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신에게 도움이나 혜택을 준 사람에 대해 고마운 감정을 느끼고 표현 하는 것을 의미하는 감사(gratitude)는 도덕 행위자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덕으로 여겨져 왔다. 또한 감사는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때문에 심리적 안녕 (well-being)이나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여겨져 왔다. 이에 뤄보머스키(Lyubomirsky, 2008, p. 89)는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취해야 할 첫 번째 활동으로서 감사를 표현할 것을 제시한 바 있다. 한편 감사는 인간관계를 유지·강화시켜 주고 사회의 결속력을 제고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시민적 덕 (civic virtue)으로도 여겨져 왔다. 이에 감사는 덕 가운데 가장 유쾌한 것이며, 유쾌한 것 가운데 가장 유덕한 것이라고 여겨져 왔다(Emmons, 2007, p. 2).
사회적 유대 관계에 대한 강한 소속감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기에, 강력하고 지지적인 관계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은 많은 긍정적 발달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이렇듯 관계 형성에 도움을 주는 개인적 덕 및 시민적 덕으로서의 감사를 경험하고 표현하는 것은 청소년의 긍정적인 기분과 정서를 증진하고, 사회적 유대를 강화시켜주고, 세상에 대한 유목적적인 참 여의식을 함양시켜 준다. 특히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정체성을 형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청소년 시기에서 감사를 경험하고 표현하는 것은 삶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인간관계를 강화시켜 준다(Bono & Froh, 2009, p. 77). 감사는 학생들의 성취동기를 향상시켜 학업상의 이득과 학교생활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가져올 수 있으며 (Froh, Miller & Snyder, 2007, p. 1), 신체적 건강과 장수에도 영향을 준다(박영민 외 4인, 2008, p. 118). 이에 에먼스 (Emmons, 2008, p. 479)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감사가 중요한 이유를 세 가지로 요약하여 제시한 바 있다. 그에 의하면, 감사는 사회적 관계를 강화시키고, 부정 정서 특히 우울증을 막아주며, 파괴적 정서나 병리 현상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해 주어 스트레스로부터의 회복 탄력성 (resilience)을 높여준다고 한다. 피체랄드(Fitzgerald, 1998; Alspach, 2009, p. 12에서 재 인용)는 감사의 3가지 구성 요소로서 누군가 또는 무언가의 진가를 인정하는 따뜻한 감정, 무언가나 누군가를 향한 선의의 감정, 그러한 진가 평가에 따라 긍정적으로 행동하려는 성향을 언급하면서, 감사의 도덕적 가치를 세 가지로 정당화하였다. 첫째, 감사는 해로움과 부담(짐)을 예방한다. 둘째, 감사는 개인적 관계와 공동의 관계를 증진하고 보전한다. 셋째, 감사는 다른 덕들의 발달을 돕는다.
이렇듯 감사의 경험과 표현이 인간의 조화롭고 건전한 발달을 위해 매우 중요한 것임에도,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마땅히 고마워할 상황임에도 감사를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않으며, 타인으로부터 도움이나 혜택을 받는 것을 마치 자신의 당연한 권리인 양 착각하기도 한다. 심지어 일부 청소년은 심각한 자기애 (narcissism) 경향이나 자기중심주의에 함몰 되어 타인으로부터의 도움이나 혜택을 받는 것이 자기가 잘났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특히 우리 인간이 지닌 자족 편향(self-serving bias)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감사를 경험하고 표현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무언가 좋은 일이 생겼을 때에는 그것이 우리의 실행과 노력에서 얻어진 것이라 간주하는 반면에,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에는 타인이나 상황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자족 편향은 타인의 친절이나 호의에 대한 인정과 승인을 가로막음으로써 감사를 경험하고 표현하는 것을 방해한다.
또한 에먼스(Emmons, 2013, p. 6)에 의하면, 우리는 자신의 정신적 · 정서적 상태와 감정을 관리하는 기술 부족으로 말미암아 감사를 잘 경험하지 못한다고 한다. 달리 말해, 우리는 어떻게 감사를 해야만 하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감사를 느끼는 경험들을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실제로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아는 것과 우리가 실제로 행동하는 방식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수행 지식 격차 (knowledge to performance gap)라고 부른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고마움을 느껴야만 함을 아는 것과 우리가 일상적으로 고마움을 느끼는 방식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감사에 대한 연구 그리고 감사 발달에 대한 연구는 그간 상당히 무시되어 왔던 학문 분야였으며, 최근에 들어서야 덕 윤리학과 긍정심리학 운동을 통해서 가능해졌다(Gulliford, Morgan & Kristjánsson, 2013, p. 286). 특히 감사가 여타의 긍정적 정서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흔히 경험하는 정서라는 사실, 감사가 정서적 경험과 표현에서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 감사는 매우 적응적인 것이기에 여타의 긍정적인 정서들과 마찬가지로 안녕·대응 · 적응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감사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촉진하는 이유와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McCullough, Kilpatrick, Emmons & Larson, 2001, p. 250). 그럼에도 성인들의 감사에 대한 연구에 비해 청소년의 감사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관심의 초점이 되지 못하였다. 청소년기에 있어서의 감사가 아동의 성 (gender)과 발달 단계의 기능으로서 상이하게 나타나는 본래적인 감정인지 또는 감사가 개인의 전반적인 품성과 관련된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태이다(Froh, Miller & Snyder, 2007, p. 2). 이렇듯 아동과 청소년기에 있어서의 감사의 발달·측정·개입에 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Froh & Bono, 2014, p. 1225).
최근 감사를 하나의 독립된 학문 분야로 정립하고자 하는 학자들은 감사 교육 활동을 통하여 청소년의 감사 성향과 안녕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 또한 일부 교육학자들은 감사가 도덕교육과 시민성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화이트(White, 1999, p. 47)는 감사의 덕은 시민들 간의 보편적이고 호혜적인 친교를 촉진하 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번영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요나스 (Jonas, 2012, p. 44) 역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감사교육은 그들의 감사 성향을 함양하는 형태로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역설한다. 이인재(2013, p. 212)는 감사가 갖는 풍부한 장점을 학생들이 제대로 인식하고 충분히 체험할 수 있도록 하여 자신의 일상에서 감사를 경험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도덕교육이나 시민성교육을 통해 감사 성향을 발달시키기 위한 지침을 제공해주는 데 그칠 뿐, 경험과학의 증거에 근거한 구체적인 교육 방안을 제안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이에 이 논문에서는 감사와 관련한 최근의 문헌 분석을 기초로 하여 감사의 개념과 도덕적 본질을 규명하고, 감사의 발달 과정 및 감사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살펴본 후에, 청소년의 감사 성향을 발달시킬 수 있는 교육 방안을 도덕 교과를 중심으로 하여 제안하고자 한다.
II. 감사의 개념과 도덕적 본질
누군가로부터 유익한 것을 받았을 때 우리는 감사를 경험한다. 감사는 우리가 누군가로부터 친절이나 유익한 것을 받았을 때 느끼는 고마워하는 마음이다(Froh & Bono, 2014, p. 1225). 학문적 의미에서의 감사는 태도, 정서, 기분, 도덕적 덕, 습관, 동기, 개인적 특성, 대응 반응, 생활 방식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기 때문에 감사는 이런 것이라고 한 마디로 정의를 내리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다. 감사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gratitude’는 원래 호의 (favor)를 뜻하는 라틴어의 ‘gratia’ 그리고 기쁘게 함(pleasing)을 뜻하는 ‘gratus에서 유래 하였다(Emmons, 2007, p. 4; Watkins, 2014, p. 14). 어원적으로 볼 때, 감사는 다른 사 람으로부터 호의나 도움을 받았을 때 생겨나는 고마워하는 마음과 기쁜 감정이다. 물론 감사의 대상이 항상 다른 사람일 필요는 없다. 우리는 신, 운명, 우주, 자연, 동물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고마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고마워한다는 말은 보통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누군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의 세 가지 사항들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긍정적인 혜택이나 이득을 얻었다는 인식, 그 혜택이 외부로부터 온 것이라는 인식 그리고 그 혜택이 내가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이 아님을 인식하는 것 또는 받을만 한 가치가 내게 있지 않음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타인이 제공해 준 혜택의 수혜자이고 특히 그 혜택이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거나 제공자의 수고나 비용 그리고 희생이 따른 것일 때, 우리는 타인의 자비에 대한 반응으로 감사를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감사는 단순한 감정 이상의 것으로서 상대방이 나에게 친절을 베풀었다는 사실, 상대방이 내게 어떤 이익을 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상대방이 베푼 친절은 내게 매우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기꺼이 인정 할 것을 요구한다(Emmons, 2007, p. 5).
일반적으로 감사는 세속적인 의미와 초월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Emmons, 2012, p. 49). 세속적인 의미에서 볼 때, 감사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가치 있는 혜택을 받았음을 인정하는 대인 관계적 교환에서 발생하는 하나의 감정이다. 인간의 삶의 대부분은 주는 것, 받는 것 그리고 되갚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의미에서, 여타의 사회적 정서와 마찬가지로 감사는 대인관계를 조절하고, 확고하게 해 주고, 나아가 강화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 감사에는 활력을 갖게 하고, 동기 부여를 해 주는 특성도 있다. 감사는 긍정적인 행동을 통해 선물을 전달하도록 야기하는 긍정적인 마음의 상태이다. 그러므로 감사는 주는 것과 받는 것 간의 역학에서 핵심적인 연결고리로서 작용한다. 감사는 자신이 받은 친절함에 대한 반응일 뿐만 아니라 수혜자의 입장에서 추후에 자비로운 행동을 하게 만드는 동기 유발 인자이다.
감사의 또 다른 본질은 영적·초월적인 것이다. 철학과 신학은 오랜 기간 감사를 인간과 신의 관계에서 중심적인 것으로 간주해 왔다. 인간이 절대자를 믿는 한, 신도들은 그 절대자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방식을 모색해야만 한다. 유일신 전통 속에서 신은 선함의 원천이자 모든 선물의 제공자인 하나의 인격적 존재로 여겨졌으며, 우리는 신에게 은혜를 입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전통에서 감사는 보편적인 종교적 정서로서 고대 비문에 새겨진 감사 문구, 일상적인 의식과 의례, 찬송과 숭배 등의 여러 형태로 표현되었다.
이에 따라 일부 연구자들은 감사가 타인의 도움에 대한 대인 관계적 감상력(appreciation) 그 이상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드와 그 동료들은 감사에 대한 삶 지향(life orientation) 개념을 제안하였다(Wood et al., 2010, p. 891). 삶 지향 개념으로서의 감사는 세계 속에서 그리고 삶 속에서 긍정적인 것을 목격하고 감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삶 지향 개념으로서의 감사는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모두 8개의 개념들로 구성된다. 삶 지향 감사 개념은 우리가 감사를 느끼는 대상들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사하는 성품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한편 감사는 채무나 부채감과 구분된다. 사람들은 흔히 채무 관련 문구(예: 네게 빚을 졌어.)와 감사 관련 문구(예 : 너! 정말 고맙다.)를 상호 교환적으로 사용하지만, 둘은 구별될 뿐만 아니라 독특한 심리적 효과를 갖는다. 예를 들어, 채무는 부정적이거나 불편한 느낌을 갖게 하는 반면에 감사는 대개의 경우 만족과 안녕에 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McCullough, Kimeldorf & Cohen, 2008, p. 283). 일례로 우리가 누군가에게 빚을 졌을 경우 우리는 그에게 불편함을 느끼고 그를 만나는 것을 꺼려한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졌을 경우에는 그를 만나는 것이 즐겁고 기쁜 일이 된다. 팟킨스(Watkins et al., 2006, p. 217)와 그 동료들은 우리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호의에 보답하기를 기대할 때, 부채감은 증가하고 감사하는 마음은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우리는 감사하는 마음을 더욱 많이 느낄수록 상대방이 베풀어 준 호의에 보답할 가능성이 커지는 반면에, 부채감을 느낄수록 부정적이거나 적대감을 더 많이 갖게 된다.
신학자, 윤리학자, 유명 작가들은 감사야말로 덕과 인격의 탁월성을 드러냄에 있어서 필수불 가결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인류의 오랜 역사에 걸쳐 여러 다른 문화권에서 감사를 느끼고 표현하는 것은 인간의 품성과 사회적 삶에 있어서 기본적이고도 바람직한 덕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Emmons, 2007, p. 6; 권석만, 2011, p. 448). 윤리학 분야에서 감사 개념을 정의하려는 시도는 크게 세 갈래로 구분된다. 감사를 정의와 연결시키는 것, 감사를 자선 행위와 연결시키는 것, 감사를 사랑을 주고받는 것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감사의 전형적인 사례는 세 가지 측면들의 어떤 것을 나타내지만, 그 어느 것도 감사의 예시가 됨에 있어서 충분조건도 필요조건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McCloskey, 1992, p. 416). 대표적인 세 명의 학자들이 이러한 측면들 가운데 어느 하나를 강조하였다. 아퀴나스(Aquinas)는 감사를 타인이 보여 준 우정과 친절을 회상하여 그것을 되돌려주고자 하는 열망이라고 정의하면서, 감사를 정의에 동반하는 미덕의 하나로 보았다. 칸트(Kant)는 감사를 우리에게 혜택을 준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감사를 자선 행동과 같은 것으로 파악했다. 스피노자(Spinoza)는 사랑의 정서로부터 우리에게 좋은 일을 행한 타인들에게 좋은 일을 행하려는 사랑의 열망 혹은 시도를 감사라고 정의 하였다. 그는 감사는 사랑으로부터 나오는 것임에 비해 자선 행동은 불쌍히 여기는 동정심으로 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하면서 두 개념을 구분하였다(McCloskey, 1992, p. 416).
하지만 근대 이후부터 20세기 후반까지 감사는 덕이 아닌, 인간이 실행해야 할 도덕적 의무 혹은 도덕적 책무로 여겨져 왔다. 그것은 감사가 도덕에 관한 신명설과 의무 이론의 영향을 주로 받았기 때문이다. 이퀴나스는 이러한 전통의 역사적 선구자로 여겨진다. 이퀴나스는 감사에서 오직 정의의 의무의 확장만을 보았다. 즉, 그는 감사를 타인에게 그의 몫을 되돌려주는 것에 의해 도덕적 빚을 되갚는 것이라고 보았다(Gulliford, Morgan & Kristjánsson, 2013, p. 309). 감사에 관한 철학적 분석을 시도했던 버거(Berger, 1975, p. 305)는 감사란 ‘정의에 근거한 우리의 관심을 보여주거나 표현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버거는 감사에 대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말하는 것, 즉 옳음과 그름 그리고 의무라는 배타적 관점에서 감사에 대해 말하는 것은 감사가 지니고 있는 도덕에 대한 불충분한 묘사임을 인정하였다. 버거 이후로 철학자들은 의무와 권리에 근거한 감사 개념으로부터 덕에 근거한 감사 개념으로 이동하였으며, 이것은 덕 윤리학의 부활 및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때부터 감사를 행위 자가 갖추어야 할 행동 성향 혹은 성격 특성으로 보고자 하는 관점이 다시금 강조되었다.
그런데 사실 덕 윤리학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아리스토텔레스는 감사를 고귀한 사람 혹은 자유 인이 갖추어야 할 덕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감사를 표현한다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의 안녕에 기여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적인 관점에서, 고귀한 사람에게 있어서 안녕의 원천은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Watkins, 2014, p. 16). 자유인은 홀로서기를 고집하므로 다른 사람에게 신세지는 것을 불명예로 생각한다. 남이 베푸는 선행을 손쉽게 받는 것은 남에게 잘 해 주는 자유인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또 그는 잘 베푸는 사람이라, 선행을 받고는 부끄러워한다. 잘 베푼다는 것은 능가하는 사람이 하는 일인 반면, 선행을 받는 것은 능가당하는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그리고 그는 자신이 받았던 선행보다 더 큰 것으로 선행에 보답한다. 이렇게 해야 처음에 선행을 베푼 사람이 도리어 그에게 빚을 진 셈이 되고, 선행을 받은 사람이 되니까. 또 그들은 자신들이 잘 베풀어 준 일들은 기억하지만, 자신들이 받은 것들은 기억하지 못 하는 것으로 보인다. 선행을 잘 받은 사람은 잘 해 준 사람보다 못한데, 그들은 능가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또 그들이 잘 해 준 일은 즐겁게 듣지만, 잘 받은 일은 듣기에 거북해 하는 것 같다.”(이창우 외, 2006, 140-141).
덕으로서의 감사에 대한 이론적 관심은 웰만(Wellman, 1999, p. 285)을 통해 잘 드러난다. 그는 감사를 의무의 원천이 아닌 하나의 덕으로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논지는 이런 것이다. 감사에 관한 도덕적 평가의 일차적인 원천은 행위자의 ‘행동’이 아니라 바로 ‘행위자’이다. 은인이 표현하는 자비로운 선의는 수혜자에게 유사한 선의로 반응할 도덕적 이유를 부 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도덕적 이유는 수혜자를 의무에 의해 구속된 채로 남겨두지 않는다. 배은은 나쁜 것이지만 금지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만 하는 모든 것에 대한 의무를 가질 필요가 없다.
감사를 의무로서 볼 것인지 또는 덕으로서 볼 것인지의 문제는 윤리학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논쟁거리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이 감사를 보편적 칭송의 대상으로 본 것은 사실이다. 시세로 (Cicero)는 감사는 최고의 덕일 뿐만 아니라 모든 덕의 부모라고 하였다. 스미스(Smith, 1790/1976, p. 68)는 감사란 우리로 하여금 즉각적 · 직접적으로 보답을 하게 만드는 감정이라고 정의하면서, 감사에 기초해서 작동하는 사회가 순수한 유용성에 기초한 사회보다 더욱 매력적이라고 보았다(McCullough, Kilpatrick, Emmons & Larson, 2001, p. 250). 지멀 (Simmel, 1950, p. 388)은 감사를 기능적인 사회의 도덕적 접착제이자 인류의 도덕적 기억이라 칭하면서, 누군가의 호의에 대해 아무런 반응이 없는 사회는 곧 분열해 버릴 것이라고 하였다. 이렇듯 오늘날 감사는 우주에서 가장 열의에 찬 변혁적인 힘으로 여겨진다(Gulliford, Morgan & Kristjánsson, 2013, p. 310).
이와 달리 감사의 정반대라 할 수 있는 배은(ingratitude)은 악덕인 동시에 비난의 대상이다. 에먼스(2007, p. 141)는 감사, 배은, 무감사를 <표 2>와 같이 구별하였다. 그에 따르면, 배은은 무감사(nongratitude)와도 다르다. 무감사와 배은의 주된 차이를 보면, 무감사의 경우 감사해야 할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어떤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선물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 가를 말하고 감사를 표해야 하는데 그러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를 일컬어 무감사라고 한다. 따라서 무감사는 근본적으로 망각(forgetfulness)이라고 할 수 있다.
감사(gratitude) | 무감사(nongratitude) | 배은(ingratitude) |
---|---|---|
혜택을 인식함. | 혜택을 인식하지 않음. | 혜택을 비난함. |
혜택을 받았음을 인정함. | 혜택을 받았음을 인정하지 않음. | 시혜자의 동기를 비난함. |
은혜를 갚음. | 은혜를 갚지 않음. | 선의를 악의로 갚음. |
한편 감사의 본질에 대한 연구는 심리학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심리학자들은 감사의 상대적인 도덕적 이점에 대해 연구하여 왔다. 매컬러와 그 동료들은 공감, 죄책감, 수치심과 마찬 가지로 감사가 도덕 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았다(McCullough, Kilpatrick, Emmons & Larson, 2001, p. 252). 매컬러와 그 동료들은 감사를 타인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고 지지적인 사회적 유대를 전파하는 도덕적 정서로 파악하는 가운데, 세 가지 기능이라는 용어로 감사의 도덕적 가치를 분석하였다. 감사의 세 가지 기능은 도덕적 지표, 도덕적 동기 유발자, 도덕적 강화 인자이다. 매컬러와 그 동료들은 분석 도구로서의 기능 이론을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감사에 관한 경험 연구들을 분석하여 그 이론을 확증하는 방식을 보여주었다.
첫째, 도덕적 지표(moral barometer)로서 감사는 자신에게 선물을 주었다는 사실을 은인에게 인식시켜 주는 정서적 송신 장치 (affective readout)이다. 일반적으로 지표는 이전 상태로 부터의 변화를 나타내는 도구이다. 도덕적 지표로서의 감사는 은인이 자신에게 베푼 호의나 이득이 자신의 안녕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되었음을 은인에게 알려주는 정서적 송신 장치이다. 따라서 감사의 감정은 누군가가 우리에게 좋은 일을 해 주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정보 제공의 기능을 수행한다. 도덕적 지표로서의 감사는 사회인지적 투입에 의존적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누군가로부터 특별히 가치 있는 선물을 받았을 때, 그 선물에 은인의 많은 노력과 희생이 담겨져 있을 때, 그 노력과 희생이 우연적인 것이 아니라 의도적인 것일 때, 선물이 의무적인 것이 아니라 대가 없이 공짜로 주어졌을 때 감사함을 더 많이 느끼는 경향이 있다(McCullough, Kilpatrick, Emmons & Larson, 2001, p. 252). 이렇듯 도덕적 지표로서 감사가 갖는 기 능은 모든 것이 동일한 상황이라면 우리는 더욱 가치 있고, 비용이 많이 들고, 의도성이 있고, 보상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도움이나 호의에 더 많이 감사를 느낀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Tsang, Rowart & Buechsel, 2008, p. 44).
둘째, 도덕적 동기 유발자(moral motivator)로서의 감사는 수혜자가 은인에게 직접적으로 (직접적 호혜성, direct reciprocity)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친사회적으로(상향적 호혜성, upstream reciprocity) 행동하도록 격려한다. 동기 유발자로서의 감사는 장차 은인 및 타인의 복지에 대해 우리가 기여하도록 촉진한다. 또한 우리가 고마움을 느끼게 되면 우리를 도와준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은인에게 은혜를 갚는 경향이 높고, 자신과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도 호의를 베풀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Tsang, Rowart & Buechsel, 2008, p. 45).
셋째, 도덕적 강화 인자(moral reinforcer)로서의 감사는 우리가 은인에게 감사를 표현할 때, 그것은 도덕적 행동을 수행하고 있는 그 은인에게 정적 강화 인자를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 한다. 이것은 은인이 장차 도덕적·친사회적 행동을 더 많이 하도록 만들어 준다(Bono & Froh, 2009, p. 78). 우리의 호의나 친절에 대해 어떤 사람이 우리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 할 때 느껴지는 따뜻한 느낌은 우리에게 심리적 보상을 제공하고 앞으로도 계속 다른 사람을 돕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반면에 어떤 사람이 우리의 호의에 감사하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매우 불쾌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어 미래에 그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줄어들 것이다(Tsang, Rowart & Buechsel, 2008, p. 46).
매컬러와 그 동료들은 감사를 도덕적 정서로 파악한다는 점 그리고 감사의 도덕적 기능을 세 가지로 제시하고 그것을 입증하는 경험 연구 근거들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감사의 도덕적 가치에 관한 기능 이론은 지나치게 도구주의적인 관점이다. 외재적인 이득과는 구분되는 감사의 내재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해 주지 않는다. 또한 기능 이론은 도덕적 행동을 친사회적 행동으로 축소시키는 한계점을 보인다. 그럼에도, 감사의 도덕적 가치에 관한 기능 이론은 감사가 은인과 수혜자 모두에게 도덕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서라는 사실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자못 의의가 크다.
이렇듯 현재 윤리학과 심리학에서의 감사에 대한 도덕적 담론은 정서적 덕으로서의 감사에 대한 도구주의적 정당화와 내재주의적 정당화에 있어서의 모호성으로 인해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는 상태이다(Gulliford, Morgan & Kristjánsson, 2013, p. 312). 덕 윤리학자들은 감사의 내재적 가치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으며, 심리학자들은 감사의 기능을 설명함에 있어서 지나치게 도구주의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감사의 내재적 가치를 밝히는 것은 향후 덕 윤리학자들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연구 과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한편 감사를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감사를 상태 감사(state gratitude)와 특질 감사(trait gratitude)를 구분하면서, 특질 감사는 감사 성향 또는 덕으로서의 감사를 의미한다고 주장한다(Watkins, Gelder & Frias, 2011, pp. 438-439). 일반적으로 상태 정서는 일시적인 정 서 또는 그것보다 보다 오래 지속되는 기분을 포함하며, 이것은 사고와 행동 경향성을 연합할 수도 있다. 특질 정서는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정서와 기분을 경험하는 평균 빈도에서의 개인차를 특징으로 한다(Wood, Maltby, Stewart & Linley, 2008, p. 282). 따라서 특질 감사 혹은 감사 성향은 우리가 얻은 긍정적 경험과 결과에서 타인의 선의의 역할을 인식하고 고마워 하는 정서로 그 선의에 반응하려는 일반화된 경향성을 의미한다.
매컬러와 그 동료들은 뚜렷한 정서적 경험으로 인도하는 감사 성향(grateful disposition)의 네 가지 측면을 제안하였다(McCullough et al., 2002, p. 112). 첫 번째 측면은 강도 (intensity)이다. 감사하는 사람은 긍정적인 사건에 대해 더욱 강한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두 번째 측면은 빈도(frequency)이다. 감사하는 사람은 하루에도 여러번 고마움을 느끼고, 작은 호의나 공손한 행동에도 고마워한다. 세 번째 측면은 범위 (span)이다. 감사하는 사람은 주어진 시간의 수많은 삶의 상황들(예: 가족, 친구, 건강, 아이스크림)을 고맙게 여긴다. 네 번째 측면은 밀도(density)이다. 감사하는 사람은 하나의 긍정적인 결과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일례로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는 수년간 숙제를 도와준 부모와 학구열을 심어준 유치원 선생님, 도서관에서의 오랜 시간을 격려해준 친구들, 그리고 주말에 부족한 잠을 만회할 수 있도록 해준 남동생에게 감사를 표할 것이다.
팟킨스(Watkins, 2014, pp. 76-77)는 감사하는 사람, 즉 특성 감사(감사 성향) 수준이 높은 사람은 풍부하고 유복한 감정을 갖고 있고, 일상생활에서 단순하고 작은 기쁨의 진가를 인정하며, 자신의 삶에서 좋음에 기여한 타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높이 평가하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이 요인들은 삶의 모든 것을 선물로 바라보는 더욱 일반화된 태도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특성 감사 또는 감사 성향에 관한 연구들은 감사하는 사람이 긍정적인 상태와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을 입증했다. 감사를 잘 하지 않는 사람들과 비교해 볼 때, 감사하는 사람들은 삶의 만족, 낙관론, 활기가 훨씬 높은 반면에 우울이나 질투 수준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하는 사람들은 높은 수준의 사교성, 외향성, 개방성, 그리고 낮은 수준의 나르시시즘을 보인다고 한다. 감사하는 사람들은 빈번한 만족, 행복, 희망과 같은 긍정 정서를 자주 경험하는 반면에 부정 정서를 경험하는 경우는 매우 적다(Froh, Kashdan, Ozimkowski & Miller, 2009, p. 409).
심리학자들은 특성 감사 또는 감사 성향을 측정하기 위해 GQ-6, GRAT, GRAT-R과 같은 측정 도구를 개발하여 덕으로서의 감사를 측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음에도(Watkins, Gelder & Frias, 2011, p. 439), 자기 보고 형식의 문항을 가지고 한 개인의 감사 성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또한, 개인이 유복한 감정을 갖는다는 것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심리학적으로 말해서 타인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감사 성향의 주요한 특성으로 여겨질 수 있는 여타의 요인들은 무엇인지 등은 향 후 지속적인 연구를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확실히 감사는 정의, 배려, 관후와 같은 여타의 덕과 비교하여 볼 때, 시세로의 말처럼 감사가 모든 덕의 부모라고 하기엔 아직도 너무나 부족한 것이 많아 보인다. 이런 점에서 피터슨 (Peterson)과 셀리그먼(Seligman)이 감사를 초월(transcendence)의 덕에 속하는 성격 강점으로 본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Peterson & Seligman, 2004, p. 524). 피터슨과 셀리 그먼은 친절과 감사를 춤에 비유하여 남자가 리드하고 여자가 따르는 것처럼, 친절함이 리드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따르는 것으로 보았다.
비록 감사의 도덕적 본질에 관한 현재의 연구들이 이러한 한계점을 보이고 있음에도, 우리는 감사할 줄 아는 사람, 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알아보는 사람, 영예를 공유하는 사람을 경애하고 칭송한다. 상호의존적 존재, 관계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감사에는 분명히 좋음이 들어 있고, 그 좋음은 우리가 기능을 잘 수행하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감사는 우리가 지녀야 할 덕이자 탁월성에는 틀림없다. 특히 감사는 우리가 타인을 피배려자로서 만날 때 배려 자를 향해 보여주어야 할 바람직한 품성이라고 할 수 있다. 감사는 배려 관계에서 피배려자가 배려자에게 반드시 보여주고 표현해야 할 도덕적 역할이자 반응인 것이다. 에먼스(2008, p. 45)가 지적한 바와 같이, 감사는 상호관계를 촉진하며 호혜적 이타주의의 기반을 이루는 심리적 기제이다. 이에 감사는 선을 선으로 갚는 것을 통하여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를 구축해 주는 긍정적인 성격 특질이자 덕이라고 말할 수 있다.
Ⅲ. 감사의 발달과 긍정적 효과
도덕적 정서로서의 감사는 어떻게 발달하는가? 아쉽게도 아동과 청소년기에 있어서 감사의 발달 경로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미궁 속을 헤매고 있다. 정신분석학자들은 감사가 초기 애착 경험에서 발달한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클라인(Klein, 1957; Froh, Miller & Snyder, 2007, p. 3에서 재인용)은 질투가 감사의 발달을 억누르지 않을 때에만, 감사가 유아기의 최초 단계에서 처음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어머니의 젖가슴은 사랑과 자양분의 원천이고, 유아는 이러한 자원들을 얻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느낀다. 질투 역시 어머니와 유아의 유대가 발달하는 동안에 생긴다. 어머니가 수유를 통해 신체적 자양분을 유아에게 주지 않거나 또는 사랑과 돌봄을 통해 정서적 자양분을 유아에게 주지 않을 경우, 유아에게는 질투가 생긴다. 이런 식으로 질투를 발달시킨 유아는 결국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다. 유아는 사랑 역량이 충분히 발달했을 때에만 절대적인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런 기쁨은 감사의 토대가 된다. 유아에게 있어서 감사는 좋은 대상(good object)인 어머니와의 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맥애덤스(McAdams)와 바우어(Bauer)도 조기의 애착 경험에서 감사가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감사의 뿌리를 유아기에서 찾으려는 시도는 지나 치게 사변적인 것이기에 경험 연구에 의해 입증될 필요가 있다. 유아기는 감사의 발달에서 가능성 있는 발달 단계이기는 하지만 엄격한 경험적 증거들이 있을 때에만 확실히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Froh, Miller & Snyder, 2007, p. 3에서 재인용). 그럼에도 감사에 관한 정신 분석학적 해명은 안전한 애착이 감사 발달의 전조가 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감사와 같은 덕은 지속적인 노력과 집중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신생아 때에 감사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라고 에먼스와 쉘톤은 주장하였다(Emmons & Shelton, 2002, p. 468). 덕은 획득된 탁월성이기에 감사의 덕 역시 절대 저절로 생겨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감사는 8세 무렵부터 발달하기 시작하여 중기 아동기에 굳어지며, 개인의 사회화 정도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Emmons & Shelton, 2002, p. 468). 감사를 하려면 어느 정도 객관적인 시야를 가져야 하므로 7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자신에게 일어난 긍정적인 결과와 관련하여 남을 칭찬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행 도덕과 교육과정에서 ‘감사하는 생활’을 초등학교 3학년에서 가르치도록 설정한 것은 감사의 발달을 고려한 매우 적절한 처사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도덕과 교육과정은 감사를 예절의 하위 요소로서 취급하고 있을 뿐 독립적인 주요 가치·덕목으로 설정하고 있지는 않다(교육과학기술부, 2012, p. 6).
감사의 발달에 관해 경험적으로 입증된 사항이 매우 적음에도, 사회인지적 요인들이 감사의 발달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에먼스와 쉘톤은 감사가 저절로 생겨 나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 요인으로부터 생성되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성인들은 사회적 경험에 관한 심리적 통찰을 아이들이 깊이 새겨둘 수 있는 대화를 하거나 구조화된 활동을 전개 함으로써 아이들의 정서적 이해를 도울 수 있다. 타인으로부터 도움이나 선물을 받은 아이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도록 자극하는 것이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 2〜5세 아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부모의 조언이 있을 경우에는 감사를 표현한 아이가 86%였지만, 부모의 조언이 없는 경우에 감사를 표현하는 아이는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Grief & Gleason, 1980; Bono & Froh, 2009, p. 79에서 재인용).
감사는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 학습할 수 있는 것, 연습할 수 있는 것,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감사는 타인의 도움이나 호의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와 관련하여 우리가 내려 야 할 하나의 선택이다. 우리가 얼마나 쉽게 감사를 표현할 수 있는지는 개인적 습관과 삶을 향 한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다. 감사를 표현해야 기회에 더욱 민감해지고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우리는 감사를 느낄 기회를 증가시킬 수 있고, 그 결과 감사가 가져다주는 이득과 혜택을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성인들은 타인에게 받은 이득이나 도움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주의를 기울이는 상황을 자주 아이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감사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 고양(elevation)은 누군가가 예상하지 못한 동정심, 용서, 이해, 이타성, 친절을 보여주는 유덕한 행동을 목격하거나 그것에 대해 전해들은 직후에 개인이 때때로 경험하는 특정한 정서 혹은 상태를 의미한다(추병완, 2014, p. 66). 교사의 감사 행동은 학생들에게 고양의 정서를 유발하여, 감사를 학습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연령 역시 감사의 발달에 있어서 중요한 요인이다. 감사를 경험하는 것은 아이가 마음 이론(a theory of mind)을 발달시킨 이후에나 가능하다. 3〜4세 무렵에 아이는 마음 이론을 확립한다. 마음 이론은 정신적 행위자로서의 인간에 대한 정교한 이해를 의미한다. 달리 말해, 마음 이론은 인간의 행동이 욕망, 의도, 신념과 같은 의도적인 마음 상태에 의해 유발된 것임을 정교하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Gergely, 2003, p. 26). 아이들은 마음 이론을 발달시킴으로써 감사 경험의 핵심적인 사고에 해당하는 행동의 의도성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아동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도 소망과 믿음에 의해 어떤 의도를 갖고 행동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이해할 때에만 감사를 느끼고 표현할 수 있다(McAdams & Bauer, 2004, p. 88). 따라서 공감 능력이나 관점채택 능력은 감사의 발달을 위한 가장 강력한 촉매인 셈이다(McCullough, Kilpatrick, Emmons & Larson, 2001, p. 251)
감사에 관한 경험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 분야는 바로 젠더 (gender)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감사를 더 많이 경험하고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여자아이들은 일반적으로 가족과 친구에 대해 감사를 느끼는 반면, 남자아이들은 물질적 대상에 대해 주로 감사를 느낀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감사와 관계성 및 자율성 간의 상관관계가 여성에게는 나타났지만 남성에게는 나타나지 않았다(Kashdan, Mishra, Breen &. Froh, 2009, p. 723). 이러한 차이는 여성에게 긍정 정서인 감사를 수용하고 표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었다. 남성들은 대체로 힘과 지위와 연관된 정서를 표현하는 경향이 있기에, 감사의 경험과 표현이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손상시킨다고 생각한다.
프라(Froh)와 그 동료들은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에 비해 감사 경험을 더 많이 보고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였다. 이것은 성인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남자아이는 여자 아이에 비해 감사로부터 더 많은 사회적 이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아이에게 감사는 예상 밖의 일이기 때문에 감사로 인한 유익이 더 큰 것으로 여겨지며, 그것은 남자아이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것 같다. 그렇지만 여자아이는 감사 표현이 사회적 규범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에 그로부터 이득을 덜 얻을 뿐 아니라, 배은망덕한 태도를 보이면 부적인 증상을 더 많이 경험한다(Froh & Bono, 2008, p. 68). 신현숙(2007, p. 142)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감사 이유에 있어서 뚜렷한 성차를 보인다고 한다. 여자 청소년들은 주로 사랑, 친절, 이해, 배려, 지지를 감사 이유로 기술한 반면에, 남자 청소년들은 편의, 지식, 도전 기회를 감사 이유로 주로 언급한다. 이러한 결과는 여성은 관계 지향적이고 남성은 과제 지향적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감사 경험과 표현에서의 성차는 감사 교육 활동에 있어서 학생들의 성차가 고려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감사에서의 성차가 아동기에 나타나기 때문에 남자아 이에게 타인으로부터 받은 선물에 감사를 표하는 것이 절대로 자신의 업적이나 자율성을 손상시 키지 않는다는 점을 재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한 재교육은 용감하게 보이고 싶은 남자아이의 바람을 활용할 때 더욱 성공적일 수 있다(Bono & Froh, 2009, p. 80).
감사에 대한 연구는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아동과 청소년에게 있어서 감사의 발달·측정·교육은 아직 초기에 있다. 하지만 감사가 청소년에게도 심리적으로 유익한 것임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추세이다. 청소년 초기에 감사는 긍정적인 심리적·주관적 안녕과 관련되어 있으며, 또래와 가족의 지지 그리고 삶의 만족도와도 깊은 관련을 맺는다(Froh, Miller & Snyder, 2007, p. 2). 감사는 사고와 행동의 목록을 확장하는데 기여하여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 지적·신체적 자원을 축적한다. 인간관계적 정서와 사회적 접합제로서의 감사를 표현하는 것은 또래와의 관계에 있어서 문제점을 갖고 있는 아동과 청소년이 또래와의 유대를 강화하는 데 있어서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청소년기에 감사를 경험하고 표현하는 것은 도덕적·친사회적 행동을 유발하고, 파괴적인 대인 행동을 억제시키는 효과가 있다. 감사는 창의성, 내적 동기, 강한 목적의식을 함양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Bono & Froh, 2009, p. 80). 감사는 외재적 목표 추구인 물질주의 성향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감사는 내재적 목표와 타인 지향적 동기 그리고 고차적 욕구(예: 자기 관련 영역에서의 성취)의 실현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물질주의는 개인으로 하여금 외재적 목표, 개인주의적 동기, 하위 욕구(예: 안락함과 안정감의 획득)의 실현에 집중하도록 만들지만, 감사는 그런 물질주의에 대한 완충 역할을 수행한다(Bono & Froh, 2009, p. 82).
이렇듯 청소년기에 감사를 경험하고 표현하는 것은 주관적 안녕을 높이고, 대인 관계적 안녕에 필요한 자원을 갖게 하고, 내재적 동기와 목표 추구를 가능하게 해 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특히 감사는 친사회적 행동 경향성을 향상하여 청소년의 도덕적 역량과 품성 발달에 크게 기여한다(Tsang, 2006, p. 145; Grant & Gino, 2010, p. 946.). 그렇다면, 감사가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유발하는 이론적 기제는 무엇인가? 감사가 아동과 청소년에게 있어서 왜 중요한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여기서는 감사가 좋은 삶에 기여하는 방식을 이해 하는데 도움을 주는 세 가지 이론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긍정 정서의 확장 및 축적 이론(broaden and build theory)은 감사가 개인과 공동의 자원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프레데릭슨(Frederickson, 2004, p. 148)은 감사가 순간적인 사고·행위 경향성을 확장하고, 장기적으로 잘 사는 것을 위한 자원을 축적하기 때문에 안녕을 향상시킨다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여타의 긍정 정서와 마찬가지로 감사는 우리의 일시적인 사고·행동 경향성을 확장한다고 주장한다. 긍정 정서는 사고·행동 경향성을 세 가지 방식으로 확장한다. 긍정 정서는 주의력의 범위를 확장하고, 인지의 범위를 확 장하고, 행동의 범위를 확장한다. 감사는 사람들이 고마운 마음에서 은인을 위해 친사회적인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기 위한 창의적인 인지적 처리를 가능하게 한다. 감사에 의해 동기화된 다양한 호혜적 반응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감사는 확장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Frederickson, 2004, p. 148). 더 나아가 프레데릭슨은 감사가 개인으로 하여금 미래의 도전을 다룰 수 있는 고유한 개인적 자원을 축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Frederickson, 2004, p. 152). 감사는 최소한 네 가지 방식으로 자원을 축적한다. 첫째, 감사는 사회적 유대를 축적하고 강화시켜 준다. 둘째, 감사는 더 많은 시민 공동체와 조직들을 축적시켜 준다. 셋째, 감사는 안녕을 향상시키는데 필요한 영성을 축적하고 강화시켜 준다. 감사는 인간의 유대를 강화시켜 주는 것처럼, 인간과 신과의 유대도 강화시켜 준다. 넷째, 감사가 사랑을 위한 보편적인 기술을 더 많이 축적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프레데릭슨은 감사가 확장·축적과 더불어 변형하는(transform) 힘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Frederickson, 2004, p. 157). 그는 감사가 개인과 조직 수준 모두에서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강력한 주장을 펼친다. 이것은 상향적 나선(upward spirals)의 활성화를 통하여 실현된다. 감사와 같은 긍정 정서는 개인과 공동체 모두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자기 유지 체계에 연료를 공급 한다. 예를 들어, 긍정 정서가 더욱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고 양식은 개인이 미래의 스트레스 유발 요인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것은 다시 긍정 정서와 성장 경험의 촉진을 지속하게 해 준다.
둘째, 감사의 발견·자각·결속 이론은 감사가 사회적 안녕을 향상하는 방법을 설명하는데 도움을 준다. 앨고우(Algoe, 2012, p. 455)의 감사에 관한 발견·자각·결속 이론(find, remind, and bind theory of gratitude)은 감사가 사회적 자원을 축적하는 방법에 관한 우 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프레데릭슨의 이론을 확장한 것이다. 그는 감사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사회적 안녕을 향상시킨다고 주장한다. 감사는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감사는 우리의 안녕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지속적인 관계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감사는 기존의 관계를 결속하는 것을 돕는다.
셋째, 좋음에 관한 증폭 이론은 감사가 좋은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왓킨스(2014, p. 248)가 제시한 감사의 증폭 이론(amplification theory of gratitude)은 왜 감사가 좋은 것인지를 효과적으로 설명한다. 증폭기가 마이크로 들어가는 소리의 볼륨을 증폭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감사는 자신의 삶에서 좋음을 증폭한다. 이 이론의 기본 전제는 감사가 개인의 삶에 있어서 누가 좋은지 그리고 무엇이 좋은지에 관한 신호 강도를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감사를 경험하고 표현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의 삶에 있어서의 좋음에 관한 정보가 강화되고, 이것은 감사가 안녕을 향상시키는 주요한 이유이다. 팟킨스는 감사가 우리의 현재 경험 속에서의 좋음을 향상하고, 우리의 과거로부터의 좋음을 증폭하기 때문에 정서적 안 녕을 향상시킨다고 말한다. 감사는 우리의 사회적 세계에서 좋음을 증폭하기 때문에 좋은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다. 감사는 심지어는 나쁜 사건 속에서도 좋음을 증폭한다. 나쁜 사건으로부터 발생하는 좋음을 보고 감사할 때, 우리는 그 사건을 더욱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다.
Ⅳ. 감사 성향 함양을 위한 교육 방안
지금까지 감사의 개념과 도덕적 본질, 감사의 발달과 긍정적 효과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제 청소년의 감사 성향 또는 특성 감사를 함양하기 위한 구체적인 교육적 개입 방안에 대해 살펴보 고자 한다. 청소년에게 있어서 감사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서, 최근 많은 연구자들은 청소년의 감사 성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교육 방안들의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또한 감사에 관한 대중 서적들은 일상생활에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을 제안하고 있다(박영민 외 4인, 2008, p. 115). 이를테면, 에먼스(2008, p. 169)는 생활 속에서 감사를 실천하기 위한 10가지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① 감사 일기를 쓴다. ② 나쁜 일을 기억한다. ③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세 가지 질문을 한다. ④ 날마다 감사 기도를 한다. ⑤ 감각에 충실 한다. ⑥ 시각적 자극으로 감사를 일깨운다. ⑦ 감사의 실천을 맹세한다. ⑧ 감사의 언어를 사용한다. ⑨ 의식적으로 감사의 행동을 한다. ⑩ 틀에서 벗어나서 상자 밖에서 생각한다. 국내의 경우 박영민과 그 동료들(2008, pp. 119-121)은 감사 개입 기법으로 감사 일기쓰기, 감사 편지쓰기,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세 가지 질문하기, 사후 가정 사고하기, 용타 스님의 나-지-사 명상하기를 활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감사의 발달에 대한 연구와 마찬가지로 감사 교육 활동에 있어서도 대부분의 연구들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감사 교육은 긍정적인 이득을 증진 ·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 개입은 감사 표현, 삶의 만족, 낙관주의, 친사회적 행동, 긍정적 정서, 안녕의 증가와 더불어 부정적 정서의 감소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Froh, Kashdan, Ozimkowski & Miller, 2009, p. 410). 성인과 아동을 대상으로 실시한 많은 연구에서 축복 헤아리기, 감사 방문, 이득 평가 교육과정, 감사를 음미하기 등과 같은 특정한 감사 교육 활동이 감사의 감정을 일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으며, 이 교육 방안들은 정신적으로 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건강에도 상당히 유익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연구자들은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감사와 감사 교육 활동에서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Tsang, Rowart & Buechsel, 2008, p. 48). 이에 여기서는 경험 연구를 통해 감사 성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감사 교육 방안 중 도덕교육에서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감사의 경험을 열거하는 것 혹은 감사 경험의 목록을 만드는 것은 가장 대표적인 감사 교육 방안인 동시에 가장 많은 경험적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 에먼스와 매컬러가 개발한 ‘축복 헤아리기’(counting blessings)는 감사를 열거하는 대표적인 방안이다. 이 기법은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지침을 부여한다(Emmons & McCullough, 2003, p. 379). “우리의 삶에는 크든 작든 감사해야 할 것이 수없이 많습니다. 지난주에 있었던 여러분의 삶을 되돌아보고 여러분이 고맙게 생각하거나 감사해야 할 일들을 5개까지 아래의 빈칸에 기록하기 바랍니다.” '축복 헤아리기’는 정기적인 감사 경험 및 표현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식으로 매주 1회 혹은 매일 감사 일기를 작성한 사람들은 삶 전반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느끼고, 미래에 대해 더욱 낙관적이며, 건강에 대한 불평이 줄어들고 운동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 일기의 장점 중 하나는 감사 일기를 쓰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더 가깝고 강한 유대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그들은 남을 잘 도와주었으며, 자기가 도움이 되는 사람들을 더욱 친근하게 여기고 있었다.
‘축복 헤아리기’는 청소년들에게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임경희, 2009, p. 54; Froh, Sefick & Emmons, 2008; Froh & Bono, 2008, p. 69). 2주 동안 매일 감사한 일 5개를 기록한 중학생들은 감사, 낙관주의, 삶의 만족도가 증가한 반면에 부정적 정서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축복 헤아리기’는 학교에 대한 만족도를 증가시킨다. 따라서 축복 헤아리기를 통해 학생들에게 감사를 유도하는 일은 긍정적인 학교 분위기를 조성하고, 학교 생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감소시킬 수 있다. 특히 프라(Froh)는 1,000명 이상의 중학생들에게 2주 동안 매일 감사한 일 5가지를 기록하게 한 후에 교사들로 하여금 4가지 질문들을 순서대로 제시하게 하였다. 객관적 질문(objective question)은 ‘어떤 특정한 축복을 헤아렸는가?’, 성찰적 질문 (reflective question)은 ‘축복 헤아리기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무엇인가?’, 해석적 질문 (interpretive question)은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 어떤 점에서 유익한가?’, 그리고 결정적 질 문(decisive question)은 ‘우리의 삶과 학교에 어떻게 하면 감사를 주입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Froh & Bono, 2008, 70).
2005년에 셀리그먼(Seligman)과 그 동료들이 사용한 ‘3가지 축복’(3-blessings) 처치 방안 역시 감사 열거하기의 주제에 잘 부합한다. 참가자들은 이 훈련에서 어제 좋았던 일 3가지의 목록을 회상하고, 그 3가지가 좋았던 이유를 기록하였다(Seligman et al. 2005, p. 416). 이 방법은 우울증을 감소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팟킨스(2014, p. 227)는 감사에 초점을 맞춘 ‘3가지 축복’ 방법을 사용하였다. 그는 셀리그먼과 그 동료들이 만든 시간 지침을 약간 수정하여, 이틀 전까지 48시간을 마음속으로 생각하여 좋았던 일 3가지를 회상하도록 하였다. 세 가지 좋았던 일의 목록을 만든 후에 참가자들은 이 특별한 경험이나 사건이 자신에게 어떻게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도록 했는지에 대해 기록하였다. 그의 연구는 정서적 안녕에 상당히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듯 삶의 축복에 대해 감사를 표현하는 것은 긍정 정서를 고양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감사하는 사고는 긍정적인 삶의 경험과 상황을 음미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그런 경험과 상황으로부터 가능한 최대한의 만족과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 준다. 축복을 헤아리는 활동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좋은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는 습관이 생기는 것을 막아줌으로써 쾌락주의적인 적응의 효과를 직접 상쇄한다. 자신의 삶의 상황에 있어서 좋음을 평가하여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은 곤경이나 문제가 되는 삶의 경험들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하도록 함으로써 우리에게 적응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 준다. 감사를 표현하는 것은 도움 행동과 같은 친사회적 행동을 촉진하고 사회적 유대감을 축적한다. 끝으로 감사의 표현과 실천은 부정적 정서와 양립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질투, 분노, 탐욕, 괴로움의 감정들이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Sheldon & Lyubomirsky, 2006, p. 75).
도덕교육에서 교사가 이러한 방법들을 활용할 때 몇 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학생들이 헤아려야 할 축복의 유형이다. 교사는 학생들이 큰 축복만이 아니라 작은 축복도 미묘한 방식으로 생각하여 기록하도록 해야 한다. 감사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큰 호의만이 아니라 작은 즐거움도 기록한다. 사실 작은 호의는 큰 축복보다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 둘째, 학생들이 헤 아려야 할 축복의 숫자이다. 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축복을 회상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그들이 실제로 감사하지 않는 것을 헤아리도록 사실상 고무시키는 것이 되고, 그 결과 감사 훈련을 기쁜 성찰의 순간이 아닌 지루한 일로 바꿔놓아 감사 피로가 생기게 한다. 매일 같이 같은 대상에 대해 고맙다고 하는 현상을 감사 피로라고 한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이 나에게 이익을 베풀었을 때 그 이익을 몇 개의 요소로 나누어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감사 피로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선물을 준 사람이 나를 위해 기울인 노력에 더 큰 감사를 보낼 수 있다. 셋째, 학생들이 축복을 헤아리는 활동을 하는 시간이다. 대부분의 축복 헤아리기 개입은 참가자들에게 하루의 마지막, 즉 잠들기 직전에 감사 목록을 완성하는 것을 지침으로 삼는다.
감사 성찰 혹은 감사 관조(grateful contemplation) 역시 감사 성향을 함양하는 데 효과적이다. 일부 연구는 글을 쓰는 것은 이득을 관조할 때 긍정적 정서의 경험을 방해하는 정신 상태를 유발하기 때문에, 참가자들에게 그들의 삶에 있어서 은인이나 이득에 대해 단순히 생각해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유익하다고 제안한다(Watkins, 2014, p. 228). 팟킨스는 참가자들에게 감사해야 할 어느 누군가에 대해 단순히 5분 동안 성찰해 보도록 하는 것이 긍정 정서에서의 상당한 증가를 가져왔고, 이 교육 방안은 감사를 열거하기 방법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이 성찰 훈련은 정서적 안녕에 즉각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 나, 감사 성찰 훈련의 장기적인 결과를 검증하는 연구는 아직 수행되지 않고 있다. 감사 성찰은 긍정적인 기분 귀인이 필요한 경우에 활용하면 매우 효과적이다(Wood et al., 2010, p. 898).
한편 에먼스(2007, p. 192)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 위해 내관(內觀)이라고 알려진 불교의 명상 기법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내관이란 마음의 눈으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방법은 자기 자신에게 매일 3가지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늘 나는 〜 로부터 무엇을 받았는가?’, ‘오늘 나는 〜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오늘 내가 일으킨 문제와 어려움은 〜인가?’ 이러한 질문은 감사 성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을 준다.
교사는 학생들로 하여금 삶의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가운데, 자신의 삶에 기여한 여러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 사건 등에 대해서 깊이 성찰해보게 할 수도 있다. 감사 성찰을 통해 학생들은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선물임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연구자들은 감사 성찰에 있어서 죽음을 활용할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죽음에 관한 성찰은 삶을 제한된 자원으로 평가하게 함으로써 감사하는 마음을 증가시킨다. 죽음 현출성에 직면하는 것은 지금 자신의 삶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Frias, Watkins, Webber & Froh, 2011, p. 154). 그러므로 교사는 삶의 축복이나 죽음에 관한 성찰의 기회를 학생들에게 자주 부여해 주어야 한다. 도덕교육에서 이러한 방법을 활용할 때 교사는 감사 열거하기와 감사 성찰하기 훈련을 혼합하여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혹은 수업을 마무리하기 직전에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이 받은 축복과 호의에 대해 성찰하면서 긍정 정서를 갖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서적 안녕을 증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긍정심리학적 처치 방법 가운데 하나는 바로 감사 방문(gratitude visit)이다(Seligman et al., 2005, p. 416). 이 처치 방법에서 참가자들은 자신들에게 특히 친절했던 사람이지만 아직까지 적절하게 감사를 표현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편지를 써서 전달하도록 되어 있었다. 셀리그먼과 그 동료들의 연구에서 감사 방문은 정서적 안녕에서의 큰 증가와 우울증 징후에서의 상당한 감소를 보여주었다. 프라(Froh et al., 2009, p. 414)와 그 동료들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제로 사용했었던 <표 3>의 감사 방문 지침은 이 개입을 사용하는 데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특히 유익하다.
한편 일부 연구는 참가자들에게 그들이 고마워하는 누군가에게 감사 편지를 써 보도록 하였다. 감사 편지나 감사 카드 쓰기도 효과적이지만, 감사 방문은 더욱 체화된 감사 표현이기에 안 녕을 위해 더욱 유익한 결과를 보여준다(Watkins, 2014, p. 230). 물론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 누군가를 직접 방문하는 것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감사 편지가 더욱 편리한 감사의 표현일 수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개인들 간의 소통 방식이 오늘날 크게 변하고 있음을 고려하여 감사를 표현하는 전자 우편, 음성 메일, 문자 메시지 등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덕교육에서 이 방법을 활용할 때에는 감사 방문을 과제로 부여한 후에, 각자 감사 편지를 써서 은인에게 직접 전달해 보게 한 후에, 수업 시간에 그 경험을 내러티브로 작성해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직접 방문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전자 우편이나 영상 편지, SNS 등을 이용하여 감사를 표현하게 한 후에, 그 느낌을 수업 시간에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감사를 재평가하기는 어렵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우리에게 스승이 될 수 있고, 우리는 그것에 감사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그것은 어렵고 힘든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을 수 있게 해 준다 (Emmons & Stern, 2013, p. 853). 좋은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점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나쁜 것들을 성공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살다 보면 나쁜 일은 생기게 마련이다. 우리는 인생에 있어서 불유쾌한 사건들을 피할 수가 없다. 연구 결과들은 그러한 불유쾌 한 사건들을 회피하는 것 또는 적어도 심리적으로 그것을 회피하는 것은 자신의 정신 건강에 해로운 것임을 말해 준다. 따라서 감사가 우리로 하여금 적응적인 방식에서 혐오적인 사건을 다루 도록 도우려면, 감사를 재평가하는 활동이 감사 개입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Watkins, Cruz, Holben & Kolts, 2008, p. 95).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특히 부정적인 사건을 재평가함에 있어서 탁월하다. 감사를 재평가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단절시켜 고통스러운 기억이 가져다는 부정적 정서와 방해 성향을 감소시킨다는 증거들이 축적되어 있다 (Watkins, 2014, p. 231). <표 4>의 감사 재평가하기 지침에 따라서 감사 저널을 쓰는 조건에 있었던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열린 기억과 단절하고, 그 기억에 의해 각성된 부정적 정서를 감소시키며, 그 기억의 방해 경향성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감사를 재평가한다는 것은 달리 표현하면 현재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고 갖지 못한 것에 집 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인생이 우리에게 가하는 시련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감사를 재평가하는 것의 이론적 근거는 바로 사후 가정 사고 (counterfactual thinking)이다. 사후 가정 사고는 현재와 반대되는 것을 생각해보고 ‘이랬으면 어떠했을까?’(what might have been) 라는 식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를 둘러싼 현실보다 더 나은 환경을 상상하면 인간의 마음은 대개 질투와 반감이 유발 되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현실보다 더 못한 상황을 상상할 경우 가장 흔히 나타나는 반응은 감사이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선수보다 동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더 만족감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잘 뒷받침해 준다(Medvec, Madey & Gilovich, 1995, p. 605). 최근 신경과학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전전두엽 기능이 손상된 환자는 사후 가정 능력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따라서 감사하는 태도와 사후 가정 능력 사이에는 상호 연관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Emmons, 2007, p. 79).
도덕교육에서 감사를 재평가하기를 활용함에 있어서 교사는 학생들이 사후 가정 사고의 힘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사람들은 가끔 놓친 기회를 이쉬워하거 나 이랬으면 좋았을 걸 하고 후회를 하는데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정신적 행복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현재의 상황에 감사하게 된다. 나쁜 일들을 억지로 잊으려 하지 말고, 어두운 긴 터널을 빠져나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삶의 어려움과, 그것을 뛰어 넘어 여기까지 온 자신의 노력을 떠올려보면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비교해볼 수 있으며, 이러한 마음은 감사가 자라나기에 더없이 비옥한 토양이 된다.
프라와 그 동료들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유익한 사회적 교환에 대한 사회인지적 평가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감사 교육 방안의 효과를 입증하였다(Froh et al., 2014, p. 133). 감사는 인지가 스며든 정서이기에 우리가 고마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은인으로부터 친절한 의도적인 행동을 받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우리는 은인이 베푼 이득을 우리에게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지각하고, 그 이득을 은인이 의도적으로 그리고 이 타적인 마음에서 우리에게 제공했고, 그 이득을 우리에게 주기 위해 은인이 비용을 들이거나 희생을 했다는 것을 인지·인식해야만 우리는 감사를 경험할 수 있다. 프라와 그 동료들은 이러한 가정에 기초한 이득 평가 교육과정(benefit appraisal curriculum)을 투입하여 초등학생들에게 감사 사고를 가르친 결과, 감사 성향과 안녕의 증진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하였다. 이득 평가 교육과정은 이득에 대한 학생들의 인지를 변화시켜 감사를 경험하는 빈도와 강도를 높이려는의 도를 갖고 있다.
이득 평가 교육과정은 이득에 대한 평가를 훈련시키기 위해 고안된 5회기로 구성된 교수 프로그램이다. 1회기는 전반적인 소개와 훈련 프로그램에 대한 개관으로 되어 있다. 1회기에서 강사는 5회기에 걸쳐 강조될 주요 주제들을 포함하는 가운데 코스의 일반 목적과 형태를 강조한다. 이 프로그램의 2-4회기는 감사를 향상한다고 알려진 사회인지적 평가의 구체적인 측면들을 강조한다. 2회기에서는 수혜자를 돕는 행동 이면에 있는 은인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을 강조한다. 호의를 제공하기 위해 은인이 비용을 들였다는 것을 인식할 때, 감사를 경험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3회기는 학생들에게 이득을 주기 위해 은인이 들인 비용을 이해하는 것을 돕는다. 4회기의 주제는 의도적인 호의가 수혜자에게 어떻게 이로움을 주는지를 학생들에게 이해시키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끝으로 5회기는 2-4회기에서 다루었던 사회인지적 평가의 본질을 검토하고, 누군가에게 감사를 표현할 때 이 평가를 반영하는 것의 중요성을 또한 강조한다. 5회기에서는 감사를 표현하는 상이한 방법에 대한 논의도 다룬다(Froh et al., 2014, p. 136).
아동과 청소년들은 그들이 누리고 있는 혜택이나 이득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많으므로, 도덕교육에서 이 방법을 활용할 때에는 타인이 제공한 도움과 이득을 학생들이 올바르게 인식·승인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교사는 수혜자를 돕는 행동 이면에 있는 은인의 의도를 이해하게 하는 것, 이득을 제공할 때 은인이 경험하는 비용과 희생을 이해하게 하는 것, 은인이 제공한 선물을 받는 것의 이득을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감사 사고를 가르칠 경우, 교사는 동생이 공부하는 것을 도와주는 누나의 사례를 제시한 후에, 의도·비용·이득에 초점을 맞춘 질문을 하여 누나가 동생을 돕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학생들의 인지를 변화시켜 주어야 한다. 누나가 얼마나 의도적으로 동생을 도와주었는지, 누나가 동생을 도와주기 위해 어떤 희생을 했는지, 누나가 가르쳐 준 것이 동생의 공부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에 대해 학생들이 사고하도록 해야 한다. 아동기에서 도덕적 자아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하여 발달하므로(Froh et al., 2014, p. 146), 유익한 도움의 교환에 대한 사회인지적 평가를 하도록 교사가 비계를 설정하는 것은 아동기에서 감사의 발달을 촉진할 수 있다.
V. 결론
감사는 타자 지향적이고, 긍정적인 유의성을 담고 있는 도덕적인 정서이다. 타인이 제공해 준 혜택의 수혜자이고 특히 그 혜택이 예상하지 못한 것이거나 은인의 희생이 따른 것일 때, 사람들은 타인의 자비에 대한 반응으로 감사를 느낀다(Tangney, Stuewig & Mashek, 2007, p. 361). 삶의 상황에 감사하는 반응은 일종의 적응 심리 전략이고, 우리가 일상 경험을 긍정적으로 해석함에 있어서 중요한 과정을 이룬다. 자신의 삶의 요소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평가하고 음미하는 것은 안녕의 핵심적인 결정 인자이다(Emmons & McCullough, 2003, p. 378). 이것은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해당한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감사가 청소년의 번영 (fourishing)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임을 잘 보여준다. 사회적 정체성과 소속감이 형성되는 결 정적 시기인 청소년기에서 감사는 개인의 안녕과 사회적 통합 및 생산성을 보장하는 인적 자원을 구축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또한 감사는 삶의 모든 것을 선물로 바라보는 더욱 일반화된 태도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Watkins, 2014, p. 243). 정서로서의 감사는 좋은 기분이 들게 할 뿐만 아니라 타인을 도우려는 성향을 이끌어내어 관계 강화를 증진한다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유익한 것이다. 감사는 장기적으로 공동체의 응집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학급과 학교를 서로 돕는 공동체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이에 이 논문에서는 도덕교육에서 감사의 도덕적 본질과 교육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감사는 선을 선으로 갚는 것을 통하여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를 구축해 주는 긍정적인 성격 특질이자 덕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감사의 발달은 안전한 애착 관계, 마음 이론의 발달, 공감 능력, 관점채택 능력의 발달에 좌우된다. 셋째, 감사가 안녕 증진에 기여하는 이론적 설명은 감사에 관한 확장 및 축적 이론, 발견·자각·결속 이론, 증폭 이론을 통해 가능하다. 넷째, 청소년의 감사 성 향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감사를 열거하기, 감사를 성찰하기, 감사를 표현하기, 감사를 재평가하기, 감사 사고를 가르치기를 활용해야 한다.
현행 도덕과 교육과정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에서 ‘감사하는 생활’을 명시적으로 다루고 있을 뿐, 그 이후에는 감사를 직접적인 교육 내용으로 설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감사를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예절의 한 측면으로만 다루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교사는 도덕 수업을 통해 감사를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중학교의 ‘도덕적 자아상’, ‘가정생활과 도덕’, ‘친구 관계와 도덕’, ‘환경 친화적인 삶’, ‘삶의 소중함과 도덕’, ‘개인의 도덕적 삶과 국가의 관계’, ‘국가 구성원으로서의 바람직한 자세’ 등의 주제를 다룰 때, 교사는 얼마든지 감사와 관련된 교수·학습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끝으로 도덕교육에서 감사의 가치를 설명하는 시도는 개인적 차원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 교사는 감사를 가르칠 때, 감사하는 것이 예의바른 행동이며 인간의 의무이자 도리라는 점을 강조 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교사는 사회적 차원에서의 감사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학생들이 감사에 대한 폭넓은 관점을 형성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달리 말해, 교사는 감사가 구성원들을 연결시켜주고 구성원들 간에 도덕적 행동을 장려함으로써 사회의 기능 수행에 도움을 주는 도덕적 접합제임을 강조해야 한다.
덕으로서의 감사는 집중력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교사는 감사를 가르칠 수 있고, 학생들은 감사를 배울 수 있다. 학생들의 감사 성향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감사를 경험하고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와 활동을 교사가 학생들에게 제공해 주어야 한다. 감사는 우리가 실천해야 할 생활방식이자 도덕적 주체로서 우리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이다. 덕의 교수에 있어서 모범이 중요하듯이, 감사의 경우에도 교사는 학생들에게 감사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과 안전하면서도 지지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가운데,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선물로 여기며 감사할 줄 아는 태도와 행동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모델이 되어야 한다. 교사가 보여주는 감사의 표현은 학생들에게 고양(elevation)의 정서를 불러 일으켜 감사를 경험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한다.