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이 연구는 중학교 자유학기제 연구학교에서 이루어진 국어과 수업의 실제 사례 분석을 통해, 국어과 교육과정 재구성 및 교수·학습 활동의 구체적 양상과 의미를 조명함으로써 2016년 전면 시행에 들어선 자유학기제의 국어과 수업 운영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자유학기 연구학교 가운데 하나였던 ‘S중학교’의 국어 수업 자료를 대상으로 국어 교과의 내용 재구성 및 교수·학습 활동 개선 사례를 분석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교사와 학습자를 대상으로한 면담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자유학기에 구현될 수 있는 국어 교과의 특성 및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자유학기제는 중학생들의 꿈과 끼를 실현해 나갈 수 있는 행복교육으로서, 중학교육과정 중 일정 학기 동안 학생들이 중간·기말고사 등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토론, 실습 등 학생 참여형 수업 모형으로 개선하고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 활동 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교육부, 2015a)이다. 따라서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는 학기 동안에는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에 있어서 자율성이 강화되고, 핵심 성취기준에 기반한 수업 및 교과 간 연계 수업이 이루어진다. 수업 방식 또한 토론, 실험·실습, 프로젝 트 활동과 같은 학생 참여 중심 수업, 협력적 교수·학습으로 진행하는 등 교육과정 및 교수·학습 방법을 융통성 있게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자유학기제 시행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 온 한국 공교육에 대한 반성과 해외 선진국 교육 동향을 배경으로 한다. 그간 공교육에서는 학생들의 미래지향적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실상은 입시 위주의 경쟁으로 암기식·주입식 교육에 매몰되어 있었다. 국제학업성취도비교평가인 PISA 2012의 결과, 한국 학생들의 성취도는 1-2위 임에 반해 청소년 행복 지수는 OECD 23개국 중 23위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한국 학생들의 학습 흥미도 및 행복지수가 낮은 상황(교육부, 2015b)이다. 또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14년 조사 결과 초등학생의 12.9%, 중학생의 31.6%, 고등학생의 29.4%가 장래희망이 ‘없다’고 대답하여 학생들 이 장래 희망을 탐색하고 고민할 시간과 계기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교육부, 2015b). 이에 비해 선진국은 학생들에게 진로 탐색의 기회를 주고 교수·학습 혁신을 위한 제도 및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IB의 CAS(Creativity, Action, Service), 덴마크에 프터스콜레(efterskole), 스웨덴 진로체험 학습(Praktisk Arbetslivsorientering),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 등은 학생들이 진로에 대해 계획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초·중·고 교육 전반의 교육 혁신 및 공교육 내실화를 주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유학기제가 국정 과제로 채택되었고,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한 학교 교육’이 비전으로 설정되었다(교육부, 2015b).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 사회에 대처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추구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설정된 핵심 역량은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이다(교육부, 2015a). 국어과는 의사소통을 본질적 내용으로 다루는 교과로서, 국어 교과 수업뿐 아니라 타교과와의 연계 수업을 통해 자유학기에서 추구하는 핵심 역량 중 의사소통 역량의 함양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핵심 교과이다. 옥현진(2014)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자유학기에는 교수·학습 방법이 다양화되고 학습자의 활동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거의 모든 교과에서 학생 들의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활동이 매우 중요하게 부각된다. 국어과는 의사소통을 본질적 내용으로 다루는 교과로서, 교과 수업뿐 아니라 타교과와의 연계 수업을 통해 자유학기에서 추구하는 핵심 역량 중 의사소통 역량의 함양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학 기 국어과 수업에 대한 사례 분석, 국어과 수업 활용 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 연구를 통해 그 양상을 살펴보고 검토하는 연구가 요청된다.
기존 연구는 주로 자유학기제의 특성 및 향방 도출(김진숙, 2013), 교육과정 재구조화 분석·자유학기제 운영 방안(김미진 외, 2014; 홍후조 외, 2013; 정광순, 2013a; 정광순, 2013b 등), 진로교육 방안(이지연, 2013)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것을 볼 때, 자유학기에서 국어과가 차지하는 위상에 비해 자유학기 국어 수업에 대한 관심은 아직 부족한 듯하다. 그 중 옥현진(2014)은 국어과 수업의 교육과정 재구성 및 타 교과 수업과의 연계 양상을 살펴본 연구로, 자유학기 국어과 수업을 논의의 장에서 본격적으로 다룬 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자유학기에 이루어지는 국어과 수업의 교육과정 재구성 및 교수·학습 활동 개선의 구체적인 방법 모색과 의미 탐색을 위해서는 실제 수업에 관한 사례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에 본고는 자유학기 연구학교인 S중학교의 국어 수업 자료를 검토하여 국어 수업 내용 및 활동 개선의 사례를 제시하고, 국어과 교사 및 학생의 면담 자료 분석을 통해 자유학기 국어 수업 실행에 참고할만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 연구에서는 국어과 교육의 주요 성격 중 하나가 의사소통의 역량에 대한 학습이라는 점에서 국어과 교육이 핵심 역량 중심의 새로운 미래 교육 패러다임에서 지니는 의의를 탐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어과 교육이 교과 연계 수업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으며, 새로운 교육을 위해 교사 학습 공동체 구성의 가능성과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II. 이론적 배경
지금껏 자유학기에 대한 논의는 다양한 예술·체육 활동, 진로탐색 활동, 주제선택 활동, 동 아리 활동 등의 오후 활동에 집중되어 있었다(교육부, 2013; 최상덕 외, 2014). 그러나 자유학 기에 이루어지는 교과 수업은 자유학기 활동을 위해 수업 시수가 축소되어 핵심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 재구성과 토의·토론과 모둠 협력 수업 등 학생 참여를 강조하는 수업 방법 개선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교육과정 재구성과 수업 방법 개선으로 인해 교과 담당 교사들은 자연스럽게 해당 교과에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며, 그 경험이 고스란히 자유학기 이후의 일반 학기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도입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핵심 역량 함양, 핵심 성취기준 중심의 교육과정 재구성을 강조하고,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성이 극대화되는 ‘자유학기’ 운영에 대한 지침을 신설하였다(교육부, 2015a; 온정덕, 2015). 교육과정 측면에서는 ‘나) 해당 학 기의 교과를 자유학기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편성·운영할 것’, 교수·학습 측면에서는 ‘라) 협동 학습, 토의·토론 학습, 프로젝트 학습 등 학생 참여형 수업을 강화할 것’을 방침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의 방침은 교과 수업의 교육내용 재구성, 교수·학습 활동 및 방법의 변화에 대한 것으로, 자유학기가 지향하는 바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자유학기를 통해 달성해야 할 장·단기적 목표를 제시한다.
교육과정 재구성은 교사가 국가수준 교육과정 또는 지역수준 교육과정 그리고 학교수준 교육과정을 자신만의 교육과정으로 구성해가는 모든 과정을 포함하며, 일반적으로 교수·학습 지도안을 작성하고 이를 실제로 가르치는 활동을 모두 지칭한다(허영주, 2011, p. 158). 또한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교과서 재구성, 교과 간 재구성을 모두 포함한다. 자유학기에 교사는 교과서의 내용이나 단원 순서, 활동을 교수·학습 목표에 맞게 재구성할 수 있으며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조정하여 수업에 활용되는 교과서, 활동지 등의 교재를 새롭게 구성할 수 있다. 그리고 교수·학습 목표에 따라 교과 간의 내용 연계나 통합이 필요할 경우 교과 간 재구성도 가능하다. 교육과정 재구성이 가능하다는 것은 교사의 교육 내용 구안에 재량권이 부여되고, 교수·학습 상황에서 학생들과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서명석, 2011, p. 83)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유학기제의 도입은 ‘많이 아는 교육’에서 배움을 즐기는 ‘행복 교육’(온정덕, 2015, p. 6)으로의 전환을 표방하기 때문에, 수업을 통해 실질적인 학습 경험을 가질 수 있는 ‘활동’ 중심의 교육과정 재구성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된다. 그러나 학생들이 정작 활동을 왜 하고 있는지, 그 활동에 들어있는 지적인 의미나 성찰적인 사고 없이 단순한 흥미나 재미에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활동 중심의 교육과정 설계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강현석, 유제순, 2014, p. 3). 오히려 학생들이 학습해야 할 내용에 대한 진정한 이해(authentic understanding)를 도모하고, 핵심 지식을 가르치는 데 집중하는 백워드 교육과정 설계(backward design)가 바탕이 된 후에 라야 활동 기반 교육과정 설계(activity-based design)의 의의가 살아날 수 있다.
강현석, 유제순(2014)에 따르면, 백워드 교육과정 설계는 첫째, 교육과정 설계 절차상의 획기적인 변화를 강조한다. 둘째, 전이 가능성이 높은 주요 아이디어를 가르치는 데에 초점을 둔다. 셋 째, 백워드 설계는 학습자의 진정한 이해를 강조한다. 백워드 교육과정 설계는 학생들의 진정한 학습 경험은 단순 흥미 및 활동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핵심 지식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한다. 백워드 교육과정 설계가 자유학기에 더욱 강조되는 핵심 역량, 핵심 성취기준, 핵심 지식 중심의 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해 활용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핵심역량이란 ‘다양한 현상이나 문제를 효율적으로 혹은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학습자 (혹은 사회인)에게 요구되는 지식, 기능, 태도의 총체(이광우 외, 2009)로, 특성상 범교과적이고 통합적인 성격을 지니며 개별 교과나 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계성을 강조한다. 특히, 자유학기 국어과 수업에서는 다양한 핵심역량 중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대인관계 역량’이 부각될 수 있다. 국어과는 주체적 의사소통 능력 함양을 목표로 하며, 수업 시간에 보다 실제적인 언어 활동을 해볼 수 있는 독서 토론, 역할극, 발표 등의 학습자 활동 수업, 협력적 교수·학습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핵심성취기준’을 중심으로 단원을 재 구성할 경우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된 바 있다(가은아 외, 2013, p. 105).
사회와 교육계의 자유학기에 대한 관심은 교사의 일방적인 설명식 수업, 교과서 진도 나가기식 수업이 아니라 학생이 주체가 된 수업, 토론, 발표 등의 학생 참여를 강조하는 구성주의적 교수·학습을 강조하는 흐름의 하나로 이해될 수 있다. 구성주의적 교수·학습은 기존의 교 과서 강의식 수업이 아니라, 교수·학습 내용을 학생들의 실제 삶에서 취하고 교수·학습 방식을 토론, 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개선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자유학기제의 취지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학교에서의 학습은 학생의 삶, 정체성과 밀접하게 관련되기에 그들의 실제 생활 속에서의 사회·문화적 구성과 실천이 중요해진다.
문식 활동을 사회·문화적 실천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상황 의존적 모형(Situated social practice model)은 담화인 학습과 문화적 체험을 강조한다. 교수·학습은 언제나 상황 의존적이고 생산 적이며 나름대로의 특징적인 효과를 생성해 낸다. 이를 교실 상황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학습 자의 상황적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학습 과제를 구성해야 한다. 주어진 활동 공동체 내에서의 실제적인 의미구성 활동과 적절하고도 의미 있는 활동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박영목, 2008, pp. 5-6). 또한 학습 상황에서 학습자 스스로가 정서적으로 몰두하여 과제에 집중하고 학습에 대한 긍정적 정서를 가질 수 있도록 질문하고 격려하는 등 적절한 비계 활동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습자의 흥미가 중심 이 되는 수업, 교사와 학습자가 함께 구성해 나가는 수업을 교과 수업의 최종 목표로 상정해 볼 때, 현재 우리의 국어 수업은 과연 그러한가에 대해 반성해 볼 필 요가 있다. 결과 중심 평가, 다인수 학급, 교사의 업무 과중 등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구성주의에 기반한 교수·학습을 실현하기는 어려움이 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비해 자 유학기에는 실제와 유사한 상황에서 학습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실제 현장 학습을 체험하기도 하기 때문에 학습 내용들을 자신의 실제 삶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할 수 있다. 교실 수업도 교사 중심의 강의식 수업보다는 학생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구성되기에, 학생들의 내재적 흥미와 동기를 통한 학습 몰입이 가능하며, 과제나 상황에 대한 도전심을 지닐 수 있게 된다. 학습자들의 실제 활동, 상황적 흥미 유발에 관심을 둔다는 것은 수업의 객체로 밀려나 있었던 학습자들을 수업의 주체로 격상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습자의 상황적 흥미를 기반으로 하여 상황 학습을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설계 방식으로 ‘거꾸로 교실(수업)’에 대한 관점을 들 수 있다. 거꾸로 교실(수업)이란 학생들이 집에서 동영상 강의 등으로 새로운 내용을 배우고, 교실에서는 과제에 대한 교사와 학생의 활동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이다. 이는 교사 중심의 수업을 학습자 중심의 참여 수업으로 전환시키는 것으로 수업 문화의 변화가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Hamdan et al., 2013; 전희옥, 2014). 거꾸로 교실은 다양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참여하는 수업에 개인 맞춤형 내용을 준비 하거나 지도하기 어려운 교사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는 미래형 수업 모델로서 주목받고 있다 (Steel, 2013; Hamdan et al., 2013). 이것은 기존 이론 중심 교사의 강의를 교실 밖(과제)으로 옮기고, 학습자의 토론 및 과제 활동을 교실의 중심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수업 방식을 뒤집은 수업 방식(전회옥, 2014, p. 52)이다. 거꾸로 교실 수업이 자유학기제 연구사례에서 직접적으로 시도된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토의·토론 등 수업 활동을 통해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개념적 지식, 절차적 지식, 기능 학습등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학생 참여를 강조하는 자유학기제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III. 연구 대상 및 방법
이 연구는 2014년 1학기에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실시한 자유학기제 연구학교에 대한 사례연구1)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경기도 P시 소재 S중학교 2학년 1학기에 적용된 자유학기의 국어과 수업 사례를 분석한 것이다. 사례 연구는 일반화 가능성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시간과 공간의 맥락적 특성이 반영되는 사회적 대상이나 현상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적절한 연구 방법(이영철, 2009, pp. 189-190)이다. S학교는 2014년 1학기에 선정된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38개교 중 하나로 자유학기제 운영의 효과성, 참여자의 만족도 측면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사 례에 속한다. 연구자들은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가운데 S학교와 B학교의 두 학교에 대한 사례 연구를 수행하였는데, 자유학기에 이루어지는 국어과 수업 개선의 긍정적 측면을 조명하고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는 본고의 목적에 비추어 S학교의 사례가 적절하다고 보아 이 학교의 자료를 심층 분석하게 되었다.
연구 방법은 S학교에서 수집한 자료에 대한 내용 분석(content analysis) 및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수행한 초점 집단 면담(Focus Group Interview, FGI)에 대한 분석을 적용하였다. 먼저, 학교 측에서 제공한 자유학기 운영계획서, 국어 교과서, 국어 학습 활동지를 대상으로, 자유학기 국어과 수업 내용 및 방법의 실제 양상을 드러내는 측면에 주목하여 내용 분석을 실시하였다(<표 1> 참고).
자유학기 운영계획서를 통해 국어 교과 및 타교과 시수 변동, 자유학기의 공통과정과 자율 과정에 적용된 주요 프로그램 내용을 파악하였다. 국어 교과서는 A출판사 ③권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학습 활동지로 제작된 부분은 1단원, 3단원, 5단원이었기 때문에 교과서, 학습 활동 지 모두 1, 3, 5단원에 한정하여 내용 분석을 실시하였다. 또한, 이러한 교육과정 재구성이 학습자 수준에서 구체적으로 일어난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한 학생으로부터 자료 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고 수집한 국어 학습 활동지 35장을 활용하여 학생의 수업 참여도, 활동 내용 및 결과물 등을 분석하였다.
다음으로, 자유학기 국어과 수업에 대한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2014년 6월 중에 자유학기 연구학교 소속의 국어과 교사 2명(‘교사 1’, ‘교사 2’), 학생 5명(‘학생’, ‘학생 2’, ‘학생 3’, ‘학생 4’, ‘학생 5’)을 대상으로 초점 집단 면담을 한 차례 실시하였다(<표 2> 참고). 본래 면담에 참 여한 국어 교사 2명과의 면담을 추출하여 국어과 수업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면담 시간은 각각 1시간-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었으며, 연구자 중 1명이 면담을 진행하고 다른 1명은 면담 내용을 녹음 및 기록하였다. 면담의 절차 및 방식에 대해서는 연구 참여자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았고, 연구에 참여한 교사와 학생의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하였다.
시기 | 2014년 6월 말 |
지역 | 경기도 P시 소재 S학교 |
대상 | 국어교사 2명(여), 학생 5명(남 2, 여 3) |
해당 학년 | 중학교 2학년 |
사례 연구는 특성상 참여 대상에 대한 심층 분석을 위해 다른 참여 대상을 비교·분석할 수 있다. 이에 면담자는 경기도 S학교 사례와 관련된 비교·분석이 필요한 경우 B학교의 국어 교사 1명(‘교사 3’), 학생 5명(‘학생6’, ‘학생7’, ‘학생8’, ‘학생9’, ‘학생 10’), 학생 5명의 면담을 활용하여 논의하기도 했다. B학교는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S학교와 비슷한 시기에 연구자들이 방문 조사한 자유학기 연구학교로서, 전반적으로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있었으나 국어과의 경우 타교과에 비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학생들의 국어 수업에 대한 만족도와 교사에 대한 신뢰도 높았기 때문에 S학교 사례를 논할 때 비교·분석하여 국어과 수업 사례의 종합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면담자들은 자유학기의 취지 및 내용을 사전에 숙지한 후 교육개발원에서 제공한 면담 범주를 토대로 면담 질문을 구성하였다(<표 3> 참고). 이때 교과 수업의 교육과정 재구성 및 교수·학습 방법 개선과 관련하여, 교과 수업 일반에 대한 질문과 더불어 국어 수업 시간의 실제 활동에서 경험한 변화들에 대한 질문도 추가하였다. 예컨대, 교사 대상의 교육과정 편성 운영에 대한 첫 범주에 대한 질문은 ‘자유학기제를 실시하지 않았던 작년 상황과 비교하여 볼 때, 이번 학기에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면서 학교의 교육과정에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되십니까?’, ‘국어과 시수가 많이 축소된 상황에서 교육 내용을 어떻게 재구성하십니까?, 수업 방식은 어떻게 운영하십니까?’ 등으로 변형하여 제작하였다.
또한, 국어과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즉흥적으로 면담 질문을 생성하여 진행하기도 했다. 예컨대, 자유학기 국어과 교사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자유학기제에 국어과 선생님의 역할이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을 하면서 논의를 이끌 어 나간 경우가 있었다. 또한, 추가 면담 질문으로, ‘국어과라는 교과의 특성이 사고의 이해·표현을 다루는 언어이고 독서교육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될 수도 있는데 교과 간 연계 수업, 진로독서 프로그램과의 연계 수업에서 국어과 교사의 역할이 어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와 같은 질문을 통해 국어과 교사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구하기도 하였다. 면담을 진행할 때, 교사나 학생이 말한 의도를 왜곡 해석하지 않기 위해 본인이 말한 의미를 재차 질문하고 확인함으로써 참여자에 의한 검증(member checking, Lincoln & Guba, 1985)을 수행하였다.
면담 자료 분석은 자료 전사, 자료 분석 체계 개발, 자료의 정리 및 사례 추출, 결론 도출 과정(Miles & Hubeman, 1994)을 거쳤다. 상위 분석틀은 교육과정 재구성 관련 5범주, 교수·학습 방법 변화 관련 4범주를 활용했으며, 면담 내용의 화제가 전환될 때마다 부호화(coding)하면서 하위 범주화하였다. 이 연구의 관심은 국어 수업이 자유학기제에서 어떤 방식으로 실현될 수 있을지, 자유학기라는 제도에서 국어 교과의 어떤 특성이 부각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으므로 면담 분석 또한 자유학기제에 실시한 국어 수업의 가능성, 시사점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졌다.
면담 범주화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에게서 나타나는 반응들을 분석한 후, 이를 운영계획서, 국어 교과서, 국어 학습 활동지 등의 보조 자료에 대한 내용 분석과 연계하여 재분석하는 과정을 거쳤다. 즉, 학교 측에서 제공한 다양한 자료, 면담 자료 등을 수집하여 문서상에 나타나는 교육과정 재구성, 교수·학습 방법의 양상이 교사와 학생들의 경험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면서 삼각검증에 활용하였다. 또한, 문서에 나타나는 특성들을 면담 자료와 지속적으로 비교 분석하면서(constant and comparative analysis, Campos, 2004) 의미 있는 부호로 범주화하고 종합하였다.
IV. 결과 분석 및 논의
S학교의 경우 국어과 시수가 자유학기제 실시 전에는 1주일에 4차시였는데, 자유학기제 기간에는 1차시가 줄어든 3차시로 편성되었다. 학기 전체로 보면, 국어과 시수는 68차시에서 17 차시 감소한 51차시로 편성되었다. 시수 감축에 따라 이 학교에서는 학교 운영자(교장, 교감), 교사들의 협의 하에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학교·교사 수준의 교육과정으로 구체화하여 재구 성하였으며 교과서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직접 제작한 학습 활동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수업을 진행하였다. 일반학기에서 학습 활동지는 교과서 내용 보충 자료, 시험 대비용 보충 자료로 많이 활용되었으나, 자유학기에는 학습 학습지에 교과서의 내용을 포괄하면서 교실 공간의 주된 학습 통로로 활용되고 있었다. S학교의 교육과정 내용 재구성은 (1) 교육과정 차원, (2) 교과서 차원, (3) 교과 차원의 세 가지로 차원으로 나타났다.
첫째, 교육과정 차원에서는 해당 단원의 학습 목표에 따라 교육과정 핵심 성취기준과 교과서 단원 내용의 적절성을 검토하여 재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S학교 국어 교과서 5 단원인 ‘5. 나의 삶, 너의 삶 (1) 문학 작품으로 표현하기’의 학습 목표는 ‘자신의 일상에서의 미 있는 경험을 찾아 다양한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다.’이며, 이에 대한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은 두 가지이다(<표 4> 참고). 이 중 핵심성취기준은 2959-2로, 자신의 일상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찾아 다양한 문학 작품으로 표현해 보는 것이다.
S학교에서 사용된 A교과서의 해당 단원은 성취기준 2959-1에 집중되어 구성된 반면, 자유 학기 때 교사가 직접 제작한 학습지에는 2959-2(핵심성취기준)을 중심으로 교육 내용을 재구 성되어 있었다. 2959-1을 중심으로 구성된 교과서는 본문에 제시된 ‘현우’와 ‘정윤’이라는가 상의 학생들을 등장시켜 그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 소설을 창작하는 과정을 2차시에 걸쳐 이해하고 분석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텍스트를 먼저 이해하도록 한 후에 텍 스트를 바탕으로 창작을 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단원의 비중 면에서 창작에 대한 이해 활 동이 표현 활동보다 4배 많다는 점을 통해서도 이 단원의 핵심이 문학 창작에 대한 이해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단원의 학습 목표인 문학 작품 ‘표현’ 능력을 함양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반면, 문학 작품 창작 과정에 대한 이해 수업을 1차시로 축소하고, 실제로 문학 작품을 창 작하는 활동을 4차시로 배당하였다. 문학 작품의 서술 시점 지도 부분에서도 기존 문학 작품의 시점을 파악하는 데서 더 나아가서, ‘하나의 상황에 대해 다양한 시점으로 표현해보기’, ‘모 방시 창작한 후 동료 평가하기’, ‘소설 창작하기’ 등의 활동을 다양하게 제시하였다. 교사들은 단원의 학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학생들의 문학 창작 과정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실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학 작품을 창작하는 기회를 주는 데 주안점을 두었던 것으로 보이며, 나아가서는 자신의 작품을 다른 학생들과 공유하는 활동을 통해 내면화하는 것을 의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다른 이들이 이미 써놓은 시나 소설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문학 창작을 경험한 후 이해하는 과정이다. 즉, 학생 들이 직접 작가가 되어 문학 창작을 해봄으로써 ‘소설의 시점이란 무엇인지’, ‘배경 설정이 소설의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해의 과정에 서는 텍스트 자체가 아니라 핵심 개념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기에 학습 활동지에서 텍스트 읽기를 과감하게 생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학습목표에 적합한 실제 학습 경험을 한 후 핵심 개념이나 지식을 이해하 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백워드 설계를 적용하여 재구성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핵심 개념 및 지식으로서의 핵심 성취기준은 기 개발된 성취기준 가운데 보다 중점을 두고 가르치고 배워야 할 성취 기준들을(가은아 외, 2013) 정선한 것으로, 그것들을 중심으로 교수·학습을 전개할 경우 교사들에게는 교육 내용과 교육 목표를 긴밀하게 연결하여 수업을 진행하도록 도와주고, 결과적으로 교수·학습 방법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또한, 학생들에게는 학습 부담을 적정화하면서 내용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함께 학습 목표에 맞는 실질적인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둘째, 교과서 차원의 재구성은 중복되는 내용은 통합하거나 생략하고 단원 순서를 재조정 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표 5> 참고). 즉, 교사들은 대단원이 다르더라도 영역이나 학습목표가 중복되는 소단원이 있을 경우 통합하거나 순서를 재조정하여 학습 활동지를 구성하였다. 이미 정해진 교과서 단원 구성에 얽매이지 않고 영역별로 단원을 새로이 구성하여 학습지를 제작한 것이다. 또한, 학습자의 수준에 맞지 않는 제재는 생략하거나 학습자의 현재 수준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제재나 내용을 영역별로 통합하여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우선, 단원 통합을 통한 내용 재구성은 1-(1) 단원과 5-(1) 단원, 3단원에서 나타났다. 문학 수업은 1-(1) 단원과 5-(1) 단원을 통합하여 학생들이 시의 화자, 소설의 시점의 개념, 다른 문학 작품 분석 등에 대한 내용을 먼저 학습하게 한 후(1-(1) 단원), 그것을 바탕으로 시와 소설을 창작(5-(1) 단원)할 수 있도록 재구성하였다. 기존 교과서에서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는 단원들을 관련지어 통합함으로써 문학 작품 창작에 대한 필수 요소 학습과 실제 창작 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학습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3단원은 본래 읽기, 듣·말 영역의 소단원이 각기 다른 학습목표 아래 결합되어 있고 영역 고유의 특성이 많이 드러나기 때문에 소단원 간의 유기성은 다소 약한 것으로 보인다.2) 그러나 자유학기에서는 3단원에 나타난 읽기와 듣기·말하기를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교수·학습하였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학습 활동의 순서는 3-(1) : 예시 텍스트 5개의 관점 비교 분석하기 → 3-(2) : ‘목적과 상대를 고려한 대화’를 주제로 한 역할극 1 → 3-(1) : 같은 대상, 다른 생각으로 토론하기·경청하기·평가하기 → 3-(2) ‘목적과 상대를 고려한 대화’를 주제로 한 역할극 2이다. 교과서에 구성된 3-(1)단원은 예시 텍스트를 ‘읽고’ 비교분석한 후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으나, 학습 활동지에서는 텍스트를 ‘읽고’ 비교분석한 후 같은 대상에 대해 다른 관점을 지니는 집단 혹은 개인으로 나누어 실제 ‘토론’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실행하였다. 이는 동일 대단원에 속한 다른 소단원과의 연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국어교육측면에서는 읽기와 화법을 통합하고 표현 교육을 강화하고자 한 의도가 내재되어 있고, 교수·학습 방법 측면에서는 학습자의 수업 참여를 촉진시키고자 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 된다.
또한, 중복되는 내용은 생략하거나 학습목표에 적절한 단원을 집중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특히, 화법 수업은 1-(2) 단원을 생략하고 5-(2) 단원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면서 매체 수업과 듣기·말하기 수업을 병행하였다. 각 모둠이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종이 매체, 컴퓨터 매체 등을 활용하여 조사한 내용을 다른 학생들 앞에서 발표한 후, 매체 자료를 활용하여 발표할 때의 장단점, 유의점 등을 학습하는 순서이다. 1-(2) 단원에도 화법 내용이 있지만 5-(2) 단원의 학습목표와는 관련성이 낮기 때문에 하나의 교육 내용을 통합하지 않았으며, 5-(2) 단원을 집 중적으로 가르치고자 하는 교사들의 의도에 따라 1-(2) 단원을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교과 차원의 내용 재구성은 주로 블록타임을 활용하여 각 교과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표 6> 참고). 블록타임제는 수업 내용이나 방식에 따라 수업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므로, 자유학기 때 많이 활용되는 특히, 2-3개 이상의 교과 내용을 토대로 교 수·학습하는 교과 연계 수업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학교 측에서 제공한 교육과정 운영안, 교수·학습 지도안을 분석한 결과, 국어와 수학, 국어와 도덕, 과학과 국어가 각각 2차시 분량으로 연계하여 수업하는 것으로 설계되었다.
<표 6>은 S학교의 자료를 인용한 것으로, 이 학교에서는 이와 같은 교과 연계 수업에 대 해, 하나의 교과가 다른 여러 교과와 주제적으로 관련을 맺으면서 ‘릴레이식’으로 연결된다는 의미에서 ‘릴레이 융합’으로 부르며 이를 ‘수업 모형’으로 제시하였다. S학교의 자유학기에는 블록타임제를 활용하여 실시하는 교과 연계 수업이 ‘교과 융합 수업’으로 불리고 있었다. 따라서 이 학교의 자료나 면담을 예시하는 경우에는 ‘융합 수업’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되, 분석에 있어서는 ‘교과 연계 수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실제로 S학교는 ‘교과 간의 유사한 단원을 엮어 연계된 수업내용을 구성하고 이에 따른 수업모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학생들의 통합적 사고능력을 신장시키도록 한다(S학교 자유학기 운영계획서 5쪽).’는 목표 아래, 두 개의 교과를 주제 중심으로 연계하여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였는데, <표 6>은 그 예시를 보여준다. 여기서 국어가 포함된 연계 교과 내용은 ‘매체 활용, 토론, 실험 보고서 쓰기’에 해당된다. 주로 매체 활용, 발표, 토론, 쓰기 등과 관련된 국어 영역을 다른 교과의 내용과 연계하여 설계한 것으로 볼 때, 국어과에서 다루는 의사소통 기능의 학습이 과학과 등의 학습에 도전이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면담 분석 결과 도출된 자유학기 국어 수업에 대한 교사와 학생들의 의견들을 종합해 보면, (1) 국어과 교육이 지향하는 의사소통 교육의 본질 실현, (2) 국어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긍정적 태도 함양, (3) 의사소통 역량을 함양하는 내용을 포함한 국어과 수업의 성격을 바탕으로 국어과 통합 수업 및 타교과와의 의미 있는 연계 수업의 구현, (4) 교육과정 재구성과 수업 방법 개선을 위한 국어과 교사 및 타교과 교사와의 교사 학습 공동체가 형성된 점이 긍정적인 변화로 분석되었다.
국어 교과가 다른 교과와 구별되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의사소통 능력 신장을 교육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어교육은 언어를 다루는 교육이고, 언어의 본질은 소통이기 때문이다. 2015년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도 ‘다양한 유형의 담화, 글, 작품에 대한 이해·표현,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등의 다양한 활동, 주체적 국어생활’을 하기 위해 국어 지식, 기능, 태도를 함양하는 것이 목표임을 밝히고 있다.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국어교육에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이해·표현과 관련된 다양한 언어활동을 ‘수행’하면서 주체적 국어생활을 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다.
자유학기제 국어과의 가능성 탐색을 위한 교사와 학생의 면담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던 것은 자유학기를 통해 국어과의 의사소통적 본질이 실현된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한 교사는 ‘발표, 역할극 등의 실질적인 언어활동을 통해 국어과의 본질적인 수업에 더 많이 다가간 것 같다’고 이야기하였다. 다음은 그와 관련된 교사 면담 중 일부이다.
교사 1이 언급했듯, 일반학기라면 외적 강화를 통해 형식적으로 ‘몇 명만’ ‘시키고’ 끝났을 활동들이 자유학기제에서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토론이나 발표, 역할극 등의 학습자 활동으로 이루어졌다. 교사 2는 자율활동(독서동아리)을 하면서 교과활동에 대한 가능성을 보았다고 하면서, 이를 위해 노력했다기보다는 아이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능력들을 자유학기 덕분에 ‘발견한 것 같았"다고 밝히고 있다. 교사들의 이러한 반응은 자유학기에는 국어과의 다양한 듣 기·말하기, 읽기, 쓰기 활동들을 실제로 경험하게 하는 교수·학습이 가능하며 이는 학생들의 의사소통 기회 부여, 의사소통 능력 함양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학생들 또한 일반학기에 비해 자유학기에는 선생님의 강의, 필기, 교과서 비중이 감소하고 다양한 이해·표현 활동이 증가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고 다른 동료 학습자와 토론하는 등 실질적인 의사소통 기회가 증가하였다고 말하였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주어지는 의사 소통 기회를 기피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하였으며 자신을 표현하고 남의 말을 경청하는 활동에 큰 흥미와 자신감을 느낀다고 진술하였다.
전반적으로 학생들은 수업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더 많이 표현할 수 있고, 감정을 잘 나타낼 수 있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듣기·말하기 활동뿐 아니라 쓰기 활동에 대한 언급도 있었는데, 학생 9는 이전에는 쓰기를 정말 싫어했지만 자유학기에서 많이 쓰다 보 니 쓰기가 익숙해졌다고 밝혔다. 일반학기에는 할 수 없었던 법정 토론, 역할극, 상황극, 발표, 자신의 글쓰기 등을 한 학기 동안 지속적으로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다른 사람들 앞에 서는 것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학생 3의 경우, 자 신에 대한 경험뿐 아니라 친구에 대한 경험을 예로 들면서 평소에는 ‘엄청 조용하고 되게 소극적인 성격이어서 친구들이 비난하기도 하는’ 친구였는데, 자유학기 국어시간에 친구들과 협력을 통해 역할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친구가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 같다고 하면서 친구의 변화에 대해 세심하게 반응하였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수업 시간에 학생들은 자신의 언어 활동, 자기 표현에 집중하면서도 다른 친구들의 언어활동이나 정서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언어활동 및 언어태도에 대한 자기 평가, 동료 평가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언어생활에 대한 진정한 교류, 소통이 일어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이다. 따라서 자유학기제 국어 수업은 교사 중심의 강의식 수업에서 밀려나 있던 학생들의 잠재적 언어 능력을 국어 교육 자원으로 포섭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수업을 설계하는 것은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교육적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어라는 교과, 국어 수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게 된다. 또한 학생의 입장에서도 교사의 강의를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다른 친구들 앞에서 언어활동을 하는 것은 수업 자체에 대한 집중도와 흥미, 자신의 언어 활동에 대한 관심과 자신감, 친구들의 언어 활동에 대한 호기심 향상 둥 국어에 대한 태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자유학기를 경험하면서 교사는 국어 수업에 대한 태도 변화, 학생은 국어 교과에 대한 태도 변화를 겪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교사들은 일반학기의 국어 수업에 대해 ‘학생들에게 국어 지식을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시간’이라 인식하는 반면, 자유학기에는 학생들의 참여가 없으면 수업 진행이 안 되기 때문에 ‘학생들의 언어활동을 유도하고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 큰 변화라고 말했다.
위 교사들의 말처럼, 수업 진도나 평가 문항 개발에 대한 고민 대신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 다양한 사고를 유도하는 교사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회상하였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국어 수업에 임하는 교사들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쳐, 의무로서의 수업으로 느끼기보다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수업을 만들기 위한 내적 동기를 느꼈으며, 교과 활동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수업에서의 적극적 참여, 다양한 활동, 동료들 간의 협력 학습 등을 수행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자신감·성취감을, 관계적으로는 친구들과 교사와의 친밀감·소속감을 느꼈으며 무엇보다도 국어 수업 자체가 ‘재미’있어진 것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이야기하였다. 국어 수업에 대한 흥미가 생기면서 수업 집중도가 높아졌고, 이는 자신의 일상적 언어 생활, 학교 언어 활동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학생 3과 학생 4가 언급한 것처럼, 일반학기에는 교사 주도의 수업이었다면 자유학기에는 친구들과 내가 ‘뭔가 직접 해 보는’ 학생 주도의 수업이 진행되고, 무언가를 계속해서 하다보니 그 활동에 대해 자연스레 호기심을 가지며 흥미가 생기게 된 것이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주어진 문제를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등의 언어활동을 통해 해결하는 과정에서 평소 자신의 언어생활, 타인의 언어생활에 대해 성찰, 평가를 하게 되고, 수업 시간에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것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가지게 되며 이를 통해 국어 및 언어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갖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결과가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한 자유학기 연구학 교사례 연구(최상덕 외, 2014)에서도 다수 제시되었다. 예컨대, 서울시 소재 A-3학교의 수업 변화에 대해 학생들은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고 발표하면서 소통하는 능동적인 수업에 적응하면서 수업 방법 개선 효과를 보고 있었다고 하였다. 또한 충북 소재 E-2학교는 수업 태도와 관련하여 잠을 자는 시간이 줄었고,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뀌게 되었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이러한 입장은 S학교 학생들이 느낀 태도 변화와 일치한다. 자유학기 수업의 효과가 단기간에 당장 나타나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한 학기가 끝나고 나서 봤을 때 ‘한 사람이 열 걸음 갔다기보다는 열 사람이 한 걸음 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며 ‘같이 발전하는 것이 보이는 학기’였다고 평가한 교사 3의 의견도 이를 뒷받침한다.
자유학기의 국어 수업은 학생들의 언어활동 기반, 프로젝트 기반 수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등 각 영역을 분리하여 다루기 어렵다. 예컨대, 모둠별로 법정 토론을 한다고 할 때 도움이 되는 자료들을 ‘읽고’ 자신의 입장을 ‘쓴 후’ 실제 토론에 임할 때는 다른 토론자들의 반론을 ‘듣고’,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활동이 반복된다. 더군다나 토론이 시작되기 전에도 모둠원들과 의견을 조율하기 위한 모둠별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활발한 상호 소통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지향하는 통합적 언어 능력 신장 및 주체적 국어생활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유학기를 통해 국어과 내의 영역 통합뿐 아니라 타교과와의 연계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 국어교과에서 다루는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능력은 타 교과의 학습에 있어서도 가장 기 본적인 능력이 된다. 이런 점에서 국어과와 타교과의 연계 수업은 매우 중요하다. 다음 면담 장면은 자유학기에 실시한 국어와 과학의 연계 수업에 대한 교사의 의견이다.
교사 2는 연계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과목 담당 교사와 주제를 협의하고, 내용의 주제나 수준이 학년에 적합한지, 어떤 방식으로 수업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교과 연계의 가능성을 먼저 탐색하는 절차를 거쳤다. 실제 연계 수업을 수행할 때, 국어 교과는 보고서 쓰는 방법, 토론하는 방법 등 언어 기능 중심으로 알려줌으로써 타교과와의 연계 수업을 진행하는 사례를 예로 들어 설명해 주었다.
국어 교과와 타교과를 연계하여 수업할 경우, 국어 교과 내용이 타교과에 적용·전이될 수 있는 지식이나 기능의 학습을 중요하게 다룰 수 있다. 교사와 학생 모두 자유학기에 이루어진 국어과와 타교과 연계 수업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다음 면담 장면은 자유학기에 실 시한 국어와 도덕의 연계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다.
위의 사례와 같이 도덕과에서 다루는 특정한 주제에 대한 토론을 국어과에서 다루는 토론에 대한 의사소통 특성 이해와 적용과 적절히 결합한 수업은 의미 있는 교과 간 연계 수업으로,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자유학기제를 하면서 좋았던 경험을 말해 달하는 연구자의 질문에 학생들의 절반이 ‘융합 수업’, 즉 교과 연계 수업을 손꼽았으며, 일반학기에도 유지되기를 바라는 자유학기 프로그램 중 중 하나가 바로 교과 연계 수업이었다. 교과 연계 수업을 통해 다른 교과 시간에 배운 지식들을 실제로 활용해 볼 수 있는 있는 만큼, 교과 내용이 자신의 삶에 깊이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다는 학생(학생 2), 그러한 활동 들을 통해 기억에 각인되었다는 학생(학생 5) 등 연계 수업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국어과와 타교과 간의 연계 수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의 도구를 학습하는 국어과 수업의 성격에 주목하여, 국어과에서 다루는 언어활동의 형식과 타교과 수업에서 다루는 학습 내용이 적절히 관련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자유학기에는 매달 혹은 매주 다른 내용의 학습지나 활동을 개발·수행해야 하고, 타 교과 와의 연계 학습이 많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어 교사들 간, 국어 교사와 타교과 교사 간의의 견 교환, 상호 협력이 없으면 교과 자료 개발, 수업 진행이 어렵다. 따라서 자유학기를 효율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중요한 요소는 ‘교사 학습 공동체(Teacher’s Learning Communities)’를 통한 협력적 태도이다. 학습 공동체란 교과 교사들이 모여 교과 내용, 방법, 평가 등에 대해 전문적으로 협의하는 집단적 모임으로, 교사의 ‘집단적 전문성 및 공동체성’을 통해 교육의 혁신을 불러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외에서 주로 논의되는 전문적 학습 공동체(Professional Learing Communities)의 의미가 교사들 간의 ‘학습’에 바탕을 두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국내의 교사 학습 공동체는 교사들의 집단 지성, 공동체성을 특징으로 한다(곽영순, 김종윤, 2016).
해당 연구학교의 자유학기가 성공적으로 이행될 수 있었던 근본적 동력도 학생·교사 학습 공동체가 그 역할을 제대로 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교사들은 교육내용을 재구성하고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였다. 교사 면담에서도 3명의 교사 모두, 일반학기 때 교사 협의는 주로 국어 시험 문항 출제, 시험 범위 조절 때 이루어졌지만, 자유학기에는 학습지 개발 및 활용, 교수·학습 방법 적용, 타교과와의 연계 수업을 위한 내용 수준의 적정성 논의 등 사소한 일에도. 교사 협의를 상시적으로 했다고 말하였다.
자유학기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가장 도움이 되었던 요인은 교사 자신들의 실질적인 협의였다는 것이 주요하게 제기되었다. 그 중 교사 3은 ‘교과 교사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업 자체를 도저히 이끌어 나갈 수 없’는 구조였다고 평하였다. 국어과 교사들 간의 협의뿐 아니라 교과 연계나 자율 활동을 실시하면서 타교과 교사들과의 협의도 수시로 이루어졌다. 교사 3은 이를 ‘교육적인 협의’라고 칭하면서 교사 협의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였다. 교사 3은 ‘학생들에게 어떤 배움이 일어나게끔,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나게끔 수업을 진행해야 할까’ 라는 고민을 하면서 한 학기를 보냈고, 그것에 대해 동료 교사, 타교과 교사와 ‘교육적인 협의’를 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였다.
교사 협의를 통해 교육 내용 및 방법을 재구성·실천하고 학생들의 반응을 탐색하면서 ‘좋은 수업’을 실현하고자 하는 교사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교사들은 끊임없는 협의를 통해 교사 자신의 수업 방식, 내용 지식 등에 성찰하고 배우면서 교수·학습 전반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던 것이다. 학생들을 교실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교사들의 노 력이 결국에는 국어과 교사 학습 공동체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수업의 질 향상을 이끌 뿐 아니 라, 교사들의 수업 전문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면담을 마무리하면서 일반학기에 연계되었으면 하는 자유학기 운영 요소가 있느냐는 질문에 많은 교사들이 협력적 수업 방식은 유지될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더군다나 교사의 말을 빌리자면 ‘협동 학습 체제’를 성공적으로 이끈 교사들이 타학년 수업에도 영향을 미쳐 1학년 수업도 발표 수업, 참여 수업 위주로 변화되었기 때문에 ‘2학기 때는 예전 같지는 않을 것 같다’며 수업의 지속적 변화를 바라는 교사도 있었다. 이것으로 보아 S학교는 수업 방법 변화에 대한 교사들의 협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수업 내용 재구성과 실제 수행 면에서 질적 변화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교사 학습 공동체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타학년에 전이되기 어려웠을 것이며 일반학기와의 연계도 희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유학기 동안 형성된 교사 학습 공동체는 쉽게 와해되지 않을 것이며, 일반학기에도 그에 맞는 교육내용 구안, 교수·학습 방법의 적용 등에 대해 교사들의 수시 협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V. 결론
이 연구에서는 중학교 자유학기에 이루어지는 국어과 수업의 교육과정 재구성의 양상을 살 펴보고 수업 개선의 실제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국어과 교육에 시사하는 바를 논의하고자 하였다. 수집한 자료의 내용 및 면담 분석 결과, 국어과 교육과정의 핵심 성취기준에 따라 학습 목표 및 하위 영역을 통합하거나 교과서를 학습 활동지로 재구성하고 교과 연계 수업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교육과정이 재구성된 양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또한 이를 통해 자 유학기 국어 수업에서 다루어지는 학습 내용들이 언어 활동의 실제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둠으로써 다양한 방식으로 국어과 수업 개선에 의미 있게 작용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초점집단면담을 통해 자유학기 국어과 수업이 (1) 국어과 교육이 지향하는 의사소통 교육의 본질 실현, (2) 국어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긍정적 태도 함양, (3) 의사소통 역량을 함양하는 내용을 포함한 국어과 수업의 성격을 바탕으로 국어과 통합 수업 및 타교과와의 의미 있는 연계 수업의 구현, (4) 교육과정 재구성과 수업 방법 개선을 위한 국어과 교사 및 타교과 교사와의 교사 학습 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음을 논의하였다.
이러한 국어과 교육과정 재구성은 핵심지식 위주의 이해 중심 교육과정(Wiggins & McTighe, 2011)을 구현할 수 있는 시작점으로서의 의의를 지닌다. 이해 중심 교육과정에서는 주요 개념을 바탕으로 한 학생들에게 ‘지속가능한 이해’를 구성하고, 이를 실생활의 맥락 속에 드러내도록 하는 방식으로 학습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다(김경자, 온정덕, 2011). 2015개정 교육과정 또한 이해 중심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교육과정 통합을 강조하는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연구학교 분석 결과, 실제 수업에서 핵심 지식, 핵심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실제적인 글쓰기, 듣기·말하기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졌고, 대화, 발표, 소설 창작, 시 창작, 토론, 역할극 등의 다양한 국어 활동이 교사의 시범과 안내 하에 학생의 활동 중심으로 실행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자유학기의 국어과 교육과정 재구성과 수업 방법 개선의 초점이 학생들이 교수·학습의 실질적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학생 참여 활동을 강화하고, 국어과 교육과정의 핵심 지식과 기능에 대한 이해 중심의 수업을 실현하기 위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양상에 해당한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에서 살펴본 사례 연구는 국어과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이해 중심 교육과정의 실현 방안에 대해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이 연구는 자유학기제 도입으로 발생하는 국어과 수업의 긍정적 변화에 주목하여 자유학기 국어과 수업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의사소통 역량 교육이 국어과 수업에서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 국어 교과가 핵심역량 가운데 특히 의사소통 역량의 교육을 중점 적으로 다루고 있는 교과의 성격을 바탕으로 타 교과와의 연계 수업을 어떻게 보다 생산적으로 구성할 수 있을지, 국어과 교육과정 및 교수·학습 방법 개선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지 등에 대해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진 의미 있는 협력적 문제 해결을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연구의 시사점을 찾을 수가 있다. 이처럼 자유학기의 교과 수업이 의미 있게 시도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학력 저하, 수업 과정에서의 방향 상실, 교사와 학생의 역할 과중, 일반학기와의 비연계성 등 자유학기에 대한 불안과 우려 또한 분명 존재한다. 자유학기 교과 수업에 대한 막연한 우려를 넘어서,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해결 방법이 모색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자유학기 교과 연구에 대해 더욱 심층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