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며
학교에서의 학생평가 결과가 대입시에 반영됨에 따라 학생평가는 평가의 타당성보다는 신뢰성과 객관성, 공정성 등을 중시하게 되었으며, 개별 학생의 학습과정과 학습성과를 이해하고 점검하기 위해 필요한 질적 평가정보의 수집은 소홀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학교생활기록부는 학생의 학습활동 및 성과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결과를 객관적이고 충실하게 누가 기록하여 교수⋅학습지도 자료로 활용됨과 동시에 상급학교 진학 및 취업 등의 자료로(교육인적자원부, 2006) 활용되어야 하지만, 그 활용이 대입전형자료로의 활용에 집중되어 학생들이 입시경쟁에서 유리할 수 있도록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의 객관성이나 충실성보다는 관대함을 지향함으로써 학생부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위협받고 있다(박균열 외, 2014; 김신영, 김용련, 이현숙, 2014; 한수경, 2017).
교실평가(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사에 의한 학생평가)는 평가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실시되며 그에 따라 학생에 대한 평가정보는 다양하게 해석되고 활용된다. 이는 특정 평가방법에 따라 결과의 해석 및 활용 방식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평가목적, 평가방법, 평가결과에 대한 해석 및 의미부여, 평가결과의 활용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다르게 상호 연계될 수 있으며, 평가는 수업활동 및 교사의 수업운영에 대한 의사결정과 내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활동임을 의미한다(Macmillan, 2011, 김성훈 외, 2010). 전통적인 20세기의 학생평가는 결과에 대한 과학적 측정이 강조되는 패러다임(assessment of learning)이었으나, 21세기 학생평가는 결과에 대한 과학적 측정보다는 과정과 결과에 대한 타당한 평가가 강조되는 새로운 패러다임(assessment for and as learning)으로 변화되었다(Shepard, 2000; Macmillan, 2011). 따라서 교실평가는 학생의 학습활동을 이해하고 교수·학습을 개선하기 위해 실시되어야 하며, 교실평가 결과에 대한 누가적인 기록인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로도 지칭)는 학생에 대한 총체적 이해 및 교수·학습의 개선과 상급학교의 진학을 위한 자료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학교생활기록부의 활용이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자료로 치우쳐 있어 그 기재내용의 적절성과 공정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학생부의 객관성과 충실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학생부 기재내용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낮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김신영, 김용련, 이현숙, 2014; 주영효, 김상철, 2017).
따라서 교실평가 결과의 진학자료로의 활용방식과 학교생활기록부의 현황을 살펴 교실평가의 활용과 학교생활기록부의 발전방향과 그 개선방안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교실평가 결과의 진학자료로의 활용과 학교생활기록부의 기재방식을 살펴 그 개선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이는 교실평가의 내실화와 학교생활기록부의 개선을 위한 방향제시와 정책수립에 의미있는 시사점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Ⅱ. 교실평가 결과 활용방식의 변화와 발전방향
교실평가의 결과가 상급학교의 입시에 반영되는 방식은 과거에는 내신(內申)이란 용어로 지칭되어 왔다. 구(舊)교육법시행령에는 구체적으로 ‘내신성적’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지만 현(現)교육법시행령에는 ‘내신성적’이라는 용어 대신에 ‘학교생활기록부의 기록’이 사용되고 있다(손준종, 2006). 대학입시에 교실평가의 결과 즉, 고교에서의 학업성적 등의 학생기록(student record)이 고려되기 시작된 것은 광복 이후 1956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실업계 대학에 동일 계열 고등학교 출신자에 한해 무시험검정인 내신제가 채택되면서부터였으며(김영철, 1980), 고교에서의 학생기록은 그 이후에도 줄곧 그 반영방법을 달리하면서 대입시의 전형요소로 활용되어 왔다.
해방이후 줄곧 대학입시에 교실평가의 결과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반영되어왔으나 고교에서의 교실평가 결과가 틀을 갖추고 대학입학 전형요소로 반영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 7·30 교육개혁 이후로, 1981년부터 학교의 소재지, 계열, 주·야간 등 학교특성의 차이를 무시하고 각 학교의 학생기록을 동일한 기준에서 평가하는 ‘고교 내신’이 전격 도입되었다(정택희, 1991). 각 학교별로 전 교과성적 및 행동발달 정도를 평가한 평가결과를 단위수 비중으로 총합하여(단위수가 높은 국․영․수 등의 주요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얻을수록 유리함) 개별학생의 성적을 서열화된 15등급으로 산출해 반영하였으며, 이 당시는 학교 간, 계열 간 차이를 무시하고 개별학교 수준에서의 교과운영 내실화를 강조함으로써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꾀하고자 하였다(교육개혁위원회, 1995).
7·30 교육개혁 조치 이후 16년간 시행해온 고교 내신제도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여러 부작용도 야기되었다. 우선 대학입시에 고교 학업성적이 반영됨에 따라 교실평가에서 평가의 타당성보다는 신뢰도와 객관성이 강조되었으며, 교실평가는 학생들의 발달적 측면보다는 학생 개인간 비교와 변별에 집중하는 평가로 변질되었다(김영철, 1989). 그리고 고교 3년간의 모든 교육활동을 점수로 획일화하고 인위적으로 서열화함으로써 학생 상호간의 지나친 점수경쟁, 학업성적을 높이기 위한 사교육의 증가, 학생의 다양한 능력과 적성이 배제된 입시위주의 교육 등 비교육적인 문제들이 발생되었다(신중식, 1995).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1995년 5.31 교육개혁 조치에서는(교육개혁위원회, 1995) 개별 학생의 서로 다른 개성과 적성, 소질을 계발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전인적인 자아실현이 가능한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 기존의 ‘생활기록부’를 ‘종합생활기록부’(이 명칭은 1997년부터 ‘학교생활기록부’로 변경됨)로 변경하고, 교과와 비교과영역에 기재된 다양한 학생에 대한 평가정보를 통해 개별 학생의 교육성과, 강점과 장점, 약점과 단점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교수·학습과정에서의 교육적 피드백이 가능하게 하였다. 그리고 기존의 단위학교에서 사용된 시험성적의 서열화에 의한 상대평가가 아닌 국가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의한 절대평가를 도입하였다. 이때의 교과 성적은 수·우·미·양·가 형식의 절대평가 평어와 더불어 과목별, 계열별 석차도 함께 보고되었지만 대입에는 수·우·미·양·가 형식의 평어만이 반영되었으며, 이런 정책으로 인해 대입에서 교실평가 결과의 반영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되었다(윤정일 외, 2002).
5·31 교육개혁의 추진으로 대학입시에서 대학의 학생선발자율권이 확대되고 입시전형의 다양화⋅특성화 정책이 실시되면서, 일률적인 기준에 의한 학생선발이 아닌 ‘여러 줄 세우기’에 의한 학생선발이 강조되게 되었다. 그러나 절대평가 방식의 학생부 교과성적이 대입에 반영됨에 따라 학생들의 성적이 과대평가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학생부의 대입 반영비중이 낮아지게 되었으며, 특목고가 대입에서 경쟁력을 지니게 됨에 따라 특목고 진학경쟁이 가열되고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등 많은 부작용과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부는 기존의 절대평가 평어 표기제를 ‘원점수 표기제(과목평균 및 표준편차 병기)’로 변경하고, 과목별 석차 9등급제의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08학년도 이후 대학입학제도 개선안’을 발표하였다(교육인적자원부, 2004).
이로 인해 학생부 교과영역의 기재방식은 대입 반영비중의 확대를 위해 상대평가 9등급 정보의 제공방식으로 변경되었으며, 학생부의 기재내용으로 학생의 특성, 능력, 발전가능성 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제2)가 새롭게 도입되었다.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이 발표된 이후 이전의 고교성적의 대입반영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학생들의 성적이 과대평가되는 문제는 해결되었으나, 상대평가가 학생 간의 점수경쟁을 과도하게 유발하고 학생들은 과중한 입시부담에 시달리게 된다. 또한 지식기반사회로 변화함에 따라 시험성적의 기계적 합산에 의한 평가에서 벗어나 학생의 특성과 능력, 성장가능성 등을 고루 고려해 평가하는 질적 평가에 대한 요구가 강하게 표출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요구에 따라 정부는 2011년 12월에 ‘학생평가 방법의 질적 혁신’과 ‘성취평가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교육과학기술부, 2011), 이에 따라 절대평가 방식인 성취목표 중심의 성취평가제가 2012년부터 중학교에는 전면 도입되고 고등학교에는 1학년 전문교과부터 도입되었으며, 고등학교 보통교과에는 2012년부터 2년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2014년 1학년부터 도입되게 된다. 2014년부터 고등학교 보통교과에도 성취평가제의 적용이 시작되었으나 성취평가결과의 대입반영은 2018학년도까지 유예되었고(교육부, 2013), 절대평가인 성취평가제에 의한 교과성적의 대입반영방안은 2017년에 발표하겠다고 하였으나(교육부, 2015a), 아직 공식적인 방안 발표를 유보하고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현재 고등학교에서는 기존의 상대평가 9등급제와 절대평가인 성취평가제3)가 병행되고 있지만, 교실평가 결과의 대입 활용방식에 대한 정책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 않아서 대부분의 대학은 기존의 상대평가 9등급을 입시에 반영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성취평가제와 석차 9등급제가 병행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교실평가의 결과가 대학에 어떠한 형태로 제공되는 가에 따라 성취평가제의 도입 취지 및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입자료로 성취평가제에 의한 등급만이 제공된다면 상위권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상당수가 동일한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동점자에 대한 변별이 어렵게 되고 그에 따라 교실평가 결과의 반영비중이 낮아질 위험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과거의 절대평가에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학생의 성적이 과대평가되는 현상이 되살아난다면 대학은 고교의 교실평가에 대해 신뢰할 수 없게 되고, 이로 인해 학교 안에서 준비하기가 쉽지 않은 대학별 전형요소의 비중이 커지게 된다면 성취평가제의 도입취지가 무색해지리란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고교에서의 교실평가가 그 교육적 기능을 강조하며 절대평가인 성취평가로 성취수준을 평정한다 하더라도, 진학자료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 성취평가에 의한 평가결과에 덧붙여 부가적인 정보 즉, 학생의 상대적 위치 파악을 위한 정보 제공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교실평가 결과의 진학자료로의 활용은 선발을 위한 활용이므로 입시에서 그 비중이 강조될수록 준거참조적(절대평가식) 해석보다는 규준참조적(상대평가식) 해석 쪽으로 치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취평가에 의한 평가결과에 규준참조적 해석을 덧붙이는 것은 변별력이 조금 떨어질 수는 있지만 전혀 어색한 일도 아니다(Mcmillian, 2011; 김신영, 김용련, 이현숙, 2014).
성취평가에 따른 교실평가는 국가교육과정에 근거해 성취기준과 성취수준을 명료하게 진술하는 활동, 성취목표 달성을 지원하기 위한 수시 점검 및 피드백 활동, 성취수준에 따른 성취등급의 평가, 그리고 평가결과의 기록 및 보고, 교수·학습의 개선을 위한 평가결과의 환류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현재 병행하고 있는 상대평가 9등급제의 운용과 형식적으로 크게 다르고 교사들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평가활동은 성취수준 설정을 통한 성취등급 산출과 진학자료로의 활용을 염두에 둔 교실평가 결과의 기록 및 보고라고 할 수 있다(김신영, 김용련, 이현숙, 2014; 손민정 외, 2015). 성취평가제의 5단계 성취등급 산출은 ‘변동분할점수’ 산출방식과 ‘고정분할점수’ 산출방식 중 학교별 혹은 교과별로 선택해 하도록 하고 있다4). 해당학교별로 성취등급 산출방식을 결정해 교사가 국가교육과정의 성취목표와 학교에서 제공한 교육경험과 기대 수준 등을 고려해 분할점수를 엄중하게 산출해야 하지만, 각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한명이라도 더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현실적 압력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A등급을 어느 정도 부여해야할 지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성취등급 산출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보공시로 인해 각 학교별로 성취등급별 학생 비율이 공개됨에 따라 경쟁 학교들과 비교해 유리한 방식으로 내신을 산출해야 한다는 교사들의 부담과 또한 학부모 집단의 요구와 압력도 성취평가의 내실있는 운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정분할점수’ 산출방식의 적용에서는 시험문제를 쉽게 출제할 위험과 ‘변동분할점수’ 산출방식의 적용에서는 분할점수를 전반적으로 낮게 설정하여 상위 등급을 받는 학생들의 비율을 인위적으로 높일 위험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성취평가제 운영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제고할 수 있도록 적합하고 효용성 높은 성취수준 설정방법과 교실평가 결과의 대입전형자료로의 활용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정책적으로 구안되어 제시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학교교육의 목표는 학교가 설정한 성취목표를 학생들이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교실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성취목표 도달수준을 평가해 학습성과를 확인하고 그 평가결과를 다양한 참조틀에 비추어 해석 및 보고하고 교육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교실평가에서는 성취목표에 기반해 학생들의 성취수준을 평가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성취수준의 향상과 학습개선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하지만, 학생들에게 비교집단 내에서의 상대적 위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학습동기를 유발하고 성취수준의 향상에 대한 도전을 유도하는 것 또한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이렇듯 성취수준에 대한 준거참조적(절대평가적) 평가정보와 상대적 위치에 대한 규준참조적(상대평가적) 평가정보는 서로 다른 관점의 정보이며, 이들 평가정보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학생의 학습활동과 성취수준에 대한 이해를 돕고 교수․학습활동의 개선은 물론 선발과 배치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김성훈 외, 2010; Mcmillian, 2011). 학교는 학교교육목표에 기반해 학생의 학습성과를 타당하게 평가해 교실평가의 결과를 학생이해와 교수·학습의 개선을 위해 적절하게 활용하고, 대학은 교실평가의 결과를 대학의 고유특성을 반영해 학생선발에 적합하게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서는 이 같이 지극히 상식적인 접근이 매번 좌절되어왔으며 교실평가는 대학입시에 구속되어 그에 적합한 방식으로 평가결과를 산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도한 대학입시경쟁체제에서는 선발을 위한 평가자료가 강조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지만, 교실평가에서는 대학의 학생선발에 필요한 정보 산출이 강조되는 선발적 기능보다는 학생의 학습을 이해하고 학습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 활용하는 평가의 교육적 기능이 강조되는 교실평가 운영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성취평가의 도입은 무한 점수경쟁으로 인한 학교교육의 파행이라는 심각한 부작용, 교육과정이 다양화되고 학생들의 교과 선택권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소인수 규모의 교과나 심화 교과를 선택한 학생들의 성적을 9등급의 상대평가로 부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현실적인 요구, 미래사회에 대처할 수 있는 인재양성을 위한 수업혁신의 요구 등에서 비롯되었다(김경회 외, 2012; 손민정 외, 2015). 그리고 점차 대입전형이 수능성적이나 학생부 교과성적 위주의 전형에서 벗어나 고교 재학 중의 학습활동과 교육성과에 대한 다양한 평가자료 중심으로 다양화되면서, 시험성적의 상대적인 서열정보에 의존한 교실평가 결과의 활용보다는 학생의 특성이 중시되는 성취기준 중심의 평가정보에 의존한 교실평가 결과의 활용이 더 적합한 환경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성취평가의 운영이 내실화되고 그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제고되기 위해 충족되어야 할 요건들 즉, 교사의 성취평가기준 설정에 대한 부담완화, 교사의 평가전문성 제고, 학생과 학부모의 교실평가 결과에 대한 수용 및 신뢰, 대입전형자료로서의 활용방안 등은 여전히 그 충족수준이 미흡한 실정이다(김신영, 김용련, 이현숙, 2014; 손민정 외, 2015; 장재혁 외, 2015).
따라서 상대적인 서열에 대한 정보보다는 학생의 특성과 능력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정보가 강조되는 사회환경의 변화에 대처하고 교실평가의 교육적 기능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성취평가 운영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교실평가 결과의 대입 진학자료로의 활용방안을 구체화하여 성취평가체제(학생의 특성과 성취수준을 평가해 학습을 돕고 성장을 지원하는 평가체제)로의 전환을 정책적으로 추진해가야 한다. 그리고 교실평가가 학생간 비교와 변별을 위한 평가보다는 학생성장을 위한 평가, 단편적 지식을 위한 평가보다는 통합적 역량을 위한 평가, 경쟁중심의 평가보다는 배움중심의 평가, 객관식 표준화된 평가보다는 교사의 전문성에 기초한 학생평가로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중시하고 구현해가는 평가로 자리매김해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동료와의 점수경쟁을 지양하고 성취목표와의 경쟁을 유도해 학생의 학습을 돕고 목표달성을 지원할 할 수 있는 성취평가가 잘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성취수준을 구분할 수 있는 분할점수 산출에 대한 교사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김신영, 2012). 현재 고등학교에서는 성취평가의 5단계 성취등급 산출방식으로 ‘고정분할점수’ 산출방식과 ‘변동분할점수’ 산출방식이 사용되고 있으며, 두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여 적용할 수 있는 자율권이 부여되고 있다.
고정분할점수의 타당성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교사가 출제한 시험에서 등급별 분할점수인 90/80/70/60점이 각 분할점수의 성취율에 대응된다는 가정이 충족되어야 하므로, 교사가 출제범위의 내용을 얼마나 잘 대표할 수 있는 난이도 수준의 시험문제들을 출제하여 성취수준을 점검하는지에 따라 평정의 정확성 여부가 결정된다. 반면, 변동분할점수를 산출하는 경우에는 출제된 시험문제의 난이도를 성취율과 대응시켜야 한다는 부담은 줄어들 수 있으나, 성취수준 설정작업 자체가 쉽지 않으며 분할점수에 따라 등급별 학생 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분할점수의 설정은 부담스러운 작업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시험이 실시되기 이전에 분할점수는 설정되어야 하므로 시험문제의 작성에 집중해야 할 출제기간에 교사에게 가해지는 부담은 가중될 수 있다. 그리고 교과담당교사가 다수인 경우에는 합의과정에 소요되는 절차와 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며, 담당교사가 1인일 경우에는 홀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부담감이 존재한다. 따라서 대규모 표준화검사가 아니라 교실평가라는 점을 감안하여 타당하면서도 적용이 용이한 방법으로 분할점수를 산출할 수 있는 방법이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표 1>과 같은 방법으로 평가자료 수합 후 분할점수를 조정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표 1>에 제시된 성취수준 평정결과의 조정방식은 ‘고정분할점수’ 산출방식에 의한 평정결과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해당 집단의 평균이 70점-75점 사이를 벗어나 평균이 이보다 낮을 경우는 분할점수를 상향조정하고 이보다 높을 경우에는 분할점수를 하향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학교별로 성취수준별 비율을 어느 정도의 범위 내에서 제한하는 역할을 하게 되어 학생의 성적이 과대평가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으며 동시에 교사들이 문항제작에 보다 집중하게하고 분할점수 산출에 대한 부담을 다소 줄인다는 장점을 가진다. 물론 해당집단의 평균에 따라 분할점수를 조정하는 방식을 적용하게 되면 고정분할점수 산출방식에서 분할점수 자체에 부여되는 고유한 의미(90점 이상은 성취목표를 90%이상 달성한 것임 등과 같은 의미)는 다소 희석될 것이지만, 이를 교사의 성적평가에 대한 ‘사회적 조정(social moderation)’ 기능을 하는 조정체제로 활용하고 성취목표율을 기준으로 하는 평가문항의 내용 및 구성 적합도에 대한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해 간다면 그 효용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출처: 김신영 외(2010), 고교교육력 강화를 위한 졸업요건설정방안 연구)
시험성적의 상대적인 서열정보에 의존한 교실평가의 활용보다는 학생의 특성과 능력이 중시되는 성취기준 중심의 평가정보에 의존한 교실평가의 활용이 더 적합한 환경여건이 조성되고 있으며 성취평가체제로의 교실평가의 전환은 교육적인 측면에서 분명 바람직한 일이지만, 여전히 대학입시에서 변별력의 상대적인 감소와 입시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학생의 성적이 과대평가되는 현상의 문제 등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난제들에 대한 우려가 앞서 대입 활용방안 모색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성취평가의 도입으로 인해 나타나는 성적분포의 상향 변화는 성취목표 달성을 지향하는 교수·학습의 변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므로, 학생의 성적이 과대평가되는 문제와 그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방향은 이와는 분명히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김신영, 김용련, 이현숙, 2014). 성취평가제에서는 학생들이 동료들과 점수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성취목표와 경쟁을 하게 되며, 수업운영과 학생지도를 내실화하게 되면 A나 B등급을 받는 학생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으며 교사는 그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평가를 한다. 수업운영과 학생지도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많은 학생들이 A등급의 성취수준에 도달한 것과 A등급의 성취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입시경쟁에서 유리할 수 있도록 A등급을 부여해 A등급이 많게 된 것(성적을 과대평가한 것)은 분명 구별되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정확히 구별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평가결과의 적합성과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한 국가수준 혹은 교육청수준의 정책방안이 다양하게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김신영, 2012; 김순남 외, 2013; 장재혁 외, 2015; 손민정 외, 2015).
단위학교에서 성적을 부풀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성취등급과 더불어 그에 대한 상대적인 해석이 가능한 정보의 제공, 학생평가체제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사회적 조정 시스템(social moderation system) 도입, 학교간의 자율적 상호견제를 통한 학생의 성적을 과대평가하지 않는 교육풍토 조성 등의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지은림, 2011; 김신영, 2012). 현재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각 교과별로 상대평가의 9등급과 성취평가의 성취등급이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와 병기되어 기재되고 있다. 따라서 상대평가 9등급의 기재가 폐지된다하더라도 원점수와 평균 및 표준편차가 병기된다면 대학들이 상대평가 9등급보다 더 세밀하게 변별할 수 있는 표준점수의 형태로 평가정보를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이는 무의미한 점수경쟁을 배제하자는 성취평가제의 도입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식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성취평가결과의 대입 활용에서는 그 평가결과에 부가적인 해석을 가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김신영, 김용련, 이현숙, 2014; 손민정 외, 2015).
우선 학생의 성취등급에 기초한 규준참조적 해석정보를 부가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학생의 각 교과별 성취등급에 기초하여 종합평점을 계산한 다음 이에 근거하여 학생이 속한 학교 내에서의 상대적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부가적으로 제공한다면, 학생의 성취평가제의 결과를 활용하면서도 고교에서 과도하게 성적을 높게 부여하는 것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집단의 성취수준별 분포에 관한 정보를 부가적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개별 학생에 대한 정보라기보다는 학생이 속한 학교의 성취수준별 분포에 관한 정보를 부가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성적의 과대평가를 견제하고 성취평가제에 의한 평가결과의 타당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즉, 정보공시 항목인 성취수준별 분포를 학생의 학생부에 병기토록 하여 대학에서 학생선발 시 공시항목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더라도 학생부 기록을 통해 해당 학교의 각 등급별 비율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면, 대학은 출신고교의 특성과 학생에게 부여된 성취수준에 대한 의미를 좀 더 실질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고교의 책무성을 증진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각 등급을 보다 세분화하는 방식(A-B-C-D-E의 각 등급 내에서 상대적인 변별을 위해 (A+, A0), (B+, B0) 등의 두 수준으로 혹은 (A+, A0, A-), (B+, B0, B-) 등의 세 수준으로 세분화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가에서도 준거참조적 평가정보인 성취등급정보에 규준참조적 해석정보를 부가적으로 제공해 학생의 학습활동에 대한 이해를 돕고 교실평가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김홍원 외, 2005; 박균열 외, 2014; 김신영, 김용련, 이현숙, 2014).
동료와의 경쟁보다는 성취목표와의 경쟁을 유도하고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한 평가제도인 성취평가가 내실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교실평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우선 성취평가 운영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성취평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성취평가 실행을 위한 교사의 평가전문성을 제고하고, 학생평가에 대한 교사의 권한과 책임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경쟁보다는 배움 중심의 평가를 중시하고 교사의 학생평가 결과에 대해 수용하고 신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성취평가에 의한 교실평가 결과 활용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공격보다는 열린 논의를 통하여 성취평가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냄으로써 교사들의 인식 전환 및 전문성 신장과 더불어 학부모들이 교실평가를 신뢰하고 인정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성취평가의 운영 내실화는 고교 교육과정의 다양화과 대입전형의 다양성이라는 시대의 흐름과 맞물려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따라 학생의 다양한 특성과 능력을 파악하는 교실평가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른 교실평가 결과의 활용으로 인해 일반고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학교 간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방안과 다양한 형태의 지원이 필요하다. 자율형 사립고의 경우에는 교육과정의 자율적 운영과 다양한 교과 내·외적 활동을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성취평가를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일반고의 경우는 교육과정의 자율적 운영과 다양한 교과 내·외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어렵기 때문에 상대평가가 폐지되게 되면 학교 간 학력격차가 확연히 드러나게 되고 대학입시에서 경쟁력을 더 잃게 될까봐 성취평가에 의한 교실평가의 활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김신영, 김용련, 이현숙, 2014). 사실상 학교 간 엄연히 존재하는 학력격차의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일반고의 경우는 현실적인 여러 여건으로 인해 성취평가의 도입취지가 제대로 발휘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부정할 수 없다.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의 교육에 대한 열의가 상대적으로 강한 지역에 소재한 일부 일반고의 경우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의 운영을 통해 교과관련 교육성과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그 같은 노력에 대한 부담은 상당 부분 교사 개인이 지고 있으므로 제도적인 차원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한수경, 2017). 정부 혹은 교육청 차원에서 학교 간 학력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 모색과 더불어 실질적으로 일반고의 교육과정 운영을 다양화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인력 및 예산을 지원하고, 교사들의 인식전환 및 전문성 제고를 위한 실질적인 연수프로그램 및 학습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변화하고 있는 교육 및 대학입시 환경에 적합한 교실평가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Ⅲ. 학교생활기록부의 기재 내용과 발전 방향
학교생활기록부는 학교교육의 결과가 시험성적이란 단일한 지표로 계량화됨에 따라 파생되는 과열된 점수경쟁, 과도한 사교육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교과별 성취수준을 중심으로 학업성취 성과를 보고하고 개별 학생의 서로 다른 특성과 소질에 대한 종합적 평가를 위해 도입되었으며(한석수, 2005; 강상진, 2005; 김신영 외, 2010), 학생부의 교과영역과 비교과영역 기재내용의 대입전형자료로서의 활용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김이지 외, 2014; 박균열 외, 2014; 김신영, 2017). 2015학년도부터 ‘대입전형 간소화 정책’에 따라 대입전형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반영비율은 줄고 학생부의 반영비율이 점진적으로 높아져 왔으며, 최근 수시전형에서는 학생부의 교과영역과 비교과 영역에서의 학습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강조되고 있다(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17).
학생부종합전형이 주요 대학의 입학전형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됨에 따라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는 내용과 기재할 수 없는 내용이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되고, 문제점이 드러나면 기재요령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매년 학생부 작성요령을 개정하고 있다(교육부, 2015b, 2016, 2017). 이 같이 학생부에 기재 가능한 사항이 사교육을 조장하지 않도록 학교 밖 활동의 기록에 상당한 제약을 두고 있지만 모든 가능한 활동들을 고려하여 기재요령 및 지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때로는 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컨대, 현행 학생부 기재 요령(교육부, 2017)에 의하면 공공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긍정적으로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권장되고 있긴 하지만 도서관의 운영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기재가 가능할 수도 있고 않을 수도 있으며, 사교육 유발요인이 될 수 있는 외부 경시대회의 응시 및 참여 사실과 성적, 외부 수상실적 등은 기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교육부나 지역교육청이 주관한 대회 혹은 공식적인 선발시험을 거쳐 학교장 추천으로 참가한 대회의 수상실적은 기재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활동이 학생성장에 도움이 되는지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어떤 프로그램과 대회에 참여하는 것이 기재 가능한지에 초점을 두어 교내외 학습활동에의 참여여부가 결정되는 부작용이 발생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학생부에 기재되는 내용을 각 영역별 세부항목과 각 기재항목별로 기재 가능한 글자 수를 현행 기재지침(교육부, 2017)에 따라 정리해보면 <표 2>와 같다. 교과학습발달상황은 학생의 학업역량과 발전가능성, 인성 등에 대한 평가결과를 기록하는 항목으로 과목별 학업성취도는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은 학생들의 관심, 학습태도, 발전 정도 등을 중심으로 정성적으로 평가된다. 학생의 특성에 대한 정성적 평가와 그에 대한 기술이 중요함은 모든 교사들이 인정하고 있지만 그 작성에서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김신영, 김용련, 이현숙, 2014; 박균열 외, 2014; 김이지 외, 2014; 한수경, 2017). 따라서 구체적인 학습활동에서 학생들이 보여준 학업역량, 정의적 특성과 태도, 변화와 성장, 노력 정도 등에 대한 기술에 참조할 수 있도록 학생부 기재에 대한 과목별 가이드라인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학생부의 기재내용이 중시되는 대입전형이 강화되고 학생의 소질과 잠재력, 학습태도와 열정 등에 대한 평가정보가 중시되면서 정량적인 교과성적 뿐 아니라 다양한 학생의 특성과 잠재력에 대한 교실평가 결과의 기록 또한 중요함을 인식하게 되었다. 개별학생들의 특성 및 활동내용에 대한 상세한 기재는 정성적 정보 수집을 위해 수업을 개선하고 학교교육과정 운영의 내실을 기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만 상세히 기재된다거나 교사의 열의에 따라 학생부에 기재되는 내용의 구체성과 다양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점과 그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김신영, 김용련, 이현숙, 2014; 한국일보, 2017. 4. 10.; EBS 다큐프라임, 2017. 6. 31.). 따라서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를 대입전형자료로 적극 활용하게 되면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끼를 찾고 키울 수 있는 자기계발의 기회를 학교가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그에 대한 학생들의 노력과 열정을 평가하여 진로 및 미래 설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암묵적 합의를 전제로 도입되었으며(교육인적자원부, 2004; 교육과학기술부, 2011), 시험점수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는 잠재력 있는 저소득층 혹은 지방 및 일반고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수단도 될 것이란(이돈희, 2005) 기대도 컸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중 저소득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대수능 시험성적 위주의 전형에서 보다 높으며 학생부종합전형은 일반고와 읍면 지역 학생들에게 다른 전형보다 유리했다는 대교협의 분석결과도 있다(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17; 한국일보, 2017. 4. 10). 그러나 적지 않은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학생부 기재내용의 충실성과 객관성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아 학생부 기재내용에 근거한 대학입시전형의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지니고 있으며, 학생부종합전형은 부모의 경제력이나 정보력이 좋은 학생에게 유리한 ‘금수저 전형’이라는 거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한국대학신문, 2017. 7. 9, 헤럴드 경제, 2017. 7. 10, 중앙일보, 2017. 7, 19, 한국투데이, 2017. 8. 3). 이런 비판의 중심에는 어떤 학교에서 어떤 교사를 만나게 되었느냐에 따라 학생부의 기재내용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 방영된 EBS 다큐프라임(2017. 6. 22.)의 제작진은 학생부의 양과 질이 학생의 내신등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과 지역 및 학교유형 별로 교내 프로그램의 격차가 있음을 밝혀내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학교교육은 학생으로 하여금 자신의 가치와 잠재력을 발견하고 계발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경험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학생의 노력과 열정을 평가하여 학생의 특성과 능력을 이해한다는 교실평가의 본질적 특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학생부 기재의 충실성과 공정성을 제고하여 교실평가 결과가 본래의 취지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학교나 교사의 특성 때문에 학생부 기재내용이 크게 달라진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학생부 작성의 신뢰성 및 공정성과 책무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김신영 외, 2010; 한수경, 2017). 그리고 대학은 대학이 선호하는 인재상에 대한 정보를 보다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 것인지 선발여부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심층적으로 논의해 선발기준의 구체성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학교생활기록부는 교실평가 결과의 누가기록으로 학생의 학습활동 및 교육성과에 대한 이해 및 지도 자료로 활용됨과 동시에 상급학교로의 진학 및 취업의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교육인적자원부, 2006). 학생부가 교실평가 결과의 신뢰롭고 타당한 누가기록으로 충실히 관리되고 활용의 적합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학생부 교과영역과 비교과영역의 기재내용의 신뢰도와 충실도를 제고해야 한다. 그러나 교사들은 교과와 비교과영역의 기재내용을 충실히 기재하는데 크고 작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김신영, 김용련, 이현숙, 2014; 박균열 외, 2014; 김이지 외, 2014), 학생부 기재내용의 활용 즉, 대학이 학생부 기재내용을 대학과 모집단위의 특성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지니고 있다(김순남 외. 2014). 따라서 학생부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그 기재 내용과 기재 방식의 신뢰성과 충실성을 제고하기 위한 발전 방향을 모색해 개선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입시에 학교교육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는 대입전형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학생부 기재항목의 내용기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부의 교과학습발달상황에 대한 정보는 진학자료의 관점에서는 학기 또는 학년 단위별 학업성취도에 대한 정보이지만, 학생지도의 관점에서 보면 학년수준에 따른 학생의 지속적인 성장과 변화에 대한 누가적인 기록이다. 따라서 학생부에 기록되는 정보는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성장과 발달을 유도해 갈 수 있는 안내자료의 역할을 해야 하며, 학기별 학업성취 및 교내외 학습활동, 그리고 과거로부터 현시점까지의 성장 및 노력 정도를 학생 및 학부모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개선을 위한 노력과 그를 지원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부 기재항목과 내용에 대한 상호연계가 필요하며, 학생의 성취뿐만 아니라 성장과 노력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기재가 가능하도록 그 기재방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Mcmillian, 2011). 평가결과를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평가정보를 분류하자면 크게 성취목표 및 성취기준에 기초한 성취수준 정보, 상대적 위치에 기초한 서열정보, 지속적인 변화에 기초한 성장정보, 학생의 능력수준에 기초한 노력정보로 분류할 수 있다(김성훈 외, 2010). 개별 학생의 교육적 성취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정보들이 모두 필수적이지만, 현재 학생부 체제에서는 성장과 노력에 관한 기재항목이 명시되어 있지 않고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항목에 필요에 따라 서술식으로 기재하도록 되어 있어서, 경쟁력 있는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학생의 특성(성장과 노력에 대한 평가정보)을 잘 포장해서 구체적으로 기재해 주지만 그렇지 못한 많은 학생들에게는 피상적인 의견만 기재하게 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다(김신영, 김용련, 이현숙, 2014; 헤럴드경제, 2017. 7. 10). 따라서 학생의 성장과 노력에 대한 정보를 어떤 기재항목에 어떤 방식으로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검토와 연구를 통해 형식적인 기재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학생의 특성과 수준에 따른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학 입시에서의 유불리를 고려한 온정주의로 인해 학생의 성장과 노력 정도에 대한 객관적인 기재가 어렵다면, 학생과 대학에게 차별화된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김신영, 김용련, 이현숙, 2014). 즉, 학생들에게는 향상과 성장을 위한 피드백 용도의 평가정보를 제공하고, 대학에게는 성장과 노력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나 시·도교육청 수준에서 실시한 표준화 검사의 연도별 성취수준의 정보나 학교 단위에서 실시한 시험에서의 상대적 위치에 대한 연도별 혹은 학기별 성장 정보 등을 기재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원화하여 운영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 국가수준에서 실시되었던 전수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업수준을 파악해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을 보충지도하고 우수학생에게는 성취동기를 부여해 학교교육을 내실화한다기보다는 학교간 점수경쟁을 야기하고 학교를 서열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하에 전수 실시가 중단되었지만(경향신문, 2017. 6. 14),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전수평가에 대한 교육계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KBS 뉴스, 2017. 6. 15). 국가수준의 객관적인 학업성취수준에 대한 변화와 성장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종단적 평가자료의 수집과 국가차원에서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보장하고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은 학력정보를 제공하기 위해(김수진 외, 2016),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운영방식의 개선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전수평가의 실시중단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2012).
성취평가가 실시됨에 따라 학생부에 학기별로 기존의 상대 석차 9등급정보과 더불어 성취기준에 근거한 5등급정보가 기재되고 각 과목별 원점수와 평균, 표준편차가 병기되고 있다. 교실평가 결과의 누가기록인 학생부는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얼마나 충실히 했는지에 대한 기록이므로 상대적인 서열에 대한 강조보다는 성취목표를 기준으로 학생의 특성과 성취수준에 관한 기록이 주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료 학생들과 비교해 어느 정도 잘 했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학습동기를 유발할 수 있으며 학생부의 기재내용이 선발자료로도 활용된다는 점을 유념해 준거참조적 정보와 규준참조적 정보의 균형적 배분방식을 다양하게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홍후조, 2005).
현재 고교에서 성취평가가 실시되고 있지만 성취등급정보의 대입 활용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을 하는 이유는 성취평가에 의한 등급정보만을 입시에 반영하게 되면 학생의 성적에 대한 과대평가가 우려되고 그로 인해 대입전형자료로서 교과성적의 반영비중 약화가 예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학생 성적의 과대평가를 막을 수 없었던 과거 사례에 비춰 볼 때 그를 불식시킬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을 수 있지만, 수업혁신 및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1점이라도 더 받기 위한 점수경쟁에 집중하는 상대평가보다는 성취수준 향상에 집중하는 절대평가방식의 성취평가가 학교현장에 정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성취평가는 기존의 상대평가 9등급에 비해 변별력이 낮다는 이유로 교실평가의 결과가 입시에 소극적인 형태로만 반영될 수 있으므로, 성취수준의 등급정보에 어느 정도의 상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의 균형을 꾀할 필요가 있다. 표준점수나 석차, 백분위같은 매우 촘촘한 수준의 규준참조적 정보보다는 학급평균이나 학교평균과 비교해 개별학생이 대략적으로 어느 위치에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성취등급에 기초해 산출된 종합평점의 상대적 위치를 산출해 제공하는 방법 등을 통해 변별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김홍원 외, 2005; 박균열 외, 2014; 김신영, 김용련, 이현숙, 2014).
또한 상대평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성취수준에 대한 정보를 세분화된 성취목표별로 제공한다면 성취평가제 도입으로 인한 변별력 저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2015 개정교육과정의 도입으로 학생의 학습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세분화된 성취목표 또는 과목별 핵심역량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체계의 구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과목별로 핵심이 되는 성취목표 또는 핵심역량별로 성취수준이 기재된다면 어떤 성취목표와 핵심역량에서 강점과 장점을 지니는지를 세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며, 대학은 필요에 따라 이들에게 가중치를 달리 부여해 규준참조적 정보를 산출해 학생선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의 문장 표현 및 기술 능력과 관심의 차이로 인해 학생부가 전형요소로 활용될 때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서술식 기재항목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구안할 필요가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학생들이 얼마나 학교생활을 충실히 했으며 교과 및 비교과 프로그램에 성실해 참여해 어떤 변화와 성장이 있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주목하는 것은 교과별 세부사항 및 특기사항,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항목의 기재내용이므로 이 항목에 대한 서술식 기재내용의 구체성과 신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사들이 담당하고 있는 학생 수, 업무부담 등의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면밀히 관찰해 차별적으로 기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며, 학생들의 성취등급에 따라 일률적으로 기재하거나 기재요령을 참조해 피상적으로 기재하게 되는 상황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주영효, 김상철, 2017; 김신영, 김용련, 이현숙, 2014). 따라서 학교생활기록부를 전담할 전문인력의 배치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가에서와 같이 진로진학상담교사와 같은 전문인력이 학교마다 배치되고 항목별로 기재해야 할 내용자료들을 수합하여 일관된 관점에서 기술하게 하고, 서술식 기재와 더불어 객관적인 평정(예컨데, 교과특성에 따른 핵심역량 별 체크리스트 평가)도 기재하도록 한다면 기재내용의 신뢰성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박균열 외, 2014).
그리고 세부사항 및 특기사항에 학생의 성취에 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기록하기 위해서는 개별 학생들의 특성이 다양하게 표출될 수 있도록 다양한 교과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김순남 외, 2014). 그러나 그렇게 할 여건이 안 되는 학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학교와 그런 여건이 안 되는 학교들 간의 격차로 인해 대학입시의 유불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교사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교육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보다 많은 활동과 성장을 경험을 할 수 있고 그 같은 경험에 대한 기록이 중시되는 입학전형에서 유리할 수 있다(박균열 외, 2014). 이로 인해 앞서 언급했듯이 학생부종합전형이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양극화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능을 대비한 문제풀이연습 위주의 수업을 혁신하고 학생들의 특성과 진로계발이 중시되는 학생중심의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학교교육 환경과 풍토를 조성해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 학생부종합전형이 학교교육과정과 교실수업의 개선을 가져올 수 긍정적인 변화의 주체임은 분명하다(교육인적자원부, 2006; 한수경, 2017). 따라서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이 같은 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의 개발 및 운영과 수업혁신 및 학생평가의 개선노력을 통해 학생부 서술식 기재항목에 대한 기술의 신뢰성을 제고해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나 교육청 차원에서도 교사학습공동체 및 연수, 비교과 프로그램의 기획 및 운영 모니터링 등을 강화하고, 비교과 활동의 성과가 학부모의 정보력과 재력에 의존하지 않도록 비교과 활동에 대한 평가의 적합성과 공정성에 대한 검토 및 개선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 학생에 대한 다면적 평가와 학생 개개인에 대한 충실한 평가가 가능할 수 있도록 교사의 수업 외 행정업무 부담을 완화해야 하고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 교실평가가 성취목표에 기반해 충실히 수행되고 그 결과가 학생부에 기재되어 학생과 학부모와의 효과적인 의사소통 수단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학생의 학습활동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평가한 결과가 충실하게 학생부에 누가적으로 기록될 수 있어야 한다. 지속적인 관찰을 통한 학생특성 파악, 평가결과에 대한 학생과의 의사소통 및 피드백 등이 매우 중요함에는 교사집단이 인식을 공유하고 있지만(김신영 외, 2014; 장재혁 외, 2015), 교사의 업무과중과 담당학생 수의 과다로 인해 교실평가의 교육적 기능 강화와 교실평가 결과에 대한 충실한 기록이 현실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교사들이 학생들의 학습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수업운영과 학생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교사의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교무행정 전담인력 확충 및 진로진학상담교사의 투입 등)을 모색하여 적극 지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실평가의 결과를 학부모들이 신뢰하고 자기중심적인 민원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학교 차원에서 교사의 학생평가권을 존중하고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Ⅳ. 나가며
우리나라의 대입전형은 시험성적 위주의 선발방식에서 시험성적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실평가의 결과를 반영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 왔다(김신영 외, 2010; 정광희 외, 2011; 김이지 외. 2014). 그 중 가장 큰 변화의 흐름은 교실평가의 결과를 반영하는 대입전형을 강화해온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대표적인 교실평가 결과 활용방식의 변화는 학생부에 기재된 다양한 내용에 기반해 학생의 학업능력과 소질 및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발하는 2008년에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로 이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명칭이 변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학생부 반영비율의 확대로 야기된 시험성적의 점수경쟁을 완화하고 교실평가의 교육적 기능 강화를 위해 절대평가방식의 성취평가가 도입되었다. 성취평가는 성취목표에 기반한 절대평가이므로 각 학생들의 성취목표 달성정도에 집중하며, 학생간 상대적 비교에는 큰 관심을 지니지 않는다. 학생들 사이의 과열된 점수경쟁의 완화와 협력하는 학습분위기의 형성을 유도하는 성취평가는 교실평가의 교육적 기능강화와 학교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취평가에 의한 교실평가의 결과를 대입전형자료로 활용하게 되면 학생 성적의 과대평가와 변별력 미흡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따라서 성취평가에 의한 교실평가의 결과를 대입전형자료로 활용할 경우에는 성적산출의 신뢰도를 제고하고 2차적인 해석이 가능한 부가정보를 대학에 제공해 성취등급의 객관성과 변별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성취등급에 기초한 규준참조적 정보의 산출방법을 다양하게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대입전형자료로의 교실평가 결과 활용의 타당성은 상급학교 입학을 위한 입시준비기관으로 전락하는 하급학교의 ‘교육 정상화’를 위한 제도적 선택이라는 점과 학교교육의 질과 그로 인한 교육성과가 학교 간 균등하다는 동질성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교실평가 결과의 활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서열화 되어 있는 학교 간 격차를 최소화하는 것이 전제조건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고등학교 간 학력 및 교육여건의 격차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학력 및 교육여건이 보다 좋은 학교를 ‘우수한’ 학교로 차등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끊임없이 지역 간 혹은 학교 간 학력 격차와 교실평가 결과에 의한 선발방식(예컨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교 3년간 교실평가의 결과는 학교생활의 지속적인 성실성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타당성을 확보할 여지가 많다고 할 수 있으므로(지은림, 2001), 교실평가의 활용은, 고교 간 학력 및 교육여건 격차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과 학생부 기재의 충실성과 교사의 평가전문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해 그 타당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고,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대입전형자료로의 교실평가 결과의 활용이 강화됨에 따라 학생의 학교생활을 면밀히 관찰해 학생의 특성을 파악하고, 성취목표에 기반해 성취수준을 평가하는 성취평가가 교실평가의 접근방식으로 자리잡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소위 ‘일류 대학’에 많은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학교가 ‘교육경쟁력’을 지닌 학교라는 그릇된 인식으로 인해 일상적인 학교활동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1점이라도 높은 성적을 얻기 위해 학생 상호간 무한 경쟁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실평가의 교육적 기능을 정책적으로 강화해 나가고, 고교에서는 학교교육목표 달성을 위해 열심히 가르치고 평가해서 평가결과를 기록하고 대학은 교실평가 결과를 활용해 대학이 원하는 학생들을 선발하는 너무도 당연한 상식이 통하는 체제가 구축될 수 있도록 교실평가의 내실화와 교실평가 결과 활용의 적합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행·재정적 지원과 정책연구가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관련연구의 실행을 주도하고 연구결과의 파급을 관리해나갈 전문가가 포진해 있는 연구조직을 교육연구 전문기관이나 국책 연구기관에 두고 교실평가의 개선과 우리나라의 특성에 적합한 대학입시정책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지원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