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교육부(2015)는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에서 학생의 학습과 성장을 종합적으로 돕는 수학 학습 평가로서 과정중심 평가를 제시하였다. 이에 여러 연구는 과정중심 평가의 개념과 실행 방법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특히 반재천 외(2018)는 과정중심 평가가 학교 현장에서 의미있게 실행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평가 역량 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진경애 외(2018)는 교사들의 과정중심 평가 역량을 개발하는데 실습형 교사 연수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 모델로 교사 학습 공동체를 제시하였다.
서경혜(2009)는 교육현장의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사 개인의 연구와 반성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동료 교사와의 협력적 상호작용이 가능한 학습 공동체 활동을 통해 전문적 역량을 개발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실제로 여러 선행 연구(Murata, 2011; 방정숙, 2003; 오영열, 2006; 오택근, 2016)는 교사 학습 공동체 활동이 교사들의 전문성 함양에 긍정적으로 기여하였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과정중심평가에 대한 연구 중 다수는 주로 과정중심 평가의 실태와 인식을 분석하거나(신혜진, 안소연, 김유원, 2017; 조수영, 2017; 박지현 외, 2017), 과정중심 평가의 개념 및 실행 방향에 대한 이론적 탐색을 시도한 바(박정, 2017; 이경화 외, 2016), 과정중심 평가 전문성 개발과 관련하여 교사 학습 공동체 활동이 갖는 의미를 살핀 연구는 없다.
이에 이 연구는 중 · 고등학교 교사들로 구성된 학습 공동체가 공동체에 참여하는 한 교사에 의해 개발된 과정중심 평가도구를 검토한 사례를 분석하여 과정중심 평가 실행을 위한 교사 역량 개발의 방안으로 교사 학습 공동체 활동이 주는 시사점을 모색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
이하에서는 과정중심 평가와 교사 학습 공동체에 대한 선행연구를 각각 확인하여 교사 학습 공동체의 과정중심 평가도구 검토 활동을 분석하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는 준거를 추출한다.
과정중심 평가는 학생들의 학습 결과뿐만 아니라 학습 과정도 평가하여 교수 · 학습과 평가가 일관성을 갖도록 하는 평가이다(한국과학창의재단, 2015). 교육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2017, p. 4)에 따르면 “과정중심 평가는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기반한 평가 계획에 따라 교수 · 학습 과정에서 학생의 변화와 성장에 대한 자료를 다각도로 수집하여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평가”로 정의할 수 있다. 이경화 외(2016)는 이러한 과정중심 평가의 특징을 8가지 범주에서 결과 중심 평가와 대비하여 <표 Ⅱ-1>과 같이 설명하였다.
이상과 같이 과정중심 평가의 정의 및 결과중심 평가와 대비되는 특징을 다룬 선행 연구에 따르면, 과정중심 평가는 하나의 단일한 능력이나 단편적인 사실이 아니라 통합적인 이해 및 지식의 적용 능력을 학습이 일어나는 과정에 기초하여 비형식적으로 살피는 평가이다. 즉, 과정중심 평가는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성취기준 및 핵심 역량과 관련된 학생의 변화와 성장에 대한 정보를 복합적으로 수집하기 위하여 프로젝트 평가 등의 다양한 대안적 평가 방법을 활용하여 실행할 수 있다.
또한 과정중심 평가는 수업을 통해 파악된 학습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구체적인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제공하여 학생의 성장을 돕는 형성적 평가이다. 일반적으로 형성적 평가는 수업에서 일어나는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질문이나 관찰, 면담을 통해 증거를 수집하므로(McMillan, 2010), 과정중심 평가에 의해 얻어진 정보는 객관적인 양적 수치로 제공하기보다 비형식적인 질적 정보로 기술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과정중심 평가의 정의 및 결과중심 평가와 대비되는 특징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이 과정중심 평가가 실행되는 양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바, 교사 학습 공동체의 과정중심 평가도구 검토 사례를 다음 준거 1에 비추어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결과중심 평가와 대비되는 과정중심 평가의 특징과 관련된 논의를 분석할 때는 이경화 외(2016)의 8가지 범주를 토대로 한다.
한편 강현영 외(2018)는 과정중심 평가 실행을 위해 교사가 고려할 사항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였다. 첫째, 교사는 평가내용이 될 학습목표 및 수학적 사고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수업과 평가의 교수학적 의도를 분명히 하여야 한다. 둘째, 학생들의 학습 상태를 이러한 교수학적 의도에 비추어 파악하는데 적합한 평가도구를 구체적으로 설계하여야 한다. 셋째, 과정중심 평가가 실행되는 수업을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히 일어나도록 구성하여야 한다.
또한 Black & Wiliam(2012)은 교수 · 학습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은 개별 학생의 이해에 대해 교사가 내린 전문적 판단을 토대로 하므로 형성적 평가를 통해 학생의 학습을 효과적으로 촉진하기 위해 교사는 학생의 사고와 학습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지닐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교사는 과정중심 평가 실행을 위해 수업에서 다룰 학습 내용에 대해 학생들이 지닐 수 있는 이해의 특징을 예견하고 관련 오개념 및 오류의 유형을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교사 학습 공동체의 과정중심 평가도구 검토 사례를 분석하는 다음 준거 2에 비추어 과정중심 평가 실행을 위해 교사가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강현영 외(2018) 및 Black & Wiliam(2012)이 지적한 요소와 관련된 논의의 특징을 살피고자 한다.
NCTM(2011)은 수학 교사의 역량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 환경과 상호작용 양상이 바뀌기 때문에 수학 교사의 전문성 개발은 수학교육 개선을 위한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환철(2012; 윤열현, 2012)에 따르면 수학 교사 전문성 개발을 목표로 하는 국내 연수 프로그램에는 여러 제한점이 있다. 우선 연수 프로그램에 수업 현장 적용성이 낮은 이론 중심 내용이 많아 수업 개선에 실용적인 지식을 제공하지 못하며, 방학 중 집중 교육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연수에서 배운 바를 수업에 바로 적용해 보기 어렵다. 또한 연수 방법이 대부분 강의식으로 진행되어 수업 실제에 대한 논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행 지식을 개발하는데 한계가 있다.
한편 권나영 외(2012)는 국외 수학교사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의 대다수가 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학습 공동체의 형태를 띠며, 이러한 학습 공동체를 통해 교사들은 수업을 설계하고 실행하며 이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수업에 대한 회고적 반성을 진행함으로써 수학 교사 전문성 개발에의 실제적인 도움을 얻는다고 하였다. 서경혜(2009)에 따르면 교사 학습 공동체는 교사와 학생의 학습 증진에 목적을 두고 교사들이 더불어 연구하고 실천하는 상호 협력적 동아리이므로 교사 전문성 개발에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근래에 들어 이러한 교사 학습 공동체는 강의 위주의 전통적인 교사 연수 프로그램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김유경(2018)은 초등학교 교사들의 학습 공동체 활동을 분석하여 수학 수업 전문성 신장에의 가능성을 확인하였으며, 이경화 외(2012; 김정원, 방정숙, 김상화, 2017) 또한 교사 학습 공동체를 통한 지원과 협력이 수학 교사의 수업 전문성 신장에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권나영(2014; 2015)에 따르면 교사 학습 공동체 활동이 교사 전문성 신장에 기여하였다는 선행연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학습 공동체 활동에서 교사들 간에 진행되는 논의를 구체적으로 기술하여 이로부터 일어나는 교사 학습의 특징을 명시적으로 밝힌 연구가 많지 않다.
한편 여러 연구는 교사 전문성 개발에서 교육과정 의도 및 내용에 대한 교사들의 이해 함양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Zhang & Stephens(2013; Petrou & Goulding, 2011)에 따르면 국가 수준 교육과정 문서를 교사가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수업을 통해 교육과정의 의도와 내용이 구현되는 양상이 달라질 것이며 이는 학생들의 학습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교사 학습 공동체의 과정중심 평가도구 검토에서 교사들에게 일어나는 학습의 특징을, 평가 방향과 관련된 교육과정 의도 및 내용에 대한 교사들의 이해에 주목하여 다음 준거 3에 비추어 살펴보고자 한다.
Ⅲ. 연구 방법
이 연구의 연구 대상은 소규모 학습 공동체2)를 구성하는 교사 5명으로, 이들은 광역시 소재 각기 다른 중 ·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교육 경력 및 근무 학교급에 대한 정보는 <표 III-1>과 같다.
연구 대상 중 교사 E는 학습 공동체가 검토할 과정중심 평가도구로 관찰평가 과제와 관찰평가 기준표를 개발하였다. 학습 공동체는 교사 E가 개발한 과정중심 평가도구를 검토하기 위해 1차 워크숍을 가졌으며, 1차 워크숍 이후 교사 A는 관찰평가도구를 적용하여 실제 평가를 실행하는 수업을 진행하였다. 이 수업에서 교사 A를 비롯한 모든 연구 대상은 과정중심 평가도구를 통해 학생들의 활동 및 학습 과정을 관찰하고 평가하였다.
학습 공동체 활동을 통해 교사 E가 개발한 과정중심 평가도구를 검토하는 1차 워크숍을 진행하기 앞서 연구 대상은 평가과제를 각자 살펴보고 학생들이 보일 수 있는 적절한 반응과 부적절한 반응을 예측하여 논의 준비 자료를 작성하였다. 또한 교사 A의 수업을 통해 실제 과정중심 평가를 실행한 다음에는 수업과 평가 실행 전반을 회고하는 2차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1차 워크숍의 녹음 자료, 2차 워크숍의 녹음 자료, 1차 워크숍에 참여하기 전에 교사들이 작성한 논의 준비 자료를 분석하였다. 특히 1, 2차 워크숍의 녹음 자료에 담긴 연구 대상간의 논의 내용을 모두 전사하였으며, 앞서 추출한 3가지 준거에 비추어 전사 자료와 논의 준비 자료를 연구자들이 개별적으로 분석하였다. 개별적인 분석 과정에서 연구자들 간에 발생한 차이는 공동 논의를 통해 조정하였으며, 연구자들이 개별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정교화하고 종합하여 최종 분석 결과로 정리하였다.
Ⅳ. 연구 결과
앞서 추출한 분석 준거 및 선행 연구에 비추어 1, 2차 워크숍에서 진행된 논의를 분석한 결과 교사 학습 공동체가 과정중심 평가도구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특징은, ‘과정중심 평가의 특징에 대한 인식 및 교육과정 의도와 내용에 대한 이해’, ‘평가 실행과 관련된 고려 사항 및 피드백 구상의 특징’, ‘학생의 이해 평가 및 평가도구 보완과 피드백 설계에서 학습 공동체의 역할’ 등의 측면에서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각 특징을 파악하는데 토대가 된 관련 준거 및 특징의 세부 내용을 정리하면 <표 IV-1>과 같다.
이하에서는 분석 준거 및 선행 연구에 따라 학습 공동체의 구체적인 논의를 해석함으로써 <표 IV-1>의 ‘특징 요약’ 및 ‘세부 내용’ 추출과 관련된 설명을 제시하고, 이로부터 과정중심 평가 전문가로서 교사 역량을 개발하는데 교사 학습 공동체가 갖는 시사점을 상술하고자 한다.
1차 워크숍에서 연구 대상은 관찰평가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결과중심 평가에서 수집한 정보와 같이 양적으로 정리하여 제공하자는 논의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논의는 연구 대상이 과정중심 평가를 결과중심 평가의 특징과 관련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준거 1). 교사 A가 수업에서 학생이 도달한 최종 수준을 평가하는 것인지 아니면 처음 수준을 평가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자, 교사 E는 학생이 보인 모든 반응의 수준을 평가기준표에 따라 정하고 이를 통합하여 결과적으로 이 학생이 어느 정도 수준이겠다고 판단하는 방식으로 평가를 진행하자고 하였다(①).
교사 A : 관찰평가라는 게 이 수업을 통해서 향상되었을 때, 그러니까 수업이 끝날 때 아이가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는지 평가하는 건지 아니면 처음에 학생이 설명한 걸로 평가를 해야 하는 건지….
교사 E : 평가를 할 때 아이가 다양한 반응을 보일 수 있는데…. 그래서 보인 반응들을 다 표시하고 이것들을 하나로 통합하여(①) 이 학생이 어느 정도 수준이겠다고 쓰는 식으로….
McMillan(2010)에 따르면 형성적 평가인 과정중심 평가에서는 학생이 학습을 통해 변화하는 과정을 질적으로 기술하여 설명한다는 점에서 학생의 학습 정도를 양적 정보로 제공하는 결과중심 평가와 차이가 있다. 교사 E가 학습 과정 중에 일어나는 학생의 다양한 반응을 살펴야한다고는 하였지만, 이를 평가기준표에 제시된 수준 중 하나로 정리하여 양적 결과로 표현하자고 제안한 것(①)은 교사 E의 평가에 대한 인식이 결과중심 평가의 특징에 좀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준거 1).
한편 교사 A는 관찰평가를 시행할 수업 상황이 개별 학생의 과제 해결, 해결 결과 발표, 발표한 내용에 대한 토의로 진행될 것이라고 다음과 같이 설명하면서 학생들이 다른 학생의 발표를 듣고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고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였다(②).
교사 A : 수업상황은 이렇게 진행될 거예요. 우선 과제를 각자 해결해봐라. 그리고 나서 그래프를 이용해서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러면 아이들이 이야기할 거고. 거기에 대해서 반박하고. 이런 수업이면 A라는 학생이 발표하면 그걸 듣고 B라는 학생이 발표를 할 것이기 때문에 그 발표가 B의 초기 생각이 아닐 수 있죠. 그런데 B의 생각을 듣고 A가 또 생각을 바꿀 수도 있고(②)….
이와 같은 교사 A의 언급에 대해 교사 C는 학생의 개별적인 과제 해결 결과를 발표와 토의 상황이 진행되기 이전에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교사 D는 개별 활동이후 활동지를 걷어야 한다고 다음과 같이 제안하였다.
이는 교사 C, D가 총괄적 목적을 위해 시행되는 결과중심 평가에서처럼 관찰평가에서도 학생이 과제를 홀로 해결한 결과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해당 교사들은 과정중심 평가를 결과중심 평가의 특징과 관련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준거 1).
연구 대상은 과제에 대한 학생의 초기 반응인 개별 활동 결과를 평가할 것인지, 수업의 마지막 순간에 학생들이 보인 최종 반응을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 긴 논쟁을 거친 후, 교사 A, B의 다음 제안처럼 학생의 최종 발표를 평가하기로(③) 정리하였다.
교사 A, B : 처음에 어떤 반응을 보였느냐 보다 그 마지막 반응의 수준이 중요하고 그걸 평가해야 할 거 같아요.
교사 B : 우리끼리 정리하면 될 거 같아요. 동일 학생이 여러 번 발표했을 때는 최종 발표를 평가하고 적기로요③).
이상과 같이 1차 워크숍에서 연구 대상 대부분은 과정중심 평가를 학생들의 학습이 변화하는 지속적인 과정을 질적으로 기술하는 평가로 다루기보다 학습이 일어나는 어느 한 순간을 일회적으로 평가하여 학생의 수준을 양적으로 결정하는 결과중심 평가와 같이 시행하려는 특징을 보였다(준거 1).
그러나 연구 대상은 학습 공동체의 2차 워크숍에서 자신들이 실행한 평가를 반성하면서 과정중심 평가를 통해 학습의 과정 또는 학생의 성장에 주목하도록 한 교육과정 평가 방향의 의도가 담긴 논의를 진행하였다(준거 3). 교사 A, C는 수업이 진행되면서 학생의 수준이 상승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언급하면서(④), 학습의 결과가 아니라 학습의 변화 과정과 성장에 좀 더 주목하는 특징을 보였다.
교사 A : C수준이 많았는데 토의를 통해 B로 올라가는 느낌을 받았어요(④).
교사 C : **학생은 꾸준히 C에서부터 시작했던 거 같아요. C수준의 발언을 꺼내고 위 수준으로 올라가는 모습(④)….
한편 교사 B는, 교사 E가 1차 워크숍에서 관찰평가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하나의 수준으로 정리하자고 하였던 것(①)과 관련하여 평가 결과를 꼭 양적으로 나타낼 필요 없이 변화 정도를 기술하면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였다.
이는 학생들의 수학 학습 과정은 다양한 평가 방법을 통해 “질적으로 평가”(교육부, 2015, p. 41)하도록 한 교육과정 평가 방향의 내용을 교사 B가 자연스럽게 언급한 것으로, 1차 워크숍에서 학생들의 최종 발표만을 평가하여 정리하자고 제안하였던(③) 교사 B의 이해가 교육과정의 의도 및 내용과 일치하는 맥락으로 확장하였음을 보여준다(준거 3).
김해영(2014; 주미정, 2010)은 평가에 대한 교사의 인식은 수업과 평가의 질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였다. Shepard(2000)은 평가를 통해 학생의 학습을 지원하는 형성적 평가가 실제로 의미있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평가에 대한 교사의 인식을 변화시킬 구체적인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상에서 기술한 연구 대상의 사례는, 교사들이 실제 수업에서 평가를 실행한 다음 이에 대한 반성적 논의를 진행하는 학습 공동체 활동을 통해 과정중심 평가를 결과중심 평가가 갖는 특징에 비추어 다루려는 인식(준거 1)을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과정중심 평가의 의도 및 내용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확장하였음을 보여준다(준거 3). 특히 학습 공동체 활동을 통해 진행된 성찰적 논의는 교사들이 과정중심 평가와 관련된 교육과정 의도와 내용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자신들의 말로 표현하게 되는데 주요한 배경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1차 워크숍에서 연구 대상은 평가 실행과 관련하여 고려할 사항으로 강현영 외(2018) 및 Black & Wiliam(2012)이 지적한 요소 중 평가과제와 그 의도에 주목하는 논의를 주로 진행하였다(준거 2). 우선 연구 대상은 각 과제의 교수학적 의도를 밝히고 그 의도가 과제에 잘 반영되었는지를 검토하였다. 교사 D는 과제 1을 통해 학생들이 그래프를 적절하게 그려 자료 집합을 비교하는지 확인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지만, 실제 과제 1은 그래프를 그리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교수학적 의도가 제대로 구현될지 의문을 제기하였다(①).
교사 D : A학급이랑 B학급을 봤을 때 A는 평균치에 모여 있네. 근데 B는 좌우로 떨어져 있네. 이런 거는 학생들이 금방 알아챌 거 같아요. 그렇다면 굳이 그래프를 그릴까. … 그래프를 그려서 … 자료 집합을 비교하게 하고 싶은 건데(①), 안 그려봐도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이에 교사 A는 과제 2, 3을 통해서는 자료를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할 기회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과제 1과 같은 유형의 과제가 필요하다고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Sullivan, Clarke, & Clarke(2013)에 따르면 좋은 과제는 과제에 주어진 조건이나 제한이 과제를 해결하는데 유기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야 하는 바, 과제 1에 대한 교사 D의 지적은 과제 1과 같은 유형의 과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라기보다 과제 1에서 조건으로 주어진 자료의 형태나 제시 방식을 교수학적 의도에 적합하게 수정하여야 함을 지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연구 대상은 교사 D의 의견을 과제 수정을 위한 논의로 발전시키지 않았다.
실제 수업에서 과제 1에 응답한 학생 18명4) 중 11명은 (1)에서 표나 그래프를 그렸지만, (2)에서는 (1)에서 그린 표나 그래프를 활용하지 않고 [그림 Ⅳ-1]과 같이 자료의 “평균” 또는 “합계”를 구하여 “두 학급의 수학능력이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자료를 표나 그래프로 표현하여 두 자료집합 비교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자 한 교수학적 의도가 과제 1을 통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였다.
이상의 사례는 학습 공동체 활동에서 과정중심 평가 실행을 위해 교사가 고려할 사항인 교수학적 의도가 평가과제에 적합하게 반영되었는지 살피는 논의가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평가과제를 교수학적 의도에 비추어 적합하게 수정 · 보완하는 단계로 이러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발전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준거 2). 이에 과정중심 평가에 대한 교사 역량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학습 공동체에서는 수업과 평가의 교수학적 의도가 평가과제에 적합하게 반영되었는지를 면밀히 분석하고 그에 따라 평가과제를 정교화하는 논의가 충분히 진행될 수 있도록 의식적인 노력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한편 연구 대상은 과제의 교수학적 의도가 중학교 1학년 내용에 비추어 적합한지 검토하는 논의로부터 과제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학습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활동으로 진행하였다(준거 2). 교사 D는 학생들이 과제를 해결할 때 평균, 중앙값, 최빈값을 이용하도록 의도한 것인지 질문함으로써 중학교 1학년 학습 요소를 활용하여 평가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였다(②). 이에 교사 E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중학교 1학년 확률과 통계 영역 단원명이 “자료의 정리와 해석”(교육부, 2015, p. 36)임을 근거로 들어 중학교 1학년에서는 분포에 대한 이해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③)고 주장하였다.
교사 D : 학생들이 평균, 중앙값, 최빈값을 이용해서 두 자료 집합을 비교하길 바라는 건가요(②)?
교사 E : 중1 내용이 자료의 정리와 해석인데(③), 해석을 하려면 자료의 분포를 이해해야 하니까 그걸 다루는 과제가 있어야 하는 게 맞겠죠. 지금은 교과서에 그런 문제가 없는 거 같고요. 평가하려고 하는 개념은 분포인데, 최종적으로 바라는 건, 학생들이 분포를 고려해서 그래프를 해석하고 결론을 내리기를 바라는 거죠(③).
위에서 교사 E는 자료를 해석하려면 자료의 분포를 이해해야 하며 분포에 대한 이해를 개발하는데 두 자료 집합을 비교하는 과제가 효과적임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면서 과제의 교수학적 의도인 학습 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 대상은 이러한 교사 E의 설명이 있은 후 분포에 대한 학생의 학습 과정을 관찰하고 평가하는데 주요한 기준이 되는 평가기준표의 세부 내용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상과 같이 학습 공동체 활동을 통해 평가과제의 교수학적 의도를 탐색하는 논의 과정을 거쳤음에도 연구 대상이 평가기준표의 주요 내용을 검토하고 조정할 기회를 갖지 않은 채, 평가과제 자체의 특징에만 주목하여 과정중심 평가 실행을 고려한 것은 관찰평가 실시와 관련하여 주요한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준거 2). 평가기준표는 관찰평가 상황에서 학생의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 준거가 되므로 교사들은 이에 대해 정교한 이해를 지닐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연구 대상은 평가과제의 특징과 관련되는 과제 맥락5)의 존재가 학생들의 과제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에 대해 논의하였다(준거 2). 교사 C는 과제 2가 육상 선수 맥락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료의 특징을 살피지 않고 ‘선수로 뽑기에 너무 느리다’ 등과 같은 맥락적인 접근만을 진행할 것이므로 과제에서 맥락을 없애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한 반면(④), 교사 B는 통계 상황이기 때문에 과제 2에 맥락이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였다(⑤).
교사 C : 과제 2는 육상 선수를 선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수 B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그래서 선수 A를 선택하는 게 맞다. 이렇게 맥락적인 접근만 너무 오래 할 것 같은데요, 맥락을 없애는 게 어떨까요(④)?
교사 B : 그래서 과제 2가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맥락이 반영된 통계 문제니까(⑤).
맥락과 관련된 이상과 같은 논의는 2차 워크숍에서도 계속하여 진행되었지만 연구 대상은 과제에서 맥락을 빼야할지, 그대로 두어야 할지에만 주목할 뿐 그 이상의 교수학적 논의로 이 문제를 발전시키지는 못하였다. 2차 워크숍에서 교사 D가 학생들이 통계 자료가 아니라 맥락에 의존하여 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관찰하였다고 언급하자(⑥), 통계 문제에는 맥락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⑤) 교사 B는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 과제에서 맥락을 삭제해야 할 것 같다고 제안하였다(⑦).
교사 D : 근데, 맥락만을 고려하는 거 같아(⑥). 달리기에서는 평균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잘 뛰어야 한다는 것을 아니까….
교사 B : 그럼, 맥락을 빼야하는 거 아니야(⑦)?
교사 A : 맥락을 빼면 안 되지(⑧)!
이상의 논의에 교사 A는 맥락을 빼면 안 된다고 언급하였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⑧). 때문에 교사 A의 의견은, 맥락에만 의존하여 과제를 해결하는 학생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피드백을 제공하여 그들의 학습을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해 학습 공동체가 논의하도록 자극하지는 못하였다(준거 1).
Meyer, Dekker, & Querelle(2001)에 따르면 과제에서 맥락은 통계 내용뿐만 아니라 수학적 활동의 본질을 경험하게 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학 교수 · 학습 및 평가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특히 OECD 학업성취도 국제 비교 연구인 PISA는 주요한 평가 틀로 수학적 맥락을 설정하여 학생들이 이를 적절히 조정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평가한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0). 수학 교육에서 맥락이 차지하는 이와 같은 의미에 비추어 볼 때 과제에서 맥락을 없앰으로써 학생들이 과제의 답만을 옳게 구하도록 하는 교수 전략으로는 맥락에만 의존하여 과제를 해결하려는 학생들의 사고를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Jolliffe, 2005). 과제 맥락과 관련하여 연구 대상이 진행한 이상과 같은 논의는 평가를 학습의 기회로 간주하는 과정중심 평가의 피드백 전략으로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준거 1).
또한 1차 워크숍에서 연구 대상은 과정중심 평가 실행을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 중 하나인 평가기준표를 논의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준거 2). 특히 관찰평가에서 평가기준표는 수업에서 일어나는 학생의 즉각적인 반응을 포착하여 이를 평가하는 준거가 되므로 교사들은 평가기준표에 제시된 기준이 적합한지, 학생이 보일 수 있는 반응의 유형은 수준에 따라 적절히 배정되어 있는지 등에 대해 고려하는 논의를 충분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 신보미(2010)에 따르면 교사는 관찰평가를 실행하기 앞서 학생들이 평가과제를 해결할 때 보일 반응을 예견하여야 하며 이러한 예견을 통해 평가기준표를 의미있게 구성하여야 한다.
그러나 연구 대상이 1차 워크숍에 참여하기 전에 작성한 논의 준비 자료를 보면 연구 대상은 평가과제에서 학생들이 보일 반응을 예측하는데 상당한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사 C, D는 학생이 보일 수 있는 적절한 반응과 부적절한 반응을 거의 제시하지 못하였으며, 제시하였더라도 그 내용이 매우 피상적인 특징을 보였다. 특히 교사 B는 [그림 Ⅳ-1]과 같이 과제 1의 부적절한 반응으로 “두 자료 집단을 비교할 때 평균만을 사용하는 것”을 들었지만 과제 3에서는 “평균만을 사용하여 두 자료 집합을 비교한 것”을 적절한 반응으로 제시하였다.
실제로 1차 워크숍에서 연구 대상은 과제와 관련하여 학생이 보일 반응이나 학생의 이해를 다루는 논의를 거의 하지 않았으며(준거 2), 학생의 반응에 대해 어떤 피드백을 어떻게 제공하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다(준거 1). 학생의 반응을 예견하는 것과 관련하여 논의 준비 자료를 통해 살펴본 바는, 연구 대상이 1차 워크숍에서 학생의 이해와 피드백을 거의 다루지 않고 평가기준표보다 평가과제의 특징에만 주목하여 평가도구를 검토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
이상에 따르면 과정중심 평가 실행 이전의 학습 공동체 활동은 평가과제의 교수학적 의도를 분명히 하여 평가과제의 제한점을 확인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준거 2). 그러나 평가기준표를 의미있게 검토하는 논의나 평가과제에 대한 학생 반응을 예견하고 그에 대해 피드백을 설계하는 등의 학습 공동체 활동은 과정중심 평가 실행 이전에는 자연스럽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준거 1, 2). 하지만 여러 선행 연구는 관찰평가 실행에 앞서 평가기준표를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으며 이는 평가과제에 대한 학생의 반응을 예견하는 활동과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학생의 반응을 예견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제공할 구체적인 피드백을 설계하는데도 필수적인 활동이다. 이에 과정중심 평가에 대한 교사 역량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학습 공동체 활동에서는 평가기준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바탕으로 평가과제에 대해 학생이 보일 반응을 예견해 보고 이에 대해 적절한 피드백을 설계하는 활동을 의식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2차 워크숍에서 연구 대상은 수업을 통해 관찰한 학생의 반응에 대해 논의하면서 학습 공동체 활동이 학생의 이해를 평가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언급하였다(준거 2). 교사 A가 학교 현장에서 학생의 반응 하나 하나를 살펴야 하는 관찰평가를 실행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①), 교사 B는 학습 공동체 활동을 통한 논의가 수업에서 학생이 보였던 반응을 상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②).
교사 A : 아이의 반응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있다가 체크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거 같아요(①).
교사 B : 맞아요. 지금은 평가 후 바로 이렇게 이야기 하니까 생각이 나지만(②), 녹음이나 영상을 다시 돌려봐야 하면 그때부터 힘이 팔리는 거죠.
한편 교사 C는 학생의 특정 반응을 관찰평가 체크리스트의 어디에 체크해야 할지부터 고민이 되었는데 2차 워크숍의 논의를 통해 학생의 이해를 평가하는데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하였다(③).
서경혜(2009)에 따르면 학습 공동체 활동을 통한 동료 교사와의 협력적 상호 작용이 실제적인 교육 문제에 대처하는 교사의 전문 역량을 개발하는데 효과적이다. 본 연구에서 분석한 학습 공동체 활동 사례는 과정중심 평가의 실행에서 학습 공동체 활동을 통한 교사들사이의 논의가 학생의 이해를 수행 과정에 비추어 평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음을 보여준다.
한편 연구 대상은 평가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보인 반응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평가과제를 검토하고(준거 2), 학습으로서의 평가인 과정중심 평가의 특징이 반영되도록 이를 수정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준거 1). 교사 C가 학생들 대부분이 과제 2, 3을 해결할 때 평균을 구하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고 하자(④), 교사 E는 계산이 귀찮아서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 같으므로 평균을 과제에 제시해 주는 방식으로 과제를 수정하자고 제안하였다(⑤).
교사 C : 과제 2, 3에서 실제 평균 계산을 많이 하지 않았다는 거(④).
교사 E : 계산이 너무 귀찮아서 아예 시도를 하지 않은 게 아닐까요? 평균값 정도는 제시해 주는 게 어떨지(⑤).
이에 교사 A는 평균을 학생 스스로 떠올리는 것도 중요하므로 평균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학생들이 보이면 교사가 이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평가를 진행하자고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교사 A : 평균을 떠올리는 거 자체도 필요한 거 같아요. … 교사가 평균을 준비해 놓을 수는 있죠. 학생이 ‘평균을 알아봐야 할 거 같아요’라고 하면 교사가 평균을 알려주고, ‘도움이 되니?’ 이렇게 물으면….
Mok(2011)에 따르면 학습으로서의 평가는 학생이 평가를 통해 과제를 내면화하고 과제 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자기 주도적으로 조직함으로써 평가를 학습의 부분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Clarke(2011)는 수업에서 전통적으로 다루는 과제에는 과제 해결에 필요한 정보가 조건과 법칙의 목록으로 담겨 있어 진정한 수학적 활동을 경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앞서 살펴본 교사 A의 제안은 과제 해결에 필요한 조건이나 정보를 다소간 제거하여 이를 학생 스스로 찾아내고 조직할 수 있도록 하되 학생의 반응에 따라 순차적으로 제공하자는 것으로, 학습으로서의 평가라는 과정중심 평가의 특징이 드러나도록 평가과제의 설계 및 제시방식을 결정하는데 의미있는 시사를 준다(준거 1).
한편 연구 대상은 자신들이 관찰한 학생의 반응에 대해 논의하면서 평가기준표를 수정하였다(준거 2). 교사 B는 일부 학생들이 과제 2를 해결할 때 두 자료 집합의 총합을 비교하거나 특정 구간의 절대도수를 비교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하면서 이러한 해결 과정이 과제 2처럼 전체 자료 개수가 같으면 평균이나 특정 구간의 상대도수를 비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하였다. 그러므로 평가기준표에 절대도수를 사용하면 B수준, 상대도수를 사용하면 A수준으로 되어 있는 부분은 전체 자료 개수가 같은 경우를 고려하여 수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⑥).
교사 B : 애들이 처음에 총합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근데 그게 집합의 크기가 같으며 평균을 구하는 것과 같으니까. … 과제 3은 상대도수를 비교하는 게 맞지만 2번은 전체 도수가 같으니까 절대도수를 봐도 되죠. 과제 2에서는 이게 A수준까지 봐도 된다고 생각해요. 크기가 같으면 B-(3)은 A-(3)으로 봐도 되는 거니까요(⑥).
또한 교사 E는 수업에서 관찰한 학생들의 반응 대부분이 B, C수준에 해당하므로 평가기준표의 B수준을 A수준으로 옮겨 수정하자는 의견을 내었다(⑦). 이에 교사 C도 기존 평가기준표에 있는 A수준은 도달하기 너무 어려운 것 같다고 공감하였으며(⑧), 교사 B는 C수준 중에 B수준으로 보아도 되는 것이 있다고 언급하였다(⑨).
교사 E : 학생 반응 대부분이 B, C수준으로 나왔잖아요. … 이번 수업에서 나온 반응 중 B에 해당하는 것은 A정도로 생각하는 게 어떨까요(⑦)?
교사 C : 저도 A수준의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게 아닌가 싶어요(⑧).
교사 B : C수준에도 어느 정도까지는 B수준이라고 볼만한 게 있는 것 같아요(⑨).
이상과 같이 연구 대상은 1차 워크숍에서 과제의 특징에만 주목하였던 태도를 바꾸어 2차 워크숍에서는 평가과제뿐만 아니라 평가기준표도 반성적으로 검토하였으며 평가기준표의 구체적인 준거를 수정하였다(준거 2). 연구 대상의 이러한 변화는 과정중심 평가를 직접 실행하면서 학생들의 반응을 구체적으로 관찰함에 따라 평가기준표에 대한 검토의 필요성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2차 워크숍을 통해 동료 교사들과 논의를 거치면서 학생의 반응과 관련된 개별적인 의견이 공동체 내부를 통해 공유되고 공감을 얻어 적극적으로 평가기준표를 보완하게 됨으로써 가능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연구 대상은 수업에서 관찰한 학생 반응을 토대로 학생의 이해를 다루는 논의를 진행함으로써 구체적인 피드백 전략을 고안하였다(준거 1). 교사 A가 수업에서 학생들이 ‘고르다’를 바르게 이해하였지만 이를 ‘안정적이다’와 연결 짓지 못한 점을 지적하자, 교사 C는 고등학생들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고르다’를 학생들이 잘 이해하여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교사 A : 수업에서 아이들은 ‘고르다’를 구간이 짧은 곳에 자료들이 밀집되어 있는 것으로 표현했어요. … ‘고르다’는 말의 의미는 이해하고 있는데 그게 ‘안정적이다’라는 것에 대해서는 서로 생각이 다른 거 같았고요.
교사 C : 저는 그 부분이 특이했어요. 고등학생들도 ‘고르다’를 설명하면 오히려 더 헷갈려 하거든요. 오늘 학생들은 그걸 굉장히 쉽게 받아들여서….
이에 교사 E는 고등학생도 어려워하는 ‘고르다’를 잘 알았으면서도 이를 ‘안정적이다’와 연결시키지 못하는 학생들의 이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였으며(⑩), 교사 A는 학생들이 생각하는 ‘안정적’의 의미를 살펴보았어야 했다고 자신의 수업을 회고하였다(⑪).
교사 E : ‘고르다’의 의미는 잘 아는데 왜 그게 ‘안정적이다’라고는 생각을 못할까요(⑩)?
교사 A : 이게, ‘안정적’이라는 표현을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단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해 물어봤어야 했을 거 같아요(⑪).
뿐만 아니라 교사 C가 최댓값에만 주목하여 과제 3을 해결하는 학생들에 대해 언급하자, 교사 A는 이러한 반응이 옳지 않다는 것을 학생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물었어야 했다고 말하였다(⑫).
교사 A : 그래요, … 최대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아요. … 14시간이 몇 번인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14시간이 가장 길잖아요, 그니까 당연히 이거죠’라고 말해버리니. 참, 여기서 이런 질문을 했어야 했네. ‘만약 네가 14시간짜리를 못 받고 더 짧은 시간의 배터리를 받으면 어떻게 할 거냐?’하고. 그걸 물어볼 걸(⑫).
고은성, 박민선, 이은정(2016)에 따르면 평가를 학습의 기회로 간주하는 과정중심 평가에서는 학생들이 그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려는 의도적 질문을 통해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Santos & Semana(2015)는 평가과제에 대한 학생의 반응에 대해 학생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피드백은 평가를 통해 학습이 일어나도록 하는 좋은 전략이라고 하였다. 이는 2차 워크숍을 통해 교사 A가 구체화한 추가 질문이 과정중심 평가에서 학생의 학습을 돕는 도구인 피드백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이상과 같이 교사 A가 학생의 반응에 대한 피드백을 고안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동료 교사들이 학생들의 구체적인 반응을 소개하고 이와 관련하여 교수학적 의문을 제기함에 따라 교사 A가 추가 질문을 고려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연구 대상이 1차 워크숍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던 피드백을 2차 워크숍에서 고려하게 된 데는 평가 실행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한 학생들의 반응을 공유하고 학생이 보인 반응의 이유를 밝히려는 학습 공동체의 논의에 힘입은 바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에 2차 워크숍을 통해 연구 대상이 진행한 논의를 토대로 과정중심 평가에 대한 교사 역량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학습 공동체 활동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시사를 얻을 수 있다. 우선 교사들은 수업을 통해 평가를 직접 실행하되 평가 상황에 학습 공동체 구성원인 교사들이 함께 참여하여 학생들이 보인 반응을 공동으로 수집한 다음 그 결과를 학습 공동체에서 세부적으로 검토하는 논의를 진행함으로써 과정중심 평가와 관련되는 다양한 이슈를 점검할 수 있다. 학습 공동체 활동을 통해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교사는 학생의 이해를 보다 적합하게 평가할 수 있으며 과정중심 평가도구를 의미있게 보완할 수 있고(준거 2), 학생에게 제공할 피드백도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준거 1).
Ⅴ. 결론
이 연구는 광역시 소재 중 · 고등학교 교사 5명을 연구 대상으로 하여 이들로 구성된 학습 공동체가 공동체의 일원에 의해 개발된 과정중심 평가도구를 검토한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과정중심 평가에 대한 교사 전문성 제고에 교사 학습 공동체가 갖는 시사점을 탐색하였다. 이를 위해 우선 관련 선행연구를 확인하여 교사 학습 공동체의 과정중심 평가도구 검토 활동을 분석하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는 준거를 추출하였다. 추출한 분석 준거에 비추어 교사 학습 공동체가 과정중심 평가도구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진행한 논의로부터 드러난 특징을 기술하였다. 이러한 특징을 교사들의 과정중심 평가 역량 개발과 관련하여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습 공동체 활동을 통해 연구 대상은 과정중심 평가에서 수집한 학생의 학습에 대한 정보를 결과중심 평가에서처럼 양적으로 처리하려는 관점에서 벗어나 교육과정 평가 방향의 의도 및 내용과 일치하는 맥락의 이해로 확장하였다. 연구 대상은 관찰평가를 통해 얻은 정보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학습이 일어나는 어느 한 순간에 학생이 보인 반응의 수준을 양적으로 결정하여 평가 결과로 삼기로 하였다. 이러한 연구 대상의 인식은 수업을 통해 관찰평가를 실행한 다음 이에 대해 반성적 논의를 진행하는 학습 공동체 활동에 의해 변화하였다. 연구 대상은 학생들의 학습이 변화하는 과정에 주목하는 과정중심 평가의 교육과정 의도, 학습이 일어나는 과정을 질적으로 평가하도록 한 교육과정 내용을 학습 공동체의 논의 활동을 거치면서 스스로 인식하게 되었다.
둘째 학습 공동체 활동을 통해 연구 대상은 과정중심 평가 실행을 위해 고려할 사항 중 하나인 평가과제의 교수학적 의도를 명확히 하였으며 이러한 의도에 비추어 평가과제의 한계를 파악하였다. 그러나 학생의 학습 과정을 관찰하고 평가하는데 준거가 될 평가기준표의 내용을 검토하거나 평가에서 학생이 보일 반응을 예견하고 이에 대해 어떤 피드백을 제공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이상은 본 연구의 분석 대상인 학습 공동체 활동에서 드러난 하나의 사례이기는 하나, 여러 선행 연구는 평가기준표가 관찰평가 상황에서 학생의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 준거이므로 과정중심 평가 실행을 위해 교사들이 이를 상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과정중심 평가에 대한 교사 역량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학습 공동체 활동에서는 평가기준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셋째 평가 실행 이후의 학습 공동체 활동은 연구 대상이 학생의 이해를 평가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평가도구를 수정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설계하는데 기여하였다. 연구 대상은 학습 공동체 활동에서 진행된 논의가 수업에서 관찰한 학생의 반응을 상기하거나 수준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학생의 반응에 대한 개별적인 의견을 학습 공동체에서 공유하고 학생이 보인 반응의 이유를 밝히려는 논의를 진행하면서 평가도구를 정교화하였으며 피드백으로 제공할 추가 질문을 고안하였다.
이상의 연구 결과는 교사 학습 공동체 활동에의 참여가 과정중심 평가에 대한 교사 역량의 실질적인 개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교사 학습 공동체가 수업을 통한 평가의 계획-실행-반성과 관련된 일련의 활동을 공유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충분히 진행할 수 있어야함을 시사한다. 과정중심 평가는 학습의 결과만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평가와 달리 수업에서 일어나는 학습의 변화 과정에 주목하므로 과정중심 평가를 실행할 교사는 수업 및 평가에 대한 실천적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Lloyd, Remillard, & Herbel-Eisenmannn(2009)에 따르면 수업은 실행함으로써 구현되는 지적 활동인 바, 실행 경험이 전제되지 않은 수업 전문성 개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과정중심 평가는 수업을 통해 학생의 학습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므로 과정중심 평가에 대한 전문성을 개발하기 위해 교사는 이를 수업에서 직접 실행해 보는 경험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과정중심 평가 실행의 어려움으로 교사들은 개별적인 평가 계획 및 실행, 평가 내용과 방법의 결정을 들고 있는 바(반재천 외, 2018), 동료 교사와의 협력적 상호작용이 가능한 학습 공동체 활동은 과정중심 평가와 관련된 실행 지식 개발의 실질적 방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 학습 공동체 활동을 통해 과정중심 평가를 교사들이 함께 설계하고 평가도구를 협력하여 개발한 다음 이를 자신의 수업에서 실행한 결과를 학습 공동체에서 성찰적으로 반성하는 논의를 거침으로써 교사들의 과정중심 평가 역량이 개발될 수 있다.
다만 과정중심 평가에 대한 교사 전문성 신장에 목적을 두고 평가의 계획-실행-반성과 관련된 일련의 활동을 공유하는 학습 공동체가 의미있는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교사들간의 논의가 과정중심 평가와 관련된 핵심 이슈를 다루어야 하며 이러한 논의가 효과적으로 진행되도록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사 학습 공동체의 과정중심 평가도구 검토 사례를 분석하여 교사들의 논의에서 드러난 특징을 구체적으로 기술한 이 연구의 결과는 과정중심 평가와 관련하여 학습 공동체가 생산적인 논의를 진행하는데 주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