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최근 논의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사무행정 등 전통적인 사무직 인력은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게 예상되는 반면, 데이터 분석가 등 과학기술을 요구하는 인력에 대한 수요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World Economic Forum, 2016). 이러한 전망은 한국 사회 전반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없이는 실업, 재교육, 그리고 학교 교육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의 미스매치 등 전 방위적인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본 논문이 관심을 기울이는 측면은 과학기술 측면에서의 성별 격차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여성 경제활동참여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남녀 임금격차, 여성 임원 및 정치인 비중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여성 인력의 활용이 저조함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교육 단계에서도 여학생들의 경우 남학생에 비해 과학기술계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고등학교 이과 선택이나 대학교에서의 과학기술분야(STEM)를 전공으로 선택하는 비율이 여전히 저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과학기술지식을 필요로 하는 직종은 부상하고 그렇지 않은 직종은 사라진다면, 여성 인력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과학기술분야에 저조한 여성 인력의 활용을 연구하는 기본 단계로서 학창시절의 수학 성취도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고자 한다. 특히 학창시절의 수학 능력은 대학 전공 선택뿐만 아니라 미래의 소득, 이후의 생애소득(lifetime earnings)과도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알려져 있는바, 학창시절 수학 성별 격차와 그 격차를 유발하는 요인에 대한 분석이 중요함을 시사한다(Bharadwaj et al., 2016; Suryadarma, 2015). 이에 남녀 수학 능력 격차가 유의한 지, 일시적인 것인지 혹은 지속적인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여성 과학기술 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 제언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또한 정책적 측면에서 접근하면 남녀 격차가 최초로 나타나는 시점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적자본 축적(human capital accumulation)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속화되기 때문에, 남녀격차가 시작되는 시점에 정책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사회적인 비용을 절감하고 효과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의 성별 격차에 대한 연구는 교육 및 경제학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이루어졌지만, 자료의 한계로 인하여 성별 격차의 동태적 분석은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최근 부분적으로 동태적 추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국가별로 종단 데이터의 형태가 상이하여 직접적으로 그 결과를 비교하기 어렵다(Bharadwaj et al., 2016; Fryer & Levitt, 2010; Suryadarma, 2015; Lai, 2010). 격차의 방향과 크기가 국가별로 상이하다는 점도 해외의 연구 결과를 국내에 적용시키기 어렵게 하며, 국내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이에 본 연구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국가수준 성취도 평가 전수 연계자료와 표본자료를 활용하여 초·중·고에 걸친 수학 성별 격차의 동태적 추이를 살펴보았다. 본 자료는 성취도 점수뿐만 아니라 학생, 학교 및 교사 설문을 함께 제공하는 마이크로 데이터이다. 특히 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3학년-고등학교 2학년 간의 연계자료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으며, 본 연구에서는 2009년, 2010년, 2011년에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세 개 코호트의 연계자료를 활용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단일 코호트의 종단자료나 한 연도의 횡단면 자료를 활용해 남녀 성별 격차를 분석할 경우, 성별 격차는 해당 코호트의 특성이나 해당 연도의 교육 정책에 기인할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다수 코호트를 학년별로 추적한 종단자료를 활용함으로써, 기존 횡단면 자료와 달리 학생들의 성취도 변화가 시간의 변화(time trend)에 따른 것인지 학년의 변화에 따른 것인지 식별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진다.
본 연구에서는 초·중·고 모두 성취도 평가에 응시한 55,60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여학생과 학년 교차항을 통하여 학년별 성별 격차를 추정하였으며 무제약 모형(unconditional model)의 경우 초·중·고 모든 시기에 걸쳐 남학생의 성적이 여학생에 비해 높은 것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학년별 성별 격차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개인 및 가구특성, 학교특성 등이 성별 격차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았다.
Ⅱ. 이론적 배경
중등교육에서의 수학 능력은 이후의 전공 선택이나 생애소득(lifetime earnings)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게 되므로 남녀 수학 능력의 차이는 중요한 이슈로 다뤄져 왔다(Suryadarma, 2015). PISA 2015 보고서(OECD, 2016)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대부분의 국가에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높은 수학 성취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남녀 수학 격차의 변화와 격차의 요인을 설명하려는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국내의 수학 성별 격차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는 주로 특정 시점의 횡단면 자료를 활용하거나(김미림, 곽민호, 2018; 송미영 외, 2015; Kim & Law, 2012), 서로 다른 코호트의 시계열 자료의 비교로 이루어졌다(이은정, 이경화, 2011). 이는 동일 학생의 성적 추이를 관찰할 수 있는 종단자료의 부재로 인한 이유가 크게 작용한다. 본 연구에서 활용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연계자료는 2014년에 처음 구축되었으며 그 이후로도 제한적으로 공개되어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시기자 외, 2015; 임현정, 시기자, 김성은, 2016).3)
횡단면 자료는 각 연도별로 동일한 학년의 성취도 자료를 제공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른 학생들의 성별격차 변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매 해 관측되는 학생과 교육과정 등의 차이로 인해 측정된 성별격차의 차이가 관찰되지 않는 학생의 개인적 특성이나 교과과정의 변화 때문인지 식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본 연구는 다수의 코호트의 종단 자료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성별 격차의 변화가 단순히 시간에 따른 변화인지 혹은 학년에 따른 변화인지 식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종단 자료를 활용한 학년별 수학 성별 격차의 변화(dynamics of gender gap)에 대한 연구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그 추이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국가별로 수학 성별 격차의 추이가 이질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표 Ⅱ-1>에 정리하였다. 남학생의 성취도가 여학생보다 우수한 국가는 칠레와 미국이다. 칠레의 경우 초등학교 4학년에 남학생의 성적이 더 높으며, 이 격차는 학년이 높아지면서 심화되었다(Bharadwaj et al., 2016).
국가 | 저자 | 입학 전 | 초4 | 초5 | 초6 | 중2 | 중3 | 고2 |
---|---|---|---|---|---|---|---|---|
칠레 | Bharadwaj et al.(2016) | 남>여 | 남>>여 | |||||
인도네시아 | Suryadarma (2015) | 남<여 | 남<여 | |||||
미국 | Fryer & Levitt (2010) | 차이X | 남>여 | |||||
중국 | Lai(2010) | 남<여 | 남<여 | |||||
본 연구 | 남>여 | 남>>여 | 남>여 |
미국의 경우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격차가 존재하지 않았으나, 초등학교 5학년에 남학생의 성적이 더 높아졌다(Fryer & Levitt, 2010). 일반적인 예상과 다르게 여학생이 더 우수한 성적을 보이는 국가들도 존재했다. 인도네시아의 격차는 고등학교 2학년에 더 심화되었으며, 중국의 경우 초6 시기의 격차가 중3까지 지속되었다(Suryadarma, 2015; Lai, 2010). 이렇듯 성별 격차가 국가별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수학 성별 격차가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biological differences) 보다는 후천적(nurture) 요인의 영향이 크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가정, 학교 환경 등의 후천적 요인을 고려한 성별 격차분석을 진행하고자 한다.
Ⅲ. 연구 방법
본 연구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National Assessment of Educational Achievement, NAEA; 이하 학업성취도 평가)의 2009년, 2010년, 2011년 초등학생 코호트의 전수 연계자료와 표본자료를 활용하였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국가 수준에서 교육의 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학교 교육의 책무성을 강화할 목적으로 1998년부터 시행되었으며 2008년 이후부터 전수평가를 시행하고 있다(송민영, 김미경, 2014).4) 일례로 기초학력보장 정책의 일환으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른 정부의 지원이 이루어졌으며, 해당 정책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비중을 줄이고 성적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었다(Woo, S., Lee, S., & Kim, K., 2015). 아래 <표 Ⅲ-1>에서 각 코호트의 연도별 학년과 적용된 교육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각 코호트별로 학교급에 따라 적용된 교육과정이 다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교육과정의 이질적인 특성은 코호트를 통제함으로써 분리할 수 있다.
2009년 | 2010년 | 2011년 | 2012년 | 2013년 | 2014년 | 2015년 | 2016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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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 초 6 | 중 3 | 고 2 | |||||
코호트 | (7차) | (2007개정) | (2009개정) | |||||
2010- | 초 6 | 중 3 | 고 2 | |||||
코호트 | (7차) | (2009개정) | (2009개정) | |||||
2011- | 초 6 | 중 3 | 고 2 | |||||
코호트 | (2007개정) | (2009개정) | (2009개정) |
본 연구는 분석을 위해 다음과 같이 표본을 한정하였다. 첫째, 부모 교육수준을 고려하기 위해 전수 연계자료와 표집자료를 합산(merge)하여 매칭된 표본을 사용하였으며, 이는 전수자료의 약 4.5%이다. 학생의 성취도 수준은 부모의 학력과 같은 가구 배경에 영향을 받게 되므로 해당 정보를 분석에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초·중·고 모든 시기에 설문에 응답한 학생들만을 표본으로 한정하였다. 한 학생이 일부 학년의 성적만을 보고한다면 학년별 남녀 성적차이는 표본선정편의(Sample selection bias)를 가질 수 있다. 따라서 본 분석에서는 각 코호트별로 균형패널(balanced panel)을 생성하였다. 마지막으로 학교단위 응답설문이 학생별로 상이할 경우 표본에서 제외하였다(전체 표본의 0.01%). 이에 남녀 성적 차이분석에 활용된 최종 샘플은 2009년 코호트 18,749명, 2010년 코호트 18,110명, 2011년 코호트 18,745명으로 총 55,604명이며 각 초, 중, 고등학교별 총 관측치는 166,812개이다.
아래의 <표 Ⅲ-2>에서 본 분석에 사용된 변수들의 기초통계량을 확인할 수 있다. 기초통계량 계산 단위는 코호트별, 학년별 학생단위이지만, 고등학교 유형의 경우 고등학생, 단성학교의 경우 중, 고등학생만을 대상으로 계산되었다. 학생들의 수학 성별 격차에 대한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 본 연구의 종속변수는 수학 표준화점수이다. 표준화점수는 수학 원점수를 전수자료 기준으로 각 코호트, 학년별로 표준화한 것으로 평균 0, 표준편차 1을 가진다. 이는 응시 시기, 난이도 등이 서로 다른 시험들 간의 성적을 비교하기 위함이며, 분석에 활용된 최종 표본의 경우 0.010의 평균을 가진다. 모든 코호트와 학년의 수학 성취도를 평균한 경우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0.031 표준편차(σ), 즉 표준편차 대비 약 3% 높은 점수를 보이며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하다(p<0.01).5)
다음으로 Panel A와 Panel B는 각각 학생 개별 특성과 학교특성을 포함한다. 해당 변수들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제 2장에서 살펴본 경제학적 방법론으로 학업성취도를 분석한 선행연구들에도 공통적으로 등장한 변수들이다. Panel A는 학생 개인과 가정환경에 대한 변수를 포함한다. 선정된 변수들은 공통적으로 등장한 변수들이다. 엄마학력의 경우 고졸이하와 대졸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수학교과 관련 주관적 평가(subjective assessment)로는 수학유용성과 수학흥미도 설문이 사용되었다. ‘수학유용성’은 “수학 공부는 내가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수학흥미도’는 “나는 수학 공부하는 것이 즐겁다‘에 대한 응답으로,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는 평균이상, ‘그렇지 않다’와 ‘매우 그렇다’는 평균이하 그룹으로 재편집하였다. 두 항목 모두 남학생이 평균이상에 속하는 비율이 높았으며,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하였다. 사교육 시간은 4개의 범주형 변수로 고려되었는데, 약 30%의 학생이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고 보고하였다. 방과 후 3시간 이상 사교육을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도 약 20로 낮지 않은 비율을 보였으며, 남학생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Panel B는 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의 특성에 대한 기초통계량이다. 중소도시에 속한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의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지역규모별 남녀 차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유형의 경우 일반고가 약 90%로 월등히 높았다. 특목고로 분리되는 자사고, 과학고, 외고 및 국제고의 재학 비율은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높았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 과학기술분야로 진출할 확률이 높은 과학고에 비해 외고 및 국제고 진학 비율이 높아 성별 격차 분석에 고등학교 유형의 고려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단성학교 비중은 중, 고등학교 표본만을 대상으로 계산되었으며, 약 36%의 학생이 단성학교에 재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 분석에서는 수학 성별 격차의 동태적 변화를 추정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계량모형을 설정하였다.
식 (1)은 학년별 성별 격차를 추정하기 위한 무제약모형(unconditional model)이다. Math scoreisgc는 코호트 c에 속하며 학교 s의 g 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 i의 표준화 수학 점수이다. 표준화 점수는 코호트별 학년별로 각각 계산되었으며, 전수자료를 기준으로 고려하였다. Femaleisgc은 여학생일 경우 1의 값을 가지는 더미변수이며, Gradeisgc는 초6·중3·고2를 나타내는 범주형 변수(categorical variable)로 분석에서는 초6의 경우를 기준으로 활용되었다. εisgc는 오차항이다.
본 분석에서 주목할 추정치는 β1과 β1'이다. β1은 초등학교 때의 성별 격차(여학생-남학생)을 나타내며, β1'은 중, 고등학교 때의 여학생의 추가적인 성적 효과를 나타낸다. 따라서 β1+β1'는 각 학년의 성별 격차(여학생-남학생)를 나타내며 제 4절에서의 분석결과에서는 해당 값과 통계적 유의성을 함께 제시할 것이다.
식 (1)을 통하여 수학 성취도의 성별 격차가 존재하는지,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격차의 크기나 방향에 변화가 생기는지의 동태적 추이를 살펴볼 수 있다. 본 연구진은 식 (1)에 아래와 같은 변수를 포함하여 학년별 성별 격차 변이의 매커니즘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Xisgc는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가정환경 벡터로 엄마 교육수준과 사교육 수준을 포함한다. Zisgc는 학교환경 벡터로 학교가 속한 지역규모, 학교유형, 사립학교 여부, 단성학교 여부가 포함된다. 각 변수들은 기초통계량에 보고된 형태로 모형에 포함되었다. 각 학년별로 가정환경과 학교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이질적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학년 교차항을 포함하였다. Schoolsgc는 코호트별 학교 고정효과로써 관측되지 않는 시간불변 학교특성을 제거하기 위해 포함되었다.6)
Ⅳ. 연구결과
본 절에서는 수학 성별 격차의 동태적 변화를 살펴보기 위하여 회귀 식 (1)에 대한 OLS(Ordinary Least Squares)분석을 시행하고자 한다. 남녀의 성별 격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기에 앞서 코호트와 학년만을 통제한 무제약모형(unconditional model)을 추정하였다. <표 Ⅳ-1>은 수학 성취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학생 개인, 가구 및 학교 특성을 포함하지 않은 분석 결과를 제시한다.
종속변수로 코호트별, 학년별로 표준화된 수학 성적이 사용되었으며 학년별 교차항은 각 학년에 여학생이 추가로 가지는 성취도 효과를 나타낸다(식(1)의 β1'). 학년별 성별 격차 해석의 편의를 위해 중, 고등학교 성별 격차 추정치(β1+β1')와 유의수준을 마지막 행에 표기하였다.
(2)열과 (3)열의 추정치가 동일한 것은 코호트와 관계없이 모든 학년에서 남학생의 성적이 여학생보다 유의하게 높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남녀 학생의 수학 성취도 차이가 특정 연도 혹은 특정 코호트에만 나타난 현상이 아님을 시사한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성별 격차가 초등학교 6학년 0.027σ에서 중학교 3학년에 심화되며, 고등학교 2학년에 소폭 완화된다는 점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남녀의 수학 성취도 차이와 학년별 성별 격차 변화를 후천적(nurture) 요인이 설명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본 절에서는 수학 성별 격차를 유발하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한 분석을 시행하고자 한다. 그 첫 시도로 엄마의 학력수준과 학생의 사교육 정도를 통제변수로 활용하였다. 학생의 가정환경은 직·간접적으로 학생의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의 소득과 학력이 높을수록 양질의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며 이는 학생의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임슬기, 이수형, 2017). 자료의 한계로 인해 본 연구에서는 직접적으로 가구소득을 통제하는 것이 불가하여 가구소득의 간접경로인 사교육 투자를 통제변수로 선정하였다.7)
<표 Ⅳ-2>의 (1)-(3)열은 무제약모형에 엄마의 학력과 사교육 투자 및 각 학년 교차항을 추가한 결과다. 엄마의 학력을 통제한 경우 초·중·고의 성별 격차는 무제약모형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사교육 여부를 통제한 경우 중학교 시기의 성별 격차가 약 60% 감소하였는데, 이는 중학교 남학생의 사교육 정도가 여학생보다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두 변수를 함께 고려한 (3)열의 경우에도 모든 학년에서 여전히 수학 성별 격차가 관찰되었다.
추가로, 엄마의 학력수준에 따라 남·여학생의 수학 성취도 변화가 이질적일 것임을 고려하여, 엄마 학력수준(고졸이하, 대졸, 대학원졸) 그룹에 따라 하위그룹 분석(subgroup analysis)을 진행하였다.8) <표 Ⅳ-3>의 홀수 열은 무제약모형, 짝수 열은 사교육을 통제한 모형이다. 엄마 학력 그룹에 따라 남녀 성별 격차가 상이하게 나타나는데, 사교육 통제여부와 관계없이 고졸 그룹에서만 초등학교 성별 격차가 발생하며 대졸 이상의 고학력 그룹에서는 성별 격차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앞서 살펴본 <표 Ⅳ-3>의 남녀 수학 성별 격차는 대부분 저학력 가정 그룹에 의한 것임을 뜻하며, 대학원 졸업과 같은 고학력 가정의 그룹의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하진 않지만 오히려 여학생의 성취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부모 학력에 따른 이질적 효과는 가정별 성 범주(gender norm)의 차이라는 경로로 설명될 수 있다(Lee, S., Niederle, M., & Kang, N., 2014).9)
<표 Ⅳ-4>은 학교의 환경이 수학 성별 격차를 설명하는가에 대한 분석 결과이다. 본 분석에 활용된 학교변수는 학교가 속한 도시의 규모, 사립학교 여부, 고등학교 유형과 단성학교 여부이다. (2)-(4)열에 따르면 각 학교변수의 통제는 학교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1)열의 성별 격차와 모든 학년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특징적인 것은 (5)열의 결과다. 단성학교 여부를 통제할 경우 모든 학교가 공학인 초등학교를 제외하고 중, 고등학교의 성별 격차가 (1)-(4)열과 크게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중학교의 경우 성별 격차의 크기가 감소하였으며 더 이상 통계적으로도 유의하지 않았다. 고등학교의 경우 여학생의 성적이 남학생보다 높아져 특히 고등학교에서 단성학교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여타 학교환경과 달리 단성학교 여부가 성별 격차의 일부를 설명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은 다음 절에서 논의할 것이다. <표 IV-4>에 통제된 변수들 외에도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학교환경이 존재할 수 있으며, 이를 설명변수로 포함하지 않을 경우 누락변수 편의(omitted variable bias)가 발생한다. 이에 본 분석에서는 코호트별 학교 고정효과(fixed effect)를 통해 관측되지 않는 학교환경을 통제하고자 하였다. (6)열에 결과가 보고되었으며, (5)열에 대비해 추정치의 크기가 감소하였지만, 고등학교 시기에 성별 격차의 반전이 발생하는 점은 유지되었다.10)
다음으로 수학 성별 격차의 설명 요인으로써의 단성학교 여부를 심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단성학교 여부가 남·여학생의 수학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은 동일한 경쟁적 환경에서 남학생과 여학생이 이질적인 성과(perform)를 가지는 것과 연결될 수 있다. 학교의 남·여 구성에 따라 성별 격차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Bharadwaj et al., 2016; Niederle & Vesterlund, 2010). 앞선 분석에서는 초·중·고등학교 표본을 통합(pooled)분석 한 반면에 본 분석에서는 성별 격차 변화를 보인 고등학교 성적을 기준으로 중, 고등학교 단성여부가 성별격차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중, 고등학교 단성여부를 함께 고려하기 위해 총 네 개 그룹으로 구성된 공학/단성 경로 변수를 생성하였다. 예를 들어, ‘공학-공학’은 중학교도 공학, 고등학교도 공학을 진학한 경우, ‘공학-단성’은 중학교는 공학, 고등학교는 단성을 진학한 경우를 말한다. 이 변수들을 통해, 동기간의 단성학교 여부만을 통제할 때는 관찰할 수 없는 경로를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표 Ⅳ-5>에서 공학/단성 경로변수와 여학생과의 교차항을 추가한 회귀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여학생 교차항은 남녀별 상이한 경로효과(heterogenous effect)를 추정하기 위해서 추가되었다. 가정환경과 학교환경을 모두 통제한 (4)열의 경우 (2), (3)열과 성별 격차의 크기(magnitude)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추이는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4)열의 여학생 계수는 ‘공학-공학’ 그룹의 성별 격차를 나타내며, 이 경우 여학생의 성취도가 더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단성여부 별 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고등학교가 공학인 경우 중학교에 관계없이 여학생의 성적이 더 높거나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는 고등학교가 공학인 경우에도 남녀 합반 또는 분반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각 학급의 효과가 혼재된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본 자료에는 각 학급별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 관계로 이에 대한 매커니즘 분석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둘째, 중학교 단성여부는 고등학교 성별 격차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주목할 점은 중학교의 단성여부와 관계없이 고등학교가 단성일 경우 남학생의 성적이 높았으며 격차의 크기(magnitude)도 훨씬 크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공학-단성’, ‘단성-단성’ 인 경우 각각 0.141σ, 0.125σ의 차이로 남학생이 우수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엄마가 고졸인 경우와 대졸인 경우의 수학 성적 차이의 약 50%에 달하는 효과로써 후천적 학교 환경이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뜻한다.11)
남·여학생 모두 단성 고등학교에 재학하는 것이 공학 재학에 비해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남학생에게 그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국내 데이터를 활용하여 여학생의 경우 학급 혹은 학교의 성별 구성이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보고한 Lee et al.(2014)와 남학생의 단성학교의 성적향상 효과가 크다고 보고한 Dustmann, C., Ku, H., & Kwak, D. W. (2018)의 결과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수학 성별 격차를 유발하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로 학생들의 교과에 대한 주관적 평가(subjective assessment)를 고려하였다. 수학 성취도에는 가정환경 및 학교환경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주관적 평가도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Bharadwaj et al., 2016). 특히 우리나라는 학업성취도 수준이 매우 높은 것에 비하여 수학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으로 알려져(김경희, 김수진, 2010),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표 Ⅳ-6>은 그 중 수학흥미도와 수학유용성이 수학 성별 격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이다. 두 변수는 평균 이상일 경우 1의 값을 가지는 더미변수로 분석에 포함되었다. 초등학교의 경우 표본 중 일부만이 해당 설문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중, 고등학교 표본만을 대상으로 분석을 시행하였다. (2)열과 (3)열에 따르면 수학흥미도와 수학유용성이 각각 평균 이하인 경우 중, 고등학교 모두 여학생의 수학 성취도가 더 높았으나, 평균 이상인 그룹의 경우 남학생의 성취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가정 및 학교환경을 통제한 결과로써 여학생의 수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수학 성별 격차의 일부를 설명함을 보인다.
이에 남녀별 수학에 대한 흥미 및 인식의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 추가적인 분석을 진행하였다. <표 iv-7>는 각각 흥미도와 유용성 더미변수를 종속변수로 선정하여 주관적 평가에 대한 성별 격차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 경우 초·중·고 모든 시점의 주관적 평가를 보고한 학생으로 분석 대상을 한정하여 균형패널(balanced panel)을 생성하였다. LPM(Linear Probability Model)분석을 시행하였으며 해당 결과는 로짓모형(Logistic Model)을 적용한 경우에도 강건하였다. 동일한 시기의 수학성적을 통제하였으며, 모든 학년에서 여학생이 평균 이상 그룹에 속할 확률이 남학생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이는 남학생, 대도시, 국공립 학교에 재학할 경우 수학과 정의적 특성이 높다고 보고한 박인용 외(2017)와 일치한다. 추가로, 흥미도와 유용성에 대한 성별 격차 추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흥미도의 격차는 중학교 시기에 완화되었다가 고등학교에 소폭 심화된 반면, 유용성의 경우 학년이 높아질수록 심화되었다. 학교 고정효과를 고려하였을 때 여학생이 평균 이상 그룹에 속할 확률이 더 낮아져, 수학의 주관적 평가에 유의한 성별 격차가 존재하며 이러한 차이가 성취도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12)
이는 수학 성적을 통제한 경우에도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자신의 수학 능력을 비관하며 수학에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한 Bharadwaj et al.(2016)과도 유사한 결과이다.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국어, 영어 등 다른 교과목에 대한 투자 정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즉, 국어나 영어에 대한 노력과 시간이 성별에 따라 다르고, 이들이 학년별로 달라짐에 따라 동태적 성별 격차를 설명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수학 성취도를 분석한 회귀분석모형인 식 (2)를 이용하여 학생들의 국어와 영어의 성별 격차를 분석하였다. <표 Ⅳ-8>에 따르면 국어와 영어에 있어서는 여학생들의 성취도가 남학생에 비하여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으며, 이러한 여학생의 우위는 중, 고등학교 시기에 심화되었다. 따라서 고2 단계에서 남녀 수학 성취도 격차가 감소하는 이유가 여학생들이 국어나 영어 성취도의 희생에 기인한 것이 아님을 확인하였다.
Ⅴ. 요약 및 결론
제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현 시기에 국가 경쟁력 및 경제성장률 제고를 위해서는 양질의 과학기술 인력의 공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과학기술 인력 양성의 첫 단계로 볼 수 있는 초·중·고 학생의 수학 능력에 대한 연구는 필수적이다. 특히 이 시기의 수학 성취도가 이후 고등교육에서의 전공 선택과 노동시장 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바, 여성의 과학기술분야 참여 제고를 위해 수학 성별 격차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본 연구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2009년, 2010년, 2011년 코호트의 방대한 종단자료를 활용하여 학년별 수학 성별 격차의 동태적 변화와 그 결정요인을 분석하였다. 횡단면 자료와 달리 동일한 그룹의 성적을 학년에 따라 비교하는바, 학생들의 성취도 변화가 추세 변화(time trend)에 따른 것인지, 학년의 변화에 따른 것인지 식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여학생과 학년 교차항을 통하여 학년별 성별 격차를 추정하였으며, 무제약 모형(unconditional model)의 경우 초·중·고 모든 시기에 걸쳐 남학생의 성적이 여학생에 비해 높은 것을 확인하였다. 주목할 만한 것은 성별 격차가 중학교 시기에 심화되었다가, 고등학교 때 소폭 완화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성별 격차의 동태적 변화는 국가별로 상이하게 나타났는데, 우리나라와 유사한 패턴을 보인 국가는 칠레이다. Bharadwaj et al.(2016)에 따르면 저학년에 남학생의 성적이 더 높으며,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하는 경우 그 격차가 심화되어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하였다.
수학 성별 격차를 유발하는 요인을 파악하는 첫 번째 시도로 가정환경을 고려한 경우, 엄마의 학력에 따른 남녀 성취도의 이질적 추이를 발견하였다. 엄마의 학력이 대학원 졸업 이상인 경우 유의한 성별 격차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고졸인 경우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이는 엄마의 학력에 따라 가정 내 자녀의 수학 교육에 대한 성 범주(gender norm)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음을 보인다.
학교환경 중에는 단성학교 여부가 성별 격차를 일부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등학교 시기에 남자 단성학교에 재학 중인 남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현격하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 고등학교 모두 단성학교에 재학 중인 남학생들의 성취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단성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의 경우 공학에 재학하는 여학생 보다는 높은 성적을 가지나 그 크기가 남학생보다는 작았다. 따라서 공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경우, 초, 중학교 단계에서는 남학생의 성취도가 더 높은 방향으로 성별 격차가 유지되다가 고등학교 단계에서 여학생의 성적이 더 높아지는 역전이 발견되었다. 이는 재학하는 학교의 단성여부와 같은 후천적 학교 환경이 학생의 수학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뜻하며, 이러한 영향의 매커니즘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이와 동시에 여학생에 대해서는 단성학교가 수학 성취도에 큰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여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 방법상의 고찰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성별 격차의 설명요인으로 수학에 대한 학생의 주관적 평가를 고려하였다. 수학흥미도와 수학유용성이 평균 이하인 경우 여학생의 성적이 높았으나, 평균 이상인 경우 남학생의 성적이 높았다. 모든 학년에서 여학생의 수학 흥미도와 유용성이 평균 이상에 속할 확률이 남학생에 비해 낮아 여학생의 수학에 대한 인식 개선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본 연구 결과를 통해 한국 청소년의 수학 성별 격차의 동태적 추이와 그 결정요인을 살펴보았다. 여학생의 수학 성취도 향상을 통한 성별 격차의 완화와 여성 과학인력 양성 제고를 위해서는 가정 및 학교환경, 그리고 학생의 수학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의 다각적 노력이 요구됨을 알 수 있다. 특히 초등학교 시기에 성별 격차가 존재하며 고등학교의 단성여부가 성별격차의 일부를 설명하는바, 고등학교 진학 이전의 초기단계에서 성별 격차 완화를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다만, 본 분석 결과를 인과적 효과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하는바 이를 통한 정책적 함의를 강조하기는 어려우며, 향후에 인과효과 추정을 위한 연구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