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이 연구는 핀란드와 미국 두 나라의 자국어 교사용 지도서의 체제와 내용을 분석하여 특징을 밝히고, 그것이 우리나라 교사용 지도서 개발 및 개선에 주는 시사점을 논의하는 데 목적이 있다. 교사용 지도서는 교과서와 함께 대표적인 교육과정 자료(curriculum materials)로,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법에 따르면 교사용 지도서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위하여 사용되는 교사용의 서책·음반·영상 및 전자저작물 등’으로 정의되며, 교과서와 같이 ‘교과용도서’로 분류된 다. 그러나 교사용 지도서는 교과서에 비하여 개발 과정에서는 물론 연구 대상으로서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였으며(정혜승, 2002; 이경화, 2013), 이러한 사정은 외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교사용 지도서에 대한 연구 성과가 다른 연구 분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다 (Durkin, 1984; Davis & Krajcik, 2005).
교사용 지도서에 대한 실천적, 이론적 관심이 미미한 주된 이유는 교사용 지도서를 교과서에 종속된, 부수적인 자료로 보는 관점이 오랜 동안 이어져 온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교사용 지도서를 교과서를 잘 가르치기 위하여 교사에게 교과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해설적 정보를 제공하는 자료로 인식한 결과 실천 수준에서는 교사용 지도서보다는 교과서를 잘 만드는 데 관심을 두고, 이론 수준에서는 독립된 연구 대상으로 교사용 지도서를 고려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교사용 지도서를 교과서에 종속된 자료를 넘어서 ‘교사 학습과 수업 개선의 주체’(Ball & Cohen, 1996), ‘전문가로서 교사 개발의 도구’(Collopy, 2003), (‘(교사)교육적 교육과정 자료(educative curriculum materials)’(Davis & Krajcik, 2005), ‘교과서와 상보적 관계에 있는 교사 자원’(정혜승, 2006), ‘학습자로서 교사의 학습을 위한 자원이나 비계’(전영미, 2006), ‘교사 교과서’(정혜승, 2011)로 보는 관점이 등장하면서 교사용 지도서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과 기능, 그에 따른 교사용 지도서 개발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논 의들은 교사용 지도서가 교과서를 잘 가르치게 하거나 교육과정을 있는 그대로 충실하게 실행하게 하는 데 교사에게 필요한 수업 관련 내용 지식이나 방법 및 전략을 제공하는 자료집을 넘어서, 교육 전문성을 제고하는 교사 교육 자원이나 매체로서 교사용 지도서의 기능을 확대하여 보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교사를 학생과 마찬가지로 교과서를 소비하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만들어 가는 주체로 인정하면서, 그들이 갖추어야 할 지식이나 능력을 길러주는 자원이나 매체로 교사용 지도서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관점은 교사용 지도서의 순기능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교사용 지도서가 교사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창의적인 수업을 억압하며, 교사가 전문가로서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교사용 지도서의 부정적 기능을 강조하는 입장(Apple & Jungck, 1990; Apple, 1992)과 크게 다르다. Sosniak & Stodolsky(1993, p. 270)는 4명의 초등학교 교사가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를 선택적이고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수업을 관찰한 후, 교사들이 교과서나 교사용 지도서를 ‘생각 없이 사용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들은 교사의 교과서나 교사용 지도서 사용을 ‘생각 없는 가르침’과 동일시하면서 교과서나 교사용 지도서가 교사에게 일방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하는 입장에 문제를 제기하였다. 유사한 맥락에서 Ball & Feiman-Nemser(1988)는 교사 교육자들은 예비 교사들에게 좋은 수업이란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고 교사용 지도서에 의존하지 않은, 스스로 자료를 선택하고 구성하는 수업이라고 가르치지만, 실제 초임 교사들이 수업을 할 때는 교과서나 교사용 지도서가 제공하는 지식이나 기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지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교사 교육자들이 예비 교사들에게 교과서나 교사용 지도서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보다 현실적임을 제안하고 있다. 이들 연구는 교사용 지도서가 교사의 자율성을 억압하여 교과서 개발자의 의도에 매인 수업을 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기능을 수행한다고만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지식이나 능력이 부족한 (초임)교사에게 유용한 자원으로서 긍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논의하였다는 점에서 교사용 지도서의 교육적 순기능과 함께 적극적인 역할 가능성을 모색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교사용 지도서가 매 시간 수업을 잘 하게 하는 지침서로서의 역할을 넘어서 교사의 역량을 길러주는 교사 교과서가 되기 위해서 연구자들은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먼저 Ball & Cohen(1996)은 교사용 지도서가 교사가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속에서 스스로 학습할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였다. 예를 들어, 교사용 지도서는 교사가 학생의 반응을 촉발하고, 반응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해석하고, 적절하게 대응하고, 다른 상황에 전이할 수 있도록 구성하여 학생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교사의 전문성이 개발되게 해야 한다고 하였다. 정혜승(2006)에서는 ‘교과서는 가볍게, 교사용 지도서는 무겁게’라는 비유적 표현을 사용하면서 교과서보다 교사용 지도서의 비중과 역할을 강조하는, 그리하여 교사에게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 성과 융통성을 부여하는 교사 교과서로서 교사용 지도서 모델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논의를 더 발전시켜 이경화, 최민영(2013)에서는 교사용 지도서가 교사의 수업 전문성 신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제하면서, 교사용 지도서가 PCK(Pedagogical Content Knowledge)를 제공 할 것을 제언하였다. 이와 같은 교사용 지도서의 긍정적인 역할 가능성을 수용하는 선행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이 연구는 수업의 질을 향상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교사의 전문성을 함양하는 데 기여하는 양질의 교사용 지도서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외국의 자국어 교사용 지도서가 어떤 체제와 내용으로 교사를 지원하고 교사 전문성 개발에 기여하는지를 분석하여 우리나라 교사용 지도서 개발에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Ⅱ. 연구 방법
외국의 자국어 교사용 지도서가 교사를 지원하고 교사 전문성 개발에 기여하는 방식을 분석하여 우리나라 교사용 지도서 개발 방향에 주는 시사점을 탐색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연구 문제를 설정하였다.
첫째, 외국의 자국어 교사용 지도서는 체제와 내용 면에서 어떤 특징이 있는가?
둘째, 외국의 자국어 교사용 지도서의 특징은 교사 전문성 함양과 어떤 관련이 있으며, 우리나라 국어과 교사용 지도서 개발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
연구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핀란드와 미국의 자국어 교사용 지도서를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핀란드의 경우 PISA 평가 결과에도 드러나듯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매우 높고 학습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이라는 점에세1), 미국의 경우 자국어 교육 연구가 활발한데다 연구에 기반한 교육 실천(Research-Based Practices)을 강조하는 나라로 연구 성과를 교재 개발과 연계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나라라는 점에서 두 나라의 교사용 지도서를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또한 교사용 지도서가 교과서를 전제로 하는 만큼 학교급이나 지역, 교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핀란드와 미국 모두 교과서 사용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분석 대상이 되는 이유가 된다.
핀란드와 미국 모두 초등학교 최고 학년의 교사용 지도서를 분석 대상으로 하였다. 두 나라의 학제가 달라 핀란드의 경우 초등학교 6학년, 미국의 경우 5학년 교사용 지도서가 해당된다2). 핀란드 교사용 지도서는 Sanoma Pro 출판사에서 2013년에 출간한 『Kirjakuja』로 핀란드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학습자 교육을 위해 개발된 것이다. 핀란드는 핀란드어, 스웨덴어, 새미어를 모국어로 인정하고 교육하고 있으나, 90% 이상이 핀란드어를 모국어로 사용(박진용, 홍미영, 이기연, 2008, p. 98)하는 상황을 감안하여 이 연구에서는 핀란드어 교사용 지도서를 분석 대상으로 하였다. 미국의 교사용 지도서는 Macmillan/McGraw-Hill/McGraw-Hill 출판사에서 2009년에 출간한 『Treasures』이다3). 『Kirjakuja』는 핀란드 초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자국어 교과서이고, 『Treasures』역시 미국의 대표적인 자국어 교과서로 알려져 있다.
교사용 지도서는 2차에 걸쳐 분석하였다. 1차는 교사용 지도서에 어떤 구성 요소가 어느 정도 비중으로 다루어지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체제상의 특징을, 2차는 교사용 지도서를 구성하는 각 요소에서 다루는 내용은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내용상의 특징을 정밀하게 분석하였다4). 이 연구가 분석 기준을 연역적으로 수립하고 그에 맞추어 분석을 하지 않는 이유는 두 나라 교사용 지도서를 특정한 관점이나 틀에 맞추어 보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분석함으로써 그 특징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그 교육적 의미를 해석하여 우리나라 교사용 지도서 개발에 시사점을 도출해내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체제와 내용 측면의 분석을 마친 후 두 나라 교사용 지도서의 주요 특성을 네 가지로 범주화하여 정리하고, 각 특성이 우리나라 교사용 지도서 개발에 주는 시사점을 논의하였다. 두 나라 교사용 지도서를 분석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2009 개정 교육과정에 의거하여 개발된 6학년 1학기 『국어』교사용 지도서를 언급하며 비교하였다.
교사용 지도서는 교과서는 물론 교사의 수업과 분리하여 보기 어렵다. 따라서 그 나라의 교과서 및 수업의 특성 및 지향점을 이해하고, 그러한 이해를 기반으로 교사용 지도서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연구자는 핀란드와 미국의 자국어 교육과정 및 교과서를 살펴보고, 관련 선행 연구를 검토하여 교사용 지도서 분석에 참조하였다5). 그런데 선행 연구가 비교적 많이 축적되어 자국어 교육 현황이나 특징에 대한 정보가 많은 미국과 달리 핀란드의 자국어 교육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관계로 핀란드 교사용 지도서의 분석과 해석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연구자는 핀란드 연구자와 초등 교사 면담을 실시하였다. 핀란드의 한 대학에 재직하면서 핀란드어 교육과정 개발에도 참여한 교수 1인과 헬싱키 소재 한 초등학교 교사 1인을 면담하여 핀란드 자국어 교육의 특징과 수업 및 교과서, 교사용 지도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교사용 지도서 분석과 해석 과정에서 생긴 의문을 해결하여 정확성을 제고하고자 하였다.
Ⅲ. 핀란드와 미국 자국어 교사용 지도서의 특징
분석 대상이 된 핀란드와 미국 출판사의 공통적인 특징 중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기능이 특화 된 교사용 자료가 다양하게 개발되어 교사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의 폭을 넓히면서도 우리가 전통적으로 교사용 지도서라고 부르는 교재가 이들 다양한 자료들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를 안내하고 조절하는 일종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 국어과 교사용 자료가 일반적으로 교사용 지도서만을 지칭할 뿐 다른 자료를 포함하지 못하고, 교사용 지도서가 교과서 해설서 또는 교과서 지도를 위한 해설서 기능에 치중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6).
핀란드 Sanoma Pro 출판사와 미국 Macmillan/McGraw-Hill 출판사 모두 교사용 지도서가 교과서와 함께 하나의 패키지를 구성하는 형태로 개발되어 있다. 핀란드 Sanoma Pro 출판 사는 학생용 교재로 독본에 해당하는 ‘국어와 문학’ 교과서, 워크북 형태의 활동집, 인터넷용 과제를 실은 교과서, 철자법 교과서를, 교사용 자료로 교사용 지도서, 정답 모음집, 포켓북을 개발하였다. 일반적인 교사용 지도서와 다른 기능을 하는 교사용 자료가 2종 더 개발되어 있는 것이다. 미국 Macmillan/McGraw-Hill 출판사의 『Treasures』는 핀란드 Sanoma Pro 출판사의 『Kirjakuja』보다 더 다양한 형태의 책과 미디어 자료들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용 교재로 독본에 해당하는 주교재, 독본에 제시된 단원 주제와 관련된 수준별 학생 읽기 자료집, 언어 기능과 철자 및 문법을 익히는 활동집 등이 있고, 교사용 자료로는 일반적인 교사용 지도서를 포함하여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학습자를 위한 지도서, 수업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자료 모음집, 그룹별 지도서, 주별 수업 안내, 낱말 카드 등이 있다. 수업을 계획하는 데 필요한 자료, 수준별·학습 형태별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유용한 자료와 수업 시간에 즉각적인 활용이 용이한 자료 등 기능이 특화된 교사용 자료가 다수 개발되어 있다.
학생과 교사 교재를 아우르는 교재 패키지에는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 자료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교사용 자료를 주로 인쇄 매체 형태로 개발하는 데 비하여 핀란드 출판사는 인터넷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미국 출판사는 이에 더하여 오디오나 CD롬 및 OHP 필름 자료 등 수업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 자료를 별도로 개발하며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자료를 적절한 매체를 활용하여 제공하는 것은 교사가 필요한 자원을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고하고, 특히 학생 수준이 크게 다른 교실 상황에서 교사가 수준별 수업을 용이하게 수행하는 데에 긍정적이다.
매체 형태를 막론하고 기능이 특화된 교사용 자료가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는 것은 교사에게 교수 자원을 풍부하게 제공하여 내실 있는 교수·학습 가능성을 높인다. 그러나 매체와 기능이 다양한 자료가 많다는 것이 교사에게 늘 긍정적인 효과만 주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많은 자료는 오히려 교사에게 시간적으로나 심리적인 부담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두 나라 출판사의 교사용 지도서가 이들 다양한 자료를 통어하는 허브 기능을 수행하여 자료 활용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림 1〕에서 도식화한 바와 같이 두 나라 출판사는 ‘Teachers Edition’이라는 명칭의 일반적인 교사용 지도서가 패키지 형태로 개발된 학생용에, S2, S3, … Sn), 교사용(T1, T2, T3, … Tn) 자료 전체를 통어하도록 구성하고 있다. 여러 종의 학생용 교재 및 교사용 자료를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 각 자료 사이의 관계는 어떠하며, 이들을 어떻게 연계하여 사용할지를 교사용 지도서에서 안내하는 것이다. 교사는 교사용 지도서의 안내를 통해 다양한 자료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 자료들을 언제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를 손쉽게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교사용 지도서가 단지 교과서를 설명하고 그것을 지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과서 종속적인 자료로 기능하는 데에서 나아가 전체 교재의 핵심축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나라 출판사의 교사용 지도서가 교사들이 사용하기에 편리한 외형 체제를 갖추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교사용 지도서 모두 교사들이 사용하기에 편리하도록 스프링으로 제본을 하고 있고, 책 분량이 많은 경우 적절한 두께와 무게를 가지도록 교사용 지도서를 분권하고 있다. 특히, Macmillan/McGraw-Hill 출판사 『Treasures』의 교사용 지도서는 단원별로 분권하여 교사용 지도서 한 권이 교과서 한 단원 관련 내용만 담고 있는데, 이는 한 단원에서 다루는 내용이 많아 6단원을 한 권의 책으로 묶으면 지나치게 두꺼워져 사용이 불편해진다는 점을 고려한 조처로 보인다. 교사용 지도서에 교과서를 전재하고, 교과서를 지도하는 데 관련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되기 때문에 교과서 자체가 두껍고 분량이 많은 미국 교사용 지도서는 분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교사용 지도서 분량이 많아 두께가 두꺼워지고 중량이 무거워질수록 교사들이 들고 다니거나 원하는 자료를 찾기가 어려워지므로 교사용 지도서를 단원별로 분권하는 것은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조처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국어과 교사용 지도서의 경우 권 당 면수가 500 쪽 가까이 되어 두껍고 무거운 편이다. 국어과 교사용 지도서 개선 방안을 설문한 김지은, 엄해영 (2014, p. 154)에서 교사들이 외형 체제 면에서 교사용 지도서를 나누어 개발할 것을 가장 많이 요구한 점을 상기한다면, 책이 두꺼워 교사가 들고 다니거나 수업에서 사용하는 데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줄이기 위하여 한 학기 교사용 지도서를 2-3권으로 분권하여 개발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두 나라 교사용 지도서가 독자인 교사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시각적인 도구를 섬세하게 활용하는 점도 논의할 만한 가치가 있다.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교사용 지도서에도 독자들의 텍스트 이해와 사용을 돕는 다양한 아이콘들이 개발되어 적절하게 쓰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사용 지도서에도 ‘단원 도입’에는 돋보기가 얹힌 책, ‘지도의 유의점’에는 연필이 얹힌 공책 등의 아이콘을 만들어 각 구성 요소의 성격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핀란드나 미국의 아이콘은 우리나라와 같이 교사용 지도서를 구성하는 요소의 ‘성격’을 암시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루는 ‘내용’의 성격을 알려주는 기능을 한다는 데에 차이점이 있다.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핀란드의 경우 교사용 지도서에서 다루는 내용이 학생의 쓰기 활동인지, 듣기 활동인지, 몸을 움직이는 활동인지, 발표인지를 각기 연필, 귀를 종긋 세운 얼굴, 달리는 동작, 입을 벌린 얼굴을 아이콘으로 만들어 제시하였다. 미국의 경우 다루는 내용이 평가 대상이 되는 목표 활동이면 노란 바탕에 ‘Tested’란 단어를 붉은 표식과 함께 제시하고, 교사가 중간에 학생의 이해를 확인하는 내용은 붉은 바탕에 별과 함께 ‘Quick Check’란 표현을 사용하며, 진도를 더 나갈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지점에서는 ‘STOP’이라는 표지를 써서 각 요소가 다루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아이콘을 사용하고 있다. 아이콘이 정보의 성격을 시각화함으로써 내용 파악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처럼 교사용 지도서를 구성하는 요소를 알려주는 것보다는 내용의 성격과 기능을 알려주어 독자의 이해와 활용도를 높이는 아이콘의 개발과 활용이 더 유용할 수 있다.
교수내용지식(Pedagogical Content Knowledge)은 Shulman(1987)이 교사 교육 정책이나 교육 이론 등에서 교사 지식을 내용 지식과 교수법 지식으로 이분함으로써 학생을 가르치는 것을 하찮은 일로 만들고, 그 복잡성을 무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내용 지식과 교수법 지식을 분리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주창한 개념이다. Shulman은 교수내용지식을 내용과 교수법이 통합된 것으로 개념을 표현하고 형성하는 것, 교수 기술, 개념을 학습하기 쉽거나 어렵게 만드는 것에 대한 지식, 학생 선행 지식에 대한 지식, 인식론의 이론과 관련되는, 교사의 전문적인 이해를 드러내는 특별한 지식 형태라고 보았다. 단지 내용에 대하여 아는 내용 전문가와 구별되는, 교사 전문성을 드러내는 지식이기에 교사용 지도서는 교사에게 교수내용지식을 제공하는 최적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이는 국어과 교사용 지도서의 핵심 기능이 수업에 관련 된 지식을 교사에게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데 있다는 이경화, 최민영(2013, p. 668)의 주장과도 상통하는 것으로, 교사용 지도서가 교사 전문성 개발에 기여하는 교사 교과서로서 기능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핀란드와 미국 두 출판사의 교사용 지도서는 교사의 수업 역량 증진과 전문성 개발에 필요한 교수내용지식을 적시에 제공하는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상세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형식은 차이가 있으나, 이 두 교사용 지도서가 제공하는 다양한 교수내용지식 중 우리나라 교사용 지도서 개발에 시사점을 줄 만한 것은 수업 목적과 관련된 교육 내용의의 미와 가치, 교육 내용의 범위와 계열, 학생의 반응과 그에 대한 처치, 교육 내용에 적합한 교수 법 등에 대한 지식 제공이다. 먼저 두 교사용 지도서는 각 단원에서 목표로 하는 내용을 왜 가르쳐야 하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를 교사에게 충분히 설명해 주고 있다. 예컨대, 핀란드 Sanoma Pro 출판사의 『Kirjakuja』 1단원은 영화를 감상하고 시나리오를 쓰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해당 교사용 지도서는 도입부(p. 18)에서 영화의 교육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독자적인 표현 수단으로서 영화를 이해하는 것은 현대 미디어 사회에서 중요하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영화를 비판적으로 보고 가능한 한 다양한 영화를 고르는 안목을 배울 수가 있다. 영화를 통해서는 또 수업 내용을 더욱 생동감 있게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가 있고 새로운 관점도 제시할 수 있다. (생략)
현대 미디어 사회에서 영화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그것에 대해서 배우는 것이 비판적인 미디어 문식성을 개발하고 영화를 고르는 안목을 길러주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설명하여, 교사로 하여금 왜 국어 수업에서 영화를 가르쳐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수업의 방향을 올바르게 잡게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야기의 구조는 회상이나 복선처럼 작가가 인물이나 배경과 같은 이야기를 구성하는 요소를 사용하여 사건을 조직하는 방식이다. 이야기의 사건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독자가 이야기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위 설명은 Macmillan/McGraw-Hill 출판사 『Treasures』 1단원 학습 목표 중 하나인 ‘이야기의 구조 파악하기’와 관련된 교사용 지도서(p. 19A7))에 제시된 내용으로, 이야기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독자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 교사용 지도서는 학습 목표와 관련된 모든 내용에 대하여 이와 같은 설명을 제공함으로써 교사에게 단지 가르칠 개념에 대한 정보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왜 가르쳐야 하는지’,‘이 내용을 학습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어떤 점에서 필요한지’를 명확하게 안내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교수내용지식과 관련하여 미국 Macmillan/McGraw-Hill 출판사 『Treasures』 교사용 지도서에서 특이한 점은 전문가로서 교사가 갖추어야 할 지식과 정보를 ‘연구’에 기반하여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교사용 지도서가 해당 학년에서 학생들이 학습해야 하는 내용을 가르치는 데 필요한 교수내용지식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전문가로서 교사가 갖추어야 할 지식을 관련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그것이 중요한 이유 (Research-Why It Matters)’라는 명칭을 가진 요소를 구성하여 교과서 저자이자 관련 성과가 있는 연구자가 발음중심교수법, 유창성, 어휘, 소리내어 생각하기 전략 등과 같은 용어의 개념, 중요성, 지도 방법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인쇄 매체로 개발되어 교사용 지도서가 지면의 한계를 갖기 때문에 관련 연구 내용을 상세하게 다루어주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 개발(Professional Development)’이라는 명칭 하에 출판사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관련 자료를 더 찾아보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러한 장치는 학습 목표나 내용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연구 성과에 기반하여 설명해 줌으로써 단지 교육과정이나 교과서에 제시되어 있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전문가가 되어 교육적 가치를 인지하고 관련 지식을 충분히 이해한 바탕 위에서 교수·학습을 하도록 지원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연구’ 나 ‘전문가 개발’이라는 요소 명칭이 시사하듯, 교사용 지도서가 독자인 교사를 단순한 교수·학습의 실행자가 아니라 교육 전문가로 인정하면서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전문성을 개발해 가는 존재로 상정한 것도 의미가 있다.
교사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면 교과서에 제시된 순서와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는, 그래서 교과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수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문성 있는 교사는 가르치는 내용의 폭과 깊이를 학생 수준에 맞추어 조절하고, 필요한 경우 학년을 넘나들면서 내용을 통합하거나 축소하거나 변형하는 등 교육과정 구성자로서 교과서를 적극적으로 재구성하거나 새로운 교재를 구성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두 출판사의 교사용 지도서가 교육과정 재구성자로서 교사가 교과서를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 내용 간 관련성과 위계를 구조화하여 제시하는 것은 우리나라 교사용 지도서 개발에 참고할 만하다.
일례로 위 〔그림 3〕은 핀란드 Sanoma Pro 출판사의 『Kirjakuja』의 교사용 지도서에서 5학년과 6학년 학습 내용의 관련성을 보여준다. 이 지도서는 6학년 교과서가 자국어 교육과정 내용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먼저 제시한 다음, 교육과정 내용이 5, 6학년 교과서 어느 부분에서 다루어지는지를 요약해 줌으로써 교사가 교과서에서 다루는 내용의 범위를 확인하고 학년 간 관련성을 파악하기 쉽게 한다. 이러한 정보는 교사가 학년 통합 수업을 하거나, 학생 성취 수준을 고려하여 수업 내용을 조절할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예컨대, 성취 수준이 낮은 6학년 학생에게 해당 5학년 교과서 단원을 찾아 보충 학습을 제공할 수도 있고, 역으로 성취 수준이 높은 5학년 학생에게는 해당 6학년 교과서를 참고하여 지도할 수 있다. 이와 형식은 다르지만 미국 Macmillan/McGraw-Hill 출판사 『Treasures』의 교사용 지도서 역시 학습 내용의 범위와 계열을 표로 일목요연하게 제시하여 교사가 어떤 내용을 어느 학년에서 어느 정도로 가르칠 것인지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근거하여 수업 내용을 조정하거나 재구성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좋은 수업은 교사의 일방적인 설명과 지도가 아니라 학생과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하여 학생이 주체적으로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을 하고, 그러한 경험을 통하여 지식을 구성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수업을 하기 위해서 교사는 가르칠 내용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학생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대응과 처치를 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교수내용지식이 부족 하고, 초임 교사와 같이 학생 지도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교사의 경우 학생의 요구에 맞춰 수업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두 교사용 지도서는 교사들이 학생의 흥미와 수준을 고려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교수내용지식과 학생 반응에 대한 예측 및 그에 따른 적절한 처치를 안내해 주고 있다.
먼저 핀란드 Sanoma Pro 출판사 『Kirjakuja』의 교사용 지도서는 교사가 학생들이 수업 목표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비계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절차적 지식과 질문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스릴러를 쓰는 단원의 경우 학생들이 인물, 사건, 배경을 구성하고 이야기를 써 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설명과 질문을 상세하게 제시하여 교사를 지원한다. 또한 학생들이 이야기 쓰기에 흥미를 가지고 보다 쉽게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도록 주사위 던지기 놀이를 이용하여 사건과 사건의 배경을 결정하도록 교수·학습 방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보를 통하여 교사는 학생들에게 단지 스릴러를 쓰라고 지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활동을 할 때 학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즐겁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지,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이 활동을 하는 데 겪는 어려움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를 알고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교사의 적절한 대처는 학생들의 학습을 실질적으로 도울 뿐만 아니라, 학생들로 하여금 교사가 학습과 사회적 관계 측면에서 자신을 지원한다고 느끼도록 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일례로 우리나라와 핀란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어 수업에서 교사가 지원하는 정도에 대하여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습은 물론이고 사회적 관계 측면에서도 교사가 자신을 지원한다고 느끼는 정도가 5점 만점에 평균 2.82점인데 비하여 핀란드 학생들은 3.40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선생님께서 내가 필요할 때 진행하시던 방법을 바꾸어 나를 도와주신다.’나 ‘선생님께서는 내 학습에 문제가 있을 때 나를 도와주신다.’와 같이 학습의 장면에서 교사가 자신을 지원한다고 느끼는 정도 면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각기 2.66점과 3.14점의 평균 점수를 보인데 비하여, 핀란드 학생들은 각기 3.84점과 3.90점을 보여 교사가 자신에 맞는 수업 방법을 적절히 사용하고 문제가 있을 때 적시에 도와준다는 인식을 훨씬 높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박진용, 홍미영, 이기연, 2008). 이러한 조사 결과는 학생이 교사의 도움을 적절하게 받는다고 체감할 만큼 핀란드 교사가 국어 수업에서 학생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이러한 교사의 수업을 가능하게 하는 데 교사용 지도서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추 론할 수 있다.
미국 Macmillan/McGraw-Hill 출판사 『Treasures』의 교사용 지도서 역시 수업 진행과정을 고려하여 다양한 교수내용지식과 학생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는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수업 도입, 전개, 정리, 평가의 전 과정에서 지도에 필요한 교수내용지식과 학생에 대한 지원 방안을 적절한 위치에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음 〔그림 4〕의 두 사 진을 보자. 왼쪽의 사진은 단서를 활용하여 다의어의 의미를 맥락에서 찾는 기능을 학습하는 단원에서 교사가 직접교수모형을 적용하여 지도하는 예를 보여준다. 해당 기능을 설명하고, 예와 시범을 보여주고, 연습하고 적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구체적인 안내와 발문의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시범 보여주기 단계에서 교사가 소리내어 생각하기(think aloud)를 학생들에게 시연할 수 있도록 예시를 제시한 것은 눈여겨 볼 만하다. 맥락에서 단어 의미를 추론하기와 같은 읽기 기능은 사고 기능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가시적인 시범을 보여주기 어렵다. 이때 소리내어 생각하기는 교사가 기능을 적용하는 인지적 과정을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용한 교수 전략인데, 교사들이 이 전략을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유용한 교수 전략인 줄 알지만, 그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나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능력이 부족한 교사에게 구체적인 사례를 제공하여 ‘시범 보이기를 시범 보이는’ 효과를 갖는다.
〔그림 4〕의 오른쪽 사진은 학생들의 반응을 예측하고, 그에 대처하는 방안을 제안해 놓은 예이다. 교사가 읽을 내용을 미리 훑어보는 전략의 효과를 가르칠 때 교사가 어떤 발문을 해야 하는지, 이 발문에 학생들이 어떤 생각과 답을 하며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그 어려움을 도와주기 위하여 학생들에게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지를 상세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교수내용지식이나 학생 지도 경험이 부족한 교사에게 이와 같은 정보는 교수 내용에 적합한 과정과 절차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학생의 요구와 수준에 부합하는 지도를 하는 데 매우 긴요한 역할을 한다.
분석 대상이 되는 두 나라 교사용 지도서의 또 다른 공통적 특징 중의 하나는 평가 자료가 매우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수업 전 진단 평가, 수업 진행 과정에서의 점검 평가, 독해력 평가, 총괄 평가 등 목적과 방식이 다양한 평가 자료가 제공되고 있고, 단원에서 학습한 지문 이외의 텍스트를 가지고 성취 정도를 평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문이 활용되고 있다. 또한 이들 자료가 교사에게 잘 이해되고 사용되도록 체계적인 방식으로 조직되어 있는 점도 공통적인 특징이다.
먼저 핀란드 Sanoma Pro 줄판사 『Kirjakuja』의 교사용 지도서는 단원 도입 면에서 단원 학습 목표 제시와 함께 평가 계획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진단 평가에 해당되는 기초 실력 평가, 독해력 평가, 단원 총정리 평가 각각에서 무엇을 평가할 것인지 명시한다. 예컨대, 단원 총정리 평가에서는 ‘문학과 비문학의 차이를 이해하는가?, 각 문학 장르의 특성에 대해 인지하는가?, 서사적 문학의 분류에 대해 아는가?, 소설의 분류에 대해 아는가?, 영화 장르에 대해 아는가?’와 같은 평가 목표를 밝히고, 관련 평가 자료가 교사용 지도서 몇 쪽에 있는지를 안내한다. 이 밖에 단원 학습 목표별로 수업 과정 중에 실시할 수 있는 평가 자료도 제공된다. 진단과 총괄 평가만이 아니라 수업 과정 중 학생의 성취 정도를 판단할 수 있도록 수시 평가 자료도 제공하는 것이다. 이 세 평가는 모두 교과서에 제시된 지문은 물론 교과서에 제시되지 않은 지문도 활용하여 문항을 구성함으로써 학생들의 성취 정도를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한다.
핀란드 교사용 지도서에 제시된 평가 자료는 〔그림 5〕의 왼쪽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점선으로 표시된 부분을 자르면 바로 복사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문항 평태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교사 편의성을 제고한다. 또한 〔그림 5〕의 오른쪽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매 문항마다 정답과 배점을 표시하여 교사가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점도 눈에 된다. 학생 평가에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편집한 일종의 시험지 (왼쪽 사진)와 그 시험지에 정답과 배점을 표시한 것을 별도의 면(오른쪽 사진)으로 구성한 것은 교사에게 평가 비중과 정확한 답을 제공하고자 하는 교사용 지도서 개발자의 의도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그런데 교사용 지도서가 이처럼 모든 문항에 대하여 명확한 답을 제시하고 문항 배점까지 제시한 것은 핀란드 교사의 수준을 생각할 때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핀란드의 교육적 성공에 대한 논의에서 교사의 높은 전문성은 늘 중요한 요인으로 다루어져 왔다. 교사가 책무성이 강하고 자기 개발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석사 졸업 이상의 학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핀란드 교사의 전문성 수준이 높으며(김선희 역, 2010; 윤은주, 2013), 이러한 높은 수준의 교사 전문성이 핀란드 교육의 성공에 기여해 왔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제기되는 의문은 교사 전문성이 높은데, 굳이 지면을 더 할애하면서까지 교사용 지도서가 교사에게 모든 문항의 정답과 배점을 제시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더 깊이 있는 탐색이 필요하나, 교사용 지도서가 교사의 전문성을 신뢰하지 못하여서라기보다 학생 평가가 정확하게 이루어져 야 하며, 이를 위하여 교사에게 명확하고 구체적인 안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핀란드는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여 서열화하는 상대 평가를 하지 않고 (김민정, 2009, p. 23), 교사와 학교가 주체가 되어 학생의 성장 지원을 위한 평가를 실시하는 정책(윤은주, 2013, pp. 68-69)을 펴기 때문에 학생 평가에 있어 교사의 책임과 권한이 막중 하다. 또한 평가의 목적이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는 데 있는 만큼 평가를 통한 학생의 정확한 진단이 중요한 상황에서 교사가 학생 수준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상세하고 친절하게 평가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 Macmillan/McGraw-Hill 출판사 『Treasures』의 교사용 지도서에도 평가 자료가 매우 다양하고 풍부하게 제시되어 있다. 교과서 1개 대단원은 주 5일, 6주에 걸쳐 학습하도록 구성되었는데, 교사용 지도서가 수업 중 수시 평가뿐만 아니라 매주 5일 차에는 한 주 간의 학습을 평가하고, 마지막 6주 차에는 단원 총괄 평가를 하도록 안내함으로써 교사가 시기와 목적에 맞게 평가를 하기에 용이하다. 또한 각각의 평가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여 학생 수준을 진단 할 것인지, 진단 결과를 반영하여 학생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평가가 평가로 그치지 않고 학생의 학습 진보로 이어지게 하는 데 기여한다. 예를 들어, 수시 평가의 경우 수업 중 반응을 중심으로 학생 수준을 분류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이에 근거 하여 해당 수업 목표를 성취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학생, 목표에 도달한 학생, 목표 수준을 상 회하여 도달한 학생으로 학생을 세 수준으로 나눈 다음, 학생 수준을 고려한 소그룹별 상세한 지도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분석 대상이 된 두 나라의 교사용 지도서는 상이한 점이 다소 있지만, 교사가 전문성을 가지고 학생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자료를 체계적으로 제공하여 일련의 ‘평가 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교사용 지도서가 평가 로드 맵을 제시하여 평가 목적과 방향을 명료화하고, 평가 문항과 준거를 개발하여 교사의 평가 부담을 줄여주며, 평가 후 적절한 학생 지원 방안을 마련하여 평가가 학생 학습으로 환류되게 하는 체제를 갖추고 교사의 평가 전문성을 지원하는 것은 평가 관련 지원이 부족한 우리나라 국어과 교사용 지도서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에 시사점을 준다.
Ⅳ. 결론
이 연구는 교사용 지도서가 교과서 해설서로 교과서 종속적인 자료로 기능하는 데에서 나아가 교사 전문성 개발을 위한 교사 교과서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핀란드와 미국의 대표적인 교사용 지도서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두 나라 교사용 지도서는 다양한 교육 자료의 허브 기능,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한 체제와 편집, 교사의 전문가적 실천을 위한 교수내 용지식(PCK)의 적시적 제공, 평가 체계 구축을 통한 다양한 목적의 평가와 학생 수준별 교수 지원 측면에서 우리나라 국어과 교사용 지도서 개발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보았다.
그간 우리나라 국어과 교사용 지도서는 양질의 발전을 지속해 왔다. 교사 편의를 위하여 교과서 지문을 제시하고, 교수·학습 방법이나 참고 자료를 다양화하였으며, 편집을 세련화 하는 등의 개선을 이루어 온 것이다. 그러나 2007년 개정 중학교 2학년 국어과 교사용지도서 15종을 분석한 박지영(2012)에서 구성 요소 기능의 모호함, 제재에 대한 과잉 해석 및 해석의 일관성 결여, 학습활동 지도 및 답안과 기타 교수학습 자료의 부적절함을 문제로 제기한 것은 우리 교사용 지도서가 아직 개선해야 할 문제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2009년 개정 초등학교 국어과 교사용 지도서에 대한 초등 교사의 요구를 조사한 김지은, 엄해영 (2014)에서 응답자들 이 교사용 지도서에 대해 비교적 높은 만족도를 보이면서도 교수·학습 자료 및 평가 자료를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료 사이트를 통하여 더 많이 구한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있는데, 이 역시 교수내용지식이나 평가 자원 제공 측면에서 우리나라 교사용 지도서에 보완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연구가 학생의 학업 성취가 높은 핀란드와 연구에 기반한 교재 개발이 활성화된 미국 교사용 지도서의 기능과 특성을 분석하여 우리나라 국어과 교사용 지도서 개선에 시사점을 탐색한 것은 의미가 있다. 특히, 기존의 교사용 지도서가 교사 독자를 학생에게 교과서를 가르치는, ‘고급 교과서 소비자’로 보면서 교과서 지문에 대한 해설과 지도 방법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발되어 온 방식을 지양하고, 교사의 전문성 개발과 실천에 기여하는 교사 교과서로 질적 개선을 이루어내기 위해서 이들 교사용 지도서가 독자인 교사를 교육 전문가로 상정하고, 그의 전문가적 실천과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자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교사용 지도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나라 교과서 정책에서 교사용 지도서가 소홀히 다루어지는 경향은 문제적이다. 국정제로 발행되는 초등학교 교사용 지도서와 달리 검정제로 전환된 중등학교의 교사용 지도서는 인정 도서이다. 교사용 지도서가 인정 도서로 전환되었다 하여 질적 수준이 저하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개발이나 심의 과정에서 검정 대상이 되는 교과서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질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교사용 지도서가 단지 교과서를 잘 가르치기 위하여 교과서에 제시된 제재나 학습활동을 해설하고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수준의 교과서 종속적인 해설서가 아니라 교사 전문성 개발을 위한 핵심 자료이고, 핀란드와 미국 출판사의 경우에서와 같이 전체 교재를 통어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면 교사용 지도서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나아가 교사용 지도서의 질적 개선을 위한 정책적, 제도적 방안 마련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