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연구의 목적과 필요성
이 연구의 목적은 융복합 교육의 실효성 있는 실행을 위하여 생태언어학을 기반으로 국어과 빅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이다. 이는 융복합 교육의 타당한 방향성을 점검하고 국어과 교육과정 층위에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삶으로서의 교육을 추구하는 융복합 교육과 지향적 동일성을 응축하고 있는 생태언어학을 바탕으로 국어과 빅 아이디어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학문 융합의 논의가 그러하듯 융복합 교육은 교과와 교과 혹은 비교과 활동 간 결합을 기본적으로 전제한다. 이러한 결합은 결합 그 자체의 현상도 중요하겠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융복합 교육이 궁극적으로는 진정한 삶에 대한 탐구를 위한 교육적 패러다임이자 방편이라는 점이다(노상우, 안동순, 2012). 즉 융복합 교육은 교과 간 결합을 바탕으로 학습자가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면서도 다른 분야와 소통할 수 있는 인간상을 기른다는 목표를 지닌다.
그런데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교과 융복합에 관한 연구는 대체로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지의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1) 예를 들어, ‘국어과와 역사과’의 융복합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주제’ 로 삼아 국어과에서는 ‘한글의 창제 원리’룰, 역사과에서는 ‘세종대왕의 애민정책과 한글’을 결합 하는 형식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와 같은 주제 중심의 내용 결합에 관한 융복합 교육의 담론은 일정 부분 의미를 지닐 수는 있겠지만, 진정한 삶에 대한 탐구라는 융복합 교육의 궁극적인 지향점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결합의 담론에서 중요한 작업은 ‘무엇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의 문제와 함께, 이러한 결합을 추동하는 ‘매개 담론(mediation discourses)’을 풍부하게 구축하는 일이다. 다양한 매개 담론이 구축되면 교육 현장에서는 다채로운 융복합의 실제를 구성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아직 교과 융복합에 관한 연구가 매개 담론에 대한 논의를 담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이때 교과 융복합의 논의가 실천적인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층위에서 매개 담론 이 생동해야 한다. 교육과정 층위에서 학습자의 이해를 돕고 다양한 상황에의 적용을 유도하는 개념이 바로 ‘빅 아이디어(big idea)’이다. ‘이해 중심 교육과정(understanding by design)’에서 언급된 빅 아이디어는 교과의 핵심 개념(원리, 기능, 태도 등)이면서도 다른 교과나 비교과에 전이 가능한 요소를 담은 핵심 내용을 말한다(Erickson, 2001; Wiggins & McTighe, 2005). 실제로 문·이과 통합이라는, 융복합을 표방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속의 과정에서는 이 빅 아이디어를 교육과정 내용 구성의 축으로 여기며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김창원 외, 2014). 그럼에도 아직 교과 빅 아이디어에 대한 연구는 풍부하지 못하며,2) 이를 융복합 교육의 담론과 적극적으로 연계한 논의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이 연구는 교과 융복합의 중심을 이루며 다양한 결합을 이끌 교육과정 층위의 빅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시도이다.
특히 이 연구는 융복합 교육에 관련된 국어교육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아 국어과 빅 아이디어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때 융복합 교육을 위한 국어교육에 의미 있는 화두를 던져줄 수 있는 매개 담론으로 ‘생태언어학(ecolinguistics)’을 도입하고자 한다. 곧 이 연구는 융복합 교육의 실효성 있는 실천을 위해 국어교육의 매개 담론으로 생태언어학을 도입하여 교육과정 층위에서 국어과 빅 아이디어를 제안해 볼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국어교육은 국어와 국어 활동, 그리고 문학에 대한 탐구를 통하며 국어로써 사고하고 국어를 소통하며 바람직한 국어 문화를 형성하는 교육적 정체성을 갖고 있다(교육과학기술부, 2012; 교육부, 2015). 융복합 교육이 결합을 지향하는 하나의 교육학적 패러다임이라고 할 때, 융복합 교육과 대응되는 국어교육은 이러한 국어교육의 정체성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어가 도구 교과이자 문화 교과로서의 위상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국어교육에는 풍부한 융복합적 자질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윤여탁, 2015). 국어과와 다른 교과의 내용이나 주제를 인위적으로 결합시키는 담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국어 교육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일이며 이는 융복합 국어교육의 체계적 담론화를 위한 근간이다.
생태언어학은 융복합 국어교육에 의미 있는 화두를 던져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생태언어학이 인간과 언어 그리고 환경의 생태적 관계성과 총체성을 논의하기 때문이다. 생태적 관계성은 “인간과 언어, 그리고 환경의 지속가능성은 무엇이고 어떻게 유지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Stibbe, 2008; 2015). 곧 바람직한 관계를 유지하고 사회 속 다양한 언어 현상을 정화하며 자연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인식을 언어로써 기르는 것을 생태언어학은 가장 중요한 연구 내용으로 삼는다. 이러한 점에서 생태언어학은 국어교육이 지닌 국어를 질료로 삼은 사고와 소통 그리고 문화의 테제를 확장하며 강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어교육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궁극적으로 융복합 국어교육의 논의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생태언어학의 국어교육적 전이 내용을 확인하여 국어과 교육과정 층위에서 생태학적 화두를 바탕으로 진정한 삶으로서의 교육과 맞닿을 수 있는 국어과 빅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연구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이다. 융복합 교육을 위한 생태언어학 기반의 국어과 빅 아이디어 제안은 분명 융복합 교육과 이에 대응하는 국어교육, 더 나아가 다른 교과 교육의 융복합 논의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하여 먼저, 학문 융합의 논의를 바탕으로 융복합 교육의 핵심을 파악하고자 한다. 그리고 융복합 교육에 대응하는 국어교육의 담론화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융복합 교육의 교육과정적 실행을 추동하는 빅 아이디어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생태언어학이 매개 담론으로서의 가치가 있음을 확인할 것이다. 끝으로 생태언어학을 기반으로 한 국어과 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그에 따른 국어과 세부 내용과 융복합의 가능성을 제시해 볼 것이다.
Ⅱ. 융복합 교육과 국어교육의 방향성 탐색
융복합(convergence)은 분명 시의적인 화두이다.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융합, 통섭, 통합, 융복합’ 등을 핵심어로 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3) 이들 연구는 공통적으로 ‘분리된 대상의 결합을 통한 총체성 이해’를 염두에 둔다. 이는 지나치게 세분화된 학문의 영역이 학문 간 소통을 막게 되어 자칫 인간 삶의 탐구라는 학문의 본연적 목적에 이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 유영만(2009, p. 47)에서 언급한 것처럼 개별 분과학문의 분화를 통한 전문화가 남긴 폐해와 역기능을 해소하고 그것의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융복합의 지향점인 것이다.
교육학에서도 이러한 연구 경향은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융복합 교육’은 교육의 목표, 내용, 방법 등 다양한 층위에서 논의되고 있다. 문제는 아직 융복합 교육이 하나의 온전한 체계를 갖춘 담론이라고 하기에는 개별적인 논의가 다소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개별적인 논의는 융복합 교육을 하나의 ‘교육 방법’으로 치부하며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의 차원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연장선에서 정작 ‘교과 교육’의 연구 분야에서는 융복합 교육에 관한 실효성 있는 논의가 촉발되고 있지는 못하다. 융복합을 그저 교과나 비교과의 물리적 결합 현상으로만 치부한다는 점에서 담론화의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이 연구는 융복합 교육이 보다 실질적인 실천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교과 교육의 영역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융복합 교육과 교과 교육의 관계를 규명하는 작업으로부터 촉발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융복합 교육을 지지하고 있는 철학적 기반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이 철학적 기반이 그간의 교과 교육이 지닌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향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교과(subject)’의 개념은 근대 교육 담론을 통하여 비교적 굳건하게 형성되어 왔다. 근대성(modernity)이 파생시킨 이분법적 사고, 환원주의적 속성 등은 교과의 지식을 인간의 경험이나 정신과 분리하며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으로 보아 왔다. 주미경 외(2012, p. 170)에서 언급한 것처럼, 서양 사회의 근대 과학에서 비롯된 데카르트의 환원주의적 패러다임은 학교 교육의 분과적 접근 경향, 즉 교과의 울타리를 더욱 튼튼하게 만든 것이다. 융복합 교육의 철학은 바로 이러한 교과가 지녀 온 굳건한 ‘교과 분과주의적 속성’4)을 극복하려는 노력과 동궤를 형성한다. 이것은 결국 교과와 교과가 분리되고 독립적인 대상이 아니라 서로 긴밀히 관계를 맺고 궁극적으로는 학습자의 삶에 필요한 총체적인 내용의 체계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바로 이와 같은 교육 철학을 ‘생태학(ecology)’으로부터 도출할 수 있다.
교육 담론에서의 생태학은 교육 현상이 지닌 관계성과 그 관계에 의해 형성되는 총체적 현상을 탐색하는 데 집중한다(Lier, 2004, p. 3). 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철학 사조 가운데 하나로서, 현상은 고정된 실체가 아닌 상대적 관계임을 강조한다. 교과 개념을 생태학적으로 바라보는 시도는 교과를 역동적인 진화의 대상으로 본다. 이것은 교과가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만 바라보는 인식론을 경계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이와 관련하여 박인기(2009, p. 310)에서는 교과는 자신이 다루는 특정 범주의 지식 내용을 포함하여 그 밖의 여러 자질의 요소들이 여러 층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현상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하였다. 이렇게 교과를 생태적인 현상으로 간주 할 때, 교과는 더 이상 근대성에 속박되어 있지 않게 된다. 곧 교과가 스스로 마주하고 있는 다른 현상(타 교과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문화 현상)과 끊임없이 관계를 형성하면서 새로운 내용과 가치를 획득해 나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그간 교과에 형성되어 있던 분과주의의 울타리는 점차 낮아질 수 있다. 교과와 교과의 소통을 지향하는 융복합 교육의 철학은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서 학교 교육으로 논점을 좁히면, 교과를 접하는 학습자는 교과가 단순히 해당 교과를 구성한 배경 학문의 지식을 배우는 것이 목표가 아님을 인식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교과에 대한 생태학적 인식은 학습자로 하여금 교과를 배우는 것이 단순한 교과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끔 유도한다. 대신 학습자가 해당 교과의 지식이 학습자가 살아가는 삶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파악하여, 능동적으로 교과의 지식을 구성해 가는 데 초점을 둔다. 이는 곧 교과를 배운다는 의미가 지식의 습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앎의 향유(enjoyment)임을 파악해 가는 과정을 말한다. 이와 같은 교육의 목적은 Whitehead(1957, p. 3)에서 언급되었듯이 ‘인간’을 교육의 주체로 부각시키는 작업으로 인간은 독립적이지 않고 상호 의존적으로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 유기체적 존재임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이에 융복합 교육은 궁극적으로 학습자로 하여금 교과가 발현할 다양한 현상의 관계를 능동적으로 탐구하여 앎의 즐거움을 지속하는 향유의 힘을 기르는 데 목적을 둔다.
융복합 교육의 지향점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의 개념에 의하며 보다 강화될 것이다. 현대 사회는, 노상우, 안동순(2012, pp. 70-71)에서 지적하였듯이, 학문이 형성되는 토대가 되는 사회, 정치, 경제, 문화가 연계된 장(field)이 네트워킹에 의하여 강한 연계성을 형성하고 있다. 예전에는 분리된 것처럼 보였던 현상의 문제가 실상 이면에는 연계성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면, 둘 이상의 학문 분과가 결합되는 논의는 어쩌면 필연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OECD(2005, pp. 2-3)은 미래 사회에서 더욱 더 복잡화된 문제가 발생할 것이기에,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고 의사소통의 다양화를 꾀하며 이질적인 집단에서 협력적으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복합적으로 길러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것이 바로 핵심 역량(key competence)이며, 핵심 역량의 강조는 단일 교과의 능력 개념이 지향적으로 재개념화되어야 함을 암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볼 때, 교과 교육에서의 융복합 교육은 교과에 대한 재개념화를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교육적 패러다임으로 간주해야 한다. 앞으로 보다 더 강화될 복잡계 (complexity)의 현대 사회와 그 사회에서 요청하는 총체적인 능력으로서의 핵심 역량이 더욱 더 강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융복합 교육이 교과 교육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거대한 교육적 흐름이라면 교과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할 수 있어야 한다.5)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사실은, 융복합 교육을 위해 필요한 것이 교과의 울타리를 ‘낮추는’ 작업이지 울타리를 ‘없애는 작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교과의 울타리를 없앤다는 것은 지금까지 수 백 년 동안 이어져 온 학문과 교과의 정체성을 무시한다는 의미와 같다. 교과 교육에서 융복합 교육이 지향하는 바는 교과 교육을 부정하는 일이 아니다. 그 대신 주목해야 하는 사실은, 시의적으로 지나치게 높은 교과의 울타리를 점차 낮추어 학습자로 하여금 그 울타리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사고력’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6)노상우, 안동순(2012, p. 70)에서 언급한 것처럼 독립된 학문 체계를 모두 허물자는 것이 아니고 각 학문의 독립된 지식들이 서로 만나 뭔가 가능한 것을 찾고 만들어 가는 과정이 융복합인 것이다. 교과 교육에서의 융복합 교육 역시 이와 같은 논리를 갖고 있다고 할 때, 융복합 교육이 길러야 할 인간상은 모든 분야를 두루 아는 사람이 아니라 한 교과의 전문성을 가지면서도 다른 교과와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제 교과가 굳건하게 갖고 있던 울타리를 점차 낮추고 교과 간 넘나듦을 수월하게 하는 방향을 융복합 교육의 담론이 제시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교과 교육에서의 융복합 교육은 교 과의 열림 (openness)을 위한 내용 구성과 방법적 고민을 수반해 나가야 함을 주장한다. Nyberg(2010, p. 12)에서 지적하였듯이, 교과 교육에서의 열린 교육은 통합 교육이나 총체적 교육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은 이를 지지해 준다. 특히 통합 교육에서 강조해 온 ‘통합의 매개’에 대한 고민을 융복합 교육에서도 깊이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이 말은 곧 교과 간 열림은 각 교과가 갖고 있는 내용(지식, 개념, 원리 등)의 전이가능성 (transferability)을 찾고 밝혀나가는 것임을 의미한다. 더욱이 박인기(2009, p. 311)에서 언급한 것처럼 교과가 다양하고 다층적인 현상을 발현한다는 사실을 직시할 때, 교과의 열림과 내용의 전이가능성은 특정 교과가 지니고 있는 하위 체계에까지 깊숙이 침투해야 할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논의의 초점을 국어교육의 울타리로 가져가 보자.
국어교육에서도 융복합 교육에 관한 논의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사회적, 교육적 화두에 융복 합이 빠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이겠지만, 국어교육이 본질적으로 ‘도구 교과’이자 ‘문화 교과’의 정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로 작용한다. 도구 교과로서의 국어 교육은 다른 교과의 바탕이 되는 국어 사용 능력을 증진하고자 한다. 그리고 문화 교과로서의 국어교육은 국어 그 자체의 문화와 국어의 꽃인 문학의 문화적 현상을 탐구하고자 한다. 다른 교과의 바탕이 된다는 점, 그리고 그 자체로서 융복합적 현상인 문화를 중시하는 국어교육은 융복합 교육의 테제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이에 국어교육의 융복합 교육은 앞으로 국어교육이 이미 품고 있는 융복합적 자질을 극대화하고,7) 융복합 교육의 담론과 끊임없는 재개념화를 통하여 국어교육이 지닌 외연의 확장과 내연의 열림을 지향해야 한다.
그런데 미래 국어교육의 모습을 전제할 때, 지금 여기에서 펼쳐지고 있는 국어교육에서의 융복합 교육에 관한 논의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앞 장에서 밝힌, 교과 교육에서 융복합 교육이 하나의 방법이나 적용 프로그램의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차치하면,8) 대체로 다음 두 가지의 방향으로 국어교육에서의 융복합 교육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융복합 현상’을 전제한 상태에서 기존의 국어교육적 논의를 전이하고 있다. 이러한 융복합 교육의 연구 방향은 그 방향성만을 따질 때에는 타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풍부하게 존재하고 있는 국어교육의 융복합적 영역, 내용, 방법 등을 부면에 띄우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서유경(2013, p. 86)은 융복합 시대에 매체언어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언급하면서, 융복합적 관점이 매체언어교육을 실효성 있게 정착하게 하는 타당한 관점임을 논의한다. 김라연 (2015, pp. 346-347)은 융합형 교육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했던 것임을 전제하고, 독서토론이 지닌 융복합적 자질을 다시금 조명한다. 한편 정희모(2015, p. 68)은 창의 융합의 교육적 화두를 전제하고 작문 교육의 융복합 가능성을 모색하지만 추후 실효성에 관한 연구가 더 필요할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 논의의 방향성은 충분히 지지할 만한 것이지만, 정희모(2015, p. 65)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아직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논구가 부족하다. 그것은 이들 연구가 모두 방향성만을 제시할 뿐, 그 방향을 실현하기 위한 전이가능성을 확보하는 매개 담론에 대한 대안을 언급해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융복합 교육’을 더 큰 덩어리로 두고 국어교육이 마치 종속되는 관계인 것처럼 보이는 논의들이다. 김평원(2010, p. 62)는 다학문적 융합의 관점에서 프로젝트 학습을 방법으로 삼아 화법과 작문을 중심에 둔 교과 융합형 수레바퀴 모형을 제안하고 그 실효성을 검증한다. 여기에서 국어과의 하위 영역인 화법과 작문은 개별 연구 단계에서 다학문적 연구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교육 현장의 프로젝트 성과물로서 이 연구는 실천 가능성이 높다. 다만 주제 중심의 프로젝트를 지향하고 있어 국어교육 역시 그 프로젝트 속의 일부로 존재하며, 구체적인 전이가능성의 원리를 살피기는 어렵다. 김시정, 이삼형 (2012, p. 136)은 ‘융복합’의 용어를 결합의 정도에 따라 세분화하고 그에 따라 국어교육의 접근 가능성을 두루 모색하고 있다. 이는 일견 융복합 교육에 국어교육의 접근 지점을 논리적으로 찾아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융복합 교육에 국어교육이 적용되는 방식에 대한 논의이지, 국어교육의 융복합적 자질을 탐색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국어교육이 융복합으로 인식되는 모종의 전체에 종속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는 자칫 교과와 교과의 결합을 물리적으로 바라보고 그 결합의 양태만을 쫓게 되는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 물론 이와 같은 교과 간 물리적 결합 양상도 융복합의 중요한 논의 대상이겠지만 이는 수업 실행 차원의 논의라는 점에서 학문적 정합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와 같은 두 범주의 시의적 연구 성과 가운데, 이 연구는 전자의 논의 방향을 지지하되 실질적으로 국어교육의 ‘열림’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 담론(mediation discourses)’을 확충해 나가야 함을 주장한다. 이 말은 국어교육이 융복합 교육 속에 종속되는 형태는 지양하고, 국어교육에서 주체적으로 융복합이 가능한 교육 내용과 방법 등을 적극 마련해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융복합 교육을 품은 국어교육이 지향하는 바는 총체적 언어 교육(Goodman, 1992, p. 316; De Carlo, 1995, p. 2)과 밀접한 관련을 맺기 때문이다. 곧 언어의 분절적 학습을 지양 하고 생태적 환경 속에서 언어를 둘러싼 다면적인 특성을 교수-학습하는 언어 교육이 융복합 교육에 대응하는 국어교육의 지향점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때 국어교육에서 주체적으로 융복합적 내용과 방법의 탐구를 위해서는 그저 국어교육의 융복합 가능한 대상을 평면적으로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국어교육을 둘러싼 다양한 생태적 요인(ecological factors)에 대하여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박인기 (2009, p. 336)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교과를 내외로 둘러싼 지식 생태는 왕성한 융합의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기에, 학문 융합의 생태가 교과의 존재 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 말은 실행 차원의 교과를 대상으로 한 것과 더불어 학문 차원의 결합 양상, 그리고 실제와 학문을 이어주는 교육과정 차원의 매개 담론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함을 역설한다. ‘학문ᅳ교육과정-실제’의 스펙트럼은 국어교육이 존재하는 생태계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이들 각각의 역학적 상관관계에 대한 융복합적 연관성을 탐색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국어교육의 융복합 교육은 부단히 국어 교육을 둘러싼 생태적 요인을 고려하며, 국어교육의 인접 학문, 특히 융합적 성격을 지닌 학문과 끊임없는 조응과 재개념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이에 국어교육의 열림을 추동하는 ‘매개 담론’의 탐색은 국어교육이 본래 지니고 있던 융복합적 자질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시도는 국어과의 주변 교과에서 살펴볼 수 있다. 수학 교과에서 융복합 교육의가 능성을 모색한 주미경 외(2012, p. 171)에서는 ‘수학사 분석에 기초한 융합의 유형(박창균, 2010)’을 소개하고 있다. ‘수학사’라는 수학교육학의 한 분야에 관한 담론을 근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박창균(2010, p. 74)에서는 ‘수학적 이론을 통한 융합’, ‘수학적 언어를 통한 융합’, ‘수학적 정신을 통한 융합’으로 범주화하고 있다. 이러한 범주화는 단순히 학문 내용 사이의 결합을 넘어 언어와 학문적 실천을 주도하는 규범, 사상, 패러다임을 포괄하며 이루어지는 광범위한 수준의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학문 간 교섭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융복합이 가능한 대상과 목을 찾아야 한다.” 라는 문제를 넘어서 “해당 교과 교육의 생태적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그리고 이 대답은 우선적으로 해당 교과에서 다루어야 하는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요청한다. 그저 학문을 배경으로 삼은 내용이 아니라, 해당 교과가 지니고 있는 교과 생태의 요인을 두루 고려하여 매개 담론이 교육과정으로 전이될 수 있는 ‘빅 아이디어(big idea)(Wiggins & McTighe, 2005)’에 대한 탐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요컨대 국어교육의 융복합적 열림은 국어과와 다른 교과의 결합 양상에 대한 탐구 그 자체보다도 이러한 다양한 결합을 추동하게 하는 ‘매개 담론’을 탐색하여 국어교육적으로 전이할 때가 능하다. 그리고 국어과 교육과정 층위에서 합당한 ‘빅 아이디어’를 제안해 가는 과정으로서 국어 교육이 갖출 수 있는 전이가능성을 획득하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Ⅲ. 생태언어학 기반 국어과 빅 아이디어 제안
빅 아이디어(big idea)9)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이다. 이른바 ‘핵심 역량 기반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각 교과의 핵심적인 내용이면서 다른 교과와의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개념이 바로 빅 아이디어이다. 이에 대해 김창원(2014, p. 26)에서는 다른 영역을 가로지르며 통합의 토대가 되는 아이디어라는 뜻에서 ‘연결 개념(혹은 관통 개념)’으로 빅 아이디어를 번역하고 있다. 연결 개념이라는 말은 한 교과와 다른 (비)교과의 결합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융복합의 의미를 갖고 있다.10)
빅 아이디어의 개념은 ‘이해 중심 교육과정(understanding by design)’ 담론을 근원에 둔다. 이해 중심 교육과정은 전통적인 교육과정 설계의 반대라는 점에서 교육과정의 거꾸로 설계 (backward design)라고도 불린다. 온정덕(2011, p. 44)는 이해를 위한 교수와 그와 통합된 평가는 교과서에 담긴 정보와 공식을 암기하고 기계적으로 기억해내는 과정이 아니라, 학습자들 이 핵심 개념과 원리들을 설명하고 여러 다양한 상황에 적용하여 학습의 전이를 도모한다고 하였다. 이를 위해서 빅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개념들(concepts) 중에서 가장 포괄적이며 일반화(generalization) 형태로 진술되는 빅 아이디어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처럼 빅 아이디어는 해당 교과의 중핵적이면서도 일반화 가능한 내용을 말한다. 융복합 교육을 교육과정 중위에서 접근하기 위해서는 빅 아이디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융복합 교육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삶으로서의 교육이기 때문이다. 교육을 위한 교육이 아닌 삶으로서의 교육은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다른 분야와 소통할 수 있는 인간을 기르는 목표를 지닌다. 이에 학습자가 빅 아이디어를 통하여 ‘전이 가능한 내용’을 학습하는 일은 융복합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매개로 작용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Wiggins & McTighe(2005, 강현석 외 역, 2008, pp. 94-102)를 통하여 빅 아이디어의 개념 요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융복합 교육과 빅 아이디어가 어떠한 관련성을 이루고 있는지 따져 보고자 한다.
위 <표 1>은 빅 아이디어의 요소가 융복합 교육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빅 아이디어의 개 념을 이루고 있는 요소는 ‘핵심 내용, 개념적 연관성, 전이가능성’이다. 이들은 Wiggins & McTighe(2005)로부터 추출한 것이다. ‘핵심 내용’은 해당 교과의 핵심적인 교육 내용을 말한다. ‘개념적 연관성’은 빅 아이디어가 해당 교과의 핵심 내용이되 다른 (비)교과에 연관되는 내 용을 지님을 의미한다. ‘전이가능성’은 빅 아이디어가 그저 해당 교과에서만 작용하지 않고 다른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음을 가리킨다.12) 이를 종합하면 빅 아이디어는 다른 (비)교과와 개념적 연관성을 바탕으로 전이가능성을 지닌 특정 교과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빅 아이디어의 개념 | 융복합 교육의 특성 | |
---|---|---|
은유11) | 요소 | |
바퀴의 고정핀 (linchpin) | 핵심 내용 | 특정 교과에 대한 전문성 |
개념적 접착테이프(velcro), 연구 분야에서의 연관성 | 개념적 연관성 | 특정 교과와 인접한 다른 교과와의 넘나듦 |
교수학적 힘, 다양한 분야의 전이 가능한 적용 | 전이가능성 | 삶에 대한 탐구로서 교과 내용의 일반화 |
이러한 빅 아이디어의 개념 요소는 융복합 교육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위 <표 1>에서 확인 가능한 것처럼 빅 아이디어가 해당 교과의 ‘핵심 내용’을 의미한다는 점은, 융복합 교육이 한 분야의 ‘전문성’을 지녀야 한다는 사실을 지지한다. 융복합 교육이 이를 전제로 다른 분야와의 ‘소통’을 지향한다는 점은 빅 아이디어의 ‘개념적 연관성’을 바탕에 둔다. 빅 아이디어가 ‘전이가능성’을 지닌다는 점은 융복합 교육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인간 삶의 탐구’를 촉진한다. 따라서 융복합 교육의 진정한 담론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그저 방법적으로 한 교과와 다른 교과의 결합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에 고민보다 다수의 교과와 비교과가 하나로 접맥되는 빅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작업이 각 교과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빅 아이디어를 어떻게 제시할 수 있을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빅 아이디어가 교과의 ‘핵심 내용’이기에, 특정 교과의 교육과정 내용 요소를 추출하고 이를 상위 개념으로 묶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는 현실적으로 힘든 작업인데, 교육과정 내용 요소가 각기 다른 학문적 배경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빅 아이디어의 본연적 개념을 살려 그야말로 융복합의 축으로서 빅 아이디어가 기능하기 위해서는 기존 교육과정 내용 요소를 상위 개념으로 묶는 작업은 융복합 교육 담론의 한계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13)
이를 직시하여 이 연구에서는 교과 빅 아이디어가 융복합의 본연적 의미를 온전히 발현하려면 해당 교과를 지지하는 매개 담론을 적극 도입해야 함을 강조한다. 앞 장에서 논의한 것처럼 매개 담론과 빅 아이디어는 학문 융복합이 교육과정 중위로 전이될 수 있게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융복합 교육의 실현을 가능하게 할 국어과 빅 아이디어의 매개 담론으로 생태언어학 (ecolinguistics)을 도입한다.14) 생태언어학을 통하여 국어과 빅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이유는 지금까지 논의한 융복합 교육의 철학과 생태학, 그리고 국어교육의 융복합적 열림과 생태학의 하위 학문으로서 생태언어학이 각각 상호 친연적이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융복합 교육의 철학은 생태학에 의해 지지된다. 앞서 논의하였듯이, 융복합 교육은 근대성에 의한 교과 분과주의를 극복하려는 시도 가운데 하나이다. 생태학은 교과의 생태적 위상을 회복하는 철학적 명제를 지니고 있다. 융복합 교육은 굳건히 형성된 교과의 울타리를 낮추어 교과 간 소통을 지향한다. 이는 교과의 생태적 위상이 무엇인지 탐구하여 총체적인 관점에서 교과의 울타리를 재정립하려고 하는 생태학적 교육이 추구하는 바와 동궤를 형성한다(Lier, 2004; 박인기, 2003). 이와 관련하며 노상우, 안동순(2012, p. 83)에서는 학문 융합이 지닌 거시적이고 전체론적인 접근 방향이 생태학과 방법론적 동일성을 지니고 있음을 지적한다. 생태학이 지닌 관계적 세계관과 총체적 인식론에 따른 대상의 인식이 학문 융합의 지향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에 따라 국어교육의 융복합 관련 논의는 생태학적 국어교육 담론에 의하여 촉진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생태학의 학문 체계 가운데 하나인 생태언어학은 생태학의 명제에 언어의 문제를 부면에 띄움으로써 국어교육의 융복합적 열림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둘째, 국어교육의 융복합적 열림은 생태언어학에 의해 추동된다. 주지하다시피 국어교육은 ‘국어로써 사고하며 국어를 소통하여 바람직한 국어 문화를 형성’하는 교과 정체성을 지닌다(교육부, 2015, p. 3). 이것은 국어를 정태적인 언어로만 바라보는 언어관이 아니라, 국어를 소통의 매개이자 문화 형성의 근간으로 바라보는 언어관에 기인한다. ‘사고, 소통, 문화’의 테제를 중시하는 국어교육은, 범박하게 말해,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환경에서, 언어를 통하여 소통하고 문화를 향유한다는 본질적 명제를 포괄한다. 그래서 국어 자체에 대한 현상, 다양한 맥락에 의해 변화하는 국어 사용에 대한 현상, 국어를 통해 형성되는 우리 고유의 국어 문화에 대한 현상을 국어교육에서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생태언어학은 국어교육의 본질과 같은 맥을 유지하면서 이를 더욱 강화한다. 생태언어학이 무엇인지 보다 면밀히 고찰하면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15)
생태언어학은 ‘언어와 이를 둘러싼 매우 다양한 상호작용에 대한 탐구’를 일컫는 포괄적인 용어이다(Stibbe, 2015, p. 8). 특히 생태언어학은 ‘삶의 이야기(the stories-we-live-by)’가 반영된 언어 사용이 과연 ‘생태철학(ecosophy; ecological philosophy)’에 비추어 타당한지를 탐구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Stibbe, 2015, pp. 7-10). 이때 생태철학은 ‘인간, 언어, 환경’의 관계에 대한 생태적 타당성 (ecological validity)을 판별하는 기준이 된다(Stibbe, 2015, pp. 10-13). ‘인간, 언어, 환경’의 생태적 타당성은 바로 인간이 환경에 대응하며 ‘지속가능한 언어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지의 여부를 말한다. 정리하면 생태언어학은 인간의 언어 사용이 환경에 비추어 지속가능한지에 대한 논구를 추구한다.
이러한 지속가능성 언어 사용에 대해 Stibbe(2008)은 ‘지속가능성 문해력’으로 개념화하였다. 지속가능성 문해력은 인간의 언어 사용이 환경에 비추어 타당해야 함을 문해력의 차원으로 승화한 것으로 모든 생태언어학 논의의 핵심 원리이다(Stibbe, 2008, pp. 2-5). 지속가능성 문해력은 다음〔그림 1〕과 같이 명시할 수 있다.
위 〔그림 1〕은 지속가능성 문해력의 구도를 나타낸 것이다. 지속가능성 문해력은 ‘인간, 언어, 환경’의 복합적 관계를 이해하고 그에 따른 총체적인 체계 현상을 소통하는 능력이다(김혜숙 외, 2014, p. 47).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지속가능성 문해력이 ‘환경’을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에만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연까지 포함한다는 점이다(Stibbe, 2008, PP. 2-5). 예를 들어 사회의 지속가능성 문해력은 소수 언어 존중이나 언어 갈등의 해소와 같은 사회 속 언어 사용의 균형성을 회복하는 힘을 가리킨다. 자연의 경우, 과학적 언어를 비판하고 자연 친화적 언어를 사용하는 것과 같이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언어 사용과 사고력 형성을 가리킨다. 생태언어학의 핵심 원리로서 이 지속가능성 문해력은 결국 인간이 환경에서 언어를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탐구를 추동하며, 보다 적극적인 차원에서 ‘인간, 언어, 환경’의 관계성과 총체성을 회복해 나아가야 함을 강조한다.
국어교육의 융복합적 열림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가능해진다. 국어로써 사고하고 국어를 소통하며 바람직한 국어 문화를 형성하는 정체성을 지닌 국어교육은 보다 적극적인 조화와 공존, 그리고 상생의 기치를 함유한 생태언어학에 의해 그 정체성을 보다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2007 개정 교육과정 이래 국어과에서 줄곧 그 강조점이 확장되어 온 맥락(context)은 지속 가능성 문해력이 지닌 환경의 구분에 의해 그 의미역을 넓혀갈 수 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국어교육은 인간의 언어 사용이 사회 속에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관계 지향적’이어야 함을 강조 한다. 그리고 자연의 영역까지 포괄하여 ‘자연과의 공존’을 지향하는 의식이 언어 속에 담기고 이를 교육해야 함을 시사한다. 강조하건대 국어교육의 융복합적 열림은 국어교육이 품고 있던 맥락성 (contextuality)에 대한 확장을 통해 접근된다. 이것은 그저 두 대상 간의 물리적 결합이 국어교육의 융복합적 열림을 가능하게 하지 않음을 반증하며, 삶으로서의 국어 현상에 대한 탐구가 국어교육의 융복합적 열림을 추동할 것임을 증명한다.
정리하면, 생태학은 융복합 교육의 철학으로서 의미가 풍부하다. 생태언어학은 국어교육의 융복합적 열림을 추동하며 이는 ‘인간, 언어, 환경’에 대한 관계성과 총체성의 탐구에 기인한다. 융복합 국어교육이 궁극적으로 국어교육의 본질을 강화하면서도 그 울타리를 낮추어 다른 (비)교과와의 넘나듦을 지향한다면, 생태언어학은 분명 국어교육에 새로운 융복합의 화두를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교육과정 층위에서 이는 빅 아이디어로 드러난다. 이제 지금까지 살펴본 생태언어학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서 국어과 빅 아이디어를 제안해 보도록 하자.
생태언어학의 연구 내용은 대표적으로 박육현(1999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규훈(2011, p. 8)에서는 이를 표로 정리한 바 있다.16) 그런데 박육현(1999)의 내용이 생태언어학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생태언어학이 지속가능성 문해력을 핵심 원리로 삼아 ‘인간, 언어, 환경’의 상 호작용을 탐구하는 만큼, 이들 셋의 관계를 통해 발현되는 언어 현상은 다채롭기 마련이다. 또한 국어교육의 생태를 고려할 때 생태언어학의 연구 내용을 조금 더 정련하여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에 여기에서는 먼저 생태언어학의 연구 영역이 어떠한 연구 경향성을 지니고 있는지 먼저 파악하고자 한다. Steffensen & Fill(2014, p. 7)은 생태언어학의 연구 유형을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접근으로 구분하고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상징적(symbolic)’ 접근이다. 이는 특정 시·공간에서 사용되는 언어와 다른 언어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이다. 비교언어학적 관점이 이와 유사한데 본래 사용되던 언어와 유입된 다른 언어의 관계를 밝히고 소수 언어를 보호하려는 입장을 견지한다. 둘째, ‘사회문화적 (sociocultural)’ 접근의 유형이 있다. 언어가 사회,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 주목하여 언어와 이들 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논의가 이에 해당한다. 세 번째 유형은 ‘인지적 (cognitive)’ 접근이다. 이것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살아가는 유기체로서의 인간이 어떻게 환경에 적응해 가는지에 대한 사고를 연구하는 데 초점을 둔다. 마지막으로, ‘자연적 (natural)’ 접근이 있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자연은 물리적인 자연 환경을 뜻한다. 이 유형은 언어가 생물학적이고 물리적인 환경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주목한다.
이들 네 유형은 생태언어학의 연구 경향을 밝힌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태언어학이 이들 네 유형의 연구를 포괄하는 학적 정체성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Stibbe(2015, p. 8)이 언급한 것처럼 이들 네 유형은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 긴밀한 상관관계에 놓여 있다. 곧 인간 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타인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와 관련된 포괄적인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학문이 바로 생태언어학이라는 점은 이를 통해 더욱 잘 드러난다. 가령 언어 자체에 대한 상징적 연구일지라도 사회문화적 접근과 인지적 접근을 함께 논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네 유형은 생태언어학의 탐구 대상인 ‘인간, 언어, 환경’의 관계성 가운데 어떤 요인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지에 따라 구분되는 것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곧 생태언어학에서 ‘상징적’ 접근은 ‘언어’에 초점을 두고 인간과 환경의 관계성을, ‘사회문화적’ 접근은 ‘환경’ 특히 ‘사회’에 초점을 두고 인간과 언어의 관계성을, ‘인지적’ 접근은 ‘인간’ 특히 인간의 ‘사고력’에 초점을 두고 언어와 환경의 관계성을, ‘자연적’ 접근은 ‘환경’ 가운데에서도 ‘자연’에 초점을 두고 인간과 언어의 관계성을 탐색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생태언어학은 ‘인간-언어-인간’, ‘인간-언어-사회’, ‘인간-언어-자연’으로 연구 내용을 범주화할 수 있다. Stibbe(2015, p. 9)에서 말한 생태언어학의 ‘생태(eco)’의 의미가 바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다른 유기체, 그리고 인간과 물리적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한 상생과 참살이(wellbeing)’라는 점 역시 이러한 범주화의 근거가 된다.
일련의 논의를 바탕으로 생태언어학의 연구 내용을 다음 <표 2>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17)
위 <표 2>는 생태언어학의 연구 내용을 연구 방향과 분야에 따라서 제시한 것이다. 생태언어학의 연구 분야는 지속가능성 문해력의 함양이라는 지향점을 공유한다. 이를 바탕으로 생태언어 학은 언어를 중심에 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 인간과 자연의 중점에 따라 세분화된다.
먼저 ‘인간-언어-인간’의 영역에서는 의사소통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언어에 대해 탐구한다. 그리고 사회문화적인 차별의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언어 사용을 탐색한다. ‘인간-언어-사회’의 영역에서는 언어가 마주하는 사회적 변이 현상 가운데 생태적으로 타당해야 하는 언어 현상을 찾는다. 예를 들어, 언어 파괴 현상을 찾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한다. 또한 사회문화적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언어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연구도 수행한다. 방언이나 소수 언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인간-언어-자연’의 경우, 인간 중심성 이 내재된 언어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동물이나 식물과 같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유기체에 대한 명명법에 대하여 연구한다. 예를 들어, ‘자연 보호’라는 말 속에는 이미 자연은 보호의 대상이라는 인간 중심적 사고가 내포되어 있음에 주목하고 이를 반성한다.18)
이와 같은 생태언어학의 연구 내용은 인간의 언어 사용을 둘러싼 관점의 확장을 꾀한다. 이미 생태언어학이 문법교육의 내용 구성을 위한 광맥이 될 수 있음을 논의한 김규훈(2011, p. 23)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맥락적 언어 사용을 강조하고 사회문화적 언어 실천을 지향하는 국어교육의 내용은 생태언어학을 통하여 보다 풍부해질 수 있다. 이 내용들은 인간이 사회와 자연 속에서 살아가면서 사용하는 언어의 양상을 탐구하여 ‘진정한 삶으로서의 국어 실천’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국어교육의 융복합적 열림을 추동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열림은 교육과정에서 생동할 때 비로소 실천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빅 아이디어로 실재화된다.
결국 생태언어학의 연구 내용은 국어과 빅 아이디어를 구축해 나가는 데 한 가지 중요한 화두를 던져준다. 생태언어학의 내용이 마치 생태계가 자정 능력을 발휘하듯 언어 사용의 균형성을 유지한다는 점을 직시하면, 생태언어학은 국어 활동의 ‘생태적 균형성 (ecological balance)’라는 화두를 국어교육에 제공할 수 있다. “과연 자신의 국어 활동이 관계 지향적인가?”, “과연 자신의 국어 활동이 사회문화적 배경을 존중하는가?”, “과연 자신의 국어 활동을 통해 자연과의 공존을 꾀할 수 있는가?”.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대한 교수-학습이 실천될 때 국어교육은 생태적 위상을 회복하여 진정한 삶으로서의 국어 현상을 다루는 학문이자 교과의 정체성을 갖추어 융복 합적 열림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연구는 생태언어학을 통한 국어과 빅 아이디어로 ‘생태적 균형성’을 제안한다. 생태적 균형성에 대한 교육 내용은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와 자연에 대한 문제가 언어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주목한다. 이에 이러한 교육 내용을 탐구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융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곧 그간 국어교육에서 강조해 온 맥락성을 극대화하는 것이자 국어 현상을 탐구하는 일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에 대한 탐구와 마주하는 일임을 말해준다.19)
지금까지의 논의를 근거로 삼아, 국어과 빅 아이디어 ‘생태적 균형성’을 세부 교육 내용과 융복합 가능성을 밝혀 다음 <표 3>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위 <표 3>에서 볼 수 있듯이, 생태언어학을 통한 국어과 빅 아이디어로 ‘생태적 균형성’을 제안한다. 생태적 균형성은 생태언어학의 내용이 지닌 세 분류에 따라 ‘인간, 사회, 자연’의 각 차원으로 세분화하여 국어교육의 내용 요소를 제시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삶으로서의 국어에 대한 탐구의 차원으로 확장되어 국어교육의 융복합적 열림을 이끌 수 있다.
첫째, ‘인간-언어-인간’의 범주에서는 불균형한 인간 관계를 유발하는 국어에 대한 생태적 균형성 회복의 내용을 교육과정에서 구성할 수 있다. 여기에는 소외와 차별의 언어 극복, 다양성과 평등의 국어 사용, 욕설과 같은 인간 관계를 저해하는 국어 사용의 지양 등이 내용 요소에 포함된다. 이러한 내용은 우리 사회의 불통 현상을 해소하고 국어 사용의 태도와 관련된 논의를 열어주는 매개로서 기능할 수 있다. 또한 욕설 극복을 위한 국어 윤리의 내용 강화, 다양성과 평등의 국어 시용을 위한 다문화와 상호문화 담론 등은 국어교육의 융복합적 실천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둘째, ‘인간-언어-사회’의 범주에서는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변이되는 국어에 대한 생태적 균형성 회복의 내용을 교육과정에 구성할 수 있다. 다양한 현상으로 등장하는 국어 파괴 현상, 무분별한 외계어의 사용 등을 비롯하여 방언을 존중하는 교육 내용 등은 여기에 해당된다. 사회문화 현상으로서의 매체문화, 방언과 관련된 지역사회문화를 비롯하여 개인이 다양한 형태로 창안해 내는 개인어 속에 숨은 개인의 심리 등은 융복합적 교수-학습으로 충분히 구안할 수 있는 내용 이라고 하겠다.
셋째, ‘인간-언어-자연’의 범주에서는 자연과 공존을 지향하는 국어 의식 형성을 위한 생태적 균형성 회복의 내용을 교육과정에 구성할 수 있다. 이 내용은 앞에서부터 언급하였듯이 언어 속에 내포된 인간 중심성을 비판하고, 자연 중심의 생태적 명명법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는 언어가 오직 인간의 것이 아니라 동물과 식물이 갖고 있는 의사소통 체계의 한 종류라는 생태적인 식을 추구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모든 유기체에게 평등한 것이며 오직 인간이 우위에 위치해서는 안 됨을 직시하게 한다. 이를 국어 의식의 차원에서 길러주는 것, 그래서 경제 발전 위주의 정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 등은 모두 국어교육을 확장적으로 바라보고 융복합적인 교과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생태언어학이 지닌 인간과 환경의 관계성에 대한 지속가능성 문해력의 탐색이라는 핵심 원리는 언어를 둘러싼 인간, 사회, 자연 가운데 어떤 대상을 중점에 두는가에 따라 ‘인간-언어-인간’, ‘인간-언어-사회’, ‘인간-언어-자연’의 내용으로 구체화된다. 이들 생태언어학의 내용은 국어로써 사고하고 국어를 소통하며 국어 문화를 형성하는 국어교육에 스며들어 부정적인 국어 현상을 회복하는 생태적 균형성의 빅 아이디어를 형성하게 한다. 국어과 빅 아이디어인 생태적 균형성은 세부적으로 관계 지향적 언어, 사회의 부정적 언어 변이, 그리고 자연 중심적 언어 사용에 따라 내용 요소를 갖고 궁극적으로 삶으로서의 국어 실천을 위한 국어교육의 융복합적 열림을 도모할 수 있다.
Ⅳ. 연구의 요약과 전망
지금까지 융복합 교육의 실행을 추동하는 교육과정 층위의 국어과 빅 아이디어를 생태언어학을 기반으로 제시해 보았다. 연구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융복합 교육은 교과의 결합을 추구하지만 실상 교과의 넘나듦을 강조한다. 그리고 학습자로 하여금 하나의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다른 분야와 소통할 수 있는 인간상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둔다. 국어교육은 융복합 교육에 대응하기 위하여 국어교육의 열림을 지향해야 한다. 국어 교육의 열림은 다른 교과나 비교과 활동의 넘나듦을 추동하는 것으로 국어교육이 지닌 본연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이는 국어과와 다른 교과 혹은 비교과의 일대일 결합이 아니라 넘나듦을 추동하는 매개 담론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작업은 교육과정 층위에서 우선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이에 교육과정 담론으로 교과의 핵심 개념을 담고 있으면서 다양한 분야에의 전이가능성을 내포한 교과 빅 아이디어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 연구에서는 국어과 빅 아이디어를 제안하기 위한 매개 담론으로 생태언어학을 도입한다. 생태언어학은 ‘인간, 언어, 환경’의 관계성과 총체성을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조명하는 학문이다. 이를 통해 국어로써 사고하며 국어를 소통하고 바람직한 국어 문화를 형성하는 국어교육의 정체성을 보다 강화해 줄 수 있다. 동시에 국어교육에 지속가능한 언어 사용에 관한 새로운 교육적 화두를 제공하여 삶으로서의 국어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융복합 지향의 교육 내용을 전이해 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 언어, 환경’의 균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바람직한 소통과 문화의 상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 연구는 생태언어학 기반의 국어과 빅 아이디어로 ‘생태적 균형성’을 제안해 보았다. 이에 따라 인간, 사회, 자연 각각의 범주에서 제시 할 수 있는 내용 요소와 그에 따른 융복합 가능성을 찾아보았다.
일련의 논의는 융복합 교육에 대응하는 국어교육의 담론화 방향을 조망할 수 있다는 의의를 지닌다. 특히 실효성 있는 담론화를 위하여 교육과정 층위에 주목하였고 앞으로 심도 있게 연구 되어야 할 국어과 빅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를 도전적으로 제안해 보았다. 그 과정에서 생태언어학이 국어교육의 외연을 확장하고 삶으로서의 융복합 교육에 다가갈 수 있는 매개 담론임을 확 인할 수 있었다. 이는 인접 학문의 재개념화를 통한 국어교육의 진화에 입각해 볼 때, 국어교육의 울타리를 튼튼하게 하면서도 다른 분야와의 소통의 문을 열어주는 방안이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아직 성숙되지 못한 교과 융복합 담론과 국어과 빅 아이디어 논의로 인해 다음과 같은 한계를 갖는다. 첫째, 교과 융복합의 핵심인 ‘넘나듦’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 이는 지금까지 습관처럼 형성되어 온 융복합의 결합에 대한 논의를 벗어나면서도 그 결합의 양상이 다양하게 형성되도록 할 것이다. 둘째, 이 연구에서 마련된 국어과 빅 아이디 어의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 교과 빅 아이디어는 교과의 핵심 내용이라는 점에서 전문가 협의와 개별 연구가 두루 필요하다. 앞으로 이러한 담론화 노력이 시도되어 이 연구에서 제시한 국어과 빅 아이디어의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생태언어학을 통해 제시한 국어과 빅 아이디어를 축으로 삼은 실제 융복합 교육의 실행 양상을 고민해야 한다. 이 연구는 비록 국어과 빅 아이디어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실제적인 실행 양상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융복합 교육의 실제를 구상하여 이 연구에서 제안한 국어과 빅 아이디어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확인 해야 한다.
끝으로 교육 현장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융복합 수업은 이를 추동할 수 있는 마땅한 기저 논의가 풍부하지 않다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융복합 교육은 거대 담론이라 어쩌면 쉽게 그 상을 조망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융복합 교육에 대응하는 국어교육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직 그 누구도 쉽게 융복합 교육을 위한 국어교육의 궁극적인 지향점에 대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 연구는 무엇이 융복합 교육이고 국어교육의 역할은 무엇이며 그 중추라고 할 수 있는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관한 소박한 고민의 결과라고 하겠다. 추후 교과 융복합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국어교육에서도 보다 다양한 차원에서 융복합의 담론화가 시도되어 융복합 국어교육의 상을 다각도로 조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