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학습자의 목표지향적 행동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은 단시간 동안 정보를 유지하거나 조작하는 인지기능이다(Baddeley, 2000). 작업기억은 간단한 일상의 인지활동을 포함하여 지식의 습득, 언어의 이해, 읽고 계산하는 등(Cowan & Alloway, 2008; Mayringer & Wimmer, 2000; Seigneuric et al., 2000) 상위 수준의 인지과정에도 긴밀히 관여한다. 작업기억의 손상은 전반적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학령기 아동의 경우 학습과 관련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작업기억은 훈련을 통해 증진 가능하기 때문에(Holmes, Gathercole, & Dunning, 2009; Li et al., 2008), 이에 기반하여 다양한 작업기억 훈련 프로그램이 개발되었다. 훈련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컴퓨터를 활용하여 개인별 훈련이 가능하도록 고안되었으나, 개인의 작업기억 능력 차이에 따른 훈련이 아닌 일률적으로 주어지는 단계별 훈련으로 구성되어 있다. 컴퓨터 기반 인지능력 훈련 프로그램의 효과 성에 대한 논의들은 훈련 프로그램의 과제 난이도를 훈련 참가자의 반응에 대응하도록 적응적 (adaptive)으로 조절시키면, 훈련 지속성과 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으며 훈련 효과의 전이를 도울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Chein & Morrison, 2010; Holmes, Gathercole, & Dunning, 2009; Karbach & Kray, 2009). 따라서 개별 훈련 참여자의 반응에 따라 과제 난이도가 달라질 수 있는 적응적 훈련 프로그램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아동·청소년에게서 나타나는 작업기억 훈련의 효과는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일부 연구에서는 작업기억 훈련을 통해 여러 인지기능의 향상을 보고한 반면(Brehmer et al., 2011; Klingberg, 2010; Klingberg et al., 2005), 다른 연구들에서는 작업기억 훈련과 일반 인지 기능의 증진 간 상관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Redick et al., 2013; Shipstead, Redick, & Engle, 2012). 이는 작업기억이 하나의 단일한 체계로 이루어져 있는지(영역 일반성), 혹은 음성-언어적 정보와 시·공간 정보를 처리하는 체계가 나뉘어있는지(영역 특수성)에 대한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작업기억의 기능영역적 특수성과 함께 훈련 참여자가 선호 하는 정보의 양식이 훈련 효과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신경희, 김초복, 2013; Blazhenkova & Kozhevnikov, 2009)이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작업기억의 기능영역적 특수성과 함께 훈련 과제에서 요구하는 작업기억의 기능-정보양식 차원을 구분한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훈련을 통한 작업기억 향상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를 포함하여 인지기능 손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경험하는 아동들의 인지발달을 도울 수 있다(Alloway et al., 2005; Van der Molen et al., 2010). 최근 학령기 아동에게서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ADHD는 특히 학교생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박현진 외, 2010). ADHD는 장기적으로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정서적 문제, 품행장애나 반항장애와 같은 행동적 문제를 야기하여 건전한 사회적 발달을 저해하고 반사회적 행위를 증가시키기도 한다(김남형, 2009). 인지적 측면에서 ADHD는 학습부진이나 학습장애를 일으키는 등 학업성취를 저조하게 하는데, 이는 언어정보의 이해와 추론, 저장과 조작 등의 인지기능 손상이나 결함 때문이다(Holmes, Gathercole, & Dunning, 2009). 작업기억 훈련이 ADHD 아동의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지에 대한 신경과학 연구들은 아동과 청소년에서 대뇌 피질(cerebral cortex)의 신경 가소성(neural plasticity)을 발견하였으며, 이러한 신경기제의 변화는 아동·청소년의 인지발달에도 관련이 있다(Klingberg, Forssberg & Westerberg, 2002; Olesen, Westerberg & Klingberg, 2004). 예컨대, 학령전기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기반 작업 기억 훈련을 실시한 결과 이들의 인지기능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었음이 보고되었다(Thorell et al., 2009). 또한 Holmes, Gathercole, 그리고 Dunning(2010)의 연구에서 ADHD를 대상으로 작업기억 훈련의 효과와 약물치료의 효과성을 비교하였는데, 작업기억 훈련을 집중적으로 수행하였을 때 작업기억을 포함한 주의 통제 등 관련 인지기능의 발달을 촉진하는 뇌 가소성의 증거를 제시하였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ADHD 초등학생의 인지기능 개선과 증상의 완화를 위한 작업기억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훈련 효과성을 검증하고자 하였다. 이 연구는 2년에 걸쳐 수행되었으며, 1차년도에는 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ADHD 학생을 선별하고 지능을 통제하였으며 집단 간 인지기능 수행시의 뇌 활성화 패턴을 비교하였다(홍선주, 진경애, 이명진, 2013). 2차년도에는 작업기억 훈련 프로그램의 개발을 완료하고 1차년도 연구 참여 대상자를 추적하여 훈련 효과성을 검증하기 위하여 기능성자기공명 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e; fMRI)을 사용하여 인지기능 수행시의 뇌 활성화 패턴을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ADHD 초등학생들을 위한 효과적인 작업기억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들의 병리적 증상과 학업문제를 개선시킬 수 있는 기초 자료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Ⅱ. 이론적 배경
언어이해를 비롯하여 계산하기와 같은 작업기억의 하위 기능들은 학습활동의 대부분을 이루는 읽기와 셈하기에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학습과정에서 요구되는 인지활동은 많은 부분 작업기억의 기능에 의해 이루어지는데(Barkley, 2006; Castellanos & Tannock, 2002), 인지처리에 광범위하게 관여하는 작업기억의 손상은 전반적인 인지기능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 작업 기억에 손상을 입은 아동은 언어장애나 학습장애를 경험하기도 하며, 이는 학업수행을 저해하고 또래관계를 포함한 일상생활에서도 문제를 경험하게 한다 (Alloway et al., 2005; Brunnekreef et al., 2007; Gathercole et al., 2004; McLean & Hitch, 1999). 손상된 작업기억의 회복에 관한 연구들은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이 작업기억 증진에 기여한다는 증거들을 제시하였고(Chein & Morrison, 2010; Dahlin et al., 2009), 이에 근거하며 작업 기억 훈련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었다. Cogmed, Jungle Memory, Lumosity, Brain Oasis 등과 같은 작업기억 훈련 프로그램은 작업기억 뿐만 아니라 주의(attention)와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 등 전반적 인지기능을 컴퓨터 기반의 개인훈련을 통해 증진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들 훈련 프로그램은 훈련 효과성과 지속성을 증진시키는 과제의 적응적 난이도 조절(Chein & Morrison, 2010)이 이루어지지 않아 훈련 효과가 감소될 수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작업기억을 영역 일반적인 단일 시스템(작업기억의 영역 일반성)으로 가정하고 작업기억의 기능영역에 관계없이 한 영역의 훈련을 통해 작업기억의 다른 하위 기능영역이나 일반 인지기능 등에서도 전이효과를 확인하였음을 보고한다(Brehmer et al., 2011; Chein & Morrison, 2010; Dahlin et al., 2008; Jaeggi, et al., 2008; Klingberg et al., 2005). 반면 작업기억의 기능영역적 특수성을 지지하는 연구자들은 작업기억 훈련의 전이 효과가 비일관적이며(Melby-Lervag & Hulme, 2013; Redick et al., 2013), 작업기억 훈련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Redick et al., 2013; Shipstead et al., 2012). 작업기억 훈련의 효과성에 관한 메타분석 연구들도 작업기억 훈련 효과가 지능, 주의, 억제(inhibition) 등에서 발견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거나(Melby-Lervag & Hulme, 2013), 효과성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 작업기억의 영역 특수성 때문이며, 이를 고려하여 분석하면 작업기억 훈련의 효과가 일반 인지기능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서희영, 김초복, 2014). 실제로 서희영과 김초복(2014)은 작업기억 훈련 프로그램에서 다룬 훈련 영역과 측정 영역을 기능적 차원(유지와 조작)과 정보의 양식(시각, 공간 및 언어)에 따라 구분하여 수행한 메타분석에서 훈련-측정 영역이 일치한 경우 작업기억 훈련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고하였으며, 특히 인지기능에 손상을 입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의 경우 훈련-측정 영역 일치에 의한 효과의 차이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연구들은 정보의 양식과 인지 능력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다는 것을 밝혔다(Alloway, Banner, & Smith, 2010; Blazhenkova & Kozhevnikov, 2009). 서희영과 김초복 (2014)의 연구는 정보의 유지와 조작으로 나뉘는 작업기억의 기능영역적 특수성 뿐만 아니라, 시각이나 언어 등과 같은 정보양식이 작업기억의 훈련 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정보양식에 대한 선호도와 선호하는 정보양식의 인지처리 과정에 대한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 선호하는 정보양식의 과제를 수행할 때 수행이 높아진다는 것이다(신경희, 김초복, 2013; Blazhenkova & Kozhevnikov, 2009).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작업기억의 기능 영역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유지와 조작기능을 구분하고, 더불어 훈련에 사용되는 정보양식을 고려한 작업기억 훈련 프로그램이 개발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ADHD는 유전에 의해 영향을 받고 발병원인이 다양한 아동기 정신장애로(Faraone et al., 2005), 부주의, 과잉행동, 충동성의 세 가지 대표적인 증상을 보인다. 이러한 특징은 학업성적 뿐만 아니라 학교 생활 전반에서 또래와 교사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박현진 외, 2010; 이정림, 강경숙, 2012). ADHD 아동의 병리적 증상과 관련한 신경과학 연구들은 이들이 작업기억을 포함하는 실행기능에 결함이 있다고 보고한다(Swanson et al., 1998). ADHD 아동이 경험하는 다양한 정보양식의 작업기억 과제 수행상 어려움은 훈련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Sergeant, Geurts, & Oosterlaan, 2002; Tamm et al., 2010). 특히 학령전기 아동들의 컴퓨터 기반 작업기억 훈련은 인지기능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고 (Thorell et al., 2009), 이는 뇌 기능의 향상으로 이어져 수행을 증진시킬 수 있다 (Buonomano & Merzenich, 1998; Klingberg, 2010). 작업기억 훈련은 ADHD의 병리적 증상에 관여하는 뇌의 복내측(ventral), 배외측(dorsal) 전전두 피질(prefrontal cortex)의 활성화를 증진시킨다(Vaidya & Stollstorff, 2008). 이는 작업기억 훈련이 뇌 가소성에 기반한 신경 네트워크의 변화를 통해 ADHD 아동의 인지기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병리적 증상의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ADHD 아동을 대상으로 약물치료 집단과 작업기억 훈련 집단을 비교한 연구(Holmes, Gathercole, & Dunning, 2010)는 약물치료 집단에서 작업기억의 특정 하위 기능을 향상시킨데 반해, 작업기억 훈련 집단에서 주의 통제와 같은 인지 기능을 수행하는 영역의 뇌 가소성을 보고하였다. 향상된 작업기억과 ADHD 증상의 감소효과는 작업기억 훈련 직후는 물론이고 길게는 6개월 이후의 수개월까지도 유지된다(Beck et al., 2010; Klingberg et al., 2005; Holmes, Gathercole, & Dunning, 2009). 이는 작업기억 훈련이 ADHD 아동의 작업기억을 포함한 제반 인지기능의 향상을 가져와 학업문제를 개선 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며, 훈련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Ⅲ. 연구 방법
이 연구는 I시 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2년에 걸쳐 수행되었으며, 이 논문에서는 ADHD 아동을 위한 작업기억 훈련 프로그램과 그 효과성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1차년도에는 ADHD 초등학생의 실행기능 과제 수행시 뇌 활성화 패턴의 차이가 일반 초등학생과 다른지를 비교하고 이를 토대로 작업기억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이 1차년도 연구에 참여하였던 ADHD 초등학생 12명을 대상으로 작업기억 훈련을 실시하였으며, 이 중 훈련을 완료한 8명에 대하여 fMRI를 사용하며 훈련을 통한 뇌 기능의 변화를 살펴보았다2).
1차년도 연구에 참여하였던 I시 3〜4학년(현 4〜5학년) ADHD 초등학생 12명 중에서 작업 기억 훈련을 완료한 8명(남 6명, 여 2명)이 최종적으로 연구에 참여하였다. 지능에서의 변화가 훈련 프로그램 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고려하여 한국판 웩슬러 아동지능검사 4판 (K-WISC-IV; 곽금주, 오상우, 김청택, 2011)을 사용하여 지능검사를 수행하였다. 1차년도 지능검사 결과가 누락된 1명을 제외하고 7명에 대한 지능검사 결과 1차년도와 2차년도에서 전체 지능지수의 변화가 발견되지 않았다(t = .39, p>.01). 또한 작업기억과 처리속도 등의 하위 지표에서도 지수의 변화가 별견되지 않았으므로,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 후 나타나는 뇌 활성화 패턴의 차이가 지능지수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ADHD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상의 개별 훈련을 통해 작업기억을 증진시킴으로써 실행 기능을 포함한 전반적인 인지기능을 향상시키고자 하였다. 더불어 ADHD 증상을 완화하고 나아가 학생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기 위하여 K-WEP(KICE Working memory Enhancement Program)을 개발하였다.
K-WEP은 ADHD 초등학생의 인지 및 행동 특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정보양식을 사용하고, 개인별로 도전적인 수준의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적응적 반응이 가능도록 개발하였다. ADHD 학생의 특성상 지속적인 흥미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훈련 프로그램을 어드벤쳐 게임 형식으로 구현하여 유인가를 마련하였다. 게임은 가족여행 중 마왕의 공격을 받은 주인공이 과제를 완수하여 가족을 구출한다는 내용으로, 과제 난이도별로 4개의 섬을 구성하고 모두 17개의과 제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주인공은 밀림섬, 해저섬, 동굴섬, 화산섬으로 이름 붙은 네 개의 섬을 방문하게 되는데, 섬에 따라 3〜5개의 과제가 제시되고 섬 방문 순서와 과제의 순서는 모두 과제의 난이도를 반영하고 있다(표 1 참조). 즉 훈련 참여자는 가장 낮은 난이도의 과제를 가진 섬(밀림섬)에서 낮은 난이도의 과제부터 수행하도록 구성되었으며, 해당 과제를 완료하면 더 높은 난이도의 과제로 옮겨가게 된다. 이는 훈련 참여자가 낮은 수준의 과제부터 높은 수준의 과제로 수행 수준을 높여가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하여 과제 흥미를 높이기 위하여 고안되었다. 따라서 유지기능 과제들은 주로 훈련의 전반에, 집행기능 과제들은 훈련의 후반에 수행할 수 있도록 배치하였고, 시공간과 중다양식 과제는 높은 난이도의 훈련에 속하므로 각 섬마다 후반부에 배치하였다. 작 업기억 기능영역 중 집행기능 훈련을 위해서는 그 세부 기능을 조작, 억제, 전환으로 분류하고, 사용자가 ADHD 초등학생임을 고려하여 집행기능 과제에는 상대적으로 복잡한 인지기능을 요하는 시공간/중다양식을 사용한 과제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K-WEP은 훈련 참가자의 과제 수행 능력에 따라 훈련 과제의 난이도가 적응적으로 조절되도록 하여 각 사용자의 최대 수행 능력 범위까지를 반복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하였다. 17개의 과제는 모두 1단계부터 6단계까지 점차 난이도가 높아지는데, 1〜3단계는 상대적으로 낮은 난이도로 과제 완수를 위한 최저 수준은 3단계가 된다. 만일 사용자가 3단계까지의 과제를 완전히 수행하지 못하면 같은 수준의 과제가 반복적으로 제공된다. 반면 4〜6단계는 각 단계를 완전히 마치지 못하더라도 해당 과제를 마칠 수 있게 되어 있어, 정해진 수 만큼의 반복훈련을 하면 다음 과제로 이동할 수 있다(표 2 참조).
과제 난이도의 훈련자 적응적 변화를 위한 프로그램 순서도는 〔그림 2〕와 같다. 순서도를 보면, 3단계에서 과제가 제시되고 난 후 10초의 응답시간이 주어지는데, 이 시간 동안 사용자의 반응이 없는 경우 시간초과 안내가 제시된다. 사용자가 주어진 10초 내에 반응을 하면, 이에 대한 정답 여부에 따라 피드백이 제시된다. 지속적으로 정답반응을 하면 다음 단계로 진행하게 되어 최종 6단계에서 과제를 종료한다. 그러나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4단계부터는 오답이 반복 될 경우 해당 단계에서 열 번의 수행을 반복적으로 시행하고 과제가 종료된다.
K-WEP 훈련 후 ADHD 초등학생의 인지과제 수행 시 뇌 활성화 패턴이 변화하였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1차년도에 실시하였던 실행기능 측정 과제인 화살표-단어 스트룹(Arrow-Word Stroop; Kim, Johnson, & Gold, 2012) 과제를 사용하였다. 이 과제는 실행기능의 주의전환(전횐-비전환)과 응답갈등(일치-불일치)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화살표나 방향지시 단어의 색이 검정일 때에만 해당하는 지시에 따른 반응을 요구한다.
Ⅳ. 연구 결과
1차년도에 사용하였던 3.0T MRI(Verio, Siemens) 시스템을 사용하여 뇌의 구조적 이미지와 화살표-단어 스트룹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의 기능적 이미지를 획득하였다. K-WEP 훈련은 주 2〜3회씩 약 8주간 수행되었으며, 훈련을 완료한 8명의 연구 참여자 중에서 1차년도의 뇌영상 자료가 누락되었거나 뇌영상 검사에 동의하지 않은 3명을 제외하고 5명의 자료를 수집하였다. 전처리(preprocessing) 분석에서 머리 움직임 등에 의한 영상의 훼손이 없는 것으로 확인 되어 5명의 뇌영상 자료 모두를 분석하였다.
화살표-단어 스트룹 과제의 수행 정답율과 상관을 보이는 뇌 활성화 영역을 알아보았다. 분석 결과 과제수행 정답율이 높을수록 앞쐐기소엽(Precuneus), 내측전두회(Medial Frontal Gyrus), 후대상피질(Posterior Cingulate Cortex), 상전두회(Superior Frontal Gyrus), 하전두회(Inferior Frontal Gyrus) 등의 영역에서 활성화가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4, 표 3부적상관 참조). 이 중 앞쐐기소엽과 내측전두회, 후대상피질은 디폴트모드 네트워크 (Default Mode Network: DMN)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영역이다(Uddin et al., 2008). DMN은 잡다한 상념에 빠지는 등 주의가 요구되지 않는 상태에서 활성화되는 신경 네트워크로, 일반적으로 ADHD 아동은 DMN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여 과제 수행을 위해 요구되는 특정 인지 기능의 수행이 어려워 부주의성, 충동성, 그리고 과잉행동의 증상을 나타낸다(Liddle et al., 2011). DMN 관련 영역의 활성화 억제는 과제 수행 정답율이 높을수록 과제에서 요구하는 인지기능이 충실히 수행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상전두회, 하전두회, 내측전두회를 포함하는 중앙전두피질(Mesial Frontal Cortex)이 과제 수행 정답율와 부적상관을 나타냈는데(표 3 부적상관 참조), 이러한 결과는 과제 조건별 분석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ADHD 아동의 경우 STROOP 과제를 포함하는 반응억제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중앙전두피질의 활성화가 낮아진다(Bush et al., 1999; Rubia et al., 1999). 이 연구에서는 과제 수행시에 이러한 영역의 활성화 억제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과제 수행 정답율이 75% 이상으로 높게 나타나 과제 수행을 위해 요구되는 필요 인지기능이 작동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반응규칙에 따르지 않고 새로운 반응규칙을 따라야 하는 인지전환 조건에서 과제 수행시의 뇌 활성화를 분석하였다. 반응규칙의 전환을 요구하는 인지전환(전환>비전환)에서 기억의 인출과정에 관여하는(Bunge et al., 2003; Crone et al., 2006) 우측 중전두회(Middle Frontal Gyrus)의 활성화가 두드러졌다(표 4전환>비전환 참조). 이는 동일한 과제를 사용한 Kim 등(2012)의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화살표와 방향지시 단어가 일치하지 않는 인지억제 조 건(불일치>일치)에서는 기억의 부호화와 검색에 관여하는(Hasselmo & Stern, 2006; Stern et al., 2001) 해마방회(Parahippocampal Gyrus)와 후대상피질이 활성화 되었다(표 4불일치>일치 참조). 해마방회와 후대상피질의 연대 활성화는 공간 기억 네트워크의 일부로 (Maguire, Frackowiak, & Frith, 1997), 방향지시 단어를 공간적으로 변환시켜 화살표의 방향과 일치성을 판단하기 위하여 활성화 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러한 인지억제 조건에서 기억과 재인지 과정시에 해마방회의 활성화를 보고한 이전 연구결과들(Banich et al., 2007; Xiao et al., 2014)과 일치한다.
인지전환 및 억제 기능을 측정하기 위한 화살표-단어 스트룹 과제는 2(전환-비전환) x 2(불 일치-일치) 요인으로 구성된다. 각 요인별로 과제 수행시의 뇌 활성화 패턴을 분석한 결과 인지 전환시 인지억제가 요구되는 조건(전환-불일치>전환-일치)에서는 우세한 뇌 활성화 영역을 발견할 수 없었다. 반면 인지전환이 요구되지 않을 때 화살표 방향과 방향지시단어가 불일치하여 인지적 억제가 요구되는 조건(비전환-불일치>비전환-일치)에서 쐐기소엽(Cuneus)을 포함한 여러 영역들의 활성화를 발견하였다(표 5비전환-불일치>비전환-일치, 그림 5 참조) . 쐐기소엽은 반응억제 기능에 관여하는 대표적인 영역이다(Booth et al., 2005; Matthews et al., 2005). 이 연구에서는 화살표가 제시하는 방향 정보와 방향지시 단어가 제시하는 방향 정보 간 차이가 발생한 조건(불일치)에서 색에 따른 전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으므로 전환반응을 억제 하는 데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해마방회와 방추상회가 활성화 된 것으로 나타나 앞서 제시한 인지억제의 불일치 조건(불일치>일치)에서 나타난 결과와 부분적으로 일치하였다.
K-WEP 훈련에 의한 뇌 활성화 패턴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하여 대응표본 t 검증을 실시하였다. 분석에 사용된 사례수가 매우 적어 2 x 2 조건요인별로는 모델이 성립하지 않아 인지전환 조건과 인지억제 조건에 대한 분석만을 실시하였다. 작업기억 훈련 후 반응규칙에 대한 인지전환이 요구되는 조건(전환>비전환)의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아래마루소엽(Inferior Parietal Lobule)의 활성화를 발견하였다(표 6전환>비전환 참조). 아래마루소엽은 전전두회(Prefrontal Gyrus)와 함께 인지전환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활성화되는 영역으로 주의 전환이나 전환 통제에 관여한다(Posner & Petersen, 1990; Sohn & Anderson, 2001). 특히 뒤쪽 마루소엽은 주의 전환을 비롯하여 선택적 주의에 관여하는 영역으로(Liston et al., 2006; Vance et al., 2007), 인지전환 조건에서 반응규칙의 전환이 요구될 때 화살표 또는 단어의 색이라는 특정 자극에 주의를 두어 인지규칙을 전환하는 기능에 적극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K-WEP 훈련 후, 화살표의 방향과 방향지시 단어가 불일치하는 조건(불일치>일치)에서 시상 하부(hypothalamus), 중측두회, 상측두회, 후대상피질과 중앙후두회(middle occipital gyrus)가 우세하게 활성화 되었다(표 6불일치>일치 참조). 시상하부는 대뇌 피질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끊임없이 전달 받는 영역으로 행동 조절 및 균형 유지에 관여하며, 인체에서 필요로 하는 여러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능을 담당한다(Turner-Cobb, 2005; Marquez, Nadal, & Armario, 2006). ADHD 아동은 시상하부의 조절에 어려움이 있는데, 시상하부의 활성화를 촉진시켜 ADHD의 단기 기억 및 시각 기억, 공간계획, 정확성 등이 향상되었음이 보고된다 (Blomqvist et al., 2007, Kaneko et al., 1993). K-WEP 훈련 후 시상하부가 현저히 활성화 된 것은 이전 시행에서 획득한 반응규칙에 의한 수의적 응답반응에 대한 억제 기능의 향상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측두회와 상측두회가 위치한 측두엽은 언어의 의미를 해석하고 수용에 관여하여 감각언어영역이기도 하며 중앙후두회는 대표적인 시각기능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Jeffrey, 1995). 이러한 영역의 활성화는 과제에서 요구하는 반응 통제를 위해 필요한 언어정보를 활용하고, 화살표 방향 또는 방향 지시 단어의 색깔과 같은 시각정보에 보다 많은 주의를 기울였음을 시사한다.
V. 논의
이 연구에서는 ADHD 초등학생의 작업기억 향상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K-WEP)을 개발하고 K-WEP이 이들의 인지기능과 ADHD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작업기억 훈련 후 실행기능을 요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의 뇌 활성화 패턴을 살펴본 결과, K-WEP 훈련 전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전전두피질 영역들의 활성화를 발견하였으며, 특히 주어진 과제에서 요구하는 인지기능에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영역들이 활성화 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K-WEP 훈련 이후 ADHD 아동이 문제해결을 위한 정보를 작업기억으로 인출하여 유지하고 자동적인 인지반응을 통제하는 동시에 주의를 과제와 관련된 수행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과제 수행 정답율이 높을수록 DMN 관련 영역들이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나, K-WEP 훈련이 과제 수행과 관련한 인지기능을 수행하도록 도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DMN의 억제와 함께 시상하부가 활성화되었다는 점에서 ADHD 아동이 약물치료 없이 작업기억 훈련을 실시하는 것만으로 ADHD의 생물학적 병인으로 다루어지는 도파민 체계에 관여하는 뇌 영역의 활성화를 이끌어 낼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 연구 결과가 매우 적은 연구 참여자의 자료에 의한 것이므로, 결과의 해석과 작업기억 훈련을 통한 ADHD 증상 완화 및 인지기능 촉진 가능성을 과장하여 해석하는 등의 오류를 경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를 통해 향후 ADHD 아동을 위한 작업기억 훈련이 이들의 행동, 인지, 그리고 뇌 기능 발달 측면에서 2년여에 걸친 추적연구를 수행하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특히 K-WEP과 같은 비약물적 치료를 통해 ADHD 아동의 결핍된 뇌 기능을 촉 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하였다는 점에서 향후 이에 대한 연구가 후속될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된다.
ADHD는 학령기 아동에게서 상당수 발견되며, 최근 그 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를 실시하여 ADHD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실시하고 있으나, 학습종합클리닉센터, Wee 센터, 정신건강증진센터 등이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고 각 지역교육청별로 해당 기관들의 규모, 운영방식 등에서 차이가 있어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이에 K-WEP과 같은 개별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개별 학생의 입장에서 증상의 심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며, 장기적으로 더딘 뇌 발달을 촉진시키는 자극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K-WEP의 효과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며, 이는 장기적이고 보다 큰 규모로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ADHD 증상을 가진 아동은 학업부진과 같은 교육적 문제가 있고 약 70% 가량이 청소년기까지 증상이 지속되며(안동현, 김세실, 한은선, 2004; 이성봉 등, 2010 재인용), ADHD 청소년의 경우 30〜70%에서 성인기가 되어서도 사회적·심리적 문제를 가진다(김미경 외, 2007). 따라서 ADHD의 조기 선별과 조기 중재는 반드시 필요한데, 현재 온라인으로 실시하고 있는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 ADHD 경향을 가진 학생들이 K-WEP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결과와 활용 간의 연계가 원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