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스포츠 활동은 참여자의 부정적 행동, 일탈 행위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친사회적 행동을 길러줌으로써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데 필요한 사회적, 도덕적 인성을 함양시켜준다(박정준, 2011a). 특히, 신체적 성장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아동 및 청소년 시기에 학생들은 신체활동을 통해 움직임 욕구를 실현하고 에너지를 발산함으로써 내면에 축적된 공격성과 폭력성을 완화할 수 있다(이강우, 2003). 이런 맥락에서 교육부는 최근 초, 중, 고등학교의 방과후 체육활동이나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건강 증진(강승애, 윤태훈, 2013)뿐만 아니라, 개인의 심리적, 사회적 발달(김용환, 2012; 문윤제, 2008; 박경석, 2009; 황미경, 백성수, 한승진, 2012)에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방과후 학교’ 정책은 교육부가 2006년부터 수익자 부담 또는 재정지원으로 운영하는 정규 수업 이외의 교육 및 돌봄 활동이며(교육부, 2015), ‘방과후 체육활동’이란 “학교의 특성, 학생, 학부모의 요구를 반영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취미나 적성에 맞는 신체활동 중심의 체육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참여하는 활동”이다(강승애, 윤태훈, 2013). 현재 초등학교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중 체육활동 프로그램의 수는 총 34,996개로, 2010년 4.5%, 2013년 11.1%로 꾸준하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교육부, 2014). 이 중 축구 활동은 초등학교 방과후 체육활동과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에서 가장 많아 운영되고 있는 종목이다(교육부, 2015).
축구 경기에는 경쟁성과 규범성이 공존한다. 경쟁이란 다투거나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며, 상대방을 나와 우리 팀의 경기력을 높여주는 파트너로 존중하고 함께 도전하는 동반자로 대할 수 있다는 의미도 포함한다(박정준, 2013; Shields & Bredemeier, 2009). 축구에서의 경쟁도 투쟁과 협력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축구 안에서는 지켜야 할 규범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축구는 심판에 의해 통제된다. 축구의 규칙은 다른 종목에 비해 간결하다. 축구 경기는 손을 사용하지 않고 상대 골대에 공을 넣기 위해 두 팀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게임이라는 특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스로인, 코너킥, 프리킥 등의 세트피스는 경기 중단 후 가장 간단하게 경기를 재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Bausenwein, 2006).
이러한 축구 경기의 특성으로 인해 축구는 정규 체육수업뿐만 아니라 방과후 체육활동에서 초등학생에게 다양한 교육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상대존중, 동료배려, 결과인정, 판정수용 등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할 수 있는 팀 스포츠의 핵심적인 특성이 축구경기에는 포함되어 있으며, 팀워크, 협동심, 규칙 준수와 같은 타인 지향성과 규범 지향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황성하, 2010). 이처럼 축구를 비롯한 다양한 스포츠 활동이 아동 및
청소년의 바람직한 인성 함양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최근의 과열된 경쟁 중심의 학교 스포츠 활동은 학교 내 또는 학교 간 경기에서 학생들의 지나친 승부욕과 반칙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상대팀과 심판에 대한 지도자들의 비교육적 언행들도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다(서지영 외, 2015). 이는 스포츠의 경쟁적 속성과 사람의 욕망은 스포츠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며(최의창, 2010), 승리에 집착하는 경쟁 풍토에서는 팀 내 구성원 간의 갈등과 권력 관계의 심화,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박종률, 2003). 축구 경기에서도 참여자의 스포츠맨십과 비스포츠맨십2)의 행동 특성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초등학교 시기는 학생들의 인지적, 심리적, 도덕적 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시기로 축구 경기를 통해 바람직한 스포츠맨십을 배우기도 하지만 경쟁성이 고조된 환경에서는 오히려 승리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비도덕적 행동이 강화되기도 한다. 특히 초등학생이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는 방과후 축구 활동에서 나타나는 초등학생의 스포츠맨십과 비스포츠맨십의 특성을 살펴보는 것은 향후 바람직한 축구 프로그램 개발과 지도자교육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축구 경기에서 나타나는 초등학생의 스포츠맨십과 비스포츠맨십 행동의 유형과 양상을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축구 경기가 초등학생의 스포츠맨십과 비스포츠맨십 형성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인성 함양을 위한 체계적 교수·학습 방법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Ⅱ. 연구 방법
이 연구는 축구 경기에서 나타나는 초등학생의 스포츠맨십과 비스포츠맨십 행동의 유형과 양상을 탐색하기 위해 질적 사례연구 방법을 활용하였다. Creswell(1998)의 사례연구 방법에 따라, 하나의 축구 경기 프로그램, 관련 인물, 주변 환경과 같은 특정 현상을 그 맥락 안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하였다. 연구자는 축구 경기에서 초등학생의 스포츠맨십과 비스포츠맨십 행동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그런 태도와 행동의 요인은 무엇인지를 ‘방과후 체육활동’과 ‘초등학생’의 맥락에서 발견하고자 하였다.
연구 참여자는 경기도 소재 ‘D'초등학교에서 방과후 체육활동(축구)에 참여하는 4∼6학년학생 13명으로 선정하였다. 연구자는 경쟁 상황이 잦은 축구 경기에서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특성을 나타낼 수 있는 학생으로 선정하였다. 연구자는 지도자가 스포츠맨십을 의도적으로 교육하지 않은 상황에서 스포츠맨십과 비스포츠맨십 행동이 일상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있는 그대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D'초등학교 방과후 수업 스포츠강사의 지도 경력은 9년이며, 경기의 승패보다 학생 전체가 함께 참여하고 축구를 즐기도록 하는 것을 중요시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박정준(2011b)이 개념화한 스포츠맨십의 정의와 하위 덕목을 기준으로, 스포츠맨십과 비스포츠맨십 행동의 하위 덕목을 선정하였으며, 성실과 협동 덕목으로 대표되는 사회성, 정직과 배려로 대표되는 도덕성으로 분류하였다(<표 Ⅱ-2> 참조).
덕목의 유형 | 덕목의 특성 | 하위 덕목 |
---|---|---|
사회성 | 개인의 성장 노력, 타인과의 관계 지향적 성향 | 성실(말과 행동이 일치하며, 정성스럽고 최선을 다함) |
협동(타인과 공동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임) | ||
도덕성 | 개인 및 타인을 대상으로 한 올바른 태도와 행동 | 정직(말과 행동에 있어 거짓이 없음) |
배려(타인을 도와주거나 보살피는 것) |
이를 바탕으로 축구 경기에서 나타날 수 있는 스포츠맨십과 비스포츠맨십 행동지표를, 박정준(2011b)이 제시한 일반적 스포츠 활동에서의 행동지표를 축구상황에 맞게 수정하여 <표 Ⅱ-3>과 같이 하위덕목별로 선정하였다. 연구자는 오랜 동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축구를 지도해왔으며, 축구를 통한 유청소년 스포츠맨십 및 인성교육 프로그램인 <YES-Soccer>, <FUTURE GREAT>, <인성 함양 체육수업 적용 매뉴얼>의 축구 프로그램을 참고하여 축구 경기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행동들을 추출한 후, 전문가 협의회를 거쳐 각 덕목을 대표할 수 있는 행동지표를 확정하였다. 이 행동지표를 바탕으로 수업 관찰에서의 체크리스트 작성이 이루어졌다.
자료 수집은 비참여관찰(체크리스트, 비디오 촬영), 면담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총 9회의 비참여관찰이 이루어졌으며, 학생들의 축구 연습 상황과 경기 상황을 체크리스트에 표시하고 동영상을 촬영하였다. 이와 함께 연습과 대회기간 중 축구경기에서 나타나는 행동과 태도를 현장일지에 기록하였으며, 지도자, 학생들과의 면담내용을 수시로 메모하거나 연구자의 분석 의도나 의견을 함께 기록해 두었다. 면담은 공식적 면담과 비공식적 면담으로 이루어졌다. 공식적 면담은 총 9회로 반구조화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면담에서 발생한 의문이나 의견은 현장일지에 기록하였으며 공식적 면담에서 이를 확인하고 의미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비공식적 면담은 축구 경기에서 스포츠맨십과 비스포츠맨십 행동을 보인 학생을 대상으로 경기 후나 연습 시간에 수시로 이루어졌다.
이 연구는 박정준(2011b)의 스포츠맨십 행동분석틀을 초기 코딩의 준거로 설정하였으며, 스포츠맨십과 비스포츠맨십 행동 기준과 각 기준별로 4가지 행동 특성에 해당하는 원자료들을 귀납적으로 범주화하는 혼합적 분석을 적용하였다. Spradley(1980)의 귀납적 자료 분석을 기초로, 연구 참여자들의 행동을 초기 코딩과 비교하며 영역 분석과 분류 분석을 하였다. 전사와 메모작업을 통해 수집된 자료들을 컴퓨터 파일에 정리하였으며, 흩어진 자료에 상징, 범주 이름을 부여하였다([그림 Ⅱ-1] 참조).
자료수집 유형별로 분류된 자료를 계속해서 읽어 가면서 스포츠맨십 및 비스포츠맨십 행동과 관련 있는 문장, 단락, 대화 등에 줄을 긋는 세그멘팅 작업을 하였으며 표시된 자료들의 핵심 내용과 의미를 하나로 묶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생성되는 주제를 초기 분석틀 하위에 정렬하면서 목차를 수정하였다.
자료의 진실성 확보를 위해 관찰과 면담을 통해 분석한 자료를 연구 참여 학생과 지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우선 연구자가 스포츠맨십과 비스포츠맨십 행동 분석틀을 기준으로 자료 분석 초기와 마지막에 관찰한 행동 특성이 연구 참여자의 의도와 행동과 일치하는지의 여부를 면담 과정에서 수시로 확인하였다. 또한 추출된 주제와 성분의 배타성, 하위 영역 범주화의 적절성, 주제 표현 및 질적 기술 방식에 대해 스포츠교육학 전문가와 질적 연 구 전문가에게 각각 자문을 구했다.
Ⅲ. 연구 결과
축구경기에서 초등학생의 스포츠맨십 행동은 292회, 비스포츠맨십 행동은 44회로 스포츠맨십 관련 행동이 비스포츠맨십 행동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덕목별로 스포츠맨십과 비스포츠맨십의 발생 횟수를 비교해보면, 협동 181회, 성실 108회, 배려 39회, 정직 8회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사회성인 성실과, 협동 관련 행동이 도덕성인 정직과 배려에 비해 6배 이상 더 높게 나타났다. 덕목별로 스포츠맨십은 성실 97회, 협동 166회, 정직 6회, 배려 23회로 관찰되었으며 협동, 성실, 배려, 정직의 순으로 나타났다. 비스포츠맨십은 성실 11회, 협동 15회, 정직 2회, 배려 39회로 관찰되었으며 배려, 협동, 성실, 정직의 순으로 나타났다.
성실 | 협동 | 정직 | 배려 | 합계 | |
---|---|---|---|---|---|
스포츠맨십 | 97 | 166 | 6 | 23 | 292(87%) |
비스포츠맨십 | 11 | 15 | 2 | 16 | 44(13%) |
합계 | 108(32%) | 181(54%) | 8(2%) | 39(12%) | 336 |
스포츠맨십과 비스포츠맨십 행동의 표현 유형은 크게 언어 표현, 동작 표현, 언어와 동작 표현의 세 가지로 분류되었으며, 관찰된 표현 유형별 횟수와 비율을 살펴보면 다음의 <표 Ⅲ-2>와 같다.
언어 | 동작 | 언어와 동작 | 합계 | |
---|---|---|---|---|
스포츠맨십 | 67 | 216 | 9 | 292(87%) |
비스포츠맨십 | 11 | 19 | 14 | 44(13%) |
합계 | 78(23%) | 235(70%) | 23(7%) | 336 |
스포츠맨십과 비스포츠맨십 행동의 표현 유형별 횟수와 비율을 비교해보면, 행동 표현 235회, 언어 표현 78회, 언어와 동작 표현 23회 순으로, 동작 표현 유형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스포츠맨십의 경우 언어 표현 67회, 동작 표현 216회, 언어와 동작 표현 9회로 관찰 되었으며 동작, 언어, 언어와 동작의 순으로 나타났다.
스포츠맨십의 동작 표현은 팀원 간 하이파이브, 박수쳐주기, 어깨 토닥여주기 등으로 나타났고, 언어 표현은 ‘나이스’, ‘좋아’, ‘괜찮아?’ 등으로 표현되었다. 언어와 동작 표현 은 동료와 상대가 다치면 어깨를 만져주며 ‘괜찮아?’ 와 ‘한 골도 허용하지 말자’처럼 격려의 말과 박수를 쳐주는 동작 등으로 나타났다.
비스포츠맨십은 언어 표현 11회, 동작 표현 19회, 언어와 동작 표현 14회로 관찰되었으며, 동작, 언어와 동작, 언어 순으로 나타났다. 비스포츠맨십의 동작 표현은 상대 수비수에게 신경질적으로 뿌리치는 행동, 상대방 골키퍼가 공을 차려는데 방해하는 행동 등으로 나타났다. 언어와 동작 표현은 골을 넣고 상대방 응원석에게 엄지를 아래로 내리며 ‘골’ 이라고 외치며 야유하기, 동료의 실수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행동 등으로 나타났다. 언어 표현은 ‘왜 안막아 어휴’, ‘집중안하냐’ 등의 불만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경기 시작부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에 크게 이기거나, 지고 있을 때도 점수에 상관없이 집중하고 있었다. 서로간의 손짓으로 자리를 지정해주고, 공을 뺏기면 다시 쫒아가 뺏으려고 시도하였다. 학생들은 축구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초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대하는 진지함,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플레이를 만족해하여, 때론 아쉬워하면서 다음 플레이를 개선시키려는 모습은 아마추어 같지 않았다. 아이들의 눈빛이나 모습은 이 경기에 완전 몰입하여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관찰일지, 6/27)
지도자는 경기 상황에서 축구 기술을 크게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도자는 승패에 연연하기보다 학생들이 축구를 즐기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학생들의 성실한 태도는 승리가 주는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려는 태도가 나타났다.
학생들은 경기 전에 대부분 지각하지 않았으며, 유니폼을 착용하고, 준비물을 챙기는 등 수업 준비를 철저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과후 축구수업이 일반적으로 각자 체육복을 입고 수업에 임하는 반면, ‘D’초등학교 방과후 축구수업은 모두 유니폼을 입고 수업에 참여하였다. 축구 양말, 축구화, 정강이보호대 등을 지참하고 있었고, 학생들은 매시간 오랫동안 해오던 대로 자연스럽게 준비된 수업 루틴을 따르고 있었다.
학생들은 지도자가 있을 때는 최선을 다하다가 지도자가 자리를 비우면, 장난을 치거나 건성으로 임하기도 했다. 최선을 다하려는 학생도 있었지만, 지도자가 없는 것을 보고 장난을 치는 학생이 있으면, 주변의 학생들이 함께 과제를 이탈하기도 하였다.
경기 중에 집중하지 않고, 경기장 밖의 학생과 대화를 하거나 경기 도중 자주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축구 경기 자체에 몰입하지 못하고, 주변의 동료나 관중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춰지는지에 더 신경을 쓰기도 하였다.
학생들은 경기 중 팀원에게 칭찬을 많이 하였다. 상대방을 드리블로 재치거나, 강한 압박으로 공을 빼앗을 때, 특히, 득점을 하면 박수를 치거나, 하이파이브를 하며 어깨를 두드려 주기도 하였다. 득점 찬스에서 실수를 하거나 공을 놓쳐도 오히려 격려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승리나 기술 자체보다는 동료들이 최선을 다하는 행동을 더 높이 인정하는 듯 했다. 다른 덕목과는 달리 협동 덕목은 ‘나이스’, ‘잘했어’, ‘좋아’, ‘한 번 더’, ‘괜찮아’ 등 언어적 표현이 높게 나타났다.
경기 중 서로에 대한 격려는 특정 학생에 국한되지 않았으며, 협력적인 말과 행동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었다. 팀원 간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어깨를 토닥이거나 하는 모습은 팀 전체 분위기를 바꿔가고 있었다. 팀원이 득점 찬스를 놓쳐 아쉬워할 때도 의도적으로 ‘집중하자’, ‘한골도 허용하지 말자’, ‘똑바로 하자’, ‘파이팅’, ‘재대로 해야 돼’, ‘자신 있게 해’ 등의 말로 협력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이런 행동은 주로 공이 밖으로 나가 대기 상태에 있거나, 경기 흐름이 중단되었을 때 나타났다. 학생들은 경기상황에 다시 한 번 집중하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팀 분위기를 스스로 만들고 있었다.
팀의 인원이 많으면 경기에 뛰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게 된다. 아마추어뿐만 아니라 프로선수들도 경기를 뛰지 못하면, 자신의 팀이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기뻐하지 않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교체 선수이던 주전 선수이던 크게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교체된 선수를 더욱 응원해주고 있었다.
학생들의 팀 분위기는 실점을 하면서 침체되기도 했다. 한골 두골 실점을 하자, 안 좋은 상황을 바꿔보려는 모습이 줄어들면서, 서로 비난하는 경우가 나타났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수한 동료에게 대놓고 화를 내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지도자는 이런 학생을 경기에서 뺐고, 따로 훈계하기도 하였다. 경기 후 지도자는 동료에게 비난하는 것은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이라는 점을 상기시켰으며 해당 학생을 다음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았다.
경기 중 패스를 하지 않고, 혼자 플레이를 하는 동료를 비난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특히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는 이처럼 서로 비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정직과 관련된 학생들의 스포츠맨십 행동은 다른 덕목에 비해 거의 표현되지 않았다. 반칙을 범하면 이를 인정하거나, 실수를 했을 때 동료에게 미안함을 표현하는 행동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경기 중 공이 손에 닿으면 학생들은 멈칫하거나 손을 들려고 했지만, 지도자는 경기 중에 멈칫하는 학생을 다그치거나, 휘슬이 불 때까지 끝까지 뛰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양심적인 패배보다는 승리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머릿속으로는 당연히 양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승리 추구와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일부 학생들은 경기의 중요도에 따라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고 하였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기는 승리를 위해 심판이 못 본 반칙은 적당히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학생 중에는 경기 중에 일부러 반칙을 이끌어내려는 행동, 일명 헐리웃 액션을 하는 학생도 있었다. 헐리웃 액션이란 상대방이 반칙을 하지 않아도 심판의 눈을 속이려고 일부러 넘어지거나 속이는 것을 의미하는데, 특히 특정 학생에게 그런 모습이 많이 나타났으며, 이에 대해 동료들은 그 친구의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학생들은 경기 중에 부상당한 동료를 위로하거나, 실점은 했지만 공을 막다가 넘어진 골키퍼를 일으켜 주고 먼지를 털어주기도 하였다. 일부 학생은 실수하면 손짓으로 미안함을 나타냈고, 동료가 실수하면 웃으면서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연구자: 민규야 골키퍼 차주가 골 먹고 넘어졌을 때, 친구 일으켜 주고 먼지 털어 주었잖아. 그때 왜 그랬어?
김민규: 그냥..우리 팀이니깐? 그리고 골 먹히고 자기 때문인 줄 알고 속상해하는 거 같았어요. 위로해주고 싶었던 거 같아요.
연구자: 그럼 차주야 민규하고 다른 애들이 와서 널 일으켜주고 먼지 털어줄 때 어떤 마음이 들었니?
강차주: 말로 표현하기 좀 힘든데요. 감동이었죠.(부끄러운 듯이) 역시 팀이다. 이런 마음이 들었던 거 같아요.(집단면담, 8/19)
또한 학생들은 지도자에게 혼난 뒤에 의기소침해 있는 친구를 위로해 주고 이해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동료의 일을 자기 일처럼 걱정해주고 있었다.
학생들은 팀 동료뿐만 아니라 상대팀 선수를 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축구 같은 경쟁스포츠에서는 팀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경기가 과열될수록, 경기의 중요도가 높을수록 이타적인 배려의 모습은 나타나기 어렵다. 학생들은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상대를 배려하지는 않았지만, 상대편이 넘어지거나 다치면 시합을 중지하고 ‘괜찮아?’, ‘미안해’라고 하면서 걱정해주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골을 넣은 뒤에 상대편 응원석을 향해 야유하거나 예의 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경기를 하면서 상대편의 지나친 응원에 불만을 갖고 있었으며, 골을 넣고 나서 상대팀 응원석을 향해 ‘골’ 이라고 소리치면서 엄지를 아래로 내리는 등 상대팀과 관중에 대한 불만을 모욕적인 행동으로 표출하기도 하였다.
학생들은 상대방이 경기 중에 거칠게 몸싸움을 하거나 집중적으로 수비를 하면, 짜증을 내며 보복하기도 했다. 축구 기술이 좋거나 힘을 과시하기 좋아하는 학생은 자신이 경기 중에 넘어지거나 몸싸움에 밀리면 자존심이 상해 즉시 보복하려는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몸싸움에 밀려 넘어지고 뺏기자 달려가서 백태클, 화가 난 상대도 우주한테 가지만 심판이 옐로우 카드 주면서 상황이 진정됨)
상대편 지도자: 백태클인데? 고의적인데, 빨간 거 나와야 하는데? (비꼬는 식으로)
지도자: 야야! 일루와. (바로 교체시킴)
지도자: 너 그렇게 하면 상대방 크게 다쳐 잘못한 거야 인사할 때 사과해.
이우주: (고개 숙이며) 네.
지도자: 우주야, 야, 우주야 네가 만약에 그렇게 막았으면 넌 가만히 있겠어?
이우주: 가만히 안 있어요.
지도자: 그지? 그럼 네가 잘못한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았어?
이우주: 네.(관찰일지, 9/5)
Ⅳ. 논의
축구 경기에서 나타나는 초등학생의 덕목별 스포츠맨십의 횟수는 협동, 성실, 배려, 정직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사회성인 협동, 성실은 높게 나타난 반면, 도덕성인 정직과 배려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는 성실과 협동 관련 행동은 자기 팀의 승리를 위한 행동과 관계가 있어 경기 중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지만, 정직과 배려는 승리와는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거나 오히려 승리에 방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D’초등학교의 축구 프로그램은 친선경기와 대회위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경기 중심 지도 방식은 초등학생들에게 축구의 다양한 가치 중 승리 추구의 경향성을 강화시키고 있었다. Stoll과 Beller(1992)의 연구에서 축구선수들은 상대방을 패배시키기 위해 자기팀 동료들을 돕는다든지, 팀을 지지하거나 응원하는 것을 스포츠맨십으로 언급하면서도 상대방인 적에게 왜 예의를 지켜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박종률, 2003). 승패를 가리는 게임에 많이 노출될수록 학생들은 게임에 이기려는 태도와 상대방을 누르려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초등학생이 친구들을 도와하거나 바르고 정직한 행동을 하는 것은 또래들 간에 그리 환영받는 행동이 아니며, 일상생활에서도 그러한 도덕적 태도의 실천이 사회성처럼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박정준, 2012b).
둘째, 축구 경기에서는 정직과 관련된 행동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지도자는 초등학생들이 경기 중에 공이 손에 맞아 멈칫하게 되면, 심판이 휘슬을 불 때까지 경기를 멈추지 말라고 다그쳤다. 이러한 지도자의 태도는 초등학생이 축구 경기를 보다 정직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승리를 위해서는 상대방을 속여야 한다는 의식을 강화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초등학생의 도덕성은 Kohlberg(1976)의 도덕성 발달 수준에 근거하여 설명할 수 있다. 1단계는 벌과 복종 지행의 도덕, 2단계는 목적과 상호교환 지향의 도덕, 3단계는 착한 아이 지향의 도덕, 4단계는 법과 질서 지향의 도덕, 5단계는 사회계약지향의 도덕, 6단계는 보편원리 지향의 도덕 단계이다. ‘D’초등학교 축구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3단계인 ‘착한 아이 지향의 도덕 수준’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착한 아이 지향의 도덕 수준은 다른 사람들의 기대나 인정을 얻기 위해 착한 아이로 행동하는 특성, 즉 자신이 세운 사회적 기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의 기준에 의해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콜버그에 의하면, 초등학생 시기는 3단계와 4단계의 도덕성 수준까지 도달 할 수 있으며, 이 시기는 대부분 자신의 정체감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또래와 지도자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등학생은 인성 형성의 하위 요인 중 정체성이 가장 낮게 나타나는데(손경원, 정창우, 2014), 이 때 스포츠 활동에서 지도자의 교육적 조치 유무에 따라 비스포츠맨십 혹은 비인성적인 가치를 묵시적으로 학습할 수도 있는 것이다(박종률, 2008; 박종태, 한남익, 2012). 이는 스포츠 활동 자체를 경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인성도 있지만, 활동 과정에서 바람직한 태도와 행동을 유도하는 지도자의 의도적인 교육 방법이 인성 형성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박정준, 2011a. 2012a, 2013). 특히 승리 추구와는 거리가 먼 도덕적 행위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지도자들의 관심과 지도 방법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승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물질적 혜택이나 진학 등의 수단적 가치가 축구를 교육 활동으로 지도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셋째, 스포츠맨십과 비스포츠맨십 행동은 언어 표현, 동작 표현, 언어와 동작 표현 유형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 동작 표현이 가장 많이 나타났다. 이는 스포츠 경기는 신체 접촉과 움직임 활동이 의사소통의 기본이 된다는 경기 특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표현 유형별 스포츠맨십은 동작, 언어, 언어와 동작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주로 팀원과 경기 중 손이나 몸으로 칭찬이나 격려를 하는 모습, 동작으로 화를 표현하거나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과 말로 표현하는 방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비스포츠맨십 행동은 동작, 언어와 동작, 언어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비스포츠맨십 관련 언어와 동작 표현은 스포츠맨십 관련 언어와 동작 표현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비스포츠맨십 언어와 동작은 경기 중 감정이 격한 상황에서 표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포츠맨십 행동의 네 가지 덕목별 양상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성실 덕목은 ‘축구에 몰입’, ‘승리는 나의 기쁨’, ‘준비된 수업 참여’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은 경쟁적인 활동에서 흥미와 만족감, 재미 등을 느끼며, 성취동기를 갖고 신체활동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김성곤, 2014). 학생들은 경쟁적 스포츠인 축구 자체에 흥미를 느끼고 몰입하는 경향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활동에서는 학생들에게 즐거움과 자율성을 주면 유능감과 과제에 대한 몰입이 높아진다(엄혁주, 고문수, 2014). 초등학생의 성실한 모습은 경쟁적 특성을 가진 축구 경기 자체가 지닌 매력과 자율성을 부여하는 지도자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둘째, 협동 덕목은 ‘팀원 간 칭찬’, ‘협력 분위기 형성’, ‘교체선수 응원’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은 학교축구클럽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또래집단에 소속되어 승리와 우승이라는 공동목표를 추구하면서 서로를 신뢰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경험을 하며, 함께 운동하면서 돈독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손천택, 정주식, 2014). 축구는 개인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승리가 보장되는 종목이 아니다. 물론, 우수한 선수가 있다면, 경기력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팀 안에 협동과 화합이 없다면 경기에 승리하기 어렵다. 결국, 팀워크가 중요한 축구 종목의 특성은 초등학생이 연습과 경기에서 서로 화합하고 단결할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할 수 있다.
셋째, 배려 덕목은 ‘동료 배려’, ‘상대 배려’로 나타났다. 초등학생들은 동료와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행동을 보였다. 경기 중에 동료나 상대방이 다치면 진심으로 걱정해줄 뿐만 아니라 상처받은 친구의 마음까지도 위로해주고 있었다. 박정준(2012b)은 스포츠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타인에 대한 고마움과 연민’의 감정이입을 경험한다고 하였다. 초등학생은 남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도덕적 행위의 실천 기회를 축구 경기를 통해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축구 경기에서 초등학생들이 나타낸 스포츠맨십의 특성은 Erikson(1980)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와 Selman(1980)의 조망수용 발달단계로 설명할 수 있다. 초등학생은 Erikson(1980)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의 ‘근면성 대 열등감’의 특성을 나타낸다. 이 시기에는 학생이 도전적 과제에서 성공함으로써 유능감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반면, 반복된 실패는 열등감을 갖게 할 수도 있는데(Eggen & Kauchak, 2010), 초등학생은 축구를 통해 열등감을 극복하고 근면성을 함양할 수 있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또한 동료와 상대를 배려하는 행동은 Selman(1980)의 조망수용 발달단계에서 3수준에 해당한다. 3수준은 10∼15세에 나타나며, 제3자적 상호조망의 특징을 보인다. 이 수준에서는 자신과 타인의 관점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상대도 자기와 같이 그 자신과 타인의 관점을 이해한다는 것을 안다(이옥형, 2002). 축구 경기에서 나타난 초등학생의 배려 행동은 이들이 자신을 통제하는 수준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사회적 조망을 하는 단계로 발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비스포츠맨십 행동의 네 가지 덕목별 양상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성실 덕목은 ‘경기 밖 대화’, ‘무늬만 최선’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시기에는 주의 집중력이 중추신경계의 성숙으로 인해 크게 증가한다(정옥분, 2002). 즉, 학생들의 성실하지 못한 모습은 인지적 판단의 부재보다는 통제 요인의 부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 중 지도자가 자리를 비우거나 연습 과정에서 학생들의 이탈 행동을 제지하거나 적극적으로 지도하지 않는 태도는 학생들에게 편안함과 자율성을 주어 경기에 몰입하게 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환경에서는 동시에 학생들이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둘째, 협동 덕목은 ‘팀원에게 불만 표출’, ‘개인플레이에 대한 비난’으로 나타났다. 팀이 지는 상황에서 팀원에게 강한 불만을 표출하는 학생은 자기목표 성향이 강한 경향이 있다. 자기목표성향이 강할수록 타인과 비교해 자기 능력이 충분하다는 점, 그러한 자신의 유능감을 과시하는데 큰 관심을 갖는다(정청희, 2009). 우월적 유능감이 강한 학생은 승패에 따라 동료의 입장보다는 자신의 유능감 훼손의 감정이 더 강하게 표출된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배려 덕목은 ‘골세레모니 도발’, ‘보복행위’로 나타났다. 축구는 두 팀 간의 투쟁을 전제로 하고 있다(Bausenwein, 2006). 즉, 축구라는 종목 자체가 경쟁적이고 공격성이 강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남을 배려하기 보다는 자신이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는 쉽게 공격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또한 초등학생은 상대의 행동으로 인해 수치심을 느끼거나, 공격받았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동은 의도적으로 위해를 가하거나 실수로 그렇게 한 것인지를 쉽게 구별하더라도, 비의도적 자극에 대해서조차 공격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다(Sancilio, 1989) 또한 Astor(1994)은 남아들의 보복적 공격은 상대방의 도발행동에 대한 정상적 반응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하였다(정옥분, 2006). 이처럼 초등학생이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하려는 행동은 아동기의 심리·사회적 특성에 기인한다. 또한 학생들의 행동은 또래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초등학생은 다른 학생의 비스포츠맨십 행동을 모방하는 특성이 강하다. 정옥분(2002)은 초등학생의 또래집단은 공격성과 친사회적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대부분의 아동이 공격적 행동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격적 행동이 다른 아동을 굴복시킨다는 사실을 관찰하거나 어떤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이러한 행동이 모방될 수 있는 것이다. Aronfreed(1968)는 모델화는 개인이 타인의 행위를 모방할 때 일어나며, 같은 나이의 동료나 교사 그리고 지도자와 같은 주요 타자들의 도덕적 행위를 모델로 삼는다고 하였다(박종률, 2008). 이처럼 또래는 초등학생의 스포츠맨십, 비스포츠맨십 관련 행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사회화 주관자인 것이다.
Ⅴ. 결론 및 제언
이 연구는 축구 경기에서 나타나는 초등학생의 스포츠맨십과 비스포츠맨십 행동의 유형과 양상을 탐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초등학생의 축구 경기에서, 스포츠맨십 행동은 비스포츠맨십 행동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축구 활동은 부정적인 행동보다 긍정적인 행동을 표출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그러나 표출된 행동은 대부분 팀의 승리 또는 자기 관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협동, 성실 위주의 사회성으로 나타났으며, 상대 선수를 배려하거나. 승리와 다소 거리가 있는 정직한 태도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축구를 잘 하는데 필요한 개인과 팀의 노력, 승리를 위해 협력하는 태도는 축구 활동 자체의 특성이나 경쟁 중심의 활동 방식을 통해 길러질 수 있으나, 상대를 존중하거나 속임수를 쓰지 않는 도덕적 태도는 지도자의 의도적인 교육이 없다면 길러지기가 어렵다. 스포츠맨십보다 승리를 위한 경쟁적 태도와 행동을 더욱 강조하는 코칭 방식은 오히려 축구를 비교육적, 반인성적 도구로 전락시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한편, 초등학생의 스포츠맨십과 비스포츠맨십 행동은 주로 동작 위주로 표현되었다. 따라서 축구를 통한 스포츠맨십 지도에서는 실제 연습과 경기에서 습득할 수 있는 바람직한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을 구분하고, 긍정적인 행동과 언어를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습관화할 수 있는 덕교육적 접근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축구를 통한 초등학생의 도덕성 함양과 행동 습관화는 지도자의 스포츠맨십 교육에 대한 관심과 체계적 지도 능력이 핵심 요인이며, 이를 위한 초등학교 교사와 체육 지도자들의 의식 전환과 체계적인 연수가 요구된다.
앞으로 학교체육에서 보다 성공적인 스포츠맨십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교급별, 종목별로 스포츠맨십과 비스포츠맨십의 유형과 양상, 차이점을 비교 분석하고, 이를 근거로 체육 지도자에 대한 스포츠맨십 교육 프로그램, 학생 대상별 수준별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