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최근 세계 각국은 다변하는 사회를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학교교육에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준비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 교육 체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교육적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우리나라도 미래를 살아갈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자 평가 혁신을 통한 학교교육을 개선하는 방향을 설정하였다(국정기획자문위원회, 2017). 그 일환으로 평가 관련 정책들이 연속적으로 시행되었는데 과정중심평가(교육부·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7), 수업과 연계한 수행평가 확대(교육부, 2018), 서·논술형 평가 확대(부산시교육청, 2019; 서울시교육청, 2019) 등이 그것이다. 특히 서·논술형 평가와 관련하여 교육부는 교사를 위한 원격 연수 자료를 개발·보급하였고(교육부, 2018; 서울시교육청, 2018), 서울시와 부산시교육청에서는 중학교에서 객관식 시험을 폐지하고 서·논술형 평가를 한 과목 이상에서 전면 시행하는(부산시교육청, 2019; 서울시교육청, 2019) 등 교육청 단위의 정책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서·논술형 평가를 강조 하는 흐름은 다른 시·도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서·논술형 평가의 강조에는 학교교육이 학생 스스로 탐구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근본 취지가 있다. 이는 학생들이 장차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최근의 역량 중심 교육의 강조와 맞물려 있으며 교육에서의 이러한 강조는 교육에서 가르쳐야 하는 내용과 기술의 변화 뿐 아니라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적 변화 요구와 맞닿아 있다. 서·논술형 평가가 활성화되고 이 평가가 가진 본래의 취지와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그 개념과 의미가 명확히 정의되고 전달될 필요가 있다. 이에 김경희(2020)는 서·논술형 평가에 대하여 정책적, 평가학적 관점에서 그 의미를 정의하였다. 그에 따르면, ‘서·논술형 평가’라는 용어는 6차 교육과정 문서에 기존의 선다형 지필 평가 중심의 평가 관행에 대한 대안의 의미를 가진 ‘서술형 주관식 평가’라는 용어로 학교교육에 등장하였다. 이후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서술형이나 논술형 평가’로 약간의 변화된 용어로 사용되어, 2015 개정 교육과정까지 단위학교에서 선택형 문항 위주의 지필평가 대안으로 지속적으로 활용이 권장되고 있다. 특히 역량의 습득과 활용 능력에 초점을 맞춘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모든 학생이 교육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학습의 결과뿐 아니라 학습하는 과정을 평가하는 과정중심평가를 강조하였고 이러한 방향 또한 단위학교에서 서·논술형 평가를 강조하고 확대 적용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되었다. 교육과정 문서 이외에 학생평가 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에서도 서·논술형 평가를 강조하는 흐름은 확산되었다. 1999년 수행평가 정책 도입은 학교교육에서 서술형, 논술형 평가가 학생평가의 중요한 방법론으로 부각되는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 또한, 2011년에 수립된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교육과학기술부, 2011)」은 성취기준에 도달하였는지를 확인하는 절대평가, 서술형 평가, 수행평가, 과정지향적 형성평가, 단위학교별 평가 등 학교교육에서의 학생평가 방향을 제시하였고 이러한 방향은 서술형, 논술형 평가의 시행과 확대의 정책적 근거가 되었다. 최근의 학생평가 정책에서 교육평가는 학습결과에 대한 평가(assessment of learning)에서 ‘학습을 위한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 ‘학습으로서의 평가(assessment as learning)’로 그 방향이 전환되었고 학생의 학습 특성을 진단하고 그 결과를 피드백 함으로써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본유의 기능을 더욱 강조하게 된다. 서·논술형 평가는 이러한 평가 본유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는 학생평가 방법이기 때문에 단위학교 학생평가에서 서·논술형 평가의 역할과 비중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서·논술형 평가는 평가자가 서술형이나 논술형 문항을 활용하여 학생이 구성 또는 서술한 내용에 대한 전문적이고 평가적인 판단을 내리는 방식을 총칭한다(김경희, 2020). 서·논술형 문항은, 학생들이 다양한 사고력과 기술을 활용하여 답안을 구성하게 되고 답안을 구성하는 과정과 답안에서 드러난 사고력이나 기술에 대해 교사가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고차적인 사고력, 다양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을 평가할 수 있다. 즉, 서·논술형 평가 문항은 고차적 기술과 능력의 통합·활용에 대한 복합적 능력을 측정하는데 유용하고(Downing, 2006), 심층이해와 복합적 정보 활용 능력을 측정하는데 유용하다(McMillan, 2014). 이러한 장점으로 서·논술형 평가 문항은 수행평가에서 편리하고 적합한 방법의 하나로 쓰여 왔고 과정중심평가 정책에서도 중요한 방법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서·논술형 평가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박혜영 외(2019)에 의하면 교사들은 서·논술형 평가에 대한 개념적 혼란, 문항 개발과 시행, 그리고 채점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특히 서·논술형 평가 채점 실시 후 그 결과에 근거하여 학생에게 상세한 피드백을 제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논술형 평가가 단위학교에서 제대로 정착하고 폭넒게 활용되려면 서·논술형 평가가 평가의 본유의 기능에 보다 충실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안내되어야 할 것이다. 서·논술형 평가는 현재 단위학교의 학생평가 체제로 구성된 수행평가와 지필평가 모두에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기반으로 서·논술형 평가 문항과 채점기준을 타당하게 개발하고 이를 시행하여 적극 활용해야 하며 평가 결과에 따른 적절한 피드백을 학생들에게 제공하여 학생의 학습 향상과 성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채점기준에는 학생들에게 평가하려는 요소와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채점기준에 근거하여 학생들에게 평가 결과를 피드백하게 되면 문제 풀이 과정에서 드러난 학생들의 강점과 약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단위학교에서 적용할 수 있는 서·논술형 평가 과제와 채점기준을 개발하고 이를 단위학교에 적용하여 평가 결과를 통해 피드백 계획, 제공, 교수학습 및 평가에 그 결과가 환류 되는 일련의 평가 과정을 탐색하고자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서·논술형 평가 결과의 교수학습 개선 환류 효과를 제고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이를 위해 이 연구에서는 첫째, 서·논술형 평가 과정을 조율할 수 있는 지침을 개발하여 이 지침에 근거하여 서·논술형 평가 계획 수립, 서·논술형 평가 과제, 채점기준 개발, 결과 피드백 등 서·논술형 평가 과정을 제시할 것이다. 여기에는 평가 계획 단계부터 학생들에게 제공할 피드백 계획을 미리 구체적으로 세우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과 결과를 예시자료를 통해 제시하는 것까지 포함하여 피드백 효과를 제고할 수 있는 학교단위 학생평가의 실행 가능성을 탐색한다. 둘째, 서·논술형 평가 결과 피드백 활용 사례를 통해 학교 현장에서 인지적, 정서적인 측면에서 실효성 있는 피드백 전략을 세워 활용할 수 있도록 피드백 환류 효과 제고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셋째, 더불어 단위학교에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학교교육 환경 개선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II. 피드백 효과 제고를 위한 서·논술형 평가 계획과 적용
이 장에서는 서술형과 논술형 평가의 개념을 논의하고 이러한 개념을 토대로 교수와 학습의 개선이라는 평가의 본유적 기능에 충실한 서·논술형 평가가 단위학교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실제적인 방안을 다룬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근거하여 개발된 서·논술형 평가 도구를 단위학교 수업에 적용하여 산출된 평가 결과를 학생의 학습 개선을 위해, 그리고 교사의 교수 개선을 위해 피드백 하는 과정을 예시한다.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과정에서 평가도구를 개발하고 평가 결과를 피드백 하는 일련의 절차를 조율하고 안내할 평가 지침을 서·논술형 평가 계획 수립과 도구 개발, 평가 결과 피드백 제공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제시하였다.
서·논술형 평가는 서울시교육청(2005)의 학업성적관리지침에서 서술형과 논술형을 묶어 ‘서·논술형’으로 제시한 것을 계기로 하나의 문항 유형인 것처럼 교육 분야에서 쓰여왔다. 교육과정 문서에서 보았듯이 서·논술형 평가는 전통적으로 주류를 이루어 온 선택형 문항 중심의 지필평가 방법에 대한 일종의 대안적인 방법으로 강조되었기 때문에 학문적인 분류에서 발생한 평가 유형이라 하기는 어렵다(김경희, 2020). 문항 유형에 대한 평가학적 분류에 의하면, 서술형과 논술형 문항은 진위형, 선다형, 연결형 등의 선택형 문항과는 구분되는 서답형 문항에 속한다. 서답형 문항은 크게 단답형, 완성형, 논술형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러한 문항 유형학에서는 서술형 문항을 별도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관습적으로 서술형 문항을 논술형의 하위 유형이나 단답형의 하위 유형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학교 현장에서도 이 두 문항 유형을 혼용하여 쓰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이 두 유형을 엄격하게 분류할 수 있는 별도의 학문적인 기준은 없다. 물론 기존 문서나 교육평가 관련 문헌에서는 학생 응답의 길이에 의해 두 유형을 구분하는 경향도 있다고 보고되고 있는데(박혜영 외, 2019), 이 경우도 단답형과 논술형의 중간 형태로 분류하는 것으로 이 또한 문항 유형학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
서술형과 논술형 평가는 학생들이 답을 직접 구성한다는 점, 분석력,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창의력 등의 고차사고력을 측정하는 문항 유형에 의한 평가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응답의 길이, 응답 양식의 제한성, 평가하려는 행동 특성 측면에서 두 유형은 차이가 있다(박혜영 외, 2019). 즉, 서술형이 보다 제한적이고 논술형이 상대적으로 긴 응답 길이(문단 이상의 한 편의 글)를 요구한다는 점, 그리고 논술형이 서술형에 비해 고차적 사고 중에서도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하면 분석력,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창의력 등의 고차적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점에서 두 유형은 공통적이나 논술형은 다양한 정보나 지식을 조직, 통합, 종합하는 능력을 측정한다는 측면에서 서술형에 비해 보다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능력을 측정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점에 근거할 때 서술형 문항과 논술형 문항은 구분되기 때문에 측정해야 할 내용과 대상을 정한 후 보다 적절한 유형을 선택하는 것이 타당하다. 김경희(2020)는 이러한 서술형, 논술형 문항에 대한 학문적 구분의 어려움에 대하여 논의하고 이를 종합하여 두 유형의 특성과 세부 유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 출처: 김경희(2020), 박혜영 외(2019)에서 재구성
서·논술형 평가 도구는 공통적으로 학생의 응답을 요구하는 질문(또는 문두prompt)과 그 응답의 질을 판단하는 채점기준(rubrics)으로 구성된다. 서·논술형 평가 도구의 타당성을 높이려면 질문과 채점기준이 학생의 동일 행동 특성을 측정하도록 개발되어야 한다. 즉, 분석력,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등 질문과 채점기준이 의도된 능력을 동일하게 측정할 수 있도록 명료하게 구조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질문이나 문두를 문항으로 보기도 하나 자료 제시형 문항과 같이 학생에게 문항 풀이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유형에서는 서·논술형 문항은 질문, 자료, 채점기준으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지만, 실제적으로 질문이나 문두로 구체화하지 않고 문항으로 통칭하여도 큰 혼란을 주지는 않는다. 서·논술형 문항이 수행평가로 활용될 때에는 문항보다는 과제(task)로 불리는 것이 적절하다. 문항과 과제는 학생의 응답을 지시하고 자료와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그 기능은 동일하지만 짧은 시간에 응답을 작성하는 문항에 비해 과제는 장시간의 수행을 요구하며 문항으로 측정하기에 한계가 있는 복잡한 능력이나 수행과정을 측정할 수 있다(김경희, 2020)는 점에서 문항과 과제는 차별성을 가진다. 이러한 측면에서 서·논술형 평가를 단위학교의 학생평가의 형태인 수행평가, 과정중심평가, 지필평가 모두에서 활용하려면 문항 보다는 과제로 통칭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서·논술형 문항은 다른 문항 유형에 비해 고등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질문이나 문두는 학생의 이러한 능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기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측정하려는 능력, 사고력, 기능 등의 행동 특성이 정해지면 학생들이 이러한 능력을 활용해서 답안을 구성할 수 있도록 질문이나 문두를 구성해야 한다. 또한 명확한 채점기준의 개발은 서·논술형 평가의 신뢰성 확보뿐 아니라 문항과의 연관성 유지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채점기준은 학생 응답 결과의 질에 따라 수준을 분류하고 점수를 부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서·논술형 평가에서 학생 응답에 대한 채점 결과를 학생들에게 송환할 때에는 채점기준과 연결하면 학습 개선을 위해 유용하고 효과적이기 때문에 질문과 구조적으로 연결된 명료한 채점기준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논술형 평가 지침은 평가 절차를 따라 일선 교사들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절차와 단계, 원칙들을 중심으로 개발되었다. 평가 지침은 서·논술형 평가의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수업과의 연계를 강화한 6단계의 평가 절차를 수립한 후, 각 절차에서 필요한 활동을 잘 안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문장의 형태로 기술하였다. 1차로 개발된 48개의 지침은 문헌 연구, 현장 교사와 관련 전문가들과의 협의회와 검토를 통해 수정·보완 과정을 거쳐 최종 69개로 완성하였다([그림 1] 참조).
단위학교 적용을 위한 서·논술형 평가 절차는 학생평가의 전체 과정과 교사의 평가 활동을 고려하여 평가 계획 수립, 평가도구 개발, 평가 시행 및 채점, 결과 처리, 피드백 제공, 평가 과정에 대한 교사 자체 평가의 6단계로 설정하였다. 평가 계획을 세울 때에는 측정해야 할 학습 목표를 구체화하고 이를 근거로 평가 문항이나 과제와 채점기준을 개발하며, 평가를 시행하고 채점해서 결과를 처리하고 그러한 결과에 터하여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제공한다. 평가 절차의 마지막 단계로 교사 스스로 자신의 평가활동을 평가할 수 있는 자체 평가를 둔 것은 교사 스스로 자신의 평가 활동을 점검하고 반성적으로 사고하여 이후 평가 활동에 개선점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69개의 서·논술형 평가 최종 지침 중 이 연구에서는 학교교육에서 서·논술형 평가 활용에 있어 가장 기초적이며 짧은 논문에 제시되는 예시를 통해 잘 드러날 수 있는 서·논술형 평가 과정 및 단계에 따른 평가 계획 수립(<표 2>), 평가도구 개발(<표 3>), 피드백 제공(<표 4>)의 세 단계에서 필요한 지침만을 보완하여 제시한다.
* 출처: 박혜영 외(2019)에서 재구성
* 출처: 박혜영 외(2019)에서 재구성
* 출처: 박혜영 외(2019)에서 재구성
서·논술형 평가 계획 수립을 위한 지침에서는 평가 계획표의 역할과 그에 담겨야 할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서·논술형 평가 도구 개발을 위한 지침에서는 과제와 채점기준을 개발할 때 고려해야 할 내용을 다루고 있다.
서·논술형 평가 과제와 채점기준 개발 지침을 위한 지침은 문항(과제), 채점기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교사 간 협의 과정과 평가 과제와 채점기준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공지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아래는 평가 결과를 학습과 교수 개선을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피드백 하는 단계에서의 지침이다.
학생들에게 평가 결과의 피드백은 적시에 상세히 제공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피드백은 학습의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하게 할 것이며 학습 동기를 고취시킬 것이다. 또한 교사에게는 학생들의 평가 결과를 종합하여 교수법을 개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Huba & Freed, 2000; Steven & Levi, 2013).
앞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박혜영 외(2019)의 단위학교 서·논술형 평가 활용 실태 조사 결과에 의하면, 교사들은 서·논술형 평가에 대한 개념적 혼란, 문항 개발과 시행, 채점의 어려움뿐 아니라 서·논술형 평가 채점 실시 후 그 결과에 근거하여 학생에게 상세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학생의 다음 수행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나 여러 현실적 제약들로 인해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피드백 제공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p.87). 동일 조사에 의하면, 교사들은 학생이 작성한 답안별로 효과적이고 다양한 피드백을 제공하려면 그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데 피드백 관련 지식이 부족하거나 인지적, 정서적 측면에서 학생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선별하여 사용하는 것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고 인식하였다. 이는 서·논술형 평가를 통해 얻게 되는 학생에 대한 다양한 학습 정보를 활용하기 어려운 이유로 작용할 수 있다. 교사들은 서·논술형 평가 문항과 채점기준(표) 개발 전문성 신장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서·논술형 평가 결과를 분석하고 학생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한 훈련이나 피드백 기록지를 마련하여 활용하는 방법 등과 같이 구체적인 피드백 활용 방안에 대한 전문성 신장 지원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하였다(pp.91-93). 이러한 의견들은 평가 결과를 통해 학생에게 주어지는 피드백 활용에 대한 교사의 이해를 높이고 피드백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함으로써 학생의 역량 증진은 물론이고 교사의 교수활동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평가 결과에 의해 산출되는 다양한 정보는 교육 목표의 수정이나 교수학습의 개선, 추후 교수학습 계획 등 단위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교육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자료이다. 피드백은 학습자의 학습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적절성과 효과성에 대한 정보이고(Hattie & Timperley, 2007), 적절한 수행을 강화시키고 수행에 대한 진단과 수정을 위해 정보적이고 교정적인 역할을 하며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을 통해 교수학습 전반을 변화시키기도 한다(지은림, 2009). 또한 피드백은 학생의 사고나 행동의 수정을 목표로 교사와 학생이 소통하는 정보(Shute, 2008)로서 현재 학습 수행에 대한 점검과 다음 수행에 대한 안내인 비계(scaffolding)의 역할을 한다(이빛나, 손원숙, 2018). 피드백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수행이 아닌 학습자 자체의 가치를 판단하거나 비지지적인 태도를 드러내 학습동기를 저해하지 않아야 하며(Shute, 2008) 다음 수행을 위한 촉진적 역할을 위해서는 설명, 암시 충고와 같은 높은 수준의 복잡성을 포함한 구체적이고 정교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Goodman, Wood, & Hendrickx, 2004). 피드백의 복잡성과 관련하여, 설명적 피드백은 응답이 맞고 틀린 이유를 설명하여 오류를 직접 교정해주는 것을 말하며, 암시와 충고에 관한 피드백은 관련 정보를 간접적으로 제공하여 학생이 스스로 오류를 수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Schimmel, 1988). 피드백은 문항(과제)에 따라 제공 시기가 다를 수 있는데 개념 형성 과제나 학습의 전이를 위해서는 약간 지연된 시점에, 단기적이고 절차적 기술 습득 과제를 위해서는 평가 즉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Corbett & Anderson, 2001). 서·논술형 평가는 학생이 알고 있는 지식이나 지식의 활용, 자신의 생각과 의견 등에 대한 기술을 요구한다. 이때 피드백은 학생의 수행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정보를 전달하는 교정적 피드백이 효과적이며 이를 통해 의사소통, 언어 사용, 표현, 과제 풀이 과정에 대한 설명 능력 등이 동시에 향상될 수 있다(장소진, 2002).
서·논술형 평가에서 보다 효과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문항 개발 시부터 채점기준을 상세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앞서 제시된 평가 지침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서·논술형 평가에서 학생 응답에 대한 피드백은 채점기준에 근거하여 학생에게 제공할 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평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문항에서 묻고자 하는 것을 학생의 수행에서 얼마나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가를 판단할 준거, 즉 채점기준을 설정해야 하며 이렇게 설정된 채점기준은 학생 수행에 대한 피드백의 근거가 된다.
평가 지침에 제시되었듯이 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에게 제공하는 피드백이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피드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여러 유형의 피드백 중에서 이 연구에서는 목표 참조(goal-related) 피드백과 자기 참조(self-related) 피드백을 활용하였다. 목표 참조 피드백은 학생의 학습 목표 성취 과정과 정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말하고 자기 참조 피드백은 학생의 이전 수행과 비교하여 현재 수행에서 자신의 향상 정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그 기준이 수업에서 다룬 성취기준 또는 학생 자신의 이전 수행인지에 따라 구분된다. 따라서 교사가 피드백 계획을 세울 때는 학생이 도달해야 할 학습 목표와 학생의 현재 수행 수준, 그리고 현재 수준과 목표 간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학생에게 필요한 학습 내용과 방법이 무엇인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학습과 마찬가지로 교사가 동일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모든 학생에게 교사가 의도한 효과가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으며, 이는 피드백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피드백 과정 모형은 피드백을 수용하고 활용하는 학생의 능동적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한다(London & Smither, 2002). 이 모형에 따르면 교사가 제공하는 피드백은 학습자가 먼저 피드백을 인지적, 정서적으로 수용하고 그 가치와 의미를 이해하여 스스로 피드백을 활용하고 재생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 효과가 증대된다. 따라서 학생 스스로 피드백의 개념과 유용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제공되는 피드백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갖도록 해 주어야 한다. 또 학생이 피드백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해석하고, 자신과 동료의 답안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여, 이후에는 학생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스스로 피드백을 구하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평가 결과를 통해 학생의 학습을 개선하고 성장을 촉진하며 수업을 개선하여 평가 결과의 교수학습에 대한 환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정교한 피드백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피드백 계획에는 피드백이 채점기준과 연결하여 학생 수행 결과와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제공하는지, 학습 목표와 학생의 현재 수준, 목표와 학생 수준 간 차이에 대한 내용을 피드백에 충분히 담았는지 하는 것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의외로 피드백과 그 활용에 관련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박혜영 외, 2019) 단위학교에서의 피드백 효과 제고를 위해 구체적인 피드백 제공을 위한 친절하고 상세한 안내와 훈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III. 피드백 제공과 교수학습-평가 개선 방안
서·논술형 평가는 단순히 학습 내용의 습득 정도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서 학습 내용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는 고차사고력을 알아보고 평가 결과를 학생의 학습 성장을 촉진시키는데 활용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 이 장에서는 중학교 2학년 과학 교과의 내용 중 ‘지구와 달의 운동’에 관한 단원을 선택하여 교수학습 및 평가 계획 수립, 평가의 시행과 피드백 활용 과정 전체에서 서·논술형 평가 지침 반영 예시를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서·논술형 평가 결과 얻게 되는 풍부하고 구체적인 정보로 피드백을 세심하게 계획하고 제공하는 전략을 학생의 성장 촉진의 측면과 교수학습 개선의 측면에서 제안한다.
서·논술형 평가가 평가 지침에 따라 교육과정 재구성, 평가계획, 평가 문항 및 채점기준표 개발, 평가 시행과 채점, 피드백 제공 및 개선점 마련의 순으로 진행되도록 하였다. 아래 <표 5>의 평가 계획에 나타난 내용을 토대로 평가 계획 개발 과정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중학교 과학 교과의 내용 중 태양계에서 지구와 달의 운동에 관한 단원을 선정하고 전체 교육과정 속에서 단원의 성취기준을 분석·해석하여 교육과정 내용의 종·횡간 연계성을 고려하면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였다. 이는 상술한 서·논술형 평가 계획 수립의 지침의 교과 교육과정의 내용체계와 성취기준을 활용하여 수업과 평가를 연계하고자 한 것에 해당한다. 이를 바탕으로 학습과 평가를 위한 요소를 도출하고 평가 과제(문항)와 평가요소, 성취수준, 기대 수행 진술이 포함된 채점기준표를 개발하였다([그림 2] 참조). 이는 지침에서 제시한 내용 중 평가를 통해 교사가 학생들의 성취기준에 대한 도달도를 확인하고 이를 향후의 수업과 평가에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정보들을 획득할 수 있게 하는 기본적인 장치이다. 전체는 6차시로 구성하였으며, 5차시까지 네 개의 서술형 평가 과제와 한 개의 논술형 문항을 포함하였고 마지막 6차시에는 논술 답안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중단원 전체 내용에 대하여 학생 스스로 미흡한 부분을 진단하고 보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섯 개의 평가 과제 중 서술형 문항들은 5차시의 논술형 문항을 해결하기 위한 근거가 되는 내용을 포함하여, 최종적으로 논술형 문항까지를 수행하면 중단원의 내용에 대한 이해 정도와 활용 능력을 대부분 평가할 수 있도록 세트형 문항으로 구성하였다. 이는 지침에서 강조한 서·논술형 평가에서 특히 잘 평가할 수 있는 고등 사고 능력을 통합·복합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학습할 내용 간의 관계에 따라 서술형과 논술형 평가를 적절히 배치하고, 토론이나 탐구학습이 가능하도록 개인별 평가와 모둠별 평가를 모두 활용하는 등의 내용과 관련이 있다.
* 출처: 박혜영 외(2019)에서 재구성
아래의 <평가 과제 5>는 평가 과제 1~4까지의 학습 내용을 모두 잘 이해하고, 실생활에서 마주치는 과학적 문제해결에 학습내용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논술형 문항이다. 이 평가 계획은 과학적 참여, 과학적 사고력, 과학적 의사소통의 3개 평가 요소를 측정하기 위한 문항과 평가 요소별 각 4개 수준의 수행을 기대하여 이를 구체적으로 기술한 채점기준표를 포함한다.
평가 도구 개발과 함께 평가 결과에 기반한 피드백 효과의 제고를 위해서 채점기준표 개발 점검표와 구체적인 피드백 계획을 포함하도록 피드백 제공 계획 점검표와 평가 후 피드백 제공 과정에서 어떤 피드백을 제공하였는지를 기록하는 피드백 기록지를 개발하였다. 개발된 서·논술형 평가 문항(과제)을 수업 중 실시한 후 평가 결과에 터하여 학생에게는 다음 차시에 개별적으로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고, 교사는 수업과 평가 등의 개선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였다. 피드백은 인지적, 정서적 차원으로 구분하여 제공하도록 하였는데, 학생의 참여와 노력에 대한 정서적 피드백을 제공하여 학습 동기가 유지, 증진되도록 하였다. 인지적 차원의 피드백은 목표 참조 피드백과 자기 참조 피드백을 모두 제공하여 학습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자신의 수행 정도를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연구에서 제공한 정서적 피드백은 ‘생각을 정리해서 쓰는 과정을 경험한 점이 훌륭하다.’ 등과 같이 ‘무엇이 훌륭하거나 우수한지’의 이유를 포함하여 어떤 점이 긍정적인지를 알려주며 정서적 지지를 표현하였다. 이는 학생의 참여에 대한 긍정적 지원을 통해 새로운 과학 개념 습득과 이의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을 포함하였다. 목표 참조 피드백은 ‘대부분의 학생이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으나 이로 인한 자연 현상에 관한 자료를 찾는 것과 자료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등과 같이 각 문항별로 해당 수업과 평가를 통해 습득하고자 한 학습 내용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고자 하였다. 자기 참조 피드백은 학생의 지난 수행과 비교하여 본 수행에서 긍정적 변화를 보인 내용을 개별적으로 추적하여 작성하였다. 예컨대, ‘찾아 본 자료와 모둠원의 자료를 합하여 완성한 자료를 비교하면 어떤 점이 추가되었는가?’, ‘지구 평면설의 문제점을 세분화하고 각 문제점에 대한 반박 글을 썼다면 더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등과 같이 자신의 학습 정도를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였다.
* 출처: 박혜영 외(2019) 재구성
평가 결과를 교사가 교수학습 개선을 위해 활용하고자 할 때에는 이를 수업, 평가, 그리고 그 외에 개선되어야 할 측면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학생의 이해도를 수업 중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활동을 추가하는 것이 좋겠다.’ 등과 같이 평가 결과 다수의 학생에게서 나타난 오류와 수업 운영 중 관찰한 내용으로부터 수업 개선 방안을 찾아냈다. 시행한 평가를 돌아보고 향후 양질의 평가를 실시하기 위한 방안들도 ‘서술형 문항에서 내용을 충분히 기술할 수 있도록 단서를 달아 안내해야겠다.’ 등과 같이 구체적인 수준에서 도출할 수 있었다. 부가적으로 ‘동료 채점을 학습 현장에서 활용할 때의 장·단점 또한 반성적으로 고찰’하는 등 채점기준표 작성, 동료 채점의 활용, 평가 전 채점기준의 명확한 전달 필요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서·논술형 평가에 대한 개선점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러한 개선 내용은 <표 7>에 제시되어 있다.
* 출처: 박혜영 외(2019, pp.174-179) 재구성
이처럼 서·논술형 평가에서 채점기준표와 피드백 계획을 세심하게 작성하는 것은 교수학습과 평가의 과정과 결과를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었다. 피드백 제공은 학생에게는 수행에 근거한 구체적 피드백을 제공하여 학습자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교사에게는 학생의 수행과 성장에 대한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도록 하는데 유용하였다. 특히 목표 참조 피드백 제공을 위한 집단별 수행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결과를 분석하는 것은 다음의 교수학습 개선을 위한 자료로서 활용가치가 높았다. 또한 자기 참조 피드백 제공을 위한 개인별 결과 변화 분석은 인지적 측면뿐 아니라 정서적 피드백을 제공하여 자칫 흥미를 잃기 쉬운 과학 교과에 대한 학생의 정서적 접근성을 높여주는데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 결과에 따라 학생에게 제공하는 피드백이 학생의 인지적 발달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를 고려하여 계획한다. 첫째, 학생의 개인 평가 결과와 제공한 피드백을 구체적으로 누적 기록하여 학생이 자신의 성취 변화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둘째, 집단별 평가 결과도 기록하여 개별 학생의 집단 내 수준을 파악하고 집단의 특성 변화를 파악하여 이후 평가 문항의 선정이나 구조화, 채점 등의 개선 방안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때 피드백 기록지를 활용하여 집단 전체의 평가 결과와 성취 특성, 개인별 평가 결과와 피드백을 기록해두면 이를 활용할 때 효과적이다([그림 4] 참조). 피드백 기록지는 문항별로 집단별 기록지와 개인별 기록지로 구분하되, 집단별 기록지에는 문항 정보와 평가 결과를 함께 볼 수 있게 하고 개인별 기록지에는 성취기준 코드 등 간략한 문항 정보와 인지적, 정서적 피드백 제공 내용, 평가 결과의 특이성 등을 기록한다. 집단별 피드백 기록지는 개별 학생에게 제공하는 자기 참조 피드백을 집단 내 수준에 근거한 측면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며 개인별 피드백 기록지는 수업이 진행됨에 따라 학생의 성취수준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학생의 수업 이해도와 문제 해결력, 과제 수행 수준 등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는지, 유사한 학습 내용과 평가 유형에서 어떠한 발전 양상을 보이는지 등을 알 수 있어 향후 학습 계획을 세우거나 학생의 학습 동기를 증진시키고자 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셋째, 단계별로 진행되는 평가의 경우 서·논술형 평가의 채점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학생에게 채점기준표에 따라 예시 과제를 채점할 기회를 제공하여 학생이 해당 과제에서 요구하는 바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학생에 의한 자기 채점이나 동료 채점 등의 방법을 활용하는 것인데, 이 연구의 <평가 과제 3>의 기타 개선 사항(<표 7>)란에서 학생의 채점기준 이해 필요성에 대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표 5>의 평가 계획에 따라 실시한 <평가 과제 3>에서는 온라인 자료 검색을 통해 지구의 자전과 공전의 개념의 이해와 이에 의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모둠별 과제를 실시하고 동료 채점을 시행하였으나 채점기준에 대한 이해가 낮아 동료 채점 결과를 활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결과로부터 동료 채점을 활용하기 위해서, 또한 학생이 문항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명확히 이해하여 답하게 하려면 학생에게 채점기준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피드백을 통해 학생의 정서적 측면의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교사는 학습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와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학생이 참여하였는지, 학습 과정 중에 학생의 학습 동기나 효능감이 낮거나 낮아지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서도 고려하여 피드백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는 첫째, 피드백의 내용을 이해하고 학생이 향후 학습에 보다 원활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학생의 답안이나 학생들이 호기심과 흥미를 가질만한 자기관련성이 높은 예시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생각을 정리해서 쓰는 과정을 경험한 점이 훌륭해요.’라는 피드백에 ‘서술형 평가라는 게 마치 ○○ 게임에서 ○○을 공략하는 방법을 생각하면서 차근히 설명하는 것과 비슷하지?’라는 말을 덧붙인다면 학생은 서술형 문항에서 생각을 정리하여 쓴다는 의미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피드백을 받은 후 학생이 답안을 수정할 기회를 제공하고 최종 평가 과제의 경우는 가급적 수정 결과까지 포함하여 채점하도록 한다. 이 연구에서는 <평가 과제 5>가 소단원의 최종 평가 과제에서 이러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는데, 논술형 평가 실시 후 피드백을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정된 답안을 통해 학생의 개별 향상 정도를 다시 확인하고 점수를 확정하는 것이다. 이는 개별 문항뿐 아니라 이 연구에서 수행한 바와 같이 소단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세트형 문항을 구성할 때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즉, 선행하는 각 서술형 문항에 대한 피드백이 다음에 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바탕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문항을 구성하고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셋째,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하여 교사와 학생의 긍정적 상호작용 빈도를 증가시켜 부정적 정서를 줄이고 점차 교사에 대한 신뢰성과 접근성을 높인다. 이 연구의 [그림 3]에서 교사가 제공했던 피드백 중 ‘이 둘의 내용을 다시 살펴보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찾아오세요.’가 이에 해당한다. 이는 학생이 피드백을 이해하고 활용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교사의 도움을 구하는 행동을 적극 유도할 수 있는 발언이며, 이를 통해 질문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교사와의 관계를 조금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한다.
서·논술형 평가 결과에 따른 피드백을 활용하여 교수학습의 개선을 이루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피드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첫째, 개별 피드백을 제공하여 단위학교에서의 맞춤형 학습 지원의 도구로 활용한다. 이를 위해서 개별 학생에게 제공한 피드백을 통해 학습 프로파일을 작성하고 성취 특성이 유사한 학생들을 집단화시켜 다음 수업활동에서 교사의 개입시기와 정도를 차별화 하는 것이다. 이때 개별 학생에게 제공하는 피드백은 학습 내용의 오류 교정뿐 아니라 보다 확장된 학습까지를 염두에 두고 주어져야 하며, 교수학습 자료 등은 개별 학생의 강점과 약점에 근거하여 제시되어야 한다. 앞서 제안한 집단별, 개인별 피드백 기록지를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학생들의 학습 프로파일을 작성할 수 있다.
둘째, 전술한 맞춤형 학습 지원 도구로서의 역할에 대한 것으로 피드백을 다음 학습을 위한 비계로 활용하는 것이다. 서·논술형 평가 결과가 성취기준에 근접하게 도달한 학생들을 서로 다른 모둠에 속하도록 모둠을 구성하고, 각 모둠에서 성취기준에 이르지 못한 다른 학생들에게 비계로서의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또래교수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할 수 있으며 가르치는 학생에게는 ‘가르침을 통한 학습(learning by teaching)’의 효과를, 배우는 학생에게는 자기 관련성이 높은 예시를 통해 이해가 용이하고 기억이 장기간 유지되도록 도울 수 있다. 예컨대 학생들이 채점기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후 모둠별로 동료 채점을 할 때, 모둠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 동료 간 피드백을 주도록 하고 교사가 동료 피드백을 검토하여 교정한 후 모둠에서 받은 동료 피드백에 대하여 모둠 내에서 토의를 하여 답안을 수정하도록 하면 모둠 간, 모둠 내에서 자연스럽게 서로 가르치고 도움을 받도록 유도할 수 있다.
셋째,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에게 제공하는 목표 참조 피드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평가의 목적과 내용을 충실히 담은 양질의 평가가 되도록 이후의 평가 문항과 방법을 개선할 수 있다. 목표 참조 피드백은 평가하고자 하는 성취기준에 도달한 정도를 기준으로 제공한다. 따라서 목표 참조 피드백의 주요 내용을 분석하면 평가에서 다수의 학생들이 보이는 오류, 발문의 명확성, 채점기준과 모범답안에서 보완되어야 할 부분 등 앞으로의 평가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을 발견할 수 있다.
IV. 논의
서·논술형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에게 효과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인지적, 정서적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피드백 제공을 계획해야 한다. 우선 인지적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피드백 기록지를 활용하여 집단별, 개인별 평가 결과와 피드백 자료를 누적하여 활용하고, 학생에게 채점기준을 명확히 이해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정서적 피드백은 학생과 관련성이 높은 예시 등으로 피드백에 관심을 유도하고 긍정 정서를 가져오는 피드백을 통해 교사에 대해 신뢰성과 친밀함을 갖도록 해야 한다. 평가 결과와 피드백 제공 자료는 맞춤형 교수학습을 위한 정보 제공, 모둠 구성에 활용하여 학생 간에 서로의 비계 역할 부여, 현행 및 향후 평가 개선안을 마련하는데도 유용하다.
그러나 교사가 서·논술형 평가 결과로 학생에게는 학습 수행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교사 자신은 교수학습과 학생평가 개선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여 학생평가의 궁극적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고자 하여도 단위학교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인해 피드백 활용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에 근거하여 이 연구에서는 서·논술형 평가 결과에 근거하여 피드백을 계획하고 학생들에게 제공하여 실제 교수학습과 평가를 개선하는 실례를 통해 효과적인 피드백 제공 및 활용 전략을 탐색하였다. 그 결과를 토대로 학교 현장에서 서·논술형 평가 결과에 근거하여 피드백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실제적인 측면에서의 지원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정규수업 시간에서의 피드백 시간 확보가 가능하도록 단위학교의 학교교육과정 운영 자율성을 확대하고 교과별 성취기준의 선택과 수업 계획에서의 성취기준 분배와 운영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학생에게 개별 또는 집단별 피드백을 제공하고자 할 때는 별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수업 시수나 진도 등 현실적인 측면에서 피드백 시간을 별도로 마련하기 힘들다. 별도의 시수 조정이나 교육과정의 축소 없이 피드백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학교교육과정 운영 자율성, 즉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통합·융합 교육이다. 예를 들어 각 교과 내에서 성취기준의 내용이 매우 비슷한 경우에는 교사가 2∼3개의 성취기준을 통합·조합하여 가르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한다면 피드백을 위한 수업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교사는 피드백 기록지를 적극 활용하여 학생의 성취 변화를 누적적으로 기록하고, 교육부에서는 학생 성취 변화를 학생평가기록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세부능력특기사항’에 대한 기술 분량을 확대하는 한편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하 NEIS)의 학년별, 학급별 연계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피드백 기록지에는 평가 문항을 기록하고, 평가의 유형과 피드백의 형태, 제공한 피드백의 내용과 이를 수업, 평가, 성적(기록부)에 어떻게 반영하였는지를 상세히 적는 것이 좋을 뿐 아니라 가급적이면 학생의 답안지를 함께 첨부하는 것이 향후 기록지를 활용하기 좋을 것이다. 서·논술형 평가는 학생의 학습에 대하여 많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학생에게 주는 피드백 또한 구체적이고 정보적이므로 피드백 기록지를 활용하여 학습 목표와 학생의 성장에 대한 정보를 누적적으로 기록하는 것은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된다.
서·논술형 평가는 단순히 학생의 지식 습득 정도만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이를 활용하는 과정을 통해 고차사고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따라서 서·논술형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한 피드백의 활용은 서·논술형 평가가 가지는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게 하여 학생이 스스로 사고하고 자신의 학습을 조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교사들이 이 연구에서 제시한 채점기준표 개발과 피드백 제공 계획 지침, 피드백 기록지는 점차 확대 실시되고 있는 서·논술형 평가에서 피드백을 제공할 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에서 중학교 과학과의 내용 예시를 통해 살펴본 서·논술형 평가에서 지침의 활용과 피드백 활용 방법 등은 비단 해당 학교급과 교과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서·논술형 평가에서 지침의 활용과 피드백 제공에 대한 일반적인 원리가 교과에 따라 차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학과의 예시에서 활용된 방법이 여러 교과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피드백 제공과 관련하여 학교급에 따라서는 학생의 인지 및 정서발달 수준에 따른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몇 가지의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학교 상황에서는 교사로 대표되는 중요한 타인의 사회적 지지가 학습자의 자기조절학습능력을 발달시키고 이는 다시 학업성취에 정적인 영향을 미친다(최명구, 성소연, 2012)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정서적 피드백의 경우 어린 학습자일수록 긍정 정서를 중심으로 지지적 피드백을 제공할 필요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인지적 피드백의 측면에서도 인지발달 수준이 높아질수록 추상적 사고 능력이 발달하므로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구체적 피드백에서 추상적 피드백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학교급에 따른 인지발달 수준을 고려할 뿐 아니라 학습자의 성취수준에 따른 인지 수준의 차이를 고려하여 피드백을 계획하고 제공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 연구에서는 서·논술형 평가 지침에 따라 평가를 계획, 개발, 평가 실시 후 피드백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 서·논술형 평가에서 피드백의 효과가 배가될 수 있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피드백 기록지의 활용과 빈번하고 구체적인 피드백 계획과 피드백 제공에 대하여 강조하였다. 다만, 평가 결과에 대한 개별 피드백을 제공하고 피드백 기록지를 작성하여 이를 학습지원과 교수학습 및 평가 개선에 활용하는 것이 교사에게 또 하나의 업무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즉, 단위학교에서 평가 결과에 근거하여 피드백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추후 학교교육과정 운영과 학생평가기록 제도 개선을 통해 단위학교에서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피드백 기록지를 NEIS에 연동하여 운영하고, 각 문항에 대한 피드백 기록을 학생별로 출력하여 제공하게 하는 등 피드백 활용의 유용성 확대와 업무 경감 효과를 함께 얻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