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는 말
우리나라 고등학교 체제에서 일반 고등학교(이하 일반고로 약칭)는 대학준비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진학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대안적인 경로로서 직업교육을 시행해왔다. 곧, 제2차 교육과정부터 제6차 교육과정까지는 인문과정이나 자연과정 이외에 직업과정을 운영하도록 국가 교육과정에 명시되어 있었으며, 제7차 교육과정부터는 공식적인 별도의 과정은 아니더라도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일부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일반고에서 직업교육을 시행해오고 있다. 이러한 일반고 직업교육이 최근에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박근혜 정부부터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으로 인한 일반고 위기 문제를 개선하고자 2013년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의 하나로 ‘일반고 학생을 위한 진로 직업교육 확대 방안’(교육부, 2013)을 제시하였으며, 2014년에는 취업을 희망하는 일반고 학생에게 직업교육 훈련 기회를 확대하고자 ‘일반고 특화 직업능력 개발 훈련 과정’을 공모한 바 있다(교육부, 고용노동부, 2014).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러한 기조를 이어받아 2017년에 ‘일반고 비진학자 대상 고교 단계에서 맞춤형 직업교육 실시 방안’을 발표하였으며(교육부, 2017), 이에 따른 정책들을 추진 중에 있다.
이처럼 일반고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 및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실제 일반고의 직업교육 실태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많지 않다. 직업 위탁기관 유형 중의 하나인 산업정보학교 운영 실태 및 개선 방안에 대한 임언 외(2009)의 연구, 각 시‧도별 일반고 직업과정 운영 현황과 실태 분석을 바탕으로 일반고 직업과정 운영의 개선 방안을 제안한 이상봉, 오동규, 배선아(2010) 연구, 유연한 고교 직업교육 경로 제공 방안에 대한 최동선 외(2011)의 연구, 일반고 재학생의 직업교육 운영 실태 및 수요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직업교육 수요 충족 방안을 제안한 최동선, 박동열(2014)의 연구 등이 수행되었으나, 이 연구들은 일반고 학생들에게 직업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에 국한하고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일반고 직업교육을 확대하는 방안은 일반고에서 직업교육 그 자체만을 별도로 분리하여 논의할 수 없으며 일반고의 교육환경 및 교육과정의 범위 속에서 함께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한혜정, 백경선, 곽상훈(2014)의 연구는 일반고 학생에게 직업교육을 시행하기 이전에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그러한 준비와 연계하여 기존의 직업교육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지만, 일반고 학생 대상 직업교육에서 가장 핵심인 직업 위탁과정에 대하여 심층적으로 다루지 못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일반고 학생 대상 직업교육은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에서 매우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가능한 한 많은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이 고등학교 교육의 목표로 인식되는 우리나라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최근 정부에서 고등학교 교육이 이러한 입시‧경쟁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진로 설계와 성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2022년부터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고려할 때(교육부, 2018b, p. 7), 일반고의 직업교육은 학생의 진로 및 성장을 위해 이전보다 더욱 중요하게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일반고의 직업교육이 대학 진학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의 대안적인 과정으로 여기던 소극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학생의 진로 탐색 및 준비를 돕는 중요한 과정으로 고려하고, 고교학점제 하에서 학생들이 체계적으로 직업 관련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 체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일반고 직업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 분석을 통하여 일반고 직업교육 내실화를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이 연구는 일반고 직업교육에 대한 선행 연구의 한계, 즉 직업 위탁교육의 관점에서만 진행되어 온 한계를 극복하여 일반고 직업교육 실태를 일반고와 직업 위탁기관의 상호 관련 속에서 분석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아울러 기존의 선행 연구들이 대규모 설문조사나 전문가 협의회 등에 의존하여 일반고 직업교육의 실태를 파악해 왔으며(임언 외, 2009; 이상봉, 오동규, 배선아, 2010; 최동선, 박동열, 2014), 실제 일반고 직업교육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절적 연구가 현저하게 부족하다는 데 주목하고, 일반고 직업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이해 관계자, 곧 일반고 교사, 직업위탁 기관 교사, 직업위탁 교육 학생, 직업위탁 관련 업무 당당 장학사 등을 대상으로 질적 연구를 실시하여 더욱 생생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일반고 학생 대상 직업교육의 성패는 일반고 학생들에게 직업 위탁과정에 대한 안내가 실효성 있게 이루어지고 직업 위탁과정이 내실 있게 운영되는 데에 달려 있다. 따라서 심층 면담을 통하여 본 연구가 해결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연구문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반고 학생들이 직업 위탁과정을 만족하거나 중도 탈락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둘째, 일반고 직업 위탁과정 홍보 및 안내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셋째, 일반고 직업 위탁과정의 운영에 있어서 문제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가?
Ⅱ. 일반 고등학교 직업교육의 변천 및 현황
일반고는 대학진학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므로 ‘일반고 직업교육’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서는 성립하지 않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일반고를 진학하는 학생들 중에는 특성화고를 진학하고 싶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특성화고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 대학진학을 목적으로 일반고에 진학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진학이 아닌 취업으로 진로를 변경한 학생, 대학진학을 위한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학교생활에 의미를 찾지 못하는 학생 등 다양한 상황에 놓인 학생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반고 직업교육은 이와 같이 다양한 이유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진학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대안적인 경로를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대안적 과정으로서의 일반고 직업교육은 국가 교육과정에서 공식적으로 명시하여 운영되어 왔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 수 있다. 제2차 교육과정에서부터 제5차 교육과정까지 국가 교육과정 총론에는 고등학교 단위 시간 배당 기준표에 ‘직업과정’이라는 용어가 명시되어 있었으며, 교과목은 학생의 진로와 직업 선택에 따라 인문과정, 자연과정, 직업과정, 예능과정으로 구분하여 지도하도록 하였다. 직업과정에 속한 학생들은 제2차 교육과정의 경우 총 교과 이수 단위 수 208단위 중 38단위를 직업 관련 과목을, 제3차 교육과정의 경우에는 총 교과 이수 단위 수 192~210단위 중 44~64단위를 직업 관련 과목을 이수하고 나머지는 모두 보통교과를 이수하도록 하였다(문교부, 1963; 문교부, 1974). 제4차 교육과정에서부터 제6차 교육과정까지 일반고 교육과정은 교과활동과 특별활동으로 구분되고 교과활동은 공통 필수과목 및 과정별 선택과목으로 나누어 학생의 진로 선택에 따라 2학년부터 인문과정, 자연과정, 직업과정으로 구분하여 편성하도록 하였다. 직업과정에 속한 학생들은 제4차 교육과정의 경우 총 교과 이수 단위 수 192~204단위 중 52~106단위를, 제5차 교육과정의 경우 총 교과 이수 단위 수 192~204단위 중 50~100단위를, 제6차 교육과정의 경우 총 교과 이수 단위 수 188단위 중 40단위 이상을 전문교과 과목을 이수하고 나머지 단위는 보통교과를 이수하도록 하였다(한혜정, 백경선, 곽상훈, 2014, pp. 35-40).
제7차 교육과정 개정에 와서는 “일반계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에는 학생의 진로와 관련한 엄격한 과정을 따로 두지 아니하며, 개별 학생은 자신이 선택하여 이수한 과목들을 모아 자신의 과정을 만들어 가는 것”(교육부, 1997, p. 20)이라는 원칙에 의거하여 직업과정이라는 문구는 교육과정 문서에서 사라지게 되었으며, 이것은 2007 개정, 2009 개정, 2015 개정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교는 직업에 관한 과정을 운영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시‧도교육청이 정하는 지침에 따른다.”(교육부, 2018a, p. 36)는 지침이 제시되었다.
제2차 교육과정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까지의 일반고에서의 직업과정 편성‧운영 관련 변천 과정을 종합적으로 표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 출처: 한혜정, 백경선, 곽상훈(2014, p. 40)의 표를 수정‧보완함.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제2차 교육과정 시기에서 제6차 교육과정 시기까지는 국가 교육과정 총론에 ‘직업과정’이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고등학교 2학년부터 직업과정을 개설하여 일반고 내에서 직업교육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지만, 제7차 교육과정부터 학생의 진로와 관련한 엄격한 과정을 따로 두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기 때문에 일반고 직업교육은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에 한해서 고등학교 3학년 1년 동안 별도의 직업 위탁기관의 직업 위탁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고 직업 위탁과정은 일반고 학생 중 직업교육에 관심이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직업 위탁기관에서 운영하는 과정으로서 고등학교 3학년의 1년 과정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2~3학년 2년 과정으로 운영하는 기관도 있다. 일반고 직업 위탁과정은 시‧도교육청에 따라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어 특정한 형태로 정형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산업정보(고등)학교, 직업교육 거점학교, 대학(전문대학), 대한상공회의소, 한국폴리텍대학, 공공기관 지정 운영기관, 지자체 운영기관, 민간 운영기관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면담 대상 학교로 선정한 산업정보학교는 일반고 학생 중 직업교육을 희망하는 학생(주로 3학년 대상, 서울 종로산업정보학교와 금천문화예술정보학교, 대전 산업정보학교는 2학년 과정 운영)들을 위해 위탁 직업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공립학교(각종학교)이다. 학생은 원 소속 고등학교에 적을 두고 위탁기간 동안 직업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되는데, 산업정보학교는 기계‧전자(자동차‧항공전자, IT엔지니어, 전기 등), 실용예술(실용 음악, 실내 디자인, 만화 애니메이션 등), 서비스(관광, 미용 등), 조리 등 다양한 특화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일반고 학생들은 산업정보학교의 교육과정을 이수 후 원 소속 일반고 명의의 졸업장을 발급받게 된다(대전산업정보고등학교의 경우, 2학년 전학 후 교육과정을 마친 재학생들은 대전산업정보고등학교 명의 졸업). 현재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등 전국 5개 시‧도교육청에서 총 10개교의 정보산업학교를 설치‧운영 중에 있으며, 각 산업정보학교의 운영 현황을 표로 정리하면 아래 <표 Ⅱ-2>와 같다.
※ 출처: 교육부(2017, p. 9)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우리나라 일반고 학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직업 위탁과정은 산업정보학교, 직업교육 거점학교, 대학(전문대학), 대한상공회의소, 한국폴리텍대학, 공공기관 지정 운영기관, 지자체 운영기관, 민간 운영기관 등 다양한 기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기관들 가운데 산업정보학교는 상당한 비율의 학생을 교육시키고 있는 중요한 기관이며 일반고와 긴밀한 협력이 가능한 유일한 공립학교(각종학교)이기 때문에, 본 연구는 산업정보학교를 중심으로 일반고 직업교육의 실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Ⅲ. 연구 방법
본 연구는 전국의 5개 시‧도의 산업정보학교 교사 및 학생, 해당 산업정보학교에 위탁생을 보내는 일반 고등학교 교사, 이들을 지원하고 있는 시‧도교육청 장학사를 대상으로 면담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은 각 기관별로 본 연구의 목적과 함께 면담조사 대상자의 특성을 안내하고 이에 적합한 참여자를 선정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산업정보학교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교사 2인과 학생 2인 이상이 집단 면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하였으며, 해당 학교의 상황에 따라 면담조사 참여자 인원수를 조정하도록 하였다. 일반 고등학교의 경우 직업 위탁과정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 1인이 참여하도록 하되, 이전의 담당자 또는 상담 교사 등의 참여도 가능한 것으로 안내하였다. 시‧도교육청의 경우에는 산업정보학교가 있는 다섯 개의 시‧도교육청의 담당 업무 장학사에게 면담조사 참여를 요청하였다. 이에 따라 최종 면담조사에는 7개 산업정보학교의 교사 15명, 학생 총 13명, 4개의 일반 고등학교의 6명의 직업 위탁교육 담당 교사, 3개 시‧도교육청의 직업 위탁업무 담당자 4명(2명은 서면조사로 대체)이 참여함으로써, 14개 기관의 총 38명이 참여하였다. 심층 면담조사에 참여한 참여자들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일반고 직업 위탁교육 실태에 대한 면담조사 질문지는 산업정보학교 교사용 및 학생용, 일반고 교사용, 시‧도교육청 관계자용 등 총 4개 유형으로 개발되었다. 면담조사 질문지는 학생의 직업 위탁과정 선택 동기, 참여 학생의 특성, 직업 위탁과정 홍보 및 선발 방식, 직업 위탁과정 운영 방식, 학생의 중토탈락 사유 등 직업 위탁교육의 전반적인 실태를 살펴볼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하였으며, 각 면담 대상자별로 내용을 차별화 하여 개발하였다. 면담조사 대상별로 면담조사 질문지에 포함된 항목은 다음과 같다.
면담조사에 앞서 방문조사 대상 학교에 연락을 취해 방문 일정을 조율하고 방문 일정이 확정되면 사전에 면담조사 계획(안)과 면담질문지를 사전에 송부하여 해당 학교에서 답변이나 관련 자료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면담조사는 2018년 9월 5일부터 12일까지 이루어졌으며, 해당 기간 내에 연구자가 직접 사례 학교를 방문하여 실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면담조사는 위의 표에 제시된 조사 내용을 중심으로 실시하되, 개별 기관의 상황이나 논의의 흐름에 따라 해당 주제와 관련하여 자유스럽고 개방적인 대화를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반구조화된 면담’(semi-structured interview)을 적용하여 실시하였다. 면담조사 대상자를 상대로 각각 약 1시간 내외의 시간 동안(학생 면담은 30분) 개별 또는 집단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실시하였으며, 집단 면담의 경우에는 교사 집단과 학생 집단을 구분하여 실시하였다. 연구진은 면담대상자의 동의하에 면담조사 과정을 모두 녹취하고, 면담조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면담조사 내용과 관련된 자료나 책자가 있을 경우 자료도 함께 수집하였다.
면담조사가 종료된 이후에는 녹취된 파일을 모두 전사(transcription)하여 문서로 변환하였다. 집단 면담의 경우,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구분하기 어려워 개별 참여자를 구분하지 않고 전사 작업을 실시하였다. 면담조사 분석은 전사된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고 논의하는 가운데 개별 학교의 고유 특성과 학교 간 공통적인 특성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분석을 실시하였다. 전사 자료를 읽으면서 주요 내용에 대해 개방 코딩(open coding)을 실시하고 이를 다시 유사한 범주로 묶는 축코딩(axial coding)을 실시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에 대한 타당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연구자 간 이견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논의하며 점검하는 동시에, 면담조사에 참여하였던 교사들에게 분석 결과에 대한 검토를 의뢰하여 의견을 수렴하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검토 의견을 지속적으로 분석 결과에 반영하여 일반고 직업 위탁교육의 운영 실태와 개선 요구 사항을 파악하였으며, 이로부터 일반고 직업교육 내실화 방안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Ⅳ. 연구 결과
면담조사의 결과는 (1)일반고 학생의 직업 위탁과정 만족 및 중도탈락 요인, (2)일반고 직업 위탁과정 홍보 및 안내 실태, (3)일반고 직업 위탁과정 운영 실태의 세 가지 영역으로 분석되었으며, 각 영역별 세부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직업 위탁과정 참여 학생의 특성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학생들이 직업 위탁과정을 참여하게 된 동기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학생들의 위탁과정 참여 동기에 대하여 산업정보학교의 교사, 학생, 일반 고등학교 교사 등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1)직업 흥미에 따른 직업 준비, (2)일반 고등학교 생활의 무기력에 따른 진로 탐색 기회 확보, (3)생활지도 위기 학생의 격리 및 도피, 세 가지 이유로 분석되었다.
첫째, 직업에 대한 흥미가 있어서 해당 직업으로의 진로 변경을 위해 직업 위탁과정을 선택한 학생들이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직업 분야로 진로를 변경하기 위해 자격증 취득 및 진로 준비를 도와주는 위탁과정을 선택하였다. 특성화고등학교를 진학할 기회를 놓쳤거나, 뒤늦게 자신의 진로를 찾아 동아리나 학원 등을 다니며 직업 준비를 해온 학생들이 주로 이러한 유형의 동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저한테 요리가 맞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요리 학원을 다니다가, (학원 사람들이) 학교에서도 여러 가지 실습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직업) 위탁에 대해 알게 됐고, 학교 선생님의 도움으로 이쪽으로(산업정보학교) 올 수 있었어요. [G산업정보학교, 학생-12, 13]
우리학교는 대부분 진로를 선택해서 오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조금 (일반고에서) 밀려서 오는 학생들이 있었거든요. 학교에 적응을 못해서 온다거나. 그런데 그것이 계속 개선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 그런 아이들도 없지는 않다고 보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꿈과 희망을 찾아서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A산업정보학교, 정보학교 교사-1, 2, 3, 4]
둘째, 아직 뚜렷한 진로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등학교 생활을 무의미하게 보내기보다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를 ‘탐색’하기 위해 직업 위탁과정을 선택한 학생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학생들은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고등학교에서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무기력함을 느끼는 가운데, 그에 대한 대안으로 자신에게 적합한 직업을 탐색하기 위해 직업 위탁과정을 선택하기도 하였다.
학교에서 (위탁교육) 신청할 사람을 받아서 신청한 사람은 (정보학교로) 가게 되는데, 저는 그때 제가 그것을(자신의 진로를) 좋아할지 잘 모르니까 일단 확신을 얻고 싶어서 신청했었어요. [G산업정보학교, 학생-12, 13]
(진로를 아직) 결정하지는 못했지만 일반고에서 이 길이(대학 진학) 아니라고 판단됐고 진로를 탐색하러 오는 학생들이 있어요. [D산업정보학교, 정보학교 교사-9]
셋째, 고등학교에서 생활지도에 문제를 일으키는 부적응 학생 및 위기학생에게 새로운 환경을 제공하거나 다른 학생들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직업 위탁과정이 이용되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고에서는 생활지도의 문제로 인해 교사와 다른 학생들에게 어려움을 주었던 학생에게 직업 위탁교육을 “권유”하고 “추천”해서 위탁교육을 시작도록 하는 경우도 논의되었다. 대학 입학 준비에 집중해야 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 가운데, 문제를 일으키는 위기 학생을 “분리”함으로써 학업 분위기를 조성하고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떠밀려서” 위탁교육을 시작하게 된 위기 학생들은 위탁 교육기관에서도 부적응하는 사례가 있어 교사와 학생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적으로 얘기하면, 생활지도나 학교에서 적응 잘 못하는 아이들이 여기(일반고)에 그대로 있다가는 학업 중단위기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그쪽(정보학교)으로 가면 진로 탐방의 기회를 얻거나 공부 이외의 다른 것들이 너한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많이 (정보학교로) 보내요. (중략) 고등학교 3학년 같은 경우에 공부에 좀 집중해야 되는데 그 아이들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많이 보는 경우가 많은 거예요. 그 아이들이 위탁교육에 가면 그쪽에서 이 아이들의 생활지도를 감당해주니까 오히려 여기는 평화로운 상태가 되는 거죠. [H고등학교, 일반고 교사-1]
직업 위탁과정은 일반고에서 진로 변경을 원했던 학생들에게 상당한 만족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과정에 대해 만족하는 원인들로는 다음과 같이 (1)희망 직업의 실제적인 준비가 가능한 점과, (2)진로 탐색 기회로 인해 자신의 진로 목표가 확실해진 점, (3)학습 성공 경험으로 인한 심리‧정서적으로 변화된 점 등이 논의되었다.
첫째, 학생들이 직업 위탁과정에 만족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위한 실제적인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동아리에서의 경험은 전문성이 부족하고, 외부 학원에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일은 상당한 비용과 방과 후 시간을 필요로 하는 데 반해, 직업 위탁과정은 적은 비용으로 학교 일과 시간 내에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전문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저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만족스러워요. 계속 자격증 관련 수업에서 배우고, 하여튼 스펙을 쌓아가는 것이니까요. 전 너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만족하고 있어요. [A산업정보학교, 학생-1, 2, 3]
이 학교 오기 전에는 전공과 관련된 지식이 없으니까 뭘 해본다고 해도 한정적이잖아요. 산업학교 오면서 확장된 시야를 가질 수 있었다고 해야 하나? 내가 뭘 좋아하고 뭐에 관심이 있고 뭘 잘하는지 더 알 수 있게 돼서 좋았어요. 그리고 자격증의 경우는 학원에서 따려면 엄청 (수업료가) 비싼데, 여기서는 전문적인 것도 알려주고 또 그걸 응용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C산업정보학교, 학생-6, 7]
둘째, 학생들은 위탁과정에서의 직업 준비 체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 목표를 확실히 하게 된 점에 대해 만족하고 있었다. 진로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채 위탁과정을 시작한 학생들 가운데는 직업 준비 교육을 통해 “자신의 꿈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거나 “목표가 생겨 어디를 보고 가야하는지 알게 된” 점을 중요한 만족의 원인으로 언급하였다. 이처럼 일반 고등학교에서 의미를 찾지 못해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던 자신에게, 위탁교육의 기회는 진로를 찾게 한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언급하기도 하였다.
원적교에 있었을 때에는 좀 (진로가) 되게 추상적이었어요. 아무래도 대학 진학에만 맞춰져있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서는 배우는 것도 하나로 정해져서 (좋아요). (중략) 일반고보다는 (진로에 대한) 방향성이 되게 뚜렷한 것 같아요. [B산업정보학교, 학생-4, 5]
솔직히 자격증 따는 것만 보면, 대학교 가서도 딸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정보학교에서는) 내 진로를 어떻게 계획할까에 대해서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C산업정보학교, 학생-6, 7]
셋째, 학생들이 직업 위탁과정을 만족하는 또 하나의 원인은 학습 성공 경험들로 인한 심리‧정서인 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 위탁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일부 학생들은 일반 고등학교에서 학업 성적으로 인해 열등감을 가지거나 무기력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경우가 있었던 반면, 직업 위탁교육에서는 실습을 통해 작은 성공 경험들을 축적해나가게 되면서 자기 자신과 미래 진로에 대해 “성취감”이나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해 의미를 두고 있었다.
여기서 배우는 것은 좀 색다른 거잖아요. 제가 조리다 보니까 식품위생이라든지 과학이라든지 그런 것에 대해 배우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게 되니까, 좀 더 여기에 만족하게 됐어요. 본교에 있었으면 잠을 자거나 그랬을텐데, (정보학교에서는) 진짜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것처럼 느껴져요. [E산업정보학교, 학생-8, 9]
아이들이 인문계 고등학교 다닐 때, 사실 성공의 경험이 많이 없습니다. (중략) 처음에 입교한 경우, 성공 경험을 할 수 있게 작은 단위의 과제를 배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습위주로 교육과정이 편성돼요. [A산업정보학교, 정보학교 교사-1, 2, 3, 4]
직업 위탁과정에는 만족하며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나가는 학생들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불만족하거나 부적응하여 해당 과정을 다 이수하지 못한 채 중도에 탈락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 탈락하는 이유를 분석한 결과, (1)직업 위탁과정에 대한 이해 부족, (2)강도 높은 실습교육에 대한 부담, (3)대학 진학으로의 진로 재변경, (4)생활지도 문제 등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직업 위탁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가운데 자신의 전공에 대해서도 흥미나 관심이 부족하여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직업 위탁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올바른 이해 없이 직업 위탁과정을 시작하였다가 “자신이 생각하였던 것과 맞지 않아” 그만 두게 되는 경우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학생이 선택한 전공에 대해서도 추상적이고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거나 심사숙고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과를 선택함으로써 중도에 탈락하는 경우들이 발생하는 것으로 논의되었다.
(위탁과정을) 힘들어하는 학생은, 아무래도 처음에 (모집)공고가 구체적이지 못하고 추상적인 면이 있어서, 생각하는 것과 달라서 그런 것 같아요. (전공) 이름만 딱 보고 들어왔다가, (자신의 적성에) 안 맞아서 약간 힘들어하는 친구도 있어요. [B산업정보학교, 학생-4, 5]
둘째, 일부 학생들은 강도 높은 실습교육에 대한 부담으로 위탁과정 이수를 중도에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고등학교에서 대학 진학 공부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학생들의 경우 일종의 “도피처”로 직업 위탁과정을 선택하였으나, 자신의 생각과 달리 강도 높은 실습과 자격증 취득을 위한 이론 공부도 요구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곧, 이들은 직업 위탁과정에서 “막연히 쉽고”, “약간 편하게”, “공부 안하고 쉬엄쉬엄 노는 것처럼 실습하는” 과정으로 알고 시작하였으나, 실습 위주의 강도 높은 학습 일정에 “힘들어 하거나” “버티지 못하는” 사례들이 나타나는 것으로 논의되었다.
약간 편하게 학교 다니려고 왔는데, 솔직히 여기가 체력적으로 빡빡하고, 정말 피곤하거든요. 진짜 이쪽에 관심이 있고 하고 싶었어도 힘이 드는데, 그렇지 않은 애들은 더 못 버틸 것 같아요. [A산업정보학교, 학생-1, 2, 3]
실습이 어려워요. 애들이 일반고 보다 편하거나 쉬울 줄 알고 (위탁과정에) 오는데, 막상 오면 실습이 빡빡하거든요. 매일 자던 애들이 여기가 더 힘든 거예요. 이론 시험도 어렵고요. 그래서 도저히 적응을 못하는 거죠. 또 생활지도도 굉장히 엄하고요. 그런 부분에서 쉽게 생각했다가 (중도탈락해요.) [F산업정보학교, 정보학교 교사-12, 13]
셋째, 학생들 중에는 위탁과정을 이수하는 동안 대학 진학으로 다시 진로 목표가 변경됨에 따라 위탁교육을 중단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과정을 시작한 학생들 가운데에는, 막연하게 시작해본 직업 준비 과정을 통해 대학으로의 진로를 다시 확인하고 원적교로 복귀하는 경우도 있었다.
수시 모집 때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더라고요. 자기는 (정보학교) 와서 생활해보니까, 다시 공부하고 싶다고, 학원도 다니고 있대요. 그런 학생은 붙잡을 수가 없더라고요.(중략) (학부모님들이) 얘가 이렇게 눈빛이 달라졌다고, 아이가 공부하겠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지금 그런 얘기를 한다는 거예요. 그런 것은 놀라운 변화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후회 없는 삶을 살 것 아니에요. 그렇게 진학을 다시 꿈꿔서 원적교로 복귀하는 학생이 있어요. [B산업정보학교, 정보학교 교사-5, 6]
넷째, 직업 위탁과정 학생들 가운데는 생활지도의 문제로 인해 중토 탈락하게 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고에서 생활지도 문제를 겪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 자의나 타의에 의해서 직업 위탁과정에 들어오게 되기도 하는데, 이들은 일반 고등학교를 벗어나기 위한 목적으로 직업 위탁과정을 선택하였기 때문에, 여전히 생활지도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논의되었다.
학생의 직업 위탁과정 만족 및 중도 탈락 요인은 직업 위탁과정에 대한 이해 및 적응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있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일반고 직업 위탁과정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안내되고 홍보되는지 그 실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직업 위탁과정은 현재 재학 중인 일반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홍보는 다음과 같이 (1)선발 공고 및 홍보물을 게시하거나 (2)희망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 위탁교육 설명회를 개최하거나, (3)직업 위탁기관에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거나, (4)학생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학교장,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에 대해 더욱 상세히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학교에서 가장 손쉽게 하는 방법이 직업 위탁교육 학생 선발에 대한 공문 및 홍보자료를 게시하거나 배부하여 학생들에게 안내하는 방법이었다. 일반고의 목적이 대학 진학에 두고 있으므로 직업 위탁과정에 대한 홍보는 1~2학년 때부터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2학년 후반부에 집중되어 있었다. 홍보는 직업 위탁과정의 선발 공고에 대한 게시물을 교실에 게시하거나, 관련 내용으로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거나, 직업 위탁 기관에서 배포한 홍보물을 비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이러한 소극적인 홍보 방법은 학생들이 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경우 학생들의 주목을 끌기에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학년 때 위탁학교들에서 홍보물이 오면 학교에 게시를 하고 담임 선생님을 통해 가정통신문으로 안내문을 보내죠. 그리고 아이들이 (위탁교육을) 희망하면, 우리학교에서 (위탁학생) 선발 담당 선생님들이 상담을 하시고, 학년 부장님의 상담을 거치고, 또 부모님의 동의서를 받죠. [K고등학교, 일반고 교사-6]
둘째, 일부 지역 및 학교에서는 직업 위탁과정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따로 모아 별도의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이러한 설명회는 보통 직업 위탁과정을 운영하는 학교 및 기관의 담당자가 직접 해당 고등학교로 방문하여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작게는 한 명의 위탁 기관 담당자가 관심 있는 일부 학생을 대상으로 설명 및 상담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직업 위탁기관이 많은 시‧도의 경우 학교별로 ‘합동 설명회’를 개최하여 다수의 산업정보학교 및 직업 위탁 기관 관계자들이 위탁교육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각 기관의 위탁과정에 대해 홍보하고 있었다.
(위탁과정 운영) 학교들이 홍보에 말 그대로 사활을 걸어요. 홍보에 엄청 노력을 하고 홍보에 쏟아 붓는 비용도 많고요. (중략)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며칠에 우리 학교에 와서 학생들에게 홍보해 주세요.’라고 연락이 옵니다. 그러면 그 학교에서는 3학년 때 (위탁교육을) 원하는 애들은 강당에 모아주죠. 그렇게 모아주면 (위탁교육 담당자가) 가서 홍보하는 것인데, 그 때 (우리 시에 있는 산업정보) 학교를 각각 다 따로 부르는 것이 아니고 같은 날 같이 불러요. [E산업정보학교, 정보학교 교사-10, 11]
그러나 이러한 설명회는 일반적으로 직업 위탁과정 학생 선발을 앞두고 년 1회에 제한되어 운영되고 있었으며, 각 기관별로 충분하게 자신의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아쉬움이 있는 것으로 논의되었다.
셋째, 일부 지역 및 학교에서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직업 위탁기관에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학생이 직업에 대한 자신의 흥미를 확인하게 하는 동시에, 산업정보학교에 대한 홍보의 기회로도 삼고 있었다. 일부 지역 및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막연하게 직업 위탁과정을 시작하였다가 중도에 탈락하는 비율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에게 일부 직업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오늘 우리 학교가 부산스러운 이유 중 하나가, 오늘 1시부터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위탁교육 과정이 움직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 중에서 3학년 때 위탁교육 과정으로 올까 고민하는 학생들이 (산업정보) 학교를 (방문해서) 잠시 체험해보는 과정이에요. 오늘부터 5주 동안 월요일마다 와요. 교육청 주도하에 (진행되는데,) 우리 학교에 이런 것(학과)이 있다고 (안내)하면, 학생들이 신청하고, 그 신청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5주 동안 각 학과를 맛볼 수 있도록 체험 형식으로 운영합니다. [D산업정보학교, 정보학교 교사-9]
(일반고 동아리 활동의 일환으로 하는 직업 체험은) 지금 거점학교라고 해서 한 세 학교에서 하고 있어요. ○○공업고등학교는 토요일에, ○○산업정보학교는 월요일에 방과 후 활동으로 하고 있는데, 제가 수업을 해보니까 진짜 하고 싶어서 온 애들 같아요. 되게 열심히 하더라고요. [F산업정보학교, 정보학교 교사-12, 13]
넷째, 일부 학교에서는 단순히 홍보물을 배부하거나 학생에게 설명하고 체험하게 하는 차원을 넘어서, 학생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학교장,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도 산업정보학교 초청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직업 위탁과정을 선택하는 일은 학생 개인의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일반 고등학교의 학교장, 위탁과정 업무 담당 교사, 나아가 학부모의 인식과 지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일부 학교에서는 인근 지역의 학교장, 교사, 학부모를 산업정보학교에 초청하여 설명회를 개최하고, 직업 위탁과정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학생들의 실습 훈련을 참관하게 하고 질의응답을 하는 등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일반 고등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저희 학교(산업학교)에 대해서 잘 모르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분들을 우리 학교에 모셔서 시설이나 수업 장면을 보여드리면 좀 놀라십니다. 막연하게 위탁교육을 생각하고 있다가 실제로 시설도 좋고 학생들도 열심히 하는 것을 직접 보면, ‘우리 반에 어떤 친구들은 보내야 하겠다’ 하고 인식이 바뀌더라고요. 그렇게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C산업정보학교, 정보학교 교사-7, 8]
교장선생님이 (직업 위탁교육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일반 고등학교에서 차이가 많이 나요. (교장 선생님에 따라서) 홍보를 하는 데에도 굉장히 한계가 있고요. 그래서 우리가 교장선생님들을 모시고 학교 공개도 했는데, 와서 보시면 이렇게 공부하는 것을 보시고 깜짝 놀라십니다. (중략) 일반 고등학교 교장, 교감 선생님이 (직업교육에 대한) 마인드가 있고 (산업학교에 대해) 잘 알고 계시면 그에 맞는 학생들을 저희한테 보내실 텐데, 모르는 분이 태반이에요. 그래서 인근 지역 교장 선생님들을 다 초청하는 거예요. 하루 와서 본인들이 직접 실습도 해보시며 좋아하시더라고요. [E산업정보학교, 정보학교 교사-10, 11]
직업 위탁과정에 대한 홍보가 주로 직업 위탁기관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반고 교사들의 협조는 학교나 교사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고 교사들이 직업 위탁과정을 안내하거나 상담하는 데 소극적인 입장을 가진 경우와 적극적인 입장을 가진 경우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일반고에서는 직업 위탁과정을 안내하고 상담하는 데 소극적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일반고의 모든 활동이 대학 진학을 목표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대학 진학이 아닌 직업 위탁과정 자체에 대해 관심이 적으며, 직업 위탁교육에 대한 지식이나 상담‧지도 경험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직업 위탁과정 업무는 교사들이 기피하는 업무이자 자주 바뀌는 자리이며, 교사들은 직업 위탁과정 선발 공고나 정보를 교실 게시판에 게시하여 안내하는 정도로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장의 결정에 따라 직업 위탁과정에 대한 홍보나 상담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사례들도 논의되었다.
이전의 상황들을 보면 학생들이 몰라서 (산업정보학교에) 못 오는 케이스가 굉장히 많았었어요. 이런 과정이 있다는 것을 (고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안내해주면 우리들은 너무 좋죠.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서 오는 케이스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직업 위탁교육에 대한) 안내는 일반고에서는 좀 소극적이지 않나 (생각해요)....(중략)... 학교마다의 (위탁교육에 대한 안내에) 차이가 엄청나게 많아요. 학교에서 ‘안 보내겠다.’고 정하면, 그 학교에서는 (위탁생이) 한명도 안와요. 쉽게 얘기해서 우리 지역에서 이름께나 있는 어떤 사립학교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위탁생이 5명밖에 안 왔을 거예요. (중략) 그런 것처럼 그 학교에서 (위탁교육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서, 학생들의 선택권조차도 없어지게 되는 거예요. [A산업정보학교, 정보학교 교사-1, 2, 3, 4]
이처럼 교사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근본적인 원인은 대학입학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고의 문화와 직업 위탁과정을 ‘일반 고등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대안적인 과정’으로 간주하는 부정적인 인식 등에 기인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 위탁과정은 일반 고등학교에 부적응하거나 문제가 있던 학생들이 가는 학교로서, “일반고에 잘 적응하면 갈 필요가 없는” 과정으로 간주되기도 하였다.
사실 제가 직업 위탁교육을 추천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 아이가 (산업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면 분명히 굉장히 잘 맞을 것 같아서 보내고 싶은데, 그 학교 가서 같이 어울리게 되는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일지 모르니까, ‘그 아이들 때문에 이 아이의 삶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굉장히 커서 약간 부담이 되긴 해요. (중략) 어쨌든 간에 일반고에 적응을 못해서 보내는 것이니까요. 여기서 적응을 잘하면 갈 필요가 없는 학생들이잖아요. [H고등학교, 일반고 교사-1]
이런 경우 학생들 또한 학교에서 직업 위탁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지 못했으며, 교사의 상담이나 지도 없이 선배나 친구 등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위탁과정을 인지하게 되었고, 자신이 직접 해당 위탁기관의 홈페이지로부터 정보를 얻는 방식으로 직업 위탁과정에 대해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최근에는 일반고 교사들이 직업 위탁과정을 적극적으로 안내하여 학생들을 상담, 지도하는 경우가 서서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이 직업 위탁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이에 적합한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며 상담을 실시하는 사례들은 그들의 학생 지도 및 상담 경험에 근거하고 있었다. 곧, 교사들은 직업 위탁과정을 안내해준 학생들이 만족하며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는 것을 보거나, 산업정보학교를 직접 방문하여 위탁 학생의 실습 장면을 관찰하고 상담하는 과정을 통해, 일반 고등학교에 직업 위탁교육이 존재하는 의미와 효과에 대해 제고하며 직업 위탁교육에 대한 교사의 인식을 바꾼 경우가 많았다.
일반고의 직업 위탁과정은 산업정보학교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일반고의 지원 프로그램, 그리고 이 두 기관의 협력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일반고 직업 위탁과정 운영 실태는 산업정보학교의 직업 위탁과정 운영 실태와 일반고의 직업 위탁 학생의 교육 실태, 그리고 이 두 기관의 협력 실태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산업정보학교의 직업 위탁 교육과정 운영의 실태를 (1)전문교과 중심의 교육과정 편성‧운영, (2)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 운영, (3)진로 상담 및 지도의 세 가지 차원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산업정보학교의 교육과정은 학과별로 자격증 취득을 위한 이론 학습 및 실습 교육을 중심으로 편성‧운영되고 있었다. 산업정보학교는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실습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부분 전문교과들로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강도 높은 실습과 이론 공부에 참여하고 있었다. 면담조사에 참여한 교사와 학생들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직업 분야에 대해 직접 실습을 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차후 “취업을 위한 밑바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실습 중심의 교육과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저희 학교의 목표는 자격증 취득이 제일 커요. 사실 산업학교의 모토는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직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잖아요. 그것을 위해서 대부분의 과가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교육과정이 짜져있어요. 내후년부터는 전 교과를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과정으로 실습을 바꾸려고 준비하고 있고요. [G산업정보학교, 정보학교 교사-14, 15]
(산업정보학교의 교육과정은) 실습, 기능 중심으로 생각하셔야죠. 특성화고등학교는 3년 과정인데 여기는 1년 과정이다 보니까, 특성화고교의 2/3정도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게끔 맞추려고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습니다. [A산업정보학교, 산업정보 교사-1, 2, 3]
둘째, 일부 산업정보학교에서는 이러한 전문교과 이외에 일반 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을 교육과정에 공식적으로 편성‧운영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산업정보학교에서는 특정 요일에 위탁학생들이 원적교에 등교하도록 하여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교과 수업을 듣게 하고 있으나, 일부 지역의 산업학교의 경우에는 창의적 체험활동의 일부(혹은 전부)를 공식적으로 교육과정의 수업 시수로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곧, 면담조사에 참여한 7개 산업정보학교 가운데 2개교에서는 전문교과로만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할 경우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단조로울 수 있기 때문에, 교과(체육) 또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이처럼 창의적 체험활동을 산업정보학교에서 편성․운영할 경우, 학생들의 진로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실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교사들이 실습 중심의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창의적 체험활동까지 준비‧지도해야 하기 때문에 따라 업무가 가중되는 부담이 있는 것으로 논의되기도 하였다.
(아이들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창체(창의적 체험활동)가 있잖아요, 생활교육부에서 해야 하는 금연교육, 학교폭력, 성폭력 교육 (중략) 정보부에서 저작권 교육 이런 것들이 다 자율활동에 포함되는 것들이고요, 진로활동은 진로부에서 취업과 관련된 것들을 하고 있고요. (중략) 일반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교내 봉사활동도 하는데, 저희 학교는 현재 9시간 정도 하고 있어요. 동아리활동은 1년에 16시간 정도 하거든요. 동아리 선생님들이 맡아서 여러 개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G산업정보학교, 정보학교 교사-14, 15]
셋째, 산업정보학교는 위탁학생을 대상으로 취업이나 진로를 위한 상담이나 지도도 병행하고 있었다. 일반고가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산업정보학교는 궁극적으로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을 위한 진로 상담, 진로 특강, 취업 설명회 등을 실시하고 있었다. 최근 노동시장의 어려움으로 인해, 위탁과정 이수 학생들의 취업 성공률도 다소 낮아진 문제가 있으나, 자격증 취득을 도와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진로 상담을 (산업정보학교) 담임 선생님과 가장 많이 하고요, 그 다음에 우리 학교는 진로상담부와 취업지원반이 별도로 있어서 그 쪽에서 상담도 하고, 진로 선생님이 한 시간씩 수업에 들어가서 애들한테 특강 형식으로 수업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수시로 외부의 전문가들을 초빙해서 특강의 형식으로 취업에 대한 예절이라든지 뭐 그런 것에 대해서 연중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E산업정보학교, 정보학교 교사-10, 11]
최근 산업정보학교는 졸업 직후 취업을 다소 미루고 대학으로 진학하려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논의되었다. 이처럼 산업정보학교에서 배운 전문 분야와 관련하여 전문대학 등에서 계속 수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으나, 대학 진학에 대해서는 상담이나 지도가 한계가 있어 원적교인 일반 고등학교 교사들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정보학교의 직업 위탁과정은 일반고의 연장선상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이 두 기관의 교육을 서로 긴밀하게 연계하여 학생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반고에서 직업 위탁교육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 위탁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 원적교인 일반 고등학교에 등교하여 수업을 하고 있었으나, 이들을 위해 마련된 별도의 프로그램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위탁생이 많은 학교의 경우 위탁생들만으로 별도의 학급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었던 반면, 소수의 위탁생을 관리하고 있는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위탁생을 일반 학급에 배정하고 해당 학급의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위탁생들은 일주일에 한번 원적교에 등교하여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영어, 과학, 한국사, 체육, 음악 등의 교과 수업을 받고 해당 과목에 대한 시험을 보고 있었으며, 해당 요일에 창의적 체험활동이 있는 경우에는 동아리 활동이나 진로 탐색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었다.
저희 학교는 (월요일 원적교에서) 교과 수업을 그냥 그대로 해요. 화법과 작문, 지구과학, 그리고 마지막 시간엔 체육을 해요. 매주 월요일마다요. (중략) 1학기 때는 (위탁생 아이들이) 대체로 수업을 잘 듣는 편이었는데, 이제 2학기 들어서는 그렇게 열심히 하진 않아요. [F산업정보학교, 학생-10, 11]
작년에 같은 경우는 월요일에 (위탁생들 교과 수업하는) 선생님에게 말씀드리는 것이, ‘직업반 애들은 수업이 안 된다, 아이들 좀 일주일 동안 피곤이 쌓였는데 좀 쉬게 하는 것도 괜찮다’ 이렇게 말씀을 드렸어요. 선생님은 진도도 있고 시험도 봐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월요일에 학교로 온 위탁과정) 애들이 제대로 수업을 듣는 애들이 없으니까요. 시험도 그냥 점수가 낮은대로 (시험을) 보죠. [J고등학교, 일반고 교사-3, 4, 5]
일반고의 가장 큰 문제는 위탁생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못한 채, ‘주1회 원적교 등교’라는 원칙에 따라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업반이 없이 일반 학급에 배정된 학생들은 소속감이 없는 상황에서 소속 학습의 수업을 무의미하게 참여하는 일도 많았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출석체크와 함께 개인 자습 시간을 주어 자격증 관련 공부나 독서 등의 일들로 시간을 보내도록 하거나 오전 수업 이후 귀가 조치하는 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 및 학생들은 이처럼 형식적이고 무의미하게 시간만 보내게 되는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제기하였으며, 원적교 등교의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 마련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좀 형식적인 것 같은데, (원적교에 있는) 네 시간 동안 청소 같은 봉사활동으로 시간을 채우고 그래요. 이게 형식적인 시간이니까, 애들도 각자 자신이 할 것을 하고요. 저는 그렇게 형식적이라면 (원적교에 등교하지 않고) 여기(산업정보학교) 오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 딱히 (원적교) 가서 하는 것이 없거든요. 저희가 가면 다른 학교의 학생처럼 취급되니까, 차라리 안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B산업정보학교, 학생-4, 5]
원래 원칙 상 학교를 6교시까지 하고 가야 하는데, 저희 (원적교) 담임선생님이 점심 먹고 1시 정도에서 끝내주는 선으로 해주세요. [F산업정보학교, 학생-10, 11]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일부 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은 원적교 등교를 학과 공부의 수학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소속감을 확인하고 담당 교사로부터의 상담이나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하였다. 위탁생이라고 하더라도 소속은 원적교로 되어 있기 때문에, 원적교의 공지사항에 대해 안내받거나 학생에 대한 교사의 관리 및 진로 상담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저는 모교 가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요. 직업반에 있다고 해서 1년 동안 아예 다른 학교에 가 있으면, 원래 학교가 제가 다니던 학교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다니던 학교에서 날 아시는 선생님이나 친구들도 자주 못 만나니까요. [F산업정보학교, 학생-10, 11]
저는 (원적교에)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애들의 소속감이 그쪽(일반 고등학교)에 있어야할 것 같아서요. 안 그러면 ‘위탁’이 아니어야죠. 걔들은 본교의 이름으로 졸업하는 것이고, 우리(산업정보학교)는 ‘수료’에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원적교에 가서) 관리도 받고, 서류 문제도 확인해야 하고요. [F산업정보학교, 정보학교 교사-12, 13]
산업정보학교와 원적교가 공동으로 위탁학생의 교육 및 관리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기 때문에, 일반고 직업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이 두 기관 간의 상호 협력은 매우 중요하게 요구된다.
실제로, 산업정보학교와 원적교의 교사들은 학생 관리 및 생활지도의 문제로 서로 문의하거나 상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협력의 주요 수단으로 전화 통화를 선호하고 있었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정기적으로 산업정보학교를 방문하여 상담 및 격려 활동을 수행하고 있었다. 산업정보학교와 일반고는 특히 위탁학생의 기존 학교생활이나 가정 배경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위탁과정에의 적응 상황을 점검하는 등 생활지도 측면에서 가장 많이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학교의 경우에는 일반 고등학교의 위탁교육 담당 교사나 담임교사가 산업정보학교를 직접 방문하여 위탁 보낸 학생들의 적응 상황을 점검하고 격려하는 등의 지원 활동을 수행하고 있었다.
사안이 발생했을 때는 (원적교 교사들과) 서로 협조를 하죠. 애가 어떻다는 정보를 주고받아요. (학생의) 진로 같은 경우, 그쪽(원적교)은 대학 진학이고, 우리(산업정보학교)는 취업이여서, 그렇게까지 서로 많이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생활지도 면에서 더 연계가 많이 돼요. [F산업정보학교, 정보학교 교사-12, 13]
그러나 이러한 협력은 일부 사례에 국한되어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대부분의 산업정보학교 및 일반 고등학교에서의 상호 협력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정보학교의 경우 위탁학생의 원적교가 수십 개교(많게는 70개교 이상)이기 때문에, 이처럼 많은 학교와 적극적인 상호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상당한 업무 부담을 야기하는 논의되었다. 아울러, 일반 고등학교에서의 직업 위탁교육 업무는 교사들이 기피하는 업무로서 담당 교사가 수시로 변경됨에 따라 직업 위탁교육에 대한 전문성이나 경험이 축적되기 어려우며, 적극적인 협력과 상호 관계 유지에도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많은 고등학교에서 위탁학생의 관리, 출결이나 성적 처리 등의 서류 업무에 관련된 내용을 처리하는 정도로 산업정보학교와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Ⅴ. 논의 및 결론
일반고 직업교육 실태 분석을 위한 면담 조사 결과, 일반고 학생의 직업 위탁과정 만족도는 사전 진로 직업교육, 직업 위탁과정 홍보 및 안내, 직업 위탁과정 운영 실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본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일반고 직업교육 내실화를 위한 시사점을 첫째, 일반고 학생의 직업 위탁과정 취지 및 목적의 명료화, 둘째, 진로 직업교육, 직업 위탁과정 홍보 및 안내 등 사전 준비교육 내실화, 셋째, 직업 위탁과정 운영 내실화, 넷째, 일반고 직업교육에 대한 일반고 교사의 인식 개선으로 구분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일반고 직업교육의 취지 및 목적을 명료화 할 필요가 있다. 일반고의 직업교육 대상 학생들의 만족 및 중도탈락 원인들을 분석한 결과, 일반고 직업교육을 학교 부적응 학생이나 위기 학생들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들이 논의되었으며 이는 학생들의 만족도를 낮추거나 중도에 탈락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 위탁과정은 고등학교 졸업 후 취직을 목적으로 하는 학생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다. 따라서 위기 학생이나 학교 부적응 학생은 직업교육이 아닌 다른 대안을 통해서 지원되어야 하며, 일반고에서 위기 학생이나 학교 부적응 학생이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에서 그러한 학생들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직업 위탁과정을 이용하는 일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곧, 학교 부적응학생이나 위기 학생들은 직업 위탁과정이 아니라 별도의 프로그램이나 심리 상담, 대안교육을 통해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직업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만을 선별하여 직업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둘째, 일반고 직업교육에 대한 홍보 및 안내 등 사전 준비 교육을 내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고 직업교육 홍보 및 안내 실태를 분석한 결과 산업정보학교의 기대와는 달리 일반고에서 직업교육 홍보 및 안내가 상당히 소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이는 학생들이 위탁교육을 정확히 이해하고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야기하거나, 결국 중도 탈락의 주요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일반고 학생들이 직업 위탁과정에 참여하기 전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다양한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보통 직업 위탁과정에 대한 홍보는 참여 직전, 즉 2학년 2학기 말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직업 위탁과정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홍보가 그 이전부터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일반고는 대학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기관이지만 일반고에서 이루어지는 진로교육은 대학 학과 안내나 대학 졸업 후 가능한 직업 중심이 아니라 고등학교 졸업 후 가능한 직업에 대한 안내도 포함하여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하여 직업 위탁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일반고에서 학생들의 직업소양을 함양시키고 직업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 및 이해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직업소양 및 직업기초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는 일반고 학생의 고교 졸업 후 진로 방향(대학진학, 취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에 있어서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진로 직업 탐색 교육과 상담 프로그램’, ‘고교 졸업 후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소양 및 직업기초 교육 프로그램’, ‘직업 위탁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구분하여 개발될 필요가 있다.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는 진로‧직업 탐색 교육 프로그램, 진로‧직업 상담 프로그램 등을, 취업 희망 학생 대상 프로그램으로는 직업 소양 및 직업 기초 교육 프로그램, 직업 위탁과정 정보 안내 및 체험 프로그램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직업 위탁과정 참여 학생 대상 프로그램으로는 직업 위탁교육 적응 및 취업 지원 프로그램, 창의적 체험활동 운영 프로그램을 생각해볼 수 있다.
셋째, 일반고 직업교육과 관련하여 산업정보학교뿐만 아니라 일반고의 위탁과정 운영을 내실화 할 필요가 있다. 일반고 직업교육 운영 실태를 분석한 결과, 산업정보학교는 전문교육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상담 활동에 제한이 있었던 반면, 일반고에서는 직업교육 위탁학생을 위한 별도의 지원 프로그램이 현저하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반고와 정보산업학교 간의 협력 또한 소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논의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고려할 때,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중도 탈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인기 위주의 학과 개편에서 벗어나서 미래 산업 분야를 반영한 교육과정 개설이 필요하다. 교육과정 개설에 있어서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하되 기계, 자동차, 전자, 전기, 건축 관련 학과 등 국가 발전을 위해 필요한 국가 기간산업 관련 학과도 충분히 고려하여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대비할 수 있는 학과의 편성․운영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직업 위탁과정에서는 학과별로 필요한 전문교과의 내용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3년 과정의 특성화고에 비해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학생들을 교육시키고 수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3학년 직업 위탁과정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원적교와 위탁기관 간 협력을 통하여 창의적 체험활동을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원적교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이 이루어질 경우 학생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해당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대안들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넷째, 일반고 직업교육 홍보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근본적으로 일반고 교사들의 인식을 제고하고 직업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교사로 하여금 직업 위탁과정은 학교 부적응학생이나 위기 학생, 문제 학생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미래 사회의 유망 직종을 고려한 교육과정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곧, 학업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좀 더 일찍 시대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삶의 영위 능력을 함양하도록 하여 사회로 진출할 수 있도록 일반고 교사의 직업교육에 대한 긍정적 마인드를 고양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면담 결과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일반고의 교사들은 직업교육에 대한 관심이나 전문적 지식, 학생 지도 경험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관심, 지식, 경험의 차이에 따라 학생에게 직업 위탁교육을 안내하고 상담하는 방식도 상당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이 직업 위탁교육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이 부족하여 체계적으로 학생을 안내‧지도하지 못할 경우, 임의적이고 막연한 동기에 의해 위탁교육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아질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중도 탈락할 비율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직업 위탁과정을 내실화하기 위해서는 일반고 교사의 직업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 곧 일반고 교사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 차원의 현장 전문가 풀을 구축하여 일반고 교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학생이 직업 위탁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일반고와 정보산업학교 양 기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기존에는 산업정보학교에만 치중하여 실태 분석이 이루어진 점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 두 기관의 상호 관련성을 고려하여 실태를 분석한 점, 그리고 실제 이 두 기관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교사, 직업교육을 받은 학생 등 참여자들의 목소리와 경험에 의존하여 실제적인 데이터를 분석하려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일반고 직업 위탁교육에 대한 선행연구가 현저하게 부족하기 때문에 일반고 직업교육에 대한 이론적 탐색을 면밀하게 실시하지 못하였으며, 질적 연구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일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우리나라 직업교육 실태의 경향성을 단정적으로 언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한계를 가진다. 따라서 향후 직업 위탁교육과 관련된 이론 및 담론들을 수집하고 이를 이론적으로 깊이 있게 탐구하는 연구와, 설문조사 및 면담조사를 긴밀하게 연계하여 설계한 통합연구 방법 등을 적용하여 전국적인 경향성과 세부 실태를 파악하는 후속 연구 등이 수행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