 0.423으로 유의수준 0.01 기준에서 유의미하였다. 또한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사고와 같은 인지적 작용에 비해 화를 포함한 감정이 상대적으로 즉각적이기 때문에, 전자에 비해 후자에 관한 문항 응답에서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의 개입의 여지가 낮을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논리에 근거하여, 시나리오 기반과 자기보고식 평가 결과 간의 ‘화가 난다’에서의 상관계수가 ‘어쩔 수 없었다’와 ‘노력하면 피할 수 있다’의 상관계수보다 더 클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기대와 일관되게, 전자의 경우 상관계수가 0.526으로 후자의 상관계수 0.147보다 유의미하게 큰 것(p < 0.01)으로 나타났다.
시나리오 기반 검사 도구의 상황 유형별 평균 점수를 산출하였다. 평균을 산출함에 있어서 ‘화가 난다’ 의 문항은 역채점을 하였고, 따라서 ‘화가 난다’에서의 점수가 높을수록, 타인에 대한 관대함의 수준이 더 높은 것을 의미한다. ‘어쩔 수 없었다’는 원점수 그대로 평균을 산출하였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점수가 높을수록 타인에 대한 관대함의 수준이 더 높은 것을 의미한다.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화가 난다’ 문항 유형의 (1) 주의부족, (2) 능력부족, (3) 조건차이의 평균이 각각 2.143, 3.017, 2.618로 예상한 대로 (2) 능력부족의 평균이 가장 크고, (1) 주의부족의 평균이 가장 작은 값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학생들이 (2) 능력부족의 상황에서 가장 화가 나지 않는다고 응답한 반면, (1) 주의부족의 상황에서는 가장 화가 난다고 응답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쩔 수 없었다’에서도 마찬가지로 세 가지 유형에 대한 평균이 각각 2.311, 2.948, 2.558로, (2) 능력부족의 평균이 가장 크고, (1) 주의부족의 평균이 가장 작은 값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학생들이 능력부족에 비해서 주의부족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 연구에서 가정한 바와 일치하는 결과이다.
시나리오 기반 평가도구의 구인 타당도 검증을 위해 발달적·성별 차이가 이론적 기대에 부합하는가를 살펴보았다.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인간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확장된다. 인간의 주의, 능력 등과 같이 행동을 설명하는 주요 심리적 특성 대한 개념의 변화가 발생하며, 경험의 축적으로 인해 각 심리적 측면의 통제 가능성에 대한 견해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에는 능력이 노력으로 통제 가능하다고 믿지만, 성장과정에서 다양한 사람을 경험하게 되면, 능력과 노력의 관계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장은주, 2016). 한편, 성별 간 사회적 기대의 차이가 존재하며, 이것이 경험의 성차를 야기하고, 결과적으로 인간 행동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성차가 발생할 수 있다(한소영, 이민규, 신희천, 2005).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행동에 있어서 보다 높은 수준의 주의가 요구되며(예, 여자가 조신하지 못하게), 이것이 여성에게 타인에 대한 행동에 있어서 보다 높은 수준의 주의를 요구하도록 할 개연성이 존재한다.
본 연구를 통해 개발한 평가 도구가 이와 같은 이론적 기대에 부합하는가를 확인하기 위하여, 학교급과 성별에 따른 차이를 살펴보았다. 우선, 학교급에 따른 차이를 검증하기 위하여, 초등학생(6학년)을 참조집단으로 하여 중학생과 고등학생과의 차이 추정을 위한 통계적 검증을 실시하였다([그림 2] 참고). (1) 주의부족 상황의 ‘화가 난다’의 경우, 초등학생에 비해서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평균 점수가 더 낮았고, 초등학생과 중학생 간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 마찬가지로 (1) 주의부족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의 경우에도, 초등학생에 비해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점수가 더 낮은 경향이 나타났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즉, (1) 주의부족 상황에 대해서는 초등학생에 비해 중학생의 이해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2) 능력부족과 (3) 조건차이에서는 초등학생에 비해서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평균 점수가 더 높았고, ‘화가 난다’ 문항 유형의 ‘조건 차이’에서는 두 집단 간의 차이가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 또한, ‘어쩔 수 없었다’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는데, (2) 능력부족과 (3) 조건차이에서 모두 초등학생에 비해 고등학생의 타인에 대한 관대함 수준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하자면, (1) 주의부족에서는 초등학생의 평균 점수가 가장 높고, 중·고등학생 간에는 차이가 없었고, (2) 능력부족과 (3) 조건차이의 경우에는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평균이 높아지는 경향성이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차이를 보면, 모든 영역에서 남학생의 평균 점수가 여학생에 비해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화가 난다’에서는 모든 상황 유형에서, ‘어쩔 수 없었다’에서는 (1) 주의부족의 상황에서 남학생과 여학생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그림 3] 참조).
V. 요약 및 논의
본 연구에서는 사회·정서 역량의 기초라고 볼 수 있는 타인에 대한 관대함의 개인차를 측정하기 위한 시나리오 기반 평가 방안을 모색하였다. 타인에 대한 관대함은 자신에게 손해를 입히는 타인의 행동에 대해 긍정적인 가정을 가지고, 화의 감정이 발생하지 않는 정도로 정의된다. 이와 같은 개념에 따라, 다양한 원인에 의해 ‘친구A’가 ‘나’에게 손해를 입히는 구체적인 상황과 해당 상황에서의 인지적·정서적 반응을 관찰하기 위한 문항들로 구성된 시나리오 기반 평가도구를 개발하였다. 탐색적·확인적 요인분석 결과 최종적으로 상황이 초래된 원인을 나타내는 (1) 주의부족, (2) 능력부족, (3) 조건차이의 세 하위영역의 총 9개의 시나리오(각 영역별 3개)와 각 시나리오에 대한 인지적·정서적 반응을 수집할 수 있는 두 유형의 문항(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화가 난다)(총 18개)으로 구성된 평가도구의 활용 가능성을 제안하였다.
시나리오 기반 평가도구는 동일한 구인의 일반적 자기보고식 평가도구와 양호한 상관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지적 판단보다는 정서적 반응과 관련된 문항 응답 간의 상관이 높았다. 이는 타당도의 관점에서 시나리오 기반 평가 뿐 만 아니라 자기보고식 평가에서도 정서적 반응에 관한 문항의 적극적 활용을 검토해 볼 필요성을 시사한다. 한편, 이론적 기대와 같이, 학생들이 통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것으로 예상했던, 주의부족 상황에서 친구의 행동에 대한 관대함의 수준이 가장 낮고, 상대적으로 통제 가능성이 낮다고 가정할 것으로 예상했던 능력부족 상황에서의 관대함 수준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조건차이 문항에 대해서는 중간 수준의 관대함을 보였는데, 이러한 차이는 인지적 사고와 정서적 반응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또한 학교급에 따라 행동의 원인에 따라 서로 다른 수준의 관대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의부족에 대한 관대함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 반면, 능력부족 또는 조건차이에 의한 행동에 대한 관대함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주의와는 달리, 능력과 조건의 개인적 통제의 어려움(예,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결과로 해석된다. 이러한 결과는 학생들의 타인의 행동에 대한 관대함은 단편적인 것이 아닌, 여러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할 복잡한 성질의 것이며, 그 측면은 행동의 원인에 대한 학생들 개인이 가진 나름의 이론(예, 주의는 개인의 노력으로 통제 가능하다)에 근거한 것임을 시사한다. 타인에 대한 관대함은 ‘나는 친구들에게 관대하다’, ‘나는 친구의 마음을 잘 안다’와 같은 단편적이고 추상적인 문항으로 온전히 측정되기 어려운 성질의 것이다. 타인에 대한 관대함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심화됨에 따라 행동의 원인에 따라 서로 다른 궤적을 그리며 발달하는 다면적 성질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학생에 비해 남학생의 타인에 대한 관대함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상황과 문항의 유형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으며, 특히 주의부족 상황 및 정서적 반응에서 성별 차이가 눈에 띄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결과는 기존 자기보고식 조사의 결과와 상반된다. 선행연구는 일관되게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공감 능력이 높다고 보고하고 있다(김성일, 1998; 김용희, 2007; 황수영, 윤미선, 2019). 학교급과 무관하게 심미적 감성 역량과 공동체 역량 등도 여학생이 높게 나타난다(길혜지 외, 2017; 권희경 외, 2018; 2019; 2020). 그러나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남자에 비해 여자에게 높은 수준의 행동적 제약을 부과하고, 이에 상대적으로 여학생이 타인의 행동에 비해서도 엄격할 개연성이 존재하며,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 결과는 이론적 기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성별 간 사회·정서 역량의 차이의 양상과 그 원인(예, 역량 특성, 조사 방법)을 밝히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가 요구된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타인에 대한 관대함, 나아가 사회·정서 역량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평가도구 개선에 관한 시사점을 도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 결과는 추상적 언어로 구성된 진술문을 활용하는 자기보고 방식 대신에,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해당 상황에서의 다양한 반응 정보를 수집하는 시나리오 기반 평가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성과 동시에 그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한다. 특히, 가치, 태도, 정서 등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나리오 기반 도구 개발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조사도구의 하위 영역을 구성함에 있어서, 기존의 영역 중심 방식(예, 협동성, 준법성) 보다는 행동의 원인(예, 주의, 능력) 중심 방식을 도입한다면, 심리적 특성에 대한 다각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검사 도구 개발에 앞서, 측정 구인을 둘러싼 심리적 기제와 영향요인에 대한 이론적·경험적 탐색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문항의 구성에 있어서 그 추상성 때문에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높은 인지적 특성에 해당하는 용어(예, 이해, 해석)보다, 비교적 단순하고 의미가 분명한 감정을 표현하는 용어(예, 화, 반가움)를 활용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한편, 반성적 특성을 갖는 사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반사적이고 즉각적인 감정적 반응에 관한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정보를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론적으로 예상하였던 요인의 구조와 수집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이의 차이로 인해서 특정 상황 유형과 특정 유형의 문항을 최종 평가도구에 포함하지 못했고, 그 결과 하위 영역 별 문항의 숫자가 감소하여 일부 영역에서는 낮은 신뢰도가 보고된 것은 본 연구의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하위 영역의 결정에 있어서 이론적 설명 더불어 그에 대한 경험적 근거(예, 선호 차이의 포함 여부)의 보완이 요구된다. 그러나 본 연구를 통해 개발한 ‘타인에 대한 관대함’의 측정 도구는 학생들의 사회·정서 역량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시나리오 기반 평가도구의 개발 및 활용의 가능성과 더불어 필요성(예, 성별 차이의 검증)을 제시하였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가 향후 사회·정서 역량 평가 방안 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