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정부는 교육의 책무성 점검과 교육의 질 관리를 목적으로 1986년부터 국립교육평가원이 주관하여 ‘전국 초·중·고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였고, 이를 전신으로 하여 2000년부터 표집 방식으로 실행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교육관련 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안)」을 통해 매년 10월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5개 교과(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시한다는 정책을 발표하였다(김경희 외, 2013; 반재천, 2008, p. 2). 이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국정과제 ‘교육 살리기’의 정책 과제로 ‘기초학력미달제로 플랜’을 수립하고, 학생들의 학력 수준 판별 및 정책 환류, 공교육 질 강화 및 책무성 기제로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 결과를 활용하기 위함이었다(김경성 외, 2012, pp. 27-28; 신현석, 신원학, 2010, p. 127).
2013년 정부는 교육정책 비전을 “행복교육, 창의인재 양성”으로 설정하고 ①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학교교육 정상화 추진, ②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능력중심사회 기반 구축, ③ 고른 교육기회 보장을 위한 교육비 부담 경감 등의 세 가지 정책 목표와 정책 과제들을 담은 국정과제 실천 계획을 발표하였다(교육부, 2013. 3. 28). 주요 정책 과제 중 하나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개선을 담고 있으며, 그 후속 조치로 2013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기본 계획을 발표하였다(교육부, 2013. 4. 24). 정부 교육 정책 반영의 결과로 2013년부터 초등학교급에 대한 학업성취도 평가가 폐지되고 중학교 평가 영역이 축소되었으며, 2016년부터는 초등학교급 성취 결과의 부재로 중학교 향상도 산출이 불가능해져 학업성취도 평가의 전수기능이 약화되었다. 또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 시기를 고려하면 중학교는 2020년, 고등학교는 2019년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한 평가가 시행되어야 하는 바, 학업성취도 평가 체제 개편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김수진 외, 2016; 시기자 외, 2015; 남현우 외, 2014; 시기자 외, 2014; 김경성 외, 2013; 김경희 외, 2012).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시행초기부터 이해당사자들 간 갈등과 많은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으며, 2008년 이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라는 시험 실시 방식의 타당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사회적 논란의 핵심이 되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 실시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 기초미달 보정, 자율과 경쟁, 교육책무성, 공교육 강화 등을 열거하는데 반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집단은 ‘일제고사’라고 지칭하면서 학생 줄 세우기, 학교서열화, 지역간 학력격차 심화, 학력지상주의 야기, 사교육 팽창 등의 부작용을 들어 실시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김미숙, 김경근, 2011, p. 95; 이기종, 2009, p. 36; 서정화, 홍성창, 2008, pp. 409-413).
이런 논란 속에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정책의 목표가 제대로 달성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김미숙, 김경근, 2011, p. 95; 서정화, 홍성창, 2008, pp. 409-413). 더욱이 2013년 교육부가 발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개선안에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초등학교단계에서는 폐지하고, 중학교의 경우는 국어, 수학, 영어로 평가 과목을 축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으며(교육부, 2013. 4. 24) 이후 현재까지 동일한 교과로 운영되고 있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 www.kice.re.kr). 이렇게 볼 때,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전수조사 정책은 정책집행에서 정책목표 달성에 실패하면서 정책변동이 이루어진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정책집행의 성공과 실패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데, 정책대상 집단의 순응도 또는 수용도가 정책의 성공적인 집행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된다(Anderson, 1984; Young, 1979). 정책대상 집단의 순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 정책은 실패로 끝나게 된다는 것이다(김재웅, 오은순, 윤희정, 2011). 이러한 점에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 정책집행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정책대상 집단인 교원에 주목하여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에 대한 교원의 순응 혹은 불응 행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연구는 많이 수행되었지만, 대부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를 활용한 교과별 학력 실태 연구, 전수조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연구, 실제 실행 방식과 관련된 연구 등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본 연구가 관심을 가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 정책에 대한 연구로는 서정화, 홍성창(2008), 신현석, 신원학(2010), 김미숙, 김경근(2011), 송경오(2012), 김경성 외(2012), 김경희 외(2013, 2014) 등의 연구가 있다. 서정화, 홍성창(2008)의 연구와 신현석, 신원학(2010)의 연구는 정책 실시 당시의 현황을 분석하였고, 송경오(2012)의 연구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정책의 성과를 분석하는데 초점을 두어 본 연구가 관심을 두고 있는 정책집행과정 중 정책집행주체의 행태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김경성 외(2012)의 연구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정책의 개선을 위해 정책 관련 주체에게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으나 각 주체의 행태보다는 평가 내용에 대한 인식과 개선안에 초점을 두고 있다. 김경희 외(2013, 2014)의 연구는 초등학교급의 전수 조사가 표집 조사로 변경된 이후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로, 모든 학교급에 대한 전수조사 시행 당시 정책 관련자에 대한 연구는 찾기 어렵다.
본 연구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 정책의 집행 과정에 초점을 두고 이 과정에서 보였던 교원들의 행태 중 특히 불응 유형을 고찰하고 그 원인을 밝히는데 목적을 두었다. 본 연구에서 교원의 정책 불응에 초점을 둔 것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의 경우 책무성 강화 기제로 도입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교원은 정책집행자이기도 하고 정책 대상집단이라는 이중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의 연구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 정책집행과정에서 교원들에서 나타나는 정책 불응은 어떠한 행태로 나타나고, 그 원인은 무엇인가? 중·고등학교의 경우 여전히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전수조사로 실시되고 있고, 이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정책결정자와 현장 교원들이 향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의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데 시사점을 제공해 줄 것이다.
Ⅱ. 이론적 배경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00년부터 학교교육의 질을 점검하기 위하여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교육과정평가원은 학업성취도를 인지적 학업성취도뿐만 아니라 정의적, 심동적 영역의 성취도까지를 포괄하는 의미로 정의하고, ‘교육성취도’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김신영, 2008; 김명숙, 2003). 그러나「초·중등교육법」상 개념과 일치시키기 위하여 2002년부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정은영 외, 2008).
출처: 배은주(2013), p.18과 김수진 외(2015), pp.4-6 내용을 수정 제시. 교육부 보도자료 (2014.03.28.)
* 2013년 이후 중학교 사회와 과학교과에 대해서는 학교를 표집하여 시험이 실시됨
정부는 2009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 실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목적을 크게 네 가지로 제시하였다(교육과학기술부, 2009). 첫째, 학생 개개인의 학업 성취 수준 파악, 둘째, 교수·학습 강화로 학력 신장, 셋째,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학습결손 보충, 넷째, 교육과정 개선 및 행·재정 지원 기초 자료로 활용 등이다. 이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는 평가결과 공개와 연계되면서 학교 또는 교원집단의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한 기제로 더욱 강하게 인식되고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이명박 정부의 공교육 질 강화 및 책무성 강화 맥락에서 적극 도입되었다고 기술하는 견해도 있다(김경희 외, 2014; 2013; 김경성 외, 2012; 신현석, 신원학, 2010; 서정화, 홍성창, 2008).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는 2008년 그 도입이 발표된 이후 평가대상, 평가과목, 평가시기 및 시간 등이 몇 차례 변화되었다. 우선, 처음에는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였으나 2013년부터 2016년 현재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만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둘째, 평가시기는 2008-9년 10월 실시, 2011-12년 7월 실시, 2013-16년 6월 실시로 변화되었다. 셋째, 평가과목은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등 5과목이었으나 시험과목에 대한 부담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중학생과 고등학생 모두 국어, 수학, 영어 과목으로 축소되었고, 중학생에 대해 사회와 과학 과목이 표집으로 실시되었다. 넷째, 교과별 시험시간의 경우 초등학교의 경우 50분에서 40분으로 변화되었다가 다시 50분 이내(2013년 폐지), 중등 60분으로 실시되고 있다. 다섯째, 결과통지의 경우 학생에게는 4단계(우수/보통/기초/기초미달)로 결과를 통지하고, 공개는 지역교육청별로 3단계(보통 이상/기초/기초미달)로 제공하고 있으며, 2013년도 이후 학교별 향상도를 의무공개 하고 있다.
2. 정책집행과 교원의 정책 불응
정책집행은 정책의도를 실현하는 과정으로서 결정된 정책의 효과 혹은 영향을 달리할 수 있는 중요한 의사결정 단계의 하나로 간주되어 점점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노화준, 2012, p. 495). 정책집행은 결정된 정책내용을 책임 있는 개인이나 집단이 실천해가는 과정이며 활동으로서, 은유컨대 건축물이 설계에 따라 건설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형성과 결정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집행과정도 중요하기에 정책집행의 성공 정도를 높이려는 노력과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 정책의 집행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집행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주체 혹은 이해관계자의 행태 및 반응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이 때, 이들 정책 관련 집단의 행태 및 반응을 ‘순응’과 ‘불응’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2) 그러나 현실적으로 완전한 순응이냐 또는 완전한 불응이냐의 양자택일의 문제라기보다 연속선상에서 순응 정도의 상대적인 차이로 나타난다(Krusohke & Jackson, 1987: 노화준, 2012, p. 521에서 재인용).
국내의 논문 중 다수의 논문은 Young(1979)의 불응에 대한 개념 정의를 인용하고 있다(예를 들어, 김희규, 김경윤, 2011; 하상근, 2010, 2003; 이쌍철, 홍창남, 2008 등). 이에 따르면 불응이란 특정한 행위규범 혹은 순응체계의 요구에 따르지 않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 때 Young(1979)이 언급하는 행위규범은 특정 순응집단의 구성원이 특정 상황에서 따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행동을 밝히고 있는 한정된 기준이며 이 행위 규범에는 관련 대상 집단의 범위와 행위, 상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Young, 1979, p. 4). Anderson(1984, p. 88)은 이에 비하면 좀 더 일반적인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 그는 불응을 정책집행자나 정책대상자가 정책지시나 지침 상의 행동규정과 집행과정에서 요구되는 모든 행동규정에 대해 일치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 정정길 외(2010, p. 550)는 이들 이론을 종합하여 불응이란 정책이나 법규에서 요구하는 행동에 따르지 않는 행위라고 개념화하였으며, 하상근(2010, p. 158)은 기존의 불응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여 불응이란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설정된 정책지침이나 지시 등의 행동규정에 대해 정책집행자 또는 정책대상자가 이와 불일치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종합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Anderson(1984)과 하상근(2010)의 개념 정의가 불응의 주체를 정책집행자 또는 정책대상자로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불응의 개념을 보다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고 보고, 이들의 개념 정의에 따라 불응을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하여 설정된 정책지침이나 지시 등을 정책집행자 또는 정책대상자가 따르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정책 불응은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하여 설정된 정책 지침이나 지시 등을 정책집행자 또는 정책대상자가 따르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할 때, 정책집행자 또는 정책대상자가 보이는 구체적인 불응 행태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정책 순응이나 정책 불응 현상은 정책 대상집단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정책집행자들에게서도 일어나는 현상이다(노화준, 2012, p. 521). 이와 관련하여 안해균(1984), 박호숙(2000), 노화준(2012) 등의 논의를 참고하면, 정책 불응의 행태는 다음 여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노화준, 2012, p. 523; 박호숙, 2000, pp. 9-11; 안해균, 1984, pp. 472-473). 첫째, 고의적으로 의사전달을 조작하는 행태이다. 정책집행자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정책지시나 그 수행에 필요한 정보를 담당자나 관련 부서에 전달하지 않거나 전달하더라도 선별하여 전달하는 등 의사전달 체계를 왜곡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집행을 지연하는 행태이다. 정책 집행을 계속 미루거나 정책의 집행을 매우 천천히 진척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정책을 임의 변경하는 행태이다. 정책집행자가 주어진 재량권을 이용하여 정책목표나 내용을 임의로 변경시키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정책집행을 유리하게 변경시키는 것이다. 넷째, 정책의 불집행 행태이다. 즉, 정책을 아예 집행하지 않는 것이다. 다섯째, 정책을 형식적으로 순응하는 행태이다. 겉으로는 정책적 지시에 따르지만, 실질적으로 정책목표를 실천하지 않는 것이다.3) 여섯째, 정책 자체를 없애는 행태이다. 이에 따르면, 정책 자체의 취소나 변경을 위한 시도가 있을 수 있으며 정책에 대한 반대 투쟁 등의 적극적 저항을 의미한다.
정책 불응과 관련한 이론적, 경험적 연구들은 불응의 원인을 밝히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이는 정책 집행에 대한 연구가 불응의 원인을 규명하여 정책 집행의 성공을 높이고자 하는 실용적 성격을 지녔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정책 불응의 원인에 대해 Anderson(1984)은 정책이 정책대상집단의 가치체계나 도덕 혹은 신념과 심각한 갈등을 일으킬 때, 정책목표나 내용이 모호하거나 일관되지 않을 때, 대립되는 정책기준이 제시될 때, 집행 관료에 대한 인식이나 권위가 인정되지 않을 때, 정책에 불응함으로써 금전적 이득이 있을 때 정책 불응이 일어 난다고 제시하였다. 정책 불응의 원인에 대해 연구한 대표적 학자인 Coombs(1980)는 정책불응의 원인으로 불분명한 정책내용의 전달, 자원의 부족, 정책의 부적절성, 순응에 수반되는 부담의 과도함, 권위에 대한 불신 등을 제시하였다.
정정길 외(2010)는 그동안의 연구를 종합하여 순응을 좌우하는 요인을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 이에 따르면, 정책의 내용과 관련된 요인, 정책 결정 및 집행기관과 관련된 요인, 순응 주체와 관련된 요인으로 구분되는데, 이러한 요인들이 잘 충족되지 않는다면 불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정책의 내용과 관련된 요인으로는 1) 정책의 소망성, 즉 그 정책목표와 수단의 바람직성을 들 수 있다. 이 때, 정책 내용의 바람직성은 정책집행자 또는 정책대상자의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 정책의 명료성과 일관성을 들 수 있다. 즉, 정책내용은 정책의 목표와 수단이 시간적, 공간적 측면에서 일관성 있게 집행되는 한편 순응 주체에게 어떤 행동을 해야 할 지에 대해 구체적인 행동지침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정책 결정 및 집행 기관과 관련된 요인으로는 1) 정책집행자의 태도와 신뢰성, 2) 정책결정기관과 집행기관의 정통성, 3) 중간매개집단 및 집행관료의 상부기관에 대한 긍정적 인식 등이 있으며, 이들 요인이 정책 순응에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로는 순응 주체와 관련된 요인으로 순응 주체의 능력과 의욕 부족이 불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즉, 순응 주체가 정책 내용에 대한 이해력과 자원동원 능력이 갖추어져 하고, 정책을 실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정정길 외, 2010, p. 555).
교육 정책 분야에서는 정책 불응과 관련하여 김희규, 김경윤(2011), 김재웅, 오은순, 윤희정 (2011), 이쌍철, 홍창남(2008) 등이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쌍철, 홍창남(2008)은 교사를 대상으로 교원성과급 정책집행에서 순응 및 불응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을 분석해냈는데, 정책요인, 정책대상자요인, 정책담당기관요인으로 정책 순응-불응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을 구성하고 이들 변인 중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밝히는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교사의 정책내용에 대한 이해가 높을수록, 또 교사의 심리적 거부감이 낮을수록, 경력이 낮고 직위가 높을수록 성과급 정책에 더 순응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김희규, 김경윤(2011) 역시 교원성과상여금제도에서 정책순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였다. 다만, 그들은 정책 순응이라는 용어가 아니라 정책 수용도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순응-불응을 연속적인 개념으로 사용하였으며, 정책요인과 정책대상자 요인이 정책집행요인을 매개하여 정책 수용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구조모형을 채택하였다. 이 연구에서 정책 요인이 정책 수용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정책 대상자 요인 역시 정책 수용도에 영향을 미쳤다. 이들 연구 는 정책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 정책 자체에 대한 이해와 타당성을 확보하는 한편, 정책 대상에 대한 이해를 함께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김재웅, 오은순, 윤희정(2011)의 연구에서는 정책 불응의 원인과 관련하여 Coombs(1980)의 정책 불응이론에 근거하여 열린교육 정책에 대한 교사집단의 불응 원인에 대해 분석하였다. 이 연구에서 김재웅, 오은순, 윤희정(2011)은 정책집행 혹은 정책 결정 기관의 정통성 혹은 권위와 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정책집행에 대한 불응이 나타난다고 분석하였다. 이는 정책 자체에 대한 공유에도 불구하고 정책집행집단의 행위에 대한 중요성과 집행 당시의 자원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연구로서 이전의 연구에서 정책 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과는 차별성을 갖는다.
이들 연구들은 대체로 교사들의 순응 및 불응에 주목하면서 정책불응 원인을 설명하였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것은 이들 연구들이 교원정책을 사례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대상자이면서, 교육정책의 맥락에서는 정책집행자라는 두 차원을 복합적으로 가진 집단이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또한 교원집단이 교육정책 집행과정에서 보이는 순응 또는 불응 행태가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들 선행연구에서는 순응 혹은 불응의 행위 유형 혹은 행태에 대해서보다는 원인을 밝히는 것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교원의 정책 불응 행태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해 선행연구 혹은 이론에서 유형화한 내용에 기반하여 밝히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데 관심을 둔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Ⅲ. 연구방법
본 연구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전수조사 정책에 대한 교원의 정책 불응 행태와 그 원인을 밝히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하여 앞서 살펴본 학자들의 논의를 바탕으로 본 연구의 분석틀을 [그림 1]과 같이 설정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 정책의 집행과정에서 교원들이 보인 정책 불응 행태에 주목하면서, 교원을 정책 불응 주체로 규정하였다. 정책 불응과 관련한 선행 연구에 따르면(Krusohke & Jackson, 1987: 노화준, 2012, p. 521에서 재인용), 불응의 여러 행태를 유형으로 볼 것인지, 불응 행태별로 점증적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볼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또한 불응을 순응의 상대적 차이로 본 Krusohke & Jackson(1987)의 연구조차 불응의 여러 행태를 위계적 관계로 설정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정책의 불응과 관련된 정책대상의 행태를 유형으로 간주하여 연구의 분석틀을 설정하였다. 본 연구는 제시된 6가지 불응 행태를 중심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전수조사 정책 집행과정에서 보였던 교사들의 정책 불응 행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려고 하였다. 불응 행태의 원인 분석은 본 연구에서 활용하고 있는 자료의 특성상 정책 불응 행태와 그 원인을 일대일 연결 고리를 찾는데 한계가 있어, 앞서 정정길 외(2010)가 정리한 정책 내용, 정책결정 및 집행기관, 순응 주체와 관련한 요인을 중심으로 포괄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였다.
본 연구는 학술논문 및 정책보고서, 각종 언론기사, 조사 보고서, 정책토론 자료집, 보도자료 및 성명서 등 문서 및 문헌 자료 등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기 위하여 내용분석 방법을 활용하였다. 학교현장에서 보이는 교원들의 불응 행태를 면밀히 드러내기 위해서는 관련당사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조사 등을 실시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 정책은 교원의 불응을 포함한 논란의 결과로 이미 전수 조사 폐지로 정책이 변동되었다. 따라서 관련 당사자를 대상으로 회고적 방식의 면담을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문헌 자료에 터한 분석 방법을 활용하였다. 내용 분석법은 여러 단계를 거쳐 수행되는데, 송경오(2014)는 1) 주제 확인 단계, 2) 주제 도출 단계, 3) 영역 분석 단계, 4) 유목화 단계, 5) 체계화 및 타당화 분석 단계 등 5단계를 제시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송경오(2014)의 분석 단계 중 3단계와 4단계를 통합하여 정책 불응 형태 유형 분석 단계로 설정하였다. 이에 본 연구의 분석 단계는 1) 주제어 확인 단계, 2) 주제어 도출 단계, 3) 정책 불응 행태 유형 분석 단계, 4) 체계화 및 타당화 분석 단계 등 4단계로 실시되었다.
자료수집 대상기간은 2008년부터 2016년이다. 다만, 언론보도와 문헌자료가 2009년부터 2013년에 집중되어 있어 이 기간을 집중적인 분석대상 기간으로 설정하였다. 자료 수집을 위한 검색 주제어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일제고사’를 활용하였다. 분석자료별 자료수집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술논문 및 정책보고서, 정책토론 자료집, 연구 및 조사 보고서는 한국학술정보원(www.riss4u.net),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홈페이지에서 수집하였다. 둘째, 각종 언론기사는 주요 일간지와 지방지에서 제목과 본문에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라는 주제어가 있는 경우를 검색하여 수집하였다. 셋째, 교원단체들이 발표한 보도자료 및 성명서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 교직원노동조합 홈페이지 보도자료 게시판에서 수집하였다. 문서는 교원 단체가 발표한 성명서, 보도자료 등 1차 자료를 활용하되 불가피한 경우 언론자료를 활용하였다. 이상에서 수집한 자료의 연도별 개체 수는 <표 2>와 같다. 자료 수집 결과, 자료 산출이 특정교원단체에 편중되어 있어 분석에 활용된 자료가 편포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음을 밝힌다.
구 분 | 2008 | 2009 | 2010 | 2011 | 2012 | 2013 | 2014 | 2015 | 20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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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기사* | 1,836 | 4,407 | 4,090 | 2,410 | 2,621 | 2,298 | 2,627 | 2,630 | 2,217 | |
교원단체 보도자료 | 전교조 | 108 | 145 | 48 | 53 | 39 | 30 | 8 | 11 | 9 |
한국교총 | 1 | 1 | 2 | 1 |
수집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연구자 2인이 각자 문서자료들을 읽고 자료에서 드러난 교원의 정책 불응 행태 유형을 1) 주제어 확인 단계, 2) 주제어 도출 단계, 3) 정책 불응 행태 유형 분석 단계로 수행하였다. 마지막으로 분석 결과를 연구자가 상호 교환하여 분석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최종 논의과정을 거치는 4) 체계화 및 타당화 분석 단계를 거쳤다. 주제어 추출에서 사용된 유형별 주제어는 <표 3>과 같다.
Ⅳ.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에 대한 교원의 정책 불응 분석
교원들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 정책 폐지를 위한 1인 시위, 결의대회, 반대투쟁, 설명서 및 기자회견 등의 행태를 보였다. 이러한 행태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중심으로 많이 나타났는데, 이들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 조사 폐지를 위하여 집단 및 1인 시위, 기자회견, 보도자료 배포, 결의문, 성명서 발표, 논평, 선전지 제작 등 다양한 형태의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하였다. 전교조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총 451편의 보도자료, 기자회견, 성명서, 논평 등을 발표하고 위원장 단식 농성 투쟁을 전개하였다.4) 또한 전교조는 보도 자료, 성명서, 기자회견 등을 통해 학교서열화, 성적 만능주의, 교육시장화, 교육경쟁력 저하 차원에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전면적인 폐지를 주장하였다. <표 4>에 제시된 바와 같이 2009년 3월 보도자료를 통해 16개 시도지부의 일제고사 반대 집회 및 지부장 농성 진행 일정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전교조는 2011년 7월 11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전수조사가 실시로 인해 학교현장이 성적 조작파문, 문제풀이 방식, 금품을 제공하는 비교육적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일제고사 폐지를 촉구하는 학부모·교사 선언을 발표하였다(전교조 보도자료, 2011. 7. 11.).
2012학년도의 경우 인천지역 교사 6명 등은 "일제고사가 학생, 교사, 학교간 과다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정규 수업을 파행으로 이끈다"라며 일제고사 폐지를 주장하면서 26일 오전 34개 초ㆍ중ㆍ고교 앞에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시험(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경인일보, 2012. 6. 26). 2013년에는 전교조가 ‘2013년 일제고사 끝내기 토론회’라는 제목 하에 토론회를 개최하여, 초등학교 단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폐지를 환영하는 한편 향후 중ㆍ고등학교 단계 역시 폐지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학교현장의 대안적인 평가 사례와 방안에 대한 내용까지 발표하였다(전교조, 2013).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전교조의 반대 입장표명은 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시행되는 6월 23일 경에 발표되었으나 그 빈도는 전수조사가 실시되던 초기인 2009년에서 2013년까지의 시기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한편 한국교총의 경우 초기에는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하였으나 충북교총은 2011년 보도자료에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의 표집평가를 촉구하면서(충북교총, 2011. 6. 7), 정책 폐지를 위한 시도가 일부 진행되었다.
교사들은 현장 체험학습 참여 등을 통한 시험 거부와 같은 정책 불집행의 행태도 보였다. 구체적으로 전교조 대구지부는 2008년 10월 13일 보도자료에서 ‘일제고사 반대와 학교서열화를 반대하는 대구 학부모 시민연대와 공동으로 농촌체험학습을 실시한다’고 발표하였다. 교원들의 체험학습활동을 통한 정책 불이행 행태는 지속적으로 나타났는데, 대체적으로 지역의 시민단체와 연대하는 특징을 보였다. 2009년에도 교원들은 조직적으로 일제고사의 문제점, 체험학습 안내를 포함하는 편지를 학부모에게 보내고,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체험학습을 조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전교조 보도자료, 2009. 2. 24). 전교조 광주지부는 ‘일제고사 거부하고 체험학습 떠나요’ 라는 체험학습 홍보문을 2012년 6월 22일 게시하였다. 이들은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청소년들에게 교육적이면서도 재미있는 대안적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경쟁서열교육이 아닌 진정한 교육을 체험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히고 있다.
언론에서도 매년 체험활동을 독려하거나 참여한 교사들에 대해 보도하였다. 이에 따르면, 2008년 10월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전국적으로 치러진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일제 고사)에 반대해 학생들의 야외 체험학습을 허락하였다(한겨레신문, 2008. 12. 10). 이러한 정책 불이행은 해당 교사에 대한 징계로 이어졌다. 이에 이들 초등교사 6명과 중등교사 1명 중 3명 이 파면되고 4명이 해임되었다(한겨레신문, 2008. 12. 10). 전북의 경우 중학교 교장이 평가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떠나겠다는 학생들의 요구를 승인한 것으로 보도되었다(서울신문, 2008. 10. 15). 2011년도 교원들이 체험활동에 참여하였는데, 서울에서 초등학교 6학년생 40명과 교사 4명이 국립서울과학관에서 실시된 체험활동에 참석하였다(연합뉴스, 2011. 7. 12).5) 2012학 년도에는 전국에서 교사들이 학업성취도평가를 거부하고 상경하는 정책 불이행의 행태를 보였다. 이들 교사들은 충북교육청 소속 교사 4명이었으며, 이 중 1명은 2011학년도에도 평가를 거부해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게 되었다(중앙일보, 2012. 6. 27).
현장 체험 학습 활동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졌는데, 생태공원 체험, 농촌체험활동, 과학관 등에서 체험활동이 실시되었다. 이들 체험활동은 대체적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 조사에 반대 입장을 가진 시민단체, 정당과의 연대에 기반하여 이루어졌다는 특징을 보였다. 또한 시험 거부라는 정책 불이행은 교사들에 대한 징계라는 교사들 입장에서는 신분상의 위 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시험 전까지 일선 학교의 파행 운영에 대한 집중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시·도교육청에서는 정상적인 수업운영을 안내하는 공문을 일선학교에 전달하였다(허경일, 2011).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지침이나 공문에도 불구하고 일선학교에서는 공문서의 내용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거나 학교장이 선별적으로 전달과정에서 파행적 수업운 영과 관련한 다양한 사례가 나타났다. 가장 우선적으로 교과 시수의 편중과 수업 방법의 변화를 들 수 있는데, 평가에 대비해 시간표를 변경하거나 대부분 기출문제를 풀고 이를 다 같이 맞추는 등의 운영상의 변화들이 나타났다(신은정, 김왕준, 2012). 평가결과가 공개되면서 학교 관리자와 교육청 차원의 압력이 이루어지는 사례도 나타났다(허경일, 2011). 예를 들어 공문 과는 별도로 장학사가 학교컨설팅의 명목으로 학교를 방문하거나 전자 우편 등을 통해 학업 성취도 평가 관련 사항을 점검하는 활동이 교사 입장에서는 좋은 평가결과에 대한 압력으로 생각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6)
전교조는 2012학년도에 전국 초·중·고교 355개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2012). 조사 결과, 전체 학교의 40.3%(143개 학교)가 성취도평가 대비 강제 방과후 수업을 운영하는 등 교육과정 파행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방과후 수업 등 부진 학생에 대해 강제로 문제풀이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21.7%로 가장 많았고 0교시나 7, 8교시에 문제풀이 수업도 21.1%에 달했다. 정규교과수업시간에 일제고사 대비 문제 풀이 수업을 한다는 응답도 20%에 달했다. 같은 해 초등학생 6학년, 중학생 3학년 학생 2,671명을 대상으로 일제고사를 대비하여 학교나 학생 개개인의 준비 상황을 질문한 결과 수업시간에 문제풀이 수업 41.8%, 0교시나 7,8교시 수업 25.6%, 방과후 문제풀이 수업 11.4%로 나타났다.
2013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와 관련한 대전교육청, 충북교육청, 경북교육청 등 3개 교육청 소속 학교들의 파행 운영 사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전교조 정책실, 2013, pp. 73-79), 대전교육청의 경우 기초학력미달학생의 비율을 최소화하기 위한 성직부진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제 학습, 강제 등교 등 각종 편법을 동원한 것, 시험의 전반적인 성적을 올 리기 위하여 정규수업시간에 문제풀이 수업, 모의고사 실시, 강제자율학습과 보충 수업을 확 대하는 등의 사례들이 보고되었다. 충북교육청의 경우 가장 보편화되어 있는 파행 사례로 일 제고사 대비 모의고사 실시를 들었다. 고등학교의 경우 성취도 평가 성적을 올리기 위하여 금 품이나 여행 등 보상을 제시하는 비교육적인 사례가 널리 확산되고 있다.
이상의 행태들을 정리하면,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었다(전교조 정책실, 2013, p. 79). 첫째, 기초학력미달 학생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학력부진학생들을 특별 지도하는 형태로서, 강 제로 방과후에 남게 하거나 토요일에 등교를 시키고 있었다. 둘째, 기출문제집을 만들어서 배포하거나 정규수업-자율학습-방과후 등에 시간표를 조정하여 평가 대비 문제풀이 수업을 진 행하고 있었다. 이런 양상은 시험을 앞두고 더욱 빈번하게 나타났다(허경일, 2011). 셋째, 금품이나 보상기제 등 비교육적 보상을 내걸고 일제고사 성적을 올리려는 사례가 있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를 둘러싸고 제기된 또 하나의 불응 행태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일부 조작하는 것이었다.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가 2008학년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초등학교 6학년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지역이라고 발표했던 전북 임실지역에서 성적 집계가 일부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 기돼 교육당국이 조사에 나섰다(한겨레신문, 2009. 2. 19). 이외에도 다른 교육청과 학교에서 일부 점수 조작 의심 사례들이 보도되었는데, 점수를 부풀려 기초학력 미달 학생 수를 줄이려 고 직접 통계 수치에 손을 대거나 교사에게 재채점을 요구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한겨레신문, 2009. 2. 22). 2010년의 경우 충북교육청에서 제기된 시험부정의 유형은 감독교사의 정답유도 5건과 문제풀이 3건, 관리자의 부정 종용 5건으로 지역별로는 청주 5교, 제천 4교, 충주, 청원, 괴산, 음성 각 1교씩이 보도되었다(연합뉴스, 2010. 7. 21).
2011년에 교육과학기술부는 경남, 경북, 대구의 각 고등학교 1곳 등 총 3곳이 ‘비위 의심’ 학교로 적발돼 감사를 벌였다(세계일보, 2012. 1. 3). 2012학년도에는 충북 지역 여중에서 있었던 시험 부정행위가 보도되었다(경향신문, 2012. 6. 28). 보도에 따르면, 상위권 학생 1명이 시험 문제를 일찍 풀고 자신의 문제지에 답을 커다랗게 쓰면 옆자리에 있는 학생들이 이 답을 그대로 옮겨 적었는데, 시험 감독을 맡은 교사가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와 같은 부정행위 방조는 최근에도 나타났는데, 학교에서 집단부정행위를 방조하는 사례가 나타났다(충청일보, 2016. 9. 19.). 이처럼 매년 전국의 초, 중, 고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성적 조작 등과 관련한 부정행위가 보도되었다.
이상과 같은 일선학교의 교육과정이나 학업성취도 평가 집행에서의 파행적 운영과 시험점수 조작 등은 정책의 불집행 행태와는 달리 정책에는 순응하되, 정책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설정된 정책 지침이나 규정에서 기대하는 바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응의 또 다른 행태인 ‘고의적인 의사전달 조작’이나 ‘형식적 순응’으로 판단된다. 이들 행태는 1) 학업성취도평가는 실시하되,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상급 행정기관의 교육과정 정상 운영이라는 지침을 교장이나 일선학교 교사들이 나름대로 해석하여 전달하거나 2) 교사들 스스로 따르지 않거나
3) 교사가 학생의 성취 결과를 정확하게 보고하지 않음으로써 학생 개개인의 현재 상태에서 의 학업성취 수준 파악이라는 정책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불응에 해당된다. 이들 정책 불응의 행태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를 통해 정책에 순응하고 있지만, 학업성취도 평가 실시과정에서 상부교육행정기관의 공문을 일선학교 현장에서 나름 대로 해석하여 전달함으로써 공문대로 따르지 않거나 부정 행위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보고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불응 형태 중 ‘고의적 의사전달 조작’과 ‘형식적 순응’에 해당된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는 그 정책 취지로 첫째, 학생 개개인의 학업 성취 수준 파악, 둘째, 교수·학습 강화로 학력 신장, 셋째,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학습결손 보충, 넷째, 교육과정 개선 및 행·재정 지원 기초 자료로 활용 등이 제시되었다(교육과학기술부, 2009). 이와 관련하여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에 반대하는 집단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 의구심을 제기해 왔다.
이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 정책의 도입 취지가 ‘국가수준 전수조사’를 통해 달성될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로 표현된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 시행으로 기초학력이 보장되고 개별 학교의 교육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성기선, 2009, p. 2). 이에 따르면, 전집조 사로 인해 많은 부작용이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한다. 즉 학생들에게 고부담 시험이 될 것이고, 학교 및 학생 서열화, 과도한 시험 점수 경쟁 등이 발생하여 전수조사의 정책 목표보다는 시험성적 보고의 공정성 문제가 핵심문제로 부각되는 등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성기선, 2009. p. 2).
또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학교현장의 교육활동을 왜곡시키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였다. 예를 들어, 학교교육이 시험 대비를 위한 문제풀이 수업으로 왜곡되고 학업성취 도 검사를 중시하는 학교분위기로 인해 교육에서 중요한 내적 동기 유발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였다(성기선, 2009; 김정원, 2004; 곽병선, 이종승, 1999). 이런 우려는 국가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 전수조사 도입 초기 단계에서부터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전집으로 확대되고 시·도교육청 평가 및 교원인사와의 연계가 강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김미숙, 김경근, 2011).
정책 불응 교원 집단 역시 앞서 제기된 의구심에 동일한 문제의식을 가진 것으로 판단된다. 초등 교사들은 학교교육의 질 관리와 학생의 학업성취도 확인이라는 평가의 필요성에는 긍정적인 인식을 보이고 있는 반면 전집 수준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필요성 및 평가의 목적 수행도에 부정적이거나 중립적인 인식이 많았다(신은정, 김왕준, 2012, p. 57). 실제로 학교현장에서는 학교 교육과정의 파행적 운영 사례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전교조에서 2012년 초등학생 6학년과 중학생 3학년 2,6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교육청과 학교 및 교사에 의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를 대비하여 학교현장에서 교육과정의 파행적인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전교조 참교육연구소, 2012). 이는 김경성 외(2012)의 연구에서 전국의 초, 중, 고등학교 교사와 학교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으며, 초등학교급에서 특히 시험을 대비한 교육과정 운영의 정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우려의 현실화는 교원들의 정책 불응 행태를 뒷받침하였고, 이를 통해 정책 불응 행태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 정책과 관련하여 교사들은 개별 학생의 학업성취도 확인과 학교교육의 질 관리라는 정책 목표에는 대체로 수긍하는데 비해 국가수준 평가와 전수조사를 실시한다는 정책 수단에는 수긍하지 못하였다(신은정, 김왕준, 2012, p. 57).
이처럼 교사들은 정정길 외(2010)가 언급한 정책의 소망성, 즉 학생 개개인의 학업성취 수준 파악, 학력신장, 학습결손 보충 등 정책목표의 바람직성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는데 반해, ‘전수조사’라는 정책 수단의 바람직성에 대한 의구심이 교사들의 정책 불이행의 원인이 된 것 으로 보인다. 특히 전수조사라는 정책 수단의 바람직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교원들로 하여금 정책 자체에 순응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가지게 함으로써 ‘정책 불집행’ 또는 ‘정책 취소’라는 보다 적극적인 형태의 정책불응 행태를 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교사들은 교육청에서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 요구 공문에 오히려 불신감을 가졌는데, 이러한 불신감은 교육청 당국의 ‘진짜’요구가 무엇인지 그 이면을 해석하고 그에 따라 시험점 수를 높이기 위한 수업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허경일, 2011). 이것은 교육청에 따라 학업성취도 평가와 관련하여 담당 교과 선생님들을 호출하여 학업성취도 평가에 신경 쓸 것을 당부하거나(전교조 홈페이지 http://www.eduhope.net), 교육장이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교감들 인사 이동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발언(허경일, 2011)을 듣게 되면서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 요구 공문과는 무관하게 점수를 올리는 수업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이처럼 ‘공문의 내용’ 과 달리 행해지는 장학지도의 내용으로 인해(김미숙, 김경근, 2011) 교육청을 포함한 교육행 정가를 불신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정책지침과는 다른 방식으로 교원의 행태가 나타나도록 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가 자율과 경쟁, 책무성 강화라는 방향을 설정함에 따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 정책 역시 책무성 강화의 흐름이라는 점이 교원들에게 강하게 인식됨으로써 정부와 교육청이 내세운 정책목표를 교원들이 신뢰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 정부가 학생의 성취 수준 확인, 교수학습 강화, 학력 신장 등의 정책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대체로 달성되기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었다(김경성 외, 2011). 따라서 이런 정책 목표보다 학교와 교원에 대한 책무성 강화 기제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활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학교와 교원을 통제하게 될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교육 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별법’이 2007년 5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개별 학교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응시현황, 결과 및 향상도를 공시하게 되었다(신현석, 신원학, 2010, p. 125). 학교현장 교사들은 학업성취도 평가가 국가수준에서 전집형태로 실시된다는 점과 더불어 평가 결과가 공개됨으로써 학교간 학업성취도 비교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부담을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교사 평가의 한 요소로 인식함으로써 학생들의 성적 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김경성 외, 2012; 김미숙, 김경근, 2011; 나흥하, 2008). 교사들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서 학교평가와 교장평가 그리고 인사자료로 반영된다고 해서 부담스럽게 생각하였다(김미숙, 김경근, 2011, p. 98). 관리자가 반평균 으로 교사를 평가하고 높은 성적에 보상을 주고, 학부모 역시 시험 점수로 교사를 평가하는 등 시험성적으로 교사 능력을 평가하고, 반평균 비교에 대한 부담, 부진아 발생에 대한 걱정 등으로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고, 이러한 부담으로 시험성적을 올리기 위하여 교사들은 파행적인 교육활동을 전개하게 된 것이다(나흥하, 2008).
사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변화에 미치는 교사와 학교 효과에 대한 연구들은 단편적인 자료를 통하여 학교와 교사의 책무성을 직접적으로 묻기 어려운 상황이지만(성기선, 2009), 교사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결정요인으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오는 상황에서 평가 결과에 대해 교사 스스로, 학부모들에 의해 심각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즉 교사에게 역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는 평가결과 공개라는 요인으로 인해 고부담 시험으로 인식되고 있다.
Ⅴ.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 정책의 집행 과정에 초점을 두고 이 과정에서 보였던 교원들의 행태 중 특히 불응유형을 고찰하고 그 원인을 밝히는데 목적을 두었다. 우선,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에 대한 교원들의 정책 불응 행태는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났다. 첫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 폐지를 위한 투쟁 및 토론회 개최, 둘째, 현장 체험학습 참여 등을 통한 시험 거부, 셋째, 일선학교 교육과정의 파행적 운영 및 부정행위 등이다. 내용분석을 위한 주제어를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 교원의 행태는 ‘학생 개개인의 학업성취 수준 파악’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제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시행 및 감독,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 등의 정책 지침이나 지시 등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책 불응 행태 중 정책자체 취소, 정책 불집행, 고의적인 의사전달 조작, 형식적 순응 등으로 분석되었다. ‘정책 임의 변경’과 ‘정책 지연’ 행태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시험 관련 정책이라는 정책 성격에서 비롯된 것으로 일정한 시각에 전국적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치러야 하는 정책 집행방식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들 교원 행태는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 및 응시 여부를 기준으로 크게 양분되며, 불응 행태에 따라 작용하는 불응 원인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본 연구에서 정정길 외(2010)가 정리한 정책 내용, 정책결정 및 집행기관, 순응 주체와 관련한 요인을 중심으로 교원의 정책 불응 행태의 원인을 포괄적인 관점에서 살펴본 결과, 크게 3가지 요인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원인을 도출하였다. 다만, 이들 원인은 정책 불응 행태에 따라 차별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우선, 교원의 ‘정책의 바람직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정책 불집행’ 또는 ‘정책 취소 행태’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즉, 전수조사 실시의 타당성에 대한 불신으로 인하여 정책에 대한 불응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정정길 외(2010, pp. 552-555)에서 제시한 정책 불응의 원인 중 정책 내용에 대한 소망성과 관련되어 있다. 학교현장에서 교육과정의 왜곡된 운영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교원들은 정책 수단의 바람직성에 대해 더욱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정책 불집행 또는 정책 취소 등의 적극적인 정책 불응의 행태를 유발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교사들은 전문가집단이기 때문에 ‘정책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가 그렇지 않은가’는 자신들의 행위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준거가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가 시행된 이후에 학교현장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 상황들에 직면하여 교원의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었고, 정책 불응에 대한 타당성을 확보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두 번째로‘ 고의적인 의사전달 조작’ 및 ‘형식적 순응’이라는 정책 불응 행태는 정부와 교육청에 대한 불신 등 교육결정 및 집행기관 관련 요인,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에 따른 교원 들의 부담 등 순응주체의 요인 차원에서 설명된다. ‘정부와 교육청에 대한 불신’은 정책 불응의 대표적인 원인 하나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정길 외(2010)는 정통성이 약한 정책담당기관이 결정하거나 집행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정책목표의 순수성에 대한 의심 때문에 순응하지 않는다고 정리하였다. Coombs(1980) 역시 정책 결정 혹은 집행기관의 정통성이 약하거나 과거 시행한 정책 경험에 의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경우 정책 불응이 발생한다고 하였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와 관련하여 교원들은 교육청의 교육과정 정상화에 대한 공문에도 불구하고, 학업성취도 결과 향상에 대한 교육청의 압박과 성과지향적인 정책 결과에 대한 발언 등으로 교육청 공문의 순수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되어(김미숙, 김경근, 2011) 또 다른 차원의 정책 불응 행태를 낳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것은 교원들이 대상화되어 온 그간의 교육개혁 역사 속에서 교육개혁에 대한 피로감과 교육정책개발 및 집행자들에 대한 불신이 누적된 결과와도 연계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학업성취도 수준을 확인하고 학력을 향상시키며, 교원들의 교수, 학습을 개선하는 것 등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의 정책목표로 들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교원들은 학생들이 국가수준 학업성취 평가 결과를 높이는 것과 교수, 학습을 개선하는 것이 일관되거나 인과관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김경성 외, 2012; 김미숙, 김경근, 2011). 이렇게 볼 때, 교원들은 엄밀하게 말해서 정책대상집단이자 집행집단이기는 하지만 직접 국가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를 치르는 수행자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평가점수를 올리기 위한 직접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판단된다. 그 결과, 교원들은 교수-학습을 개선 하는데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학생들의 시험 점수를 조작함으로써 교원들이 학생들의 학업성취를 달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교수-학습 강화로 학력 신장’을 정책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는데 ‘학력’이라는 개념이 주로 시험점수의 차원에서 논의되는 학교현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교육과정 정상화’라는 지침을 전달한 것은 교원의 입장에서 모순된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학교 교원들이 과거 경험을 통해 개별 학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지침을 해석하고 따른 것으로 유추된다. 즉, 교원들은 과거 정책 경험을 통해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조사 정책 시행과정에서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라는 지침에도 불구하고 우선 시험성적을 높이는 것이 개별 학교나 교원의 입장에서 유리한 방향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김경성 외, 2012; 김미숙, 김경근, 2011). 이로 인해 개별 학교는 평가 결과 공개와 이에 대해 개별 학교가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개별 학교에 이익이 되는 행위를 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교원들은 정책 집행과정에서 고의적으로 의사전달을 조작함과 더불어 형식적 순응이라는 정책 불응 행태를 취하게 된다. 세 번째로는 학업성취도 결과 활용에 대한 ‘교원의 과도한 부담’ 역시 정책에 대한 불응의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에 대해 Coombs(1980)는 정책대상 집단이 정책 목표나 수단에 동의하는 경우에도 이에 순응하는 경우 발생하는 경제적 혹은 심리적 부담이 큰 경우 정책 불응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시험점수 조작과 같은 정책 불응이 나타나는 원인이 된다. 즉, 교원들은 학업성취도 결과를 학교평가, 교장 평가뿐만 아니라 교사 평가에도 활용된다는 점에 대해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김미숙, 김경근, 2011), 이는 점수 조작 등의 부정행위라는 정책 불응 행태를 낳게 된다. 이상의 분석결과를 본 연구의 분석틀로 제시하였던 [그림 1]에 비추어 [그림 2]에서 글자체를 달리하여 표기하여 제시하였다.7)
본 연구에서 나타난 교원의 정책 불응으로 인한 정책 집행의 한계는 그동안 정책집행연구에서 나타난 학교현장에서의 정책 집행에 대한 연구 결과와 일관성을 갖는다. 교원이 학교 현장에서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 대한 선행 연구에 따르면 교사들은 정책집행 과정에서 소외감이나 무력감을 느끼고 있고 정책 내용에 대한 이해가 제한적이며 이로 인해 형식적 순응을 하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박소영, 김정현, 2016; 이장익, 2012; 박소영, 송선영, 2006). 기존의 학교 혁신과 관련된 연구에서도 학교에 새로운 것을 도입하게 될 때, 교사들은 ‘보여주기 식 실적물 만들기’나 ‘하는 척 시늉하기’ 등으로 대응하고 있으며(권정현, 허병기, 2013), 이는 학교의 ‘형식주의 문화’라는 용어로 표현되고 있다(권정현, 허병기, 2013; 김인희, 2007; 2003). 정책집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교원들의 이와 같은 대응에 대하여 김재웅, 오은순, 윤희정(2011)의 연구에서는 앞으로의 교육 정책은 하향적 정책집행보다는 민주적인 형태를 띠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이는 송경오(2013)의 성공적 정책집행에서 교사의 상호작용적 역할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이와 같이 본 연구는 교육과 관련된 정책의 기획과 정책 집행에서 교원의 참여와 가치 공유가 중요한 변화를 일으키는 데 핵심적인 요소임을 선행연구와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 집행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본 연구는 선행연구에서 계량적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드러내기 어려웠던 정책집행과정에 대한 교원의 정책 불응 행태와 그 원인을 포괄적이긴 하지만 연계하여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 본 연구의 결과에서 정책 내용의 소망성 문제가 정책 취소 및 정책 불이행이라는 적극적인 정책불응 행태를 유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책의 바람직성, 즉 정책 목표의 바람직성과 정책 수단의 바람직성이 동시에 담보될 때, 성공적인 정책 집행을 유도할 수 있다. 즉, 순응 주체가 정책 목표에 대해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한다 하더라도 정책 수단의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정책 불응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정책 수단의 타당성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정책의 집행과 관련하여 정책에 따라 유발되는 정책 불응 행태에는 차이가 있으며, 정책 불응 행태에 따라 정책 불응 원인에 있어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모든 정책 집행과정에서 정책 불응 행태와 정책 불응 행태별 정책 불응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질 때, 정책집행의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교육 분야에서 정책집행과정에 대한 연구가 증가하고 각 정책 주체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본 연구는 교육과 관련된 연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교원에 두었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가 크다. 본 연구는 학업성취도 전수 조사나 초등 전수 조사 폐지와 관련된 정책과 관련된 각 주체의 의견이 활발하게 교환되는 시기가 지난 시점에 이루어졌기에 면담 등의 방식보다는 문헌이나 문서 자료 등을 활용해야 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또한 정책에 대한 의견을 강하게 표시한 집단의 의견이 연구 전반에 걸쳐 많이 반영됨으로써 정책에 대한 전체 교원의 반응을 오해할 소지가 있다. 그러나 본 연구의 주제가 ‘불응의 양태’에 관한 것이기에 불응이 잘 드러나는 집단이 주요 분석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는 연구 주제 상의 한계가 있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난 각 교육 주체의 입장이나 견해 등에 대한 연구가 추후 연구에서 수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교육정책 집행에서 정책 주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확대되고, 각 정책 주체 간 건전한 상호교류가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