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인성 및 도덕성 결핍으로 인해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인성교육’이 교육의 중심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비단 최근만의 문제라거나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해 보이는 것은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팽배해 있는 학벌주의 교육풍토에 따른 입시 위주, 점수 위주의 지식 중심 교육으로 인해 인성교육의 경시 및 형식화가 초래되었고, 인성교육에 대한 가정ㆍ학교ㆍ사회의 이해와 협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김만곤 외, 2016; 신재한, 김현진, 오동환, 2013).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사회 변화를 점진적으로 추동하는 장기적, 근본적 장치로 2015년에 제정ㆍ공포된 인성교육진흥법은 우리나라 아동 및 청소년들의 인성 함양과 긍정적인 발달을 바탕으로 개인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로의 진보를 추구하고 있다(정창우 외, 2016).
2015년에 개정된 영어과 교육과정 역시 인성교육과 관련된 내용을 강조하고 있는데, 영어 교과의 총괄목표(교육부, 2015, p. 5)는 “학습자들의 영어 의사소통능력을 길러줌과 동시에 남을 배려하고 돕는 모범적인 시민 의식과, 지적 역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창의적 사고력을 배양하며, 외국 문화의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 문화의 가치를 알고 상호적인 가치 인식을 통해서 국제적 안목과 세계 시민으로서의 기본 예절, 협동심 및 소양을 기르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영어 교과의 핵심역량을 ‘영어 의사소통 역량’, ‘자기관리 역량’, ‘공동체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으로 구체화하여 개인과 관계적 차원에서 배양해야 할 인성 역량을 부각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현장에서도 영어 교과의 목표 및 핵심역량과 접목시킬 수 있는 인성 덕목을 선정하고 그러한 인성 덕목이 영어 교과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영어 교과교육을 통해 인성교육이 효과적으로 실천될 수 있으려면 일차적으로 영어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 소재가 다양한 인성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정창우, 2015). 왜냐하면, 우리나라와 같은 EFL 상황에서는 영어 교과서야말로 교수학습의 주된 원천이자 중심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송해성, 2013). 또한 영어 교과서는 영어 교육의 목적과 방법을 바탕으로 현장 수업의 상황에 맞게 교수·학습 내용을 채택하여 제시하며 적절한 교수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업의 일차적인 교육자료라고(민찬규, 이재근, 허옥형, 2003) 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과정을 반영하는 교육의 길잡이로서 현행 교과서 내에 담긴 인성요소를 분석하고 논의하는 것은 현재 개발 중인 인성교육 친화적인 교과서와 인성교육 중심 교과수업의 연구를 위해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우선 현재 고등학교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영어 교과서들이 학생들의 인성역량을 함양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내용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분석, 검토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2015 개정 영어과 교육과정의 목표와 취지를 토대로 하는 인성교육 친화적인 영어 교과서 개발에 시사점을 제시하고, 더 나아가 영어 교과에서 적용 가능한 효율적인 인성교육 방법 및 그에 따른 교사의 역할을 제안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
인성은 인간의 품성, 인간 됨됨이, 인격 등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많은 부분이 선천적으로 타고나지만, 교육을 통해 후천적으로 길러질 수도 있다. 인간다운 품성과 인간 됨됨이를 후천적으로 기르고 새겨 넣고자 하는 것이 인성교육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신재한, 김현진, 오동환, 2013). 그러나 국제화, 개방화, 다원화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인성교육에 대한 개념 정의 또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강선보 외(2008, p. 291)는 21세기형 인성교육에 대하여 첫째, “주체적ㆍ능동적 사유와 행위를 통해 자기 삶의 중심을 스스로 세우고 자기 성찰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낼 수 있어야 하고, 둘째, “상생(相生)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정창우(2015)는 인성교육을 통해 길러주어야 할 기본적ㆍ보편적ㆍ필수적 능력을 인성교육의 핵심역량이라고 부르면서, 이를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하였다. 먼저, 개인적 차원이 있는데 여기에는 ‘도덕적 문제해결능력’, ‘긍정적 태도’, ‘도덕적 자기관리능력’, ‘도덕적 자기성찰능력’이 포함되어 있고, 다음은 관계적 차원으로서 여기에는 ‘도덕적 의사소통능력’, ‘도덕적 대인관계능력’, ‘공동체 의식’, ‘다문화ㆍ세계시민의식’, ‘환경윤리의식’을 포함하고 있다. 2015년 공포 및 시행된 인성교육진흥법 또한 인성교육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을 육성함으로써 개인의 행복과 안녕을 증진할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는 국가 및 세계사회로의 진보가 이루어지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제시함으로써 인성의 개인적 측면과 관계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
인성이 개인적, 관계적 차원의 가치의 내면화와 그 과정을 통한 자아 정체성의 확립을 통해 형성된다면 ‘언어’가 인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자기 생각과 가치를 세상에 표출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존중, 수용하고 절제하는 방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과 주변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Vygotsky, 1978). 그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환경 속에 있는 성인이나 또래들과 언어를 매개로 한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사고 과정의 변화와 발달에 영향을 주고받고, 자신의 인지 발달 및 자기조절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즉, 언어는 사고 발달의 중요한 도구로서 타인과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의 관점을 조정하고 타인을 존중하며 배려하는 역량을 체득할 수 있게 해준다.
영어 교과는 그 본질이 ‘언어’라는 점에서 협동 학습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성갈등 상황을 해결하는 과업을 제시하여 교사와 학생 간, 학생과 학생 간의 언어적 상호작용 강화를 통해 효과적인 인성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송해성, 2015). 이러한 과업 중심의 영어 수업을 통해 학습자의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신장시키고, 학습자 간 협력하는 태도를 유도할 뿐 아니라 문제해결 능력 및 인성 역량을 실천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또한, 과업 수행 중 언어를 통해 발달하는 기호와 상징, 활동의 목적과 의미에 대한 공통적 이해의 증진, 인지 전략과 문제 해결에의 공동 참여 등의 모든 상호작용은 참여자들의 인격 형성 및 사고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Tharp & Gallimore, 1988). 이렇게 인성과 언어의 밀접한 관계를 고려해보면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영어교육이 학생들의 바른 인성 함양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영어 교과 핵심역량은 ‘영어 의사소통 역량’, ‘자기관리 역량’, ‘공동체 역량’ 및 ‘지식정보처리 역량’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교육부, 2015, p. 3). 이를 보다 상술하면, 첫째 ‘영어 의사소통 역량’은 일상생활 및 다양한 상황에서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역량이며, 영어 이해능력과 영어 표현능력을 모두 포함한다. 둘째, ‘자기관리 역량’은 영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바탕으로 학습자가 자기 주도적으로 영어 학습을 지속할 수 있는 역량으로서 영어에 대한 흥미, 영어 학습 동기, 영어 능력에 대한 자신감 유지, 학습전략, 자기 관리 및 평가를 포함한다. 셋째, ‘공동체 역량’은 지역ㆍ국가ㆍ세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가치와 태도를 공유하여 공동체의 삶에 관심을 두고 공동체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이며 배려와 관용, 대인 관계 능력, 문화 정체성, 언어 및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 및 포용 능력을 포함한다. 넷째, ‘지식정보처리 역량’은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영어로 표현된 정보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역량이며 정보 수집ㆍ분석 능력, 매체 활용능력, 정보 윤리를 포함한다.
최근 학교 교육현장의 인성교육은 기존의 인격교육에서 강조하는 덕목들뿐만 아니라 미래사회에서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핵심 역량을 가르쳐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핵심역량은 지식, 기능만이 아니라 가치ㆍ태도 등을 포함하여 인간의 총체적인 역량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인성교육의 궁극 목적으로서 앎과 실천이 연계될 수 있도록 ‘수행 관련 능력’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정창우, 2015).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인성교육에서 학생들에게 길러주어야 할 인성 요소로서 그림 Ⅱ-1과 같이 ‘지적 인성’, ‘도덕적 인성’, ‘시민적 인성’의 세 가지로 구분하였으며 이러한 각 인성요소는 핵심 덕목과 핵심 인성역량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였다.
‘핵심 덕목’이란 실천적 지혜를 포함한 ‘지적 덕목’, 성실(정직), 용기, 절제, 배려 등을 포함한 ‘도덕적 덕목’, 그리고 인권존중, 준법, 협동, 사회적 책임 등을 포함한 ‘시민적 덕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덕목은 학생들에게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는 준거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보다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긍정적 성품을 갖춘 사람이자 훌륭한 시민이 되기 위한 근본적이고 필수적인 덕목으로 제시되고 있다. ‘핵심 인성역량’은 도덕적 문제해결 능력을 포함한 ‘지적 인성역량’, 도덕적 자기관리능력, 긍정적 태도, 도덕적 자기성찰능력, 도덕적 대인관계 등을 포함한 ‘도덕적 인성역량’, 그리고 공동체 의식, 다문화ㆍ글로벌 시민의식, 환경윤리의식 등을 포함한 ‘시민적 인성역량’이 포함된다.
정창우(2015)가 제시한 도덕적, 시민적, 지적 인성과 영어 교과의 핵심 역량의 특성을 100% 일치하도록 연결할 수는 없지만, 표 Ⅱ-1과 같이 세 가지 인성 요소를 기본적인 인성의 구성 틀로 하여 영어 교과의 핵심역량과 접목하였고, 영어 교과의 특성을 고려한 인성교육 핵심요소를 설정하였다.
첫째, 도덕적 인성은 영어 교과의 자기관리 역량과 관련성이 있다. 학습자들은 국어와 상이한 영어의 언어학적 구성 요소, 이해와 표현 방법, 사고방식 등을 학습하고, 영어 능력 향상의 힘든 과정을 감내하는 중에 수년 이상 장기간의 자기관리 즉, 자신감 및 긍정적 태도, 자아수용, 자기표현, 자기통제 및 끈기, 자기성찰 등의 인성역량을 함양하게 된다 (배두본, 2014). 이러한 역량은 학습자의 지적, 정의적 발달과 인간적, 사회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될 수 있으며, 도덕적 자기관리능력, 긍정적 태도, 도덕적 자기성찰능력 등을 포함하고 있는 도덕적 인성과 결부될 수 있다.
둘째, 시민적 인성은 영어 교과의 공동체 역량과 관련성이 있다. 학습자들은 영어 텍스트의 내용 이해와 과업 해결의 과정에서 학습자 상호 간의 배려, 나눔, 협력과 책임감 등을 함양할 수 있다. 또한, 언어적, 문화적으로 상이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과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외국문화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능력을 배우는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존중과 공감 및 수용, 다문화와 세계시민의식, 환경윤리의식 등 글로벌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성역량을 함양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공동체 의식, 다문화ㆍ세계시민의식, 환경윤리의식 등을 포함하고 있는 시민적 인성과 연결될 수 있다.
셋째, 지적 인성은 영어 교과의 지식정보처리 역량과 연결될 수 있다. 영어 교과 학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창의적 사고와 관련된 인성역량에 해당 하는 영어 교과의 지식정보처리 역량은 확산적 사고, 상상력, 은유ㆍ유추적 사고, 비판적 사고, 논리ㆍ분석적 사고, 다양성과 개방성, 문제발견과 문제해결능력을 포함할 수 있다. 영어교육은 실용적인 텍스트, 영어 문학작품, 외국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텍스트에 대한 이해와 일련의 과제 해결을 통해 모국어 적 사고의 틀을 넘어서 유연하게 사고할 기회를 제공하고, 우리 문화와 다른 외국의 문화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기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다양한 창의적 사고를 발달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식정보처리 역량을 지적 인성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언어가 인간의 생각과 의견을 전달하는 도구라는 점에서 영어 의사소통 역량이 지적 인성과 연결될 수 있다. 특히 영어의 이해능력과 표현능력을 바탕으로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자기 생각을 유창하게 표현하며 성숙한 방식으로 토론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은 사고 체계의 발달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세계 시민의 자질로서 매우 강조될 수 있는 역량이다.
영어 수업은 대부분 영어 교재를 매개체로 하여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학교 교실 현장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널리 사용되어 온 영어 교재는 영어 교과서일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영어에의 노출이 교실 환경으로 국한되는 EFL 상황에서는 교과서에 쓰인 내용과 소재가 학습자의 주된 입력(input)이 되기 때문이다. 배두본(2002, p. 442)은 영어 교과서를 “수업 활동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로서, 영어 교과의 내용(what)과 방법(how)을 제시한 통일성 있고 체계적인 수업 자료이며,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진 교수ㆍ학습 매체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학교 교육에서 사용되는 영어 교과서는 국가의 교육정책 및 교육과정의 구현체이고, 상호작용적 수업의 촉진자이며, 시대변화에 대한 매개체, 학습관리자의 역할을 한다(이재근, 2002; 장복명, 1995). 또한 교수ㆍ학습 방향의 틀을 제공하고, 교사들이 표준화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도우며, 학습자에게 정확하고 풍부한 언어적ㆍ문화적 입력 및 학습자료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McGrath, 2002). 배두본(2014)은 모든 교육 매체 중 영어 교과서가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이유로 학습 내용과 교수 방법의 조직화와 체계화, 개인의 능력과 학습 정도에 따른 진도 조절, 교수와 학습 및 평가 내용과 절차의 객관성,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비록 지난 수십 년간 영어 교과서의 유용성에 대하여 찬반 논쟁이 꾸준히 제기되어왔고(Tomlinson, 2012), 내용의 진정성과 현실성 부족, 교사의 창의성 저해, 학습자의 의견과 요구 반영 결여 등 단점이 지적되어 왔지만(Richards, 2001), 영어교육의 끊임없는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교육과정을 충실히 반영한 영어 교과서가 학교교육 현장에 신뢰감과 안정감을 제공하고, 영어 교수학습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은 틀림이 없을 것이다(이의갑, 2011; 임병빈, 2011). 따라서, 교과서는 인성교육 중심 영어 교수학습에서도 중요한 매체로서 여겨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인성교육 중심 수업을 위해 영어 교과서는 어떻게 제작되어야 할 것이며, 그 내용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영어 교과의 목표, 내용의 영역과 기준, 교수학습방법, 평가 등을 충실히 반영하는 교육 내용을 선정해야 할 것이다. 배두본(2014)는 인성교육 면에서 영어 교과서의 구성은 교육과정에 적합해야 하고, 학습자의 정의적 발달, 자아 성장, 올바른 태도, 가치관의 확립에 도움이 되어야 하며, 소재와 내용이 다양하여 학습자의 학습 의욕을 자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용 도서 검정기준에서도 새로 개발되는 교과서가 바른 인성 및 창의 융합적 사고력 함양을 도모하고, 존중, 공감, 소통, 배려 등의 인성요소를 중심으로 인성교육이 구현될 수 있도록 개발되어야 하며, 인성 교육을 구현할 수 있는 교육 내용 및 학생의 참여와 협력이 강화되는 다양한 교수학습 및 평가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5). 즉, 인성교육 친화적인 영어 교과서의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행 영어 교과서 내용의 인성교육 요소를 분석하고, 새로 개발되는 영어 교과서의 방향을 제시하는 시사점을 찾는 것은 의미 있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Ⅲ.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의 인성교육 요소 분석
본 연구의 분석 대상은 고등학교 영어Ⅰ, Ⅱ 총 16종으로 2013년부터 현재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영어 교과서이다. 2011 개정 영어과 교육과정에 따르면, 영어Ⅰ, Ⅱ는 실생활에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을 더욱 향상하고 학생들의 진로와 전공에 따른 다양한 요구를 최대한 충족시키기 위하여, 학생들의 수준, 언어 능력 그리고 공통 관심 분야를 고려하여 실용적인 지식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기초 학문 영역의 주제나 내용에 관한 자료 및 정보 등을 다루는 데 필요한 언어 능력을 계발하도록 구성되었다(교육과학기술부, 2011). 학교마다 학년별 선택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1~3학년 중 거의 연계적으로 영어Ⅰ, Ⅱ 과목이 편성되어 영어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어 과목이 교육과정에 제시된 영어Ⅰ과 영어Ⅱ의 성취기준에 근거하여 출제된다는 점에서 분석의 중요도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6).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본 연구는 분석 대상을 영어Ⅰ, Ⅱ 교과서로 선정하였고, 분석 대상 교과서는 아래의 표 Ⅲ-1과 같다. 교과서 분석 기호 및 순서는 무작위로 부여한 것이며, 이하 분석대상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본 연구는 2015 개정 영어과 교육과정에 따라 개발 중인 인성교육 친화적인 영어 교과서의 개념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2009개정 교육과정에 의거하여 개발되어 2013년부터 사용되고 있는 고등학교 영어Ⅰ, Ⅱ 교과서의 읽기 본문의 소재와 내용에 포함된 인성교육 요소를 분석함으로써 현행 교과서가 인성교육에 얼마나 비중을 두고 있는지, 또한 개별 교과서 및 교과서 전체적으로 어떠한 인성교육 요소가 어느 정도나 고려되어 있는지 알아 보았다.
분석 기준에 있어서는 전술한 바와 같이 정창우(2015)의 인성의 요소를 바탕으로 설정한 표 Ⅱ-1의 영어과 인성교육 핵심요소를 기준으로 영어 교과서 본문의 내용적인 측면을 ‘자기관리 역량’과 ‘공동체 역량’에 따라 분석하였다. 표 Ⅱ-1과 관련하여 확산적 사고, 비판적 사고, 논리·분석적 사고 등을 포함하고 있는 영어 교과의 ‘지식정보처리 역량’과 ‘의사소통 역량’의 인성교육 요소들 및 영어 교과서의 학습 활동 부분은 실제 수업의 교수학습 방법적 측면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어 교과서 내용 분석에서는 제외하였다.
영어Ⅰ 교과서 8종을 교과서 본문 내용의 소재적 측면에 따라 인성교육 요소를 분석한 결과는 표 Ⅲ-2와 같다.
분석결과 영어Ⅰ 교과서 8종 모두 본문에서 자기관리 및 공동체 역량 측면의 인성교육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다. 자기관리 역량에서는 흥미와 호기심을 북돋아 주는 내용 소재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고(45%), 공동체 역량에서는 다문화 및 세계시민의식을 함양하는 데 효과적인 내용 소재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14%). 이는 학습자가 영어 학습 동기를 유지하고, 세계 시민으로서의 의식과 태도를 익히는 것이 타 교과에서 실시하기 어려운 영어 교과만의 인성교육 요소라 할 수 있는 점에서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어Ⅰ 교과서 본문이 위의 두 가지 인성요소에 치중하고 있고, 자아수용(0%), 자기통제(5%), 도덕적 판단력(3%) 등 개인적 가치나 도덕적 교양과 같은 인성교육 요소를 충분히 담고 있지 못하며, 협력과 책임(0%), 공감과 수용(2%) 등 공동체적 인성 요소를 충분히 포함하고 있지 못한 점은 폭넓은 인성의 내용을 교과서를 통해 학습시키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새로 개발될 영어Ⅰ 교과서는 영어 교과 목표 달성에 기여하면서도 인성교육 효과를 도모할 수 있는 자료로서 다양한 인성 요소의 내용이 조화를 이루도록 개발될 필요가 있다.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자아실현 및 공동체적 가치를 포함하는 갈등 및 문제 해결, 협력과 존중, 공감을 형성하는 감성적인 글 등 학생들의 정서 순화 및 인격도야에 도움 주는 내용을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이다.
영어Ⅰ 교과서 단원별 본문 내용의 구체적 인성교육 요소를 분석해 본 결과는 표 Ⅲ-3과 같다.
영어Ⅱ 교과서 8종을 교과서 본문 내용의 소재적 측면에 따라 인성교육 요소를 분석한 결과는 표 Ⅲ-4와 같다.
분석결과 영어Ⅱ 교과서 8종 역시 본문에서 단원별로 자기관리 및 공동체 역량 측면의 인성교육요소를 포함하고 있었다. 자기관리 역량 측면에서는 영어Ⅰ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영어 학습의 흥미와 호기심을 북돋아 주는 내용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45%). 공동체 역량의 측면에서는 지구 환경 및 자연 보호 등 환경윤리의식을 배양하는 데 필요한 내용 소재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18%). 또한, 대부분의 영어Ⅰ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협력과 책임(0%), 공감과 수용(0%), 타인존중(3%) 등 공동체적 인성 요소를 충분히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
이처럼 현행 영어Ⅱ 교과서의 본문은 흥미와 호기심, 다문화와 세계시민의식, 환경윤리의식처럼 몇 가지 특정 인성요소에만 초점을 두고 있어 효율적인 인성 교육의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학년별 연계성의 측면에서 만약 어떤 학교가 같은 출판사의 영어Ⅰ, Ⅱ 교과서인 G와 O를 각각 1학년과 2학년 때 채택하여 수업을 진행한다면, 2년간 영어 교과의 자기 관리 역량의 인성 측면에서는 G와 O가 공통으로 연계하여 초점을 두고 있는 흥미와 호기심을 증진하는 내용 소재만 다루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개정되는 영어Ⅱ 교과서는 다양한 인성요소의 내용이 조화롭게 배치될 수 있도록 교과서의 내용 구성 방향을 잡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영어 교과 수업이 대부분 영어 교과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점을 감안한다면 학생들이 다양한 인성 요소들을 접할 수 있도록 내용을 제시함으로써 올바른 사고와 행동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풍부하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Ⅱ 교과서 단원별 본문 내용의 구체적 인성교육 요소를 분석해 본 결과는 표 Ⅲ-5와 같다.
Ⅳ. 영어 교과에서의 인성교육 방향
영어 교과의 특성은 수학이나 과학처럼 교과 자체의 내용적 요소는 빈약하고, 여타 학문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한 도구 과목으로서 생각이나 느낌 및 정보의 전달과 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영어 교과에 인성교육을 접목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국어 교과에서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독서나 문학 작품에 대한 경험을 통해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등장인물의 도덕적 갈등 상황에 대한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어 교과에서도 인성교육이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정창우(2015)는 영어 교과에서 적용 가능한 인성교육 접근 방법을 표 Ⅳ-1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또한 영어 교수학습방법과 관련하여 의미 있는 의사소통 및 목표 언어의 실질적인 사용 능력 향상을 위해 1980년대 의사소통중심 교수법(CLT)이 영어교육의 중심에 자리를 잡은 이후로 이를 교실 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과업중심학습(TBL)이 바로 그러한 여러 가지 시도 중 오늘날에도 여전히 주목받고 있는 방법으로서(Ellis, 2003), 이것은 제시된 과업을 달성하는 것이 교수학습 활동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과업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약간씩 다를 수 있는데, Skehan(1998)에 따르면 과업은 첫째, 의미에 중점을 두고 있고, 둘째, 해결해야 할 의사소통적 문제가 있으며, 셋째, 활동의 내용이나 방법이 실생활과 모종의 관련이 있고, 넷째, 무엇보다도 과업의 완성이 최우선시되며, 다섯째, 과업을 통해 나타난 성과를 기반으로 평가가 이루어지는 활동이라고 하였다. 요컨대, “과업이란 학습자가 의미에 강조점을 두고 언어를 사용하여 목표에 도달하는 것(Bygate, Skehan & Swain, 2001, p. 11)”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업중심학습의 장점으로는 첫째, 학습활동 중 학습자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사용하게 하고, 그로 인해 학습자의 호기심이 자극되며 자연히 목표 언어인 영어 공부에 동기를 유발한다. 둘째,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특성이 잘 반영된 학습방법으로, 학습자는 동료 및 교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교류를 함으로써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확장할 수 있다. 셋째, 영어의 구조와 어휘 등 언어 그 자체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과제들을 해결하면서 영어 능력의 향상을 꾀하기 때문에 교실에서 익힌 학습 내용이 곧바로 실생활에 전이될 수 있다(신재한, 김현진, 오동환, 2013). 따라서 수업 중 실생활과 연관성이 높으면서 인성과 관련하여 함께 생각해보고 수행해 볼 수 있는 과업을 제시하여 실제적인 목표 언어 사용을 유도할 수 있고, 학습자는 과제 해결 과정을 통해 능동적인 참여와 수업 활동에 대한 자기 주도성 및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
신재한, 김현진, 오동환(2013)은 과업중심학습(TBL)에서 활용될 수 있는 영어 교과의 구체적인 인성교육방법의 예시를 표 Ⅳ-2와 같이 제시하고 있다.
위와 같이 과업중심학습(TBL)을 통해 언어의 네 가지 기능 통합 및 의사소통 능력의 신장이라는 현대 영어교육의 흐름을 반영함과 동시에 학습모형 측면에서는 문제기반학습(Problem-based learning, PBL), 창의적 문제 해결(Creative problem solving, CPS), 직소(Jigsaw), 토론, 프로젝트 등 협동학습의 원리와 방법을 활용함으로써 학습자 간 상호작용을 극대화하여 ‘영어 의사소통 역량’ 및 ‘지식정보처리 역량’을 길러준다면 표 Ⅱ-1에서 설정한 영어과 인성교육 요소 중 ‘지적 인성’의 측면을 강화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즉, 교과수업에서 인성교육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학습자 모두가 참여하고, 학습자 간의 충분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져야 하며 무엇보다도 지속해서 인성요소를 내재화할 수 있는 충분한 학습활동 시간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ICT의 발달로 인해 우리에게 친숙한 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기자재를 활용하여 기존 강의식 교수법에서의 지식전달 위주의 강의를 사전에 학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그 대신 학교에서는 동료학습자와 함께 토의와 토론, 문제 해결의 형태로서 수업의 구조를 재설계하여 인성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교수학습 형태는 학습과 문제 해결이 뒤바뀐 구조를 띠고 있어서 ‘거꾸로 교실’, ‘거꾸로 학습’, ‘역전학습’, ‘플립러닝’ 등으로 지칭되고 있다.
여러 학자에 의해 거꾸로 교실에 대한 개념적 정의가 다양하게 내려지고 있지만, 공통으로 언급되는 특징은 교사가 학습할 내용에 대해 다양한 매체를 기반으로 사전 학습 자료를 제공하여 학생들이 미리 학습하도록 배려하고, 학교 수업은 기존의 교사 중심 강의식 수업에서 토론, 질문, 프로젝트 등 학생 중심의 자기 주도적 학습으로 바꿈으로써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이동엽, 2013; Bergmann & Sams, 2012; Cockrum, 2014). 기존 영어 교과수업에서 많은 시간이 할애되었던 어휘와 문법설명, 해석중심의 지식전달을 사전 학습 자료로 제공하고 수업시간을 좀 더 교사와 학생 간, 학생과 학생 간의 소통과 상호작용의 시간으로 채워나간다면 자연스럽게 교과수업 중 인성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거꾸로 수업의 본질이 ‘소통’에 있기 때문이다. 강의식 수업에서 이루어지는 수업 중 강의나 수업 후 과제는 서로 간의 소통에 제약이 있다. 그러나 거꾸로 수업은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문제해결학습, 역할놀이학습, 가치탐구학습, 토의‧토론학습 등의 다양한 학습 활동은 인성역량 강화를 위한 소통의 증가 및 다양한 인성교육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김만곤 외(2016)는 인성중심 교과수업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거꾸로 수업모델을 표 Ⅳ-3과 같이 제시하였다.
영어 교과수업에서도 표 Ⅳ-3과 같은 인성역량 강화 수업모델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사전학습(Pre-Class)에서 학교수업 중에 배울 지문에 관한 새로운 어휘와 구문, 문법 등의 학습 동영상이나 학습지를 제시하여 사전과제를 수행하도록 격려할 수 있고, 학교수업(In-Class) 중에는 협력학습을 기반으로 직소 읽기와 같은 활동을 통해 지문의 내용을 함께 이해하고, 지문 내용을 바탕으로 말하기나 쓰기 과업을 해결하며 서로 서로의 의견에 경청할 기회를 제공하고, 자기 및 동료 평가의 형태로 정기적으로 참여, 소통, 협동, 배려, 책임 등 피드백의 기회를 제시하여 자신을 성찰할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다. 사후학습(Post-Class)에서도 수업에서 배우고 느낀 점을 성찰 일지를 통해 표현하도록 격려하고 지속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인성 함양을 도모할 수 있다.
인성교육중심 영어수업에서 평가는 영어 교과의 수업 목표에 따른 학습자의 영어 능력에 대한 평가 이외에도 내용 소재에 따른 인성 목표 및 교수학습 방법을 통한 인성 목표에 대해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수업에 앞서 설정된 인성 요소가 수업 중 또는 수업 말미에 학습자들에 의해 성취되었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인성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비교적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성교육중심 영어수업에서 궁극적으로 학습자에게 일어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인성적 변화는 수업에서 자연스럽게 제시되는 갈등 상황의 해결과정을 통해 또는 학습자간 적극적인 토론과 협동학습 과정을 통해 바람직한 인성 요소가 내면화될 때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이러한 내면적 변화를 점검하고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
기본적으로 교사는 교과 및 인성 목표와 함께 평가 목표를 설정하여 학생들이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과업 수행 정도와 참여도, 태도 등을 관찰하여 평가할 수 있다. 또한 학습자 스스로 자신의 학습 상태와 태도를 평가하고 반성할 수 있는 자기 평가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동료 평가를 통해 적극적으로 친구의 역할 수행을 관찰하고 장ㆍ단점을 찾아 자신의 이후 학습 및 행동 발달에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할 수 있다.
다음은 현행 고등학교 교과서의 예시 단원(제목: Are You Positive or Negative?)에 대한 교수학습 지도안 중 일부로서, 단원 주제와 관련하여 교과 목표와 인성 목표를 잘 조화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수업에 있어서의 인성 목표는 자립(self-help)으로서 이와 관련된 영어과 핵심 역량은 자기 의식(self-awareness)이다. 이러한 인성 목표의 달성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인성 평가 목표의 수준은 다음과 같이 생각해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수업 중 또는 수업이 끝난 후 학습자 자신이나 동료의 인성을 평가해볼 수 있는 방안으로서 동료평가표와 자기평가표를 작성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에 대해 보다 구체화된 예시는 다음과 같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의거하여 새로운 영어 교과서가 현재 개발되어 검증·보완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2018년에는 연차적으로 교과서가 현장에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의 상황이나 학생 및 학부모의 요구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그 모두에 맞추어진 교과서가 개발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영어 교과서 내용에 대한 재구성 작업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하는 작업이며 그러한 재구성 작업에 있어서 본 논문에서 지적한 점들이 충분히 고려된다면 영어 교과교육의 목표와 인성교육 목표는 충분히 양립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배두본(2014)은 영어 교육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결정 요소 중 인간적 요소로서 교사의 역할을 강조한다. 특히 인성교육과 관련해서는 교사는 학생들의 본보기로서 기본적 인성과 교육적 태도를 갖추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지금까지 논의한 바와 같이 인성 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교수학습 방법 및 평가 과정에 적절히 통합시킬 수 있는 교육과정 재구성 능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성교육 중심의 21세기형 창의ㆍ융합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교육의 목표를 고려해볼 때, 교사가 일방적으로 학습자에게 교육과정에 담긴 학습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보다는, 학습자 스스로가 지식을 형성해 나가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자기 주도적 학습방법의 형태로 변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른 핵심역량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가르침 중심이 아닌 ‘배움’ 중심의 교수학습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욱이 인성을 기반으로 하는 영어 교과수업은 교수학습활동 내에서 체계적으로 핵심인성요소를 체득할 수 있게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성공적인 인성중심수업을 위해서는 교사에게 다음과 같은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김만곤 외, 2016;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3).
첫째, 학교수업 활동 시 충분한 시수를 확보하여 학습자 중심의 참여 학습 및 동료 학습자 간 배움 학습의 적용을 통해 학업 성취도와 인성역량의 함양을 극대화한다. 학습자 중심 교수학습방법의 적용을 통해 교사의 수업능력 신장은 물론 학습자의 학업 성취도를 향상하고 창의, 인성교육을 실천할 수 있다.
둘째, 학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협력학습 구조가 기반이 되도록 교과 커리큘럼 및 수업을 계획하여야 한다. Vygotsky(1978)는 학습자가 혼자서 달성할 수 있는 수준과 교사나 또래의 도움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사이를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 ZPD)’이라 지칭하고, 학습과 발달이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 높은 수준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인성교육 역시 학습자 자신의 사고도 중요하지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사고가 존중받고, 남의 사고를 존중할 수 있을 때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셋째, 교사는 인성함양을 위해 안내자(Guider) 및 촉진자(Facilitator)의 역할과 함께 학습자의 잠재력을 불러일으켜 줄 수 있는 코치(Coach)의 역할이 필요하다. 교사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권위적 위치에서는 효과적인 인성함양이 어렵다. 학생들의 학습을 도와주면서 학생들 간의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조력하는 배움의 안내자로서,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생각의 창조를 촉진하는 실질적인 코치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
넷째, 인성교육의 관점에서 교과서를 재구성하고, 다양한 인성교육 교수학습 자료를 활용하되, 인성함양을 위한 세부주제에 따른 창의적 과제와 프로젝트들을 다양하게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교과 수업에서 활용되는 교과서가 서책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타의 인성교육 자료는 다양한 매체로 구현하여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반영하고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인성 핵심역량을 측정할 수 있는 평가 기준 및 평가도구를 다양하게 개발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인성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포트폴리오를 사용한 수행평가, 학생 자신의 학습활동에 대한 자기평가와 상호평가, 학습 과정을 평가하는 정의적 평가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항들을 두루 고려하여 효과적인 인성중심 영어교육이 이루어지려면 무엇보다도 영어 교사들의 열정과 신념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체적인 영어 교과 수업은 여전히 교사가기존의 지식전달자 및 통제자의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교사 스스로가 자질 함양을 위해 노력하거나 연수에 참여하는 태도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임병빈, 2005). 따라서 교사들은 인성교육중심 교과교육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자신의 수업에 접목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요구된다. 또한, 교사들의 이러한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교육부 및 각 시도교육청 차원의 다각적인 지원 방안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Ⅴ. 결론 및 제언
사회적으로 학교 폭력의 심화, 부적응 학생의 증가, 청소년 자살률 증가 등 심각한 문제 등이 지속해서 드러나면서 학교 교육에서 인성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증대되고 있고, 인성교육 중심 수업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정창우(2015)의 인성교육의 요소를 바탕으로 영어과 핵심역량을 고려한 영어과 핵심 인성요소를 설정하여, 우선 현재 고등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영어Ⅰ, Ⅱ 교과서가 이러한 인성요소를 함양하는데 필요한 적절한 내용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현재 2015 개정 영어과 교육과정에 따라 개발되고 있는 교과서의 내용적 측면에서 인성교육 요소를 효율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하였고, 더 나아가 방법적 측면에서 영어 교과에서 적용 가능한 효율적인 인성교육 접근 방법과 그에 따른 교사의 역할을 제안하였다.
현행 영어Ⅰ, Ⅱ 교과서 16종을 내용 소재적 측면에 따라 분석한 결과, 16종 모두 자기관리 및 공동체 역량과 관련된 인성교육 핵심요소를 포함하고 있었다. 단원별로 구체적인 인성요소의 빈도를 분석한 결과 영어Ⅰ 교과서는 자기관리 역량에 있어서 흥미와 호기심을 북돋아 주는 내용 소재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고, 공동체 역량에서는 다문화 및 세계시민의식을 함양하는데 효과적인 인성교육 요소의 소재 비율이 가장 높았다. 영어Ⅱ 교과서 역시 자기관리 역량에서는 흥미와 호기심의 인성교육 요소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고, 공동체 역량에서는 환경윤리의식과 다문화 및 세계시민의식의 인성교육 요소가 가장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영어Ⅰ과 영어Ⅱ 교과서가 공통으로 영어 학습자의 학습 동기를 유발하고, 세계 시민으로서의 의식과 태도를 함양하는 측면에 강점이 될 수 있고, 영어 교과만의 인성교육 요소라 할 수 있는 점에서 장점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두 교과서 모두 특정 인성 요소에만 초점을 두고 있어 현행 영어 교과서의 내용 구성의 수준으로는 폭넓은 인성교육의 내용을 효율적으로 지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빈도분석 결과 내용 소재로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고 있는 인성요소인 자아수용, 자기표현, 도덕적 판단력, 협력ㆍ책임, 공감ㆍ수용 등의 요소들은 영어 교과 수업에서 인성교육의 강화를 통해 보완될 필요가 있다.
이에 영어 교과의 효율적인 인성교육 접근 방법은 과업중심학습(TBL)과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 등 학습자 중심의 수업 적용을 통해 과업과 협동학습의 형태를 강화하는 것이다. 학습자들에게 인성적 갈등 상황을 담고 있는 과업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그들이 그러한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목표 언어의 사용을 유도하며, 교사와 학생 간, 학생과 학생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여 학생의 인성적 가치 내면화를 돕는 방식으로 수업의 변화가 필요하다. 과정과 배움을 중시하는 이러한 학습자 중심의 영어 수업을 통해 학습자의 능동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참여를 극대화할 수 있고, 학습자 간의 협력하는 태도를 유도할 수 있으며, 문제해결능력 및 인성 역량을 실천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성교육 중심 영어 교과수업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영어 수업을 운영하는 영어 교사들의 신념과 역할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의 지식 전달자로서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의 교과 성취를 도와주는 데 효과적일 수 있으나, 학생들의 인성역량을 신장시키기에는 미흡하다. 영어 교사는 교육과정의 운영자로서 교육 목표에 맞게 교육과정 및 교과서의 내용을 재구성하고, 학생들의 영어 교과 지식의 습득과 더불어 인성적 변화 및 가치 내면화를 도울 수 있는 안내자이자 촉진자, 코치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학생들이 습득하는 영어 교과 지식을 선한 곳에 활용하는 태도를 길러줄 수 있도록 교수학습방법, 전략, 매체, 활동 등의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교사 간 공동 연구 및 교사를 위한 교과별 인성교육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에 대한 연수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