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다문화 사회 진입과 다문화주의 교육의 필요성
외국인 이주민의 급격한 증가와 함께, 세계화, 도시화, 탈문화, 민주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인종 문화 다양성’이 점차로 증가하여, 우리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박채형, 2012; 윤인진, 2008; 이민경, 2008), ‘다문화 수용성’이 중요한 사회적 담론으로 부각되고 있다(서보람, 2014). 다문화 수용성 제고는 다양한 가치와 행동이 이해되고 존중되는 다문화 사회의 구현을 통해 사회통합을 이끌 수 있다는 중요성 외에도, 세계화 시대에 “다름과 공존이라는 인식의 인프라”를 형성함으로써 세계시민으로서 필요한 상호이해, 공존, 협력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글로벌 가치 형성에도 매우 중요하다(이민경, 2008, pp. 98-100). 이런 점에서 학생들이 지구촌 시대의 다문화 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바람직한 자세와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다문화 사회의 제반 문제들을 교육적 과제로서 학교 교육의 핵심으로 들여”와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다문화주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이민경, 2008, pp. 84-98). 보다 바람직한 다문화 사회 및 세계 시민 사회 건설에 공헌할 수 있도록, 필요한 다문화 인식, 지식, 태도,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기 때문이다(안경식 외, 2008; 최현, 2007; Banks, 2008).
다문화 이해와 수용성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이와 같은 논의는 국어, 사회, 윤리, 지리 등의 과목에서 뿐 아니라 영어교육 분야에서도 그 시의성 뿐 아니라 언어 학습 효율성 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세계화, 국제화가 현실화 되면서 영미권 화자와의 소통을 훌쩍 넘어 다양한 문화권에 속한 비원어민 화자와의 접촉과 소통이 급속히 증가하게 되면서 다문화적 관점에서 영어를 습득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강조되고 있다(Kachru & Nelson, 1996, p. 95). 이를 반영하여 “세계 영어” “국제적 영어”(World Englishes, Global English(es), International English(es))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을 뿐 아니라(Bolton, 2012; Jenkins, 2006, p. 159), 언어가 특정 문화와 현실을 매개하고 구성함으로써 언어 사용자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Norton, 2010). 교육적 효율성 면에 있어서도 영어 학습자의 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한 교재, 수업활동, 접근법이 영어 문식성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어도선과 강지혜(2011), Au(1995), Giouroukakis와 Honigsfeld(2010), Pacino(2005, 2006), Phillips, McNaughton과 MacDonald(2004), Schmidt(2005)의 연구 모두 다문화적 관점의 교육이 영어 문식성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Cortazzi와 Jin(1999)의 연구가 보여주듯이, 사고의 다양성과 유연함 없이 자신의 문화체계에만 의존하여 상대방을 대하면 상호 이해나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자명하다.
2015년 영어과 교육과정 개정은 이러한 중요성을 반영하여 다문화 이해를 영어교육의 기본 목표 5가지 가운데 하나로 정하여 “다문화에 대한 수용적인 태도”를 성취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으며(p. 186), 교수학습 방법에서도 다문화 사회 이해를 함양할 수 있는 교재를 선택하며(p. 188), 다문화 관련 학습 및 평가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임찬빈 외, 2015). 영어 교과서는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 교육과정 개정 목표에 따라 교과 목표, 교과 내용, 교과 활동을 구성하게 되므로, 교과서가 얼마나 충실하게 내용과 구성 면에서 다문화주의의 이념과 원리를 구현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교실 밖 환경 외에도 교과서가 그러한 변화에 대한 교사와 학생 그리고 교육 관련자의 인식, 정서, 이해, 태도, 그리고 학습방법에 까지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Cortazzi & Jin, 1999; Davcheva & Sercu, 2005; López-Medina, 2016; Ndura, 2004). 영어 교재(교과서 포함)에 사용된 언어 뿐 아니라 내용과 교과 활동에 대해서도 똑 같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Wong, 2009).
그러나 외국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영어 교과서 또한 다문화주의와 관련하여 개선되어야 할 많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외국의 여러 학자들은 교재가 특정 계층(상위 계층; Banks, 2008), 특정 지역 및 인종(백인 유럽인과 미국인: Nieto & Bode, 2008), 특정 성(남성: Nieto & Bode, 2008)의 관점과 문화를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국내 여러 연구도 다문화주의 관점에서 볼 때 영어교과서에 많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고영진, 2011; 소정미, 2010; 염보라, 2010; 윤혜영, 2009; 윤효은, 2011; 이을, 2010; 이지은, 2008; 홍수경, 2009). 예를 들어, 고등학교 공통 영어 교과서 16종의 본문 내용만을 교육과정 개정 전후로 분석한 우지혜(2009)의 연구는 문화적 다양성 수용에 대한 내용과 세계사회에 대한 책임과 관련한 내용이 전에 비해 감소하였음을 지적하였다. 고등학교 공통 영어 교과서 15종의 내용과 삽화를 분석한 이을(2010)은 흑인이나 기타 인종이 경제적 빈곤계층, 사회적 약자로 그려지고 있고 특정 직업이 특별히 선호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였으며, 염보라(2010)의 연구 또한 고등학교 영어1 교과서 5종의 내용과 삽화를 비교, 분석한 결과, 영미권 배경으로 편중된 현상과 백인과 남성이 주로 삽화 속의 등장인물로 제시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윤효은(2011)은 고등학교 영어1 교과서 7종의 내용을 분석하면서 국내 다문화가정의 배경이 되는 나라들이 거의 제시되지 않았음을 지적하였다.
이와 같은 영어 교재(교과서 포함)에 대한 다문화 반영 연구의 대부분이 다문화를 이루는 많은 요소 가운데 인종, 성, 계층에 제한되어 이루어졌고, 그에 대한 내용이 어느 정도 기술되어 있는가에 대한 분포도 분석에 치우쳐 있으며, 구체적으로 다문화적 태도, 지식, 기술, 소통 능력이 교과서의 목표, 구성, 텍스트와 학습활동 면에 어느 정도 적절히 반영되어 있는가를 분석하는 체계적이면서 종합적인 연구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박덕재(2015), Littlejohn(2011), Sheldon(1988), Williams(1983)가 제시한 교재 평가 척도도 언어에 대한 사회문화적 환경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들의 체크리스트에는 소수의 다문화 항목만이 반영되고 있거나, 학습 활동에 대한 다문화적 분석이 포함되지 않은 채 텍스트의 내용에 대한 분석에만 초점을 두고 있거나, 몇 가지 다문화 항목을 제시하면서도 구체적인 체크리스트를 제공하지 않는 등, 종합적이면서 체계적인 다문화 척도로 활용되기에는 매우 미흡한 면이 있다. 특히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다문화 학습활동이 다문화 이해 및 다문화 수용성과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고려한다면, 교재에서 제시된 학습활동의 다문화적 측면을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Davcheva & Sercu, 2005; Sercu, 1998). 교재의 학습활동에 대한 분석을 통해 교재에 기재된 학습 목표가 실제 교수학습에 어떻게, 어느 정도 반영되고 또 실현 될 수 있는지 보다 잘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Littlejohn, 2011).
다문화 사회 진입이라는 국내 현실에서 볼 때 영어 학습자 개개인이 교실에 가져오는 언어, 경험, 환경, 문화가 매우 다양하고, 또한 글로벌 다문화 사회의 확장과 더불어 그 다양성이 더욱 확대될 것이므로, 교재 평가자들에게 다문화적인 요소 유무와 편재 정도는 평가항목으로서도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다(El-Dakhs, 2011). 이런 점에서 기존의 교재 평가 척도와 다르게 다문화 요소의 단순한 추가가 아닌 다문화 이해 능력과 문화간 의사소통 능력(intercultural competence) 향상에 초점을 둔 다문화적 관점에서의 교재 평가를 위한 종합적이면서 체계적인 새로운 평가 체크리스트 개발이 필요하다.
본 연구의 목적은 기존의 교재 평가 모델과 체크리스트를 비교, 분석 후 이를 바탕으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다문화주의 기반 교재 평가 체크리스트를 개발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교재 평가 연구에 흩어져 있는 다문화 평가 항목을 종합하고 정리하여 체계적인 기준과 항목을 제시하였다. 또한 이 새로운 평가지표의 타당성과 효율성 검증을 위해 고등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 1종을 새로운 평가 기준과 항목에 따라 시험 평가하여 영어 교과서의 다문화 반영 정도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영어가 다른 언어보다도 개인과 세상을 이어주는 역할을 더 많이 할 수 밖에 없는 세계화라는 현실에서(성기철, 2008), 다문화주의 원리와 요소가 보다 잘 반영된 영어 교재로 다문화주의 관점의 영어 교육을 하게 된다면, 영어가 다른 인종과 민족 그리고 다른 문화의 사람들과 더 잘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보다 유용한 ‘다문화 의사소통 도구’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바람직한 다문화주의 기반 영어 교육은 다문화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영어 교재 개발을 전제로 하는데 이 연구가 그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Ⅱ. 기존 교재 평가 척도 분석
영어 교재를 선택할 경우, 교재 사용 중 또는 사용 후의 학습 효과를 분석할 때 활용될 수 있는(Ellis, 1997) 교재 평가 모델이 이미 여러 학자에 의해 소개되었다(Byrd, 2001; El-Dakhs, 2011; Littlejohn, 2011; Litz, 2005; Miekley, 2005; Munkudan, Hajimohammadi, & Nimehchisalem, 2011, Rubdy, 2003; Sheldon, 1988; Williams, 1983; Wong, 2009). 본 연구와 관련한 기존 연구 몇 개를 살펴보면, Williams(1983)는 제2언어 교수법 이론에 근거하여 언어적, 교육적, 그리고 기술적 기준을 중심으로 평가 체크리스트를 구성하면서, 새롭게 소개된 교수학습 방법, 비원어민 교사를 위한 가이드라인, 학습자의 언어적 요구와 사회문화적 환경의 유무를 중심으로 교재를 평가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평가 항목에서는 읽기, 쓰기, 말하기, 문법, 그리고 어휘와 같이 언어적인 측면이 강조되어 있다. Williams(1983)는 각각의 평가 항목에 가중치를 두고 평가자가 0점에서 4점까지 점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교재 사용 맥락에 맞게 맞춤식 평가를 하도록 하였다. 이보다 17개의 항목을 기준으로 매우 광범위하게 교과서를 평가한 Sheldon(1988)의 척도는 17개 각 평가항목에 따라 구체적인 평가 질문을 제시하고 있다. 교재의 접근 가능성과 같은 실용적인 측면에서부터 내용의 레이아웃, 그래픽과 같은 물리적인 부분과, 학습자의 요구, 학습 목표, 학습자의 문화적 배경, 연령대, 학습 양태와 같은 심리, 사회적인 요소 뿐 아니라, 내용의 구성 방식, 유연함, 그리고 문화 요소에까지 다양한 차원에서 교재를 평가할 수 있도록 기준을 자세하게 제안하고 있다. 그 또한 질문에 대한 점수를 교재를 사용하는 맥락을 고려하여 매길 것을 권하고 있다.
레이아웃과 같은 교재의 외적인 면 보다 교육적 측면에서 교재 내용 분석에 더 중점을 둔 모델은 Rubdy(2003)에게서 찾을 수 있다. 이 모델의 교재 평가 단계는 크게 두 단계로 나뉘는데, 첫 번째 단계에서는 교재의 적절성 차원에서 교재의 목적을 확인하고 있다. 즉, 학생들의 연령대, 문화, 그리고 환경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제시가 학습자에게 적합한가를 평가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심리적 타당성, 교육적 타당성, 그리고 과정과 내용의 타당성을 중심으로 교재를 평가하고 있다. 심리적 타당성은 학습자의 필요성, 주체성, 자기 개발의 정도, 창의성, 그리고 협동성을 중심으로 분석하며, 교육적 타당성은 교사의 능력과 교육적 신념이 실제 교수학습을 위해 잘 갖추어져 있는가를 살피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과정과 내용의 타당성은 저자가 교재에서 의도하고 있는 언어관, 학습관과 관련하여 교수법과 내용이 적절성하게 제시되었는지를 진실성, 문화적 내용, 그래픽, 접근성, 조화로움과 같은 항목을 기준으로 구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Rubdy(2003)는 이 세 가지 항목에 포함시킬 수 있는 질문들을 매우 자세하게 제시하고 있으며, 각각 항목들에 평가자가 가중치를 부여할 수 있게 하여 교재 사용 상황에 적합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달리 교재와 교육과정의 연계를 중시하여 교육과정을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제시하는 Byrd(2001)의 모델은 교육과정, 학습자, 그리고 교사라는 세 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평가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특히 그는 교재를 사용하는 국가의 교육과정에 따라 교재 사용의 목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교재 내용의 언어 요소, 주제, 그리고 교육학적 철학이 그 교육과정에 부합하는지를 살피도록 주문하고 있다. 또한 학습자 중심 교육관에 근거하여 학습자가 교재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는지, 학습활동이 학습자에게 적절한 것인지를 평가하는 것 또한 중요한 기준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교재가 교사의 언어적 요소, 지식, 필요에 부합하는지를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 항목에 대한 대답 방식으로 그렇다(Yes), 아마도(Perhaps), 아닐 수도(Probably not), 절대 아니다(Absolutely not)와 같은 다소 유연한 네 가지 응답을 제시하고 있다.
몇몇 평가 모델은 기존에 소개된 모델에 있는 교재 평가 내용을 취합하여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Miekley(2005)의 평가 모델이 그 중 하나이다. 그의 교재 평가 모델은 크게 교재, 교사 매뉴얼, 그리고 교재가 사용되는 상황을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재 자체에 대해서는 내용, 어휘와 문법, 학습활동, 그리고 교재의 물리적인 측면을 살펴보고 있다. 교사의 매뉴얼과 관련된 항목은 교사를 위한 배경 설명과 부교재와 같은 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교재를 사용하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교육과정, 학습자, 그리고 교사의 상황에 적합한지를 고려하여 교재를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각 평가 항목에 대해 0부터 4점 사이의 점수로 표기하며 불필요한 질문에 대해서는 ‘해당사항 없음’(“Not Applicable”)과 같은 척도를 통해 평가자가 상황에 따라 교재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교재 평가에 있어서 객관성을 보다 강조하고 있는 평가 모델로서는 Littlejohn(2011)의 교재 평가 체크리스트를 들 수 있다. 그는 교과서가 의도하는 바를 유추해내려고 하기보다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교과서 고유의 특성을 분석하고자 하고 있다. 교재 평가자가 기존의 체크리스트를 주관적인 판단에 근거하여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바람직한 교재가 포함하고 있어야 할 항목으로만 구성된 체크리스트의 평가 항목 또한 지나치게 절대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의 체크리스트는 크게 두 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교재의 외관, 각 단원의 구분, 그리고 연결성 등 교재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첫 번째 단계에서 이행한 후 이를 바탕으로 교과 목표, 내용의 선택 원리, 내용 순서, 학습활동, 학습자 역할, 그리고 교사 역할에 대해 주관적 분석을 두 번째 단계에서 진행할 것을 권하고 있다.
위에서 제시한 Littlejohn(2011)이나 Sheldon(1988)의 경우처럼 매우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제시한 모델과 달리, El-Dakhs(2011)의 모델은 개략적으로 평가 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교재 평가자 대부분이 관련 교육을 받은 숙련된 교사 혹은 행정가들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평가 항목을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El-Dakhs(2011)의 모델은 상황에 맞게끔 선택할 수 있도록 학습자의 요구, 교재 내용, 언어 능력, 교육학, 학습자의 심리, 교재의 외관, 사회언어적 요소와 실용성, 그리고 부교재와 관련된 평가 기준을 실용성과 함께 교재 평가 항목으로 개략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Litz(2005)의 평가 체크리스트는 국내 교사와 학생이 평가할 수 있도록 각각 다른 두 종류로 개략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교과서의 가격, 교수법과 같은 실용성, 레이아웃, 디자인, 학습활동의 분배, 언어 능력의 적절성, 사회 문화적 특성, 교과 내용, 그리고 언어의 종류를 중점으로 평가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기존에 소개된 영어 교재 평가 항목들을 종합해보면,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서 교재의 물리적인 측면(El-Dakhs, 2011; Littlejohn, 2011; Litz, 2005; Miekley, 2005; Rubdy, 2003; Sheldon, 1988), 언어 요소(El-Dakhs, 2011; Litz, 2005; Miekley, 2005; Ocak & Baysal, 2016; Tucker, 1975; Williams, 1983; Wong, 2009), 교사의 역할(Byrd, 2001; Littlejohn, 2011; Miekley, 2005; Rubdy, 2003; Sheldon, 1988), 학습활동(Littlejohn, 2011; Litz, 2005; Miekley, 2005; Sheldon, 1988), 학습자 특성(Byrd, 2001; El-Dakhs, 2011; Littlejohn, 2011), 교수법(El-Dakhs, 2011; Litz, 2005; Rubdy, 2003), 그리고 (사회)문화적 요소(박덕재, 2015; El-Dakhs, 2011; López-Medina, 2016; Rubdy, 2003; Sheldon, 1988)와 같은 평가 기준이 제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와 관련해서 볼 때, 문화가 평가의 중요 요소로 강조되고는 있지만 다문화적 관점에서 볼 때 매우 미흡한 점이 많이 나타났다. 문화를 중요한 교재 평가 항목 중 독립적인 기준으로 제시한 교재 평가 모델이 많지 않은 것도 문제이지만, 독립된 하나의 항목으로서 문화 관련 기준이 제시되어 있더라도 그 내용이 특정 문화에 대한 편견과 문화적 차이에 대한 소개, 그리고 문화 간의 비교 분석과 관련된 항목이 대부분으로(박덕재, 2015; El-Dakhs, 2011; Rubdy, 2003; Sheldon, 1988), 마치 다문화적 요소가 단순히 문화의 다양성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오해를 줄 수 있는 정도였다(Cortazzi & Jin, 1999). Mukundan 외(2011), Ocak와 Baysal(2016), Wong(2009)처럼, 대부분의 체크리스트는 문화 항목을 포함하지 않거나 포함하고 있더라도 박덕재(2015)의 경우처럼 짧거나 다문화 태도, 지식, 기술과 같은 다문화적 원리와 요소를 보다 종합적으로 제시하고 있지 않아 기존의 교재 평가 모델은 다문화적 관점의 영어 교재 평가에 적합하지 않다. 다문화주의에 초점을 둔 새로운 교재 평가 모델의 개발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Ⅲ. 새로운 다문화주의 관점의 영어 교재 평가 척도
다문화주의 관점의 영어 교재 평가 척도를 새롭게 개발하고자 하는 의도는 이러한 척도를 반영하여 보다 다문화주의 이념과 원리에 충실한 영어 교재 제작을 장려하려는 것이며, 이런 교재를 통해 학습자들이 다문화 가치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갖고 공정한 다문화 사회를 실현하는데 더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하자는데 있다. 타문화에 대한 이해 및 수용 능력을 높이는 다문화 수용 능력은 공감 능력 뿐 아니라(정상준, 2003; Banks, 2008; Tiedt & Tiedt, 2010) 자기존중감과 자기 문화에 대한 존중 의식을 길러주며(김선혜, 2011; Banks, 2008; Tiedt & Tiedt, 2010), 더 나아가 정의, 평등, 인간존중이라는 가치를 이해하고 실천하게 한다는 점에서(안경식 외, 2008), 다문화 사회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오늘날의 학습자의 필요와 관심에도 부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본 연구는 평가 기준을 정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에 적합하고 필요한 다문화주의 원리와 이념을 차용하기로 하였고, 그 결과 Nieto와 Bode(2008)가 제시한 “관용” “수용” “존중” “확신, 연대, 비평”이라는 단계적 접근을 따르면서, 이념적인 면에서는 Banks와 Banks(2010)의 “기여적 접근”과 “수여적 접근”처럼 특정 문화 지식을 전달하거나 다문화를 단순 나열하는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변혁적 접근”과 “사회적 실천 접근”까지 수용하는 것으로 확대하였다. 이에 따라 텍스트의 내용, 수업 활동, 평가가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민족, 문화, 인종, 가치의 시각으로 개념, 사건, 쟁점, 문제, 주제를 볼 수 있도록 유도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기초적인 수준에서 사회적 문제와 쟁점을 확인하고, 적절한 자료를 수집하여 현안에 대해 자신의 가치와 의사를 명확히 하여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 사항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Grant와 Sleeter(2010)의 5단계 접근법을 일부 응용하여 특정 문화와 가치에 대한 선입관, 편견, 차별을 없앨 수 있도록 일체감, 관용, 그리고 사람들 간의 수용을 증진시키는 다문화 학습 활동을 강화하는 것으로 하였다. 또한, 차별의 대상이 되었던 특별한 성, 집단, 문화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강화함으로써,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 실현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여, 소외 계층(다문화가정, 새터민, 빈곤층, 장애인 등)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고 행동하는 미래의 세계 시민으로 준비시킬 수 있는 내용과 활동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이는 Byram(1997)이 문화간(intercultural) 의사소통 능력의 구성요소로 강조하는 문화간 태도, 문화간 지식, 문화간 기술, 그리고 비판적 문화 인식을 장려하는 방안으로, 학습자의 다양성(배경, 인지, 정서, 태도, 선호, 학습전략, 성향 등) 또한 매우 중요한 다문화 요소로서 고려되도록 하였다.
영어 교재를 통해 구현해야 할 다문화적 원리, 이념, 그리고 방향을 정한 후에는 McGrath (2002)가 제안한 체크리스트 개발을 위한 4단계 과정을 참고하여 다문화적 관점에서의 평가지표 개발 절차를 다음과 같이 진행하였다: 1) 일반 평가항목(General Criteria) 선정, 2). 구체적 다문화 평가 항목(Specific Criteria) 선정, 3) 각 평가 항목의 체크리스트 내에서의 순서 결정, 4) 질문의 유형 및 대답 방식 결정. 체크리스트에 기반 한 교재 분석이 교재들을 구체적인 항목들을 기준으로 쉽고 정교하게 비교, 분석할 수 있게 한다는 연구에 따라(McGrath, 2002; Mukundan, Hajimohammadi, & Nimehchisalem, 2011; Tomlinson, 2003), 본 연구도 체크리스트의 형식을 따랐다. 그러나 새롭게 개발한 체크리스트는 레이아웃, 단원 구성 방식과 같은 교재의 물리적인 측면과 언어 영역보다는 다문화 내용과 활동 및 평가에 더 많은 중점을 두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체크리스트에 포함시킬 일반적인 평가 항목을 Byrd(2001)의 모델을 중심으로 교과 목표, 교과 내용, 그리고 학습활동으로 구성하였다. 교과 목표에 따라 교과 내용이 설정되고 내용을 목표에 맞게 수용하고 활용하는 학습활동이 구성되기 때문이었다. 물론 영어과 교육과정을 반영하여 다문화 목표 뿐 아니라 언어적 목표가 성취될 수 있도록 언어 목표, 내용, 활동에 대한 구체적 항목을 두 번째 단계에서 제시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일반적인 언어 관련 항목 각각에 포함시킬 구체적인 항목의 내용을 최대한 다문화적 관점에서 제시하려고 노력하였다. 왜냐하면, 이 새로운 척도는 영어 교재 평가를 위한 일반적 평가 척도가 아니라 영어 교재의 다문화 수용성 정도에 대한 평가를 목적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후 교재에 쓰인 교육 목적이 학습자의 요구와 목적 뿐 아니라 교사의 교수학습 필요성과 목적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다문화적 요소와 사회적 요구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 살피도록 하였다. 또한 교재에 포함된 내용이 문법적, 사회언어적, 담화 면에서 언어 담론의 다양성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문화간 지식을 잘 형성할 수 있도록 내용이 구성되어 있는지를 살필 수 있도록 하였다. 즉, Banks와 Banks(2010)의 접근법에 따라 특정한 인종, 문화, 가치의 분포도 및 배치 현황, 문화의 진정성, 문화적 편견의 예, 사회정의와 평등의 중요성 예시, 타문화적 관점 반영 정도, 타 국가에 대한 정보 제시 정도, 다양한 직업/예술/특기의 예시, 소외계층에 대한 공정한 표현, 삽화 및 서체의 진정성과 다양성 등에 대해 학생들이 이해하고 수용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Nieto & Bode, 2008) 내용이 적절히 구성되어 있는가를 확인하도록 하였다.
학습활동의 질과 깊이가 학습자 간, 학습자와 교사 간, 텍스트와 학습자 간의 상호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학습활동과 관련한 항목을 매우 구체적이고 세세히 제시하려고 하였다. 학습활동은 크게 학습활동의 다양성, 학습활동과 언어적 능력의 연계성, 학습활동의 문화적 태도에 대한 영향, 학습활동의 문화간 능력(intercultural competence)에 대한 영향, 학습활동이 비판적 인식에 미치는 영향, 마지막으로 학습자의 특성과 학습활동의 연계성으로 나누어 평가 문항을 제시하였다. 대부분의 평가 문항은 내용에 관한 평가 문항과 마찬가지로 다문화주의 교육과 관련한 기존 연구에서 교재 평가에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을 취합하여 선정하였다. 또한 다문화와 관련한 활동의 종류나 질 뿐 아니라 평가의 다양성도 다문화 요소로 함께 고려하였다. 문항 설정에는 학습자의 문화적 배경 뿐 아니라 학습자의 다양한 학습 선호도와 학습전략, 교사의 교수학습 다양성까지 고려되었으며, 학습활동이 학습자에게 미치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심리적, 인식적 영향까지 고려되었다. 특히, 학습활동의 다문화 수용성에 대한 영향뿐 아니라 다문화 소통 능력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였다(보다 자세한 내용은 <표 1> 참고).
세 번째 단계에서는 각 항목들의 체크리스트 내에서의 순서를 정하였다. 순서는 체크리스트의 성격상 덜 중요하지만 가급적 포괄적 내용을 묻는 문항으로부터 시작하여 세부적인 내용을 묻는 문항으로 점차 옮아가도록 정리되었다. 네 번째 마지막 단계에서는 각 질문의 유형 및 대답 방식에 대해 결정하였다. 각 항목에 대한 대답 방식으로 점수를 부여하는 방법을 택하였는데, 0에서 3과 같이 4단위로 이루어진 평가 척도가 평가자로 하여금 중간 점수를 선택하는 경향을 예방할 수 있다는 McGrath(2002)의 연구를 수용하였다. 또한 교재를 사용하는 상황과 목적에 따라 중요시되는 다문화 학습 목표와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맞게끔 중요한 평가 항목에는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할 수 있도록 1에서 3까지의 가중치 점수를 제시하였다(McGrath, 2002). 다문화적 관점에서의 전문적인 교과서 분석에 대비하여 다문화 원리 및 요소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항목일수록 높은 가중치 점수를 부여하도록 하였다. 이 경우 각 질문의 최종 점수는 평가에 대한 점수(R)와 평가 전 설정한 가중치 (W)점수를 곱해서(W*R) 나온 점수가 된다. 그리고 평가 지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평가 항목을 모니터하고 수정하기 위해 Tomlinson(2003)과 McGrath(2002)가 제안한 평가 항목 점검 내용을 참고하였다. 즉, 체크리스트의 질문 유형이 평가자가 4단위의 척도에서 하나의 점수를 선택할 수 있는 평가의 유형인지, 각 질문이 하나의 내용만을 물어보는지, 질문이 대답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하게 제시되었는지, 질문의 내용에 평가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개념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기준으로 본 연구의 교재 평가 모델의 항목을 점검하였다(McGrath, 2002; Tomlinson, 2003).
이런 원리와 과정을 통해 새롭게 개발된 다문화적 관점에서의 영어 교재 평가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이 <표 1>에 자세히 제시되어 있으며, 이 항목은 평가 환경과 목적, 그리고 평가 대상 교과서 사용자의 연령과 수준에 따라 조정될 수 있도록 가급적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항목을 담아 문항 조정 시 선택의 폭을 최대화 하려 했다.
평가항목 | 구체적 평가 항목 | W* | R | Wx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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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목표 | A. 목표 | |||
1. 교과서의 목표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는가? (Rubdy, 2003)** | ||||
2. 교과서의 목표가 학습자의 필요와 목적에 부합하는가? (Rubdy, 2003) | ||||
3. 교과서의 목표가 교사의 필요와 목적에 부합하는가? (Byrd, 2001) | ||||
4. 교과서의 목표에 다문화주의 이념과 원리가 반영되어 있는가? | ||||
5. 교과서의 목표에 문화간 의사소통 능력이 어느 정도 강조되어 있는가? | ||||
6. 교과서의 목표가 사회적 필요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 ||||
소계 | ||||
Ⅱ. 내용 제시 | B. 의사소통 지식 (문법적, 사회언어적, 담화적) | |||
7. 언어구조의 난이도가 적절히 구성되고 점차적으로 증가하도록 조정 되었는가? (El-Dakhs, 2011; Ocak & Baysal, 2016) | ||||
8. 실제(authentic) 영어의 예시들을 얼마나 제시하였는가? (Ur, 1999) | ||||
9. 의사소통 수단으로 준언어적인(paralinguistic) 요소를 얼마나 제시하는가? (얼굴 표정, 억양, 강세, 크기, 피치 등) | ||||
10. 얼마나 다양한 용례(registers)와 말투가 제시되고 있는가? (다양한 계층과 지역의 언어 사용 용례 제시; Litz, 2005) | ||||
11. 차별적인 표현과 내용이 사용되었는가? (성, 계층, 인종, 지역 등) (예:“policemen” 대신 “police officers”; Davidman & Davidman, 1997) | ||||
12. 다양한 텍스트(예: 서술, 설명, 편지)를 얼마나 제시하는가? (Tomlinson, 2003) | ||||
13. 다양한 장르(ex. 시, 소설, 신문 기사, 광고)를 어느 정도 제시하는가? (Tomlinson, 2003) | ||||
소계 | ||||
C. 문화간 지식 | ||||
14. 교과서의 다문화적 내용이 국가 교육과정 목표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Byrd, 2001) | ||||
15. 우리 사회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종, 민족, 문화 집단이 교과서 내용에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가? (Banks, 2008) | ||||
16. 문화 요소가 교과서 내용에 어느 정도로 통합되어 있는가? (예: 각 단원 끝에 추가되었는가? 교과서 마지막 부분에 별개의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등; Sercu, 1998) | ||||
17. 학습 목표의 문화와 학습자 자신의 문화에 대한 사회 변화를 반영하는 최신 정보가 어느 정도로 제공되고 있는가? (Feng & Byram, 2002) | ||||
18. 민족적 우월감과 성차별과 같은 사회 구조적 편견으로 인하여 생성된 왜곡되고 부정적인 지식이 왜 사회적인 과정인지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고 있는가? (Davidman & Davidman, 1997) | ||||
19. 사회 정의와 평등의 중요성에 대해 얼마나 강조하고 있는가? (Grant & Sleeter, 2010) | ||||
20. 다른 나라의 민족 정체성을 설명함에 있어서 그 나라의 역사적 관점이 얼마나 반영되어 있는가? (Sercu, 1998) | ||||
21. 학습자 국가의 지리적 공간에 대한 정의와 그에 대한 다른 나라의 관점이 얼마나 제시되어 있는가? (예:. 지역과 지역 정체성, 중요한 랜드 마크, 국내 및 국외 경계에 대한 제3자의 인식) (Byram, 1997) | ||||
22.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나라들의 사회정치적 제도들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제시되는가? (예:. 타 국가 기관, 의료 서비스, 법과 질서) (Byram, 1997) | ||||
23. 다양한 문화적 규범들을 어느 정도로 다루고 있는가? (예: 도덕적, 종교적 믿음, 일상생활에서 금기시 되는 행동 등) (Byram, 1997) | ||||
24. 다양한 문화의 사회화와 인생주기에 관하여 어느 정도로 다루고 있는가? (예: 가족, 학교, 직업 등) (Byram, 1997) | ||||
25. 다양한 문화권의 창조적인 예술에 대해 어느 정도로 다루고 있는가? (예: 미술, 음악, 연극 등) | ||||
26. 다양한 문화권의 사회정치적인 문제들에 대해 어느 정도로 다루고 있는가? (예: 인종 갈등, 실업, 환경 문제 등) (Sercu, 1998) | ||||
27. 학습자 자신의 국가에 대한 이미지를 다른 나라의 관점에서 어느 정도 제시하는가? (Byram, 1997) | ||||
28. 서로 다른 문화가 접촉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과 오해에 대하여 얼마나 적절히 다루고 있는가? (Sercu, 1998) | ||||
29. 다양한 인종, 민족, 계층, 성별의 사람들이 다양한 직업 세계에서 성공한 사례를 얼마나 보여 주는가? (Davidman & Davidman, 1997) | ||||
30. 교과서 내 삽화가 고정관념 없이 얼마나 객관적으로 제시되었는가? (visual literacy에 대한 학습자 참여 고려) | ||||
31. 교과서의 글자체가 학습자의 다양한 요구에 얼마나 부응하고 있는가? | ||||
소계 | ||||
Ⅲ. 학습활동 | D. 학습활동의 다양성 | |||
32. 개별 및 그룹 활동 등 얼마나 다양한 종류와 수준의 학습활동이 제시되는가? (Littlejohn, 2011) | ||||
33. 학습 활동에서 학습자들이 교환하는 정보가 얼마나 문화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지게 하는가? (Corbett, 2003) | ||||
34. 협동 학습이 얼마나,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제시되는가? (협동학습의 다양성 포함; Rubdy, 2003) | ||||
35. 문화적 인식을 유발하기 위한 학습활동이 얼마나 제시되는가? (Culture assimilators, culture capsule, comparison method 등) (Hughes, 2001) | ||||
36. 학습활동이 포트폴리오 및 다른 형식의 진정성 있는 평가 방식(authentic assessment)을 얼마나 제시하는가? (Davidman & Davidman, 1997) | ||||
소계 | ||||
E 의사소통능력(문법적, 사회언어적, 담화적)과 학습활동 | ||||
37. 언어의 의미와 형태 둘 다(유창성과 정확성) 초점을 맞추는 학습활동이 얼마나 제시되는가? (Litz, 2005) | ||||
38. 언어의 네 기능(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이 학습활동에 어느 정도로 통합되어 있는가? (학습자의 언어 습득 방식 차이 고려; Litz, 2005) | ||||
39. 학습활동의 문법 내용이 얼마나 학습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현실적인 맥락 안(realistic contexts)에서 제시되고 있는가? (Litz, 2005) | ||||
40. 학습활동의 어휘가 얼마나 학습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현실적인 맥락 안에서 제시되고 있는가? (Litz, 2005) | ||||
소계 | ||||
F. 문화간(Intercultural) 태도와 학습활동 | ||||
41. 학습활동이 학습자들에게 다문화 사회의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인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제공하는가? (Tiedt & Tiedt, 2010) | ||||
42. 학습활동이 학습자들에게 문화간 시민(Intercultural Citizen)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제공하는가? (Byram, 2009) | ||||
43. 학습활동이 학습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문화집단에 대해 배우기 위해 차이를 받아들이고 다른 문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제공하는가? (Davidman & Davidman, 1997) | ||||
44. 학습활동이 학생들의 문화적 고정관념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제공하는가? (Ndura, 2004) | ||||
45. 학습활동을 통하여 학습자들이 자신의 관점과 다른 관점들에 대한 호기심을 길러주는 기회가 얼마나 제공되는가? (Byram, 1997) | ||||
46. 학습활동을 통하여 학습자들이 다름에 대하여 공감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제공되는가? (Tiedt & Tiedt, 2010) | ||||
47. 학습활동이 학습자 자신의 문화에 대한 자신감과 존중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제공하는가? (Davidman & Davidman, 1997) | ||||
소계 | ||||
G. 문화간 기술과 학습활동 | ||||
48. 학습활동이 학습자들로 하여금 다른 문화 사람들과 접했을 때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얼마나 준비시켜주는가? (Sercu, 1998) | ||||
49. 학습활동이 상호작용 중 생긴 오해를 서로 다른 문화적 규범을 근거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제공하는가? (예: 상황에 맞지 않는 대화 주제를 꺼내게 된 원인을 문화간 차이를 들며 설명) (Byram, 1997) | ||||
50. 학습활동이 학습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문화들의 상호작용 과정의 차이점에 대하여 알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제공하는가? (예: 각 나라의 대화 구조, 형식적인 의사소통 방법, 비공식적인 만남 등) (Byram, 1997) | ||||
51. 학습활동이 학습자들로 하여금 학습자 자신의 나라와 다른 나라간의 과거와 현재의 관계에 대하여 알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제공하는가? (예: 신문, 역사, 전문가를 통해 두 나라 간 과거와 현재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관계 파악) (Byram, 1997) | ||||
소계 | ||||
H. 비판적 문화적 인식과 학습활동 | ||||
52. 학습활동이 학습자들로 하여금 문서/사건의 배경을 파악함으로써 내재되어 있는 이데올로기를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제공하는가? (예: 문서의 출처, 사건의 시간, 공간에 대한 정보, 다른 문서 혹은 사건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이데올로기 파악) (Byram, 1997) | ||||
53. 학습활동이 실제 삶 속의 논쟁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제공하는가? (Miekley, 2005) | ||||
54. 학습활동을 통하여 학습자들이 언어가 사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알 수 있도록 하는 기회가 얼마나 제공되는가? (Locke, 2010) | ||||
55. 학습활동을 통하여 학습자들이 본인의 언어 선택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인식하며 글을 쓰고 말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가? (Locke, 2010) | ||||
소계 | ||||
I. 학습자의 역할과 학습활동 | ||||
56. 학습자가 학습활동의 학습내용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제공되는가? (Littlejohn, 2011) | ||||
57. 학습자가 학습활동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제공되는가? (Littlejohn, 2011) | ||||
58. 학습자들 간의 서로 다른 다중지능(Multiple Intelligences)이 학습활동에 얼마나 반영되는가? (예: 언어, 수학, 공간, 신체, 음악, 대인관계, 자기이해, 자연탐구 등) (El-Dakhs, 2011) | ||||
59. 학습자들이 다양한 정신 작용 수준(mental operation levels)에서 학습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제공되는가? (예: 반복학습, 언어 규칙 추론하기, 가설세우기, 협상하기 등) (Littlejohn, 2011) | ||||
소계 |
Ⅳ. 새로운 다문화 교재 평가 체크리스트의 적용
본 연구를 통해 소개된 새로운 영어 교재 평가 체크리스트가 실질적이면서 효율적인 평가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 6종을 무작위로 선정하여 <표 1>의 체크리스트에 따라 평가를 하였다. 이 평가는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의 다문화 반영도에 대한 연구 목적 보다는 평가 척도의 타당성과 실효성을 자기 검증할 목적으로 이행된 시험적 평가였다. 이 목적에 맞게 평가 체크리스트에 있는 각 항목을 충분히 숙지한 후 본 연구의 공동 연구자 2인이 같은 교과서를 읽어 가면서 각 항목에 대해 하나하나 공동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각 항목을 충분히 숙지하게 되어 평가 자체에 대한 시간은 많이 소요되지 않았다. 공동 평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평가 항목의 표현과 내용을 수정하거나 항목 수를 조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평가 문항에 따라 평가자가 지니고 있는 다문화주의에 대한 신념, 지식, 철학, 태도, 경험에 따라 평가자 간에 차이가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높은 수준의 다문화 문항에 대해서는 가중치 점수를 적용함에 있어 평가자 간의 편차가 보다 빈번히 발생하였는데, 이는 차후 체크리스트에 대한 적정화 과정을 통해 보다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설정되고, 평가자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그리고 주관적 판단에 따른 편차를 최대한 해소할 수 있도록 다수의 교재 평가 전문가를 투입됨으로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표 1>의 평가 기준에 따르면 시험 평가에 사용된 6개 영어 교과서 모두 다문화주의 관점에서 평가했을 때 다문화 원리와 요소 반영 정도가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6개 영어교과서에 대한 평가 결과는 다문화 반영 면에서 모두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교재 간에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A교과서 1개에 대한 공동 평가 사례를 아래와 같이 제시함으로써(모든 수치는 가중치 점수가 반영되어 계산되었음) 본 연구를 통해 소개된 새로운 다문화주의 영어 교재 평가 모델의 효율성과 적정성을 평가 항목별로 자세히 제시하고자 한다. 결과 분석의 용이성을 위하여 계산 과정에서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을 하여 나온 근삿값을 사용하고 평가 지표의 평가점수를 백분율로 환산하였다. 결과 분석은 평가 항목 점수의 백분율을 통해 항목별로 어느 부분이 충분히 또는 미흡하게(우수 100-80%, 보통 79-70%, 미흡 70% 미만) 다문화주의 원리와 요소가 반영되었는지 알 수 있도록 하였다. 다문화주의 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감안하여 70% 미만의 평가 점수는 모두 미흡으로 평가하도록 하여, 엄격한 기준을 통해 교재의 다문화 수용성 향상을 꾀하도록 하였다. 가중치를 계산한 평가 항목 별 취득 점수를 평가 항목 별 취득 가능 총점으로 나눈 평가 항목별 평균 점수의 백분율 점수를 통해 전반적으로 교재의 어느 부분이 다문화주의 원리 및 요소 반영에 있어서 충실했는가를 또는 미흡했는가를 볼 수 있도록 하였다.
A 교과서는 ‘머리말’에 국제어로서의 영어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으며 학습자들이 글로벌 시대를 맞아 영어 의사소통능력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국제어로서의 영어가 영미권 국가의 소위 ‘표준 영어’를 넘어서 각 지역적 특성을 담고 있는 ‘지역적’ 영어(localized Englishes)를 포함하여 지칭하는 것인지 명확한 구분은 없었다. 본문에서 지역적 영어라고 할 수 있는 ‘외곽 지역’(Outer-circle)의 영어(필리핀 영어, 홍콩 영어, 남아프리카 영어, 케냐 영어, 인도 영어 등)의 용례가 전혀 소개되어 있지 않아 ‘국제어’는 영어의 국제적 성격을 지칭하는 의미로 이해되었다. 그런 점에서 영어 의사소통능력 함양의 목적이 문화간 의사소통 능력 함양이라는 다문화적 관점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교과서 각 단원도 의사소통과 언어형식과 관련해서만 단원 목표가 설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런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 실제 생활과 관련하여 사회문화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머리말’에서 볼 수 없었다. 목표에 문화간 의사소통 능력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찾을 수 없었다. 전체적으로 언어의 기능적 측면에 중점을 두고 단원 목표가 설정된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럼에도 의사소통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각 단원마다 실제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의사소통 기능을 실제 언어의 사례와 다양한 상황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점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결과적으로, ‘목표’ 항목에서 가중치를 계산한 취득 가능 총점은 51점인데 실제 평가에서는 1항은 9점(가중치 3점*평가점수 3점), 2항은 6점(가중치 3점*평가점수 2점), 3항은 0점(가중치 1점*평가점수 0점), 4항은 3점(가중치 3점*평가점수 1점), 5항은 0점(가중치 3점*평가점수 0점), 6항은 9점(가중치 3점*평가점수 3점)으로 평가되어 총 27점으로 계상되었고, 이는 전체 취득 가능 총점 대비 53%를 차지하여 미흡으로 평가되었다.
'내용 제시‘에 있어서 소재는 고교 시절의 추억과 학교생활, 십대들의 봉사활동, 인터넷 구매, 예술과 인물, 지구 온난화와 환경 문제, 의상 등 학습자의 관심과 경험을 반영하려 한 노력이 보였지만, 고등학교 학습자들이 실재 당면하고 있는 그래서 그들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관심사와 고민이 반영된 사회-문화적 변화에 대한 소재는 다소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럼에도 민주적인 공동체 사회 실현을 위해 필요한 배려 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봉사 활동과 평화롭고 조화로운 공동체 사회를 위해 필요한 민주 의식을 소재로 제시했다는 점은 ’문화간 지식‘ 항목에서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특히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예를 제시한 단원은 다른 나라와 문화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고, 우리 한복과 다른 나라의 의상을 비교한 다른 단원은 민족적 우월감이나 차별과는 다른 관점에서 타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런 소재나 내용은 다문화 사회의 사회적 요구에도 부응하고 있어 다문화적 관점을 보통 정도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내용 제시에서 ‘의사소통 지식’ 항목과 관련된 내용은 다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적인 면부터 본다면,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다양한 표현이 교과서 본문에서 많이 제시된 점을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한 단원에서 인터넷에서 카메라를 구매할 때 필요한 어휘와 표현이, 그리고 다른 단원에서는 의사소통 수단으로서의 준언어적인 표현인 제스처(gestures)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나라 별로 제시되어 있었다. 다양한 사용역(registers)과 관련해서도 한 단원에서는 과학용어, 그리고 어떤 단원에서는 한복을 소개할 때 사용하는 의류와 관련된 다양한 용어가 제시되었다. 언어의 네 가지 기능 또한 학습활동에 통합되었으며, 문법 구조와 어휘의 경우 현실적인 맥락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제시되어 학습자의 학습 동기를 부여하였다. 그러나 언어 구조의 난이도가 점차 증가하도록 구성되지 않았으며, 다양한 영어 사용자의 다양한 영어 액센트 용례 제시도 찾을 수가 없었던 점으로 보아 학습자의 언어적 수준차를 고려하여 활동이 구성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또한 소설과 영화 대본 그리고 자서전이 본문으로 제시되기는 했지만 다양한 유형의 텍스트 보다는 대부분이 정보 전달이 목적인 설명문으로 구성되어 있어 글감에 대한 학습자의 선호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문화간 지식’ 항목에서도 다소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긍정적인 면은 다양한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이 성공한 사례에 대한 내용은 충분히 제시되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여성 침팬지학자인 제인 구달과 흑인 민권운동 지도자인 마틴 루터 킹과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의 자서전이 소개되었고, 흑인 여가수인 마리안 앤더슨에 대한 내용이 제시되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인물과 인종이 소개되었을 뿐 아니라 여러 문화간 의사소통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해에 대한 내용도 다양한 나라의 제스처를 소개하는 단원에서 제시되었다. 그럼에도 문화간 지식에 대한 내용은 매우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예를 들면, 어떤 단원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북극곰 멸종 위기를 다루면서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 또한 우리나라의 다문화 현실을 반영하는 다양한 종교, 인종 및 문화 집단, 지식의 생성 과정, 우리나라의 지리적 정보에 대한 내용, 다른 나라의 사회정치제도, 그리고 다른 나라의 시각에서 본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 등 우리 사회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문제에 대한 내용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특히 본문 삽화의 경우 다양한 문화 집단의 모습보다는 금발의 외국인 사진 및 삽화가 주를 이루어 삽화가 갖는 사회문화적 영향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었던 것으로 평가되었다.
학습활동을 분석한 결과, 교과서와 활동책에서 다양한 종류의 학습활동을 찾을 수 있었다. 각 단원에 개인 학습, 대화 연습, 역할 놀이, 인터뷰와 같은 2인 활동, 그리고 빙고, 게임, 연극과 같은 모둠 학습이 고르게 제시되었다. 특히 교과서의 “Let’s Work Together 1”과 “Let’s Work Together 2” 부분에서는 묻고 답하기, 토론, 연극 등 다양한 형태의 협동 학습이 제시되었다. 또한 문화학습과 관련하여 “Let’s Work Together 1”에 각기 다른 나라의 인사법과 식사 예절에 관한 정보를 서로 묻고 답하는 정보 채우기 활동이 제시되었다. 이외에도 각 나라의 서로 다른 식사예절 및 제스처의 의미를 시각자료를 활용하여 비교하는 다양한 학습활동을 찾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활동책 한 단원에 여러 나라의 올바른 식사예절 및 제스처 사용법과 관련하여 빈칸 채우는 활동과 진위를 구분하는 질문이 제시되었다. 학습자의 인지적 수준을 고려하여 단순한 빈 칸 채우기, 답 연결하기, 짧은 대화문 연습, 롤 플레이에서부터 에세이 작성, 토론까지 다양한 정신 작용 수준을 요구하는 활동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학습자의 다양한 다중지능과 관련해서 볼 때 롤 플레이, 연극, 그림 자료, 비디오 자료, 음악과 같은 다양한 학습활동 및 학습 자료가 사용되었지만, 주로 언어지능에 초점을 맞춘 학습활동이 주를 이루었다. 또한 학습자가 학습내용 및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학습활동을 찾을 수 없어 미흡으로 평가되었다.
학습활동이 다문화주의 관점에서 볼 때 문제가 되는 점은 토론을 통하여 문화 차이에 대해 더욱 심층적인 이해를 요구하는 학습활동이 없어 학습자의 문화간 태도를 길러줄 수 있는 학습활동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대신 타 문화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학습활동은 찾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교과서 각 단원의 마지막 부분에 제시되어 있는 “Culture Tips”에서 다양한 문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추가적으로 학습자에게 관련된 정보를 찾아 발표하도록 한 활동이 있었다. 또한 한 단원은 다양한 나라의 식사예절과 인사법과 관련된 정보를 그룹을 형성하여 서로 교환하도록 하여 학습자들이 다양한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갖도록 하였다. 이런 활동이 어느 정도 문화간 기술을 향상시키는 학습활동으로 볼 수는 있었다. 다양한 나라의 제스처와 식사예절을 비교 분석하는 학습활동을 통하여 학습자들이 다양한 문화를 접했을 때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호작용의 오해를 규범의 차이를 근거로 설명하는 활동의 일례로 한국과 불가리아의 상호작용 속에서의 오해의 원인 찾는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종류의 활동을 찾을 수 없었다. 또한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간의 과거와 현대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다. 이 외에 다문화사회의 시민으로서의 책임감 및 문화간 시민으로서의 정체성, 다름에 대하여 공감하는 능력, 그리고 자아 존중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학습활동도 제시되어 있지 않아 미흡으로 평가되었다.
그럼에도 학습활동에서 긍정적인 면은 학습자의 비판적 문화적 인식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학습활동이 일부 제시되었다는 점에 있었다. 한 단원은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관련된 여러 학습활동을 제시하면서 학습자에게 현실의 논쟁적인 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예를 들면, 그룹 구성원들과 발전소 건설에 대한 토론을 하며 환경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그 외에 언어가 사고에 미치는 영향 알아보기, 언어 선택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인식하며 글을 쓰기와 같은 활동이 연계되지 않아 그 이상의 관련 활동을 찾을 수는 없어 보통으로 평가되었다.
교과서 A는 내용과 교과활동의 다양성 면에서 다문화 요소를 반영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공동 평가에서 총점이 미흡으로 낮게 나온 것은 문화간 의사소통 능력을 구성하는 요소 중 문화간 지식, 문화간 태도와 학습활동 그리고 비판적 문화적 인식과 학습활동의 점수가 특히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교과서 A에 의사소통 지식, 학습활동의 종류, 의사소통능력과 학습활동과 관련된 내용이 어느 정도 제시되었으나, 문화간 지식, 문화간 태도와 학습활동, 그리고 비판적 문화적 인식과 학습활동의 내용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어 전체적으로 다문화주의 원리 및 요소 반영도가 52%인 미흡으로 평가되었다.
Ⅴ. 결론 및 논의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는 과정에서 다문화가 지니고 있는 가치를 “다문화 공동체의 활력을 위한 새로운 자산“으로 승화시키고(변종헌, 2016), 또한 다문화 가치가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있는 사회적, 문화적, 인종적, 계층적, 종교적, 지역적 갈등과 분열 그리고 차별과 소외의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교육, 복지, 법률,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많은 논의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어도선, 강지혜(2011)의 지적대로, 이렇게 형성되는 다양한 ” ‘다문화주의 담론’(윤인진, 2008)이 다문화 사회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다문화주의에 대한 이해와 함께 바람직한 다문화사회 실현을 위한“ 초석이 되어 줄 것이다(p. 77). 이 연구도 영어 교육 분야에서 이러한 초석의 일부가 되기를 기대하며 이루어졌다.
다문화교육은 학교 교육을 통해 주류문화와 타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에서 요구되는 필요한 지식과 기능, 태도를 습득하한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Banks, 2008). 그러나 조영달 외(2010), 허수미(2008)의 지적대로, 현재 학교에서 실행되고 있는 다문화교육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주로 문화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 전달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교육과정의 목표는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언어, 문화, 권력, 정체성과 같은 개념을 다문화주의 관점에서 비평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으로 확장되고 있어, 영어 교과의 총괄 목표를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 신장과 더불어 다양한 문화를 비평적으로 이해함으로써 다양한 문화를 차별하지 않는 다문화적 관점에서 명시해야 한다는 김진석(2008)의 지적은 지금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재 부분에서도 문화 요소를 다문화주의 관점으로 확장하여 인종 차별, 성차별, 종교 문제와 같은 사회문제를 교실로 가져와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인 관점에서 심도 있게 다루어야 한다는 지적도(김진석, 2008; 성기완, 2007) 점차 공감을 얻고 있다.
이와 같은 교육과정의 질적인 향상과 더불어 교육과정과 교육 현장의 효과적인 연계를 통하여 다양한 다문화교육 프로그램이 실행되어야 할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교육적 공감이 이루어졌고, 2015년도 영어과 교육과정 개편은 다문화 수용성 강조를 통해 이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다문화교육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확산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가 학교라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영어 교재의 올바른 다문화 수용성이 다문화교육 실현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교재의 내용이 학습자에게 다문화에 대한 인지적 자극과 더불어 태도 및 정체성 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그 내용의 선택 기준 및 제시 방법과 활용에 있어서 다문화주의의 원리와 이념을 충실히 그리고 구체적으로 반영하도록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영어교육 현장에서 다문화교육을 지도하는 교사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왜냐하면 교재의 다문화주의 원리 및 문화간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내용은 잘 준비된 교사의 교육을 통해 보다 충실하고 효율적으로 현실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조영달 외, 2010).
영어 교재의 다문화 수용성에 대해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새로운 다문화주의 관점의 영어 교재 평가 체크리스트를 제시하는 본 연구의 새로운 시도가 영어 교과 뿐 아니라 국어, 사회, 지리, 역사 교과 등 다른 영역에서도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그리고 더 정교한 다문화 평가 척도 개발에 대한 노력으로 이어지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 학습자들이 영어 교재를 통해 더욱 ‘다문화적으로 친숙한’(multiculralism-friendly & -responsive) 영어 교실 환경에서 다문화 소통에 필요한 언어 습득 뿐 아니라, 다문화 자세와 능력을 함께 기를 수 있도록 다문화주의 교육 과정 구성에 더 많은 정책적 관심과 현장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새로운 평가 기준을 통해 다문화 수용성면에서 더 많은 장점을 지닌 많은 영어 교재가 탄생되어 이에 따른 언어 습득과 다문화 이해 및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후속 연구도 함께 이루어지길 바란다.
본 연구의 목적이 포괄적이면서도 체계적인 다문화주의 기반 영어 교재 평가 체크리스트의 실험적 개발에 있었기에 다음과 같은 점에서 제한점을 갖고 있다. 첫째, 학습자의 연령 차이에 따라 다문화 경험, 이해 및 능력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상에 특화된 평가 체크리스트를 개별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본 연구의 다문화적 교과서 평가 지표는 기존의 교과서 평가 모델과 다문화 교육 및 문화간 의사소통 능력에 관한 다양한 이론을 바탕으로 개발되었으나, 평가 문항 선정과 가중치 적용에 있어 연구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 및 개발을 통해 보다 객관적인 평가 문항 선정과 가중치 적용 방안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본 연구는 다문화적 교과서 평가 지표에 의거하여 연구자 두 명이 공동으로 교과서를 분석하였다. 그러므로 여러 명의 전문가가 분석하였을 때와 결과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공식적인 평가로 활용된다면 보다 많은 평가자의 참여와 평가에 대한 전문화된 교육을 통해 이 차이가 최소화 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이 새로운 평가 체크리스트가 공식적인 평가 도구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체크리스트 타당도를 검증하는 과정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