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우리나라는 현재 지식정보화 사회를 넘어 창의력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융·복합 시대인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변동에 의해 각 학문들의 경계가 사라지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융·복합적 접근이 시도됨에 따라 개방적·유연한 사고, 예술적 감수성을 강조하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요구하고 있다(김태은, 우연경, 이재진, 2016; 이철현, 2012). 급변하고 있는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 사회는 단일 학문적 지식 습득 및 활용을 강조하기보다는 ‘학문’과 ‘학문’과의 벽을 허물고 다양한 분야의 학문적 지식을 혼합하여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김영은 외, 2018). 융합이란 두 가지 이상의 성질이 만나 하나의 성질로 통합되는 것을 말한다. 즉 다른 종류의 것들이 만나 원래의 형태가 남아 있지 않는 다른 차원의 하나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권점례 외, 2017; 김정효, 2012). 융합이란 단어는 초기에 과학 분야에서 시작되어 그 의미가 확대 및 재생산되면서 현재는 거의 모든 분야(예: 기술, 예술, 의학, IT, 교육, 인문 등)에 적용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주요 OECD 국가에서는 창의적 융합인재 양성을 위하여 과학, 기술, 수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융합인재교육(STEAM: 이하 융합인재교육)을 실천해 오고 있다. 융합인재교육은 STEM(S: Science, T: Technology, E: Engineering, M: Mathematics)에 예술(A: Art) 분야가 가미된 교육이다. 융합인재교육에서 예술은 기존의 순수예술(음악, 미술, 무용, 사진, 연극 등)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문사회 분야를 일컫는 용어이다. 융합인재 교육은 주입식의 교육이 아닌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향상시키고 문제 해결능력, 융합적 사고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5가지의 과정을 통합하는 방식이다. 즉 융합인재교육은 과학, 기술, 공학, 수학,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융합적 지식 및 과정에 대한 흥미를 높여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융합적 소양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으로 볼 수 있다(박현주 외, 2012).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창의융합적인 인재 양성의 일환으로 초·중등 교육 단계에서 융합인재 교육을 강조하고자 각 교과의 학습 내용을 핵심 역량 위주로 재구조화하여 과목 간 연계 교육을 강화하려는 정책을 제안하였다(교육과학기술부, 2010). 이 정책의 추진 내용으로 융합형 교육과정 또는 교사 연수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미래형 수업모델 개발 및 보급을 추진하였다. 동시에 2012년도에는 융합인재교육 교과연구회와 연구시범학교가 각각 150개와 80개교로 대폭 확장되어 융합 수업의 현장 적용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한국과학창의재단, 2012). 특히 교육부(2015b)에서 고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과학기술 창조력과 인문학적 상상력을 갖추고 인성을 바르게 겸비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창의융합인재’상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방향은 교과의 학습량을 감축하는 대신 심층적인 학습을 촉진하는 학습의 질을 중시하고 있다. 학교교육 분야에서의 융합이란, 기존의 여러 교과 내용을 결합시켜 문제를 해결하고, 배경 지식과 경험을 통해 교과의 새로운 영역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독창적인 학습 결과를 창조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즉, 교과들 간의 시너지 창출을 목적으로 설정하고 있다(이경섭, 1991).
체육 교과는 교과안에 인문사회, 자연과학, 예술적인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는 독특한 교과이다(유정애, 2012). 실제로 체육 교육과정 및 교과서에는 과학 교과, 수학 교과, 도덕 교과, 사회 교과 등의 융합적인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은 체육 교과의 특성으로 인해 그동안 체육 교과서 안에 담긴 융합적인 요소를 탐구한 선행 연구들이 존재한다. 문호준, 김용진(2007)은 중학교 과학 교과와 체육 교과를 소재로 교과서의 중복 내용을 검토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체육 교과서를 실기, 이론, 보건 영역으로 구분하여 과학적 내용을 분석하였으며, 그 결과 체육 교과서에 반영된 과학적 내용은 보건 영역 54.2%, 이론 영역 23.5%, 실기 영역 3% 순으로 확인되었다. 정정희, 이송자, 유태명(1998)은 중학교 가정 교과, 체육 교과를 대상으로 2가지 교과 교육 내용의 관련성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인간 발달 및 가족 관계 영역과 가족 자원의 관리 및 소비생활 영역에서 체육 교과와 많은 관련성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한윤이(2015)는 음악 교과 중 국악 중심 융합교육의 유형과 내용을 연구하기 위하여 초등학교 교과서의 내용을 분석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국악과 잘 융합할 수 있는 교과로 체육을 언급하였고, 국악의 범주에 놀이, 춤, 연희 등이 포함되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2018년 3월부터 각 학교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체육 교과서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자 개정된 2015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에 따라 개발된 교과서들이다. 따라서 새롭게 개발된 체육 교과서가 국가수준 체육과 교육과정(예: 2015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의 창의융합 교육내용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체육 교과에서는 창의융합형 교육 관점으로 연구된 선행 연구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문호준, 김용진, 2007). 체육과 과학의 중복성 내용을 분석한 문호준, 김용진(2007)의 연구가 거의 유일하다. 체육 교과서에서는 과학적 내용만큼 수학적 내용이 적지 않게 담겨 있다. 이는 신체활동(또는 스포츠 종목)이 각종 규칙, 기록, 경기 방법, 경기 대회 등의 각종 숫자나 수치 등을 기반으로 실행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체육 교과서에 나타난 수학적 내용에 대한 학술적 관심이 거의 없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창의융합교육을 지향하는 2015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에 따라 개발된 초등학교, 중학교 및 고등학교 체육 교과서에 반영된 수학적 내용을 분석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Ⅱ. 연구 방법
2018년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7학년, 고등학교 10학년에 2015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에 따라 개발된 체육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보급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2015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에 따라 개발·보급된 초등학교 ‘체육’ 3-4학년군 8종, 중학교 ‘체육’ 7-9학년군 12종, 고등학교 선택과목 교과서인 ‘체육’ 10종을 수집하여 총 30종의 체육 교과서를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2015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개발된 체육 교과서에 제시되어 있는 수학적 내용을 초등학교(3-4학년), 중학교(7-9학년) 및 고등학교(공통과목) 수준에서 학교급별로 조사하고, 각 내용이 반영된 요소와 비중을 분석하였다. [표 1]은 2015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에 제시된 수학과 내용 영역 및 세부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특징적으로, 수와 연산은 초·중·고등학교급 모두에 공통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반면, 도형, 측정, 규칙성 및 자료와 가능성은 초등학교급에서만 제시되고 있고, 문자와 식, 함수, 기하, 확률과 통계는 중·고등학교급에서만 내용 영역으로 제시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연구 목적에 따라 체육 교과서를 분석하기 위해 중학교 체육 교과서를 분석한 문호준, 김용진(2007)의 교과서 분석 틀을 수정·보완하여 활용하였다.
영역 | 수학적 내용 (출현 빈도) | 반영 요소 |
---|---|---|
건강 | 수와 연산(1) | 이상 체중 = 신장 - 100 *0.9 |
규칙성(1) | 운동강도 최대 심박수의 60~80% | |
도전 | 측정(1) | 점프해서 360도 돌기 |
경쟁 | 확률과 통계(1) | 장타율, 출루율 비교 |
표현 | 측정(1) | 리듬체조 경기장 규격 |
안전 | 확률과 통계(1) | 스키장 사고 유형 |
본 연구에서는 2015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의 내용 체계(예: 건강, 도전, 경쟁, 표현, 안전)에 따라 각 체육 교과서에 반영된 수학적 내용을 분석하였다. 체육 교과서에 나타난 수학적 내용을 출현 빈도(%포함)로 산출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체육 교과서 분석 기준의 내용 타당도를 높이기 위해 중학교 체육 교과서 2종을 대상으로 예비 검사(pilot test)를 실시하였다. 예비 분석 과정에서 체육 교과서 개발 경험이 있는 스포츠교육학 박사학위 취득자 2명과 계속적으로 협의하면서 분석 방법에 대한 타당도를 확보하였다. 예비 검사 과정에서 연구자의 분석 결과와 다른 2명의 박사학위 취득자 간의 일치도가 90%이 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협의와 조정 과정을 거쳤다. 그 이후, 연구자 1인이 확정된 분석 방법으로 모든 분석 대상의 체육 교과서를 분석하였다.
Ⅲ. 연구 결과
초·중·고등학교 체육 교과서의 각 출판사 및 대영역별로 수학적 내용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 그 빈도와 비율을 분석하였다(표 3참조). <표 3>와 같이 학교급별 및 대영역별 수학적 내용의 빈도는 출판사별로 각기 다르게 나타났다. 출판사별로 체육교과서의 수학적 내용 비중은 초등학교급에서 가장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고, 중학교급 및 고등학교급에서는 출판사간의 편차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초등학교급에서는 가장 낮은 비중인 4.20%(F출판사)에서 부터 가장 높은 비중인 28.57%(E출판사)까지 비율의 폭이 다소 큼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중학교급에서는 최소 5.03%(H출판사)부터 최대 12.67%(F출판사), 그리고 고등학교급에서는 최소 6.8%(J출판사)부터 최대 13.2%(A출판사)까지 비율의 폭이 초등학교급과 달리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대영역별로 비교해보면, 거의 모든 출판사들은 도전, 경쟁, 건강 영역에서 수학적 내용의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표현과 안전 영역에서는 낮은 비중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급에서는 경쟁, 건강, 도전, 안전, 표현 영역 순으로 비중의 순위가 나타났고, 중학교급에서는 도전, 경쟁, 건강, 표현, 안전 영역 순, 그리고 고등학교급에서는 도전, 경쟁, 건강, 안전, 표현 영역 순으로 비중의 순위가 다르게 나타났다. 이 기조를 출판사별로 세밀하게 살펴보면, 초등학교급에서는 8개 출판사 중 2개 출판사(D, G), 중학교급에서는 12개 출판사 중 5개 출판사(D, G, H, I, L), 고등학교급에서는 10개 출판사 중 8개 출판사(B, C, E, F, G, H, I, J)는 전체 비중의 우선 순위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학교급(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순)이 올라갈수록 출판사별 수학적 내용의 비중이 크게 차이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초등학교급에서는 경쟁 영역의 경우 58.8%에 이르는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내고 있는 반면, 표현 영역의 경우 2.52%로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어 대영역간 수학적 내용의 반영 비중의 편차가 매우 큼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급에서는 3개 출판사(F,G,H)를 제외한 5개 출판사에서는 표현과 안전 영역에서 단 1개의 수학적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체육 교과서의 수학적 내용 비중 분석과 함께, 이 부분에서는 체육 교과서의 수학적 내용 요소를 분석하였다(표 4참조). 먼저 초등학교급과 고등학교급에서는 각각 ‘수와 연산’이 가장 높은 비중(초: 78.15%/고:42.00%)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학교급에서는 ‘측정’이 가장 높은 비중(70.27%)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등학교급에서는 ‘수와 연산’ 내용이 경쟁 영역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나타났고, 표현 영역에서는 단 1개만 반영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학교급에서는 ‘측정’ 내용 요소가 경쟁 및 도전 영역에서 각각 높은 비중으로 제시되고 있었으나, 안전 영역에서는 단 9개만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급에서는 ‘수와 연산’ 내용 요소가 경쟁 영역에서 가장 높게, 그리고 안전 영역에서 가장 낮은 비중으로 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표 4>를 분석한 결과, 학교급마다 수학적 내용 요소의 분포가 일부 내용 요소에 편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급에서는 ‘수와 연산’ 내용 요소가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78.15%)이었으며, 그 다음 ‘측정’ 내용 요소는 17.64%로 나타나 두 번째로 높은 비중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체육 교과서에서 나머지 수학적 내용 요소들은 2.0% 미만으로 극히 미비하게 제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학교급에서는 ‘측정’(70.27%)이 가장 높은 비중으로 나타났으며, 그 다음 ‘규칙성’(10.53%)과 ‘수와 연산’(10.25%) 순으로 두 번째와 세 번째 높은 비중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학교 체육 교과서에서 ‘확률과 통계’(7.08%)를 제외하고, 2.0% 미만으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고등학교급에서는 ‘수와 연산’ 내용 요소가 가장 높은 비중(42.00%)으로 나타났으며, 두 번째 ‘측정’(35.00%), 세 번째 ‘확률과 통계’(12.20%) 순의 비중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등학교 체육 교과서에서 ‘규칙성’(8.60%)를 제외하고, 2.20% 미만으로 매우 낮은 비중으로 나타났다.
셋째, <표 4>의 분석 결과를 보면, <표 1>에 제시된 ‘2015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의 내용 영역과 연계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초등학교급의 경우 ‘2015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의 내용 영역에는 5개 영역(수와 연산, 도형, 측정, 규칙성, 자료와 가능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5개 영역 중 ‘자료와 가능성’ 영역은 단 1개의 내용 요소도 제시되지 않고 있지만, 반대로 ‘확률과 통계’는 2015개정 초등학교 수학과 교육과정의 내용 체계에 포함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68%의 비중으로 제시되고 있다. 중학교급 및 고등학교급의 경우, ‘2015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의 내용 영역에는 초등학교급과 마찬가지로 5개 영역(수와 연산, 문자와 식, 함수, 기하, 확률과 통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중학교급의 경우 ‘문자와 식’은 단 1개의 내용 요소가 존재하지 않으나, ‘2015개정 중학교 수학과 교육과정’의 내용 체계에 제시되어 있지 않은 3개 영역(도형, 측정, 규칙성)의 내용 요소는 매우 큰 비중으로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등학교급에서도 ‘문자와 식’ 그리고 ‘기하’ 내용 요소는 2015개정 고등학교 수학과 교육과정의 내용 체계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체육 교과서에는 단 1건의 내요 요소도 반영되지 않고 있다. 반대로, ‘측정’과 ‘규칙성’은 2015개정 고등학교 수학과 교육과정의 내용 체계에 제시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측정’은 아주 높은 비중으로, ‘규칙성’은 약간의 비중으로 반영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체육 교과서에 반영되어 있는 수학적 내용 요소는 ‘2015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의 내용 체계와 거의 연계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그 심각성은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더욱 가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Ⅳ. 논의
「2015개정 교육과정」은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개정된 국가수준 교육과정으로, 총론의 교수학습과 관련하여 교과 내 또는 교과 간 연계학습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교과 교육과정에서도 교과의 특성에 비추어 교과내 연계, 타 교과와의 연계 등을 권고하고 있다(교육부, 2015b). 본 연구에서 초·중·고등학교 체육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수학적 내용의 연계 반영에 관한 몇 가지 한계점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체육 교과서에 반영된 수학적 내용 위계는 2015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학교급별 내용 체계와 크게 동떨어지고 있다. 실제 2015개정 수학 교육 과정에서는 수학 교과는 학교급과 학년이 올라 갈수록 교과 내용들이 심화되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학습한 수학은 고등학교 수학 학습의 토대가 된다. 초등학교 체육 교과에 반영된 수학적 내용인 ‘규칙성’, ‘도형’은 중·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에서 ‘함수’, ‘기하’의 개념으로 확장되는 반면, 중·고등학교 체육 교과서에는 여전히 ‘규칙성’, ‘도형’의 수학적 내용이 반영되고 있어 그 내용의 확장 방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즉 초, 중, 고등학교 체육 교과서에 기초적인 수학적 내용으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어, 체육 교과 내에서의 수학적 내용은 2015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에 제시되어 있는 수학적 내용과 비교할 때 내용 수준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또한 본 연구 결과, 수학적 내용 요소가 체육 교과서 일부 영역에 걸쳐 포함되어 있으나, 수학에 관련된 개념적인 설명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는 체육 교과서에 학교급별 또는 학년별 심도있는 수학적 내용이 체계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체육 속에 포함되어 있는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교육적 호기심 또는 학습 흥미를 유발하기에는 그 기능(function)이 떨어진다. 체육과 과학 교과간의 중복 내용을 분석한 문호준, 김용진(2007)은 교과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학생들의 인지 수준 및 개념의 체계성에 맞추어 교과서의 내용 구성과 학년 간 배치 등의 타당성과 연계성이 적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본 연구의 맥락과 일치한다. 본 연구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중학교 체육 교과서에는 포환던지기, 도마 운동 중의 공중 기술 등 다양한 운동영역 속에 수학적 내용이 다수 구성되어 있으나, 구체적이고 심화된 수학적 설명이 부족하여 학습자들의 수학적 내용 학습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으로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체육 교과서에 들어있는 수학적 내용들을 분석하면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보다는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단순한 개념, 기초적인 수학적 원리에 관한 내용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문호준, 김용진(2007)의 중등학교 체육 및 과학 교과서 중복 내용의 분석 결과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추가적으로, 이 연구에서는 체육 교과서에 반영된 과학 교과의 내용 위계성이 떨어지는 점뿐만 아니라, 학교급 간 과학 교과의 수준이 체계적으로 설정되지 못했음을 비판하였다.
종합하면, 본 연구에서는 체육 교과서 개발 시 수학적 내용의 연계 방향 부재 및 타 교육과정의 파악 노력 부재 등이 현재와 같은 현상을 발생했다고 본다. 정정희, 이송자, 유태명(1998)은 중학교 가정 교과와 다른 교과의 효율적인 학습지도를 위해 교과서 집필 시 교과 간 내용이 적절히 연계될 수 있도록 집필진의 타 교육과정 분석과 연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원희(2017)은 “체육 교과서의 개발 시기 때마다 교육부의 정책적 판단 또는 교육부가 세운 교과서 편찬 계획에 따라 다른 교과와의 연관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다양한 체육 교과서가 출현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즉, 체육 교과 전문가뿐만 아닌 수학과 관련된 교과서를 개발하는 해당 학회의 연구진 또는 집필진과 사전 공동협의를 통하여 계획하고 개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타 교과와의 교육과정 연계성을 중시하는 노력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해당 교과의 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교과서를 통한 학습자들의 효율적인 융합교육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Squires, 2012; McDonald, Van der Horst, 2007; You, Lee, & Craig, 2019). 특별히 이와 같은 방향을 ‘바람직한 연계’(constructive alignment)라고 부른다(Kuhn & Rundle-Thiele, 2009). 결론적으로, 체육 교과서에 반영된 수학적 내용 요소가 반드시 동일한 비중을 차지해야 할 필요는 없으나, 다양한 수학적 내용이 균형성 있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위계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본다. 체육 교과서에 체계적으로 연계된 수학적 내용을 적극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신체 역량(physical literacy) 뿐만 아니라, 수학적 사고력까지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글에서는 체육 교과서 안의 수학적 내용을 분석함으로써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지향하는 창의융합교육의 현황 및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교과서의 개발 및 검정 제도의 변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오고 있지만, 아직도 교과서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중요성은 크게 변화하지 않고 있다. 이 현상은 국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각 국마다 교과서의 위치는 조금 상이하지만, 그 역할은 거의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Nasser & Nasser, 2008; Polikoff, 2015). 우리나라에서는 ‘교육과정을 충실히 구현하는 교과용 도서’가 교과서 편찬의 기본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는 만큼 창의성 함양을 강조하는 교육과정의 방향과, 내용 요소로 제시된 창의융합적 요소가 체육 교과서에 충실히 구현되어야 한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1).
본 연구 결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체육 교과의 내용 요소에는 적지 않은 수학적 내용 요소가 반영되어 있다. 이는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체육 교과가 갖고 있는 교과의 특성 때문이다(유정애, 2012). 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판단할 때, 체육 교과서에는 창의융합 교육 내용이 체계적으로 반영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체육 교과서에 반영된 수학적 내용 요소가 학교급간 내용 위계 불일치 및 편중된 내용 요소 등으로 체계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창의융합형 체육 교과서를 개발하는 과정이 무조건 타 교과의 내용 요소를 반영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교과서 개발 문화’에서 기인된다고 본다(김영은 외, 2018; 이혜승, 유정애, 2016; You, Lee, & Craig, 2019). 이원희(2017)도 체육 교과서가 그 동안 교육부가 고시한 체육과 교육과정 지침만을 따라 현재까지 개발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근 이광우 외(2014)는 교육과정 총론에서 지향하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의 방향이 교과 교육과정에 구현될 수 있도록 국가 수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연구개발 전문기관을 중심으로 융합형 교과 교육과정 개발의 전(全)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질 관리(quality management)하는 컨트롤 타워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초·중등교육법에 명시된 교육과정관련 법 조항과 교육법 시행령의 교과에 대한 조항도 보완이 필요하며, 국가 교육과정 편제에서 다양한 교과에 대한 통합의 필요성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또한 이광우 외(2014)는 근접 교과 교육과정 연구진 간의 소통의 강화 및 교과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야기되는 쟁점과 난점에 대해 교육과정 총론과 교과 교육과정 간의 충분한 협의와 논의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이고 법적인 뒷받침을 통하여 안정적으로 창의융합형 교과서가 개발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예를 들면, You, Lee, & Craig(2019)이 주장하듯이 교과서 심사 기준에 창의융합적 요소를 높은 비중으로 넣어야 한다. 또한 체육을 비롯한 모든 교과의 교과서 심사 과정에서 타 교과 전공의 심의진이나 검토진을 부분적으로 포함하거나, 해당 교과서 편찬상의 유의점에 창의융합적 내용 요소를 반영할 때는 타 교과의 교육과정을 반드시 파악하는 절차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V.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창의융합형 교육관점에서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체육 교과서에 반영된 수학적 분석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2018년 3월에 보급된 ‘2015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에 따른 초등학교 3-4학년군 체육 교과서 8종, 중학교 7-9학년군 체육 교과서 12종, 고등학교 일반 선택 과목 중 ‘체육’ 교과서 10종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첫째, 초·중·고등학교 체육 교과서에 반영된 수학적 내용의 비중은 출판사별 및 대영역별로 각기 다르게 나타났다. 출판사별 수학적 내용의 비중은 초등학교급에서 가장 큰 편차를 보였으며, 대영역별 수학적 내용의 비중은 주로 경쟁, 도전, 건강 영역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둘째, 초·중·고등학교 체육 교과서에 반영된 수학적 내용 요소는 일부 영역에 편중되어 있었으며, 학교급별 내용 위계가 체계적으로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체육 교과서에는 수와 연산, 측정, 규칙성에 편중되어 있었으며, 특히 수학 교과의 학교급별 내용 수준이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체육교과서의 학교별 내용 수준과 연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후속 연구에 대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본 연구는 2015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에 따라 개발된 초등학교 3-4학년군 체육 교과서, 중학교 7-9학년군 체육 교과서, 고등학교 선택과목 중 ‘체육’ 과목의 교과서를 분석 대상으로 실시하였기 때문에, 후속 연구에서는 초등학교 5-6학년군, 고등학교 3개 선택과목인 ‘운동과 건강’, ‘스포츠 생활’ 및 ‘체육 탐구’와, 고등학교 체육계열 선택과목의 교과서로 확대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는 체육 교과서에 나타난 수학적 내용을 국내 최초로 분석한 연구이므로, 차후에 지속적으로 본 연구 주제와 같은 유사한 연구물(예: 영어, 사회, 미술 등)이 수행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결과가 축적될 것이며, 이는 향후 우리나라 교과서 개발 및 교과서 정책 수립에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본 연구를 토대로 창의융합형 교육을 위한 체육 교과서 개발 방향이나 심사 시스템에 관한 심층적인 사례 연구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창의융합형 교육을 체육 교과서에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사례 연구가 소개된다면, 체육 교과서 뿐만 아니라 타 교과의 교과서에도 2015개정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창의융합형 교육을 교과서를 통해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