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교육과정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나 간단히 말해 교육과정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의 문제로 환언될 수 있다(홍후조, 2011). 교과 교육의 입장에서 국어, 과학, 사회 등의 교과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각 교과에서 요구하는 핵심 지식과 내용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과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일련의 계획으로 이해된다. 기존에는 교과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 해당하는 지식에 주로 초점을 맞추었다. 역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나 사실이나, 과학에서의 주요한 과학적 사실과 법칙 등은 교육과정의 계획과 실행에서 가장 우선순위로 고려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교과 지식뿐만 아니라 ‘어떻게 배우고 수행할 것인가’에 해당하는 기능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교과 내 세부적인 지식에만 초점을 기울이기보다는 지식의 중핵적 내용이 되는 ‘핵심개념’을 가르치고, 핵심개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직접 사고하고 탐구할 수 있도록 ‘역량 또는 기능’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능’은 교과 고유의 탐구기능 및 사고방식을 반영하여 학생들이 교과 수업을 통한 결과로 기대되는 수행 능력으로 정의되고 있으며 내용체계표에 주요 요소로 도입되었다(이광우 외, 2015, p. 23). 또한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기능을 성취기준의 서술어로도 표현하여 교육과정의 주 독자인 교사가 교육과정 실행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예를 들어, 과학과의 성취기준인 ‘[9과03-02] 생물종의 개념과 분류 체계를 이해하고 생물을 계 수준에서 분류할 수 있다.’에서의 ‘분류할 수 있다’와 역사과 성취기준인 ‘[9역07-04] 삼국 문화의 성격을 비교하고, 대외 교류의 양상과 그 영향을 파악한다.’에서의 ‘파악한다.’는 교과에서 학생들이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 기능을 의미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의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요소로 기능을 강조하였고 성취기준의 서술어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그런데 현행 교육과정에서 제시되고 있는 교육과정 기능이 올바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두 가지 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교육과정에서 도입한 기능 및 서술어가 교과 고유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가 아니면 교과와 관계없는 일반적인 사고·행동 기능인가 하는 문제이다. 기본적으로 교과마다 사용된 서술어의 종류와 의미역에 차이가 있다고 인식되어 왔다(송은정 외, 2017). 이는 각 교과 교육과정마다 강조하고 다루고 있는 기능이 고유하며 기능의 범위와 수준에서 교과마다 변별됨에 기인한다. 그런데 최근에 교육과정에서 제시된 기능이 교과 고유의 기능으로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하였다(이광우, 정영근, 2017).
[교육과정에] 제시된 기능들이 교과 고유의 기능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예컨대, 실과에 제시된 기능인 평가하기, 계획하기, 실천하기, 활용하기를 비롯하여 체육과의 평가하기, 계획하기, 관리하기, 실천하기 등이 교과 고유의 기능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는 … 각 교과의 기능들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고 그 의미가 명료하지 않아 생길 수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이광우, 정영근, 2017, p. 613).
즉 현행 교육과정의 기능에 해당하는 용어는 Bloom 외(1956)의 『교육목표분류학』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이해하기’, ‘분석하기’, ‘평가하기’의 형태로 제시되어 있으며, 교과마다 유사한 용어가 발견된다. 국어과의 ‘추론하기’와 수학과의 ‘추론하기’가 같은 기능인지, 과학에서의 ‘분석하기’가 사회과에서의 ‘분석하기’와 유사한 사고과정을 거치는 것인지에 대하여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명확히 구분하고 있지 않다.
둘째, 성취기준에서 많이 사용되는 서술어 중 ‘이해한다.’, ‘안다.’ 그리고 ‘설명한다.’와 같은 동사는 그 자체로 의미가 모호하여 성취기준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송은정 외, 2016). 과학 교과의 경우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서 사용된 서술어가 ‘이해한다.’와 ‘안다.’에 치중되어 있으며(조광희, 2015), 우리나라 물리 교과서의 학습목표의 절반 이상이 ‘설명하다’, ‘이해하다’로 되어 미국이나 싱가포르에 비해 서술동사가 다양하지 못하다(동효관, 하소현, 김용진, 2015; 태진순, 윤은정, 박윤배, 2015). 역사과에서도 역사적 사실이나 개념 등 성취 수준이 내용에 치중된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지식/이해 영역을 강조하는 서술어가 많고 기능이나 가치/태도를 보여주는 서술어는 그 수가 적고 다양하지도 않다. 외국의 경우 ‘분석하다’, ‘평가하다’, ‘설명하다’, ‘통합하다’, ‘비교하다’, ‘적용하다’ 등 다양한 서술어를 사용하는데 비하여 한국은 역사 지식과 사실을 성취기준에 주로 포함하고 기능에 대한 부분이 포함되지 않았다(김동국, 2013; 김민정, 2014). 의사소통역량과 같이 비교적 명징하다고 인식되는 개념도 국어, 사회, 수학, 과학 등 각 교과마다 모두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인화, 2018)을 고려할 때, ‘설명하다’, ‘이해하다’와 같이 추상성이 강한 기능 서술어에 대하여 각 교과 교사들이 제각기 해석할 것이라는 점은 그리 터무니없는 추측이 아니다.
이와 같이 교과 간 기능 용어의 유사성 및 기능 관련 정련화된 개념의 부재는 교과 교육과정을 읽는 독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일차적으로는 해당 교과 교육과정을 읽고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들이 교육과정에서 의도한 기능이 무엇을 지칭하고 학생들의 기능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신장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명료한 안내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다른 한편으로 교과 간 연계·융합을 강조하는 현 교육과정의 취지에 비추어볼 때, 교과 간 유사한 ‘기능’ 용어가 사용된다는 점은 교사들이 타 교과의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오독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상에 제시된 기능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탐구하고자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제시된 교사들의 서술어 해석을 비교·분석함으로써 교과에서 사용된 기능이 교과 고유의 속성을 지니는지, 교과 공통적으로 사용되는지, 아니면 일정 정도 기능의 의미가 교과 간 중첩되는지 탐색함으로써 현행 교육과정에서 사용된 기능(서술어)의 제시 방식의 타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물리과와 역사과의 교육과정의 성취기준 서술어를 분석하고 해당 교과의 교사가 교육과정에 제시된 자기 교과 및 타 교과의 서술어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살펴봄으로써, 교과 교육과정에서 서술어의 해석에서 오는 교사의 오독이나 교사 간 해석의 불일치 문제에 대하여 실증적인 탐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산출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물리와 역사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대한 교사들의 해석에서 교과 간 해석 차이 그리고 교과 내 해석 차이는 어떠한가?
Ⅱ. 연구 대상 및 연구 방법
이 연구는 교사들의 교육과정 서술어에 대한 질적 해석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대규모의 인원을 양적인 방식으로 표집하기 보다는 소수의 교사를 선별하여 연구에 참여시켰다. 연구 참여자가 특정 집단에 편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교육 경력(저경력 교사와 고경력 교사)’, ‘학력(학부 졸업 또는 석사 학위자)’, ‘교육과정 관련 업무 유무(교과서 개발 및 시험 출제 경험의 유무)’ 등을 고려하여 선별하였다. 연구 참여자에게 연구 목적을 설명한 후 자발적 참여 의사가 있는 역사 및 물리 전공 교사 각 5명을 최종 연구 대상으로 선정하였으며, 연구 참여 교사들의 구체적인 정보는 <표 Ⅱ-1>과 같다.
연구 참여 교사 집단은 학사학위 소지자는 3명, 석사학위 소지자 6명, 박사 수료자 1명이다. 연구 참여자의 교육 경력은 0~5년 미만 2명, 5년 이상~20년 미만이 5명, 20년 이상은 3명으로, 저경력 교사에서 고경력 교사까지 고루 분포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성별은 여성이 4명 남성이 6명이다. 교육경력은 두 집단 간 큰 차이가 없으나 성별로 물리 교사는 모두 남교사이고 역사는 여교사의 비율이 높다. 지역적으로는 물리 교사는 모두 서울이고 역사 교사는 대구, 경북 지역 교사들의 참여가 높았다. 성취기준과 관련이 깊은 시험 출제나 교과서 개발 경험이 있는 교사가 6명이며, 참여 경험이 없는 교사는 4명이다.
이 연구에서는 물리 교사와 역사 교사의 서술어 해석 비교를 연구 목적으로 상정하였으므로, 과학 교과군 중 ‘물리’, 사회(역사, 윤리 포함) 교과군 중 ‘역사’ 교과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분석 대상 교과를 물리와 역사로 택한 이유는 두 교과가 내용 지식 교과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물리학은 수리적 논증을 중요시하는 자연과학의 대표학문으로, 역사는 사료 해석을 중요시하는 인문학의 대표학문으로 비교 대상으로 삼기에 적절하기 때문이다. 즉 교과 특성이 명징하게 변별되는 두 교과에서 공통으로 사용되는 서술어의 해석을 비교함으로써 교육과정상의 서술어가 교과 고유의 기능으로 작용하는지 아니면 교과 독립적인 인지·행동의 기능을 의미하는지 탐색하고자 하였다.
또한 중등 교사의 성취기준 해석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으므로 중·고등학교급의 성취기준을 분석 자료로 포함하였다. 2015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별책 7)과 2015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별채 9)에서 분석 대상으로 삼은 성취기준은 다음과 같다(교육부, 2015a; 교육부 2015b). 2015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에서 중학교 과학 성취기준 중 물리 관련 성취기준은 총 21개이며, 물리학Ⅰ의 성취기준은 총 23개, 물리학Ⅱ의 성취기준은 27개였다. 2015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중학교 역사의 성취기준은 44개, 고등학교 한국사의 성취기준은 27개, 동아시아사의 성취기준은 16개, 세계사의 성취기준은 16개였다.
이 연구에서 살펴볼 서술어는 문장 형식으로 진술된 성취기준의 동사에 해당하는 요소이다. 예를 들어, ‘[12물리Ⅰ01-01] 여러 가지 물체의 운동 사례를 찾아 속력의 변화와 운동 방향의 변화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에서 ‘분류할 수 있다.’를 서술어로 삼았다. 이를 바탕으로 물리와 역사 교과에 제시된 서술어의 빈도를 제시하면 <표 Ⅱ-2>와 같다.
물리는 총 71개의 서술어 중 ‘설명할 수 있다’가 49회로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하였으며 ‘구할 수 있다’ 5회, ‘표현할 수 있다’와 ‘예측할 수 있다’가 4회, ‘비교할 수 있다’가 2회로 그 뒤를 이었다. 역사는 총 103개의 서술어가 제시되었는데, ‘파악한다’ 27회, ‘이해한다’ 26회, ‘탐구한다’ 9회, ‘설명한다’ 8회, ‘비교한다’ 7회, ‘조사한다’ 4회의 순으로 나타났다. 물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서술어는 ‘설명할 수 있다’이며 그 비율은 69%를 차지한다. 역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서술어는 ‘파악한다’로 그 비율이 25%이다. 역사 교과가 물리 교과에 비해 성취기준에서 다양한 서술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Ⅱ-2>에 사용된 성취기준의 서술어 중 빈도 상위 5개 서술어를 비교하였을 때, 두 교과 교육과정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서술어는 ‘설명한다’, ‘비교한다’이다. 역사 교육과정에만 등장하는 서술어는 ‘파악한다’, ‘이해한다’, ‘탐구한다’이고, 물리 교육과정에만 등장하는 서술어 ‘구한다’, ‘표현한다’, ‘예측한다’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8개 서술어 중 ‘이해한다’, ‘예측한다’를 제외한 6개의 서술어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해한다’를 제외한 이유는 2015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서 ‘이해한다’를 ‘설명한다’로 상당수 대체하였기에 ‘이해한다’가 역사 교육과정에서만 등장하는 서술어로 보기 어려우며, 본 연구에서 ‘설명한다’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으므로 중복을 피하기 위해 제외하였다. ‘예측한다’는 표현은 다르지만 역사과 서술어 ‘추론한다’와 의미를 일부 공유하고 있으며, 연구진들의 논의에서 ‘표현한다’가 ‘예측한다’보다 더 과학적인 서술어의 특징을 띄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렇게 선정된 6개의 서술어를 분석하는 이유는 역사와 물리 교사들이 두 교과에 공통으로 사용되는 서술어(‘설명한다’, ‘비교한다’)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통해 교과 간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보고, 한 교과에만 사용되는 서술어(역사 교과의 ‘파악한다’, ‘탐구한다’ 및 물리 교과의 ‘구한다’, ‘표현한다’)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살펴 그 교과의 고유한 성격을 대표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함이다.
‘탐구한다’는 실제 과학 활동에서 그 사용 빈도가 높음에도 2015 개정 교육과정 물리 성취기준에서 탐구한다는 서술어를 찾아보기 어렵다. 물리의 경우 탐구활동이 교육과정 문서에 별도로 기술되어 있기도 하고 탐구를 관찰, 측정, 분류, 변인통제, 가설 설정, 자료 해석 등으로 세부적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기에 ‘탐구한다’와 같은 서술어보다 세부적인 서술어로 제시하여 성취기준에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역사에서 ‘탐구한다’를 교사에게 질문하면서 물리에서의 탐구한다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추가로 질문하였다.
한편, 역사를 포함한 사회과 교육과정의 성취기준 서술어는 ‘~한다.’의 형태로, 물리를 포함한 과학과 교육과정의 성취기준 서술어는 ‘~할 수 있다’의 형태로 진술되어 있다. 이 연구에서는 학생 도달점 행동의 의미를 살피는 연구가 아니라 서술어에 대한 교사의 인식을 살피는 연구이므로 역사, 물리 성취기준의 서술어를 모두 편의상 ‘~하다’의 형태로 통일하였다.
물리교육과 역사교육을 전공한 2인의 연구진이 각각 역사 교사와 물리 교사를 개별적으로 만나 앞서 언급한 6개의 서술어가 포함된 8개의 성취기준의 서술어를 보여주며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두 연구진이 개별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으나 사전에 연구진들이 여러 차례 협의를 거치면서, 인터뷰의 시간과 방법 질문 등을 규정하여 인터뷰 질문자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였다. 교사들에게 보여준 성취기준은 <표 Ⅱ-3>과 같다.
본 연구 분석에 핵심이 되는 인터뷰 과정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연구자는 연구 참여자인 교사를 일대일로 만나 교사에게 연구 목적을 설명하고 연구 참여 동의를 구하였다. 그다음으로 <표 Ⅱ-3>과 같이 서술어를 추출하게 된 과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였다. 이후 각 성취기준에 대해 교사 스스로 하나씩 읽은 후 각 성취기준에 해당하는 서술어에 대한 교사의 의견을 들었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이 최대한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였으며, 교사가 타전공의 성취기준에 대해 말하기 어려워하는 경우 성취기준을 편안하게 다시 읽을 것을 권하였다. 그리고 서술어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는지를 재차 묻고 정해진 답이 없음을 강조하였다. 또한 각 성취기준이 어떻게 교수학습 활동을 할 것인지와 연결하여 설명할 것을 요청하였다.
연구자들은 10명의 교사 인터뷰 내용을 녹음한 후 전사하였다. 이후 국어교육, 역사교육, 물리교육 전공자로 이루어진 연구진들이 각각 전사된 자료를 읽으며 자료를 분석하였다. 1차 분석은 역사전공과 물리전공 연구진이 코딩을 하였고 2차 코딩은 국어교육 연구자가 재코딩을 하여 연구진 간의 신뢰도를 확보하였다.
연구진들은 각각 연구자 노트 파일을 제작하여 교사의 응답들을 특정 주제를 제시하여 유목화하려고 하였으며, 그 내용에 대한 질적 코딩을 실시하였다([그림 Ⅱ-1 참조). 2단계에서는 연구자 노트 파일을 공유하여 각자의 분석에 대해 설명하고 여러 번에 걸쳐 교차 협의와 검토를 거쳐 의견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다.
Ⅲ. 연구 결과
역사와 물리 교육과정에서 진술하고 있는 ‘설명하다’에 대한 생각에서 역사와 물리 교사 간에 공통점과 차이점이 발견된다. 첫째, 역사과에서의 ‘설명하다’의 경우 물리, 역사 교사 모두 인과관계와 연관 지어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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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에서 ‘설명하다’는 지금 신라 말에 뭐 왕위 쟁탈전이나 호족의 성장 그다음에 농민봉기 이런 개별 사실들을 본인이 먼저 이해를 하고 그걸 후삼국 시대가 왜 성립될 수밖에 없었는지 인과관계를 통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본인이 이해한 바를 다른 사람한테 전달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한다. (H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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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과거에 이러이러하게 정리 과정이 일어났다는 것을 다른 또 역사지식을 알아가 보려고 연결해서 인과관계를 찾으려고 하는 얘긴 거 같아요. (P3)
역사 교사 H3은 ‘설명하다’의 서술어는 신라 말의 농민봉기, 왕위 쟁탈전, 호족의 성장을 통해 왜 후삼국시대가 성립되었는가와 같은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물리 교사 P3은 역사 지식 간의 연결을 통해 인과관계를 찾으려고 하는 것으로서 해석하였다.
한편, 두 집단 교사들은 역사의 ‘설명하다’를 전달의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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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교육과정에 대한 내용을 이해하고 스스로 거기에 대해서 주제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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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이 살펴보고 조사하고 난 다음에 그 과정을 말 그대로 ‘설명, 말할 수 있다’ 정도로 (H5)
물리 교사 P5는 역사과에서 ‘설명하다’는 학생들이 역사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하였고 물리 교사 H5도 학생들이 내용을 조사하고 그 과정을 그대로 말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고 보았다.
둘째, 역사 교사들은 ‘설명하다’와 관련된 키워드로 인과관계와 전달을 제시하였으나, 물리 교사는 공통적인 키워드를 제시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역사 교사는 3명(H1, H2, H3)이 인과관계라는 용어를 제시했지만, 물리 교사 중에서는 1명(P3)만 이를 언급하였다. 학생이 이해한 바를 다른 학생에게 전달한다고 제시한 역사 교사는 3명(H2, H3, H5)이었지만, 물리 교사는 1명(P5)만 언급하였다. 이를 통해 볼 때, 역사 교사는 ‘설명하다’가 포함된 성취기준을 비슷하게 해석할 것으로 추정되나, 물리 교사들은 역사과의 ‘설명하다’가 포함된 성취기준에 대한 해석을 다양하게 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 두 집단 교사들은 물리의 ‘설명하다’에 대하여 재현 가능성이라는 과학의 성격과 연결 지으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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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은 음… 정전기 유도 현상을 관찰한다, 대전현상을 관찰한다. …(중략)… 큰 차이는 이제 역사는 실제로 살펴본다는 게 실제로 보는 게 아니라서 그 차이는 있는 것 같고요. 과학은 실제로 그 영상을 실제로 재현할 수 있어서.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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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관찰한 것을, 이런 것들을 이용해서 이렇게… 좀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아요. 물리 같은 경우에는 그 원리를 이해하느냐… 횡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단절적인 그 어떤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요.) (H4)
물리 교사 P3은 물리의 ‘설명하다’는 실제로 그 상황을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고 하였고, 역사 교사 H4도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 단절적인 그 상황 자체 설명하는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한편, 교사들은 ‘설명하다’를 관찰, 실험 등과 연관 지어 파악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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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에서 보면 물체가 대전되는 현상이거나 정전기적 유도현상을 관찰하고 우선은 어떤 현상을 관찰하고 그것을 모형이라는 모델을 이용해서 그 현상의 원인에 대한 설명인 거 같아요.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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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에서 설명한다는 게 다른 뜻을 갖고 있는지는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거로 봤을 때 관찰하고 그 모형을 이용해서 역시 말로 ‘설명한다’ 정도로만 이해해요. (H5)
물리 교사 P1은 어떤 현상을 관찰하고 그것을 모형으로 하여 현상의 원인을 설명하는 것으로 서술어의 의미를 파악하였고, 역사 교사 H5는 관찰하고 모형을 이용해서 제시하는 것으로 ‘설명하다’의 의미를 파악하고 있었다.
즉 두 교과 집단은 ‘설명하다’의 서술어에 대해 역사는 인과관계, 전달을 고려하여 제시하였고 물리는 관찰, 실험, 현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물리 교사 P5는 “과학은 실험을 하고 그 실험 과정을 관찰하고 유심히 살펴보는 과정이 중요한 반면에, 역사는 문헌이나 역사적인 사실을 조사하고 그것이 이제 어떤 역사적인 변화를 가져왔는지 그것을 조사하는 과정이 (과학과) 차이 나는 것 같습니다.” 하여 물리와 역사의 교과 간 연구 방법의 차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설명하다’에 대해 두 교사 집단이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해석의 차이를 보이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일례로 물리의 ‘설명하다’에서는 다른 서술어와는 달리 물리와 역사가 비슷하다고 인식한 교사들(P2, H1)을 들 수 있다. 물리 교사 P2의 경우 역사나 물리에서 사용되는 ‘설명하다’는 의미가 비슷하다고 느꼈으며, 수업 활동 양상도 비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응답하였다. 역사 교사 H1도 사건이나 상황을 설명하는 측면에서 역사와 과학의 ‘설명하다’가 비슷하다고 판단하였다.
정리하면 역사의 ‘설명하다’의 경우 역사 교사들은 인과관계와 전달이라는 공통된 키워드를 제시하였으며, 이 서술어에 대한 해석도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반면, 물리 교사는 역사과의 ‘설명하다’를 역사 교사보다 더 다양하게 해석하였다. 물리의 ‘설명하다’의 경우 관찰, 실험, 현상이라는 공통된 키워드가 존재하며 물리 교사와 역사 교사 사이의 해석 차이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하다’는 서술어에 대하여 두 교사 집단 간의 해석 차이가 두드러진다. 먼저 역사의 ‘비교하다’는 두 대상을 비교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높은 일치도를 보인다. 물리 교사 P2를 제외한 9명이 모두 두 대상을 비교한다고 언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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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과 일본의 근대화 운동에 대해서 차이점을 비교한다.’라는 것은 두 근대화 운동에서 차이점에 대한 비교 설명 정도가 될 것 같고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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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주의 침략이 중국에 영향을 끼치는 것, 또 제국주의가 일본에 영향을 끼치는 것 각각을 알고, 그것의 공통점이라든지 차이점을 중국의 상황, 일본의 상황을 공부해서 비교 설명한다. (H2)
물리 교사 P1은 중국과 일본 두 국가의 근대화 운동의 차이점을 비교한다고 하였고 역사 교사 H2는 제국주의 침략이 중국과 일본에 각각 미친 영향, 그리고 두 국가의 상황을 비교한다고 하여 두 대상을 비교하는 것으로 해석이 일치된 듯 보였다. 그러나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리 교사(P1, P5)는 차이점의 비교에 초점을 맞춘 반면, 역사 교사(H2, H3, H5)는 공통점과 차이점 모두를 비교한다고 반응한 경우가 많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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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에서 비교한다는 이제 표가 떠오르는데 중국과 일본 이렇게 하고 나서 항목별로 뭐 경제면 경제, 시기면 시기, 뭐 주도된 인원들, 주도 세력 이런 항목별로 비교…(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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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개항과정(과) 일본의 개항과정에서 기본적인 공통점은 제국주의 침략 뭐 이렇게 이걸 원인으로 해서 이야기하지만, 그 세부적인 내용들은 다르고 그것에 대한 반응이 달랐기 때문에… (H3)
물리 교사(P3, P4)는 역사에서 비교한다고 하였을 때 정치·경제·사회면과 같은 항목을 도표화하여 비교하는 활동으로 생각하는 반면에, 역사 교사(H1, H2, H3)는 단편적인 사실의 비교보다 중국과 일본의 개항과정에서 나타난 공통점을 파악함과 동시에 각가의 국가별로 침략에 대해 어떻게 대응을 하였는지 등 주로 원인, 영향 등을 세부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활동으로 성취기준을 해석하였다.
한편, 물리의 ‘비교하다’는 서술어에 대해 물리와 역사 교사 간의 일치도가 높았다. 물리 교사와 역사 교사 모두 ‘하나의 대상에 대해 변인에 따라 마찰력의 크기를 비교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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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찰력 크기를 ‘비교한다’라는 것은 빗면의 기울기 뭐 이런 것을 가지고 비교하는 거겠죠? …(중략)… 실험활동을 중점으로 해봐야 하는 상황이니까. 물리에서는 뭐 그래프를 그릴 수도 있겠죠.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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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리는 하나의 그 뭐 마찰력이라는 하나를 그 하나를 여러 가지로 비교하는 거죠. 변인만 다르게 해서 비교… (H4)
물리 교사 P3은 마찰력의 크기를 빗면의 기울기를 변화시키면서 비교한다고 하였고, 역사 교사 H4 역시 마찰력을 변인을 다르게 하여 비교한다고 하였다. 두 교사 집단의 ‘비교하다’에 대한 서술어 해석의 일치도가 높았지만, 많은 교사들이 오히려 성취기준 문장의 표현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하였다. ‘정성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라는 표현에 대해 두 교사가 다음의 의견을 피력하였다. 물리 교사 P5는 정성적이라는 표현과 마찰력의 크기 비교가 모순적으로 읽힐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는 “정성적으로라는 것은 물론 구체적인 수를 구하지 않는다는 의미겠지만 그게 약간 모순적으로 읽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크기를 ‘안다’라는 표현이 정량적 의미를 지니고 있음에도 정성적이라는 말을 넣은 것은 모순적이라고 말하였다. 역사 교사 H2는 “(연구자에게 과학에서 말하는 정성의 의미를 물어본 후) 제가 정성적이라는 의미를 왜 물어봤냐면, 정량의 반대, 그런데 글자는 정성적이라고 쓰여 있지만 제가 느끼는 것은 정확하게 마찰력이라는 것은 뭔가 답이 정해져 있을 것 같거든요.”라고 말하며 답이 정해져 있을 것 같은 상황에 ‘정성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다고 말하였다.
정리하면, ‘비교하다’의 서술어에 대해 역사 교사는 둘 사이의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비교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고, 물리 교사의 경우 하나의 대상에 대해 변인의 비교라고 생각하였다. 전공 배경에 따른 두 집단 교사 간 해석 차이는 적지만 교과에 따라 서술어가 가지는 의미 차이가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서술어에 비해, ‘파악하다’의 서술어는 물리 교사와 역사 교사 간 해석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물리 교사들은 역사과의 ‘파악하다’와 ‘설명하다’를 유사하게 보거나(P2, P4), ‘이해하다’와 동일한 의미로 생각하였다(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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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악한다’는 건 그냥 국가의 발전 과정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한다. 뭐 발전 과정에 대한 이해 정도일 것 같구요. (‘이해한다’와) 동일어라고 보는 거구요.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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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전 과정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이러면 되는 거 아닌가? 큰 문제는 없는데 설명할 수 있다가 더 편한 것 같은데 …(중략)… (P2)
물리 교사 P1은 국가 발전 과정을 파악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보았고, P2도 발전 과정을 설명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고 하였다.
그러나 물리 교사 P5는 서술어의 수준에 따라 차이를 두기도 하였는데, ‘파악하다’는 ‘설명하다’보다 구체적이고 깊이 살펴보는 것이라고 반응하였다. 이러한 해석의 편차는 물리 교사들이 ‘파악하다’라는 서술어에 친숙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파악하다’는 물리과 성취기준에서는 등장하지 않고 중학교 과학과 고등학교 통합과학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1)
물리 교사와 달리 역사 교사에게 ‘파악하다’는 친숙한 서술어로 역사과 성취기준 서술어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서술어이다. 그러나 높은 빈도수에 비해 역사 교사들은 이 서술어에 대한 해석을 간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먼저, 역사 교사 모두 ‘파악하다’를 ‘이해하다’와 ‘설명하다’와 구분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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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악한다’가 조금 더 좁은 의미로 느껴지거든요. 파악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그다음에 타인에게 설명한다. 파악은 약간 역사적인 단순 지식 뭐 이런 것들을 아는 의미로 읽혀지고… (H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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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악한다’라고 하면 당연히 발전 과정을 하고 이해한다까지(를 의미하며) 자기 자신까지 표면화되지는 (또는) 표현되지는 않을 거 같은데. 파악이라는 (것은) 조금 더 한 단계 나아가는 (것을 의미해요.). 이해는 단순히 이해고, 조금 더 나가는 게 파악한다) (H5)
역사 교사의 반응을 보면, 역사 교사 H1, H3, H5는 목표에 도달하는 수준을 기준으로 하여 ‘파악하다’를 해석하였고, 역사 교사 H2, H4는 교수학습 활동 순서를 고려하여 이를 해석하였다. 순서로 구분한 경우에도 해석에 따라 이전 단계가 완료된 후에 다음 단계로 이행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5명의 교사 모두 파악한다, 이해한다, 설명한다가 수준의 차이가 있음을 인식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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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악한다’라는 단어는요 좀 무성의한 것 같아요. 그냥 똑같이 ‘이해한다’도 그리 크게 막 뭔가를 얘기한 건 아니지만 …(중략)… 무언가 일차적으로 파악하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 뭐 우리도 자료를 수집해서 뭔가 이렇게 결론을 도출해 내잖아요? 그러면 ‘파악한다’는 건 느낌이 그냥 자료를 수집하는 상황에서 끝난 것 같은 느낌. (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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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보다는 넓은 확장된 …(중략)… ‘파악한다’ 같은 경우에는 여기에도 나왔듯이 국가들의 발전 과정을 파악하는 것. 좀 더 폭넓은, 광범위한 범위에서 흐름이라든지 맥락을 이해할 때 ‘파악한다’라고. (H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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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악한다’가 조금 더 좁은 의미로 느껴지거든요. 파악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그다음에 타인에게 ‘설명한다’. 파악은 약간 역사적인 단순 지식 뭐 이런 것들을 아는 의미로 읽혀지고 …(중략)… (H2)
역사 교사 H1은 ‘파악하다’를 이해나 설명보다 낮은 수준으로 보았고, 역사 교사 H3는 이해보다 넓고 광범위한 의미로 ‘파악하다’를 사용한다고 하였다. 역사 교사 H2는 파악하다-이해하다-설명하다 순으로 역사지식의 의미가 확장된다고 생각하였고 역사 교사 H5는 이해하다-파악하다 순으로 발전 과정이 한 단계 진전된다고 생각하였다.
요컨대, ‘파악하다’에 대해 역사 교사의 반응은 3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 목표점 도달 수준 차이로 ‘파악하다’를 해석한 경우, 역사 교사 H1은 파악하다는 ‘무성의한 것 같다’고 하며 ‘파악하다’보다 ‘설명하다’를 상위수준으로, ‘설명하다’보다는 ‘이해하다’를 더 높은 수준으로 언급하였다. 역사 교사 H3과 H5는 ‘파악하다’가 ‘이해하다’보다 더 상위 수준 도달을 의미하며, 역사 교사 H5는 ‘이해하다’보다 ‘파악하다’가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것으로 보았다. 역사 교사 H2는 ‘파악하다’가 더 좁은 의미로 느껴진다고 한 반면, 역사 교사 H4는 광범위한 범위에서 흐름이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을 ‘파악하다’로 인식하였다.
‘파악하다’는 두 교사 집단 간에도 차이가 있고 역사 교사 집단 내에서도 해석의 차이를 보인다. 물리 교사는 ‘파악하다’를 ‘이해하다’, ‘설명하다’와 유사하게 인식하는 반면에, 역사 교사는 ‘이해하다’, ‘설명하다’와 구분하려는 경향이 있고 목표점 도달 수준을 기준으로 하여 각기 다르게 해석하였다.
‘탐구하다’는 역사 교과에서 세 번째로 많은 빈도수를 보인 반면에, 물리 교과는 물론이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학과 교육과정에서는 성취기준의 서술어로 제시되지 않았다. 과학의 경우 전통적으로 탐구를 강조함에도 불구하고(이영희, 조희형, 2015), 교육과정 성취기준 서술어에 ‘탐구하다’가 등장하지 않았다. 물리를 포함한 과학과 교육과정에서는 <탐구 활동>이라는 교육과정 문서 내 별도 항목이 있어 성취기준에서는 ‘탐구하다’라는 서술어를 별도로 사용하지 않는다(교육부, 2015b). 또 과학에서의 탐구는 과학적 지식에 대응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절차와 관련된 사고 과정으로, 관찰, 측정, 분류, 자료 해석, 가설 설정, 변인 통제 등 다양한 세부 활동으로 구분된다(권재술, 김범기, 1994; Padilla,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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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구한다’는 어… 조금 모호한 것 같습니다. 어떤 진실을 알기 위해 노력… 진리, 진실, 사실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인데, 탐구라고 하는 것이 어떤 구체적인 행동이 드러나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P5)
물리 교사 P5는 탐구가 어떤 진리나 본질적인 사실을 구하기 위하는 것이기에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일 수 없는 서술어라고 생각하였다. 물리 교사 P5가 언급한 것처럼 ‘탐구하다’는 서술어는 그 의미가 광범위하여 모호함을 지니기에 성취기준 서술어에 사용하기에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탐구하다’에 대한 교사들의 응답을 몇 가지로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탐구하다’를 다른 서술어와 유사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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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구한다’가 과학적인 단어를 넣은 거잖아요? 그래서 탐구한다가 (머뭇거림) 그냥 좀 단어만 좀 달라진 건데 약간 ‘이해한다’ 비슷한 느낌이에요. (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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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서 탐구는 과학에서 의미하는 탐구와는 조금 다른 느낌? 이슬람교 중심의 이상세계에 대한 형성과 확장을 굳이 ‘탐구한다’가 아니고 ‘파악한다’, ‘이해한다’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거든요.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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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에서 ‘탐구한다’는 거는 다 정해져 있어요. 세부상황도 몇 년도에 뭘 했고 이게 결국 뭘 일으켰고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고 이런 게 다 정해져 있는 것을 탐구(하는 거예요) (P4)
역사 교사 H1은 ‘탐구하다’와 ‘이해하다’가 비슷한 서술어라고 인식하였고, 물리 교사 P1은 ‘탐구하다’와 ‘파악하다’, ‘이해하다’가 서로 교환이 가능한 서술어로 보았다. 물리 교사 P4는 ‘탐구하다’와 ‘안다’를 동일한 서술어로 보았는데, 이는 역사 학습이 특정한 사실과 의미를 외우는 것이라는 믿음이라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Fertig, 2005). 역사 탐구를 제한하는 요인으로서 역사를 암기한다는 인식은, 다양한 관점을 검토해야 하는 역사 탐구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재고될 필요가 있다.
또 탐구라는 용어가 과학 용어에서 유래하였다는 인식하는 교사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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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구한다’가 과학적인 단어를 넣은 거잖아요? (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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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한 ‘탐구 과정’은 아니더라도 자료 조사라든지 가설 설정, 그다음에 근거를 들어서 결론을 도출하는 이런 과정들이 약 이제 약술적으로 뭔가 조금 이렇게 생략이 되더라도 그게 들어가야 ‘탐구한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H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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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기본적으로 ‘탐구’라는 단어를 과학적 실험, 관찰, 논증 뭐 그런 방법들을 나는 탐구라고 생각하는데 (H5)
역사 교사 H1은 탐구가 과학적 용어라고 응답하였고, 역사 교사 H3은 가설 설정, 자료 조사, 결론 도출 등 과학에서의 일반적 탐구 과정을 수행하거나 그 일부를 행하는 것이 역사에서의 탐구라고 응답하였다. 역사 교사 H5도 탐구는 과학에서의 실험, 관찰, 논증의 개념을 가져온 것으로 보았다.
한편, ‘탐구하다’는 서술어를 역사 교과에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 교사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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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구한다’는 조금 모호한 것 같습니다. 어떤 진실을 알기 위해 노력, 진리, 진실, 사실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인데, 탐구라고 하는 게 어떤 구체적인 행동이 들어나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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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문장에서는 이것을 ‘탐구한다’라고 굳이 안 써도 그냥 뭐 ‘설명한다’라든지 ‘이해한다’라든지 이렇게만 써도 되는 것을 억지로 갖다 붙인 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H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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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과적인 역사 교과에서 탐구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저는 개인적으로 조금 그래요. 탐구를 대체할 수 있는 단어들이 있지 않을까 …(중략)… 좀 더 고급져 보이려고.(이 단어를 사용한 것 같아요.) (H5)
물리 교사 P5는 ‘탐구하다’는 서술어를 역사 교과에 사용하기에 그 의미가 모호하다고 하였고, 역사 교사 H2는 이 성취기준에 ‘탐구하다’는 어울리지 않으며 ‘설명하다’나 ‘이해하다’로 대체해야 한다고 하였다. 역사 교사 H5는 탐구를 대체할 수 있는 용어가 있음에도 일부러 고급스럽게 보이려고 사용했다고 응답하였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과학적 탐구는 일반적으로 과학지식과 관련된 일련의 형성 과정 일체에서 나타나는 특성을 의미하며,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며 계획을 수립해 실행하여 과학 이론이나 지식을 형성하는 과정을 뜻한다(Schwarz, 2014; Moore, 2018). 본 연구에서 교사들의 응답을 분석하면 물리에서의 ‘탐구하다’는 현상, 실험, 관찰, 학생 주도라는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현상’은 과학적 문제 발견에 해당하는 요소이고, ‘관찰’ 역시 과학 탐구의 세부 방법 중 하나이다. ‘실험’이라는 키워드도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과학자의 이미지가 ‘흰 가운을 입고 실험하는 자’로 대표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송진웅, 1993). 물리 교사 P5의 경우 “학생이 주도적으로 실험이나 연구 같은 과정을 통해서 수업을 구현하라는 의미로 파악할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며, 학생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과정을 탐구로 보았다. 이 관점은 예비 과학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사례 연구에서 예비 과학 교사들은 탐구에서 학습자의 능동성 중요시한 결과와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조성민, 백종호, 2015). 역사 교사 H2는 탐구를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들의 탐구과정’이라고 보았다. 그는 “과학은 탐구 과정을 통해 딱 정해진 결론에 도달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라고 하였다. 이는 과학 교사들의 인식과 일부 일치하다고 볼 수 있다. 1960-70년대 Schwab이 주창했던 탐구 중심 과학교육은 학생들도 과학자처럼 과학을 학습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현재의 접근 양상은 탐구에 대한 구체적 요소에 대한 연구자마다 정의가 다르며, 과학적 탐구의 양상도 다양하다(조헌국, 2018). 오히려 이선경, 이규호, 신명경(2011)의 연구에서처럼 과학자 활동과 학교 과학 실험은 목적과 과정이 다르다고 인식하는 사례가 더 많다. “정해진 결론에 도달해야 할 것 같다.”라는 말도 학교에서 수행되는 과학 실험과 탐구 활동 등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한편, 역사에서 탐구는 역사가의 연구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어떤 사료를 읽고 그것에 나타난 역사적 사건 자체를 탐구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사료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하고 그 과정에서 역사학의 성격을 이해하며 학생들이 스스로 역사의 의미를 찾아보는 활동이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사료를 읽으며 의문점을 찾아내고 의문점을 사료 탐구 질문으로 구성하며 질문을 의식하고 깊이 읽어 내서 사료의 증거 능력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를 한다(방지원, 2017). 역사탐구능력을 역사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 역사자료를 수집하는 능력, 역사적인 자료를 검토하는 것, 자료의 문제점 찾아내고 시대와 장소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관점을 정리하여 역사적 해석을 명확히 구성해 내는 능력이 탐구라고 할 수 있다(강태원, 2007). 그러나 5명의 역사 교사들은 ‘탐구하다’를 과학의 용어를 빌려왔거나 역사에 적용하기에 모호한 용어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역사 교사와 물리 교사가 인식하는 ‘탐구하다’는 서술어는 대상(과학 이론 및 지식 대 역사적 사건), 방법(실험을 비롯한 일련의 과정 대 가설 설정-자료 조사-결론 도출)에서 차이가 있다.
‘구하다’라는 서술어에 대해 물리 교사와 역사 교사 전반적인 해석은 표면적으로 비슷하게 나타난다. 두 집단 교사들은 모두 ‘수식’, ‘계산’을 공통적인 키워드로 제시하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먼저 물리와 역사의 교사들은 ‘구하다’에 대한 서술어에 대하여 다른 서술어에 비해 간명하게 응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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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할 수 있다’라는 건 알아내는 거죠. 값을 알아내고, 방향도 어느 방향이라고 말할 수 있고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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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적인 공식을 알고 그거를 여러 상황에 적용해서 계산할 수 있다.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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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에 나오는 거 아닌가? ‘구할 수 있다?’ 숫자, 답을 구하는 거 아닌가? (H5)
예를 들어, 물리 교사 P3는 ‘구하다’를 값과 방향을 알아내는 것이라고 하였고, 물리 교사 P4는 상황에 적용하여 계산한다고 하였다. 역사 교사 H5는 답을 구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구하다’는 서술어는 물리 교사에게 익숙하며, ‘힘의 벡터를 이용하여 알짜힘을 구할 수 있다’라는 성취기준에 대한 해석에 이견이 없이 직관적으로 동일하게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역사 교사는 모두 ‘수학’이란 키워드를 공통으로 언급하였고, 이 성취기준이 수학에서 유래하거나(H4, H5), 수학이나 물리에서 사용하는 개념이라고 말하였다(H2, H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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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이나 물리의 그런 개념인 거 같아요. 값을 ‘구할 수 있다.’ (H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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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할 수 있다’를 딱 들으니까 수식이 생각이 나요. 수식을 써서 이렇게 ‘=’ 해서, 뭔가 딱 답이 나오는. 그러니까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역사에서는 많이 안 쓰는 표현이에요. 역사는 정확한 결론을 탁 하나로 내지 않잖아요. 그런데 물리나 수학에서는 이렇게 ‘구할 수 있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H3)
역사 교사 H2는 ‘구하다’가 수학이나 물리의 개념이라고 하였고 H3은 과학이나 수학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서술어로 수식을 이용하여 정확하게 결론이 나올 것 같은 서술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물리 교사는 수학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응답하지 않았다. 물리 교사는 ‘구하다’라는 활동이 물리 교과 내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활동이기에 특별히 수학에서 온 서술어라고 인식하지 않는 반면, 역사 교사는 수학 교과와 연결 지어 설명한 것으로 판단된다. 선행 연구인 조광희(2015)의 연구에 따르면 2009 개정 중학교 수학 교육과정 성취기준에는 구하다의 서술어는 10.1%, 계산하다는 7.3% 정도로 사용되었다. 다른 교과에 비해서 수학에서 ‘구하다’의 서술어의 사용 빈도가 높다고 할 수 있으나, 수학 성취기준 서술어에서 이해하다(45.0%), 해결하다(14.7%)의 비율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는 아니다.
한편, 이 외에 ‘구하다’에 대한 교사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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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짜힘의 크기와 방향을….설명할 수 있다? 대체한다면 그렇게 될 수 (도 있을 것 같아요). 숫자로 표현되는 건데. 큰 무리 없이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아 (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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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그대로 정량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구한다는 거고요. 크기부터 방향까지를 수치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게 구할 수 있다.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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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할 수 있다’라는 이 표현 자체가 좀 적합하냐의 문제는 사실 고민이 돼요. “단순히 정답은 4야.”라고 끝나는 게 아니라. 똑같은 표현이어도 구할 수 있다는 ‘4가 나왔네. 그러면 끝!’ 느낌이 나는데 그것을 조금 더 역량으로 확장할 수 있는 더 좋은 표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H4)
물리 교사 P2는 해당 성취기준의 서술어를 ‘설명할 수 있다’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고, 물리 교사 P1과 P5는 ‘정량’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해당 서술어를 설명하였다. 역사 교사 H4는 이 해당 성취기준에 ‘구하다’라는 서술어의 적합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이는 ‘구하다’라는 성취기준 서술어가 정답을 구하면 끝나는 교수학습 활동으로 인식되기에 다른 역량으로 확장하기 위해 다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하였다.
요컨대, ‘구하다’의 서술어에 대해 두 집단 교사들의 반응은 다양하게 확장되지 않고 과학에서 자주 사용되며, 별다른 이견 없이 수치로 정답을 구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표현하다’는 서술어도 ‘구하다’와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물리 교사의 경우 해당 성취기준이 명확하다고 판단하여 매우 짧게 설명하였다.
물리 교사 P1은 ‘표현하다’를 시각적으로 나타내거나 그릴 수 있다고 하였는데 모든 물리 교사가 일치된 의견을 제시하였고 따로 부가된 설명을 하지도 않았다. 성취기준인 ‘전류가 흐르는 도선 주위에 발생하는 자기장을 자기력선으로 표현할 수 있다.’가 내용적 요소에서 다른 해석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역사 교사 경우도 ‘표현하다’에 대하여 물리 교사와 비슷하게 인식하였지만 세부적인 해석은 조금씩 달랐다.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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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그려낸다는 느낌이면 ‘표현할 수 있다’가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은데 그런 것이 아니라 꼭 그림이 아니라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설명할 수 있다’가 될 것 같은데 (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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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그림이든 표든 무엇인가로 이제 ‘나타낼 수 있다’라고 보이는데. 왜 물리에만 ‘표현할 수 있다’가 들어가는지는 모르겠거든요. 다른 과목에도 학생활동 중심의 수업들은 다 ‘표현할 수 있다’라는 것이 들어가도 될 것 같거든요. (H2)
역사 교사 H1은 그림이 아니라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설명할 수 있다가 될 것이라고 말하였으며, 역사 교사 H2는 다른 과목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서술어이며 학생 활동 중심의 수업은 모두 다 표현할 수 있다가 들어갈 수 있다고 보았다.
물리학에서 ‘표현’이란 단어의 의미는 단순하게 말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나 그래프를 이용해 나타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서술어 앞에 나와 있는 보어인 ‘자기력선으로’라는 말이 이 의미를 명확하게 해주고 있다. 반면 역사 교사 H2와 H5는 ‘표현’이라는 용어를 일상어로 넓은 범위의 활용성을 가진 단어로 이해하고 있다. 요컨대, 물리 교사는 ‘표현’이라는 단어를 교과 일반 개념어 또는 특수어로 인식하였지만(전명주, 2019; Fisher & Frey, 2014), 역사 교사 H2는 이 서술어를 학습 도구어 또는 일반어로 인식하였다고 볼 수 있다.
역사 교사와 물리 교사가 서술어를 인식하는 방식은 서술어마다 다양하게 나타났다. 분석한 결과를 종합하여 제시하면 [그림 Ⅲ-1]과 같다.
첫째, 동일한 서술어에 대해 역사와 물리 전공에 따른 교과 간 교사 인식 차이가 존재하였다. ‘파악하다’에 대해 물리 교사는 ‘설명하다’와 유사하게 인식하거나 ‘이해하다’와 동일어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역사 교사는 ‘파악하다’를 ‘이해하다’, ‘설명하다’와 다르게 해석하였는데, 목표점 도달 수준에 따라 이 세 가지 서술어가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둘째, 교과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해석되는 서술어가 있다. 예를 들어 ‘비교하다’는 각 교과 내의 교사 간 인식 차이는 보이지 않았지만, 역사와 물리 교과 간 교사들의 인식 차이는 존재하였다. 역사의 경우 두 대상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는 것으로 해석한 반면, 물리의 경우 한 대상에 대해 변인을 달리하여 조작 변인(통제 변인)에 따른 종속 변인(실험 값)을 비교할 경우에도 이 서술어를 사용하였다.
셋째, 명확한 행동 동사의 경우 서술어 해석의 일치도가 높았다. ‘구하다’와 ‘표현하다’의 경우 교과 간, 교과 내 교사의 해석 모두 일치도가 높았다. 다만 물리 교사가 역사 교사보다 일치도가 조금 더 높았는데, 이는 두 표현이 물리 성취기준에 많이 활용되며, 이 서술어를 교과 개념어로 보느냐, 일반 도구어로 보느냐에 따른 인식 차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넷째, 동일교과 교사 간에도 인식 차이가 드러나는 서술어가 존재한다. ‘파악하다’와 ‘비교하다’의 경우 교과 간에도 다른 의미로 해석이 되지만, ‘파악하다’의 경우에는 역사 교사 내에서의 교사들 간의 해석 차이가 큰 반면, 비교하다는 교사 간의 해석 차이가 거의 없다. ‘탐구하다’, ‘설명하다(역사)’ 역시 파악하다 만큼의 큰 해석 차이는 아니지만 같은 교과 교사 내에서도 해석 차이가 다소 있는 반면, ‘설명하다(물리)’, ‘구하다’, ‘표현하다’는 교사 간 해석 차이가 작았다.
이상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서술어에 따라 전공 교과 간 또는 전공 교과 내 인식이 유사한 서술어도 있는 반면 서술어 인식차가 큰 경우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학문 문식성(disciplinary literacy)에 따른 읽기 양상을 비교한 김종윤, 변태진, 이해영(2018)의 연구 결과와 유사성을 지닌다. 역사와 물리 텍스트 읽기 양상을 비교한 해당 연구에서도 전공별 교사의 읽기 특성이 다르다는 특성과 함께 교사의 개인차도 발견되었다. 또한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물리와 역사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사용된 동사는 다른 외국의 사례와 비교하면 특성 서술어의 쏠림현상이 강하고, 서술어의 종류도 다양하지 못함을 알 수 있었다.
Ⅳ. 결론 및 제언
이 연구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서술어가 교사들에게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파악하여 향후 개선 방안을 탐색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물리과와 역사과의 교육과정의 성취기준 서술어를 분석하고 해당 교과의 교사가 교육과정에 제시된 전공 교과 및 타 교과의 서술어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비교하여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 다음의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전공 간에 서술어의 인식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앞장에서도 언급했듯이 서술어의 인식차가 작은 서술어부터 인식차가 큰 서술어까지 그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인식차가 존재함은 분명해 보인다. 학문 분야별로 고유한 문제 제기 방식 및 문제 해결방식이 있으며 학문별로 논증하는 방식, 주장에 대한 근거 제시방식, 더 나아가 언어 사용 및 지식의 구성 방식이 고유하다고 볼 수 있다(김종윤, 변태진, 이해영, 2018). 연구 과정에서 역사는 사료 내 또는 사료 간의 검토 과정에서 저자의 의도와 관점,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만, 과학은 데이터가 기존 이론과 최신 이론의 부합 여부를 따져보며 과학적 증거와 현상을 중시한다. 둘째, 같은 전공 내에서도 서술어에 대한 인식차가 존재한다. 연구자들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교사들은 교육과정 성취기준에서 서술어의 역할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있음을 파악하였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핵심역량과 교과역량을 강조하게 되면서 서술어의 역할이 중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교사들은 성취기준 문장에서 서술어보다는 주어, 목적어에 해당하는 내용 지식이 교수학습과 평가 활동의 양태를 결정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같은 서술어에 대해서도 해석이 다양하게 나타남으로 이들 교사들 간에 교수학습 활동의 양상이 다양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에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명확한 행동 동사를 이용하여 다양하게 기술할 필요가 있다. 앞서 제시한 연구 결과에서 ‘구할 수 있다’나 ‘표현할 수 있다’와 같은 서술어는 전공 교과 간에도 그리고 전공 교과 내에도 인식차가 매우 작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와 같이 각 교과 맥락에서 명확한 행동 동사를 사용하는 것은 교사들이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설명하다’, ‘이해하다.’, ‘안다’, ‘파악하다’와 같이 사실 또는 개념적 지식 차원의 동사가 아닌 다양한 행동 동사의 사용은 Bloom이 주장하는 다양한 차원의 지식이나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중 하나인 핵심역량을 기르는 데도 그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다.
또 교육과정 문서상에 성취기준 서술어에 대한 정의와 해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같은 전공의 교사라 할지라도 교육과정 성취기준 서술어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요컨대, 교과 간 기능 용어의 유사성 및 기능 관련 정련화 된 개념의 부재는 교과 교육과정을 읽는 교사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더 나아가 성취기준에서의 서술어는 성취기준 자체의 해석뿐 아니라, 추후 성취기준을 바탕으로 한 교수학습이나 평가를 수행할 때의 기준점이 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명징하게 제시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교육과정 문서 내에 핵심개념 및 서술어의 개념이나 정의를 용어 풀이(glossary)의 형태로 제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교육과정 문해력(curriculum literacy)’ 개념의 강조나 ‘교육과정-학습-평가의 일체화’에 대한 관심은 교사들로 하여금 교육과정을 적극적으로 읽도록 권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박윤경, 김미혜, 김병수, 2017). 교사들이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읽으면서 자신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성취기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명료한 안내가 필요하다. 특히,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융복합적 사고를 학생들에게 길러주기 위해 교사들은 교과 간 연계·융합 수업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는데, 교과 간 성취기준의 서술어의 의미가 서로 상이하거나 애매할 경우 오독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컨대, 이러한 교과 간 해석차는 자칫 각 성취기준의 교수학습 목표 달성 수준이나 평가 활동의 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다양성은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강조하는 현 시류에 필요한 요소이나 최소한의 공통된 합의가 없는 다양성은 학문 간 융합 수업을 시도하거나 같은 전공 내 교과 협의회를 통한 수업 설계 과정에서 장애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교사의 적극적인 교육과정 재구성, 특히 교과 간 연계 수업 등을 고려할 때 성취기준의 서술어는 교과의 특징이 잘 드러나면서도 그 정의가 명확하게 제시될 필요가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창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자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개발하였다. 이에 따라 다양한 차원의 교과 간 연계·융합 수업을 장려하고 있다(권점례 외, 2017). 앞으로는 교육과정의 내용체계 및 성취기준 영역에서 ‘무엇을’ 담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 못지않게 그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서술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요컨대, 성취기준의 내용을 교사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행동 동사를 위주로 하는 등 성취기준의 서술어 선정에 심사숙고를 해야 하며, 교육과정 성취기준이 설계상의 의도대로 진술되었는지에 대해서 지속적인 전문가 및 현장 교사들의 검토가 필요하다.
본 연구는 물리와 역사 교과의 대표적인 6개의 서술어에 대한 10명의 교사의 해석을 통해 수행되었다. 비교적 적은 수의 교사를 대상으로 한정된 성취기준의 해석을 살펴보았으나 이를 통해 교과 내, 그리고 교과 간 교사들의 서술어에 대한 해석 차이를 밝혀내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비교의 대상이 된 성취기준의 서술어가 제한적이며, 물리 및 역사 교과의 모든 성취기준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만큼 그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교과 교사들이 자기 교과의 성취기준 및 서술어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다른 교과의 성취기준 및 서술어를 어떻게 읽어 내는지에 대한 보다 다양하고도 심층적인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