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연구의 목적과 필요성
이 연구는 ‘비판적 담화분석’을 기반으로 국어교육의 핵심 명제 가운데 하나인 ‘비판적 수용’의 통합 활동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비판적 담화분석’을 국어교육적으로 재개념화하여 비판적 수용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구안하고, 궁극적으로 국어교육의 통합성을 강화하는 발판을 형성한다는 의의를 지닌다.
‘텍스트의 비판적 수용’은 ‘텍스트의 창의적 생산’과 짝을 이루며 국어교육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용어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런데 비판적 수용은 본질적으로 영역 통합적인 활동을 지향함에도 교육적 실천은 주로 읽기나 듣기의 이해 영역에 치우쳐 있다. 학습자가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작동하는 문법과 이를 기반으로 소통되는 사회문화적 특성은 비판적 수용 관련 논의에서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응하여 이 연구는 ‘비판적 담화분석’이 비판적 수용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는 국어교육의 인접 이론으로 본다. 그것은 비판적 담화분석이 비판적 수용을 함의하는 개념을 지니며, 비판적 수용의 과정에서 작동하는 활동과 유사한 분석의 층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판적 담화분석은 담화(텍스트)가 배태하고 있는 중층적인 의미를 분석하는 담화 연구의 관점이자 방법이다(Fairclough, 1995, 2013). 비판적 수용이 국어교육의 교수-학습 대상인 텍스트에 대한 중층적인 의미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볼 때, 비판적 담화분석은 비판적 수용을 함의한다. 이때 비판적 담화분석은 담화의 중층적인 의미를 면밀하게 파악하기 위하여, 담화에 대하여 ‘텍스트(text), 담화 수행(discourse practice), 사회문화적 관습(sociocultural convention)’의 세 층위로 분석한다(Fairclough, 1992/2007). 이들 세 층위는 비판적 수용의 과정에서 작동하는 국어교육의 내용 가운데 ‘언어, 소통, 문화’의 내용과 짝을 이룬다. 따라서 비판적 담화분석은 비판적 수용의 통합 활동을 구성하는 일련의 이론적 기저를 제공하며, 실제로 학습자가 비판적 수용을 할 때 필요한 활동의 요소를 제시해 줄 수 있다.
특히 이 연구는 비판적 담화분석의 ‘분석 요소’를 학습자의 ‘활동’으로 전이하여 비판적 수용의 ‘교육 내용’을 단계별로 밝혀 보고자 한다. 이는 주로 방법의 차원에 머물러 있던 국어교육의 기존 비판적 담화분석 관련 논의와 차별되는 지점이다. 이때 비판적 수용에서 간과해 온 ‘언어적 특징’을 적극 고려하고 비판적 담화분석의 주요 분석 대상인 ‘매체’를 반영하여, ‘언어와 매체’2)의 통합에 집중하고자 한다. 비판적 담화분석을 국어교육의 내용에 전이하여 비판적 수용의 통합 내용을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언어와 매체의 통합 활동을 개발하는 것, 이것이 이 연구의 궁극적인 도달점이다.
이를 위해 먼저 비판적 수용의 본질에 대하여 비판적 사고의 개념을 바탕으로 밝혀 보고자 한다. 다음으로 비판적 담화분석을 국어교육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틀을 구안하고, 그 분석 층위와 언어와 매체 관련 내용을 중심에 둔 교육과정과 대응시켜 비판적 수용의 단계별 교육 내용 요소를 마련할 것이다. 끝으로 이들 교육 내용을 바탕으로 수업에서 적용 가능한 비판적 수용의 활동을 개발하고자 한다. 이때 이 활동을 실제 수업에서 실행하고 참여 관찰을 통해 비평하여 향후 비판적 수용의 통합 활동을 정교화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 갈 것이다.
Ⅱ. ‘비판적 수용’의 본질과 영역 통합성
2015 교육과정 ‘국어’ 과목의 첫 번째 목표는 “다양한 유형의 담화, 글, 작품을 정확하고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효과적이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며 소통하는 데 필요한 기능을 익힌다(교육부, 2015, p. 4).”이다.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비판적 수용’은 ‘창의적 생산’과 더불어 국어교육이 학습자에게 길러주고자 하는 국어사용 능력의 핵심이다. 정확하고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효과적이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원활한 소통의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3)
그런데 과연 ‘비판적 수용’이란 무엇인가. 국어교육 담론에서 수많은 논의가 비판적 수용을 지향하고는 있지만 정작 비판적 수용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힌 논의는 거의 없다.4) 사전적 의미로만 본다면 비판적 수용은 ‘현상이나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밝히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서 수용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그런데 국어교육의 핵심 명제인 비판적 수용은 분명 이러한 사전적 의미를 뛰어넘는다. 이에 비판적 수용의 본질을 밝히기 위해 ‘비판’이 무엇을 말하는지 살피고, ‘수용’의 양상이 국어교육에서 어떻게 펼쳐졌는지 들여다보고자 한다.
비판적 수용에서 ‘비판’은 비판적 이해 기능이 ‘비판적 사고’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박영목, 1996, p. 301)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이는 텍스트를 이해하거나 표현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고등 사고 정신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당연히 비판적 사고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비판적 사고’의 개념은 교육뿐만 아니라 철학, 심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어 왔다. 때문에 시대와 학자에 따라 그 정의가 매우 다양하다. 이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으로 탄생한 미국철학회의 델피 보고서(Delphi Report)에 따르면, 비판적 사고란 해석, 분석, 평가 및 추론을 산출하는 의도적이고 자기 규제적인 판단이며, 동시에 그 판단에 대한 근거가 제대로 되어 있는가와 개념, 방법론, 준거, 맥락의 측면들을 제대로 고려하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을 산출하는 의도적이고 자기 규제적인 판단이다(Facione, 1990, p. 2: 정민이, 2012, p. 26에서 재인용). 홍병선(2011, p. 454)에서는 비판적 사고가 반성적이면서도 능동적인 사고로서 주어진 상황에 대한 총체적인 조망을 통한 분석과 평가를 토대로 문제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사고라고 하였다. 이를 바탕에 두면, 비판적 사고는 어떤 현상의 표면과 이면을 복합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상을 종합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5)
따라서 비판적 사고의 개념에 기댄 비판적 수용은 텍스트의 의미, 즉 표면적이고 이면적인 의미를 모두 파악하여 텍스트가 내포하고 있는 세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비판적 수용의 개념이 국어교육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났을까.6) 이와 관련하여 역대 국어과 교육과정의 비판적 수용 관련 교육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 <표 1>과 같다.
영역 | ‘비판적 수용’ 관련 역대 교육과정 내용7) | 교육 내용의 중점 |
---|---|---|
읽기 | 글을 비판적으로 읽는다(1차). 글을 비판적으로 읽도록 한다(2차). 의견이나 주장의 가부․적부 판별(3차). 논의의 전개가 타당한지 판단하며 읽는다(4차). | 텍스트 내용 중심으로 정확성과 타당성에 대한 평가 |
같은 일이나 사건에 대한 주장이나 느낌을 나타낸 글을 비교하여 관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그 신뢰성을 판단한다(5차). 생각이나 느낌이 효과적으로 표현된 부분을 찾아 발표하고, 표현상의 특징이나 그 효과에 대하여 말한다(6차). 표현의 효과를 평가하며 글을 읽는다(7차). | 텍스트의 내용과 표현 형식의 적절성과 신뢰성까지 포함 | |
시대적․사회적 배경, 문화적 전통 등을 고려하여 글의 의미를 해석한다(2007). 자신의 삶과 관련지으며 글의 의미를 해석하고 독자의 정체성을 형성한다(2012). 매체에 드러난 다양한 표현 방법과 의도를 평가하며 읽는다(2015). | 텍스트 소통 및 생산 및 유통의 맥락까지 포함 | |
듣기 | 말하는 사람의 형편을 생각하여 듣고, 그 사람의 기분이나 진의를 안다(1차). 내용을 비판하면서 들을 수 있도록 한다(2차). 들은 내용에 대한 비판(3차). 선택한 소재들이 화제나 주제에 맞는지 판단하며 듣는다(4차). | 말하는 내용의 타당성과 공정성에 대한 판단 |
화제의 내용이 효과적으로 선정․조직되었는지 판단하며 듣는다(5차). 내용 조직의 논리성, 표현의 정확성 및 적절성 등을 고려하여 듣고, 이야기의 전달 효과를 평가한다(6차). 전달 효과를 평가하며 듣는다(7차). | 말하는 내용의 선정과 조직의 적절성 판단과 전달 효과 평가 | |
의사소통의 시공간 및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여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한다(2007). 담화에 나타난 설득의 전략을 파악하고 평가한다(2012). 매체 자료의 효과를 판단하며 듣는다(2015). | 의사소통 시공간 및 사회문화적 맥락, 매체 환경에서의 판단 |
위 <표 1>은 국어과 교육과정의 비판적 수용 관련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비판적 수용 관련 내용은 ‘읽기 영역’과 ‘듣기 영역’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읽기와 듣기가 인간의 사고 과정에서 이해 작용에 직접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위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두 영역의 교육과정 내용은 그 중점에 따라 각각 세 범주로 나눌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읽기와 듣기 영역 모두 이들 세 범주의 교육 내용 변화가 유사하다는 것이다. 곧 1~4차 교육과정에서는 텍스트(담화)의 ‘내용’에 대한 평가가, 5~7차 교육과정에서는 텍스트의 내용을 포함한 ‘형식’에 대한 고려가, 2007 교육과정 이래는 텍스트의 내용과 형식을 형성하는 배경 ‘맥락’까지 확장된 비판적 수용이 제시되어 왔다.
물론 이와 같은 변화는 차수별 교육과정의 개정을 지지했던 철학이나 이론적 관점의 차이에 기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비판적 수용 관련 교육 내용이 앞서 살펴본 비판적 사고의 개념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즉 비판적 사고의 대상이 내용뿐만 아니라, 내용을 담은 형식, 그리고 텍스트나 담화에 대한 메타적 인식으로서의 맥락까지 담아 총체적으로 현상을 이해하는 능력의 제 분면을 포함하려 한다.
그러나 아직 국어교육의 비판적 수용 관련 내용은 온전히 비판적 사고의 제 요소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국어교육에서 비판적 수용을 ‘수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국어과 영역을 중심으로 교육 내용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읽기, 듣기의 두 영역에만 교육 내용이 편중되어 있는 것이다.8) 앞서 살펴본 것처럼 비판적 사고에는 해석, 분석, 평가 활동과 이 활동에 대한 개념, 방법론, 준거, 맥락의 측면이 모두 포함된다. 이들 측면은 텍스트의 수용 과정에서 텍스트가 어떠한 언어적 모습과 쓰임새를 갖추고 있는지, 그 언어적 쓰임새가 소통의 맥락에서는 어떻게 의미를 구성해 내는지 등에 대한 판단을 가리킨다. 쉽게 말해서 위 <표 1>에서 살펴본 것처럼 비판적 수용의 초점이 ‘내용 → 형식 → 맥락’으로 점차 확장된 것에는, ‘텍스트의 표현 효과를 드러내는 언어적(문법적, 기호적) 장치’, ‘텍스트가 소통되는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른 의미 파악’ 등이 모두 포함되는 것이다.
물론 비판적 읽기를 논의함에 있어서 그 기저의 ‘문법’과 읽기가 일어나는 ‘맥락’ 등을 간과하고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를 모두 전제한 상태에서 읽기의 활동이나 과정을 논의의 중심에 두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판적 수용’이 국어교육의 첫 번째 목표로 강조되고 있으며 이것이 특정 영역의 목표로 분리되지 않고 오히려 통합된다는 점을 적시하고 있다. 따라서 본래 통합적 활동인 비판적 수용에 그 통합의 내용이 무엇인지 밝히는 일은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반드시 국어과 영역 전반에서 찾아 이들의 통합 양상을 풍부하게 드러내야 한다. 학습자가 비판적 수용의 교육 내용을 학습하며 궁극적으로 텍스트가 내포한 세계에 대한 통찰을 가능하게 하는 사고력, 즉 비판적 사고력을 기른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정리하면, 국어교육에서 비판적 수용은 텍스트가 ‘어떠한 언어적 특징을 갖추고 있는지’를 탐구하고, 이것이 텍스트의 내용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 구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하며, 텍스트가 생산․유통․소통되는 환경에 비추어 ‘텍스트의 참의미가 과연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교육 내용을 마련해 가야 한다. 특히 국어교육의 텍스트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전보다 더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경험하는 장의 역할까지 담당한다. 매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다양한 문화를 형성하는 토대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기에(교육부, 2015, p. 106), 비판적 수용은 언어의 형식과 의미를 다루는 ‘문법’ 영역, 의미 구성 과정인 ‘국어 활동’ 영역, 텍스트 환경 변화에 맞물린 ‘매체’ 관련 내용, 그리고 이들 제 영역이 한데 작동하여 텍스트를 둘러싼 ‘문화’ 관련 내용까지 포괄하는 개념역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9)
Ⅲ. ‘비판적 담화분석’의 국어교육적 적용 틀 구안
비판적 담화분석은 국어교육의 인접 이론 가운데 하나인 담화분석(discourse analysis) 연구의 한 관점이자 방법이다. 주지하다시피 담화분석은 담화가 배태하고 있는 중층적인 의미를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보다 구체적으로 ‘관점’으로서의 비판적 담화분석은 푸코(Foucault, M.) 등에 의해서 제기된 거대 담론 이론을 구체적인 담화 분석에 적용하려고 한 것이다(최윤선, 2014, p. 5). 이는 그간 언어학 중심의 담화분석 연구에 사회학의 논제인 이데올로기, 권력과 정치, 힘의 관계 등을 도입한다는 의미이다. ‘방법’으로서의 비판적 담화분석은 페어클로(Fairclough, N.) 등이 사회학 방법론을 바탕으로 정립한 세 층위의 분석 요소를 통해 구체화된다. 이들 세 층위는 텍스트의 언어적 분석에 초점을 맞추는 텍스트(text), 텍스트 생산 및 소비 과정과 관련된 담화 수행(discourse practice), 그리고 텍스트와 담화 수행에 작용하는 사회 구조와 조직, 공동체 문화 등의 사회문화적 관습(sociocultural convention)을 말한다(Fairclough, 1992/2007, p. 9). 곧 비판적 담화분석은 담화의 중층적인 의미에 대하여, 그 의미를 구성하는 ‘언어 기능’, 그 의미가 ‘소통되는 맥락’, 그 의미의 배경이 되는 공시적이고 통시적인 ‘사회문화적 특질’을 분석한다(Fairclough, 1995; 이원표 역, 2004, pp. 82-90).
이를 통해 볼 때 비판적 담화분석은 텍스트가 지닌 의미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을 뜻하는 비판적 수용을 함의한다. 특히 비판적 수용이 언어적 장치를 바탕으로 텍스트를 이해하는 것이고 그것을 둘러 싼 맥락과 관련이 있으며 문화 형성과도 관련성이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 담화분석의 텍스트 층위, 담화 수행 층위, 사회문화적 관습 층위 등 세 층위와 짝을 이룬다. 비판적 수용의 본질을 구현하는 통합적 활동을 구안할 수 있는 실질적인 체계를 비판적 담화분석이 제공해 주는 것이다.
국어교육에서 비판적 담화분석 관련 논의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주로 ‘읽기’ 영역에 주목하여 비판적 읽기의 ‘방법’을 구안하고자 한 것들이다.10) 이 연구는 기존의 비판적 담화분석 관련 논의와 다른 방식으로 이를 국어교육적으로 적용하고자 한다. 그것은 ‘읽기’가 아닌 ‘수용’을, ‘방법’이 아닌 ‘내용’을 초점에 두는 것이다. 곧 비판적 수용을 함의하는 비판적 담화분석의 분석 층위에 대응하는 국어과 영역별 내용을 찾아서, 비판적 수용이라는 통합적 활동을 추동하는 교육 내용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이들 분석 층위와 비판적 수용이 어떻게 대응되는지를 살펴서 비판적 수용의 단계를 설정하고자 한다. 그런 다음 각 단계에 해당하는 비판적 수용의 교육 내용을 제시해 볼 것이다.
우선 위에서 정리한 비판적 담화분석의 분석 층위와 앞에서 다룬 비판적 수용의 국어과 영역을 상기해 보자. 비판적 담화분석은 텍스트 층위에서 언어 표현의 분석과 담화 수행 층위에서 텍스트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 대한 분석, 그리고 사회문화적 관습 층위에서 이들에 관여하는 문화적 요인에 대한 분석의 층위가 연계되어 있다(최윤선, 2014, p. 26). 비판적 수용은 텍스트의 의미 구성에 관여하는 문법과 이해 활동, 그리고 텍스트 소통 환경에 관한 문화 및 매체 관련 내용이 통합적으로 작동한다. 이를 바탕으로 비판적 수용의 관련 영역에 그 분석 층위를 대응해 보면, ‘문법-텍스트 층위: 의미 구성의 언어적 분석’, ‘이해(매체)-담화 수행 층위: 의미 구성의 과정 분석’, ‘문화(매체)-사회문화적 관습 층위: 의미 소통의 맥락 분석’으로 제시할 수 있다.11)
이와 같은 대응점은 텍스트의 비판적 수용 과정에 관한 다음과 같은 명제를 성립하게 한다. “언어의 형식과 의미기능을 바탕으로 텍스트의 의미를 파악하고 사회문화적 맥락을 이해한다.” 이것은 비판적 담화분석의 분석 층위가 ‘텍스트 < 담화 수행 < 사회문화적 관습’과 같이 포함 관계로써 긴밀하게 연계되기 때문이다(Fairclough, 1995; 이원표 역, 2004, p. 79).12) 이 명제를 학습자의 활동으로 변환하면, 학습자는 주어진 텍스트의 구조와 주제 등을 파악하여 텍스트의 내용을 먼저 확인하고, 텍스트의 의미 형성에 기여하는 언어적 특징을 파악한다. 이를 바탕으로 텍스트의 생산자와 수용자 및 소통 양상을 이해하고, 텍스트가 형성의 배경이 된 사회문화적 맥락과 텍스트를 통해 새로이 구성될 사회문화적 의미를 해석한다. 이때 텍스트의 내용 이해는 핵심어, 중심 내용, 배경 맥락 추측 등에 관한 것으로 초점화하여 텍스트의 비판적 분석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그리고 비판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텍스트를 새롭게 인식하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여 창의적 생산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한다.
지금까지 논의한 비판적 담화분석의 분석 층위와 비판적 수용의 국어과 내용 관련성, 그리고 그에 따른 비판적 수용의 과정을 종합하면 비판적 수용의 단계를 설정할 수 있다. 이는 비판적 담화분석을 국어교육적으로 적용하여 비판적 수용이 영역 통합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일종의 틀이다. 이를 다음 [그림 1]로 제시한다.
위 [그림 1]과 같이 비판적 담화분석 기반 비판적 수용의 단계를 ‘텍스트 독해’, ‘텍스트의 비판적 분석’, ‘텍스트 재인’로 설정한다.
‘텍스트 독해’ 단계는 텍스트를 처음 접하는 학습자가 텍스트의 내용을 확인하는 기본적인 읽기 과정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텍스트의 내용을 확인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다음 단계인 텍스트의 비판적 분석을 위한 유도 활동을 진행하는 일이다. 이들 활동에는 텍스트의 구조를 이해하고 배경 지식을 파악하며, 텍스트의 중심 내용과 주요 어휘를 확인하는 것 등이 있다.
‘텍스트의 비판적 분석’ 단계에는 텍스트를 깊이 있게 수용하기 위해 비판적 담화분석의 분석 층위를 고려하여 설정한 세 범주의 활동이 이루어진다. 그것은 ‘텍스트를 형성하는 언어에 대한 관찰’, ‘언어적 특징에 의해 구성되는 의미의 수행성 탐구’, ‘텍스트의 생산과 해석에 작용하는 사회문화적 맥락 이해’이다.
우선 ‘텍스트를 형성하는 언어에 대한 관찰’에서는 텍스트에 기능하는 문법 지식과 텍스트의 기호적 특징을 확인한다. 이때 ‘문법’은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문법, 즉 좁은 의미의 ‘형태나 통사의 지식’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를 구성하는 모든 언어적 단위의 형식과 그 형식이 갖게 되는 의미기능’을 포함한다. 곧 텍스트의 의미 구성에 영향을 주는 모든 언어적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텍스트가 복합 양식으로 이루어졌다면 형식으로서의 언어와 더불어 다양한 기호적 특징을 확인해야 한다. 가령 텔레비전 방송이라면 영상 및 음향의 효과까지도 언어적 특징과 함께 파악한다. 이러한 ‘언어’의 현상을 풍부하게 ‘관찰하는 것(observing)’13)이 비판적 분석의 첫 번째 과정이다.
다음으로 ‘언어적 특징에 의해 구성되는 의미의 수행성 탐구’는 텍스트를 이루는 언어의 형식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의미기능을 지녀서 텍스트의 소통에 기여하는지를 파악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텍스트에 ‘피동형’의 문장이 사용되었다면, 그저 피동형의 문법적 특징을 파악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동형이 텍스트의 의미 구성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즉 ‘피동형’은 문장의 주체가 담화 사건(event)에 대하여 수동적인 태도를 지녀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텍스트 생산자의 의도가 깔려 있음을 알아낼 수 있다. 이와 같이 이 과정에서는 텍스트에 사용된 언어적 특징이 텍스트 생산자의 의도를 어떻게 반영하고 텍스트의 의미 소통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탐구하는 활동이 이루어진다.
끝으로 ‘텍스트의 생산과 해석에 작용하는 사회문화적 맥락 이해’는 텍스트가 생산되고 해석되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여 텍스트가 지닌 맥락적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모든 텍스트는 본질적으로 소통을 전제하고 있으며, 그 소통은 사회문화성이 이미 함의되어 있다. 텍스트 생산자가 문법적 의미기능을 활용하여 의도된 의미를 형성하였을지라도 텍스트가 소통되는 관습(convention)에 의해 의미가 전이되기도 하고, 텍스트의 유통자나 수용자에 의해 또 의미가 변화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의미의 전이와 변화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특징을 파악하여 텍스트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도모하는 활동이 이 과정에서 일어난다.
‘텍스트 재인’은 일련의 과정을 종합 정리하면서, 텍스트의 이면적 의미를 파악하고 텍스트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를 따로 설정한 이유는 ‘비판적 수용’이 수용으로만 끝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즉 비판적 수용의 활동을 바탕으로 학습자는 ‘창의적 생산’의 활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처럼 재인(recognition) 단계는 텍스트의 표면적, 이면적 의미를 모두 파악하고 텍스트의 가치를 삶의 맥락에서 인식하여, 능동적인 텍스트 생산자가 되기 위한 기반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앞의 [그림 1]의 각 단계에 해당하는 교육 내용을 마련해 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그림 1]의 활동(①~⑤)을 수행하기 위한 내용 영역을 밝히고, 그에 따른 세부 내용 요소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내용 영역의 경우 국어과 하위 영역 구분에 대응하여 제시할 것이며, 내용 요소는 각 영역에 통합된 형태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그 원리를 중심으로 제시할 것이다. 일련의 비판적 수용의 교육 내용은 비판적 담화분석의 분석 층위에 대응하는 국어과 교육과정의 내용 성취기준을 근간에 두고 마련하고자 한다. 이에 영역과 내용 요소를 언급하면서 교육과정 내용 성취기준을 학습 요소의 형태로 명시해 둘 것이다.
이때 ‘비판적 담화분석’이 다양한 ‘매체 자료’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Fairclough, 1995; 이원표 역, 2004, p. 195),14) 비판적 담화분석의 ‘텍스트(언어), 담화 수행, 사회문화적 관습’의 세 분석 층위가 국어교육의 ‘언어, 소통, 문화’ 관련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주목하여, 이 연구는 비판적 담화분석 기반 비판적 수용의 내용을 마련함에 있어 언어와 매체 관련 교육 내용을 검토하고자 한다. 이것은 다양한 매체 자료를 소통하는 과정에 간여하는 문법 지식, 확장된 언어 양식(mode)에 관한 교육 내용과 이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매체 자료의 수용과 생산 활동에 관한 교육 내용이 어떻게 통합되어 비판적 수용의 과정을 이루는지 파악하기 위함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비판적 담화분석 기반 비판적 수용의 단계에 따라 ‘활동, 영역, 내용 요소, 교육과정’을 명시한 표를 각각 제시하고, 이들의 구성 원리를 확인해 보도록 하자.15)
활동 | ① 텍스트의 내용 확인 | |||||
영역 | 읽기, 매체 | |||||
내용 요소 | ▶ 텍스트의 내용 구조 확인하기 ▶ 중심내용 파악하기 ▶ 내용 전개 방법 파악하기 |
▶ 매체 자료의 특징 파악하기 ▶ 중심내용을 구성하는 핵심어 찾기 ▶ 설명/논증의 방법과 특징 이해하기 |
||||
교육과정 | • 매체의 특성 | • 사실적 읽기 | • 내용 예측 | • 설명 방법 | • 논증 방법 |
텍스트 독해 단계에서는 텍스트의 내용을 확인하는 활동이 이루어진다. 학습자가 처음 텍스트를 마주하면 그 내용을 파악하게 된다. 이때 매체 텍스트의 경우 매체 자체의 특징을 우선 파악해야 한다. 따라서 이 활동은 읽기와 매체 영역이 중심을 이루고 처음 마주하는 텍스트의 형태와 중심내용을 파악하는 내용 요소가 구성된다. 구체적인 내용 요소로는 텍스트의 구조와 특성 확인, 텍스트의 내용 파악, 내용의 전개 방법과 특성 이해 등에 관련된 것 등이 있다. 특히 이 단계는 텍스트의 기본 의미를 읽어내는 단계인 만큼, 읽기의 방법 중 하나인 사실적 읽기 관련 내용이 주로 연결된다. 사실적 읽기란 중심 내용, 주제, 텍스트의 구조 및 전개 방식을 파악하고 텍스트에 드러난 정보를 종합하여 텍스트의 표면적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교육부, 2015, p. 96). 이때 설명이나 논증의 방법과 특성을 아는 것은 장르별로 발생하는 독특한 언어적 특징을 탐구하는 방편을 열어주게 된다.
텍스트의 표면적 의미를 읽었다면, 본격적으로 이면적 의미를 파악하며 텍스트가 지닌 중층적 의미의 종합적 이해에 다가서야 한다. 이를 위하여 텍스트를 형성하는 다양한 언어의 쓰임새를 관찰하고, 관찰된 언어적 특징에 의해 구성되는 의미가 어떠한 소통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탐구해야 한다. 이때 ‘언어를 관찰’하고 ‘관찰된 언어의 특징을 탐구’하는 과정은 학습 활동에서 ‘상호 연계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이에 위 <표 3>과 같이 텍스트의 비판적 분석 단계에서 두 활동의 내용 요소는 서로 대응되도록 제시하였다.
‘텍스트를 형성하는 언어에 대한 관찰’ 활동은 언어에 대한 교육 내용의 중심을 이루는 ‘문법’ 영역과 확장된 언어의 개념을 포함하는 ‘매체’ 관련 내용과 관련된다. 이 활동은 비판적 담화분석에서 ‘언어 분석’에 해당하는 층위를 국어교육적으로 전이한 것이다. 언어 분석에는 전통적인 형태의 언어학적 분석은 물론, 문장 이상의 텍스트 조직에 대한 분석이 포함되고, 신문 및 텔레비전 같은 경우에는 사진의 이미지와 지면 배열, 지면의 전체적인 시각적 구성에 대한 분석과 영상 및 음향 효과 분석까지도 포함된다(Fairclough, 1995; 이원표 역, 2004, pp. 83-84). 이에 이 단계에서는 문법 영역의 교육 내용이 중심을 이루되, 문법이 매체와 통합되는 교육 내용도 존재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문법의 경우, 텍스트에서 문법 단위의 쓰임새를 관찰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는 음운, 형태, 통사의 문법 단위에서 ‘특정 음운의 반복적 사용, 대명사의 지시성, 명사화, 어휘 선택, 문장 성분 생략 및 문법 요소’가 텍스트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16) 이들 활동은 기존의 문법 단위에 대한 ‘구조적 지식을 탈맥락적으로 아는 것’과 달리, 문법 지식의 ‘맥락적 사용 현상을 파악하는 데’ 초점이 놓인다. 그리고 매체와 문법의 통합은, 매체 텍스트에 사용된 ‘매체 언어의 특징’을 파악하고, ‘매체 특징에 따른 언어의 표현 방법’에 대해 확인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매체의 특징에 따른 언어의 표현 방법에 대한 관찰은 매체 종류에 따라 다른 소통 양상에서 언어적 표현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매체가 발현하는 이념이나 윤리 등의 가치를 드러내는 데 언어가 어떠한 기능을 보이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텍스트를 형성하는 언어에 대한 관찰 활동은 동시에 ‘언어적 특징에 의해 구성되는 의미의 수행성 탐구’로 연계된다. 이것은 언어적 특징이 텍스트의 의미 구성에 어떠한 효과를 주는지를 탐구하는 것이므로 ‘문법’, ‘읽기’, ‘매체’의 영역이 관련된다.17) 그리고 내용 요소는 위에서 밝힌 ‘관찰’이 ‘탐구’로 이어지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문법 기반의 매체와 읽기 통합’ 활동으로 구성된다.
구체적으로 문법 단위의 쓰임새 관찰은 문법 단위에 반영된 ‘생산자의 의도’를 탐구하는 내용으로 연계된다. 생산자의 의도를 강조한 이유는 이동혁(2013, p. 479)에서 언급한 의미 교육이 ‘의도’, 즉 ‘언어 사용자의 해석에 따라 어휘와 문법을 선택하는 것’으로 교육 내용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과 관련이 깊다. 이에 반복적 음운 사용을 통해 생산자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강조한 것, 명사화를 사용하여 현실 사태에 대한 의미를 은폐하고자 하는 것18), 자신의 관점이나 이념을 숨기거나 드러내기 위해 어휘를 선택하는 것 등과 같이 문법 단위의 사용에 반영된 생산자의 의도를 탐구하는 내용 등을 제시할 수 있다. 그리고 매체 언어의 특징을 관찰하는 내용은 그 특징이 어떠한 효과를 드러내는지를 탐구하는 내용과 연계된다. 이것은 텍스트에 사용된 언어가 다양한 기호적 표현과 함께 쓰일 때 어떠한 효과를 드러내는지 탐구하는 것이다. 또한 매체 특징에 따른 언어의 표현 방법을 관찰하고, 언어 표현 방법에 따라 매체 텍스트의 의미가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평가하는 활동을 연계한다. 이들 활동의 경우 매체에 활용된 언어의 표현 방법을 확인하여, 매체가 구성하는 의미나 가치에 언어가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활동 | ④ 텍스트의 생산과 해석에 작용하는 사회문화적 맥락 이해 | |||
영역 | 문법, 읽기, 매체 | |||
내용 요소 | ▶ 텍스트에 드러난 사회문화적 맥락 파악하기 ▶ 텍스트에 반영된 사회문화적 관점, 이념 등 이해하기 ▶ 텍스트가 생성하는 사회문화적 의미 이해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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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 • 담화의 특성과 국어생활 | • 비판적 읽기 | • 추론적 읽기 | • 매체 문화의 향유 |
하나의 텍스트가 생산되는 데에는 물론, 이미 형성된 텍스트가 해석될 때에도 사회문화적 맥락은 긴요하게 작동한다. 텍스트는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탄생하지만 동시에 사회문화적 맥락을 만들어가기도 하기 때문이다.19) 네 번째 단계는 텍스트 생산과 해석에 긴밀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다. 국어교육에서 사회문화적 맥락과 관련된 내용은 하위 영역 전체에서 작동한다. 또한 앞선 단계에서 문법, 그리고 문법 기반 매체와 읽기의 활동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도 문법, 읽기, 매체의 국어과 영역이 관여된다.
구체적인 내용 요소로는 일단 ‘텍스트에 드러난 사회문화적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있다. 이는 담화 관련 국어과 교육 내용을 바탕으로 삼을 수 있는데, 텍스트 생성에 어떠한 사회문화적 맥락에 영향을 주었고, 텍스트가 해석되면서 어떠한 사회문화적 맥락이 드러났는지를 파악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텍스트에 반영된 사회문화적 관점이나 이념’ 등을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이념의 경우 텍스트에 숨은 가치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면밀하게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 ‘텍스트가 생성하는 사회문화적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사회문화적 맥락이나 의미가 반영된 텍스트가, 소통됨으로써 어떤 새로운 사회문화적 의미를 생성해 낼 것인지를 추론해 보는 내용이다.
활동 | ⑤ 텍스트의 비판적 수용 정리 및 인식 개선을 위한 방안 제안 | |||
영역 | 읽기, 매체, 쓰기 | |||
내용 요소 | ▶ 텍스트 생산자의 의도에 대해 평가하기 ▶ 텍스트 생산자의 중심생각과 자신의 생각 비교하기 ▶ 텍스트 생산자가 되어 텍스트의 의미를 재구성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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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 • 비판적 읽기 | • 창의적 읽기 | • 매체 자료의 생산 | • 문제해결과정으로서의 쓰기 |
다섯 번째는 비판적 수용의 내용을 정리하고 인식 개선을 위한 방안을 제안하는 것으로 텍스트의 비판적 분석 결과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단계이다. 사회문화적 맥락에 의해 생산 및 해석되는 텍스트가 함유한 중층적인 의미를 깊이 있게 이해한 다음, 학습자 자신이 능동적으로 이해한 의미를 재구성하는 활동이 구성된다. 이에 이 단계는 읽기, 매체, 쓰기의 영역이 관여되어 텍스트에 대한 평가와 재구성을 통해 창의적 생산으로 나아가는 징검다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단계의 내용 요소로는 ‘텍스트 생산자의 의도에 대해 평가하기’, ‘텍스트 생산자의 중심생각과 자신의 생각 비교하기’, ‘텍스트 생산자가 되어 텍스트의 의미를 재구성하기’ 등이 있다. 무엇보다 학습자 자신의 인식을 개선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텍스트 자체보다는 텍스트 생산자에 집중하는 형태로 교육 내용이 구성된다.
지금까지 비판적 담화분석 기반 비판적 수용의 단계별 교육 내용을 마련해 보았다. 비판적 담화분석의 분석 층위와 관련 있는 국어과 영역과 해당 교육과정의 내용 성취기준을 바탕으로 학습자가 활동할 수 있는 내용 요소를 제안해 보았다. 여기에는 주로 문법, 읽기, 매체 관련 교육과정 내용이 작용하여 문법 기반의 매체 읽기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 요소가 구현되었다. 끝으로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이들 내용 요소가 단계를 지니고 있지만 이전 단계는 다음 단계의 기반이 된다는 사실이다. 최윤선(2014, p. 27)에서 강조한 것처럼 비판적 담화분석의 토대가 언어 분석이듯이, 비판적 수용 역시 언어적 특징에 대한 관찰과 탐구, 즉 언어 형식과 의미기능에 관련된 교육 내용이 근간을 이루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Ⅳ. ‘언어와 매체’ 통합의 비판적 수용 활동과 비평적 환원
이 연구는 비판적 담화분석 기반의 비판적 수용에 대한 단계별 교육 내용의 실효성을 검토하기 위하여 ‘언어와 매체’ 통합의 비판적 수용 활동을 개발하고, 이를 교육 현장에서 실행하고자 한다. 이때 실행의 현상을 수업 비평의 방법론에 따라 환원하여 이 연구에서 논의한 이론적 개념과 원리가 실천성을 갖도록 고민해 가고자 한다.
언어와 매체 통합의 비판적 수용 활동을 실질적으로 개발하는 방향은 다음과 같다. 활동 구성을 위한 대상 매체 텍스트로 ‘공익광고’를 선정한다. 공익광고는 사회문화의 변화상을 잘 담고 있으며 교훈적인 의미를 내포하여 학습자가 시의적인 사회적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도록 이끌 수 있다. 활동의 발문은 비판적 수용의 단계를 고려하고, 언어적 특징 가운데 특히 문법 지식에 주목하여 ‘문법 요소에 의해 파악되는 매체 텍스트의 수행성’의 내용 요소가 드러나도록 구성한다. 그리고 전체적인 활동 구안은 학습자가 실제 수업에서 다룰 교재이기에 학습자의 변인을 적극 고려한다. 여기에서는 중학교 3학년으로 문법 영역에서 다루는 ‘문법 요소의 기능’을 알고 있는 학습자를 대상으로 선정한다.
위 <표 6>은 언어와 매체 통합의 비판적 수용 활동이다. ‘돈의 가치에 비유한 음식의 가치’라는 주제를 지닌 텍스트와 이 텍스트를 독해하고(‘내용 확인’), 비판적으로 분석하며(‘언어 분석 & 생산자의 의도 탐구’, ‘사회문화적 맥락 이해’), 재인하는(‘생각의 확장’) 발문을 구성하였다. 문법과 매체 통합은 ‘남기시겠습니까’에 나타난 문법 요소인 ‘사동 표현’의 의미와 기능을 탐구하여, ‘돈의 가치에 의해 매몰된 현대인의 태도’라는 매체의 이면적 의미를 분석하는 비판적 수용의 내용이 중심을 이룬다. 이것은 표면적 의미인 “현대 사회에서 돈의 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에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처럼, 음식도 돈과 같이 생각하면 버리지 않아야 한다.”라는 교훈뿐만 아니라, “그만큼 현대인은 돈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으며, 돈이든 음식이든 모두 인간 욕심의 대상이다.”라는 이면적 의미를 학습자가 능동적으로 탐구하게 한다.21)
이 활동의 타당성을 질적으로 검증하기 위하여, 이 활동을 교재로 수업을 진행하고 참여관찰을 통해 비평하였다.22) 먼저 수업의 개요를 제시하면 다음 <표 7>과 같다.
위 <표 7>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수업은 ‘광고의 비판적 수용’이라는 주제로 중학교 3학년 국어 과목의 ‘담화 상황을 고려한 소통’ 단원과 관련지은 것이다. 이 단원은 담화의 개념과 특성을 이해하고 실제 담화의 소통 양상을 탐구하는 문법 영역의 내용으로, 이 수업에서는 실제 담화를 광고 텍스트로 설정하여 언어와 매체의 통합을 꾀하였다. 이에 학습 목표는 ‘담화의 개념과 특성을 이야기하고’, ‘광고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실제 수업에서는 담화의 개념을 10분 동안 강의하고, 담화의 특성 가운데 특히 ‘상황 맥락과 사회문화적 맥락’을 탐구하는 데 모둠 학습으로 15분을 할애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활동지(<표 6>)를 기반에 둔 개인 학습과 모둠 학습을 통해 15분 동안 광고의 비판적 수용 활동이 진행되었다. 여기서 이 연구와 직접 관련이 있는 광고의 비판적 수용 활동의 장면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면서 해석해 보고자 한다.
교사가 담화의 개념과 특성에 대한 내용을 환기하면서 구체적인 담화의 종류 가운데 광고 텍스트를 살펴보자고 발화하면서 활동이 시작되었다. 수업을 시작하면서 미리 배부한 활동지를 모둠에서 일단 개인적으로 풀이할 것을 지시하였다. 학습자가 활동지를 풀면서 교사에게 어려운 내용은 모둠에서 협의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였고, 교사는 활동지에서 5번과 6번[사회문화적 맥락 이해]만 가능하다고 답하였다.
학습자의 활동지 풀이가 끝난 후 교사의 질의-응답과 학습자 발표가 이어졌다. 학습지의 [내용 확인]은 교사가 전체 학습자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형태로 진행하였는데, 학습자 대부분 어렵지 않게 물음에 답하였다. [언어 분석 & 생산자의 의도 탐구]의 경우 학습자 발표로 진행되었는데, 언어 분석 발문은 이미 ‘사동 표현’이라는 문법 요소를 배웠기에 이 역시 쉽게 답을 하였다. 다만 몇몇 학습자는 ‘의문형 표현(종결 표현)’, ‘높임 표현’ 등을 답하였는데, 이 역시 틀린 답이라 볼 수 없어서 발문에 대한 초점화가 필요해 보였다. 그리고 사동 표현을 사용한 의도와 연계되는 발문으로서 광고 제작자가 돈에 비유한 이유에 대하여, 대다수 학습자는 ‘돈의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에’라고 답하였다. 그러나 이는 굳이 사동 표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내용만으로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이기에, 문법 요소의 기능에 대응되도록 발문의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학습지 기반 활동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면서 모둠 학습이 가능하다고 했던 [사회문화적 맥락 이해] 관련 학습자의 대답이었다. 수업의 종료가 다가와서 두 명의 학습자만 발표를 하였다. 한 학습자는 ‘현대인의 이기심’이라고 답을 하였다. 다른 학습자는 ‘돈의 가치가 중시되는 사회’라고 답을 하였다. 이것은 음식의 가치가 돈의 가치만큼 중요하다는 광고 제작자의 의도를 넘어서 지금의 사회문화가 지닌 면모를 추측하는 대답들이다. 학습자의 답변 이후 교사는 이 광고를 보고 난 이후 사람들의 인식과 관련하여, ‘음식을 아끼는 것’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이기심이나 욕심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발화를 하면서 활동을 마무리하였다. 비록 수업 시간의 부족으로 인해 개방형 발문임에도 교사가 닫힌 답변으로 마무리하여 아쉬웠지만, 앞선 발문에 대한 두 학습자의 답변에 미루어 보건대, 사회문화적 맥락을 정교히 인식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23)
이와 같은 기술 및 해석을 바탕으로 이번 활동을 평가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이번 활동을 정교화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첫째, 문법의 의미와 텍스트의 수행성 간 긴밀한 연계를 탐구할 수 있도록 ‘언어 분석’ 활동을 세분화․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비판적 담화분석에서 강조하듯이 언어 분석 활동은 텍스트의 수행성에 의미적으로 기여한다(Fairclough, 1995; 이원표 역, 2004, p. 86). 이번 활동의 ‘사동 표현’은 그 문법적 형태만 파악하는 데 그치고 있다. 또한 “돈이라면 남기시겠습니까?”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텍스트의 수행성이 과연 ‘사동 표현’을 통해서만 구현되는지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라면’이라는 ‘서술격 조사+어미’, ‘~습니까?’에 나타난 ‘의문형 종결 표현’ 등도 발견된다. 이와 같은 문법 내용도 텍스트의 수행성을 드러내는 데 기여하며, 이를 학습자들이 열린 관점에서 탐구한다면 보다 풍부한 의미에 대한 탐구가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언어 분석 활동에서 ‘사동 표현’은 ‘사동 표현의 유형(단형, 장형)’에 따른 의미 기능을 탐구할 수 있도록 세분화해야 한다. 박종갑(2013, p. 225)에서 단형 사동이 장형 사동보다 사동 표현으로 표상된 현상에 대한 화자의 인식 양상이 ‘직접적’임을 지적하였다. 이것은 심리주의 의미론에 따른 것으로, 언어 표현은 표현된 현상에 대한 인식의 심리영상(image)을 유발한다. 이에 ‘남기시겠습니까?’는 사동 접사 ‘-기-’로 인해 구현된 단형 사동이며, 이를 통해 ‘돈을 결코 버리지 않을 주체’가 부각되어 ‘현대인들이 돈을 절대적인 가치로 여긴다는 사실’을 파악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24) 그리고 이러한 사동 표현 이외에 ‘서술격 조사+어미’, ‘의문형 종결 표현’ 등도 함께 탐구할 수 있는 문항을 다양하게 제시해야 한다. ‘-면’이 ‘일반적으로 분명한 사실을 어떤 일에 대한 조건으로 말할 때 쓰이는 연결 어미’라는 사실과, 의문형 종결 표현이 지닌 반어적 의미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현대인, 돈의 가치, 절대성’을 더욱 더 강조하는 기제로 문법이 사용된 것이다.
둘째, 텍스트의 수행성과 사회문화적 맥락을 파악하는 데 있어 ‘광고’라는 매체의 특성을 반영하여 문항을 구성해야 한다. 이는 광고의 언어 텍스트(지표성)만을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관련이 있는 이미지(도상성)와 이를 바탕으로 한 상징적인 의미를 함께 추출하는 것이다(김영순, 2007, pp. 366-367). 광고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행동에 파급 영향이 큰 대중문화 현상의 하나로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습관이나 관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문화적 요소를 지닌 최적의 복합 의사소통 자원이다(김혜숙, 2001, p. 7). 특히 광고는 다양한 텍스트 양식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관습으로서의 문화(McCarthy & Carter, 1994, p. 151)’의 구체적인 실현태이다. 이를 반영하여 활동을 보완한다면, 학습자가 광고 텍스트의 내용을 통해 파악한 ‘현대인의 이기심’이나 ‘돈의 가치가 중시되는 사회’와 같은 사회문화적 맥락이 ‘광고’라는 복합 양식 텍스트를 기반에 둔 관습으로서의 문화를 통해 대중에게 쉬운 접근성과 강력한 행동성을 더해준다는 사실을 강화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비록 실제 수업에서 실행되지는 못했지만 이번 활동 가운데 ‘광고 제작자’가 되어 현재 광고의 문구에서 벗어나 다른 광고를 만드는 활동은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관습적 문화에 대한 재인을 학습자에게 유도할 수 있다.25) 가령 ‘돈의 가치’를 중시하는 현 세태를 ‘삶의 가치’를 중시하는 생태주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습자로 하여금 이 광고가 “음식을 돈처럼 낭비하지 말자.”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는 의미를 파악하게 함과 동시에, “현대인의 삶이 돈의 가치로 점철되고 있다.”라는 상업주의 틀(frame)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는 창의적 생산 활동으로 나아갈 수 있다.
Ⅴ. 연구의 한계와 전망
이 연구는 비판적 담화분석을 기반으로 한 비판적 수용의 통합 활동을 개발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텍스트의 비판적 수용’은 본질적으로 영역 통합 활동을 지향함에도 불구하고, 교육적 실천의 국면에서는 비판적 수용의 본질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연구는 여기에 문제의식을 갖고, 비판적 수용의 본질을 회복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 천착하였다. 먼저 비판적 담화분석의 분석 층위와 비판적 수용의 국어과 영역 대응과 그에 따른 비판적 수용의 과정을 종합하여, ‘텍스트의 내용 확인’(텍스트 독해), ‘텍스트를 형성하는 언어에 대한 관찰, 언어적 특징에 의해 구성되는 의미의 수행성 탐구, 텍스트의 생산과 해석에 작용하는 사회문화적 맥락 이해’(텍스트의 비판적 분석), ‘텍스트의 비판적 수용 정리와 인식 개선을 위한 방안 제안’(텍스트 재인)과 같은 비판적 수용의 단계를 제시하였다. 이후 각 단계 활동에 대응하는 내용 요소를 2015 교육과정에서 언어와 매체를 중심으로 한 관련 내용 성취기준으로부터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언어와 매체의 통합 활동을 개발하고 실행 및 환원하였다.
이 연구는 비판적 수용의 본질을 회복하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국어교육의 통합성을 강화하는 발판을 형성한다는 의의를 지니지만, 분명한 한계점도 안고 있다. 비판적 담화분석을 기반으로 삼아 비판적 수용의 교육 내용을 영역 통합적으로 마련하려는 시작점에 서 있는 연구이기 때문에, 영역 통합 활동을 위한 얼개를 마련하고 그것의 실행 국면을 일부 보였을 뿐 다양한 실천 방안과 그를 위한 풍부한 바탕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에 국어교육적 적용 틀에서 비판적 수용의 단계별 세부 내용과 그 근거를 보다 구체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특히 현재 문법교육에서 연구되고 있는 의미기능 중심의 문법, 텍스트 및 장르 중심 문법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언어적 특징과 의미의 수행성 간 통합 양상을 보다 풍부하게 마련해야 한다.
한편 이 연구에서는 비판적 담화분석의 성격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언어와 매체에 초점을 맞추어 단계별 교육 내용과 통합 활동을 구안하였다. 다만 비판적 수용은 비판적 담화분석에만 기대지 않으며, 비판적 수용은 궁극적으로 보다 확장된 영역 통합성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따라서 이 연구 내용이 다른 영역으로의 전이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비판적 수용의 통합 활동 개발이 다양한 양상으로 이루어지도록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이때 이 연구에서 시도한 것과 같이 비판적 수용의 통합 활동을 실행하고 환원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그 내용을 보다 정교화할 수 있다. 더불어 이는 국어교육의 이론과 실천의 균형을 담보하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