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전통적으로 글쓰기는 재능 있는 사람들의 문제일 뿐 일반인들에게는 글쓰기를 못한다는 것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글쓰기가 사회생활과 학업의 성공을 결정 하는 핵심적인 능력이 되었다. 글쓰기는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상상의 세계를 창조하며, 정보와 경험을 나누고 고독과 싸우는 등 다양한 목적을 수행할 수 있는 매우 다재 다능한 도구일 뿐만 아니라 학습에 있어서는 불가결한 도구(indispensible tool)이다(Graham, Gillespie & McKeown, 2013).
온라인을 통한 의사소통이 활발해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글쓰기의 기능과 역할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따라서 글쓰기를 이제 더 이상 재능 있는 사람들의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이제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문자와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 라 지식과 정보를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성취기준들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National Assessment of Educational Progress, NAEP)에서는 전국의 4학년, 8학년,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4년마다 수학과 읽기, 쓰기 능력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하여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1년 8학년의 조사 결과를 보면 쓰기에서 기초 미달 학생들이 약 20%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학년의 경우에도 기초 미달 학생 들이 약 2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학생의 비율이 약 27%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기초 미달 학생들의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NCES, 2012). 미국에서 이러한 조사를 주기적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실시하는 이유도 작문능력이 사회 생활과 학업의 핵심적인 능력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NAEP에서는 수준별 작문 능력의 실태뿐만 아니라 성별, 인종별, 지역별, 소득 수준별 등 다양한 사회 문화적 요인별로 작문능력의 실태를 조사해서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는 읽기와 쓰기 능력의 부족이 학습 능력의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사회 경제적 격차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가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2014년도 국가 수준의 국어과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기초학력과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합한 비율은 17.74%이고 우수학생의 비율은 26.45%였다. 미국과 비교해 보면 우수학생의 비율은 비슷하지 만 기초와 기초 미달 학생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에서 실시하는 학업 성취도 평가는 듣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 영역에 걸쳐서 선다형과 서답형으로 문항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 결과만으로는 실제적인 학생들의 작문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기가 어렵다(이인호, 이상일, 김승현, 2015).
읽기 능력은 국제 비교가 가능한 수준으로 검사도구가 개발되었으며 PISA에서도 정기적인 읽기 능력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작문 능력은 학생들이 실제로 쓴 작문의 결과를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비교 평가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수준의 자료 수집과 평가 또한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작문능력에 대한 실태 조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작문능력이 사회생활과 학업 수행의 핵심적인 기초 능력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중등학생들의 작문능력의 발달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었지만 그 양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또한 개인 연구의 한계로 인해 다양한 장르에 걸친 실태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주로 설명글과 서사글에 한정 되어 있다. NAEP에서는 의사소통의 목적에 따라 설명글(explain), 설득글(persuade), 서사글(convey experience)로 나누어서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루 빨리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는 대단위 조사를 실시하여 학생 들의 작문능력 실태를 파악하여 그 결과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국가수준의 작문능력 평가가 실시될 경우 학생들의 작문능력 수준에 대한 진단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작문교육의 내용을 선정하는데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명글, 설득글, 서사글 세 가지 형태의 글을 쓰게 하고 그 결과를 집단별, 장르별, 문장 수준별로 분석하였다. 따라서 이 연구는 우리나라 중학생들의 작문능력 실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작문교육의 내용을 선정하고 지도 방향을 설정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Ⅱ. 중학생들의 작문능력에 대한 선행 연구
우리나라에서는 작문능력에 대한 국가수준의 조사를 별도로 실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중학생들의 작문능력 실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국가 수준의 국어과 성취도 평가에서 제공하고 있는 국어 성적을 통해서 학생들의 국어 능력의 실태를 추론해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어과 성취도평가의 결과는 국어 과목 전반에 대한 지식을 측정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실제적인 작문 수행 능력과는 거리가 있다.
2014년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국어 성적 수준을 보면 우수학력 26.45%, 보통 학력60.80%, 기초학력 10.72%, 기초학력 미달 2.02%로 나타났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성취도 점수 를 보면 여학생이 212.11점, 남학생이 201.40점으로 10.71점의 차이가 났다. 성별 성취수준의 비율을 보면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우수학력의 비율이 높고, 보통 학력의 비율은 낮다. 기초학력과 기초학력 미달의 비율은 남학생이 모두 높은 비율을 보였다. 지역별 학업성취도 점수는 대도시 207.96점, 중소도시 206.34점, 읍면지역 202.88으로 나타났다. 읍면지역과 도시지역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지만 성별 차이에 비해 매우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인호, 이상일, 김승현, 2015).
NAEP에서는 2015년도에 수학과 읽기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으나 쓰기에 대한 조사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따라서 2011년도에 실시한 8학년의 조사 결과를 통해서 미국 중학생들의 작문능력 실태를 살펴볼 수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는 언어 체계나 문화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작문 능력 실태 결과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작문 능력에 대한 실제 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미국 중학생들의 조사 결과를 참고하는 것이 중학생들의 작문능력 실태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NAEP에서 실시하는 작문 과제는 의사소통의 목적에 따라 설명글(explain), 설득글(persuade), 서사글(convey experience) 세 가지 유형으로 제시된다. 각 학년 별로 22개의 과제가 제시되 는 데 학생들은 그 중에서 두 개의 과제를 선택해서 수행하며, 각각의 과제는 30분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제시되는 과제는 컴퓨터를 통해서 보여주는데, 텍스트만이 아니라 오디오나 사진, 비디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태로 제시된다(NCES, 2012).
평가는 장르별로 차이를 두지 않고 ‘내용 선정(Development of ideas)’, ‘내용 조직(Organization of ideas)’, ‘언어 표현(Language facility and conventions)’ 세 영역으로만 구분하여 6점 척도 로 채점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학생들의 채점 결과를 크게 기초적 수준(Basic), 능숙한 수준 (Proficient), 탁월한 수준(Advanced)으로 구분하였다. 우리나라의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 학력, 보통학력, 우수학력으로 수준을 구분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NAEP에서 정한 능숙한 수준(Proficient)은 해당 학년에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완전히 숙달한 상태이기 때문에 성취도 평가의 보통 학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2011년도 미국의 8학년 학생들의 작문능력 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탁월한 수준 3%, 능숙한 수준 24%, 기초 수준 54%, 기초 이하 수준 20%로 나타났다. 능숙한 수준 이상인 학 생이 27% 정도인 반면에 기초 수준과 그 이하의 학생수가 74%에 달한다. NAEP에서 규정하 고 있는 기초 수준이란 ‘각 학년에서 요구되는 글쓰기에 대한 지식과 기능이 불완전하게 습득 된 상태’이기 때문에 74%의 학생들은 각 학년에서 요구되는 글쓰기 능력 수준에 미달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보면 미국의 작문능력 평가에서는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NAEP의 조사에서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인종별, 성별, 지역별 차이이다. 인종별 차이를 보면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하와이/태평양, 아메리칸 인디언/알라스카인 등 대표적인 6개 인종 중에서 아시안의 글쓰기 점수가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백인이 높다. 가장 낮은 인종은 흑인이며 그 다음으로 히스패닉이 낮게 나타났다. 가장 높은 아시안과 가장 낮은 흑인 간의 점수 차이는 33점이었다. 흑인의 경우 기초와 기초 미달 수준이 89%였고, 아시안은 56% 에 그쳤다.
성별 차이도 확인되는데 0-300점 척도 구간에서 남학생의 평균이 140점인데 여학생은 160 점이었다. 기초와 기초 미달 수준의 학생도 남학생이 82%, 여학생이 64%였다. 지역별로 보면 교외지역(suburb)이 가장 높은 155점이었고, 도시 지역(city)이 가장 낮은 144점이었다. 그 외 에도 학교별 차이나 경제 수준에 따른 차이 등 다양한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의 경우 성별, 지역 별 차이보다는 인종 간의 격차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NCES, 2012).
이러한 결과를 통해서 보면 NAEP의 작문 능력에 대한 실태 조사는 우리나라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와 같은 사회 문화적 차원의 거시 지표를 중심으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음 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각 과목별 성취도 중심으로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에 반 해 미국의 경우에는 수학과 읽기, 쓰기 세 영역의 기초 핵심 능력 중심으로 평가가 이루어진 다는 점이 다르다. 읽기, 쓰기를 학습과 사회생활의 기초적인 핵심 능력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작문능력에 대한 국내의 연구에서도 성별, 지역별 차이와 같은 사회 문화적인 문제들을 본 격적으로 다룬 것들(박영민, 최숙기, 2008; 최인자, 2004; 임경순, 2009; 가은아, 2010; 정미경, 2010; 김주환, 2015)이 있다. 초등학생과 중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명글과 서사글의 발달에 대해 분석한 이들 연구를 통해서 보면 여학생들의 작문능력이 남학생에 비해 일관되게 높게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도시와 농촌 지역 학생들 간에도 작문능력의 격차가 존재한다는 보고(정미경, 2010)도 확인할 수 있다. 국가수준의 성취도 평가와 마찬가지로 작문 능력에서도 성별, 지역별 격차가 있다는 증거들이라 할 수 있다.
작문능력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장르와 글쓰기 능력의 하위 영역에 대한 연구들이다. 가은아(2010)는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1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명문 쓰기 능 력의 발달을 연구한 결과 ‘내용’, ‘조직’, ‘표현’, ‘형식 및 표기’ 네 영역 중에서 조직 영역의 평 균이 가장 낮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삼형, 주형미(2005)에서도 ‘조직’과 관련된 영역의 점수 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을 통해서 보면 ‘내용’, ‘조직’, ‘표현’ 중에서 우리나라 학 생들은 내용의 조직 능력이 낮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내용’, ‘조직’, ‘표현’과 ‘형식 및 표기’ 간에도 능력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가은아(2010)에서는 ‘내용’, ‘조직’, ‘표현’ 영역에서는 여학생과 남학생의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났지만 ‘형식 및 표기’ 영역에서는 남학생과 여학생의 차이가 없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박영민, 최숙기 (2008)에서는 ‘단어 선택’에서는 성차가 없지만 ‘표기’에서는 성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에서 장르별 차이에 대한 연구(김주환, 2015; Engelhard, Walker & Gordon, 1994)를 보면 글쓰기의 여러 장르 간에도 능력의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주환(2015)에서는 중학생 13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연구에서 학생들은 대체로 설명글보다 설득글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과제가 제시되는 상황이나 과제의 친숙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ngelhard, Walker & Gordon(1994)은 조지아주 8학년 학생들 170,899명을 대상으로 쓰기 과제와 장르에 대해 연구한 결과 서사글의 점수가 묘사글이나 설명글보다 높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이 지역에서의 평가가 서사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교에서 서사글 을 열심히 지도한 결과로 해석했다. 이러한 결과는 학교에서의 학습 경험과 장르별 글쓰기 능 력 간에 긴밀한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국내의 작문능력에 대한 연구들은 주로 초등학교에서부터 고1에 이르기까지 여러 학년 학 생들의 글쓰기 결과물을 비교 분석하여 작문 능력의 발달 과정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설명문 과 서사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러한 작문 능력의 발달 연구는 학년 간의 비교를 통해서 작문 능력이 서서히 발달하고 있다는 가설을 입증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작문 능력의 발달 과 정을 살피려면 한 집단의 작문 능력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살피는 종단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작문 능력의 발달에 대한 논의는 아직 추상적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국내 연구자들이 의존하고 있는 Bereiter(1980)의 모형은 작문 발달의 선형성을 전제한 것이 아니라 작문 능력의 복합적 성격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Bereiter는 쓰기의 과정과 발달을 설명하는 새로운 모형(지식 말하기, 지식 변형하기)을 제시하였다 (Bereiter & Scadamalia, 1987). 학생들의 작문 능력이 어떻게 발달하는 지를 파악하기 위해 서도 먼저 학생들의 작문 능력에 대한 실태 조사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Ⅲ. 연구 방법
이 연구에서는 전국에서 7개 지역의 학교를 표집하여 세 가지 장르의 글쓰기를 수행하였다. 대도시, 중소도시, 읍면지역의 학교가 고루 참여하도록 하였으나 한 학기 동안 수업 중의 수 행 과제로 한 학생이 세 편의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실제 참여 학교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표집 학교별로 3개 학급씩 참여하여 자료를 수집하였으나 학생글에 대한 평가는 학교별로 1 개 학급만을 임의 선정하여 실시하였다. 최종 평가 대상은 남학생이 115명, 여학생이 74명 전 체 189명이었다. 참여 학생들의 분포를 보면 대도시가 3개 학교 81명이고, 중소도시가 3개 학 교 88명, 읍면지역 1개 학교 20명이다. 대도시와 중소도시 중학교는 모두 남녀공학이었으나 읍면지역 학교는 남학교였다.
지역 | 대도시 | 중소도시 | 읍면지역 | 계 | ||||
---|---|---|---|---|---|---|---|---|
학교 | A | B | C | D | E | F | G | 7 |
남 | 15 | 14 | 16 | 18 | 13 | 19 | 20 | 115 |
여 | 13 | 14 | 9 | 13 | 12 | 13 | 74 | |
합계 | 81 | 88 | 20 | 189 |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결과를 보면 대도시와 중소도시, 읍면지역 학교 간의 성적 차이가 일정하게 확인된다(시기자 외, 2014). 그러나 이 연구에 참여한 학교들을 보면 대도시의 세 학교는 모두 주변부 지역 학교들이라 성취동기가 낮은 편이지만 중소도시에 속하는 학교들은 대기업 주변 지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성취동기가 매우 강한 편이다.
글쓰기 평가는 상황과 과제에 따라 그 차이가 큰 편이다. 모든 학교에서 학기 중 수업 시간에 수행 평가 과제 혹은 그와 같은 수준의 과제로 글쓰기를 하도록 상황을 설정했다. 과제의 성격이나 글쓰기의 특성에 대해서는 교사가 충분히 안내하도록 했다. 그리고 학생들은 장르 별로 세 편의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간섭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2주 이상의 간격을 두고 실시하도록 했다. 따라서 2015년도 9월부터 12월까지 2학기 동안 자료 수집이 진행되었다.
학생들에게 제시되는 과제는 모두 독자와 글쓰기 목적 등을 명시하여 비슷한 수준으로 제시했으며, 학생들의 배경지식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주제는 자유롭게 선정하도록 했다. 또한 학생들은 모든 글쓰기에서 자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에게 제시된 작문 과제는 <표 2>와 같다.
이 연구에서 학생들은 세 편의 서로 다른 글을 써야 했기 때문에 189명이 쓴 작문 결과물은 모두 567편이었다. 학생들의 글쓰기 결과물을 두 명의 전문가가 하위 영역별로 분석적 평가를 실시했다. 두 명의 전문가는 모두 대학원에서 독서와 작문을 전공한 박사과정 수료자이다. 평가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하위 영역별로 사전 평가를 실시한 후 협의하는 과정을 반복한 결과 평가자간 신뢰도(cronbach의 알파: .849)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글쓰기 결과물은 ‘독자’, ‘내용 선정’, ‘조직’, ‘표현’, ‘표기’ 다섯 영역으로 나누어 NAEP와 같은 6점 척도로 평가를 하였다. ‘독자’ 요소를 반영한 것은 중학교 교육과정에 제시 되어 있어 중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작문능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며, 언어 관습과 관련된 ‘표기’ 요소와 어휘 선택이나 문장의 연결과 같은 ‘표현’의 문제를 분리하여 항목을 설정했다. 장르간 비교를 위해서 평가 영역은 동일하게 설정되었으나, 평가 내용은 각 장르의 특성을 반영하여 차이를 두었다. 예를 들어 설명글의 ‘내용’ 영역은 <표 3>과 같이 설명의 대상과 그 특징이 잘 드러났는가를 중심으로 평가했다면 설득글의 경우에는 문제 상황과 해결 방안이 분명하게 제시되었으며, 그 해결방안이 타당한지를 중심으로 평가하였다. 또한 서사글의 경우에는 배경, 인물, 사건, 주제 등이 잘 드러났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하였다.
학생들의 기초적인 작문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학생들의 작문 결과에 대한 문장수, 단어수, 표기 오류의 수에 대한 분석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기초 조사 결과는 학생들의 작문 평가 점수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Ⅳ. 연구 결과 및 논의
학생글에 대한 평가는 ‘독자’, ‘내용 선정’, ‘내용 조직’, ‘표현’, ‘표기’ 다섯 개의 하위 영역으로 나눠서 1-6점 척도로 분석적 평가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하위 다섯 영역의 점수를 합산하여 각 장르별 점수를 산출한 다음, 세 장르의 점수를 합산하여 전체 점수를 산출하였다. 따라 서 장르별 점수는 5점에서 30점 구간에 위치하며, 전체 점수는 15점에서 90점 구간에 위치하 게 된다. 학생들의 전체 점수를 바탕으로 수준 집단별 분포, 성별 분포, 지역별/학교별 분포를 분석해 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중학생들이 쓴 설명글의 평균 점수는 17.7037, 설득글은 16.9868, 서사글은 17.4603이고 이를 합산한 전체 점수는 52.1508로 나타났다. 이 전체 점수는 15 - 90 구간의 점수이기 때문에 이를 0-100구간으로 환산해 보면 중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49.5344점이다. 2014년도 국어과 성취도 평 가의 평균 점수는 206.53점이었다. 이것은 100-300점 구간의 점수이기 때문에 이를 0-100구간 으로 환산해 보면 53.265점이 된다. 평가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성취도 평가와 비교하더라도 중학생들의 글쓰기 점수가 상당히 낮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설명글 | 설득글 | 서사글 | 전체 | |
---|---|---|---|---|
평균 | 17.7037 | 16.9868 | 17.4603 | 52.1508 |
표준편차 | 5.6212 | 6.2278 | 6.5709 | 15.5451 |
최소값 | 5 | 5 | 5 | 18.50 |
최대값 | 30 | 30 | 30 | 88 |
전체 학생수 | 189 | 189 | 189 | 189 |
학생들의 점수 분포가 어떤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평균과 표준편차를 기준으로 집단의 분포 를 살펴보았다. 평균(μ)을 중심으로 +1표준편차(σ) 집단을 중상 수준, +2표준편차(σ)까지를 상 수준, 그 이상을 최상 수준으로 구분하였다. 마찬가지로 평균에서 1표준편차(σ) 집단을 중하 수준, -2표준편차(σ)까지를 하 집단, 그 이하는 최하 수준으로 구분해서 점수 분포를 살펴본 결과는 <표 5>와 같다.
최하 | 하 | 중하 | 중상 | 상 | 최상 | 계 | |
---|---|---|---|---|---|---|---|
빈도(명) | 3 | 35 | 56 | 64 | 28 | 3 | 189 |
백분율(%) | 1.6 | 18.5 | 29.6 | 33.9 | 14.8 | 1.6 | 100 |
학생들의 점수 분포를 정규분포 곡선에 비추어 보면 상 수준과 중상 수준에 해당하는 집단은 정규분포에 근접한 결과로 나타났다. 정규분포 곡선에서 보면 +1표준편차(σ) 이상은 15.8%를 차지하는데, 중학생 글쓰기의 상 수준 14.8, 최상 1.6%으로 나타나 비슷한 양상을 보 였다. 평균에서 +1표준편차(σ) 사이의 중상 집단도 33.9%로 정규 분포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 났다. 그러나 평균에서 1표준편차(σ) 사이의 중하 수준은 29.6%로 정규 분포(34.1%)보다 낮 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하 수준은 18.5%, 최하는 1.6%로 정규 분포(15.8%)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서 보면 중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은 상 수준과 중상 수준에서는 정상적 인 분포를 보인 반면에 중하 수준은 정상 분포보다 적고 하 수준은 정상 분포보다 많다는 것 을 알 수 있다. 중하 수준이 적고 하 수준이 많다는 것은 글쓰기 능력의 하위 집단의 비중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1년도 미국의 8학년 학생들의 작문능력 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탁월한 수준 3%, 능숙한 수준 24%, 기초 수준 54%, 기초 이하 수준 20%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중학생들과 비교해 보면 하 수준 집단의 비율(20.1%)은 비슷하지만 최상(1.6%)이나 상 수준의 비율 (14.8%)과 보통 수준의 비율(중상과 중하 수준의 합은 63.5%)에서 차이가 있다. 미국 중학생 들과 비교해 볼 때, 상 수준 학생들의 비율은 적은 반면에 중 수준의 비율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4년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국어 성적 수준을 보면 우수학력 26.45%, 보통 학력 60.80%, 기초학력 10.72%, 기초학력 미달 2.02%로 나타났다. 글쓰기 조사 결과와 비교해 보면 보통 수준의 학생들의 비율은 비슷하지만 성취도 평가에 비해 글쓰기 상 수준의 비율은 낮고, 하 수준의 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학생들의 작문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준거가 없기 때문에 정규분포에 비추어 수준 집단의 특성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정규 분포 곡선은 평균을 중심으로 한 분포도일 뿐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준에 대한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중학생들의 글쓰기 평균 점수가 별로 높지 않다는 점, 전체 분포에서 하수준의 비중이 높고 상수준의 비중이 낮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의 수준이 상당히 낮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실제 학생들의 글 내용을 살펴보면 이러한 추론이 상당히 타당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3]은 하 수준에 속한은 학생의 서사글이다. 이 학생은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한 문장 으로 기술하고 느낀 점을 세 문장으로 기술했다. 사건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구체적으로 소개하지도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하면서도 슬프다고 하여 모순된 감정 을 드러내고 있다. 내용이나 분량, 표기 방식 등을 고려할 때 이 학생의 글은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 가깝다. 따라서 중학교 2학년에 요구되는 작문의 지식과 기능에 비추어보면 기초미달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4]는 상 수준에 속한 학생의 설명글이다. 이 학생은 설득글과 서사글에서는 상 수준의 점수를 받았으나 설명글에서는 중상 수준의 점수를 받았다. 지우개를 만드는 회사, 색깔, 사용방법을 중심으로 설명을 했는데, 내용이 너무나 상식적인 것이라 설명글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내용이나 분량 등을 통해서 보면 중학교 2학년 학생에게 기대되는 글쓰기 수준이라 고 보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따라서 이 학생의 작문능력을 우수한 수준이라고 판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작문 지식과 기능이라는 기준에서 수준을 측정해보면 상 수준에 포함되는 학생들도 우수한 수준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으며, 하 수준에 포함된 학 생들의 상당수도 기초 미달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나라 중학생들의 작문능력은 상당 히 우려할 만한 수준일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확한 실태 조사를 위해서는 중학생들의 작문능력 수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준거를 마련하여 대단위 실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작문능력 평가에서 남학생과 여학생 간의 격차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 글의 전 체 평균이 52.1508인데, 남학생의 평균은 48.0826, 여학생의 평균은 58.4729로 남녀 학생들의 평균이 10점 이상 차이가 났다. 2014년도 국어과 성취도 평가 결과에서는 여학생이 212.11점, 남학생이 201.40점으로 10.71점의 차이가 났다. 글쓰기 평가에서의 남녀 점수 차이와 비슷하지만, 글쓰기 평가(15-90)와 성취도 평가(100-300)평가 간의 구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실제로는 남녀 학생들의 차이가 글쓰기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분 | 하 수준 | 중하 수준 | 중상 수준 | 상 수준 | 계 | |
---|---|---|---|---|---|---|
남 | 빈도 | 36 | 35 | 28 | 16 | 115 |
백분율 | 31.3% | 30.4% | 24.3% | 13.9% | 100.0% | |
여 | 빈도 | 2 | 21 | 36 | 15 | 74 |
백분율 | 2.7% | 28.4% | 48.6% | 20.3% | 100.0% | |
전체 | 빈도 | 38 | 56 | 64 | 31 | 189 |
백분율 | 20.1% | 29.6% | 33.9% | 16.4% | 100.0% |
남녀 학생들의 점수를 수준 집단별로 살펴보면 상 수준에서는 남학생 13.9%, 여학생 20.3% 중상 수준에서는 남학생 24.3%, 여학생 48.6%로 여학생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에 하 수준에서는 남학생 31.3%, 여학생 2.7%로 남학생의 비율이 월등하게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기초미달 | 기초수준 | 보통수준 | 우수수준 | 계 | |
---|---|---|---|---|---|
남 | 3.17 | 14.60 | 61.01 | 21.22 | 100 |
여 | 0.78 | 6.51 | 60.58 | 32.13 | 100 |
백분율 | 2.02 | 10.72 | 60.80 | 26.45 | 100 |
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보통 수준에서는 남녀 차이가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우수 수준에서 남학생 21.22%, 여학생 32.13%로 여학생의 비중이 높은 반면에 보통 이하 수준에서는 남학생 17.77%, 여학생 7.29%로 남학생의 비중이 높았다. 보통 이하 수준을 글쓰기 평가 결과와 비교해 보면 남녀 학생의 격차가 글쓰기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역별 작문능력의 점수 분포를 보면 대도시 46.72점, 중소도시 57.96, 읍면지역 48.55로 나 타났다. 상수준의 학생들은 중소도시에 속한 학교에 많았으며 하수준의 학생들은 오히려 대 도시에 속한 학교에 더 많았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이인호, 이상일, 김승현, 2015)를 보면 대도시 207.96점, 중소도시 206.34점, 읍면지역 202.88으로 대도시가 중소도시나 읍면지역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한 차이는 표집 대상의 규모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이 연구에서는 표집대상이 적기 때문에 전반적인 지역의 차이보다는 학교별 차이가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학교별 작문능력 점수의 분포는 <표 8>과 같다.
학교 간의 차이는 성별 차이보다 심하게 나타났다. D학교의 평균은 60.69지만 A학교는 46.77로 두 학교 간의 성적 차이는 13.92점에 이른다. A학교의 경우에는 하 수준의 학생들이 46.4%에 이르는 반면에 상 수준의 학생은 한명도 없다. 그러나 D학교의 경우에는 하 수준의 학생이 12.9%에 불과하고 상 수준의 학생이 38.7%에 이른다. 읍면지역에 있는 G학교의 경우 에도 중하 수준 이하 학생들의 비중이 70%에 이른다.
이러한 학교 간의 차이는 지역의 차이를 반영한 것으로 학부모의 경제적 수준이 높은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간의 작문능력의 차이를 보여준다. 지도교사와의 인터뷰 결과를 통해서 보면 A학교의 경우 학부모의 교육수준이 높아서 작문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학생 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논술학원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작문능력은 말하기와 달 리 학습을 통해서 발달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체계적인 작문지도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지 역이나 가정의 사회경제적 차이에 전면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연구에서는 설명글, 설득글, 서사글을 5가지 하위 영역으로 나눠서 6점 척도의 분석적 평가를 실시하였다. 영역별 전체 점수를 보면 표현 영역의 점수가 가장 높고 내용 조직 영역 의 점수가 가장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설명글의 내용 조직 영역의 점수가 평균 이 하로 낮게 나타났다. 장르별 영역별 작문능력 평가 점수의 분포는 <표 9>와 같다.
설명글 | 설득글 | 서사글 | 전체 평균 | |
---|---|---|---|---|
독자 | 3.915 | 3.437 | 3.709 | 3.690 |
내용 선정 | 3.775 | 3.180 | 3.362 | 3.440 |
내용 조직 | 2.794 | 3.214 | 3.230 | 3.080 |
표현 | 3.802 | 3.619 | 3.889 | 3.770 |
표기 | 3.418 | 3.537 | 3.270 | 3.410 |
계 | 17.704 | 16.987 | 17.460 | 17.380 |
내용 조직 영역의 점수가 낮은 것은 선행 연구(가은아, 2010; 이삼형, 주형미, 2005)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섯 영역의 내용을 내용 선정과 조직, 표현과 표기 두 개의 범주로 묶어 보면 내용 선정과 조직 범주는 6.52, 표현과 표기 범주는 7.38로 나타나 내용 선정과 조직이 표현과 표기보다 점수가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서 보면 우리나라 중학생들은 글쓰기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내용 선정/조직에서 취약함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르 간의 글쓰기 평가 점수를 비교해 보면 전체 점수는 설명글 17.704, 서사글 17.46, 설득 글 16.987순으로 설명글의 점수가 가장 높고 서사글, 설득글이 그 다음 순서였다. 그러나 ‘내용 선정’, ‘조직’, ‘표현’ 영역의 점수만을 비교해 보면 서사글 10.481, 설명글 10.371, 설득글 10.013으로 서사글의 점수가 가장 높고 설명글, 설득글이 그 다음 순서였다. 따라서 모든 경우 에서 설득글이 가장 낮은 점수를 나타냈다.
글쓰기 과제가 끝난 후 실시한 학생들의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들은 다른 장르에 비해 설득글에 대해 지도 경험은 많지만 가장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서 보면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이유와 근거를 갖춰서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글쓰기 능력이 가장 부족 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설명글과 설득글, 설득글과 서사글, 서사글과 설명글 간의 대응 표본 검정을 해 본 결과 설명글과 설득글(유의확률 .000), 설명글과 서사글(유의확률 .031) 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설득글과 서사글 간에는 통계적인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설명글과 설득글 간의 유사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이 연구의 결과를 통 해서 보면 설명글과 설득글, 서사글 간에는 유사성이 약하고 설득글과 서사글의 유사성이 강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생들이 쓴 설득글이 정보적이기 보다 서사적이라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 학생들이 쓴 설득글을 보면 이러한 추론이 상당히 타당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5] 학생의 설득글 사례를 보면 이 학생은 체육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시하고 있지만, 체육관이 없어서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을 뿐 체육관을 건립해야 할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 대안 등을 논리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논증적인 성격보다는 서사적인 성격이 강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설득글이 수필적인 특성을 보여준다는 선행연구 결과(김주환, 2015)와도 부합한다.
장르별로 남학생과 여학생의 점수 분포를 분석해 보면 설명글, 설득글, 서사글 모든 장르에 서 성별 차이가 확인되지만, 특히 설득글에서 남녀 평균이 4점 이상 차이가 나 그 차이가 가장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부 영역별 점수를 비교해 보면 설명글에서는 내용 선정, 조직 에서는 남녀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고, 서사글에서도 내용 선정, 조직의 영역에서는 남녀 차이가 분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설득글에서는 모든 영역에서 남녀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또한 하위 영역 중에서 남녀 차이가 가장 확실하게 나타난 것은 표현, 표기 영역이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서 보면 남학생과 여학생의 차이는 장르별로 보면 설득글, 하위 영역별로 보면 표현과 표기 영역에서 가장 크게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행연구에서는 표기 영역에서 남녀의 성별 차이가 뚜렷하지 않다고 했지만(가은아, 2010) 이 연구에서는 표현과 표기 영역 모두에서 성별 차이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간 점수 차이를 살펴본 결과 세 장르 모두에서 학교 간 차이가 확인되었다. 그러나 학교 간 차이는 장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즉, 설명글의 경우에는 B학교(15.39)가 가장 낮고 E학교(20.84)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설득글이나 서사글에서는 B학교와 E학교 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설득글에서는 오히려 A학교가(13.48) 가장 낮고, D학교가(20.90) 가장 높았다. 서사글에서도 A학교가(13.35) 가장 낮았고, D학교가(21.83)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학교 간의 전체 점수 차이를 보면 A학교가 가장 낮고, D학교가 가장 높다. 설득글과 서사 글은 학교 간의 차이를 그대로 반영하지만 설명글에서는 B학교가 가장 낮고, E학교가 가장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설득글과 서사글의 유사성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설명글의 경우 학교에서 학습한 경험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문능력이 학교에서의 학습에 의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김주환(2015)에서도 확인된다. 이러한 사실은 학교에서의 작문지도와 작문교육 환경이 학생들의 작문능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학생들의 기초적인 작문능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문장수, 단어수, 표기 오류의 수를 조사해 본 결과는 <표 12>과 같다.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쓴 평균 문장수는 14.6 문장이며, 평균 단어수는 147.4단어, 오류수는 0.9개 정도로 나타났다. 장르별로 보면 문장수와 단어수 모두 서사글이 가장 많았고 그 다 음으로 설득글, 설명글 순이었다. 문장수와 단어수에서 보면 설명글과 설득글 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반면에 설명글, 설득글과 서사글 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즉, 학생들은 설명글이나 설득글보다 서사글을 더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글쓰기가 끝난 후 이루어진 작문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들은 세 장르 중에서 서사글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이러한 선호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문장수, 단어수와 총점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본 결과를 보면 문장수, 단어수와 총점은 통 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장수(.595)보다 단어수와 총점 의 상관관계(.719)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서 보면 단어수나 문장수가 많을수록 글 내용도 풍부해지고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문장수와 단어수에서는 남녀별 차이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문장수에서 남학생은 평균 13문장을 썼지만 여학생은 17문장 정도를 썼다. 단어수에서도 남학생은 평균 129단어를 썼지만 여학생은 176단어를 썼다. 문장 수에서는 4문장 차이지만 단어수에서는 47 단어의 차이가 났다.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더 많은 분량의 글을 썼으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이 확인 되었다(유의확률 .000수준).
문장수와 단어수에서는 지역 간 학교 간의 차이도 분명하게 나타났다. 문장수와 단어수가 가장 많은 학교는 E학교였으며 가장 적은 학교는 G학교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읍면단위 학생들의 문장수, 단어수가 가장 적고, 중소도시 학생들의 문장수, 단어수가 가장 높았다.
오류수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단어수가 많아질수록 오류수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설득글과 서사글 간에는 오류수의 통계적인 차이가 없는 반면에 설명글과 서사글 (유의확률 .001), 설명글과 설득글(유의확률 .023)간에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어수에서는 설득글과 설명글의 유사성을 보여주었지만 오류수에서는 설득글과 서사글간의 유사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설명글과 설득글, 서사글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자주 범하는 오류의 유형을 분석해 본 결과 되/돼, 데/대, 않/안, ㅅ/ㅆ 등과 같이 어미나 받침의 사용 오류 유형이 가장 많았고 -거/-것, -했구/-했고 등과 같이 구어의 영향으로 인한 오류나, 방언의 사용으로 인한 오류 등이 많았다. 학생들이 범하는 표기 오류들은 개념어가 아니라 어미나 받침과 같은 일상적인 어휘 사용의 오류들이 많았다. 따라서 개념적인 어휘들이 많이 사용되는 설명글의 경우에는 오류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에 일상적인 어휘가 많이 사용되는 서사글이나 설득글의 오류수가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오류수에 있어서는 학교별 차이도 어느 정도 나타났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 따라서 오류수에서는 장르 간의 차이는 어느 정도 분명한 반면에 남녀별, 지역별/학교별 차이는 분명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을 통해서 보면 글쓰기에 나타난 철자 오류들은 학생들의 언어 관습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Ⅴ. 결론
이 연구에서는 중학교 2학년 학생 189명을 대상으로 설명글, 설득글, 서사글을 수집하여 집 단별 차이, 장르별 차이, 문장 수준별 차이 등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파 악할 수 있었다.
첫째, 중학생들의 작문능력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작문 점수는 0-100점 구간으로 보면 평균 49.5344점에 그쳤다. 학생들의 글쓰기 점수 의 분포를 봐도 하 수준의 학생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에 상수준의 학생들의 비중 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작문의 지식과 기능을 습득했는 가라는 기준에서 실제 학생들의 글 내용을 분석해 본 결과 또한 많은 학생들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증거들은 우리나라 중학생들의 작문능력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이 연구의 결과만으로는 우리나라 중학생들의 작문능력이 낮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등학교에서 작문지도가 현실적으로 제대로 실시되지 않고 있는 점, 국가수준의 성취도 평가 또한 듣기, 읽기, 쓰기, 문법, 문학 영역의 지식과 기능을 선다형과 서답형 문항으로 평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연구의 결과가 실제 학생들의 작문 상황을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0회 | 1~2회 | 3~4회 | 5~6회 | 7~9회 | 10회~ | 계 | |
---|---|---|---|---|---|---|---|
설명글 | 76 | 81 | 49 | 11 | 3 | 9 | 229 |
33.2 | 35.4 | 21.4 | 4.8 | 1.3 | 3.9 | 100 | |
설득글 | 75 | 80 | 51 | 11 | 12 | 229 | |
32.8 | 34.9 | 22.3 | 4.8 | 5.2 | 100 | ||
서사글 | 78 | 99 | 28 | 12 | 2 | 10 | 229 |
34.1 | 43.2 | 12.2 | 5.2 | 0.9 | 4.4 | 100 |
조사 대상 학생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작문지도를 받은 경험은 1-2회 미만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작문지도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 학생들도 30%가 넘었다. 작문 수준이 높았던 학교의 경우도 사교육의 영향이 컸다는 인터뷰 결과를 통해서 보면 학교에서 작문지도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학교에서 작문지도를 체계적으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교사교육이나 교재 개발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국가수준의 작문 평가를 실시하여 평가 결과를 학교 현장에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행연구(Engelhard, Walker & Gordon, 1994)를 통해서 보면 지역이나 국가 차원 에서 실시하는 평가가 학교에서의 작문지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하루 빨리 국가수준의 작문평가가 실시되어야 학생들의 정확한 작문능력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문지도에 대한 학교의 책무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중학생들의 작문능력의 실태를 분석해 본 결과 성별, 지역/학교별 차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의 학업 성취도가 남학생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는 국가수준의 성취도 평가에서나 작문능력에 대한 선행 연구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의미 있는 결과는 글쓰기 능력의 지역/학교별 격차가 성별 격차보다 크다는 점이다. 이것은 글쓰기 능력이 학생들의 사회 문화적 배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학교별로 보면 상당히 많은 학교에서 상수준의 학생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학교는 학생들의 글쓰기 활동을 적극적으로 자극할 만한 가정환경과 교육적 여건이 만 들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글쓰기 능력은 단기간에 향상되기 힘들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들 학교에서 학생들의 글쓰기 활동을 자극하고 격려할 수 있는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글쓰기에 대해 국가적인 관심이 있어야 성별, 지역/학교 간의 작문능력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중학생들의 작문능력의 실태를 분석해 본 결과 설득하는 글쓰기 능력이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르별 점수를 비교해 보면 설명글, 서사글에 비해 설득글의 점수가 모든 영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학생들에 비해 남학생들 의 설득글 점수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쓰기 활동을 끝낸 후 학생들에게 작문에 대 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학생들은 설득하는 글쓰기를 가장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결과 중의 하나는 설득글과 서사글의 유사성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설득글은 설명글과 유사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하지만, 중학생들이 쓴 글쓰기 결과물에서는 설득글과 서사글의 유사성이 높게 나타났다. 이것은 학생들이 설득글을 정보와 논리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서사적으로 구성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달리 말하면 설득하는 글을 정확한 정보에 기초한 논리적인 글로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식으로 구성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논리적인 글쓰기에 대한 학생들의 훈련이 매우 미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넷째, 중학생들의 작문능력의 실태를 분석해 본 결과 학생들은 내용 선정/조직 능력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문능력의 하위 영역별로 점수를 분석해 본 결과를 보면 표현/표기 영역보다 내용 선정/조직 영역의 점수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내용 선정/조직’ 범주에서는 상대적으로 남녀의 격차도 적은 편이었다. 이는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공통적으로 ‘내용 선정/ 조직’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쓰기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 ‘내용 선정/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영역의 점수가 가장 낮다는 것은 중학생들의 글쓰기 질이 전반적으로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5개 영역 중에 서 ‘조직’ 영역의 점수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는 학생들이 아직 내용을 구성하고 단락을 구분하는 것에 전혀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구조 화하려는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섯째, 단어수와 문장수가 많으면 작문 점수가 높게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볼 때 문장수, 단어수와 점수 간의 상관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단어수와 점수의 상관이 높게 나타났다. 이것을 통해서 보면 글 내용을 풍부하게 많이 쓰도록 지도 하는 것이 학생들의 작문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해준다. 학생들이 다양한 단어를 활용해서 글 내용을 풍부하게 쓸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작문능력 평가에서는 성별, 지역/학교별 차이가 크게 나타났으나 표기 오류에 있어서는 이러한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표기 오류 경우 학생들의 작문능력보다는 언어문화 관습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의 결과를 통해서 보면 우리나라 중학교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의 수준은 매우 우려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중학생들의 작문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일상생활에서 글을 자주 쓴다.’는 학생들이 35%, ‘일상적인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학생들이 45.8%로 나타났다. 또한 89.1%의 학생들이 글쓰기가 학업이나 사회생활에서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통해서 보면 글쓰기에 대한 학생들의 동기 자체가 낮은 것이 아니라 글쓰기에 대한 체계적인 지도의 부재가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에서 작문지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교사교육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국가 수준의 작문 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국가 수준의 작문 평가가 이루어질 경우 학생들의 작문능력에 대한 진단과 평가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학교 에서 작문지도를 체계적으로 실시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국가수준의 작문 평가는 학생들의 작문 실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작문 지도의 내용과 방법을 개 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교사의 전문성 향상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따라서 국가수준의 작 문 평가는 작문교육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의 국가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는 국어과와 관련된 다양한 지식의 습득 여부를 평가하 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읽기 능력에 대한 정보는 제공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학 생들의 작문 능력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작문이 지식의 습득과 재구성, 그리고 창의적 사고능력을 개발하는 데 핵심적인 도구라고 생각한다면 하루 빨리 국가수준의 작문평가를 실시하여 작문지도에 대한 학교의 책무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