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국어과 교육과정은 국어 교과에서 지도해야 할 내용이 무엇이며 그것을 통해 학생들이 도달 해야 할 지점이 어디인지를 정하는 국어교육의 핵심적인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2001이년 고시 된 중국 국어과 교육과정 (이하, ‘2001국어과 교육과정’)은 제7차 교육과정 고시 이후로 9년 만에 국어과 교육과정이 전면 개정되면서 고시되었다. 교육에 대한 관점의 변화, 그리고 사회의 발전에 따른 새로운 교육적 요구 등은 2001 국어과 교육과정의 내용에 전반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 뒤 2011년 개정·고시된 국어과 교육과정 (이하, ‘2011 국어과 교육과정’)은 2001 국어과 교육과정을 수정·보완하는 차원에서 고시되었다. 2011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은 국어교과의 성격 규정, 내용의 체계성과 명확성 등 여러 측면에서 한결 나아진 점들을 보였으나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倪文錦, 2013). 무엇보다 교육과정의 개발·수정에 다양한 목소리들을 포함하였는가? 특히 교육과정의 독자이자 실행자인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는 고려하였는가? 그렇게 개정·고시된 새 교육과정은 얼마나 적합한가? 등의 의문이 제기된다.
일례로 미국의 국어과 기준은 NCTE와 IRA 등 교과 단체와 학회가 주축이 되어 4년에 걸쳐 많은 학자와 교사가 참여하며 개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교과 방향과 목표, 내용의 표준화 가능성에 대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정혜승, 2007a). 거기에 비해 국가의 개입 정도가 더 강력한, 게다가 개발 참여자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개발·개정된 중국 2011 국어과 교육과정은 과연 사회적 요구를, 그리고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는지, 내용 타당성, 정당화 등 측면에서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은 국가 교육의 근간이며, 국어과 교육과정은 국어교육의 목표가 무엇이고, 수업에서 어떠한 내용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지침이므로, 교육과정의 적합성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국에서는 국어과 교육과정의 적정화 및 적합성 여부는 정부출연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기본 과제로 설정되어 지속적으로 연구된 바 있고(송현정 외, 2004; 이인제 외, 2005; 윤현진 외, 2009; 민용성 외, 2010),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국어과 교육과정 ‘내용 성취기준’의 적합성 조사 연구가 진행되기도 했으나(남민우·최숙기, 2012; 이순영 외, 2012; 장은주 외, 2012; 노은희 외, 2012), 중국 2011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이 시행된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의 적정화나 적합성 여부에 대해서는 연구된 바가 별로 없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교육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이의 방향과 세부 내용에 대해 지속적인 연구와 점검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교육과정의 독자이면서 실제 실행자로서의 현장 교사들은 이에 대해 어떠한 생각과 인식을 갖고 있는지, 교육과정을 실제 교실 상황에 적용해봤을 때 어떠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어떠한 점들이 보완되어야 할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현장 교사들의 적합성 평가 반응을 바탕으로 중국 2011 개정·고시된 국어과 교육 과정의 적합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교육과정 내용 중에서도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課程目標與內容)’ 부분은 전체 교육과정의 핵심적인 내용이며, 매 차시 수업 목표와 내용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 부분이므로 이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을 읽기, 쓰기, 말하기·듣기 등과 같은 세부 영역별로 적합성을 평가하고 분석하기에는 소논문 지면의 한계가 있으므로, 본 연구는 우선 쓰기 영역만 분석하고자 한다. 쓰기 영역은 학생들의 수행과 교육과정 목표의 실현 여부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장은주 외, 2012), 이의 목표와 내용 항목들의 적합성을 분석하는 것은 중요한 의의가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중국 2011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의 출시 배경, 내용 구성 체제 및 세부적인 내용과 특징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국어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 해 그들의 적합성 평가 반응을 분석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쓰기 영역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의 적합성을 분석·논의하고자 한다. 이 연구를 통해 중국 2011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 대해 소개하고, 더불어 중국의 사례를 통해 한국 국어과 교육과정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실행해야 할지, 차기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는 어떻게 내용 성취기준을 편성해야 할지, 어떠한 점들을 특별히 유의하고 개선해야 할지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교육과정 개정 시기에 타 국가의 교육과정에 대한 검토, 특히 유사한 문화적·사회적 배경을 지닌 같은 동아시아 국가인 중국의 교육과정에 대한 검토, 이의 내용 체계나 형식적 토대를 탐색적으로 분석하는과 정은 한국 국어과 교육과정의 개발·개정 등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II. 중국 2011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개관
2011년 12월 중국 교육부에서 <의무교육어문교육과정(義務敎育語文課程標準)(2011 년)>을 발행하였고 2012년 후반부터 전국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曾素林·郭元祥, 2013). 이는 2001이년 개발·고시된 <의무교육어문교육과정(실험판)(義務敎育語文課程標準實驗稿)>의 기본 이념과 방향을 따르면서, 동시에 사회의 발전에 따른 새로운 요구를 반영하고, 2001 교육과정 시행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들을 고려하며 개정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巢宗祺, 2012a). 2011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 따르면, 국어과 교육과정의 성격은 ‘음성언어와 문자언어의 활용을 배우는 종합적·실천적 교육과정’으로 규정되었고, ‘도구성과 인문성의 통일은 국어과 교육과정의 기본적 특징’이라고 밝혀져 있다(中華人民共和國敎育部, 2012:2). 이는 2001 교육과정의 규정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더불어 교육과정의 실행 측면에 대해 ‘어문(語文)은 언어 사용을 학습하는 종합적·실천적 교과이다. 이는 어문은 지식 교과도 이론 교과도 아닌 실천적 교과임을 의미한다. 어문 학습은 정적인(靜態的) 언어 지식을 얼마나 파악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지식을 실제 언어 사용 능력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느냐에 있다’(胡根林, 2012:61)라고 밝혔다. 교육과정 개발팀에 따르면, 국어과 교수학습은 ‘언어 사용’에 중점을 두어야 하며, 언어 사용은 ‘삶, 직업, 학습에서의 듣기·말하기·읽기·쓰기와 같은 실용적 언어 사용 활동과 문학적 언어 사용 활동을 포함한다’라고 강조되고 있다(巢宗祺, 2012b: 5).
2001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어문 소양(語文素養)’이라는 개념이 제기된 바 있으나, 2011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는 과학 기술과 다중매체의 발전에 따른, ‘문식성에 대한 새로운 요구’를 반영한 어문 소양이 핵심 개념으로 제기되었다. 교육과정 ‘총체적 목표와 내용’ 제10항에서 ‘자주 쓰는 국어 도구서를 활용할 줄 알고,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갖추며, 새로운 기술과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국어 학습을 적극 시도한다’(中華人民共和國敎育部, 2012:7) 라는 항목이 이를 잘 보여준다. 다른 수정 작업으로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체계가 국어 교육 과정의 침투(渗透)’, ‘학생의 사회적 책임감, 실천 능력과 창조 능력 양성(培養)’, ‘나라 언어 사용이라는 국어 교육과정의 핵심 목표 강조’, ‘아동의 인지적 발달과 국어 학습의 특성에 따라 교육과정 목표의 적합성과 실제 활용 가능성 강화’ 등이 있다(巢宗祺, 2012a). 이외 ‘현대 시민 소양과 민족정신의 양성’, ‘인재 양성 양식 변혁’, ‘학생의 학업 부담 적절하게 경감’ 등과 같은 부분에 대해서도 수정 작업을 진행하였다(胡根林, 2012). 2011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의 전체 내용 구성 체제는 다음 <표 1>와 같다.
<표 1>에서 제시하였듯이, 2011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은 ‘머리말’,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 ‘실시건의’ 그리고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은 핵심적인 부분으로 본 연구의 분석 대상이다. 이 부분은 ‘지식과 능력(知識與技能), 과정과 방법(過程與方法), 정서·태도와 가치관(情感態度價値觀)‘이라는 교육과정 목표 분류 체계를 따르고 있으며, 학생이 학습해야 할 지식과 기능(내용 기준), 그리고 실제로 알 수 있어야 하고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도달해야 할 목표 지점(성취 수준)을 모두 포함하였다. 하위 내용 구성을 보면, 주로’ 총체적 목표와 내용’과 ‘학년군 목표와 내용’으로 구성되며, ‘학년군 목표와 내용’은 다시 ‘글 깨치기·글씨쓰기(識字與寫字)’, ‘읽기(閱讀)’, ‘쓰기(寫話·習作·寫作)’1), ‘말하기·듣기(口語交際)’, ‘종합적 학습(綜合性學習)’ 다섯 영역으로 나누어진다.
쓰기 교육과 관련해서 주목할 것은 ‘시험 중심의 글쓰기 훈련’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주제 맞추기식 작문(套題作文), 모형화된 구조의 작문(宿構作文)만 가르치면, 거짓말·큰 소리·헛소리 (假大空) 글쓰기 풍조만 조성할 뿐만 아니라 학생의 개인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溫儒敏, 2012:4)라고 지적된 것처럼, 이번 개정은 특히 학생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도록 유도·격려하는 것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2001 국어과 교육과정 때부터 각 학년 군 쓰기 영역은 각각 다르게 표기되었는데, 이번 개정에서 역시 이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즉 쓰기는 초등 저학년(1-2학년군), 초등 중고학년(3-4학년군, 5-6학년군), 그리고 중학교(7-9학 년군)에는 각각 ‘말을 글로 적기(寫話)’, ‘글쓰기 연습하기(習作)’, ‘글쓰기(寫作)’ 서로 다른 용어로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말을 글로 적기’나 ‘글쓰기 연습’과 같은 용어는 특정한 편향성을 띠기 때문에, ‘글쓰기(寫作)’로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潘新和, 2002).
이상으로 중국 2011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의 특성과 내용 체계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다. 교육과정은 국가의 이름으로 ‘표준화’되어 제시되지만, 결국은 소수의 전문가에 의해 선택된 지식이라 할 수 있다(정혜승, 2007). 교사와 학생의 공감과 동의가 없는 내용 기준에 대한 우려를 표명된 것처럼(Noddings, 1997), 소수의 전문가에 의한 지식 선정은 정당성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노정하고 있다. 지금부터 현장 교사들의 적합성 평가 반응을 바탕으로 중국 2011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쓰기 영역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의 적합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III. 연구 방법
중국 2011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 제시된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 항목들은 모두 113개 이다. ‘글자 익히기와 쓰기’, ‘읽기’, ‘쓰기’, ‘말하기듣기’, ‘종합적 학습’과 같은 국어과 교육과정 하위 영역별로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 항목 수는 <표 2>에서 제시하였다. 본 연구의 분석 대상으로 삼은 쓰기 영역 항목들은 총 22개이다. 이 중에서 초등은 14개이고, 중등은 8개이다. 쓰기 영역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 각 항목의 구체적인 내용은 <표 3>과 같다.
구분 | 글자 익히기와 쓰기 | 읽기 | 쓰기 | 말하기·듣기 | 종합적 학습 | |
---|---|---|---|---|---|---|
초 | 1-2 | 6 | 7 | 3 | 6 | 3 |
3-4 | 5 | 9 | 6 | 3 | 4 | |
5-6 | 4 | 8 | 5 | 6 | 4 | |
중 | 7-9 | 4 | 12 | 8 | 6 | 4 |
계 | 19 | 36 | 22 | 21 | 15 |
본 연구에서 사용할 적합성 평가 준거는 관련된 선행연구들(남민우·최숙기, 2012; 이순영 외, 2012; 장은주 외, 2012; 노은희 외, 2012)에서 사용한 준거를 조금 수정하며 사용하였다. 구체적으로는 ’1)교사와 학습자에게 교수·학습할 가치가 있는 지식과 기능을 포함하였는지의 여부, 2) 문서 개발자들이 교사와 학습자에게 전달하는 가장 구체적인 진술 내용이므로 진술이 명료한지의 여부, 3) 학습자의 발달 수준에 적합한 내용이 해당 학년에 배치되고 있는지의 여부’(이순영 외, 2012:325) 등을 분석하기 위해 설정되었다.2) 설문 문항은 크게 객관식 문항과 주관식 문항으로 구성하였다. 객관식 문항은 ‘내용의 타당성’, ‘진술의 명료성’, ‘수준의 위계성’ 이렇게 세 가지 평가 준거별로 개별 항목의 적합성을 평가하는 문항으로 설정하였고, 주관식 문항은 각 평가 준거별로 낮게 판정된 항목을 찾고 그 이유를 서술하는 문항으로 설정하였다. 구체적인 적합성 평가 질문 항목 및 응답 방법은 다음 <표 4>3)와 같다.
설문 대상은 중국 J지역과 Q지역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현장 국어 교사들로 하였다. 이들은 2011 국어과 교육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갖추고 있고, 쓰기 영역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의 적합성을 분석할 수 있는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되었다. 설문 참여 대상을 모집하는 데 S대, Q대 등 교대 재직 교수들의 도움을 받았다. 교사들의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초등(1-6학년) 쓰기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의 적합성은 초등 국어 교사들이 평가하게 하였고, 중등(7-9학년) 쓰기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의 적합성은 중등 국어 교사들이 평가하게 하였다. 조사는 대략 2주〜3주 정도 진행하였으며, 설문 조사 참여자들에게 설문지를 전자 우편으로 발송하여 회수하기도 하고, 인쇄된 설문지를 각 학교 현장에 가져가서 직접 배부해서 회수하기도 하였다. 회수된 설문지 중 불성실한 응답, 10% 이상의 결측 자료가 있는 응답 자료들을 제외하고, 총 127부의 설문지를 최종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설문 응답자들의 기본 정보를 제시하면, 다음 <표 5>와 같다.
<표 5>에서 볼 수 있듯이 최종 분석 대상으로 삼은 설문지는 총 127부이다. 이 중에서 남교사가 12명(9.4%), 여교사는 115명(90.6%)이었으며, 초등학교 교사는 59명(46.5%), 중학교 교사는 68명(53.5%)이었다. 또한 근무 경력이 5년 미만인 교사는 38명(29.9%), 6-15년인 교사는 35명(27.6%), 16년-25년인 교사는 37명(27.6%), 25년 이상인 교사는 17명(13.4%)이었다. 수집된 설문 응답 자료는 초등과 중등을 분리하며 SPSS로 따로따로 분석하였다. 5점 척도에 대해 어느 정도가 ‘적합하다’라고 할 만한 준거는 없으나 각 항목별 내용 타당성, 진술 명료성, 수준 위계성이 전체 평균을 기준으로 그것에 못 미치는 항목들을 추려내고 교사들의 서술형 응답을 참고하여 적합성이 낮게 평가된 원인을 분석하였다.
IV. 결과 분석 및 논의
중국 2011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쓰기 영역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의 적합성은 설문 결과에 근거하여 전체 문항의 적합성이 어떠한지 우선 분석한 다음, 적합성이 낮게 평정된 항목들을 찾아 왜 낮게 평정되었는지에 대해 현장 교사들의 반응을 바탕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설문 조사를 통해 2011 국어과 교육과정 쓰기 영역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의 적합성을 판정한 결과,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3.91). 학교급별로 나누어 살펴볼 때, 초등학교급 쓰기 영역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의 적합성 평가 결과(4.06)가 중학교급의 평가 결과 (3.75)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 6>은 쓰기 영역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의 적합성을 내용 타당성, 진술 명료성, 수준 위계성을 준거로 세분화하여 평가한 결과이다. 초등학교급에 비해 중학교급의 쓰기 영역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 항목들이 내용 타당성, 진술 명료성, 수준 위계성 측면에서 모두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는 한국 2009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적합성을 조사한 남민우·최숙기 (2012)에서 지적한 내용과 같은 결과이다. 각 학교급 내에서는 평가 준거별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초: 4.05, 4.09, 4.05, 중: 3.74, 3.75, 3.76). 쓰기 영역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 항목들에 대한 개별 응답값들을 평균화하며 상관분석을 실시한 결과, 다음 <표 7>과 같다.
학년군/적합성 | 내용 타당성 | 진술 명료성 | 수준 위계성 | 적합성 | |
---|---|---|---|---|---|
1-2학년군 | 4.09 | 4.18 | 4.13 | 4.13 | |
3-4학년군 | 4.03 | 4.07 | 4.00 | 3.03 | |
5-6학년군 | 4.04 | 4.01 | 4.02 | 4.02 | |
초등학교급 | 4.05 | 4.09 | 4.05 | 4.06 | 3.91 |
7-9학년군 | 3.74 | 3.75 | 3.76 | 3.75 |
중등/초등 | 내용 타당성 | 진술 명료성 | 수준 위계성 | |
---|---|---|---|---|
쓰기 영역 | 내용 타당성 | .958 | .934 | |
진술 명료성 | .911 | .981 | ||
수준 위계성 | .824 | .822 |
<표 7>에서 제시하였듯이, 초등 쓰기 영역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 항목 가운데 타당성, 명료성, 위계성의 상관관계가 유의도 p<.01 수준에서 .93 이상의 높은 상관관계를 맺는 것으로 나 타났다. 또한 진술의 명료성과 수준 위계성과도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중학교에서도 유의도 p<.01 수준에서 .82 이상의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학교급에 따른 상관계수의 차이가 발생하였는데, 타당성과 명료성, 위계성의 상관관계는 중학교보다 초등학교가 더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역시 한국 2009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적합성 조사 결과와 비슷하다.
각 평가 준거별로 평균치보다 낮게 판정받은 항목들을 제시하면 다음 <표 8>과 같다. 이들 항 목은 모두 13개이며, 전체에서 59.1%를 차지한다.
이 중에서 어떠한 항목은 한 가지 준거 측면에서는 전체 평균 이하의 평가를 받았으나, 다른 준거 측면에서는 평균 이상이었다. 예를 들어 7-9학년군 제8항은 타당성 측면에서는 전체 평균 이하의 평가를 받았으나, 명료성과 위계성은 평균 이상이었다. 또한 3.71인 타당성 지수를 고려해 볼 때, 이 항목은 평균보다는 낮은 평정을 받았으나 타당성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있는 항목이라고 판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쓰기 영역의 전체 평균을 기준으로 ‘낮은 적합성’을 논의하고자 하며, 쓰기 영역 교육과정 항목들 중 타당성, 명료성, 위계성 측면에서 모두 평균 이하로 판정을 받은 항목들을 중심으로 질적 분석을 수행하고자 한다.
앞서 국어과 교육과정 쓰기 영역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의 적합성에 대한 개괄적인 분석 결과와 내용 타당성, 진술 명료성, 수준 위계성 준거별로 전체 평균보다 낮게 판정받은 항목들을 제시하였다. 여기서는 각 준거별로 모두 낮게 판정받은 항목들을 찾아 현장 교사들의 질적 평가 반응을 통해 왜 낮게 판정되었는지 그 원인을 분석하고자 한다. 타당성, 명료성, 위계성 준거별 로 모두 낮게 판정받은 항목들을 정리하면 <표 9>와 같다.
<표 9>에서 제시하였듯이, 쓰기 영역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 중 타당성, 명료성, 위계성 측면에서 모두 전체 평균 이하의 판정을 받은 항목들은 총 8개(초등 4개, 중등 4개)이며, 전체에서 36.4%를 차지한다. 이 중에서 7-9학년군 제5항은 적합성 점수가 3.63으로 쓰기 영역에서 가장 적합성이 낮은 항목이었고, 5-6학년군 제5항은 적합성 점수가 3.83으로 초등 쓰기 영역에서 가장 적합성이 낮은 항목이었다. 평가 준거별로 살펴볼 때, 타당성은 7-9학년군 제2항이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고(3.62), 명료성과 위계성은 7-9학년군 제5항이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3.57, 3.67). 이들 항목들은 5점 만점에 약 3.8점을 받아 낮은 적합성이라고 할 수 없지만,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의 적합성은 기본적으로 해당 교과의 교육 내용으로 교수·학습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묻기 때문에 대부분의 항목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적합성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들 항목의 적합성이 전체 평균보다 낮게 판정된 이유에 대한 교사 논평 가운데 핵심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하면 다음 <표 10>와 같다.
<표 10>는 쓰기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 가운데 특정 항목의 적합성이 왜 낮게 판정되었는지 그 이유를 교사들의 관점과 목소리를 통해 설명해 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타당성의 경우 주로 내용 설정이 합리적이지 않거나 수업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항목, 학년 간 계속성이 확보되지 못한 항목이 낮게 평가되었고, 명료성은 내용의 의미나 범위가 분명하지 않거나 개념이 모호한 항목,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진술된 항목이 낮게 평가되었다. 위계성의 경우에는 주로 난이도가 해당 학년 학습자의 수준에 맞지 않거나 층위가 구분되지 않은 항목이 낮게 평가되었다. 흥미롭게도 교사들은 교육과정 항목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해당 항목의 적합성을 높이기 위해 수정 제안도 함께 제시하였다(이탤릭체로 표시된 내용). 교육과정 내용 적합성 평가 과정에서 현장 교사들의 분석과 함께 제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집하면 향후 교육과정 개정, 특히 각 항목들의 정교화 작업에 매우 의미 있는 정보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타당성, 명료성, 위계성 준거별로 어떠한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겠다.
내용 타당성은 교수·학습할 가치가 있는 지식과 기능을 포함하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교사들은 각 항목의 ‘타당성’을 평가할 때 진술의 ‘명료성’과 수준의 ‘위계성’을 포함한 종합적인 관점을 취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는 이순영 외(2012)과 남민우·최숙기(2012)에서 지적한 내용과 동일한 결과이며, 앞에서 제시한 이들의 높은 상관관계 결과표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즉, 교사 들은 ‘명료성이나 위계성은 해당 준거를 중심으로 평가하지만, 내용의 타당성을 평가할 때는 표현상의 명료성은 물론 학습자의 수준을 고려한 위계성을 포함한 종합적인 논평이 제시되었다’ (이순영 외, 2012:340)라는 것이다(예: 1-2학년군 제1항, 3-4학년군 제1항, 7-9학년군 제 1, 2, 3항). 이는 타당성 개념 설정이나 진술의 문제일 수도 있겠으나, 무엇보다 매 순간 학생을 접하고 교육과정 실행자라는 교사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앞의 상관관계 결과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결국 명료성과 위계성의 문제들이 보완되면, 해당 항목의 타당성이나 전반적인 적합성 제고에 큰 영향을 줄 것임을 시사한다.
또한 학년 간의 계속성을 확보하지 못한 항목도 타당성 이 낮게 평가되었다. 7-9학년군 제1항에 대한 교사들의 논평 가운데 ‘감정 실어 글을 쓴다거나 무엇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은 초등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 것 같은데 그것과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아 타당성이 약화됨’은 이를 잘 보여준다. 쓰기 영역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의 적합성을 확보하려면 각 학년군 내 항목들의 계속성을 확보하고 텍스트 유형이나 쓰기 과정, 학생들의 발달 단계 등을 고려하여 학년군 간의 위계성을 갖추도록 배열하고, 체계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흥미롭게도 교사들이 타당성을 평가할 때 학습자의 수준과 교육과정 실행 측면에 특히 주목해 교육과정의 ‘독자’이자 ‘실행자’라는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일례로 1-2학년군 제1항에 대한 논평 가운데 ‘1, 2학년 학생들은 주변의 세계에 대해 관심은 있어도 말로 표현하지 글을 쓴다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고 봄. 그리고 어휘량이 제한되어 있어 금방 싫증나기가 쉬움’은 교사들이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하고 교육과정 실행할 때 부딪힐 만한 문제점에 주목하고 평가하였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교육과정 내용 항목의 실행 가능성, 현장에서 봤을 때 어느 정도의 합리성을 가지는지를 고려한 것이다. 이를 통해 교사들은 현장 교수학습의 주체로서 해당 항목을 어떻게 구체적인 수업 장면에서 구현할 것인가(교수학습 가능성)의 문제에 특히 민감함을 알 수 있다(이순영 외, 2012). 그동안 교육과정 내용 항목들은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이론적 논의와 직관적인 판단에 의존해 개발되고 그 적합성도 교수와 같은 전문가들의 해석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현장 교사들의 예리한 지적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진술의 명료성은 추상적 어휘 사용, 구체적인 지도·평가방법이나 세부적인 실행 단계에 관한 설명 부족, 다양한 학습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안내 결여 등 문제들이 지적되었다. ‘이건 너무 일반적인 얘기고, 좀 분명하게 학급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정하는게 바람직함’(3-4학년군 제6 항)이라든지, ‘학생들은 초고 쓰기, 수정하기 등 단계에서 많이 약해 좀 더 명확하게 제시해주면 좋을 둣’(7-9학년군 제3항) 등과 같은 논평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표에서 제시하지 않았으나 ‘글쓰기의 목표와 내용은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의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글을 쓰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범위는 너무 넓고 요구는 너무 모호해서 애들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모른다’라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국어과 교육과정 항목들의 진술상의 추상성과 모호성이 함께 지적되고 있다.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 항목들은 교수·학습 및 평가 또는 교과서 개발에 실제로 활용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진술되어야 한다. 물론 교육과정의 추상성 때문에 지역화, 개별화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Wixon et al., 1996)도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르치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비판(Tabor, 1996; Raymond, 1996), 내용이 의미하는 바가 모호하여 실제에서는 그 의도가 충분히 구현되고 있지 못한다는 지적 (정혜승, 2007b)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은 교사와 학생이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 할 것 인가를 쉽게 이해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되지 않으면, 그것이 교사의 수업으로, 더 나아가 학생의 학습으로 실행되기가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수준 위계성이 떨어지는 항목은 주로 해당 학년에 비해 쉽거나 어려운 경우, 학년군 차별성 없이 중복되어 나오거나 학년군에 걸쳐 골고루 다룰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상상하는 사물’을 쓰는 것은 좀 어렵고, 관찰한 것들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음’(1-2학 년군 제1항), ‘중학생들에게는 감정 실어 쓴다거나 느낌을 쓴다기보다 조금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글쓰기 연습이 이루어져야 함’(7-9학년군 제1항), ‘3-4학년군 교육과정에 나타났는데, 또 5-6학년군 교육과정에 제시되어 위계성 측면에 문제가 있음’(5-6학년군 제5항), ‘이 항목은 1, 2학년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전 학년에서 다룰 필요가 있음’(1-2학년군 제1항) 등과 같은 논평 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쓰기 영역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 항목들의 위계성을 보완하려면 쓰기 발달에 대한 선행연구들을 참고하며 학생들의 쓰기 발달 단계를 구분하고, 학년에 따른 수준과 순차적인 발달 단계를 고려하여 내용 항목들이 선정된다면, 쓰기 수업이 더욱 실제적으로 구현 되고 학생들에게도 유의미한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주목할 것은 진술 상 너무 많은 항목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도 위계성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7-9학년군 제3항과 제5항). 이와 관련한 교사들의 논평 가운데 ‘소재 모으기, 내용 생성하기, 초고 쓰기, 그리고 수정하기 단계별로 항목을 설정하여 구체화시켜 제시하는 것이 더 위계 성을 가짐’(제3항)과 ‘서사적인 글, 설명적인 글, 논설적인 글은 별개의 항목으로 설정하는 것이 더 적절하고 학생의 수준에 맞음’(제5항)은 이를 잘 보여준다. 특히 제5항 ‘서사적인 글을 쓸 때, 표현의 의도가 명확하고, 내용이 구체적이고 풍부해야 한다. 간단한 설명적인 글을 쓸 때, 명확하고 분명해야 한다. 간단한 논설문을 쓸 때, 관점이 분명하고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필요에 따라 삶에서 흔히 접하는 실용문을 쓴다’는 단일한 성취기준으로서 지나치게 많은 양의 학습 목표와 내용이 여러 수준에 걸쳐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항목은 적합성 점수가 3.63으로 쓰기 영역에서 가장 적합성이 낮게 평정된 항목이라는 점, 명료성과 위계성 준거별로 살펴볼 때도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추후 교육과정 개정 때 학습 목표와 내용의 ‘양’과 ‘수준’을 적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덧붙여 좀 더 나은 위계성을 확보하려면 서사적인 글, 설명적인 글, 논설적인 글의 비중은 각각 어떻게 설정하고 초등과 어떠한 차별성을 두고 가르쳐야 할지에 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등 교사들의 논평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학년군제 편성에 대한 이야기인데, 표에서 제시하 지 않았지만, 어떠한 교사는 ‘6-3제 학교에서는 6학년이 초등학교급에 속하지만, 5-4제 학교에서는 6학년이 중학교급에 속하니 이를 구별하며 초등과 중등에 적합한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하면서, ‘6-3제와 5-4제를 실행하는 학교별로 따로 교육과정을 만들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어떠한 교사는 ‘45분 내에 최소 500자의 글을 작성할 수 있다’(제8항)라는 항목에 대해 ‘이는 9학년 아이들한테 쉬운데, 7학년 아이들한테는 어렵다’라고 하면서, ‘글쓰기의 양보다 질에 대해서도 규정하거나 학년별로 좀 세분화해서 제시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논평하였다. 이처럼 교육과정 항목별로 학습 내용의 수준을 적정화하는 작업, 학습자의 수준을 고려해 각 학년별 로 좀 더 세분화된 학습 목표와 내용을 설정하고, 교사가 쉽게 이해하고 지도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에 대한 추가적 설명이나 안내가 필요하다.
종합하며 보면, 교사들의 논평을 통해 다음 두 가지 문제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많은 초등 교사들은 학생이 글쓰기를 싫어하거나 두려워한다든지, 아예 글쓰기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없다고 지적하였다. ‘학생들이 글쓰기의 기쁨을 기꺼이 나누기는커녕 쓰기 자체를 싫어함’이라는 논평에서도 볼 수 있듯이, 쓰기 능력이 발전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학생들은 동기화되지 못하고 쓰기를 어렵고 부담스러워 하며 회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그러나 쓰기는 인지 과정 이상의 복합한 요인들이 작용하는 인간 활동이라는 점과, 쓰기의 정의적 측면이 인지적 측면과 매우 깊은 관계를 맺는다는 점(가은아, 2010)에서, 쓰기에 대한 태도, 흥미와 같은 정의적 측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련하며 향후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쓰기의 정의적 측면을 강화하고, 이에 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학습 목표와 내용을 체계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실용문이나 정보글이 시험에 잘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련 항목의 타당성을 낮게 평가하였으며, 실제 수업에서 정보글 쓰기 관련 연습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언급되고 있다. 문학적인 글보다 정보적인 글이 덜 중요하다는 인식과 정보적인 글을 가르치는 것을 저항하는 태도가 돋보였다. 이는 교과 글쓰기, 학습 글쓰기, 지식 생산으로서의 글쓰기를 강조하는 시대적 요구와는 달리 국어 교사의 인식은 여전히 문학 텍스트,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글쓰기 중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21세기에 개인의 취미나 교양 차원의 쓰기보다는 직무나 사회 활동, 학술적인 목적으로 여러 가지 정보원을 활용하며 새로운 지식 정보를 창출하는 쓰기 활동이 강조되고 있는 현실(이순영, 2011)과 어긋난다. 고등 수준의 문식성을 개발하는 데도 이러한 글쓰기 교육이 꼭 필요하다. 이러한 현상을 개선하려면 평가 측면에서도 관련 내용을 반영해야 하겠지만, 교사들의 인식에도 변화도 있어야 할 것이다.
V. 결론
국어 교과에서 교수·학습할 가치가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왜 그 수많은 지식 중 그 지식을 교사가 가르치고 학생이 학습해야 하는가, 선정된 지식이 누구의 지식이며 누구를 위한 지식인가, 누구에 의한 선택인가, 선정된 지식이 학생에게 의미 있는 지식이 되기 위해서 학생의 요구, 학습 수준과 능력, 사회경제적 상황, 적성 및 성향, 취향 등 학생이 처한 상황과 개별성이 고려되었는가(정혜승, 2007a) 등과 같은 질문 제기에서 이는 자유로울 수 없다. 국가 수준에서 제시한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은 교사의 가치와 신념, 실제 교육이 이루어지는 교실 상황, 학생의 요구와 수준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국가적 가치와 개인적 가치, 공통성과 개별성 사이에 긴장 관계를 유발하기 때문에(Pearson, 1993: 472), 그 둘 사이에 절충점과 조화를 찾을 필요가 있다.
그동안 중국 국어과 교육과정의 개발·수정은 거의 소수의 전문가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어떠한 기초적인 연구에 토대를 두고 교육과정이 개발되는지, 개발팀의 인원 구성과 구체적인 개발 과정은 어떠한지 명확하지 않다 보니 그 내용이나 내용의 조직은 얼마나 적합한지에 대한 문제가 뒤따르게 되었다. 또한 소수 전문가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교육적 가치가 있는 내용이란 과연 사회적 요구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 다양한 주체들의 생각과 차이가 존재하지는 않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을 가치 있는 내용으로 간주하고 선택하는가라는 문제는 다양한 상황이나 입장에 따라 사뭇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2011 국어과 교육과정 내용의 적합성을 분석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 연구는 현장 교사들의 평가 반응을 바탕으로 중국 2011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쓰기 영역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의 적합성을 분석하였다. 교육과정은 결국 교사, 특히 교사의 ‘수업’을 통해 실현됨을 고려할 때, 교육과정의 실행자·수업의 설계자인 현장 교사들의 평가와 논평은 교육과정 내용 적합성을 보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참고 자료라 할 수 있다. 이 연구는 교육과정 독자이자 실행자로서의 현장 교사들이 국어과 교육과정에 대해 어떠한 생각과 인식을 갖고 있는 지 그들의 목소리를 조사하였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의를 가진다. 이 연구의 결과는 향후 국어과 교육과정 항목들의 적합성 평가와 제고 방안과 관련하여 여러 시사점들을 제공하리라 생각된다.
첫째, 앞으로 교육과정 개발·개정 작업을 진행할 때, 다양한 현장 교사들을 개발팀의 구성원으로 참여하게 하거나 교육과정 최종 고시 전에 그들의 적합성 평가 결과를 교육과정 개발팀에게 제공하면 교육과정의 적합성 제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교사들은 현장 교수·학습의 주체로서 해당 항목을 어떻게 구체적인 수업 장면에서 구현할 것인가의 문제에 특히 민감하기 때문에, 교육과정 각 항목의 실행 가능성을 높이고, 실제 학생의 수준을 고려해 학습 내용의 양과 수준을 적정화하는 데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둘째,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 항목들은 교수·학습 및 평가 또는 교과서 개발에 실제로 활용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진술되어야 한다. 교육과정 내용 항목별 정교화 작업을 진행할 때 현장 교사들의 검토를 통해 모호한 표현이나 추상적인 진술 내용 등에 대한 그들의 수정 제안을 수집해서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 시안을 적절히 보완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셋째, 국어과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 항목을 설정할 때 학생 발달 수준이나 언어 능력 수준을 고려하여 체계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특히 지나치게 너무 많은 내용을 내포한 항목은 그 내용의 양과 수준을 적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학습해야 할 ‘지식이나 가능’, 그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기 위한 ‘활동’, 그리고 실제로 학생들이 도달해야 할 ‘목표’ 등으로 구별 하고, 학습자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여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처럼 명료성과 위계성의 문제들이 보완되면, 해당 항목의 타당성이나 전반적인 적합성도 보완될 것이다.
이 연구는 중국 J지역과 Q지역의 일부 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했기 때문에, 연구 결과가 중국 전체 교사의 의도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의 평가 자료에 의한 중국 국어과 교육과정의 적합성 분석을 거의 처음으로 시도한다는 점, 중국 내 최근 교육과정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한계들을 현장 국어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며 분석하고 있다는 점, 이를 통해 쓰기 교육에 대한 현직 교사들의 인식과 새로운 정보를 얻고, 국어과 교육 과정의 안정적 운영과 차기 교육과정 개정에 중요한 시사점들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연구는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후속 연구에서는 교육과정 적합성 평가 준거를 좀 더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타당성 측면에 대한 논평들 가운데 진료성과 위계성과 관련된 언급이 많아 타당성 개념의 설정과 진술에 문제가 있지 않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교사들의 국어과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대한 논평 연구, 국어과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와 실행 연구, 정보 텍스트에 대한 인식 연구 등 다양한 후속 연구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연구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